걸그룹 팬픽 - 우주소녀 설아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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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청  실  홍  실 

 


 “ 최광일 동지, 여기에요. ” 

 어느덧 최광일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다. 허나 바로 대학에 붙지는 못하고 재수를 하게 되었다. 헌데 재수를 하는 그해 광일이 좀 엉뚱한 일탈을 저질렀다. 고등학교 1학년때 그렇게 송화와의 인연으로 대진교 청운회 서울회관 집회에 처음 참석하게 된 광일. 고3때는 아무래도 공부하느라 청운집회까지 참가하고 할만한 한가한 처지가 되지 못했지만 대략 고1 여름때부터 이듬해 고2 여름 무렵까지 한 1년여 정도는 광일은 거의 빠짐없이 청운법회는 물론 중,고등부 집회까지 참가하는 나름 열성분자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재수를 하던 그해. 어느덧 중고등부가 아닌 청년부 일원이기도 한 그가 거제도에서 열린대는 대진교 전국 청운동지회 ‘하계수련회’ 준비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이때 대진교는 서울,인천,부산,창원,경산,전주,광주등 대략 열곳정도에 집회장소인 회관을 두었고 ‘거제’에 이 무렵 새로 회관을 개설하게 되었는데 그 기념으로 ‘전국 청운동지회 하계 수련대회’를 개최하도록 한 것이다. (* 자세한 것은 ‘솔로가수 팬픽 – 채연’편 – 대도사 일대기 14,15회 참조) 전국 청운동지회 수련대회는 글자그대로 서울,인천,광주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활동하는 청운동지회 멤버들이 여름이나 겨울방학을 이용 한곳에 모이게 되는 그런 수련대회로 보통은 여름이나 겨울방학을 이용 2박3일이나 3박4일 정도 일정으로 1년에 두차례 열리게 된다. 헌데 그 하계수련대회를 이번엔 거제에서 개최하게 된 것이다. 

 수련대회를 개최할 때 보통 각 회관 청운회에서 – 대개는 청년부중에 – 준비위원이나 진행위원을 2-3명 정도 파견하여 대회준비를 하게 되는데, 이번엔 거제도에서 대대적으로 행사가 개최되느니 만큼 대략 한 일주일전부터 준비위원들이 모여 행사를 준비하도록 한 것이다. 따라서 각 회관별로 준비위원(* 수련대회가 개최되면 바로 ‘진행위원’으로 명칭만 바뀜)을 2-3명정도 파견해 주기로 했다. 서울에선 서울회관 청운회장과 그리고 이때 청운회 중고등부 재무사로 있던 박성은 그리고 이때 이미 대학생으로 청년부에서 활동중인 송화까지 세명이 가게 되었는데, 송화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광일에게 연락을 취해 자기대신 가달라는 부탁을 했고 그래서 뒤늦게 서울측 준비위원이 송화에서 광일로 교체되어 거제로 떠나게 된 것이다. 원래 송화가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 재무사로 있는 박성은을 데리고 출발하기로 했는데 그 송화가 빠져 하는수없이 최광일과 박성은이 함께 가게 되었다. 

 준비위원들은 거제에서 거리상 가장 가까운 창원에 ‘1차’로 집결한뒤 그 다음날 아침 거제로 다 함께 내려가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다만 청운회장은 ‘선발대’ 자격으로 먼저 거제도에 내려가 있었고 그래서 서울회관 준비위원으로 내정된 두 사람 – 애초엔 송화와 박성은이었는데 멤버가 송화에서 최광일로 바뀜 – 이 함께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출발하게 된 것이다. 

 광일은 아무래도 이런저런 난감함에 집에 식구들에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혼자 나왔다. 애초 대진교라는 신흥종교 단체 집회에 참석하곤 한다는 것이 식구들이 모르는 비밀이었기에 그것도 무슨 수련대회 준비위원으로 송화라는 선배 대신 가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가족들에게는 말하기 난감한 일이었다. 혹시 누나 광희 정도나 ‘이거 동생이 요즘 이상한데 다니는 것 아닌가 ?’ 하는 의심을 좀 하는 정도였지 나머지 가족들은 전혀 눈치 못채고 있었다. 게다가 그 광희 조차도 광일이 확실히 고2 여름 무렵까지는 대진교 청운집회에 나름 적극적으로 참가해서 그런 동생을 의심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후에는 대체로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의심을 하지 않았다. 재수를 하는 지금도 그저 착실히 재수를 하며 내년엔 대학에 붙을 그 생각을 하고 있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을뿐 그것도 무려 청운회 하계수련대회 준비위원으로까지 참석하게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 거제도 수련대회 준비위원들은 본 대회 일정인 3박4일 그 일주일전부터 내려가 행사준비를 하게되고, 게다가 행사가 끝난 뒤에도 하루,이틀 정도는 더 남아 뒷정리를 해야하니 최소한 열흘 이상을 이들은 거제도까지 내려가 함께 보내야 한다. 

 여하튼 그 거제도 수련대회를 송화대신 준비위원으로 참가하게 된 광일.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 재무사(* 대진교에서는 일반 신도회든 청운회든 그런 신도회 단체들엔 별도의 간부직을 두고 그 간부를 보통 ‘일 사(事)’자를 써서 ‘OO사’라 부른다. 글자그대로 총무를 맡은 사람은 총무사, 재정,회계를 맡은 사람은 재무사, 교화(기독교의 전도와 같은 의미)를 맡은 사람은 교화사 이런식이다. 그리고 박성은은 이때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에서 재무-회계를 담당하는 재무사로 있었던 것이다.)로 있는 박성은과 서울역에서 만나 함께 우선 1차 집결지인 창원으로 내려가게 되었는데 그래서 짐을 싸들고 아침일찍 집을 나온 것이다. 

 오전 10시쯤 서울역에서 박성은을 만나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가기로 했으니 그렇게 일찍 출발하진 않아도 되는데. - 압구정 3호선 전철역을 타고 중간에 4호선으로 갈아타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 식구들 눈에 뜨일 것을 우려해서인지 식구들이 깨기도 전에 – 대략 오전 7시도 되기전에 – 집을 나왔다. 그리고 다른곳에서 대략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시간이 되어 서울역에 도착한것인데 함께 가기로 한 박성은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 저희집은 가족중 스물두명이 성직자 또는 간부로 있어요. ” 

 “ 에엣~~~!!! ” 

 기차를 타고 창원까지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박성은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 재무사인 박성은이 이때 고등학교 2학년이니 아무래도 광일보다는 두 살 어릴텐데, 게다가 보통 청년부에서 준비위원을 파견하는데 대학생이나 청년부도 아닌 고등부 간부가 준비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은 웬만해선 잘 없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광일도 박성은을 좀 신기하게 보고있긴 했는데 그 박성은이 자신의 소개삼아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저희 아버지가 5남매중 셋째고요 그리고 큰아버님이 경주지부 신도회장이고 작은 

  아버님이 포항지부 신도회장이세요 그리고... ” 

 대진교 회관이 서울,부산,경산(* 대구 옆 위성도시)등 열곳에 회관이 있고 그리고 그 외 타 지역에서 대진교를 신앙하는 이들도 적게나마 없지는 않아 그런곳엔 경우에 따라 회관 산하로 ‘지부장’을 두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헌데 박성은의 이야기로는 그런 큰아버지네 작은아버지네 그런이들이 경북쪽 지역 지부장이라고 하는 것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박성은의 둘째 고모부가 서울회관 신도회장이기도 했다. 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집안 내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식으로 총무원의 무슨 법사네 교사네 또는 어느어느 회관 신도회 간부네 무슨 지역 지부장이네. 그런식으로 총 22명이 대진교 열성분자라는 박성은의 집안. 최광일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성은을 바라보았다. ‘대단한 집안’으로 봐야하는것인지 어찌봐야 하는것인지. 그러고보면 광일보다 두 살 어린 성은은 광일이 한참 대진교 중고등부 집회이 참가하던 고1-고2 시절에 아직 중학생이었는데 그때 면식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그리 친하게 지낸 사이는 아니었다. 허나 이렇게 같이 창원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새삼 그녀의 집안에 대해 세세이 알게되면서 광일은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박성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대체 이것이 뭔일이다냐 ? 광일이 야가 대체 어디로 갔다는 말이냐 ? ” 

 한편 광일의 집에선 난리가 나 있었다. 식구들이 깨기도 전에 새벽같이 짐을 챙겨 집을 나간 광일이 아니던가. 그 광일은 다른곳에서 두시간여를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시간인 오전 10시가 다 되어갈때쯤 시간을 맞춰 서울역으로 간 것이고, 어머니 가인은 날이 밝아 광일을 깨우려고 방으로 들어가 보았는데 처음엔 아들이 보이지 않자 의아해했다. 광일이 새벽같이 무슨 아침운동이나 산책 같은 것을 즐기는 그런 성격도 아니니 이 이른아침의 갑작스러운 부재 자체가 가인은 물론 다른 가족들로서도 이해 안가고 놀라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아침식사때가 되도록 광일의 행방이 묘연하자 가인은 ‘혹시 얘가 집을 나간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애꿎은 큰딸 광희를 책망하고 있었다. 

 “ 대체 이게 어찌된것이요 ? 광일이 야가 도대체 어딜 간것인지...광희 너는 혹시 

  짚히는데라도 없어 ? ” 

 “ 그...그게... ” 

 광일이 평상시 어울리는 친구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은 광희가 누구보다 잘 알고 광일이 대략 고1-고2 무렵에 어딜 자꾸 나가는 것을 보고 혹시 이상한 종교단체에라도 빠진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긴 했지만 광일이 완강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광희가 확증을 잡기도 어려웠다. 그마저도 고3이 다가올 무렵부터는 공부에 전념하는 듯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더 이상 고3은 아닌 그래도 재수생으로 대학입시를 한참 준비하고 있어야할 이 여름에 대체 어딜 간 것인지 광희도 충격받지 않을수가 없을터. 가인은 거듭 광희를 책망하고 있었다. 

 “ 누나라고 하나 있는게...동생 챙기기를 오죽 못했으면 애가 다 커서 이러겠냐 ? 

  중학교,고등학교 그 6년동안도 말썽한번 피운일 없는 애가 오죽했으면 지금와서 

  이러겠냐는 말이다. ” 

 “ 엄마... ” 

 대체 광일이 집을 나간(?) 문제가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다고 가인이 이렇게 나오는것인지. 광희의 복잡한 심사는 아는지 모르는지 가인의 한바탕 넋두리 같은 사설이 이어지고 있다. 

 “ 집에 아무리 식구가 많으면 뭐하냐. 제 부모, 누이 멀쩡히들 다 있으면 뭐혀 

  ? 도대체 누나라는게 평상시 지 동생한테 따뜻한 말 한번 건네준적이 있길 허냐 ? 

  수험생이라 힘든 동생 밥한끼는 고사하고 간식한번 챙겨준일이 있길 허냐...도대체 

  누이가 되어갖고 누이 노릇을 한 것이 무엇이 있어 ? ” 

 “ 엄마... ” 

 아무리 자신만의 지레짐작으로 아들의 가출 원인을 분석하는것이라지만 그 분석이 너무나 엉뚱하고 어이없기만 해 광희가 반발심이 안 생길수가 없다. 물론 가인도 그 어머니의 늦둥이 외동딸이지 형제가 많거나 한 그런 환경에서 자란 여인은 분명 아니다. 허나 8남매,9남매 낳는 것이 보편적이던 시절 특히 부모가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일천하면 집안의 큰딸이나 장남이 가장역할을 대신하며 동생들을 돌보던 그게 가장 보편적이었던 그런 시절을 살아온 여인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재수생 광일이 가출을 한 이유를 ‘그 누나가 제대로 동생을 따스히 챙기지 못해 이렇게 된 것이다’라며 제딸을 책망하고 있는 광희. 광희로서는 그야말로 억울해서 하고싶은 이야기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오르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 참기가 힘든 것을 참으니 그 울분의 정도는 또 어느정도이겠는가. 광일이 그 녀석이 대체 무슨짓을 하고 지금까지 돌아다녔는데. 기껏해야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오고 지방출신이기도 한 뚱뚱하고 무식한 제 엄마가 부끄러워서인지 무슨 자기 엄마가 서울대 나온 간호사라느니 자폐아 특수교사를 한적이 있다느니, 무슨 선천성 심장병 환자를 치료해준적이 있다느니, 어디가선 미대교수로 오해받은적이 있다느니. 그야말로 말도안되는 거짓말로 그야말로 어디서 ‘가짜엄마’를 하나 새롭게 창조하고 돌아다닌것이나 다름없는 광일. 그 광일을 누나 광희가 얼마나 나무랐었는가. 근데 그 나무람의 현장 조차도 마치 자신이 동생을 괴롭히거나 구박하는것처럼 오해를 했는지 되려 자신에게 회초리를 들곤했던 가인. 광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충격받을까봐 제 엄마한테 광일이 지금까지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녔는지는 입도 벙긋 안하고 지금껏 꾹꾹 참아왔는데. 그런 자신이 동생 하나 제대로 살뜰히 챙기지못하고 보살피지 못해, 그래서 재수하는 동생이 집에서조차 마음 붙일곳이 없어 집을 나간 것으로 이렇게 오해를 하다니.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막히지만 그대로 항변을 더 하려 들었다가는 자신도 모르게 무슨말이 나올지 몰라 광희는 더더욱 참고 있었다. 다만 방문을 쾅 닫고 제 방으로 들어가 서럽게 울뿐이었다. 

 “ 뭘 잘했다고 기집애가...다 큰 기집애가 대낮부터 울고 지랄이여 !!! 그렇게 억울 

  허면 어여 나가서 동생부터 찾을 생각부터 하던가 !!! ” 

 광희는 제 엄마의 호통이 더욱 기가막혀 더더욱 서럽게 울었지만 광일은 그 시간에 이미 기차를 타고 거제도 수련대회 준비위원들의 1차 집결장소인 창원으로 향하고 있을 뿐이었다. 

 거제도 수련대회의 준비위원은 여하튼 각 회관별로 평균 2-3명씩 파견되어 총 인원은 스무명 가까이였다. 원래 수련대회 장소로 예약을 한곳과 그리고 ‘거제회관’을 세우기로 예비된 터. 그곳은 아직 자신들이 쓸수 없는 장소이니 그 인근에 민박집을 별도로 빌렸다. 민박집은 남자들이 쓰는방, 여자들이 쓰는방, 그리고 자기네들끼리 회의를 하거나 수련대회 준비를 위한 물품제작등을 할 회의실겸 작업실. 그렇게 총 세 개를 빌렸으니 사실상 민박집 전체를 빌린것이나 다름없다. 민박집 주인은 대충봐도 이미 나이 70은 넘어보이는 연세 많은 할머니였는데, 할머니도 이곳에서 민박집을 지금껏 수십년을 해왔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민박집 전체를 빌리는 것은 생전 처음이라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부엌은 주인 할머니의 살림하는 곳이라 자신들이 쓸수가 없어서 식사는 준비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준비해서 자기네들끼리 해먹는 것으로 정했다. 

 일단 첫날은 창원까지 집결해서 다시 거제까지 왔으니 피곤해서 하룻밤은 그냥 쉬기로 하고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수련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당연히 다음날 이른 오전시간부터 회의가 시작되었는데, 다만 광일은 회의에 생각보다 흥미가 없었는지 일찌감치 그 자리에서 이탈 그냥 인근지역만 돌아보고 있었다. 애초에 준비위원으로 참석하기로 했던 송화 대신 참가하게된 상황이라서일까. 의외로 광일은 수련대회 준비 자체나 회의에 큰 관심이 없는 듯 했고 다른 준비위원들도 송화 대신 참석한 그를 소위 ‘꼽살이’ 낀 느낌으로 받아들였는지 그냥 ‘쟤는 그냥 쟤 혼자 노는애’ 정도로 인식하는지 그런 행동에 별다른 제지는 가하지 않았다. 

 “ 글쎄 그게 아니라 이렇게 해야 한다니까요. ” 

 “ 보소 박성은 동지. 내 말이 그리 몬알아 들은 소린교 ? 그기이 우리 교리를 이해 

  하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이야기지...모르는 사람들 봤을때는...그냥 피곤한 소리... 

  막말로 그냥 우리끼리 헛소리 하는것밖에 안된다고예. ” 

 “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에요 강승규 동지 ? 이거 원래 웬만한 교회나 청소년 단 

  체... - 가령 뭐 YMCA라던가 – 이런데서 다 하는거라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레크 

  레이션 교본에도 뻔히 다 나와있는거...원래 다 이렇게 하는거라구요. ” 

 안에서 무슨 의견 안 맞는게 있었는지 광일이 민박집 주변 동네를 한바퀴 돌고 돌아왔을때쯤 민박집 회의실 안에선 큰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스무명 가까운 준비위원중남자가 열명이 좀 넘고 여성은 4-5명 선이긴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경상도나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것도 아닌 명백한 서울말씨는 굳이 그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해도 자신과 함께 내려온 서울회관 중고등부 재무사 박성은의 목소리가 분명해보였다. 그 집안 가족 스물두명이 모두 대진교의 성직자나 신도회 간부등 열성분자 집안이라는 그런 집안의 딸. 헌데 그런 여자가 무슨 이유로 저렇게 다른 준비위원들과 언성을 높여 싸우는것인지. 광일로선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리둥절하기 짝이없는 한 장면이기만 한데, 잠시후 싸우는 소리는 좀 잦아든 기분이지만 – 대충 회의 진행을 하는 가장 연장자가 이들을 만류하며 중재하는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 문이 드르륵 열리면서 박성은이 나오고 있었다. 

 “ 에잉~~~!!! ” 

 확실히 아까 그 언성높은 말다툼의 주범이 박성은이 분명해 보이긴 했는데, 그래고 대충 하는 이야기로 봐서는 수련대회 준비 일정을 놓고 제법 큰 의견충돌이 있었나본데 그리고는 속상한지 나와서 속을 달래고 있는 박성은. 그러다 광일과 눈이 마주쳤다. 

 “ 저기...박성은 동지... ” 

 이럴땐 도대체 어찌 대처해야 하나. 무슨 말을 걸어서 위로라도 해줘야 하나. 어째야 하나. 그러나 광일도 쑥맥이라면 쑥맥인 성격이라 이럴 때 무슨말을 걸기도 쉽지 않아 그저 엉거주춤 서있는데 그러자 성은이 광일을 바라보았다. 살짝 째려보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 무슨 안 좋은일이라도 있었어요 ? ” 

 “ 아뇨...무슨일이 있긴요... ” 

 안에서 뻔히 싸우는 소리가 그렇게 장시간 들려왔는데, 광일이 청각장애인이 아닌 이상 그 크게 싸우는 소리를 못들었을리 없을텐데도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의 부인하는 답변을 이렇게 하고있는 성은. 다만 언짢은 기분이 쉬이 가시지 않는것만은 어쩔수 없는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기는데 성은이 따라오라고 하다못해 손짓이라도 한것도 아닌데 광일은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나선다. 대충 밖으로 나와 저쪽 좀 한가한 공간에 쪼그려 앉는 성은. 그리고 광일을 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 최광일 동지. ” 

 “ 네, 말씀하세요 박성은 동지. ” 

 성은의 자신을 부르는 호칭 만큼이나 자신도 정중하게 그녀를 그와같이 부르고 성은이 다시 한숨을 좀 내쉬는 듯 하더니 이렇게 말한다. 

 “ 사람들 생각이...어째 그리 다 다른지 모르겠어요. ” 

 무슨소리인지 알 수 없어 광일은 의아해하고 다만 아까 그 회의도중 싸운일과 연관이 있긴 한 것 같은데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던 성은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저흰 솔직히 교회나 성당 이런데하곤 다르잖아요. 어쨌든 그런애들이야 다 동네마 

  다 교회가 있고 그래서 그런식으로 집회도 갖고 그러는거지만... ” 

 “ ...... ” 

 “ 우린 이렇게 작은 종교단체가 그래도 전국적으로 집회장소가 한두개씩은 있어서 

  그렇게 1년에 한두번씩 이런 수련회 같은 집회도 하고 그러는건데... ” 

 실제 대진교는 청운회 수련회 외에 전국 각 회관 일반신도,성직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집회도 이따금씩 갖곤 한다. 이래저래 그런식으로 자기네들 조직과 신도를 그렇게 관리하는 셈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서울회관 청운회 중고등부 재무사로 있는 박성은의 고충이 이렇게 좀 더 이어진다. 

 “ 그러다보면...아무래도 서로 사는 지역도 다 다르고 살아온 가정이나 환경 이런 것 

  도 다 다르니까... ” 

 “ ...... ” 

 “ 사실 저희 엄마도 제게 종종 이런 말씀 하셨어요. ‘거기 가선 다 너하곤 살아온 

  환경도 많이 다르고 생각도 다른 사람들도 있을수 있으니 너무 말 함부로 하지말 

  고 (잘사는걸) 내세우려 하지도 말고...또 상대 의견이나 생각을 항상 존중하며 그 

  렇게 처신하라 늘 그러셨는데... ” 

 박성은의 집안은 그 집안식구 22명이 모두 이 종단 성직자나 신도회 간부 그런 열성분자 집안이라고 했던가. 광일이 박성은의 어머니가 어떤 여인인지는 알수 없어도 역시 대략 그런 가정의 분위기에서 적응하며 살아갔을만한 그런 사람이란 것 정도는 대략 짐작할만 하긴 한데, 그건 그렇고 얼핏 하는 이야기로 봐서는 박성은의 집안도 잘사는 편에 속하는 집안이란 소리 같기도 하다. -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박성은의 가족은 강서구 화곡동에 살고 있었고 성은은 위로 언니 아래로 남동생이 있는 2녀1남중 둘째였다. - 헌데 초등학교때부터 어느덧 10년 세월을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살아온 최광일 앞에서 화곡동 사는 박성은이 자기네 집을 ‘잘사는 집안’이라 한다면 그것도 좀 우스운 일이긴 하다. 여하튼 서울에서 그만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있다면 대략 중산층 정도 위치에 있는 그런 집안환경인것만은 분명할 터. 성은의 무슨소리인지 알아들을 것 같기도 하고 못알아들을 것 같기도 한 푸념이 좀 더 이어졌다. 

 “ 하지만 이런건...그런 잘살고 못살고 또는 서울에서 살았건 경상도나 전라도 같은 

  그런 지역의 문제하곤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잖아요. 일반적인 청소년 단체나 

  사회단체 같은데서 하는 청소년 수련회가 되었든 대학생이나 일반인 수련회나 캠 

  프가 되었든 그런데서도 다 하는걸...저 사람들은 왜 그리 말귀를 못알아 듣는지 

  모르겠어요. ”  

 말하는걸로 봐선 박성은은 확실히 이런 청운회 수련대회 준비와 계획을 꽤나 나름의 전문성을 갖춰 책자도 찾아보고 하면서 꽤 치밀하게 준비해온듯하다. 헌데 다른 준비위원들이 자신의 제안이나 말귀를 통 알아듣지 못해 그래서 화가난 듯 하고 그런 푸념을 지금 광일앞에서 늘어놓은 것이다. 이래저래 속이 상한 마음을 달래기가 쉽지 않은지 저만치 다시 가버리는 박성은. 광일은 그 뒤를 다시금 쫒아가볼까 하다가 괜히 귀찮게 하는 것 아닐까 싶어 단념하고 말았다. 

 “ 자자...아까일은 풀고 술이나 한잔씩 하자구 !!! ” 

 오전에 있었던 회의가 그런 말다툼 끝에 끝이 나버리는 바람에 준비위원들간 분위기가 한동안 어색하긴 했지만 어차피 그런 큰 행사(수련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낭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서 오후쯤 되어서는 그래도 수련회에 필요한 물품을 사러 몇몇 멤버들끼리 시장에 장을보러 가기도 하는등 조금씩 다시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준비위원중 가장 나이가 많은 창원회관 청운회장 박지원이 밤시간이 되어 준비위원들을 다들 바닷가 모래사장(* 장소가 경남 거제 바닷가 해수욕장 인근이다.)에 모이게 해서 그곳에서 술을 한잔 나누며 서로 응어리진 마음을 풀게했다. 유일하게 고등학생이자 막내인 박성은을 제외하고는 거의다 대학생이나 재수생,취업준비생 기타등등이라 술을 마시는데 거리낄 것은 별로 없었다. 

 처음 소주 한두잔정도 할때까진 분위기가 그런대로 화기애애하게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노래도 한곡씩 부르고 – 아직 노래방이 생기기 전 – 장기자랑 삼아 인기가수의 춤을 선보이는이도 있었다. 헌데 그러다 다들 어느덧 술이 얼큰해질때쯤이었다. 

 “ 야, 임마 박성은 !!! ” 

 그렇게 시비를 걸어온 것은 인천회관 청운회 간부로 있는 인호봉이라는 이였다. 갑자기 무슨일인가 싶어 광일도 좀 놀라서 그쪽을 바라봤는데 유일하게 고등학생이며 막내 그리고 여학생이기도 한 성은에게 이런식으로 다가오며 좀 이해안가는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 너네집 귀신들린집 맞지 ? ” 

 “ 뭐라구요 ? ” 

 어느덧 술이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서 대화든 행동이든 절제력은 많이 잃어버린 분위기이긴 한데 다만 박성은은 아직 미성년자이니 ’술을 주지 말라‘며 다른 여성 준비위원들이 제지하며 그녀를 배려해주긴 했다. 그래서 성은은 혼자 술을 안 마시고 다른 콜라같은 음료수를 대신 마시고 있긴 했는데 그런 성은에게 다가온 인호봉. 얼핏 듣기로 그는 아직 대진교 청운집회에 나온지는 얼마되지 않는이라고 했다. 

 “ 니네집 식구가 뭐 스물두명이나 뭐라며 ? 그럼 그게 누가봐도 비정상이지...정상 

  이냐 ? 봐...이거 귀신들린집 맞다니까 ? ” 

 “ 뭐...뭐라구요 ? ” 

 아무리 술에 취한 상태고 그리고 청운집회에 나온지 얼마 안된이라서 대진교 종단의 돌아가는 매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는이라도 그렇지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최광일마저 들었다. 인호봉이란 자의 횡설수설이 계속 이어졌다. 

 “ 봐...이거 얘네집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정신 아니라니까. 스물두명이나 이 종단 뭐 

  라는것도 난 솔직히 상식적으로 이해 안가지만...게다가 아직 한참 공부해야하는 고 

  등학생 어린애를 이 여름에 여기까지 보낸다는게 말이나 돼 ? 그러니 이게 귀신들 

  린집이 아니고 뭐야 ? 아무래도 정상 아닌 집안이라구... ” 

 “ 이...이것봐요 인호봉씨. 아무래도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이제 좀 그만하세요. ” 

 준비위원 한 사람이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인호봉을 만류하려 들었다. 김태훈이라는 경산회관 청운회 총무사로 있는이였다. 허나 인호봉은 김태훈의 만류마저 뿌리쳤다. 

 “ 에이씨...이거 놔. 재수없으니까. 도대체 이 X의 종단은 뭐 이리 비밀이 많은건데 

  ? 게다가...너네 할애비한테 OOO(* 종단 대표의 명칭)가 천륜 어쩌구 했다는건 또 

  무슨소리냐 ? ” 

 도대체 인호봉은 누구한테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길래 이런 헛소리를 자꾸 지껄이는걸까.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는지 여성 준비위원 몇몇이 박성은을 일으켜세워 숙소인 민박집으로 들어가려 했다. 허나 박성은도 약이 바짝 올랐는지 되려 따져들었다. 

 “ 놔 !!! 나 저 XX 사과 받기전에 여기서 한발자욱도 못나가 !!! ” 

 “ 뭐...뭐라구 ??? ” 

 술은 한방울도 마시지 않은 박성은이 그것도 자신보다 평균 서너살 많은 준비위원 언니,오빠들이 있는 자리에서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버럭 질러댔고 그 바람에 다른 준비위원들까지 기겁할 지경이었다. 박성은은 계속 바락바락 대들었다. 

 “ 놔 !!! 나 저 XX 사과 받기전에 여기서 못 움직여. 사과해 !!! 사과하란말야 !!!  

  너 따위가 뭔데 우리 아빠,할아버지한테 함부로 말해 !!! 너 따위가 뭔데 우리 O 

  OO님한테 그딴식으로 말하냐구 !!! 도대체 니가 뭐야 ? 니가 뭔데 자꾸 그딴식으 

  로 말하냐구 !!! ” 

 “ 서...성은아 일단 진정하고 들어가자. 밤도 늦었으니까 그만 들어가 자자구. ” 

 


 여성 준비위원들이 일단 박성은을 달래서 숙소로 돌아가려 하지만 성은은 조금전 그 남성 준비위원에게 당한 모독에 분하고 참을수가 없는지 인호봉에게 사과받기전에 못돌아간다면서 계속 발악을 하고 있었다. 급기야 울음을 터트리며 주저앉기까지 하는 성은. 여성 준비위원들이 어떻게든 그녀를 달래보려 애썼고 광일도 걱정되어 성은에게 다가갔다. 

 “ 박성은 동지, 박성은 동지 괜찮아요 ? ” 

 “ 그냥 놔두세요 !!! 저희가 잘 해볼테니까. ” 

 어쨌든 이런 상황에선 같은 여성 준비위원들이 달래고 위로해주는게 낫겠다고 판단을 했는지 일단 술자리에서 몇발자욱이라도 떨어진곳까지 겨우겨우 나온 여성 준비위원들이 번갈아가며 그녀를 안아주고 위로해주고 있었다. 광일은 나름 박성은이 안타깝고 딱한 마음에 자신이라도 위로해주고픈 순수한 마음에 다가가본 것인데 여성 준비위원들은 그러 최광일조차 신경이 쓰이는지 그의 다가감도 제지하고 있었다. 

 “ 그만 가보시라니까요. 성은이는 저희가 달랠테니까... ” 

 아무리 그래도 순수하게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다가와본것인데 그런 자신조차도 조금전 그녀에게 모욕을 주고 희롱한 그런 남자들과 하나 다를바없는 부류로 취급하는 것 같아 순간 광일은 자존심까지 상했다. 허나 광일도 이미 술이 많이 들어간 상태라 취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라고 그녀를 어떻게 달래주거나 위로해줄만한 그런 도움이 될 존재는 못되주었을것이란건 분명해 보인다. 설사 멀쩡한 상태에서라도 원래 쑥맥이고 말주변 없는 광일임을 감안한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광일은 성은에게 별다른 도움이나 위로가 되어주진 못했을 것 같다. 

 게다가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여 술자리를 가져보는 것은 재수생 광일로서도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신기하고 호기심에서라도 처음 한동안은 다른 준비위원 형들이 따라주는 술을 넙죽넙죽 잘도 받아마셨다. 그래서 이미 주책없이 취해있는 상황. - 하긴 따지고보면 이미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성인신분의 광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수생 신분으로 이렇게 여러 사람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하는일이나 기회는 지난 몇 달동안 잘 없었을 것 아닌가. 물론 재수생 학원에서 그렇게 만나 어울리는 사람들끼리도 종종 술자리를 갖거나 하는 경우가 있긴 한가보지만 입시생 신분의 광일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는지라 여하튼 대진교 청운회 수련대회 준비위원으로 참가하기 전까진 여럿이 모여 술을 마실 기회가 거의 없긴 했다. 

 그래서 처음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마구 술을 마셔 이미 많이 취해있는 상태. 상처받아 울고있는 박성은에게 어차피 아무 도움 못되었을 것이다. 어느덧 여성 준비위원들이 성은을 데리고 위로하고 달래주면서 숙소인 민박집으로 저만치 향해가고 있었고 술자리는 이미 파장 분위기가 되어 남성 준비위원들도 자기네들끼리 쭈볏거리다 결국 하나하나 숙소로 복귀하고 있었다. 

 정작 숙소로 돌아가고픈 마음이 생기지 않은 것은 광일이었다. 그래서 준비위원들이 어질러진 상태로 그냥 놓아둔 술자리 장소를 자신이 직접 치우기도 하고 허나 그러면서 차라리 ‘잘되었다’ 싶은 듯 남아있는 소주와 맥주를 자신이 원없이 넙죽넙죽 잘도 마셔댔다. 결국 오히려 더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최광일. 이대로 이 한여름밤에 저 거제도 앞바다에 뛰어들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광일은 엄청나게 취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금 ‘왜 여기 있는가’하는 회의감이 조금씩 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나는 누구며 여기 왜 와 있는가 ?’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순간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자신이 참 못올곳을 따라왔다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원래 광일이 그렇게 불량학생들의 꾀임에 빠져 이상한일로 엮일뻔한걸 송화선배가 도와주고 그 송화선배와의 인연으로 처음 알게된 대진교 청운회. 그리고 실제 처음 그 집회에 참석한 고1 여름때부터 이후 한 1년동안은 정말 열심히 그 종단 집회에 참석한 열성분자가 되어있긴 했다. 그러나 어느덧 고3이 다가와 입시준비도 해야하고 했기에 차츰 그 종단 집회에선 자연스레 멀어지고 있었는데 그러다 뜻하지 않게 원래 송화선배가 참여하기로 되어있던 그 거제도에서 열릴 예정인 ‘전국 청운동지회 하계수련대회’ 준비위원을 송화가 갑자기 사정이 생겨 참석을 못하게 됨에따라 자신이 대신 준비위원으로 여기에 온 것 아닌가. 게다가 솔직히 학창시절에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광일이있저만 대진교 청운회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것도 없었고 여기 와서도 불과 한 하루,이틀 정도의 시간이었지만 역시 자신은 겉도는 위치에 있는 것은 크게 달라질것이 없었다. 

 결국 자연스레 ‘왜 내가 여기 와 있는가 ?’하는 회의감과 함께 이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었다. 원래 수련대회 개최기간 일주일전부터 준비위원들이 내려와 그 준비를 하고 이후 대회기간은 3박4일과 이후 정리기간까지 포함하면 최소한 열흘 이상을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준비위원들이긴 하지만 그 이틀정도밖에 되지 않은 무렵에 광일은 이런 생각이 든 것이다. ‘그냥 내일 날이 밝는대로 혼자 집으로 돌아갈까 ?’ 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일은 아니다. 거제까지 생전 처음 와보게 된 최광일이 아닌가. 게다가 내려올 때 애초 준비위원들의 1차 집결지였던 창원회관까지는 서울에서 창원까지는 박성은과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갔지만 창원회관에서 거제까지는 회관에서 운영하는 봉고차 두 대에 스무명 가까운 준비위원들이 각기 나눠타고 여기까지 내려왔다. 봉고차는 일단 준비위원들을 내려놓고 창원으로 돌아갔고, 준비위원들이 정리작업까지 다 마치고 철수하게 될떄 다시 와서 준비위원들을 창원으로 데려갈 예정이지만 부산이나 창원,대구등 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다른 준비위원들은 각자 개별적으로 복귀하게될 가능성도 있다. 근본적으로 여기가 거제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해수욕장이라 가령 거제 시내라던가 고속버스나 기차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수 있는 그곳까지 갈 방법을 광일은 지금 전혀 알지 못하다. 막연히 ‘택시를 타고 고속버스 터미널이라도 있는데까지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할수도 있지만 택시가 이 먼 남쪽 해수욕장까지 올지도 미지수고 또 택시비가 얼마가 들지도 예상하기 어렵다. - 이곳도 나름 피서지라면 피서지이긴 한데 한 하루,이틀이라도 머물며 대충 분위기를 보니까 여기까지 오는 피서객들은 차가 있는 사람은 자가용을 이용하기도 하고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여기까지 오는이들도 있는 듯 했다. 

 일단 광일은 술도 많이 취해서 복잡한 생각은 하기 쉽지 않아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어느 나무의자 같은데 대충 누워 잠을 청했다. 일단 확실히 준비위원들이 있는 숙소로 복귀할 생각은 들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혼자 고민고민하다 든 잠. 무더운 한여름밤이니 이런 해수욕장 모래사장 근처에서 잠이 드는것도 가능한 일이었는 듯 하다. 

 헌데 뜻밖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일단 다음날 날이 밝아서 무안한 가운데서도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 광일. 근데 대충 분위기를 보니까 그렇게 늦게 일어난 것은 아닌 것 같고 되려 이른 새벽같았다. 한여름이니 당연히 해는 짧을 때이고 숙소로 돌아가 대충 보니까 간밤에 어쨌든 그렇게 술을 실컷하고 잠이든 준비위원들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듯 했다. 보니까 여성 준비위원들은 자기네들끼리 쓰는 방에서 뭔가 수군거리는 느낌도 들었는데 여하튼 광일이 민박집 앞마당에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인지하지는 못하는 듯 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성대는데 그때 뜻밖의 소리가 들려왔다. 민박집은 아니고 민박집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일반주택이었는데 아마 대충 분위기를 보니까 그집 딸이든 아들이든 자녀가 아이들을 데리고 피서철을 맞아 친정집인 여기까지 내려왔다가 서울 집으로 돌아가려는 듯 했다. 대충 이런 분위기의 대화가 들려오고 있었다. 

 “ 이리 빨리 간단말이가 ? ” 

 “ 아유, 빨리 가야지. 지금은 피서철이라 낮에 무턱대고 늦게 떠나면 길 얼마나 막 

  힐지 짐작못해. 새벽에 빨리 가는게 좋아. ” 

 대충 보니까 30대 정도 보이는 젊은 부부에 그리고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딸 둘이 있는 그런 가족인 듯 했다. 여하튼 거제에서 서울까지 거리도 멀고 하니 겸사겸사 이른 새벽에 빨리 출발하겠다는 소리 같은데 광일은 ‘이게 웬 떡이냐 ?’ 싶여 일단 바로 그네들에게 다가갔다. 

 “ 저어...실례지만 서울로 가시는 분들이신가요 ? ” 

 “ 네, 그런데요. ” 

 30대 부부는 의아함과 약간의 경계심으로 이렇게 물어왔고 광일은 그냥 솔직하게 답했다. 

 “ 저...실은 죄송하지만...저도 서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중간에 하다못해 고속 

  버스 터미널이나 기차역까지만이라도 데려다주세요. 저도 거제는 태어나서 처음이 

  라...길을 잘 몰라서 그러거든요. ” 

 “ 서울까지 가시는 분이면 그럼 저희가 태워드리죠. 타세요. ” 

 생각보다 친절한 부부인지 바로 광일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광일은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절한뒤 잽싸게 민박집 안의 자기짐을 챙겨갖고 나왔다. 민박집 바로 건너편이 이들 30대 부부가 출발하려는 집이니만큼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민박집 남성방에서 가방을 꺼내올때까지도 남성 준비위원들은 아직도 세상모르고 쿨쿨 잠이들어 있었다.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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