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팬픽 - 우주소녀 설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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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청  실  홍  실 

 


 어떤 어지럽고 혼탁한 그런 공간을 지나가고 있었다. ‘어둡다’기 보다는 그냥 느낌 자체가 그랬다. 뭔가 여기저기 어질러져있고 지저분한 그런 느낌이라고나 할까. 물론 사방팔방의 시야도 ‘밝다’고는 결코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지만 ‘어둡다/밝다’쪽의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뭔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공간 그곳을 가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 카오오오~~~!!! 카오오오~~~!!! ” 

 어디선가 무슨 귀신 울음소리인지 동물 울음소리인지 요상하면서도 음산한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 목소리 같지도 않고 여자 목소리 같지도 않은 뭔가 요사스러우면서도 해괴한 소리. 가인은 겁에 질린 가운데서도 말하고 있었다. 

 “ 이...이게 뭔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리다냐 ??? ” 

 대관절 무슨 귀신의 울음소리인지 괴물의 울음소리인지 뭔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 그러다 저만치 어떤 불빛같은게 보였다. 저곳이라면 이 이상한 공간을 빠져나갈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일단 그쪽으로 가보려는데. 

 “ 카오오오~~~!!! 카오오오오오옷~~~!!! ” 

 뭔가 거듭 들리는 이상한 소리. 심지어 그 소리의 크기마저 점점 커지는 기분이었다. 가인은 어쨌든 빠져나가고자 어떤 불빛이 보이는쪽으로 자꾸 다가가보려는데. 

 “ 어엇~~!!! ” 

 뭔가 이상한 물체 같은게 보였다. 언뜻 사람의 형상 같기도 하고, 일단 가인의 눈에 들어온 그 ‘무엇’을 가인이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 어엇~~~!!! ” 

 뭔가 무섭기도 하고 피해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가인이 본능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그러다 눈을 떴다. 아니나 다를까. 꿈이었다. 무슨 악몽도 아니고 한바탕 그야말로 요상하고 어지러운 꿈을 꾼 것 같은데 어느덧 날은 밝아 있었다. 전업주부인 가인이니 어차피 남편 출근준비 하랴 아이들 학교보내려하랴 그러려면 한가하게 그 이상한 꿈이나 곱씹고 있을 상황은 분명 아니다. 허나 그렇게 남편과 아이들 출근과 학교준비하고 – 시간상 어차피 아이들이든 남편이든 빵과 계란후라이 어쩌다 소시지나 햄 한두개 얹어준 경양식으로 준비한지도 이미 오래이긴 하지만 – 그렇게 한두시간여는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난뒤 한가치가 되었을 때. 그러자 되려 간밤에 꾼 이상한 꿈이 자꾸만 가인을 짓눌러왔다.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 안명숙... ” 

 꿈속에 본 이상한 형상이 사실 안명숙인지는 분명치 않다. 게다가 어느덧 20년 세월을 잊고 산 인물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가인 자신이 엄연히 최경환의 아내가 되어 1녀1남 아이 둘 낳고 그런대로 무탈하게 잘 살아오지 않았나. 헌데 이제와서 그 여자를 떠올릴 이유가 뭐가 있단말인가. 허나 공연히 궁금해졌다. 어느덧 20년전 일인 최경환이 선을 본 상대 안명숙과 회사 말단사원과 고졸사환의 사이로 사귀게 된 자신 사이에서 삼각관계가 형성된 그 시절. 간밤에 꾼 그 이상한 꿈이 불현듯 안명숙을 연상하게 만들었다는게 좀 무리가 가긴 하지만, 여하튼 요즘들어 가인은 이상하리만치 그때 그 여자가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 지금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 안명숙 그 여자는 ??? ” 

 사실 어느덧 20년전 일이고 명숙이 가인보다 어쨌든 한 4-5살은 많은 사람이었으니 대충 나이 계산을 해봐도 어느덧 나이 40대 중반은 되어있을 것이다. 따라서 20년전 젊은시절 보았던 그 안명숙이 20년동안 어찌 변했을지 그 모습도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솔직히 20년전 그 안명숙의 얼굴도 이젠 제대로 떠올려지지 않을판인데 이상하게 자꾸만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지는 것은 가인의 천성이 착하다보니 공연한 ‘미안함’이 앞섰기 때문으로 봐도 될것같다. 

 “ 그때 내가 만약 없었더라면... ” 

 그때 가인이란 존재가 없었더라면 최경환은 이화여대 나온 안명숙과 결혼했을까 ? 또 결혼했다면 그 두 사람은 이후 어떻게 살았을까 ? 전업주부의 아이들,남편들 다 출근시키고 학교보내고 나서의 한가로운 시간이라서인지 별의별 잡스러운 생각이 다 드는 것 같다. 솔직히 미안하다면 미안한 일이다. 가인도 그때 그 정도의 이야긴 얼핏 들었다. 시어머니인 전노파가 비록 학력과 직업은 그런대로 괜찮아 보이지만 8남매의 맏이로 게다가 은행간부로 일하다 비리혐의로 구속된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몰락한 집안의 소녀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을 영 내키지 않아했다는 것. 그 안명숙보다도 조건이 더 안 좋은 가인 때문에 한동안은 전노파가 – 되려 뚱뚱하고 무식해보이는 가인을 문전박대할 정도로까지 – 마음이 안명숙에게 기울어져 있었던것이지만, 만약 그때 가인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 경환의 혼사는 과연 안명숙과 무탈하게 진행되었을까 ? 혼자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안명숙 그 여자가 행복해질수 있는길을 자신이 가로막은 느낌까지 들고. - 그날 경환이 가인을 데리고 그녀의 고향 진도까지 내려간날, 원래 명숙이 친구들과 함께 경환에게 직접 고백하기 위한 이벤트 행사를 준비중이었고, 근데 그 자리에 끝나 경환이 안 나타나자 미친 듯이 울며불며 발악하고 그 후유증으로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했다는 이야기까진 가인도 그때 분명 들었다. 따지고보면 그게 상황의 급 반전을 가져온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정신병원에 입원한 안명숙보다는, 그리고 이제와서 또다시 ‘제3의 혼처’를 알아보기 보다는 막내 경환이 그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아들 열명 안 낳아주면 쫒아낸다’는 엄포내지 협박같은 조건을 전제로 허락한 혼사. 그러니 여하튼 가인이 아니었다면 경환의 결혼상대가 이대나온 간호사인 안명숙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을 하니 이제와서 안명숙 그녀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어느덧 벌써 20년이 지난 그때의 일이.  

 “ 그후...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어떻게 되었을까... ” 

 문득 밀려드는 그리움 때문에 한번 안명숙의 소식을 수소문해보기로 했다. 그때 실은 명숙이 직접 가인을 찾아와보기도 하고 할 때 두 사람이 서로 주소와 연락처까지 교환한적은 있다. 그때 확실히 신촌 인근 어느 주택가에 산다고 그랬는데, 허나 그게 어느덧 20년전 일이니 웬만해선 다른곳으로 지금쯤 이사갔을 가능성이 더 높지 아직까지 안명숙네 가족이 20년전 신촌 그 집에서 산다고 장담하긴 매우 어렵다. 게다가 진도출신 가인은 나름 쑥맥이라서 서울에서 어디 어울리는 친구나 친지도 거의 없는 그런 몸으로 솔직히 지금 살고있는 강남구 이외 지역은 가본적이 거의 없다. 강남으로 이사오기 전까진 신길동 우진아파트에서 대략 4-5년 정도 살았지만 그때도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이외의 그렇게 멀리까지 나가본일이 거의 없고, 어느덧 가인도 강남구 압구정동에 산지가 10년 세월인 글자그대로 ‘강남 사모님’이 되어있는 상황이지만 이따금 남편 심부름등으로 미도파,신세계 같은 백화점이 있는 서울 중심가에 버스나 전철같은 대중교통을 이용 가볼때를 제외하곤 – 어느덧 80년대 후반이니 3호선 지하철은 개통되어 있을때다. - 그 외 서울 다른 지역은 가본경험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쑥맥이다. 그런 가인에게 신촌까지 가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모험에 가까운 일이다. 어쨌든 이때는 지하철 2,3,4호선까지는 개통되어 있는 시기고 신촌에도 2호선 지하철이 지나가니 가인이 시어머니 전노파마냥 그야말로 ‘낫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일자무식이 아닌 다음에야, 그것도 어쨌든 서울 강남에서 10년을 산 강남 사모님이 신촌까지 지하철타고 직접 찾아가는 것은 그리 어려운일은 분명 아니다. 다만 신촌 일대가 20년전 그때와 달라진것이나 변화가 없을지 그래서 자신이 제대로 20년전 안명숙의 가족이 살았다는 집을 제대로 찾아가볼수 있을지 그게 문제이긴 하지만. 여하튼 가인은 하루 날잡아 작심을 하고 서울시내 약도가 그려져있는 ‘지도책’까지 구입하여 직접 신촌 옛날 안명숙의 집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어쨌든 어렵사리 안명숙이 예전의 살던집을 찾기는 했다. 다행히 명숙이 가족들과 살던 이전 주택가는 아직 그대로인데, 다만 그 사이 집주인이 바뀌었는지 문패를 봐도 이미 안명숙과 관련있을만한 이름은 아니었다. - 안명숙이 이후 다른 사람과 결혼 그 남자의 문패가 걸려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안명숙의 아버지나 동생의 이름이 문패로 걸려있다면 일단 ‘안씨(安氏)’일 것 아닌가. 

 하지만 일단 한번 벨은 눌러보았다. 인터폰을 안에서 받은 듯 일단 나이많은 중년부인인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세요 ? ” 

 “ 저...사람을 찾으러 왔는디요...안명숙씨라고 아마 그 아버지가 예전에 은행 간부로 

  일하셨던걸로 아는디... ” 

 일단 ‘그런 사람이 없다’며 인터폰이 끊어질줄 알았는데 가인은 ‘괜한 걸음을 했나’ 싶어 체념하고 돌아가려고 할때쯤 누군가가 황급히 집안에서 나와 그녀를 불렀다. 

 “ 이...이봐요 저기 잠시만요. ” 

 의아함과 괜한 기대감에 가인이 돌아보고 안에서 나온 여인이 이렇게 물었다. 

 “ 혹시 안OO 선생 가족을 찾으러 오신건가요 ? 그 예전에 OO은행 OO지점장을 하 

  셨다는 ? ” 

 일단 가인도 명숙의 아버지가 무슨 은행 간부였다는것까진 알고 있다. 그리고 명숙의 아버지라면 당연히 성도 안씨일테니 가인이 명숙 아버지의 실명까지는 모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중년부인이 한숨을 한번 내쉰뒤 이렇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 그 집...이사간지가 벌써 10년도 넘는데...아직도 그 집 가족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 

  네 ? 실은 저희도 직접 그 가족을 아는건 아니고 전에 살던 사람이 자신들보다 전 

  에 살던 사람이 전해주고 갔다고 주소를 저희에게까지 인계해 주더라구요. 그래서  

  한 몇 년전에도 그 집 아들 학교 후배란 사람이 찾아오더니만... ” 

 요즘은 이런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도 이때는 산업화와 경제개발등으로 사람들이 이사를 자주 가던 시절이라 종종 있을수 있는 일이다. 혹시 이 다음에라도 이전에 알던 사람이 찾아올지 모르니 그때 이리로 연락해달라는 식으로 이사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새 집 주소와 연락처를 전해주고 가는일이. 헌데 중년부인의 말에 의하면 어쨌든 안명숙의 가족이 다른곳으로 이사를 간지는 이미 10년전이고 자신들이 이사오기전에 중간에 이사와 살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네들이 전해준 쪽지를 이 중년부인이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꽤 친절한 중년부인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여하튼 서울시내에서 이사를 자주가던 이 시절에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일이긴 하다. 여하튼 가인은 중년부인으로부터 주소와 이름이 적힌 쪽지 하나를 건네받았고, 이쯤되면 진짜 안명숙의 소식을 알기위해 지도책까지 작심하고 사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아예 지도책을 다시한번 살펴보며 주소에 적힌 그곳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 누구신지요 ? ” 

 5층짜리 연립주택이 늘어서있는 강북쪽의 또다른 한 동네. 그곳이 여인이 전해준 주소였다. 안에서는 대락 나이 40을 넘긴듯한 사람이 하나 나왔고 이름이 안인수라고 했다. 바로 쪽지안에 적혀있는 이름이기도 했는데, 그러고보니 평일 낮시간임에도 중년남자가 이 시간에 집에 있는 것이다. 의아한 가운데서도 가인은 자신이 찾아온 용무를 말했다. 

 “ 지...지는...이름은 O가인이라고 하고...실은 안명숙씨 대학후배지라... ”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 자신의 정확한 신분을 밝히기는 난감해 그런식으로 둘러댄 가인. 졸지에 이화여대를 나온 안명숙의 대학후배가 되어버린 셈인 가인을 안인수라는 남자는 한참 바라보더니 말이 없었다. 그러다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 일단 저희집에 오신 손님인데 술이라도 한잔 대접해드리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인근 가게에서 사올테니...마침 아직 우리 OO이랑 OO이도 아직 학교에서 안 

  돌아와서... ” 

 집에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는것이야 동서고금 어디에나 당연히 있는 법도고 하지만 아직 낮시간에 굳이 ‘술’을 그것도 초면의 여성에게까지 대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가인이 되려 당황해 손까지 내젓는데 안인수란 남자는 제법 친절한 미소도 한번 지어보인뒤 ‘조금만 기다리시라’고 하고 바로 집을 나가서 인근 가게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거리도 사왔다. 그러고보면 아직 ‘24시간 편의점’도 아직 활성화되기 전인 시기에 굳이 멀리 떨어진 구멍가게까지 가서 이런 술과 안주거리를 사온 셈이다. 그리고 조금전에 말한 것을 보면 대충 학교를 다니는 자녀가 한둘쯤 있는듯한데 기다리는 가운데 다소 지루해 대충 집안을 한바퀴 돌아보는 가운데서도 일단 중,고생 자녀가 한두명쯤 있는듯한 그런 분위기는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중년 남자가 이런 평일 낮에 일은 나가지 않고 집에 있다는 것. 이래저래 의아함만 한층 더해질 판인데 잠시후 술과 안주거리를 사운 남자가 가인에게 한잔 따라주며 이렇게 말한다. 

 “ 저희 누이 학교 후배라면...저희 집안 이야기는 대충 들으셨을텐데... ” 

 명숙이 8남매중 맏이라고 했으니 확실히 그의 남동생일터. 그런 남자는 명숙을 두고 ‘누나’가 아닌 ‘누이’라 칭하고 있었다. 나이터을이 그리 많이는 지지않는 아마 바로 손아랫 동생쯤 되나보다 거기까지 짐작이 되는데 가인이 일단 남자가 따라준 술을 한모금 마신뒤 대꾸한다. 

 “ 그...아버님이 무슨 은행 간부셨다는 소리까지는 지도 들었지라... ” 

 실례가 될 것 같아 그후 무슨 비리혐의로 구속된뒤 세상을 떠났느니 어쩌느니 그런말까진 차마 입에 담지 않은채 그리 대답하고, 가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아직 술을 그리 많이 입에 대진 않았으니 취하진 않았을터인데 본래 말투가 그런것인지 조금 장황하면서도 긴 사설이 이어졌다. 

 “ 맞습니다. 그리고 아버님이 그리 돌아가신뒤 누이가 사실상 집에서 가장노릇을 했 

  지요. 그때 이미 저희 어머니도 연로해지실때고 하셔서... ” 

 그리고 이후 선을 본 이야기등 사실상 가인과 경환등이 엮인 그 시절의 이야기가 좀 장황하게 이어졌다. 가인으로선 불편하다면 불편한 이야기라 일단 듣는둥 마는둥 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남자의 설명이 좀 더 이어졌다. 일단 그렇게 경환에게 실연당한 충격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헀다는 이야기까지 왔다. 

 “ 그래도 한 2-3년 정도 지나서 상태가 호전이 되어 병원에서 나오긴 했어요. 하지 

  만 그 뒤에도 누이는 실의에 빠진 상황에서 제대로 벗어나지 못해 사회생활을 제대 

  로 하지 못했어요. 간호원 일도 더 이상 하지 못했고... ” 

 ‘간호원’ 명칭이 ‘간호사’로 바뀐게 대략 80년대 중반의 일이지만 아직 나이많은 사람들은 익숙치 않아서인지 ‘간호사’보단 ‘간호원’이란 호칭을 더 쉬이 입에 올렸다. 한편 남자도 그 나름대로 좀 특이한 사연이 있었다. 그렇게 이대나온 간호사로 집에서 사실상 가장노릇을 하던 누이와 달리 남자는 본래 좀 딴따라 기질이 있었는지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들어갔다고 한다. 다만 그 어머니와 누이들이 반대할까봐 ‘연극영화과’에 들어간 것을 ‘영어연구과’라고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연극영화과가 일반적으로 줄여서 ‘연영과’라 불렸으니 영어연구과라고 하면 줄이면 ‘영연과’ ? 제법 재치있는 거짓말로 가족들을 속인 셈인데 하지만 당연히 얼마 지나지 않아 들통이 났고 어머니와 누이한테 엄청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 남자는 45년생인 안명숙과는 두 살터을로 그가 대학에 진학한 무렵은 아직 안명숙이 멀쩡하게이대병원 간호사로 재직하던때다. - 그때의 일을 착잡한 감정을 담아 회상하고 있는 안인수. 그리고 마침내 궁금해하는 안인수의 손윗누이 안명숙의 이후 이야기를 들ㄹ려주었다. 

 “ 누이 학교 동창들이 실의에 빠진 누이를 달래주고 기분전환을 시켜주려고 백방으 

  로 노력을 했어요. 그러나 쉽지 않았고...세월이 좀 지나서 한 78년 쯤이던가... ” 

 “ 대체 무엇이 어찌되었단 말씀이시오 ? ” 

 남자의 말이 좀 길고 지루해서인지 가인도 슬슬 짜증이 났고 소주 두어잔을 입에 머금고나니 가인도 취기가 다소 올라있었다. 남자의 말이 좀 이어졌다. 

 “ 신문에도 기사가 났는데...그걸 모르셨나보네요. 하긴 굳이 관심갖고 지켜보지 않 

  는 이상 그냥 지나쳤을수도 있는 일이긴 한데... ” 

 그러다 한번은 명숙의 이대동창 10여명이 하루는 날잡고 대략 경북 금오산쪽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사실 금오산이 그전까진 잘 안 알려진 곳이었지만 모 전직대통령 고향 인근에 있는 산으로 알려지면서 그때부터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긴 했는데, 그래서 그런곳으로 이화여대 간호학과 출신 동기생 10여명이 하루 날잡아서 관광버스까지 빌려 여행을 떠났다는 것이다. 안명숙도 당연히 그 여행에 동참을 하게 되었는데, 명숙의 기분전환에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 금오산 인근 기슭에서 버스추락 사고가 났어요. 버스에 탄 이대 동기생 10여명중 

  절반인 8명이 죽거나 실종되고 나머지 8명은 중경상을 입었죠. ” 

 “ 그...그래서 대체 어찌되었다는것이오 ? 들어봉께 아무래도 큰 사고였다는 것 같은 

  데...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화여대쯤 나온 동기생 십여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여행을 갔다 그런 사고가 난것이라면 확실히 신문에도 제법 크게 났을법한 큰 사고이긴 하다. 헌데 그땐 어떻게 가인이 무심히 지나쳤을까. 하긴 78년이면 그땐 가인은 신길동 우진아파트에서 광희와 광일이 키우며 한참 정신없던 시절이긴 하지만. 

 “ 중경상 입은 8명 말고 나머지 8명중 네명은 시신을 찾았지만 나머지 네명은 시신 

  을 끝내 찾지못해...실종자로 처리되었답니다. ” 

 4명사망에 4명실종. 그게 아마 초창기 사고때 난 기사제목이었던 것 같은데 안인수의 설명은 좀 더 이어졌다. 

 “ 그때 금오산 기슭에서 난 사고에서 시신을 찾지못한 네명중 한명이 우리 누이죠.  

  이후에도 한 10년을 온가족이 발벗고 나서서 금오산은 물론 그 인근 동네까지 이 

  잡듯이 찾았지만 시신으로도 산 몸뚱아리로도 누이는 끝내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 

  래서 정부에서 보상금만 받고...얼마전에 가족끼리 상의해서 이제야 사망신고 처리 

  를 하였습니다. ”  

 


 한편 명숙의 일곱명의 동생중 현재 가인을 만나고 있는 인수외에 나머지 여섯명의 동생들은 이후 대개는 무난하게 결혼해서 지금은 각자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고, 연영과를 나온 인수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유명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따금 영화나 연극 같은데 조연이나 단역정도로 출연하고 있고 그쪽으로 일이 없을때는 집에 있거나 중소기업을 하는 다른 친구의 일을 이따금씩 도와주며 살고 있다는게 인수의 이야기였다. 한편 명숙에게 그런일이 있는지 대략 2년쯤 뒤인 71년에 결혼한 인수는 이후 비슷한 연배의 아내와의 사이에 1남1녀 두 자녀를 낳았고 아내가 현재 한 시민단체의 사무간사로 일하고 있어 집안 생계의 상당수는 그녀가 책임지고 있다는게 인수네 집의 사연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안명숙은 그렇게 78년에 있었던 관광버스 사고로 사망이나 다름없는 실종상태가 되었고 이후 시신도 찾기 힘든채 10년 이상의 시간이 흘러 얼마전에 사망신고를 했다는게 그녀의 이후의 사연 아닌가. 막상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가인은 머릿속이 어지러워져 견딜수가 없었다. 

 그날 듣게된 인수의 사연이 워낙 길고도 장황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술도 많이 마셔서 잔뜩 취한채 밤늦게야 귀가한 가인. ‘어째 말도 없이 이렇게 늦었냐 ?’는 남편과 아이들의 궁금함과 책망에 답도 제대로 못한채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아니 잠자리에 들었다기 보다는 이런저런 심란함에 한참을 울었다. 

 물론 명숙과 가인이 경환을 사이에 두고 일종의 ‘삼각관계’였다가 가인이 경환과 결혼한 것이 69년의 일이고 명숙이 대학동기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관광버스가 그런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 것은 78년의 일. 9년의 시차도 시차거니와 여하튼 명숙은 정신병원에 입원한 2-3년쯤 뒤에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을 했다니까 명숙의 사고를 가인이 자신의 문제와 연관을 지어 생각하는 것은 많은 무리가 있다. 그렇더라도 가인인 명숙에 대한 한켠 미안함과 죄책감에 한동안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만약 그때 경환이 자신이 아닌 안명숙과 결혼했다면 그들 부부는 행복하게 살았을까 ? 물론 그렇게 경환과 명숙이 결혼 아이를 낳았다면 그 아이들은 광희나 광일이 아닌 가인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존재일것이니 가인이 그런쪽으로 생각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것이고 여하튼 그렇게 죽어버린 명숙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에 가인이 한동안 번민의 시간을 쉬이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평행우주 이론’이야 80년대 후반으로부터 최소한 20년 이상은 지나야 생기는 개념이니 이 시절 그것도 고등학교도 제대로 안나온 지방출신의 가인이 그런 것을 알수야 없겠지만 여하튼 ‘만약 그때 경환이 가인을 택하지 않고 명숙을 택했다면 ?’ 과연 이후의 일들이 어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78년 관광버스 사고로 이미 사망하고 더 이상 이 세상에 존재하는이가 아닌 안명숙에 대한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한 며칠후 한번 가인이 명숙이 사고를 당했다는 금오산 인근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명숙까지 포함 총 8남매나 되는 그네들 가족이 10년 이상을 샅샅이 찾다가 끝내 시신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최근에 사망신고를 했다고 하니, 학력이나 이런저런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지금은 그저 나이 40이 다 되어가는 평범한 중년부인인 가인이 그곳을 혼자 찾아가 어찌 명숙의 흔적을 찾을수 있겠냐만은 여하튼 한번 그곳을 찾아가 보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는 그런 심리상태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가족들에겐 ‘고향친구가 아프다는 연락이 와서 좀 내려가봐야겠다’는 거짓말을 하고 가인은 진도가 아닌 구미로 내려가는 고속버스를 탔다. 서울에서 구미까지야 직통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가 생긴지도 이미 오래이지만, 전남 진도에서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살다가 서울로 올라온 가인도 지금까지 자신이 살았던 강남 일대나 그보다 앞서 살았던 영등포구 신길동 인근 또는 미도파,신세계등이 있는 서울 중심가 외에는 서울 시내에서도 가본 지역이 거의 없을 정도인데 하물며 경상도 지역을 가보는 것은 지금이 난생 처음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나 이런것도 없는 시절이라 30대 후반 중년부인이 생전 처음가는 지역을 아무리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 내려간다 하더라도 가기가 쉽지 않은 시절이긴 한데 가인은 지도책까지 사서 구미까지 가서 금오산을 찾는 방법을 나름 치밀한 구상까지 해서 일주일뒤에 그렇게 구미로 내려간 것이다. 

 “ 이보시오 !!! ” 

 그렇게 일주일후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가서 당도한 금오산 일대. 공연히 인근 여기저기를 돌며 한번 명숙을 불러보았다. 불러보나마나 이미 11년전 그런 관광버스 사고로 실종상태가 된 여인이 어찌 가인의 부름으로 답을 할수 있겠냐만은 가인은 이런저런 복잡한 심경에 한참을 그 인근 여기저기를 돌며 나름 애타게 그녀의 이름을 불러본 것이다. 

 “ 이보시오 안명숙씨. 지금 대체 거기 어디에 계신것이오 ? 혹 살아있지 않은 혼백 

  이라면 그 혼백이라도 한번 답이나 해보란말이오. ” 

 그렇게 한참을 아무런 의미없는 부르짖음을 해보며 금오산 인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인근 휴게소 같은데가 보이는 그런곳에서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어찌 가인에게 안명숙의 죽음에 털끝이나마 책임이 있다고 말할수 있겠냐만 가인으로선 명숙에 대한 이런저런 미안한 생각에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면 오전에 고속버스로 출발 점심때를 조금 지나 도착하여 한참을 이 인근을 돌아다닌것인데 그러니 밥때가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난때이건만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도 않게 배고픔도 잊고 한참을 헤매돌아다니며 명숙의 이름을 불러댄 것이다. 그리고 대략 휴게소가 있는 인근에 주저앉아 서럼게 운 가인. 여하튼 그때나마 허기를 좀 느끼는 것은 어쩔수가 없어 대충 인근에 보이는 관광지 식당같은데서 뭐라도 좀 먹기로 했다. 

 “ 이보시오...막걸리하고 파전이나 좀 주시오. ”  

 그러고보니 밥을 파는 집은 아니었고 술과 안주따위를 파는 그런곳인데 가인도 확실히 분명 평상시 술을 그리 즐기는 성격은 아니건만 이 시간에 이런저런 복잡하고 심란한 생각에 술을 찾지 않을수 없던 것이다. 일단 배가 많이 고파 적당히 음식점 주인이 내온 물이라도 벌컥벌컥 마셔대 물배를 좀 채우고 그러다 곁에 있는 신문 한부가 눈에 들어왔다. 대충 보니까 느낌에 새로 들어온 신문같지는 않고 아마 앞에 손님이 몇장 보다가 재미가 없기라도 했는지 대충 던져놓은 것 같은데, 가인으로선 주문한 음식이 나올때까지 적당히 시간이라도 때우기 위해 신문을 집어 훑어보았다. 

 보니까 유명한 정규 일간지나 이런 것은 아니고 이런 지역에서 파는 상대적으로 지명도 낮은 주간지 같았다. 사실 이런데 나오는 기사중 상당수는 허위나 과장이 많다는 것은 가인도 귀동냥 정도는 어디서 들은게 있어 대충 알고는 있다. 허나 지금 그런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대충 시간보내기 용으로 읽게된 신문인데, 그러다 눈에띄는 기사가 하나 눈에 들어왔다. 

 “ 금오산...카오카오 유령 ??? 이게 대체 뭔소리다냐 ??? ” 

 금오산은 확실히 지금 가인이 관광이 아닌 한번 11년전 그렇게 사망이나 다름없는 실종상태가 되었다는 안명숙의 흔적이나 한번 찾아볼 생각으로 찾아온 이곳이고 신문의 제목은 대충 ‘영남...’어쩌구 이렇게 되어있는 것으로 봐서 확실히 이 지역일대에서 발행하는 주간지가 틀림없어 보였다. 헌데 그 신문 대략 중간쯤에 한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제법 비중있게 다룬 기사가 실려있는 것이다. 

 “ 대체 이것이 뭔소리여 ? 금오산에 뭔 귀신이 나온다는 것이여 ? ” 

  


 어쨌든 무슨 기사고 내용인지 궁금하긴 해서 대충 읽어내려가던 참이었다. 뒤에서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들렸다. 

 “ 아지매요 !!! ”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아니겠지 하고 기사 읽는데만 열중하고 있는데 소리가 다소 커졌고 이어 누군가 이미 가까이 다가와있는것도 느껴졌다. 소리가 다시금 나왔다. 

 “ 아지매요. 죄송하지만 그 기사좀 한번 읽어주시고 지한테 말씀해 주실수 없십니꺼 

  ? ” 

 “ 뭣이라 ? ” 

 돌아보니까 일단 바로 이 음식점 여직원이긴 했는데 일단 조금전 자신에게 음식을 날라다준 그 직원은 아니고 그보다는 좀 나이들어 보이는 종업원이긴 했다. 어리둥절하게 종업원을 바라다보는 가인에게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그...금오산에 무신...귀신 나온다는 기사 있지 않습니꺼. 지가 실은 아까 무서버서 

  다 읽지 못하고 내놓은거거든예. 그래서...죄송하지만 그 기사좀 읽어주시고 내용을 

  쪼매만 말씀해 주시라예. 죄송합니더. ” 

 무슨 문맹이라서 대신 기사를 읽어달라는것도 아니고 기사 내용이 무서워서 못 읽어봤다며 자신보고 대신 읽어본뒤 내용을 말해달라는 것 아닌가. 가인으로선 그야말로 황당무계할 지경이었다. 

 ‘ 썩을것아. 시상에...너거는 무섭고 나는 안무섭다냐 ? 게다가 종업원이 손님에게  

  기사를 대신 읽어줘도 시원치 않을판에 ? 뭣이여 ? 손님인 날더러 뭘해달라고 ?  

  세상 어느천지에 그런 예의법도가 있다더냐 ? ’ 

 이렇게 항의하고픈 마음이 굴뚝연기처럼 올라왔지만 일단 가인은 꾹 참았다. 그러고보면 나이나 좀 어린 종업원이었다면 아직 사회경험도 일천할것이고 무엇보다 기사 내용이 너무 무서워서 다 못읽어봤다는 것을 그런대로 이해해줄만도 한데 대충봐도 그리 어린 종업원은 아닌 나이 한 서른은 되어보이는 여자가 이러는 것 아닌가. 경상도를 생전 처음 와보는 전라도 출신의 가인으로선 그저 이래저래 황당함만 더 극에 달하는 중인데, 그러나 여기서 굳이 얼굴 붉히고 싶지는 않아서인지 일단 종업원의 부탁을 수용한다. 

 “ 그...그라죠 뭐...지가 다 읽어보고 있다가 말씀 드리겄소. ” 

 그리 말하고 주문한 음식과 술을 거의 비워갈때쯤 문제의 신문기사를 다시 집어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면 원래는 앞서 있던 손님이 보고는 내팽개치고 간 신문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저 종업원이 아침에 읽다가 내버린 것 아닌가 그런 의심도 들긴 하는데. 무엇보다 음식점도 작고 평일 낮임을 감안해도 손님이 그리 많아보이지 않는 그런 식당이긴 했다. 여하튼 일단 기사를 다시금 차분히 읽어내려가는 가인. 술기운이 살짝 올라있는 상태이지만 일단 기사 내용은 제대로 눈과 머리에 들어왔다. 

 사실 어느정도 짐작은 했지만 별다른 내용은 없는 그런 기사였다. 대충 내용을 보니 금오산 인근 군부대에 – 금오산 인근에 원래 군부대가 있는지는 가인이 지금 확인할 방법이 없지만 일단 기사 내용에 의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 가끔 밤같은데 바람도 없는데 문이 휙 열리거나 닫히기도 하고, 또는 군부대 부대원은 물론 등산객이나 인근주민들도 간혹 깊은밤에 금오선 어디선가 ‘카오카오’ 하고 이상한 짐승 울음소리인지 귀신 울음소리인지 이상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그래서 그때부터 부대원이나 등산객들이 의문의 소리를 내는것에 대해 ‘카오카오 유령’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게 기사 내용의 전부였다. 그러고보면 울음소리 조차도 무슨 짐승 울음소리인지 정말 귀신이라도 흐느끼는 소리인지조차 확인도 되지 않은채 그저 막연한 인근 군부대원이나 등산객들의 인터뷰 내용만 실은게 전부이니 정말 금오산에 카오카오 유령이란게 있기나 한것인지 그야말로 실체가 불분명한 그런 내용의 기사였다. 

 일단 식사를 마치고 음식점을 나오면서 아까 그 부탁하던 종업원에겐 문제의 기사 내용을 말해주긴 했다. 오죽 겁에 질렸으면 손님에게 대신 기사를 읽어달라는 부탁까지 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막상 종업원도 가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는 별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지 ‘그게 전부냐 ?’며 되물어오면서 실망하는 기색마저 역력했다. 그 종업원의 반응이 어이없어서 피식 실소까지 터트린뒤 식당을 나온 가인. 허나 이래저래 더더욱 기분이 묘해졌다. 하필 그렇게 안명숙이란 여자가 70년대 후반에 제 친구들과 금오산으로 관광여행을 떠났다가 추락사고로 사망이나 다름없는 실종상태가 되었고 이런저런 안타까움과 미안한 마음에 한번도 와본적 없는 경상도 구미의 이곳 금오산까지 일부러 찾아와본것인데 하필 이런 상황에서 그런 기사까지 접하게 되다니. 

 물론 70년대 후반에 있었던 안명숙의 죽음과 금오산 ‘카오카오 유령’은 10년의 시차가있으니 그 연관성을 논하는 것은 너무 무리다. 실제 기사에서도 그런 유령 목격담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는 이야기도 아니고 기껏해야 몇 달전 또는 1-2년전부터 그런 이상현상이 있어왔다는 정도라서, 어쨌든 이미 10년전에 죽고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안명숙이 ‘금오산에서 카오카오 유령이라도 되었나 ?’  그런식으로 추론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는 이야기인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인은 식당을 나온 뒤에도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금오산을 다시 몇 번을 바라보았다. 안명숙이 카오카오 유령이 되었다는 확증이라도 있는것도 아니고 이미 11년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봐야하는 그런 안명숙이 그런 귀신이나 유령이 되었다 하더라도 평범한 보통 아줌마에 불과한 가인이 그런 귀신을 만나볼 재주가 있는것도 아니지 않겠는가. 그저 금오산만 다시금 의미심장하게 눈물지으며 바라본뒤, 집으로 돌아가야겠기에 고속버스 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길뿐이다. 

 “ 잘 다녀왔어 ? ” 

 서울 집에는 한밤중에 당도했고 이번에는 어쨌든 거짓핑계일지언정 ‘고향친구가 아프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봐야 한다’는 식으로 식구들에게 말했기에 남편도 아이들도 늦는 아내에게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다만 가인은 피곤한몸과 착잡한 심정을 섞어 침대에 그대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남편 경환도 아내가 먼길 여행을 다녀와 많이 피곤한가보다 하고 더는 귀찮게 하지 않았다. 

 “ 이보시오... ” 

 그로부터 다시 며칠이 지났을까. 가인이 한밤중에 남편 경환을 잠자리에서 불렀다. 깊이 잠자리에 들었다가 아내가 깨우는 바람에 그만 잠을 깬 경환. 의아하게 바라본다. 

 “ 나 한번만 봐주실라요. ” 

 “ 이 시간에 뭐야 갑자기 ? ” 

 일단 큰 형광등불을 이 시간에 켜긴 그래서 침대 머리맡의 작은 갓전등불을 켠 가인. 그리고는 남편을 바라보며 이렇게 묻는다. 

 “ 나 이쁘오 ? ” 

 “ 허허 참... ”  

 솔직히 괜한 농담이나 예의상으로도 가인은 ‘이쁘다’고 말하기는 힘든 외모와 체구를 가지긴 하였다. 오죽했으면 시어머니 전노파도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바로 기겁하며 내쫒아버렸고 다른 손주,손녀들에게도 – 그네들에겐 숙모뻘일 – 막내 며느리 가인을 처음 보았을때의 느낌을 ‘커다란 킹공이나 고릴라가 들어오는줄만 알아 무서웠다’는 식으로 말했겠는가. 여하튼 ‘이쁘냐 ?’는 물음에 대답을 유보하는 남편을 보니 그런 대답을 듣기는 글렀다고 포기했는지 가인은 달리 질문을 건넨다. 

 “ 그럼 이렇게 한번 묻겄소. ” 

 “ 이 사람이 근데...이 밤중에 갑자기...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 ” 

 “ 나랑 결혼해서 행복하였소 ? 혹시 후회한적은 없었소 ? ” 

 “ 뭐어 ? ” 

 가인이 문득 안명숙의 일이 생각이 나 그녀의 소식이 궁금해졌고 그리고 그것을 알아보다 그녀가 이미 11년전 그런 관광버스 사고로 금오산 기슭에서 실종상태가 되어 지금은 (시신을 찾지 못해) 사망신고까지 된 상태고, 그런 명숙에 대한 괜한 미안함 때문에라도 그녀가 사고를 당했다는 금오산까지 내려가봤다는 이야기. 그 이야기를 가인은 일단 하지 않기로 했다. 무덤속까지 가져갈 비밀로까지 할 작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 순간만은 말하지 않고있는 가인. 그저 다만 혼자 이런 생각을 곱씹을뿐이다. 

 ‘ 그 안명숙이란 여자와 결혼했다면...이 사람의 결혼생활은 행복했을까 ? ’ 

 물론 경환이 가인이 아닌 안명숙과 결혼했다면 그 두 사람 사이에선 광희나 광일이 아닌 전혀 다른 존재의 자녀가 나왔을터이지만 가인으로선 지금 이순간 여하튼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 것을 어쩔수 없다. 그런 아내의 속마음을 알길없는 경환은 피곤하니 그만 자야곘다며 다시 잠자리에 들고 가인은 혼자 거실로 나와 창가에 기대 잠옷차림으로 어두운 밤하늘을 한참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다.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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