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팬픽 - 다이아 기희현 (9.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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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2 

 


 11월 중순을 지나 대략 하순으로 접어들 무렵에 나나가 출산을 했다. 병원에 입원을 할때도 천상 승호의 도움을 받는수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병원에서 입원수속을 할때도 공교로운 오해가 좀 빚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어쨌든 환자 보호자는 아버지 이름으로 등록을 해야지 그렇다고 자기 이름을 써넣을수는 없는법. 일단 나나는 순산을 했고, 퇴근을 해 저녁때가 돼서야 그런 아내를 보러온 아버지에게 나나를 인계하고 승호는 착잡한 심경을 달래며 소리의 거처를 찾았다. 

 “ 낳았대 ? ” 

 소리도 나나가 오늘 출산을 했다는 말은 들었을테니 보자마자 바로 이와같이 물었고 헌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승호가 별다른 대꾸가 없다. 소리는 혹여 승호가 자신의 질문을 못들었나 싶어 목소리 톤을 살짝 높여 다시금 묻는다. 

 “ 낳았냐구 ? ” 

 하지만 여전히 대꾸없이 창가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쪽에서 바깥을 응시하고 있는 승호. 한숨만 살짝 내쉴뿐 여전히 대답이 없자 결국 소리가 화를 낸다. 

 “ 아니 도대체 사람이 묻는데 왜 대답이 없어 ? 나나 오늘 출산한대며 ? 애 무사히 

  낳았냐구 ? 아니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거야 ? ” 

 무슨 역사속의 인물이던가. 하늘에서 그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때 ‘낳았느냐 ?’는 소리가 세 번 들리더라는 그야말로 전설같은 이야기. 하지만 이건 그런 상황과 비교가 될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고 나나가 순산을 했는지 그 궁금함에 묻는 소리의 세 번째 반복질문. 결국 승호가 답한다. 

 “ 낳았어요. 그리고 아들이래요. ” 

 “ 그래 ? ” 

 의외로 무덤덤하기는 소리나 승호나 마찬가지다. 마냥 기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싫은 기색을 드러낼수도 없는 뭔가 기분이 묘해지는 한순간이라고나 할까. 승호가 소리에게 다가와서 그녀를 안아본다. 

 “ 누나... ” 

 말없는 소리. 승호의 말이 이어진다. 

 “ 어찌되었거나...우린 그냥 우리대로 행복하게 살기로 해요. ” 

 “ 그래, 그러자꾸나. ” 

 소리의 눈에도 괜시리 눈물이 고이고 그렇게 잠시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오히려 그래서 서로간에 의지하고픈 마음은 더더욱 강렬해지는것인지 손을 굳게 잡고 있다. 

 한편 결국 승호와 소리는 결혼승낙을 받았고 이듬해 봄에 식을 치르기로 했다. 그러고보면 나나와 준성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린지 한 열달쯤 지난 시점에 두 사람이 식을 올리게 되는것인데, 그렇게 준성의 재혼도 승호의 결혼도 그런대로 큰 탈은 없이 이루어진 셈이다. 한때 승호를 짝사랑하던 나나 입장에서 아무리 그래도 하필 자신의 대학선배이기도 한 소리가 자기 며느리가 되는 것은 불편한지 반대하고픈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자칫 그러다 승호가 자신을 진짜 미워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생겨서인지 결국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도 못했다. 게다가 임신중인 젊은 새어머니 나나를 승호가 그런대로 친절하게 배려해주고 존중해준것도 나나의 마음을 어느정도 움직이게 하는데 한몫 한걸로 봐야할 것 같다. 

 허나 나나가 무슨 부처도 도인도 아닌 그냥 ‘보통여자’인 이상 막상 그렇게 승호가 소리의 남자가 되는데 덤덤한 모습으로만 지켜볼수만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렇게 준성의 아내가 되어 나타난 첫날 승호 앞에선 당돌하게 ‘선배 여자가 될수 없다면 엄마라도 되어보고 싶었다’고까지 말하던 소리가 아니던가. 게다가 한술더떠 승호가 너무 이쁘거나 미인인 여자는 질색이고 오히려 남성적인 직업에 종사하거나 다소 털털하고 적극적인 그런면을 가진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혹시 이혼가정에서 자라나 여성관이 왜곡되어 있는 것 아니냐 ?’며 자신이 오히려 진정한 여성의 매력을 일깨워주고 싶거나 정상적인 여자를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의사까지 밝혔던 나나이기도 하다. - 그렇다고 소리의 성격이나 외모가 비정상이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 그래서일까. 막상 승호와 소리의 결혼이 확정되고 결혼식날이 잡혀지자 그 전날밤. 나나가 승호의 방문을 두드려본다. 

 “ 선배... ” 

 “ 새어머니... ” 

 이 밤늦은 시간에 자기방에 들어서는 나나를 다소 당혹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승호. 헌데 막상 그렇게 방에 들어와보고나니 무슨말을 어찌 꺼내야할지 생각이 잘 안 나는것일까.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고는 고개를 살짝 떨군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다. 어쨌든 이 밤이 지나면 다른 여인의 남자가 되어있을 승호인데 이 중요한 시간에 이러고만 있는 나나. 아까운 시간이 일초일초 흐르고 있는데도 아무말도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고 야속할 따름이다. 헌데 마치 ‘말하지 않아도 알것같다’는 듯이 승호가 소리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와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 새어머니... ” 

 순간 어떤 가슴떨림을 느끼던 나나. 하지만 ‘새어머니’란 호칭에 다시금 야속한 눈물이 솟구친다. 그렇게 일단 승호를 잠시 바라보는 나나. 물기젖은 눈을 승호가 한번 닦아준다. 

 “ 아버지랑 행복하게 잘 사세요. 그리고 제 동생도 잘 키우시고... ” 

 그렇게 당부하듯 말하는 승호. 정말이지 이 순간 무슨말을 해야할지. 나나의 나쁜 머리로는 마땅한 좋은 표현이 아무래도 생각나지 않을것만 같은데 그래서 다만 떨리는 목소리로 승호를 이렇게 부른다. 

 “ 선배... ” 

 “ 자꾸 선배라고 부르면 아버지한테 혼나요. 아직 모르겠어요 ? ” 

 안 그래도 승호와 나나의 관계를 알고나서는 ‘아무리 그래도 내 아들한테 선배라고 부르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며 호통을 친바있는 승호의 아버지 준성이기도 하다. 물론 그게 신경쓰여서라도 나나는 승호에 대한 호칭을 ‘선배’에서 ‘승호씨’로 바꾸려고 노력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그러고 싶지 않은 듯. 농담인지 진담인지 이런식으로 나오는 승호가 얄미운 듯 잠시 흘겨보기까지 한다. 다시 승호를 불러보는 나나.  

 “ 선배...아...아니 승호씨... ” 

 결국 이렇게 호칭을 수정하고 마는 나나. 허나 막상 다시 이렇게 부르고나니 괜시리 또 가슴 한켠이 요동치게 된다. 정말이지 이 순간이 너무 야속하고 싫은듯한 감정의 나나. 다만 용기내어 승호의 손을 한번 잡아보기는 한다. 

 “ 선배... ” 

 “ 예, 새어머니. ” 

 굳이 ‘새어머니’란 호칭을 강조해서 입에 담고있는 승호.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안아줘요...아...아니 그보다... ” 

 나나 성격에 맨정신으로 어떻게 이런 말을 할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지경이기까지 한데, 그야말로 어떤 초인적 의지에서 내뱉은 말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이 순간만큼은 놓치지 않고 싶은게 나나의 심정. 어질어질한 머릿속으로 눈을 한번 질끈 감아본뒤 이번엔 이렇게 내뱉는다. 

 “ 저...키스...아니 뽀뽀한번만 할수있게 허락해줘요. ” 

 승호가 허락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나나가 다가와 그래도 차마 입술에는 못하겠는지 입술과 볼 사이 대충 애매한 부분에 살짝 입맞추는 나나. 그리고 떼기는 싫은지 한참동안 입술을 붙인채 가만히 있다. - 소리가 봤으면 진짜 눈 뒤집어졌을 장면이다. - 

 ‘ 혹시 다음생에 있어 그때 또 만나게 된다면...그땐 선배 아내가 되어보고 싶어요. 

  그땐 그래도 되죠 ? ’ 

 차마 이런말까진 입에 담기 쉽지 않은 듯 그저 이 자세(입술을 승호 볼에 붙인 자세로)로 울고만 있는 나나. 승호가 그런 나나를 달래듯 품에 한번 꼭 안아준다. 나나가 그런 승호의 품안에서 하염없는 눈물만 원없이 흘리고 있다. 

 


 5월에 결혼식을 올렸고 그 두달뒤인 7월에 승호와 소리가 미국으로 나가게 되었다. 마침 무슨 하늘의 도우심이라도 있었는지, 원래 승호가 취직한 중견기업이 이때 한참 사업이 확장되고 잘나갈때라서 이때 처음으로 미국에 지사를 내게 되었는데 미국으로 가줄만한 마땅한 사람을 찾는 중이라서 승호가 ‘잘되었다’ 싶어 자원을 한 것이다. 물론 영문과 출신인 승호이니 미국에서의 직장생활이든 무엇이든 아무런 지장이 없을것이다. 

 다만 미국으로 나가게 되기전까지 두달여는 좀 애매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소리가 나나하고 한집에 사는 것은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렇다고 별도의 ‘제3의 거처’를 따로 마련할 형편이 안되는 것은 준성의 가족이나 소리쪽이나 피차 마찬가지라서 하는수없이 승호가 어떨때는 원래 자기집인 아버지 준성의 집에서 지내다가 또 어떨때는 소리의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아내와 함께 지내다가 그렇게 두 집을 왔다갔다 하면서 사는 그야말로 본의아니게 두집살림(?) 아닌 두집살림을 하게되는 애매한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여하튼 그 애매한 두집살림도 그리 오래가지 않고 두달로 마감이 되었다. 마침내 비행기로 출국하게 되는날 준성과 나나가 함께 나와서 승호와 소리를 배웅했다. 나나도 나나지만 준성 입장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이렇게 외국으로 보내게 되는 것 아닌가. 물론 대학도 지방대를 다니게 된데다 그 사이 군대까지 다녀와서 그때도 아버지 준성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었지만 여하튼 준성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생기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러니 준성은 준성대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이 안쓰럽고 또 나나는 나나대로의 착잡한 감회에 또 한바탕 눈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출국장이었다. 

 허나 눈물을 쏟던 준성이나 나나와는 달리 막상 비행기에 타고 그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 소리는 모든 것이 홀가분하고 뿌듯하다는 듯 비행기 의자까지 살짝 뒤로 젖힌뒤 기지개까지 켜고 있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 으아~~~!!! 시원하다 진짜 !!! ” 

 옆좌석 승객들이 깜짝놀라 쳐다볼정도로까지 소리높여 그 홀가분한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소리. 심지어 설상가상으로 이렇게까지 말한다. 

 “ 진짜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왔을때마냥 시원해. 아우우우~~~!! 시원해~~~!!! 정 

  말 시원해~~~!!! ” 

 “ 누...누나 좀 조용히 해요. ” 

 아무리 평상시 승호가 좀 터프하고 괄괄한 그런 성격의 여자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해도 그것도 어느 정도가 있지 이건 진짜 너무하다 싶어서 결국 소리의 입을 막으면서까지 진정시키려고 했다. 이런 성격의 여자를 좋아한 것을 정말 태어나서 처음으로 후회해보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승호가 당황해서 이렇게 나오자 소리도 좀 자제하는 분위기이긴 했는데, 승호가 일단 그런 소리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그렇게 시원해요 누나는 ? ” 

 “ 시원하지 그럼...넌 안 시원하냐 ? ” 

 하긴 소리의 입장이야 충분히 이해하고 남음이 있으니 승호가 더 할말이 없다. 승호야 어쨌든 아버지의 재혼상대인 젊은 새어머니 (그 상대가 하필 대학 후배가 되었건 누구였건간에) 인정해드리고 존중하며 살면 된다 치지만 소리 입장에선 그야말로 졸지에 대학후배를 시어머니로 모실뻔한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던 것 아닌가. 바로 그것때문에라도 웬만하면 나나와 함께 살고싶지는 않아서 식을 올리고 나서도 그냥 자신의 오피스텔을 거처로 하면서 그곳으로 승호를 오게했던 소리다. 그야말로 승호를 졸지에 ‘두집살림 하는 남자’로 한 두달이나마 만들어버렸던 그런 소리. 그 소리가 이제 어쨌든 최소한 나나하고는 부대끼거나 마주칠일이 웬만해선 거의 없을것이라 생각하니 한없는 해방감과 뿌듯함을 만끽하는 것. 충분히 이해할수 있는 그녀의 심리이긴 하다. 너무 좋은지 미소띤 얼굴로 지구행성에서 가장 편할 것 같은 자세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리. 승호만이 착잡한 표정으로 비행기 창가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승호와 소리가 탄 비행기가 그렇게 미국으로 날아가고 있을 때 집으로 돌아온 나나는 목욕이라도 하겠다며 욕실로 들어갔다 나온뒤 말없이 거실 창가로 가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그래도 이쯤되면 어느정도 감정정리도 되어있을만한데 그렇지 못한것인지 다시 슬퍼지는 나나의 모습. 준성이 그냥 놓아둘까 하다가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다가온다. 

 “ 왜 ? 서운한겐가 ? ” 

 그런 준성을 흘깃 바라보는 나나. 무슨말을 어찌 꺼내야할지 몰라 난감하기도 하다. 공연한 죄책감에 살짝 고개를 돌리기도 하는 나나. 준성이 그런 나나의 양 팔을 한번 잡아본다. 

 “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해봐. 어차피 인간의 감정이란게 무자르듯 하루아침에 단칼 

  에 잘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야. ” 

 “ 그...그건 아니에요 여보. ” 

 당황한 듯 바로 손까지 내저으며 부인의 말을 입에 담고있는 나나.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사뭇 어떤 굳은 결심이라도 한듯한 태도다. 

 “ 여보... ” 

 “ 그래요 뭐. 할말이 있으면 하구려. ” 

 젊은 아내의 이야기를 어떤것이든 다 들어줄 자세가 되어있다는 듯 나오는 준성. 나나가 사뭇 안타깝고 애틋한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여보, 저...어찌되었든간에...지금은 분명한 당신의 아내에요. 그리고... ” 

 “ ...... ” 

 “ 분명히 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서 선택한거에요.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변 

  함없구요. ” 

 원래 준성이 승호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른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통역사 알바를 하다가 알게된 중소기업가 김준성이 아니던가. 그렇게 시작된 사랑. 그러니까 적어도 그 당시만큼은 준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진심이있다는 것. 그것만은 거듭 믿어달라고 말하고 있는 나나. 물론 그렇게 승호로부터 단단히 상처받고 나름 어떤 심통에 일부러라도 나이많은 남자를 택한것인지 거기까진 알수없지만, 그런 어떤 반작용이나 반발심이 어느정도 있었을지언정 적어도 준성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다는 것. 그것만은 다시한번 강조하고 있는 나나. 준성이 그런 아내를 말없이 바라본다. 

 “ 그래요...다른건 몰라도 나 역시 당신을 믿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 

 물론 준성도 어느정도 재력을 갖춘 사업가였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준성이 돈한푼 없는 빈털터리였다면 그래도 20대의 나나가 나이많은 준성을 택할수 있었을지 거기까지는 장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쨌든 사랑하는 마음이 그보다 먼저 앞섰다는 것. 그것이 나름 고전적인 가치관을 갖고있는 요즘 젊은여자 답지않은 20대의 여성 임나나. 그녀의 실체인 것이다. 

 “ 여하튼 우린 우리대로 행복하게 살도록 합시다. 그러면 되는 것 아니겠소 ? ” 

 “ 네, 맞아요 여보. ” 

 남편의 그와같은 말에 화색이 도는 나나. 남편의 이런말이 확실히 위로가 되는듯하다. 그야말로 철없고 순진한 나이어린 아내처럼 해맑게 웃으며 준성에게 안기는 나나. 준성이 그런 아내를 번쩍 안아올려 한바퀴 돌아보기까지 한다. 나나는 그 안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좋아 어쩔줄 모르고 준성은 ‘어디서 내게 이런 복덩이가 굴러왔나’ 싶은 생각으로 역시 한없는 행복감에 젖어들뿐이다. 

 


 한편 미국으로 건너간 승호와 소리는 그후 반년쯤 뒤에 아이를 갖게 되었다. 열달쯤 뒤에 출산을 하게 되니, 이때 나나와 준성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는 어느덧 만 2세(생후 24새월)가 다 되어갈 무렵이다. 그러고보면 나나와 준성이 결혼한지도 어느덧 2년반 이상이 지났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두 사람의 결혼생활이야 별탈없이 행복한 시간이 한참 계속되고 있는중이다. 한편 나나의 아이 이름은 민호라고 지었다. 무엇보다 다행히도 최소한 조카보다 늦게 태어나는 삼촌이라던가 이런 사태는 면한셈. 나나로선 어느덧 두 살이 된 자기 아들을 바라보며 어느덧 지금쯤은 출산을 했을 소리와 승호를 생각해보니 공연히 묘한 감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소리로부터 전화가 걸려온게 대략 그 무렵의 일이다. 여하튼 소리로선 여전히 나나를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그래도 명색이 가족이니 이따금 소식정도는 전해주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아주 가끔 전화는 해오는 것이다. 두 사람의 통화가 대략 이런식으로 이어진다. 

 “ 출산 하셨다면서요 김소리씨 ? ” 

 승호는 몰라도 최소한 소리에게는 ‘선배’가 아니라 ‘김소리씨’란 표현이 아주 입에 척척 잘 붙는 나나. 어느덧 2년의 시간이 흐르기도 했지만 어쨌든 승호-소리 내외는 미국에 가 있으니 자주 보거나 대화나눌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아닌가. 그래도 명색이 며느리가 되는 소리에게 굳이 꼬박꼬박 ‘김소리씨’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어째 그녀를 놀리기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뭐...저도 아들이에요. ” 

 소리도 나나에게 존대말을 쓰고 있긴 하다. 어쨌든 그동안 소리가 나나에게 일부러 전화를 하거나 하는일은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여하튼 남편의 새어머니가 되는 나나에게 계속 반말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스스로 했는지 이와같이 표현하고 있는 소리. 여전히 어색함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이런식으로 통화는 대체로 무난하게 이어지는 셈이다. 

 “ 몸은 건강한거죠 ? ” 

 “ 아주 건강하니 그런 걱정까진 안하셔도 돼요. ” 

 “ 그래요 뭐...아기도 건강하게 자라길 빌께요. ” 

 “ 저랑 아기사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으니까 언제 한번 시간있을 때 들어와서 보 

  세요. 제 인스타 아이디는 아시죠 ? ” 

 요즘 여자 답지않게 소리나 나나나 은근히 컴맹인지 영상통화 프로그램은 깔줄을 몰라서 대신 그렇게 인스타를 통해 소식이나 근황을 주고받는 방식을 택한 듯 하다.   여하튼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하는 두 사람. 소리와의 전화통화를 마무리한 나나는 기분이 다시금 묘해진다. 

 “ 그래, 그 애들이 출산을 했다고 ? ” 

 퇴근을 한 준성이 아내로부터 그렇게 소식을 전해들었고 나나가 소리와 통화한 내용을 그대로 전한다. 

 “ 아이 상태도 건강하고 대체로 무난한가봐요. ” 

 “ 허허...다행이구먼. ” 

 한편 어느덧 두 살이 된 나나의 아들 민호가 공연히 칭얼거리며 제 엄마품으로 안겨드는데 나나가 그런 아이를 재우느라 약간의 소란이 벌어진다. 준성은 그 모습을 보며 잠시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 허허...어쨌거나 나도 이 나이에 이런 아이를 다시 낳아 키우게 되니 참 감개무량 

  허구먼... ” 

 여하튼 나이 이미 50을 넘긴지 오래인 김준성. 나나야 젊으니 상관없지만 이런 나이의 준성이 과연 민호가 무럭무럭 다 성장할때까지 살수 있을까. 또는 돈은 계속 벌수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좀 심경이 복잡해질수도 있을터인데 그러나 지금은 젊은 아내와 어린 아들 사이에서 마냥 흡족함에 젖어있는 모습 그 자체만 보일뿐이다. 준성의 말이 이어진다. 

 “ 허허...여보. 내 지금에사 솔직히 하는 이야기지만... ” 

 “ ...... ” 

 “ 나도 젊었을때는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었어. 한 20대부터 30-40대까지는 부지런 

  히 돈 벌고 50넘어서 체력도 딸리고 젊은애들한테 밀려나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그 

  때쯤에 조용히 은퇴해 편히 여생을 보내는 그런 구상을 했건만... ” 

 말없이 남편을 바라보고 있는 나나. 준성의 말이 이어진다. 

 “ 하지만 이 아이가 자랄때까진 아직 더 벌고 더 일을 해야하니...그걸 생각하니 공 

  연히 기분이 묘해지는구먼... ” 

 어쨌든 준성은 어떤 조직사회의 일원은 아닌 자신이 사장으로 직접 기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니 자신이 물러나지 않고 계속하면 그만인 몸이긴 하다. 허나 어쨌든 체력이며 정신상태며 언제까지 이런 정력이 지속될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든 몸. 허나 어쨌든 이렇게 나이 50을 넘겨 본 늦둥이 아들을 보며 이 아이를 위해서도 좀 더 열심히 살고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할 뿐이다. 나나는 그런 준성의 품에 안겨 그저 행복감에 젖을뿐이다. 

 한편 소리와 승호는 아이를 낳고나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름아닌 아이 이름을 짓는 문제를 갖고 생긴 문제인데, 어쨌든 미국에서 살고있고 미국에서 자랄 아이니까 소리는 미국식 이름을 짓기를 원했는데 승호는 그래도 한국사람인데 한국식 이름을 지어야한다며 그렇게 다툼이 일었던 것이다. 소리가 따지고 들었다. 

 “ 그럼 당신은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 생각이 있다는 소리야 ? ” 

 애초에 나나문제로 인한 불편함 때문에라도 결혼후에는 외국에 나가 살자는 그런 제안을 먼저 했던게 승호가 아니던가. 헌데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의사가 어느정도 있다는 느낌도 드는 그런 태도이기도 하다. 하긴 승호야 어디까지나 자신의 직장 미국지사 주재원으로 자원해서 이렇게 나와 일하고 있는것이지만 본사에서 다시 국내로 발령을 할 경우엔 언제든 다시 들어가야하는 몸이기도 하다. 허나 소리는 애초부터 승호가 그런 제안을 했을때부터 그렇게 미국으로 가면 한국으로는 영원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던것인지. 아이 이름을 갖고 결코 사소하지 않은 다툼이 벌어진게 바로 그런 이유다. 

 “ 아니 난 어쨌든...우리 아이는 한국인의 피를 이어받은 그런 아이임을 잊지말자 

  그런 이야기지. 그런 뜻에서라도 분명히 한국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데... ” 

 “ 칫~! ” 

 일단 절충안으로 이곳에서 미국에서 출생등록은 미국식 이름으로 하고 한국이름은 자신들이 비공식으로 따로 지어주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긴 했다. 허나 그로인한 분란이 좀 오래가긴 했기에 그러다 시간이 지나 자연스레 풀어진 두 사람은 자신들의 아이를 품에 안아보며 다시금 감회에 젖는다. 

 “ 휴우...어쨋든... ” 

 소리가 먼저 입을 연다. 어쨌든 대학 2학년 선배와 1학년 후배로 시작한 소리와 승호의 관계가 처음엔 그처 친한 선후배 내지는 누나-동생 같은 사이로만 생각했었는데 여기까지 오리라곤 그때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어떻게보면 나나문제로 두 사람이 복잡하게 휘말려든 그런 인연(?)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도 이렇게까지 이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그럼 나나의 존재가 결과적으로 두 사람을 연결시켜주거나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시켜준 매개체로 봐야하는것일까. 아니면 그저 단순히 악연으로 봐야하는것일까. 두 사람도 쉽게 판단은 서지 않는 가운데 소리가 승호에게 말을 건넨다. 

 “ 그리워 ? ” 

 느닷없이 물은 소리의 말에 승호가 바로 알아듣지 못한 듯 의아하게 아내를 바라본다. 그런 남편을 보며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나나 말이야. 보고싶냐고. ” 

 “ 갑자기 무슨... ” 

 어쨌든 승호에게 애초부터 나나가 이상형도 아니었고 그나마 소리가 주선한 소개팅으로 몇 번 만나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자신과는 안 맞는 여자같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헤어질 생각을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다만 그 나나는 우연치고는 공교롭게도 승호 아버지 김준성의 아내가 된뒤 이렇게 말했었다. ‘선배의 여자가 될수 없다면 선배의 엄마라도 되어보고 싶었다’고. 그리고 이혼가정에서 자라나서 그런지 승호의 여성관이 아무래도 왜곡되어 있는 것 같다며 그런 승호에게 여성의 진정한 매력을 일깨워주고 싶노란 말까지 했었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여자다운 여자를 승호와 연결시켜주고 싶다는 말까지 했던 나나가 아니던가. 다만 승호가 그런 나나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소리와의 결혼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였기에 망정이지 따지고 보면 두 사람 사이에 그런 감정의 여운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지금은 이렇게 미국으로 와서 몸도 멀리 떨어져있고 특히 승호야 직장생활 하느라 바뻐 한국에 있는 나나와 통화할 기회조차 거의 없지만. 그래서인지 소리가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남편에 대한 배려인지 그렇게 물은 것이다. 이래저래 난감해서인지 승호는 답변을 얼버무린다. 

 “ 그런거 없어. 걱정하지 마. ” 

 승호는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하지만 오히려 그런 남편이 안쓰러워보이는지 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 내 눈치 보지말고 나나랑 통화하고 싶으면 언제든 통화해. 그 정도는 봐줄수 있으 

  니까. ” 

 설사 어쩌다 가끔정도가 아니라 매일같이 통화를 한다 하더라도 한사람은 미국에 있고 한 사람은 한국에 있는데 무슨일인들 벌어지기야 하라. 소리로선 그런 자신감이 있는 듯 하다. 그래서 한층 더 여유를 부리기까지 하고 그러자 승호는 더더욱 당치않다는 듯 손을 내젓는다. 

 “ 우린 그냥...우리의 결혼생활에만 충실하기로 했잖아. 나나문제는 더 거론하지 말 

  기로 하자. ” 

 남편이 그렇게 나오자 오히려 고맙다기보단 한층 안쓰러운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 소리다. 나나와 통화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 100% 진실한 대답이 아닌것처럼 여겨져서일까. 혹시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승호와 나나의 관계는 또 어찌되었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니 거듭 나나와 통화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남편이 되려 딱해보인다. 

 나나는 서울의 준성과 함께 사는 2층집 침실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한밤중이라 글자그대로 깊은 잠에 빠져있을 따름이다. 50념은 남편도 나나의 두 살난 아들 민호도 새근새근 잠들어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나나는 꿈속에서 혼자 안드로메다를 날아가고 있다. 

 평행우주가 존재할지 또는 꿈속에서 보는 모습이 다른 우주의 또다른 나일지 그런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해낼 방법은 현재로선 없지만 나나는 지금 뭔가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그곳에서는 나나는 김준성이 아닌 어떤 비슷한 연배의 젊은 남자와 결혼 잘 살고 있다. 다만 그 남자의 모습은 언뜻 승호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헷갈리는 외모인 가운데. 꿈속의 나나는 그런 승호와 그런대로 비슷하게 생긴 것 같은 남자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며 아들,딸 많이 낳고 잘 살고 있다. 그런 행복한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일까. 현실속에 잠든 나나의 모습에서도 행복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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