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2
승호와 소리가 만났다. 어차피 나나가 소리의 집에 임시로 머물다가 승호네로 돌아가게 된 직후의 일이라 바로 그 문제가 언급될 수밖에 없는 상황. 소리가 먼저 승호에게 묻는다.
“ 그러니까 어쨌든...나나 걔가 다시 너희집에서 살게되었다. 그 소리아냐. ”
“ 그렇죠 뭐... ”
그래도 생각보다 담담한 어조로 답하는 승호와는 달리 소리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골치를 달래기라도 하려는 듯 이마를 손으로 짚어본다. 잠시 눈을 감아보기까지 하는 소리. 이래저래 고민되지 않을수 없는 문제다.
“ 누나...차라리 그러지말고요... ”
승호가 나름 무슨 뾰족한 수라도 갖고 있는지 소리를 설득하려 나오고 있는 모습. 소리가 말없이 승호를 바라본다.
“ 차라리 우리가 결혼해서 외국으로 나가살면 어때요 ? 그럼 나나문제로 부딪힐필
요 없이 아버진 아버지대로 새어머니랑 잘 살고 우린 우리대로 잘 살면...그렇게 따
로 살면 되는거잖아요. ”
“ 결혼... ? ”
허나 승호의 그 말에 소리의 기분이 순간 묘해진다. 그러고보니 이 두 사람 아직 정식으로는 ‘결혼을 한다’ 어쩐다 말한적이 없다. 승호가 정식으로 소리에게 프로포즈한바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다만 그렇게 대학시절의 인연이 지금까지 쭉 이어지다보니 자신들도 모르게 이미 헤어지기 쉽지가 않은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것뿐. 결혼. 아직 그렇게 진지하고 깊이 고민해본적이 없다. 헌데 그러다 승호가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결혼이 마치 기정사실이기라도 한 양 말해버리니 소리도 순간 가슴이 요동쳤다. 그런 소리를 바라보며 승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누나 사실...어차피 대학도 졸업하고 또 취직도 해야하고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잠시 미뤄둔것뿐이지 원래 적당한 기회가 오면 이야기할 생각이었어요. 헌데 어차
피 이렇게 된 것 되려 잘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
하긴 생각해보니 불과 두달여전까지만 해도 승호는 비록 졸업만 남겨놓은 형식적인 단계라 쳐도 아직 대학을 완전히 졸업하지 않은 4학년 학생. 게다가 취직문제도 남아있고 따라서 아직은 쉽사리 결혼이니 뭐니 그런걸 결정할수 있는 그런 처지는 아니었다. 어찌보면 그런 승호를 게다가 적어도 승호가 아직 경남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던 동안에는 거리조차 멀었던 그를 소리가 계속 만나준 것을 고맙다고 해야할 지경. 어찌되었든 일단 대학은 졸업하고 취직도 하고 이후 적절한 기회가 오면 두 사람의 결혼문제 혹은 소리에게 결혼의사를 진지하게 말할 생각이었던것인데 뜻하지 않게 나나가 아버지와 결혼을 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지는 바람에 모든게 복잡해져버린 것이다. 만약 그런 돌발상황이 아니었다면 취직하고 자리잡혀서 어느정도 적당한 기회가 오면 아버지에게도 진지하게 소리와의 교제사실을 말씀드리고 소리에게도 정식으로 진지하게 프로포즈할 생각이었던 승호. 헌데 지금 이 상황. 결혼을 기정사실화하고서 아예 그후 어떻게 살자는 구상까지 말해버린 셈이니 소리도 다소 당황한 기색이다. 일단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지금 그게 중요한건 아닌 것 같다. ”
어쨌든 승호와 이미 잠자리까지 – 적어도 한두번은 아니었는 듯 – 가진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나오고 있는 소리. 그러자 승호가 혹시 자신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 아닌가 싶어 당황하기까지 하는데 그런 승호를 보며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중요한건 니 마음이야... ”
“ ...... ”
“ 니가 나나와 나 사이에서 어떻게 입장정리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문제인거지.
”
“ 누나... ”
이 말은 승호의 마음을 받아줄 생각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는것일까. 순간 승호가 감격하는 모습이 되고. 소리가 그런 승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 어차피 이렇게 된거 지금 널 놓치면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그 생각 정도는 하는
중이었어. 사실 솔직히 한때는...그냥 결혼하지말고 혼자살까 그 생각도 했었는데
... ”
“ 누나... ”
“ 말했잖아. 나나랑 나 사이에서 니가 니 입장을 확실히 정하기에 달린 문제라고
... ”
“ 누나... ”
사실상 승호의 마음을 받아준 것으로 봐도 무방할듯한 소리의 태도. 승호가 소리의 손을 덮석 잡아본다.
“ 다른건 몰라도...절대 누나에 대한 내 마음만은 변함 없어요. ”
“ 승호야... ”
“ 나나가 설사...아버지랑 결혼해서 지금 내 새어머니가 되어있건 뭐가 되었건...그건
아무런 변수가 될수 없어요. 중요한건 누나가 내 사랑이지 나나가 그런 존재가 될
수는 없는거니까요. 알잖아요. 원래 나나는 내 취향도 아니었다는 것을... ”
“ 승호야... ”
급기야 ‘사랑’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담은 승호. 소리가 감동한다. 승호가 다가가서 소리를 와락 안아보기까지 하는데 소리가 그 품에 안겨 잠시 행복감에 젖는다. 눈물까지 고이는 소리의 모습. 진한 감동 그 자체다.
“ 나나는 그냥...어차피 아버지랑 결혼하게 된 이상...그냥 새어머니로 존중해 드리
는것뿐...그 이상 아무런 의미 없어요. 내 사랑은 오직 소리누나 뿐이에요. 그 마음
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없어요. ”
“ 그래 알았어. 알았어 승호야. ”
감격하여 눈물고인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승호.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승호를 바라보며 그래도 한켠 미심쩍음이 사라지지 않은 듯 소리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결혼하면 우리 진짜 행복하게 살자. 그리고 만의 하나... ”
“ ??? ”
“ 행여 나나하고 이상한 관계 되면 나 진짜 가만 안 있는다. 나한테 죽을줄 알아 !!!
”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고라도 하듯이 나오고 있는 소리. 승호가 당치도 않다는 듯 말한다.
“ 그러게 이미 말했잖아요. 차라리 그냥 우리 결혼해서 외국나가 살자고. 그럼 나나
고 뭐고 마주할일은 없는거잖아요. 그렇게 해결 보자니까. ”
“ 외국 나가는게 그런데 쉽게 될까. ”
감동의 순간에서 현실로 돌아오니 사실 그것 또한 문제다. 일단 지금 소리는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있고 승호는 백수의 신세.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주연급중 한쪽이 외국나가 사는걸로 결론을 내려서 그렇지 그것도 좀 곰곰이 따져보면 소설처럼 그렇게 쉽게 되는일이 결코 아니다. 일단 백수인 승호가 그대로 미국으로 간다면 거기서 맨주먹으로 시작한다는 소리가 되는거고 승호가 취직을 하더라도 거기에서 해외지사로 발령이 난다던가 해야 이루어지는 일이지 일개 말단사원에 불과할 승호가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할수도 없는일 아니겠는가. 여하튼 승호는 그 모든 것을 종합해서 가급적 외국나가 사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겠다는 소리고 소리도 일단 지금은의지할곳이 승호외엔 딱히 없는 듯 그를 간절한 신뢰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소리가 나나를 찾아왔다. 나나의 집이 이제 승호의 집이기도 하지만 오늘은 승호보다는 나나쪽에 용무가 있어 찾아온 것으로 봐야할터. 게다가 승호도 이제 취직시험 준비도 해야하고 한참 바쁠 때, 그래서 승호도 집을 비우는일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소리가 개인적으로 나나를 찾아온 것이다. 거실소파에 마주앉아 나나가 내온 차를 한잔 들면서 소리가 우선 사뭇 걱정되는 말투로 나나에게 묻는다.
“ 몸은 좀 어때 ? ”
어쨌든 임신 초창기인 나나가 아닌가. 그녀와 가까운 선후배였건 아니었건 혹은 어떤 악연으로 얽혀져 있건 그런 문제를 떠나 같은 여자로서 걱정이 되어 물은 소리. 나나가 사뭇 뿌듯하다는 듯 말한다.
“ 걱정하지 않으셔도 아이는 덕분에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
마치 보란 듯이 자랑스레 말하는 해맑은 미소의 나나를 보자 소리가 순간 어이없어져 피식 헛웃음을 터트린다. 확실히 소리가 나나에게 할말이 있어서 찾아온 것 같긴 한데 헌데 그보다 먼저 나나가 궁금하고 확인하고픈게 있어서일까. 오히려 나나가 먼저 소리에게 물어온다.
“ 헌데 선배. ”
“ 왜 ? ”
“ 승호선배랑 정말 결혼할 생각인거에요 ? ”
나나 이 아이도 역시 그 문제를 고민중에 있었구나. 그걸 생각하니 다시금 착잡해지는 소리. ‘그걸 아는애가 기어이 승호 아버지와 결혼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냐 ?’며 한바탕 따지고 싶은 심정은 자제한채, 소리는 일단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반대라도 하게 ? ”
짐짓 떠보듯 이렇게 물어본 소리. 나나가 순간 당황해하고 하지만 나나도 자신이 헤어지라고 해서 쉽게 헤어질 사이가 아님은 충분히 알고 있어서인지 – 게다가 소리와 승호가 대학 1,2학년때부터 친한 사이였다는 것은 나나도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아닌가. - 살짝 체념이 된 말투로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제가 반대한다고 해서 헤어질 사람들도 아니잖아요. ”
불과 며칠전 남편 김준성 앞에선 두 사람의 사이를 반대하고 싶다고, 심지어 차라리 자신이 나서서 보다 ‘정상적인’ 여자를 승호선배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고까지 하던 나나였음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빨리 한풀 꺾인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어쩌면 너무 극렬하게 반대하다가 승호선배가 자신을 미워하게 되면 어쩌나 그걸 걱정하는것인지, 아니면 승호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시켜줄수 있을만한 그런 인맥은 갖추지 못한 자신임을 스스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인지 여하튼 조금은 체념이 된듯한 모습이다. 그런 나나를 보면서 소리가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우리 사이 그렇게 쉽게 갈라놓긴 힘들거야. 그러니 꿈깨. ”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소리를 보니 어이없다는 듯 피식 헛웃음을 터트리는 나나.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나나가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잠시 저만치 갔다가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는 말투를 바꿔 정색한 표정으로 소리에게 말을 건넨다.
“ 헌데 소리선배... ”
“ 할말있으면 해. 어차피 나도 이 문제 허심탄회하게 털어나보고 싶어서 찾아온거
니까. ”
확실히 소리도 이 문제를 정리는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온 듯 하다. 승호는 이미 결혼해서 외국나가 살자고, 그러면 나나문제로 고민할 것도 없지 않느냐며 그렇게 소리를 설득하기도 했지만 외국으로 나가는것도 막상 생각해보면 그리 쉽지 않은 문제고.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이 적지 않을 소리. 헌데 나나가 갑자기 소리에게 다가오더니 그녀의 뺨을 ‘철썩’ 때린다.
“ 뭐...뭐야 너 ? 이게 무슨짓이야 ? ”
생각지도 못한 나나의 행동에 소리는 황망해하고 나나는 그런 소리를 바라보며 사뭇 엄중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 정히 그렇게 우리 승호씨와 결혼하고 싶거든 이 문제부터 분명하게 해줘요. ”
“ 뭐...뭐라구 ??? ”
그러고보니 ‘우리 승호씨’라고 부르고 있는 나나. 아무리 그래도 남편의 아들을 ‘선배’라는 부르는 것은 그렇지 않느냐는 준성의 주의도 있고해서 승호에 대한 호칭은 나나가 어려우나마 조금씩 바꿔가고 있는 상황이긴 하다. 헌데 승호씨까진 그렇다 치고 ‘우리’ 승호씨라니. 한국말에서 ‘우리’란 표현은 단순한 복수형이기 이전에 어떤 동질감을 의미하는 공동체에 포함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마누라’란 말을 쓰는 경우까지 있어 ‘한국이 언제부터 일처다부제였냐 ?’는 비아냥까지 있던 나라가 아니던가. 헌데 이 상황에서 굳이 ‘우리 승호씨’라니. 아무리 승호가 이제 나나에게 호적상으로나마 나이많은 의붓아들이라도 그렇지. 나나가 지금 ‘우리 승호씨’라고 하니 소리도 기분이 진짜 이상해지는데, 나나가 소리를 바라보며 거듭 주의를 주듯 부연설명을 덧붙인다.
“ 가족구성원이 어찌되는지도 모를정도로 바보는 아닐거잖아요 ? 최소한 승호씨와
결혼하면 이제 그쪽한테 제가 어떻게 되는건지 정도는 알죠 ? ”
“ 너...너 미쳤어 ??? ”
이제 확실히 나나의 의도가 드러나는 말. 허나 그전에 이미 소리는 약이 바짝올라 소리를 지르고 허나 나나도 지지 않겠다는 듯 나온다. 일종의 기싸움이라고나 할까. 나나의 언성도 높아진다.
“ 너라뇨 ? 미쳤어라뇨 ? 말조심 해달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김소리씨 !!! ”
“ 뭐...뭐어 ??? 김소리씨 ? ”
선배보고 김소리씨라니. 게다가 대학시절 딱히 그리 친한 선후배사이도 아닌데. 소리는 승호와 결혼하면 어쨌든 나나가 시어머니가 된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듯 더욱 악에 받쳐 나오고있고 소리가 이렇게 나오자 나나는 거듭 경고를 주듯 말한다.
“ 한 대 더 맞고 싶어요 ? 당장 그 태도와 말투 고치지 못해요 !!! ”
그래도 나이많은 예비며느리(?)라 존중은 해준답시고 존댓말은 꼬박꼬박 붙여주고 있는 나나. 허나 소리는 이 상황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버린다. 엉엉 울고픈 심정이 되는 소리. 소리를 버럭 지른다.
“ 야 !!! ”
의기양양하게 어떤 승리감에라도 도취된 듯 서있는 나나를 보며 더욱 약이오른 소리.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요즘 세상에 며느리 때리는 시어머니가 어디있냐 ? ”
한 60-70년대쯤에 방영되는 드라마나 혹은 그 이전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그런일이 있었을수 있었는지는 몰라도 대명천지 21세기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설사 진짜 나이많은 시어머니가 젊은 며느리한테 그랬다간 당장 폭행죄로 고소라도 당하거나 손해배상청구라도 들어올지도 모를일인데. 심지어 승호에게 친엄마도 아니고 게다가 승호 아버지와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파랗게 젊은 새어머니가 이렇게 나오다니. 소리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시어머니’니 ‘며느리’니 하는 단어를 입에 담고 있음조차 의식하지 못한채 거듭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나온다. 허나 나나는 기왕 말 나온거 확실하게 서열정리를 하고 넘어가자는 듯 이렇게 나온다.
“ 정히 그렇게 우리 승호씨와 결혼하고 싶다면 나에대한 예의와 태도 분명하게 취
해줘요. 그거야말로 앞으로 김소리씨가 저한테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문제니까요.
”
“ 야 !!! ”
다시 화가나서 버럭 소리를 지르는 소리. 그러나 나나는 더욱 엄중히 꾸짖는듯한 말투로 나온다.
“ ‘야’라니오 ? 분명히 시어머니로 정중하게 대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아직도 무
슨말인지 못알아 들으시겠어요 김소리씨 ? ”
그래도 존댓말은 꼬박꼬박 해주는 어린 시어머니(?)를 보니 그것까지 트집을 잡을수도 없는 일이고 더욱 분하고 기가막혀 울고싶은 심정이 되는 소리. 괜히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생각에 대충 핸드백을 챙겨 집을 나서려 한다.
“ 으이구 진짜...으이구... ”
“ 앞으로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김소리씨. ”
“ 으이구...내가 이 꼴 보기 싫어서라도 그냥 승호랑 같이 외국나가 산다 진짜 !!! 이
수모 겪으며 사느니 차라리 그게 낫지. ”
확실히 그렇게 승호와 결혼해 외국나가 사는게 낫겠다는 쪽으로는 결론이 내려지는지 이렇게 말하며 집을 나서는 소리. 나나는 나나대로 집안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한편 얼마 지나서 준성과 나나는 드디어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원래 준성 입장에서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군대까지 다녀와야하는 아들 승호가 자신의 재혼을 어찌 생각할지 몰라 혼인신고만 한 채 일단 정식으로 식을 올리는 것은 보류한 상태가 아니었던가. 그 재혼상대가 나중에 알고보니 하필 승호를 대학시절 잠시 짝사랑했다는 나나라는 후배임을 알게되어 약간의 혼란이 있긴 했지만 나나가 임신을 했음이 알려지고 승호가 사실상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가면서 두 사람의 정식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결혼식장엔 대체로 준성쪽의 선후배,친구,동료들이 대거 참석 성황을 이루었고 물론 현재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상태의 나나이긴 하지만 연락을 주고받는 친척이라던가 또는 고등학교나 대학동창중 결혼식에 참석할만한 사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결혼식장 분위기는 대체로 준성쪽 하객이 대다수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을 올린 것은 어느덧 여름인 7월. 나나가 준성과 혼인신고를 하고 한집에 살게된 것이 2월초의 일이고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나나가 임신이 된것이니 이때즘엔 어느덧 임신 5-6개월 정도가 지난 무렵. 어느덧 배가 조금씩 불러오는게 표가나기 시작하는 나나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으로 수줍게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임신한 신부 나나. 여하튼 나나는 한없는 행복감에 젖었고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신혼여행은 동남아로 떠났다. 영문과를 나와 통역사일까지 한 나나이긴 하지만 오히려 해외에 나가거나 할 일은 그동안 사업을 하는 준성에게 많았으면 많았지 대체로 열악한 환경에서 나고자란 나나가 아직까지 외국을 나가볼 일은 없었다. 그런 나나가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길. 그것도 신혼여행길이니 모든 것이 신기하고 그저 흥분되기만 할 따름이었다. 신혼여행지의 호텔에서 한밤중에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준성과 나나 내외. 그런 가운데 준성이 나나를 바라본다.
“ 허허...나나...아니 여보. ”
수줍은 표정의 나나. 여하튼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정식 결혼식을 뒤로 미룬것일뿐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이미 시작한지 몇 달이 지나지 않았더가. 그래도 그제서야 나나는 자신이 결혼을 해서 준성의 아내가 되었다는 것이 본격적으로 실감이 나는지 준성의 품에 안겨 행복한 눈물에 젖는다. 나나가 준성을 보며 말을 건넨다.
“ 여보... ”
그렇게 사뭇 강조하듯이 남편을 불러보는 준성. 준성이 새 신부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나의 말이 이어진다.
“ 저 다른건 몰라도... ”
“ ...... ”
“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해서 선택한거에요. ”
어쨌든 나이많은 남편에 게다가 이혼한 전력까지 있는 이혼남. 색안경쓰는 시선이 없지는 않을 결혼이 아닌가. 물론 나나도 만약 준성이 어느정도 재력을 갖춘 중소기업 사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선택을 할수 있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적어도 나나는 자신의 마음만은 진심임을 거듭 확인시켜주고파서 이런말을 하는 것이다.
“ 알아요. 내 나나 마음을 다 이해해요. ”
그렇게 어린 아내를 달래주며 한번 쓰다듬어주기까지 하는 준성.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게다가 이렇게 아이까지 가진몸이 아닌가. 그러니 이런 당신을 내가 버릴수는 없
지. 안 그래 여보 ? ”
“ 사랑해요 여보. ”
어쨌든 결혼식을 올리기보다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고 시작된 동거생활. 그런 상황에서 나나가 임신을 한 것이고. 여러 가지로 우습다면 우스운 한 장면인지라 나나도 괜시리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흐른다. 어느덧 조금씩 불러오는 자신의 아랫배를 바라보며 행복감에 젖는 나나. 준성에게 고백한다.
“ 여보...저 그리고 진심으로 가능하다면요... ”
“ ??? ”
“ 진짜 당신닮은 아이 많이 낳고 싶어요. 뜻대로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
확실히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많이 낳고 싶은게 나나의 진심인 것은 분명해보인다. 진짜 요즘 젊은여자들의 사고방식이 모두 나나와 같다면 저출산 문제를 고민할일이 뭐가 있으랴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으로 고전적인 사고방식을 갖춘 그런 여인인셈인 나나. 생각해보면 준성의 아들 승호가 나나를 ‘싫다’고 한것도 너무 옛날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것 같아 그것도 포함되는것인지 모르겠지만 – 하지만 승호는 일단 나나의 외모가 너무 이뻐서 부담스럽다는 말만 했지 성격이나 가치관의 문제는 언급한바가 없다. - 여하튼 확실히 요즘의 젊은 여성 답지않은 고전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이 나나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나나를 다시금 품에 안아보는 준성. 두 사람은 이순간만큼은 그저 한없이 행복한 신혼부부일 따름이다.
한편 준성과 나나가 신혼여행지에서 한참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을 때 승호는 소리의 집을 방문했다. 물론 이 두 사람도 이제 사실상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는것이지만 아직 정식으로 허락을 받은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인 두 사람. 다만 이렇게 승호가 소리의 거처를 방문하는게 익숙해져있는지는 오래인 듯 소리는 그저 담담하게 승호를 맞이한다. 그리고는 걱정되는 듯 묻는다.
“ 힘들어 ? ”
“ 아뇨 뭐...힘들것까지야... ”
소리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소리가 지금 승호의 마음을 모를까. 뒤에서 살짝 승호를 한번 안아보며 그리고는 말을 건넨다.
“ 기운내 승호야. ”
“ ...... ”
“ 어차피 네곁에는 내가 있잖아. 그러니 기운내라고. ”
소리가 그와같이 말하자 몸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는 승호. 씨익 웃어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 어차피 나나 제 이상형도 아니었잖아요. 좋아했던것도 아니고...그런데 뭘... ”
확실히 그건 분명 사실인데. 심지어 소리가 주선했던 첫 소개팅 자리에서조차 승호는 ‘자신은 아직 연애문제에 관심도 없고 당신은 내 스타일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당신은 충분히 미인이라 얼마든지 좋은사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면서 정중히 사양하고 나오려했던 그런 승호가 아니던가. 심지어 그로부터 한달도 지나지 않아 나나가 자신과 여러 가지로 안 맞는다는 것을 알고 그만 만날 생각까지 이미 했었던 승호. 헌데 그 나나가 하필이면 자기 아버지의 여자가 되어있고 혼인신고를하고 같이 살게된 모습까지도 그런대로 감내해냈는데 이렇게 많은 하객들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식까지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떠났다는 것을 생각하니 또다시 기분이 달라지는것일까. 솔직히 승호는 살짝 눈물을 지어보이기까지 한다.
“ 술이나 한잔 할까 승호야 ? ”
아무래도 오늘은 이 남자를 위로해줘야 할것같은 밤이라서인지 소리가 이와같이 나온다. 승호가 답한다.
“ 네 누나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평상시 그다지 술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었던 승호답지 않게 소리의 이와같은 말이 나오자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이렇게 대답을 한다. 조금전에는 ‘괜찮다’고 하더니. 어이없는 실소를 터트리는 가운데서도 일단 소리가 이렇게 대한다.
“ 그래 조금만 기다려. 누나가 곧 편의점에서 사올게. ”
그리고 잠시후 소주 두어병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온 소리. 그리고 소리의 오피스텔 방바닥에 내려놓고 두 사람은 술잔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 근데 승호야. ”
“ 네, 누나. ”
“ 너 한번 솔직하게 말해봐. ”
“ ??? 뭐를요 ??? ”
의아하게 바라보는 승호를 보며 소리에게서 나온말은 좀 엉뚱해보였다.
“ 왜 예부터 그런거 있잖아. 엄마랑 여자친구 두 사람이 동시에 물에 빠지면 누구부
터 구하고 싶냐는... ”
자라면서 흔히 한두번쯤 들어보는 이야기고 재치퀴즈 같은데에도 종종 나오는 이야기지만 어린시절 부모 이혼으로 엄마없이 자라온 승호 입장에선 솔직히 불편한 질문이기도 하다. 어쨌든 어린시절부터 정상적인 가족구성원 사이에서 자라온 존재라면 나중에 커서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그 가치의 고민을 조금 할법도 하겠지만 승호에겐 애초부터 사실상 그 가치비교의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아닌가. 그래서 승호는 혹시 학창시절이나 동아리 모임같은데서도 혹은 앙케이트 같은데서도 이런 설문이 있거나 질문이 나오면 적당히 얼버무리는식으로 답을 대신하긴 했다. 헌데 만약 소리가 지금 이순간 이제 어쨌든 꼼짝없이 ‘젊은 새어머니’가 되어있는 나나와 소리 자신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과연 승호는 어떤 대답을 해야하는가. 정상적인 가족관계에서 자라온 사람의 답변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이 되어버릴판이다. 승호는 결국 적당히 술잔을 기울이며 답을 회피한다.
“ 왜 답을 안해 ? 답을 해보라니까. ”
“ 누...누나...우선 이것부터 먹고요. ”
“ 야, 그냥 알콜중독자마냥 술만 마시고 있을거야 ? 그러지말고 대답좀 해보라니까
만약 나나랑 나 둘중에... ”
“ 모...모르겠어요 누나. ”
끝끝내 대답을 회피하고 있는 승호. 거듭 답변을 요구하는 소리로 인해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만다.
가을이 되었다. 나나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있었다. 이제 확실히 누가봐도 임산부임을 알 수 있는 그런 나나의 모습. 그렇게 나나는 김준성과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편 이 무렵엔 승호도 한 잘나가는 중견기업에 취직을 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다만 덕분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낮에 나나와 함께 지낼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들게 되었다.
다만 그래도 승호가 나나를 도와줘야할일이 있긴 한데 바로 장보는 문제다. 아무래도 배가 점점 불러와 몸도 무거워지고 여러 가지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몸인 나나. 그래서 시장을 갈때라도 좀 도와달라는 부탁을 나나가 여러차례 했고 승호는 나름 젊은 새어머니에 대한 배려로 이를 도와드렸다. 다만 이제 직장생활을 하고있는 승호이니 평일 낮에는 할 수가 없어서 퇴근후 또는 토요일 낮시간 정도를 이용 나나의 장보는 것을 도와주었다.
“ 아유, 새댁이 이제 점점 배가 불러오고 있네. 지금 몇 개월째인거에요 ? ”
게다가 사실 승호가 사는 동네에선 대형마트까진 거리상 시간이 좀 걸리고 반면 재래시장이 상대적으로 가까운데 있어 몸이 무거운 나나를 위해 먼 대형마트대신 가까운 재래시장을 이용하곤 했다. 그러다보면 재래시장의 나이많은 아줌마들이야 젊은 남녀가 그것도 임신까지 한 모습의 여인과 함께 시장을 보는 모습을 보고 누가봐도 젊은 부부인줄 알터. 이런 소리 한두번씩 듣게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다. 다만 그때마다 일일이 해명을 하기도 난감해 결국 한번 씨익 웃어보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 수밖에 없을터. 그렇게 이런식으로 가다보면 최소한 재래시장의 단골 가게들에선 나나와 승호를 영락없이 임신중인 새댁과 함께 사는 젊은 부부로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준성은 준성대로 나나의 이런 모습에 흡족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스코리아급의 아리따운 외모 못지않게 사고방식도 요즘 젊은여자 답지 않게 다산(多産)과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고전적인 사고방식까지 갖고있는 나나의 모습. 그래서 준성으로선 그야말로 나이 50을 넘겨 어디서 이런 복덩이를 내가 얻게 되었나 이래저래 기쁘고 감사할 수밖에 없는 일이 될 것이다. 밤늦은 시간 자리에 편히 누워있는 나나를 보며 준성이 말한다.
“ 여보...근데 출산예정일이 언제라고 했지 ? ”
“ 열달(* 정확히는 약 270일 정도)이니까 대략 11월 중순이나 하순쯤엔 출산을 하
게 되겠네요. ”
“ 허허...그렇군. ”
여하튼 나이 50에 젊은 아내로부터 새로운 아이를 하나 더 보게된다는 사실에 더더욱 흥분되고 떨리는 모습의 준성. 게다가 손귀한 집안에 자손이 하나 더 늘었으니 집안으로서도 이래저래 기쁜 경사가 아닐수가 없다. 준성은 준성대로 그래서 나름의 회한에 젖어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그런데말이야 여보. ”
“ 말씀하세요 여보. ”
나나는 준성에 대한 ‘여보’라는 호칭은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예비해온 여자인양 신혼초때부터 술술 잘도 나왔었고 그런 아내를 기특한 듯 한번 더 쓰다듬어주며 준성은 말을 이어간다.
“ 음양(陰陽)의 조화라는게 참 생각하면 할수록 신비롭고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어.
”
“ 갑자기 그건 또 무슨말씀이세요 ? ”
준성의 의도가 바로 이해가 안가 의아해서 묻는 나나. 준성이 나나의 손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간다.
“ 알고보면 세상만물 이치가 다 그런 것 아닌가. 모든 생명체의 탄생의 이치가 결국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진다 그런말이지. ”
“ 당신도 참... ”
민망하다면 다소 민망한 이야기라서일까. 공연히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하는 나나. 준성의 말이 좀더 이어진다.
“ 사람이나 동물뿐만 아니라 따지고보면 식물들도 그렇지 않아 ? 하늘에서 비를 내
려 그래서 싹이 트고 열매를 맺고...식물들도 그런 음양의 조화로 이루어진단말이지
. 그러니 알고보면 음양의 조화란 이 세상 모든 만물의 탄생이치, 천지조화가 담겨
있는 것을... ”
갑자기 무슨 철학적 담론인지 아니면 사이비 교주같은 이론인지는 모르겠지만 난데없는 음양의 조화(?)론을 입에 담고있는 준성.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리 틀린말은 분명 아니지만 일단 나나는 그런말을 하는 준성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 그러니 음양의 조화 그 자체가 자연의 순리이자 천지의 이치요 우주의 이치다 그
말이지. 무슨말인지 알겠나 ? 생명창조의 비밀이 담겨있는 음양의 조화. 그 자체가
자연순리고 천지이치인게야. ”
너무 거창한 철학적 담론으로까지 이어져서 좀 따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나나가 고개를 살짝 돌린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라 준성도 공연한 이야기를 더 길게 이어가진 않고 잠자리에 들어 잠을 청한다.
한편 승호는 오랜만에 소리의 집에 들렀다. 아무래도 승호도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바빠지니 소리를 만나는 일도 이전처럼 자주 있기가 힘들어졌는데 그러다 소리에게 소홀해진 듯 해서 혹여 그녀가 서운해할까봐 들른 것이다. 헌데 반가와할줄 알았던 소리는 승호를 보자마자 멱살부터 잡는다.
“ 너 내가 분명히 말했지 ? ”
“ 헉~~~!!! 누...누나 갑자기 왜 이래요 ? ”
이전에 없는 격분한 소리의 모습. 승호는 일단 영문을 알 수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고 소리가 거듭 그런 승호에게 따진다.
“ 너 내가 만의하나 나나하고 이상한 관계 되는날엔 내가 죽여버린다는 말 했어 안
했어 ? ”
“ 누...누나... ”
그 말은 확실히 소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확실하게 할 때 말했었고 승호가 잊고 있었을 리가 없다. 무엇보다 바로 그런문제 때문에라도 정히 나나와 가까이서 보고 지내는게 불편하면 함께 외국나가 살자던 대안까지 입에 담았던 승호 아니던가. 헌데 왜 이렇게 소리가 화를 내는것일까.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 너 요즘 나나랑 시장도 같이 돌아다니고 그런다며 !!! 대체 그게 뭐하는 짓이야 ?
”
“ 허헉~~~!!! ”
순간 당황하는 승호. 허나 그건 어디까지나 어느덧 배가 불러오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젊은 새어머니를 위한 친절한 배려였을뿐이다. 덕분에 거리가 먼 대형마트대신 가까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바람에 시장상인들로부터 본의아닌 오해까지 받지 않았던가. 헌데 소리가 무슨 스토커도 아닌이상 보통 퇴근 직후나 토요일 오후등을 이용했던 그 시장행을 바로 알수는 없을터인데 대체 어떻게 안것일까. 일단 우연히라도 소리가 승호를 만나러 왔다가 시장 인근을 지나칠 때 그 광경을 봤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데 여하튼 한바탕 눈에서 불이 일어나는 소리를 보며 승호는 무슨 변명도 해명도 제대로 못하고 쩔쩔매고 있다.
“ 누...누나 그건...어쩄든 새어머니가... ”
“ 야 !!! ”
나나를 굳이 ‘새어머니’라 부르는것조차 불쾌한지 그 이상의 변명은 들어보려 하지도 않고 소리부터 버럭버럭 지르는 나나. 게다가 넥타이로 목을 조여오는 소리로 인해 정말 농담이나 엄포가 아니라 진짜 소리가 자신을 이대로 목을졸라 죽여버리지 않을까 싶어 공포감까지 느껴질 지경이다. 결국 잘못했다고 싹싹비는 승호. 한참만에 승호를 풀어준 소리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말한다.
“ 한번만 더 그런꼴 내 눈에 뜨이기만 해봐 !!! 그땐 진짜 죽여버릴테니까 !!! ”
- 마지막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