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팬픽 - 다이아 기희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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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2 

 


 그렇게 소리의 오피스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승호. 아침식사를 하고 소리는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오히려 승호가 소리를 배웅하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 나 좀 일찍 출근해야 하거든. 그러니 대신 니가 설거지 잘 해놓고 문 잘 잠그고 

  집으로 돌아가. 알겠지 ? ” 

 “ 네, 누나. ” 

 마치 이런 상황이 꽤 익숙해 있기라도 한 듯, 하필 오늘 소리가 좀 일찍 출근을 해야해서 그렇게 걱정말고 천천히 밥먹고 집에 가라고까지 말하고 출근한 것이다. 승호는 소리의 말대로 아침식사를 다 마친뒤 설거지에 방청소까지 깨끗이 해 놓은뒤 집으로 돌아갔다. 

 “ 선배...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연히 다시금 마음이 심란해져서일까.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를 한병 사 마시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사실 아직 나나가 승호와 한집에 산지는 그리 얼마 지나지도 않은 시점. 하지만 이런 모습의 승호는 나나도 처음이라서인지 좀 뜻밖이고 놀란듯한 반응을 보인다. 

 “ 어제...외박한거였어요 ? ” 

 “ 화나셨어요 새어머니 ? ” 

 약간 능글맞게 웃어보이며 나나에게 그와같이 말을 건네는 승호. 게다가 술을 방금 마시고 들어오는 길이라 술냄새도 화악 풍긴다. 이래저래 당혹스러운 모습의 나나. 일단 두 사람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 왜 그래요 갑자기 ? ” 

 “ 아뇨 뭐...안 좋은일은요... ” 

 굳이 그렇게 심란함에 외박까지 한 이유를 나나에게 말하곤 싶지 않아서 이렇게 얼버무리는 승호. 그러고보면 간밤에는 나나와 그렇게 속옷바람으로 함께 지내면서 차라리 이 사진을 찍어서 나나의 휴대폰으로 보낼까 하다가 소리가 기겁해서 만류하는 바람에 그건 무산되지 않았던가. 만약 그걸 나나에게 보냈다면 나나는 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그걸 생각해보니 괜시리 웃겨서 승호는 거듭 나나를 바라보며 능글맞게 웃는다. 나나는 아무래도 승호가 취한 것 같다 생각되는지 술을 깨게 하기위해 찬 음료수까지 한잔 내온다. 그것을 벌컥벌컥 마시는 승호. 나나가 말을 건넨다. 

 “ 선배... ” 

 “ 무슨 하실말씀이라도 있으세요 새어머니 ? ”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진심인지 ‘새어머니’란 표현을 꼬박꼬박 잘도 갖다 붙이고 있는 승호. 그럴때마다 나나도 기분이 좀 묘해진다. 애초에 이런일을 작심하고 벌인 것이 나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막상 승호에게서 그와같은 호칭을 들으니 당혹스러워지는 것은 어쩔수 없는것일까. 한숨을 한번 내쉰뒤 나나의 말이 이어진다. 

 “ 그냥 우리끼리니까 솔직하게 나한테 말해줄래요. ” 

 “ 뭐가 궁금하신데요 새어머니 ? ” 

 “ 지금...소리선배랑 사귀고 있는거 맞죠 ? ” 

 대학시절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지금의 이 상황은 누가봐도 둘이 사귀는 단계인 것 아닌가. 게다가 나나는 그때 어쨌든 같은 동기생이 두 사람이 여관방에서 함께 나오는 것을 목격한것까지 들은터. 그리고 이미 그것이 3년전의 일이다. 그러니 자신이 모르는동안 두 사람의 관계가 이전보다 훨씬 진척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한일 아닌가. 착잡한 표정으로 나나고 승호를 바라보는 가운데 승호가 정신이 조금은 나는듯한 모습으로 나나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 뭐...굳이 부인하는건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 

 “ ...... ” 

 “ 맞아요. 소리선배랑 사귀는거. ” 

 그렇게 시인해버리고 마는 승호. 하지만 막상 승호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나나도 다시 심경이 복잡해지는것일까. 어쨌든 지금은 승호의 아버지 준성과 결혼한 몸인 나나. 허나 그래도 뭔가 안타깝고 아쉬운 듯 승호를 바라보고 있다.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문뒤 나나가 묻는다. 

 “ 선배는 대체 왜... ” 

 “ ??? ” 

 “ 하필 그런 여자들만 좋아하는거에요 ? ” 

 그런 ‘여자들’이라니 ? 이런 상황에서 복수형을 쓰면 아무래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소리 이전에도 승호에게 다른 사귀는 여자가 있기라도 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허나 그건 어쨌든 사실이 아니다. 다만 승호는 다소 활동적이라던가 발랄하다던가 다소 남성적인면이 있는 그런 스타일의 여성(여군이라던가 여자 운동선수 등)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던것뿐. 사실 실제 그런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은 아직까지 없다. 다만 어쨌든 승호가 막연히 그렇게 자신의 이상형으로 여기고 동경해왔던 스타일에 소리가 어느정도 가까운 이미지인것일뿐. 굳이 따지자면 소리도 승호에게 100% 부합되는 이상형은 아니고 또 그런 스타일의 여자를 (소리를 제외하면) 사귀어본 경험도 없다. 그러니 확실히 오해의 소지가 있을수 있는 나나의 표현. 그래서인지 승호가 고개를 살짝 내젓는다. 

 “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런쪽의 다른 여자를 사귀어본 경험이 있는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새어머니 ? ” 

 “ 하지만... ” 

 어쨌든 지금은 소리와 사귀고 있는 승호에게 여전히 의문과 안타까움,아쉬움의 감정이 남아있는듯한 나나의 태도. 그래서 다시금 이렇게 묻는다. 

 “ 도대체 왜 그런 여자들을 좋아하게 된거에요 선배는 ? ” 

 헌데 이런식의 질문이 딱히 논리적으로 대답하기가 난감한 그런 질문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단지 그런 여자가 좋은건데 어찌 그런 여자가 좋냐구 몰으면 어떻게 대답하라는 소리냐 ?’ 이런식의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것인데, 그래서인지 승호도 대충 비슷한 취지의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승호의 말이 이어진다. 

 “ 그냥 어릴때부터 막연히 그런 여자를 좋아했던거라니까요. ” 

 “ ...... ” 

 “ 그냥 어릴때부터 여군이나 여경같은걸 다룬 다큐니 예능같은게 있으면 그냥 호기 

  심이나 관심이 가서 지켜보기도 했고...또 여자배구나 여자핸드볼 같은 여자 구기종 

  목 보는거 좋아하고...그러다 그렇게 된거에요. 딱히 다른 이유는 없어요. ” 

 하지만 나나는 승호의 여성관이 그렇게 왜곡(?)되어버린게 혹시 이혼가정에서 자라나 정상적인 여성을 가까이 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리 되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오해를 하는중이다. 그래서인지 승호에게 연민의 정이 한층 더 생기는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나나가 이렇게 묻는다. 

 “ 그럼 한번 이렇게 물어볼께요 선배. ” 

 승호가 말없이 찬 음료수를 다시 한잔 들이키는 가운데 나나의 말이 이어진다. 

 “ 선배에게 있어 여자는 과연 어떤 존재인거에요 ? 아니, 평상시 여자를 어떻게 생 

  각해왔던거에요 ? ” 

 


 어떻게 대답할지 더더욱 난감해진 승호. 일단 평상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보기로 한다. 

 “ 일단 다른건 몰라도...여자도 남자와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건...저도 

  분명히 그건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 

 “ 선배... ” 

 헌데 이런건 무슨 페미논쟁 같은데서나 나올법한 남성관,여성관에 대한 이야기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나올만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나가 뭔가 더 안타까운 듯 승호를 그와같이 부르고 승호가 좀 더 고민을 하다가 이렇게 말한다. 

 “ 굳이 성적(性的)인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 이야기하자면... ” 

 “ ...... ” 

 “ 왜 흔히 그렇게 말하잖아요. 사람에 따라 다 자신의 이성관이나 이상형 같은 것 

  은 다양하기 마련이라고. 그러니 제가 좀 발랄하고 적극적인 여성을 좋아하든 혹 

  은 운동선수나 여군같은 남성적인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좋아하든...그것 역시 

  그저 다양한 취향중 하나로 존중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 

 말이야 그렇게 하지만 솔직히 이 세상에 승호같은 취향을 가진 남자가 얼마나 될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래서일까. 한층 슬픈 눈빛으로 승호를 바라보는 나나.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제가볼땐 확실히 선배는... ” 

 “ ...... ” 

 “ 뭔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뚫어져 있는게 분명한 것 같아요. ” 

 “ 제가요 ? ” 

 반발심에서인지 살짝 목소리톤이 올라가기까지 하는 승호. 아직 술기운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라서인지 그 목소리 톤은 더 절제감없이 올라가기만 한다. 나나가 순간 움찔할 지경인데, 허나 나나도 어차피 작심한 뭔가가 있는 듯 자신의 하고픈말을 입에 담기 시작한다. 

 “ 뭐 운동하는 여자라든가...그런걸 좋아하는건 그렇다쳐요. 하지만... ” 

 “ ...... ” 

 “ 그렇다고 딱히 너무 이쁘고 그런 여자가 싫고 부담스러울건 없잖아요. 대체 그건 

  왜 그런건데요 ? ” 

 심지어 승호는 콕 집어서 나나가 너무 이쁘고 미스코리아 같아서 싫다고 말했었다. ‘너무 이뻐서 싫다’ 이쯤되면 여자 입장에서 이걸 칭찬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비난으로 받아들여야하나. 헷갈릴 지경일 것이다. 새삼 그때의 일이 트라우마처럼 솟아나서인지 나나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기까지 하고 그런 나나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남자와 여자가 100% 동일할 수는 없어요. 근본적으로 신체 

  구조가 다르니까요. ” 

 남자와 여자의 신체구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의 대다수 젊은 여성들은 이런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확실히 나나가 요즘 젊은 여자들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진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나나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근본적으로 여자는 아이를 낳고 기를수 있는 그런 신체구조를 가진 생명체에요.  

  그게 남자와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죠. ” 

 물론 그 역시 틀린말은 아니다. 세상에 임신은 여자가 하게 되지 남자가 임신을 할 수 있는 방도는 없다. 허나 따지고보면 그 임신 또한 혼자 스스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법. 이거 생각보다 꽤 철학적이고 복잡한 담론이 될것같은 분위기인데, 이번엔 나나가 음료수 한모금을 들이킨뒤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어찌보면 사뭇 뭔가 작심한듯한 모습이기까지 하다. 

 “ 근본적으로 여자는 임신을 해서 아이를 낳아야하는 존재에요. 그 자체는 달라질게 

  없는거잖아요. 따지고보면 태초에 신이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을 어쩌겠나요. ” 

 헌데 지금 이런말이 굳이 필요한걸까. 그래서 지금은 승호의 아버지 김준성의 여자가 되어있는 나나가 그런말을 굳이 해서 뭘 어쩌자는것인지. 일단 나나의 말이 다시이어진다. 

 “ 선배... ” 

 “ 말씀하세요 새어머니. ” 

 참으로 묘하게 만들어진 새어머나와의 대화의 시간. 그래서일까. 이번엔 장난이나 비아냥도 아닌 사뭇 진지하게 ‘새어머니’란 표현을 입에 담아보는 승호. 나나가 좀 어이없는지 쓴웃음을 한번 지어보인뒤 말을 이어간다. 

 “ 선배 진짜 소리선배와 결혼할 생각인거에요 ? ” 

 “ 네. ” 

 별다른 망설임없이 바로 그렇게 또렷이 대답하는 승호.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숨길 이유도 없고 또 숨기는 것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허나 승호의 그 태도에 나나의 표정이 다시금 일그러진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난 솔직히 선배가 그 결혼 안 했으면 좋겠어요. ” 

 “ 아니 도대체... ” 

 그러고보면 대놓고 소리와의 결혼을 반대하고 나오는 나나의 모습. 새어머니고 뭐고 그런 문제를 떠나서 나나가 이와같이 나오니 그 느낌 자체가 참 여러 가지로 묘하게 다가온다. 어이없다는 듯 승호가 나나를 바라보는데, 일단 다시 나나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선배의 집안은 손도 귀한 집안이고...그런데 굳이 꼭 그런 결혼을 해야겠  

  어요 ? ” 

 대한민국 젊은 여성의 가치관이 모두 나나와 같다면 어찌 저출산 문제를 고민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인 나나의 사고방식이다. 심지어 그것도 승호가 2대독자로 딸도 없이 아들만 달랑 하나인 그런 무녀독남의 상태가 이어져내려오고 있는 것. 그 문제를 입에 담고있는 나나가 아닌가. 헌데 이건 또 소리가 듣는다면 그녀 나름대로 또 격렬히 항의할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소리가 단지 성격이 좀 발랄하고 털털한면이 있고 운동하는 것을 좀 즐기는 그런 여성일뿐 아이를 갖는 문제 그 자체엔 아무 문제가 없는 여성 아닌가. 헌데 마치 소리를 그런 문제가 있는 여성이라도 되는양 단정적으로 말해버리는 나나. 승호가 어이없어서 나나를 바라본다. 

 “ 제게...원하시는게 뭔가요 새어머니 ? ” 

 “ 말했잖아요 선배. ” 

 사뭇 간곡함을 담아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나나.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선배의 여성관이 아무래도 뭔가 잘못되어 있는 것 같아서...진정한 여성의 매력이 

  어떤것인지를 깨우쳐주고 싶노라고. ” 

 대체 어떻게해야 지금 승호의 새어머니가 되어있는 나나가 그런 매력을 일깨워주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나나가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인지. 이렇게 단둘이 마주앉아 가까이서 대화를 나누고 있음에도 도무지 가늠이 안되는 나나의 속마음이기까지 하다. 나나가 한층 더 간곡해진다. 

 “ 선배 제발...다른건 제가 간섭 안할테니까...그것 하나만은 제 부탁을 들어줘요. ” 

 “ 대체 어떤걸 들어달라는 건데요. ” 

 “ 소리선배와 결혼하지만 말아줘요. 이건 제가 진심으로 하는 애원이에요. ” 

 “ 새어머니... ” 

 기가막힌 듯 승호가 나나를 본다. 어찌보면 결국 그 두사람 사이를 방해하려고 승호의 아버지와 결혼까지 감행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인 나나의 말이다. 나나의 애원은 거듭 간곡해진다. 

 “ 제가 차라리 선배한테...정상적인 좋은 여자를 소개시켜 드릴께요. 그러니 제발 소 

  리선배하고만은... ” 

 눈물까지 고이며 애원하고 있는 나나. 승호가 더욱 어이없는지 이와같이 나온다. 

 “ 새어머니가 무슨 재주로요 ? ” 

 다른건 몰라도 나나의 학창시절 교우관계가 그리 원만하진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 승호다. 물론 나나도 아직 그땐 어린 신입생이고 사회경험이 적어 그럴수도 있다고 볼수 있겠지만 대체로 쑥맥인면이 있었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그리 많아보이지도 않았던 나나. 이후 승호가 군대간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통역알바로 일해온 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3년동안 나나의 인간관계등이 딱히 좋아지거나 나아졌을 것 같지도 않다. - 오죽했으면 자신보다 서른살이나 많은 나이많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 헌데 그런 나나가 정상적인 여자를 승호에게 소개시켜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실적으로 이루어질수 있는일 같지가 않아보여 승호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나온다. 

 “ 괜히 쓸데없는 일을 벌이진 마세요. 뭐 정히 소리선배와 제가 사귀는게 불편하다 

  면...제가 그 문제는 다시 생각해볼수도 있지만... ” 

 “ 선배... ” 

 술기운이 아직 남은 상태라 피곤하고 지치기라도 하는지 승호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려 한다. 나나가 다급하게 그런 승호를 막는다. 어찌보면 3년전 소개팅 자리에서 ‘자신하고는 안 맞는 것 같으니 다른 좋은분 만나시라’며 승호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할 때 그 앞을 간절히 막아서며 ‘그러지말고 몇 달만이라도 만나달라’ 애원하던 그 모습이 연상될 판인 나나의 태도다. 승호가 나나에게 말을 건넨다. 

 “ 지치네요. 일단 오늘은 그만 올라가 쉴께요. ” 

 “ 제발 부탁이에요 선배...차라리 제가 진짜 좋은 사람 소개시켜줄테니... ” 

 “ 꼭 오늘 나눠야하는 대화는 아닌거잖아요. 그러니 다음에 다시 이야기해요. ” 

 “ 선배... ” 

 나나를 살짝 밀쳐내고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버리는 승호. 나나가 그 뒷 모습을 안타까이 바라보다 결국 울음까지 터트리고 만다. 

 


 며칠후. 밤늦은 시간에 나나가 승호의 방으로 들어온다. 의아해하는 승호의 곁으로 차분히 다가와 앉는 나나. 잠옷차림이긴 하지만 나름의 정숙함을 지키고 있다. 다만 잠시 뭔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승호를 바라보는 나나. 그녀가 말을 건넨다. 

 “ 선배... ” 

 “ 무슨일이신데요 새어머니 ? ” 

 승호 역시 사뭇 정중하게 나나를 그와같이 부르고, 물기젖은 나나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 소리선배하고의 관계...정말 다시 생각해보면 안되겠어요 ? ” 

 나름 안타까움을 담아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나. 승호가 한숨을 내쉰다. 그러잖아도 일전에도 소리선배만은 곤란하다며 자신이 다른 정상적인(?) 여자를 소개시켜주겠다고까지 나왔던 그런 나나가 아니던가. 그래서 승호는 다시 착잡해질 수밖에 없고 그런 가운데 입을 연다. 

 “ 지금와서 뭘 어쩌자구요... ” 

 “ 선배... ” 

 “ 소리선배하고의 관계...이미 그렇게 쉽게 끊어질수 있는 사이가 아니란거...그건 새 

  어머니도 모르시진 않으실거잖아요. ” 

 무엇보다 원래 승호에게 소리가 그런 상대이지 않았던가.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던 상대, 상처주고 싶지 않은 상대. 헌데 지금 이미 이렇게까지 와 버린 상황에서 그런 소리에게 상처줄 일을 만든다 ? 그건 승호의 성격상 정말 차마 못랄짓이다. 그래서 거듭 고개를 가로젓는데, 나나는 그런 승호를 보며 거듭 간곡하게 애원한다. 

 “ 제가 노력해볼께요. 그러니 제발 소리선배하고의 관계는 다시 생각해줘요. ” 

 “ 대체...무슨 노력을 어떻게 하겠다는건데요 ? ” 

 승호가 어이없다는 듯 다시 이렇게 묻는다. 물론 나나가 며칠전에 자신이 다른 정상적이고 평범한 여자를 소개시켜주곘노라며, 심지어 진정한 여자의 매력을 승호에게 일깨워주고 싶노라는 말까지 하던 그런 나나가 아니던가. 허나 다른건 몰라도 나나가 다른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줄만한 그런 인맥이라던가 그런게 없는 사람이란건 승호도 잘 아는 처지다. 그래서 나나의 이런말이 오히려 더 신뢰가 안가고, 그래서 거듭 소리와의 관계를 끊는 것은 ‘안되는 일’이란 말만 반복하는 승호. 나나의 안타까움이 한층 더해질 따름이다. 

 “ 선배...선배는 확실히 여자보는 눈이 왜곡되어 있는게 맞다니까요 !!! ” 

 “ 새어머니... ” 

 자꾸 이런식으로 말하는 나나의 태도가 결국 불쾌해졌는지 정색을 하고 나나를 이와같이 부르는 승호. 허나 나나는 슬픈 눈빛으로 승호를 바라보며 다시금 이렇게 말한다.  

 “ 선배는 진짜 여자의 매력이 어떤건지를 몰라요. 오직 한 남자만을 위한 지고지순 

  한 사랑. 그리고 인고와 순종의 삶...진정한 여자의 매력이 어떤건지 선배는 모른 

  다고요. 그걸 일깨워주고 싶다는것뿐인데... ” 

 어디서 어쨌든 들은 이야기는 있는지 이런식으로 열거하고 있는 나나의 말. 허나 그러고보니 지금 나나가 열거한 소위 여성의 매력이란게 그야말로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여인상 그 자체 아닌가. 정말이지 요즘 여자가 맞나 싶을정도의 나나의 여성관. 승호가 너무 이쁘거나 공주같은 스타일의 여자가 질색인 그런 취향인 것은 둘째치고라도 요즘여자답지 않게 의외로 고전적인 여성상에 대한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나나도 확실히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일 것 같다. 나나가 거듭 안타까운 듯 승호의 손을 잡아본다. 

 “ 선배... ” 

 “ 왜...왜 이러세요 ? ” 

 순간 당황해서 나나를 뿌리치는 승호. 그러자 나나가 다급하게 외친다. 

 “ 나 선배 엄마잖아요 !!! ” 

 물론 승호도 지금까지 정중하게 나나를 ‘새어머니’라 불러주긴 했지만 그건 어쨌든 아버지와 결혼한 여성이기도 하고 또 나나에 대한 개인적인 미안한 마음 때문에라도 그런식으로 존중해주려는 면도 있었던걸로 봐야할 것이다. 헌데 대놓고 자신을 승호의 ‘엄마’라고 칭하는 나나를 보니 승호가 더더욱 어이없어지고, 나나가 승호를 보며 거듭 이렇게 말한다. 

 “ 잊었어요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선배의 진정한 엄마가 되어주고 싶노라고 말한 

  것... ” 

 확실히 승호와 이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 첫날밤 나나가 그런말을 하지 않았던가. ‘선배의 여자가 될수 없다면 차라리 선배의 엄마라도 되어보고 싶노라’고. 도대체 지금 나나의 진심이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쉬이 가늠이 안되어 승호는 혼란스럽기만 한데 한숨을 내쉰 승호는 나나를 외면한채 이렇게 말한다. 

 “ 다 큰 성인인데 엄마는 무슨... ” 

 “ 하지만 정신은 성숙하지 못한거잖아요 선배. ” 

 “ 뭐라구요 ? ” 

 이건 또 무슨소리인지. 다시 화가 난 승호가 정색하고 나나를 바라보고 나나는 그런 승호를 바라보며 진정 애틋한 마음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 엄마없이 자란 선배는 확실히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자아를 가진게 분명해요. 그러 

  니... ” 

 그러면서 살며시 승호를 품에 안아보기까지 하는 나나.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다. 

 “ 내가 성숙시켜주고 싶어요. 아직 미성숙한 선배의 자아를... ” 

 글쎄, 이게 도대체 누가 누구한테 할 소리인지. 적어도 대학 1학년때 마음에 드는 대학선배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붙이고 그래서 승호와 친하다는 대학선배까지 찾아가 ‘한번만 소개시켜달라’ 조르고, 또 그 승호와 소리가 여행도 가고 여관까지 갔다는 사실을 알고는 ‘둘이 따지고보면 대학 1-2학년때부터 지금껏 가까이 지낸 사인데’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나 모르겠다며 자신을 ‘바보,천치,등신’이라 자책하던 그런 나나가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그야말로 애가 애를 키워주겠다는 것인지. 여하튼 나나는 어느덧 승호를 품에 안은채 살짝 입맞추려는 시늉까지 해 보인다. 

 “ 왜...왜 이러세요 새어머니... ” 

 당황한 승호가 뿌리치려 하는데 나나는 그런 승호를 붙잡으며 사뭇 설득하듯 말한다. 

 “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줘요 선배 !!! ” 

 “ 새어머니... ” 

 “ 그래요...그냥 엄마가 아들한테 하는 키스...아니 그냥 뽀뽀라고 생각해줘요. 엄마 

  가 모성(母性)을 담아 아들한테 해주는 순결하고 맑은 키스...그렇게 생각해달라구 

  요... ” 

 “ 이게 대체 뭐하는 짓들이야 !!! 대체 누구랑 뭘 한다는 소리야 !!! ” 

 그때 들려온 벽력같은 호통소리. 나나와 승호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다름아닌 김준성이었다. 한밤중에 아내가 곁에 안 보이자 처음엔 화장실이라도 갔나싶어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는 것 아닌가 싶어 의아해서 나와본 준성. 허나 화장실에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층으로 올라와보았다. 그리고 그런 준성이 너무 기가막힌 광경을 목격한 것이 아닌가. 

 “ 여...여보... ” 

 기겁한 나나는 일단 해명부터 하기위해 준성에게 달려오고 허나 나나의 뺨이라도 한 대 후려갈기고픈 심정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준성의 호통이 이어진다. 

 “ 대체 내가 지금 뭘 본거야 ? 도대체 둘이 무슨 관계인거야 ? ” 

 “ 여...여보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방금 그건... ” 

 “ 여보 ? 날더러 여보라고 ? 이따위로 굴면서 지금 나한테 여보라는 소리가 나와 

  !!! ” 

  


 준성은 나나를 거칠게 1층 자기방까지 끌고 데려왔다. 방안으로 나나를 밀쳐넣은 준성. 그리고 매섭게 따진다. 

 “ 도대체 너 뭐하는 애냐 ? 너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 ” 

 하도 기가막힌 광경을 본 상황인지라 준성은 이 나나라는 어린 여자애한테 철저히 우롱당한 기분이 들어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있고 나나는 그런 준성 앞에서 울며불며 애원하고 있다. 

 “ 오해하지마세요 사장님 !!! 처음부터 사장님을 우롱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 

 “ 뭐라구 ? ” 

 일단 나나의 변명이나 좀 들어보자는 심산으로 일단 화를 조금 누그러뜨린 준성. 침대에 걸터앉은 자세로 그 앞에서 무릎꿇고 빌고있는 나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 처음엔 진짜 사장님이...승호선배 아버지일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게다가 

  승호선배는 원래 제가 만나달라구 그렇게 애원해도 만나주지도 않던 사람이에요.  

  그러니 제가 승호선배의 아버지가 어떤분인지 가족관계가 어찌되는지 그런걸 어떻 

  게 알수 있겠어요 ? 정말 승호선배의 아버지가 사장님이란걸 알게된건 사장님과 그 

  런 사이가 되고 한참 지난뒤의 일이었어요. ” 

 준성도 대충 나나와 만나던 시간을 회고해보았다. 확실히 준성과 나나는 중소기업 사장과 그 통역일을 맡아주는 알바 사이로 시작되어 차츰 가까워지면서 준성이 자신이 실은 이혼남이고 슬하에 아들 하나가 있고 지금은 경남의 어느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 정도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은연중에 자기 아들 이름을 한두번 그때 언급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해 안가는 이후 나나의 처신. 준성이 거듭 따져묻는다. 

 “ 아무리 그래도...최소한 내가 승호 애비라는걸 알았으면...비록 그런 사이가 되었더 

  라도...적당히 핑계라도 대면서 헤어지던가 했어야지 어떻게 이런일을 벌여 !!! 어떻 

  게 뒤늦게라도 내가 승호 애비라는걸 알았으면서도 태연자약하게 나랑 결혼할 생각 

  을 할수 있냐구 !!! ” 

 “ 이미 사장님을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어떡해요 그럼. 이미 사장님과 깊은 관 

  계가 되어버렸는데 어떻게 헤어지냐구요. 어어어엉~~~!!! ” 

 ‘깊은 관계’란 표현을 할 때 꼭 그런 의미까지 담고 있다고 볼수야 없는것이겠지만 이미 성관계까지 가진 사이라면 결혼까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여자라면 나나도 참 요즘 여자답지 않게 보기드문 순수하고 고전적인 정조관념을 갖고있는 그런 여성인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어찌보면 다분히 쑥맥같을수도 있지만, 오히려 요즘 세상에 그런 젊은 여자가 자신과 인연이 되었다는것만으로도 준성은 그야말로 신께 감사드려야 할판 아닌가. 허나 다른 사람도 아닌 그것도 자기 아들을 한때 짝사랑하던 그런 여자였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는 듯 준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여러말 할 것 없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 

 “ 사장님...아니...여보... ” 

 “ 백번 양보해서 차라리 니가 그냥 내 아들과 이름만 아는 사이 정도인 그런 그리 

  친하지도 않았던 대학 동기나 후배쯤 된다면 거기까진 내가 수용해 줄수도 있어. 

  하지만 한때 내 아들을 짝사랑하던 여자가 지금 내 아내라니 그건 정말 말도 안된 

  다. 한 며칠이라도 말미를 줄터이니 그 사이에 조용히 내 집에서 나가. ” 

 “ 사장님... ” 

 준성은 이미 나나와 헤어질 결심을 굳힌 사람처럼 차갑게 그녀를 외면하고 있고 나나는 사뭇 억울하다는 듯 자신의 잔심을 몰라주는 남편 김준성을 원망하며 거듭 애원하고 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저 다른건 몰라도...저 진심으로 사장님을 사랑했어요. 그것만은 진심이에요. 결코 

  사장님을 우롱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어서 나이많은 사장님을 선택한거 아니라구요. 

  진심으로 사랑해서 한 결혼이란거. 그것만은 믿어주세요 사장님. 어어어엉~~~!!! ” 

 나나는 울며불며 애원하지만 준성도 이 상황을 진짜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몰라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하튼 다른건 몰라도 자신의 아들을 짝사랑했든 잠깐이나마 만난적이 있든 그런 인연이 있었던 여자가 자기 아내가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는 듯 적어도 그 결심만은 단호해 보이는 준성.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너 오갈데 없는 처지인건 내가 뻔히 아니까 며칠정도 말미를 줄터이니 그안에 조 

  용히 내 집에서 짐싸갖고 나가. 하지만 그 이상은 안된다.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사장님. 어어어엉~~~!!! ” 

 확실히 나나의 가족관계라던가 경제적 사정등은 승호보다는 준성이 확실하게 알고 있다. 마치 무슨 평행이론처럼 준성의 아들 승호가 어릴적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아버지하고 단둘이 살아온것처럼 나나 역시 어릴때부터 엄마하고만 단둘이 살아온 몸. 하지만 그 어머니마저 나나가 준성과 결혼하기 얼마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만약 나나가 준성과 같이 살게 되면서 그전까지 살던집을 처분한 상태라면 지금 나나가 오갈데 없는 처지인것만은 분명하다. 그래도 적어도 그 사정만큼은 봐주려는듯한 준성의 모습. 그나마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나나에 대한 준성의 마지막 배려이자 애정이라고나 할까. 나나는 거듭 사장님하고 헤어질수 없다며 준성에게 애원해보지만 준성은 여전히 나나를 외면하고 있다. 

 “ 선배... ” 

 어쨌든 나나가 단칸방이라도 마련하든 월세방을 마련하든 거처를 마련할때까지 며칠정도는 말미를 준다고 했으니 일단은 나나가 아직 준성의 집에 머물고 있는 상황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나가 승호를 바라본다. 마치 차라리 승호에게라도 어떤 애원이나 구원의 손길을 바라는 듯. 허나 준성은 그것마저도 매섭게 꾸짖는다. 

 “ 어디서 선배란 소리가 나와 !!! ” 

 “ 여...여보... ” 

 “ 도대체가 콩가루 집안을 만드는것도 유분수지...세상에 내 아내가 되어있는 몸으로 

  내 아들한테 ‘선배’라고 불러 ? 도대체 어디 그따위 말도 안되는 가족관계가 있을 

  수가 있어 ? 정히 내 아내로 계속 살고 싶다면 그 호칭부터 정정하던가. ” 

 “ 여...여보... ” 

 허나 준성의 이 말이 나나와 다시 계속 살아줄 의사가 있다는 의미는 아닌 듯 하다. 준성은 거듭 야멸차게 며칠안에 단칸방이나 월세방이라도 마련해 자신의 집에서 나가줄 것을 종용하고 있고 중간에 낀 승호는 입장만 난처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모르고 있다. 준성은 준성대로 평상시 그 답지 않게 한 며칠 폭음을 해댔고 그렇게 한동안 불안한 가족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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