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팬픽 - 다이아 기희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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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2 

 

 

 사실 승호는 물론 소리,나나까지 세사람 모두 서울법대(‘서’울에서 제‘법’ 떨어진 대학)에 다니는 몸으로 나고 자란 것은 서울 혹은 그 인근 수도권 지역이지만 대학은 어찌어찌하다보니 먼 지방에서 다니게 된 그런 사람들이다. 즉 다시말해서 방학때가 되면 보통은 서울 자기집으로 돌아와서 지내게 되는 그런 사람들인데 일단 서울에서 사는 거주지는 제각각이다. 승호는 서울 성북지역에서 어릴때부터 쭉 살아왔고, 소리의 경우엔 대략 중학교때부터 강서지역에 새로 생겨난 아파트단지에서 부모님과 남동생까지 네식구가 함께 살았다. 그리고 나나는 정확히 서울은 아니고 서을 인근에 있는 신도시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어쨌든 중요한건 방학때가 되면 하숙을 하던 기숙사 생활을 하던 그런 학교인근의 숙소에서 지내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지내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개학을 하게되면 다시 학교를 다니기위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어느덧 여름방학이 다 지나고 개강을 해 2학기가 된 어느날. 승호가 강의를 듣기위해 강의실로 향하고 있는데 막아서는 누군가가 있었다. 다름아닌 4학년 소리다. 그러고보면 소리는 어느덧 4학년 2학기니 사실상 졸업만 남겨놓은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인데, 그 소리가 아침일찍부터 학교에 와서 그것도 승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승호가 반가운데서도 이전같이 않은 심상찮은 소리의 분위기에 당황해하고 있는데 소리가 그런 승호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 김승호 !!! ” 

 “ 누나, 무슨일인데요 ? ” 

 아직 영문을 알 수 없는 승호가 그와같이 물었고 소리가 거듭 따지듯 물었다. 

 “ 너 도대체 나나와 어떻게 된거니 ? ” 

 혹시나 했는데 결국 나나 문제였나. 헌데 나나에게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며 사실상 헤어지자는 의사를 밝힌 것이 여름방학에 들어가기 직전의 일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학을 해서 한 두달 가까이는 서울 각자의 집에서 지내다가 개학을 해서 다시 재회하게되는 그런 모양새인데, 대체 그 두달간 무슨일이 있었던것인지 여전히 영문을 알길없는 승호로선 그저 사실대로 답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난데없이 소리가 승호의 뺨을 후려쳤다. 

 “ 나쁜자식 !!! ” 

 “ 선배... ” 

 밑도끝도 없이 이렇게 나오는 소리로 인해 그저 승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일단 결국 나나와 관련된 문제인건가 짐작할 수밖에 없지만 대체 그게 소리가 이렇게까지 화낼 문제인가. 그 또한 이해 안가는 상황인것만은 사실이다. 일단 소리의 말이 이어진다. 

 “ 여자의 마음을 그렇게 야멸차게 내치는 것은 저질중에서도 최악의 저질인거야 !!! 

  알아 !!! ” 

 그리고는 마치 자신이 실연이라도 당한것마냥 울면서 뛰쳐나가는 소리. 승호가 뭐라고 말을 붙일 사이도 없었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것인지 그저 얼떨떨하기만한 승호. 일단 소리가 나나로부터 자신들의 일을 전해들었다는 짐작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일단 나나에게 승호가 ‘그만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여름방학 직전이었고 그리고 그 무렵엔 소리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니 방학동안 소리와 나나가 만났다는쪽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다. 일단 승호가 대충 소리가 사는곳이 어느 동네인지 정도까진 알고 있었다. 다만 거리상 문제도 있고 또 승호가 소리를 굳이 방학때까지 만나서 어울리고 할만한 사이로까지 생각하진 않아서 방학중에 만나진 않았던 것 뿐인데 나나는 그런 이야기를 하러 일부러 소리를 찾아갔단말인가. 승호 입장에서 좀 이해할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은 사실이었다. 헌데 나나는 어쨌든 사는집이 서울은 아니고 경기도 인근의 위성도시. 그러니까 성남 분당쪽에 산다. 헌데 그런 나나가 서울 강서지역에 사는 소리를 만나러 일부러 찾아가기까지 했다는 이야기. 어쨌든 방학을 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소리의 집까지 찾아온 나나. 소리 입장에선 그것도 1학년 후배인 나나가 대학 첫 여름방학에 일부러 자신을 찾아오기까지 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 선배...저 어떻게 해요 엉엉엉엉~~~!!! 승호선배가 저 싫대요. 저랑 헤어지재요. 어 

  어어엉~~~!!! ” 

 “ 나나야...그러지 말고 차근차근 이야기해봐.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 

 그렇게 소리가 나나로부터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었고 헌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전했기에 소리가 그렇게까지 화를 내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승호의 뺨까지 때릴 지경이 되었단말인가. 일단 굳이 승호가 그날 나나에게 한 이야기를 회고해보면 그저 (아직 확정적인것도 아닌데) ‘군대에 가야하는 문제가 있다’던가 혹은 너처럼 너무 이쁘고 공주병 같은 스타일은 너무 질색이고 부담스럽다 그 정도가 전부다. 헌데 그게 나나에게 적잖은 상처를 준것까진 그렇다치더라도 이게 소리가 그렇게까지 화나게 할 문제인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가는 일이긴 했다. 

 승호는 한동안 좀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었다. 개학을 했으니 학교는 계속 나가야했지만 솔직히 강의내용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기거하는 하숙집으로 돌아오면 그저 바닥에 누워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렇게 있었던 것이다. 나나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이게 ‘소리선배까지 실망시킨’ 결과를 만들었다는게 승호를 절망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다른건 몰라도 소리는 승호에게 ‘실망시키지 않고 상처주고 싶지 않은’ 그런 존재였다. 적어도 무슨 연애니 뭐니 그런 감정이 생기기 이전에 소리는 그렇게 승호에게 ‘소중한 누나’이자 선배쯤 되는 그런 존재였다고나 할까. 헌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런 소리선배를 실망시켰다는점. 심지어 그날 소리는 자신을 두고 ‘최악의 저질’이란 말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면 소리선배와의 관계도 이제 끝이구나. 무슨 나비효과나 연상작용마냥 나나와의 관계를 자칫 더 가까워지기전에 적당히 끊으려고 했던일이 결과적으로 소리선배까지 실망시키는 일이 되어버리다니. 나나와 헤어진 문제보다 소리를 실망시키구 상처주었다는 문제가 승호를 한없이 괴롭게 만들고 있었다. 

 “ 김승호 !!! ” 

 헌데 뜻밖에도 그런 소리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그날 소리선배의 태도로 보아선 두 번다시 자신을 보지 않으려 할것만 같은데 뜻밖에 걸려온 전화. 승호는 긴장한 가운데서도 어둠속에서 한줄기 희망을 보는듯한 심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덕분에 가슴은 두근두근 떨려올 수밖에 없고 그런 승호에게 소리가 말을 건넸다. 

 “ 무슨 남자가 그러냐 도대체 ? ” 

 “ 예 ??? ” 

 첫마디부터가 뭔가 알아들을수 없게 내뱉은 소리. 그리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일단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하자. ” 

 “ 선배... ” 

 “ 글쎄, 전화로 할 수 있는 이야긴 아니니까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 

 어쨌거나 소리가 ‘만나주겠다’는 말에 그야말로 구원의 손길이라도 내리고 있는양 승호는 뛸 듯이 기뻐 만사제쳐놓고 소리와의 약속장소와 시간을 정했고 그리고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뜸들일수도 없어서 ‘내일이라도 좋다’고 승호가 말해 바로 다음날 낮에 강의 끝나자마자 두 사람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소리가 우선 궁금한것부터 물었다. 그래도 얼마전 그렇게 성난기세로 아침부터 강의실로 찾아온 모습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누그러져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도대체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거니 ? 그것부터 차근차근 좀 이야기해봐. ” 

 헌데 대체 소리가 나나와 승호의 일을 어떻게 알고 있는것일까. 천상 승호도 그것이 궁금할테니 소리가 우선 그 의문부터 풀어준다. 

 “ 방학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나나가 우리집으로 찾아왔었어. 서울 우리집으로  

  말이야. ” 

 “ ??? ” 

 “ 그리고는 엉엉 서럽게 울더라. 니가 자기랑 헤어지자고 했다면서. ” 

 “ 가...가만 근데 나나가 소리선배 집엘 직접 찾아갔다구요 ? ” 

 생각해보니 그게 더 어이없고 황당하다는 듯 승호가 이렇게 나왔다. 하긴 따지고보니 그렇다. 아무리 그래도 승호에게 소리는 1학년때부터 자신이 친하게 어울렸던 한 살위의 2학년 선배고 어느덧 그 시간이 2년반 이상이 지난셈인데 나나의 경우 딱히 소리와 친한 사이라 할수도 없고 그저 애초에 나나가 차마 직접 승호에게 고백할 수가 없어서 승호와 절친해 보이는 소리에게 먼저 다가갔던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소리와 나나의 사이는 그리 친한 선후배 사이라고도 볼수 없는터. 헌데 그런 나나가 지금까지 자신도 한번 찾아간적 없는 소리선배의 집을 찾아갔다니 그게 더 어이없고 황당하지 않는가. 허나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는 듯 소리가 다시금 따져물었다. 

 “ 그러니까 내 앞에서 니 이야길 좀 차분히 설명해보라구. 그래야 내가 판단을 할수 

  있는거니까. ” 

 적어도 남녀관계는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와야 중립적인 판단을 할수있다는 이치 정도는 깨달은 4학년 선배라서일까. 이렇게 승호에게 해명의 기회는 주려는듯한 모습. 허나 그래서 더 난감하고 당혹스러워진 승호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입을 연다. 

 “ 나나가...저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 ...... ” 

 “ 제가 나나에게 한 이야기는 진실 그대로에요. 어차피 군대문제도 곧 해결을 봐야 

  하고...무엇보다... ” 

 소리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는 가운데 승호의 말이 이어진다. 아직 여름더위는 가시지 않은때 냉방장치가 되어있는 실내공기는 그런대로 상쾌한 느낌이다. 

 “ 솔직히 처음부터 소리선배 체면을 생각해서 한번 만나준것뿐이지 애초부터 나나는 

  제 마음에 드는 아이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몇 번 만나보니까... ” 

 “ ...... ” 

 “ 만나보니까 더더욱 안 맞는게 많다는 것을 깨달은것뿐이고...그래서 괜히 시간낭비 

  하지말고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자. 이쯤에서 정리하는게 좋겠다 그런 판단을 했 

  던것뿐이에요. ” 

 소리가 한숨을 내쉰다. ‘아무리 그래도 나나 입장도 좀 생각을 해 줘야지’ 이런식의 나무람이 별 의미없다는 생각이 드는것일까. 여하튼 당사자가 싫다는데 거기에 더 무슨 할말이 있을수 있겠는가. 애초에 자신이 승호 입장도 생각안해보고 무조건 ‘나나를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원했던 것이 잘못이었던것일까. 별 생각이 다 드는 소리다. 복잡한 머릿속을 음료수를 한모금 마시며 정리해본뒤 살짝 화제를 돌려본다. 

 “ 김승호. ” 

 “ 네, 누나. ” 

 “ 기왕 이렇게된거 단도직입적으로 하나만 물어보자. 너 여자가 싫은거니 ? ” 

 “ 네 ? ” 

 무슨뜻으로 이렇게 묻는것일까. 하긴 적어도 승호가 여자나 미팅같은데 관심없다는식의 이야기는 소리한테 지난 3년동안 수십번도 더 했을 것이다. 물론 공부나 일에 열심이라서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더러 있긴 하지만, 적어도 승호는 그런쪽하고도 거리는 좀 있는편이고. 혹시 소리가 자신을 진짜 이상한 성적취향이 있는 그런 남자로 오해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드니 이제 승호가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진다. 무슨말을 어떻게해야할지 그야말로 머릿속에 복잡한가운데 일단 승호는 입을 연다. 

 “ 제가...여자에게...어떤 이성교제나 그런쪽으로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는 말만 했지 

  ...여자를 사귀는 것 자체가 싫다거나 그런 말은 한적이 없어요. ” 

 “ 그럼 대체 나나가 왜 싫은건데 ? 그것부터나 좀 말해봐. ” 

 답답한 듯 소리가 승호를 재촉하고 있고 그러자 승호가 뭔가 고통스러운 고민이라도 있는 남자마냥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기까지 한다. 이거 정말 혹시 동성애 아니면 성적으로 무슨 문제가 있는 남자가 승호 아닐까. 그런 오해도 들 수 있는 그런 상황이긴 한데 일단 승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저 원래...그냥 어릴때부터 그런건 싫었어요. ” 

 “ 대체 뭐가 싫다는건데 ? 여자가 ? ” 

 “ 여자 자체가 싫은건 아니고요... ” 

 “ 그럼 대체 뭐 ? ” 

 소리가 슬슬 짜증까지 내는것같자 적어도 솔직하게 고백할수 있는 부분은 고백하자 그쯤으로 노선을 정리하는 승호. 입이 열린다. 

 “ 뭐랄까...그래요. 가령 무슨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쯤 되는 그런 너무 지나치게 미 

  인이라던가 공주같은 스타일...그게 제가 싫었어요. 다만 그것뿐이에요 제가 하고싶 

  은말은... ” 

 원래 승호의 표현력이 부족한것일까. 그러고보면 나나에게 했던말과 토씨하나 틀리지 않은 이야기를 소리앞에서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새삼 자신의 부족한 표현력이 원망스러워져 다시한번 얼굴을 감싸쥐기까지 하는 승호. 소리도 좀 이해가 안간다는 반응이다. 

 “ 참...진짜... ” 

 “ ...... ” 

 “ 내가 너 2학년때부터 지금까지어느덧 2년 넘게 지켜본거지만...오늘처럼 이해 안가 

  기는 정말 처음이다. 도대체 살다살다...무슨 ‘이쁜여자가 싫다’ 그런게 대체 이유가 

  되니 ? ” 

 “ 누나... ” 

 승호가 ‘소리선배마저 날 이해 못해주느냐’는듯한 사뭇 안타까운 음성으로 그녀를 부르고 있다. 소리도 한숨을 내쉰다. 솔직히 소리 입장에서 승호는 뭐랄까. 사실 남자로까지 느껴본적은 없고 그냥 ‘귀여운 후배’쯤 되었다고나 할까. 대체로 선배나 누나말 고분고분 잘 듣고 그리고 아직 세상물정은 잘 모르는지 착하고 순해빠진 아이. 대충 그 정도. 그리고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느라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나 문제가 있는건지 미팅이나 소개팅따윈 어쨌든 별 관심 없다고 하던 아이. 그 정도 외에 딱히 문제가 되는 성격이나 취향이 있다고 느껴본적은 없다. 헌데 그런 소리 입장에서 승호가 이렇게까지 이해 안간적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이제 나나문제는 둘쨰치고라도 자신이 궁금해져서라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수가 없다. 

 “ 김승호. ” 

 “ 네, 누나. ” 

 정중하게 자신을 부르는 승호. 이런 예의바른 모습도 소리가 대체로 승호를 좋아하게된 면이기도 하다. 일단 소리의 물음이 이어진다. 

 “ 그러지말고 나한테라도 솔직히 말해봐. 그럼 대체 어떤 여자가 좋다는건데 ? ” 

 공연한 긴장감 때문일까. 아니면 밀려드는 궁금증 때문일까. 솔직히 이런 질문에 승호가 어떤 대답을 할지 소리도 사뭇 궁금해져 눈빛이 번득이지 않을수 없었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양 손으로 턱을 괴는 시늉까지 해보이는 소리. 헌데 순간 승호는 진짜 소리가 깜찍하고 귀엽다는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소리를 안지가 어느덧 2년여의 시간이지만 지금까진 그냥 ‘친한누나’ 그 이상의 느낌이 아니었는데 오늘처럼 소리가 깜찍하고 귀여워보인적이 없었던 것 같다. 헌데 만약 나나가 이런 모습을 보였다면 오히려 더 혐오감이 들었을것이데 소리처렴 평소 성격이 밝고 적극적이고 게다가 운동도 좀 잘하는 편인 그런 소리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그게 오히려 더 귀엽고 깜찍해보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꽉 깨물어주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허나 이런 행동은 요즘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한 80-90년대에도 이상한 ‘변태’ 취급 당했을 그런 행동이다. 따라서 그 충동만큼은 일단 자제한채 소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어쨌든 묻는말에 답을 안 할수도 없으니 – 게다가 평상시 ‘상처주거나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았던’ 그런 상대가 소리다. - 일단 적당히 얼버무리듯이라도 대답을 한다. 

 “ 우...운동하는 여자요. ” 

 “ 뭐 ? ” 

 “ 그...그냥 운동하는 여자나...여군이라던가 전 원래 그런 여자가 좋았어요. 다만 그 

  것 뿐이에요. ” 

 


 사실 이런 커밍아웃(* ‘성적 정체성’을 밝힘)이 쉽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더욱이 여자 앞에선. - 그것이 동기 여학생이든 선배든 후배든 친구든 동료든 – 솔직히 밝히기도 민망하고 또 사실대로 이야기한다고 해도 그런 이야기를 듣는 상대가 자신을 이해해줄련지도 불확실한 문제 아닌가. 게다가 대놓고 운동선수나 여군을 좋아한다던가 어릴때부터 관심이 많았다던가 하는식의 말은 결국 승호가 그만큼 표현력이 부족해서 나온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그것도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다른사람도 아닌 소리 선배가 마치 추궁이라도 하듯 거듭 캐물어오니 마지못해 이런식으로 답을 한것일뿐 사실 다른 여학생이나 – 남학생인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 다른 상황에서 이런식의 질문을 받았다면 승호는 늘 그래왔듯이 ‘공부하느라 바쁘다’던가 ‘원래 미팅같은데 관심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렸을 것이다. 

 헌데 뜻밖에도 승호가 이런 ‘커밍아웃’을 한적이 없지는 않다. 다만 그게 이런 맨정신의 진지하다면 진지하다고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는 아니고 한 반년전쯤이던가 1년전쯤, M.T라고까지 할건 없고 그저 평상시 가까이 어울리는 남자 대학생 동기,선배들과 가까운 콘도 같은데로 1박2일정도 여행을 떠난적이 있다. 그때 같은 남자들끼리 술이나 한잔씩 하면서 적당히 취기가 올랐을 때 그런 분위기에서 이런저런 성적 농담도 오가고 자신의 개인적인 연애담이라던가 또는 어디서 어설프게 주워들은 우스개나 괴담따위도 주고받고 할 때 은연중에 나온 이야기다. 

 “ 형, 형 그런데. ” 

 대충 옆자리에 앉아있는 선배를 그런식으로 부르며 승호가 이렇게 말했다. 

 “ 형은 근데 여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 ” 

 “ 뭐 ? 여군 ? ” 

 소위 ‘여성징병제’ 같은 논란이 한동안 있기도 했고 그게 거슬러 올라가면 90년대 후반 있었던 소위 ‘병역가산점 논란’ 같은데서 불거진 이야기기도 하지만 지금은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선배는 치우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 사실 남자들끼리 이야기하면서 굳이 ‘여군’에 대해 대화나누는 일이 거의 없다. - 헌데 이런 상황에서 그저 좀 평상시 가까이 지내는 후배녀석 하나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니 선배는 좀 쓸데없거나 실없는 소리 정도로 생각했는지 적당히 손을 내저으며 다른 술좌석 동료들과 다른쪽으로 화제를 돌리려 하고 있었다. 그러자 승호가 아쉬운 듯 선배의 팔을 잡았다. 

 “ 형, 그런게 아니라요... ” 

 “ 왜 그래 또 ? ” 

 좀 귀찮은 듯 선배가 성가시다는 반응을 보였고 승호가 많이 취했나 싶어 다른 동기 두어명이 승호를 만류하려 들었다. 그러자 승호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확실히 많이 취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 그게 아니라...나 원래 여군이나 이런데 관심이 많았다니까 원래는... ” 

 “ 무슨소리야 뜬금없이 ? ” 

 선배는 물론 다른 동기생 두어명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승호의 이야기에 어이없어하며 그저 취했으려니 생각하고 적당히 상황을 수습하려든다. 허나 승호는 기왕 작심하고 하려는 이야기라도 되는것일까. 악에받쳐 오히려 목소리를 한옥타브 높였다. 

 “ 내가 이상한 X으로 보이냐 ? ” 

 “ 승호야, 너 왜 그래 갑자기 ? ” 

 결국 동기생들이 그를 만류하려 들었고 그러나 승호는 그럴수록 더욱 발악하며 이와같이 나왔다. 이 자리에 참석한 다른 동기며 선배들 다들 당황하고 놀라 어쩔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 나 원래 그랬다니까...그게 한 중학교때부턴데...여자배구나 여자농구...이런거 즐겨 

  보고 또 여군 나오는 프로라던가...그런거 즐겨보고 그랬다니까...그런데 그거 왜 그 

  런거냐구 ? 나만 특이한거냐 ? 나만 이상한거냐 ? ” 

 “ 승호 쟤 아무래도 많이 취한 것 같다. 좀 재워라. ” 

 아무래도 상황을 수습해야겠다는 듯 선배 두어명이 그런 승호를 말려서 재우라는 듯 나왔고 승호를 대충 옆의 빈방으로 끌고가 재우려는데 그러는 가운데서도 승호는 아직 할말이 남았다는 듯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그게 아니라 나 원래 그런데 관심이 많은 X이라니까 ? 여자 배구선수라던가...여 

  군이라던가...그런거 관심 많다고...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 그런거 싫고...가령 가수 

  도...바다...신지...백지영...이수영... ” 

 도대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것인지 앞뒤도 안맞는 이상한 소리만 계속 내뱉고 있는 승호. 간신히 빈방에 이불까지 덮어주며 겨우겨우 승호를 재워서 소란을 진정시킬수 있었다. 술자리는 자연스레 파해졌고 다만 상대적으로 좀 덜취한 선배 두어명 정도만 자신들끼리 남은술을 몇잔 더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뿐이었다. 

 그날일은 그렇게 술에취한 승호의 해프닝정도로 적당히 넘어가는 듯 했는데, 헌데 그런 이야기를 굳이 담아두고 있던 선배가 한둘 있었나보다. 역시 동기생이기도 한 소리에게 하루는 이렇게 진지하게 물어왔다. 

 “ 소리 너 승호랑 원래 친하지 ? ” 

 확실히 소리는 평상시 ‘털털하다’던가 그런 평가를 주위로부터 많이 듣는 그런 성격의 여성이긴 했다. 허나 꼭 그런쪽으로 본다기보단 대체로 밝고 명랑하게 남학생들하고도 잘 어울리고 그런 정도의 여성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운동도 좀 즐기고 성격도 밝고 명랑한 그 정도 성격의 여자가 소리다. 이미지는 ‘남성적’이라기보다는 약간 작은키에 마른 체형의 여성. 적당히 캐쥬얼 복장이나 실내복 같은 것을 입고 있으면 단발머리 스타일때문에도 얼핏 남자처럼 보일수도 있는 그런 이미지이기도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적당히 섹시미가 느껴지기도 하는 그런 정도의 타입의 여성이 소리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일전에 승호가 취중의 횡설수설이 되었든 헛소리가 되었든 그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선배 하나가 소리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 아냐, 나 승호는 그냥 친한 후배고 동생으로 생각할뿐야. 무슨 그런 이상한 관계 

  아니라고. ” 

 실제 소리의 승호에 대한 태도가 그와같았기에 더더욱 당치 않다는 듯 나오고 있는 그녀. 허나 승호의 이야기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선배가 결국 이렇게 말해버렸다. 

 “ 아니...내 말은...혹시 승호가 널 마음에 두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서. ” 

 “ 뭐 ? ”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소리는 그저 이런 동기생의 이야기를 실없는 소리거나 뭘 잘못알고 하는 소리려니 하고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헌데 하필 이런날 승호에게서 직접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나니 진짜 기분이 묘했다. 머릿속이 빙빙 도는 느낌으로 숙소로 돌아온 소리는 방에서 한참 거울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소리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쁘다’는 소리는 별로 들어본적이 없다. ‘여자애가 너무 괄괄한 것 아니냐 ?’라던가 ‘그래서 너 시집은 어떻게 갈래 ?’ 하는식의 이야기는 몇 번 들어본적은 있어도. 게다가 운동을 좋아한다는것도 그냥 좀 여럿이 어울릴 때 달리기나 농구시합 같은 것을 좀 즐기는 편일뿐 전공은커녕 취미로라도 굳이 운동을 자주 하는 그런 성격도 아니다. 다만 어쨌든 보편적으로 생각할수 있는 ‘여성’의 이미지에선 확실히 거리가 좀 있는 그 정도의 여성일뿐. 승호는 그날 이렇게 말했다. 

 “ 저 정말 너무 이쁘고 공주병 같은 여자앤 질색이라니까요. 특히 나나같은 애는... 

 ” 

 그렇게 말한 승호. 승호가 자신에게 어떤 각별한 감정이 있기라도 한것인가 하는 문제와 별개로 애초에 자신이 두 사람 만남자리를 주선한게 잘못된것인가 그런 후회가 일기도 했다.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이 스쳐지나가던 소리. 그러다 어느 주말에 작정하고 소리가 승호를 만나러 갔다. 

 “ 김승호. ” 

 너무 갑작스러운 찾아옴에 당황한 승호. 소리가 물었다. 

 “ 너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 

 “ 누나요 ? 누나는 항상 좋은...친절한 선배죠. ” 

 “ 아니, 그런거 말고... ” 

 공연한 긴장감 때문일까. 아니면 승호에게서 어떤말이 나올지 몰라 그게 떨리고 두려워서일까. 순간 눈물까지 솟구칠뻔한 소리다. 원래 소리가 이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오늘따라 내가 왜 이러나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인 소리. 일단 그녀의 입이 다시 열린다. 

 “ 그런게 아니라...너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걸 묻고 있는거야. ” 

 “ 누나... ” 

 “ 나...좋아하니 ? ” 

  


 소리와 1박2일 일정의 여행을 떠났다. 그러고보면 승호나 소리나 둘 다 서울에서 나고자란 몸으로 머나먼 경남지역의 대학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처지. 승호는 학교 인근지역에서 하숙을 하고 소리는 여학생들에게만 허용이 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학교와 숙소 이외의 지역은 별로 가본 경험이 없다. 그러니 어느덧 4학년인 소리나 3학년인 승호나 그 정도의 시간을 경남 OO시에서 시간을 보내고도 인근지역 여행이나 관광같은 것을 가볼 기회는 잘 없었던 참인데, 그러다 마음이 통해 인근의 괜찮은 관광지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거기서 이곳저곳을 돌아보며 즐기며 하루를 보내다가 밤이되자 여관에서 하루를 묵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 당일치기로 다녀올지 1박2일을 다녀올지 자체를 정하지는 않았는데 어떻게 둘이서 놀며 시간가는줄 모르다 밤이 깊어버렸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여관에서 잠만 자는 것으로 하고 함께 그곳에서 1박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여관에서 술을 한잔 나누며 차분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김승호. ” 

 “ 네, 누나. ” 

 “ 그러지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봐. 나나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거야 ? ” 

 평상시에는 미팅이든 소개팅이든 누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그런데 관심없다’는 식으로 말해왔던 승호.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근래들어서 그것도 소리선배 앞에서 ‘커밍아웃’을 해버린 셈인데 그러고나서도 ‘나 좋아하냐 ?’는 물음에 정작 승호가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떠나온 여행길이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 소리로서도 약간의 양심의 가책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소리와는 친한 선후배사이라고는 할수 없으나, 어쨌든 자신이 승호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다가왔었고 승호가 사실상 ‘헤어지자’는 말을 입에 담자 자신을 찾아와서 울고불고 그 난리를 쳤던 아이. 헌데 그런 후배를 눈앞에서 보고도 아무리 승호가 자신을 ‘이상형’으로 생각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게 웬 떡이냐’ 하고 덮석 안길수는 없는일이다. 그래서 거듭 떠보듯 이렇게 묻고있는 소리. 승호가 한숨을 내쉰뒤 이렇게 말한다. 

 “ 거듭 이야기하지만...나나하고는 안 맞는게 너무 많았어요. ” 

 “ 대체 어디가 그렇게 안 맞았다는건데 ? ” 

 “ 단순히 외모나 그런 문제 때문만은 아니에요. 막상 그렇게 어쨌든 명색이 데이트 

  랍시고 영화도 같이 보고 식사도 같이 하고 그랬지만...피차 하나부터 열까지 안 맞 

  는 것 투성이더라구요. 취향이나 성격,식성도 그렇고 어쩌면 각자의 인생관이나 가 

  치관까지도... ” 

 “ 그 정도였어 ? ” 

 “ 솔직히 나나하고 만난 횟수가 그렇게 많다고 볼수도 없지만... ” 

 그러고보면 소리의 애걸복걸로 반강제 같은 소개팅자리를 가져본게 5월말의 일이고 그런 나나에게 ‘그만 만나자’는 의사를 밝힌 것이 6월말쯤의 일이니 진짜 짧은 시간이었다. 그야말로 사귀었다고 보기도 난감한 애매한 시간. 오히려 그 정도의 만남의 시간을 갖고 마치 무슨 깊은 사이라도 되었던양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이 혹시 정신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봐야할 판일 것이다. 일단 승호의 말이 계속된다. 

 “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나나와 뭘 다시 해본다거나 할 생각은 없어요. 안 맞는 

  사람끼리는 안 만나는게 최선인 것 같아요. 굳이 나나로 인해 깨달은 인생의 교훈 

  이 있다면 결국 그거에요. 안 맞는 사람끼리는 안 만나는게 최선이다. 안 맞는 사 

  람끼리 억지로 맞춰보려 노력해봐야 피차 둘 다 불행해질뿐이다. 그게 제가 나나와 

  의 한달여 정도 짧은 만남에서 내리게 된 결론이에요. ” 

 사람은 어쨌든 인생을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인연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게 되고 그 숱한 인생의 경험을 거치며 깨닫게 되고 성숙하게 되기 마련이다. 여하튼 어느덧 대학 3학년인 승호가 이 시점에서 깨달은 인생의 교훈이 그것이라는 것. 하지만 소리는 거듭 안타깝다는 듯 말한다. 

 “ 나나가 많이 상처 받을텐데... ” 

 “ 나나한테야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로선 어쩔수가 없어요. 이미 서로 안 맞는게 너 

  무 많다는 판단을 한 이상...더 이상의 시간낭비는 하고싶지 않아요. ” 

 사뭇 단호하게까지 나오는 승호를 보니 소리가 더욱 안타까와진다. 이런 남자의 진심을 나나에게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게 좋을지 그 조차도 판단이 서지않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넣은뒤 소리가 다시 승호에게 묻는다. 

 “ 승호야, 그럼 나나 문제는 그렇다치고... ” 

 “ 네, 누나. ” 

 “ 넌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거야 ? ” 

 어쨌든 승호는 대학 3학년 그리고 소리는 4학년. 특히 대체로 보면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이렇게 되는 사람들은 대략 4학년 2학기때인 가을무렵부터 직장생활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4학년 2학기쯤 된 대학생에게 더 이상의 학업은 의미가 없는 셈. 물론 소리는 지금 대기업에 취업을 준비중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여하튼 사실상 졸업만 남겨놓은 4학년 2학기의 학생이다. 소리도 소리지만 승호도 여하튼 군대문제도 남아있고 좀 더 구체적인 진로를 생각해봐야할때가 다가온것만은 소리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승호가 이렇게 말한다. 

 “ 솔직히 우선 군대문제부터 해결하는게 좋겠다는 결심을 이미 하고 있어요. ” 

 “ 승호야 !!! ” 

 사실상 ‘군입대’ 의사를 밝힌 승호로 인해 소리는 나나가 승호가 군대 이야기를 꺼냈을때보다 더 화들짝 놀라는 느낌으로 이와같이 나온다. 하긴 대한민국 젊은 남자라면 신체에 큰 장애가 있거나 가정사에 큰 문제가 있는 그런 사례가 아닌 다음엔 의무로 되어있는 군대를 언젠가 한번은 가야하는것만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보통은 1학년이나 2학년정도 마치고 군대에 가는 것을 보면 어느덧 3학년인 승호가 여태 군대를 안 갔다는 것은 되려 늦은면이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승호는 적어도 그 문제는 이미 결심이 굳어져 있다는 듯 이와같이 말한다. 

 “ 그리고 솔직히 제가 군대에 가는 것이 이 복잡한 상황을 정리하는데도 더 확실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이래저래 그쪽으로 마음을 굳힌거에요 

  . ” 

 군복무 기간이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2년의 시간. 게다가 그렇게 다녀와서 복학준비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3년의 공백이 생기는 것은 크게 달라지는게 없다. 그러나 소리는 이제 곧 졸업. 게다가 만약 정말 이대로 승호가 3학년 마치고 군에 입대한다면 승호가 제대해서 복학해 있을때쯤엔 나나도 4학년 상급생이 되어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나도 그만큼 성숙해 있으면 자신을 잊기엔 충분한 시간일것이라 판단하고 있는것일까. 거듭 군입대 의사를 밝히고 있는 승호. 소리가 뭔가 안타까운 듯 그를 바라본다. 

 “ 승호야... ” 

 “ 왜요 누나 ? ” 

 “ 그...군대문제는 군대문제이고말야... ” 

 떨리는 목소리의 소리. 잠시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너도 언젠가 결혼은 하고 장가도 가야할거 아냐. ” 

 “ ...... ” 

 “ 근데 진짜 여자문제에 아무런 관심 없는거야 ? ” 

 헌데 그 문제야 이미 승호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힌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무슨 동성애니 뭐니 하는 완전히 이종(異種)적인 그런 정체성은 아니지만 보편적인 남자들이 가질만한 여성관과는 조금 동떨어져있는듯한 여성상을 갖고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승호의 정체성. 그런데 현실에서 그런 여자를 만나 이루어진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것일까. 소리가 거듭 걱정되는 듯 물어본다. 

 “ 승호야, 근데 말이야. ” 

 “ ...... ” 

 “ 세상이란게...뭐 나도 이제 겨우 스물두살인데 인생을 살아봐야 얼마나 살아봤겠 

  냐만...세상이란게 살아보니까 그렇더라. ” 

 “ ...... ” 

 “ 결국 내가 이루려는 것...내가 바라는 것을 다 이루거나 가질수는 없다는...그게 세 

  상 이치이기도 해. ” 

 승호는 소리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는것일까. 어느덧 소주 한병이 다 비워져가니 둘 다 취기는 어느정도 올라있는 상태이긴 한데 일단 소리가 승호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취해있어서인지 그런대로 논리적인 이야기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그게 그렇잖아. 뭐...첫사랑은 이루어지기 힘들다던가...어릴 때 꿈은 대통령이었는 

  데 나중에 커보니 기껏 회사에서 부장님,과장님 눈치나 보는 말단사원이나 되어있 

  다느니...그런것도 따지고보면 뭐겠어 ? 세상이 결국 내가 바라는 것 원하는 것을 

  다 이루게 해주진 않는다는거야. ” 

 “ ...... ” 

 “ 그러니까 승호 너도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봐. 니가 어떤 성적 정체성을 갖고있 

  든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 취향이든간에... ” 

 꾸벅꾸벅 졸고있는듯한 승호. 다만 소리의 말이 끝나지 않았다. 

 “ 그것도 어쩌면 네 이기심일수 있어. 꼭 그렇게 니 입맛에 맞는...니 취향에 맞는  

  그런 여자를 만나고 싶다...사귀고 싶다...그런것도...알고보면 이기심...끄으으윽~~ 

  ~!!! ” 

 어느덧 소리도 곯아떨어지는 듯. 그렇게 비좁은 여관방에서 이불도 적당히 저쪽 구석에서 엉겨져있는 상태에서 한쌍의 남녀가 거리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소리와 승호. 성인남성 한명 정도가 혹시 그 사이에 들어갈수 있을까 말까한 겨우 그 정도의 거리로만 떨어져있는채 한쌍의 남녀가 여관방에서 잠들어있는 것이다. 무심히 저만치 치워져있는 술병과 함께.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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