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 팬픽 - 여서정 (9.마지막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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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17세 새엄마의 육아일기 

 


 혜정과 수정이 동생 미정과 유정을 인솔하여 집을 나섰다. 늦은 저녁시간에 초등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그보다 어린 동생들까지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은 웬만해선 잘 볼수 없는 풍경이라서인지 버스정류장은 물론 버스안 승객들도 좀 의아하게 이 아이들을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의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고 밝아보이지 않아서인지 ‘어디를 가는길이냐 ?’고 궁금해서 물어오는 손님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병원까지 당도한 아이들. 그러나 늦은시간에 병원안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병원 관계자들도 ‘애들이 뭘 잘못알고 찾아온것인가 ?’ 하고 들어서는 아이들을 제지하는 해프닝도 잠시 있었다. 

 “ 안귀옥 환자분 가족들인데요. 엄마 많이 위독하시다는 아빠 연락 받고 달려온거에 

  요. ” 

 5학년 혜정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자 오해는 금방 풀렸다. 다만 지금 허원제가 바로 여기로 달려올 상황은 못되었고 아이들의 이모가 되는 귀옥의 동생이 바로 연락을 받고 달려와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마지막 수술이 한참 진행되고 있을법한 상황이긴 한데 하지만 이미 가망이 없음을 의료진이 알고 있음일까. 수술실보다는 이미 영안실쪽에 준비가 되고있었다. 

 “ 엄마아아~~~!!! 엄마아아~~~!!! ” 

 아직 영정사진이라던가 이런게 정식 준비될 시간은 아닌지라 텅빈 빈소. 아이들은 제 엄마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가운데서도 서글피 울고 있었고 잠시후 원제로부터 연락을 받은 귀옥의 다른 동생들이라던가 원제의 형님,누님들도 하나하나 빈소에 당도했다. 원제도 원제지만 아직 어린 조카들이 엄마없이 앞으로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아이들 큰아버지도 고모도 이모들도 그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원제의 두 누이중 한명이 살짝 원제를 불렀다. 딸로는 둘째인 승희였다. 

 “ 자네... ” 

 원제 역시 아직 망연자실한 가운데 동생도 동생이지만 조카들의 앞으로의 일들이 걱정이 되어 이 일을 묻지 않을수 없었다. 귀옥이 암판정을 받고 나서는 갓난아기때 내버린 아이를 찾고싶다는 의지를 여러번 밝힌 것을 알고있는 아이들 고모였다. 

 “ 이제 어찌할참인가... ” 

 바로 내버린 아이에 대해 묻고있음을 직감한 원제. 한숨만을 내쉴뿐이다. 

 “ 이제 어쩔수 없는거죠 뭐. 다 끝난일인것을요... ” 

 아이를 찾고싶다는 귀옥과는 달리 ‘부질없는 짓’이라며 단념하자고 아내를 설득하던 원제 아니던가. 그런 원제임을 생각하면 그런 아내의 일을 제 누님이나 형님들한테 언급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으로 봐야할판일 것이다. 승희도 이건 좀 아니라는 듯 살짝 고개를 가로젓는다. 

 “ 허면...정녕 이대로 끝까지 비밀로 할 셈이란 말인가 ? ” 

 “ 그래야죠 뭐 어쩌곘습니까. ” 

 “ 이사람... ” 

 누이가 동생을 나무라듯 한마디 하는데 하지만 원제의 태도는 단호해 보이기만 했다. 누님이나 형님이 아니라 돌아가신 부모님이 와서 야단을 친다 하더라도 이 단호한 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원제의 말이 이어진다. 

 “ 아이들이 그 일을 알아선 좋을게 뭐가 있겠다구요. 그저...영원한 비밀로 묻어두는 

  게 좋습니다. ”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하는 동생을 보니 승희도 더는 무슨말을 덧붙이지 못할 지경이었다. 차분히 장례나 치르자며 동생을 위로하는 누이. 장례식은 원제나 귀옥 내외의 생전 친분이 있던 친구며 동료,선후배 상당수가 문상객으로 참여한가운데 3일장으로 치러졌다. 그렇게 엄마상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 그러나 아이들은 아직 실감이 안나서일까. 특히 아직 유치원생인 미정이나 막내 유정은 어느덧 TV까지 틀어놓고 깔깔대고 있었다. 애들은 역시 애들인걸까. 사흘 상치르는동안 TV는 고사하고 먹는것도 제대로 입에 대기 쉬운 분위기가 아니었을것이니 얼마나 답답하고 지루했을까. TV 만화영화를 틀어놓고 깔깔대는 모습은 그저 천진한 어린애들 그 자체였다. 

 “ 시끄러워 !!! 좀 조용히들 못하겠니 ? ” 

 맏딸인 혜정이 결국 짜증스럽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아무리 어려도 그렇지. 얘네들 지금 제 엄마가 돌아가신 것을 제대로 인지는 하고있는것인지 그조차 의심스러울 판이었다. 수정이 그런 언니를 만류했다. 

 “ 언니 그러지마. 어쨌든 미정이랑 유정인 어린애들이잖아. ” 

 2학년 동생의 그런 모습을 보자 어떤 답답증이 느껴지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혜정. 밖으로 나가 바람을 좀 쏘이고 들어와서도 아직 기분이 쉬이 풀리지 않는 듯 제 방에 들어가서 한참을 다시흐느낀다. 아직도 세상모르고 TV 시청만 하고있는 어린 동생들을 보며 2학년 수정은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표정으로 망연자실 앉아있다. 

 “ 얘들아...잘들 지내는게야 ? ” 

 둘째고모 승희가 얼마후 다시 걱정되어 아이들을 찾아왔다. 그러고보면 엄마의 부재를 바로 느낄법한 아이들 아닌가. 밥 세끼는 제대로 챙겨먹기나 하는지 그것도 걱정되고. 사실 귀옥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다른 친척들이 아이들 밑반찬거리를 이따금 챙겨다주기도 했고 또 큰딸 혜정이 그래도 다 컸답시고 동생들 밥차리는 문제는 손수 챙기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법. 고모 승희가 아이들 먹을만한 찬거리들을 잔뜩 챙겨서 싸오고 그것을 원제내집 냉장고안에 챙겨넣으며 아이들을 다시금 딱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 얘들아... ” 

 고모가 조카들이 걱정된다는 듯 한번씩 쓰다듬어주고 그리고 말을 건넨다. 

 “ 좀 괜찮은거야 ? ” 

 “ 버텨내야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고모. ” 

 초등학교 5학년 혜정이 제법 어른스러운 어휘력을 발휘해 이와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한편으론 더 안쓰러워 가슴이 미어지기까지 한다. 승희가 한숨을 내쉰뒤 다시 말을 이어간다. 

 “ 하늘도 무심하시지 참... ” 

 허나 생각해보니 원제네 가족들은 그런 푸념을 늘어놓을만한 처지는 아닌 것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니 씁쓸함이 느껴져서 승희는 입을 막는다. 게다가 원제로부터 거듭 아이들보다 앞서 내버린 아이가 하나 더 있음은 절대 비밀로 해야한다 신신당부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욱 씁쓸하고 안타깝게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고모. 이런 상황을 원제와 귀옥에게 내린 어떤 ‘신의 형벌’로 해석하는 것은 조금 과도한면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중증장애에 기형아이기까지 했던 첫 아이를 내버린 원제부부. 귀옥은 이제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원제는 제 엄마가 없게된 아이들을 이제 혼자 몸으로 이끌고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첫쨰가 초등학교 5학년이고 막내가 이제 겨우 4-5살정도 밖에 되지않은 어린아이라면 앞으로 최대한 20년 이상은 이 험한 세상을 혼자 이 짐을 떠맡고 가야되는 것 아닌가. 귀옥이 사라진 원제네 집안에는 그저 무거운 적막감만이 휩싸고 돌 뿐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충북 산골에 위치한 계두의 거처에는 계두가 닭을 키우는 일상이 그리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데, 다만 약간의 변화가 좀 있다. 계두가 그 변화의 조짐을 감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정사장이 요즘은 예전처럼 계두를 심하게 폭행하지도 않고 욕설도 잘 하지 않는 듯 했다. 아무래도 계두의 이런저런 신체적,정신적 한계 때문에 닭을 키우면서 이런저런 사소한 실수가 이따금씩 있기 마련인데 그럴때 요즘은 정사장이 이전같은 폭행이나 욕설은 하지않고 그저 허허 웃기만 했다. 

 “ 되었다 뭐 이제와서 그런걸 따져서 뭘하겠니. 그저 정신차리고 열심히 하거라... ” 

 무슨뜻인지 이렇게 말하는 정사장. 무엇보다 좀 이상한게 정사장이 이전처럼 그렇게 닭을 많이 키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 하다. 보통때 최소 수십마리 이상 많을떄는 백마리도 훨씬 넘게 키우던 정사장의 닭장이었는데 그 사이 닭이 많이 줄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정사장이 닭을 굳이 많이 키울 필요를 못 느끼는듯했다. 닭이라는게 상식적으로 알이 부화해서 병아리가 되고 그러다 닭으로 자라는 것 아닌가. 따라서 알의 경우엔 최소한의 개체수를 늘릴 숫자는 남겨둬야한다. 헌데 요즘은 정사장이 닭이 알을 낳는대로 족족 처분을 하는것이었다. 

 “ 으...으어어...으어...부아...부아... ” 

 ‘부화용 달걀’은 남겨놔야 하는 것 아니냐는듯한 계두의 항변. 허나 정사장은 씨익 웃기만 한다. 

 “ 이 X아...넌 그딴거 걱정말고 내가 시키는대로만 혀... ” 

 그리고는 묘하게 계두를 바라보고는 알을 전부 싸서 시장으로 내려가는 정사장. 계두로선 정사장의 의도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럽기만 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경찰차가 이리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 이 산길이 차가 올라오기엔 결코 쉽지 않아서 웬만한 이들은 다 도보를 이용하던가 정사장의 경우엔 오토바이로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굳이 경찰차까지 타고 경찰 관계자들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면 적잖이 심상찮은 일인것만은 분명하다. 이곳까지 올라온 이들은 경찰 관계자 2-3명 외에도 다름아닌 이전의 그 한우택 사장과 그리고 남자대학생 세명이 동행하고 있었다. 

 “ 실례합니다. ”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나와보는 계두. 사실 계두도 경찰이 뭐하는 사람인지 모르지는 않는다. 그래도 자신이 죄지은일도 없는데 무슨일이 있으랴 싶어 태연자약한 표정인데, 오히려 계두의 흉측한 몰골은 경찰도 처음보는 셈이라 적잖이 당황할 지경이었다. 일단 조사를 할 일이 있어서 계두에게 다가왔다. 

 “ 신고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조사를 해야겠습니다. 여기서 사람을 강제로 납치,감 

  금,폭행하고 심지어 강제노역까지 시켰다는 말이 있는데... ” 

 “ 에 ??? 으에에에 ??? ” 

 계두로선 그야말로 적반하장. 이게 무슨 ‘아닌밤중에 홍두깨’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지금까지 계두를 키워줬다는 명목으로 장기간 폭행,강제노역을 시킨 것은 정사장이지 계두가 아니다. - 그러고보니 심지어 지금까지 정사장 밑에서 닭 키우면서 급여는 제대로 받았을지조차 의문이다. -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납치,감금의 혐의도 계두를 그렇게 갓난아기때 산골에서 죽게된 것을 거두어 키워줬기로 이후에는 ‘밥값을 하라’는 명목으로 이런 산골에 가둬놓고 닭키우는 일로만 부려먹은 정사장에게 있지 적어도 계두에겐 그런 혐의가 없다. 따라서 계두로선 도대체 경찰 관계자들이 무슨소리를 하는것인지 영문모르는 일이 될 수밖에 없을터. 한편 한우택 사장이 데려온 대학생 세명은 한결같이 이렇게 증언을 한다. 

 “ 이 사람이 맞아요. 저흰 처음엔 이런 산속에서 귀신이나 괴물을 본것만 같아...깜 

  짝 놀랐었는데...저희가 비를 피하기 위해 잠깐 여기로 숨어들었을 때...이 이상한 

  사람이 저희를 헛간에 가두고 장기간 감금시키며 폭행을 하고 강제노역까지 시켰다 

  니까요. ” 

 “ 정말이라니까요. 저희보고 닭장을 청소하라느니 알들을 부화시키라느니 별의별 이 

  상한걸 다 시키고... ” 

 그러고보면 한사장과 이미 다 사전에 말을 맞춘듯하다. 사실 원래는 함께 그렇게 여행을 갔다가 지은을 두고 자기네들끼리만 달아난 귀책사유가 있는 대학생들이 아닌가. 헌데 그 일을 덮어주는 조건으로 우택이 아마 이런식의 ‘허위증언’을 시킨듯하고 대학생들은 이미 우택으로부터 소정의 댓가를 받은것도 있고 또 자신들의 허물을 덮기 위해서라도 이런식의 허위증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사장은 정사장대로 또 놀랍고 황당하다는 듯 한바탕 연기를 해댄다. 

 “ 아이고...아이고 이 X아. 계두 이 몹쓸것아...대체 무슨짓을 저지른겨 ? 삼촌이  

  너 여기서 조용히 시키는대로 닭 키우며 살면...이 다음에 너 먹고살 거리는 충분 

  히 마련해주고 간댔잖여 내가. 헌데 이런데서 대체 무슨짓을 벌이고 있었던겨 ? 

 ”  

 사실 시장이나 가게등에 닭과 알을 팔아넘기는 정사장은 이 일대에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경찰 관계자들도 대충 그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다. 시장상인들은 그저 정사장이란 이 밑으로 그가 거두어 키우는 ‘조카’라는 사람이 하나 있다는 것 정도로 막연히 알지 그 조카라는 이의 구체적인 신상은 잘 모르는데, 여하튼 한우택이라던가 서울에서 온 대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정사장의 조카인지 계두인지 하는이가 이런곳에 사람을 납치해서 장기간 감금,폭행하며 심지어 강제노역까지 시켰다는 것 아닌가. 정사장의 기겁을 하는 모습을 보고 경찰관계자들은 그저 우택과 대학생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 그러니까 정선생께서...이 친구를 어릴때부터 거두어 키우신분이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인가요 ? ” 

 그 관계는 적어도 분명히 확인을 해야겠기에 경찰 관계자들이 이와같은 질문을 한다. 적어도 그 부분은 어김없는 사실이기에 정사장으로서도 거리낄게 없을터. 다만 그러고보니 계두의 출생신고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그 또한 문제다. 여하튼 그 비오는 여름날. - 그것도 어느덧 십수년전 20년이 다 되어가는일 – 무슨 곡절이 있는지는 몰라도 정상적이지도 않은 몸을 갖고 태어난 갓난아이를 그렇게 정사장이 발견해 거두어 키운것이라면 이후 아이의 출생신고가 제대로 된것인지. 만약 그리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상황은 한우택의 의도와는 달리 또 다르게 복잡하고 엉뚱하게 꼬일 우려마저 있다. 헌데 다행히 아이의 출생신고는 되어있었다. 

 “ 이봐 정씨...그래서 앞으로 어쩔셈인겨 ? ” 

 그게 계두를 거두어 키운지 두어달정도 지났을때의 일이다. 이때도 정사장이 닭을 키우고 파는일을 주업으로 생계를 이어갈땐데 그 인연으로 알고있는 동료 한명이 하루는 정사장의 집을 찾아왔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정사장의 모습을 발견했다. 정사장이 이때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의 몸이라는 것은 가까이 지내는 동료들이라면 알고 있을터. 그래서 의심이 가서 물었고 일단 그 부분은 숨길일이 아닌지라 정사장이 사실대로 대답했다. 

 “ 그래서 자네가 이 아이를 키울 작정이다 이 말인가 ? ” 

 “ 그래야지...이것도 뭐 인연이고 운명이라면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갓난아이가 그  

  비오는 추운날 산속에서 죽게 내버려둘수는 없는일 아닌가. ” 

 그러고보면 이때만 해도 정사장의 성정이 그리 사악하지는 않았던것인지. 아니면 그때는 그래도 착한 성정이 어느정도 있었는데 모진 세파를 겪으면서 사람의 성정이 그리 변해간것인지. 혹은 선과악의 묘한 경계선상에서 왔다갔다 하는 것이 정사장이란이의 심리인것인지. 여하튼 그 동료가 정히 키울 생각이라면 ‘출생신고’는 하라고 당부한 것이다. 하긴 한 50-60년대 정도라면 모를까 70년대 정도에 젊은 사람들이라면 ‘출생신고’ 자체에 대한 개념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게다가 열악한 의료환경 때문에 아이가 일찍 죽을수도 있던 시절에는 하는수없이 출생신고를 몇 년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을수 있어도, 70년대가 되면 정부기구를 통해서도 또는 방송을 통해서도 그런식의 국민계몽이나 계도는 한참 하던 시절. 따라서 아이를 낳았든 거두어키웠든 출생신고 자체를 아주 안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헌데 그러고나서 정작 학교갈 나이가 되어서 학교도 보내지 않았다면 정사장의 귀책사유는 더더욱 크다. 어쨌든 출생신고가 되고 국민 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 입학할 연령대가 되었다면 ‘입학통지서’가 분명 집으로 도착했을 것 아닌가. 

 “ O월 O일 OO시에 혼자 길을 잃고 산속을 헤매고 있었어요. 그러다 언뜻 어떤 집 

  이랑 헛간같은게 보여 비를 피하기 위해 급히 그 안으로 들어갔거든요. 근데 어떤 

  이상한 귀신이나 괴물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나더니 절 덮치고...며칠동안 절 그곳 

  에 가두고 폭행했어요. 여기 이 학생들이 절 도와주지 않았다면 전 거기서 그렇게 

  그 몹쓸 짐승같은 X한테...흑흑흑~~~!!! ” 

 자신들을 납치,감금 게다가 강제노역까지 시켰다고 주장하는 대학생 세명. 그리고 역시 그곳에 장기간 감금시키고 *폭행을 했다는 여학생(?)의 증언이 이어졌다. 다만 이것은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쳤는데 애초 지은은 계두가 이런곳에서 ‘나쁜사람한테 강제 납치,감금되어 강제노역을 당하고 있다’며 자기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쳥했으니 그런 지은이 이런 ‘허위증언’에 협조할리 만무하다. 현재 우택은 지은은 행여 계두와 이상한 관계가 될 것을 우려 유학을 보내려고 그 조치를 한참 준비중이고 대신 자신의 인맥을 동원 아는 여학생 한명을 시켜 이런 허위증언을 ‘녹음기’에 담도록 시킨 것이다. 물론 그 여학생에게도 소정의 댓가를 지불했고 굳이 그 대상이 지은등과 같은 대학을 다니는 학생일 필요는 없으니 – 그러고보니 굳이 여대생일 필요도 없는것이고 – 급히 용돈이 필요한 어떤 20대 초반의 여성 한명을 구해 이런 ‘허위증언’을 하도록 시킨 것이다. - 허나 ‘성폭행’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범죄도 피해를 입었다는 당사자의 ‘직접증언’이 가장 중요하니 이런식으로 녹음기에 담긴 ‘간접증언’이 법정에서 효력을 발휘할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허나 어쨌든 계두에게 납치,감금,강제노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학생이 세명이나 된다면 이것으로도 계두를 구속시킬 사유는 충분할 것이다. - 다만 원래 대학생이 네명이나 되었는데 이중 2학년 선배 한명은 차마 양심의 가책을 느꼈는지 계두를 잡아넣기 위해 여기까지 오게된 일행에선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 빠졌고 1학년 후배 세명만이 이 자리에 오게된 것이다. 일단 계두는 경찰에 연행되었고 끌려가면서 억울한 듯 뭐라고 항변을 하려 들었으나 말도 제대로 못하는 계두의 그 항변을 경찰이 제대로 알아들을 리가 없다. 지은이 있을때는 둘이서 필담이라도 주고받을수 있었지만 지금은 필담을 주고받을수 있는 상황도 여건도 못된다. 한우택은 끌려가는 계두를 그저 무심히 바라보고만 있다. 

 


 한편 지은은 결국 유학을 보내는 것으로 조치가 취해졌다. 사실 마땅한 명분이 거의 없는 유학조치인지라 지은은 아빠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수도 없고, 무엇보다 마음이 상해 입이 잔뜩 삐죽나와 있었다. 공항에서까지 결국 우택에게 한마디 한다. 

 “ 아빠도 참...도대체 지금 난데없이 미국에 있는 학교에 왜 편입학을 하라는거야 ? 

 ” 

 “ 그냥 전학가는거라고 생각해. 편입학이 뭐 별다른거라도 있는건줄 아니 ? 그냥  

  학교를 다른곳으로 옮기는것에 불과하는데... ” 

 “ 글쎄, 그러니까 내가 이 시점에서 굳이 외국에 있는 대학을 가야할 이유가 뭐냐 

  구 !!! ” 

 보다못한 우택의 언성이 결국 높아진다. 

 “ 너 진짜...너 지금 애비가 왜 이런 조치를 취하는건지 몰라서 그러는거니 ? 니가 

  자꾸 필요이상으로 계두인지 뭔지 그 이상한 X에게 신경을 쓰니까 부득이하게 이 

  런조치까지 취하는거 아냐 !!! ” 

 “ 아빠 !!! ” 

 다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계두를 두고 ‘이상한 X’이라니, 아무리 중증장애에 기형의 몸을 타고난 사람이라도 그렇지. 자신의 아버지도 결국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실망감까지 겹쳐 반발심은 더해지는데 우택은 우택대로 더는 안되겠다는 듯 속에 담아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쏟아붓는다. 

 “ 게다가...아니 도대체 그래도 한 몇 달이나 몇 년 사귀기라도 한 사이면 내가 말 

  을 안해. 거기 그 산골구석에 니가 있으면 얼마나 있었고 계두 그X과 얼마나 지냈 

  다고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는건데 ? 아닌말로 니가 계두 그 X과 살림이라도 차릴 

  작정이었던거야 ? ” 

 “ 아빠...말했잖아. 계두 그 아저씨...어릴 때 그렇게 산골에 버려져서...그 자신을 거 

  두어 키워준다느니 어쩌느니 하는...그 삼촌인가 정사장인가 하는 사람한테 학대당 

  하며 강제로 거기서 중노동을 하면서 살고있는거라구. 불쌍하다는 생각도 안 들어 

  ? ” 

 “ 글쎄, 불쌍한건 불쌍한거고 니가 그렇게까지 계두 그 X한테 신경써야하는 이유가 

  뭐냐구 !!! ” 

 우택의 언성이 한층 높아지자 공항안의 다른 사람들까지 놀라 그쪽을 쳐다보기까지 하고 우택도 지은도 무안함에 주변 눈치를 살핀다. 목소리를 낮춰서 그러나 지은은 거듭 나무라는 말투로 우택의 말이 이어진다. 

 “ 그리고 다 너를 위해 하는 조치라고 생각하려무나. 니가 지금은 이 애비를 원망하 

  고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이 애비가 다 잘한 조치임을 깨닫는 날이 올게야. 

 ” 

 풀죽은 지은이 더 이상 무슨 반박을 하지도 못하고 있고 우택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게다가 너도 어차피 니 새엄마나 이복동생들과 같이 지내기 불편해서 그런일까지 

  저지른거 아냐 ? 내가 니 마음 모를줄알아 ? 한 며칠이라도 그렇게 멀리 떨어진데 

  서 새엄마도 동생들도 없이 사니까 마음은 편했던거 아니냐구. 그러니 니 원대로 

  새엄마랑 가급적 멀리 떨어져서 자주볼일 없게 만들어주겠다는데 뭐가 불만이야 ? 

  아닌말로 그런 시골구석에서 고생하며 사느니 차라리 외국에서 몸도 마음도 편하게 

  니 하고 싶은대로 다하고 사는게 훨씬 낫겠구먼... ” 

 막상 우택으로부터 그런말을 들으니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는지 거듭 풀죽은 표정이 된다. 어찌보면 큰딸 지은의 속내를 다 꿰뚫고 있는듯한 아버지의 모습. 비행기 탈 시간이 다 되어가니 어서 타라는 아버지의 독려에 지은은 결국 출국장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 여보... ” 

 집으로 돌아온 우택이 한숨을 내쉰다. 그래도 나름 한시름 덜었다는 생각에 홀가분한듯한 모습인데 30대 중반의 우택의 젊은 후처 경희가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이렇게 나온다. 

 “ 아무리 그래도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 ” 

 따지고보면 (그것도 어느정도 먹고살만한 집안에서) 재혼가정에서 새엄마와 전처소생 자녀와의 사이가 정 불편하면 흔하게 취하는 조치중 하나이긴 하다. 그러나 경희 딴에는 그래도 가급적 지은과 잘 지내는 시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지은이 마음을 열지 않아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런 상황에서 지은이 결국 외국으로 보내지니까 마음이 한켠 더 안 좋은지 불안한 모습으로 남편을 보며 이와같이 말한다. 

 “ 나중에 이러다 지은이가 저 원망이라도 하면 어떡해요 ? ” 

 “ 어쨌든 당신도 이제 더 이상 지은이 신경쓰지 않고 당신 애들한테만 집중할수 있 

  게 되었으니 잘된일 아니오 ? ” 

 “ 여보, 무슨 그런말이 있어요 ? ” 

 어쨌든 나중에 지은이 자신에 대해서 좋은 소리는 안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경희도 마음이 여간 불편한게 아닌 것 같다. 남편 우택으로선 다 자신을 생각해서 겸사겸사 취한 조치라고는 하지만 지은이 외국에서 친구를 사귀든 애인을 사귀든 그런 주변사람들한테 최소한 젊은 새엄마였던 자신에 대해서 좋은 소리는 입에 담을일 별로 없을 것 아닌가. 그걸 생각하면 한켠 더 마음이 불안해지는 경희. 우택이 그런 경희를 위로한다. 

 “ 다 피차 잘되자고 한 조치니 너무 마음쓰지 말구려.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합 

  시다. ” 

 그렇게 아내를 위로하는 남편으로 인해 경희의 마음이 풀릴지는 모르겠지만 그런대로 잘사는 편에 속하는 서울시 한복판의 2층짜리 단독주택인 한우택의 집에는 애매한 정적만이 감돌고 있다. 

 

 시간이 좀 더 지났다. 귀옥이 세상을 떠난지도 시간이 좀 지난 시점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때 원제가 자신의 네 딸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아직 아이들이 엄마를 잃은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은 시점이기도 하고 원제도 아직 마음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이긴 한데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기분전환도 하고 아이들 위로도 할겸 택한 여행이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한해가 저무는 연말이고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한 시기이기도 한데 대략 3박4일 정도 일정으로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원래 형편이 좋지않아 자가용까지 구입할 정도의 원제네 살림은 아니었는데 그 사이 차까지 구입했다. 사실 아내 병원비로도 그동안 꽤 돈이 많이 나갔을테고 한데 그런 사이에 차를 구입했다는게 좀 납득이 안가는 일이긴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조금 무리를 한 것으로 이해해도 될것같다. 그렇게 떠난 여행길. 하긴 80년대 후반을 지나 어느덧 90년대로 접어드는 시점이면 ‘마이카붐’ 정도를 넘어서 이제 서울에서 어느정도 먹고살만한 집이면 차가 없는 것이 있는것보다 더 이상한 시기까지 왔다고 봐도 될것같다. 허나 아이들은 아무리 철없는 어린아이들이라지만 지금 자신들이 ‘우리집도 차샀다’ 하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처지가 아니라서인지 여행길의 아이들의 모습은 그저 푹 가라앉어있다. 

 “ 애들아 !!! ” 

 보다못한 원제가 카세트라디오까지 틀어 한참 흥겨운 노래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허나 그래도 표정이 쉬이 밝아지지 않는 아이들. 그래서 원제도 더욱 애들이 안쓰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 그러지말고 얼굴들 좀 펴라. 안 그래도 아빠가 너희들 생각해서 일부러 차도사고 

  이런 여행길까지 택해준건데... ” 

 사실 확실히 아내를 잃고나서 가장 크게 느껴지는 아내의 빈자리는 역시 가사일과 관련된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고 원제네 집이 어디 딱히 피출부나 가정부를 구할 형편까진 못되어 그러진 못하고 이모나 고모등의 친척들이 애들 밑반찬을 이따금 챙겨주는것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 게다가 원제네는 애가 한두명도 아니고 딸만 무려 넷이다. - 하는수없이 원제가 서점에서 요리책까지 하나 사서 직접 이런저런 반찬이며 요리 만드는법을 익혀보려고 했지만 그 역시 직장생활을 하는 몸이라 쉽지 않았고 또 막상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음식을 만들려니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것도 단순히 요리책에 나와있는 설명서만 보며 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는수없이 회사의 젊은 여직원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헤 간단한 국거리나 찌개끓이는 법을 자문을 구하기까지 했는데(* 헌데 요즘은 이런일도 ‘직장내 갑질’이 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중요한건 원제의 요리솜씨는 아직 그리 크게 나아지지가 않았다. 

 “ 비바람이 치던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 

  ~~~!!! ” 

 부산의 관광지에 있는 한 모텔방에 숙소를 정하고 그리고 아이들과 바닷가를 거닐었다. 그러고보면 한때 기타솜씨도 제법 날려 ‘다방DJ’ 같은걸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던 원제가 아니던가. 일전에 아내 귀옥이 병원에서 암판정을 받고 나왔을때도 그런 아내를 위로한답시고 서울 근교지역에까지 와서 기타치는 시늉을 하며 노래를 들려주었지만 그땐 병원에 진료받고 나오는 길이니 기타를 갖고나올 상황은 분명 아니었고, 하지만 지금은 애들과 작심하고 떠난 여행길. 이미 준비해온 기타로 바닷가 모래사장 한쪽에 자리잡고 앉아서 노래를 들려준다. 

 “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그대만을 기다리리~~~ 내 

  사랑 영원히 기다리리~~~!!! ” 

 가사 내용을 음미하다보면 그렇게 세상을 떠난 귀옥을 그리는듯한 그런 느낌의 가사가 되어버린다. 아이들이 다시 울컥하여 아빠한데 달려들고 원제가 그런 네 딸을 부둥켜안고 다시 엉엉 운다. ‘연가’라는 노래 가사 자체는 언젠가 그대가 오실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다림의 의미를 담고있는 가사지만 어찌 이미 죽고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을 다시만날 기약이 있으랴. 불교식 삼생이론이나 이런 것은 여기서 들먹일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원제는 그저 이 네딸을 데리고 앞으로 어찌 살아야하나 그 생각만 하면 가슴 한켠이 더욱 북받쳐 오를뿐이다. 

  

 계두는 구속이 되었다. 장애인 범죄자의 경우 이들을 ‘치료감호’ 하면서 별도로 수용을 하던 시절이 이때도 있긴 했는데, 다만 상황은 지금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정도로 많이 열악했을것이라 짐작된다. 게다가 계두는 따지고보면 신체장애에 정신장애까지 있는 몸. 이래저래 교도소측에서도 참 골치아픈 수감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재판의 경우엔 좀 상황이 애매해졌다. 일단 계두가 대학생들을 ‘납치-감금-강제노동’을 시켰다는 혐의는 우택의 사주를 받은 대학생 세명(1학년 학생)의 일관된 증언이 있어 어쨌든 외형적으로는 혐의가 확실했지만 ‘성폭행’ 사실은 우택이 증거로 제출한 신분조차 확실치 않은 여학생의 증언만 있어 이것으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 재판을 맡은 판검사측도 뭔가 석연찮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피해 당사자의 증언이 필요하다며 법정에 증인으로 데려올 것을 권고헀으나 우택은 ‘피해당사자가 지금 외국에 있다’는 핑계를 댔다. 무엇보다 우택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무리하게 계두의 ‘유죄’를 주장했다간 판검사는 물론 특히 변호사측이 의심할 것을 우려해 나름 발언수위를 조절하는 중이기도 했다. 우택도 그런대로 잔머리도 돌아가는 사람이며 공무원 생활을 수십년 하면서 이런 재판의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없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래서 나름 판,검사의 비위를 맞추며 변호사측의 반박논거를 주눅들게 할 수 있는 요령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 - 게다가 계두는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선임할만한 능력이 못되니 자연스럽게 국선변호사가 나올 수밖에 없고, 다만 국선변호사도 아무리 형식적인 변호라도 사건이 뭔가 좀 석연찮다는 의심을 하는중에 있다. 

 다만 ‘성범죄’ 부분은 증언이 불확실해 ‘증거불충분’으로 기각될 가능성은 있어도 ‘납치-감금-강제노역’의 혐의는 대학생 세명이 일관되게 증언을 하고 있는이상 그것만으로도 중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확실히 뭔가 석연찮고 허접한 부분이 꽤 있는 사안이라 변호사는 물론 판검사측도 뭔가 의심을 하는중. 허나 적어도 계두의 편을 적극적으로 들어줄만한 사람이 없어서 재판 자체는 계두에게 별로 유리할 것 없이 진행되는 중이다. 

 계두가 수감된 감방애는 대충 비슷한 처지인 장애인출신 수형자가 네명 더 있었다. 이중 두명은 가벼운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이고 나머지 둘중 하나는 약간의 정신착란 증세가 있는 사람, 그리고 또 하나는 계두처럼 다소 심한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따라서 정신착란증이 있는 수감자, 지적장애가 있는 수감자 그리고 계두까지 세사람은 별도의 치료감호도 받고있는중이긴 하다. 감방안에선 그나마 상대적으로 정신상태가 멀쩡한 가벼운 신체장애가 있고 나이도 좀 있는 사람이 방장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이 다른 수감자들에게 식판을 나눠준다던가 정신착란,지적장애등이 있는 수감자의 화장실 안내 정도를 도와주고 있다. 이쯤되면 그래도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닌가 생각할수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 아닌가. 그래도 상대적으로 좀 멀쩡한 몸이라는 이유로 다른 수감자들 편의를 형식적으로 좀 돌봐주는것일뿐 성격은 까칠한면이 있었다. 

 “ 이봐...좀 와봐. ” 

 계두가 수감된지 며칠 채 지나지 않아서 그를 방장이 불렀다. 사실 막상 감옥안으로 들어온 계두를 보자 다른 신체장애 수감자는 물론 정신착란증과 지적장애가 있는 수감자까지 기겁할지경이었다. 정신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 범죄자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이렇게 기형적인 몰골은 이들도 지금까지 경험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방장도 처음엔 겁을먹어 제대로 말을 붙일 생각조차 못하다가 그제서야 말을 걸어온 것이다. 

 “ 도대체 무슨죄를 저질러서 온거야 ? 말이나 좀 해봐. 말...못해 ? ” 

 그러고보니 말을 못하는 벙어리인가 싶기도 했고 그럼 혹시 글도 모르는것인가. 혹시 필담이 가능할까 싶어 연습장과 필기구를 꺼내 보여주었다. 그래도 그 정도 편의는 교도관들에게 부탁하면 제공이 되는 모양이었다. 

 “ 으어...으어...억울...억울... ” 

 계두도 감옥이 어떤곳인지는 모르지는 않을 것 같은데, 다만 이런곳에 갇히는 것은 자신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인데다가 게다가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말도 안되는 일로 이런 감옥생활을 하게된 처지라 그저 억울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터. 따라서 누가 물어보면 반발심에서라도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면 재판도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계두였을텐데 국선변호사가 그래도 필담 정도로 자기 하고싶은 말을 해보도록 기회를 주었으나 계두는 그 앞에서도 그저 ‘억울하다’는 글자만 반복해서 쓸 뿐이었다. 

 “ 억울...억울... ” 

 이런식으로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마치 방장에게 따지고 대들 듯이 나오는 계두. 방장 입장에선 겁도 났고 ‘이거 새로 들어온 수감자 주제에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연히 화가났다. 

 “ 야, 임마. 너 근데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 ” 

 결국 계두와 한바탕 싸움이 붙었고 방장은 계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 근데 이 XX가...생긴것부터 비정상이라 그래도 딱해보여 잘해주려고 헀더니만...너 

  여기가 어떤덴줄 알아 ? 감옥안에선...특히 감방안에선 감방장말이 그냥 법이라고  

  생각해야해. 이게 너 그래도 내가 마음이 좋아서 이 정도 봐주는거지...멀쩡한 사람 

  들 갇혀있는 감옥이면 어림도 없어. 너같은건 진작에 맞아죽었다고. 무슨말인지 알 

  기나 해 ? ” 

 그러고보면 일반인 감옥에 대한 이야기도 대충은 알고있고 이런곳에 대한 노하우(?)가 제법 있는 방장인듯하다. 허나 방장이 욕설을 퍼붓자 계두는 ‘자칭삼촌’ 정사장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욕설을 들으며 겪었던 일들이 순간 겹쳐지는 듯 했고 그래서 더 화가나 방장에게 달려들었다. 자연히 싸움이 나는 형국이 될 수밖에 없자 다른 두명의 수감자가 이들을 말리려 들었다. 교도관들도 안에서 나는 소란에 와보지 않을수가 없다. 

 “ 이봐 !!! 이봐 도대체 무슨일이야 ? ” 

 “ 이것봐요 교도관 형님들. 이 XX 그러고보니 진짜 이상한X아에요. 나원...아무리  

  성치못한 죄수들이 오는 감옥이기로 뭐 진짜 이런게 다 있어. 이 XX 좀 내보내주 

  세요. ” 

 감옥안에서 벌어진 소란이지 규정대로 무슨 징벌방이나 이런데 별도로 계두가 가둬지도록 조치가 취해질것이고 계두는 다시 그곳에서 억울하다는 듯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난리를 피웠다. 허나 그런 계두의 억울한 사정을 들어줄이는 아무도 없을것이고. 오히려 징벌방에서도 더 큰 소란을 피운 형국이 되어 더 큰 징계가 내려질 수밖에 없다. 그 어느곳에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일 없는 처지의 계두. 아니 따지고보면 갓난아이때 그런 중증장애로 태어나서 친부모들로부터 버려져 그런 산속에서 극적으로 닭을 치고 파는 정사장이라는이에게 발견되어 그를 ‘삼촌’으로 여기며 사실상 평생을 학대와 강제노역에 시달리며 살아온 계두. 그 흉측한 외모와 성치못한 몸과 정신상태 때문에 어디서 우연히 얼핏 그를 발견한이들조차도 그런 깊은 산골에 무슨 이상한 귀신이나 괴물이 사는 것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평생을 비참하고 불쌍하게 살아온 계두의 너무 안타깝고 가련한 최후인 셈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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