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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강예빈 (프리스틴 레나) (5)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 어떡해요 ? 괜히 저 때문에... ” 

 일단 예빈과 종원은 집으로 돌아오긴 했다. 종원은 일단 상황을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예빈과 함께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왔고 의문의 여인은 막상 그 자리에서 종원의 뺨까지 때리며 격분하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더 이상 뭔가를 따지고픈 생각은 없는것인지 아니면 체념을 한것인지 대충 그 정도에서 종원과 예빈을 막거나 따지지는 않았다. 허나 아무리 봐도 뭔가 심상찮았던 상황 아닌가. 무엇보다 아까 종원과 예빈이 시장통에서 서로 장바구니를 누가들지로 작은 사랑싸움(?)같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갓 임신을 한 아내가 있는 젊은 신혼부부의 사랑다툼같은 모양새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예빈이 적잖이 놀라고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는 그것도 아버지가 살아계시던 때에도 ‘사귀는 여자도 없느냐 ?’는 물음에 여자고 연애고 원래 그런데 관심 없다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하더니 도대체 방금 그 상황은 뭔가. 사실 종원도 이 상황이 많이 당혹스러운 듯 혼자 제 방에서 고민을 좀 하곤 있었는데 허나 막상 이리되니 굳이 예빈에게 숨길일은 아니라는 듯 덤덤하게 1층으로 내려온다. 

 “ 일단 제 이야기부터 잘 들어주세요. ” 

 “ 아까 그 여자분 대체...어떤 여자분이에요 ? 종원씨 여자친구에요 ? ” 

 “ 허허 참...그런거 아니라니까요. ” 

 화를 낸다기보단 다소 어이없다는 듯 나오는 대꾸. 허나 종원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머릿속이 좀 복잡해져오는 듯 했다. 허나 일단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차분하게 입을 연다. 

 “ 우선 결론적으로 말해 제가 지금까지 아버지나 새어머니께 거짓말을 한 것은 없 

  어요. ” 

 “ ??? ” 

 “ 굳이 아버지나 새어머니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뿐...거짓말을 한적은 없다는 이야기에요. ” 

 “ 그럼 아까 그 여자분은 ? ” 

 이런 알다가도 모를듯한 알쏭달쏭한 이야기보단 바로 그 문제부터 해명을 해야할 것 아닌가. 헌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답을 하지 않고 이렇게 이상하게 말을 돌리는 것 같은 종원의 태도에 살짝 짜증까지 들어 예빈이 물었다. 종원이 차분하게 답을 이어간다. 

 “ 우선 결론부터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제가 대학시절 그냥 잠시 알고지내던 후배 

  의 선배에요. ” 

 “ 네에 ??? ”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아는 후배면 후배고 선배면 선배지 ‘후배의 선배’라는건 또 무슨소린가. 예빈으로선 도저히 종원의 말을 종잡을수가 없어 더더욱 헷갈리기만 하고 그런 예빈을 보면서 종원은 대체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연은 대략 이와 같았다. 어쨌든 서울에서 나고자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게 되어 그곳에서 하숙을 하며 대학시절을 보낸 이종원. 무엇보다 중간에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이후 3학년으로 복학을 해서 나머지 2년의 대학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니 동급생인 여학생들하곤 이미 세 살차이 1학년 신입생들하곤 무려 다섯 살까지 차이가 나는 복학생. 그리고 적어도 이때까지는 종원이 지금까지 말해왔던대로 연애든 여자문제든 그런데 별 관심없이 그렇다고 딱히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는 볼수도 없는 그저그런 대학생 정도의 위치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헌데 3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하루는 강의를 마치고 하숙집으로 돌아가려는데 가로막는 두명의 여학생이 있었다. 

 “ 저어...선배... ” 

 사실 정확히는 ‘선배’는 아니고 자신과 동급생인 여학생들인데 고민정과 임미숙이란 학생이었다. 허나 종원이 복학생임은 알고있고 따라서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임은 아는 상태에서 그렇다고 평소 친하지도 않은 그런 나이많은 복학생에게 부를만한 호칭이 마땅치 않아서일까. 둘은 그냥 편의상 ‘선배’라고 종원을 불렀다. 뭐 그런 것을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아서인지 종원도 대충 넘어가긴 했는데 민정과 미숙은 그런 종원에게 뜻하지 않은 애원을 좀 했다. 

 “ 선배...선배가 저희좀 살려줘요. ” 

 이건 또 뜬금없이 무슨 소린가. 난데없이 살려달라니. 혹시 이 두 여대생을 해꼬지하려는 어떤 나쁜사람이라도 있단말인가. 허나 종원은 운동도 싸움도 그리 잘 하는 편이 아니라 그런데 나설수 있는 처지는 못된다. 혹시 경제적 문제 때문에 그러는것이라면 물론 종원의 아버지가 주식투자로 대박난 사업가이긴 하지만 집을 떠나있은지 이미 오래된 상태에서 그런 종원이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동급생 여대생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려고 아버지한테 그런 부탁을 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대체 뭘 살려달라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민정과 미숙이 다음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인 그 짧은 몇초동안 머릿속이 무척이나 어지러웠던 종원. 허나 이어서 나오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전혀 뜻밖의 내용이었다. 

 “ 선배 OO학번 한혜진이라고 알죠 ? ” 

 “ OO 학번 한혜진 ? ” 

 일단 그 학번이면 지금 1학년을 말하는 것 같은데 1학년이든 3학년이든 여하튼 한학년이 거의 마쳐가는 늦가을 무렵이니 지금은 신입생이라 말할수도 없다. 허나 종원이 원래 그런 후배들은 물론 동급생에게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던 남학생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같은과 동급생중에도 모르는 학생이 제법 있는 판에 1학년 후배까지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고있을리 만무하다. 헌데 민정과 미숙은 그런 종원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실은 저희랑 같이 스터디그룹을 하는 OO학번 한혜진이란 아이가 있는데...그 아이 

  가 선배한테 보통 반한게 아닌가봐요. 그러니 선배가 우리 체면을 좀 봐서라도  

  그 아이 한번만 만나줘요. ” 

 대충 이야기를 듣고보니 어쨌든 두 학생이 ‘스터디 그룹’을 통해 친하게 지내는 1학년 후배가 어떻게 3학년의 이종원 선배를 알게 되었는지 그 이종원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한 듯 하다. 허나 좀 쑥맥같은 면이 있던 1학년 학생이라서일까. 사실 1학년과 3학년이 같은 강의실에서 강의를 들을일도 별로 없을테니 혜진이 종원을 직접 만나보는것도 쉽지 않을테고. 그래서 먼발치에서 가슴앓이를 하면서 그럭저럭 몇 달의 시간을 보낸 듯 하다. 그러나 짝사랑으로 가슴앓이만 하고 있을수는 없어 어쨌든 스터티그룹을 통해 친하게 지내는 고민정과 임미숙이란 두 선배에게 도움을 요청한 듯 하다. 대충 두 선배를 통해 이종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 하기도 하고 직접 종원을 자신이 만나게 해줄수 없냐며 두 선배를 한동안 보채다시피 했나보다. 뭐 정보를 알아내는 것 까지야 민정이나 미숙 입장에서도 그렇게 망설일일은 아니라 후배의 안타까운 가슴앓이를 이해하는 선배의 입장에서 그런대로 들어주긴 했는데 혜진이 직접 종원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니 이는 쉽지 않은 부탁인지라 자기들끼리 고민을 하다 직접 종원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허나 막상 그렇게 하려드니 이야기를 어찌 꺼내야할지 참 난감하기만 했던 두 여학생. 그래서 자신들보다 세 살많은 복학생 이종원을 어렵사리 ‘선배’라고까지 호칭하며 한혜진이란 후배를 한번만 만나달라며 혜진이가 하도 보채고 졸라 자신들도 미치겠다며 자신들을 ‘살려달라’며 이렇게까지 애원을 하게된 것이다. 종원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난 그런데 관심 없어. ” 

 허나 민정이나 미숙의 입장이나 처지가 어땠건간에 실제로 종원이 여자나 연애에 관심 자체가 없었기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와같이 대답했다. 허나 두 사람 입장에선 이게 이미 이렇게 간단하게 물러날 사안이 아니라서인지 한층 더 간곡한 표정으로 종원의 가는길을 가로막았다. 

 “ 선배 그러지말고... ” 

 “ 왜 그래 도대체 ? ” 

 “ 혜진이가...너무 성화라서...저희도 보기에 너무 딱하고 안타까와서 그래요. 어떻게 

  든 선배와 자기를 연결시켜달라고 조르는데 계속 모르는체 하기도 그렇고...그러니 

  저희 체면을 봐서라도 한번만 좀 만나줘요. ” 

 “ 허허...참...글세 난 관심 없대두. ” 

 그렇게 잘라 말하고 종원은 자신을 가로막은 두 사람을 거칠게 밀쳐내기까지 하며 그 자리를 떠났다. 허나 상황인 이미 그렇게 간단하게 마무리지을 문제가 아닌 듯 했다. 며칠후 이번엔 고민정이 강의가 끝나고 하숙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진지하게 자신에게 다가와서는 이야기나 좀 하자고 했다. 

 “ 선배, 그러지말고...뭐 하나만 간단하게 물어볼께요. 선배 지금 사귀거나 좋아하는 

  여자 있는거에요 ? ” 

 “ 글쎄, 난 그런거 없대두 그러네. ” 

 허나 종원으로선 이 상황에서 정직하게 한 대답이라 할 지라도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수도 있다. 적어도 지난번 그런일이 있고 난 뒤에 다시 민정이 이렇게 나온다면 그 의도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진 않을터인데 이런 상황에서 차라리 사귀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둘러댔다면 그것으로 혜진이 적당하게 물러나게 할 수 있는 핑계거리가 될수 있었으리라. 헌데 종원 입장에선 그 혜진이란 여자아이한테 제대로 빈틈과 허점을 보인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닌말로 남녀관계란 단순히 사귀는 사람이나 애인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유부남하고도 그런 관계가 될수 있는게 그게 사랑이 아니던가. 하물며 아예 대놓고 ‘애초 그런데 관심이 없다’고 말해버리면 그거야말로 애인이 없다고 시인해버린 셈이니 제대로 혜진이 저돌적으로 돌진할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준게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민정은 거듭 간곡함을 담아 종원을 설득하려 들었다. 

 “ 선배, 그리고 저희가...그냥 단순히 저희가 아끼는 후배라서 하는말이 아니라...혜 

  진이 참 순수하고 순박한 아이에요. 저희가 신입생때부터 봐서 느낀거지만...‘참 요  

  즘도 저런 아이가 있나’ 싶을 정도로 참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라구요. ”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것이냐 ?’는 듯 종원은 거듭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민정의 말투는 점점 간곡해지고 있었다. 

 “ 그냥 뭐...꼭 지금 혜진이를 사귀라고 하는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만나서 차 한잔 

  마시고 식사 한번 해주는것도 그렇게 어려워요 ? 일단 한번 그냥 혜진이 만나보 

  고 그래서 선배 마음에 정 안들고 아닌 것 같으면 그때부터 안 만나면 되는거잖 

  아요. 그러니...일단 그냥 한번 만나서 이야기나 좀 해줘봐요. ” 

 “ 글쎄, 난 생각 없대두 그러네. ” 

 종원은 거듭 여자가 생긴다는 것 자체를 귀찮고 성가시게 여기는 듯 이렇게 나오고 있었고 그러자 얼마후 민정은 물론 미숙까지 다시 와서는 사뭇 공세적으로 나왔다. 어찌보면 자신들도 종원에게 실망했다는듯한 태도다. 

 “ 선배...참 그렇게 안 봤는데...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에요 ? ” 

 “ 내...내가 뭘 어쨌다구 ? ” 

 지금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할정도로 머리가 나쁘거나 눈치없는 이는 분명히 아닌데도 진심인지 일부러 그러는것인지 종원은 정말 생판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왔다. 미숙이 종원에게 따지듯 대들었다. 

 “ 아니 뭐...혜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저희 체면을 봐서라도 한번만 좀 들어주면 어 

  디가 덧나요 ? 누가 지금 당장 혜진이랑 결혼을 하랬어요 ? 아니면 연애를 하랬어 

  요 ? 그냥 저희 체면 좀 봐서라도 한번 만나만 달라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요 ?  

 ” 

 종원은 당황하고 있었다. 사실 실제로 연애나 여자에 관심이 없는 종원이긴 했지만, 그래도 4년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대학생활. 그 생활속에서 만나는 선배가 되었든 후배나 동급생이 되었든 그런 여학생들하고 관계를 굳이 나쁘게 하거나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그런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결국 민정과 미숙이 일방적으로 정하다시피 한 약속장소에 주말에 한번 나가보긴 했다. 그렇게 일단 종원과 혜진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 솔직히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 

 예빈에게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종원. 혜진을 처음 봤을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 못생긴애였어요. ” 

 도대체 얼마나 못생긴 여자이길래 그것도 한때 자기가 좋다며 쫒아다녔다는 여자후배에 대해 그것도 혜진이 누군지조차 모르고 얼굴도 본적없는 젊은 새어머니 강예빈 앞에서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것일까. 종원의 표현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단순무식한 표현을 쓰는것일수도 있지만 너무 1초의 망설임조차 없이 이런 표현을 입에 올리는 종원을 보자 예빈도 좀 어이없다는 듯 나왔다. 일단 종원의 설명이 좀 더 이어졌다. 

 “ 뭐 어쨌든 그렇게 마지못해서...그런 자리에 나가보긴 했는데...여하튼 그 혜진이란 

  아이 막상 만나보니 별로였고...또 대화도 나눠봤지만...저랑 거의 안 맞는 것 같더 

  라구요. 취미나 기호같은것도 서로 공유할만한게 없는 것 같았고... ” 

 그래서 대충 두어번 적당히 만나주고 그쯤에서 그만두려는 것이 종원의 생각이었다. 그 두어번 정도 식사나 한번 해주고 차나 한번 같이 마셔주는것도 순전히 혜진이 상처받을까봐 하는 배려심이었다기 보단 그렇게까지 성화를 부렸던 그리고 혜진과는 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임미숙과 고민정이란 동급생의 처지를 더 이상 난처하고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의도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렇게 두어번 만나보고 영 아닌 것 같아 그 정도 선에서 정리하려고 한 아이. 사실 민정이나 미숙의 말로는 혜진이란 아이가 요즘 여자아이답지 않게 참 ‘순진하고 순박한 아이’라고 했는데, 그리고 종원이 실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봤을때도 그런게 좀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만큼 착하고 순수한 아이일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세상물정 모르고 멍청한 여자였다고나 할까. 사실 이런 연애경험이나 인간관계 경험같은게 그리 많지 않더라도 평소 드라마나 영화,소설 같은거 좀 보기만 했다면 상대방이 정히 바쁘고 귀찮거나 내키지 않을때는 ‘바쁘다’거나 ‘선약이 있다’거나 이런식으로 핑계를 대는 것이 가장 흔한 회피방식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또 아예 한술 더뜨면 굳이 상대방을 만날생각이 없거나 그러면 연락 자체를 안해버리면 그만인것이고. 따라서 종원은 자신이 적당히 연락을 끊어버리면 혜진이란 아이가 ‘이종원 선배는 자신한테 마음이 없나보구나’ 하고 그 정도 선에서 단념할줄 알았다. 허나 정말 순진한것인지 멍청한것인지 혜진이 그때부터 차츰 집요해지기 시작했다. 

 “ 선배...요즘 바빠요 ? ” 

 “ 글쎄 뭐...시험공부도 해야하고...뭐 요즘은 이래저래 바쁘다. 알바도 나가야하고  

  그래서... ” 

 자신한테 몇 번 전화를 해온 혜진을 일부러 받지 않았다가 한참만에 겨우 마지못해 받아주긴 했다. 허나 여전히 혜진에게 마음이 없던 종원은 안 나가는 알바 핑계까지 대가며 혜진을 만나줄 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자 혜진은 한층 더 어떤 안타까움과 답답함을 담아 이렇게 나온다. 

 “ 저랑 같이 식사해줄 여유조차 없는거에요 ? 같이 영화 한편도 못 봐요 ? ” 

 “ 이 사람아...식사할 시간도 없는데 하물며 영화볼 시간이 어디 있겠나 ? ” 

 하긴 단순히 소요시간만을 따져도 식사시간보단 영화관람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 허나 그거야 혜진이 워낙 말주변도 없고 세상이치를 몰라 말이 헛나온것이라 치고, 여하튼 혜진은 거듭 집요함을 더해 이렇게 물었다. 

 “ 대체 무슨 알바를 뛰는데 그래요 ? 몇시에 끝나는 알바인데요 ? ” 

 ‘주말에 알바를 나간다’는 종원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혜진의 입장에서도 뭔가 의심이 들긴 하는것인지 이와같이 파고들었다. 막상 혜진이 집요하게 파고들자 종원도 그런 구체적인 거짓말까진 생각을 못해봤는지라 일단 이렇게 둘러댔다. 

 “ 허허...글세 주말에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하느라 바쁘대도 그러네. 그러니 이만  

  끊어 !!! ” 

 

 토요일. 실제로는 이때 종원이 무슨 별다른 알바를 하는 것은 아니고 – 그건 어디까지나 혜진을 피하기 위한 핑계일뿐이고 – 보통은 그냥 하숙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컴퓨터 게임이라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그날도 대충 점심때쯤 방에 누워서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종원이 평상시 즐겨보는 프로도 아니고 그냥 케이블에서 이따금 재방송해주는 지상파 예능프로였다. 헌데 토,일요일 심심할 때 보니 그런대로 재미가 느껴져서일까. 재방송을 해주는 시간대에 맞춰 두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예능프로를 제법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때 혜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 오빠... ” 

 종원은 일단 귀찮고 짜증스러운 그녀의 전화에 별다른 대꾸가 없었고 그런 종원에게 혜진이 먼저 말을 건넸다. 

 “ 뭐해요 지금 ? ” 

 “ 말했잖아. 토요일엔 알바 뛴다고. ” 

 일단 그런식으로 핑계를 대왔으니 지금도 이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고 허나 믿겨지지 않는것인지 궁금한것인지 혜진이 거듭 집요하게 물어온다. 

 “ 무슨 알바를 뛰는데요 ? 패스트푸드점 ? ” 

 종원이 일전에 대충 둘러댈떄 그런식으로 말한적이 있는지 그걸 기억하고 그렇게 물어보는 혜진. 종원은 하는수없이 그렇다는식으로 대충 답을 해준다. 무엇보다 혜진과의 통화가 길어지면 즐겨보는 예능프로 내용을 놓칠 것 같은 초조감에 종원은 대충 이쯤에서 통화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허나 혜진은 거듭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었다. 

 “ 대체 어디있는 패스트푸드점인데요 ? 제가 그럼 그리고 한번 구경삼아 가보면 안 

  돼요 ? ” 

 “ 정신나갔냐 ? 알바가 무슨 놀러다니는덴줄 알아 ? 나 일하는데 니가 여길 왜 와 

  ? ” 

 “ 어디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이에요 ? OO동에 있는거 ? ” 

 “ 어...어 그래 맞아. ” 

 어차피 애초부터 무슨 음모를 꾸미거나 사기를 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거짓말도 아니었고 혜진의 만남요구를 피하기 위해 단순하게 꾸며낸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따라서 혜진의 집요한 물음이 거듭될수록 종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고 일단 적당히 혜진의 물음에 장단이라도 맞춰주듯 이런식으로 답한다. 혜진의 물음은 계속된다. 

 “ 몇시부터 몇시까지 일하는데요 오빠 ? ” 

 “ 어...그게...오전 9시부터 밤늦게까지...주말엔 특히 손님들 많고 바쁘잖아. ” 

 “ 9시에 한다구요 ? 패스트푸드점이 그렇게 일찍 여나 ? ”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혜진도 그건 바로 믿겨지지 않는 듯 허점을 찾은 듯 파고들기 시작했고 종원은 종원대로 거듭 둘러댈 수밖에 없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아니 근데 얘가. 무슨 청문회 하냐 ? 뭘 그렇게 집요하게 꼬치꼬치 캐물어 ? 나 

  지금 바쁘니까 이만 끊자. ” 

 “ 어...그렇구나. 그러고보니 지금 점심때니까 손님 많겠네요 ? 오빠 그럼 많이 바쁘 

  겠어요. ” 

 “ 당연히 바쁘지. 그러니까 그만 귀찮게 하고 끊어 !!! ” 

 “ 손님 많아요 지금 ? 얼마나 많은데요 ? ” 

 “ 패스트푸드점 하나 가득 꽉꽉 들어찼지 !!! 바쁘니까 이만 끊자. ” 

 “ 어어...그렇구나. 토요일 낮에도 손님이 그렇게 많은거구나. 저 몰랐어요 오빠. ” 

 “ 혜진아. 어쨌든 오빠 바쁘니까 그만끊자. ” 

 “ 패스트푸드점에 손님이 진짜 많구나... ” 

 “ ??? ” 

 그러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혜진의 말소리가 웬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같지가 않았다. 의아해서 주위를 둘러보다 ‘헉 !!!’ 하고 기겁하고 말았다. 혜진이 어떻게 자신의 하숙집을 알았는지 그것도 이미 방문앞까지 와 있었던 것이다. 종원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고 혜진은 혜진대로 종원에게 따지듯 나온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분하고 화가나 혜진도 견딜수가 없었다. 

 “ 오빠...어떻게 저한테 이렇게까지 할수 있어요 ? 아무리 내가 싫어도 그렇지...게 

  다가 내가 그렇게 바보인줄 알았어요 ? 토요일에 버젓이 이렇게 집에 있으면서... 

  패스트푸드 알바는 뭐고... ” 

 “ 너...도...도대체 어떻게 여기 들어온거야 ? ” 

 “ 지금 그게 중요해요 ? ” 

 어쨌든 이렇게 들킨이상 피해갈수도 없는일. 혜진의 보채며 따지는 것을 더 듣고싶지 않아서라도 그냥 적당히 혜진의 데이트에 응해주며 몇 번 더 만나주었다. 어떻게보면 좀 지루하면 지루하다고 할수 있을정도로 한 1년여 엇비슷한 패턴이 계속되었다. 종원은 혜진과의 만남을 적당한 선에서 끊고 싶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하려 들고 그러면 혜진은 혜진대로 종원을 이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며 집요하게 쫒아다니고 그런 패턴이 어느덧 1년 그러다 종원이 마침내 대학을 졸업할때가 된 것이다. 

 “ 저로선 솔직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에요. 그래서 아버지나 새어머니 

  한테도 일부러 말씀을 안 드렸던거구요. ” 

 종원은 진심 그 집요하게 쫒아다녔던 혜진이란 여자에 대한 기억에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헌데 그러고보면 바로 그런 지긋지긋한 혜진의 스토킹에 시달리기를 1년여. 그러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와 살게된 것 아닌가. 그걸 생각해보면 막상 집으로 돌아와서는 젊은 새어머니도 계신 자리에서 ‘사귀는 여자가 없느냐 ?’는 아버지의 물음에 ‘원래 여자나 연애에 관심 없다’는 식으로 둘러댄 종원의 심정. 그런대로 이해할만도 하다.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넌덜머리가 낫겠으며 잊고싶은 기억이었겠는가. 그러니 그런 이야기를 굳이 아버지나 심지어 이제 처음 알게된 젊은 새어머니도 있는 앞에서 하고싶지도 않았을것이고, 게다가 아버지의 그와같은 물음 의도가 하나밖에 없는 아들 이제 학교도 졸업했고 하니 ‘장가 보내야겠다’는 그런 의도에서 나온 질문이라면 더더욱 하기 곤란한 이야기였다. 자칫하다 ‘그러지말고 그 혜진이란 아이랑 결혼이라도 하는게 어떻겠느냐 ?’ 이러면 어찌되는가. 그 1년의 지긋지긋한 혜진의 스토킹을 피해 겨우 – 원래 서울출신이 지방대를 다니다가 – 서울로 달아나듯 돌아와 아버지와 다시 살게 되었는데 그 혜진과 다시 엮인다는 것. 종원으로선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 그런데...그럼 아까 그분은...그 혜진이란 분의 학교 선배란 말씀이신거에요 ? ” 

 확실히 아까 마치 종원과 예빈이 갓임신을 한 아내를 포함한 신혼부부 같은 분위기로 시장에 있는 것을 발견한 여자는 혜진은 아니었고 바로 그 혜진이 종원이란 선배를 짝사랑하니 그와 연결좀 시켜달라고 애원했다는 고민정과 임미숙이란 선배. 그 둘중 하나인 고민정이란 여성이었다. 종원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기억에 아마 고민정,임미숙 그 두분도 저처럼 원래는 서울출신으로 알고 있었어요 

  . 그러니 그 두 사람도 당연히 학교 졸업하고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으려니 그렇게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런대서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게 될줄은 몰랐네요. ” 

 어쨌거나 고민정,임미숙 두 사람은 종원과 동급생인 3학년이었고 또 그런 혜진과 종원 사이를 후배 혜진의 애원대로 연결이라도 시켜주려고 중간에서 난감한 가운데서도 분주하고 한동안 돌아다녔으니 그러는 사이에 종원과 되려 일정부분 친분이 생겼을수도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종원이 민정,미숙 둘 다 자신처럼 서울출신임을 알게된거고. 헌데 그러고보면 대학을 졸업한지도 어느덕 대략 반년정도의 시간이 지난셈인데 그것도 하필 자신의 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재래시장에서 그런식으로 민정과 마주치게 되다니. 그렇다면 민정도 근방 가까운 지역에 산단 말인가. 거기까진 일단 추론이 가능하다. 허나 어찌되었든 혜진이란 후배든 그 중간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신세였을 고민정이나 임미숙이든 그 문제에 대한 해명은 그런대로 할만큼 한 셈. 예빈이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허나 또 한편으로는 이해 안가는 부분도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의아함을 덧붙인다. 

 “ 헌데 그 혜진이란 후배분이 그렇게 싫었던거에요 ? ” 

 “ 말씀드렸잖아요. 외모도 별로였고...말씀드렸지만 저도 그 고민정,임미숙 두 동급 

  생 체면을 생각해서...또 괜시리 그 두분과도 안 좋은 사이가 될까봐 그게 우려되어 

  서라도 두어번 만나주긴 했다니까요.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너무 안 맞는게 많았 

  고...아이구...어쨌든 저로선 기억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과거일뿐이에요. 정말 생각 

  조차 하고 싶지 않으니...그 일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 

 예빈도 내심 ‘그러지말고 그 여자분 마음을 받아주지 그랬느냐 ?’ 이렇게 한번 물어볼 참이었는데 종원이 이렇게까지 손사래를 치면서 싫다는 의사를 밝히니 더 언급하는게 의미가 없을 것 같다. 괜시리 기분이 묘해지기까지 하는데, 무엇보다 예빈의 입장에선 그 한혜진이란 종원을 짝사랑했다는 대학시절 후배를 직접 만나본적이 있는것도 아니고 종원이 하는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론 종원이 좀 안되었고 딱하다는 생각도 들고, 또 한편으론 여하튼 아까 재래시장에서 만난 이상한 여자가 자신으로 인해 어떤 이상한 오해를 했던 것은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한 우려와 의문은 풀린셈이라 예빈도 마음이 한켠 가벼워지기도 했다.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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