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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강예빈 (프리스틴 레나) (3)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얼마후. 하루는 기석이 요 근래 분위기가 어두워진 아내의 기분도 전환시킬겸 여행이라도 시켜주었다. 어디 멀리까지 간 것은 아니고 휴일을 이용해 하루동안만이라도 서울 근교지역이라도 한바퀴 돌아보고 오는 코스를 다녀온 것이다. 여하튼 모처럼 경치좋은 경기도의 강변지역까지 나가본 두 사람. 정취를 만끽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 여보게 예빈이. ” 

 “ 네, 아저씨. ” 

 아직은 그래도 ‘여보’라는 호칭은 좀 어색한것일까. 그보다는 ‘아저씨’라는 호칭을 더 자주 입에 담고있는듯한 예빈. 하긴 결혼한지 이제 겨우 석달여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면 아직 분명 신혼이다. 그런 예빈을 보며 기석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나 솔직히 젊은 시절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나 ? ” 

 “ 어떤 생각을 하셨는데요 ? ” 

 “ 20대에 취직하여 30-40대에 열심히 돈 벌고 나이 50을 넘으면 그땐 내 하고싶은 

  거 마음대로 즐기고 누리면서 인생을 즐기는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그게 내 바램 

  이었어. ” 

 인간의 생각이란 결국 다 거기서 거기인것일까. 20대에 취직하여 30-40대엔 악착같이 일하며 열심히 돈벌고 그리고 나이 50 넘어서 은퇴할때가 되면 그때까지 모아놓은 돈으로 여생을 편히 보내고 싶다는. 대충 그런 테두리의 구상을 해본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허나 그 젊은 20대때의 구상처럼 실제로 다 이뤄지는 경우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게다가 어쨌든 기석은 한때 육사를 졸업하고 장교로 10년을 복무한 사람 아닌가. 육군장교 생활이 생각보다 맞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때쯤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때부터 자영업을 하며 주식투자를 하며 그렇게 돈벌며 지금까지 살아온 사람. 그러고보면 20대때의 구상은 이미 그때부터 어그러졌던셈. 다만 어쨌든 지금 이렇게 서울 한복판에 그만한 2층짜리 주택을 보유하고 살고, 게다가 인터넷 웹진까지 운영할 정도면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는 그런대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고 할만한 사람이다. 허나 기석은 나름대로 어떤 회한에 잠기듯 눈빛이 서글퍼진다. 

 “ 허나...막상 나이가 들더니...알게 모르게 쓸쓸함과 서글픔이 일더군... ” 

 “ ...... ” 

 “ 여하튼 젊은시절 결혼한 아내와는 여러 가지로 안 맞는게 많아 얼마안가 이혼하 

  고 말았고 – 그래도 애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될 때까지 같이 살았으면 이것저것 부 

  딪힐대로 부딪히면서도 버틸만큼 살아본 셈이지만 – 그리고 혼자 아들을 키우다  

  그 아들녀석마저 슬슬 고등학교 들어가고 대학교 들어가고 하면서 나와 떨어져 혼 

  자 살아가는 시간이 많아지고...그러고보니 여러 가지로 적적히고 힘들었었어. ” 

 종원이 무슨 아버지와의 불화나 이런것 때문에 집을 나갔던 것은 아니고 학업 때문에 불가피한 일이긴 했다. 그러나 넓은집에 자신혼자 덩그러니 살아왔던 10년 세월임을 생각하면 또 그 쓸쓸함과 외로움은 어땠으랴. 그래서인지 아내 예빈을 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그래서...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게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했는데...그러다 나이 50 

  을 넘겨 자네를 만나게 된거. 진심으로 고맙고 감사하게 생각했어. 솔직히 이 나이 

  에 새로운 인연이 그것도 젊은여자와의 재혼은 꿈도 못 꾸고 살았는데말야. ” 

 “ 여보... ” 

 “ 당신의 과거가 어쨌든...당신의 그늘이 어땠든간에...당신은 내게 새로운 삶의 활력 

  소를 불어넣어준 존재야. 무슨말인지 알겠나 ? ” 

 어찌되었든 예빈이 기석에게 그만큼 긍정적인 존재였다니 예빈으로서도 고맙고 감사한 일일 것이다. 새삼 남편의 이런말에 고마워져서인지 가슴 한켠이 훈훈해져오는 느낌. 눈에 살짝 눈물이 고인다. 

 “ 예빈이...그래서 말인데... ” 

 어린 아내 예빈의 손을 한번 꼭 잡아보며 기석은 그윽한 눈빛으로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기왕 결혼한거 내 아이도 낳아주면 어떻겠나 ? ” 

 애초 결혼할때는 그런 생각이나 의논같은 것은 안했는지 기석의 이와같은 말에 예빈이 좀 놀라고 당혹스러운 기색마저 보이다. 어쩌면 그런 기대나 생각까진 안 했을수도 있고. 기석의 나이도 있고하니 자신과의 사이에 굳이 아이는 원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을 했던것인지. 여하튼 막상 기석이 이런말을 하니 좀 당혹스러운 기색의 예빈. 기석이 그런 예빈을 보며 묻는다. 

 “ 왜...싫은가 ? ” 

 “ 아...아뇨 뭐...그런건 아니지만... ” 

 여하튼 사랑해서 한 결혼이고 그런 상대인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생기는 것을 싫어할 여자가 있을까. 그래도 예빈에겐 뭔가 내키지 않는 뭔가가 있는지 거듭 뭔가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호...혹시 종원씨가... ” 

 “ 종원이가 왜 ? 그 녀석이 뭐라고 하던가 ? ” 

 “ 아뇨 뭐...그런건 아니지만... ” 

 확실히 기석의 아들 종원과 아직 그런 이야기까지 나눌만한 단계나 사이가 되진 않았을 것 같고, 다만 예빈의 지레짐작이나 자격지심 때문일까. 살짝 어두워진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 혹시...종원씨가...제가 아이를 갖는걸 원치 않을수도 있잖아요. ” 

 “ 하하...원...별 걱정을 다하는구먼... ” 

 걱정할일도 아니라는 듯 호탕하게 웃는 기석.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뭐 나중에...이복형제간에 유산싸움같은거라도 벌어질까봐 그걸 걱정하는겐가. 뭐 

  솔직히 나한테 재산이 그리 많다고 볼수도 없지만...그것갖고 굳이 싸움이 난다던 

  가 그럴일은 없을테니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여보... ” 

 진심으로 걱정되는 듯 예빈의 반응은 이와같지만 그런 젊은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석은 그런 아내를 다시금 호탕하게 안아보기까지 하며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그러지말고 내 아이 열명만 낳아줘. ” 

 “ 네 ? 뭐라고요 ? ” 

 황당한 듯 기석을 바라보는 예빈. 열명이라는 숫자도 숫자지만 지금 나이 50대 중반인 기석이 그 많은 아이들을 어느 세월에 다 키울수 있단말인가. 그래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 소리라 어이없다는 듯 예빈이 기석을 바라보고 아내가 마치 자신의 말이 진심이기라도 한양 받아들인 것 같아 그 순진무구함이 깜찍하고 귀여워보이는지 살짝 꼬집어주기까지 하며 기석이 자신의 말을 정정한다. 

 “ 하하...열명은 너무 많나 ? 그럼 뭐 수정을 보지. 그럼 한 아들 한두명 정도...아니 

  아니...굳이 아들일 필요도 없고...당신닮은 예쁜 딸 하나만 낳아주면 어때 ? ” 

 “ 저를...닮은 딸을요 ? ” 

 “ 왜 ? 그것도 싫은겐가 ? ” 

 “ 아뇨 뭐. 그런건 아니지만... ” 

 뭔가 내키지 않은 무엇이라도 있는지 예빈은 거듭 어두운 표정으로 뭔가 망설이며 당혹스러워하고 있고 기석은 어린 아내가 수줍어서 그러는것쯤으로 여기는지 다시금 호탕하게 품안에 꼭 안아준다. 어린 아내가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워 뽀뽀도 하고 꼬집어주기도 하고 여하튼 젊은 아내 예빈이 귀엽고 예뻐서 어쩔줄 모르는 그런 나이많은 남편의 모습이다. 

 

 한밤중. 집에서 기석은 예빈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사실 기석은 술을 즐기는 편이긴 했으나 밤에 이렇게 집에서 마시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예빈도 물론 술은 좀 하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은 컨디션이 좀 안 좋은지 대충 한두모금 먹는둥마는둥만 하고 있었다. 헌데 기석이 오늘따라 무슨 바람이라도 불었는지 아니면 공연히 싱숭생숭하거나 심란하기라도 한건지 독한양주를 그것도 큰컵에 하나가득 따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걱정되는 듯 예빈이 잠시 만류하기까지 해본다. 

 “ 여보... ” 

 “ 그래...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 ” 

 “ 예 ? ” 

 취한것일까. 좀 밑도 끝도 없이 나온 기석의 말. 그래서 예빈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술주정인지 진담인지 일단 기석의 말은 계속된다. 

 “ 우리 아이 갖는 문제에 대해서...어떻게 생각하냐구. ” 

 일전에 기석이 아내의 기분전환겸 함께 나들이를 갔을때도 그런말을 하지 않았던가.  헌데 오늘 다시 취중에 이러한 말을 꺼내는 기석. 예빈은 여전히 난감하기도 하고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무엇이라도 있는지 무엇보디 지금 기석의 이런 태도가 술주정 같아 보여 바로 어떤 답을 하진 않고 있다. 그러자 기석이 냉수라도 조금 들이켜 정신을 좀 차린뒤 다소 걱정되는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한다. 

 “ 이래저래 내가 자네가 걱정되어 하는 소리야. 공연히 술먹고 헛소리 하는건줄 아 

  나 ? ” 

 “ 아...아니에요. 그런건 아니지만. ” 

 확실히 술주정인지 진지한 이야긴지 아니면 그야말로 취중진담인지 알 듯 모를듯한 말을 계속 입에 담고있는 기석. 그의 말이 좀 더 이어지긴 한다. 냉수를 마시고 정신을 좀 차린 듯 하더니만 다시 아쉬운 듯 독한 양주를 하나가득 따라 한모금 들이킨뒤. 

 “ 어쨌든...종원이 그 녀석은 장가가고 나면 따로 나가 살테고...그럼 다시 자네와 나 

  둘만 남는게 아닌가. 무엇보다 자네 장래를 위해서라도...자네가 직접 낳은 아이 한 

  둘쯤은 있어야하지 않겠나 이말일세. ” 

 어쨌거나 종원이 젊은 예빈을 새어머니로 인정하는 것 같지는 않고 둘의 사이도 그리 편해보이지는 않은 것 같아 이렇게 말하고 있는 기석. 다만 예빈은 예빈대로 지난번 종원이 집에 들어온 첫날 식사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는지 의아함을 담아 이렇게 묻는다. 

 “ 종원씨 그때...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 그렇게 기억하는데 ? ” 

 “ 허허 참... ” 

 사실 그날로부터는 그래도 한 몇주정도라도 시간이 지난 것으로 봐야할텐데 그때 종원이 한 이야기를 예빈이 기억하고 있다는게 신기하고 기특하기라도 한지 기석이 한번 예빈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까지 하고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확실히 술은 이제 많이 취한듯하다. 

 “ 지금이야 어떤지 모르지만...조만간 좋은사람 만나 결혼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러 

  고 나면...아무렴 젊은 새엄마인 자네가 있는 이 집에서 함께 살려고 하겠나 ? 지 

  들까리 따로 나가 살건 뻔한일이고... ” 

 “ ...... ” 

 “ 무엇보다 그 녀석도 무슨 수도생활이라도 하는 성직자가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 좋 

  은사람 만나 결혼하는 것은 자명한 미래 아닐텐가. 그래서 하는 소리인게야. ” 

 “ 여보... ” 

 공연히 착잡해지는지 예빈이 무슨 말을 더 잇지 못하고 기석도 이 시점에서 별다른 할 이야기가 더 없는지 공연히 술만 더 벌컥벌컥 들이킨다. 그러고보면 독한 양주를 한밤중에 이리 들이키는 일이 웬만하면 잘 없던 그였는데, 그래서 더더욱 이래저래 걱정이 되는 예빈의 모습. 헌데 이제 확실히 취기가 많이 오른듯한 얼굴로 기석이 예빈의 손을 잡아본다. 

 “ 그러지말고 이리와... ” 

 “ 앗...왜 이러세요 여보 ? ” 

 뭔가 기석의 태도가 심상찮아 보여서일까. 화들짝 놀라는 예빈. 허나 이미 기석은 그런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 

 “ 그러지말고 이리와. 모처럼 우리만의 거사를 즐겨보자구. ” 

 “ 여보...지금 많이 취하셨는데... ” 

 아이 어쩌구 하더니 기어이 이렇게 정사를 나누려는듯한 기석의 모습. 물론 아이 갖는 문제와 별개로 두 사람의 관계는 지금껏 대체로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다만 예빈이 나름 내면의 트라우마때문인지 밤에 혼자 고민하거나 어둡고 울적하게 보내는 시간이 많아 기석이 그런 아내의 심정을 배려 조금 삼가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도. 허나 그래서 오늘따라 더는 못참겠는지 예빈을 힘껏 끌어안는다. 

 “ 여보...안돼요. 실은 오늘은... ” 

 “ 허허...그러지말고 이리 오래두. 내가 얼마나 그동안 굶주렸는지 아나 ? 얼마나 참 

  기 힘들었는지 아냐구. 그러지말구 이리 오래두... ” 

 “ 여보...글세 안된다니까요. ” 

 무슨 이유인지, 아니면 취중에 이런식으로 나오는 남편의 태도가 싫은것인지 다소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예빈이었지만 기어이 꼭 끌어안는 남편으로 인해 예빈은 결국 고꾸라지고 만다. 그리고 50대 중반의 그리고 나름 이채로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라고 할수 있는 이기석의 이 뜨거운 밤의 격렬한 정사가 이어진다. 

 “ 여...여보... ” 

 “ 이리와...모처럼...이 늙은이의 굶주렸던 모든 것을 혼신의 힘을 다해 발산해 보구 

  싶구만 그래. 내 마지막 젊음의 불꽃과 열정을...아직 남아있는 젊은 시절의 불꽃과 

  열정을 모두 불사르듯 혼신을 다해 이 밤을 불태워보고 싶대두 그러네. 그러니 그 

  러지말고 이리와. ” 

 “ 여보... ” 

 “ 이 밤은 내 마지막 뜨거운 영혼을 불사르는 밤이 되리라. 마지막 뜨거운 혼신의  

  열정을 태우는 밤이 되리라. 내 마지막 열정...내 마지막 남아있는...그 뜨거운 정열 

  ...뜨거운 정열을... ” 

 취한기분 탓인지 다소 헛소리 같은 이야기를 지껄이며 그렇게 예빈을 끌어안고 정사를 나누는 기석. 예빈이 일단 그런 남편을 받아들이긴 하는데 실제 기석은 자신이 한 말처럼 그야말로 50대 중반 남자의 오랫동안 참아왔던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듯한 젊은 시절의 열정과 정열을 모두 불살라 없애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예빈이 되려 힘에 부치기까지 할 정도인데. 그렇게 혼신의 힘을 불사른듯한 기석. 마지막 정열을 다 불태운듯한 기석. 마치고는 그 자리에 쓰러진다. 

 “ 하아... ” 

 여하튼 너무 격렬한 정사를 그것도 술에 잔뜩 취해 나누다보니 많이 지쳤나보다. 바로 방바닥에 쓰러진 기석. 예빈도 지치고 힘이 드는지 침대에 올라가거나 할 생각은 못하고 그냥 바닥에 누워버린다. 게다가 예빈도 어쨌든 몇잔이라도 술은 마셔서 취한 상태라 좀 귀찮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대로 바닥에 누워버린 남녀. 잠이 든다. 

 “ 그어...갸르르르륵... ” 

 너무 취했던 탓일까. 아니면 취한 상황에서 너무 격렬하게 정사를 나누다보니 힘들었던것일까. 한밤중에 기석이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예빈이야 술은 그리 많이 한 것은 아니니 취하진 않았기에 그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리고 남편을 바라본다. 

 “ 여보...많이 힘드세요 ? ” 

 “ 갸르르륵...갸르르륵... ” 

 무슨 토하려고 하는것인지 가래끓는 소린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린다. 혹시 구토라도 하려는것인가 싶어 예빈이 휴지를 옆에 갖다주고 그리고는 다소 짜증스럽게 말한다. 

 “ 그러게 좀...적당히 하시고 자제하시랬더니... ” 

 여하튼 구토라도 하면 큰일이기에 휴지와 걸레 같은 것을 옆에 대충 놓아두긴 했는데 일단 이상한 가래끓는 소리인지 신음소리인지 그 소리는 멈추었다. 무엇보다 아직 방바닥에 누워있는 기석이건만 혹시 토할 것 같은 상황이면 침대보단 그냥 방바닥에 놓아두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것인지 예빈은 일단 그대로 남편을 방치해둔다. 그리고 침대에서 잠이 든다. 아직은 한밤중. 남은 잠을 청하고 있는 것이다. 

 

 날이 밝았다. 

 간밤에 구토라도 하는지 이상한 가래끓는 소리를 내던 기석. 침대로 옮기기도 쉽지 않아 그대로 방바닥에 방치해 두었는데 아직 그 상태로 누워있었다. 날이 밝아 잠에서 깬 예빈이 걸레로 대충 주위를 닦아주며 이렇게 말한다. 

 “ 그러게...적당히 드시지 않고... ” 

 헌데 뭔가 느낌이 좀 이상헀다. 간밤의 가래끓는 소리등은 그렇다치고 아무리 그래도 단순히 술에 많이 취해 곯아 떨어져누운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어쨌든 그냥 잠이 든 것이라면 숨소리든 코고는 소리든 뭔가 소리가 나야할테고 무엇보다 예빈이 걸레로 주위를 닦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에도 잠결에라도 뭔가 뒤척이든 움직이든 게슴츠레 눈이라도 뜨든 그런 반응이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그대로 바닥에 누워 간밤에 방치상태인채 그대로 누워있는 기석. 순간 예빈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흔들어 깨워보려 했다. 

 “ 여보...아침이에요. 그만 일어나셔야죠. ” 

 허나 여전히 반응이 없는 기석. 예빈이 좀 더 세게 흔들며 소리까지 높여보았다. 

 “ 여보, 그만 일어나세요. 어서 진지드시고 출근하셔야죠 !!! ” 

 사실 다음날이 휴일이라 기석이 간밤에 술을 좀 많이 마신것이긴 한데 그래도 남편을 깨워봐야겠다는 생각에 반응을 보기 위해서라도 ‘출근을 해야한다’는 거짓말을 하기까지 한 예빈. 허나 그럼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는 기석. 예빈의 성격이 그리 둔한편이 아니라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 끼야아아아아악~~~!!! ” 

 기겁을 하며 방에서 뛰쳐나온 예빈. 충격과 공포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판단이 들지 않는 상황. 단지 두려워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을뿐이다. 종원은 이때 2층방에서 대충 잠에서 깨 어슬렁 거리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1층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는 것 같자 의아해서 아래로 내려와보았다. 

 “ 무슨일이세요 새어머니 ? ” 

 “ 어...어쩌면 좋아요...어쩌면 좋아요. ” 

 예빈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고 그러면서 방쪽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가리키기까지 했다. 아직 상황파악이 안 되는 듯 종원은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방에 들어가보는데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있는 상태로 굳어있는 아버지를 그제야 발견하게 되었다. 

 “ 아버지...아버지...왜 그러세요 ? 정신좀 차려보세요 !!! ” 

 ‘복상사(腹上死)’는 성관계를 하다가 갑자기 그런 격렬한 운동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정신이나 어디에 충격이 와 쓰러져 그대로 저 세상으로 가게되는것이니 엄밀히 말해 그렇다고 볼수는 없고 굳이 사인을 말한다면 ‘급성알콜중독+과로사’쯤 된다고나 할까. 여하튼 독한 양주를 그렇게 마시고 젊은 아내와 나누었던 격렬한 성관계. 그래도 관계까진 무사히 다 마쳤으나 너무 무리를 한 탓인지 관계를 다 마치고 그대로 풀썩 쓰러져 게다가 알콜 때문에 불편한 속을 잠시 구토까지 하고 그대로 누워서 굳어져버린 기석의 몸. 그러니 아무래도 급성 알콜중독에 과로사정도로 보는게 맞을 듯 하다. 허나 어쨌든 간밤의 남편 사망의 주요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셈이라 비록 ‘복상사’까진 아니더라도 그와 다름없는 상황인지라 그래서 더더욱 예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너무 큰 충격과 공포에 무슨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일단 종원은 아직 이 상황을 믿을수 없어 바로 구급차를 불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른 구급차이건만 병원으로 이송된 기석의 몸이 이미 사망한 상태임만을 확인하게 될 뿐이었다. 

 “ 여보...여보...전 이제 어떻게해요. 전 이제 어떡하냐구요 어어어엉~~~!!! ” 

 너무 큰 충격에 예빈은 울음소리마저 오히려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너무 큰 공포와 두려움에 자신을 주체못하고 있었다. 장례준비조차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그저 망연자실하게 있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종원이 주도해야할 판. 일단 영안실로 자리를 옮기고 그곳에 마련된 빈소. 종원이 인터넷 웹진 대표등을 하며 아버지 기석이 평소 알고 지내시는 동료,지인 그리고 아버지와 절친했던 생전 학창시절 친구등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받아들이게 되는 문상객. 허나 졸지에 젊은 미망인이 되어버린 예빈은 무슨말을 채 잇지 못하고 있었다. 

 3일장으로 치렀는데 이틀째 되는날 비교적 많은 문상객이 다녀가고 저녁때쯤 그런대로 소강상태가 되었다. 허나 그때까지도 정신을 제대로 수습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예빈. 종원이 아직 빈소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예빈이 화장실이라도 가려는 듯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예빈의 머릿속은 지금 복잡했다. 사실 병원으로 옮겨진 기석의 사인도 정확하게 급성 알콜중독에 간밤에 격렬한 운동을 많이 했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그런 과로사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허나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는가. 여하튼 예빈과 그런 상태에서 격렬한 정사까지 나누고 나서 벌어진 일. 혹시 진짜 ‘복상사’로 결론이 나면 어쩌나 그것이 무섭고 두려워 예빈은 그때까지도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인이 그렇게 밝혀질 경우 기석의 아들 종원이 자신을 어떻게 볼지 몰라 그것 역시 두려워 무슨말을 채 꺼내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사인(死因)이 급성 알콜중독에 과로사라니 예빈으로선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마음편히 있을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여하튼 간밤에 남편의 그런 갑작스러운 사망에 자신이 어느정도 책임이 있을수 있다는 점. 그게 자신을 괴롭게 했다. 

 “ 혹시 복상사였던거에요 ? 그런거에요 ? ” 

 아직 간밤의 일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는 종원이지만 그 종원이 그 사실을 알고 자신을 추궁하는 모습이 금방 상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것이 두렵고 무섭기만 해 어쩔줄을 모르고 있는 예빈. 화장실 변기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안이니 자해도구로 쓸만한 마땅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보긴 했는데 근처에 칼이라곤 할수 없고 그런대로 뾰족해서 충분히 그럴만한 도구로 쓸수 있을만한게 보였다. 허나 병원 영안실의 여러사람이 이용하는 화장실이다. 어느덧 밤시간이긴 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망자의 유족이든 발인을 하게되는 유족이든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화장실 문앞은 대체로 분주한 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망연자실한 표정의 예빈의 행동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이 한둘 있었다. 예빈이 혼자 이상한 도구 같은 것을 들고 복도 어두운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아무래도 심상찮다는 생각을 했는지 그 뒤를 따랐다. 아니나 다를까. 예빈이 그것으로 자해를 시도하고 있었다. 

 “ 이...이것봐요. 거기서 뭘하는거에요 ? ” 

 예빈의 행동이 아무래도 심상찮아보여 뒤따라가본 사람 두명이 놀라면서 그런 예빈을 제지했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에서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유가족 한명이 해선 안되는 짓을 벌이는 것으로 판단 바로 그녀를 만류하려 들었다. 자신을 만류하려하는 이가 있자 예빈은 발악을 했다. 

 “ 놔 !!! 놔 !!! 이거 놓으라고 !!! ” 

 “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아가씨 !!! 무슨 사연이 있으신지는 몰라도 여기서 이러 

  시면 안돼요. 다른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러시면 안되는거라구요 !!! ” 

 예빈의 행동이 심상찮아보여 따라온이중 하나는 나이많은 중년남자였고 여성은 예빈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젊은 여성이었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은지 중년남자가 도움의 손길을 청해 남자 두어명을 더 불러왔다. 젊은 여성은 자해하려고 거듭 발악을 하는 예빈을 말리고 있었고 그 실랑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 저기 OO호 빈소에 계시던 유가족분 맞으시죠 ? ” 

 예빈의 자해행위를 만류하려 달려온이중 마침 옆 빈소쪽 가족이 있어 그녀를 알아본 듯 했다. 황급히 달려가서 그쪽 가족인 종원을 부르고 그렇게 종원까지 달려오자 예빈은 절망스러운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 수치스럽기까지 하고 너무 민망하고 창피하기까지 해 그리고 무엇보다 이 사태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자책감과 두려움 그리고 공포감에 차라리 자신이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도한 자해이데 그마저도 하늘이 세상이 안 도와주나 싶어 그 원망감이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종원이 일단 달려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 새어머니...새어머니 왜 그러세요 ? ” 

 “ 새어머니 ? ” 

 어쨌거나 다급한김에 그냥 예빈을 그렇게 불렀고 두 사람의 가족관계가 대충 그렇다는 것을 알게된 다른이들이기에 좀 놀라고 황당해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여하튼 목격자의 경위설명은 이어진다. 

 “ 그...이 젊은 여성분이...아까 화장실 안에서부터 뭔가 망연자실하게 정신을 못 차 

  리고 계신 것 같아서...그러다 화장실에서 나와서는 주위에서 뭔가를 두리번거리며 

  찾는 듯 하더니...뭔가 뾰족한 물건을 줍더라구요. 그래서 순간 아무래도 뭔가 이상 

  해서 따라가본건데... ” 

 혹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충격과 슬픔에 헤어나지 못하는 유가족 한명이 자살시도라도 하려는것인가 하는 예감에 따라가본것이고 어쨌든 일단 그 불길한 직감은 그런대로 맞아떨어진셈이다. 그렇게 일단 예빈의 자해는 막을수 있었지만 예빈은 어떤 절망감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었고 종원이 그런 예빈을 겨우겨우 달래 빈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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