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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강예빈 (프리스틴 레나) (2)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사람에겐 누구나 트라우마(상처)가 있다. 그리고 그 트라우마는 일상에서 종종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폭발하곤 한다. 가령 어떤 단어나 사물 현상등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확실히 그런것과 관련된 어떤 상처나 과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가령 그저 단순히 어떤 대상이나 사물이 싫거나 한다면 ‘저 원래 그런거 싫어해요’ 하고 말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허나 방금 예빈의 경우처럼 그저 ‘가끔 육상이나 수영 같은 운동을 함께 즐겼으면 한다’는 남편의 말 정도에 ‘두번다시 내 앞에서 그런말 꺼내지 말라’며 극도로 화를내며 거부반응을 일으킨다면 그건 확실히 그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허나 55세의 이기석은 아직 아내의 그런 심리상태가 파악이 안 되는것일까. 다만 대체 아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는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미 방으로 들어가버린 아내를 따라 들어가 무조건 잘못했다고 빈다. 허나 남편에게서 이미 등을 돌려버린 예빈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대꾸도 없다. 그리고 진심으로 화가나고 불쾌한 표정으로 벽면만을 바라보고 있다. 

 “ 여보...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어. 내가 다 잘못했으니까 그만 화 풀어. 알았지 ? 

  내가 다 잘못했다는대두 그러네. ” 

 대체 뭣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가 이렇게까지 화가 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화는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무조건 이러고 있는 남편의 모습. 사실 누가봐도 좀 답답하다면 답답해지는 장면이기도 할 것이다. 허나 기석은 아무리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도 아내가 무슨 반응이 없자 결국 체념하고 물러나고 만다. 머릿속이 잔뜩 복잡해져 혼자 밖으로 나와 한참동안 담배라도 피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헌데 그러다 그날밤. 아내는 또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 아저씨... ” 

 아직 29살 차이가 나는 남편 기석과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때라서인지 예빈의 기석에 대한 호칭은 ‘아저씨’와 ‘여보’를 번갈아가며 쓰고 있었다. 어쨌든 지금은 아저씨라고 부르는게 더 편해서 그런것인지는 몰라도 일단 그와같이 부른 예빈. 그리고는 말을 이어간다. 

 “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신걸까요 ? ” 

 “ 아니 뭐라구 ? ” 

 마치 모태신앙으로 자란 집안의 아이가 제 부모에게 묻는 어찌보면 사뭇 천진난만해 보이는 것 같은 말투로 이렇게 묻는 예빈. 그렇다면 예빈이 기독교인이거나 교회다니는 여자였단 말인가. 허나 어쨌거나 신앙생활을 하는 여자라면 교제과정에서 어떻게든 드러나거나 스스로 그런걸 밝히던가 했을텐데 1년의 교제과정을 거쳐 결혼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그런 낌새를 발견하지 못했다. 헌데 마치 기독교에 많이 심취해 있거나 혹은 그런 환경에서 자란 어린아이처럼 묻는 이런 질문이라니. 사실 예빈의 경우엔 어떨지 몰라도 기석도 지금까지 종교나 신에 대해 별 관심은 가져본적이 없다. 그래서 어린 아내의 이런 질문이 더더욱 당혹스럽기도 한데, 그리고 사실 사람이 누구나 살면서 신이나 삶과 죽음 혹은 사후세계의 문제에 대해 한두번씩 의문을 가져보게 마련이긴 하지만 그래도 비기독교인인 경우에는 보통 이럴 때 이런식으로 말하진 않는다. 가령 ‘신이란게 과연 있긴 한걸까 ?’, ‘죽은뒤에 사람은 정녕 어디로 가게되는걸까 ?’ 이런식으로 묻지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신거냐 ?’는 식의 질문은 기독교 신앙의 영향을 어느정도 받지 않은 이라면 잘 나오지 않는 표현인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기석은 더더욱 당황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린 아내를 바라보는데 예빈은 한동안 말없이 잠시 고민에 빠지는 듯 하다 그만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 아니, 여보...왜 그래 ? ” 

 순간 당황해서 기석이 아내를 어떻게든 달래보려고도 하지만 예빈은 일단 성가시다는 듯 남편을 뿌리치기까지 한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서는 세수를 하고 나오는 예빈. 그리고 그대로 자리에 누워보인다. 

 “ 아저씨...실은 저요... ” 

 그러다 얼마뒤 기석은 아내로부터 뜻밖의 고백을 들은일이 있다. 육상이니 수영이니 그런 말을 할 때 아내가 벌컥 화를 내고 그날저녁엔 느닷없이 ‘하나님이 살아계신거냐 ?’는 질문까지 한 날에선 시간이 어느정도 지난뒤의 일이다. 여하튼 아직은 기석의 아들 종원까지 들어와서 함께 살게되긴 전의 일. 아내의 뜻밖의 고백은 이와 같았다. 

 “ 실은...육상선수를 한적이 있어요. ” 

 “ 아니, 뭐라구 ? ” 

 그러고보면 얼마전 같이 달리기나 수영이라도 같이하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낸 예빈인데 그런 예빈이 육상선수였다니. 게다가 그것도 과거형으로 하는 말 아닌가. 그럼 여하튼 현재는 현역 선수는 아닌게 분명하고 중간에 그만둔것도 분명해 보이긴 하는데, 다만 기석이 진짜 뜻밖인 것은 솔직히 예빈의 체구나 분위기가 혹시 취미 정도라면 몰라도 그런 선수생활까지 했을만큼 좋아보이는 몸집이나 몸매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마른체구라곤 할 수 없고 어느정도는 살집이 붙어있는 평범한 20대 중반 여성의 체구와 몸매를 지닌 그게 예빈인데, 그래서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육상선수 출신이라니. 하지만 대한민국에 어차피 운동선수가 한둘이 아니고 어쩌다 학창시절에 잠깐 인연이 되었든 바람이 불었든 한 1-2년 선수생활 좀 해보다 그만둔정도겠지 하는 짐작을 해 봤는데 예빈의 대답은 더욱 뜻밖이었다. 

 “ 원래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발탁이 되었어요. 그때...실은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 

  도 멀고 또 종종 이래저래 늦는 경우도 있어 뛰다시피 하며 학교를 다녔거든요. 헌 

  데 그때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육상부가 있었는데...그 코치님이 아침마다 뜀박질 

  하듯 하며 학교에 오는 절...몇번 보신적이 있는데 하루는 그런 절 부르셔서 이러 

  시는거에요. ‘한번 운동선수 해볼생각 없냐’고. 육상부에 한번 들어와보라며. ” 

 운동선수를 발탁하는 코치들의 방식이 대략 이런식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실제 학교 육상부 코치인 사람이 자기학교 학생을 굳이 불러 이런말을 하는걸 보면 그저 흔한 어른들의 덕담수준의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 게다가 보통은 어른들이 어린 여학생을 보고는 ‘예쁘다’거나 ‘미스코리아 나가도 되겠다’던가 ‘탤런트 해도 될것같다’ 이런식의 덕담을 건네지 ‘운동선수 하라’고 그것도 초등학교 어린 여학생에게 덕담을 건넬 어른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러니 어쨌든 그 육상부 코치는 제법 오랜시간 예빈을 지켜봐왔다는 이야기도 되는데, 예빈은 처음엔 전혀 생각이 없는 가운데 나온 제안인데다가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기도 했는지 처음엔 거절했는데 그런 예빈을 육상부 코치가 나중엔 집까지 찾아와 설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그런 두 번,세번 거듭되는 육상부 코치의 설득에 넘어가 코치가 오라고 한날 육상부 훈련장으로 예빈이 직접 가봤다. 그런식으로 예빈이 초등학교 5학년때 처음 초등부 육상선수로 발탁되어 선수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 사실 처음엔 좀 내키지 않게 시작한거긴 했지만 막상 해보니까 좀 자신감이 생 

  기더라구요. 그리고 ‘내가 혹시 이런데 재능이 있었던건가’ 하고 나 자신을 재발견 

  하는 시간도 되었구요. ” 

 그렇게 처음엔 비록 뜻하지않게 육상부 코치에게 발탁이 되어 시작하게 된 육상이지만 차츰 그런쪽으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된 셈이란게 예빈의 고백.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하지만...육상부도 무슨 서열문화 같은게 있는지 육상부가 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 

  는 전 시합엔 잘 출전 안시켜주더라구요. 그래서 한 5-6학년 2년동안은 다른 주전 

  급 아이들 물떠다주고 잔심부름만 하며 2년을 보냈는데... ” 

 그래도 초등부에서 5,6학년이면 분명 선배에 해당되는 나이일텐데, 허나 보통 운동이란게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 나이일 때 관심을 가지게 되었든 아니면 코치같은 전문가에 의해 발탁이 되었든 그때부터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음을 생각해보면 5,6학년 정도에 육상을 시작했다면 좀 늦게 시작한편에 속한다고 보는게 맞다. 허나 어쨌든 예빈의 기량과 재능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향상되었다. 

 “ 그래도 중학생이 되어선 시합에도 정식으로 나가게 되고...게다가 생각했던것보다 

  제 실력이 괜찮더라구요. ” 

 아주 뛰어난 실력을 갖췄다고 할 수는 없어도 그런대로 상위권에는 드는 그 정도 실력이었다고나 할까. 예빈은 대회에 ‘두번정도 나가면 한번정도’는 3위권인 입상권안에 들곤 했다는게 그 시절 육상시합에 출전했을 때 자신의 실력에 대한 고백이다. 사실 대한민국에 1년에 육상대회가 있어봐야 얼마나 많을까. 그러나 전국대항이든 시도대항이든 1년에 한 다섯 번 정도 치러지는 경기에 나가 세 번정도는 금메달이든 동메달이든 따오는 실력이었다면 분명 보통은 아닌 실력인 것이다. 예빈의 고백은 좀 더 이어진다. 

 “ 게다가...솔직히 육상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는 초등학교 5,6학년때까지만 해도 완 

  전히 제 마음을 결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아직 이대로 육상선수로 계속 나가볼까  

  하는 마음의 결정은 안 하고... ” 

 굳이 말하자면 학업과 운동쪽에 반반씩 발을 걸치고 있던 상황이라고나 할까. 아예 처음부터 공부쪽에 흥미가 없거나 실력이 없어 예,체능쪽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여하튼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까지만 해도 예빈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인 결정은 하지 못했다는 소리다. 그녀의 고백이 좀 더 이어진다. 

 “ 헌데 막상 중학교 들어가면서...수학...영어...과학...점점 골치아파지는 과목도 많아 

  지고...솔직히 머리에도 잘 안 들어가지더라구요. 그래도 초등학교때까진 저도 반에 

  서 상위권안에 드는 성적이었는데... ” 

 그런데 운동을 하다보니 학업성적이 뒤쳐진건지 아니면 학업성적이 뒤처지는것이 핑계가 되어 운동에 전념하게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무렵 예빈이 한 결심은 이와 같았다. 

 “ 그럼 차라리 이대로 운동선수로 길을 나가보자. 아니면 하다못해 차라리 운동핑계 

  대고 학업은 2순위로 밀어버린채 그렇게 중,고등학생 시절을 보내는것도 괜찮겠지 

  뭐. 그런 생각을 했던거에요. ” 

 꼭 운동선수로 크게되진 못하더라도 정히 공부쪽에 실력이 없으면 운동한답시고 핑계대고 적당히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그 정도의 차선책은 될수도 있겠다는 판단에 육상에 전념하게 되었다는게 예빈의 고백인 것이다. 그녀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저 이미 말씀드렸지만 분명 실력은 있는 아이였어요. 여하튼 대략 중학교 

  1학년때부터 2학년때까진 나가는 대회마다 최소한 입상은 하는 아이였으니까요. ” 

 “ 두 번중 한번정도 입상하는 실력이었다면서 ? ” 

 “ 그 실력이 점차 늘기 시작했다는거죠. 저도 솔직히 놀랐어요. 제가 이렇게 실력과 

  기량이 상승세를 탈수 있다는 것이. 심지어 내가 정말 육상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 

  고난 아이인가보구나 하는 한동안 그런 자만심도 들었고... ” 

 “ 그랬는데 ? ” 

 “ 여하튼 1학년때까지만 해도 두 번중 한번은 입상하는 수준이었던 제가 입상하는 

  비율이 늘면서 대회만 출전하면 3위권 입상은 기본. 잘하면 우승도 가능한 그 정도 

  실력까지 올라갔다는 이야기죠. 그러고보면 제가 중학교 1학년 후반부때부터 2학년 

  초반부까지는 제 달리기 실력이 확실히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던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 

 이미 나이 20대 중반인 예빈이니 중학생때 일이면 그녀에게도 어느덧 10년전의 일이 되는 셈이다. 헌데 그런 성인이 된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자신이 진짜 실력이 상승세를 타던 시절이 그때였다는 것. 그것이 예빈이 대충 자신의 실력이나 능력을 객관적으로 가늠하고 판단할만한 능력이 생기기 시작한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적어도 육상실력에 한해서만큼은 자신이 그때가 최고의 상승세였던 것 같다는 그런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헌데 뭐...그러다 나중에 기량이 떨어지기라도 했다는건가 ? ” 

 흔히 말하는 슬럼프라도 왔다는것인지 아니면 부상을 입거나 무슨 복병이라도 만났다는것인지. 예빈이 좀 씁쓸히 입맛을 다신다. 어찌보면 이제와서 말하긴 좀 쑥스러운 고백인것일까. 난감한 고백인것일까. 예빈의 말이 이어진다. 

 “ 라이벌이...나타났어요. ” 

 “ 라이벌 ? ” 

 허나 ‘라이벌’이란 표현에 자신이 없는것일까. 괜한 망설임과 함께 진짜 어두운 목소리로 그 단어를 입에 답는 예빈. - 아니말로 상대방은 자신을 라이벌로 생각 안 했는데 자기혼자만 그런 망상을 했을수도 있는 그런 상황일수도 있는 것 아닌가.  

 예빈이 어쨌든 대회에 나가 두 번에 한번정도는 입상하는 실력이었다가 이제는 최소한 입상은 기본, 경우에 따라선 우승까지도 노려볼수 있을정도로 기량이 향상되어 있을 때 그 예빈의 앞길을 가로막는 선수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예빈의 고백이 좀 더 이어진다. 

 “ 시합만 나가면 무조건 우승하는 아이가 갑자기 나타났어요. 그리고 1,2위 차이라 

  는게 웬만한 운동경기에서도 다 1,2등은 실력이 엇비슷하기 마련인데 누가봐도 월 

  등하게 저를 앞서 우승하곤 하는 그런 아이가 갑자기 나타난거에요. ” 

 “ 저런... ” 

 어쨌든 지금은 아내가 되어있는 어란 예빈의 그보다 10년전 고백이라서일까. 그 감정이 전이되어서인지 되려 기석이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와하며 이런 감탄사를 내뱉었다. 예빈의 말이 이어진다. 

 “ 대략 그게 중학교 2학년 가을 무렵...무슨 전국 OO대회때부터였는데...여하튼 원 

  래 저하고 같이 우승후보이던 애가 사정이 생겨 출전을 못하게 된 대회에서...사실 

  상 제가 우승이 유력시되는 그런 대회였어요. ” 

 “ ...... ” 

 “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이변이 발생한거에요. 그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저를 한 

  발앞서 제치고 우승한 아이...그리고 언제부터인가...육상대회 우승은 매번 그 아이 

  의 독차지였죠. 그러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아이는 만년 1등...전 만년 2등...언제부 

  터인가 그 구도가 만들어졌어요. ” 

 1,2등을 다투는 라이벌의 심정이 어떤것일지는 솔직히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그런 성질의 것일 것이다. ‘누구만 없으면 내가 우승인데, 쟤만 없으면 내가 1등인데’ 굳이 정치판에 비유하자면 ‘2인자의 비애’인걸까. 여하튼 자신이 최상위급 권력을 누리는 그런 위치에 있는 실권자임이 분명하지만 자신보다 더 높은 권세를 가진이가 있어 끝끝내 ‘최고의 권력’을 누리지 못하는 2인자의 심정. 중,고등학교 운동대회 1,2등 라이벌의 심정을 정치판에 비유하는게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예빈이 2등 혹은 2인자의 비애를 느끼며 그렇게 사춘기를 보냈던 것이다. 

 “ 그때의 심정을 일일이 다 표현하자면 진짜 장편소설 분량 한편 나올거에요. 여 

  하튼 그 아이가 1등...제가 만년 2등...그 구도가 중2때부터 한 고등학교 2학년때 

  까지 3년을 그렇게 흘러갔으니까요. ” 

 한 1,2년정도라면 모를까 3년을 그러고 살았다면 당사자의 심정은 또 어떨까. 그야말로 ‘저 아이만 아니면 내가 1등인데...왜 나는 항상...’ 이렇게 한발자국 뒤쳐져 있는 한 사춘기 소녀의 심정. 한참 꿈많고 감성 예민할 사춘기 시절을 그녀는 누군가에게 뒤처져 만년 2위의 자리에 있는 그런 시간으로 보냈던 것이다. 

 “ 솔직히 처음엔...그 아이를 앞서고 싶다는 생각에 별의별 짓을 다 해봤어요. 훈련 

  도 나름 열심히 하고...뿐만아니라 남몰래 그 아이 뒷조사도 좀 해봤었다니까요. 그 

  아이 취미나 기호,식성,가정환경 이런것까지 혼자 별의별걸 다 알아봤어요. 도대체 

  그 아이가 나보다 한발앞서 1등을 할 수 있는 비결이 뭘까. 그걸 알아보려고 별의 

  별짓을 다해본거니까요. ” 

 허나 그 별의별 짓을 다해보았건만 예빈은 끝끝내 그녀를 추월할수 없었고 고등학교 시절도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갈 무렵이다. 그러고보면 앞으로도 계속 육상을 할것인지에 대한 진로도 고민이 많이 될터. - 축구,야구,배구처럼 프로스포츠도 있고 해서 진로의 길이 그런대로 많이 열려있는 인기종목이라면 모를까. 대한민국 비인기종목 선수라면 누구나 다 한번쯤 거처봄직한 고민이긴 하다. - 이래저래 자신은 누군가의 뒤에 가려져 중학생 시절에 이어 고등학교 육상선수 시절도 ‘만년 2등’으로 마감이 되어가나보다. 그런 생각에 어떤 허탈함과 허허로움도 느꼈을터. 예빈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솔직히...그러다 못된 생각을 한번 하게 되었어요. ” 

 “ 못된 생각이라니 ? ” 

 

 인간이 자신의 힘으로 하다하다 안되면 어쩔수없이 신의힘에 의지해보고픈 마음이 생기는것도 어쩔 수 없는 심리일 것 같다. 사실 ‘못된생각’이란 표현도 지금에서야 예빈이 하는 표현이지 그 당시엔 그런 생각까지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어떤 아이를 어떻게든 앞지르고 싶다 꺾고싶다, 해서 나중엔 그 아이의 뒷조사도 해보고 별의별짓을 다 해도 안되니까 차라리 ‘그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어쨌거나 만년2등이 자신이고 항상 1등의 자리에 있는 것은 그 아이. 그러니 1등이 없어지면 자신이 자연스럽게 2등이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생각이 거기에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원래 예빈이 교회다니는 아이도 아니었고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살다보면 특히 학교다니다 종종 교회다니는 친구들로부터 그런 권유나 전도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예빈의 경우엔 육상부로 발탁이 되고선 한동안 운동에만 전념하였으니 그런 예빈에게 딱히 전도를 한다거나 하는 그런 친구도 거의 없었다. 헌데 그런데 예빈이 자발적으로 차라리 신의 힘을 한번쯤은 빌리고 싶다는 생각에 평상시 종종 눈에 띄었던 한 교회에 무작정 들어가보았다. 

 낮은 아니고 밤시간이었다. 원래 학교에서 돌아와서 자신이 사는 집으로 가는 길목 중간쯤에 있는 교회였는데 큰 교회는 아니고 그렇다고 어디 4층짜리 상가건물 한층 빌려서 운영하는 작은 개쳑교회도 아닌 그런대로 예배당과 교육관 시설도 갖추고 있는 중규모 정도의 그런 교회였다. 그 평상시 학교에서 집을 오가는 길에 종종 눈에 띄었던 그 교회에 어느날 느닷없이 한밤중에 들어가본 것이다. 

 그리고 하룻밤을 그곳에서 나름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담아 기도했다. 바로 이렇게. 

 “ 만약...하나님께서...하나님께서 살아계시다면... ”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도를 하게 된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예빈 입장에선 어떻게든 그 아이를 꺾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그 아이만 없으면 내가 1등이 되는건데...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그만 이런 기도말이 나오고 말았다. 

 “ OO이네 집에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게 해주세요...OO이네 집에 불벼락이라도... ”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어떤 억화심정에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그 아이를 꺾고싶다는 절박함과 절실한 감정이 극에 달하다보니 그런 말이 나온것인지 그런식으로 기도하였던 것이다. 절실함과 절박한 감정이 극에 달해있게 때문에 한바탕 왈칵 울음까지 쏟았고 그렇게 밤새 그런식으로라도 기도하고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것인지 그런대로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새벽녘인데 날이 흐려서인지 주위가 우중충했다.  

 그리고 얼마를 지났을까.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실은 바로 문제의 그 아이 가족이 가스폭발 사고로 온 가족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OO이란 선수도 그렇게 잘살거나 아주 못사는 정도는 아닌 대충 20평이 채 안되는 서민형 빌라에 부모님과 오빠 그리고 자신까지 네식구가 사는 그 정도의 가정환경이었는데 그런 빌라에 가스폭발사고가 나고 말았고 그 바람에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것이었다. 

 우연으로 봐야하는것일까.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수도 있지만 예빈은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고 충격도 받았다. 뿐인가. 어쨌든 어느덧 대략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일일텐데 예빈으로부터 그러한 뜻밖의 사연을 전해듣게된 기석도 적잖이 놀라지 않을수가 없다. 

 “ 허어...세상에 그런일이... ” 

 무엇보다 이런 이야기가 예빈이 하루는 느닷없이 ‘하나님이 정말 살아계신거냐 ?’는 질문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려주는 어린 아내의 사연이 아닌가. 헌데 그게 어쨌든 학창시절 운동선수를 한 몇 년 한적이 있고 그때 자신을 늘 앞질러 1등을 하던 그런 선수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게 하도 분하고 억울해 ‘그 아이 집에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게 해달라’고 어쩌면 어리고 철없는 마음에 또는 어쩌면 억화심정에 아직 자신의 자아나 가치판단능력이 온전히 여물기전인 그런 나이에 아무 생각없이 내뱉은 말일수도 있다. 기도라기보단 어쩌면 그냥 억화심정에 한번 내뱉은 말이라고 판단해도 되는것일까. 여하튼 만약 하나님이 살아계시다면...그 아이 집에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게 해달라고 했는데. 그러다 그 아이가 죽은 것이다. 그것도 우연치고는 정말 소름끼칠정도로 무슨 교통사고도 아니고 익사사고도 아닌 가스폭발사고로. 

 “ 세상에...그런일이 다 있을수도 있단말인가. ” 

 일단 기석도 지금까지 종교문제엔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사건을 어찌 받아들여야할지 쉽게 판단이 안 서고 있었다. 혹시 정말 신앙생활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름 어떤 해석이나 판단을 해줄수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기석은 이걸 그냥 우연으로 봐야하는것인가 어떻게 봐야 하는것인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만약 예빈이 제멋대로의 상상으로 꾸며낸 이야기가 아니라면 정말 소름끼치는 ‘실화’가 아닌가. 그래서 기석도 더 무슨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 예빈이...아니 여보... ” 

 그리고 무엇보다 일전에 함께 육상이나 수영같은 레저라도 즐겨보고 싶다는 말에 예빈이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내고 그리고 나서 얼마 지나서 나온 이런 예빈의 사연이자 고백이 아닌가. 이전까지는 아니 예빈을 처음 만났을때는 그저 얼굴이 어두워보이고 그늘이 보이는 그런 여자 같다는 생각뿐 그 외 다른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예빈에게 그런말을 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을 보고 그리 말해준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이라면서 이전까지 자신을 보는 사람들은 그냥 말이없고 무뚝뚝한 여자정도로만 생각했을뿐 ‘어둡다’느니 ‘그늘이 보인다’느니 그런말을 해준 사람은 자신이 처음이라며. 자신을 처음으로 제대로 봐준 사람이 이기석이라며 그 부분에 대해 고마움을 느꼈다는 그런 예빈. 그런 예빈과 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른것인데 뒤늦게나마 이렇게 알게된 예빈의 사연. 좀 놀랍기도 하면서 기석 역시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져 지금 이 상황에서 아내를 어찌 달래거나 위로해줘야할지 참 무슨 답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 그래서...육상은 그 뒤로 그만둔것인가 ? ” 

 혹시 진짜 무슨 막장드라마 같은데 나오는 사이코 악녀라도 된다면 차라리 ‘잘되었다’며 어쨌든 그 아이가 사고로 죽은게 우연의 일치일뿐 자기때문이 아니라며 뻔뻔스럽게 철판깔고 자신이 ‘1등’자리에 오를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예빈이 최소한 그렇게까지 파렴치한 철면피도 아니고 무엇보다 막상 그런 일을 겪고보니 진짜 두렵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정말 신이란게 어디 존재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것인가. 헌데 아무리 그렇기로 그 전지전능한 존재라는 하나님이 하필 자신같은 어리고 보잘 것 없는 여자애가 그것도 자신과 라이벌 관계에 있는 여학생에 대한 시기와 질투심에 ‘그 아이 집에 불벼락이라도 떨어지게 해달라’는 그 철없고 막된 기도에 응답하시다니. 아무리 그전까지 교회에 다녀본 경험이 없는 사실상의 초신자였기로 정말 이해도 안가고 무섭기도 하고 두려운 일이라 그 뒤로 바로 육상은 그만두었던 것이다. 어쩌면 ‘두번다신 달리기는 하지 않을거야’ 하고 남몰래 울며 맹세하고 다짐했을지도 모르는 그녀. 그런 예빈의 이후 사연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어쨌든 그 뒤론 편의점이나 식당 이런데 알바를 하며 전전하며 살았어요. 무엇보 

  다 그 뒤로는 그저 모든 것이 두렵기만 해 식구들하고도 연을 끊고 그렇게 쭉 혼 

  자 살아왔던거고. ” 

 무엇보다 학창시절 태반을 운동선수로 보냈으니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진지 오래였을것이고 따라서 평범한 고졸여성이 흔히 걸을법한 그런 전형적인 길을 걸어왔던 예빈. 그러다 그런대로 운이 따라준것인지 다행인것인지 어찌어찌 하다 알게된 인터넷 동아리에서 알게된 이기석이라는 그런대로 재력가라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많은 남자와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그것이 예빈의 사연인 것이다. 어쩌면 바로 그러한 트라우마 때문에 ‘두번다신 달리기고 육상이고 그런 운동은 하지 않을거야’ 하며 굳게 피눈물로 다짐했을지도 모르는 예빈. 허니 그런 예빈에게 가끔 조깅이나 수영 같은 레저라도 함께 즐겨보자고 남편이 권했으니 어찌 불같이 화를 내지 않을수 있었을까. 바로 그런 사연을 간직했던것이기에 예빈의 얼굴과 분위기가 어두워보였고 그늘져보였다는 해석도 가능할것같다. 다만 적어도 그전까지 예빈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은 – 그게 편의점 알바를 하며 알게된 사람이든 식당알바를 할 때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든 – 그냥 좀 말수적고 무뚝뚝한 여자아이 그 정도로만 생각할뿐 그런 사연이 있을것이라곤 짐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그런 예빈을 보고 처음으로 ‘어둡고 그늘져 보인다’는 말을 한 이기석이라는 아저씨. 예빈이 그런 기석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을 느껴 결혼에까지 이른 사연이 그러고보면 전혀 무리가 가는 이야긴 아닌듯하다. 다만 결혼후에도 예빈의 그런 어둡고 그늘진 분위기만은 쉬이 가시지 않은것인지. 하긴 그 사건 자체가 그렇게 쉽게 머릿속에서 지우기 힘든 그런 상처이겠지만. 여하튼 예빈은 그 이후로도 이따금씩 혼자 우두커니 한밤중에 창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기거나 고민에 빠진듯한 그런 모습을 보여왔던 것이다. 



 허나 지금 예빈이 하는 고민은 따로 있었다. 예빈에게 학창시절 어떤 과거와 상처,사연이 있었건 또 그로인해 얼굴이 어두워보이거나 그늘져 보이는 것이건, 어쨌든 지금은 기석이 – 비록 결혼후에 그런 사연을 알았다 하더라도 – 모두 포용을 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상황 아닌가. 따라서 예빈이 그로인해 기석에게 공연힌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또 그를 속이거나 숨기는 것이 더 이상 있는게 아닌한 그런 고민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정작 예빈이 지금 하는 고민은 기석의 아들 종원으로 인한 문제다.
 

 솔직히 예빈은 지금 종원이 자신에 대해 어찌 생각하고 있을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기석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서 그의 가정내력과 이혼의 상처등은 대충 알고 한 결혼이 아니겠는가. 다만 그때까진 학교 혹은 군대등의 문제로 쭉 따로 살아왔다는 아들. 그 아들과 다시 함께 살게되는 상황이 올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여하튼 대학까지 졸업하고 진로도 확실히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머물곳도 마땅찮아 다시금 들어오게 된 집. 이런 상황에서 종원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게 예빈에게 새로운 고민거리가 안될 수가 없다. 

 어쨌든 스물아홉살이나 많은 아버지뻘 되는 남자와의 결혼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지 않는가. 혹시 돈을 노리고 접근한 꽃뱀은 아닌가. 그런식의 상식적인 의문이나 의심 한번쯤은 가져봄직하다. 그래서 예빈은 더더욱 불안했다. 종원이 혹시 자신에 대해 그런쪽으로나 오해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고. 그래서 내심 그런쪽으로 남편에게 서운하고 야속한 마음도 있었다. 

 가령 “ 어쨌든 강예빈 그 사람도 다 나름 그만한 사연이 있는 여자고...또 진심으로 사랑해서 결혼한 사이란다. 그러니 비록 나이는 어려도 새어머니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주었으면 좋겠구나. ” 그런 말이라도 한마디쫌 해줬으면 했는데 기석이 종원에게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은 것 같아 그게 원망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예빈이 직접 그런 사연을 말하기도 난감하니 예빈으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고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예빈이 직접 남편 기석에게 ‘그러지말고 종원씨에게...저도 그런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는 여자니까...이해하고 받아들여주고...따뜻하게 잘 좀 위로해주렴. 그런식으로 이야기좀 해주세요.’ 이렇게 옆구리 찌르듯 말하는것도 난감하고 민망한 일이고 종원에게 자신의 입으로 직접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것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여하튼 종원이 자신에 대해 오해하는 부분은 없었으면 하는게 예빈의 마음인것인데 그런 자신의 속마음을 남편에게 말하기도 종원에게 직접 말하기도 양쪽이 다 난감한 상황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게 지금 예빈의 심정이다. 

 “ 어엇... ”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종원이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와 다시 함께 살게된지는 한 일주일여쯤 지났을때다. 기석의 집 2층 구조가 종원이 쓰는 방과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 그 옆에 방이 하나 더 있고 화장실과 욕실도 그쪽 옆에 딸려있다. 그러니 화장실을 가든 뭘하든 종원은 2층 거실을 거쳐 그쪽으로 가야한다. 헌데 하루는 그러기 위해 방에서 나왔는데 2층 베란다 창가에 서있는 예빈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온 것이다. 

 사실 처음엔 종원이 바로 예빈을 알아보진 못했다. 어둠속에서 뭔가 허연 물체가 서있는 것 같아 좀 당황하기도 했고, 다만 바로 예빈을 알아보긴 했기에 의아하면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 일단 화장실은 다녀오고나서 나름 의아해서 다가가서 예빈에게 묻는다. 

 “ 뭘 하고 계셨어요 거기서 ? ” 

 “ 아...아뇨 그냥... ” 

 예빈은 적당히 얼버무리며 종원을 피하려든다. 혹시 이게 예빈의 습관이기라도 한건가. 종원 입장에선 그런 생각이 들법도 한데. 여하튼 종원이 집에 들어오기 전까진 2층은 빈공간이었을 것 아닌가. 그러니 그런곳에 밤에 혼자 괜시리 무료해서라도 혼자 올라와볼법도 한 그런 공간이긴 하다. 그래서 자신이 오히려 새어머니의 시간을 방해놓은 것은 아닌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예빈은 일단 무안해서인지 잠시 2층 거실에서 주춤하는 듯 하다 1층으로 내려가버린다. 

 그리고 다시 얼마쯤 지났을 때. 뜻밖에도 이번엔 예빈이 종원의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들어온 것은 아니고 문앞에서 뭔가 망설이는 듯 하다 침대에 대충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던 종원이 그녀를 발견하자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본다. 

 “ 무...무슨일이세요. ” 

 이날도 밤시간이긴 하지만 예빈의 옷차림이 묘했다. 일단 잠옷바람은 아니고 아래는 반바지에 위는 단추로 풀고 잠그는 그런 상의를 대충 걸쳐입고 있는데 그런 상태로 방안에 들어선 예빈. 혼자 무슨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일단 문을 닫고는 방문을 순간 걸어잠근다. 순간 당황할 지경인 종원. 솔직히 종원도 남자라 그런 이상한류의 야동을 접해보지 않지는 않았을터. 그래서 순간 ‘이 여자가 내게 대체 무슨 의도로 ?’ 하면서 그 짧은 시간 혼란스러운 머리로 별의별 상상을 다 해본다. 일단 예빈은 천천히 다가와 종원을 바라본다. 그리고 공연히 자신의 옷 매무새를 만지작거리고 상의의 단추 한두개를 풀렀다 다시 꼈다를 해본다. 그야말로 이 해괴한 태도가 이해가 안가 점점 더 의아해질 지경인데, 예빈이 한참만에 정적을 깬다. 

 “ 저... ” 

 “ 왜...왜 그러세요 대체 ? ” 

 여전히 젊은 새어머니 예빈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이러고 있는 종원. 예빈의 말이 이어진다. 물기가 젖어있다. 

 “ 괜찮으니까...마음대로 하세요. ” 

 “ 네 ??? ” 

 “ 저에대해...어떻게 생각하셔도 좋으니까 마음대로 하시라구요. ” 

 “ 아...아니 도대체...도대체 왜 그려세요 ? ”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밑도끝도 없는 이런 말에 더 이유도 의도도 알 수 없어 종원은 더더욱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순간 예빈이 울음을 터트린다. 그리고는 풀썩 그 자리에 쓰러지듯 하더니 침대에 엎드려 한참을 흐느낀다. 

 “ 새...새어머니...대체 왜 그러세요 ? ” 

 일단 당황한대로 호칭은 그런식으로 부르며 예빈을 진정시켜보려는 종원. 한참만에 좀 진정이 된 예빈이 종원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차피 이렇게 된 것. 한번은 넘어야할 산이나 고비라고 생각하고 있는것일까.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입술을 지그시 깨물어보는 예빈. 그녀의 입이 열린다. 

 “ 솔직히...걱정했어요. 그리고 고민도 되고... ” 

 “ 네 ??? ” 

 “ 저에 대해...어떻게 생각하시는지...그걸 걱정하고 있었다구요. ” 

 “ 아아... ” 

 조금은 그녀의 심리상태가 이해가 갈 것 같아서일까. 묘한 감탄사를 내뱉는 종원. 예빈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저...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으시죠 ? ” 

 “ 새어머니... ” 

 “ 어쨌든 아버지뻘 되는 사람과 결혼한 저...정상적으로 보이시진 않았을거 아니에요 

  . ” 

 “ 새어머니... ” 

 결국 그런걸 고민하고 있었다는 소린가. 뭐 대충 그녀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이럴 때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하나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던 종원이 조심스럽게 예빈의 손을 잡아본다. 

 “ 걱정마세요 새어머니... ” 

 “ ??? ” 

 “ 솔직히 처음엔...아버지가 젊은 여자분이랑 재혼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황하 

  기도 했고...저한테 그런걸 사전에 상의도 언질도 주지 않으셨다는데 화도 좀 났 

  어요 하지만... ” 

 “ ...... ” 

 “ 뭐랄까...지금은 그냥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헀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 

  으셔도 돼요. ” 

 “ 종원씨이... ” 

 “ 아직 저도 새어머니에 대해 어떤분인지 잘 모르고...새어머니도 저에 대해 잘 모 

  르시는거잖아요. 그러니... ” 

 “ ...... ” 

 “ 이렇게 차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갔으면 좋겠어요. 그러니 너무 걱 

  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생각보다 종원이 자신을 그리 나쁘거나 부정적으로 대하진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예빈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른다. 예빈의 손을 꼭 잡고있는 종원. 뭔가 묘한 신뢰감이 오가는듯한 눈빛이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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