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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프로듀스 101 강예빈 (프리스틴 레나) (1) 걸그룹 팬픽 (프로듀스 101)


                          부제 : (안) 귀여운 새어머니
 

 

 미인은 아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만 ‘예쁘다-못생겼다’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으로 표현하긴 좀 난감한 그런 외모를 지닌 여자가 강예빈이었다고나 할까. 어떻게 보면 살짝 강렬해보이기도 하고 뭔가 어둡거나 날카로운 인상을 주기도 하는 그런 모습. 어찌보면 추리극 같은데 이따금 나오는 여형사 같은 느낌이랄까. 예빈에 대한 이종원의 첫인상이 그렇다. 

 사실 아버지의 여자를 두고 이런식의 인상비평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여하튼 10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올해 나이 26세의 종원이 아버지의 재혼상대인 젊은 여성 강예빈을 처음 마주했을 때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집을 떠나 있었던 것이 이미 10년 세월인 종원임을 생각하면 아버지 이기석의 재혼문제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할만한 주제나 처지도 못된다고 봐야한다. 그렇다고 종원이 무슨 10년전에 집을 나갔다던가 그랬던 것은 아니고 고등학교를 특목고에서 다니면서 기숙사 생활을 했고 대학은 지방대를 다니면서 인근에서 하숙을 했다. 여기에 중간에 군대도 다녀와야 했으니 그렇게 집을 떠난 시간을 다 합하면 어느덧 10년 가까이가 되어간다는 소리다. 

 사실 종원의 아버지 기석은 무슨 대단한 재벌회장쯤 되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맨손으로 사업에 도전 크게 성공한 중소기업가나 중견기업가도 아니다. 의사나 법조인 혹은 언론인 같은 잘 나가는 전문직도 아니요 대학교수도 아니고 다만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이후 한 10년 좀 넘게는 육군장교로 복무했고 이후에는 20년 가까이 자영업을 해왔다. 다만 그와 별개로 소싯적에 주식투자에 좀 관심을 가져 그런 방면으로 대박이 나 돈을 모은 그런쪽의 재력가인 셈이다. 나이 50대 중반에 이른 지금은 그런 재력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중규모 정도의 웹진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런대로 잘 나가고 있는 편이다. 

 여하튼 그런 기석이 운이 좋았는지 한 석달여전쯤에 재혼을 했다. 그렇게 하게된 재혼상대가 심지어 아들 종원과 동갑이기까지 한 26세의 강예빈이다. 종원은 군대에 다녀온뒤 나머지 대학 학업과정을 마치기 위해 복학을 했고, 그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아버지 재혼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젊은 여자와 하신다는 점 때문에 내키지 않아 한동안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었는데 요즘 세상에 혼자 살만한 원룸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하숙이나 월세방을 이미 대학생활 4년을 하숙생활을 한 종원이라서인지 별로 내키지 않아 결국 집으로 들어오는 길을 택하는수밖에 없었다. 집이 그렇게 으리으리한 저택은 아니지만 그래도 1층과 2층에 방이 두 개씩 있는 그런 2층집이라면 결코 못산다고는 할수 없는 그런 개인주택. 그런 집이 뻔히 있는데 또다시 작은 하숙집이며 원룸이며 그런데를 전전하며 돌아다니며 산다는 것. 종원도 별로 내키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10년만에 돌아온 집에서 마주하게 된 강예빈. 일단 평범한 실내복 차림의 차분한 분위기였는데 괜시리 그녀의 맨발에 눈길이 갔다. 발페티쉬라도 있는것도 아닌데, 실내에서 젊은 여성과 마주하게 되는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탓일까. 이런 거실에서 맨발로 있는 젊은 여성이 괜히 이채롭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 안녕하세요. ” 

 예빈도 일단 기석의 아들 종원이 집으로 들어와 살게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을터. 그 준비는 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집안으로 들어선 종원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 종원도 일단 인사를 건넨다. 

 “ 아버지로부터 말씀은 처음 들었습니다. 뵙게되어 반갑습니다. ” 

 확실히 ‘새어머니’ 같은 호칭은 생각보다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여기요’,‘저기요’ 같은식의 말투도 마치 상대를 무시한는 것 같아보일수 있어 그렇게 표현하기도 난감하고. 그러니 잠시 두 사람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흐를 수밖에 없다. 일단 예빈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2층에 쓰실방을 마련해 놓았어요. ” 

 그렇게 준비는 해놓고 있었던듯한 예빈. 그러고보면 종원 입장에서도 아주 어릴때부터 아버지랑 단둘이 산 집은 아니고 아마 종원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아버지가 이 집을 구하신 것으로 기억한다. - 주식투자로 기석이 대박이 난게 그때쯤이라고 보면 된다. - 그전까지는 작은 빌라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던 그런대로 열악한 편에 속했던 가정환경이었다.   

 그러고보면 종원 입장에서도 고등학교때 특목고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전까지 이 집에서 산 시간은 3년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 아닌가. 물론 고등학교때도 대학때도 방학때 정도는 집에 들어와 있었지만, 여하튼 이 집에서 살아본 시간이 생각보다 그리 많지는 않은터. 따라서 낯설다면 낯설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고, 그렇다고 여하튼 아버지는 이렇게 넓고 큰 집에 사는데 혼자만 원룸,하숙등을 전전하며 산다는 것. 아무래도 억울하게 생각되는 일이라 종원이 집으로 들어와 살기를 결심한 것은 결국 이래저래 그런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해서 결심을 한 것으로 보면 될것같다. 

 “ 불편한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 

 종원이 쓸 2층방은 침대와 옷장정도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놓여있었다. 이미 학교는 졸업한 종원이니 공부할 책상은 필요 없겠지만 혹시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것인지 컴퓨터 책상과 컴퓨터까지 예빈이 직접 준비해 갖다놓는등.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쓴거 같다. 그러니 불편하다기보단 되려 과분하다는 느낌이 들판. 정중하게 감사인사를 건넨다. 

 “ 이렇게까진 안 하셔도 되는데. 아무튼...감사합니다 새어머니. ” 

 자신이 집에 들어온다니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쓴 여자라는 점을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젊고 나이어린 여자라도 ‘새어머니’란 표현이 정중하게 안 나올수가 없다. 예빈도 거기까진 별 기대는 안 했던것일까. 아니면 막상 동갑이라는 이종원이란 청년에게서 그런말이 나오니 좀 당황한것일까. 화들짝 놀라는 표정까지 지으며 인사를 받는다. 

 “ 아...네에. 그럼...편히 계세요. ” 

 그리고 쪼르르 1층으로 내려가는 예빈. 지금 당장 방에서 뭐 할 일이 있는것도 아니기에 종원은 침대에 그냥 털썩 걸터앉아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다. 

 “ 그래, 막상 돌아와보니 어떠냐. ” 

 퇴근을 하신 아버지와 저녁에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인터넷 웹진을 운영하는 아버지이시지만 여하튼 사무실도 있고 하는 업체다보니 그리로 출퇴근을 하는 기석. 그리고 아무래도 정치성향이 있는 웹진이다보니 그 방면의 모임이든 집회든 세미나든 그런곳까지 나가는 경우도 있어 나름 바쁘다면 몹시 바쁘다고 해야할 현재의 이기석의 처지다. 그런 아버지가 10년만에 집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된 아들에게 소감을 묻는 말. 차분하게 종원이 대답한다. 

 “ 그냥 뭐...어쨌든 다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자기가 싫어서 집을 나간것도 아니고 고등학교,대학교를 거치는 과정이 어쩌다보니 피치못해 그리된 것 뿐인데 그럼에도 아버지 기석이 자신에 대해 서운하거나 못마땅한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지레 겁을 먹은것일까. 이렇게 대꾸하는 종원. 기석은 일단 말없이 식사를 하고 있다. 

 

 “ 뭐 어쨌든...어쩌다보니 이 애비가 젊은여자와 재혼하게 된거...미리 무슨 설명이 

  나 양해도 구하지 못하고 이리된거...너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 

 “ 괜찮습니다 아버지. ” 

 진심으로 하는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해를 구하는 아버지 기석에게 이렇게 대답하는 종원. 예빈에게 살짝 긴장하는 기색이 보인다. 기석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여하튼 애비도...오래전 이혼하고 쭉 혼자 살아온 몸 아니냐. 나름 외롭고 힘들었 

  다면 힘들었던 시간이란다. 그러니 이 애비의 심정과 처지도 니가 이해해주려무나. 

 ” 

 기석이 전처와 이혼한 것은 종원이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이다. 이유야 뭐 경제적 사정이라던가 성격차이 등등 대다보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혼자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처지인 기석. 무엇보다 초등학교 3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면 종원에게도 친엄마에 대한 기억은 그런대로 남아있긴 할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아버지와 떨어져 산 시간이 그렇게 되었음에도 차라리 친엄마를 찾아가본다던가 그러지도 않았던게 종원이기도 하다. 뭐 막상 친엄마 소식을 수소문해보려 하다보면 생각보다 그 일이 쉽지 않았을수도 있고 학교다닐때든 군대에 있을때든 여러 가지로 여건이 쉽지 않았었다고 이해해볼수도 있다. 여하튼 대체로 지금까지는 아버지의 언저리에서 그 도움을 받으며 살아온 종원. 아버지의 이와같은 재혼을 수긍하는것인지 못하는것인지 일단 ‘괜찮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그 외 다른 토를 달거나 하진 않는다. 식사가 좀 더 이어지다 기석이 다시금 종원에게 말을 건넨다. 

 “ 그건 그렇고 이제 넌 어찌할참이냐 ? ” 

 “ ...... ” 

 “ 학교도 졸업했고 하니...이제 취직을 하든 뭘하든 해야할 것 아니냐. 이제 어쩔 

  참이냐구. ” 

 설마 아예 이대로 백수로 눌러살 생각을 하고 있는것이야 아니겠지만 그래도 막상 아버지로부터 이렇게 말이 나오자 답하기가 쉽지 않은것일까. 말을 망설이는 종원의 모습. 그런 종원을 보며 기석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넌 그래도 외국어학과를 나왔으니 그런쪽으로 충분히 일을 찾아볼수도 있지 않느 

  냐 ? 대기업에서도 외국어를 유능하게 구사하는 이는 어디서든 환영할테고 또 통 

  역이라던가 번역 그런쪽으로 나갈수도 있는 것을... ” 

 “ 아버지도 참...그것도 다 옛날일이지 요즘은 쉽지 않아요. ” 

 영어를 전공했든 중국어나 일어를 전공했든 또는 냉전시대에는 교류가 거의 없어서 그쪽에 대해 아는사람이 잘 없던 러시아어나 동유럽쪽 언어든 그런 사람이 희귀해서 기업이든 어디든 그런쪽 능력자를 앞다투어 찾곤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 한 40-50대 정도 된 이들을 젊어서 한참 취직하려하던 시절이라면 충분히 있던 사회분위기지만 그것도 이젠 옛날일이 된 것일까. 대한민국에 이제 외국어 능력자를 찾기도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어느나라 언어를 전공했든간에 그런 것을 전공했다고 딱히 대접받거나 하는 시절도 이미 지난듯하다. 그래서인지 손사래를 치는 종원의 모습. 아들의 반응이 이와같자 기석도 좀 실망한 기색을 보인다. 다시 종원의 말이 이어진다. 

 “ 정 지금와서 할 것 없으면...차라리 애비 밑에서 일을 해보는건 어때 ? ” 

 “ ??? ” 

 “ 애비도 어쨌든 소싯적엔 군장교로도 있어봤고 한 20년을 자영업을 해보기도 했다 

  만...지금 이렇게 어찌어찌하다 인터넷 웹진을 운영하다보니 이것도 생각보다 할만 

  한 일이더구나. 그러니 아버지 밑에서 일을 하는것도 그런대로 괜찮을거야. ” 

 여하튼 사무실까지 두고 운영할수 있는 웹진이라면 그런대로 잘나가는 업체라고 볼수 있는곳일 것이다. 아들을 보며 기석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러다 정 뭣하면...애비가 좀 더 늙어서 일을 더 할 수 없는 그런때가 오면 애비 

  회사를 니가 물려받을수도 있는거고...그러니 그런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게야. 허니 

  그런쪽으로도 한번 생각을 해 봐. ” 

 아버지 입장에선 아들을 걱정해서 하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당장 소위 민주시대에 옛날 왕조시대마냥 3대를 통치자 세습을 하는 나라와 수십년을 접해서 사는 나라고, 게다가 재벌가 족벌세습이니 심지어 종교계에서도 대형교회 목사세습이라던가 이런걸로 말많고 탈많은 나라라서일까. 이런식의 말엔 어느정도 거부감을 갖는 젊은이들이 꽤 있는듯하다. 그래서인지 종원이 바로 손사래를 친다. 

 “ 아버지...그럼 그건 경영세습이 되는거잖아요. ” 

 “ 이 녀석이...누가 보면 진짜 오해하겠네. 아니 누가 널더러 무슨 대단한 재벌가 경 

  영세습이라도 하래 ? 아니면 실력도,능력도 안되는 애를 보고 대형교회를 물려받으 

  래 ? 그런것도 아니고...그래봤자 조그만 업체를 호구지책삼아 겨우겨우 운영하는  

  수준인데 무슨 경영수업...정 나중에 이대로 회사를 접기는 그렇고 물려받을사람도 

  마땅찮고 하면...그럼 아들이 물려받을수도 있는거지 무슨... ” 

 “ 어쨌든 전 그건 싫어요. ” 

 나름 재벌가 족벌세습이나 목사세습 같은 것을 반대하는 어떤 결연한 소신이라도 있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밑에서 일을 배우다가 나중에 인터넷 웹진을 물려받는 것은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권유마저도 뿌리치는 종원. 사실 이런 태도를 보면 ‘혹시 일하는 것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닌가?’ 그런 의심이 들만도 한데, 일단 종원이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말을 더 이어가고 싶지 않은 눈치자 기석이 화제를 돌린다. 

 “ 여자는 있냐 ? ” 

 “ 없어요. ” 

 진심인것인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평범한 말투로 나오는 대답. 쉬이 믿겨지지 않다는 듯 기석의 말이 이어진다. 

 “ 이 녀석이...요즘은 중,고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도 이성교제를 한다는 시댄데...아 

  무렵 대학 4년동안 여자도 없었던거야 ? 그게 말이 돼 ? ” 

 “ 그냥...제가 그런데 관심이 없었어요. ” 

 “ 관심이 없었다구 ? ” 

 아무리 그래도 한참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 여자문제에 관심이 없대서야 말이 되나. 혹시 불교나 천주교처럼 성직자의 혼인을 금하는 종교단체에 귀의하여 그곳에서 수도생활을 하기라도 결심한 경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한참 혈기왕성한 나이에 여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아니면 어떤 자신의 신념이나 소신 때문에 사회에서 그것을 구현코자 열과성을 다하느라 결혼적령기를 놓치는 경우도 적지는 않으나 이종원은 확실히 그런쪽과는 거리가 먼 청년. 그래서 더더욱 납득이 안 간다는 듯 기석의 말이 이어진다. 

 “ 이 녀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뭐 운이 안 좋아서 사귀는 여자까진 생기지 않 

  았다고 해도...니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이상형이라던가 그런 여자는 있었을거 아니 

  냐 ? 그런것도 없어 ? ” 

 “ 그냥...없어요. ” 

 진짜로 여자에 관심이 없었다는것인지 아버지의 이제 슬슬 답답해지기까지 하는 태도에도 종원의 답은 이런식이다. 기석이 이제 재촉하는 투마저 된다. 

 “ 이 녀석아...그게 아니라 내 너한테 미안해서라도 하는 소리야. 애비는 어쨌든 나 

  이 50을 넘겨 이렇게 젊은 여자와 재혼까지 했는데...널 그냥 총각으로 살게 해두 

  기도 민망한 노릇 아니냐 ? 그래서 네가 정히 좋거나 마음에 좋다는 여자가 있으 

  면 얼른 짝지워주려고 이러는건데... ” 

 “ 생각 없다니까요 아버지. ” 

 결혼이나 연애에 관심이 없는것인지 아니면 여자 자체에 관심이 없는것인지 종원의 태도가 거듭 이와같고. 보다 좀 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좀 불안해지기도 해서 예빈이 결국 기석을 말린다. 

 “ 그만하세요 여보. 종원씨도 무안해하시는 것 같은데... ” 

 그나저나 예빈이 종원을 ‘종원씨’라 불렀다. 아무리 남편 기석의 아들이라고 하지만 예빈과는 동갑. 새어머니와 아들 관계라고 보기에도 어쨌든 무안하고 어색한 그런 사이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 아닌가. 무엇보다 호칭문제가 참 피차 난감할텐데 사람이 다급해지면 호칭문제가 아니라 그 외 다른 무엇이 되더라도 자신도 모르게 술술 잘만 나오는것일까. 자신도 모르게 나온 호칭이 그와같다. 예빈의 그와같은 말에 순간 종원과 기석이 신선한 충격이라도 받은 듯 예빈을 바라본다. 

 “ 당신 근데...종원이 이 녀석보고 종원씨라고 한게요 ? ” 

 “ 아...아니 저 그게... ” 

 자신도 모르게 그와같은 호칭을 쓴 것을 예빈도 이제야 인지한것일까. 당황해하는 기색을 보이는 예빈. 허나 기석은 차라리 잘 되었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흡족한 미소와 함께. 

 “ 허허...참...그러고보니 잘되었군구려. 안 그래도 내 두 사람이 한 집에 살게되면 

  특히 호칭문제를 어떻게 해야할지...그게 나도 고민이었는데. 종원이 이 녀석이 당 

  신을 새어머니로 받아들일수 있는지 하는 문제도 그렇거니와 당신이 종원이를 어 

  찌 대해야할지...솔직히 고민이 되었어. 그런데 호칭이...듣고보니 그게 가장 무난하 

  겠군. 앞으로 당신이 종원이 이 녀석을 부르는 호칭은 그냥 종원씨라고 합시다. ” 

 “ 아이, 당신도 참... ” 

 어쨌든 생각보다 호칭문제가 쉽게 정리가 되는 것 같아 그런대로 가벼운 마음이 되는듯한 기석. 다만 예빈은 여하튼 민망해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종원과 기석 사이에서 어쩔줄 모르고 있다. 

 

 한밤중.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예빈이 어쩐일인지 잠자리에 들지 않고 창가에 서 있다. 언뜻 뭔가 상념에 잠긴듯한 모습이긴 한데, 의아해진 기석이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네본다. 

 “ 안 자고 거기서 뭘 하고 있는게야 ? ” 

 허나 대답하기가 좀 난감한것일까. 아니면 대답할 마땅한 말이 없는것일까. 대꾸가 없는 예빈. 덕분에 기석이 되려 무안해져 머리를 한번 긁적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어 다시금 다가가보는 기석. 그리고는 어린 아내에게 말을 건넨다. 

 “ 젊은 사람이...그리도 한과 사연이 많은겐가 ? ” 

 “ 네 ? ” 

 갑자기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사뭇 그런 표정으로 예빈이 기석을 바라보긴 하는데 그런 아내를 보며 기석은 잠시 착잡한 표정이 되는 듯 하다가 다시금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처음 만났을때도 내가 그랬지. ” 

 “ ??? ” 

 “ 그늘져...보인다고... ” 

 그건 확실히 근래에 있었던 일은 아니고 예빈과 기석이 서로를 알게된지 얼마되지 않은때의 일이다. 기석이 예빈과 결혼한지는 이제 두어달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두 사람의 교제시간까지 포함하면 어쨌든 서로를 안지는 어느덧 1년이 조금 넘는다. 원래 기석은 어떤 온라인 동아리 모임을 통해 예빈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 기석이 몇 번 예빈을 자신의 차에 태워주었다. 그러고보면 예빈은 기석이 사는 집에서도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위치해 있는 원룸에 혼자 살던때인데, 그때 하루는 기석이 예빈을 태워다주며 이렇게 말을 건넨것인다. 

 “ 원래 그렇게 말이 없나요 ? ” 

 “ 예 ? ” 

 순간 좀 당혹스러운 듯 기석의 물음에 이렇게 대꾸하는 예빈. 기석이 그런 예빈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 솔직히 처음에 예빈님을 봤을때부터 느낌이 그랬었어요. ” 

 “ ??? ” 

 “ 어딘가 모르게 그늘져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죠. ” 

 “ ...어두워...보인다는 뜻인가요 ? ” 

 “ 얼굴도 어두워보이고 뭔가 그늘져 보인다는게 예빈씨를 지금까지 모임에서 몇 번  

  볼때마다 느낀점이었어요. 그래서 궁금했어요. 원래 분위기가 그런것인지 아니면 남 

  다른 사연같은게 있는것인지. ” 

 헌데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인지 예빈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공연한 질문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기석이 바로 사과를 했고 예빈이 내려야하는 원룸 앞에 당도한 것은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였다. 여하튼 예빈이 내려야할 때 다 와서 기석이 그만 내리라고 재촉까지 하는데 그때 갑자기 예빈이 물끄러미 기석을 바라보다 갑자기 그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 예...예빈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 ” 

 “ 고마워요 아저씨. ” 

 “ 네에 ? ”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기석의 판단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에서 나올수 있는 말이나 반응은 아닌 것 같아 그저 황당하기만 할 뿐이고 헌데 그런 기석을 슬프게 바라보며 예빈이 이렇게 말했다. 

 “ 그걸 아셨으면 절 제대로 보신거에요. ” 

 “ 뭐라구요 ? ” 

 “ 그동안 절 보면서 이렇게 말한 사람은 많았어요. 원래 그렇게 말이 없냐느니 아니 

  면 그냥 무뚝뚝해 보인다느니...혹은 심지어 차가와 보인다느니...그렇게 말한 사람 

  은 많았어도... ” 

 “ ??? ” 

 “ 저보고...‘그늘져 보인다’고 말한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이라구요. ” 

 ‘그늘져 보인다’ 혹은 ‘어두워 보인다’는게 기석이 예빈을 처음 보았을 때 받은 느낌인 것은 사실이다. 헌데 지금 예빈은 이렇게 말하는 것 아닌가. 자신을 보면서 그렇게 말한 사람은 기석이 처음이었다고. 헌데 그저 첫 인상이 사람이 좀 말이 없어 보이다던가 무뚝뚝해 보인다던가 그런 인상이야 세상에 충분히 있을수 있어도 ‘어두워 보인다’던가 ‘그늘져 보인다’는건 분명히 다른 의미가 된다. 가령 ‘그늘져 보인다’와 ‘그늘이 있다(혹은 있더라)’는 말도 분명히 다른 의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늘져 보인다’고 할때는 어쨌든 저 사람한테 어떤 남모르는 아픔이나 상처같은게 있어서 그래서 어두워보인다는 의미가 되지만 ‘그늘이 있다(혹은 있더라)’고 할때는 원래 그런 한이나 상처를 다소나마 알고 있었다던가 몰랐었는데 그러다 우연히 그 사람의 상처나 사연을 알게되었다던가 그 정도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수 있을 것이다. 헌데 ‘그늘져 보인다’는 말에 대한 예빈의 반응이 그와같은 것이다. ‘자신을 보고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저씨가 처음이었다’고 자신보고 그냥 말이 없거나 무뚝뚝해 보인다고 말한 이는 많았어도 ‘어두워 보인다’던가 ‘그늘져 보인다’는 말을 한 사람은 기석이 처음. 그리고 그게 자신을 제대로 본것이라는 예빈의 고백. 이런 상황에서 예빈은 기석에게 어떤 감정을 품게 되었을까. 두 사람의 인연과 연분이 그런식으로 싹텄다고 보면 될 것이다. 

 “ 그래 아직도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것인가 ? ” 

 “ 예 ? ” 

 순간 그때의 일을 상기해보며 오늘따라 괜시리 잠못 이루고 창가에 서있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 기석. 그러자 예빈이 되려 어리둥절하다는 듯 이렇게 되물은것이고 기석이 그런 예빈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아직도...그때 보았던 예빈이의 어둠이나 그늘이 느껴져서 그래. 아직도 그런건가 

  ? 예빈이의 상처가 아직도 치유되지 않은것이냐고. ” 

 하지만 대꾸하지 않는 예빈. 다만 말없이 침대로 돌아가 잠자리에 누울 뿐이다. 처음에 왜 잠을 안자고 저러고 있나 그게 궁금해서 다가가본것인데 이제 되려 잠자리에 돌아가니 그걸보고 뭐라고 할수도 없는 일이고, 예빈이 어느덧 잠이 든 듯 새근새근 코고는 소리마저 살짝 들리는데 결국 그래서 기석도 그 옆에서 다시 잠을 청할 수밖에 없다. 깊은 밤이다. 

 하루는 이런일이 있었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다 문득 궁금한 듯 예빈에게 기석이 이렇게 물었다. 

 “ 운동 좋아하나 ? ” 

 “ 운동...이요 ? ” 

 남편의 말하는 의도가 제대로 이해가 안된것인지 그렇게 묻는 예빈. 기석이 그런 예빈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아니 뭐...실은 나도 소싯적에는 운동도 좀 했거든. 달리기나 수영 같은것도 해봤 

  고 어울리는 친구들이랑 가끔 농구나 배구시합같은걸 해보기도 하고 그랬는데말야 

  ... ” 

 “ ...... ” 

 “ 하지만 나이가 들고보니 체력이 이전같지가 않아서 운동같은게 하는게 영 싫고 

  귀찮아지더군. 허나 기왕 이렇게 결혼도 하고 그랬으니 당신과 운동을 함께 즐겨 

  봤으면 하는 그런 바램이 생기는군. 예전같은 체력도 회복하고 할겸말이야. 가령 

  달리기나 수영같은거라도 가끔 간단하게 해보는거 어때. 가령 조깅이라던가...허 

  허허...그러고보니 뭐 왕년에 조깅하는거 즐겼다는 전직대통령도 있지만말야. ” 

 기석이야 별 생각없이 그냥 자기 하고픈말을 주절거리는 것 같은데 예빈의 표정이 굳어져있음을 기석이 눈치채지 못했다. 들고있던 수저를 갑자기 탁 내려놓더니 예빈은 기석을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 뭐 이런 밥맛떨어지는 인간이 다 있나’ 이런 느낌으로 바라보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이렇게 내뱉는데. 

 “ 제 앞에서 두 번다시 그런 이야기 하지 말아주세요. ” 

 “ 뭐 ? ” 

 “ 제 앞에서 두 번다시 그런 이야기 하시지 말아달라구요. 무슨 달리기니 수영이니  

  저 그런거 다 싫으니까요. ” 

 “ 아...아니 저 여보... ” 

 그냥 아내랑 같이 가끔 레저로 운동을 즐기고 싶다는 제안을 한것인데 그게 이렇게까지 화낼일인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아내의 반응이 이해도 안가 기석은 어쩔줄 모르고 있다. 한편 예빈은 그녀대로 기석에게 쏘아붙이듯 다시금 한마디 덧붙인다. 

 “ 제 앞에서 두 번다시 그런 이야기 하시면 저 두 번다시 안보게 될줄이나 아세요. 

  달리기든 수영이든 그런말 두 번다시 제 앞에서 꺼내시지 말아달라구요 !!!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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