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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채연 (15.마지막회) 솔로가수 팬픽


                             부제 : 대도사 일대기
 

 

 대진교는 90년대 들어 일곱 번째 회관을 영월에 세웠고 여덟 번째로 ‘거제’에 회관을 세웠다. 그때 거제회관을 세울 무렵의 이야기를 공개해볼까 한다. 그러고보면 이 역시 90년대 초반이 있었던일인데(* 90년대 초반에 그러고보니 별의별일이 다 있었네. -.-) 하루는 산신도인이 대도사를 찾아왔다. 

 “ 오랜만에 오셨군요 산신도인. 그래 어쩐 일이십니까 ? ” 

 어쨌든 이때는 대도사가 회관을 추가로 더 세울 의지를 거듭 불태울때니 그런 회관터를 찾기위해 산신도인을 만나는 일도 더 잦았을터. 따라서 ‘오랫만에 본다’는 식의 인사는 좀 어폐가 있긴 한데 여하튼 대도사를 찾아온 산신도인이 이렇게 말한다. 

 “ 거제에 참 좋은터가 있는데 보러 가시겠소 ? ” 

 “ 얼마나 좋은 터인데요... ” 

 “ 그...봉황이 알을 품은듯한 그런 형상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길지(吉地)일세. 앞 

  으로 귀한 자손, 귀한 후대들이 많이 태어날 그런 명당이라고나 할까. ” 

 산신도인의 말에 대도사는 자신을 수행하는 성직자 한두명만을 동행시키고 비밀리에 거제를 찾았다. 산신도인이 대도사를 안내한곳은 거제에서도 거의 남쪽 끝자락에 있는 바닷가 인근지역이었는데 앞에는 바다고 뒤에는 산. 대충 그런 형국의 위치에 낡은 폐교 하나가 있었다. 

 “ 이곳이...이 학교가 있는게 흠이긴 하나만...내 물어보았는데 워낙 낡은 건물이라 

  조만간 철거할 예정이라 하더군. ” 

 산신도인의 설명을 들으니 여하튼 길한 명당터임은 분명해보였고 낡은 폐교 하나가 있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하니 대도사는 흡족해했다. 허나 막상 이곳을 회관을 세울곳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하려하니 생각보다 일이 쉽지 않았다. 우선 해당지역 땅값이 생각보다 비쌌고 학교의 철거문제도 해당관청에 알아보니 그 작업이 그리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듯 했다. 산신도인조차도 미안해할 지경이었다. 

 “ 이거 참...미안하게 되었으이. 난 그저 이곳을 무주공산(無主空山)이라 생각하고 무 

  엇보다 자네가 그렇게 찾는 처녀림같은 그런곳으로 여기고 추천했건만... ” 

 “ 천지신명의 뜻으로 알아야죠. 뭐 어쩌겠습니까. ” 

 일단 그렇게 거제회관 설립 문제는 무산되는 듯 했다. 헌데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 인천 송도회관에 나이많은 교사(여성)이 한명 있었는데(* 교사(敎師)가 각 회관에서는 회관장을 보좌하며 업무를 돕는 성직자이긴 하지만, 꼭 젊은 사람만으로 교사를 뽑지는 않고 일반신자중에도 신심(信心)이 깊거나 회관이나 종단에 남다른 공을 세우면 ‘교사’의 성직을 내리기도 하다. 그래서 교사들중엔 실제로는 나이든 사람도 제법 있었다.) 그녀의 고향이 실은 거제였다. 헌데 거제회관 건립 문제를 놓고 오가는 설왕설래를 어디서 얼핏 들었는지 친히 대도사 친견을 청하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제가 어린시절 저희 어머니와 함께 살던 친정집을 바치겠습니다. ” 

 “ OO교사의 친정집을 불사한다는 이야기입니까. ” 

 한마디로 기증이나 기부같은 형식이 되는 셈인데 기독교에선 이런걸 헌금이라고 하지만 대진교는 이런 경우를 불교처럼 ‘불사’라고 말한다. 여하튼 손수 자신의 고향 친정집을 대진교에 바치겠노라고 나온 송도회관의 교사. 내막은 대충 이러했다. 

 “ 제가 어린시절엔 여하튼 거제도에서 어머니와 오빠,동생들과 총 6남매가 함께 자 

  랐는데...지금은 다 시집,장가가서 제각기 다른 지역에 뿔뿔히 흩어져 살게된지 이 

  미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고향에는 나이드신 어머니 혼자만 계시고 어머니가 돌 

  아가시면 주인없는 집이 되는것입니다. 그러잖아도 어머니가 빈방에 가끔 세나 하 

  숙을 놓기는 하시는데...이제 어머니 연세도 워낙 연로하셔서 그런걸 관리하기가 쉽 

  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거제의 저희 친정집을 종단에 회관으로 바치고자 합니 

  다. ” 

 OO교사가 이미 나이 60 전후한 나이였고 다른 형제들도 이미 나이가 대략 50-60대 그정도인 듯 했다. 따라서 OO교사의 어머니는 이미 연세가 90이 다된 몸. 그렇게 잘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여하튼 어린시절에는 6남매가 대략 2-3명씩 나눠서 쓸 수 있는 그 정도의 방들은 있었나본데 다들 타지로 시집,장가를 가고 빈방이 된 뒤론 어머니가 하숙이나 세를 놓으면서 그렇게 운영해온 듯 하다. 허나 여하튼 이제 90이 다 되어 사실상 돌아가실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노모. OO교사가 직접 친정어머니에게도 의견을 타진한 듯 한데 대체로 이 정도의 반응이 나온 듯 하다. 

 “ 내야 뭐 이 집을 죽을 때 싸갖고 가겠나 뭘 하겠나. 니들 좋을대로 해라. ” 

 다른 형제들도 뭐 어차피 값나가는 집도 아니고 하니 거기에 딱히 미련두거나 할만한 이는 없어서 대체로 동의한 듯 하다. 여하튼 나이드신 할머니 혼자 사는 방 외에 대략 두세개 정도의 여분의 방이 있는 그 정도 규모의 집인데 대도사가 순도사들을 내려보내서 대충 규모를 알아보곤 이렇게 보고를 했다. 

 “ 성전을 별도의 빈터에 따로 짓고...그리고 지금 OO교사 어머니가 사시는 그 집은 

  성직자나 신도들이 쓰거나 기거할 방, 그리고 회관 사무실. 대충 그 정도 규모가  

  될것같은 대체로 안성마춤인곳이었습니다. ” 

 여하튼 정말 천지신명의 도움이었는지 뜻밖에도 회관을 세우기에 아주 안성마춤인 ‘집’이 하나 생기게 된 것. 애초에 산신도인이 추천한 현재는 폐교가 있는 그 터는 이런저런 사정떄문에 매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뜻밖에 거제출신 성직자가 있어 그녀가 자신의 친정집을 바치겠다고 나서서 생기게 된 대진교의 ‘여덟번쨰 회관’ 그게 거제 회관이다. 다만 애초 산신도인이 추천한 길지는 포기해야겠기에 그 아쉬움때문이라도 대도사가 산신도인을 데리고 현장을 방문했다. 

 “ 그러니까...저곳을 포기하고 그 뭐...나이많은 할머니가 사시는 그 집을 사겠다 그 

  말이시오 ? ” 

 “ 사는게 아니라 성직자중에 그 집을 불사하겠다는 이가 나왔다니까요. 뭐 지금은 

  다들 시집,장가가서 다른곳에 살고 있어서 연로하신 노모 혼자만 사시는곳이라고 

  해서... ” 

 대도사가 대충 그렇게 경위설명은 해주었지만 산신도인이 보기에 그리 흡족치 않은것일까. 반응이 신통치 않자 대도사가 문득 불안해져 물었다. 

 “ 왜요 ? 터가 좋지 않소이까 ? 그러면 그렇다고 말씀을 하시던가... ” 

 산신도인은 대꾸없이 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선 즉답을 피한 산신도인. 다만 시간이 좀 지난뒤 대도사와 산신도인 단둘이 마주했을 때 산신도인이 이렇게 물어보았다. 

 “ 우리끼리니까 내 단도직입적으로 터놓고 하나만 물어보리다. ” 

 “ 뭐든지 물어보시오. 뭐 대답하지 못할일이 아니라면 어느것이든 대답해 줄터이니. 

 ”  

 “ 헌데 그쪽은 앞으로도 이렇게...그 후천 미륵법인가...그걸 계속 펴실 생각이시오 

  ? ” 

 “ 허허 참... ” 

 이런식으로 물어볼 때 과연 당사자는 뭐라고 대답해야할까. 안 그래도 적어도 ‘내가 미륵이다’ 하고 자처하진 않고 설법때는 늘상 은유적으로 ‘미륵이 누구인지 나는 모르고 어디에선가 후천시대 새 법을 펴고 계실 것’ 이런식으로 표현하곤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더더욱 난감해서 대도사가 즉답을 회피하는데 산신도인이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묘한 탄식을 내뱉는다. 

 “ 옛것이 떠나고 새것이 나는것도 천지이치요 자연순리겠소만... ” 

 “ ??? ” 

 “ 스스로 귀해지려는 욕망이 지나쳐 선을 넘으면 그 후의 일은 또 어찌하겠소. 허허 

  ... ”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를 내뱉은뒤 산신도인은 떠났다. 산신도인 자체가 풍수사고 대도사 입장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자문을 받을 때 부르는 외부 협력자이긴 하지만 여하튼 이후로도 산신도인과 대도사의 교류가 지속되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여하튼 대진교 여덟 번째 회관인 거제 회관은 그렇게 세워지게 되었다. 

 

 거제도에서 청운동지회 수련대회를 대대적으로 열기로 했다. 허나 예산문제로 일부 법사들이 반대를 해 약간의 난항에 부딪혔다. 특히 가장 난색을 표하는 사람은 대진교 ‘제1순도사’이기도 한 중산이었다. 중산은 총무원 자경부장(생로병사 업무 담당)과 청년부장을 오랫동안 역임해오기도 했는데 솔직히 중산은 그만한 나이와 연륜이 있어 제사나 장례,천도제 혹은 결혼이나 생일,탄생,병문안,성인식 같은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데는 어울리는 인물이었지만 젊은세대와 소통을 해야하는 청년부장에는 아무래도 맞지 않는 인물이었던 것 아닌가 싶다. 

 “ 예산 때문에 아무래도 쉽지 않겟습니다만... ” 

 그렇게 반대를 피력한 중산. 대도사가 다소 서운한 듯 말한다. 

 “ 허나 어쨌든 기왕 여덟 번째 회관을 거제에 세우기로 한 이상, 거기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러보는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아닌가. ” 

 종단에서 회관을 세우는 것은 그만큼 신도들을 교화(전도)를 시키고 교세를 확장하는데 이유가 있지 밥먹고 할짓없어 세우는 것이 아니다. 여하튼 세상에 대진교라는 종교가 있고 거제도에도 회관을 세우려 하는 그 뜻을 널리 알리는데 의미가 있을터. 그래서 대도사는 청운회 수련회를 거제도에서 해볼 것을 발의한뜻을 쉽게 접으로 하지 않는 것 같은데 청죽도 반대의견을 피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 게다가 거제는 거리도 멀어서 각 회관에서...그것도 아이들 데리고 거기까지 가는 

  게 쉽지않고...자칫 여름철에 물놀이 사고같은것이라도 나면... ” 

 사실 대진교가 창설하면서 초창기부터 가장 신경쓴 부분이 (1) 삿되게 보여선 안된다(사이비처럼 보여선 안된다)는 것과 (2) 신비성을 유지해야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사이비처럼 보여선 안된다고 하면서도 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하겠다는 것 자체가 양립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1)과 관련해서 특히 가급적 외부에서 대규모 행사를 갖는 것을 꺼리는 것은 행여 발생할지도 모르는 안전사고 문제 때문이었다. 아닌말로 그런곳에서 학생회 수련대회라도 가졌다가 작은 물놀이 사고라도 생긴다고 생각해보라. 언론에 어떤식으로 보도되고 세상이 뭐라고 수군댈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지 않은가. 어떤 부득이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이나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런일이 터졌을 때 세상 인심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것쯤이야 인생 30-40년 정도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짐작할수 있는 일일터. 여하튼 예산문제와 안전사고 문제가 막상 그렇게 거제회관을 여덟 번째로 세우기로 결정하고서도 그 곳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치르는 것을 망설이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대도사가 이번엔 우초법사에게 물어보았다. 

 “ 우초법사의 생각은 어떻소 ? ” 

 “ 종단에서 회관을 세우는 목적은 다 만중생을 구제하고 오만년 후천 미륵법을 펴는 

  데 있는 것 아닙니까. ” 

 “ ...... ” 

 “ 헌데 막상 그 먼 거제도에까지 내려가서 회관을 세웠는데 아무도 거기 오지 않아 

  요. 망신도 그런 망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거기 OO교사님 친정댁에 떡하니 삼정불 

  (* 대진교의 상징마크)만 걸어놓는다고 다 회관이 되는 것 아닙니까. 중생들이...신 

  도들이 몰려들어야 그게 종교고 회관이지요. 우리가 돈이 남아돌아서 그 먼 거제까 

  지 내려가서 삼정불 걸어놓는거 아니지 않습니까. 한번 대대적인 행사로 세상에 대 

  진교가 있어서 후천 미륵법을 펴기 위해 이 먼 거제까지 왔노라 그렇게 천명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저는. ” 

 우초법사의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말에 다른 법사들의 뜻이 조금 움직이는 것 같았다. 순도사 중산이 여전히 물놀이 안전사고와 예산문제를 우려하며 반대의사를 쉽게 꺾지 않는 가운데 대진교가 청운도우회 전국 수련대회를 거제도에서 여는일은 그렇게 결정이 되었다. 

 막상 청운회 수련회를 거제까지 가서 치르는 것으로 결정이 되자 전국 청운동지회는 수련대회 행사를 준비할 ‘준비위원회’를 구성했다. 보통 수련대회 준비위원이 대회를 개최하기 대락 일주일전부터 각 회관별로 청년부의 간부급 인사 한두명씩이 자천타천으로 선출이 되어 구성이 되는데 이번 만큼은 행사 규모도 그렇고 장소도 막상 가서 준비해야할것이 많은만큼 무려 열다섯명이나 되는 대대적인 준비위원이 구성이 되었다. - 그전까지 수련대회 준비위원은 기껏해야 7-8명 정도 수준이었다. 

 “ 이정권 동지 여기에요. ” 

 그렇게 수련대회 일정이 결정되고 준비위원들이 행사 준비를 위해 거제까지 내려가기로 결정이 되었을 때. 그러니 어느덧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대략 7월 하순으로 들어갈 무렵. 서울역 대합실에 무거운 배낭을 하나 매고 들어서는 이제 한 스무살 정도 되어보이는 청년 하나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저 여름에 여행 떠나는 흔한 피서객정도로 보일만한 차림새인데 실은 서울회관 청년회의 이정권이란 회원이었다. 이때 우연치고 공교롭게도 대진교 청운회에 ‘3정권’이 있었는데 경산회관엔 천정권이 있었고 부산회관에 지정권이 있었으며 서울에는 이정권이 있었다. 현재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재수하고 있는 때이기도 한 이정권인데 관례적으로는 청운회 수련대회 준비위원은 청년부 간부급에서 각 회관별로 한두명씩 차출이 된다. 그런데 이때 서울회관 청년회는 좀 복잡한 사정이 있었던데다가 원래 준비위원으로 내려가기로 한 서울회관 청운회장도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내려갈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고 준비위원을 아주 내려보내지 않을수가 없으니 회장을 대신해서 내려가게 된 사람이 이정권이란 청년회원과 서울회관 중고등부 재무사로 있는 여명숙이란 여성 회원이었다. 

 “ 피서철이라 표 구하기가 어려울줄 알았는데... ” 

 나이로 봐선 이정권이 그래도 한 두어살 많은 오빠일텐데 오히려 성격의 붙임성이나 친화력등은 여고생인 여명숙이 더 좋은것일까. 표 구매부터 미리 준비할 것을 여명숙이 다 해놓은 듯 하다. 이정권은 대체로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여명숙의 리드에 따르고 있었는데 그렇게 기차를 타게 된 두 사람. 대체로 무표정한 이정권과는 달리 여명숙은 좀 들뜬 분위기였다. 

 “ OO오빠랑 OO동지는 이미 지금 창원에 내려가 있대요. ” 

 준비위원들이 일단 창원회관에 먼저 총 집결하고 거기서 회관 차량인 봉고차를 타고 행사장소인 거제까지 가기로 했다. 헌데 창원회관과 거리가 가깝고 그래서 평상시에도 다소 친분이 있는 부산이라던가 경산등의 준비위원은 이미 벌써 창원에 내려가 있는 듯 했다. 그 이야기를 여명숙이 이미 들은 듯 이렇게 말하고 있고 무표정한 분윅의 이정권이 그런 여명숙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창원행 기차는 서서히 그 속도를 높이고 있었고 그런 기차안에서 여명숙이 이렇게 말한다. 

 “ 우리 간식이라도 사먹죠. 이정권 동지는 뭐 드시고 싶으세요 ? ” 

 계란이랑 음료수라도 간단히 사먹자. 뭐 대충 그런 의도인 듯 한데 이정권이 별로 내키지가 않은 듯 손을 내젓는다. 허나 이미 여명숙이 삶은계란과 음료수를 구입 그 하나를 이정권에게 건네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이상 사양하기도 난감해 이정권은 그것을 들기 시작했다. 기차는 창원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 거제까진 왜 간다는거야 대체 갑자기 ? ” 

 어릴 때 창원회관에 맡겨져 그곳에서 자랐고 창원회관장 선문법사가 양자처럼 거둔 윤서인은 이미 입이 댓발쯤 나와있었다. 윤서인은 이곳에서 자라면서 대충 성인이 될 무렵의 나이때부터 총무원인 창원회관에 일을 보러 오는 총무원의 도직자들이나 기도하러 오는 신도나 청운회를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산속에 위치한 창원회관까지 날라다주고 돌아갈때는 버스정류장까지 또 모셔다드리는 때론 창원시내까지 직접 가서 시장을 보거나 이런저런 잔심부름도 도맡는 그런 기사일을 사실상 전담하고 있었는데 그런 윤서인이라서인지 뭔가 불만에 가득차있는 표정이었다. 

 “ 18...무슨...거제가 뉘집 강아지이름도 아니고... ” 

 마른체구, 탁한음성과 어두운 분위기. 그런탓에 청운동지회와도 별로 잘 어울리거나 하는 그런 성격이 아닌 윤서인이기에 무슨 청운회 수련대회를 합네 어쩌네 하면서 열댓명이나 되는 준비위원들을 자신이 직접 거제까지 데려다줘야 한다는게 영 불만인 듯 하다. 하긴 그 역시 창원회관에서 인근 시외버스 정류장이나 고속버스 터미널 혹은 창원 기차역이나 시내정도의 거리와 지리는 익숙할지 몰라도 거제까지 가본 경험은 없다. 그런 윤서인이기에 열댓명이나 되는 청운회 준비위원들을 몸소 거제까지 데려다 줘야 한다는 사실이 영 난감하고 답답했을터. 평상시 그 어두운 분위기와 표정이 오늘따라 한층 더 일그러져 보였다. 

 

 “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는가 ? ” 

 거제도에서 ‘전국 청운동지회 하계 수련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이 난 상황에서 대도사가 그 준비상황이 영 궁금했는지 법사와 순도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회의자리에서 이렇게 물었다. 대도사의 말이 이어진다. 

 “ 내 다음에 뒤를 이어갈 청운동지들이 아닌가. 내 그래서 그 아이들 앞에서 대예언 

  을 할 생각으로 있네. ” 

 “ 대도사님... ” 

 뭔가 약간 우려도 되고 기대도 되는듯한 눈빛으로 법사와 순도사들이 대도사를 바라보았다. 대도사의 말이 이어진다. 

 “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내 다음을 이어가야할 청운동지들이 아닌가. 그래서 내 보석 

  같이 귀히 여기는 아이들이거늘...그래서 내 앞날을 위한...대 예언을 할 참으로 있 

  네. ” 

 “ 저기 대도사님... ” 

 호남출신의 법사인 원산이 그런 대도사가 좀 우려가 되어서인지 한마디 간한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대도사님의 심중이야 저희가 충분히 헤아리는바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큰 기 

  대는 하지 마오소서. ” 

 “ 원산 자넨 그게 무슨소리야 ? ” 

 “ 제가 볼땐 청운회 아이들이...그렇게까지 큰 기대를 할만한 아이들은 아닌 것 같 

  습니다. 그러니 그 점을 유념해주셨으면 합니다. ” 

 원산은 대충 청운회 분위기에 대해 아는 것이 있어서일까. 대도사에게 너무 큰 기대 하지 말아달라는 우려섞인 고언을 거듭 입에 담고 대도사가 잠시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깨닫는바가 있겠지. 어찌 깨닫는바가 어찌 없겠는가 ? ” 

 “ ...... ” 

 “ 그 뭐...옛말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한낱 미물인 축생도 곁에서 성현 

  의 말씀을 듣다보면 그리 깨닫는바가 있는데 어찌 생각하는 사람이 깨닫는바가 없 

  다 할수 있겠는가. 허허...하긴 뭐 요즘애들은 스낵코너집 라면 3년에 개끓인다고  

  한다던가. ” 

 조금 싸해진 분위기. 딴에는 요즘 젊은이들 유행에 맞춘다고 그런말을 농담삼아 해본 모양인데 살짝 오류가 지났다. - 사실 저 농담조치도 90년대면 이미 한물간 유머다. ^^;; - 여하튼 순도사 중산이 수정을 해줘야겠다는 듯 나선다. 

 “ 저기 도사님...스낵코너집 라면 3년에 개를 끓이는게 아니라 스낵코너집 개 3년에 

  라면 끓이는것입니다요. ” 

 잠시 터진 폭소. 그리고 거제도에서의 청운회 하계 수련대회날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수련대회 준비위원들은 수련대회 일주일전부터 거제도에 집결하여 그 행사준비를 차곡차곡하고 있었다. 그때 준비위원들을 찾아온이가 있었다. 준비위원들은 일단 나중에 거제회관으로 쓰게될 현재는 이 집을 불사할 뜻을 밝힌 송도회관 한 교사의 친정어머니 댁에 ‘하숙’을 하는 형식으로 묵게 되었고 수련대회는 인근에 마침 빈 건물이 하나 있어 그것을 빌려 그곳에서 대회를 치르게 되었다. 즉 나중에 거제회관이 될 그 집은 준비위원들의 숙소로 사용하게 된것이고 수련대회 장소는 준비위원들 숙소에서 좀 떨어진 별개의 장소에 따로 있는 것. 그렇게 거제 할머니의 댁에서 수련대회 준비위원들이 임시 기거중인데 그곳에 기화법사가 종명을 받아 진행상황을 알아볼겸 잠시 찾아온 것이다. 준비위원들중엔 기화를 알아보는이도 있고 처음보는이도 있어 어쨌든 저마다의 처지에 따라 인사를 올리긴 했다. 방은 열명 정도에 달하는 남자들이 두 개의 방을 나누어 쓰고 다른 한 개의 방을 대략 서너명 정도 되는 여성 준비위원들이 함께 쓰고 있었는데 그리고 또 다른 한방은 회의실이자 수련대회 물품등을 모아두고 준비하는 그런 창고겸 준비공간 같은곳으로 썼다. 회의실에 기화법사를 중심으로 준비위원들이 삥 둘러앉아 있었다. 

 “ 제가 종명을 받아 여기까지 몸소 찾아온 것은 다 뜻이 있어서입니다. ” 

 그렇게 운을 뗀 기화. 준비위원들은 공연한 긴장감이 도는 가운데 기화를 주목하고 있다. 

 “ 여러분께선 어쨌든 이번에 거제도 수련대회에서 우리 대성현께서 대예언을 하시게 

  될것이라는 것을 유념해주시고 거기에 맞춰 이 수련대회를 준비해 주셨으면 하는  

  당부를 드리러 몸소 내려온것입니다. 어쨌든 청운회와 종단은 따로 갈 수 없는 한  

  몸임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 

 “ 저기...법사님... ” 

 기화법사의 말뜻을 어찌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연히 거슬린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잠시 이의제기를 하는이가 있었다. 준비위원중 한사람으로 송도회관 청운회장인 공정연이란 여성 회원이었다. 

 “ 지금 그 말씀은...저희 청운회가 대진교 법도를 어기고 있다는 말씀이신것인지... 

 ”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가야하나. 한두마디로 짤막하게 언급하기엔 너무 간단치 않고 복잡한 문제라 기화는 순간 머릿속에 아파오는 듯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리회관 청운회장 정영태가 한마디 한다. 

 “ 저희가 대진교와 청운회를 별개로 생각한적은 없습니다. 그 점은 오해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 

 “ 여하튼 여러분께선 이번 거제 수련회에 저희 대성현께서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점을 유념해달라 이런말입니다. 대진교와 청운회는 결코 따로 갈 수 없는 한 

  몸임을 잊지 말아달라 그 말입니다. ” 

 대진교 청운회의 전국 수련대회 일정은 보통 여름은 3박4일 겨울은 2박3일 일정으로 진행이 된다. 그리고 3박4일 수련회인 경우엔 보통 이틀째 오전중에 대도사의 설법시간이 준비되어 있고 대도사의 일정이 맞지 않을 경우엔 고위급 법사가 설법을 대행(代行)하는 경우도 종종 있긴 했는데 이번에는 서울에서 거제까지 대도사가 내려오기에 시간이 너무 맞지 않아 처음엔 관행대로 이틀째 오전(10시 정도)에 대도사 설법시간을 넣었다가 너무 무리라는 연락이 있어 사흘째 오후로 일정을 바꾸었다. 대도사설법시간이 있는날. 서울에서 대도사는 차를타고 내려오는 중이다. 

 “ OO아 ! ” 

 대도사의 차량 운행을 맡고있는 교사를 뒷좌석에서 대도사가 불렀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차가 왜 이렇게 더디다더냐 ? 조금 속도를 빨리 해줄수 없겠느냐 ? ” 

 “ 안됩니다요 대도사님. 더 빨리 달리면 자칫 과속운전으로 걸릴수도 있어요. 지금 

  법적으로 허용된 최대한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중이라는데두요. ” 

 “ 허어...속도를 좀 더 내라는데두. ” 

 근본적으로 피서철이라 고속도로도 간간이 막히기도 하고 서울에서 거제까지의 거리외 사긴아 결코 간단치가 않다. 따라서 대도사의 거듭되는 재촉에 차량운전을 맡은 교사는 거듭 진땀을 흘리며 운전하고 있고 그렇게 대도사가 탄 차가 거제도로 향해가고 있었다. 

 ‘ 삼천리 금수강산 변한 것이 없는데 / 환란의 시간속에 낙엽만 물들었네 

  어제의 겁운벗고 선신(仙神)으로 화하리니 / 오만년 심은뜻이 여기에 담겨있네 

  구시대 낡은사상 모닥불에 타버리고 / 개벽의 새시대엔 새우물을 만들지니 

  흩어진 백성들이 너나없이 몰려드네 

  

  헤어진 가족들 얼싸안고 눈물흘리고 / 단군태극 민족정기 오늘에 되살리니 

  후천대운 인류중생 오늘을 맞음인가 / 오만년 먹여살릴 인류중생 중심사상 

  한많은 태극민족 하나되어 살릴지니 / 오만년 세세생생 인도환생 길이로다 ’



 “ 나는 오늘날 이 땅의 민족영혼, 민족정기를 살리고자 대진교를 세웠다는 뜻을 오
 

  늘 이곳의 청운동지들과 봉법제자들에게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단군성조께서  

  오천년전 천지신명의 명을 받고 홍익인간의 생명보다 귀중한 사상으로 만백성을 

  먹여살릴 사상을 분명히 천명하셨건만 오늘날 어리석은 후대의 백성들이 제 옛조 

  상이 준 사상은 잊어버리고 서양귀신,중국귀신,일본귀신,인도귀신에 휘말려 있으니 

  어찌 통탄스런 미신종교의 시대라 아니할수 있겠소이까. 이제 천지신명께서 단군 

  태극민족이 깨어나도록 백종(白鐘)을 울리시고 흩어진 백성을 하나되게 하실지니  

  구시대의 사상,철학은 모두 제 고향 제 본향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백성을 먹여살릴 오만년 후천시대 새로운 사상이 한반도 배꼽땅에서 반드시 일어 

  난다는 것을 여기계신 청운동지 여러분, 봉법제자 여러분들께사는 깨닫고 또 명심 

  하셔야 할것입니다. 

   천지신명께서 예언하셨느니라. 20여년후 부산에서 경제혁명을 일으켜 백성을 살 

  릴 중인(中人)이 나오리니, 그때가 되면 민족청년단이 벌떼처럼 일어나 거기에 종 

  교 하나가 죽고사는 나변이 벌어질것이고(* 굳이 해석하자면 반미 촛불시위와 보 

  수 기독교단의 쇠퇴를 예언한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구절이다.) 텔레파시로 앞날의 

  운명을 점칠수 있는 진(眞) 미륵, 진(眞) 미래가 열릴 것이니라. 억울하게 죽은 영 

  혼,귀신들 모두 위령으로 천도하는 지도자가 나와 전생의 업연들을 모두 벗게 할 

  것이며 모두 철따라 위령비를 세우고 제사를 지내게 할것이니라...(중략) 2020년 

  대쯤에 가면 그때 미륵을 아는(혹은 알아보는) 대통령이 나올지니...명심하고 또  

  명심할지니라...2020년대에 미륵을 알아보는 대통령이 나올것이니 그때 한민족은 

  민족의 주체사상으로 하나되어 오만년 지상낙원을 펼칠 미륵 법도의 세상을 열게 

  할 것이니 여기 청운동지들은 받들고 명심하여 명심 또 명심할지니라... ” 

 

 거제. 대략 50여평 정도 되는 규모의 수련대회 개최지의 강당. 그곳에서 대도사의 설법이 펼쳐지고 있었고 200명 가량 되는 초,중,고,대학생. 대진교 전국 청운동지회 수련대회 참석자들이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 대도사의 설법을 경청하고 있는 가운데 설법소리 제법 장중하게 거제 바닷가를 향해 울려퍼지고 있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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