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대도사 일대기
대진교는 원래 서울,부산,인천,창원등 총 6개의 회관으로 출발을 했는데 90년대 들어서는 추가로 회관을 더 세우는데 박차를 가했다. 이때 대진교의 목표가 회관을 ‘총 12개’까지 세우는게 목표였는데 왜 하필 12개를 목표로 했는지는 이유가 분명치 않다. 굳이 명분을 말하자면 ‘12’가 대진교의 법수(法數)이기 때문인데 왜 12인지가 좀 애매하다. 일단 ‘10간 12지’의 그 ‘12’를 생각할수 있긴 하지만 그게 꼭 대진교 교리와 상통한다고 보기 어렵고 일단 대진교는 12,24,36등 12의 배수를 소위 ‘법수’ 한마디로 대진교를 상징하는 숫자로 하고있는 것이다. - 예수님 제자를 뜻하는 12제자도 아니고...솔직히 무슨 의미인지 영... -.- - 굳이 더 현실적인 이유를 들자면 전국 각 시도별로 회관을 하나씩 세우다보면 대략 그 정도의 숫자가 되긴 한다.
여하튼 이 무렵부터 영월,거제,옥천등에 추가로 회관을 세울 생각을 하고 그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원래 대도사에게 풍수자문을 해주던 산신도인으로부터 좋은 터 몇군데를 지정받아 그곳에 회관을 세우기로 했다.
한편 이 무렵 대진교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는데 대진교 초창기 멤버였던 이른바 ‘땡중 4인방’이 각기 물의를 일으켜 제명된뒤 이후에는 중산,청죽,연림등 ‘3대 순도사’가 대진교의 일을 주도해갔고 이후 우초니 원산이니 하는 법사들이 추가되긴 했는데 여기에 새로운 인물이 갑자기 등장했다. ‘기화(氣和)’라는 인천출신의 40대 여인이 새로 법사가 되었는데 언제부터 이 인물이 새로 종단일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한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대진교의 각 회관 법회는 대도사가 주로 ‘설법’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회관이 여럿 생기고 일반성인 법회에 청년회,학생회 법회인 ‘청운법회’등 법회도 점차 늘어나자 대도사가 설법을 전담하긴 무리가 있어 대도사가 직접 가기 어려울때는 각 회관의 회관장들이나 총무원의 부장급 법사 혹은 순도사가 파견되어 내려가 설법을 하기도 했다. 헌데 한번은 이리(아직 ‘익산’으로 바뀌기 전)에서 일반 성인신자들 대상으로 한 법회가 있을때였다. 이때는 그래도 대도사가 직접 내려와 설법을 하긴 했는데 설법회가 다 끝나고 총무원 차원에서 신도들이 알아야할 어떤 ‘공지사항(公知事項)’을 말해야 할 순서다. 헌데 아직 총무원에서 그 어떤 부장직책도 맡고 있지 않은 기화법사가 갑자기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 자자...어려분. 이리회관 봉법제자(奉法弟子 : 대진교에서 일반신자들을 부르는 명
칭) 여러분 !!! 잠시만 주목해주세요. ”
사실 이날 총무원에서 어떤 특별한 공지가 있을것이란 예고는 없었기에 법회가 다 끝난것이라 생각하고 신자들은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때였다. 기화법사가 그렇게 자리를 뜨려는 신자들을 제지시키고 자리에 앉게한 것이다. 그리고 한바탕 설명을 일장연설이라도 하듯 이어갔다.
“ 아마...이야기를 다 들어 아시겠지만...이번 대망의 90년대에 저희 대진교가...12
법수에 맞춰 열두회관을 채우려고 새로 회관을 더 세우기 위한 준비중에 있습니
다. 근데 다행히 천지신명의 보살핌이 계셔 이번에 영월,거제등...좋은 터를 몇군
데 알아낼수가 있었어요. ”
사실 산신도인의 자문을 얻은것이긴 하지만 이런 사항은 대진교 일반신자들은 모르는 비밀이라면 비밀이랄수 있는 사안이다. 산신도인의 자문을 받은 것을 ‘천지신명의 보살핌’으로 아주 좋은 명당터를 알아냈다고 말하고 있는 기화.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어느정도로 명당이냐. 굳이 이야기하자면 OO사니 OO사니 OO사니(* 이름대면 알
만한 유명한 불교사찰 몇군데를 이런식으로 열거하는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곳들은 갖다댈정도도 아닌...아니 그런 OO사니 OO사니 하는곳과는 비교도 할수없
는 그런...앞으로 아주 엄청난 신도들이 몰려오고 아주 엄청난 운복(運福)과 재화(
財貨)가 몰려올 아주 대단한 명당터에요. 가령 복중태아를 가진 여인이 그곳에서
백일치성을 올리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큰 공훈을 세울 인재를 낳을수 있
고 사업을 하고자하는 자가 백일치성만 올리면 아주 OOO,OOO 뺨치는 커다란 대
사업가가 될 수 있는 그런 기도명당터에요. 아니, 그게 사실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
에요. 그보다 더 중요한 진짜 비밀이 거기 담겨있습니다. ”
기화는 다소 흥분한 말투로 그러면서도 자신이 스스로 너무 흥분하고 들떠있음을 자각하긴 한것인지 스스로를 다소 진정시키며 신도들이 제대로 알아들을수 있게 차분하게 좀 더 말을 이어간다.
“ 중요한 것은...바로 우리 5만년 후천운을 받아 미륵법을 이어가고 한반도 배꼽땅
에서 오만년동안 인류중생을 구원할 대진교. 우리 대진교가 바로 천지신명의 명을
받아 천지신명의 법통과 대통을 바로 이어받아 그 천통승계를 받는 것을 증명하는
그런 명당자리다 그말이죠. 헌데...안타깝게 아직 거길 우리가 못 들어가고 있어요.
천지신명의 명을 받아 우리가 바로 후천 미륵대운을 이어갈 천통과 법통과 대통을
이어받은 종교임을 바로 증명해낼수 있는 그런 명당터인데... ”
사실 본질적으론 영월회관터로 보아둔 명당터 땅을 구입해야 하는데 아직 돈이 없어서 땅을 못 사고 있으니 불사(佛事)를 좀 하시라는 그런 의미의 말이다. 허나 기독교가 되었든 불교가 되었든 이런말은 어느정도 신비적으로 미화하며 신도들의 신심(信心)을 부추기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기까진 그다지 탓할만한 논조(?)는 못되는데 이쯤에서 뜻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연림은 이날 서울 자기집에 좀 중요한 일이 있어 늦게나마 법회에 참석할수 있었다. 원래 대도사가 설법을 할때는 총무원의 법사,순도사가 늘 동행하며 그를 보좌해야 하는데 개인사정이 있으면 빠지게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여하튼 이날 연림이 개인사정으로 늦게 이리회관에 도착을 한 것인데 기화법사가 직접 마이크를 붙잡고 영월회관 불사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자 연림이 눈이 뒤집힌 것이다. 바로 단상으로 올라서 이를 제지했다.
“ 아니...이봐요. 거 뭐하는거에요 ? ”
그렇게 기화법사 마이크를 제지한 연림. 무슨일인가 의아해하는 이리회관 신도들에게도 양해를 구했다.
“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거 아직 총무원에서 정식 결정한 사안이 아니에요. 그러니
여기 이분이 지금 뭘 잘못 아시고... ”
“ 아니, 이봐요. 왜 그래요 ? 난 지금 대도사님 종명(宗命)을 받아 직접 공지를 하는
거라구요. ”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일종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안되겠다 싶은 청죽과 중산이 만류한다.
“ 연림순도사...연림순도사 왜 그래 ? 진정해...진정하고 우리랑 잠깐 이야기좀 해. ”
“ 아니, 왜 그래 ? 도대체 왜 그러는건데 ? ”
중산과 청죽마저 연림을 되려 제지하며 나무라니 연림은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종단에 무슨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당혹스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하고. 중산이 일단 연림을 별도로 불러 납득시키려 했다.
“ 성현께서 특별히 발탁하신 분이야. 그러니 일단 지켜보자구. ”
중산과 청죽이 그런식으로 연림을 설득시키려 했지만 연림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듯 반발하고 있었다.
“ 아니 도대체...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난데없이 데려다 법사를 시키고...총무원과
아무런 상의없이 그 여자가 이리회관까지 와서 신도들 붙들고 제멋대로 이런 이야
기를 하고. 종단 위계질서가 언제부터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건데 ? 그리고...도대체
기환지 뭔지 그 여자가 얼마나 대단한 여자길래 이렇게 종단을 온통 휘젓고 돌아
다녀야 하는거냐구 ? 기화가 뭐 도통이라도 했대 ? 아니면 뭐 우리 도사님처럼 텔
레파시 볼줄아는 능력이라도 생겼다고 하던가 ? ”
“ 어쨌든 성현께서...다 그만한 능력이 있어보이는 여자로 보이시니까 데려다 쓰시는
거겠지. 아무렴 생판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데려다 쓰시겠나. 그러니 이제 그만
진정하라구. ”
“ 게다가...난데없이 갑자기 이전까지 종단에서 아무런 공로도 세운게 없고 아무런
인연도 없던 여자를 어느날 갑자기 턱하니 법사를 준것만해도 그래. 초창기때 아
직 우리가 아무런 제도도 시스템도 없던 그런 시절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어쨌든
수계식이라고 신도들 입교 의식도 치르고 성직도 내리는 엄연한 절차가 있지 않
나. 근데 그런 정식 수계절차도 없이 난데없이 법사를 주고 이게 대체 뭐하는 거
냐구 ? ”
연림이 단지 이때 기화라는 40대 여인이 갑자기 나타나 종단일을 주도하고 있는것 때문에 불만을 터트린 것 같지는 않다. 어떻게보면 이 시점에서 자신이 새로 들어오는 신진세력에게 밀려나는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꼈다고나 할까. 어쨌든 중산이나 청죽등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1930년대생으로 종단 초창기부터 어려운일,힘든일을 모두 도맡아해가며 지금까지 대진교를 이끌어온 글자그대로 ‘순도사’들이다. 중간에 대도문화재단을 만드는 일을 황이사에게 맡겼던것이나 역시 어느어느 정치권 고위인사와 접촉하는일은 호남출신의 우초법사에게 맡겼던것은 여하튼 그런 대외적인 일들은 자신들이 잘 모르니 그런쪽에 어느정도 전문성이 있거나 인연이 있는 그런 중년남자들을 불러서 중책을 맡긴 것으로 이해할수 있다. 허나 그런식으로 흐름이 이어지면서 뭔가 차츰 자신이 밀려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자신보다도 십여살이나 어린 40대의 법사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종단을 주도해가고 있으니 느끼는 위기의식. 연림의 반발의 본질은 아무래도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 야 !!! 대도산지 뭔지 나와. 차라리 한판 맞짱뜨자 !!! ”
설마 실제로 이렇게까지 했겠냐마는 이 무렵 연림의 반발은 지금까지 청운회 설립도 주도하고 도덕가도 만들고 ‘오만대등’이란 소식지 제작까지도 주도하던 그 ‘교화부장’ 연림 순도사가 맡나 싶을정도로 막나가고 있었다. 그야말로 한바탕 술주정이라도 하면서 총무원의 다른 도직자(道職者 : 총무원에서 부장,국장급의 직책을 맡았거나 각 회관에서 회관장등 회관을 관리하는 직책을 맡은 간부 이런이들을 통털어 ‘도직자’라고 불렀다.)들하고까지 부딪친 것은 아닐까 싶을정도로 그렇게 막장이었던 것이다.
“ 연림이 정말 왜 이래 ? 자꾸 가면 갈수록 왜 이러는게야 ? ”
연림의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모습에 한때 그와 함께 했던 중산과 청죽등의 동료들이 안타까와하며 그녀를 만류했다. 허나 연림은 이 시점에선 지금까지 대진교에 자신의 열과 성을 다 바쳐온 10여년 인생에 총체적인 회의를 느끼는 듯 했다. 그야말로 대진교에 대한 그 어떤 존중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것만 같은 그게 이때의 연림의 모습이었다.
“ 마, 내가 왕년에 청운회도 만들고 도덕가도 만들고 오만대등까지 만들고...그거 다
내가 주도해서 여기까지 온거야. 근데 니들이 날 이런식으로 대접해 ? 이런식으로
밀어냐 ? 이제 다 늙은 뒷방늙은이라고 무시하는거야 뭐야 ? 니들 하여튼 나한테
자꾸 이런식으로 나와봐 !!! ”
연림은 이때 서울의 시집을 간 자신의 딸 집에 임시로 머물고 있었다. 여하튼 연림은 젊은 시절 남편과 사별하고 이후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혼자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며 대진교를 만나기 전까지 오만가지 산전수전을 다 거친 여자였던 것은 분명한데 그러나 대도사와 인연을 맺고 나서는 대체로 대진교의 종사(宗事)일에만 집중하고 대체로 가정을 돌보는데는 소홀히 하는 편이기도 했다. (* 그렇다고 아주 가정을 내팽개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쨌든 80년대 중반 정도면 연림의 딸은 결혼 적령기 그리고 아들은 이미 고등학교 졸업하고 한참 재수,삼수하는 그 정도 나이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90년대 초반 정도면 연림의 딸은 이미 시집간지 몇 년 되었을 터이고 그 사이 이미 아이도 한둘 낳았을터. 그렇게 연림 입장에선 외손자,외손녀까지 생긴 상황에서 잠시 딸네집에 머물며 자신의 지난 인생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고나 할까. 다만 딸은 딸대로 그런 어머니가 걱정되는지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다.
“ 엄마, 어디 불편하세요 ? ”
“ 아니다...내 나이 이제 겨우 60에 이른 몸인데 벌써 불편하고 아프고 할게 뭐가
있겠니. 아직 그런거 없단다. ”
하긴 80-90년대 정도면 이미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라 환갑 정도면 아직 할아버지,할머니 소리 듣긴 억울하다는 생각들 하기 시작하는 시절이고 한 70은 되어야 노인으로 쳐주기 시작하는 그런 시기이긴 하다. 여하튼 자신이 아직은 한참 일할나이라고 생각한듯한 연림. 그래서 대진교에서 자신이 점차 밀려나고 있는 분위기에 더더욱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어느덧 한 10년 넘게 대진교와 대도사를 위해 혼신을 다 했던 그 시간이 억울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시시콜콜 자기딸에게 털어놓기도 난감하니 그저 끙끙 속앓이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딸을 보며 말한다.
“ OO아, 너 말이다. ”
“ 네, 엄마. ”
딸은 엄마가 그제서야 속으로 끙끙 앓는 속앓이를 자신에게 털어놓으시나보다 하고 뭔가 기대하면서도 궁금해하는 눈빛으로 연림을 바라보았다. 허나 아무리 생각해도 연림은 이런게 다 자기딸한테 미주알고주알 다 털어놓을 이야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다시금 손을 내젓는다.
“ 아니다. 내가 잠시 좀 엉뚱한 생각을 한 것 같다. 아냐, 별것 아니니 신경쓰지 마.
”
그러면서 다시금 손을 내젓는 연림. 딸은 그런 엄마를 점차 근심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얼마후 연림이 말없이 총무원(창원회관 소재)에 다시 나타나긴 했다. 그렇다고 총무원의 ‘교화부장(* 도덕가 제작,관리, 오만대등 제작, 그 외 각종 출판,홍보 업무 등 교화(전도)와 관련된 업무)’ 일에 복귀한 것은 아니고 다만 하루는 은밀히 조민지와 남윤미를 불렀다. 이때 조민지와 님윤미는 선림이 직접 발탁하여 ‘교사’라는 성직을 수계식때 받은뒤 조민지는 총무원 교화국장, 남윤미는 총무원 서무국장으로 있었다.
“ 부장님, 무슨 일이세요. ”
총무원 국장쯤 되는 위치면 연림이 총무원의 다른 법사나 부장과 같은 급이 아닌 ‘순도사’라는 것 정도는 인지할만한 위치. 그래서 더욱 정중하면서도 염려되는 모습으로 연림을 바라보는데 허나 연림은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 내가 아무래도 너희를 공연히 발탁한 것 같다. ”
“ 부장님... ”
조민지든 남윤미든 연림과 관련 근래 벌어지고 있는 사태와 논란은 이미 모르진 않을터.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되는 듯 그녀를 바라보고. 연림은 한번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을 내뱉은뒤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내가 니들 미래를 지금와서 어째라 저째라 충고할만한 처지나 입장은 아닌 것 같
다. 하지만... ”
“ ...... ”
“ 너무 열심을 보이진 말도록 해. 속된말로...이런데 너무 빠져들거나 미치진 말란
말이다. ”
“ 부장님... ”
민지와 윤미가 거듭 걱정되는 듯 이렇게 연림을 부르고 이미 보따리를 싸고 있는 연림. 걱정하는 조민지와 남윤미를 뒤로 하고 하늘을 우러르며 탄식을 이와같이 내뱉는다.
“ 정말 저 하늘과 땅에 어디 신이란 존재가 계시긴 계신게요 ? ”
존재한다 하더라도 지금 이런 연림에게 대답해줄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연림은 새삼 눈물을 왈칵 쏟으며 무심한 천지(天地)의 이치를 원망할 뿐이다.
“ 정말이지 지금은...이 세상을 만든 하늘과 땅의 이치를 그리고 우리네 인간같은 존
재를 만들어낸 신의 뜻을 알다가도 모르겠구려. ”
울면서 연림은 대진교를 떠났다. 얼마후 연림은 대진교에서 순도사 지위를 박탈당하고 제명이 되었다.
연림마저 대도사를 저버리고 떠나자 이 무렵 대도사는 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이때가 90년대 초반이니 여하튼 초창기 멤버였던 ‘땡중 4인방’이 제각기 사고를 치고 나가버린지는 어느덧 5-6년정도 시간이 지난 ‘옛날일’이 되어버린 때가 아닌가. 허나 바로 그 ‘땡중 4인방’이 다 나가버린 상태에서 이제 ‘불가 출신’은 아무도 없다는 차라리 전화위복위 계기로 삼을수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자신을 따랐던 중산,청죽,연림 이들 셋에게 ‘3대 순도사’를 내려 그들이 중심이 되어 대진교를 이끌어 가도록 하게한 대도사다. 헌데 그 3대 순도사중 하나인 연림마저 아무리 자신이 밀려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도 그렇지 그런식으로까지 막장행각을 벌이다 나가버렸다는 것이 대도사를 무척이나 충격받게 만든 것 같다.
“ 내가 친구가 있나 가족이 있나...그 모든 것을 저버리고 떠난지가 벌써 수십년 세
월...여하튼 나름 파란만장하게 살다가 이렇게 도(道)를 얻겠다고...후천시대의 새로
운 도를 펴겠다고 나선지가 어언 십수년 세월인데... ”
“ 대도사님... ”
원래 대도사에게 여인이 있긴 했는데 여하튼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차마 공개는 못하고 ‘동거생활’에 들어간게 7년 세월이었다. 그 사이 두 사람 사이에 아들하나,딸 하나를 낳았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대도사에게 사실혼관계일지언정 여자도 있고 아이도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순도사’ 정도는 되어야 알 수 있는 대진교의 핵심 비밀이었다. 그렇게 7년을 비밀로 하고 두 사람 사이에 아이를 키우며 살아오다 공개한것인데, 사실 대도사 입장에서 자신의 부인과 아이들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더것은 결국 어느덧 아이들도 학교에 가야할 나이가 될만큼 자라고 있었으니 더 이상 비밀리에 키우며 방치할수 없는 시점에까지 이른 속사정도 있다. 다만 어쨌든 뒤늦은 출생신고,혼인신고가 되다보니 순도사들이 직접 출생신고,혼인신고를 해야할 관공서 관계자들을 찾아가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을 잘 설명한뒤 뒤늦게나마 출생신고,혼인신고가 가능하도록 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막상 그렇게 대도사가 아내와 아이들을 뒤늦게 공개하자 그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첫 공개는 대충 법사와 총무원 부장급이나 각 회관 회관장급되는 인사들 앞에서 처음 하였는데 그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어찌보면 그동안 인생을 얼마나 순진하고 순수하게 살아온 이들인지를 가늠할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고나 할까. 여하튼 나이 한 30-40대 이상 정도 되면 젊은시절의 혈기도 어느정도 사라지고 세상 알만한 것 어느정도 알수는 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아닌가. 헌데 어떤이들은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는지 차라리 ‘뒤늦게나마 잘 공개하셨다’고 하는이도 있었고 또 어떤이들은 지금껏 아무런 눈치나 짐작도 못하고 있었는지 제법 놀라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생각보다 충격이 컸는지 심지어 험한 욕설까지 하며 비난하고 떠나는 이도 없지는 않았다.
“ 아니,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거에요 ? 이게 있을수 있는 일이냐구 ? ”
그런데 솔직히 이런식으로까지 반발하는 이들은 필자 입장에서도 이해가 안 가는게 그동안 대체 대도사에게 무슨 기대를 얼만큼 했다는것인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대진교는 불가의 스님이나 천주교의 신부,수녀처럼 평생동안 결혼을 하지 않고 성직자로 살면서 수도생활을 하도록 하는 그런 교리가 있는 종교가 분명 아니다. 하물며 그런 종교의 리더인 대도사에게 부인과 아이가 있다는게 대체 무슨 문제라는것인지. 물론 7년동안 그 ‘사실혼 관계’를 부득이하게 숨겨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충격을 받거나 할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이런걸로 실망하고 격분하는 이들이라면 그때까지 대진교 교리나 대도사를 그만큼 신뢰하고 따랐던 사람이거나 또 그만큼 세상물정 모르고 순수하고 순진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란 방증도 되니 어느쪽이든 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사례임이 분명하다.
여하튼 그렇게 살아온 대도사 내외. 허나 지금은 버젓이 다 공개도 했고 정식으로 혼인신고,출생신고 뒤늦게나마 할거 다 했으니 그 어느것도 거리끼거나 법에 저촉될것이 없다. 무엇보다 이때는 대도사의 이런저런 심기불편함을 그 부인이 적극적으로 내조하고 있는때다. (* 사실 원래는 대도사의 부인에게도 별도로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긴 한데 외부에 너무 ‘삿되게 보여서는 곤란하다(사이비처럼 보여선 안된다)’는 대진교의 입장과 처지를 존중해서 여기서 그 명칭을 직접 쓰지는 않고 사모님,부인 이런식으로 명명할테니 그건 양해 바랍니다.) 여하튼 ‘땡중 4인방’ 사태가 대도사를 적잖이 충격받게한 그 일도 어느덧 과거의 일이 된 상태에서 갑자기 일으킨 ‘3대 순도사’중 하나인 연림의 반란이라 그 정신적 충격이 더더욱 컸던것일까. 원래 술을 잘 못하거나 안하던 대도사의 성정이었는데 이쯤에는 술이 엄청 는 편이기까지 해 부인의 속을 태웠다.
“ 대도사님...이제 그만 하셔요. 남들이 행여 알면 뭐라고 할까 우려스럽습니다. ”
“ 여긴 우리 둘밖에 없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나. 천지신명을 제외하고 이 광경을지
켜볼 사람이 누가 있다고... ”
“ 아무리 그래도...안주도 변변찮은데... ”
대진교 교리에 굳이 ‘고기를 먹어선 안된다’는 교리는 없다. - 분명히 말하지만 대진교는 불교가 아니다. 그렇다고 증산도 계열이라고 할수도 없고. 여하튼 대진교의 3대 핵심 가치는 ‘민족종교,후천개벽,미륵시대’다. - 그러나 어쨌든 남들 보는눈을 좀 조심하고 삼갈 필요는 있는터. - 아닌말로 대도사가 어디 고급식당에서 갈비라도 뜯고 있다 남들눈에 뜨이면 이래저래 더더욱 난감한 모양새 아니겠는가. -.-;; 그래서 부인 입장에선 대도사가 술을 들 때 안주를 뭘로 해야할지 고민이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허나 대도사는 씨익 웃으며 말한다.
“ 내가 스님도 아닌데...육고기 안먹어서 안될 이유가 뭐가 있다고... ”
“ 아무리 그래도요 대도사님. ”
정중하게 남편을 ‘대도사님’이라고 꼬박꼬박 불러주고 있는 아내.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부부이기 이전에 자신의 나이어린 부인은 자신을 확실하게 존중해주고 있는 것 같아 대도사도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부인이 이렇게 말한다.
“ 조금만 기다리셔요. 제가 그럼 안주를 내올테니까... ”
그렇다고 동네 편의점에서 어디 참치나 김밥이라도 대충 사오거나 할 수는 없을터. 밤늦은 시간이지만 좀 무리가 가서라도 부인은 야채를 파는 좀 멀리 떨어진 마트까지 가서 두부와 콩나물을 사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국을 끓여준다. 어찌보면 해장국겸 안주겸 묘한 위치로 대도사의 술상에 올려지는 음식인 셈이다. 부인의 마음씀이 대략 그와 같았다.
“ 제발 성직자들이 좀 대도사님을 제대로 보필해 주세요 !!! 종단이 이리 되어서야
어디 되겠습니까. ”
하루는 부인이 직접 대진교의 순도사와 법사(총무원 부장,회관장급들)들을 직접 호출해 이렇게 꾸짖기도 했다. 연림사태가 있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고 봐야할텐데 여하튼 때로는 부인이 직접 나서서 성직자들을 달래기도 하고 다그치거나 꾸짖기도 하는 내조(內助)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대도사의 부인이 꾸짖는 자리니 성직자들도 그저 쥐죽은듯한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 이래저래 저희의 불찰이 참 큽니다. 용서하십시오 부인. ”
“ 내 앞으로도 다들 하는걸 지켜보겠어요. 여기계신 순도사닙들도 그렇고 총무원의
부장님이나 회관장님들도 다 마찬가지에요. ”
“ ...... ”
“ 어떻게 세운 우리 미륵법이고 오만년간 중생을 구제할 후천세계의 새로은 도리(道
理)입니까. 헌데 출발부터 이 지경이어서야 어디 되겠어요 ? 그렇다고 우리가 이
법을 펴는일을 여기서 중단을 할 수가 있겠어요 ? 멈출수가 있겠어요 ? 무슨 말씀
이신지 아시곘어요 ? ”
순도사와 법사들은 그저 말이 없고 부인의 꾸지람이 좀 더 이어진다.
“ 여기서 물러나면 우린 다 같이 역적이 되는거고 계속 나갈떄 우리에게 오만년 스
승길이 열린다 그 말입니다. ‘이기면 영웅되고 지면 역적된다’는 옛말이 왜 괜히
있겠어요 ?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거나 멈추면 우린 다같이 오만년동안 역적되는
거에요. 무슨말인지 아시겠어요 ? ”
하긴 부인의 말이 이치에 틀린 것이 확실히 아니다. ‘성공하면 대감되고, 지면 역적된다’ 어느어느 사극의 역모를 꾸미는 한 장면에서 모의를 꾸미는 이들끼리 나누는 대사일수도 있지만 종교도 따지고보면 마찬가지다. 생각해보면 종교의 이치도 의외로 정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성공하면 그때는 정법(正法)이 되고 인류를 구원한 성현이고 스승이 되는거지만 실패하면 그저그런 사이비종교 하나 만들어보려다 실패한 그런 무리밖에 안되는 것이다. 여하튼 부인이 이미 거기까지 내다보고 이런 기염을 토한다는게 놀랍기까지 하다. 그래서일까. 부인에게 한바탕 꾸지람을 듣고 해산되는 자리를 나오며 중산과 청죽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어쨌거나...이제 도사님의 내조자가 다 되셨네. ”
여하튼 대도사와 여인이 초창기 동거할 때 그땐 아직 젊고 나이어렸을 그때 모습을 기억하는 두 사람이라서일까. 그러고보면 여인의 나이도 이제 어느덧 서른에 접어들고 있을텐데 이래저래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 여하튼 적어도 부인께서 자신의 역할을 잘 하시고 계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대
도사님께서 심기 불편하실 때 그래도 그 위로자가 되어주시니. ”
“ 글쎄...잘된것일까. ”
그렇데 대도사 내외의 거처를 나오고 있는 청죽과 중산. 그런대로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같다.
유씨노인의 경우엔 유교식 제사문화와 5대8촌식 가족제도와 문화에 젖어 살았던 그런 시대의 전형적인 유가(儒家)적 가풍문화속에서 살아온 사람으로 봐야할 것 같다. (* 필자도 유씨노인을 직접 만나본적은 없다.) 어쨌든 그런 노인이 대진교의 교리에 푹 빠져 대도사의 제자되길 자처한 것을 보면 여하튼 그런이에게도 대진교의 교리가 어느정도 그 사람의 마음을 감화시킨면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사실 대진교의 천도제는 단순히 돌아가신 조상을 받들어 모시는 유교식 ‘제사’문화와는 성격이 다소 다른 조상과 전생의 업장과 업연을 풀어주는데 그 진정한 의미가 있는것이긴 하다. 허나 따지고보면 유교식 제사문화를 그 성격과 의미를 한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킨 면도 있고, 또 어쨌든 이 나라가 유교식 제사문화를 수백년 전통으로 이어온 나라다보니 일반인의 경우엔 ‘제사지낸다’고 하면 그저 집안 돌아가신 할아버지나 조상 제사나 차례 지내는 그 정도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하는걸 봐도 유씨노인 역시 대진교의 천도제를 대략 그 정도 의미로 알아듣고 받아들인 듯 하다.
여하튼 그런 유씨노인의 세 아들이 모두 아버지의 명에 따라 군소리 없이 대진교에 입교했다면 그런대로 효성 지극한 아들들인것도 분명하다. 물론 부모가 죽으라면 죽는시늉도 해야한다는 가부장적 효도문화의 사고와 가치관속에서 살아온 그런 세대이긴 하지만(20년대생 아버지에 40년대생 아들들이다.) 아무리 그래도 가령 일제 강점기에도 사이비 종교에 너무 빠진 아버지를 보다못한 아들이 그 종단의 교주를 해치려 했다는식의 기록이 있는것만 봐도 정히 아버지가 이단이 되었든 사이비가 되었든 이상한 종교를 믿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 어느정도 반발을 할만도 한데 군소리 없이 1940년대생 아들 셋이 모두 대진교에 입교하고 대도사의 제자가 되었다면 그 이유는 둘중 하나로 분석할 수밖에 없다. (1) 그만큼 아버지 말씀에 순종하는 효자들이었거나 (2) 아니면 그네들도 나름 대진교 교리에 동의하고 감동하는 부분이 있었거나.
어쨌든 유씨노인은 종종 자신의 세 아들도 대도사에게 친견을 시키기도 했고 종단의 주요 행사나 명절날 자식들을 데리고 와 대도사에게 인사를 시키기도 했다. 유씨노인의 아들들이 모두 1940년대생으로 80년대에 이미 모두 나이 40을 넘긴 사람들이니 당연히 이들 모두 결혼을 했고 자녀도 있었다. 대략 장남 유광식씨의 경우엔 슬하에 총 2남3녀 5남매가 있어 80년대에 10대-20대 정도의 연령대였고 차남 유하식은 1남2녀 세자녀를 뒀는데 80년대에 사춘기 청소년 정도의 나이 3남 유형식 역시 80년대엔 아직 어린아이라고 봐야할 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태생 정도의 자녀 셋(역시 총 1남2녀로 3남매)을 두었으니 대체로 적절한 나이에 결혼 각기 적당한 자녀를 둔 것으로 봐야한다.
하루는 이때도 명절(종단의 행사때는 아니고 흔히 생각하는 추석이나 설 같은 명절)때 자신의 아들,손자들을 데리고 대도사 친견을 왔다. 유씨노인이 자신의 아들,손자를 데리고 와 친견을 시키면 그때 대도사는 유씨노인의 손자,손녀들의 사주도 봐주고 관상도 봐 주었는데 그때 이런식으로 반응하곤 했다.
“ 허허...자제분의 사주가 아주 좋습니다. 우리 대진교 회관에서 열심히 기선하면 전
생업장도 다 소멸되고 영혼이 맑아져 텔레파시도 좋아지고 앞날의 운세가 훤히 트
일것입니다. 그러니 선한마음으로 열심히 일념(一念)으로 기선정진하라고 권고해 주
세요. ”
근데 비단 대도사가 아니더라도 점쟁이나 무당들의 이런식의 말은 다소 상투적이거 어찌보면 어린 자녀를 두고 하는 덕담(德談)수준의 이야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가령 사극같은데서 태어나기도 전인 주인공을 두고 왕이나 제후 혹은 지역의 실력자가 무당이나 점쟁이를 불러 아이의 운명을 점쳐보라고 하면 무슨 ‘나라의 재앙을 몰고올 아이’라느니 ‘악령이 씌웠다’느니 이런식의 설정은 그저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이후 산전수전을 거치는 고난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순전히 ‘재미’로 위한 설정일뿐이다. 그러니 일반적으로 무당이나 점쟁이가 특히 자기 나이어린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앞날을 점쳐달라고 하면 그저 덕담수준으로 ‘앞날이 좋다’느니 ‘사주가 좋다’느니 ‘나중에 훌륭하게 될 것’이라느니 이 정도 수준의 말만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그러니까 이 아이가 유선생님 셋째 아드님의 막내딸이 된다 그 말씀이시지요 ?
”
“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저희집안의 막내 손녀가 되는것입죠. ”
유씨노인의 셋째아들 유형식이 40년대 후반 태생으로 이때 자녀가 셋이었는데 첫째가 아들로 78년생이고 둘쨰가 딸로 80년생 그리고 막내딸이 82년생이었다. 90년대 초반 정도면 그러니 그 막내딸이 대략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었을때로 봐야 하는데 여하튼 명절이나 종단 주요 행사때 자기 아들,손자등을 대도사에게 인사시켜드리러 오던 유씨노인이었으니 막내딸 입장에서도 대도사가 초면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면 그래도 아주 어린아이라고 볼수는 없는데 그래도 아이 눈에는 대도사가 좀 무섭게 느껴졌는지 살짝 뒤로 피하려 했다. 유형식의 부인이 그런 딸을 잘 타일렀다.
“ 경아야. 그럼 못써. 도사님께서 너 사주 봐주신다고 해서 이렇게 데려온건데. ”
어느덧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된 막내 경아의 사주를 보기 위해 유씨노인이 자신의 셋째아들 유형식 내외. 그리고 그 유형식의 막내딸 경아를 데리고 대도사를 찾은 듯 하다. 대도사가 무서운 듯 흠칫 뒤로 피하는 경아. 대도사가 씨익 웃으며 그런 경아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 아가, 그러지말고 이리 오렴. 대도사님께서 너 맛난것도 주시고 그러실건데. ”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너무 무서워하고 낯을 가리는 것 같자 대도사의 부인이 안되겠는 듯 맛난 과자라도 내오며 그렇게 아이를 불렀다. 그러자 경아가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대도사 앞으로 살짝 나아가긴 했고 그런 경아의 사주를 대도사가 봐주었다.
“ 허어... ”
“ 어떤가요 도사님. ”
유형식보다도 그 부인이 더더욱 막내딸의 사주가 궁금한 듯 다소 촐싹거리기까지 하며 그렇게 물었고 허나 사주관상도 보는데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긴 하는지 대도사가 약간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였다.
“ 도사님...설마 우리 경아 사주가 안 좋은건 아니겠지요 ? ”
대도사가 시간을 끌자 유형식의 부인이 다소 불안한 듯 이런 반응을 보였고 허나 대충 사주,관상이며 텔레파시까지 다 본 대도사가 이렇게 반응했다.
“ 귀하게 될 상이네요. ”
“ 좋다는 뜻인가요 대도사님 ? ”
“ 우리 대진교 회관에서 열심히 기선정진하고 일념하면 나중에 크게 훌륭한 사람 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
그리고 대도사가 흐뭇한 표정으로 경아를 바라보았다. 허나 어린 경아는 좀 겁이 나서인지 뒤로 살짝 물러나기까지 하는데 대도사가 가까이 오라는 듯 손짓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 허허...경아라고 했느냐... ”
대꾸없는 경아. ‘대도사님께서 물으시는데 답을 해야지’ 하고 아버지,어머니가 살짝 눈치를 주기도 하지만 여전히 겁이 나서 그러는지 경아는 답이 없다. 대도사가 경아를 보며 말을 건넨다.
“ 너는 대효(大孝),중효(中孝),소효(小孝)의 이치를 아느냐 ? ”
여전히 대도사가 겁이 나는지 살짝 떨어져서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 경아. 대도사가 씁쓸히 웃은뒤 말을 이어간다.
“ 세상에는 세가지 효도가 있단다. 그게 대효,중효,소효라고 하는것이지. ”
“ ...... ”
“ 대효란 역사나 시대에 길이길이 남을만한 그런 서책같은데 남겨질 아주 대단하
고 훌륭한 효도를 하는것이고, 중효는 그저 남들처럼 학교다닐 때 공부 열심히해
서 이 다음에 좋은대학가고 좋은직장 다니고 그러다 적당한때 시집,장가가서 애
낳고 잘살며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그런 평범한 인생을 사는 것을 중효라고
하느니라. ”
대효,중효,소효. 그렇게 효도의 크기와 의미를 셋으로 나누어 설법하는 대도사의 ‘효도론(孝道論)’인 셈이다. 그의 말이 더 이어진다.
“ 그럼 마지막으로 소효. 작은 효도란 어떤 효도를 말하는것이냐. 즉, 어떠한 효도
를 말하는것이냐면... ”
“ ...... ”
“ 일상생활에서 작고 소소한 것으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그것을 소효라
하느니라. 알겠느냐 경아야 ? ”
“ 경아야...대도사님께서 이런 설법을 아무한테나 함부로 하시는 것 아니야. 그러니
영광으로 알고 기쁘게 받아드리렴. ”
경아의 아버지 유형식 선생이 아직도 대도사를 경계하는듯한 경아에게 좀 안타까운 듯 그런식으로 일깨워주기까지 한다. 대도사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경아 너는 이 다음에 대효(역사와 시대에 길이 남을만한 크고 거룩한효도)는 못
하더라도 중효(열심히 공부해서 좋은대학 나와 좋은직장 다니고 좋은데 시집,장가
가서 애낳고 잘 살면서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나 소효(작은 일상속에서 부
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는 할줄아는 그런 봉법제자가 되도록 하여라. ”
- 1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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