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대도사 일대기
도일이 이리(* 지금의 전북 익산)회관장으로 발령을 받아 한 1년여동안은 그런대로 무난하게(?) 회관장 업무를 수행한뒤 그 뒤에는 인천 송도 회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헌데 송도회관장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뜻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다름아니라 송도회관장인 도일이 젊은 여신도를 성추행했다는 소문이다. 사실 이때는 진화와 내통하고 있는 송도회관 신도회의 재무사가 한참 송도회관을 흔들고 있을때이긴 한데, 따라서 정황상 재무사측에서 만든 헛소문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직 대도사측에서 진화법사 일당의 반란조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때라 당혹스러움속에 내사를 착수하는수밖에 없었다. 일단 당사자인 도일을 대도사가 직접 불러 심문했고 도일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 아이구 대도사님. 저 진짜 억울합니다. 아무리 그렇기로...저도 한때 스님노릇까
지 한 사람이고 명색이 미륵법을 피신다는 스승님을 따라 이렇게 수행길에 나선
사람인데 그런데 무슨...솔직히 제가 회관장 일을 혼자 감당하기가 벅차서 종종
젊은 여신도에게 관공서 출입이나 장부정리 문제 같은 것을 그냥 비서라고 생각
하고 시킨적은 종종 있습니다. 허나 성추행이라니 진짜 당치도 않은 소리입니다.
”
“ 일단 자네말을 믿어보도록 하겠네. 무엇보다 잘못 알려진 뜬소문일수도 있으니
...일단 좀 더 알아보고나서 판단을 하겠네. ”
무엇보다 도일이 성추행을 했다고 실명이 거론되는 당사자가 실은 송도회관 신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 성추행설은 그리 근거가 크지 않은 것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였다. 다만 이때가 진화측이 대놓고 서울과 송도회관을 흔들고 있던때라서 여진은 남아있을땐데 따라서 대도사측에서도 영 찜찜해서 소문의 진위를 재차,삼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전혀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송도 성추행건과는 무관하게 도일에게 여자가 있음을 관성이 밝힌 것이다.
“ 다른건 몰라도...도일 그 사람 경산에서 이미 사귀는 여자가 있었십니더. 그런 도
일이 하물며 인천까지 올라가서 그런짓을 했겠십니꺼. 도일법사 절대 그럴사람 아
닙니더. ”
관성법사야 나름 도일의 무고함을 주장하려다 뜻하지 않게 이런 이야기까지 밝힌 셈이지만 되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진화 일당이 한참 대진교 신도조직을 흔들 때 도일의 여자문제가 어떻게든 불거져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이때는 대진교에서 성직자의 결혼 여부를 확실하게 정립하지 못한때인데 어차피 기혼인 상태의 나이 30-40대에 대진교에 들어와 법사나 순도사가 된 이도 이미 여럿있고 무엇보다 무슨 천주교의 신부,수녀나 불가의 스님들마냥 엄격하게 ‘성직자가 반드시 독신(獨身)이어야 한다’는 법도를 정립하진 않았을때다. 이래저래 애매할때라서 대도사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 우리 대진교는 성직자가 결혼을 해서 가정을 거느릴수 있고 이전 전력(전직이
스님이었든 아니든 – 결국 ‘땡중 4인방’을 염두에 두고 하는말이지만)과 상관없
이 결혼문제는 자연순리대로 처리하겠소. ”
사실상 도일의 여자문제를 정히 원한다면 두 사람이 결혼해도 좋다는 것을 구두(口頭)로 허락한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직 진화문제로 잔뜩 복잡하던 시기라 그때 한가하게 도일의 결혼이나 추진할수도 없을때라 진화 문제가 어느정도 정리가 된 뒤에 도일의 결혼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허나 덕분에 도일 입장에선 초조한 시간이 거듭되고 있었다. 실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조춘희가 도일을 은밀이 찾아와 이런 사실을 밝혔기 때문이다.
“ 아이를 가졌어요. ”
일단 ‘성직자도 결혼할수 있다’는 법도를 대도사가 만들었으니 문제될 것은 없지만 여하튼 한참 어수선한 시기라 도일의 결혼문제를 유보시킨 상황 아닌가. 그런데 조춘희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조춘희도 인천에서 나온 이상한 소문 – 진화법사 일당 문제까지 포함해서 – 을 못들어보진 않았을테니 그래서 더욱 초조해서 자신의 임신 사실까지 밝힌것인데 도일법사 입장에선 결혼을 더 미룰수 없는 사정을 대도사에게 밝힐 수밖에 없었고 아직은 대도사가 그저 이 정도로밖에 나무라는수밖에 없었다.
“ 그...조금만 기다리라고 했더니...그 몇 달을 못 참고 일을 저지르나 그래 ? 아무
튼 안되네. 그렇다고 생긴 아이를 지우는수는 없으니...하는수없이 그 아이가 나중
에 제 부모 결혼식에 참가하게 되는 묘도리를 만들 수밖에 없지 뭐. ”
어쨌거나 도일과 조춘희의 결혼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에서 뜻하지 않은 반전이 일어났다. 이리에서 한 나이많은 여성이 찾아왔다. 일단 신도는 아닌 듯 했고 대진교의 교리나 조직 같은것에 대해서 대충은 알고 자세히는 모르는듯한 그런 여성이었다. 여하튼 서울회관 위치는 어찌어찌 알았는지 그곳까지 찾아온 여성. 다만 그곳에서 이야기할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서 순도사들이 여인을 대도사의 거처로 안내했다.
“ 저...실은 저희 딸네미가 여기 도일법사라는 분과 결혼을 한다고 해서... ”
“ 엥 ??? ”
그야말로 막장드라마 뺨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고나 할까. 지금 경산에선 조춘희란 여자가 도일법사의 아이를 가졌다고 하는데, 이번엔 이리에서 웬 나이많은 여성이 자기딸이 도일법사와의 결혼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내막을 대충 알아보니 도일이 이리회관장으로 있을때도 젊은 여신도 한명에게 자신의 비서노릇을 시켰는데, 그러다 정분이 났는지 그 여인이 도일법사와의 결혼의사를 자기 어머니한테 밝힌 것이다. 근데 어머니는 그때까지 아직 대진교 신자는 아니었기에 자기딸이 도일법사라는 이와 결혼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것만 알뿐 구체적인 속사정은 모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어쨌든 어미 된 입장에서 딸의 그런 의사를 모른체 하고는 있을수 없어서 좀 더 자세한 것을 알아보고 싶어 직접 대도사를 만나러 서울로 올라온 것 같은데 따라서 대도사 입장에선 황당해지지 않을수 없는 일이다.
“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일이야 ? 경산에선 무슨 임신을 한 여자가 있다고
하는X이 이번엔 이리에서 결혼을 하겠다는 여자가 있어 ? 이게 대체 어떻게 돌
아가는 일이냐구 !!! ”
어쨌거나 당사자인 도일을 불러 자초지종을 추궁하는 수밖에 없었다. 도일도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민망해져서인지 적당히 변명을 하는수밖에 없었다.
“ 그게...이리에서도 제가...여비서를 따로 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
“ 그런데...이리에서도 그 여비서랑 정분이 났다는거야 ?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 ”
“ 제가...이경민 그 사람에겐...특별히 다른 감정을 느낀적이 없다고 말도 했었고...
도사님 저도 답답합니다. 무슨일이 이렇게 복잡하게 돌아가는지... ”
경산에는 임신을 한 여자가 있고 이리에는 결혼의사를 밝힌 여자가 있고 그런 도일이 심지어 인천에선 성추행 물의 소문까지 있었다. 그야말로 그 어떤 막장드라마 제작진도 이런 황당한 스토리까진 만들어내지 못할 것 같은데 불같이 화가난 대도사는 결국 도일을 제명시키기로 했다.
“ 당장 제명시킬때니 니 사생활 문제는 니가 알아서 해결해 !!! 원 무슨...종단이 지
사생활 문제 해결해주는곳인줄 아나 ? 임신을 했든 결혼약속을 했든 니 문제니까
니가 알아서 하라구 !!! 어쨌든 넌 제명조치 하니까 그렇게 알아 !!! ”
결국 도일도 제명이 되었다. 헌데 공교롭게도 애초 대진교 창립 멤버였던 승려출신 4인방중 어느새 세명이 자기네들끼리 딴살림을 차려 나가거나 물의를 일으켜 제명이 된 그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어쨌든 대진교 초창기 종교단체 운영의 노하우가 거의 없던 시절 종교의식에서부터 천도의식은 물론 신도회를 관리하는 노하우까지 대진교의 뼈대를 만들어준 이들이 전부 나가버린 상황이 되었으니 대진교 입장에서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대도사의 상심이 보통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초창기 멤버인 ‘땡중 4인방’중 유일하게 남은 관성을 하루는 은밀히 불러 술을 나눴다. 원래 대도사나 관성이나 술은 잘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힘든일을 몇 번 겪고나서 술 실력이 제법 늘었다.
“ 관성아. ”
“ 말씀하시이오 도사님. ”
“ 우리끼리 하는 말이지만 난 진짜 요즘 세상 살기가 싫다는 생각마저 드는구나. ”
어쨌거나 명색이 성현(* 물론 설법때는 대도사가 ‘미륵이 누구일지 나는 모른다(또는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그걸 곧이 곧대로 믿는다면 그게 진짜 머리나쁜 신도다.)을 자처하는 이가 이런말까지 하면 어찌되는가. 허나 어쨌든 아직은 측근중 하나라고 봐야할 관성과 단둘이 있는 자리라서인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고 있는 것이다.
“ 이런말까지 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나 진짜 얼마전에 한강다리를 건너면서는 극
단적인 생각까지 해봤어. 허허...참...만약 그렇게 한다면 어찌될지...그 순간 정말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구나. ”
“ 도사님 답지 않게 무슨 그런 약한 말씀을 자꾸 하십니꺼. 그러지말고 기운 내시이
소. ”
“ 아니야...아니야. 이게 내 부덕의 소치인지...아니면 처음부터 내가 뭘 잘못 생각
한것인지...지금은 그냥 모든게 혼란스럽기만 해. ”
관성이 따라준 술을 한잔 기울이며 그와같이 탄식하는 대도사. 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께 ’지금까지 제가 잘못 살았습니다‘
하고 백배사죄 드리고...조용히 농사나 지으며 살까 진짜 요 며칠 나혼자 별의별 생
각을 다했다. ”
여하튼 땡중 4인방중 세명이 나가버린 상황에서 대도사의 상실감이 어느정도였을지를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남은 관성에게 기대라도 하듯이 이렇게 말한다.
“ 관성아... ”
“ 말씀하시이소 대도사님. ”
“ 넌...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 ”
“ 도사님.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꺼. 그리고 지는 배짱이 작아서도 그런짓 절대
몬합니다. ”
무슨 생각인걸까. 관성도 지금은 어느정도 술에 취한 듯 한데 그러면서 그의 횡설수설이 좀 늘어니긴 한다.
“ 솔직히 지는 마...배짱이 작아서...무슨 진화 그 사람처럼 ‘내가 진짜 미륵이네’ 이
런짓도 못하고...그리고 지 생긴걸 한번 보이소. 지가 어딜봐서 여자가 따를만한 그
럴 얼굴입니꺼 ? ”
“ 껄껄껄...그건 맞다 이 X아. ”
대도사나 관성이나 이제 확실히 술에 취해서인지 대도사가 관성의 그 말에 제법 공감하는지 너털웃음을 지어보인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나도 어느덧 널 지켜본지가 10년 세월이지만...넌 배짱이 작아서...니가 직접 미륵
을 자처할만한 X도 못되고...그렇다고...너 그 키하며 얼굴이며 바짝마른 체구하며
...야 임마...니가 아무리 내 제자라도...니가 어딜봐서 여자가 붙을 그런 얼굴이냐.
내 그건 확실히 인정한다 이 X아. ”
이쯤되면 관성법사에 대한 칭찬인지 욕인지 분간이 안 갈 지경인데 대도사를 배신하고 자신이 미륵을 자처하는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절대 여자문제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그런 외모나 키나 체구는 못된다는점. 그건 피차 인정하는 분위기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 부분만은 그런대로 마음이 놓이는지 대도사가 흡족한 표정을 짓고 그런 상황에서 관성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어차피 둘 다 이미 술은 많이 취해있다.
“ 도사님...무엇보다 지난 정말...이날이때까지 ‘바를 정(正)’자 하나만 보고 도사님
따른깁니다요. ‘바를 정’자만 아니었으면...지가 애초부터 대도사님을 따라 나서지
도 않았십니더. 그만큼 지가 대도사님을 믿으니...대도사님이 내세우신 바를정자
하나만 보고 지는 끝까지 도사님을 따를깁니더. 그러니 그건 걱정하지 마이소. ”
어쨌거나 그만큼 관성은 대도사를 혹은 그가 펴는 대진교의 교리를 믿고 신뢰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 그렇게 ‘땡중 4인방’중 유일하게 키도 작고 체구도 바짝 마른데다가 외모도 결코 여자들 보기에 호감가는 외모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얼굴을 가진 관성이 지금 이렇게 충성맹세를 하지만 결과적으로 마지막 남은 관성이 진짜 대형사고를 치고 만다.
언제부터 그런데 맛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관성이 도박에 손을 대고 말았다. (* 솔직히 필자도 도박장 같은데는 가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분위기가 어떤지 잘 모르는데 그냥 대충 당구장이나 전자오락실과 비슷한 분위기일것이려니 막연히 짐작하고 있다. 그걸 바탕으로 묘사하고자 하니 양해바란다.) 어쨌거나 언제부터인가 사복차림으로 종종 도박장을 드나들기 시작한 관성. 그렇게 문제가 시작되었다.
“ 이얏호...오늘은 아주 대박일세 그려... ”
“ 에이참...O형, 그러지말고 오늘은 좀 봐주지. 그러지말고 우리 한판만 더 해보는
거 어때 ? ”
뭐 그런식으로 도박장을 드나들기 시작한건 그렇다치고 어쨌든 도박도 밑천(돈)이 있어야 할수있는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결국 대진교에 들어오는 불사금이나 기도비에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다. 대충 대진교가 아직 ‘땡중 4인방’이 돌아가면서 회관장을 맡던 시절. 부산회관장을 하다가 임지를 인천 송도 회관장으로 옮긴 그 무렵쯤으로 알고 있다.
“ 이상합니다. 돈이 왜 이렇게 비죠 ? ”
뭔가 좀 수상쩍다고 생각한 ‘3대 순도사’가 대도사의 밀지를 받아 부산은 물론 송도회관 장부도 내사를 실시했다. 헌데 어쨌든 대진교는 출범한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군소규모의 신흥 종교단체. 신도가 많은것도 아니니 천도비든 기도비든 그런식으로 들어오는 돈이 있어야 얼마나 되겠는가. 따라서 관성 입장에서도 그걸로 도박을 하는데는 턱도없다 생각했는지 사채에 손을 대거나 대출을 받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만다. 무엇보다 도박빚도 그간 좀 졌을것이고 그렇게 관성에게 갚아야할 돈이 있는 한떼의 무리들이 하루는 작정하고 송도회관을 찾아왔다.
“ 어이...여기...OOO이란 사람 있소 ? 좀 봅시다. ”
관성의 속세 실명까지 대며 그를 만나러 오겠다고 한 이들. 헌데 관성이 의외로 약삭빠른면이 있어서인지 대충 분위기를 짐작하고 36계 줄행랑을 처버렸고 때마침 송도회관 내사를 실시하러 왔던 ‘3대 순도사’들이 그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연림이 나섰다.
“ 무슨일들이시죠 ? 여긴 신성한 미륵도량입니다. ”
“ 아...미륵도량이고 뭐고 난 그런거 모르겠고... ”
관성을 찾아온 무리중에 한 사람이 진짜 양아치,건달처럼 나오고 있었는데 이런식으로 나올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또다른 이가 양아치 행세를 하는이를 일시적으로 제지했다. 이런데 찾아와본 노하우가 좀 있는듯한 조폭 혹은 건달출신 남자다.
“ 시님(스님)...실은 저희가 전생에 쪼매 죄를 지은 사람들입니다. ”
“ 그런데...대체 무슨일들이시냐구요 ? ”
관성이 도박빚을 진 사실이 이렇게 알려졌고 당사자가 이미 36계 줄행랑을 친 상황에서 순도사들은 일단 적당히 좋은말로 구슬르고 술값이라도 하라며 푼돈도 좀 쥐어줘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허나 순도사들도 너무 기가막혀서 그대로 대도사에게 보고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사안이 너무 입에담기 민망해서인지 순도사들도 대도사에게 어찌 보고를 해야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 왜 ? 송도회관을 조사하러 가봤다더니 왜들 말이 없어 ? ”
“ 그...그것이 도사님... ”
“ 왜 ? 관성 그X도 지가 미륵이라고 한 대 ? ”
“ 그...그런 것은 아니고... ”
일단 관성이 회관장으로 간 송도회관에 무슨 문제가 생긴것만은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물은 대도사의 질문이 이와 같았고 여하튼 아직 상황파악이 안되는지라 순도사들의 보고를 받는수밖에 없었다. 대도사가 다른쪽으로 또 짐작을 해보며 물었다.
“ 아니면...관성이도 설마...그 얼굴에 제X도 여자가 생긴건가 ? ”
“ 아이구 도사님. 관성법사님이 어딜봐서 여자가 생길 얼굴입니까 ? 그건 진짜 아
닙니다. 아니에요. ”
연림이 그건 확실히 당치도 않은 소리라며 말했고 그러나 그러면서 실제 보고해야하는 관성법사의 문제가 더 기가막히지 않은가. 순도사들은 결국 사실대로 고하는수밖에 없었다.
“ 뭐...뭐가 어쩌구 저째 ??? 도박 ??? ”
대도사는 불같이 화를 내고 있었다. 단순히 관성 개인의 비행 때문에 화가난 것이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대진교를 출범시키는데 초창기 혁혁한 공로를 세운 불가의 승려출신 4인방. 이들중 마지막 남은 관성까지 물의를 빚은 것 아닌가. 진화와 법흥은 지들이 미륵이라며 자기네들끼리 딴 살림을 차려 나갔고 도일은 여자문제로 말썽을 부려 제명을 시켰는데 이제 승려출신 4인방중 마지막 남은 관성마저 제명을 시켜야할판. 게다가 진화의 경우엔 원래 자기 야심이 있던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도일,관성,법흥 이 세 사람은 자신들이 자진해서 대도사의 제자가 되겠다며 찾아왔던 이들이 아닌가. 헌데 그 셋이 하나같이 말썽을 부려 이제 마지막 남은 관성마저 제명을 시켜야할 위기에 봉착했으니 대도사는 그 분함과 배신감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 야 !!! 이 XX같은 XX야 !!! 성직자가 도박이라니 !!! 법사가 도박이라니 !!! 하다하
다 이제 성직자가 도박이라니 !!! 마...나도 왕년에 교회에서 사찰집사도 해보고 절
에서 승려노릇도 해보고 별짓 다 해봤지만...세상에 목사나 중이 돈이나 여자문제
때문에 사고쳤다는 이야긴 가끔씩 들어봤어도...하다하다 성직자가 도박하다 사고
친다는 이야긴 내 이 나이 먹도록 처음 듣는다.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관성 니
X이 도박...어이구 열통터져. 어이구 속터져 !!! ”
게다가 불과 몇 달전 그렇게 도일마저 제명시키고 유일하게 남은 관성에게 ‘넌 나를 배신하지 않겠지 ? 문제 일으키지 않겠지 ?’ 했을 때 자신은 오직 ‘바를 정(正)’ 하나만을 보고 대도사를 지금껏 따라왔다며 자신은 어떤일이 있더라도 대도사를 배신하거나 사고치는일이 없을거라고 (비록 술에 취해 했던 말일지언정) 그렇게까지 다짐하던 그 관성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대도사가 아니던가. 헌데 그게 불과 몇 달전 일이건만 그 사이 이런 말도 안되는 일로 사고를 치다니. 대도사는 방안의 집기까지 온통 내던질정도로 불같이 화를 내며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 세상에 성직자가 도박이라니 !!! 법사가 도박이라니 !!! 내 이날이때껏 목사나 땡중
이 돈이나 여자문제로 사고친다는 소린 들어봤어도...세상에 도박으로 사고치는 성
직자가 있다는 소린 이날 이때까지 처음 들어본다. 그것도 다른X도 아닌...관성 네
X이 사고를 쳐 !!! ”
“ 도사님...대도사님 진정하시지요. ”
순도사 세명이 어떻게든 대도사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대도사가 ‘3대 순도사’를 다시 비밀리에 은밀히 불렀다. 사실 심각한 상황이다. 어쨌거나 초창기 대진교의 뼈대를 만들어준이나 다를바 없는 전직 승려출신 ‘땡중 4인방’중 이제 마지막 하나 남은 관성마저 제명을 시켜야 할 판이니, 사실상 승려출신 넷을 모두 제명시키는 모양새가 되어버리니 소위 ‘오만대운(五萬大運)’을 받았음을 표방하는 대진교로선 그 시작 3년도 채 지나기 전에 출발부터 모양새가 영 말이 아닌게 되고 말았다. 대도사는 여전히 이 문제로 끙끙 앓는 듯 했고 순도사 3인방이 어떻게든 그런 대도사를 진정시키며 위로하려 했다. 특히 연림이 나름 괜찮은 방도라도 있는지 입을 열었다.
“ 대도사님...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시지요. ”
“ 누굴 놀려 ? 잘되긴 뭐가 잘 돼 ? 이 X신아 !!! ”
“ 어떻든 초창기 승려출신 4인방이 모두 정리되는 상황 아닙니까. 어쩌면 이것도 다
천지신명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그건 또 갑자기 무슨소리야 ? ”
“ 어쨌든 우리 대진교는 과거 구 시대 종교의 법도와 교리가 모두 깨지는 말법세상
이 왔다며 새로운 ‘후천 미륵의 시대’를 연다고 출발한 종교 아닙니까. 헌데 부득이
하게도 전직 승려출신들에게 종교 조직이나 의식,치성문제 이런것들을 모두 도움을
받고 본딴거...이래저래 정신적으로 부담스러운일이 아닐수 없었어요. 게다가 승려
출신들이 이전에 절에서 자신을 따르는 무리들을 일정부분 데리고 들어온것도 이
래저래 종단의 신비성(神祕性)에 문제를 일으키는 부분이었고요. ”
신비성은 굳이 쉽게 요즘식으로 표현하자면 이른바 ‘신비주의 컨셉’인 셈인데 대진교가 출발부터 고민한 두가지 문제가 이것이었다. 우선 어쨌든 군소규모의 신흥종교라는 점 때문에 대외적으로 (1) 사이비종교처럼 보여선 안된다 (2) 신비성(신비주의 컨셉)을 유지해야한다. 이 두가지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헌데 조금만 잘 생각해보면 ‘사이비처럼 보이면 곤란’한 문제와 ‘신비성을 유지해야한다’는 것은 서로 상충(相衝)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의 눈으로 볼 때 그저그런 새로생긴 군소규모의 신흥종교 단체니 ‘그냥 사이비려니’ 하고 오해하는 문제야 둘째 치더라도 그 ‘사이비’ 이미지를 가급적 최소화 하면서도 ‘신비성’을 유지한다는 것. ‘보수적 개혁’을 하겠다는것이나 ‘전통적 진보가치’를 유지하겠다는 소리 만큼이나 어법상 무척이나 모순된 말이 될 수밖에 없다. 허나 이래저래 불가의 승려출신 4인방이 모두 제명되는 것 여하튼 자칫하면 그저그런 불교계열 이단종파처럼 보일수 있는 문제를 해소시킬수 있는 길도 되는 것 아닌가. 연림은 바로 그 이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지금와서 그렇다고 땡중 4인방이 만들어놓은 제도나 의식을 다 뜯어고칠수는 없
겠지만 그런것들은 저희가 앞으로 운영해나가면서 점진적으로 고쳐나간다 하더라도
요... ”
“ ...... ”
“ 그저 모든 것을 백지(白紙)상태로 돌려서 그야말로 ‘백지환원’의 상태에서 처음부
터 새출발한다고 생각하면 되는것이지요. 이제 더 이상 불교 승려출신들 도움을 대
충받아 만든 이단종파가 아니라 단군 태극민족의 후천 미륵운을 계승한 진정한 민
족종교이자 후천시대를 열어가는 종교라는...그렇게 새출발을 하는 모습을 보이자구
요. 불교출신이 아닌 처음부터 대도사님을 따랐던 우리들과 모든 것을 백지상태로
돌려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그림을 만들어보자 이 말입니다. ”
그런대로 연림의 설득이 대도사의 귀를 움직인것일까. 그런대로 일리있게 들려서 대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면 연림이 나름 계책이나 방도를 생각해내는 책사 역할을 이 무렵 하고있던 셈인데 일단 연림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기왕 이렇게 된거...제가 구상하고 있던게 하나 있어서 말씀을 드립니다. ”
“ 뭘 구상했다는 말인데 ? ”
“ 우리도 청년회,학생회 단체를 만드는게 어떨까 그 생각을 하던중이었습니다. 하도
그동안 진화 문제에 도일문제에 계속 사고가 터지고 정신없는 분위기였기에 미처
말씀드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만... ”
“ 무슨 단체를 또 만들자고 ? ”
대도사가 아직 연림의 간하는 뜻을 제대로 못알아 들었는지 이렇게 물었고 연림의 설명이 좀 더 이어졌다.
“ 그런게 아니라...종교란게...그것도 어쨌거나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들이 봤을 때
너무 나이많은 할머니나 아줌마들...이런 사람들이 믿는 종교. 그렇게 보이는것도
결국 대외적 이미지에 별로 좋지 않다 그거죠. 그러니 우리도 기왕이면 10대,20대
젊은 청소년,젊은이들 이런 사람들도 다니는 ‘젊은 종교’를 만들어보자 이겁니다.
종단내에 젊은 학생 신도들이 들어올수 있도록 그런 청년집회를 여는 단체를 만들
어보자 이 말씀입니다. ”
“ 이를테면...무슨 교회 청년부나 주일학교 그 비슷한걸 만들어보자 그 이야긴가 ?
”
대도사도 어쨌든 교회 사찰집사 경험이 있어서인지 그런대로 말귀를 알아듣는 듯 했다. 연림이 제법 이 구상을 오래전부터 한 듯 자신이 직접 생각한 명칭까지 제안한다.
“ 명칭을 한번 ‘청운동지회(靑雲同志會)’로 잠정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
“ 청운...뭐라고 ? ”
“ 뭐 옛날부터 ‘청운의 뜻을 품다’ 대충 그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젊은시절
큰뜻고 큰 꿈을 품는 그런단체. 그런 의미로 명칭을 그렇게 하자는거죠. 이제부터
저희 대진교의 학생회,청년회 단체 명칭을 ‘청운동지회’로 하자 그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
“ 청운...동지회라...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구먼. ”
대도사도 대체로 ‘청운동지회’란 청년,학생회 명칭에 대해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았다. 연림의 구상안은 좀 더 이어졌다.
“ 그렇게 청운회를 통해 대진교 이미지도 젊게 하고 또 잘하면 그 청운회를 통해
앞으로 저희 대진교를 이끌어갈만한 차세대 지도자들도 발굴할수 있고 그러면 일
석이조 아니겠습니까 ? 그러니 한번 그렇게 해보자는겁니다 도사님. ”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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