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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가수 팬픽 - 채연 (6) 솔로가수 팬픽


                             부제 : 대도사 일대기
 

 

 노승홍이 대룡(大龍)이란 법명을 받고 승려생활을 시작한지 1년여 정도가 지난 어느날이다. 절에 기도를 드리러 온 한 젊은 여성 아니 정확히는 어린 여학생이 있었다. 그런일이야 절에서 종종 있는 일이긴 하지만 무슨 곡절이나 사연이 있는지는 몰라도 좀 특이한 모습을 보이는 소녀였다. 일단 소녀는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이가 절에 데리고 와서 그곳에 딸을 맡기고 떠났는데 그러고나서 소녀는 이곳에서 절의 잔심부름을 도우며 기도생활을 시작했다. 헌데 절에 기도를 드리러 왔을때는 불공을 드리든 치성을 드리든 가령 자손창성을 원한다던가 학업성취를 원한다던가 하는 구체적인 축원 내용이 있을 것이다. 허나 일단 그녀의 기도카드엔 그런 축원내용은 없었다. 물론 대충 나이를 봐도 ‘자손창성’을 바라며 기도를 드리러 온 소녀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학업성취를 바라는 축원을 올리는것인가. 아니면 병마소멸 ? 일단 주지스님의 말로는 어릴때부터 몸이 허약해서 그 어머니가 딸을 이곳에 맡기고 떠난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결국 병마소멸을 바라고 기도하는것인가 대충 그렇게 짐작이 가는 것 같긴 한데, 대충 대룡이 먼발치에서 지켜봐도 기도할때나 절의 잔심부름을 도우며 일상을 보낼때나 뭔가 어딘가 허약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소녀가 기도를 드리러 온지 얼마쯤 되었을까. 주지스님의 방청소라도 하기위해 방에 들어가려 할때였다. 안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대룡이 듣게 되었다. 

 “ 허허...OO아... ” 

 일부러 엿본 것은 아니지만 문틈으로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주지스님은 바로 그 병마소멸을 위해 어머니가 딸을 이곳에 맡기고 갔다는 그 나이어린 소녀와 함께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소녀의 이름을 주지스님이 부르는 듯 한데 대충 이런 대화내용이 들려왔다. 

 “ 너는...불가의 법도를 아느냐 ? ” 

 “ 잘...모르는데요. ” 

 대충 불교 교리를 제대로 이해하는지 그런 의미의 질문으로 이해갈만한 듯 한데, 제법 진지하게 묻는 주지스님의 물음에 소녀는 그야말로 평범한 여고생의 말투로 ‘잘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한번 씁쓸히 웃고는 소녀의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대룡이 다시금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소녀는 주지스님의 어깨 안마를 해드리고 있는 듯 했다. 

 “ 네가...불가 스님의 이치를 아느냐고 물었다. ” 

 “ 몰라요 그런거 전 잘... ” 

 아무래도 나이어린 소녀여서인지 어머니가 무슨 이유로 어린 딸을 이곳에 맡기고 떠났든 여하튼 불교교리든 스님의 출가생활이든 그런 것을 잘 모른다는듯한 소녀의 대답. 헌데 이번엔 주지스님이 뭔가 요상한 질문을 건넨다. 

 “ 불가의 스님에게...부인은 없어도 자손은 있는 그 이치를 아느냐고 물었다. ” 

 “ 네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린가. 나이어린 소녀야 그렇다치고 대룡도 어쨌든 승려생활을 한 1년 넘게 하면서 그간 불경을 제법 열심히 들여다보긴 했는데 – 솔직히 사찰집사로도 한 3년정도 일했던 대룡 아니 노승홍이긴 하지만 사찰집사를 하면서 읽어본 성경책보다 지금 스님노릇을 하면서 읽어본 불경이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는 면도 있어 적어도 불경은 성경보다는 열심히 읽어온 그런 노승홍 아니 대룡스님이었다. - 헌데 그런 대룡의 기억에도 불경에 그런 구절이 있다는 이야긴 못들어 본듯한데 주지스님의 알듯모를듯한 질문은 다시금 소녀에게 이어졌다. 

 “ 허허...아직 어린 네가 알 턱이 없지... ” 

 “ ??? ” 

 “ 불가의 스님에게 부인은 없어도 자손은 있는 그 묘도리(妙道理)를 어찌 네가 알수 

  있겠느냐...허허허... ” 

 묘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이와같이 말하는 주지스님. 일단 소녀는 아직 별다른 의심없이 열심히 주지스님의 안마를 해드리는 듯 했다. 대룡은 자기가 신경쓸일은 아니라는 듯 일단 자기방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지금까지도 한 방을 쓰고있는 자신보다 다섯 살 많은 사형(師兄) 진우(眞牛)에게 물었다. 

 “ 사형, 그런데 말입니다. ” 

 “ 뭐 궁금한게라도 있는겐가 ? ” 

 “ 그...얼마전부터 기도하러 들어온 나이어린 보살(불가에서 여성을 부르는 명칭) 말 

  입니다. ” 

 “ 왜 ? 혹시 자네가 관심이라도 있는겐가 ? ” 

 혹시 하는 우려에서 또는 한편으로는 놀리기라도 하는듯한 말투로 진우가 이렇게 물었고 대룡은 당치도 않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 아...아닙니다. 사형 그 무슨 당치도 않은... ” 

 다른건 몰라도 출가를 한 스님이 여인에게 마음을 품는다면 그 자체가 말도 안되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더욱 손을 내저으며 이와같이 반응하는 대룡. 헌데 진우가 다시 알듯말듯한 소리를 내뱉는다. 

 “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하진 말게. 알고보면 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이니... ” 

 “ 사형... ” 

 “ 허허허...알고보면 삼라만상 만 중생중 사연없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 사연이 많 

  으니 업장도 많고...그 많은 업장 소멸하려고 혹자는 불가에 귀의도 하고 다 그러는 

  것인게지... ” 

 “ 사형... ” 

 “ 오죽했으면 부처님께서도 이 사바세계를 들끓는 마귀지옥같다고 하셨겠나. 알고보 

  면 다...죄많고 업장많은 중생들인게야. ” 

 선문답 같은 말을 하고있는 진우를 보면서 일단 대룡은 의문의 소녀의 곡절을 알기는 글렀다고 이쯤에서 단념하려 했다. 허나 어찌되었든 어린 소녀의 기도생활은 한동안 계속되는 듯 했고 나이를 10대 후반 정도로 가정한다면 지금 한창 대학입시 준비해야할 나이니 – 물론 이때는 아직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그리 높지 않던 시대이긴 하지만 – 적어도 학업성취쪽과는 먼 기도를 하러 온 그런 소녀이겠구나 대룡으로선 그렇게 생각할법 하다. 그렇다면 역시 몸이 아파 병마소멸을 위해 기도하러 온 소녀인것인가.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대룡스님.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났다. 

 하루는 잠이 잘 안 오는지 잠시 밖으로 나와보았다. 날이 추울때니 산책을 한다거나 그러긴 적절치 않은 계절이긴 한데 그냥 대충 절간 여기저기를 혼자 서성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주지스님 방에 불이 켜져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주지스님께서 이 밤늦은 시간에 불경이라도 외고 계신겐가 그리 짐작했는데 그쪽에서 점점 뭔가 요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허허...OO아...너는 아느냐 ? 불가의 묘도리를... ” 

 “ 왜...왜 이러세요 아저씨 ? ” 

 아무리 불교 교리나 이런 것을 몰라도 ‘주지스님’이나 이런 호칭까지 모르진 않을텐데 나이어린 소녀는 주지스님을 그렇게 부르며 겁에 질려 있었다. 그리고 주지스님은 이미 소녀를 깔고 있었다. 

 “ 허허허...아가...네가 아느냐 ? 불가의 스님에게 부인은 없어도 자손은 있게되는 그 

  묘도리를...그 이치를 네가 아느냐고 물었다. ” 

 “ 아저씨...제게 이러시지 마세요. ” 

 소녀는 겁에질려 이렇게 말하고 있었고 주지스님은 그런 어린 소녀를 품에 안으며 거듭 이와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 허허...불가의 참된 이치를 네가 아느냐고 물었다. 부인은 없어도 자손은 있게되 

  는 불가의 스님의...그 참된 묘도리를 네가 아느냐고 물었느니라... ” 

 

 이때 노승홍의 나이가 20대 중반 정도로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고 젊은 혈기 가득한 그런 나이로 봐야할테니 그래서 더더욱 정신적 충격이 컸을지도 모른다. - 만약 어느정도 나이가 들고 세상물정에 대해 어느정도 알만큼 안 나이였다먼 그저 ‘허허...세상이 전부 X판이로구먼...’ 하고 너털웃음이나 한번 짓고는 고개 가로저었을수도 있지만. - 그야말로 못볼 것을 본듯한 정신적 충격과 혼란스러움에 노승홍 아니 대룡스님은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걱정이 되는 듯 하루는 사형 진우가 그에게 물었다. 

 “ 여보게 대룡이.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는게야 ? ” 

 불경을 보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뭔가를 하지도 않은채 멍하니 앉아있기만 한 그를 걱정이 되어 진우가 이렇게 물었고 대룡이 그러자 쓴웃음을 지으며 한참만에 이렇게 화답한다. 

 “ 말법세상인 것 같습니다. ” 

 “ 뭐 ? ” 

 이게 무슨 소린가. 혹은 내가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진우가 황당해하며 물었고 대룡은 거듭 고개를 가로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 부처님 법(法)이 다 깨져가는 것 같아요. 그야말로 말법(末法) 세상이 된 것 같 

  습니다. 부처님 법이 다 깨져버린 그런 말법세상 말입니다. ” 

 “ 이 사람 대룡이... ” 

 진우 입장에서도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어서인지 심상찮은 대룡의 분위기를 보며 일단 이렇게 말을 건네본다. 진우도 다소 긴장한 표정이다. 

 “ 자네 혹시...못볼 것을 본겐가 ? ” 

 여하튼 대룡보다 몇 년앞서 출가하고 나이도 그만큼 먹은 진우는 대충 이 절의 속사정에 대해 알고있는것들이 있음인지 이와같이 물었고 그런 진우의 물음에 대룡은 바로 대답하진 않고 그저 선문답같은 탄식을 거듭 이와같으 내뱉는다. 

 “ 부처님 법이 다 깨져가는 것 같아요. 부처님 도리가 다 땅에 떨어진...도덕이 타락 

  하고 땅에 떨어진 말법세상입니다. 허허...이 말세를 어찌하면 좋을지... ” 

 “ 이 사람 대룡이... ” 

 대룡이 스님생활을 청산하기로 결심한게 대략 3년만의 일이다. 그러고보면 교회에서 사찰집사를 3년정도 하다가 그곳을 떠난것인데 불가에서의 스님 생활도 생각보다 안 맞는게 많았는지 3년만에 그 생활마저 그만두기로 한 것이다. 사형 진우가 일단 그런 대룡을 설득해보려 했다. 

 “ 이 사람 대룡이... ” 

 여하튼 3년을 함께 지내면서 친동생과도 같은 정이라도 든 것일까. 안타까움을 담아 그와같이 말을 건네는 진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자네가 주지스님의 일탈행위를 보고 받은 충격은 내 충분히 이해하네만...주지스 

  님이 잘못한것이지 부처님이 잘못한게 아니지 않는가. 아무리 그렇기로 어찌 이리 

  어렵사리 맺은 부처님과의 인연마저 끊으려 하는가. ” 

 “ 사형, 내 비단 그것 때문에 절간 생활을 그만두려는 것은 아닙니다. ” 

 “ 그럼 무슨 다른 이유라도 있는겐가 ? ” 

 말은 안 하고 있었지만 지난 3년간 비단 주지스님의 그와같은 일탈행위뿐만이 아니더라도 어떤 다른 내적 갈등도 많았던 듯 하다. 허나 진우는 그래서 더더욱 이건 아니라는 듯 다른 차선의 대안을 제시해보기도 한다. 일단 그가 제시한 대안은 이와 같았다. 

 “ 차라리 내가 자네가 수행을 할만한 다른 괜찮은 절을 추천해 줄테니 그리로 가보 

  는게 어떻겠나 ? 자네가 우리 주지스님에 대해 충격받고 실망한 것...충분히 이해하 

  네. 하지만 세상에 아직 알고보면 덕망높고 존경할만한 큰 스님은 많아. 자꾸 무슨 

  말법세상이 왔네...부처님 법이 다 깨졌네...그런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차라리 다른 

  좋은 절을 찾아가보는 것이... ” 

 허나 거듭 대룡은 진우의 그런 대안에도 손을 내저었다. 여하튼 이제 스님 생활도 그쯤에서 접고 싶다는 결심을 거의 굳힌것인지 심지어 진우와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진짜 과거를 고백하기도 했다. 사실 대룡은 애초에 이곳에서 출가를 해 스님생활을 시작할 때 자신의 신분을 ‘어려서 부모를 잃고 정처없이 떠도는 몸’이라고만 밝혔다. 처음 가출을 시도하고 얼마되지 않아 교회에서 사찰집사를 하게 되었을 때 자신의 신분을 그와같이 밝혔던것과 똑같이 한 것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도 주지스님이나 사형 진우는 물론 이 절에서 웬만큼 그를 아는 다른 스님들도 그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정처없이 떠돌다가 스님생활을 시작한 사람’ 그 정도로만 알고 있을뿐 그의 자세한 내막과 과거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사형 진우에게 처음으로 털어놓는듯한 자신의 진짜 과거. 진우도 적잖이 놀라는 모습이다. 

 “ 그러니까...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그런 집을 나왔다는 말인가 ? ” 

 “ 어쨌든 저로 인해 그 집 다른 누님들에게 폐가 된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그곳에 

  더 머무르지 않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가 그곳에 머무는게 그곳 누 

  님들에게 못할짓을 하는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지요. ” 

 “ 헌데 그럼 이젠 어찌할참인가 ? ” 

 말하는 것으로 봐서 대룡이 그렇다고 지금 원래 자신이 양자로 들어갔던 그 충북의 과수원,정미소를 하는 노사장 집으로 돌아간다던가 하진 않을 것 같다. 그런 대룡이 더더욱 걱정되는 듯 진우가 좋은말로 잘 타일러보려 하는데 허나 적어도 스님생활을 청산하고 절을 떠날 결심은 굳힌 듯 대룡은 거듭 이와같이 나온다. 

 “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날이 있겠죠. 어쨌거나 부처님과 저의 인연은  

  여기까지로 생각하렵니다. ” 

 그래도 한 3년을 스님생활을 한 덕분에 불교식 표현이 그의 입에도 많이 배긴 했는데 그래도 이쯤에서 어쨌든 스님생활을 청산하기로 한 대룡. 주지스님께조차 말씀을 드리지 않고 다만 지난 3년간 자신에게 친 동생이나 다름없이 친절하게 잘해주었던 사형 진우에게만 작별인사를 올리고 그렇게 3년만에 절간생활도 청산하고 떠났다. 생각해보면 만 17세 고등학교 2학년 나이에 집을 나왔던 노승홍이 교회 사찰집사로 3년, 스님생활 3년 그렇게 살다가 나이 어느덧 20대 중반에 이르는 시점에 다시 정처없는 떠돌이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훗날 결국 대진교(大眞敎)란 종교단체를 창시하고 스스로를 대도사(大道師)라고 칭하게 되는 노승홍(혹은 도인님,성현님등으로 부르기도 했다.)이지만 그가 증산도나 대순진리회와 인연을 맺은일이 있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사실 필자도 이 소설을 쓸 준비를 하면서 증산도나 대순진리회등의 홈페이지도 들어가보고 관련 자료나 신문기사를 살펴보기도 했는데 증산도나 대순진리회의 연혁 그리고 대도사 아니 노승홍의 나이와 젊은시절 행적등을 고려해봤을 때 증산도나 대순진리회와 인연을 맺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 일단 70년대 정도만 해도 아직 증산도나 대순진리회가 그만큼 대중적 지명도가 있던 종교단체가 아니고 심지어 그런곳을 충북 농촌출신으로 스님생활을 3년정도 했던 젊은 노승홍이 알수 있었을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허나 어쨌든 훗날(1984년) 창시하게 되는 대진교의 3대 핵심교리가 결국 미륵(彌勒), 후천개벽(後天開闢), 그리고 민족종교(民族宗敎)인데 노승홍이 증산도나 대순진리회등과의 인연이 전혀 없이 단독으로 그와같은 개념을 ‘창조’해냈다면 그 자체가 놀라운 일인것만이 틀림없다. 여하튼 정황상 노승홍이 증산도나 대순진리회쪽과 인연이 있었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만17세의 나이에 집을 나와 교회 사찰집사 생활 3년, 불가의 스님생활을 3년 하다가 70년대에 어느덧 나이 20대 중반으로 접어든 노승홍. 이후의 행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일단 증산도나 대순진리회쪽은 분명 아니고 아무래도 사주,관상 같은 것을 보는 무속인이나 풍수사 혹은 천도의식 같은 것을 행하는 그런이들과 교류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따라서 노승홍의 70년대 스토리는 일단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하겠다. 

  

 인천에 옥련보살(玉蓮菩薩)이라는 이가 있었다. 대충 사주,관상,궁합같은 것을 봐주는 점술사이자 무속인이라고 봐야할텐데 노승홍이 옥련보살과 인연을 맺은 것이 대략 70년대 초,중반 정도로 보는게 무난할 듯 싶다. 다만 이땐 노승홍의 신분이 더 이상 교회 사찰집사도 스님도 아니기 때문에 뭔가 먹고살기위한 생계수단은 있었을터, 한번 등산로 입구 같은데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막걸리나 파전따위를 파는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설정해보는게 어떨까 싶다. (* 1.21 사태때 김신조가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일요일날 등산객이 많은 것을 보고 놀랐다는 증언도 있고 70년대 초,중반의 드라마나 영화에도 부적절한 관계든 적절한 관계든 그런식으로 정분이 난 남녀가 등산을 함께 한다던가 하는 장면이 꽤나 있었으니 이때 이미 등산은 레저로 활성화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하튼 그렇게 등산로에서 막걸리나 파전따위를 등산객에게 대접하는 것으로 생계를 꾸려가던 노승홍. 허나 어쨌든 여전히 앞날이 불확실하다면 불확실한 처지고 또 지나간 시간이 나름 기구하고 복잡했다면 복잡해서일까. 어찌어찌 소문을 들어 알고있는 옥련보살이란 점쟁이를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점쟁이는 노승홍이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곳에서 그리 얼마 떨어지지 않은 주택가에 1층짜리 주택을 짓고 살고 있었는데 그런곳에 점보는곳을 차려놓고 찾아오는 손님들 사주,궁합,관상 따위를 봐주고 있었던 것이다. 등산로에서 막걸리와 파전을 파는 일을 하는 노승홍이니 주말이나 일요일엔 더 바쁠터이고 오히려 등산객이 뜸한 평일 오후에 일시적으로 날을 잡아 가게문을 닫고 직접 옥련보살을 찾아가보았다. 한번 사주나 봐달라며 자신의 사정을 대충 말한 노승홍. 헌데 노승홍의 사주를 대충 살펴보는듯한 옥련보살이 노승홍을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잠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듯 하기도 했고. 이때 아직 노승홍이 나이 서른 안팎 정도 되었을것으로 봐야 하는데 옥련보살의 나이를 한 40 정도로 설정한다면 여하튼 노승홍보다는 열 살이상 많은 큰누나뻘 되는 사람이다. 더욱이 이때 여자 나이 40은 지금의 여자 나이 40과 그야말로 하늘과 땅차이의 느낌일터인데 마치 옛날 여인들의 소복을 연상케 하는 하얀 상하의를 입고 차분하게 앉아있는 옥련보살의 모습은 순간적으로나마 어떤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그런 자태를 지니고 있기도 했다. 다만 옥련보살과 노승홍이 무슨 정분같은게 난다던가 할 일은 없고 제법 긴 시간 아무말없이 노승홍의 사주만을 계속 살펴보고 있던 그녀. 승홍이 슬슬 짜증이 났다. 

 “ 아니, 사주를 봐달라니까요... ? ” 

 원래 이런식으로 점을 보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주를 봐달라는 손님이 공짜로 온것도 아니고 나름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점을 보는것인데 봐주지는 않고 계속 말없이 있는 옥련보살. 노승홍 입장에선 혹시 자신의 사주가 매우 안 좋은 것은 아닌가 불안해지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소문과는 달리 엉터리 점쟁이나 무당이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기도 한다. 헌데 한참만에 옥련보살의 입이 차분하게 열렸다. 

 “ 혹시...삼국지 읽어보신적 있나요 ? ” 

 “ 삼국지요 ? ” 

 일단 노승홍은 소싯적에 ‘수호지’를 매우 재미있고 열심히 읽어본적은 있다. 그러나 삼국지쪽과는 인연이 없었는지 그때까지 이름은 들어봤어도 읽어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점 봐달라는데 난데없이 ‘웬 삼국지 ?’ 의아해질 지경이고 오히려 노승홍 입장에서 ‘수호지는 읽어봤지만 삼국지는 전혀...’ 이렇게 대꾸할만도 한데 일단 옥련보살은 다시 좀 엉뚱하다 싶은 말을 꺼냈다. 

 “ 혹시 영화나 드라마 같은거 보신적 있으세요 ? ” 

 70년대 초,중반 정도면 어쨌든 일일극도 슬슬 활성화되기 시작하고 특히 TV가 적극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시대이다. 아직 시골이라던가 열악한 지역에선 온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TV를 보곤 하는 시대이지만 중산층 이상만 되면 이제 너도나도 TV를 구입하기 시작할 시대. 그리고 무엇보다 70년대에 앞서 60년대를 흔히 ‘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하기도 한다. 그 60년대를 사찰집사와 스님으로 생활했던 노승홍이니 영화를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봐야겠지만 실은 노승홍도 지금은 이런 가게를 하면서 어렵사리 얼마전에 TV 한 대를 장만하긴 했다. 허나 아직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진 않은 듯 여전히 의아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옥련보살의 말은 이와같이 이어진다. 

 “ 제가 볼땐...영화나 드라마에서...특히 사극같은데서 나오는 이야기...그게 제일 엉 

  터리에요. ” 

 “ ??? ” 

 대체 이게 난데없이 무슨 소리일까. 봐달라는 사주는 안 봐주고 계속 엉뚱한 소리만 입에 담고있는 옥련보살. 노승홍 입장에서 이런곳을 굳이 찾아와 거액의 돈까지 지불하고 사주를 보려헀던 것이 후회가 될 지경인데 일단 옥련보살의 말을 들어는 보자는 심정으로 인내하고 있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특히 무슨 위대한 인물 같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극이 흔히 그리 시작 

  하죠. 뭐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미려고 그러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왕이나 제후 혹 

  은 중신 같은 인물이 어디서 점장이나 무당을 데리고 와서 갓태어난 아기나 – 경 

  우에 따라선 아직 출산도 하기전인 젊은 임산부인 아내를 둔 상태에서 그러기도 하 

  고 – 그런 아이의 점이나 운명을 점쳐달라고 해요. 그럼 거기서 점을 치거나 굿을 

  하는 무당이 몹시나 놀라면서 무슨 ‘나라에 재앙을 몰고올 존재가 태어날 것’이라 

  느니...무슨 ‘악령이 씌웠다’느니 해서 무당을 부른 임금이나 제후는 물론 그 자리 

  에 있는 많은 조정중신이나 이런 인물들을 당황하게 만들죠. 그래서 보통 나라에 

  서 그 아이를 해치우려 한다던가...그런식의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 

 “ ...... ” 

 “ 헌데 조금만 상식적으로 잘 생각해보면 그거 말 안되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무당 

  이라고 무슨 마귀나 귀신,사탄이 쓰인 존재도 아니고 –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우 

  리를 무슨 마귀나 사탄의 조종을 받는 이들이라고 욕하기도 하지만 – 다 똑같은 

  사람들이에요. 제 말은 근본적으로 무당이나 점쟁이 입장에서도 점이나 사주를 봐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근본적으로 손님이고 고객이란 소리입니다. ” 

 “ 아...아니 저 이것보세요 보살님. ” 

 자유주의 경제학 이론이야 1970년대보다 최소한 40년은 지난 2010년대쯤이나 되어서 보수우파 운동의 주류 이론이 되긴 하지만 굳이 그런 자유주의 이론까지 따질 것 없이 손님과 장사꾼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답 나오는 이야기다. 세상에 자기물건 사러온 손님한테 그것도 물건을 팔아야하는 처지인 장사꾼이 손님이나 고객을 기분나쁘게 하려 들려는 경우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마찬가지로 기껏 찾아온 손님에게 가게주인이 기분나쁜 소리만 한다면 그 가게 다시 찾아오고픈 손님이 누가 있겠는가. 무당이나 점쟁이 입장에서도 사주나 궁합을 보러온 이가 똑같은 관계라는 소리다. 세상에 그것도 ‘자기아이 사주 봐달라’고 찾아온 젊은 부모 앞에서 그 아기에게 무슨 ‘사주가 안 좋다’느니 ‘악령이 씌웠다’느니 그런 악담을 하는 무당이나 점쟁이는 정말 장사 망칠려고 작정한 경우나 진짜 미친 경우가 아니라면 그런말을 할 수는 없다. 사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실제 만약 그것도 엄격한 신분사회인 그 시절에 그것도 한 나라의 임금이나 제후 혹은 실력자가 그것도 자신의 임신중인 젊은 아내를 두고 그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운명을 점쳐달라고 하는데 무당이나 점쟁이가 그 아기를 두고 ‘악령이 씌웠다’느니 ‘나라에 재앙을 몰고올 것’이라느니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 ‘어디서 감히 요망한 점쟁이가 짐의 귀한 아기한테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 여봐라 !!! 이 미친X을 당장 끌고나가 목을 베어라 !!!’ 이런 소리가 안 나오면 다행일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건 무당이든 점쟁이든 어린아이를 두고 점을 봐달라고 찾아온 손님한테 나쁜말을 하는 경우는 웬만해선 잘 없다는 이야기다. 허나 지금 옥련보살이 이미 나이 서른에 이른 성인인 노승홍 앞에서 굳이 그런말을 안할 이유는 별로 없다. 여하튼 노승홍은 거듭 짜증을 내고 있다. 

 “ 아니 이봐요 아주머니. 그래서 내 사주가 나쁘다는 겁니까 ? 좋다는 겁니까 ? 그 

  거나 좀 말씀해주세요. ” 

 이젠 ‘보살님’ 이런식으로 말하기도 싫은지 ‘아주머니’라 부르며 벌컥 화를 내는 노승홍. 진짜 이런 엉터리(?) 점쟁이한테 굳이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점을 보러온게 진심 후회가 될 지경이다. 그나마 무당 인생이 불쌍해 보였는지 아니면 노승홍 천성이 그런대로 좋은편이라서인지 ‘돈 물어내라’는 소리까진 안 하고 그냥 보시하는셈 치고 그 정도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 한다. 이만 거처로 돌아가려고 성큼성큼 옥련보살의 집을 나가려 하는데 그때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눈에 띄었다. 노승홍 입장에선 자신처럼 그저 점보러 온 노인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버리려 하고, 허나 막상 자신이 겪어보니 너무 ‘엉터리’인 것 같아서 노인을 잠시 ‘댁도 저 엉터리 점쟁이한테 괜히 돈날리고 헛수고 하지 말고 이만 돌아가보쇼’ 그런 호소나 충고라도 하고픈 눈빛으로 잠시 바라본뒤 그곳을 떠나버린다. 노인은 일단 노승홍에 대해선 별 관심 없는지 나가든 말든 자신은 신문이라도 보는체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 노승홍이 떠나고 나서 한참만에 옥련보살의 방으로 들어가본다. 

 “ 손님을...싹싹하고 친절하게 대해야지 그렇게 쌀쌀맞게 대하면 쓰나. ” 

 나무라는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 반어법인지 뭔가 묘한말을 건네고 있는 노인. 헌데 옥련보살이 노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건넨다. 노인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요즘 장사는 잘 되는건가 ? ” 

 “ 보시다시피요... ” 

 노인의 물음에 옥련보살은 묘하게 대꾸한다. 여하튼 인천의 주택가에서라도 이런 개인주택에 점집을 차리고 이렇게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인이라면 그런대로 잘 나가는 점집이고 무당이라 하지 않을수는 없다. 허나 방금 노승홍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손님을 대하는 기본조차 되어있지 않은 사이비가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고. 옥련보살은 방에서 나와 노인에게 차 한잔을 대접하고 그리고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노인은 실은 ‘산신도인’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이렇게 불린다고 해서 그렇게까지 거창하거나 요상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풍수지리를 봐주는 ‘풍수사’다. 게다가 어쨌든 이름난 고위인사나 문중 혹은 명문가 같은데서도 조상 묘자리를 쓰거나 집을 짓거나 할 때 종종 그를 부르기도 한다니 실력이 꽤 되는 이임에는 틀림없고, 또 그만한 사람이니 인천이든 서울이든 부산,경남지역이든 혹은 충청도든 그렇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고 해서 그렇게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다. 여하튼 그런 산신도인이 평상시 옥련보살과도 교류가 있었는지 어찌하다 잠시 그녀의 집에 들른것인데 옥련보살은 그런 산신도인에게 방금 나간 노승홍이란 손님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다.
 

 “ 삼국지연의 보신적 있으세요 ? ” 

 여기가 무슨 하이텔 삼국지 클럽도 아닌데 난데없이 삼국지가 자꾸 언급되어 이상하긴 하지만 여하튼 산신도인도 삼국지를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좀 뜬금없이 그 고전소설이 언급되자 산신도인도 잠시 의아해 옥련보살을 바라보는데 일단 옥련보살의 설명이 이어진다. 

 “ 그...허자장이란 관상가가 삼국지의 조조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지요 ? ‘치세에는 

  능한신하가 될것이나 난세에는 간웅이 될 상’이라고... ” 

 산신도인이 공연히 긴장이라도 되었는지 침을 한번 꿀꺽 삼키는데 일단 옥련보살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그 이야기라도 해줄까 했는데...화가 많이 났는지 그냥 자리를 박차고 나갔네요.  

 ” 

 “ 방금 나간 그 손님의 사주가 그랬다는 말인가 ? ” 

 산신도인이 이와같이 묻고 옥련보살이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저도 어쨌든 이걸 한지가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지만...지금까지 내가 이런 사주 

  를 본적이 있던가...의아해질 정도로 기이한 사주였어요. ” 

 “ 허허...참 도대체 어떤 사주길래 그래 ? ” 

 산신도인도 어디까지나 풍수 전문가지 사주,관상쪽은 전문성이 좀 떨어져서인지 궁금증이 한층 더해져서 묻는다. 설마 방금 그 노승홍이란 인물이 삼국지의 조조처럼 될만한 인물이라도 된다는 이야긴지. 허나 옥련보살은 고개를 한번 가로저어보면서 이렇게 설명을 덧붙인다. 

 “ 만약 태평성대라면...그럭저럭 중노릇이라도 하면서 먹고살수는 있는 그렇게 평범 

  한 중으로 살만한 그런 사주였어요. ” 

 “ 헌데... ” 

 “ 만약...지금이 난세라면... ” 

 난세(亂世). ‘어지러운 세상’을 의미하는것이지만 1970년대를 ‘난세’라고 부를수 있을련지는 모르겠다. 후세에 정치적으로 이 시대에 대해 평가하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있긴 하지만 적어도 이 시절을 살던 평범한 보통사람의 입장에선 어쨌든 식민지나 전쟁같은 지긋지긋한 시절은 이미 다 흘러간지 오래고 가난도 이제 조금씩 면하고 먹고살만해지기 시작하던 시대라는 그런말이 나오던 시대 아닌가. 어쨌든 새마을운동이다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다 하면서 조금씩 경제적으로는 풍족해지기 시작하던 시대. 지금을 그러니 ‘난세’라고 부를수 있을지 적어도 이 시대의 40대 점쟁이 옥련보살이나 50대 후반의 풍수사(* 산신도인은 80년대 후반에 이미 70을 넘긴이라고 들었다.) 산신도인 입장에선 지금 시절을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까. 여하튼 방금 그 노승홍이란 이의 사주를 봐준 옥련보살의 결론이 이와같은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런대로 중노릇이라도 하며 먹고살수 있겠지만 만약 난세라면...’ 옥련보살의 말은 여기서 그치고 만다. 

 “ 해서 자넨 어찌할참인가 ? ” 

 어차피 옥련보살에게도 사주,관상을 보러오는 손님은 많으니 그 수많은 손님중 하나에 불과한 노승홍이란 인물에 대해 각별히 신경을 쓴다거나 할만한 입장은 못 된다. 허나 옥련보살은 ‘지금껏 본 사주중에 너무나 기이한 사주’였다는 점 때문일까. 확실히 노승홍의 사주를 그냥 평범하게 지나치려고 하는 모습은 아닌 듯 하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업장소멸이라도 해줘야겠어요. ” 

 “ 업장소멸 ? ” 

 무당들이 종종 굿이나 천도제 의식 같은 것을 해주기도 하지만 사실 옥련보살은 그냥 ‘사주,궁합’등을 봐주는 점쟁이지 무당이라고까지 하긴 어렵다. 헌데 그런 옥련보살이건만 찾아오는 이에따라 종종 전생업장이나 조상업연같은 것을 풀어준다며 ‘천도의식’이나 ‘치성’ 같은 의식을 치러주기도 하나보다. 그러고보면 옥련보살도 이미 단순한 점쟁이의 단계는 넘어선 일종의 ‘유사종교화’ 되어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옥련보살이 노승홍의 조상천도 의식을 치러주고 싶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허나 산신도인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 허나 아까 그 친구는 그렇게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던데, 그 친구가  

  여길 다시 찾아오기야 하겠나 ? ” 

 “ 그가 찾아오지 않는다면... ” 

 “ ???? ” 

 “ 제가 직접 찾아가보도록 해야죠. ” 

 사주,관상을 보겠다며 찾아왔을 때 접수를 하면서 연락처 정도는 적어놓았을테니 그리로 연락을 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이야 개인정보 침해같은 문제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시대만 해도 그 정도는 아니다. 게다가 노승홍은 아까 옥련보살과 점을 보며 대화를 나누면서 등산로 입구에서 막걸리와 파전등을 파는 ‘음식장사’를 한다는 신분도 간단히 밝혔다. 그렇다면 그 위치를 옥련보살이 알아내는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터. 얼마후 일단 노승홍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가게 위치를 물어보았다. 이따금 등산을 즐기는 등산객이라고 하고 위치를 물으니 노승홍은 별다른 의심없이 위치를 가르쳐주었고 옥련보살은 얼마후 사복차림을 하고 노승홍의 가게에 직접 찾아가보았다. 

 “ 여기가 참 터가 좋네요. ” 

 노승홍이 점집을 찾아간지 한 2-3주쯤 지났을 시점에 옥련보살이 사뭇 귀부인 같은 복장을 하고 그렇게 찾아갔다. 일단 그냥 막걸리나 파전이라도 들고 싶다는식으로 주문을 했고 일단 대충 봐도 등산객 분위기는 아니지만 노승홍은 사복차림의 옥련보살을 못알아보는지 그저 평상시같이 손님을 받고 주문받은 음식을 내놓았다. 그러자 옥련보살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저 누군지 기억 안나요 ? ” 

 선글라스까지 쓰고 있어서 노승홍이 어느덧 2-3주의 시간이 지난 상태라 더더욱이 사복차림까지 한 옥련보살을 못 알아보았는데 선글라스를 벗으며 얼굴을 보여주니 바야흐로 노승홍도 기억이 나는 듯 했다. 허나 막상 사주보러 갔을때의 일이니만큼 노승홍은 화부터 냈다. 

 “ 아니 도대체...여기까진 뭐하러 오신겁니까 ? ” 

 “ 전생 업장을 한번 풀어보실 생각은 없나요 ? ” 

 “ 뭐요 ? ” 

 노승홍이 황당하다는 듯 옥련보살에게 발끈했고 그런 노승홍을 보며 옥련보살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그날 관상을 보니 참 업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전생 업장도 많고 조상 

  업연도 많네요. 한번 풀어보실 생각 없나요 ? ” 

 “ 아니, 이것봐요 ? ” 

 그날 봐달라는 사주는 봐주지 않고 엉뚱한 소리만 계속 늘어놓아 화만 잔뜩 나서 돌아간 노승홍인데 그런데 뜻밖에 그 문제의 옥련보살이 찾아와 이런식으로 말을 하니 화가 더 날 수밖에 없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술이나 대충 드시고 돌아가시라는 식으로 노승홍이 대꾸하긴 하는데 옥련보살이 그런 승홍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 혹시...어릴 때 집 나오지 않았나요 ? ” 

 순간 놀란 노승홍이 멈칫한다. 

 “ 그리고 혹시...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지 않아요 ?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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