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지수 (6)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써니 2020
 

                                              - 우정, 그후 30년 

 

 다음날. 현우는 지현에게서 새벽같이 걸려온 전화를 받아야만 했다. 간밤에 그렇게 쫏겨나다시피한 지현은 집으로 돌아가서도 분을 참을수가 없었다. 사실상 밤새 거의 잠을 못 이룬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렇게 쫒겨나야만 한 것인지 현우를 직접 만나 다시 따져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우도 어차피 적당히 넘어갈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인지 오전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지현을 만났다. 자신의 차에 지현을 태운 현우는 일단 좀 인적이 드문 공터같은곳으로 갔다. 그곳에 차를 세우고 지현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울분을 터트린다. 

 “ 도대체 제가 뭘 잘못한거죠 ? ” 

 “ 너무 경솔했어요. ” 

 “ 아니 도대체 내가 뭘 그리 잘못한건데요 ? 제가 아저씨 아이들을 돌보는게 그렇게 

  까지 잘못된 일이에요 ? ” 

 현우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해야 지현에게 납득이 가도록 설명을 할 수 있을지 그게 쉽지가 않은 상황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무슨말을 어떻게 꺼내야하나 고민중인 현우. 그러자 기다리기 쉽지 않은 듯 지현이 거듭 따진다. 

 “ 제가 싫으신거에요 ? ” 

 어쨌든 현우가 이혼남인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소개팅 자리를 가졌고 그래서 이어진 교제. 헌데 그런 현우의 아이들을 밤늦은 시간에 자신이 돌봐주고 있는 것이 현우를 그토록 격분하게 만들었다면 추론해볼수 있는 답은 그것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와같이 따지는 지현. 허나 현우가 황급히 손을 내젓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그...그건 절대 아니에요 지현씨. ” 

 굳이 현우의 생각을 솔직히 말하자면 지현이 딱히 싫지는 않아 놓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막상 재혼까지 가는 문제는 부담스러운 그 정도의 단계라고나 할까. 일단 현우는 이렇게 변명한다. 

 “ 너무...성급하게 나가시는 것 같아 제가 화가난 것 뿐이에요. ” 

 “ 도대체 뭐가 성급한건데요 ? 어차피 우리... ” 

 헌데 그러다 지현이 순간 멈칫한다. 혹시 현우의 생각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렇게 묻는다. 

 “ 저랑 결혼하실 생각은 없으신거에요 ? ” 

 현우가 한숨을 내쉰다. 이 복잡한 머릿속을 지금 어떻게 제대로 정리해서 설명할수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그저 눈앞이 캄캄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현우가 말이 없자 지현이 다시금 이렇게 묻는다. 

 “ 저랑 그냥...친구나 아는사이 이 정도로 만나는건 괜찮지만...그 이상은 아니다. 이 

  를테면 그런거에요 ? 그래서 제가 마치 현우씨 아이들 엄마라도 되는것처럼 그러고 

  있었던건...그래서 화가나신거에요 ? ” 

 솔직히 어느정도는 현우에게도 정곡을 찔린 부분이긴 하다. 솔직히 황당했다. 잔뜩이나 고등학교 시절 친구 풍규명의 문제로 머리가 아파 밤늦게까지 병원에 있다 귀가했는데 그런 현우 앞에 마치 지현이 진짜 자신의 젊은 새 아내고 아이들 새엄마라도 되는양 밥도 해주고 같이 수다도 떨고 그러는 모습. 순간 자신이 무슨 환타지 같은 꿈이라도 꾸고있는 것은 아닌가 그 착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꿈은 아니고 분명한 현실이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 격노해서 바로 지현을 쫒아내버린 현우. 여하튼 지현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현우의 이런 태도가 이해 안가고 화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우가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입을 연다. 

 “ 지현씨... ” 

 지현도 진심으로 너무 화가나서인지 부르는 소리에 답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지현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현우의 말이 이어진다. 

 “ 솔직히 지현씨 참 좋은분 맞아요. 얼굴도 그만하면 미인이고...솔직히 저같은 사람 

  한테는 과분한 존재죠. ” 

 “ 그래서 뭐요 ? ” 

 “ 하지만 그래서... ” 

 그래도 현우에게 아직은 한가닥 기대나 미련은 남아있는것일까. 슬몃 현우를 바라보는 지현. 그런 지현을 보며 현우의 말이 이어진다. 

 “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나에게 실망하는 일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 

 “ 그건 또 갑자기 무슨 말이에요 ? ” 

 “ 어쨌든 전 스스로 제가 어떤 인간인지를 잘 알아요. 저 자신의 단점도 잘 알고... 

  여하튼 솔직히...은근히 게으른 면도 좀 있고 다른사람 간섭 받는걸 귀찮고 성가시 

  게 여기는 면도 있고... ” 

 “ 그게 어쨌다는건데요 ? ” 

 “ 그런 저의 부족한면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었어요. 그래서 젊은 시절에도  

  연애까진 몰라도 결혼은 부담스럽게 느꼈던거고. ” 

 “ 그런데요 ? ” 

 “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달라진게 없어요. 어쨌든...더우기 첫 결혼까지 그렇게 실 

  패한 마당에...아이들이야 어차피 제가 낳은 아이들이니 제가 책임지고 끝까지 가는 

  게 맞지만... ” 

 한숨을 내쉬는 현우. 뭔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지현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현우의 입이 다시 열린다. 

 “ 어쨌든...절 좋아했던 사람이 제게 실망하게 되는일을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았 

  던거에요. 다시말해 제 은밀한 내면이 드러나는게 두려웠다고나 할까... ” 

 “ 도대체 뭐가 두렵다는건데요 ? ” 

 지현은 이런 현우의 태도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는 듯 거듭 이와같이 나오고 있고 현우가 혼자 뭔가 고민스러운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시늉까지 해 보이더니 그러다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연다. 

 “ 지현씨...그럼 만약에... ” 

 “ 만약에 뭐요 ? ” 

 “ 제가 원하는게 있다면 해주실수 있어요 ? ” 

 “ 뭘요 ? 갑자기 뭘 원한다는건데요 ? ” 

 “ 제가 지금 바라는걸 지현씨가 해줄수 있냐 이걸 묻는거에요. ” 

 도대체 지금 이 남자 무슨말을 하려는것인가. 지현은 여전히 현우가 이해할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다. 헌데 그때였다. 갑자기 기습적으로 현우가 지현을 않았다. 그리고 키스라도 시도하려는 듯 덮치려드는데 지현이 기겁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 

 “ 헉...이...이게 무슨짓이에요 ? ” 

 “ 원하는걸...해줄수...있냐고... ” 

 버둥거리는 지현을 붙잡아야 하기에 현우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당황한 지현이 현우를 거칠게 밀친다. 그리고 현우의 따귀를 때린다. 

 “ 이게 대체 무슨짓이에요 ? ” 

 “ 아...아니 지현씨...그게 아니라 제 말은... ” 

 “ 나쁜사람 같으니...성추행으로 고소하지 않는것만으로도 다행인줄이나 알아요 !!! ” 

 “ 아...아니 저 지현씨... ” 

 요즘 여자들이 어떤 여자들인데 확실히 큰 실수한 것이 틀림없다. 사실 맥락상으로도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성관계를 요구하는것도 좀 납득이 안 가고. 여하튼 자신을 좋아했던 사람이 자신에게 실망시키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현우. 헌데 지금 이 사달이 나버리고 만 것이다. 

 

 현우는 눈앞이 캄캄했다. 사실 80-90년대만 되었어도 어느정도 피차 오해를 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할수 있을련지 몰라도 요즘이야 데이트하다 어디만 잘못 만지거나 말만 잘못해도 성추행,성희롱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게다가 지현의 문제는 단순히 성지현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애초 지현과의 선자리가 상훈의 30년전 고등학교 동창이고 그 시절 ‘4인방’으로 어울렸던 사람중 하나인 신상훈 목사의 소개로 만나게 된 자리였고, 바로 그 신상훈 목사의 교회 장로중 한사람인 박민규 장로의 사촌동생 아닌가. 허니 그런 사람들한테까지 이런 일이 알려줄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것이라는 것은 현우가 바보도 아니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사람이다. - 게다가 요즘 시대에 그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변명이라도 해보려고 설명하다 말이라도 한두마디 잘못 나오는 날엔 소위 ‘2차가해’ 어쩌구 사태만 더 악화시킬수 있다. - 게다가 바로 그런 선자리 자체가 현우의 고등학교 시절 4인방중 또 다른 한사람이었던 최상진이 신상훈에게 ‘현우 재혼을 추진해보는게 어떠냐’고 권해서 만들어진 자리. 그러니 더더욱 이 사태가 확산될 경우 얼마나 상황이 악화될수 있을지 현우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저 ‘이제 난 망했구나’ 하는 어떤 절망감과 좌절감 그리고 탄식의 어둠속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태다. - 게다가 현우가 현재 보수정당의 한참 잘나가는 초선의원중 한 사람이니 이 일이 사회에 어떻게든 알려지는 날이면 그 사태 역시 걷잡을수 없는 일파만파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래저래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해야하나, 아니면 그저 ‘이제 난 망했다’ 생각하고 정말 누구처럼 목매달고 자살이라도 해야하나. 속으로 별의별 상상을 다하고 있는데 그때 뜻밖의 전화가 한통화 걸려왔다. 바로 성지현의 전화였다. 현우는 그야말로 어둠속에서 한줄기 작은 빛이라도 본것같은 기분으로 그리고 낭떠러지에서 차라리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일단 지현을 만났다. 무엇보다 그녀 앞에서의 말과 언행이 더더욱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한가지만 여쭤보고 싶어서 다시 만나자고 한거에요. ” 

 “ 지...지현씨 그날일은 정말... ” 

 허나 지현은 구차한 변명은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손가락으로 현우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 저한테 원하시는게 어떤건지 궁금해서 만나뵙자고 한거에요. ” 

 “ 어...어떤걸 원하냐니요 ? ” 

 “ 결국 저한테 원하시는게 그거였던거에요 ? ” 

 현우 입장에서 진짜 답하기 난감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니다’라고 답하면 그걸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허나 그렇다고 ‘네’라고 대답해도 상황이 미묘해지긴 마찬가지. 솔직히 현우는 순간 혹시 알고보니 성지현 이 여자가 교활한면이 있어 자신을 어떤 함정에 빠트리려고 이런 유도심문을 하는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들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조심스레 입을 연다. 

 “ 그날 일은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제가 그만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어서... 

 ” 

 “ 변명같은건 듣고싶지 않다고 했죠 !!! ” 

 지현은 목소리까지 한옥타브 높여 이와같이 물었고 현우는 이런 상황을 주위에서 누가 우연히 듣게될까봐 더더욱 불안하고 초조해진다. 헌데 지현이 거듭 현우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저한테 원하는게 대체 어떤건지 그걸 묻고있는거에요. ” 

 잠시후. 밤늦은 시간에 두 사람은 모텔방에 와 있다. 누가 먼저 유도한것인지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지현이 현우앞에 서서 이렇게 묻는다. 

 “ 솔직히 저도...아저씨한테 지금까진 좋은 감정으로 생각하고 있었었어요. ” 

 “ 지현씨... ” 

 “ 변명은 하지 말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그대신 지금은 제 이야기만 들어주세요. ” 

 “ ...... ” 

 “ 사실 저도 혼전순결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인 여자였어요. 불과 얼마전까지도... ” 

 그게 이 상황에서 굳이 나올말인것인지 좀 의아하긴 하다. 헌데 그런 현우를 바라보며 지현은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허나...만약 정히 장래를 약속한 사이라면... ” 

 “ ...... ” 

 “ 혼전에라도 그건 가능하지 않을까...그 정도로 열린 사고가 조금은 생기기 시작 

  했어요. ” 

 뭘 어쩌자는 것인지 이제 되려 현우가 답답해진다. 지현이 현우를 바라보며 이렇게 요구한다. 

 “ 그 대신 한가지만 약속해줘요. 그럼 허락할께요. ” 

 “ ...... ” 

 “ 오늘 이 관계를 갖는건 분명한 미래에 대한 약속이라고 약조해주세요. ” 

 “ 야...약속할께요. ” 

 글쎄, 지금 과연 현우가 무슨말을 할수 있을까. 그야말로 지금 다시 구차하게 천가지 만가지 변명을 늘어놓았다간 상황만 더 악화시킬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현우가 이 순간에 순종하기로 했다. 지현의 말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오늘 관계 이후에는 제가... ” 

 “ ...... ” 

 “ 제가 현우씨 자녀들에게 마치 엄마처럼 대해도...아이들 다루는 엄마처럼 대해도  

  아무말 없는거에요. 무슨말인지 아셨죠 ? ” 

 사실상 두 사람의 결혼을 기정사실화 하자는 의미 아닌가. 뭐 이렇게 된 이상 현우도 여기서 물러서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현우 입장에선 며칠전 그 일에 대해 지현이 고소하지 않은것만도 감지덕지해야할판 아닌가. 헌데 그런것도 아니고 오히려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허락하겠다니. 현우로선 그저 고맙고 감사해서 그날일을 용서해주시는것으로도 모자라 성관계까지 허락해 주시는데 감읍하여 백번 큰절이라도 올려야 할 판이다. 지현이 조심스럽게 현우 앞에서 옷을 벗는다. 그리고 현우가 그런 지현을 천천히 안아보고 모텔방 침대로 이끌고 간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관계가 한참 격렬하게 치솟을때였다. 갑자기 현우의 휴대폰 소리가 들렸다. 

 ‘ 삐리리리~~~!!! ’ 

 이 판국에 분위기 잡치게 휴대폰 받고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허나 한 며칠간 이 문제로 인해 정상적인 스케줄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고 –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정현우다 – 또 오늘,내일 하고있는 친구 풍규명도 있지 않은가. 이래저래 어떤 급한 용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전화를 안 받을수가 없다. 

 “ 오빠... ” 

 아니나 다를까. 풍규명의 동생 풍봉명이었다. 놀라고 당황한 현우가 봉명을 이렇게 불렀다. 

 “ 자매님... ” 

 어차피 현우야 봉명에게 마땅히 붙일만한 호칭도 없고 (* 풍규명이야 고등학교때 ‘4인방’으로 어울리던 친구지만 풍봉명이든 풍정명이든 그런 동생들하고까지 현우가 친분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를 ‘자매님’이라고 부르고 있는것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온 여자에게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상황.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가 이 상황을 본다면 과연 이걸 어떻게 이해하게 될까. 어쨌거나 전화를 건 상대방의 울며불며 하는 애원이 시작된다. 

 “ 오빠...오빠...큰일났어요. 우리 오빠 어떻게해요. 어어어엉~~~!!! ” 

 “ 자매님...대체 무슨일이에요 ? ” 

 어쨌든 풍규명이 지금 한참 위독한 상태라는 것은 정현우가 지금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걸려온 봉명의 전화에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고 봉명은 거듭 울고불고 하고 있었다. 

 “ 오빠...우리오빠 어떻게 해요. 우리오빠 불쌍해서 어떻게 해요. 제발 빨리좀 와줘 

  요. 어어어엉~~~!!! ” 

 “ 자매님...자매님. 조금만 진정하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일인데요 ? ” 

 설마 규명이가 ? 일단 그런일이 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거듭 사태를 파악하려고 하는데 봉명을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현우의 말에 봉명은 그저 ‘지금 빨리 와달라’는 말만 반복한다. 헌데 그러고보니 봉명의 지금까지 현우에 대한 호칭이 ‘아저씨’니 ‘저기요’니 이런식이었지 현우를 오빠라고 부른적은 거의 없는데, 어쨌든 지금이 그거 따질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현우는 더 지체할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후다닥 옷을 챙겨입고는 모텔방을 나간다. 방안에선 지현이 그저 이 상황에 황당해하고 있을뿐이다. 

 

 현우가 허겁지겁 규명이 입원해있는 병원으로 달려갔을 때 아직 상황이 종료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연명치료를 계속 할것인지에 대한 봉명과 의사의 실랑이가 거듭되고 있었다. 

 “ 선생님...제발...상진이 오빠 올때까지만이라도...상진이오빠 올때까지만이라도 기다 

  려 달라고 했잖아요. ” 

 “ 지금 더 연명치료를 하는 것이 더 환자를 괴롭히는것일수도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 

  니다. 뭐 많이 힘들게 살아오신건 알겠는데...차라리 이쯤에서 오라버니를 편히 보 

  내드리는것도 동생된 입장에서 도리일수가 있어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 

 “ 선생님 제발...우리 오빠 유언을 상진이 오빠한테 전해줘야 한다니까요 !!! ” 

 “ 환자가 지금 의식조차 없는데 그 친구분이 오신들 알아보실수나 있겠습니까, 뭘 

  할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동생분이 어쨌든 유언을 오라버니한테서 전해 들으셨을 

  거 아니에요. 그러니 보호자분께서 그런 유언은 나중에 장례치르고 난뒤... ” 

 “ 선생님 제발... ” 

 현우가 병원에 도착했을때는 그때쯤이다. 의사가 현우 얼굴은 알아보는지라 이렇게 물었다. 

 “ 그...혹시...최...무슨 선생이라는 ? ” 

 “ 아...아니 저 전 최상진이 아니고 정현우입니다. 풍규명 환자와는 저.최상진 그리고 

  신상훈 목사까지 4인방으로 고등학교때 어울렸지요. ” 

 “ 그...어쨌든 보호자분께서...연명치료는 계속 해달라고 하시는데...안타까운 이야기 

  지만 사실 지금 거의 가망이 없는 상태입니다. 보호자 이야기가 뭐 환자가 옛 친 

  구들한테 전해줄 유언도 있다고 하던데... ” 

 “ 자매님... ” 

 일단 현우가 봉명을 달래려고 말을 건네보았다. 헌데 어느정도 상태가 진정이 된듯한 봉명은 모든걸 포기하고 체념한 듯 병실 복도 의자에 앉아 어두운 얼굴로 아무런 말도 없었다. 

 “ 자매님... ” 

 현우가 다시금 봉명에게 말을 건네보았지만 봉명이 대꾸가 없었다. 하는수없이 현우가 규명의 상태를 보러 병실안으로 들어가보았다. 

 “ 규명아... ” 

 그러나 산소호흡기를 단 규명은 대답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응이 있을까 싶어 규명의 팔을 살짝 흔들어보기도 했지만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좀 더 세게 혹시 기대를 걸고 흔들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되려 환자만 더 힘들어 하는 결과만 만들 것 같다 단념하기로 했다. 다만 풍규명의 침대 앞에 누워 잠시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 

 “ 주님...이 안타깝고 딱한 영혼...가련한 영혼을 천국으로 보내주실 것을 믿어 의심 

  치 않나이다... ” 

 그리고 규명의 손을 한번 살짝 잡아본 현우. 순간 규명의 소년가장으로 혼자 동생 넷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왔고 여태 장가도 못가고 독신이라는 규명의 지난 50년 인생이 전이라도 되는 느낌이라 현우도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규명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 현우. 마치고 나서 병실을 나와 의사에게 다가온다. 

 “ 선생님... ” 

 “ 어찌 하시겠습니까 ? ” 

 “ 제 생각에도 이쯤에서 규명이를 천국으로 보내는게 도리인 것 같네요. ” 

 결국 의사와 현우가 봉명을 거듭 설득 이쯤에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규명을 보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이제 규명은 더 이상 환자가 아닌 시신이 되어 병실을 나오고 있었다. 시트로 얼굴을 가린 규명의 침대 앞에서 봉명이 다시금 오열했다. 

 “ 우리 오빠 어떻게 해 !!! 엉엉엉~~~!!! 불쌍한 우리오빠. 상진이 오빤 한번 보고 가 

  야 할거 아냐 !!! 그런데 이렇게...그 얼마를 더 못 버티고 가면 어떡하냐구. 불쌍한 

  우리 오빠...상진이 오빠한테 전할말 있다고 헀잖아...상진이 오빠한테 부탁할게 있 

  다고 했잖아. 그런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해 !!! 바보 !!! 바보 !!! 상진이 오빠 올 

  때까진 기다려야지 !!! 상진이 오빠 올때까진 버텼어야지 !!! 그때까지도 못 버티고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구 !!! 유언 있다고 했잖아. 상진이 오빠한테 부탁할거 있다 

  구 했잖아. 근데 그 말도 전하지 못하고 가면 어떻게 해. 그럼 불쌍한 우리 오빠  

  유언...누가 상진이오빠한테 전해줘. 누가 우리 오빠 유언을 상진이 오빠한테 전해 

  주냐구 !!! 불쌍한 우리 오빠 !!! 상진이 오빠 올때까진 버텼어야지 이렇게 가버리 

  면 어떻게 해 오빠 !!! 어어어엉~~~!!! ”


 

 일반인이야 보통 3일장을 치르지만 그래서 사망한 시간이 애매하거나 곤혹스러워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가령 저녁이나 밤에 사망한 환자의 경우엔 다음날이 그냥 이틀째라서 빈소로 오는 조문객을 맞을 시간은 물론 연락하기에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심지어 유족조차도 지방이나 해외등 먼곳에 있을때는 장례치를때까지 미처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허나 자정을 넘겨 새벽에 사망하면 적어도 그 부분에 있어서는 유가족이 하루를 더 벌게 되는 셈. 여하튼 풍규명 환자의 경우엔 현우가 한밤중에 지현과 모텔에서 정사를 나누다 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온것이고 거기서 연명치료 문제와 관련 봉명을 설득한것이기 때문에 결국 봉명이 결단을 내릴때는 이미 자정이 훨씬 넘겨 있었다. 

 풍규명의 네 동생중 봉명이야 사실상 임종을 지켜본것이고 남동생 상명은 감옥에 있는 상황에서 상명의 부인이 연락을 받고 자기 아들과 함께 빈소에 도착했다. 상명의 경우에도 가족상을 당한 연고로 가석방 상태로 잠시 나와서 상을 치를 예정이다. 대전에 있는 여동생 정명 그리고 진도에 있는 막내 영명도 올라올 예정인데 여하튼 새벽에 풍규명의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되는 바람에 그런대로 여유있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다만 빈소에 찾아오는 조문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때문에라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가 쉽지 않지만 풍규명은 워낙 그렇게 혼자 동생들을 키우며 학교 졸업한뒤에도 이 지역, 저 지방을 떠돌며 힘들게 살아온터라 막상 풍규명이 죽은뒤에 연락할만한 친구나 지인,동료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령 안동에서도 여하튼 한동안 치료를 받다가 상태가 너무 안 좋다며 서울 병원에 입원을 시킨것이니 그땐 이미 규명도 더 이상 일을 못하는 백수상태가 되었으니 그때 친하게 지낼만한 지인,동료가 있을 리가 없고 봉명이 안동에서 전통문화 안내사를 하며 직장생활을 했지만 당사자도 아니고 당사자의 오빠가 죽었다는데 먼 안동에서 서울까지 올라올만한 직장동료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 현우가 풍규명의 소식을 수소문하러 알아보러 다니다 최상진을 찾아 돌아다니는 봉명과 극적으로 만난 것이 다행이라고 봐야할판이다. 그러니 그렇게 풍규명의 고등학교 시절 4인방중 현우는 규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봤고 정작 4인방중 규명과 가장 절친했던 최상진은 지금 독일에 있어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현우가 뒤늦게나마 신상훈 목사에게 연락을 취해 규명을 조문할 조문객은 사실상 이 둘 빼고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 상진이 오빠는 정말 아직도 연락이 안 돼요 ? ” 

 단순히 오빠의 학창시절 절친이 오지 않음에 대한 서운함이 아니라 그 최상진이란 친구한테 꼭 전해줘야 하는 오빠의 유언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허나 독일에 있는 상진이 연락이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답답해진 봉명이 현우가 가르쳐준 연락처로 다시 전화를 해보긴 했지만 ‘고객의 전화가 꺼져있으니 소리샘에 용건을 남겨달라’는 메시지만 돌아올뿐. 그래서 봉명은 더더욱 절망스럽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불쌍한 우리오빠. 흑흑흑~~~!!! ”  

 “ 저기 자매님... ” 

 보다못한 신상훈 목사가 봉명에게 다가와 말을 걸어보았다. 어쨌든 독일에 있는 상진은 지금 연락이 안 되고, 봉명은 거듭 전해야하는 규명의 유언이 있다고 하며 이렇게까지 안타까와 하니 절충안이라도 내세워야지 어쩌겠는가. 상훈이 봉명을 위로하며 말을 건넨다. 

 “ 상심이 크신건 이해하겠지만...차라리 그럼 저희한테 그 유언을 전해주시는게 어떨 

  까요 ? ” 

 봉명이 그런 상훈을 살짝 흘겨보는 가운데 상훈의 말이 이어진다. 

 “ 그 어쨌든...지금 상진이 그 친구는 외국에 있잖아요. 아마 일 때문에 많이 바쁜가 

  본데...그러니 차라리 저희한테 규명이 유언을 전해주세요. 그럼 저희가 나중에라도 

  상진이한테 전해주면 되는거니까. ” 

 봉명이 바보도 아닐텐데 왜 이 간단한 이치를 생각 못하는걸까. 허나 봉명은 오히려 버럭 소리를 지른다. 

 “ 안 돼요 그건 !!! ” 

 “ 아...아니 저 자매님... ” 

 봉명이 너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상훈은 물론 좀 떨어져서 서있던 현우까지 화들짝 놀랄 지경인데 봉명은 나름 처절한 절규처럼 이렇게 말하고 있다. 

 “ 그 유언은 꼭 상진이 오빠한테 전해줘야 하는 유언이란 말이에요. 불쌍한 우리오 

  빠가...상진이 오빠한테 전하라고 한 유언이라구요 !!! 상진이 오빠 외엔 그 누구에 

  게도 말할수 없어요. 오빠의 유언은 반드시 상진이 오빠한테 전해줘야 한단 말이에 

  요. 상진이 오빠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우리오빠 마지막 남긴 유언을 절대 말해줄 

  수 없어요 !!! ” 

  

 봉명은 규명의 유언만큼은 한사코 상진에게 전해야 한다며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상식적으로 이해 안되는게 봉명의 언행이긴 하다. 물론 규명이 자신의 입으로 직접 ‘상진에게 전해야할 유언’이라고 말하긴 했다지만 어쨌든 그 상진,규명등과 고등학교 시절 ‘4인방’으로 절친으로 어울렸던 정현우나 신상훈에게 전해선 안된다는 이유가 무엇인지. 무엇보다 지금 최상진이 독일에 있어서 금방 귀국이 안 되고 연락도 쉽지 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사코 ‘상진에게만 이 유언을 전해주어야 하고 다른사람에겐 말해줄수 없다’는 봉명의 태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 분명 있다. 

 물론 유언이 상식적으로 일단 가족들이 공유하게 되는것이고 경우에 따라선 주변 친구나 지인,동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돈많은 재벌이나 유명인사가 유산분배 문제같은 것을 유언으로 남길때는 변호사를 입회하게 해서 소위 ‘공증(公證)’의 절차를 밟게 되기도 하고. - 허나 풍규명의 경우엔 그 살아온 빈한하고 신산한 과정이 절대 무슨 가족이나 누구에게 줄 유산이나 재산같은게 있을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모아놓은 돈이 조금이라도 있더라도 그 사이 병원비로 다 써버렸을 가능성이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 또 그런 유명인사나 이런 사람들이 보통 세상에 전하는 유언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것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거나 혹은 해당 유명인사의 대변인이나 공보역할 같은 것을 담당하는 사람을 통해 그런 과정을 거쳐 알려지기도 한다. 허나 풍규명은 유명인사나 재력가는커녕 소년가장의 몸으로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동생 넷을 돌보며 장가도 못가고 나이 50이 다 될 때까지 힘들게 살아온 사람이고, 헌데 그런 사람이 그것도 학창시절 가장 절친이있다는 최상진에게 남기겠다는 유언. 대체 그 유언이 무엇이길래 봉명은 한사코 그것이 정현우나 신상훈에게도 말해줄수 없으며 꼭 최상진 당사자에게 전해야 한다는것인지. 지금 상진이 국내에 없고 연락이 안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상진이 오빠한테 직접 꼭 전해줘야지 다른사람한테는 말해줄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봉명의 태도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가는 면이 분명 있다. 

 사실 현우는 봉명에게 조금 화가 나 있다. 어쨌거나 애초 4인방 시절 친구들을 찾아나섰던 사람이 자신이고 그 과정에서 정작 30년만에 재회하게된 신상훈,최상진등은 풍규명의 존재에 대해 심지어 관심조차 없거나 그 사이 다 잊어버린것만 같은 태도였는데 그런 상황에서 혼자 풍규명의 소식을 수소문하려 돌아다녔던 사람이 자신이다. 헌데 바로 그런 현우를 바로 규명 오빠의 유언과 소식을 전해줘야 한다며 규명의 학창시절 절친인 최상진의 소식을 알고자 심지어 이산가족 찾기 벽보 비슷한 피켓까지 만들어 풍규명,최상진등이 살던 옛 동네를 돌아다니다 그렇게 극적으로 정현우를 만날 수 있게된 것 아닌가. 그렇게 풍규명이 지금 많이 위독하다는 사실도 병문안을 가고 심지어 규명이 상진에게 남기는 유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도 자신이고 심지어 그 한밤중에 ‘연명치료’ 문제를 담당의사와 상의할 때 ‘상진오빠 만나기 전엔 우리 오빠 절대로 못보낸다’며 안타깝고 처절하게 울부짖던 그런 봉명을 지켜보며 달래준 사람도 자신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 한밤중에 전화까지 받고 달려와 함께 규명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사람도 자신이고 심지어 어쨌든 상진에게 규명의 소식을 전하려고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던 사람도 자신 아닌가. 헌데 그런 자신조차도 무시해버리고 오직 ‘상진오빠에게 전해줘야하는 오빠(규명)의 유언이 있다’는 말만 거듭하고 있는 봉명의 태도. 아니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고 비밀스러운 유언이길래 어쨌든 고등학교때 함께 ‘4인방’으로 어울렸던 자신이나 신상훈 목사에게조차 전하지 못하고 꼭 최상진한테 직접 전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인연상으로 최상진이 초등학교때부터로 4인방중 풍규명과 가장 먼저 인연을 맺은 사람이고 또 따지고보면 상훈은 인연상으로 볼 때 중학교때까지 다른 동네에 살다가 이사를 와 새로운 고등학교에 다니게 된 ‘전학생’이나 다름없는 위치였기 때문에 여하튼 인연상으로도 현우가 풍규명,최상진등을 알게되는 순서가 가장 늦긴 했다. 게다가 굳이 따지자면 아무리 오빠의 친구고 친구의 동생이고 해도 풍봉명과 정현우는 엄밀히 말해 사실상 모르는 사이나 다름없다. 일단 학창시절 현우가 봉명을 보았던 것은 규명의 막내동생 영명이 아파서 입원을 했다고 했을 때 함께 문병을 가서 그때 초등학생이던 봉명을 병실에서 본게 유일하다. 심지어 풍봉명의 입장에선 오빠 규명의 친구로 최상진까진 구체적으로 알고 기억해도 정현우니 신상훈이니 이런 친구들까진 기억에 없는 듯 한데 그러니 이런식이라면 말이 오빠 친구고 친구 동생이지 그냥 ‘모르는 사람’이 아닌가. 따라서 봉명 입장에서 현우를 약간 경계하듯 바라보는 눈빛이 있더라도 이해 못할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리 그래도 제일먼저 풍규명 소식을 수소문하며 돌아다니다 그렇게 극적으로 만났고 규명의 아프다는 사실을 안것도, 상진에게 전할 유언이 있다는것도 먼저 알게된 것이 자신이고 그래서 자신이 상진에게 규명의 소식을 전해주려 어떻게든 노력했으며 심지어 한밤중에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와 함께 규명의 마지막 가는 순간을 지켜봐주기까지 했다. 헌데 그런 자신에게까지 전해주지 못하는 풍규명의 비밀이자 유언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느덧 발인날이 되었고 봉명은 화장실에서 혼자 슬피 울었다. 초등학교때부터 무능한 부모님 때문에 사실상 혼자 동생 넷을 돌봐야하는 소년가장 역할을 했고 그 때문에 대학도 졸업하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부터 공장노동자나 중소업체 직원등을 전전하며 그 고생을 하며 동생 넷을 다 키운 그런 오빠. 그러다 나이 50이 다 되어 장가도 못가고 병마로 오래 고생하다 이렇게 떠나버리게 되는 오빠를 생각하면 다시금 그 억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 풍규명의 마지막 유언이라는것마저 그 전해달라는 당사자인 규명의 생전 절친인 최상진에게조차 전해줄길이 막연해졌으니 동생 입장에서 그 애끓는 심정은 오죽하랴. 화장실 안에서 봉명의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밖에까지 들려왔다. 

 신상훈 목사는 목회일정이 바빠 아침에 가버렸고 결국 현우 혼자만이 규명의 유가족들과 함께 규명의 마지막 가는 모습까지 지켜봐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례는 화장으로 납골당에 안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을 택하게 되었고 그 화장장까지 현우가 따라가게 된 것이다. 화장장에서 규명의 시신이 화장되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보며 봉명은 또 한바탕 울부짖었다. 

 “ 오빠아아~~~!!! 불쌍한 우리오빠 !!!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 !!! 상진이오빠한테 전 

  할말 있다고 헀잖아...오빠 마지막 소망이라면서...오빠 마지막 남은 소망이라면서 

  그렇게 말해놓고서...상진오빠 오기도 전에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 최소한  

  상진이 오빠 올때까지는 버텼어야지. 그래서 상진이 오빠한테 오빠 마지막 소망... 

  마지막 유언 전해줘야 하는거잖아. 근데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 상진이 오 

  빠한테 오빠 마지막 소망 전해주기로 해놓고..그것조차 못하고 가버리면 어떡하냐구 

  불쌍한 우리오빠... ” 

 현우가 차마 지켜보다 참을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에 봉명을 달래보려고 다가왔다. 허나 봉명은 그런 현우를 거세게 뿌리치며 소리만 지른다. 

 “ 가 !!! 니까짓게 뭘 안다구 그래 !!! ” 

 “ 예 ? 예엣... ” 

 화들짝 놀라 현우가 몇걸음 뒤로 물러섰고 그렇게 규명의 마지막 화장되는 모습은 진행되고 있었다. 

 사실 현우는 얼마후 상훈을 만났을 때 이렇게 불만을 좀 토로하긴 했다. 그때 상훈은 이렇게 대꾸해주었다. 

 “ 아니, 난 도대체 이해가 안 가. 도대체 무슨 유언이길래 나나 너한테는 전해주면 

  안된다는건데. 상진이한테 연락 안된다고 그렇게 여러번 말했는데도...한사코 그렇 

  게 상진이한테만 전해야하는 유언이고 상진이한테만 전해야하난 규명이 마지막 소 

  망이라면...아니 도대체 얼마나 은밀하고 중차대한 소망이고 유언이면 그렇게 되는  

  거야 ? ” 

 “ 다 그만한 사정이 있겠지 뭐. ” 

 “ 아니 그리고 상진이도 그래. 어쨌든 지가 가장 풍규명과 친했다면서 심지어 초등 

  학교때부터 같은반으로 그때부터 쭉 규명이를 지켜봤다면서...내가 지금 할 일없이 

  쓸데없이 지한테 전화한거 아니잖아. 다른 사람도 아는 풍규명 소식을 지한테 전화 

  하려고 한건데 거기에 전화 한통,문자 한통 없이 이렇게 해버리면 대체 어쩌자는  

  거냐구. ” 

 “ 상진이도 다 바쁘니까 그렇겠지. 상진이가 독일에 출장간거지 놀러간게 아니잖아. 

 ” 

 평상시 사려깊고 진중한 상훈의 답변이라서 현우는 거기에 더 이의제기를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혼자 씁쓸한 미소만 지어보일뿐이다. 

 

7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