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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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지수 (3)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써니 2020 

                                              - 우정, 그후 30년 

 

 신상훈 목사의 인도로 주기철 목사 순교탑까지 가서 기도하는 자리를 갖게된 정현우. 헌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상훈이 다시 현우를 불렀다. 현우로서야 30년전 친구 상훈과 이렇게 다시 자주 만나게 되는게 좋은일이긴 하지만 여하튼 현우도 공사다망한 인물이기도 하니 좀 성가셔지기도 하고 의아해지기도 해 상훈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뭐야, 갑자기 또 왜 보자고 한건데 ? ” 

 “ 실은 내가 깜빡하고 묻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것 같아서... ” 

 “ ??? ” 

 “ 헌데 정의원 자네 이혼했다면서 ? ” 

 순간 좀 당황하는 현우. 하지만 어차피 국회의원쯤 되는 공인신분이면 사생활은 어느정도 노출되는게 불가피한 위치에 있고, 게다가 그 이혼 자체가 이미 오래된 일이라서 인지 현우는 그런대로 담담하게 답한다. 

 “ 아, 그거. 실은 좀 그렇게 되었어. 그리고 뭐 어차피 다 지난일인걸. 벌써 10년도 

  넘은 일이야. ” 

 “ 어쩌다 그렇게 된건데 ? ” 

 “ 뭐...성격차이도 있고...살다보니 이런저런 안 맞는 일도 있고 해서...그래서 갈라선 

  거지 뭐. ” 

 “ 아이들은 ? ” 

 “ 아이들은 둘인데 다 내가 키우고 있고. 그러고보니 걔네들도 어느덧 고등학생, 중 

  학생이네 그래. ” 

 새삼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답하고 있는 현우. 그런 현우에게 상훈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사과의 말을 올린다. 

 “ 미안해. 내가 진작 그런걸 좀 챙겨봤어야 하는데 알지를 못했네. ”  

 “ 하하...별 소리를...그리고 어차피 피차 30년동안 연락 없다가 다시 만나게 된 것  

  아닌가. 너무 개의치 않아도 돼. ” 

 “ 현우야 그러지말고... ” 

 상훈은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거짓말을 해야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긴 하나 그래도 공연히 긴장이 된다. 실은 일전에 상진이 상훈에게 현우가 이혼한 사실을 알려주며 그의 재혼을 추진해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때 이런말을 덧붙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좀 긴장이 되는 것이다. 

 “ 나는 모르는걸로 할테니까 신목사가 한번 나서서 주도하는걸로 해 봐. 어쩄든 두 

  사람이 그래도 학창시절 가장 절친이었으니까. ” 

 원래 애초에 신상훈은 현우의 이혼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는 것을 30년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자랑스레 늘어놓은 것 아닌가. 그래서 현우의 이혼사실을 알고 있는 상진이 당황해서 주의를 준 것이고. 여하튼 30년전 절친 앞에서 실수를 한 모양새인지라 그 점을 배려해서 자신이 뒤로 빠질테니 상훈이 직접 주도해서 현우의 재혼자리를 알아보는 것으로 일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그와같이 한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상훈도 남몰래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을 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럼 재혼은 안 할 생각이야 ? ” 

 “ 재혼은 무슨...나이가 벌써 몇인데...이래저래 나한테 그냥 여자는 더 이상 인연이 

  없나보다 하고 사는거지 뭐. ” 

 “ 아무리 그래도...어쨌든 국회의원이란 직업이 내조자의 역할도 중요하잖아. ” 

 그런 정도 상식은 상훈에게도 있는지 그와같이 말한다. 무엇보다 얼마전 정현우 의읜을 직접 주기철 목사 순교탑까지 데리고가서 ‘세상권력을 탐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겠노라 맹세하는’ 기도를 하라고까지 했던 그런 신상훈 목사가 아니던가. 그래서 이래저라 국회의원으로서의 내조자 역할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는 상훈. 허나 현우는 태연자약하게 답한다. 

 “ 그것도 뭐...다행히 보좌관들이 다 똑똑하고 유능한 친구들이라셔 (* 여명이나 함초롬만큼 

    똑똑하고 유능한 친구들이라서) 배우자고 뭐고 굳이 그런 부재를 느끼지 못할만큼 잘 해내고  

  있어.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 정의원... ” 

 정색을 하고 현우를 불러보는 상훈. 진심으로 하는 말인지 일부러 그러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더더욱 이런식으로 나오는 현우가 안쓰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상훈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그러지말고 한번 재혼을 생각해보는게 어때. 실은 내가... ” 

 “ ??? ” 

 “ 한번 정의원의 배우자감으로 어떤 자매가 좋을지...뭐 지난 한 며칠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몰래 기도하며 고민해 봤어. ” 

 어차피 30년만에 현우와 재회한지 얼마되지 않는 상황이니 ‘오래전부터 기도해왔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될테고 여하튼 며칠간이든 몇주간이든 그런 고민을 하며 기도해왔고 말하고 있는 상훈. 허나 현우는 거듭 손을 내저으며 말하네. 

 “ 하하 참...생각없대두 그러네. 거기까지 신경써준건 고맙지만 지금은 그냥 내가 생 

  각이 없어. 지금 이대로가 편해. ” 

 “ 그러지말고...정말 신실하면서도 웬지 자네에게 어울릴법한 자매를 한번 생각해 봤 

  으니 한번 생각해봐 정의원. ” 

 “ 나한테 ? ” 

 글쎄. 과연 무슨 의미로 이런말을 하는것일까. 여하튼 신상훈이든 현우든 둘 다 크리스찬이니 일단 그 문제부터 신경을 썼을것이고 게다가 ‘현우가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던 상진의 귀띰도 지난번에 있지도 않았던가. 거기다 이혼한 처지에 아들 둘을 혼자 거두어 키우고 있는 몸. 게다가 국회의원 신분으로서 내조자의 역할도 어느정도 중요할테고. 그런 모든 조건을 생각해본다면 여간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다. 헌데 대체 어떤 자매를 그런 현우에게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건지. 일단 상훈의 말이 조심스레 이어진다. 

 “ 박민규 장로님이라고...우리교회 장로님이시기도 하지만 그 장로님한테 사촌동생이 

  하나 있어. ” 

 “ 장로님 사촌동생 ? ” 

 장로님 사촌동생이라면 대체 나이는 어느정도일까. 사실 요즘 세대들에겐 이런 경우도 흔치 않겠지만 대략 60-70년대생은 물론 80년대 초,중반 태생까지도 그 부모님 세대까지가 보통 8남매,9남매씩 낳던 시절의 세대니 자연스레 열 살차이도 나지 않는 이모나 고모 혹은 외삼촌이 있는 경우도 흔했고 심지어 그런 이모나 고모,외삼촌이 시집,장가 가기 전까지 함께 살던 경험도 종종 있을 것이다. - 심지어 80년대 어린이,청소년 드라마에도 초등학교 4,5학년 정도 되는 주인공이 열 살차이도 나지 않는 이모나 삼촌과 같이 사는식의 설정은 흔하게 있었다. 따라서 그런 이모나 고모등이 결혼해서 사촌동생이 생겼다면 그 사촌동생과 심지어 스무살 이상까지 차이가 날수도 있는 경우도 흔하게 있을수 있는 세대다. 다만 형제가 많아야 한두명 정도이던 세대가 대략 80년대 이후 부터니 이후 세대에겐 스무살 차이나는 사촌도 그렇게 쉽게 상상이 되거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례는 아니겠지만 70-80년대생까지만 해도 흔하게 경험해본 세대. 대체 장로님 사촌동생이라는 이의 나이가 어느정도 된다는 것인지 일단 현우 입장에서 가늠이 안 되지만 또 그런 사촌동생을 상훈이 알고있다는것도 쉬이 납득은 안 가는 일일 것이다. 예전처럼 5대8촌이 한 동네에 사는 시절이라면 모를까, 그런 장로님의 부모 형제관계가 어찌 되었든 성인이 된뒤엔 각기 결혼해서 생업에 종사하느라 다른 지역에 살면서 명절때나 모이고 그렇게 살았을것이고, 신상훈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에 장로가 한둘은 아니고 한 수십명은 될터이니 그 많은 장로중에 한 사람의 사촌동생에 대해 상훈이 그렇게 세세하게 안다는 것은 좀 흔한 사례는 아닐 것이다. 일단 여전히 의아해하며 짐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우를 보며 상훈의 설명은 좀 더 이어진다. 

 

 “ 박민규 장로님이라고 우리교회 장로님이신데...여덟살 차이나는 막내 고모님이 계 

  셔. 어릴때는 고모님 시집가기 전까지 한 집에서 같이 살기도 했었는데...이후엔 각 

  자 생업에 종사하면서 뿔뿔이 흩어지긴 했지만...어찌어찌 하다보니 한 10년전쯤부 

  터 고모님 가족들과 가까운 동네에서 살게 되었다고 하더군. ” 

 “ 그런데 ? ” 

 “ 그 박장로님 막내 고모님한테 딸이 둘 있어. 그중 큰딸이 지금 서른살이고... ” 

 어쨌든 장로쯤 되는이와 여덟살 차이나는 막내고모라면 나이가 지금 한 50대 후반쯤 된다고 치고 그런분에게 서른살 남짓한 딸이 둘 있다는건 그런대로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헌데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다. 상훈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큰 딸 이름이 성지현이라고 하는데...물론 우리 교회에 다니고 있고...근데 좀 특 

  이한 기도를 하고 있더군... ” 

 “ 특이한 기도라니 ? ” 

 “ 엄마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하고 있다더군. 꽤 오래전부터... ” 

 “ 이 사람이 지금 누구 놀리나 ? 아니, 여자가 결혼해서 애를 낳으면 당연히 엄마 

  가 되지 아빠가 되나 ? ” 

 애초 이 대화의 주제가 현우의 재혼과 관련한 맞선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나온 이야기 아닌가. 헌데 엄마가 되겠다는 기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서른살의 자매. 그리고 장로님의 사촌동생이라니. 그게 대체 어쨌다는것인지 현우로선 더더욱 어리둥절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상훈이 일단 그런 현우를 달래며 말을 이어간다. 

 “ 내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니라...단순히 결혼해서 무슨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면서... 

  현모양처가 되고싶다...그런게 아니라... - 사실 나도 처음엔 지현자매의 기도제목을 

  그런 의미로만 이해했는데... ” 

 “ 그럼 뭐 그게 아니라는 소린가 ? ” 

 “ 이 다음에 부모없이 자란 불쌍한 아이라던가 그런 아이를 자신이 친 엄마처럼 거 

  두고 싶다는...그런 좀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나 할까...그런 기도를 하는 자매였어. 

 ” 

 “ ...... ” 

 “ 사실 나도...난 어쨌든 담임목사고 또 장로님의 그런 사촌동생이라고 하니 종종  

  만나서 이야기 나눌 기회도 있고 했지만...말이 그렇지 그런 기도가 어디 그렇게 쉽 

  게 이뤄질 기도일까 하고 크게 의미를 두거나 담아두진 않았어. ” 

 “ 그래서 뭐 ? 그런 자매니까...뭐 내 재혼상대나 아닌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새 

  엄마가 될만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런 뜻인게야 ? ” 

 “ 일단 한번 만나봐. 이래저래 자네에게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을 상대일 것 아닌 

  가. ” 

 ‘엄마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서른살의 자매. 그렇다면 그 기도에 나중에 이른바 아이가 있는 이혼남이나 사별남을 만나고 싶다는 (또는 그런 경우라도 감수하겠다는) 그런 의미도 포함이 되는것인지는 모르겠다. 허나 여하튼 상훈은 지금 현우의 재혼상대로 그런 자매를 거듭 추천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현우가 재혼생각 자체가 없긴 했지만 여하튼 30년만에 만난 고등학교 시절 절친인 상훈이 애써 마련해주는 자린데 너무 야멸차게 거절하는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문제(!)의 자매를 만나보기로 생각은 했다. 약속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해당 장소로 나간날. 그야말로 소개팅같은 분위기로 상훈이 두 사람을 서로에게 인사시키고 그리고 상훈이 자리를 피한뒤 두 사람의 대회가 이어진다. 

 “ 목사님으로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어요. ” 

 “ 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여러가지로 부족한것도 많고 변 

  변찮은 사람입니다. ” 

 “ 신앙생활은 꽤 오래 하셨다고 들었는데... ” 

 “ 아...하하...그거야 뭐. ” 

 거짓말은 분명 아니지만 괜시리 쑥스러워져서일까. 현우가 살짝 얼굴이 붉어진다. 여하튼 현우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동기가 고등학교때 지역 대형교회 목사님의 아들이기도 한 신상훈과 함께 어울리다 보니 그 영향을 받아 처음으로 교회에 나가게 된것이고 그때부터 신앙생활은 어쨌든 쭉 이어져왔으니 어느덧 30년이 넘는 시간이다. 설사 권사나 장로쯤 되는 직분은 없다고 하더라도 신앙연륜이 꽤 된것만은 분명한 사실. 다만 현우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간다. 

 “ 전 어쨌든 이혼전력도 있고 고등학생,중학생 아들까지 있는 사람입니다. ” 

 “ 알고있어요. ” 

 신상훈 목사가 현우에 대한 이야기를 지현에게 하면서 그 정도 소개는 자연스럽게 헀을터이고, 헌데 과연 ‘엄마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오래전부터 해왔던 이 성지현이란 여자는 그런 현우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일단 지현의 말이 이어진다. 

 “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전 그냥 어릴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했어요. 주위 

  에 가령 어릴 때 한동네 사는 이웃 아주머니네 애기들을 대신 돌봐준다던그 그러 

  는 일도 종종 있었고... ” 

 여하튼 지현의 말은 ‘어릴때부터 아이들을 돌보거나 할 기회가 종종 있었고 그래서 그때부터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게 ‘엄마가 되고 싶다’는 기도를 오래전부터 해오게 된 동기라고나 할까.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 다만 현우는 좀 혼란스러운 심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현우는 집으로 돌아와 방안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었다. 여하튼 30년만에 만난 친구 상훈이 기껏 신경써줘 마련한 소개팅자리니 너무 야멸차게 거절만 하는것도 예의가 아닌듯해 나간 자리이긴 하지만 원래 그래서 현우 생각은 적당히 이야기 좀 나눠보다 정히 안 맞는게 많으면 그걸 핑계삼아 그 정도선에서 헤어질 생각이었던 것이다. 허나 막상 그렇게 만나본 지현은 뭐라고나 할까. 딱히 좋거나 마음에 들었다기 보단 ‘이대로 그냥 보내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 내가 갖기는 부담스러워도 남 주기엔 뭔가 아까운 그 정도의 위치 ? 여하튼 현우는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확실하게 하고 자리를 마무리한 것은 아니지만 묘한 아쉬움과 야릇한 감정을 남긴채 돌아온 것이다. 

 헌데 지금 현우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비단 이 문제 때문이 아니다. 실은 지금 현우는 마치 지구로 가야하는데 안드로메다로 가야하는 열차를 잘못탄것만 같은 그런 혼돈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애초에 현우가 상훈이나 상진등을 만나보려 한 것은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함께 어울렸던 ‘4인방’을 다시금 만나고 싶다는 바램도 있었지만 사실 그중에서도 특히 소식을 궁금해했던 친구가 풍규명이란 친구였다. 

 정현우,신상훈,최상진,풍규명. 이렇게가 정확히 H고등학교 시절에 함께 어울려 다녔던 ‘4인방’이다. 허나 고3이 되어 대학입시를 치를 때 이중 현우와 규명은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고 상훈과 상진은 바로 대학에 붙었다. 다만 정확히는 상진은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무난히 합격하였으나 상훈은 부천의 신학대학에 그것도 붙는것보다 떨어지는게 더 어려울정도로 경쟁률이 낮았던 학과에 붙었던것이고 현우는 이후 재수에 도전했고 풍규명은 아예 집안형편등의 문제로 애초에 대학진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처지다. 그렇게 각자의 처지별로 뿔뿔히 흩어져 자신의 길을 가야만했던 네 사람. 다만 여하튼 서울에 있는 대학이든 부천에 있는 신학대학이든 대학을 붙은 상훈과 상진 두 사람은 이후에도 가끔씩 연락이라도 주고 받으며 인연을 이어져내려왔고 현우는 아후 나름 파란만장한 20대를 겪으며 나중에 뒤늦게나마 전문대의 문창과에라도 들어가긴 했지만 여하튼 상훈,상진등과의 인연은 이미 끊어진지 오래였다. 헌데 그 상훈,상진과의 30년만의 재회를 추진하면서 실은 풍규명의 소식에 대해 가장 궁금해했던 것이다. 

 

 4인방중에 가정환경은 풍규명이 가장 열악하였다. 그게 규명이 어쨌든 대학에 도전한 나머지 세명과는 달리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지만 현우는 아버지가 당시 언론사 간부이셨고 상훈은 아버지가 OO구에서 유명한 대형교회 목사. 상진의 경우엔 그 당시 우리사회에서 중산층 이상에 속할수 있다고 볼 수 있는 현우나 상훈에 비해선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편이긴 했지만 상진의 아버지가 택시기사로 어쨌든 상진과 그 여동생 두 남매를 키우는데 그렇게까지 열악한 가정환경은 아니었다. 

 반면 풍규명은 무능한 아버지에 일찌감치 집을 나가버려 부재한 상태나 다름없는 어머니까지. 그런 환경에서 혼자 네명의 동생을 돌봐야하는 5남매중 장남으로 사실상 자신이 집안에서 가장의 역할을 도맡아하다시피 했다. 그래도 중학교때까진 정상적으로 학교는 다닐수 있었던 풍규명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정상적으로 학교에 나오는 날보다 못나오는 날이 더 많아졌던 이유는 바로 그런 환경에서 네명의 동생들을 보살피려면 자신이라도 사소한 알바라도 뛰어 돈을 벌어 가족들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 초등학교,중학교를 강남에서 나온뒤 고등학교를 집안이 OO구로 이사를 와서 그곳의 고등학교에 진학 사실상 전학생이나 다름없던 현우와는 달리 규명의 가정환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초등학교때부터 같은반이기도 했다는 최상진이었다. 초창기 규명의 그런 집안 사정을 잘 모르고 함부로 이야기하던 현우를 나무라기도 했던 그런 학생이 최상진이다. 심지어 동생들을 돌보느라 알바를 뛰어야 하기 때문에 학교에 자주 못나오는 풍규명을 그저그런 흔한 깡패,날라리쯤으로 지레짐작하고 함부로 말하던 한 담당과목 선생님에게 거칠게 항의까지 했던 그런 최상진이 아니던가. 여하튼 고3을 지나 대학입시를 치르고 현우는 대학에 떨어졌고 상진과 상훈은 대학이 붙었는데 그보다 앞서 일찌감치 대학진학을 포기해버린 풍규명은 나머지 세 친구가 대학입시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넷이 같이 한 자리에 만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그리고 적어도 다른 세사람보다는 한 1-2년이라도 먼저 사회생활 경험을 해본게 있어서일까. 규명은 어쩌면 이 자리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떤 안타까움,절박함 그리고 가슴아픈 심정을 담아 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 최상진 !!! 신상훈 !!! 정현우 !!! 우리 이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는거지 ? ” 

 그로부터 30년 세월이 흐른것이고 현우의 경우에는 대학에 떨어진 처지로 자격지심 때문에라도 대학에 붙은 상훈,상진과는 자연스레 연락을 끊어버렸다. 나중에 현우도 전문대의 문예창작학과에 뒤늦게나마 진학을 하게 되긴 하지만 이미 그때는 나름의 파란만장한 시간을 보내느라 상훈이든 상진이든 모두 연락이 끊긴지는 오래.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러 적어도 신상훈,최상진과는 감격의 재회를 하게된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까지 된 몸으로 결국 OO의 그 유명한 대형교회를 아버지의 뒤를 이어 담임목사로 시무하게된 신상훈 목사를 찾아갈때까지만 해도 이런식으로 최상진,풍규명까지 4인방과의 재회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것이라 예상했었다. 허나 어찌된 영문인지 대기업 본부장으로 있다는 최상진하고의 만남까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는데 어쩌다보니 그 다음부터의 순서가 배가 산으로 가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우는 원래 이제 상진까지 만나게 되었으니 그 다음은 풍규명과 만나게 되겠구나 자연스레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현우의 뇌리에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세사람은 대학입시에 도전하고 풍규명은 대학진학을 포기한 상황에서 입시가 얼마남지 않았을 때 만난 네 사람. 이미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일반직장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던 풍규명이 눈물까지 지어가며 절박하게 말하던 그 목소리와 분위기를. 최상진,신상훈,정현우. 이렇게 세 친구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르며 ‘우리 이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는거지 ?’ 하면서 눈물짓던 그 모습이 사실 현우에겐 지나 30년 좀처럼 잊혀지지 않던 한 장면이기까지 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최상진하고까지의 재회까진 순차적으로 잘 이루어졌는데 그 다음 순서는 풍규명과의 재회가 아니라 엉뚱하게도 자신의 재혼문제 이야기가 나오고 신상훈 목사가 직접 자신의 교회 장로 사촌동생이라며 한 자매를 추천 그런 자매와 소개팅 자리까지 갖는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고보면 신상훈은 그 사이 마치 풍규명을 잊은 듯 그 시절 함께 어울리던 멤버가 4명인 ‘4인방’이 아닌 세명인 ‘3총사’로 잘못 기억하고 있기까지 했다. 뭐 그거야 세월도 그동안 많이 흘렀고 신상훈 목사도 어느덧 나이 50에 이르고 있으니 기억력이 차츰 쇠퇴하고 있어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최상진조차 풍규명의 소식을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좀 이해가 안가는 일이긴 했다. 

 일단 아직까지 현우는 뭐 그리 크게 고민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여하튼 초등학교때부터 같은반이기도 했고 그때부터 풍규명을 곁에서 지켜주었다는 상진은 바로 그런 규명의 가장 절친이 아니었던가. 그러니 자신이나 상훈은 몰라도 풍규명 정도는 상진과의 교류가 그때까지 쭉 이어져오고 있으려니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다. 여하튼 규명이 소식이야 상진한테 전화하면 바로 알수 있으려니 생각하고 일단 상진에게 전화는 해 보았다. 상진이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 최상진... ” 

 “ 어, 무슨일이야 정의원 ? ” 

 “ 어...별건 아니고. 근데 그러고보니 내가 풍규명하곤 아직 못 만났네 ? ” 

 “ 누구 ? ” 

 설마 그 이름을 잊었을리는 없을테고 혹시 자신의 발음이 어눌해 상진이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현우가 목소리를 한옥타브 높여 강조하듯 말하기까지 했다. 

 “ 풍규명말야. 너랑은 가장 친했었잖아. ” 

 “ 몰라 !!! ” 

 “ 모른다고 ? ”  

 순간 현우가 당황할 지경이었다. 바로 얼마전 현우와 재회할때는 ‘정의원’ 하며 반갑게 달려와 안아보기까지 하면서 심지어 왜 그간 연락한번 없었냐며 대학가도 계속 만나기로 하지 않았었냐며 그 서운함을 표출했던 그 모습과는 달리 규명의 경우엔 별다른 고민도 없이 어떤 감정의 흔들림도 없이 그냥 시큰둥하게 간략하게 대답하는 것이다. 

 “ 아니, 짐깐. 그러니까 자네가 풍규명 소식을 전혀 모른단말야. ” 

 “ 모른다니까. ”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상진이 그런 것을 굳이 숨길 이유도 없고. 다만 상진이 고등학교 시절 얼마나 풍규명을 걱정하고 안타까와했는지를 생각하면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다시금 현우는 확인을 해보려고 했다. 

 “ 규명이랑 자네가 가장 친했었잖아. 그런데 그후 풍규명 소식을 전혀 못들어봤다구 

  ? ” 

 “ 모른다니까. 그 뒤론 어쨌든 한번도 못만나봤으니까. ” 

 상진은 좀 성가셔진다는듯한 투로 나오기까지 하고 그러다 화제를 돌연 바꾸는 모습마저 보인다. 

 “ 아, 참 그리고 정의원.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잘 되었네. ” 

 풍규명의 소식이야 어찌되었든 자신의 관심사안이 아니라는 듯 넘겨버린 상진이 그 다음에 꺼낸 말은 이와같았다. 

 “ 실은 내가 한달여 정도 독일 출장을 갈 예정으로 있거든. 그래서 한동안 자네들  

  못보게 될거 같아서 그전에 한번 만나서 식사나 한번 하고 싶어 그러는데 괜찮겠지 

  ? ” 

 “ 한달동안 독일로 출장을 간다구 ? ” 

 “ 응, 좀 어찌어찌하다 회사 사정이 여의치않게 돌아가다보니 좀 그렇게 되었어. ” 

 대체 무슨 사정이 있기에 한달씩이나 독일출장을 간다는것인지. 좀 의아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러기전에 현우,상훈등과 한번 만나 식사나 하고 싶다는 상진의 생각. 일단 현우 입장에서 그리 어려운일은 아니지만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정현우도 어차피 한동은 스케줄은 꽉꽉 차 있어서 쉽지 않다는듯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 자네가 외국까지 나간다는데...중간에 한번 만나봤으면 좋긴 한데...시간이 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여하튼 시간이 나면 한번 만나보도록 하지. ” 

 “ 그래 정의원. ” 

 “ 근데 풍규명 소식은 정말 모르는거구 ? ” 

 “ 모른다니까 !!! ” 

 다른건 몰라도 풍규명 소식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는 대답만 일관되게 나오고 있는 상진. ‘니들 싸웠니 ?’ 하는 질문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을 정도로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 최상진과 풍규명의 친분이 어떠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 상진의 태도이기도 하다. 5남매중 장남이고 무능한 부모님 때문에 사실상 자신이 가족생계를 책임져야만 했던 소년가장 풍규명. 그 규명을 누구보다 안타까와 하며 곁에서 지켜주던 최상진이 아무리 한 사람은 4년제 대학에 바로 합격하고 한 사람은 진작에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기로 두 사람이 그 뒤론 전혀 연락도 취하지 않고 만나보지도 못하다니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일이지만 모른다고만 하는 친구를 더 귀찮게 할수도 없어서 일단 그 정도에서 통화를 마무리하긴 한다. 허나 현우의 머릿속은 다시금 혼란스러워진다. 

 



 한편 현우는 얼마후에 지현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원래 현우가 재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다가 상훈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맞선자리까지 갖게 된것이지만 막상 그렇게 만나보게 된 스무살 연하의 지현이 생각보다 그리 싫지는 않았던 것일까.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게 된 것이다. 시내의 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지현이 현우에게 묻는다.
 

 “ 근데...이혼은 어떻게 하시게 된 거에요 ? ” 

 “ 하하...참...글쎄요... ” 

 그냥 가끔 만나는 친구나 지인의 물음이라면 적당히 얼버무리던가 하기라도 할텐데 이미 그럴수는 없을 것 같은 상황이라서일까. 현우는 그냥 솔직하게 답하기로 한다. 

 “ 그냥 살다보니 여러 가지로 안 맞는게 많았다고나 할까요. 그냥...하나부터 열까지 

  총체적인 난국이었어요. 그러다보니...결혼생활 자체가 제게 맞지 않는 옷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 

 “ ...... ” 

 “ 사실 젊은 시절엔 막연히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냥 취미나 기호가 비슷해서 친 

  구처럼 평생 같이 어울릴수 있는 그런 인연을 만나고 싶다...그리고 왜...신문이나 

  잡지 기사같은데도 그런 기사는 흔히 나오잖아요. 가령 사내커플이라던가...또 연 

  예계나 문화,예술계를 봐도 그렇게 비슷한 업종에 종사하다 정분이 싹터서 커플 

  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고...그런식의 일종의 ‘동지적 결합’이라고나 할까. 대충 취 

  미나 기호도 비슷하고 서로의 비전이나 꿈도 비슷해서...오랫동안 함께 같은길을 

  갈 수 있는 그런 만남을 소망했던거거든요. ” 

 “ 그런데 전부인의 경우엔 그렇지 못했다는 뜻인가요 ? ” 

 “ 뭐...결론적으론 그렇게 된 셈이네요 뭐. ” 

 이혼까지 한 마당에 그리고 ‘안 맞는게 너무 많았다’고 이혼사유까지 굳이 밝힌판에 이와같은 물음에 ‘아니다’라는 답을 하면 그게 거짓말이 될터이고 그래서인지 현우는 싱겁게 시인하는 답을 해버리고 만다. 그런 현우를 보며 지현이 다시 묻는다. 

 “ 자녀분은 지금 현우씨가 키우고 계시다면서요 ? ” 

 “ 네. 어쨌든 제 아들들이니만큼 제가 끝까지 책임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기 아이 

  들을 직접 키우며 지금까지 살아온거죠 뭐. ” 

 “ 두분 자녀분은 그럼 지금 어떤데요 뭐 ? ” 

 솔직히 당사자 입장에서 진짜 답하기 힘든게 자식들 문제다. 무작정 자식들 자랑을 늘어놓는것도 그렇고 흉을 보기도 그렇고. 게다가 현우는 어쨌든 재혼하길 바라는친구의 권유로 소개받은 그런 상대 여성앞에서 이런 물음에 답을 해야하는 상황 아닌가. 그러니 더더욱 답하기 난감한 상황. 현우가 호흡을 좀 가다듬는 듯 하다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솔직히 전...저의 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그러다보니... ” 

 “ ...... ” 

 “ 사실 – 현실적으로 뭐 거의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 가급적 절 안 닮은 2세가 

  태어나길 바럤었어요. 뭐 결국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바램을 가졌던거지만...후 

  우... ” 

 그리고는 한숨을 내쉬는 현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결국 우려했던 상황대로 가고있는거라고나 할까요 ?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 두 녀석 다...대체로 말수도 적고...삐지면 한 며칠씩 가고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한 녀석은 인문계에 관심이 많은걸 보면 확실히 절 닮은 것 같고 반대로 둘째녀석 

  은 되려 과학쪽에 관심이 있는걸 보면 저보다 할아버지를 닮은게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들고... ” 

 씁쓸히 미소지으며 말하고 있는 현우. 일단 그의 말은 계속된다. 

 “ 무엇보다 아무래도 이혼가정에서 자라게 된 녀석들이니 알게모르게 그늘이나 어두 

  움이 느껴지는 그런 녀석들이죠. 그러다보니 이게 다 제 책임이다 하는 생각에 늘 

  미안한 마음뿐인거죠. ” 

 “ 제가...사랑으로 감싸안아야겠네요. ” 

 “ 네 ? ” 

 순간 좀 당황한듯한 현우의 모습. 뭘 잘못 들은것인가 싶기도 하고. 물론 지금 현우와 지현은 여하튼 소개팅을 통해 만나 만남을 이어가는것이지 무슨 오가다가 우연히 만났거나 어느어느 동아리에서 함께 어울리다 알고 지내게 된 그런 사이는 분명 아니다. 꼭 결혼을 전제로 하고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사실상 그 방향을 생각하고 지속되는 만남. 허나 아무리 그렇기로 그리고 현우가 애딸린 이혼남인걸 뻔히 알고 만나는 자리이긴 하지만 대놓고 자신이 ‘사랑으로 감싸안아야겠다’는 뜻을 밝히다니. 하긴 원래 성지현 이 여자는 ‘엄마가 되고싶다’는 소망을 갖고 기도해온 그런 여자라고 하지 않던가. 그냥 단순히 한 여자로서 결혼해서 애 낳고 자연스럽게 그런 엄마가 되는게 아니라 원래 어찌어찌하다보니 어릴때부터 아이들을 돌보거나 보살피는 역할을 맡게 되는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차라리 이 다음에 부모없이 자란 아이라던가 그런 아이들을 엄마처럼 보살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하게된 셈이라고나 할까. 허나 어찌되었거나 벌써 대놓고 현우의 아들들을 두고 ‘제가 사랑으로 감싸안아야겠다’는 말을 하다니. 현우가 되려 당황해 순간적으로나마 머릿속이 어지러워질 지경이다. 다시 지현이 묻는다. 

 “ 근데 국회의원이라고 하셨잖아요 ? ” 

 원래 정치쪽에는 관심이 없던 지현이라서일까. 사실 현우도 지난 총선때 보수정당이 서울등 수도권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그 선거에서 소위 ‘신정치 1번지’이자 보수진영의 텃밭인 ‘서울 강남 갑’에서 당선된 보수정당의 몇 안되는 수도권 당선자중 하나인 ‘화제의 당선자’이기도 한데, 어쨌든 현우의 신분이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신상훈 목사에게서 이야기 정도는 들었을터인데 다만 어쨌든 그런 정현우 의원에 대해 자세히 아는바는 없는 듯 이런식으로 물은 것이다. 그리고 지현도 나름대로 비록 정치에 관심은 없었더라도 어디선가 얼핏 들은 이야기는 있는 듯 이와같이 묻는다. 

 “ 제가 듣기로는 국회의원도 내조자의 역할이 꽤 중요하다고 하던데... ” 

 “ 그건 맞아요. ” 

 뭐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라서인지 현우는 담담하게 정치현실을 들려준다. 

 “ 어쨌든 선거때라던가 지역구 활동 그럴 때 내조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어디 행사나 

  세미나 같은데 참석할때도 다르지는 않고...그래서인지 대충 보면 정치판에 뛰어들 

  면서 불가피하게 재혼을 하는 경우도 꽤 많은 것 같더라구요. 아무래도 국회의원이 

  란 직업 자체가 내조의 역할이 중요한 자리다보니... ” 

 한번 머쓱한 표정을 지은 현우. 허나 살짝 고개를 가로저어보더니 이렇게 답을 하기도 한다. 

 “ 허나 저 같은 경우엔 똑똑하고 유능한 보좌관이 둘 있다보니까...내조자의 부재로 

  인한 부족함은 거의 못느끼겠더라구요. 가령 스케줄이라던가 대회활동 혹은 이미지 

  관리 같은 것은 거의 다 보좌관들이 맡아서 해주니까...솔찍히 똑똑한 보좌관 두명 

  만 있으면 굳이 아내의 역할은 필요치 않은 것 아닌가 그 생각마저 들더군요. 허허 

  ... ” 

 진심인것인지 아니면 실제 재혼생각이 없음을 이와같이 에둘러 말하는것인지 일단 이런 이야기를 듣는 지현의 표정이 좀 우울해지긴 한다. 그런 지현을 달래야겠는 듯 현우가 일던 이렇게 말한다. 

 “ 하지만 어쨌든 뒤늦게 좋은 인연을 만난다면 그 인연을 놓치고 싶지는 않다는 그 

  생각도 하는 중이에요. 만약 정말 지금이라도 남은 인생을 함께해줄 그런 새로운 

  동반자를 만나게만 된다면... ” 

 “ ...... ” 

 “ 그런 새로운 인연을 허술하게 떠나보내고 싶진 않다는게 지금 솔직한 제 심정입 

  니다.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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