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써니 2020
- 우정, 그후 30년
서울 OO구에 위치한 한 대형교회. 이 지역에서 제법 이름난 유명한 교회다. 그 교회 접견실에서 올해 나이 어느덧 40대 후반에 이르는 정현우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요즘은 이런 만남은 사전 선약(先約)을 하고 오는게 예의긴 하지만 그럴수 있을만한 사정이나 사연이 못되었던 처지라서일까. 이렇게 찾아온 현우는 접견실에서 기다리시라는 사무처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일단 이곳에서 오늘 만나기로 한 이를 기다리고 있는중이다.
아무래도 이렇게 막연히 기다리는게 되려 사무처 직원들한테 민폐만 끼치는거 아닌가 싶어 현우도 좀 불안하고 초조하긴 마찬가지이다. 원래 무뚝뚝해보이는 분위기 탓에 그 불안한 심리가 별로 표정에 반영되지가 않는게 문제라면 문제일뿐. 결국 안되겠다 싶은지 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 신상훈 목사님께선 아무래도...늦으시나보죠 ? ”
아무래도 괜한 민폐만 끼친 것 같아 그 미안한 마음에 오늘중에 만나는게 쉽지 않으면 이만 가보겠다는 마음을 담아 그와같이 사무처 직원에게 말을 건네는데 직원도 좀 미안하긴 한지 이렇게 말을 건네긴 한다.
“ 저희가 연락을 드렸으니까 곧 오실거에요.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지요. ”
허나 현우 입장에서도 무작정 접견실에서 기다리기만 하면서 직원들에게 민폐만 끼치는게 미안한 일인지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이만 가보겠다는 뜻을 전하긴 한다. 직원이 ‘조금만 더 기다려보시라’는 말을 건네긴 하는데, 덕분에 현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헌데 그때 사무실로 들어오는이가 있었다.
“ 신목사... ”
30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간 외양이 거의 달라지지 않은것일까. 현우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알아본 듯 반가운 탄성과 함께 그를 이와같이 불렀다. 상훈도 현우를 알아보고는 다가와서 바로 반갑게 그를 끌어안으며 이렇게 부른다.
“ 정의원 !!! ”
“ 신목사 !!! ”
“ 정의원...이게 정말 얼마만이오 정의원. ”
“ 그렇소 신목사. 정말 오랜만이구료. ”
그렇게 만난 두 사람. 이 둘은 이 근방의 H고등학교를 30년전에 졸업한 고등학교 동창 정현우 의원과 신상훈 목사다. 그리고 신상훈은 바로 OO구에서 제법 이름난 OO교회를 그 아버지 신근태 목사에 이어 자리를 물려받아 2대째 이곳에서 목회를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두 사람 나이가 어느덧 40대 후반임에도 신상훈 목사는 원래 동안인 탓일까. 정현우와 동갑인 40대 후반이라기보단 아직 30대 정도로 봐도 믿을 정도로 수려하고 서글서글한 용모를 자랑하고 있다. 바로 그런 신상훈 목사와 30년만에 재회한 정현우. 원래 현우가 오늘 정히 신상훈 목사와 만나기가 어려우면 이쯤에서 그만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그러려고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러 사무처로 들어왔을 때 그때 마침 도착한 신상훈 목사로 인해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 모습. 결국 이렇게 다시 접견실로 돌아가 사무처 직원이 대접한 차를 들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근데 정말 이게 얼마만이오 신목사. 정말 30년 세월이 흘렀구료. ”
“ 하하...그러게나 말이오.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릴 때 그 무슨...이산가족 찾기이던
가 그런게 있어서 거기 6.25때 헤어진 가족을 30년만에 만났다느니 하는 그런 모
습을 지켜보기도 했는데...우리야말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로 30년 세월이 흘렀
구려. ”
그렇게 지나간 세월을 잠시 회고해보기도 하며 눈물짓기까지 하는 두 사람. 상훈의 말이 이어진다.
“ 그나저나 정의원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이야긴 진짜 뜻밖이었소. 학창시절 기
억으로는...정의원이 딱히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그래보였던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기사를 얼핏 봤을때도 그저 동명이인이려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소. 어
쨌든 정의원도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올때까진 강남에서 살았다고 했으니 정황이
맞아떨어지기는 했지만...당선소감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고는 정의원을
내 한눈에 알아봤지 뭐요. ”
“ 하하...그러게요. 어떻게 하다보니 그냥 어떤 운명처럼 이렇게 되고 말았구료. ”
정현우의 말처럼 그가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된 것은 진짜 좀 뜻밖의 일이긴 했다. 원래 현우는 전문대에서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한뒤 방송작가로 데뷔 10년 좀 넘게 현역 드라마 작가로 활동하다 이후 보수우파 운동에 관심을 갖고 잠시 참여한 경력이 있고 그러다 2010년대 초반쯤 있었던 대선때 한 대선후보 캠프에 몸담아 그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다. 헌데 그때의 인연으로 알게된 보수우파 웹진 관계자가 정현우를 추천 그가 자신의 출신지나 다름없는 ‘서울 강남 갑’에 지난 총선때 출마를 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강남에서 다녔으니 그 지역에 확실한 연고가 있는 후보인 것은 분명한데 다만 보수야당이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총선에서 열명도 안되는 서울의 보수정당 당선자중 하나면서 초선의 당선자 신분이 되기도 한 그. 당선소감 인터뷰에선 만감이 교차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당선소감을 밝혔다.
“ 저 혼자만의 승리만을 기뻐할 순간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많은 동지들이 수도권에
서 힘들게 분전하셨지만 결국 패배의 고배를 들어야만 했습니다. 어려운 선거에서
함께 뛰며 고생했지만 낙선하신 많은 동지들...특히 수도권에서 힘든 싸움 끝에 패
하신 많은 동지들께 진심으로 깊은 위로의 인사를 이 자리를 빌어 전합니다. (중략)
함께 경쟁했던 OO당(상대정당으로 여당) OOO 후보께도 존경과 위로의 인사를 전
합니다. 어려운 지역이 몸소 살신성인하시듯 자진해서 출마하신 후보라 들었는데
자당을 위한 그 헌신과 애정의 정신만큼은 진심으로 깊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OOO(상대 경쟁정당인 OO당 후보. 여당) 후보님. 정말 고생 많으셨고 진심으로 위
로의 인사를 전합니다. ”
그런 선거를 치렀던게 불과 몇 달전이고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지금 OOO당(보수 야당) ‘서울 강남 갑’ 지역구의 초선의원인 정현우는 30년전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창 신상훈 목사를 만나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로 30년만의 재회. 이런저런 감회와 회포를 나누는 자리가 안 될 수가 없다.
“ 자네도 어쩄든 이렇게 선친의 뒤를 이어받아 훌륭한 목회자의 길을 가고 있지를
않나. 그걸 생각해보면 자네도 다 잘 된거지 뭐... ”
“ 허허...이 사람. 별 소리를 다 하는군... ”
허나 상훈은 나름의 좀 남다른 회한이 있는것일까.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허나 어차피 30년전 같이 학창시절을 보내서 알건 다 아는 사이라서일까. 어쩌면 남들에게 쉬이 하지 못했을 은밀한 고백을 현우에게 이와같이 털어놓기도 한다.
“ 자네도 기억은 할거야. 대학입시 앞두고 진로문제로 고민할 때...원래 아버진 내가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이 OO교회를 물려받아 목회활동을 계속 이어가길 바라셨지
만 내가 그게 싫어서 가출까지 했던 것을... ”
그렇게 학창시절에 있었던 일에 대한 회한을 이와같이 털어놓고 있는 상훈.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사실 내가 그때...목사자리를 물려받기 싫다고 한 것은...솔직히 자신이 없어서였
어. ”
“ 자신이...없었다...라... ”
상훈의 심정을 이해하는것일까 못하는걸일까. 그의 말을 이렇게 되뇌어보긴 하는데 그런 현우를 보며 상훈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왜 흔히 그런말을 하지. 창업보다 수성이 더 어렵다고. 근데 진짜 보니까 그렇더
라구. 아버지는 어쨌든 맨 주먹으로 – 뭐 어쨌든 그때도(* 신상훈 목사의 부친이
교회 개척을 할 무렵 – 대략 60년대 정도 ?) 아직은 전쟁도 끝나고 얼마 안되고
경제개발도 되지 않은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 되겠지만...그때 맨 주먹으로 시작하셔
서 이곳 서울 OO구에서 이만한 교회를 일구어 오신거야. 그렇게 아버지는 맨주먹
으로 시작하셔서 이런 대형교회를 세우신거지만... ”
“ ...... ”
“ 그 뒤를 이어받아야 하는 나는...생각해보니 진짜 ‘잘해야 본전’이란 생각이 들더
라구. 그야말로 아버지가 다 이뤄놓으신 이만한 교회 제대로 현상유지나 하면 다
행인거고...자칫하다간 아버지가 다 해놓으신 것을 망쳐놓기만 한 그런 아들로 욕
먹을수도 있는거니...그땐 그게 두려웠었어. ”
상훈의 진솔한 고백. 현우가 차 한잔을 음미하는 가운데 상훈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사실 생각해보니 진짜 그렇더라구. 역사책 같은 것을 봐도...왕조도 마찬가지야.
보통은 창업군주가 새 나라 세우느라 맨주먹에서 시작 오만풍상 다 겪어가며 이루
는거고 그 다음에 즉위하는 군주들은...정말 초창기에 어쩌다 아들이나 손자대에서
좀 똑똑한 후계자가 하나 있어서 제도나 이런거 제대로 정비해서 기틀 다져놓으면
그걸로 쭉 버텨가는거지. 정말이지 창업군주 이후에는 영양가있는 군주가 별로 없
더라구. (* 대형교회 목사세습을 왕조창업과 동일시 하는건 아니니 이 점 오해없기
바랍니다.) 헌데 생각해보니 재벌가도 마찬가지 아닌가. 재벌가도 결국 창업주가 오
만고생 다 해서 그만한 기업 일으키는거고 그 뒤에 2세,3세 쭉 내려가면...그때부턴
진짜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창업하신 기업 온전히 현상유지만 해도 그게 본전이더라
구. 솔직히 난 그게 두려웠던거야. 아버지가 맨주먹으로 이뤄놓으신 이런 대형교회
를 과연 내가 온전하게 물려받아 이어갈수 있을까 하는 그 문제가 말이지. ”
어쨌거나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이지만 이후엔 각자의 길을 걷다 30년만에 재회한 동창인 정현우와 신상훈, 이 두 사람의 회포가 이와같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상훈의 말이 다시 이어진다.
“ 어쨌거나 자네나 나나 그동안 이렇게 각자 온전하고 건실한 직업과 가정을 일구
고 지금껏 살아오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로군
. ”
상훈의 이런 말에 빙긋이 미소짓는 표정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현우. 상훈은 다른 친구의 소식도 전해줄겸 말을 잇는다.
“ 상진이는 지금 A그룹의 OO 본부장으로 있어. ”
“ 어, 그래 ? ”
조금 뜻밖이고 놀라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현우. 상훈의 말이 이어진다.
“ 상진이하곤 어쨌든 대학 들어가고 나서도 가끔 연락 정도는 주고받고 했으니까...
물론 상진이는 서울의 4년제 대학에 들어갔고 나는 부천의 신학대학에 진학을 했
으니 고등학교때처럼 자주 만나진 못하더라도 가끔 연락 정도는 쭉 주고받고 했어.
여하튼 상진이는 군대 갔다오고 대기업 취직하고 결혼하고 그렇게 쭉 지금껏 살아
온 모양이야. ”
“ 아, 그랬었구먼. ”
사실 일반대학에 들어갔든 신학대학에 들어갔든 어쨌든 4년제 대학에 한번에 붙은 신상훈이나 최상진과는 달리 정현우는 그렇게 되지 못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어울리던 두 친구인 상훈,상진과는 자연히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현우는 20대 초,중반 시절을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은뒤 뒤늦게 전문대의 문예창작학과라도 나온것이고 그런 현우와 다시 이렇게 재회하게 된 신상훈 목사. 어쨌든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다시금 고등학교 시절 함께 어울리던 그때의 분위기라도 다시 되살아 나는 듯 말을 건넨다.
“ 그럼 한번 조만간 상진이도 만나보는게 어때 ? 그렇게 되면 우리 3총사 그야말로
그 이전 고등학교 시절처럼 다시 만나게 되는게 아니겠나. ”
“ 3총사 ? ”
순간 좀 의아한 듯 현우가 이렇게 묻는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4인방 아니었나 ? 갑자기 웬 3총사 ? ”
“ 어...그랬었나 ? 4인방이었나 ? ”
현우나 상훈이나 설마 그동안 ‘기억상실증’이라도 걸릴만한 우여곡절은 없었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의 기억이 좀 어긋나는 부분을 보이고 있다. 상훈이 순간 기억이 정확치 않은 것 같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그런 상훈을 보며 현우가 벌써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쇠퇴한것이냐는 듯 질책하며 말을 잇는다.
“ 여하튼 고등학교 1학년때 자네하고 나 그리고 최상진,풍규명까지 그렇게 넷이서
같이 어울려 다녔었잖아. 그래서 주위 다른 친구들은 물론 학교 담당과목 선생님들
까지 그런 우릴 ‘4인방’이라고 불렀었던거고... ”
“ 어어...그랬었나 ? 4인방이었나 ? ”
나이 40대 후반이면 그 정도로까지 기억력이 감퇴하는것인지 아니면 어느덧 30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진것인지. 여하튼 상훈은 ‘3총사’였는지 ‘4인방’이었는지 그 시절 같이 어울려다니던 무리의 숫자는 물론 주위에서 부르던 별칭까지 잊어버린것인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고, 현우는 아무래도 상훈의 기억상실증(?)을 제대로 일깨워줘야겠다는 듯 설명을 이어간다.
“ 나야 원래 초등학교,중학교를 강남에서 다녔고 그러다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입
할 무렵에 이곳 OO으로 이사를 온거고, 그래서 고등학교에 입학한것이지만 사실상
전학생이나 다름없는 그런 몸이었지. 다른 친구들은 여하튼 초등학교나 중학교때
인연이든 아니면 한동네 사는 인연이든 그런식의 직,간접적 면식이 다 있는 사이였
지만 나 혼자...사실상 전학생이나 다름없는 처지라 한동안은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쉽지 않았었지. ”
그런 현우에게 다가온 것이 신상훈,최상진과 같은 친구들이었나본데 어쨌든 그때 그렇게 어울렸던 멤버에 대한 기억을 상훈은 자신과 현우 그리고 최상진까지 ‘3총사’로 그리고 현우는 풍규명이란 친구가 한명 더 있었다는 듯 그 기억을 상기시키며 ‘4인방’이었다 말하고 있는 것이다. 현우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원래 최상진하고 풍규명이 먼저 절친한 사이였다며 ? 상진이랑 규명이가 초등학교
동창이고 그리고 자넨 상진이하고 중학교 동창이고...그때도 그렇게 소개받은 것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
“ 허허...그랬었나 ? ”
여하튼 상훈은 자신의 기억력 낮음을 자책하듯 머리를 한번 긁적이고 있고 현우가 그런 상훈을 보며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여하튼 나도 그렇고 자네도 그렇고 이만하면 그런대로 사회적으로도 출세했고 잘
되었다 할 수 있는 몸이고...상진이도 여하튼 그만한 대기업에서 본부장까지 하고
있다면 역시 그런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온것이라고 할 수 있고...그러고보면 규
명이 소식만 여전히 알길이 없네 ? ”
“ ??? ”
“ 풍규명 그 친구 소식은 이후 전혀 못 들은거야 ? ”
“ 규명...이라... ”
상훈은 풍규명이란 친구에 대한 기억이 있는것일까 없는것일까. 여하튼 현우는 풍규명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 반면 상훈은 정말 기억에 없는 듯 헤매고 있고 현우가 그런 상훈의 기억을 다시금 일깨워주듯 말을 이어간다.
“ 자네랑 상진이는 어쨌든 그해 대학입시에서 4년제 대학에 한번에 바로 붙었고...
나랑 풍규명이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지...뭐 나야 나중에 전문대라도 들어가 여기
까지 오긴 했지만...풍규명은 집안사정 때문에 아에 애초부터 대학에 들어갈 형편이
못 되었었잖아. ”
“ 그랬...었나 ??? ”
확실히 상훈은 그동안 풍규명에 대해 잊어버린것일까. 여하튼 3총사가 되었든 4인방이 되었든 고등학교 시절에 그렇게 어울려 다녔던것만은 분명한데, 헌데 그 당시 어울리게된 인연의 연고가 현우는 초등학교,중학교를 강남에서 다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와 사실상 전학생이나 다름없는 처지였던 반면 신상훈,최상진,풍규명 이들 셋은 그 이전에 이미 같은 초등학교를 나왔든 같은 중학교를 나왔든 그런식의 인연이 다 한두번씩 있었던 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친분으로 봐도 상진이나 규명등과의 친분은 현우보다 상훈이 더 오래일 수밖에 없었을텐데 최상진의 경우엔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쭉 연락하며 살아서인지 이후 근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반면 풍규명이란 친구의 근황은 알기는커녕 그런 친구에 대한 기억 자체가 없는 듯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일단 잘 기억 안나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더 나눠봐야 별 소용 없겠다는 듯 상훈이 말을 돌린다.
“ 어쨌든 상진이에게도 조만간 연락을 취해볼테니 그렇게 우리 셋이 다시금 만나자
구 !!! 여하튼 모처럼만에 3총사가 다시 만나 회포를 푸는 아주 감격스러운 자리가
될테니까 말야. ”
‘3총사가 아니고 4인방이었는데...’라고 정정을 하려다 괜히 이런 사소한걸로 공연한 입씨름이 될것만 같아 현우는 일단 자제하고, 풍규명이란 친구는 이후 어찌 되었든간에 신상훈,정현우 그리고 최상진까지 이들 셋이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만들기로 약속을 정한다.
상훈이 상진에게 연락을 취해 보름쯤 후에 상진까지 포함한 세 사람이 만나는 식사자리가 마련이 되았다. 사실 상훈과 상진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자주까진 못 만나도 이따금씩 연락이라도 취하며 안부정도는 주고받아온 사이라 그렇게 교류를 쭉 이어온 상태고 따라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엔 그 당시 4인방과 거의 만날 기회가 없었던 정현우 입장에서 그 당시 ‘4인방’ 멤버를 하나하나 순례라도 하듯이 재회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신상훈 목사와 재회한지 약 보름만에 만나게 되는 현재 대기업의 본부장으로 있다는 최상진. 상진 역시 현우를 알아보고는 한달음에 달려온다.
“ 정의원 !!! ”
상훈이 현우를 그렇게 부른것처럼 상진 역시 현우를 ‘정의원’이라 부르며 그를 와락 끌어안고 그렇게 감격스러운 30년의 회포를 풀게 되었다. 함께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세 사람. 상진이 되려 먼저 서운한 감정을 토로한다.
“ 그때 내가...괜찮으니까 대학간 뒤에도 계속 만나자고 했었는데... ”
당시 4인방중 상진과 상훈은 모두 대학에 합격했지만 현우는 합격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무래도 쑥스럽거나 민망해서이지 아니면 어차피 자신은 재수를 해야하는 처지라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입장이라서인지 사실상 현우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상진과도 상훈과도 멀어져갔던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현우와 상진,상훈의 관계. 현우가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답한다.
“ 뭐 어쨌든 나도 그 뒤로...재수,3수까지 하느라 바빴고...그러다 그렇게 된거지 뭐
... ”
“ 하하...이 사람도 참... ”
사실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현우도 나름 파란많은 20대 시절을 보냈던게 고등학교 시절 찢고 까불던 4인방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고 연락이 끊길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 굳이 그런 이야기까진 하고싶지 않은지 현우가 말꼬리를 흐리고. 상훈이 이번엔 상진과 현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지금 생각해봐도...그 시절이 참 좋았던 것 같은데... ”
아무리 그래도 나이 들어서 학창시절을 회고해보면 좋았던 기억이 안 좋았던 기억보다는 더 많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새삼 함께 어울리던 그 시절을 회고하며 감회에 젖고, 상훈이 이렇게 한마디 덧붙인다.
“ 그러고보면 그땐 우리 셋 모두 크리스찬이었잖아. ”
누가 목사님 아니랄까봐 이런 자리에서 굳이 이와같은 이야기를 꺼내는 상훈. 허나 정확한 사실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현우는 강남에서 학교를 다니던 중학교때까진 종교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고 가정환경도 딱히 그런쪽과 인연이 있을만한 가정환경이나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런 현우가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목사님 아들인 상훈과 절친이 되면서 그 영향탓인지 자연스럽게 교회에 다니게 된것이고, 오히려 중학교때부터 교회를 다니던 상진이 어떤 나름의 개인적 회의나 갈등 같은게 있었는지 성인이 되어선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고등학교때와 달리 현우와 상훈이 기독교인이고 상진이 아닌 셈. 지금 굳이 그런걸 따지고 싶진 않지만 상진이 되려 보란 듯이 한마디 한다.
“ 어쨌든 난 뭐 그 뒤로 무난히 잘 살아왔잖아. 결혼도 하고 아이도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렇게 둘이 생겼고 회사에서도 이렇게 본부장까지 승진할정도로 인정받는
직장인으로 살아왔으면 그것만으로 된거지 뭐... ”
상진이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는 그동안의 시간을 가슴 뿌듯한 소회를 담아 짤막하게 이야기한다. 상훈이 그런 상진과 현우를 번갈아보며 이렇게 말한다.
“ 뭐 나야 어쩄든 목사님 아들이었고...또 아버지 대를 이어서 OO교회를 맡게된...
그래서 남다르게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거지만... ”
바로 그 자신의 뒤를 이어 OO교회를 책임지고 이끌어가야하는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권유가 싫어서 고3때 한때나마 가출도 시도했던 그런 신상훈이다. 새삼 그런 한때나마 그늘졌던 과거를 꺼내며 허나 상훈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 적어도 결혼에 있어서만큼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대로 신실한 배우자를 잘 만
났고...그렇게 성공한 신앙의 가정을 일굴수 있었던 것 같아. ”
“ ...... ”
“ 상진이야 지금 내 아내와 만난 이야기를 여러번 들어 알고 있겠지만 그러고보니
현우는 오늘 사실상 처음 듣게되는 이야기일테니 그 이야기를 내가 오늘 조금만
들려줄꼐. ”
현우는 말없이 물 한잔을 마시고 상진은 술을 한잔 따라 마시는 가운데 상훈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사실 나도 어쩄든 아버지 뜻대로 결국 부천에 있는 신학대학에 진학한 셈이지만(*
사실상 상훈도 겨우 간당간당하게 4년제 대학에 진학이 가능했던 셈이다.) 기왕 이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한동안은 아버지의 뒤를 잇는 훌륭한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참 열심히 공부했었어... ”
“ ...... ”
“ 허나 자매와는 좀 인연이 없는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20대때 그로인한 상처가
좀 있었지. ”
“ 상처라구 ? ”
그 말뜻을 바로 못알아들었는지 현우가 이렇게 묻고 상훈의 답이 이어진다.
“ 실연당한거지 뭐...한 두 번정도. 뭐 그중 한번은 실연도 아니고 그냥 한때 짝사랑
했던 자매에 불과하지만... ”
“ ...... ”
“ 그래도 그때는 참...말할수 없이 힘들어서 혼자 울고불고 하기도 하고 혼자 교회에
서 하나님께 매달리며 막 울면서 기도하기도 했었어. ‘하나님...자매에 관한 문제만
은 왜 이렇게 절 힘들게 하시나요 ? 제가 무슨 대단하고 허황된걸 바랬던것도 아니
잖아요. 그냥 저의 목회자의 삶을 잘 이해해주고 내조해 줄 수 있는 그 정도의 자
매면 된다고 그렇게 울면서 기도했는데...’ 그렇게 울며불며 기도하며...참 많은 좌
절의 시간을 보냈었지. ”
그렇게 이어지는 상훈의 회고담.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 허나 그러다 어느덧 나이 20대 후반...서른이 다 되어가더군. 그땐 아직 전도사 신
분이고 목사안수는 받기 전이긴 하지만...그때 우연찮게 운명같이 어떤 자매를 만나
게 되었어. 그리고 그렇게 만난 자매가 지금의 내 아내 OOO 사모야. ”
“ 흠흠... ”
“ OOO 사모와의 사이에 딸 둘을 낳았지. 그동안의 과정을 생각하면 정말 하나님의
섭리대로 그리고 내가 기도하고 간구했던대로 온전하면서도 놀라운 기적처럼 이루
어진 그런 하나님의 섭리였어. ”
상훈고 현우가 술을 하지 않는데 혼자만 술을 마시고 있기 때문일까. 상진의 얼굴이 좀 붉어진 느낌이다. 취기가 오르는것인지 답답해서인지 공연히 헛기침을 한두번 해보고 현우가 그런 상진이 걱정되는지 한마디 하기도 한다.
“ 상진아...불편하면 바람이라도 잠시 쐬고 오지 그래. 아니면 물이라도 한잔 마시
던가. ”
그러면서 서비스로 나온 음료수라도 하나 들라며 권하기도 하는데 상진은 사양한다. 상훈의 빙그레 미소지은 얼굴과 함께 이어지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 내가 지금 OOO 사모와 그리고 OO이와 OO이(상훈의 딸들) 그렇게 일구어가는 크
리스찬 가정...참으로 온전하고 아름답게 이루어진 그런 하나님이 지으신 회원과도
같은 공간이야. 바로 그런 가정 이룰수 있게 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어. 그야말로 내가 지금 OOO 사모를 만날 수 있게 되었던것도 OO이와 OO이를
주신것도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 은혜고 말고. ”
“ 저기 신목사... ”
무슨 이유에서일까. 상진이 살짝 한마디 끼어든다. 헌데 상진의 말을 못 들은것일까. 상훈의 이야기가 아랑곳없이 이어진다. 술은 상진이 마셨는데 오히려 마시지도 않은 상훈이 취한것인지. 상훈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그래서 내가 우리 OO교회의 청년부 지체들에게도 늘 권면하는게 있어. 항상 말씀
가운데 충실하게 살아가고 기도하다보면 하나님꼐서 언젠가 여려분께 예비해두신
짝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실것이라고. 온전하면서도 화목한 그리고 주님 보시기에 아
름다운 그런 건전한 크리스찬 가정을 일굴수 있게 해주실것이라고... ”
“ 저기...신목사... ”
“ 여하튼 모든 것이 온전히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하에 이루어진 일들이라니까. 내가
그 점에 감사드리고 있어. 오늘의 이 가정을 주신것에...주님안에서 온전히 사랑나
누며 신앙을 나누며...함께 손잡고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갈수 있는 그런 아름다
운 크리스찬 가정을 아름답고 훌륭한 내조자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대두 그러네. ”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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