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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다현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다 혀 니 여 라
 

 

 6-7년 정도의 세월이 더 흘렀다. 

 그 사이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시는 10.26 사태가 있었고 12.12와 5.18등의 정치적 격변이 있었다. 그 정치적 격변도 어느덧 잦아들어 안정국면에 접어든 80년대 초반의 어느날. 다현도 어느덧 나이 60을 넘긴 영락없는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한편 다현의 ‘황성정원’은 그 사이 ‘청성(靑成) 복지재단’으로 명칭을 바꿔 운영중에 있다. ‘황성’이란 표현이 아무래도 일제 냄새가 나니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게 어떻겠느냐는 정부의 권고도 있고 해서 그와같이 한 것이다. 물론 당연히 다현은 ‘청성 복지재단’의 1대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그렇게 80년대 초반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느날이다. 그러고보면 이제 더 이상 전쟁도 없고 사람들의 삶도 그런대로 먹고살만한 시대로 접어들었는데 그래도 부모없는 고아들은 사라지지 않는것인지 ‘청성 복지재단’에서 거두는 고아도 여전히 연평균 10-20여명에 달했다. 전주에서 가장 이름난 고아원으로 성장하기도 했고 또 전주도 그만큼 먹고살만한 큰 도신데, 여하튼 전주와 그 인근지역에서 1년에 거두게 되는 고아만도 그 정도 된다고 생각하면 이래저래 기가막힌 일이 아닐수가 없다. - 다만 이전과 사정이 달라진게 있다면 그전에는 다현이나 고아원 관계자등이 주위에서 부모없이 떠도는 것으로 추정되는 고아를 거두거나 또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부모나 친지같은 어른들이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고 가는 방식이 가장 보편적이었다면 언제부터인가는 갓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는 갓난아기를 고아원에 버리고 가는 모습이 제법 늘어났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키울형편이 안되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면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자 이런식으로 처리하는 경우라고 막연히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이래저래 씁쓸한 감정이 드는 사회현상이라 아니할수 없다. -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꾸 부적절한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는 식의 설정을 하는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볼수 없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을 보냈을까. 고아원의 행정사무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실장이 갑자기 다현의 집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전한다. 

 “ 이사장님, 누가 찾아왔는데요  ” 

 “ 손님이 오셨다면 접견실로 안내하지 않구요 ? ” 

 “ 그렇기는 한데... ” 

 이따금씩 있는 외부 손님일것이라 생각하고 다현은 아직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헌데 말꼬리를 흐리는듯한 정실장이 이렇게 답한다. 

 “ 연세는 좀 많아 보이는 아주머니였는데...‘군산댁’이라고 하면 혹시 아실지도 모른 

  다고 하시던데요 ? ” 

 “ 뭣이라 ? 군산 ? ” 

 다현은 혹시 순간 ‘말순이’가 찾아온게 아닐까 지레짐작했다. 어쨌든 자신이 시집가기 직전 아씨없인 못산다며 자신도 아씨를 따라가겠다고 하던 말순이. 그러나 다현이 시집을 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다현의 아버지 송태권 선생이 챙겨준 돈으로 말순도 결국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다현이 군산을 떠난지는 이미 40년 세월이다. 물론 다현의 고아원이 전주는 물론 인근 지역의 고아들을 제법 거두기도 하고 이 시절쯤이면 이미 전주에서 군산까지는 교통편으로 오가기 그리 부담스러운 거리가 아니다. (* 서울에서 인천가는것보다 더 수월하다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 군산쪽에서 자신을 알만한 사람이라면 다현 입장에서 짐작될 사람이 솔직히 말순이밖에 없다. 물론 말순이도 그때 그렇게 아씨댁을 떠났으니 그 말순이가 지금까지 군산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원래 ‘OO댁’이라는 식의 호칭이 시집을 간 여성이나 파출부나 가정부를 쓰는곳에서 그런 나이많은 파출부의 출신지등을 따 그런식으로 부르는 호칭이 아니던가. 그러니 ‘군산출신’이라 ‘군산댁’이라는 호칭을 쓰는것이라면 다현 입장에서 짐작이 갈만한 사람은 역시 말순이다. 그래서 다현은 ‘혹시 말순이인가’ 하는 심정에 단숨에 접견실로 달려가보았다. 

 “ 어...어찌 오시었소 ? ” 

 접견실에는 자신과 얼추 비슷해보이는 60은 넘어보이는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는 여인을 다현은 잠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사실 나이가 들었더라도 말순이라면 생전 그 부모 외양을 닮았을수도 있는데 허나 말순이 자체가 어릴 때 이미 부모를 잃은 사람이라 다현의 기억에 말순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본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일단 아쉬움에 조심스레 말을 건네본다. 

 “ 지를 어떻게 알고 찾아온것이오 ? ” 

 다현은 여전히 말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심스레 아랫사람을 대하는 상전같은 말투로 바꾸고 있었다. 만약 정말 말순이라면 ‘아씨, 그동안 어찌 지내셨어요 ?’, ‘말순아, 언제는 나 없이는 못산다며 같이 따라가겠다고 하더니...어찌 그동안 그리 소식이 없었던것이야 ?’ 하며 서로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말일이 아니던가. 헌데 여인은 여전히 조심스레 말을 건네고 있었다. 

 “ 언젠가 한번은 꼭 찾아뵈어야 할 분 같은데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찾아뵙게 되 

  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형님. ” 

 “ 야 ? 형님 ??? ” 

 일단 말순이라면 자신을 ‘아씨’라고 부르면 불렀지 ‘형님’이라고 부를만한 여자는 아니다. 그러고보면 다현은 이미 한 20년전에 육영수 여사가 은밀히 찾아왔을 때 그녀를 혹시 ‘말순이일지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초대형 실수를 범한일도 있지 않은가. 헌데 지금은 일단 그렇게 지위가 높거나 한 사람은 분명 아닌 것 같고, 대체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면 누구란 말인가. 하다 순간 다현은 ‘헉 !!!’ 하면서 심장이라도 떨어지는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다. 

 “ 조한욱 선생님을 아시지요 ? ” 

 ‘아...’ 순간 다현은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이미 까맣게 잊고 있던 전남편의 이름이 아니던가. 헌데 그 잊어버린 이름을 언급하며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고 있는 여인. 아무래도 짐작하는바와 같았다. - 확실하고 안타깝게도 이미 말순이일수는 없었다. - 

 “ 사실 저도 형님의 존재를 한참뒤에나 알았습니다. 남편이 저랑 혼인한 뒤에도 이 

  전에 부인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안하더라구요. 시부모님도 거의 언급을 안하셔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제가 전부인이 따로 있었다는 짐작을 할 수가 있었지요. ” 

 “ 그러고보니 그때 사귄다던 신여성과 그예 혼인을 했나보구랴. 그런데 지를 어찌 

  이렇게 찾아오시었소. ” 

 이름은 김진숙. 그러나 다현 입장에서도 그때 한욱이 서울에서 사귀게 되었다는 신여성 이름은 그때도 들어보진 못했고 – 한욱은 그저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며 이혼요구만을 거듭할 뿐이었다. - 이제야 다현도 그 실명을 알게된 것이다. 그 이후의 소식을 진숙은 간략하게 언급한다. 

 “ 남편과 결혼한 것은 그러니...아마 형님이 떠나시고 난뒤 한 1-2년쯤 지나서의 일 

  입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편의상 군산댁이라고 소개는 했는데...실은 그 뒤 전 남 

  편과 함께 서울에서 살림을 차렸어요. 아시겠지만 조한욱 선생 그분은 서울에서 법 

  학을 전공하고 이후 판사가 되었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출세길이 보장된 직업은 판,검사 아니면 의사다. 그러니 여하튼 그 일제 강점기에 그런 출세길이 보장된 선택을 한 것은 분명한 한욱. 여하튼 이후 판사든 검사든 그런 법조인으로 쭉 살아왔다면 이후의 살림살이가 어땠을지는 굳이 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아닌가. 다현은 결코 천성이 그렇게 사악하거나 누구를 원한을 갖고 저주하거나 원망할만한 성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자신을 버렸던 전남편 조한욱은 ‘차라리 쫄딱 망해버렸다면 좋겠다’는 그런 원망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품고 있었던것일까. 여하튼 판사되고 또 사랑하는 여자와도 이후 잘먹고 잘살았던것만은 분명하니 다현으로선 새삼 어떤 자신의 운명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마저 생겨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야 만다. 

 

 “ 남편하고 사이엔 아들 열명을 낳았어요. ” 

 “ 허허...열명이나 낳으셨다고라 ? ” 

 다현이야 조한욱과의 인연이 끊긴지가 이미 40여년 세월이지만 그래도 막상 그렇게 재혼한 상대라는 진숙의 이후 소식에 그저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자신은 3년동안 아이를 못 낳아 시댁으로부터 구박까지 받다가 그 사이 조한욱이 서울에서 새 여자가 생겼다고 해서 이혼까지 당한 몸인데, 정작 그렇게 재혼한 상대 김진숙은 그것도 그 손귀한 3대독자였다는 조태선 집안 외동아들인 조한욱과의 사이에 아들 열명을 낳았다니. 그런 며느리를 시부모는 얼마나 예뻐했을것이며 남편 사랑은 또 얼마나 지극히 받았겠는가. 그걸 생각하면 다현은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진숙도 막상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무안하긴 무안한지 귀밑머리를 한번 쓸어넘겨보고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 형님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여하튼 소식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어요. 여하 

  튼 조한욱 그 사람과 살면서 아이낳고 그렇게 살다가...하루는 그저 우연히 남편 

  과 시부모님 하시는 말씀을 엿듣다가 남편에게 절 만나기 전에 이전 부인이 따로 

  있었구나 그 사실을 알게되었는데... ” 

 경위야 어찌되었든 그런 사실을 알고나서는 다현의 소식을 알아보고자 나름 수소문을 해봤다는 것이다. 허나 진숙 입장에선 송다현의 이름 석자 자체를 모르고 또 교통,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그런 다현의 소식을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진숙은 이와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 OO리에 사는 몰락한 양반이란 송 모씨댁 딸이었다는 이야기까지만 우연히 듣고 

  나중에 한번 찾아가보긴 했죠. 헌데 그곳 주민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곳 아씨가 

  소박맞고 와서는 그 아버지는 자살을 했고 아씨도 떠났더라...거기밖에 소식을 알 

  수가 없더이다. ” 

 “ 후우...그러셨구랴. ” 

 여하튼 진숙이 나름 남편의 전부인 소식을 알아보고자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다는이야긴데 교통,통신도 발달하지 않았고 타인 정보를 알아내기도 쉽지 않은 시절 어쩌면 실명 자체를 몰랐을수도 있는 남편의 전부인 소식을 그렇게 알아보고자 했다면 나름 그런 진숙의 신경씀도 가상했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다현이 그런 진숙을 보며 말을 건넨다. 

 “ 그래서 이렇게 나를 찾아와본것이오 ? 나한테 인사나 한번 전하고 싶어서 ? ” 

 “ 진심으로 사죄의 큰 절을 올리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 

 “ 사죄의 큰절을 말이오 ? ” 

 좀 어리둥절하다면 어리둥절할수도 있는 말이라 다현의 말투가 이와같고 진숙의 말은 차분히 이어진다. 

 “ 어쨌든 형님께서 그리된 원인이 다 제 탓인데...저혼자 형님 소식은 알지도 못한 

  채 편안히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게 영 편치가 않았어요. 사실 남편과 저하고 사이 

  에 낳은 아이들은 아직 이 사실은 모릅니다. - 무슨 자랑거리라고 그걸 아이들한테 

  까지 시시콜콜 다 이야기하겠어요 ? - 다만 어쨌든 저야 그 내막을 이미 아는 사 

  람으로써...또 형님한테는 죄인된 몸으로 한번만이라도 찾아 뵙고 진심으로 사죄의 

  큰 절을 올리고 싶어 찾아온겁니다. ” 

 “ 뭐 이제와서 그런게 다 무슨 소용있겄소. 그리고 생각해보니 나라는 여자는 어차 

  피 조한욱 그 사람과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고 조태선 사장집 귀신(며느리)이 될 

  팔자도 아니었나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3년만에 소박맞고는 이렇게 전혀 다른 삶 

  을 살아온 것 아니오. 그러니 그쯤해서 접어둡시다. ” 

 “ 그러지말고 절은 한번 받아주셔요 형님.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이럽 

  니다. ” 

 “ 허허 참... ” 

 막상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다현도 싫지만은 않은지 그녀의 절을 허락한다. 진숙이 진심을 담은 다소곳한 큰절을 다현에게 올리고 다현은 답례삼아 맞절까지는 하지 않고 가벼운 목례정도로 그녀의 절을 받는다. 어차피 길게 무슨 용무나눌 사이인 것은 아닌듯하니 이쯤에서 돌아가려는 진숙. 그런 진숙에게 들으라는 듯 다현이 제법 뿌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한다. 

 “ 그리고 그쪽은 조한욱씨하고 사이에 그 사이 아들 열명을 낳았다고 허지만...나도 

  그동안 내 배아파 낳지는 않았어도 가슴으로 품은 수백명의 자식이 있소. 그러니  

  그것만으로도 난 밥을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고 자식이 없어도 많은것이나 마찬 

  가지 아니오. 그러니 뭐 이제와서 새삼 누굴 원망할 것도 없고 서운해할일도 아니 

  오... ” 

 “ 하하...형님도 참... ” 

 “ 그렇게 그냥 피차 인연이 안되어 서로 각자의 인생을 살아온것이라 생각합시다.  

  그러면 되지 않겄소. ” 

 “ 예, 듣고보니 형님 말씀도 맞는 것 같네요. ” 

 그렇게 그런대로 다현과 진숙 두 여인의 대화는 편안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현의 말이 이어진다. 

 “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이런 고아원이나 하는 덕분에...대통령 표창까지 받고...심 

  지어 영부인도 생전에 세 번씩이나 만나뵙지 않았었소. 그게 내가 그냥 조태선 사 

  장집 며느리로 살았다면 그게 어찌 가능할 일이겄소. 그러니...하늘이 차라리 내가 

  더 복된 운명을 주시려고 소싯적에 잠시나마 그런 시련을 주신것이라 생각하고 살 

  리다. ” 

 진심으로 다현은 이 순간에 만족한다는 듯 말하고 있고 진숙과는 그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고 떠났다. 그리고 얼마후 황정태가 모처럼만에 다현을 찾아왔다. 그러고보면 다현보다 나이가 많은 정태도 어느덧 60대 중반을 지나 후반에 이르는 할아버지일텐데 40년대 중반경에 혼인식을 올렸던 정태도 지금은 부인과의 사이에 딸 셋이 있고 그 딸 셋도 어느덧 대략 나이 30대 초,중반에 이르렀을 것이다. 새삼 그렇게 흘러가버린 세월에 대한 착잡함을 느끼며 정태와 다현이 마주앉게 된다. 

 “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시나요 어머니 ? ” 

 “ 그냥 좀... ” 

 여느때처럼 공연히 혼자 밖으로 나와 밤하늘을 바라보는 다현에게 궁금해서 물은 정태. 뭔가 답하기 곤란한 이유라도 있는것일까. 다현은 살짝 말꼬리를 흐리는 듯 하다가 이렇게 입을 연다. 

 “ 정작 그리워하는 사람은 찾아오지도 않고...다른 인연의 사람만 인사를 오는 것 같 

  습디다. ” 

 “ 예 ? ” 

 바로 얼마전 조한욱의 후처라고 봐야할 진숙이 다녀간 이야기를 다현은 그렇게 애매하게 입에 담고 있다. 정태에게까지 구체적으로 말하긴 좀 난감하다는 판단이라도 하고 있음일까. 다만 그렇게 막연하게 표현하는 다현. 그리고는 다시금 말을 잇는다. 

 “ 말순이 그 사람도 지금은 참 많이 늙었을텐데... ” 

 그러고보면 ‘군산댁’이라는 식으로 좀 애매하게 진숙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찾아왔을때도 다현은 순간 말순이가 아닐까 하는 기대감을 잠시나마 가졌었다. 허나 결과적으로 말순이는 아니었고. 자신보다 한 살 어렸고 그래서 아씨와 하녀사이라기보단 친동기나 다름없이 지냈던 그런 말순이. 이미 그녀도 환갑을 넘었을텐데 한번쯤 자신의 소식이 궁금해서라도 찾아와주지 않는 그런 말순에 대한 새삼스러운 원망을 이렇게 입에 담고 있는 것이다. 

 “ 찾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설마...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닌것인지...무심한 사람 같 

  으니라고... ” 

 “ 이미 세월이 그 정도로 흐른거지요 어머니. ” 

 뭔가 묘하게 그와같애 화답하는 정태의 말. 정태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 아버지 4형제도 그렇게 전쟁통에 다 뿔뿔히 흩어지고 이제 저 혼자만 남은거잖아 

  요. ” 

 하긴 그렇다. 전쟁 와중에 죽은 막내, 월북을 한것인지 실종이 된것인지 인민군이 후퇴할 때 함께 행방이 묘연해진 장남 정수. 그리고 이후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을 고아원을 세우는데 다 쓰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가족들과 사라져버린 3남 정호. 그러고보면 그 세아들이 전부 6.25 전란 과정에서 죽거나 실종되거나 소식을 알수없게 된 것 아닌가. 그 착잡한 감회를 털어놓는 정태. 다현도 새삼 궁금해서 묻는다. 

 “ 정수씨는 아무래도 그때 북으로 가버린 것 같고 정호씨도 소식을 이후론 알수 없 

  는것이오 ? ” 

 “ 나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해봤지만 죽었는지 망한건지 정호 그 녀석도 소식을 알 

  길은 없더라구요. ” 

 한 사람은 이미 6.25때 죽었으니(막내) 저승에서나 만남을 기약할수 있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만약 북으로 간게 사실이라면(또는 자진월북인지 납북인지 분명치 않은 애매한 상황) 차라리 죽은 것으로 생각하는게 나을 그런 시절이 아니었던가. (* 실제 장남 황정수의 경우엔 전쟁이 끝나고나서 이미 사망신고를 해놓은 상태다)  허나 장남 정수의 경우까지야 그렇다치더라도 3남 정호의 가족마저 이후 소식을 알수없다면 황노인 집안의 가정사도 이래저래 안타깝고 딱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그리고 황노인의 네 번째 부인이자 마지막 후처라고나 할까. 그랬던 다현이 생전 고인의 유언을 받들어 세운 고아원을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는 것이다. 달빛은 밝기만 한 가운데 무심한 세월을 증명해주기라도 하듯 시곗바늘 소리가 저만치서 들려오고 있다. 

 

 10년 정도의 세월이 더 흘러 어느덧 90년대 초반이 되었다. 

 다현은 어느덧 나이 칠순을 넘었고 건강도 많이 쇠약해져 있다. ‘황성정원(나중에 ’청성 보육원‘으로 개칭)’을 운영하는 ‘청성 복지재단’ 이사장직도 이 무렵엔 이미 사임하고 ‘명예 이사장’으로 물러나있었다. 그리고 원래 황성정원에 1호로 들어온 고아였던 ‘황미정(초창기 고아원에 들어온 아이들은 황노인과 송다현의 성을 번갈아가며 붙여서 지어주었다.)’이 이 무렵 2대 이사장에 취임해 있었다. 원래 미정은 교육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뒤 고등학교 국사선생님으로 10년 넘게 재직하다 80년대 초반 무렵에 개인사정으로 교사직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자신이 자랐던 고아원인 황성정원으로 돌아와서는 다현의 일을 돌봐주다가 그녀의 뒤를 이어 ‘2대 이사장’직을 맡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면 황성정원에서 처음으로 거둔 고아였고 다현을 진심으로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따랐던 그녀가 다현의 뜻을 물려받아 ‘2대 이사장’으로 ‘청성 보육원’을 운영해가고 있는 것이다. 

 ‘콜록콜록~~~!!!’  

 “ 어머니 괜찮으세요 ? ” 

 한편 다현의 병세는 날로 쇠약해져 어느덧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었다. 나이도 나이인지라 사실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 주변 지인들도 하나하나 그 불길한 생각을 하는중이었다. 그래서인지 황성정원에서 자랐던 고아들도 소식을 듣고 하나하나 혹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다현의 병문안을 오는중이기도 했다. 

 “ 어머니...좀 괜찮으세요 ? ” 

 황정태도 소식을 듣고 달려오긴 했다. 사실 정태가 나이는 다현보다 몇 살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현이 워낙 그동안 무리를 많이 한 탓인지 먼저 몸이 쇠약해져있는 것이다. 정태는 어느덧 나이 40을 넘긴 자신의 딸 셋을 모두 데리고 와 다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 할머니...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사시지 않구... ” 

 정태의 세 딸들은 다현을 ‘할머니’라고 부르고 있다. 어차피 다현의 나이도 이미 그 정도가 되었고 또 정태의 딸들도 그와같은 자신의 집안 특별한 사정은 충분히 알 만한 나이가 되어있는터. 따라서 그녀에게 ‘할머니’라고 부르는 이런 분위기와 호칭이 전혀 어색해보이지 않는다. 정태의 세 딸들은 진심으로 쇠약해진 ‘다현 할머니’를 걱정하고 안타깝게 보는 분위기였다. 

 “ 저희 손자,손녀들도 다 데리고 한번 왔으면 했는데...걔네들은 대체 뭐가 그리 바 

  쁜지...글세 요즘 애들은 우리때랑은 너무 다르다니까요. 도무지 속을 알다가도 모 

  르겠고... ” 

 40년대 중,후반 태생인 정태의 세 딸. 그리고 이 세 딸들은 대략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중반 사이에 각기 결혼 제각각 2-3명 정도의 자녀를 낳았다. 그러니 정태 입장에서도 어느덧 대략 7-8명 정도의 손자,손녀가 있는 셈. 그러나 아직 학교 공부 때문에 바쁘든 아니면 각자 제 할 일이 있어 바쁘든 걔네들까지 여기 데리고 올 사정은 되지 못한 듯 하다. 허나 다현은 그 정도로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 되었소. 내가 뭐 이 정도면 되었지...더 이상 뭘 바라겠소. 그리고 무엇보다... ”  

 “ ...... ” 

 “ 우리 ‘황성정원’에서 내가 키운 아이들...생각해보면 그 아이들이 전부 다 진정 

  한 내 자식인 것을... ” 

 얼마후 정말 뜻밖의 노인 하나가 다현을 찾아왔다. 대체로 초췌해 보이고 마른 체구의 노인이 다현에게 이렇게 인사를 건넨다. 

 “ 이 사람...나를 알아보시겠는가 ? ” 

 어느덧 정신도 많이 혼미해져 있음인지 다현이 그를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얼핏 인상이 어딘가 낯익은 느낌도 좀 들긴 하는데. 남자가 조금 큰 목소리로 자신의 실명을 밝히자 그제서야 다현도 기억을 하는 반응을 보인다. 

 “ 날세...조한욱이야. 조한욱. ” 

 바로 다현의 전남편이고 결혼 3년만에 자신을 쫒아냈던 그 조한욱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사실 한욱이 다현보다 나이가 세 살 연하였고 어쨌든 그도 나이 어느덧 70에 이르고 있을테지만 80년대 초반에 찾아온 진숙의 말로는 나중에 판사가 되었고 아들 열명 낳으며 부족함없이 잘 살았다고 하더니, 믿기지 않을만큼 그 한욱도 지금은 많이 늙어 있었다. 하긴 이젠 다들 나이가 70에 이르고 있음에랴. 한욱이 다현의 두 손을 부여잡으며 눈물로 사죄의 인사를 건넨다. 

 “ 미안하네 이 사람. 이게 다 나 때문이야... ” 

 “ 별 말씀을 다 하시는구료. ”  

 “ 나 때문에 자네가 그동안 고생을 한것같아 내 가슴 한켠이 늘 개운치가 못했어.  

  헌데 그 사람(한욱의 현 부인 진숙)이 어떻게 소식을 들었는지 한번 인사나 다녀오 

  라구 권하더군, 그래서 이렇게 찾아온게야. ” 

 어쩄든 진숙이 그런말까지 한욱에게 했다는 것을 보면 그녀도 제법 마음씀이 있는 여인인건 분명한 것 같다. 허나 다현은 한욱의 얼굴만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회한에 찬 한마디만을 건넬뿐이다. 

 “ 되었소. 어차피 그쪽과 나는 인연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을 하며 살았소이 

  다. 그럼 되었지 않소. 그러니 미안할일도 용서할일도 없는게지요. ” 

 “ 이 사람아...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다 내 잘못일세. ” 

 “ 아니오...그리고 그쪽과 인연이 그렇게 끝나버린 덕분에...난 저렇게 수많은 아이들 

  (고아들)을 거두며 사는 ‘큰 어머니’가 될수 있었던 것 아니오. 그러니 이렇게 되는 

  팔자를 만들어주려고 젊은시절 내 신세가 그리 기구헀던 것 같소이다. 그러니 그때 

  의 일들은 그저 ‘인연이 아니었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았으니 이제 그만 잊어주 

  시오. ” 

 “ 미안하네 이 사람. 미안해 정말... ” 

 다현은 진심으로 한욱과의 과거에는 별다른 미련도 아쉬움이나 서운함도 없는 듯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긴 덕분에 뜻밖에 고리대금업자 황노인의 네 번째 부인이 되었을때까지만 해도 그 기구한 팔자를 혼자 한동안 설움지었으나, 그 황노인의 유언대로 그의 재산으로 고아원을 차리고 그 많은 전쟁고아들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다현이 아니던가. 그러니 그렇게 거두고 기른 그 고아들의 ‘어머니’로 그렇게 많은 고아들을 가슴으로 정성을 쏟아 돌본 ‘큰 어머니’로 살아온 인생에 더 만족하는 듯 했다. 미소띤 얼굴의 다현에게 인사를 건네고 한욱은 말없이 그곳을 떠났다.


 

 “ 어머니... ” 

 다시 한 며칠 혹은 몇주 정도가 지났을까. 다현의 병세는 이제 많이 쇠약해져있고 정신도 혼미한데 오늘따라 그런 다현답지 않게 병실을 잠시 나와서 대기실 같은곳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다현을 돌보고 있던 ‘청성 복지재단’ 2대 이사장이기도 한 미정이 걱정되어 다가온다. 

 “ 거기서 뭘 하고 계세요 어머니 ? ” 

 “ 그리워하던 사람은 오지를 않고 정작 별로 그립지 않던 이들이 굳이 인사를 하러  

  찾아오고 그렇게 되는 것 같소이다. ” 

 “ ??? 어머니 ??? ” 

 무엇보다 그 어린나이의 전쟁고아 미정을 거둬 친딸처럼 키웠던 다현임을 그간 모녀나 다름없이 지낸 미정임을 생각하면 지금 이 말투는 딸같은 미정에게 건네는 말투가 아니다. 그래서 의아하고 걱정도 되어 바라보는 미정. 뭔가 불길한 예감이 스쳐간다. 

 “ 말순이 그 사람은 끝내 오지를 않고... ” 

 “ 어머니... ” 

 결국 다현에게 끝끝내 그리워하던 말순이 찾아오지 않은 것을 그녀는 못내 아쉬워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자신을 소박놓았던 조한욱이나 또는 그의 아내 진숙 그런 사람들이 어디 다현에게 그리움의 대상이 될수 있었을까. 또한 황노인의 차남 황정태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신을 ‘어머니’처럼 진심으로 존중하며 대하고 있었지만 나이도 다현보다 많은 정태에게 어떤 애정을 느끼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다현에게 끝까지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존재. 몰락한 양반가에서 나고자라 시집가기 직전까진 한 동기간이나 다름없던 한 살어린 하녀. 그 말순이를 아직도 그리워하는 것이다. 

 “ 아씨, 지는 아씨곁을 절대 못 떠나는구먼유.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쭉 아씨만 모시 

  며 살았는데 그런 지가 아씨없이 어찌 살아요. 아씨, 차라리 지도 데려가주셔유 아 

  씨~~~!!! ” 

 몰락한 양반가에서 애초 다현을 시집보내려는 의도가 입하나라도 덜려는 의도였고 그 다현마저 시집보내고 나면 마지막 남은 하녀 말순이마저도 적당히 돈이나 좀 챙겨주어 떠나보내게 할 생각이 다현의 아버지 송태권의 의도 아니었던가. 다행히 딸을 시집보내며 한욱의 아버지 조태선의 집안에서 받은 경제적 지원이 조금 있어 그 돈 일부를 말순이에게나마 떼어주려고 했던 다현의 아버지 송태권. 헌데 처음엔 못 떠난다며 울고불고 하던 그 말순이건만 그예 생각이 달라졌는지 다현이 시집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말순이마저 떠나고 말았다. 그게 30년대 후반의 일이고 어느덧 1990년대 초반이니 실로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음인가. 헌데 그 뒤로 소식하나 들을수 없고 한번도 찾아올 생각않는 말순이를 그렇게 다현이를 아쉬워하고 야속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다현의 평생 그리움의 대상이었을 말순이. 이렇게 눈물지며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 어머니, 이제 그만 들어가 쉬시지요. ” 

 “ 그래야겠군...피곤하고...지쳐서...이만 자야겠어... ” 

 다현의 눕는 모습을 본뒤 미정은 야근을 하는 병원 관계자에게 다현을 잘 부탁한다고 하고 잠시 병실을 떠났다. 다현은 미소지으며 어느덧 스르르 잠이 들어있다. 

 “ 아씨...어서 오셔유 아씨... ” 

 어디선가 환청같은 소리. 의아해서 눈을 떠보니 어떤 몽환적인 공간이 주위에 펼쳐져있다. 자욱한 안개가 주위에 가득하고 저만치 무슨 강물같은 것이 보이기도 하고 여인은 의아하면서도 어느덧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아씨...어서오셔요. 저 말순이여유. ” 

 “ 말순아 !!! ” 

 놀라서 감격하는 여인. 그만 말순이를 와락 안아보려고 한다. 얼마나 반갑고 그리워한 존재였던가. 헌데 생각보다 말순이는 품에 쉽게 안겨지지가 않고 여인보다 대략 두어발자국 정도 앞선 자리에서 말순은 마치 친절한 안내원처럼 또는 재롱이라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춤을 추기도 하며 그렇게 여인을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 아씨 어서 오셔유. 기나긴 질곡의 시간이 이제 끝나구 평안한 안식의 시간을 취하 

  실 시간이구먼유. 참으로 긴 여행길...기나긴 여정이었어유. 이제 모든짐을 편안히  

  내려놓고 쉬셔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우리가 함께할 영원한 안식처가 영원한 평 

  안을 누릴곳이 저너머에 있구먼유... ” 

 

 ‘ 1. 한조각 바람에 실려왔을까 / 기나긴 여정이 끝나는 지점 

     사랑도 미움도 세월이 지나면 잊혀지는 법 / 그리운 사람 언제나 올까 

 

   2. 강물이 흐르듯 어제가 있고 / 지난날 살펴서 내일로 가는법 

      가버린 옛님들 살아온 이야기 / 내일을 꽃피울 밑거름 될까 

 

      작은 솥단지 담아서 보여줘야지 ’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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