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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다현 (3)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다 혀 니 여 라
 

 

 결국 진옥과 진경이 한욱을 만나보기로 했다. 시내의 한 다방에 약속장소를 정하고 마주하게 된 두 사람. 헌데 대체로 서글서글한 외모의 한욱인지라 두 사람 입장에서도 그 첫인상이 과히 나쁘진 않았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언니들 입장에서 동생이 걱정되어 이런 자리를 마련한 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게 된다. 

 “ 사실 저희도 웬만하면 다 자유연애를 주장하는 사람들이고, 동생에게 만약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걸 굳이 반대하고 싶진 않아요 다만... ” 

 “ ...... ” 

 “ 그래도 혹시 저희 막내가 나중에 상처받게 되는 일은 없을지...그게 걱정이 되어 

  한번 만나서 한욱씨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던거에요. ” 

 긴장한 표정으로 커피 한모금을 음미하고 있는 한욱. 사실 한욱도 눈치가 전혀 없는 성격은 아니라 진숙의 언니들이 자신을 한번 만나보려고 하는 의도와 그 걱정하는 바를 짐작 못할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더더욱 언니들 앞에서 긴장되고 한편으로는 두려워지기도 하는 한욱. 일단 한욱의 말은 이와같이 이어진다. 

 “ 일단 지금으로서 진심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 

 “ ...... ” 

 “ 지금은 진숙씨나 저나 서로를 진지하게 알아가는 단계라고나 할까...그런 과정에 

  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진숙씨에게 상처드리는 일 결코 없을것이라 말씀드 

  릴수 있습니다. ” 

 한욱은 자신이 고향에 본부인이 있는 유부남이란 것을 잊고 있는것일까. 아무리 3년을 정없이 살았고 애정도 사랑도 없던 결혼생활이라고 할지라도 여하튼 부부로 3년을 살아온 여자가 있는데, 서울에 살면서 자유롭게 신문물을 맛보며 살아보다보니 그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린것일까. 일단 유부남은 아닌지 여부에 대해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한욱. 다만 진숙에 대한 자신의 마음만은 진심임을 거듭 밝히고 있다. 

 “ 저도 뭐...솔직히 뼈대있는 양반가문도 아니고 그저 지방에서 정미소 하고 과수원 

  하시는 아버지,어머니 밑에서...그렇게 졸부로 자란 집안 귀한 3대독자로 살아온 몸 

  일뿐 아직 세상물정 잘 모르는 촌놈이기도 합니다. 서울생활이나 신문물,신문명 같 

  은게 많이 낯설고 어색하기도 했고요... ” 

 “ ...... ” 

 “ 그래서 모든게 낯설고 힘든 신출내기 대학생 처지에서 진숙씨가 제 좋은 위안의  

  대상이자 말벗이 되어주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진숙씨와의 진지한 교제는 

  앞으로 계속 이어가게 하고 싶습니다. ” 

 그런 한욱을 말없이 바라보는 두 언니. 진옥과 진경이 서로를 잠시 바라보기도 한다. ‘조한욱 이 사람을 과연 믿어도 되는것일까’ 하는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중이라고나 할까.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듯 하더니 큰언니 진경이 다시 한욱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그래요 뭐...어쨌든 저희도 일단 이렇게 된 것 두 사람 사이를 지켜보긴 할께요.  

  여하튼 두 사람의 교제가 건전하게 지속되고 혹시 나중에 일이 잘못되더라도 우리 

  진숙이가 상처받는일은 없었으면 해요. 우린 그 말씀을 거듭 드리고 싶네요. ” 

 “ 걱정마십시오. 절대 진숙씨가 상처받는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 

 도대체 한욱은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말을 하고 있는것일까. 한욱은 진심 고향에 있는 본부인 다현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이런 언행을 하고 있는것인지. 양심의 가책이나 어떤 갈등같은 것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그런 모습을 일관하고 있다. 일단 그렇게 두 언니와 헤어지고 하숙집으로 돌아온 한욱. 그래도 막상 이렇게 진숙의 언니들과의 면담을 마치고 돌아오니 좀 두렵고 무서워지는 면이 없지는 않다. 과연 이대로 진숙과의 관계를 지속시켜도 되는것일까. 한욱은 자리에 눕는다.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식의 어떤 체념의 감정인것인지. 무의미하게 방바닥만 공연히 몇 번 긁어보다 잠자리에 들고 만다. 

 “ 한욱씨... ” 

 그 며칠후 진숙이 한욱의 하숙집으로 찾아왔다. 여자혼자 남자의 하숙집을 찾는것도 좀 흉이 될수 있다면 흉이 될수도 있는 시대인데. 그러고보면 진숙은 확실히 적극적인 면이 있는것인지. 아니면 이미 한욱에 대한 감정에 푸욱 빠져있어서 주위의 시선이라던가 다른 문제를 전혀 신경 안 쓰는것인지. 작은 선물 하나를 사갖고 한욱의 하숙집을 찾아온 진숙. 언니들의 일에 대한 사과부터 한다. 

 “ 저희 언니들 만나신거 알고 있어요. ” 

 이 정도 시대에 그런 만남정도는 가족끼리 사전에 언질을 주고 받았을터다. 무엇보다 언니들이 먼저 동생이 만나는 남자를 만나봐야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그후 만남을 가진 것을 동생에게 말하지 않을수는 없을터. 그래서일까. 진숙은 한욱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공연히 언니들이 한욱에게 부담만 주었던 것은 아닌지. 그 사과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 아뇨 괜찮습니다. ” 

 진심의 대답인것인지. 진숙의 사과의 말에 한욱의 반응은 이와같다. 그리고 진심으로 진숙이나 진숙 언니들의 마음을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한다. 

 “ 저야 뭐 집에서 외동이라 다른 형제는 없습니다만...제게 만약 동생이 있었더라도 

  동생의 자유연애를 걱정하지 않을수 없었을거에요. 그런면에서 진숙씨 언니들의 걱 

  정하고 우려하시는 바는 충분히 이해할수 있습니다. ” 

 “ 정말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해요. 어쨌든 한욱씨에겐 부담스럽고 어려운 자리였 

  을텐데... ” 

 “ 괜찮다니까요. 언니들 심정 다 이해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진숙씨... ” 

 하면서 다가와 진숙의 손을 한번 굳게 잡아보는 한욱.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한다. 

 “ 제가 지금 이런말을 진숙씨에게 하는게 어떻게 받아들여질련지 모르겠지만... ” 

 “ ...... ” 

 “ 가능하다면 전 이 세상 끝나는 순간까지 진숙씨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군산 촌놈이 이 먼 서울까지 올라와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 대학 

  생으로 지낸 몇 달의 시간...그래도 그동안 진숙씨가 곁에 있어주어서 제 마음이 위 

  안을 받을수 있었고 또... ” 

 “ 한욱씨... ” 

 “ 정말 이대로 영원히 진숙씨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가능하다면 우리 생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 

 한욱은 진숙의 손을 꼭 잡고는 놓아주지 않고 진숙이 좀 당혹스러운지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한다. 한욱이 그런 진숙을 품에 안는다. 

 “ 정말 이 생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진숙씨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누가 뭐래도  

  전 진숙씨를 놓치지 않을거에요. 정말...이 몸과 마음을 다해 진숙씨를 사랑하고 있 

  습니다. 그것만은 진심이라는 것을 꼭 한번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그리고는 진숙을 품에 꼭 끌어안은 한욱. 한참 혈기왕성한 두 사람의 열정이 이내 곧 폭발하고 만다. 진숙 입장에선 망설일만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자신의 운명이고 숙명이라 받아들이는것일까. 말없이 옷을 벗는다. 그런 진숙을 방바닥에 누이는 한욱. 그리고 이내 곧 두 사람은 하나가 된다. 

 

 둘이 하룻밤을 보냈다. 관계만 가진것뿐만 아니라 진숙은 아예 그날밤을 한욱의 하숙집에서 함께 보냈던 것이다. 사실 사귀는 남녀간에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이 시대엔 지금과는 비교도 할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의미가 된다. 여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지만(가령 ‘과거있는 여자’를 포용할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60-70년대는 물론 80년대까지도 논란이 되었는데 그 시절보다 대략 20-30년전인 40년대 초반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남자 입장에서도 (설사 임신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적어도 자신이 ‘책임질 일을 했다’는 의무감이나 죄책감 정도는 갖게되는 그게 성관계의 의미인 것이다. 그래서일까. 다음날 날이 밝아 떠나는 진숙의 손을 한욱은 다시한번 굳게 잡아본다. 

 “ 진숙씨... ” 

 살짝 고개 숙이고 말이없는 진숙. 그런 그녀를 다시금 안아보며 한욱의 말은 이와같이 이어진다. 

 “ 걱정하지 말고 날 믿어요. ” 

 “ 한욱씨... ” 

 막상 그렇게 관계까지 갖고나니 진숙도 여러 가지로 머릿속이 복잡한것일까. 걱정되는 눈망울로 한욱을 바라보는데 그런 진숙을 보며 한욱은 더더욱 염려말라는 듯 그녀를 다독인다. 

 “ 내가 어떤일이 있더라도 진숙씨를 버리는일은 없어요. 기왕에 책임질일을 했으니 

  만큼 그에대한 책임을 내 반드시 지리다. ” 

 그 ‘책임질일’은 결국 간밤에 가졌던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하는것이고 어쨌든 진숙이든 그녀의 두 언니든 (비록 혹시나 하는 의심은 할 지언정) 한욱이 실은 본부인이 따로 있는 유부남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도대체 뭘 어쩌겠다는것인지. 한욱은 걱정하는 진숙을 거듭 격려하고 다독이며 그녀를 돌려보냈고 진숙은 진숙대로 집에 돌아와 또 한바탕 곤혹스러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아직 몰라도 적어도 언니들은 진숙이 지금 사귀는 남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는 상태. 따라서 간밤의 미귀가에 대한 언니들의 추궁이 없을수가 없다. 행여 부모님이 아실까 걱정하여 자신들끼리의 은밀한 장소로 부른 언니들. 진숙은 결국 거짓말로 둘러댈 수밖에 없다. 

 “ 너 도대체 어제 어디에 있었던거야 ? 설마 조한욱 그 사람과 결국 그런 관계까지 

  갔던거야 ? ” 

 “ 아, 아니에요 언니. 그런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학교 독서클럽 모임에 참가했다 

  너무 늦어서 그냥 친구 OO이네 집에서 자고 왔어요. ” 

 여하튼 대중교통이 지금처럼 원활하고 수월한 시대는 아니니 그런식의 변명이 어느정도 통하긴 할 것 같다. 허나 대학생활을 모르는 부모님이라면 모를까 언니들은 적어도 대학을 나온 사람이나 대학서클모임 같은식의 둘러댐이 쉬이 먹혀들지 않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모임의 성격을 추궁해보려고 한다. 

 “ 무슨 써클모임을 그렇게 밤늦게까지 한다는거야 ? 그럼 모임 회장은 누구야 ? 그 

  리고 도대체 무슨 모임을 그렇게 밤늦게까지 갖는다는건데 ? 어서 바른대로 대지 

  못해 ? ” 

 “ 아...아니에요. 어쨌든...학교축제 준비도 있고...이런저런 안건이 좀 많아서 늦어 

  진것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전차나 버스를 타기도 마땅찮은 시간이었고... ” 

 “ 어쨌든 너 조한욱 그 사람과 함께 있었던 것은 분명 아니라는거지 ? ” 

 언니들의 거듭되는 추궁. 어차피 이렇게 되었으니 진숙도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끝까지 잡아떼기로 작정한다. 

 “ 언니들은 정말...동생을 그렇게 못 믿어요 ? 아무렴 이 김진숙이가 그렇게 남자한 

  테 함부로 몸주고 할...그런 여자로밖에 안 보이냐구요 ? 저 절대 그런여자 아니에 

  요 !!! ” 

 “ 우리야 널 믿고 싶지. 하지만 어쨌든 지금 니가 남자가 있다니까 이래저래 걱정이 

  되어 하는소리잖아. ” 

 “ 우리 한욱씨 절대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무책임한 사람 아니라구요 

  !!! ” 

 일단 지금으로선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동생을 몰아세우기만 할수도 없어서일까. 언니들은 이쯤에서 이만 물러나기로 한다. 자칫하다간 정말 죄없는 동생을 이상한 아이로 몰아붙이는 그런 언니들이 될수도 있는 모양새가 아닌가. 그래서 다시금 동생한테 다짐이라도 받아두려는 듯 이런 말을 잊지 않는다. 

 “ 여하튼 너 우리가 예의주시하고 있다는거 명심해. 알았지 ? 행여나 너 조한욱 그 

  사람과 잘못되는일이 생기기라도 하는날엔 너 우리하고도 끝장인줄이나 알아. ” 

 “ 알았어요 언니. 조심할께요.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한욱씨 그리고 절대  

  그럴사람 아니래두 그러네. ” 

 그렇게 확실히 위태롭다면 위태롭다고 할 수 있는 진숙과 한욱의 관계가 몇 달간 지속되었다. 그러다 방학때가 되어 한욱이 잠시 고향 군산에 내려가게 되었다. 진숙이 고향으로 내려가는 한욱을 서울역까지 배웅했고, 한욱이 그런 진숙을 보며 사뭇 장난스럽고 짖궂게 이렇게 말한다. 

 “ 고향에 내려가면 어떻게 할까요 ? 부모님께 우리 관계를 말씀 드릴까요 ? ” 

 “ 아이 참...한욱씨도...벌써요... ”  

 헌데 여하튼 아직은 학생신분인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던가 그러기는 좀 난감한 상황일 것이다. 아무리 결혼을 전제로 사귄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학교는 졸업하고 혼인을 하는 것이 가급적 상식적인 일일터. 그래서 진숙이 난처하고 난감하다는듯한 반응을 보인것이고 그런 진숙을 한욱이 달랜다. 

 “ 뭐 어쨌든 우리 아직 어리다면 어린 나이고...좀 더 합리적으로 우리의 관계를 진 

  전시켜보기로 합시다. 그러니 진숙씨는 그저 무조건 날 믿고 따라오기만 해요. ” 

 그렇게 서울에 진숙을 두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 한욱. 허나 기차를 타면서 이미 한욱의 머릿속은 복잡해져오고 있었다. 마치 이제야 현실을 자각하게 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고향엔 한욱이 3년전 결혼한 부인이 있다. 비록 아무리 사랑없이 애정없이 부모님 뜻에 따라 한 결혼이라도 어쨌든 부인이 있는 유부남인것만은 분명한 사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뭘 어쩌자는것인지. 어떻게보면 서울에서의 지난 몇 달. 대학에 진학해서 서울에서 이런저런 신문물,신문명들을 접해보며 정신없이 보내온 시간. 그리고 새롭게 찾아온 인연의 여인 진숙. 그 모든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 한욱의 마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뭘 어찌해야할지. 진숙과의 관계. 그리고 고향에서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계실 부모님과 부인 다현. 이 상황을 이 사태를 어찌 수습하면 좋을지 한욱의 머릿속은 고향 군산이 가까워오면 올수록 더 복잡해져오고 있었다. 보통 고향에 가게되면 한없이 반갑고 푸근해지고 그런다고 하지만 한욱에겐 고향이 그리고 자기에게 다가오고 있는 현실이 커다란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 아이구 서방님 오셨어요. ” 

 고향에선 젊은 하인들이 한욱이 당도하자 그저 반가운 듯 그를 맞이했다. 부모님께도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고 그리고 부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한욱은 긴장하고 있었다. 어차피 언젠가 말해야할 일이라면 공연히 시간을 끄느니 차라리 정면돌파를 시도하기로 결심했다고나 할까. 일단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부인 다현은 그저 몇 달만에 돌아온 남편을 극진히 대접하려고 애쓴다. 

 “ 서방님, 그래 서울에서 공부는 잘 되고 계신 것이어라 ? 많이 힘들고 어렵지 않 

  으셨어라 ? ” 

 “ 힘들게 뭐가 있겠소 ? 차라리 이곳 군산 촌구석에서 계속 답답하게 사느니 차라 

  리 아주 서울에서 눌러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별천지더이다. ” 

 “ 아이 참 서방님도... ” 

 사실 지난 3년 다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주는일이 거의 없던 그런 한욱이다. 가령 식사를 한다던가 생리적이고 본능적인 일을 하러 갈 때 외엔 거의 말을 건네지 않던 한욱인데 그런 한욱이 어떤 의미로 하는 말이든 이런식으로 아내에게 말을 건네는 것이 사실상 오늘이 처음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농담인지 진담인지 장난인지 허풍인지 잘 구분이 안가는 한욱의 이런 말투를 보며 다현은 괜시리 수줍어지는데 허나 한욱은 차라리 이렇게 된 것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작심을 한다. 

 “ 부인...내 그러고보니 이렇게 부인이라고 부르는 것 조차 참 염치없는 짓인 것 같 

  소. 뭐 그렇다고 딱히 다른 적절한 호칭이 있는것도 아니니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 

  지만... ” 

 “ 예 ? ” 

 아직 한욱의 사정과 사연을 알길없는 다현으로선 그저 어리둥절할뿐이고 한욱은 거듭 미안하다는 의사를 밝히며 하고싶은말을 이어간다. 

 “ 부인이라고 부르는게...참 염치없는 짓이다 그 말을 하는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솔 

  직히 나도 집안의 대를 이어야하는 3대독자라고...할머니도 날로 병약해지실때라서 

  그때 그렇게 부모님이 강제로 혼인을 시킨것이기도 하지만...그러고보니 그게 벌써 

  3년전일이 아니오. ” 

 “ 서방님도 참 이제와서 별말씀을. ” 

 무엇보다 첫날밤에 한욱이 그렇게 초야를 치러야하는 방에서 뛰쳐나간일을 다현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서는 방구석에 혼자 누워 슬피 울기까지 하고. 그렇게 다현과의 혼인을 싫어하고 거부했던 한욱. 허나 이제 3년이 지났고 다현으로선 이제 한욱도 철이 들고 나아지고 있으려니 그렇게 막연히 기대해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한욱은 곧 청쳔벽력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입에 올리려고 한다. 

 



 “ 그리고 듣기로 부인도 지금은 몰락했지만 원래는 뿌리깊은 양반집안이라 들었소.
 

  헌데 그렇게 곱게자란 부인이 옛날같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장사치 집안에 

  시집을 온거...부인으로서도 여러 가지로 회한이 많았을께요. ” 

 “ 서방님도 참...요즘 세상에 누가 유치하게 양반,상놈을 따진다고 그러세요 ? ” 

 물론 공식적으로는 갑오경장때 폐지된 신분제. 하지만 여하튼 사람들 의식과 가치관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쉬이 바뀌는게 아니라 신분제의 잔재는 아직까지 이어져내려오는 그런 시대이긴 하다. 허나 젊은 세대로 가면 갈수록 옛날처럼 양반-상놈 따지는 그런 의식은 점차 희박해져갈터. 헌데 그런 시대에 살면서 그것도 몰락한 양반집 딸 처지로 그걸로 위세떠는 것은 다현도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헌데 남편 한욱으로부터 이런말이 나오니 더 한층 무안해져 이렇게 반응을 보이고. 여전히 다현은 한욱의 진짜 속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이는데 그래서 한욱은 답답하게 빙빙 말돌리며 시간낭비할 필요 없다는 듯 결국 본론으로 진입한다. 

 “ 이제 그만 부인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소. ” 

 “ 예 ??? ” 

 아직 한욱의 말뜻을 이해못하는 듯 또는 자신이 뭘 잘못들었나 싶어 어리둥절하게 다현이 한욱을 바라보는데 한욱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어쨌든 나도 철부지 어린 나이에 원치도 않은 결혼을 해서 참 많이 힘들었고...또 

  부인도 여하튼 옛날같으면 어림도 없었을 그런 집안에 시집와 여러 가지로 마음고 

  생이 심했던 것 아니오. 그러니 내 이만 부인을 놓아주리다. ” 

 “ 서방님...도대체 무슨 그런 말씀을. 어쨌든 우린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사이가 아니 

  여라 ? ” 

 “ 백년가약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을 맺었다 하더라도 원치않는 결혼생활이 지속 

  되는 것은 오히려 서로의 미래만 더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그러 

  니 이제 그만 부인이 떠나주시오. ” 

 “ 서방님...대체 어떻게 그런 말씀을 ? ” 

 다현은 아직도 한욱의 말이 쉬이 믿겨지지 않아 청천벽력같은 느낌에 한욱을 바라보고 있다. 비록 한욱이 나이는 어리더라도 그렇다고 허튼소리나 입에 담거나 할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는데, 그런데 대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것인가. 다현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한욱을 바라보고 한욱은 어차피 시작한 이야기 할말을 다 해야겠다는 듯 마저 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 실은 서울에서 신여성을 사귀었소. 나로선 이전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감정 

  이었소. 자유연애라는게 비로소 뭔지를 알것만 같고...사랑이란게 어떤건지를 깨닫 

  게 해준 그런 여인이었소. ” 

 “ 뭐...뭐라구요 서방님 ? ” 

 어린나이에 장가간뒤 나중에 서울에서 혹은 동경에 유학가 공부하면서 그곳에서 새로운 인연을 맞는 그런 젊은 남자가 많다는 이야기. 아무리 몰락한 양반가에서 교류하는 벗이나 지인도 별로 없이 쓸쓸하게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다현이기로 그런 이야기를 못들어보진 않았다. 헌데 그런일이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남편과 자신에게 현실로 들이닥치다니. 솔직히 한욱이 이런말을 꺼내기 직전까지도 한욱의 이야기가 진심은 아닐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면 그저 자신이 지금까지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한것에 대한 미안함의 표시던가 그런 정도의 의미로 생각했지. 헌데 이제와서 여자가 생겼다니. 다현은 황망한 심정에 무슨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한욱은 그런 다현을 오히려 타이르듯 말을 이어간다. 

 “ 거듭 말하지만 난 부인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것뿐이라오. 한마디로 이제 그만  

  헤어집시다. 서로 원치도 않았던 결혼. 내키지도 않았던 집안. 그런데 이런식으로  

  더 힘들게 살아 뭐하겠소. 그리고 부인도 아직은 젊은 나이니...혹시 또 누가 알겠 

  소. 부인에게도 나중에 부인을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좋은 남자가 나타날지 또 어찌 

  아냔말이오. 그러니 더 늦기전에...더 후회할일 생기거나 불행한 일이 생기기전에  

  그만 헤어지자 그말이외다. ” 

 “ 모...몹쓸사람...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 

 그냥 이유없이 헤어지자고 하는 소리거나 혹은 딴에는 부인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하더라도 당사자 입장에선 기가막힐일인데 기어이 여자가 생겼다는 말까지 나오니 이런 상황에서 어떤 여자가 치를 떨지 않으랴. 다현은 도저히 참을수 없는 지경이 되고 다현의 그런 심리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욱은 부인을 거듭 설득하려는듯한 말을 입에 담는다. 

 “ 여하튼 이제 누구나 너나 할것없이 자유연애를 부르짖는 그런 시대가 아니오. 그 

  러니 우리도 피차 자유로와지자 이 말이외다. 애초에 원하지도 않았던 결혼. 계속 

  해서 불행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느니 피차 자유롭게 나중에 좋은 인연을 만나 자신 

  이 진정 원하는 상대를 만나 행복해지는 그런 선택을 하자 이말이외다. 무슨말인지 

  알겠소 ? 난 나대로 뒤늦게 찾아온 새로운 인연...정말이지 사랑이 뭔지 연애감정이 

  어떤건지 그런걸 깨닫기도 전인 철없는 나이에 했던 결혼보다...이제야 진정 내게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여인을 만났으니... ” 

 ‘ 철썩~~~!!! ’ 

 이 시대에 남편을 때릴수 있는 아내가 과연 있을까 ? 허나 조선시대 폐비윤씨 같은 사례도 있음을 생각해보면 남편의 태도가 너무하다 싶을 때 극도로 격분한 아내의 태도가 이 정도에까지 미치지 않는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어쨌든 조선시대 여인도 무슨 대단한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여자는 아닐터이고 대다수는 그저 기쁨도 분노도 고통도 슬픔도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을 다 느끼고 살았을 ‘보통여자’들 아니겠는가. (* 심지어 투기가 극심해 남편이 총애하는 여종의 손목을 자른 여인의 기록도 있는 것을 보면 이 정도의 분노의 행동이 전혀 있을수 없는일은 아니다.) 

 “ 몹쓸사람 같으니...천하의 나쁜사람 같으니...아무리 그래도 지금까진 아직 철이 없 

  어서 그러려니 하고 내 다 이해하고 참아주었는데...첫날밤 그 수모를 겪게 했는데 

  도 그래도 아무말없이 참아주고 다 넘어갔는데...아직 어리고 철없는 사람...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철들고 나아지려니 그날만을 기다리고 참아줬는데 이제와서 헤 

  어져 ? 뭐가 어째 ? 자유연애 ? 니가 지금 그걸 나한테 말이라고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 ” 

 “ 아니, 부인 말씀이 너무 심한 것 아니오 ? ” 

 반말짓거리까지 나오는 세 살연상의 부인. 사실 지금까지 다현의 실제 심정은 그랬다. 여하튼 열아홉살 나이에 자신보다 세 살어린 신랑을 처음 보게되고. - ‘꼬마신랑’까진 아니더라도 굳이 요즘식으로 비유하면 고3 여학생이 중2-중3 정도 되는 동생같은 소년을 보는 느낌 아니었겠는가. - 그래서 아직은 철이 없고 어려서 그런걸로 이해하고 넘어가려는게 다현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고 남편도 어느덧 점차 성숙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을 대견스럽게 느낀면도 있었다. 헌데 이제와서 나이 열아홉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게 되더니 이제와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신여성을 만나 자유연애를 시작했다며 세 살연상의 아내더러 헤어지자니. 그러면서 제법 ‘아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는 식의 궤변같은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니 다현은 기가막힐 수밖에 없다. 결국 어지간한 다현의 입에서도 큰소리가 나오고 만다. 

 “ 어떤X야 !!! 도대체 어떤X이냐구 !!! ” 

 “ 아...아니 이보시오 부인 이건 너무 심하지 않소 ? ” 

 “ 심하다구 ? 이게 심하다구 ? 니가 뭔데 나한테 감히 그따위 소리를 해 ? 야 !!!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자식아 !!! 자고로 예부터 부처님도 시앗을 보면 돌아앉는댔 

  다. 근데...감히 니가 서울올라가서 새 여자를 사귀었으면서...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어딜 감히 니 입에서 그따위 소리가 나와. 이 나쁜자식...이 천하의 나쁜자식 !!! 

  이 천하의 배은망덕한 자식 !!! ” 

 마침내 다현이 한욱을 꼬집고 물어뜯고 할퀴고 한바탕 난리를 친다. 그만큼 극에 달한 분노를 참을수 없었던 것이다. 헌데 그렇게 다현이 한욱에게 달려들어 그 한바탕 난리를 칠 때 진짜 사달이 일어나고야만다. 방안에서 큰소리가 나는 것을 보고 의아해진 시아버지 조태선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 이게 무슨짓이야 !!! 이게 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 ” 

 한바탕 욕설을 퍼부으며 남편을 때리고 할퀴고 할 때 그 광경을 시아버지가 목격하고 말았으니 참으로 공교롭고 난감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앞뒤 사정을 어찌 설명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분노가 극에 달한 시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만다. 

 “ 새아기는 당장 내방으로 들어오너라 !!! ” 

 

 도저히 있을수 없는 용납할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판단한 시아버지 조태선. 며느리 다현은 물론 아들 한욱도 당연히 부모님 방으로 따라 들어가지 않을수가 없다. 무엇보다 지금 다현은 결혼후 3년동안 아이가 없는 처지 아닌가. - 물론 그 책임이 다현에게만 있다고 볼순 없지만 – 헌데 이런 상황에서 객지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온 신랑에게 이런식으로 대해버렸으니 제대로 시부모님 눈밖에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색이 되어 방안으로 들어온 다현을 보며 조태선의 호령은 이와같이 이어졌다. 

 “ 사실 널 이 집에 들이면서도 마음 한켠으로 걸리는 면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아 

  무튼 옛날같으면 귀하디 귀하게 자란 양반집 규수인데, 그런 네가 옛날같으면 거들 

  떠도 안보았을 천한 장사치 집으로 시집을 온다는게...내심 못마땅하게 여겼을수도 

  있었을테고... ” 

 “ 아...아버님. 당치 않으십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 

 이런식으로 운을 떼는 태선을 보니 그 뒤로 무슨말이 이어질지 몰라 다현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하다. 시아버지 태선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 게다가 결혼후 3년이 지나도록 자손이 없으면...옛날같으면 그야말로 칠거지악에 

  해당되는 일인데...그래도 우리 한욱이가 아직 어리니 좀 더 자랄때까지 기다려준 

  면도 있고... ” 

 “ 아버님... ” 

 “ 근데 어디서 감히 니가 우리 한욱이한테 이런 패악질을 벌여 ? 객지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내려오신 서방님을 편하게 모셔도 시원치않을판에 네가 천하의 그런 몹 

  쓸짓을 해. 아무리 우리 아들이 너보다 어리기로 아무리 우리집안이 천한 신분이 

  기로 어떻게 시부모 알기를 서방 알기를 이렇게 우습게 알수가 있어 !!! ” 

 “ 아버님...당치 않으십니다. 제가 어찌 그런. ” 

 다른건 몰라도 일단 한욱에게 한짓이야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 그런것이지만 시부모님을 업신여기다니. 그것은 다현의 양심을 하늘에 걸고 정말 그런일이 한번도 지금까지 없었다. 헌데 남편에게 패악질을 부린 것이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까지 업신여기는 짓이라니. 무엇보다 이렇게 진노하시는 시아버지의 얼굴은 지금까지 본적이 없어 다현도 무척이나 무섭고 두려워 무슨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편 한욱에 대한 원망감도 다시 일어나지 않을수가 없다. 애초 이 사달이 누구 때문에 벌어진 일인가. 그것도 몇 달만에 고향집으로 내려와서는 아무리 정없이 산 아내이기로 서울에서 새로운 여자를 사귀었느니 자신(다현)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다며 헤어지자느니 그런 기가막힌 소리를 했던 한욱이 아닌가. 헌데 그런 전후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남편을 때리고 꼬집고 할퀸 자신만을 나무라고 있는 시아버지. 원망하는 마음이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헌데 그 다현의 가슴에 한층 더 염장을 지르는 한욱의 태도가 이렇게 이어진다. 

 “ 아버님 죄송합니다. 다 제 불찰입니다. 다 제가 못나고 용렬하여... ” 

 헌데 이렇게 되면 다현 입장에서 굉장히 뻔뻔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한욱의 태도 아닌가. 아까는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느니 다현을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다느니 그래서 있는대로 자신의 염장을 지르더니 이건 또 무슨 태도고 무슨 저의인가. 정말이지 조한욱이란 남자가 이런 사람이었나 하는 어떤 절망감에 다현이 자신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 야 !!! ” 

 너무 화가나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소리였다. 허나 이내 곧 큰 실수임을 깨닫는다. 다른 자리도 아니고 시부모님이 보고계신 자리가 아닌가. 헌데 이런 자리에서 남편보고 ‘야’라니. 도저히 이 시대에는 용납이 안 될 며느리의 태도다. 시아버지는 물론 시어머니 임원희 여사 조차도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며느리의 본색을 보는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 더 못참겠다는 듯 한마디 한다. 

 “ 더는 안 되겠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거라 !!! ” 

 “ 어...어머니...아버님... ” 

 시어머니에 이어 시아버지도 더 상의도 의논도 해볼 것 없다는 듯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무엇보다 자기 아들을 이렇게까지 업신여기는 며느리의 태도를 시부모님은 용납을 할수 없었던 것이다. 태선의 호령이 거듭 이어진다. 

 “ 세상에 아무리 거꾸로 뒤집혔기로...어딜 하늘같은 서방님한테 이렇게 나오는 마누 

  라가 있을 수 있어 ? 게다가...아무리 우리집이 근본없는 천한 장사치기로...아무리 

  우리를 평상시 무시하고 업신여겼기로...도대체 어디서 그런...듣기싫다. 너같은 며 

  느리 두 번다시 내 집에서 보고싶지 않으니 당장 내일 내 집에서 나가거라 !!! ” 

 “ 아버님... ” 

 “ 한 사흘정도 말미를 주마. 그래도 하루아침에 알몸으로 내쫒을수는 없으니...내일 

  이든 모래든 짐을 싸서 네 친정으로 돌아가. 다시는 우리가 널 보고싶지 않다. ” 

 “ 아버님... ” 

 “ 시집온지 3년이 되도록 애가 없는데도 이 정도로 참아 주었으면 많이 참아준거야. 

  헌데 그런 시부모님께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객지에서 힘들게 고생하여 공부하고 온 

  남편한테 이런 천하 몹쓸 패악질을 부려. 그러고도 네가 무슨 할말이 있더냐. 당장 

  내 집에서 나가 !!! ” 

 괜히 일순간에 치민 감정으로 내뱉는 소리가 아닌 것 같았다. ‘시집온지 3년이 다되도록 애가 없는데’ 그것도 참아줬다고 하지 않는가. - 게다가 한욱은 그런 손귀한 집안의 3대독자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아들을 열여섯 어린 나이에 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일찌감치 시집을 보낸것인데 그 결과가 이러하니 시부모님 입장에서의 실망은 또 어떠했겠는가. 나름 ‘사람을 잘못 들인거 아닌가’ 하는 회의감이 들 시점인데, 그런 시점에 며느리가 제 남편에게 – 그것도 객지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돌아온 남편을 – 이런짓을 벌였으니 이 시대 시부모님 입장에선 결코 용납할수 없는 일이 되리라. 그래도 차마 하루아침에 알몸으로 내쫒을수는 없어 하다못해 짐챙길 시간이라도 주기위해 사흘 말미를 주는것으로 한발 물러나준 것이다. 허나 더 이상은 용납이 안된다는듯한 시부모님의 태도. 다현은 혼자 방에서 분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남편 한욱에 대한 원망감도 한층 더 치솟아 피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 서방님...이건 좀 너무하신 것 아니어요 ? ” 

 젊은 청년 머슴 민석이가 한욱에게 다가와 한마디 했다. 지금 이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모르지는 않을 청년 머슴. 무엇보다 한욱과는 어릴때부터 함께 지내며 지켜봐온 처지이기도 해서 자신이라도 나서 중재를 해볼까 하는 심정으로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허나 한욱은 민석앞에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넌 그냥 모르는체 가만히 있어. ” 

 “ 부부간에 살다보면 사소한일로 말다툼을 할수도 있고 그럴수도 있는 것 아니어요  

  ? 그러지말고 좋은말로 잘 좀 화해를 해보시던가 하시어요. 아무리 그렇기로 이렇 

  게...사소한 의견차이라 좀 싸운거 같고...하루아침에 쫒아내는 법이 어디있어요. ” 

 민석은 이 사태를 그저 부부간에 사소한 의견차이로 좀 다툰 것 정도로 생각하는것일까. 하긴 한욱보다 몇 살위인 형님뻘이라고 봐야하는 민석도 수년전에 장가는 들어서 나름 부부생활에 대해 알만한건 아는 그런 청년이기도 하다. 그래서 딴에는 마치 인생 몇 년이라도 더 산 선배처럼 한욱을 타이르려는 모습까지 보이는데 허나 한욱은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것이라는 듯 이렇게 나온다. 

 “ 민석아. 일단 너만 알고 있어라. ” 

 “ 뭐를요 서방님 ? ” 

 “ 나 사실은 서울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 ” 

 “ 네에 ? ” 

 민석도 이 시절 그런 세태를 모르진 않는다. 무엇보다 남자가 아직 꼬마신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어린나이에 결혼이 뭔지 여자가 뭔지도 모를 그런 나이에 원치도 않는 여자와 결혼한뒤 나중에 서울에서 신문물,신문명을 접하고 신여성을 접했을 때 변하는 마음. 같은 남자 입장에서 이해 못할일도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모시는 상전인 한욱 서방님도 그런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민석은 무척이나 놀랍고도 믿겨지지 않는 것이다. 한욱이 그런 민석을 보며 말을 이어간다. 

 “ 조만간 기회를 봐서 아버님께도 말씀드릴 참이었어. 다현이 저 사람하고 사이는 

  정리하고 서울에서 사귄 새 여자를 신부로 들이는 문제를 말이다. ” 

 “ 서방님...도대체 어쩌시려구요 ? ” 

 “ 일단 당분간 너만 알고 있어라. 그리고 잠자코 보고만 있고말야. 나도 이젠 더 이 

  상 어린아이가 아니야. 최소한 내가 책임질일을 했으면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은 지 

  고 만다. 어쨌든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기회를 봐서 아버지,어머니께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새여자를 들일 생각으로 있으니 넌 그저 잠자코 보고만 있어. ” 

 

4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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