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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다현 (2)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다 혀 니 여 라
 

 

 마침내 한욱과 다현의 혼례식날이 되었다. 한욱의 집에선 아침부터 새 신부를 맞을 준비로 하인들이 주인 조태선의 명을 받아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지만 정작 오늘의 주인공인 새신랑 한욱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못했다. 아무리 그래도 학교도 졸업하기 전인 어린나이에 결혼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것인지, 멀리서 대충 봐도 아무래도 실제로 공부를 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 적당히 책이랑 공책이라도 책상에 펼쳐놓고 공부라도 하는듯한 시늉을 보이는 한욱. 보다못한 아버지 태선이 방으로 들어와 재촉한다. 

 “ 한욱아, 뭘 꾸물거리고 있느냐 ? 어서 서둘러 준비하지 않고. ” 

 “ 공부하고 있잖아요 아버지. ” 

 마치 오늘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하루라도 되는것마냥 이와같이 대답하는 한욱. 보다못한 태선의 불호령이 결국 떨어지고 만다. 

 “ 이런 답답한 것을 보았나 !!! 내가 언제 널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꾸짖었더냐 ?  

  오늘 초행길(* 신부 맞으러 가는길)에 올라야 햐는 것을 네 정녕 모른단말이냐 !!! 

 ” 

 아버지의 거듭되는 꾸지람에 결국 한욱은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도 결국 이렇게 다시금 한욱을 타이르며 격려했다. 

 “ 한욱이 어서 옷 갈아입고 채비 마치거라. 아직 많이 부끄럽기도 하고 하겠지만... 

  곧 새신부를 맞이하고 하면 너도 마음이 달라질게야. 아, 다른건 몰라도 어른이 

  되는 날인데 뭐가 그렇게 부끄러워. 그러지말고 어서 옷 갈아 입으렴. ” 

 “ 도련님, 이제 그만 얼굴 펴셔요. 뭐 아직 어린나이에 혼례를 치른다는거 내키지  

  않으실수도 있는데 하지만 차차 지내다보면 괜찮아 지실거에요. ” 

 “ 그려요 도련님. 지도 뭐 실은 아랫마을 점순이랑 영 내키지 않아 한 혼례였지만 

  막상 살아보니 또 사는 재미란게 있구만이라. 그러니 용기내고 어서 초행길에 오 

  르셔요. ” 

 한욱보다 대여섯살 정도는 많은 형님뻘은 된다고 봐야할 젊은 하인 두명도 결국 이렇게 한편으론 딱해보이고 한편으론 재미있어 보이기도 한 듯 격려하듯 또는 달래듯 이렇게 한마디씩 했다. 결국 예복을 차려입고 초행길에 나서게 된 한욱. 요즘같으면야 차로 몇십분이면 다녀올 거리지만 아직은 차가 귀한 시대에 말타고 가려면 여하튼 두어시간 정도는 소요가 된다. 그래서 아침부터 서두를 수밖에 없는 초행길. 그렇게 신부가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가게되는 것이다.  

 (* 두산백과나 나무위키 자료를 보면 원래 전통혼례에선 혼인식부터 초아(初夜)까지를 신부 

   집에서 지내고 신랑집으로 오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헌데 70년대에 제작된 드라마(또는  

   영화)에서 묘사된 30년대 혼인식을 보면 혼례식도 초야도 모두 신랑집에서 치르는 것으로 

   묘사되더군요. 아무래도 일제 강점기에 몰락한 양반도 많고 이래저래 복잡한 사연들이 많 

   은 시대이니만큼 뒤죽박죽된 것이 아닌가 추정해 봅니다. 일단 이 소설에선 전통혼례 순서 

   를 이와같이 묘사합니다.) 

 혼인식과 폐백까진 신부집에서 치르고 신랑집으로 와서 첫날밤을 보내게 되었다. 혼인식까진 대충 신부집 앞마당에서라도 치를수 있지만 초야를 치르기는 여러 가지로 적절치가 못해 이와같이 하기로 한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신랑 입장에선 신부 얼굴을 가까이서 볼수 있는 것은 첫날밤이 되어서였다. 물론 혼인식때도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나마 상대의 얼굴을 전혀 못볼수는 없지만 절도 여러차례 하게 되어있고 무엇보다 신부는 넓은 팔소매 같은 대대(大帶)로 얼굴 대부분이 가려지게 되기 때문에 신랑 입장에서 혼인식때 신부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은 사실상 포기해야한다. 여하튼 연지곤지 바르고 꽃단장한 신부이니만큼 열여섯살 한욱 입장에선 그래도 막연히 젊고 ‘이쁘겠지’ 하고 기대(!)는 하고 있던터. 허나 막상 첫날밤이 되어 촛불을 켜고 신부 얼굴을 본 한욱이 기어이 기겁하고야 말았다.  

 “ 으아아악~~~!!! 이게 뭐야 ??? ” 

 ‘돼지’라고 표현한다면 실례이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열여섯살 요즘으로 치면 사실상 고등학생으로 봐야하는 중학생 한욱의 입에서 나올법한 표현은 분명 아니다. 사실 다현이 여성으로선 키도 좀 큰 편이었고 덩치가 큰 편에 속하긴 한다. 그래도 그렇지 ‘돼지’라니. 적어도 다현 입장에서 지금까지 복스럽거나 맏며느리감이란 소리는 들어봤어도 또 옛날같으면 좋은데 시집가서 ‘정경부인’ 정도는 하고 남을만한 상이나 품성을 갖추었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돼지’란 말은 들어본적이 없다. 그러나 한욱 입장에선 그야말로 웬 돼지같이 뚱뚱하고 덩치큰 여자가 하나 자기방 한가운데 덩그러니 들어와 앉아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기겁하며 결국 방문을 뛰쳐나간다. 

 “ 안해 !!! 나 안해 !!! 이 결혼 안해 !!! ”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온 한욱. 놀란 아버지는 물론 할머니까지도 뛰쳐나울 수밖에 없었다. 놀란 태선이 묻는다. 

 “ 한욱아 무슨일이냐. ” 

 “ 싫어요. 저 이 결혼 안한다고 했잖아요. 안해요 !!! 지금이라도 물러주세요. 돼지 

  같은 마누라랑 어떻게 살아요 ? 싫어요. 저 결혼 안해요 !!! ” 

 마침내 ‘돼지같은 마누라’란 표현까지 써가며 소리를 지르는 태선. 할머니까지 나와있는 상황이니 태선 입장에서도 아들을 크게 꾸짖지 않을수가 없다. ‘돼지같은 마누라’하곤 못산다며 한욱이 계속 울부짖는데 결국 태선이 그런 아들을 강제로 자기방으로 데리고 같다. 

 “ 아무래도 안 되겠구나. 당장 종아리를 걷거라. ” 

 “ 싫어요. 제가 나이가 몇인데 지금 종아리를 맞아요 ? 그리고 이 결혼 안해요 !!! 

  돼지같은 마누라랑 안 살거에요. 공부할거란말이에요. 공부해서 대학가서 이 다음 

  에 판검사 될거란 말이에요 !!! 이 결혼 안 해요 !!! 돼지같은 마누라랑 안 산단 말 

  이에요. 엉엉엉엉~~~!!! ” 

 “ 이게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근본없는 짓거리야 !!! 내가 널 그리 가르쳤더냐 !!! 

 ” 

 “ 싫어요 !!! 저 이 결혼 안 해요. 돼지같은 마누라랑 안 산다구요 !!! 공부할거에요. 

  장가 안가구 공부한단 말이에요 !!! 돼지같은 마누라랑 안 산다구요 !!! ” 

 “ 이게 대체 무슨 천하의 불효막심한 짓거리야 !!! 대체 이 무슨 근본없는 짓거리고 

  !!! 냉큼 종아리를 걷지 못해. ” 

 사실 첫날밤에 소박을 맞는것도 신부 입장에선 엄청난 상처이지만 남자 입장에서도 첫날밤에 그러고 달아났다는 이야기는 절대 나중에 좋은소리 들을일은 거의 없다. 그야말로 황당무계하고 해괴한 짓거리가 아닌가. 그래서 태선은 안 되겠다는 듯 한욱을 거듭 호되게 종아리를 쳤다. 그러면서 이렇게 꾸짖는다. 

 “ 냉큼 신부방으로 들어가렸다. 대체 이게 무슨 천하의 배워먹지 못한 짓거리야 !!! 

  당장 신부방으로 들어가지 못해 !!! 당장 초야를 치르고 나오렸다 !!! ” 

 사실 이 일이 동네방네 소문이 나도 그 역시 조태선 입장에선 무척이나 난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런 한바탕 소동과 난리가 벌어졌으니 하인이나 하녀들이 이 광경을 사태를 모르지 않을 것 아닌가. 그네들에 의해 동네방네 소문이 퍼진다면 그 뒷수습도 결코 쉽지 않을터. 사실 날이 밝으면 이 사태를 어떻게 하인들에게 입단속을 시킬지 그것만 생각해도 태선은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그래서 더더욱 아들을 호되게 야단치며 다시 신방으로 들여보낸 아버지 태선. 허나 한욱은 마지못해 들어간 방안에서도 흐느끼며 울고만 있다. 

 

 한욱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지금 다시 방에서 뛰쳐나갈수도 없고, 앞으로 이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랑 평생을 살 것을 생각하면 그저 눈앞이 캄캄하고 아득할 따름이다. 사실 다현 입장에서도 신방에 든 신랑이 이렇게까지 나오리라곤 생각지도 못한 일이기에 무척이나 당혹스러웠을 것. 아버지의 꾸지람과 할머니의 타이름으로 겨우겨우 다시 신방에 든 한욱이긴 하지만 그런 신랑을 어찌 대해야하는지 다현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술을 한잔 따라주며 이렇게 권한다. 

 “ 서방님...한잔 드시와요. ” 

 어렵서리 ‘서방님’이란 호칭을 부르며 이렇게 말한 다현. 허나 한욱은 여전히 다현을 외면하고 있다. 다현도 그녀 나름대로 안타까운 심정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치러야할 의식(?)은 치러야할 것 아닌가.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다현도 그저 막막하기만 한데 일단 다시금 술을 들것을 한욱에게 권하고 있다. 

 “ 서방님...어서 한잔... ” 

 “ 싫어 !!! 안 먹어 !!! ” 

 그렇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다현은 움찔한다. 헌데 그것뿐만 아니다. 술과 간단한 다과가 차려져있는 상까지 발길로 뻥 차버린 한욱. 그것도 모자랐는지 이번엔 아예 뚱뚱한 신부 다현까지 발길로 차버리며 이렇게 소리친다. 

 “ 너나 실컷 처먹어 !!! 난 안먹을거야. 안 먹는다구 !!! 난 죽어도 그런술 안 먹을 

  테니까 너나 실컷 돼지같이 처먹어 !!! 난 안 먹을테니까 너나 실컷 처먹으란 말 

  야 !!! ” 

 사실 합환주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그저 형식적인 의식에 불과할 따름이다. 허나 다현이나 한욱이나 아직 어리고 그런 경험은 더더욱 없을터인즉, 그래서일까. 합환주라도 들면 부부간의 특별한 뭐라도 생기는것인줄 아는것인지. 여하튼 한욱은 거부하고 있고 다현은 다현대로 그 합환주를 어떻게든 신랑에게 먹여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지 그저 어쩔줄 모르고 있다. 한욱은 여전히 신부를 외면한채 그렇다고 다시 방을 뛰쳐나갔다간 아버지의 꾸지람과 회초리가 다시 있을것이란 것은 뻔히 예상할수 있을터. 결국 방 한쪽 구석에 대충 이불 하나를 가져와 그것을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술상은 이미 저만치 엎어져있고 다현은 여전히 어쩔줄을 모르며 울고만 있다. 그나마 갑갑했을 혼례복을 대충 벗어서 헐겁게 만들었으니 그만한 융통성이 있는 것을 다행이라고 봐야할판이다. 아무래도 신랑이 족두리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이걸 벗겨주든 내려주든 그걸 해줄것이라는 것은 이 상황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현도 충분히 판단이 될 터. 이미 방구석 저쪽에서 혼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어느새 쿨쿨 잠들어버린 한욱을 다현은 한참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다 그대로 자리에 눕지도 못하고 그냥 대충 옷만 조금 벗어 헐겁게 만들어놓은채 흐느끼고만 있을 따름이다. 이렇게 한욱과 다현의 초야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 흑흑...말순아...흑흑... ” 

 그래도 졸림은 인간의 생리라 어쩔수 없는지 대충 자리에 누워 결국 잠이들어버렸다. 헌데 꿈을 꾸었다. 

 “ 아씨...아씨...가지마시어요. 지도 아씨따라 갈것이구만이라... ” 

 다름아닌 다현과 어릴때부터 함께 자라 하인이나 몸종이라기보단 친구나 다름없던 말순이 꿈에 나타난 것이다. 사실 꿈이라기 보단 전날에 새신랑을 따라 시댁으로 들어갈 때 실제 있었던 상황이 90% 이상 있는 그대로 재현된 형상이다. 실제 있었던 현실과 다른게 있다면 말순의 한사코 아씨따라가겠다는 고집과 발걸음이 한층 더 심하고 과장되게 나타나고 있는것일뿐. 실제 아씨가 떠날 때 말순은 그랬다. 

 “ 아씨...지는 아씨따라 갈것이구만이라... ” 

 “ 말순아. 이제 그만 하거라. 이제 그만 들어가래두 그런다. ” 

 사실 다현과 한욱의 혼사가 성사되면서 몰락한 양반가인 다현의 아버지 송태권에게 돈많은 재력가인 조태선이 약간의 경제적 도움을 주었었다. 여하튼 몰락한 양반가 핏줄로서 하나밖에 없는 딸마저 시집보내고 나면 이후 태권의 생계는 어찌할것인지 그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조금의 경제적 도움을 준 것이다. 헌데 태권이 태선으로부터 받은 금전적 지원의 일부를 또 말순에게 내어주었다. 그러면서 말순에게 이렇게 말했다. 

 “ 말순아. 이제 너도 그만 떠나도록 하거라. ” 

 “ 어르신, 무슨 그런 말씀을 서운하게 하셔라. 지가 가면 어디로 간다고...지가 갈데 

  가 어디있다고 그러셔라. ” 

 “ 이미 몰락해서 하인은 고사하고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뼈대만 양반인 집에 

  계속 붙어있는들 무슨 소용이 있겄냐. 그러니 더 늦기전에 어서 떠나 너도. ” 

 그렇게 자신이 보태준 돈으로 가서 장사밑천을 삼든 학교 공부라도 하든 뭘 해서 자립할 밑천을 삼아보라는 송태권의 배려. 허나 어릴적부터 다현아씨만을 모시며 살아온게 전부인 말순이 지금 이 집을 떠난다고 무슨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떠날 수 없다’며 그러느니 차라리 아씨를 따라 가겠노라고 아씨 시댁까지 따라가 그곳에서도 아씨를 계속 모시겠노라 말순은 보챘다. 그러는 말순을 다현도 거듭 달래며 타일렀지만 쉽지 않았다. 

 “ 니가 시댁까지 따라오면 솔직히 너도 고생이야. 게다가 내 처지도 난감해질 수밖 

  에 없고. 그러니 쓸데없는 고집 피우지 말고 어서 떠나렴. ” 

 그렇게 떠나라고 설득하던 태권과 다현 모녀. 하지만 떠난다고 어디 갈곳이 있는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것도 아닌 말순이 떠날 수 없다는 쉬이 결론이 나지 않는 평행선의 대화가 거듭되다 결국 그렇게 다현의 혼인식날이 된 것이다. 말순으로선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그런 심정이 드는 날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짝사랑하던 이웃집 처자가 어느 신분 귀한 양반집이나 부잣집으로 시집가는 모습을 보는 동네총각의 심정이 이보다는 나을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한 장면이다. 짝사랑의 감정이야 어쨌든 상처가 클 지언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아물고 잊혀지게 되겠지만 아씨 곁을 떠나면 딱히 갈곳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처지의 말순은 더욱 딱하고 안타까운 몸이 아니던가. 그래서 다현이 시집가는날. 말순은 친정을 떠나게되는 당사자인 다현보다도 한층 더 슬피 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아씨...아씨 가지마시어요. 제발...가시려거든 차라리 지도 데리고 가주시어라. ” 

 “ 허허...얘가 근데 왜 이리도 고집을 피우나 그래. 그러지말고 어서 그만 들어가래 

  두. ” 

 “ 아씨...아씨... ” 

 계속해서 슬피우는 말순. 떠나는 꽃가마를 보며 한바탕 더 슬프고 안타깝게 울었고 그런 말순으로 인해 이제 시집가는 길을 떠나야하는 신부의 길이 늦춰질판이다. 안되겠다 싶은 태권이 말순을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며 집안으로 들여보냈다. 

 “ 말순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 

 “ 싫구만이라. 지도 아씨따라 갈것이구만이라. ” 

 “ 허허...정말...니가 자꾸 여기서 이러면 아씨 처지까지 난감해진다는 것을 왜 몰라 

  ? 이제 그만 고집피우고 그만 들어가자니께. ” 

 “ 싫구만이라...지는 아씨곁 안떠나고 아씨 시집가는데 쫒아가서 그곳에서 아씨를 계 

  속 모실것이구만이라. 지는 이대로 아씨 못보내는구만이라. ” 

 슬피우는 말순. 허나 결국 이 대세를 혼자서 거스를수가 없음인지 다현을 떠나보내고 혼자 터덜터덜 집안으로 들어왔다. 사실 집에 방이라고 해봤자 주인인 송태권이 쓰는 방, 그리고 나머지 하나 달랑 있는 방을 지금까지 다현과 말순이 함께 써왔다. 옛날 같으면야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이미 몰락해서 원래 있던 세간이며 집을 다 빼앗기고 달랑 방 두 개뿐인 집 한 채만 남은 상황에서 그런 것을 어찌 따질 처지가 되겠는가. 그렇게 아씨와 함께 처음부터 그리했던 것은 아니지만 대충 한 열 살 넘을때부터였던가. 그렇게 한방까지 써왔던 다현아씨를 말순은 떠나보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현아씨가 떠나고 혼자 남게 된 방에서 말순은 방바닥에 누워 한바탕 슬피 울었다. 이제 그만 너 혼자 살 궁리를 찾아 떠나라고 이미 송태권이 며칠전 쥐어준 돈이 있기는 했지만 말순이 지금 그거 갖고 떠날 수 있는 심리상태가 도무지 못된다. 말순은 그저 이제 이렇게 아씨까지 떠나보내고 혼자 남은 처지에서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몰라 그저 막막한 심정으로 구슬프게 울고있을 따름이다. 

 

 3년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후반을 지나 어느덧 40년대 초반(대략 1941-42년 정도)으로 접어든 셈인데, 한욱과 다현은 어떻게 보면 다소 엽기적으로 첫날밤을 치르고 부부생활을 시작한것이지만 그래도 이후 3년은 그런대로 무난히 시간이 흘러갔다. 막상 그래도 한욱도 다현과의 결혼이 물를수 없는 자신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체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나이 한 살,두살씩 먹어가며 철이 든 것인지 일단 3년정도의 시간은 별탈없이 흐른 것이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엔 아직 아이가 없었다. 아무리 ‘못생기고 뚱뚱한 마누라’하곤 같이 못산다며 그렇게 울고불고한 한욱이지만 이제 차츰 성에 눈도 떠가고 혈기왕성해져가는 사춘기 청소년이건만, 그런 아내하고 아직 제대로 관계도 나누지 않고 아이도 없는 상태라면 한욱의 고집도 제법 어지간하다고 봐야할 것이다. 속사정(!)을 알길없는 한욱의 부모는 슬슬 ‘언제쯤 자손을 볼 셈이냐 ?’며 며느리를 닦달하기 시작할때고, 한편 ‘손자 장가가는것까지 보고 가게되어 다행이라’며 기침소리와 함께 병약한 모습을 보였던 할머니는 마치 그것이 예언이라도 되는양 한욱이 장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 상태에서 한욱은 다현과 3년을 살았고 아직 슬하에 자녀는 없으며 그로인해 ‘속히 대를이을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시부모의 닦달을 들으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때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가 한욱이 바야흐로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학은 서울에 있으므로 그곳에서 학교를 다녀야 할 터인데 자연스럽게 아내 다현과는 떨어져서 살게될 수밖에 없다.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다현도 막상 그 사실을 알고는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리 무심한 신랑이기로 그래도 막상 떨어져 살아야 한다니 서운한것인지. 그런 며느리를 태선과 그 아내가 타일렀다. 

 “ 낭군이 서울에서 공부를 한다는데 그럼 마땅히 아녀자는 집안을 돌보며 남편이  

  서울에서 학업을 무사히 잘 마칠수 있도록 내조를 하고 뒷바라지를 해야할 것 아니 

  냐. 그게 바로 아녀자된 도리야. 예전엔 다 그러고들 살았어. 남편이 과거시험 공부 

  하면 아내는 남편이 과거에 무사히 붙을수 있도록 내조하며 기도하며 산 것을 왜 

  몰라 ? ” 

 조선시대야 당연히 그리 살았고, 그런식으로 살던 문화가 이때까지도 아직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봐야하는것이지만 여하튼 막상 남편이 공부하러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니 서운한 기색을 지울수 없었던 다현. 남편이 떠나는날 그의 옷깃을 부여잡고 슬피 울기까지 한다. 

 “ 서방님... ” 

 “ 부인 진정하시오. 나 원 누가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어디 징용이라도 강제로 

  끌려가는건줄 알겠네. 허허...글세 부인 진정하시래두요. 나 죽을곳 찾으러 가는 사 

  람 아니외다. 한양에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올라가는 사람 앞에서 이 무슨 청승 

  이시오. 그만하시오. ” 

 그래도 어느덧 성인이 되어서인지 3년전 그 철부지 같던 티는 오간데가 없고 제법 의젓하게 아내를 타이를줄도 아는 한욱의 모습. 그렇게 슬피우는 세 살 연상의 아내를 뒤로하고 한욱은 서울로 떠났다. 그리고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 여보세요. ” 

 대학에 들어온지 한달여쯤의 시간이 지났을때일까. 한욱 입장에선 처음 접하게 되는 대학 교정의 풍경이며 이런것들도 신기하기 이를데 없었지만 서울에서 이런저런 신문물들을 접하는것도 이전에 볼수없던 별천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거처는 학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곳에 하숙집을 구해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데 그렇게 하숙집과 학교를 오가며 공부하는 나날들. 헌데 그러던 어느날 뒤에서 부르는 누군가가 있었다. 

 “ 법학부에서 공부하시는 학생 맞죠 ? ” 

 처음엔 자신이 잘못 들었으려니 생각했는데 확실히 자신을 부르면서 다가오는 여인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한욱에게도 낮익은 얼굴이긴 하다. 등하교때 이따금 그 얼굴을 본적이 있긴 한데 일단 그때까지 한욱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헌데 여인이 먼저 아는체를 하며 다가온 것이다. 사실 예나 지금이나 여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웬만하면 보기 쉽지 않은데 그러고보면 이 시절에 제법 당차고 적극적인 성격의 여인이 있었던 듯 싶다. 여하튼 그렇게 한욱에게 호기심이라도 가는지 다가온 여성. 그렇게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하교길을 걷게 되었다. 

 “ 집이 이 근처세요 ? 실은 등하교때 몇 번 뵌적이 있던 것 같아서요. ” 

 “ 아, 실은 OO동에서 하숙을 하고 있어요. 본가는 군산에 있거든요. 그래서 서울로 

  올라와 하숙을 하며 공부를 하는것이죠. ” 

 “ 아, 그러시구나. ” 

 차분하게 자신의 신변에 대해 설명하는 한욱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여인. 한편 지방에서 올라와 하숙을 하는 한욱과는 달리 여인은 집이 학교에서 가까운곳에 있다고 했다. 헌데 마침 방향이 같은 것이다. 그런식으로 등,하교길에 이따금씩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욱과 여인. 여인의 이름은 김진숙이라고 했고 나이는 한욱과 동갑이었다. 무엇보다 글자그대로 ‘신여성’ 답게 매력적이면서 교양과 기품이 느껴지는 그런 분위기의 여인. 두 사람의 대화는 이렇게 이어진다. 

 “ 헌데 군산에서 올라오셨다고 했나요 ? ” 

 “ 네 그렇죠. 전라도 군산...아버지가 군산에서 사업을 하시고 어머닌 그냥 가정주 

  부시죠. 뭐 그런 환경에서 자라났습니다. ” 

 아버지는 사업을 하시고 어머니는 무학(無學)의 가정주부라면 이 시대에 대략 중산층 이상 정도의 생활수준을 갖고 사는 가정의 전형적인 모습중 하나라고 볼수도 있다. 여하튼 그런 한욱과 가까워진 진숙. 뭐랄까. 공연한 느낌이나 분위기 탓일까. 한욱은 진숙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연히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 좋네요 참... ” 

 “ 뭐가요 한욱씨 ? ” 

 언제부터인가 서로 ‘한욱씨’,‘진숙씨’ 하며 부르게 되기까지 한 두 사람. 한욱은 환한 얼굴로 말을 이어간다. 

 “ 뭔가 제대로 자유를 만끽하는 느낌이에요. 고향 군산에서 느꼈던 답답함과는 다른 

  뭔가 마음이 확 트이는 느낌...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그런 자유... ” 

 “ 자유...요 ? ” 

 그 단어가 괜시리 묘하게 다가와서일까. 진숙이 괜히 한번 피식 웃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진숙을 보며 한욱은 때론 자신의 고뇌를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했다. 

 “ 솔직히 전 공부 열심히 해서 빨리 출세해야해요. 무엇보다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 

  는 3대독자로서의 나름의 책무도 있고... ” 

 “ 아버님이 사업을 한다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 ” 

 사업(事業). 그 사업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 되었든 그런 단어를 듣게되는 상대 입장에선 어쨌든 먹고살기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는 그런 집안이겠구나 막연히 짐작하게 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상식적으로 이 시대에 그런 지방도시에서 아들을 서울에 있는 대학까지 보낼정도라면 어느정도 사는 집안임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따라서 그런 집안의 아들이 ‘집안을 일으킨다’는 표현을 쓴다는 것은 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여서인지 하루는 진숙이 의아해서 물었다. 한욱이 이렇게 설명했다. 

 “ 그렇기는 하지만...보니까 돈만 많다고 다 양반이 되는건 아니더라구요. ” 

 한욱도 이제 돈만 많지 ‘근본없는 집안’이란 손가락질 받던 집안 분위기를 대충은 아는 나이라서인지 씁쓸히 미소지으며 이렇게 설명한다. ‘요즘 세상에 무슨 양반.상놈을 다 따지느냐 ?’며 진숙이 당치 않다는 듯 반박을 할만도 하지만 한욱은 손을 내저었다. 

 “ 하지만 행세하는 집에선 하인이고 머슴이고 다 데리고 살잖아요. 그냥 몰락한 집 

  안에서나 하인이고 머슴이고 거느릴 형편이 못되니까 다들 뿔뿔이 흩어져 제갈길로 

  가는것일뿐...그 이치가 그렇지만도 않더라구요. ” 

 “ ...... ” 

 “ 돈만 많은 부잣집이지 뼈대있는 양반집안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 듣게되는 수모나 

  설움 같은건...안 겪어보신 분들은 잘 모를거에요. 게다가 전 그런 집에서 손귀한 3 

  대독자이기까지 하고... ” 

 이런식으로 자연스레 자신의 집안 내력까지 진숙에게 밝히게 된 한욱. 씁쓸히 미소지으며 그렇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한것이기도 하다. 

 “ 여하튼 그러니 그런 집에서 판검사가 되든 뭐가 되든 사회적으로 출세를 하던가 

  해야죠. 그래야 주변에서 좀 알아줄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 전...부모님이나 집안을 

  위해서 공부하기도 하는것이지만 나중에 태어날 제 자손들을 위해서 하는 공부이기 

  도 해요. 적어도 제 아들,손자들은 행세하는 집 자녀로 살게하고 싶다는...양반집안 

  아니라고 손가락질 받는 그런 집안에서 살게하고 싶지 않다는... ” 

 여하튼 그렇게 한욱에게도 자신은 ‘공부 열심히 해서 출세해야 한다’는 나름의 성취동기가 있는 셈이다. 그런 한욱을 격려라도 하고 싶은 듯 진숙이 살며시 손을 잡아보았다. 

 “ 기운내세요 한욱씨. ” 

 “ 진숙씨... ” 

 “ 전 한욱씨가 해내실수 있는 분이라 믿어요. 반드시 집안을 일으킬만한 그런 분이 

  라 믿어요. 그리고 이렇게 책임감도 있고 효성도 지극해보이고... ” 

 적어도 지방의 그런대로 사는집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욱을 한 몇 달동안만이라도 곁에서 지켜본 진숙에게 한욱이 그렇게 느껴졌나보다.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갖추고 있고 부모님을 생각하는 효심도 지극해보이고. 그렇게 진숙이 차츰 한욱에게 매력을 느껴가는 그런 과정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 시대에 남자도 아닌 여자 3자매를 모두 대학에 보낼 정도면 그만큼 잘 사는 집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깨어있는 지식인 계층이란 소리도 될 것이다. 김진숙은 다름아닌 그런 집안의 3자매중 막내였다. 여하튼 나이는 조한욱과 동갑으로 현재 열아홉살인 그녀. 한참 대학 캠퍼스를 오가며 낭만을 느끼고 학업에 열과성을 다할 그럴때다. 허나 요즘은 그런 학업이나 낭만 이외에 다른 무언가를 슬슬 느끼기 시작할 무렵. 그래서일까. 요즘들어 학교가 파하고 귀가하는 시간이 늦어지고 있는 진숙을 그녀와 여덟살 터울인 큰언니 진경이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왜 이렇게 늦었어 ? 아버지,어머니 걱정하시게끔... ” 

 “ 아, 그게...요즘 대학 독서클럽 모임 때문에 좀 늦게끝나는 경우가 있어서... ” 

 일단 그런식으로 둘러대고 있는 진숙. 허나 그런 막내동생의 말이 정직하게 들리지 않는것일까. 아니면 나름의 어떤 직감 혹은 우려가 되어서일까. 밤늦은 시간에 진숙의 여덟살 터울지는 큰언니 진경 그리고 다섯 살 터울의 작은언니 진옥이 막내방으로 들어온다. 

 “ 너 우리한테만 솔직히 말해봐라. ” 

 “ 갑자기 뭘 ? ” 

 아직 언니들의 의도가 이해가 안가는지 어리둥절하고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일뿐인 진숙. 그러나 다섯 살 터울 둘째언니 진옥이 그런 동생을 진심 나무라고픈 듯 팔을 한번 툭친다. 

 “ 정신차려 이것아. 아버지가 우리 딸 세자매 모두 대학까지 보내주신건 여자들도 

  공부하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사회적으로 출세도 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기 위함이지 고작 학교에서 연애질이나 하고 다니라고 보내주신거 아냐 !!! 

 ” 

 “ 언니는 무슨...내가 무슨 연애를 한다고 그래 ? ” 

 순간 정곡을 찔려서인지 펄쩍뛰는 반응을 보이는 진숙. 허나 곧 자신의 반응이 과했음을 깨달았는지 일단 스스로를 진정시켜보려 한다. 큰언니 진경이 그런 진숙을 보며 거듭 걱정되는 말투로 말을 건넨다. 

 “ 아니길 바라지만...행여 그런일 없기를 바란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남자들 진짜  

  조심해야해. ” 

 “ 언니는 왜 말을 꼭 그런식으로만 해. ” 

 마치 동생의 자유연애를 방해하려는듯한 압박으로 느껴져서일까. 공연한 반발심에 이와같이 나오는 진숙. 허나 큰언니 진경은 고개를 한번 절레절레 흔들더니 이렇게 운을 뗀다. 

 “ 그런 이야기 여태 들어보지도 못했어 ? 사실은 어린나이때 결혼한 부인이 고향에  

  멀쩡히 있는데 막상 서울 올라와서 신식교육 받으며 신여성들 만나고 하니 생각이 

  달라져 그래서 결국 유부남 신분에도 처녀인 신여성과 연애해 그래서 문제일으키고 

  말썽일으키는 그런일. 30년대에 흔하디 흔했던거 너 몰라 ? ” 

 “ 언니 지금은 30년대는 아니잖아. ” 

 엄밀히 따지면 지금은 40년대 초반이지 분명 30년대는 아니고 또 태평양 전쟁이 한창일때니 사회 분위기도 30년대와는 분명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녀간 정분이야 전쟁터 한가운데서도 꽃피기 마련인 것 아닌가. 동생을 걱정하는 언니들의 우려는 그래서 거듭될 수밖에 없다. 

 “ 여하튼 그러니 너도 조심해. 행여 자칫해서 그런 남자 만나면 결국 너만 신세 망 

  치게 된다는거 몰라 ? 그러니까 조심하라구. ” 

 사실 부인이 있는 몸으로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것은 요즘의 잣대로 보면야 결코 용납할수 없는 ‘불륜’이지만 사실 1930년대 자유연애를 갈망한 신식교육을 받은 젊은 남자들의 처지는 좀 이해할수 있는면이 있는게 사실이다. 어쨌든 아직 여자가 뭔지 이성이 뭔지 제대로 눈도 뜨기전인 어린나이에 누군지도 모르는 여자와 부모님이 짝지워주시는 대로 강제로 결혼한뒤 그렇게 어영부영 살다가 막상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신식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문물에 눈을 뜨게되고 무엇보다 고향에 있는 촌스러운 아내와는 완전 딴판인 교양있고 기품있는 신여성을 만나게 된다. 눈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게 더 비정상일 것이다. 단순히 육체적 욕망때문만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부모님 강요대로 억지로 결혼하고 게다가 집안에서 가문이라던가 가풍 이런쪽으로의 압박은 있는대로 받으며 자랐을 그런 아들들이 집안에선 자기 표현하고 싶은 것 하나 제 마음대로 표현하지 못하다가 서울에서는 마음에 맞는 여자를 모처럼 만나 자기 하고싶은 이야기 자기 털어놓고 싶은 속내 자유로이 얼마든지 털어놓으며 그렇게 마음껏 ‘자유연애’를 즐길수 있었던 그랬던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그렇게 유부남의 신분으로 젊은 신여성과 열애에 빠졌다기 비극이나 파탄으로 끝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지만 어떻게보면 1930-40년대가 갖고 있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모순속에 방황하던 젊은 청춘들의 고뇌와 애환도 이해해주자면 이해 못할일은 아니라는 소리다. 어쨌거나 그런식으로 비극으로 끝난 남녀간의 정분 스토리를 대학을 나온 진경과 진옥도 모르지는 않을터. 그래서 아직 어리고 대학 1학년 신입생에 불과한 막내 진숙을 거듭 걱정되는 듯 타이르는 것이다. 그러자 진숙이 묘한 대답을 하는수밖에 없다. 

 “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보였어. ” 

 “ 뭐 ? 그게 무슨소리야 갑자기 ? ” 

 처음엔 ‘남자 조심하라’며 함부로 연애하지 말라고 경고하던 언니들의 충고에 당치도 않다는 듯 펄쩍뛰던 동생이었는데 시간이 차츰 지나자 언니들의 묘한 압박을 견디지 못했는지 사실상 실토하는 분위기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지금 만나는 남자는 결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이렇게. 

 “ 몇 번 만나보긴 했지만 무엇보다 진실함이 느껴졌어. 그리고 집안과 부모님을 생 

  각하는 마음과 효심도 지극하고...책임감도 있어보였고...절대 그런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야. ” 

 “ 지...진숙아...너... ” 

 이렇게 시작된 막내 여동생의 자유연애를 과연 쌍수를 들어 환영해 줘야 하는것일까. 아니면 말려야 하는것일까. 언니들 입장에서도 판단이 쉽지 않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는데 부모님한테조차 상의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 언니들은 결국 동생을 끌어안은채 끙끙 앓는수밖에 없다. 

 “ 진숙이 너 근데 확실한거지 ? ” 

 “ 글쎄 아니래두 그래. 그 사람 정말 착한 사람이야. ” 

 아무래도 미심쩍어서 이런식으로 고향에 멀쩡히 본부인이 있는 젊은 유부남한테 깜빡 넘어간 신여성이 지금껏 한둘이 아니었음을 들을만큼 들어본 언니들이라서 재차,삼차 확인을 해보려 하면서도 거듭 진숙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반응을 보이는 언니들. 결국 진숙 입장에서 언니들이 너무한다 싶은 생각이 들어 짜증을 내지 않을수 없다. 

 “ 언니들 진짜 왜 그래 ? 그리고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험담 

  해도 되는거야 ? 언니들이 우리 한욱씨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해 

  ? 다른건 몰라도 우리 한욱씨는 절대 그럴사람 아니야 !!! 걱정하지마 !!! ” 

 “ 한욱...그 사람 이름이 한욱이란말이니 ? ” 

 “ 조한욱. 어쨌든 우리 한욱씨는 절대 그런 사람 아니야. 걱정하지마. 멀쩡히 고향에 

  본부인 두고 서울서 신여성과 연애하는 그런 사람 아니라구.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어. ” 

 허나 아무래도 동생의 말을 믿기 힘들어 언니들이 직접 조한욱이란 남자를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사실 마음같아선 조한욱을 직접 만나보는 것 정도가 아니라 그 사람 고향에 직접 사람이라도 내려보내 확인을 하고픈 심정이지만 그건 아직 나이 20대 중,후반의 두 언니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일.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진경과 진옥이 결국 조한욱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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