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채영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4
 

 

 영문은 자기방에 말없이 누워 있었다. 아까 오후늦게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우연히 만난 이모 옥희와 인근 백화점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나눴던 대화. 그 이야기가 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니 엄마 생각해서라도 니가 좋은 대학가서 나중에 좋은 직장 취직해 엄마 호강시 

  켜 드려야해. 알아, 이것아 ? 어릴때는 부모 잘못만나 고생해, 커서는 남편 잘못만 

  나 고생해. 그러다 지금 이 지경이 된 니 엄마 심정을 니가 알기나 하냐구 이것아 

  !!! ” 

 물론 영문도 이혼후엔 쭉 엄마와 살아왔기 때문에 외할머니 식당에서 일을 도와드리며 살면서 자신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 모습을 안 지켜봤던 것은 아니다. 이렇게 자기 엄마를 고생하게 놓아두고 젊은 여자와 재혼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도 쌓여갔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아버지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살게되면서 또 겪어온 일들이 있기 때문에 영문의 심정은 더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쨌든 외할머니가 돌아가신후 식구들 생계나 유지할 정도로 그때까지 겨우 유지해온 식당은 처분했고 이후 엄마와 자신이 이모집으로 들어가 살아야하는 상황이 되었지만 이모부 입장에서 자신의 딸 셋에 처제(영문의 어머니 진희) 그리고 조카까지 무려 일곱식구를 거두는 것이 무리라 결국 조카인 영문이라도 제 아버지한테 보낼 수밖에 없었던게 옥희쪽의 피치못할 사정이 아닌가. 허나 영문 입장에선 막상 이렇게 고등학교에 들어와선 멀쩡하게(?) 강남에서 학교 잘 다니던 녀석이 강북 끝자락의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것에 많은 의문을 아이들이 제기했고, 그렇게 시작부터 힘들어진 학교생활. 그렇다고 저와같은 불가피했던 가정환경을 있는그대로 말하기도 난감해서 참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이상보,강관식등 그래도 대충 자신의 처지를 – 물론 그 친구들도 아직까지 영문이 젊은 새엄마와 산다는 사실은 모르긴 한다. - 이해하면서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었기에 영문이 지금까지 버텨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허나 김민기등 1학년초부터 작당을 하고 자신을 괴롭히는 패거리들도 있었고 설상가상 하필 그 패거리의 우두머리인 민기가 젊은 새엄마 채영과 부적절한 관계를 지금까지 유지해왔다는 사실을 결국 알게되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심란한 처지. 일단 채영은 그렇게 불륜현장을 들킨 원죄 때문에 그때부터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문의 처지가 딱히 나아진것도 없다. 다만 그나마 위안을 삼을수 있는 것이 최소한 대학은 갈만한 실력이 되어 적어도 그 문제는 그런대로 엄마나 이모의 기대에 부응해줄수 있다는 것. 다만 솔직히 지난 1년반 하루하루를 사는게 지옥과도 같았던 영문이 앞으로도 언제까지 이렇게 이런 집에서 아버지와 새엄마와 계속 살아야하는지 영문은 그 점만 생각하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컴컴해져 오는 것이다. - 아직 영문은 진희가 남편 인배에게 대학 들어갈때까지만이 아니라 이후 사실상 대학 다녀와 취직하고 장가갈때까지 맡아달라는 요구까지 한 사실은 모르고 있다.  

 잠시 어떤 어두컴컴한 공간 한가운데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자신이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헌데 순간 ‘어 ?’ 했다. 주변은 어쨌든 아주 늦은 밤시간인 것 같은데 대충 자신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분위기로 있다. 이건 갑자기 뭔가. 일단 지난 1년반동안 늘 가던 코스대로 영문은 학교에서 나와 아버지와 젊은 새엄마가 사는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 어머, 영문아. 어서와. 왜 이리 늦었니 ? 술 많이 마셨어 ? ” 

 엥 ?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무엇보다 영문의 젊은 새엄마 채영은 지금까지 한번도 이렇게 영문을 친절하게 반겨준적이 없다. 그것도 그렇지만 고등학생이 웬 술 ? 일단 영문이 지금까지 그런적도 없고 그래야할 이유도 없다. 굳이 술 마신 경험이 있다면 1학년 봄때 김민기 패거리들이 자신을 골탕먹이려고 무슨 염광여상 학생들이라 미팅을 시켜준다며 술을 탄 쥬스를 먹여 취해 곯아떨어지게 만든뒤 바로 문제의 염광여상 고적대 창고에 가둔 그때 외엔 지금까지 아직 술을 입에 댄 경험은 없는 영문. 따라서 이런 새엄마의 태도와 말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얼굴 자체가 실제의 새엄마 채영과 다르다는 것을 영문이 인지 못하고 있다. 

 “ 어엇... ” 

 그러다 이번엔 어떤 방 한가운데 같은 공간. 자기방임이 분명해 보이지만 가구배치나 이런것도 달라져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자신이 웬 젊은여자 품에 안겨져있다. 젊은 여성은 대체로 편한 실내복장을 하고 있지만 반바지 차림이라 늘씬한 각선미. 그리고 티셔츠 안으로 살짝 보이는 잘록한 유방. 그런것들이 공연히 영문을 당혹스럽게 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한다. 헌데 영문은 그런 의문의 여자 품에 안겨 울고 있다. 

 “ 새엄마...저 이제 어떡하면 좋아요. ” 

 “ 왜 그래 ? 대체 무슨일인데 그래 영문아 ? ” 

 “ 이모를...이모를 만났어요. ” 

 “ 이모라니 ? 너희 친엄마쪽 그 이모 말이니 ? ” 

 이게 대체 무슨 대화고 상황인지. 일단 영문이 채영과 사이도 불편한판에 그쪽 가족과 무슨 교류가 있을리는 더더욱 없으니 당연히 지금 언급하는 것은 친엄마쪽 이모가 될 것이다. 헌데 어쨌든 뭔가 좀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는 분위기의 대화. 일단 두 사람의 대화는 이어진다. 

 “ 이모가 절더러...경제형편 때문에 저 계속 맡아줄수 없다고 앞으로 저 계속 여기서 

  살아야 한 대요. 저 이제 어쩌면 좋아요 새엄마. 엄마랑 이모가 저 더 이상 못맡아 

  준대요. 그리고 무조건 대학 가야 한 대요. 저 이제 어쩌면 좋아요 새엄마. 흑흑흑 

  흑~~~!!! ” 

 “ 어...그렇구나. 그러고보니 영문이가 엄마랑 이모한테 버림받은거구나. 몸쓸사람들 

  ...이리와 영문아...새엄마가... ” 

 “ ??? ” 

 “ 젖줄게. ” 

 엥 ??? 이건 또 황당하게 무슨상황. 영문이 황당해서 정신(?)을 못차리는 가운데 의문의 여자 이야긴 계속된다. 

 “ 영문이 지금까지 엄마젖을 그리워하며 살아왔던거 아냐. 엄마젖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온 우리 불쌍한 영문이. 그러나 이제 이리와. 새엄마가 젖줄게. ” 

 ‘엄마정’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것인지. ‘엄마젖’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는것인지. 발음도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양쪽으로 다 그런대로 말이 되는 것 같은 이상한 문장.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런 장면과 대화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것인지 영문이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할 지경. 여인의 말은 계속된다. 

 “ 이리와 영문아. 엄마한테 와. 새엄마가 엄마대신 젖줄게. 이리와 엄마 젖 먹어.  

  쪽쪽쪽쪽~~~!!! ” 

 그러면서 자신의 유방을 들이미는 의문투성이의 여인. 갑자기 여인의 유방이 화악 커진다. 그러다가. 

 “ 으허허헉~~~!!! ” 

 그럼 그렇지.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꿈이었다. 그러나 어째서 영문이 이런 이상한 꿈을 꾼것인가. 꿈에 대한 아무리 가장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이 내면의식의 발로라지만 그렇게 해석할 경우 더더욱 말이 안 되는 꿈이다. 근본적으로 지금까지 채영과 영문의 관계가 어땠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무엇보다 채영의 근본 성격을 생각해본다면 30대 초반의 새엄마 채영은 절대 영문에게 젖줄(?) 여자가 아니다. 근데 대체 영문이 왜 이런 꿈을 ? 아니면 그저그런 흔한 이상한 야설이나 야동을 보다 그 영상이나 내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꿈으로 나타난것인지. 허나 영문도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녀석들이 있어서 그렇지 공부는 그런대로 하는 모범생에 속하는 스타일이라 그런걸 즐겨보는 녀석은 절대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 정말 어느 평행우주에 착하고 젊은 새엄마랑 행복하게 잘사는 다른 박영문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무엇보다 꿈에서 깨어나니 날이 밝은 아침은 아니고 아직 한밤중이다. 무엇보다 아버지 인배는 오늘도 늦으시고 채영도 오늘 또 무슨 다른 볼일이 있는지 아직 귀가하지 않은 상태. 이복동생 서현이 있긴 하지만 금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여동생 서현도 영문과는 딱히 친하거나 한 사이도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영문은 사실상 텅빈 집에 한밤중에 혼자 있는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 허탈하게 거실 한가운데 털썩 주저앉고 만다. 

 

 작심삼일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아니면 원래 위기라도 모면하기 위해 대충 생각나는대로 말했던것일까. 사실 채영은 지금 민기를 다시 만나고 있다. 지난번에는 외부에서 만나는 바람에 그만 모든 것을 영문에게 들키고만 문제 때문일까. 그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모텔에서 만나고 있다. - 원래 둘이 만나던곳도 나이트 아니면 모텔이었지만 – 사실 이렇게 채영이 급하게 민기를 만나자고 한 것은 그만한 급박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민기씨...어떻게 해. ” 

 이제 필립의 실명도 알게된 상황에서 굳이 그 닉네임을 부를 필요가 없어서인지 실제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채영. 헌데 그런 채영의 표정엔 심각함과 초조함이 가득 서려있다. 

 “ 나...아이를 가진 것 같아. ” 

 일단 지난번 그렇게 두 사람의 밀회장면이 들통난 것이 대충 한달여전이다. 허나 그 전에 만남을 가진적이 있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시기적으로 뭔가 무리라고 볼 수 있는 시점이긴 하다. 그래서일까. 민기는 일단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인다. 

 “ 확인해봤어 ? ” 

 “ 그게 꼭 확인해봐야하는거야 ? ” 

 여하튼 몸에 임신 징후같은 조짐이 나타나더라도 확인은 결국 병원에 가서 하거나 테스트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종종 있는 ‘상상임신’ 같은것일수도 있고. - 물론 그런건 대개 아이를 절박하게 원하는 여인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니 채영의 경우엔 그래야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 허나 여하튼 민기는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다. 

 “ 아냐, 아닐거야. 그럴 리가 없어 우리가 관계를 가진게 벌써 언제적인데... ” 

 “ 무슨 그런말이 있어. 민기씨 아이가 확실하대두. ” 

 일단 채영으로선 관계를 가질만한 남자는 결국 민기 아니면 현재의 남편 박인배가 아닌가. 헌데 그 한두달여 정도의 짧은 시간내에 남편도 민기도 아닌 다른 사내를 만났다면 그건 채영이 몸을 함부로 돌리는 그런 날라리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채영이 결코 정숙하다고 볼수는 없는 여인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난 한두달사이에 민기나 인배가 아닌 제3의 남자를 만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봐야할터. 그렇다면 남편과 관계를 가진일이 없다면 결국 민기 아이일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허나 애원하는 채영을 보며 민기는 뭔가 생각에 잠긴다. 

 “ 생각해봤어 ? ” 

 “ 뭘 또 ? ” 

 뜬금없이 나온 민기의 말이 엉뚱하기만 해 채영은 짜증나는 듯 묻고, 그러고보면 저 질문은 일전에 민기가 남편을 죽이자고 제안을 했을 때 채영이 말도 안된다며 펄쩍뛰고 그 얼마후 다시 만났을 때 했던말 아닌가. 그럼 민기는 다시 그 남편에 대한 살해제안을 하고있는것인가. 허나 그것이라면 채영은 더욱 당치않다는 듯 나온다. 

 “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안 되는일이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죽이자니. 남편이고 뭐 

  고를 떠나 다짜고짜 이유도없이 사람을 죽인다는게 대체 말이나 돼 ? ” 

 “ 뭐 세상에 알고보면 살인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은가. 게다가 이유없는 살인모의 

  도 아니고말야. ” 

 “ 뭐라구 ? ” 

 기가막혀서 채영이 민기를 바라본다. 물론 굳이 원론적으로 따지자면 민기의 말이 틀린말이라고도 할 수는 없지만 이건 근본적으로 민기에게 살인에 대한 아무런 죄의식이나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나올수 있는 말이 아닌가. 게다가 남편을 죽이려는 살해모의 동기 자체가 없다고 할수도 없는것이지만 이게 어디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의 입에서 나올수 있는 이야기란 말인가. 채영 입장에서도 김민기 이 인간의 인성이 정말 이런 인간이었나 하는 어떤 절망스러운 바닥을 보는 심정이다. 허나 그렇더라도 이 김민기란 남자를 자신에게서 떼어내기도 쉽지 않은 듯 일단 그를 이런식으로 달랜다. 

 “ 민기씨...일단 돈이 필요한거라면 얼마든지 이야기 해. 내가 돈은 얼마든지 대줄수 

  있어. ” 

 결국 이런식으로 남편에게 돈이나 좀 뜯어내자는 식으로 나오는 채영. 허나 민기가 실망스럽다는 듯 짜증스럽게 채영을 뿌리친다. 

 “ 에이씨 진짜... ” 

 “ 왜 그래 민기씨 ? ” 

 “ 말귀를 그렇게 못알아듣냐 ? 날 사랑하는걸 증명해 보이려면 남편을 죽이자고 내 

  가 분명히 말했지. 다시한번 묻겠어. 내가 더 소중해 아니면 남편이 더 소중해. ”   

 “ 민기씨 무슨 그런말이 있어 !!! ” 

 보자보자하니까 정말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걸까. 채영이 결국 화를 낸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다른건 몰라도...세상에 날더러 남편이랑 그쪽중에 누가 더 중요하다니. 대체 무슨 

  그런말이 있을수 있는거야 ? 아닌말로 남자 입장에서 아내랑 불륜녀중 누가 더 중 

  요하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또 어떻게 해야하는건데 ? 민기 넌 진짜 사람을 어떻게 

  보고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거니 !!! ” 

 새삼 민기가 어쨌든 영문의 학교 동급생이란점이라도 상기된것일까. 지금까지 연인을 대하는 말투에서 마치 막내동생이나 친구 아들이라도 꾸짖는듯한 그런 말투로 이미 바뀌어있는 채영. 허나 민기도 어지간한 성격이 아닌지라 채영의 이런 말에 결국 발끈한다. 

 “ 말조심해 !!! 불륜이라니 !!! ” 

 “ 그럼 우리가 정상적인 관계야 ? ” 

 서로 언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모습.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채영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듯 잠시 손으로 이마를 짚어보는 시늉까지 해보인다. 어떤 절망감이라도 느끼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진짜 내가 사람을 잘못봐도 단단히 잘못봤구나’ 하는 생각에 자신의 사람보는 눈 없는 어리석음에 대한 자책까지 일 지경이다. 따지고보면 애초에 나이많은 남편에 대한 불만으로 일시적으로 들른 나이트에서 만난 제비에게 무슨 대단한 큰 기대는 한 것은 아니었다. 여하튼 처음엔 채영도 그저 즐기기 위한 대상 그 이상도 아니었던터. 다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생각보다 길게 이어져온 두 사람의 관계. 헌데 공교롭게도 알고보니 다른 사람도 아닌 의붓아들 영문의 동급생이라고까지 하는 민기. 비록 나이는 같은 학년보다 두 살 많다고 하지만 그걸 따질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그것도 설상가상 그 영문이란 아이를 괴롭히던 녀석이 이 김민기라는 학생. 그걸 생각하면 채영도 지금 이 상황이 너무 기가막히고 어지럽기만 하다. 한편 민기는 민기대로 채영을 그냥 돌려보내긴 뭔가 좀 아쉬운지 다시 다가와서는 살짝 그녀의 양팔을 붙잡아본다. 

 “ 그러지말고 우리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보자. 어쨌든 자기도 나랑 같이 떠나고 싶 

  어 했잖아. ” 

 “ 싫어, 이거 놔. ” 

 애초에 둘이 함께 멀리 떠나버렸으면 한다는 바램을 먼저 밝혔던게 채영임을 상기해내며 이렇게 나오고 있는 민기. 허나 채영은 그런 민기의 바램과는 달리 싫다며 거세게 손을 뿌리친다. 

 “ 그러지말고 이리 와 보라니까. 그러지말고 우리 사이를 앞으로 어떻게 진전시켜야 

  할지 발전적인 대화를 다시한번 해보자. 이리와봐 채영씨. ” 

 “ 글쎄, 싫다는대도. ” 

 헌데 그런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을 때 진짜 사달이 터지려 하고 있었다. 갑자기 ‘벌컥’ 하고 모텔방이 열리며 뛰쳐드는 누군가가 있다. 다름아닌 채영의 남편 인배의 전처소생 아들 박영문이다. 

 

 “ 이 천하의 불의한 XX들 !!! ” 

 어떻게 채영의 뒤를 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채영과 민기가 있는 모텔방까지 따라오게 된 영문. 그리고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자니 너무 기가막히지 않는가. 그래서 도저히 참을수 없는 지경이 되어 안으로 뛰쳐든 것이다. 민기와 채영은 너무나 기겁하고 놀라 무슨 대응을 못하고 있고 마침 영문의 눈에 모텔방안에 칼이 하나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모텔방에 부엌시설 같은게 되어있을리는 없으니 그쪽에 있는 것은 아닐테고 다만 작은 냉장고가 하나 있는데 그 위에 과일이라도 깎아 드시라고 손님들 서비스용으로 가져다놓은 듯 하다. 헌데 그 칼을 영문이 충동적으로 집어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민기의 배를 쿡 찔렀다. 

 사실 싸움실력이든 운동실력이든 민기가 분명 영문보단 한수 우위에 있을텐데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속수무책으로 그냥 찔리고 말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이미 칼에 찔려 어쩔줄 모르는 민기를 바로 고꾸라뜨려 몇 대를 때렸고 칼로도 몇 번을 더 찔렀다. 결국 민기가 숨이 끊어지고 말고 너무나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채영은 겁에 질려 어쩔줄 모르고 있다. 

 “ 여...영문아... ” 

 사실 채영도 막상 민기가 남편을 죽이자는 제안을 하자 그것을 쉽게 실행에 옮기거나 결단을 내리지 못했을정도로 여리다면 여린면이 있는 여자이기도 하다. 헌데 민기도 아닌 영문이 오히려 그런 민기를 칼로 찔러 죽여버렸으니 그 충격과 놀라움이 어느정도이겠는가. 너무 큰 충격에 어느덧 숨이 끊어져 시신이 되어버린 민기를 보며 어쩔줄 모르고 있고 영문에게도 무서워 무슨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상태. 헌데 영문의 분노와 울분이 지금 민기 하나만 죽였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지 않는가. 영문은 바로 채영에게 달려들었다. 

 “ 내가 분명히 말했죠. 한번만 더 우리 아버지를 우롱하거나 배신할때는 그땐 정말 

  용서하지 않겠다고. ” 

 그것도 이미 한두번 했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영문 입장에서도 채영에 대해 더 이상 봐주고 기대할 것도 없다는 듯 분노의 핏발을 올리고 있었고 겁에 질린 채영은 그저 무슨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영문에게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을 것 같았다. 

 “ 영문아...그게...그러니까 그게말야... ” 

 “ 이 천하의 나쁜 계집...이 천하의 불의한 여자. 세상에 어떻게...세상에 어떻게 이 

  런 짓까지...어떻게 당신이 우리아버지를 이런식으로 철저히 우롱하고 기만할 수가 

  있어. 어떻게 !!! ” 

 비록 새엄마 채영과의 사이는 좋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혼 귀책사유가 바로 아버지에게 있고 그 이후 중3때까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그 어머니가 고생하는 모습을 봐왔던 그런 영문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한테는 한가닥 아들로서 갖는 기대와 미련 그리고 의지하고픈 심정이 없지 않았던 그런 영문이었다. 헌데 그런 아버지를 그 젊은 후처이자 새 아내 채영이 이런식으로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계속 놀아나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렇게 아버지를 철저히 기만하고 우롱한 채영이란 여자. 도저히 용서하고픈 마음이 들지 않았다. 

 “ 천하의 불의한 계집 같으니라고...어떻게 이런짓까지...어떻게 당신이 이런짓까지 

  벌일수 있어 ? 그러고도 당신이 사람야 ? 그러고도 당신이 양심이 있는 인간이라고 

  할수 있는거냐고 !!! ” 

 “ 영문아, 영문아 그러지말고...그러지말고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 

 사실 채영의 입장에서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은 것 아닌가. 적어도 민기가 이미 몇차례 영문의 아버지인 남편 인배를 살해하자는 제안을 몇 번 해왔음에도 채영은 차마 그런짓까진 못하겠다며 망설여왔다. 그런걸 생각하면 최소한 그런 부분의 변명이 어느정도 가능할수도 있을텐데 그러나 영문은 이미 그런 채영의 변명의 말은 듣고 싶지도 않다는 듯 그저 채영의 목을 옥좌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 이 천하의 나쁜 계집...이 천하의 불의한 계집 !!! ” 

 “ 영문아...영문아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살려줘. ” 

 채영은 어린아이처럼 울며불며 하기까지 하면서 애원하고 있었고 그러나 영문의 분노야 그렇게 쉽게 풀어질 리가 없다. 이대로 정말 영문이 자신을 죽일 생각인가 하는 위기감과 두려움에 채영이 최후의 발악을 한다. 

 “ 아악...사람살려요. 누구 없어요. 제발 사람...사람살려요. 나 죽어요...허어어억~~~ 

  !!! 케에에엑~~~!!! ” 

 그러나 이미 숨이 막혀오고 말소리도 더 이상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팔과 다리만을 한참을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다 이내 곧 그 버둥거림마저 서서히 줄어들다 끊기고 마는 채영. 그렇게 숨이 끊어지고 만 것이다. 

 “ 으아아아아아아아~~~!!! ” 

 그러고보면 한 10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이미 자기손으로 두 사람의 목숨을 해치워버린 영문. 자기 스스로도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이런 엄청난 짓까지 저지를민한 인격체이던가. 그걸 생각하니 스스로도 경악스럽고 그 충격에 온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물론 영문에게야 한 사람은 아버지를 배신하고 불륜행각을 계속 벌여온 새엄마 채영 그리고 또 한사람은 바로 그 채영의 내연남인 필립이란 별칭까지 있는 10대 고등학생 제비 김민기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한꺼번에 두 사람을 죽여버린 엄청난 짓을 저질러버린 영문.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절규하고 있었다. 

 “ 으아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아아아~~~!!! ” 

 이미 죽어 싸늘한 주검이 된 채영이나 민기야 더 이상 무슨 말도 행동도 할 수가 없고 모텔방안엔 영문의 절규에 찬 울음과 비명소리만 들려올뿐이다. 잠시후 싸이렌 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 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자 놀란 모텔방 주인이 달려온것이고, 모텔방에 사람 둘이 죽어있음을 발견한 주인이 바로 신고를 했다. 그리고 경찰차가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 영문아... ” 

 결국 사람 둘을 살해한 살인자가 되어 구속이 된 박영문. 비록 불륜을 저지른 새엄마와 그 새엄마의 내연남을 살해한 동기가 있는것이지만, 그래도 사람을 하나도 아니고 둘씩이나 한꺼번에 죽였으니 정상이 참작된다 하더라도 이미 중형은 면키 어려운 상황이 되어있을 것이다. 감옥에 갇힌 영문은 모든 것을 체념한 사람처럼 자리에 주저앉아 아무런 말이 없었고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달려온 박인배도 그저 무슨말을 더 할 수가 없었다. 

 “ 영문아...도대체... ” 

 그러고보면 젊은 아내 채영의 불륜 사실에 대해선 지금까지 모르다가 이제야 처음 알게된 박인배가 아니던가. 그걸 생각해보니 인배도 그 충격과 놀라움이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아내가 그동안 자신몰래 연하의 고등학생과 그런 사이였다는것도 충격이고 그 아내를 자기 아들이 살해했다는 것은 더 큰 충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배 입장에선 어쨌든 재혼으로 생긴 열다섯살 연하의 젊은 새아내 채영까지 잃게된 상황 아닌가. 어질어질 일어나는 현기증으로 인배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 이게 다 당신때문이야. 이제 이걸 어쩔거냐구 !!! ” 

 영문의 엄마와 이모도 연락을 받고 달려왔고 그 원망은 자연스레 인배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따지고보면 이 사달의 근본 발생이 애초에 영문을 진희와 옥희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영문을 아버지와 새엄마가 있는 집으로 보낸것에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애초부터 영문을 그리로 보내지만 않았더라도 아무렴 일이 이렇게까지 이르게 되었겠는가. 그걸 생각하니 진희와 옥희의 입에서도 자책하는 소리가 안 나올수가 없다. 

 “ 아이구 내가 미쳤지 정말. 차라리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차라리 무슨일이 

  있더라도 내가 계속 영문이를 데리고 있어야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꼴이야. 이게 

  대체 무슨 청천벽력같은 일이냐고. 아이고 영문아...영문아...영문아아아아아~~~!!! 

  !!! ” 

 글쎄, 참 누굴 탓해야 하는것일지 정말 판단이 안 서는 사건이긴 하다. 불륜을 저지른 채영과 그 상대 민기에게 모든 근본 책임을 돌려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젊은 아내가 그 지경이 되어있는데도 까맣게 몰랐고 그리고 무엇보다 고등학생 아들을 거두어 함께 데리고 살고 있었으면서도 새엄마와 자기 아들이 잘 지낼수 있도록 중간에서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못한 박인배를 탓해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이혼한 몸으로 어떻게든 아들 영문과 계속 살던가 할것이지 아무리 불가피한 사정이 있기로 아들을 아버지와 새엄마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진희와 그 언니 옥희를 탓해야 하는것인지. 생각해보면 진희는 일전에 여하튼 자신들쪽은 여전히 경제사정이 어려우니 영문을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가 아니라 대학 나오고 군대갔다오고 경우에 따라선 나중에 취직하고 장가가서 분가할수 있는 나이까지 사실상 그때까지 아버지쪽에서 맡아주길 바라는 그런 취지의 말을 입에 담지 않았던가. 그런 진희임을 생각해보면 진희,옥희 자매 입장에서도 자책의 말이 나오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아니면 근본적으로 유부남의 몸으로 젊은 여자와 놀아나다 결국 이혼까지 한후 젊은 여자와 재혼해서 살아온 박인배에게 이 모든 책임을 돌려야하는것인지. 누굴 탓하는게 가장 합리적일지 언뜻 판단이 잘 나지 않는 상황. 어쨌든 중요한건 영문은 그렇게 사람 둘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이제 감옥에 갇혔다는 점이다. 비록 아버지를 두고 불륜을 저지른 젊은 새엄마와 그 내연남을 죽인 동기가 있다고는 하나 정상참작이 되더라도 사람 둘을 죽인 중형을 면키 어려운 끔찍한 범죄. 가을낙엽이 짙게 드리우는 추운날. 영문은 감옥 구석에 웅크린채 말없이 흐느끼고 있다. 

  

                                -   끝   -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