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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채영 (9)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4
 

 

 한편 영문은 채영을 본격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했다. 사실 병춘이 영문에게 이상한 소리를 해서 격분한 영문이 그를 때리는 바람에 사달이 난 것이 2학년이 되고 한달쯤 지나서 있었던 일이니 벌써 한 석달여 정도의 시간이 지난 무렵이긴 한데, 일단 그 당시로선 영문이 채영과 민기의 관계에 대한 어떤 확증을 잡은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저그런 노는애들이 이상한 소리를 한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그 이상의 의미는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큰 의심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채영이 여전히 특히 하필이면 아버지 인배가 일 때문에 야근을 하거나 늦게 들어오실때면 밖으로 나도는 것은 수상쩍긴 했지만 그것과 병춘의 이상한 발언을 연관지어 의심하기가 다소 무리가 있고 무엇보다 영문 입장에서 솔직히 채영을 새엄마로 인정도 안하고 그녀와 사이도 안 좋은판에 채영의 사생활까지 굳이 간섭하거나 관여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허나 어쨌든 영문도 채영에게 ‘혹시 아버지를 우롱하거나 배신하는 일이 있을 경우엔 용서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최소한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정도 남아있는 아들이 아닌가. 그런 영문이니만큼 채영의 뭔가 석연찮은 행보에 대해 좀 캐봐야겠다는 결심을 안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채영이나 민기를 다그치거나 추궁한다고 자백을 받아내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테니 아예 한번 하루 날을 잡아 채영의 뒤를 밟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여름방학도 어느덧 끝나가는 무렵. 작심하고 채영의 뒤를 밟았다. 그날도 아버지 인배가 일 때문에 못 들어오신다는 연락이 온 날. 여느때처럼 곱게 차려입고 나가는 채영의 모습.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밤일이라도 하는 여자가 아닌 다음엔 그 늦은 시간에 일부러 그렇게 차려입고 나갈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숨을 죽이고 그녀의 뒤를 조심스레 밟아보았다. 

 사실 처음 영문의 지레짐작으론 혹시 무슨 나이트 클럽이나 유흥업소에라도 출입하는것인가 아니면 진짜 모텔방이라도 드나드는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긴 했는데, 물론 채영이 지금까지 종종 그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하필 오늘따라 일단 방향은 그쪽이 아니었다. 따라서 순간 영문도 ‘내가 뭘 잘못 짚은것인가 ?’ 하는 당혹감도 있었는데 그러나 그 당혹감은 이내 곧 다른 감정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어떤 으슥하고 조용한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곧 영문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필립... ” 

 오늘따라 나이트도 모텔방도 아닌 이런곳에서 민기를 만난 채영. 그의 별칭을 애칭처럼 부르며 안긴다. 먼발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영문이라면 아무리 어느정도 의심과 예상을 했기로 막상 확인이 되니 기겁할 수밖에 없는 한 장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 정말 저 여자가 아버지 말고 다른 남자를 지금까지 밖에서 만나고 있었단 말인가 ?’ 그 생각을 하니 아버지를 배신한 저 여자에 대한 분노가 극에 치밀어 진짜 당장 그 자리로 달려들어 어떤 사달이라도 내고픈 그러한 충동마저 인다. 허나 일단 숨죽이며 꾹 참고 두 사람의 언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 생각해봤어 ? ” 

 일전에 채영에게 남편을 죽이고 돈만 갖고 어디론가 달아나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던 민기가 아니던가. 허나 채영도 양심이 전혀 없는 여자는 아니라 차마 그런짓까진 못하겠다고 하고 그러자 되려 민기가 채영에게 실망했다는 듯 돌아서지 않았던가. 그게 진심이었는지 아니면 부러 한번 채영의 진심을 떠보는 노림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 허나 오랜만에 만나서는 보자마자 나오는 이러한 민기의 질문에 채영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한다. 

 “ 필립...그러지말고... ” 

 “ ??? ” 

 “ 그냥 우리 둘이서만 단둘이 어디로 떠나버리면 안 될까 ? ” 

 “ 누나... ” 

 하긴 정 돈이 필요하고 또 그냥 남편곁을 떠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것이 채영의 목적이라면 굳이 사람까지 죽이는 위험한 짓을 할 필요는 없다. 허나 민기의 생각은 다른것일까. 채영의 이러한 태도에 다시금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런 반응을 보인다. 

 “ 솔직히 말해봐요. 지금 누나의 감정은 도대체 어떤거에요 ? ” 

 “ 뭐 ? ” 

 “ 날 그저 단순히 즐기는 엔조이 대상으로 생각했던거에요 ? 아니면 그 이상의 어 

  떤걸 바랬던거에요 ? ” 

 채영의 마음을 확인하고픈듯한 민기의 이런 모습. 허나 채영은 그녀대로 어떤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다시금 서글프게 민기를 바라보고, 민기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한다. 

 “ 누난 결국 아직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걱정하는거잖아요. 그래서 차마...남편 

  을 죽이자는 결단은 못 내리는거잖아요. ” 

 “ 필립...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 

 그렇다면 굳이 채영의 남편 박인배를 죽이자는 이유가 결국 채영의 마음을 확인하고픈 의도였던것일까. 하긴 정히 돈이 필요하다면 여하튼 무슨수를 써서라도 비밀리에 훔쳐나 둘이 함께 달아나버리면 되는 일이지 굳이 살인같은 끔찍한 짓까지 저지를 필요는 없다. 헌데도 민기는 반드시 남편을 죽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고, 이런식으로 다시금 채영을 설득하려 든다. 

 “ 다시한번 물어볼께요. 나하고 남편중 누가 더 소중해요 ? ” 

 “ 필립... ” 

 다시 안타깝게 채영이 필립을 부른다. 사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채영의 진심도 어느쪽에 가까운지 스스로 판단이 안 서 혼란스러워질 지경이다. 사실 여하튼 남편에게 싫증도 났고 이런 결혼생활에 진저리를 친지 오래라면 어쨌든 싫어진 사람이 떠나면 그만이다. 헌데 민기는 단순히 돈만 챙겨서 떠나는 것 그 이상의 무엇을 거듭 요구하고 있고 이것이 채영을 당혹스럽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민기가 거듭 채영을 재촉한다. 

 “ 다시한번 물을께요. 나랑 남편중 누굴 더 사랑해요 ? 누가 더 소중해요 ? ” 

 “ 필립 지금 이건 누굴 사랑하고 말고 그런 문제가 아냐. 아무리 그렇기로... ” 

 아무리 그래도 차마 살인은 할수 없다는 그래도 최소한 채영에게 그 정도의 양심과 가치관은 남아있는 셈이다. 그래서 더더욱 남편과 자신중 누가 더 중하냐는 이분법적 요구에 어떤 단순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채영. 허나 민기든 채영이든 이미 이 복잡한 심리적 고민이나 하고있을 시간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영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실 먼발치서 채영의 뒤를 밟으며 지켜본 영문은 일단 채영이 밤에 밖에서 누군가를 은밀히 만난다는 것은 이제 분명히 확인했고, 그 만나고 있는 대상이 대체 누구인지 확인이 필요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뒤에 나무수풀로 에워싼 빈 공간이니만큼 나무숲쪽으로 적당히 몸을 숨겨가며 두 사람이 앉아있는 벤치쪽으로 다가가는 행동은 충분히 가능했다. 허나 가까워지면서 영문은 결국 경악하고 말았다. 바로 채영이 지금 만나고 있는 당사자가 다름아닌 자신의 고등학교 1,2학년 같은반 동기생이면서 심지어 1학년때부터 자신을 괴롭혀온 당사자 김민기가 아니던가. 그러니 세상에 기가막혀도 이런 기가막힐때가 또 어디있단 말인가. 눈에서 불이난 영문이 냅다 두사람에게 달려들었다. 

 

 “ 너 이자식 !!! 김민기 이 X만도 못한자식 !!! 이게 도대체 무슨짓이야 ? ” 

 그러면서 냅다 민기에게 주먹을 날린 영문. 사실 평상시같으면 쉽게 생각하지 못할 영문의 행동이기도 하다. 민기가 영문보다 키나 덩치가 큰 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그렇게 1년반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을 괴롭혀온 녀석과 그 패거리들로 인해 잔뜩이나 주눅이 들어있던 영문인데, 허나 경악과 분노의 감정이 이미 영문에게 그런 것을 생각하거나 고민할 시간여유를 주지못했다. 갑작스럽게 날려온 주먹에 당황한 민기. 무엇보다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영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너...니...니가 어떻게 여길 ? ” 

 “ 뭐가 어쩌구 저째 ? 니 입에서 지금 그런 소리가 나와 ? ” 

 민기가 하는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지만 설사 들어온다 하더라도 그런 이야길 귀담아 들어줄수 있는 심리상태의 영문이 지금 아니다. 이미 민기를 몇 대 더 후려치고도 남을것만 같은 기세로 달려드는데 그러자 어지간한 민기도 겁을 집어먹었는지 꽁무니를 빼고 저만치 달아나고야 만다. 영문이 여전히 분이 풀리지않아 식식거리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정말 당혹스러운 것은 결국 채영. 사실 지난번 영문의 유병춘이란 학생 폭행사건으로 인해 학교에 불려갔을때도 영문이 이상한 소리를 해 혹시나 싶어서 자기 아들에 대해 아는가 민기에게 물어봤지만 그땐 민기가 부인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적어도 그 부분은 ‘설마 아니겠지’ 하고 방심하고 있었는데, 허나 이미 모든일이 이렇게 확인이 되고난 마당에 무슨 말을 더 할수 있겠는가. 채영은 여전히 이 상황에서 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두려워 떨고만 있는데 영문이 그런 채영을 한참 노려보더니 그대로 저만치 가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젊은 새엄마 채영과는 이 시간에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그런 심리인걸까. 어차피 지금까지 채영과 불편한 관계였기 때문에 그녀에게 무슨 딱히 배신감을 느낄 것도 분노를 느낄 것도 없다. 허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아버지를 우롱하고 배신했다는 점에 대해서만은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은 분노를 느끼는 영문. 일단 저만치 영문이 가버린 상태에서 채영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린다.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다. 착한사람과 나쁜사람, 또는 똑똑한 사람과 멍청한 사람. - 사실 따지고보면 그 중간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셈이지만 – 또 굳이 세분화하자면 똑똑하면서 착한사람도 있고, 착한데 멍청한 사람도 있으며, 나쁜사람이 단순무식한 경우도 있고 나쁜사람이 교활한 경우도 있다. 자신의 잘못이 들통났을 때 상황을 놓고만 굳이 분류를 해보자면 무조건 잘못헀다고 싹싹비는 경우와 아니라고 일단 잡아떼고 보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 물론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경우중 실은 더러는 더 큰 음모나 나름 길게 보는 어떤 시나리오 같은게 있기에 나중의 반전을 위해 우선 사과부터 해놓고 문제가 일단락된뒤에 다시 뒤통수를 치는 부류도 있지만 일단 일차원적으로는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비는 경우와 일단 잡아떼고 보는 두가지 경우로 나눌수 있을 것이다. 채영은 이중 어떤 경우에 해당될까. 그래도 민기의 살인제안에 ‘차마 그런짓까진 못하겠다’고 나온 것이 그녀의 천성임을 생각해본다면 아주 질이 나쁘고 악랄한 그런 여인까진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사실 이미 현장을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의붓아들 민기에게 들켜버린 마당에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잡아떼는것도 불가능해져버린 상황이지만 일단 채영은 그것보다 어떤 수치스러움이라도 느끼는걸까. 사실 적어도 채영도 그동안 특히 일전에 그것도 민기의 유병춘 폭행사건이 있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민기를 만났을 때 한 그의 이상한말 때문에 설마 필립(민기)과 영문이 아는 사이는 아니겠지 하고 의심은 해보았지만 일단 그때 잡아떼던 필립을 믿어보기로 했다. 헌데 결국 그게 사실이었다니.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의붓아들의 학교 동창과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것에 채영은 수치심을 참을수가 없어 일단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온몸을 떨며 울고 있었던 것이다. 

 “ 저기...영문아...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할까... ” 

 이렇게까지 나오는걸 보면 최소한 채영이 양심은 있는 여자라는 소리가 된다. 사실 진짜 악랄하거나 교활한 여자였다면 아예 그 현장부터 잡아떼거나 아니면 어떻게든  어떻게든 위기상황을 모면해보려는 변명의 말을 하려 들었을 것이다. 허나 오히려 단순한면이 있어서인지 채영은 어떤 변명도 할 생각조차 들지 않은채 일단 영문에게 사과부터 하려 드는 것이다. 

 “ 저기 영문아...미안해. 새엄마가 잘못했어. 그러니 제발 용서해줘. ” 

 방문을 잠궈버리고 나오지도 않는 영문의 방 앞에서 그렇게 울며불며 애원하고 있다. 허나 영문은 채영의 말조차도 듣고싶지 않고 얼굴조자 마주대하기 싫은것인지 그렇게 애원하는 채영의 말에 일절 대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지만 방바닥에서 이불로 얼굴을 뒤집어쓰고 누운채 있다. 그냥 이대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채영이 어떻게든 이 사태를 수습해보고 싶어 영문의 방앞에서 울며불며 애원하고 있는데 결국 한참만에 영문이 견디다못해 방문을 열어주긴 했다. 하긴 하다못해 영문도 화장실이라도 가야할것이니 무작정 방에서 문만 걸어잠군채 시위라도 하듯 그러고 있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 무슨 할말이 필요한가요 ? ” 

 “ 영문아...그...그게... ” 

 영문의 이와같은 태도에 어떤 변명을 어찌 해야할지 그조차 판단이 쉽지 않은 채영. 일단 확인할 것은 확인하고 넘어가야겠기에 이렇게 묻는다. 

 “ 헌데 필립...아니 아까보니...그...민기 어쩌구 하던거 같은데...그게 걔 진짜 이름이 

  었니 ? 나 그러고보니 여태 걔 진짜 이름이 뭔지도 몰랐어. 게다가...그 애가 너랑 

  아는 사이일줄은 꿈에도 생각못했고.. ” 

 “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분하고 화가나 영문도 채영에게 결국 한마디 안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학년초에 새로 같은반이 된 유병춘이란 녀석이 이상한 소리를 할때까지만 해도 영문은 그저 정신빠진 녀석의 헛소리려니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었다. 다만 그 말 자체가 너무 해괴하고 어이가 없어 분노를 참기 힘들어 그렇게 주먹다짐까지 했던것인데, 헌데 그게 이렇게 사실로 확인이 되어버리다니. 영문도 무척이나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 1학년때부터 저 괴롭히던 아이에요. ” 

 “ 뭐라구 ? ” 

 “ 1학년때부터 지금까지 저 집요하게 괴롭혀온 그런 아이라구요. 헌데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하필 그런 녀석과 그런 사이가 되냐구요 ? 도대체 저에 대해 어떻게  

  그동안 생각해오셨으면...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런 녀석과 그런짓을 벌이고 

  돌아다닐수가 있냐구요 !!! ” 

 “ 미...미안해 영문아. 새엄마는 진짜 아무것도 몰랐어. 그러고보니...나이트에서 만 

  난 그 아이가 그냥 이름이 필립이라고 하니 그렇게만 안걸뿐...그것도 하필 미성년 

  자에...그것도 너와 같은반 학생이라는건...진짜 난 상상조차 할수 없던일이야. ” 

 영문은 채영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분하고 화가나 결국 그녀에게 학년초에 있었던 유병춘 폭행사건의 진상에 대해서도 이제야 사실대로 이야기해준다. 사실 그 사건의 진상은 영문 자신의 자존심때문에라도 그것도 그 괴담의 당사자격인 젊은 새엄마 채영에겐 진짜 알려주기 싫었던것인데,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영문 입장에서도 그 이야기를 안하고 넘어갈수가 없다. 채영도 막상 그 이야기를 듣고보니 너무 놀랍고 기가막혀 이렇게 반응한다. 

 “ 그...그런일이 다 있었구나. 미안해. 난 근데...그때 그런일이 있었는줄도 모르고... 

 ” 

 한숨을 내쉬는 영문. 어차피 처음부터 고등학생 전처소생 아들인 자신과 함께 사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던 그런 채영이 아닌가. 심지어 한술더떠 자신의 어린 딸까지 있으니 행동거지 조심해달라는 주의까지 주고. 그래서 그런 채영에게 무슨 별다른 기대는 거의 하지않고 살아온 영문이다. 허나 다른 모든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채영이 민기와 그런 사이였다는 것은 그야말로 그녀에게 제대로 우롱당하고 기만당한 기분이라 그 심정을 참기 힘들어진 것이다. 채영이 영문에게 거듭 사과의 말을 입에 담지만 그렇다고 풀어질 영문의 기분이 아니다. 

 “ 미안해 채영아. 새엄마가 잘못했어. 그리고 앞으로 너한테 잘해줄게. ” 

 지금와서 하는 이런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이 순간만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어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아무말이나 내뱉는걸로 봐야하는것일까. 영문은 다시금 한숨을 내쉬고는 채영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제가 지난번에 분명히 경고했었죠. ” 

 “ 여...영문아... ” 

 “ 저에 대해선...잘해줄거란 기대는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구요. 하지만 아버지를 우 

  롱하고 기만하는 일이 있을때는 그땐 정말 용서하지 않겠다구. ” 

 “ 미안해 영문아. 새엄마도...만약 민기가 그런 아이인줄 알았으면 진작에 관계를 끊 

  었을거야. 헌데 아무것도 모르고 저지른 일이 그만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들줄이야. 

  정말 잘못했어. 한번만 용서해줘 민기야. ” 

 “ 아버지를 우롱하는 일만 없도록 만들어줘요. ” 

 “ 영문아... ” 

 “ 그쪽에 큰 기대 안한다고 이미 말씀 드렸어요. 그러니 다른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새엄마가 우리 아버지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일이 한번만 더 있을 경우 그때는 진짜 

  용서하지 않을테니 그렇게나 아세요. ” 

   

 어색한 분위기가 한동안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어색한 분위기나 마나 애초부터 영문과 채영이 불편한 관계였으니 이러한 환경의 가정이 그동안 화목하거나 평안했을 리가 없다. 따라서 원래도 어색한 분위기의 가정이었으나 채영의 불륜 실체가 영문에게 들통이 난 뒤 이전과는 또 다른 성격의 어색한 기류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일단 채영으로서는 어떻게든 한동안 영문에게 잘 보이려고 약간의 아양과 아첨을 떠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가령 이런식이다. 

 “ 영문아...지금 뭐하니 ? ” 

 생전 영문의 방에 들어와본적도 없는 채영이 이따금 이렇게 그의 방을 살피며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령 이런식으로 말한다. 

 “ 영문아...새엄마가 뭐 맛있는거라도 해줄까 ? ” 

 “ 필요없어요. ” 

 “ 영문아... ” 

 “ 저 원래 간식같은거 잘 안 먹어요. 지금 저녁먹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딱히 배고 

  프지도 않고. ” 

 실제 영문의 지금껏 식습관이 대개 그래왔으니 이렇게 나오는게 딱히 특별할 것도 없다. 허나 채영으로서는 여전히 불안하기만 해 어떻게든 영문에게 잘 보이려고 무슨 말이라도 붙여보고 아양이라도 떠는 모습을 보였고 허나 영문은 그런 채영을 뿌리쳤다. 

 “ 됐으니까 쓸데없는 쇼 하지 말아요. ” 

 “ 영문아... ” 

 “ 괜히 잘해줄필요 없으니 안 하던 짓 이제와 새삼 하진 말아달라구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히 말씀드릴께요. ” 

 “ 영문아... ” 

 “ 어쨌든 그쪽이 만약 한번만 더 아버지를 우롱하거나 배신할경우엔 그땐 진짜루 

  용서치 않을테니 그렇게나 아세요. ” 

 그리고는 문을 닫아버리는 영문. 채영은 계속 불안에 떨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학을 했다. 사실 영문이 채영과 민기(필립)가 직접 만나는 모습을 목격한때가 이미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기도 했고 그러다 그 사이 개학을 한 것이다. 허나 영문으로서도 이래저래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가 없는 민기의 행보. 그래서 한달만에 학교에 와서 급우들에게 하는 첫 질문이 이와같았다. 

 “ 김민기는...안 왔냐 ? ” 

 “ 걔가 학교 올 애냐 ? ” 

 영문의 물음에 다른 급우들이 가당치도 않은 물음이라는 듯 이와같이 나왔다. 하긴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도 절반이 지난 시점이니 이쯤되면 원래 노는 날라리들은 이제 학교에 오는 시간보다 안 오는 시간이 더 많아질 그럴 무렵이다. 허나 영문은 여하튼 신경이 쓰여 민기의 등교문제를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피고 있었고 민기는 민기대로 아무래도 난감한지 정상적인 등교를 안하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혹시 이대로 아예 학교에 안 나오는 것은 아닌가 영문 입장에서 되려 불안해질 지경이기까지 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개학하고 한 일주일쯤 지났을 무렵에 민기가 결국 등교를 하긴 했다. 허나 가급적 영문과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보다못한 영문이 먼저 민기에게 다가갔다. 

 “ 김민기. ” 

 “ 뭐...뭐야 ? ” 

 당황한건지 이와같이 나오는 민기. 영문이 말을 건넨다. 

 “ 우리 이야기 좀 하지. 해야할 이야기가 있지 않아 ? ” 

 “ 무...무슨 이야기를... ” 

 사실 교실안에서 하기는 여러 가지로 난감한 이야기이긴 하다. 다른 아이들이 들을수 있는 우려도 있고 게다가 학년초에 바로 그런 이상한 이야기를 민기로부터 이미 들은바 있는지 영문에게 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다 한 대 얻어맞았던 유병춘 같은 녀석도 있지 않았나. 헌데 유병춘이란 녀석은 알고보니 집에서는 소년가장이라던데 여하튼 동생들과 나이든 아버지 돌보는 문제 때문에 어디서 알바라도 뛰는것인지 여하튼 오전에는 학교에 나오고 오후에는 조퇴하는 그런 패턴의 학교생활이 별다른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었다. 여하튼 유병춘은 유병춘이고 영문은 지금 민기와 해결해야할 문제가 있는 처지. 그러나 거듭 할말이 있다고 나오는 영문에게 민기는 거듭 거부한다. 

 “ 이 녀석이 근데 왜 아침부터 쓸데없이 사람은 괴롭히고 그래 ? 나 너랑 하랄 없 

  대두 그러네. ” 

 “ 뭐 ? 괴롭혀 ? ” 

 영문은 정말 이 순간 다시 민기를 한 대 두들겨패고 싶은 충동마저 인다. 그날 현장에서도 어디서 그런 평상시 없던 용기와 괴력이 생겼는지 몇 대 민기를 두들겨패기도 했지만 여하튼 지금 교실안에서 그런 폭력사태를 벌이는것은 여러 가지로 난감한 문제다. 민가도 민기 나름대로 그 사건 이후로 뭔가 몸을 사리는 것 같은 느낌이긴 한데 그러면서도 되려 이렇게 시치미를 떼고 나왔다. 

 “ 내가 널 언제 봤다고 그래 ? 그리고 뭐...내가 뭐 어쨌다구 ? 막말로 그걸 누가  

  본 사람이라도 있냐 ? 봤냐구 ? 증거라도 있어 ? ” 

 어쨌거나 새엄마 채영은 최소한 그 사건 직후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민기는 속된말로 아예 생까며 되려 증거라도 있느냐며 자신과 영문의 젊은 새엄마 채영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부인하고 나섰다. 사실 학년초에 자신과 어울리던 아이들에게 이상한 소리를 먼저 지껄였던게 다름아닌 김민기이기도 한데, 그때 민기와 어울리던 녀석들은 그때 민기가 한 이야기를 그저그런 노는 날라리의 헛소리쯤으로 받아들인것일까. 그 일을 이후 굳이 더 언급하는 녀석은 거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일단 민기는 거듭 잡아떼는 방식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애초부터 민기라는 녀석에게 인성이든 참회든 그런걸 기대하는게 잘못이었다는 판단에 영문도 그쯤에서 물러선다. 대신 얼마후 이번엔 영문이 아버지 인배와 단둘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 아버지... ” 

 “ 뭐 할말이라도 있어 ? ” 

 근본적으로 사업하느라 바쁜 아버지 인배이기도 하고 또 영문 입장에서도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젊은 여자와 재혼한 영문에게 배신감이 들어서일까. 원래 젊은 새엄마와의 관계도 그렇지만 아버지 인배와도 지금껏 웬만한 대화는 잘 하지 않으려 들던 그런 영문이었다. 따라서 이런 영문이 먼저 인배에게 할말이 있다고 할진대는 확실히 평범한 상황은 아니다. 그래서 인배가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해서 이와같이 나오고 일단 영문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새어머니...여전히 사랑하시죠 ? ” 

 “ 허허...원 녀석두... ” 

 그러고보면 이전에도 한번 비슷한 이야기를 아들이 한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여하튼 아들 영문의 입장에선 자신의 이런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계속 이런식으로 나오는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젊은 새엄마하고만 잘 지내는 아버지에게 어떤 질투라도 느끼는것일까. 뭐 대충 그런 생각으로 너털웃음을 지어보이고, 그런 아버지를 보며 영문의 말은 이어진다. 

 “ 어쨌든 아버진 새어머니...여전히 신뢰하고 계신거잖아요. ”  

 “ 영문아... ” 

 안되겠다 싶은 듯 진지하게 아들의 이름을 불러보는 인배.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어쩄든 너도 이제 곧 고3이 될테고 – 그러고보니 고2가 된지도 어느덧 절반이 흐 

  른거구나. 1학기와 여름방학도 다 끝나고 어느덧 2학기니까 말야... - 한참 공부해 

  야할 예민한 나이에...널 우리한테 보낼 수밖에 없었던 니 어머니 심정과 사정을 이 

  해해주었으면 좋겠다. ” 

 어쨌거나 경제적 형편 때문에 상급학교로 계속 진학해야하는 영문을 계속 맡아키울 사정이 못되어 아들을 보낸 영문의 어머니 함진희 여사. 그 사정이야 영문도 너무나 잘 알고있지 않은가. 게다가 인배는 얼마전 바로 그런 전처 진희와 만나 그녀로부터 영문이를 군대갔다와서 대학 졸업할때까지만 계속 맡아달라는 그런 애원까지 들은 터다. 사실 그날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런식으로라면 이 다음에 학교 졸업하고 취직하고 장가갈때까지 맡아달라고 할것만 같은 기세이기까지 했는데 그런식으로라면 이 다음에 영문이 결혼해서 분가해 따로살지 않는한 그때까지 영문은 계속 아버지 인배와 새엄마 채영과 함꼐 계속 살아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걸 생각해보면 인배의 생각도 여러 가지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일단 아들을 잘 설득시키고 납득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사실 경제적으론 어려움이 있더라도 네가 계속 네 엄마랑 사는 문제와...비록 새엄 

  마랑 살아야 하는 문제가 있더라도 그래도 경제적 어려움이 없으니 이쪽에서 사는 

  문제 어느쪽이 더 나을지...솔직히 그건 이 애비도 가치판단을 하긴 쉽지 않은 문제 

  이긴 하다. 그러나... ” 

 “ ...... ” 

 “ 어쨌든 별수없이 네가 앞으로도 계속 우리와 살아야 한다면 네가 먼저 새어머니 

  한테 마음을 열어주는게 좋지 않겠니 ? 그럼 새어머니와 네 사이도 차츰 좋아지는 

  계기가 될게야. ” 

 착잡한 심정으로 별다른 대꾸없이 아버지의 말을 듣기만 하는 영문. 인배의 말이 계속된다. 

 “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길 했다만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결국 자주 만나 이야기도  

  하고 그런식으로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져야 서로에 대해 알게 되기도 하고 친해질 

  수도 있게 된단다. 아닌말로 그 사람이 어떤걸 좋아하는지 어떤걸 싫어하는지 그걸 

  피차 말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런걸 어찌 알수 있겠니 ? ” 

 “ 아버지... ” 

 “ 그러니 네가 조금이라도 더 새어머니한테 관심을 갖고 다가가도록 노력해봐. 나도 

  네 새어머니에게 그렇게 설득을 해 볼테니...그렇게 최소한 니가 이 다음에 취직하 

  고 장가가서 너 혼자 자립해서 혼자 살 수 있는 시간이 올때까지만이라도... ” 

 “ ...... ” 

 “ 새어머니와 조금이라도 잘 지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그런 시간을 가져보았 

  으면 좋겠구나. 지금으로선 이 애비가 바라는 부탁은 다만 그것뿐이란다. ” 

  


 

 어느덧 가을이 되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말들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4계절의 변화만큼은 뚜렷한 것 같다. 어느덧 날도 선선해지고 사람들도 하나하나 두꺼운 옷을 꺼내입기 시작하는 무렵. 나뭇잎 색깔도 슬슬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때 영문은 이모 옥희를 만나게 되었다. 사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 친엄마을 만날겸 이모집에 한 2-3일 정도를 머무른일이 있으니 그때부터 아직 두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만남인데, 옥희가 이때 노원구 북부쪽에 개인적 볼일이 있어 좀 들렀다가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영문을 우연히 보게된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다시 보게된 조카라서인지 그냥 보낼수 없어서인지 아니면 달리 따로 무슨 할말이라도 있음인지 인근 백화점에서 차라도 한잔 마시며 둘이 잠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공부는 잘 하고 있는거냐 ? ”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묻고있는 이모. 일단 영문은 ‘네’라고 대답하는데 어떤 이유에서일까. 옥희는 이런 영문의 대답이나 태도가 썩 미덥지 못하다는 듯 말을 이어간다. 

 “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라...저번에도 말했지만 니가 잘해야 해 녀석아. ” 

 나중에 그동안 고생하신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기 위해서라도 좋은 대학 가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식의 말을 지난번에 옥희가 하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아직 두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니 영문이 그 말을 잊지는 않았을터인데. 다만 그날은 옥희가 술도 한잔 들어간 상태라 갈수록 점점 횡설수설 제대로 말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아서인지 조카를 보며 다시 거듭 이렇게 말을 이어가는 것이다. 

 “ 너한테야 엄마지만 나한테는 동생이기도 해서 하는소리야.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 

  라 이녀석아. ” 

 그저 단순히 어른이 그것도 이모가 조카한테 한번쯤 할법한 잔소리가 아니라는 듯 이렇게 운을 뗀 옥희. 그녀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요즘은 하여튼 웬만해선 아이가 한둘씩밖에 없는 시절이라...너도 어차피 다른 형 

  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달랑 너 혼자라서 잘 모르겠지만...언니 입장에서 동생을 바 

  라보는 그런 심정이란게 있는거야 이 녀석아 !!! ” 

 “ ...... ” 

 “ 어릴때는 부모 잘못만나 고생...정작 자라서 그런 고생 좀 안하나 싶더니 다음엔 

  남편 잘못만나 그러고 산 고생. 그런 동생을 바라보는 언니 심정이 어떤건지 그걸 

  니가 알기나 하냐구 이 녀석아. ” 

 확실히 그런건 게다가 아직 고등학생 어린나이의 영문이 이해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한다. 물론 영문도 어쨌든 부모 이혼의 아픔을 겪으며 자라난 그런 성장기를 갖게된 소년이긴 하지만 적어도 무슨 어린 동생을 자신이 돌봐야 한다던가 그런 책임감 같은 것은 없이 자랐던 영문. - 물론 영문에게도 굳이 따진다면 이복동생이 하나 있긴 하지만 새엄마와 사이라도 좋았다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은판에 그런 동생은 거의 의미가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  

 “ 그러니 사실상 평생 그렇게 고생만 하며 산 니 엄마인데 나중에 누가 여생이라도 

  편하게 보낼수 있도록 해줘야 할거 아니냐구. 그걸 니가 아니면 누가 해 이 녀석 

  아 !!! ” 

 이렇게 마치 꾸짖기라도 하는투로 나오는 옥희. 살짝 영문에게 반발과 거슬림까지 생길 지경이다. 솔직히 영문의 엄마 진희가 이렇게 된게 자신의 책임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이야기를 자신에게 하는지. 부담도 부담이지만 살짝 거부감이 들기도 하는 이모의 이야기이기도 한데, 옥희도 옥희대로 나이 40대 후반에 이른 자신이 조카를 붙들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이런걸 조카인 영문에게 한들 아직 고등학생밖에 안 된 녀석이 자기말을 제대로 알아듣기나 할지 그 회의감도 들고, 그저 흔한 어른의 잔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면 괜히 시간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그야말로 별 의미없는 짓거리가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도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허나 어쨌든 옥희의 말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솔직히 나한테도 딸이 셋이나 있고 하다보니...아무리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게 그 

  렇더라구. 자기 자식하고 조카는 그래도 생각이나 마음이 좀 달라질 수밖에 없는거 

  더라. 그래도 무슨 다급하거나 뭔가 챙겨줘야 할 일이 있을때는 내 딸들이 먼저 생 

  각나지 한단계 건너 있는 조카인 니가 먼저 생각나진 않더라 이 말이야. 무슨말인 

  지 알아듣겠어 이 녀석아 ? ” 

 “ ...... ” 

 “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이모나 고모가 조카라도 거둬서 살아주는게 낫지 아무려면 

  새엄마랑 사는게 그보다 낫겠어 ? 어쨌든 새엄마는 피한방울 안 섞인 남 아니냐. 

  굳이 무슨 신데렐라니 콩쥐팥쥐니 그런 이야기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 

 대체 옥희는 무슨 의도로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는것일까. 영문은 일단 묵묵히 이모의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긴 한데 말없이 차를 들고있는 영문이 옥희의 이런 말을 제대로 귀담아 듣고 있는것인지 그 자체는 여전히 의문이긴 하다. 여하튼 옥희는 옥희대로 조카인 영문을 불러 굳이 다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게 다 이유가 있다는 듯 다시금 조카에게 다짐이라도 받아두려는 듯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하지만 어쨌든...우리가 너까지 거두게 되면...솔직히 따지고보면 니 이모부가 사 

  실상 일곱식구를 거두게 되는 상황 아니냐. 우리 딸 셋에 니 엄마 그리고 너까지 

  ...그래서 그건 아무래도 이모부 재주로는 무리라서 – 옛날 8남매,9남매씩 키우면 

  서 사는걸 기본으로 생각하던 시절이야 농사라도 지으며 어찌어찌 버텼지만 요즘 

  세상에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이냐구 상식적으로  !!! - 그래서 하는수없이 나까지 

  생활전선에 뛰어들고도 아무래도 감당이 안 돼 결과적으로 입 하나라도 덜려구 니 

  아빠랑 새엄마한테 보낸거지만...그 뜻을...그리고 그 불가피한 사정을 니가 제대로 

  이해하고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는거다 이 말이야 이 녀석아. 알았어 ? ” 

 “ ...... ” 

 “ 대학은 꼭 들어가야한다. 무슨말인지 알겠어 ? 그거 하나 바라고 널 여하튼 가 

  슴한켠이 영 개운치 않으면서도 할수없이 널 그쪽으로 보낸건데, 니가 공부 안 

  하고 그러고 돌아다니면 기껏 이런 결단을 내린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안 그래 

  . 그러니 그런 우리 심정을 생각해서라도 니가 나중에 꼭 대학가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지금까지 고생하신 니 엄마 호강은 시켜드려야 한다 그 말이야. 니가 

  안하면 누가 하리 ? 이미 다 늙은 내가 하리 ? 그러니까 니가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살아야한다 이 말이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명심하겠습니다 이모님. ” 

 영문이 이렇게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대충 마무리되고 옥희는 자리를 뜨면서도 조카인 영문이 자신의 이야기를 과연 제대로 알아들은것인지 불안해 쉬이 그 바라보는 눈빛을 놓지 못했다. 무뚝뚝하게 그 자리를 뜨는 영문. 과연 그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있을지는 어차피 당사자가 아니고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옥희도 자기 볼일이 있기에 시간을 마냥 지체할수만은 없는 일이라 이미 저만치 사라지고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영문은 무거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고 있다.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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