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젊은 새엄마 4
하루는 등교를 한 영문에게 민기가 다가왔다. 한참 수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공연히 옆자리에 와서 씨익 웃으며 능글거리고 있는 민기. 사실 1학년때까지만 해도 지각이나 조퇴는 해도 결석까지 하는 경우는 거의 없던 김민기였는데 2학년 들어와서는 이제 슬슬 결석하는 일수도 늘어가는 추세인 김민기이기도 하다. 헌데 그렇게 아예 학교에 안 나오는 경우까지 있는 민기가 일찍 등교하는 것 자체가 웬만하면 잘 없는 이례적인 일이기도 한데, 그 민기가 오늘따라 한술더떠 평소 괴롭혀왔던 박영문 옆에 와서 이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경우가 당하는 입장에선 더 짜증나고 불안해지는 것이다. 차라리 직접 신체적 위해를 가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딱히 그런것도 아니면서 괜시리 옆이나 뒤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 차라리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면 반발이라도 하거나 대응을 하거나 뭐라도 해볼텐데, 이런 경우라면 되려 영문 입장에서 화를 내도 ‘내가 뭐 어쨌다고 그러냐 ?’는 식으로 시치미떼면 그만 아닌가.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제3자 입장에서 먼발치에서 보면 가만히 있는 학생한테 되려 영문이 소리만 지른 그런 모양새마저 될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더욱 민기의 이런 태도가 불쾌하고 짜증나는 영문. 헌데 민기가 의자와 책상을 공연히 영문에게 바짝 다가가게 하며 한층 더 능글거리고 있다.
“ 뭐하냐 ? ”
헌데 영문이 일절 무대응,무반응으로 있자 민기도 좀 재미가 없어진것일까. 결국 시비를 걸기 시작한다. 여전히 대꾸없는 영문. 민기가 다시 말을 건넨다.
“ 뭐하냐구 ? 공부하냐 ? ”
“ 공부하고 있잖아. 그러니 좀 조용해줘. ”
허나 민기 입장에선 그런 영문의 태도가 되려 어이없다는 듯 피식 실소를 터트린다. 그러더니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영문의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한다. 순간 놀란 영문이 기겁한다.
“ 어억...무슨짓이야 ? ”
“ 뭐 ? 내가 뭘 어쨌다구 ? 그냥 이뻐서 한번 쓰다듬어주었구만... ”
그런 민기의 태도에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는 영문. 여하튼 상대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단 판단에 하려던 공부에만 더 열중하고 있다. 헌데 그런 영문을 보며 민기가 다시 능글거리며 말을 건넨다.
“ 공부는 잘 되냐 ? ”
“ 뭐야 ? 왜 그래 자꾸 ? ”
적어도 걱정하거나 격려하는 친구의 말투일수는 없는 민기의 태도. 그래서 영문은 거듭 신경이 거슬려지고, 민기도 일단 더 무슨 장난칠 거리가 없음인지 슬쩍 물러서긴 한다. 그래서 일단 민기와 영문의 사이엔 그런대로 어색한 침묵만 흐르고 있는데, 공연히 교실 여기저기만 쳐다보면서 휘파람을 불고있는 민기.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갑자기 영문 앞으로 온다.
“ 뭐야 ? 뭐하는 짓이야 ? ”
해괴하다면 확실히 해괴한 행동이다. 민기는 영문의 책상 앞으로 딱 와서 붙었는데 책상의 높이야 일반적으로 허리보단 조금 아래 무릎보다는 조금 위인 그 정도 높이가 아닌가. 따라서 사람키에 따라선 애매한 부분이 책상위에 살짝 올려지거나 걸쳐지는 모양새가 될 수가 있다. - 물론 일부러 그럴 사람은 없겠지만 – 그러면서 또다시 능글거리고 있는 민기의 모습. 이제 영문 입장에선 김민기의 웃는얼굴마저 불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다시금 ‘뭐하는 짓이냐 ?’고 묻는 영문에게 민기는 능청스럽게 대꾸한다.
“ 뭐...내가 뭐 어쨌다구 ? 가만있었는데...공부나 계속 해 임마. ”
그러면서 여전히 책상에 다리를 딱 붙인 자세로만 서있는 민기의 모습. 영문이야 노트필기를 하든 교과서를 보든 문제를 풀든 여하튼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데 그래서 더더욱 민기의 그런 태도가 성가실 수밖에 없다. 헌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음인가. 책상에 다리를 딱 붙인 상태에서 공연히 영문쪽으로 앞부분(?)을 민기에게 슬쩍 들이미는 모습. 영문이 기겁한다.
“ 어억...무슨짓이야 ? ”
“ 허허...참 얘가 사람잡을 X이네 ? 내가 뭘 어쨌다구 ? 난 그냥 가만히 있기만 했
구먼... ”
“ 이게 가만있는거야 지금 ? ”
더 이상 민기의 이런 행동을 참을수 없게 된 영문. 결국 발끈하며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나 그러자 민기가 한술 더 떠서 되려 기겁하며 흠칫 물러서는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 어...어 얘봐라 ? 잘하면 사람한대 치겠네 ? 여보세요...이것보세요. 여기 얘 봐요
잘하면 사람 치겠어요. 얘가 그러고보니 지난번엔 유병춘이를 때려서 병원까지 실
려가게 만들더니...이젠 나까지 치려구 ? 임마 너 깡패야 뭐야 ? 뭔데 자꾸 사람을
치는건데 ? ”
“ 이...이... ”
민기의 이와같은 태도에 영문은 더더욱 열불이 날 수밖에 없고, 헌데 일단 소동은 진정이 되긴 했다. 민기는 이미 잽싸게 뒤에 원래 제자리로 가버렸고, 마침 복도를 순시중이던 학생부 선생님 한 사람이 교실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실 앞쪽에서 뒤쪽 복도가 보이는 민기의 눈에 선생님이 지나가는 모습이 대충 보이는 것 같자 잽싸게 달아나듯 제자리에 가버린것인데, 상황판단이 안 되는 영문만 어정쩡한 자세에서 ‘어...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문으로선 민기의 거듭되는 괴롭힘에 잔뜩이나 화가나 있었던것인데,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몸이나 행동이 순순히 움직여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냥 어정쩡하게 서있었던 것이다. 이미 민기는 제자리로 달아나버려 눈앞에 없고 교실안 상황을 알 수 없는 선생님 입장에선 웬 학생 하나가 그냥 어정쩡하고 소란스럽게 서있는 그런 모습으로 눈에 뜨일 수밖에 없다. 일단 의아한 선생님은 교실안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묻는다.
“ 뭐야 ? 무슨일이야 ? ”
허나 민기는 이미 제자리로 가버린 상태고 그때까지도 어정쩡하게 서있는 영문만 선생님한테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선생님이 영문을 부른다.
“ 뭐야, 너 뭐하는 녀석이야 ? 뭔데 아침부터 소란인건데 ? ”
“ 아니...저...그...그게... ”
이렇게 되니 상황설명을 하기도 더더욱 난감하고 그래서 영문은 그저 난처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다고 조금전 김민기의 일을 그대로 말한다 한들 소용없을 수밖에 없고 이미 민기가 제자리로 가버려 그 사이 공부라도 하는척 하는 시늉을 하고 있는 이상 영문으로선 무슨말을 어떻게 한들 그게 입증이 될 수가 없다. 결국 그저 묵묵히 선생님의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다.
“ 그리고 좀전에 보니까 무슨 깡패 어쩌구 하는 소리가 들렸던거 같은데...도대체 누
가 깡패라는거야 ? ”
“ 아...아니 저 그게...죄송합니다 선생님. ”
상황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라도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는 영문. 선생님의 잔소리만 한바탕 듣고 일이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 학교가 장난하러 다니는데야 ?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다녀 녀석아 !!! ”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에 이어 2학년 시절을 보내고 있는 영문. 헌데 2학년 1학기가 다 끝나고 여름방학으로 접어들 무렵, 잠시나마 영문이 해방감을 맛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영문이 잠시 친엄마인 함진희의 집에 다녀오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원래 함진희 여사 3자매중 막내는 오래전 세상을 떠났고 옥희,진희 자매가 엄마와 함께 강남 남부지역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다 어머니마저 돌아가시자 그 식당을 처분하고 영문은 아버지한테 보냈던 것 아닌가. 이후 진희는 언니 옥희네서 가사일을 돌봐주며 살았고 언니 옥희도 딸 셋을 키우는 상태에서 남편과 맞벌이 부부나 다름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그리 여유롭다고 할수 없는 상황에서 지금까지 바쁜 일상을 보냈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1년반을 보내다가 아빠한테 보낸 영문이 걱정도 되고 해서 진희가 언니 옥희와 상의해서 여름방학때 하루,이틀이라도 잠깐 다녀가도록 연락을 취한 것이다. 그래서 실로 1년반만에 엄마와 이모등을 만날 수 있게 된 영문. 엄마 진희와 이모 옥희를 보자마자 영문은 눈물부터 흘렸다.
“ 엄마... ”
사실 정확히 따지면 새엄마한테 구박을 받던가 그런일이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있었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젊은 새엄마 채영이 영문에 대해 점점 오해만 하게되는 그런 상황들이 있었을뿐. - 사실 그보다 심각한 사태가 결국 채영과 필립(김민기)의 관계지만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선 영문은 의혹만 갖고 있을뿐 확증을 잡은 것은 없다. - 허나 영문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분하고 서러웠던 시간들이었는지라 엄마와 이모를 보자 눈물부터 뿌린 것이다. 그런 영문의 태도를 보니 옥희와 진희 입장에선 말을 안해도 알 것 같다는 심정으로 영문을 안아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묻는다.
“ 그래,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 그 X이 구박하던 ? ”
대놓고 박인배의 재혼한 후처 채영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는 옥희,진희 자매. 허나 일단 영문은 이렇게 대답한다.
“ 아니에요. 구박은 무슨...그냥 뭐...그럭저럭 잘 지냈어요. ”
허나 그거야 어디까지나 엄마와 이모를 걱정시켜드리지 않고 싶어서 하는 말일뿐. 사실 좀 더 생각도 깊고 머리도 돌아가는 아들이었다면 (실제로는 구박을 당한다 해도) 없는 사실까지 꾸며내 새엄마가 굉장히 자신에게 잘해주는것처럼 말을 지어낼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실상이 그렇지도 못하지만 영문 입장에서 그런 괜한 이야기까지 꾸며낼만한 심리상태가 아닌지 그냥 ‘잘 지냈다’는 형식적인 말 이외엔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한다. 일단 영문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옥희와 진희 자매. 막상 이모집으로 가니 생각보다 협소하였다. 평수로 따지만 30평이 좀 넘는 평수의 아파트니 강북에 있는 박인배의 집 크기와 비교해서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수도 있을텐데, 허나 옥희에게 이미 딸 3자매가 있고 게다가 동생 진희까지 옥희네 집에서 가사일을 봐주며 얹혀사는 상황이 되었으니 그런 상황에서 영문까지 함께 지내기는 누가봐도 불편하고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한 상황이다. 사실 그래도 옥희 입장에서 모처럼 보는 조카인지라 하루나 이틀이라도 자고갈 것을 권하기도 했지만 동생 진희 입장에서 언니집에서 신세지며 살게 된 처지에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더더욱 미안한 일인지 저녁식사만 푸짐하게 대접하고 돌려보낼 생각으로 있다. 여하튼 모처럼만에 엄마와 이모 그리고 자신에겐 이종사촌이 되는 이모의 세 딸까지 함께 있는 상황에서 식사를 하게 된 영문. 집안은 덕분에 북적거렸지만 영문은 보다 편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상태에서 식사를 할수 있게 되었다.
“ 많이 먹어라. 안 그래도 너 그리로 보내고 나서 밥이나 굶고 사는건 아닌지 얼마
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
“ 아니에요. 무슨 그렇다고 밥을 굶어요. 그런일까진 없었어요. ”
적어도 그것만은 사실이기에 있는 그대로 답하고 있는 영문. 어찌보면 영문도 그런대로 정직한면이 있는 학생이라고 봐도 될듯하다. 한편 엄마 진희는 거듭 그런 영문에게 자신의 미안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 미안하다 영문아. 다 내 죄야... ”
“ ...... ”
“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좀 피기만 했어도...최소한 너 대학갈때까지만이라도 내가
끼고 살수 있었을텐데...그게 참 사정이 여의치를 못해서. ”
“ 진희야. 그만해라. 애 앞에서 무슨 청승을 그렇게... ”
동생의 넋두리 같은 소리가 언니 옥희 입장에서도 좀 민망하긴 한지 일단 만류하는 모습을 보이는 그녀. 허나 아랑곳없이 진희의 말은 계속된다.
“ 너무 그러지말고...그냥 거기서 대학 들어갈때까지만 좀 참아다오. 그래도 어느
덧 이렇게 1년반의 시간이 흘렀으니...그래도 이제 남은 시간이 1년반 아니냐. 그
러고 나면 대학 들어가고 난 뒤에 어떻게 살지는 그때가서 다시 상의해볼게. ”
그래도 영문과 함께 살 수 있는 형편이 안 되는 것은 여전히 달라진게 없는지 적어도 ‘함께살자’는 말은 차마 못하고 거듭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 참아달라는 말을 입에 담는 진희. 사실 대학도 대학 등록금도 내야하고 그런 문제를 생각하면 영문이 대학 들어간다고 모든게 만사 오케이 되는게 아니다. 아닌말로 영문이 대학에 한번에 붙는다는 보장도 없는것이고, 게다가 대학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친엄마와 함께 살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이 여전하다면 영문은 차라리 하숙을 하거나 기숙시설이 있는 지방대학을 알아봐야 하는것인가. 이렇게 생각하면 영문의 대학 진학 문제도 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걸 생각하면 이래저래 영문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터. 한편 옥희는 동생의 이런 넋두리가 아무래도 민망한지 진희를 진정시키고 대신 자신은 자신대로 하고픈 말이 더 있는지 이번엔 옥희의 약간 잔소리 같은 이야기가 이어진다.
“ 박영문, 너 이모 말 똑바로 제대로 들어라. ”
마치 엄마 대신 자신이 할말이 있다는 듯 제법 엄포라도 놓듯 서두를 꺼내는 옥희.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니 엄마가 방금 청승을 떨긴 했지만...사실 그만큼 너한테 기대하고 있다는게 있
다는 소리이기도 해. 그러니 더 다른 생각 하지말고 4년제 명문대는 꼭 들어가야
하는거다. 무슨말인지 알겠지 ? ”
여하튼 영문이 공부를 못하는편은 아니니 대학에 꼭 들어가라는 말이 그렇게까지 부담이 가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어떻게 보면 영문 입장에선 그동안 학교에서 당한 설움을 제대로 토로도 할 수도 없는 그런 처지가 되는 것 아닌가. 옥희는 영문이 그동안 지난 1년반동안 대체 학교에서 무슨일들을 겪었는지는 알지도 못하는채 그저 영문이 대학을 가야하는 당위성만을 거듭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일장연설이라도 하는 대학강사처럼.
“ 다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어쨌든 한국사회에서 출세하고 호강하려거든 결국 대
학나와 좋은 직장 잡는 그길밖에 없어. 무슨말인지 알겠어 ? ”
“ 명심하겠습니다 이모님. ”
엄마도 아니고 이모의 엄포가 그와같으니 무뚝뚝하게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는 영문. 옥희의 말이 이어진다.
“ 너 잘되라고 대학가라는 소리가 아냐 이것아. 다 니 엄마 생각해서 하는 소리지
!!! ”
영문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옥희 자신에겐 동생이 되는 영문의 엄마 진희를 위해서 하는 소리다 ? 이런 소리를 조카인 당사자 영문 입장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그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단 옥희의 말은 다 끝난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
“ 생각해봐라. 어쨌든 니 아빠...그렇게 갑자기 젊은년한테 혹해가지고 이혼까지 하
게되고...그렇다고 이제와서 새삼 니 아빠를 욕하는건 아니지만...그리고 이혼하고
혼자 너 키우느라 그간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구 니 엄마가. ”
“ ...... ”
“ 그렇다고 니 엄마가 무슨 막장드라마 여주인공마냥 똑똑하길 하냐 무슨 재주가
있냐. 할줄아는건 그래도 식당일이나 니네 외할머니(영문의 외할머니) 곁에서 곁
눈질 해며 배운 식당일...그게 전부인게 니네 엄만데... ”
“ 언니 !!! ”
이게 자신을 걱정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욕하는 소리인지 되려 진희 입장에서 분간이 안가 당황할 지경이고 일단 아랑곳없이 옥희의 말은 계속된다.
“ 그런 쑥맥인 니네 엄마가...그저 너 하나만을 보며 지금까지 살았어. 그러니 넌 딴
생각말고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가서 좋은 직장 다녀서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니 엄마 호강시킬 생각해야한다 이 말야. 무슨말인지 알겠어 ? 너 때문에 그리고
니 아빠 때문에 개고생한 니 엄마. 그거 나중에 보상받아야 한다 이 말이다. 무슨
말인지 알겠어 ? 이 철없는것아 ! ”
“ 엄마, 그만해요. 영문이 무안하겠다. ”
옥희의 딸들조차도 엄마의 말이 좀 심하다 싶은지 그쯤에서 만류하려 든다. 지금 옥희의 세 딸중 첫째와 둘째는 각기 대학생과 고등학생으로 영문에게 누나고 셋째는 중학생으로 동생이다. 어쨌든 이들 딸들에게도 엄마가 너무 영문에게 부담주는 소리만 하는것처럼 여겨져 만류하려 드는데 그 사이 술도 한잔 들어간 옥희는 진정이 안 되는지 영문에게 거듭 이 다음에 제 엄마 호강시켜줘야 한다는 그 당위성만 거듭 역설한다. 안되겠다 싶은 옥희의 남편과 딸들이 그쯤에서 그녀를 진정시켜 방으로 데리고 긴다.
채영은 침실에 민기와 함께 있다. 채영은 민기를 바깥의 모텔방이나 나이트클럽 여타 장소등 바깥에서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남편이 회사에 가고 의붓아들 영문까지 학교에 가고나면 집으로 종종 불러들여 이러는 경우도 있다. 다만 지금은 여름방학때라 영문이 학교에 간 것은 아니고 친엄마한테 갔다가 며칠후 돌아올 예정이긴 한데, 어쨌거나 채영에게도 자기딸이 버젓이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외간남자를 집안으로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채영도 생각보다 대담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생각이 없는 것으로 봐야하는것인지. 무엇보다 민기 입장에서도 나이트클럽에서 잠시 만난 젊은 유부녀와의 관계를 이렇게 오래 지속해오는것도 이전에 잘 없던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 헌데 따지고보면 민기도 다른 동급생들에 비해 2년 늦게 고등학교에 진학한 즉 다른 학생들보다 두 살정도 많은 수준에 불과하니 채영을 만나기 이전엔 나이트클럽 제비 경력도 그리 길지 않은 편이었다고 봐야한다. 여하튼 생각보다 민기에게도 채영에게 끌리는 면이 있었는지 아니면 쉬이 놓치고 쉽지 않은 그 무엇이라도 있었는지 이렇게 관계를 지속하는 상태. 다만 어쨌든 부적절한 관계인 것은 분명한지라 채영이 새삼 이런 자신의 답답함을 민기의 품에 안겨 호소한다.
“ 필립... ”
아직 김민기의 실명은 모르는것인지 필립이란 나이트에서 일반적으로 민기가 쓰던 별칭을 여전히 부르고 있는 채영. 아니면 실명보다는 이미 필립이라는 별칭이 더 입에 잘 붙거나 좋아서 그리 부르는것일수도 있고. 일단 채영의 말이 이어진다.
“ 정말...차라리 이대로 나 데리고 어디론가 떠나주면 안 돼 ? ”
열다섯살 많은 남편과의 관계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것인지 아니며 자신이 떠맡게된 의붓아들 영문으로 인해 불편해진 문제 때문에 속상한것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들이 다 복합적으로 작용된 불만의 폭발인지 그 답답한 현실을 이렇게 호소하고 있는 채영. 사실 민기 입장에서도 채영의 사정을 어느정도 아는지라 – 결정적으로 채영의 의붓아들 영문이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자신과 같은반이었던 동급생이 아닌가. - 이런 채영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떤 대안이 없어 답답해하긴 마찬가지다. 사실 민기라고 해봤자 현재 동급생보다 달랑 두 살 많을뿐 사회생활 경험이 아직 그리 많지 않은 고등학생인 것은 다를것이 없고, 따지고보면 제비족 생활도 아직 그렇게 길지도 않다. 어떻게보면 민기 입장에서도 어떻게 제비족 노릇을 한 반년이든 1년이든 해보다 제대로 자신에게 맞는 여자를 만난 상황이라고나 할까.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답답한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을 거듭 호소하는 젊은 아줌마 채영을 육체적인 욕구는 그런대로 채워줄수 있어도 가령 경제적인 문제라던가 여타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수 있는 것은 없으니 이래저래 그도 답답하긴 할 것이다. 위로해주듯 채영의 어깨와 등을 한번 쓰다듬어주긴 하지만 채영은 이제 그런 상투적인 동작조차 짜증이 난다는 듯 그의 손을 뿌리친다. 현실적인 어떤 대안도 없으면서 괜히 그러지 말라는듯한 신호인지. 민기가 잠시 한숨을 내쉬다 이렇게 말한다.
“ 누나...그러지말고 우리 한번 이렇게 해봐요. ”
갑자기 무슨 좋은 꾀라도 생각난것일까. 채영은 일단 실날같은 희망이라도 기대하는 느낌으로 민기를 바라본다.
“ 누나 남편 돈 많이 벌어요 ? ”
“ 칫... ”
좀 뜬금없는 질문이라서일까. 게다가 남편이 그런대로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이란 것은 민기도 지금은 모르지 않을 것 아닌가.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채영의 이런 질문은 그야말로 새삼스러운 질문이다. 알면서 왜 묻느냐는 듯 살짝 힐난하는 눈빛으로 민기를 바라보고. 민기는 나름 어쨌든 생각난 좋은 방도라도 있는 듯 이렇게 말한다.
“ 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어쨌든 남편한테 돈은 좀 뜯어낼수 있을거 아니에요. ”
“ 글쎄 뭐...뭐 어쩌자구...무슨 사업자금 핑계라도 대며 남편한테 돈이나 뜯어내자구
? ”
허나 그런건 그야말로 돈많은 여자 꼬시는 제비의 전형적인 수법 아닌가. 따라서 그 정도 짐작은 채영도 충분히 하는터라 별 흥미 없다는 듯 이렇게 나오고. 허나 민기가 채영의 엉덩이를 톡톡 쳐보는 듯 하더니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누나...그런게 아니라 내 말은요... ”
“ 그럼 뭐 ? ”
“ 차라리...우리가 남편을 없애버리죠. ”
“ 뭐 ? ”
어쨌든 아직 나이어린 젊은 제비족에 불과한 민기에게서 무슨 뾰족한 수가 나겠나 싶어 별 기대도 안 했던 채영인데 헌데 막상 민기에게서 나온 이야기가 너무 엄청난 소리라 채영은 기겁한다.
“ 미쳤어...지금 그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 ? 그렇다고 사람을 죽이자구 ? ”
아무리 그래도 채영도 기본적인 양심은 조금은 존재하는 그런 여성인것인지 차마 ‘살인’까지 할 수는 없다며 기겁하는 것이다. 허나 민기는 나름 무슨 결심을 굳힌것일수도 있는지 채영을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 누나...그러지말고 내 말을 잘 들어봐요. 어쨌든 누나도 지금 남편이 싫은거잖아요.
이 결혼생활 이대로 지속하고픈 생각도 없고... ”
“ 아무리 그렇기로... ”
허나 그건 진짜 터무니없고 말도 안된다는 생각으로 채영은 거듭 손을 내젓는다. 민기가 그런 채영을 거듭 설득하려 든다.
“ 누나 그러지말고 한번만 더 잘 생각해보자니까. 누나도 이 지옥같은 상황에서 벗
어나고 나도 누나와 이런 어정쩡한 관계를 계속하느니 뭔가 한단계 획기적인 진전
을 보이자면... ”
“ 닥쳐 !!! ”
헌데 이런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최소한 민기에게도 채영을 그저 단순히 즐기는 여자 그 이상으로 생각해왔다는 의미도 된다. 채영의 남편을 죽여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돈때문도 아니고 혹은 이런 부적절한 관계를 들킬 위험이 있어서 그러는것도 아니고 자신들의 관계에 획기적인 진전을 보자니. 그럼 대체 뭘 어쩌자는것인가. 남편 인배를 살해하고 남편의 돈을 훔쳐 어디 먼 외국으로라도 달아나 그곳에서 살림이라도 차리자는것인지. 허나 채영은 거듭 말도 안된다며 손을 내젓고 있다.
“ 누나 그러지말고...다시한번 잘 생각해봐요. ”
“ 시끄러 !!! 말도 안 돼. 내가 뭐 아무렴...나이트에서 기껏 너같은 제비한테나 넘어
간 그런 생각없는 여자기로...그런 살인까지 모의할정도로 막돼먹은 여자는 아냐.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남편을 죽이자고 ? 더더욱 말도 안 돼. ”
“ 누나... ”
그러자 민기가 정색을 하고 이런 채영을 불러본다. 대체 무슨 생각일까. 대충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는 듯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쪽으로 가며 나가려는 시늉까지 보이면서 이렇게 말한다.
“ 어쨌든 누나에게도 전 그냥 즐기는 상대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말이잖아요. ”
“ 필립... ”
아직 민기의 의도를 알수 없어서일까. 채영이 그의 별칭을 다시금 불러보고 한편 민기는 진심 채영에게 실망이라도 한것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노림수라도 있는것인지 일단 민기의 말은 이렇게 이어진다.
“ 어쨌든 누나에게는 저보다 남편이 더 소중한 존재라는거잖아요. 그래서 차마 남편
을 해치우는 짓을 모의하진 못하겠단 소리잖아요. ”
“ 아니, 저 필립...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
“ 됐어요. 누나한테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보네요. ”
어렵사리 꺼낸 제안인지 아니면 아무런 생각 없이 즉흥적으로 꺼낸 제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렇게 꺼낸 남편살해 제안에 대한 채영의 반응이 이와같자 민기도 진슴 그녀에 대해 실망한것인지. 한숨을 한번 토해내며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그래요. 어차피 누나에게도 전 그냥 남편과의 성적불만 떄문에 나이트에서 만나
모텔방에서 즐기는 그런 상대밖에 안되었던거에요. 알았어요. 되었어요. 이제 누나
마음은 충분히 알았으니까. ”
“ 아니 저 필립...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
민기의 태도가 이와같자 채영도 적잖이 당황한 듯 어떤 해명이라도 하려는 모습을 보이다. 허나 이 상황에서 대체 어떤말을 꺼내야할지 몰라 채영도 난감해지고. 민기는 벽만 말없이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다 정말 이 상황에서 채영에게 더 기대할게 없다는 생각이라도 드는지 갑자기 문을 박차고 나가버린다. 안타까이 채영이 ‘필립’ 하며 부르지만 민기는 이미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나가고 있다.
한밤중. 인배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했고, 헌데 채영은 어떤 심란함이나 고민이 있는지 침대에 누운채 밤늦게 귀가한 남편을 마중할 생각은커녕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아무리 밤늦게 귀가해 피곤한 인배이기로 평상시같지 않은 이런 아내의 모습에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지 이렇게 묻는다.
“ 당신 왜 그래 ? 무슨일 있어 ? ”
헌데 그 말에조차 ‘네,아니오’ 같은 상투적인 대꾸조차 없는 채영. 그러자 인배는 뭐 설마 대수로운일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심하고 대충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씻고 잠자리에 들려한다. 헌데 그런 남편에게 갑자기 채영이 묻는다.
“ 여보, 나 한가지만 여쭤볼께요. ”
“ 응 ? 갑자기 무슨일인데 ? ”
아직 아내의 의도를 알길없는 인배가 이와같이 묻고 채영이 그런 남편을 보며 이렇게 묻는다.
“ 나 사랑해요 ? ”
“ 뭐 ? ”
채영의 질문이 너무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무엇보다 어쨌든 열다섯살 어린 채영과 인배의 결혼생활도 어느덧 6-7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정도면 충분히 권태기를 느낄만한 시간. 그래서일까. 새삼스레 그런 뜬금없는 질문에 답하고 싶진 않다는 듯 인배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려 한다. 헌데 그러자 채영이 정말 화가나는지 인배를 베개로 한 대 친다.
“ 어억...무슨일이야. ”
“ 당신 진짜 해도 너무한거 아니에요 ? ”
갑작스러운 아내의 행동에 놀란 인배. 그러나 열다섯살 어린 30대 초반의 젊은 아내 채영도 그간 참았던게 터져나오기라도 하는 듯 그만 울음을 터트린다.
“ 순 엉터리...사기꾼 !!! 거짓말쟁이... ”
갑작스러운 채영의 이와같은 태도에 그저 영문모를뿐인 인배. 허나 채영은 그야말로 작심한 듯 쏟아붓는다.
“ 처음엔 나보고 호강시켜준다고 말해놓고선...나 떵떵거리며 살게 해준다고 해놓고
서 오늘날 내 꼴이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이에요 ? ”
“ 아니 근데 이 여자가 보자보자하니까...누가 들으면 진짜 오해하겠네. 내가 도대체
무슨 사기를 친게 있다구...그리고 도대체 못해준게 뭐가 있는데...요즘 서울에서 이
만한 집에서 사는게 어디 쉬운일인줄 아나 ? 그리고 뭐...내가 중소기업 사장인게
거짓말이길 했나...그렇다고 아이딸린 유부남인걸 속였나. 내가 도대체 당신한테 거
짓말 한게 뭐가 있는데 ? 나 원...도대체가 오갈데없이 천애고아나 다름없이 지내는
걸 거둬서 그야말로 신데렐라 만들어줬더니만...이제와서 하는소리가... ”
“ 어디 그뿐만인줄 아세요 ? ”
어쨌든 학력도 변변찮고 20대 초,중반까지 가령 비정규직 알바같은 것을 떠돌며 돌아다니던 채영을 중소기업이라도 하던 나이많은 사장 박인배가 거둬준거라면 채영 입장에서도 분명 신데렐라 같은 인생역전 스토리가 분명하다. 허나 막상 그렇게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진 인배와의 결혼생활. 생각보다 충족시켜주지 못한게 많았는지 채영의 울분은 계속되고 있다.
“ 당신 도대체 영문이와 서현이중 누가 더 소중해요 ? ”
“ 아니, 뭐라구 ? ”
영문은 바로 인배의 전처소생 자녀고 서현이는 채영과의 사이에 낳은 딸이다. 헌데 이 둘중 누가 더 소중한지 그 가치판단을 요구하니 인배로선 기가막히지 않을수 없는일 아닌가. 혹시 여자인 채영 입장에선 자기 배아파 직접 낳은 아직 어린 딸 서현이와 이제 고등학생으로 다 큰 성인이나 다름없는 의붓아들 영문을 갑자기 떠안게된 상황에서 그 둘을 보는 감정이나 심정이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인배 입장에서야 둘 다 똑같은 자식인데 어떻게 그 둘중에 더 중하고 중요하지 않음을 논한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인배는 일단 채영을 달래보려 한다.
“ 여보, 진정해. 그리고 피치못한 사정으로 영문이를 맡게된 사정은 애초부터 내가
다 설명했잖아. ”
다른건 둘째치고라도 인배의 전처가 더 이상 갈수록 커가고 계속 고등학교,대학교로 진학하며 공부시켜야 하는 영문을 계속 경제적으로 책임질수 있는 상황이 못되자 불가피하게 영문을 자신들이 맡게된 점. 그 불가피성은 애초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는가. 물론 그동안 영문과 채영의 사이도 결코 편한 사이가 아니었고 또 영문이 그동안 결코 사소하지 않은 말썽을 피운일도 몇 번 있으니 채영 입장에서 그 심란함과 속상함이 오죽했으랴 그걸 생각해보면 채영의 심정도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일이 이렇게 되자 인배도 난감해져 일단 어떻게든 채영을 달래보려고 거듭 말을 건네본다.
“ 여보, 그러지말고 조금만 참아. 그리고 영문이 문제는...당신이 정 참기 힘들면...
내가 다시 전처를 만나 상의를 해보던가 할게. ”
“ 전처를...만난다구요 ? ”
그건 또 그것대로 신경쓰이는 문제인지 이와같이 나오는 채영. 헌데 만약 영문의 문제를 상의해야할 사안이면 어떻게든 만나야 하는게 아이 생모이기도 한 전처 함진희가 아닌가. 헌데 그런 문제까지 뭐라고 하면 박인배인들 무슨 다른 수가 있을수 있겠는가. 다시금 아내를 알아듣게 잘 설명해서 납득시키려 한다.
“ 그건 어차피 전처를 만나야 상의할수 있는 문제 아닌가. 그렇다고 그 사람처럼 어
느날 무작정 전화해서 ‘우리 애 우리가 더 못맡으니까 당신이 좀 맡아줘’ 그럴수도
없는일이고. 어쨌든 당신이 영문이 불편하다며 ? 그러니 그 문제를 상의해 보겠다
니까. ”
“ 몰라요 !!! ”
허나 채영의 그간 쌓인 울분과 불만이 그것 하나때문만이 아니라서인지 인배의 말을 더 듣고싶지 않다는 듯 다시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누워버린다. 이런 아내의 모습을 보며 도저히 안되겠다는 듯 영문이 며칠후 연락을 취해 전처 진희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면 영문이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 한 2-3일만이라도 친모인 진희를 만나러 현재 진희가 살고있는 이모집으로 가서 머물고 오게된것인데, 그리고 채영은 그 틈새를 이용 잠시 또 민기를 자기집으로 끌어들인것이고, 헌데 그런일이 있은 며칠후 이번엔 인배가 진희에게 연락을 취해 그녀를 다시 만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 잘 지냈어 그동안 ? ”
이혼후 아이 신변문제를 상의하는일 외엔 거의 연락도 않고 살았던 두 사람이라 실로 오랜만의 만남. 그래서 그간의 감회를 섞어 인배가 이렇게 말을 건네는데, 허나 진희는 진희대로 자신의 답답함이 있는지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영문이...당신쪽에서 공부는 잘 하고 있는거지 ? ”
“ 그야 뭐...공부야 잘 하고 있지 뭐... ”
영문의 성적표를 일일이 확인해본다던가 그건 현재 인배의 상황에서 쉽지 않은 일이라 대충 원론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고, 헌데 영문이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전에 진희의 호소가 먼저 이렇게 나온다.
“ 우리 애초에 약속했었지 ? 영문이 당신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나올때까지 맡
기로 하는걸로... ”
어쨌든 진희는 현재 경제형편상 영문이 고등학교든 대학교든 상급학교로 계속 진학할동안 책임질 상황이 못되기에 아들을 맡긴 상황. 다만 소통관계에서 오류가 좀 있었다면 확실히 진희는 영문이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아들을 전남편쪽에서 맡아주는걸로 기대를 하고 애초에 그 부탁을 했던것인데 인배는 현재의 아내 채영의 눈치가 보이는지 아내한테는 ‘아이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이라도 참아달라’는 식으로 설득을 했던 것이다. 그 뒤 문제는 그 뒤에 가서 다시 상의해본다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지금 채영은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영문을 더 떠맡기가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듯 나오는 것 아닌가. 그러니 인배 입장에선 이래저래 답답하기만 한 처지. 헌데 그런 전남편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진희의 말이 이렇게 계속된다.
“ 그러니까 대충 10년 세월이네 뭐.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그리고 군대도 갔다
와야하니 그 3년까지 포함하면... ”
“ 아...아니 잠깐 뭐라고 ? 군대갔다와서 대학 졸업할때까지 ? ”
군복무 기간이야 그동안 2년 미만으로까지 단축되긴 했지만 현재 나이 40대 후반인 진희는 아직도 군복무기간이 과거 80-90년대처럼 2년반이나 3년정도 되는걸로 생각하는지 그렇게 말한것이고 허나 어찌되었든간에 중요한건 진희는 인배쪽에서 영문을 맡아주는 기간을 그렇게 대략 10년으로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배가 더더욱 기가막힐판. 진희는 진희대로 자신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렇게 호소한다.
“ 내가 그렇다고 이 나이에 어디 취직해서 돈벌기도 쉽지 않은 몸인거 당신도 잘 알
잖아. 그러니 제발 좀...영문이 군대 갔다오고 대학 졸업할때까지만 좀 맡아줘. ”
나이 40대 후반. 그리고 아마 인배와 결혼시절에는 전업주부로 살아 그간 딱히 무슨 기술같은 것을 배운것도 없고 그런쪽으로 어떤 능력이 있는것도 아닌 듯 하다. 한마디로 그냥 무능한 40대 후반의 중년주부인것인데, 그렇다고 지금 인배가 그것도 애초 이혼의 귀책사유가 자신에게 있던 처지로써 ‘지금까지 기술도 안 배우고 대체 뭐했냐 ?’고 나무랄수도 없는 일 아닌가. - 그리고 그런 문제는 확실히 가령 언니 옥희 입장에선 동생을 나무랄수 있을지언정 이혼한 전남편이 할 수 있는 소리는 아니다. 따라서 이래저래 한층 더 답답해지는 인배의 심정. 결국 막상 진희를 만나서는 원래 하려던 이야기는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돌아가고 만다.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안에서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 아니 이건 도대체...전처(前妻)고 현처(現妻)고 간에 둘다 도대체 마음에 드는 구
석이 없어. 전처나 현처나 둘 다 도대체가 답답한 소리만 계속 입에 담고 있으니
...에잉...쯧쯧... ”
- 9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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