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젊은 새엄마 4
영문이 고등학교에 입학한지는 어느덧 두달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한편 학기초에 영문을 종종 괴롭혔던 김민기란 녀석의 패거리는 그 사이 한명이 더 늘어 이건행과 배원재(1학년),원석(3학년) 형제외에 좀 특이하게도 백충국이란 유도부원 녀석이 민기와 함께 어울리는 패거리에 합류해 있었다. 백충국은 좀 특이하게도 나름 대한민국 유도계에서 명문가라면 명문가에 해당되는 집안의 손자였는데 일단 백충국의 아버지는 국가대표 유도선수로 수년간 생활한뒤 현재는 중,고등학교에서 체육교사로 활동중이고 할아버지의 경우에도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지낸뒤 대한체육회 간부까지 역임한바 있는 그런 사람이다. 대개 학교에서 운동부라면 공부는 거의 안하고 솔직히 평범한 일반 학생들 입장에선 학교 교실에 들어오는일을 1년에 한두번 볼까말까한 그런 녀석들인 경우가 많은데 – 요즘은 아이돌 연습생들 처지도 거의 비슷한 것 같긴 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충국이란 녀석은 성격이 원래 친화력이 좋은것인지 아니면 나름 그런대로 이름난 유도 명문가 자손이라는 점 때문인지 여하튼 학교에서도 제법 어울리는 녀석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렇게 어울리는 녀석 대다수가 공부 안하는 날라리들이란게 문제라면 문제일뿐.
사실 박영문에게도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좀 늘어나긴 했다. 홍수표,김세환 그리고 김기태라는 친구가 박영문이 이상보,강관식외에도 새롭게 어울리는 친구들이 된 셈인데 홍수표는 아버지가 대학교수, 김세환은 아버지가 공무원 그리고 김기태는 아버지가 좀 특이하게 골프장을 운영하는 분이라고 했다. 어쨌든 박영문의 반에서 공부하는 녀석들은 대개 영문을 중심으로 그리고 공부 안하는 날라리들은 김민기를 중심으로 그렇게 패거리가 형성이 된 그런 모양새인데 그러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쯤 영문이 김민기 패거리와 또다른 마찰이 생겼다.
“ 야... ”
학년초에 자리문제 때문에 다툼이 있었기 때문일까. 확실히 김민기란 녀석은 그후 쭉 영문을 못마땅하게 여겼는지 종종 시비를 걸어오곤 했다. 다만 단순무식한 녀석이라면 그냥 자신이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어올텐데 김민기는 그런대로 머리가 좀 돌아가는 녀석인지 잔꾀를 좀 부린 것이다. 좀 엉뚱하게도 하루는 아침일찍부터 유도부원 백충국이 교실에 들어와 있었다. 운동하는 녀석이면 대개 학교에 와도 교실보다는 운동부 연습실에 있을때가 더 많은데 이런 경우는 확실히 이례적이다. 근데 그것도 하필이면 영문이 학교에 등교하자 그 옆자리에 털썩 앉는 모습. 나중에 도착한 이상보,강관식등 영문의 친구들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 야, 너 왜 그래 ? ”
원래 교실에 잘 안 들어오는 유도부 백충국이 교실에 들어오것부터 이례적인 현상인데 그것도 하필 박영문의 옆자리에 앉는것에 이상보,강관식등이 살짝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백충국이 뭐 어떠냐는 듯 되려 시비다.
“ 뭐 어때서 ? 우리반에 언제 자리에 임자 따로 있었냐 ? ”
사실 중,고등학교는 자리와 번호가 정해져있는 초등학교와 달리 그냥 자율적으로 아무 자리에 앉게 하는경우가 더 많다. - 아마 그 사정은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을 듯 – 그러니 ‘자리에 뭐 임자 따로 있느냐 ?’는 식의 충국의 항변은 그런대로 일리가 있다. 다만 아무래도 뭔가 꺼림칙하다고 느꼈는지 상보와 관식이 역시 같은 친구들인 홍수표,김세환까지 부르며 영문까지 이쪽으로 오게 했다. 박영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바리케이트’를 치는 모양새라고나 할까. 결국 영문이 이상보등이 있는쪽으로 자리를 옮기려 하는데 그러자 영문이 막았다.
“ 뭐야 ? ”
그런식으로 영문을 막은 충국. 그러자 상보와 관식이 다가온다.
“ 뭐야 너 ? 갑자기 아침부터 왜 그러는건데 ? ”
“ 그냥...형님이 이 녀석과 좀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신다. 그러데 왜 ? ”
“ 뭐 ? 형님 ? ”
‘형님’이란 말에 어이없다는 듯 상보와 관식이 충국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상보가 비아냥거리듯 한마디 한다.
“ 뭔 형님야 ? 너도 뭐 김민기처럼 3수해서 고등학교 들어왔냐 ? ”
하긴 그런 특별한 사정이 없는 다음에야 같은 고등학생 동기들끼리 나이가 특별히 한두살 많을일은 별로 없을 것. 일부러 장난으로 하는 표현이 아니라면 분명 좀 어이없는 표현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상보가 마치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식의 말이라도 상기시키려는 듯 이런식으로 나오는것인데 그렇게 소란이 벌어지고 있을때였다.
“ 뭐야, 너희들. ”
교실 복도를 순시중이던 그리고 수학과목을 담당하고 있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왕따나 학원폭력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지는 이미 오래 되었으니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그런 문제에 더더욱 각별히 신경을 쓸 터. 하는수없이 이상보,강관식등도 각기 제자리로 돌아가고 백충국도 좀 어정쩡하게 있다가 뒷자리에 다시 자리를 잡긴 한다. 자연스럽게 백충국은 날라리과인 김민기,이건행등과 무리를 지어 앉게 되었는데 민기가 좀 아쉽다는 듯 충국을 책망한다.
“ 뭐야, 제대로 좀 하지 ? ”
확실히 충국이 영문을 괴롭히기 위해 민기의 지시를 받고 그런식으로 다가갔던 것이 분명해보인다. 허나 영문과 어울리는 이상보등의 무리에게 되려 저지를 당하고 거기에 학생주임 선생님까지 교실로 들어오시는 바람에 모든게 무위로 돌아간 상황. 충극이 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대꾸한다.
“ 미안해요 형. ”
충국도 민기가 자신들보다 두 살 많은 것은 아는것일까. 머리를 긁적이며 이렇게 답하고 민기가 그런 충국을 보며 말한다.
“ 다른꾀를 좀 내보는게 어떨까 ? ”
“ 무슨 다른꾀요 ? ”
그런대로 머리가 돌아가는 김민기와는 달리 백충국은 그런쪽하곤 거리가 좀 먼 것일까. 그렇게 묻고, 그러자 민기가 좀 답답해진 듯 한숨을 내쉰다. 헌데 그러다 이번엔 이건행이 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이렇게 묻는다.
“ 근데 넌 왜 그렇게 박영문을 못마땅하게 여기는거냐 ? ”
“ X끼가 너무 X같이 구니까 그렇지. ”
백충국이나 배원재가 민기를 ‘형’이락 부르는것과 달리 민기를 ‘너’라고 부르고 있는 이건행. 어쨌든 민기의 대꾸로 봐서 확실히 특별한 이유가 없는 ‘묻지마형 괴롭힘’이 분명해 보인다. 비록 학년초에 자리문제로 사소한 다툼이 있었을지언정 그게 어디 이렇게 두달이 넘도록 지속적으로 괴롭힐 일이던가. 민기는 민기대로 뭔가 별르고 있는 듯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보기까지 한다. 이상보-강관식-홍수표-김세환-김기태 다섯명의 친구들이 보호라도 하듯이 둘러싸고 자리를 형성하고 있는 박영문이 느낄수 없지만 수업시간 내내 민기는 계속 영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대로 날씨좋은 평일 낮시간. 배를 타고 있는 한쌍의 남녀가 있다. 무슨 이국적인 분위기의 외국의 강변도 아니고 그래봤자 고작 한강 유람선인데, 하지만 한강 유람선 관광도 요즘은 그런대로 괜찮은 즐길거리가 되는지 아니면 필립이나 채영정도 나이에는 이런 정도의 데이트도 즐길만한 수준인지. 사실 필립은 그렇다치더라도 이미 30대 초반인 채영의 또래라면 각자의 환경이나 학력 – 하다못해 해외유학 경험이라도 있을수 있는 것 아닌가. - 에 따라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꽤 있는 사람도 많이 있을텐데, 채영의 경우엔 아직까지 그런 경험은 없었는지 다만 아늑한 분위기로 필립의 품에 안겨 그저 이 시간만을 즐기고 있다.
“ 필립... ”
그윽한 눈빛으로 필립을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채영.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나 데리고 어디로든 멀리 가줄수 있어 ? ”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필립은 말없이 채영을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자 채영 입장에선 되려 그렇게 말없이 바라만 보는 필립이 좀 무섭게 느껴지기라도 한건지 순간 흠칫하기도 한다. 한동안 말이 없던 필립의 입술이 열린다.
“ 누나는 왜 나이많은 남자와 결혼했어요 ? ”
순간 당황하는듯한 채영. 그러면서 묻는다.
“ 내가 그렇게 말한적이 있던가 ? 나이많은 남자랑 결혼한거라구 ? ”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그리고는 이런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인연. 확실히 적절치 못한 관계는 분명해보이고 사실 이런 커플이라면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정직하지 않게 말했을 확률이 더 높다. 허나 어쨌든 채영은 이미 자신의 집에까지 필립을 끌어들여 관계를 가진 경험도 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왜 이리 당황하는것인지. 필립의 말이 이어진다.
“ 뻔하잖아요. ”
“ 뭐 ? ”
순간 이런식의 말투는 거슬렸는지 살짝 발끈하는 채영. 허나 담담하게 필립의 말은 이어진다.
“ 솔직히 누나같은 사람 그동안 많이 봐왔어요. 게다가 지난번 보니까...아마 중학생
이나 고등학생 아들도 있는거 같고...느낌에 아무래도 친아들은 아닐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
“ 칫~! ”
그러자 살짝 헛웃음을 터트린 채영. 따지고보면 필립은 이런식으로 적당히 젊은 유부녀 꼬신 경험이 많은 것은 확실해보이는데, 그래서 생긴 지레짐작인것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채영으로선 정곡을 찔린셈. 그래서일까. 말문이 막힌 듯 잠시 고민하던 채영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역시 필립은... ”
“ ...... ”
“ 날 그냥 즐기는 상대 그 이상으로는 생각 않는거구나. ”
그러면서 살짝 어두워지는 채영의 표정. 그러자 오히려 필립이 되려 이런 채영의 태도가 이해가 안가는걸까. 필립의 질문이 이렇게 이어진다.
“ 그러는 누나는요 ? ”
“ 뭐가 ? ”
“ 누나도 날 어차피 진지한 대상으로 생각하진 않았을거 잖아요. ”
마치 그런식으로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하룻밤 보낸 인연이 뭐 그리 대단할게 있겠냐는 듯 이렇게 나오고 있는 필립. 그야말로 ‘지금까지 당신같은 여자 많이 봐왔다’는 식의 태도라고나 할까. 그러자 채영은 한숨쉬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솔직히 지금은 나도... ”
“ ...... ”
“ 뭘 어떻게 해아할지 모르겠어. 지금의 나를. ”
“ 남편이 잘 안해줘요 ? ”
그러자 순간 어이없다는 듯 채영이 필립을 바라본다. 마치 ‘알면서 왜 묻냐 ?’는 듯한 태도라고나 할까. 한편 필립은 필립대로 채영을 달래줘야겠다는 듯 한번 부드럽게 그녀의 머리와 등을 한번 쓰다듬어주긴 하는데, 그러자 채영이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나 솔직히 지금같아선... ”
“ ...... ”
“ 그냥 지금 결혼생활 다 깨버리고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
“ 누나... ”
이런 채영의 태도를 필립은 어찌 받아들이고 있을까. 채영이 필립의 어깨를 한번 잡아본다. 사뭇 어떤 간절한 애원이 담긴듯한 모습이다.
“ 필립... ”
“ ...... ”
“ 내가 함께 떠나자고 하면 나랑 같이 떠나줄수 있어 ? ”
“ 누나... ”
필립 입장에서 그건 좀 난감한것일까. 이렇게 채영을 부르고 있고, 채영도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 듯 사뭇 낙담한 태도를 보인다.
“ 역시...쉽지 않은거구나. ”
“ 누나... ”
“ 그래 뭐 어차피 상관없어. 나도 애초부터 필립한테 그리 큰 기대는 안 했으니까.
”
“ 누나... ”
허나 필립은 필립대로 막상 채영이 이렇게 나오니까 어떤 안타까움 같은게 다시 이는것일까. 필립을 이렇게 불러보고, 채영은 채영대로 자신의 넋두리 같은 혼잣말을 계속 이어간다.
“ 어차피 우린 그냥 이렇게 즐기는 관계로만 만나면 되는거 아냐 ? 미안해 필립, 공
연히 부담주는 소리를 해서. ”
“ 그...그건 아니에요 진짜. ”
이렇게 나오는 필립의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도대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필립의 심리. 필립 입장에서 확실히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젊은 유부녀에 불과한 채영에게 무슨 대단한 기대같은 것을 했을 가능성은 적다. 허나 채영의 태도가 되려 이와같자 당황하는 필립. 어쩌면 필립 자신조차도 자신의 진심이 어떤것인지 스스로 판단이 안되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한편 채영은 채영대로 사뭇 실망스럽다는 듯 필립을 살짝 밀쳐내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유람선 난간쪽으로 저벅저벅 걸어가며 혼잣말 같은 소리를 계속 읊조린다.
“ 어차피 나도 뭐...큰 기대는 안해. 애초부터 뭐 남자한테 큰 기대는 안했고... ”
이미 필립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채영이긴 하지만 그래도 말소리는 필립 있는데까지 다 들리는것인지, 필립이 거듭 안타까움을 담아 채영에게 다가오려 한다. 허나 채영은 필립의 손길을 뿌리친다.
“ 이거 놔... ”
“ 누나... ”
거듭 안타까운 듯 채영을 붙잡아보는 필립. 그러자 채영이 돌연 돌아서 필립을 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그냥 지금 딱 이 정도 선까지만 하자. 그럼 되겠네 뭐. ”
“ 누나... ”
“ 대신 내가 필립 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와줘야해. 무슨말인지 알겠지 ?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우리집이 되었든 다른 제3의 장소가 되었든... ”
그렇게 그냥 즐기는 상대로만 만나겠다는듯한 채영의 태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대신 사례(돈)는 충분히 할게. ”
“ 누나... ”
거듭 답답해지는 필립. 허나 채영은 지금 그에게서 무슨 새삼스럽거나 상투적인 위로의 말은 듣고싶지 않다는 듯 거듭 그를 뿌리친다. 그리고 그냥 말없이 저만치 난간에 기대어 한강경치만을 구경하고 있는 채영. 필립도 지금은 그냥 그녀를 이대로 놔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그런 채영을 저만치 떨어져 지켜보기만 한다. 봄날 한낮의 한강은 따사롭기만 하다.
“ 필립...필립... ”
그러던 어느날. 채영이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하루는 무료했던 평일 오전에 필립을 집으로 불렀다. 그리고 뜨거운 정사를 나눈뒤 침대에서 쉬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비밀번호 시스템이 되어있는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필립은 깜빡 잠이 든 듯 한데 채영이 그런 그를 깨운다.
“ 필립 일어나봐. 누가 온거같아. ”
“ 네에 ? ”
이 시간에 올만한 사람이 없을텐데. 그것도 집 문 비밀번호를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그래봤자 남편 인배와 의붓아들 영문 뿐이다. 헌데 남편이 회사에서 갑자기 오전에 집에 들를일이 생겼다는 말인가 ? 아니면 고등학생 영문이라도 ? 둘 다 이 시간에 갑자기 집에 올만한 일은 거의 없을터인데. 당황한 채영은 필립부터 숨기려 한다.
“ 필립...어서 일어나봐. 큰일났어. ”
누가 왔다는말에 당황한 필립도 대충 속옷만 챙겨든채 베란다로 나가려 한다. 이런식으로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필립은 확실히 노하우가 있는것일까. 허나 베란다로 나가려는 필립을 황급히 채영이 붙잡는다.
“ 미쳤어 !!! 여긴 10층이야. 헌데 그리로 나가서 뭘 어쩌자구. ”
순간 화들짝 놀란 필립. 하마터면 큰일날뻔한 순간이라고나 할까. 허나 그렇다고 마냥 이렇게 방안에 있을수도 없지 않은가. 일단 채영이 살짝 방문을 열고 바깥을 살펴본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온 사람은 영문이었다.
“ 니가 왜 이시간에 ? ”
“ 몸이 아파서 조퇴했어요. ”
영문은 체질은 그런대로 건강한 편으로 잔병치레가 있거나 그런쪽하곤 거리가 멀다. 게다가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는 이 더워질 때 감기라도 걸렸을리도 없고. 좀 의아하긴 한데 여하튼 몸이 아파 조퇴를 한 영문. 채영이 적당히 영문을 자기방으로 들어가도록 유인해내는데 덕분에 뭐 마실거라도 같다줄까 ? 아니면 목욕이라도 할래 ? 하면서 이전에 없던 친절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다른건 몰라도 채영의 이렇게까지 그것도 학교에서 막 귀가한 영문에게 이런 호의를 베푸는적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은데 영문을 그런식으로 방쪽으로 유인해내며 시선을 돌리고 있을 때, 필립은 그 빈틈을 타서 잽싸게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다시 들어왔다가 현관문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옷을 다 갈아입을만큼 시간은 충분하지 않기에 팬티만 대충 입은채 다른옷을 챙겨들어 밖으로 나간 것이다. 옷은 다른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제서야 여유있게 제대로 챙겨입고 있다.
방과후. 민기는 자신과 어울리는 패거리인 배원석,원재 형제 그 외 이건행,백충국,석준규등과 함께 어느 으슥한 골목 같은데서 함께 있다. 사실 이런 녀석들에겐 딱히 등,하교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평범한 학생들은 학교 정규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든 독서실이나 학원같은 자신이 정해놓은 공부하는 곳으로 가든 그럴 시간인 대략 오후가 지나 저녁늦게가 될 그럴 무렵에 자신들끼리 몰려 있다는 이야기다. 어떻게보면 자기네들끼리 pc방이나 당구장이라도 가든 여타 다른 유흥시설같은데를 가든 그런데서 놀만한 녀석들이기도 한데, 오늘은 그런것도 별로 내키지가 않는지 이런식으로 모여있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배원석,원재 형제중 동생에 해당하는 원재가 민기에게 이렇게 묻는다.
“ 형... ”
“ 왜 ? ”
의아해서 묻는 민기. 원재의 말이 이어진다.
“ 형, 근데 요즘 만나는 여자는 누구에요 ? ”
어쨌든 대충 나이트클럽 같은데를 드나들며 그런곳에서 춤추며 유부녀를 꼬신다던가 하는 것을 소일거리 아니 사실상의 주업(?)으로 삼고있는 김민기가 아닌가. 그래서 궁금해진 듯 원재가 물은것인데 원재의 말에 민기가 잠시 좀 망설이는 듯 하다 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이렇게 말한다.
“ 솔직히 요즘 만나는 누나는... ”
“ ...... ”
“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묘한 깊은맛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누나야. ”
그러고는 그렇게 만나는 누나와 보냈던 뜨거운 관계의 기억이라도 되살아나는지 헤벌레 웃고있는 민기. 헌데 학년으로는 민기보다 2년 높지만 나이로는 고등학교를 2년 늦게 들어간 민기와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배원석이 그런 민기를 보며 걱정되는 듯 한마디 한다.
“ 민기야 너 근데... ”
“ 왜 ? ”
“ 그냥 이건 친구로서 하는 충고인데...이제 그런데서 그런 여자들 그만 만나는게 어
때 ? ”
“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 ”
이런식으로 어울리는 날라리들 사이에도 진정한 친구의 충고 같은 우정이 존재할수 있는것일까. 하긴 세상일은 알다가도 모르는 일이라서 때로는 하나 볼것없는 날라리 깡패같던 녀석이 알고보면 혼자 홀어머니를 모시며 동생들을 보살피며 돈버는 소년가장인 경우도 있고, 또 하나 볼것없는 술주정뱅이 백수건달 동네 아저씨같아 보이던 이가 알게 모르게 불우한 이웃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그런일도 이따금씩 있는 그만큼 알다가도 모를일인 것이 세상이고 사람살아가는 이치이기도 하다. 여하튼 누가봐도 나이트클럽에서 젊은 유부녀나 꼬시는 제비에 불과한 김민기를 배원석이란 친구가 진심으로 걱정되어 하는 것 같은 충고인데 이런 친구의 충고를 민기는 과연 어찌 받아들일수 있을까. 그래도 그간 쌓아온 우정의 정리도 있으니 대놓고 반발은 못하는 것 같은데 쭈볏거리며 민기가 알듯말듯한 반응을 보인다.
“ 나같은게 뭐...이쯤이면 나한테 감지덕지지... ”
무슨 생각을 하는건지. 도대체 알다가도 모를 소리를 그렇게 주절거린 민기. 헌데 이번엔 이건행이란 녀석이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한것인지 못한것인지 이렇게 불쑥 끼어든다.
“ 그래요 형. 형도 이제라도 정신차려 공부해서 대학가야죠 !!! ”
“ 뭐 ? ”
그렇게 제딴에는 두 살많은 동급생 김민기를 격려라도 하듯 충고라도 하듯 이렇게 말한것인데 헌데 그러자 민기가 순간 어이없다는 듯 이건행을 본다. 아무리 그래도 ‘대학’이라니. 이런 노는 날라리들 머리에도 ‘대학에 가야한다’는 개념이 들어있기는 한 것일까. 뭐 괜한 인사치레나 흔한 격려로 하는 말일수도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고깝게 들렸는지 민기가 살짝 건행을 노려본다. 건행이 아무래도 실수라도 한 듯 싶어 움츠려들긴 하는데 이들 여섯명 패거리중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패거리가 되는 석준규가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다가도 모를 소리로 이렇게 또 내뱉는다.
“ 그래요 뭐, 기왕이면 우리같은 X들도 대학 가는게 좋죠 뭐. 그러니 김민기씨도
부디 좋은 대학 가세요. ”
형도 아니고 ‘너’도 아니고 ‘김민기씨’라며 그 중간단계쯤 된다고 봐야할 애매한 호칭을 붙이며 이와같이 말한 석준규. 여하튼 대학가라는 격려까지 해주는걸 보면 그저 단순히 노는 날라리들이 아닌 그래도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면이 아주 없지는 않은 그런 녀석들인가보다. 헌데 이번엔 이건행이 다시 뭔가 의아한게 있는 듯 이렇게 묻는다.
“ 근데 김민기. ”
조금전엔 형이라 부르더니 다시 이름을 부르고 있는 이건행.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넌 근데 박영문 그 애는 대체 왜 싫어하는거냐 ? ”
다른건 몰라도 같은반 학생인 박영문과 학년초부터 계속 불편한 관계였고 시비가 있어왔음을 잘 알고있는 이들 아닌가. 그래서 새삼 궁금해져 이건행이 이렇게 물은것이고 민기는 이런 질문에 늘 해왔던 답변을 또다시 이렇게 한다.
“ 말했잖아. 아무튼 그 X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싫다고. ”
그러고는 공연히 침까지 바닥에 퉤퉤 뱉으며 새삼 ‘재수없다’는 듯한 느낌을 그렇게 표현하는듯한 민기. 대충 다른 실없는 농담 몇마디가 이들 패거리에게 오가고 있고 잠시 다른 생각이라도 하는 듯 말이 없던 민기가 그러다 불쑥 이렇게 말한다.
“ 근데 얘들아. 잠깐 나 좀 봐봐. ”
다들 갑자기 무슨일인가 궁금해서 민기를 바라보는데 민기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우리 그러지말고 박영문 그 자식 한번 제대로 엿먹이는거 어때 ? ”
“ 뭘 어떻게요 ? ”
무슨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치자는 뜻으로 알아들은것일까. 배원재도 이건행도 뭔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이건행을 보는데 민기는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라는 듯 다들 가까이 모이라고 손짓하고 나지막하면서도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자신의 방금 머리에서 떠오른 구상을 이야기해준다.
“ 뭐라구요 ? ”
“ 야, 너... ”
순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민기와 동갑인 배원석이 이건 좀 아니라는 듯 이와같이 나오고 그런 원석에게까지도 자신에게 동조해달라며 손까지 한번 잡아보며 야릇한 미소와 함께 말을 이어간다.
“ 그러지말고 도와줘. 재미있을 것 같잖아. ”
“ 그런데...그럼 그쪽 애들이 어차피 우리에게 동조해줘야 하는거잖아. ”
“ 누가 뭐 진짜로 그렇게 한 대 ? 그냥 박영문 그자식 엿먹이려고 가짜로 꾸며내는
일이지. ”
“ 허허 참... ”
대체 뭘 어쩌자는것인지. 막상 내놓은 민기의 구상이 좀 어이없는것일까. 아니면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엔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것일까. 다들 어차피 그저그런 노는 날라리들이건만 약간 흥미를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선뜻 ‘설마 그걸 진짜 실행에 옮기자는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뭔가 좀 애매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민기가 그런 녀석들을 거듭 설득한다.
“ 그러지말고 한번 해보자. 재미있을 것 같잔아. ”
다시 야릇한 변태같은 미소를 흘리며 심지어 침까지 순간 질질 흘려보는 민기. 한번 닦아보더니 이번엔 공연히 자신의 성기부위를 만지작거리며 무슨 헛소린지 이런말까지 입에 답는다.
“ 에이씨...무슨침이...그 누나랑 할때처럼 아무렇게나 흘러나오냐... ”
“ 야... ”
나이트에서 만난다는 여자와 관계 가질때의 일이라도 불현듯 떠오르거나 연상되기라도 했는지 그렇게 묘한 투덜거림. 패거리들은 그런 민기의 의도를 알듯말 듯 여전히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데, 민기가 거듭 그런 패거리들을 설득하고 있다.
“ 그러지말고 한번 해보자. 어쩌면 진짜 기가막힌 이벤트가 될수도 있어. ”
“ 헌데...그럼 어차피 박영문 그 자식을 불러내야 하는 것 아녜요 ? 헌데 어떻게 그
자식을 불러내요. 여기서 거기까지 생각보다 거리가 꽤 멀어요. ”
대체 민기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길래 이런 난감한 반응까지 나오는것인지. 민기는 거듭 녀석들을 설득한다.
“ 그러니까 너희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아냐. 녀석을 유인해낼 조도 필요하고, 녀
석을 X먹일 녀석도 필요하고...어쨌든 대여섯명은 있어야되는데...천상 우리가 다
함께 힘을 합쳐야할거 같다. ”
“ 허허 참... ”
민기와 유일하게 동갑인 배원석조차 이걸 쉽게 동조해줘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좀 난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어쨌든 민기의 설득이 거듭되자 여섯명 패거리의 상당수는 이미 다 민기에게 동조하는쪽으로 마음이 기울어가는 분위기다. 그리고 노원구 북부 아파트단지 인근 한 으슥한 골목에 어두움이 깊게 깔리고 있다.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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