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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채영 (2)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4
 

 

 새봄이 되었고, 박영문은 마침내 새로운 거주지에서 고등학교에 진학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따지고보면 사실상 ‘전학’을 온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부모님이 임지를 자주 옮기는 직업을 가진 경우가 아니라면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거치면서 ‘전학’을 경험해보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다. - 모르긴 몰라도 통계를 내보면 초,중,고 총 12년동안 전학을 경험해본 학생보다 안해본 학생이 더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초,중,고등학교를 거칠때까지는 대체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인근지역의 학교에 배정을 받게되기 때문에 초등학교때 같은 학교였는데 중학교도 같은 학교가 된다던가 초등학교때 같은 학교였다가 중학교때는 다른 학교를 다니게 된 학생을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고, 중,고등학교를 연이어 같은 학교를 다니게 되는경우도 물론 많이 있다. - 더 범위를 넓히면 유치원 동창을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영문의 경우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들어갔을때는 분위기가 분명 그랬다. 대체로 같은 중학교에 다니게 된 학생들중 한 절반정도는 사실상 초등학교 동창들이었으며 그 외 인근의 다른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중에서 같은 동네에 살거나 교회나 성당같은 종교단체 인연등으로 알게된 사이이거나 그런 경우가 제법 있어 사실상 중학교에서도 원래 알고 지내던 녀석들이 처음보는 학생들보다 더 많았다. 

 허나 강남 남부지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뒤 강북 끝자락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지금은 그야말로 생판 다른 동네로 ‘전학’을 온것같은 그런 낯설고 어색한 분위기에 시달려야만 했다. 사실 막상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1학년 새학급에 배정을 받고 나서도 대충 보니까 중학교나 초등학교때 인연이 있는 녀석들 혹은 같은 동네에 살거나 그렇지는 않아도 이따금 길가다가 우연히 마주친 인연이 있는 녀석들끼리는 서로 아는체를 하거나 금새 친해지며 어울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허나 자신은 강남의 가장 남부지역에서 강북의 가장 끝자락으로 이사를 온 처지. 그야말로 주변에 아는 학생도 사람도 하나 없는 그런 낯선곳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으니 학교를 다니던 도중 다니는 학교를 옮기게 되는 그런 ‘전학’의 절차만 밟지 않았을뿐 사실상 ‘전학’을 온것이나 다름없음을 그렇게 깨닫게 된 것이다. 

 “ 어이...거기 너... ” 

 헌데 다행히도 입학한지 한 3-4일 정도 지났을 무렵에 자신에게 아는체를 하며 다가오는 녀석이 한둘 있었다. 그러고보면 현재 영문이 살고있는 아파트단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녀석들이었는데 한 녀석의 이름은 이상보, 또 한녀석의 이름은 강관식이었다.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이 둘은 서로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데 그런 두 녀석이 같은 아파트단지에 살며 등,하교를 하는 박영문을 본 기억이 있기는 한 듯 이렇게 말을 걸며 다가온 것이다. 

 “ 어느학교 나왔니 ? ” 

 “ 아...저 그게... ” 

 아무래도 이 녀석을 알아보는 학생이 아무도 없는것에 인근의 중학교를 다니다 고등학교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는 지레짐작이 들어서일까. 질문이 이와 같았는데, 따라서 순간 영문은 머릿속으로 짧은 순간이나마 수만가지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갈정도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을 하다 무슨 대단한 비밀도 아닌데 숨길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에 그냥 사실대로 솔직하게 대답했다. 

 “ OO 중학교... ” 

 “ OO 중학교 ? 그게 어디있는 학교야 ? ” 

 생전 처음 들어보는 중학교의 이름에 영문을 알아보며 다가온 이상보와 강관식뿐만 아니라 옆자리에서 우연히 듣게된 다른 녀석들도 순간 어리둥절해 했다. 영문은 결국 눈을 한번 질끈 감아보고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기로 했다. 

 “ 그게....강남구 OO동에 있는 학교인데 아마 너희들은 잘 모를거야. ” 

 “ 강남구 ? ” 

 대한민국에서 소위 ‘8학군’으로 유명한 강남구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로인한 놀람도 그렇거니와 강남에 사는 녀석이 차라리 인근의 서초나 강동,송파쪽도 아니고 서울에서 강남과는 완전히 반대편은 노원구의 북부에 자리한 상계동에 있는 학교까지 대체 왜 오게 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 둘 다 놀라면서도 어리둥절해했다. 헌데 둘중 그나마 상대적으로 붙임성이 좀 있는편인 이상보란 녀석이 약간 농담을 곁들여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강남에서 왜 여기까지 ? 집안이 망하기라도 한거야 ? ” 

 “ 야 !!! ” 

 아무리 그렇기로 초면의 반친구에게 너무 실례되는 농담인거 같아서 이상보와 함께 있는 강관식이란 친구가 상보의 옆구리를 한번 쿡 찔렀다. 헌데 그러자 옆자리의 어떤 녀석 하나가 대충 어디서 들은 풍월이라도 있는 듯 이렇게 한마디 거든다. 

 “ 듣자니까 무슨 부동산투자나 펀드투자 같은거 하려고 일시적으로 강남에 있는 집 

  내놓고 다른곳으로 이사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대. ” 

 “ 펀드투자 ? 그게 뭔데 ? ” 

 “ 나도 잘 몰라. 뭐 어쨌든 부동산이나 주식투자 하는거랑 대충 비슷한거야. 어쩄든 

  재산 늘리는...뭐 그렇게 부자되고 하는거지 뭐. ” 

 사실 2010년 정도면 성인들도 ‘펀드’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는 잘 없을때다. 하물며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만 16세의 소년들이 솔직히 부동산이나 주식같은데 대한 개념도 아직 잘 없을텐데 하물며 펀드같은데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다만 여하튼 그와같은 재산증식 행위를 위해 다시말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목적으로 강남집을 일시적으로 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들은 풍월이 있는 녀석이 그런식으로 거든것이고 그러자 그때까지도 아직 고민하던 영문은 적당히 그런식으로 묻어가기로 했다. 

 “ 응...아...아마 그럴거야. 잘은 몰라도 아마 그런걸로 알고있어. ” 

 솔직히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아버지는 젊은 여자와 재혼하셨는데, 그 뒤론 쭉 엄마랑 같이 살았어. 헌데 몇 년전에 외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나서 엄마가 혼자서 곧 고등학생이 되는 날 더 키울 자신이 없어서 날 아버지한테 보낸거야. 그래서 아버지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 이곳 강북의 OO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거거든. 이사를 온거지 뭐. 그래서 이쪽의 학교로 배정을 받아 여기서 살게 된거야’ 이 복잡한 사연을 그것도 아직 같은반이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런 초면의 친구들에게 어떻게 다 말할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복잡한 이야기는 하기 싫어서 결국 이렇게 묻어가기로 결심한 박영문. 허나 속사정을 알턱없는 이상보가 그야말로 남의속도 모르는 소리를 한마디 한다. 

 “ 우와...그러고보니 너네집 되게 부잔가보구나. 강남 아파트까지 팔고 나중에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려는걸보면... ” 

 부동산 투자를 하든 펀드투자를 하든 그런걸 대체 어떻게 이해하고 이런 소리를 하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식으로 이해한듯한 이상보와 강관식이란 두 녀석. 어차피 모든 것을 밝히기도 난감한지라 이렇게 묻어가기로 한 영문. 한숨조차 내쉬기가 쉽지 않아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얼마전까지 강남 살던 ‘부잣집 아들’ 그렇게 묻어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 학교 다녀왔습니다. ” 

 아직은 학기초고 또 이사를 온지도 얼마 안 되는 상황에서 무슨 학원을 다닌다던가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는것도 아니니 영문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대략 오후 4-5시 정도다. 그리고 새엄마 채영에게 예의상 인사정도는 건네는 영문. 한편 채영은 채영대로 처음부터 남편의 전처소생 아들이고 어느덧 한참 사춘기로 자라는때인 고등학생 영문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것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저녁은 차려주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으로 해결하고 아침이야 어차피 남편 인배도 출근할 때 아침식사는 차려주는 편이니 채영 입장에서 저녁식사 정도 더 챙겨주는것까진 그리 어려움은 느끼지 못한 듯 하다. 다만 자신의 딸이 영문과 친해지는것에 대해선 좀 내키지 않는지 이런식으로 좀 삼가게 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 서현아, 이리와. 그 오빠한테는 가지마. ” 

 여섯 살 정도면 그래도 그전까지 같이 살지 않던 ‘오빠’가 갑자기 생긴것에 의아함 정도는 가질만한 나인데,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라서인지 생각보다 열 살 터울지는 나이많은 오빠 영문과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허나 채영은 그조차도 내키지 않는지 그런식으로 만류하며 되려 제방으로 들여보내곤 하곤 했다. 보통 이런식으로 주의를 주면서. 

 “ 서현아. 그러지말고 이리와. 그러다 감기걸려. ” 

 그러고보면 처음 영문이 이 집에 들어왔을때도 ‘감염문제’ 때문에 조심해달라는 그런식의 말을 했던 채영이 아니던가. 헌데 대놓고 어린아이한테도 그것도 뜬금없이 ‘감기’가 걸린다니. 물론 지금이 겨울이 다 지나고 새봄으로 접어드는 ‘환절기’이긴 하지만 그것도 실내에서 이제 막 학교에서 돌아온 오빠 영문에게 안겨든다고 무슨 ‘감기’가 걸린단 말인가. 여하튼 뭔가 영문은 계속 불편하게 보면서 꺼리는 모습이 역력한 채영. 영문으로선 이래저래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채영의 언행이었다. 

 사실 그것말고도 영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또 있었다. 영문은 사실 개인사정때문인지 아니면 딱히 필요성을 못느껴서인지 실은 개인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는 요즘 시대에 ‘보기드문 청소년’이긴 하다. 엄마가 외할머니와 함께 식당운영을 하며 그렇게 영문을 보살필 때 그때 영문의 경제적 형편을 ‘어렵다’고 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잘나가는 식당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세식구(영문, 영문 친엄마, 영문 외할머니(영문의 친엄마 함진희의 어머니)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정도의 유지는 되던 그런 식당이었다. 사실 그 정도의 형편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요즘 세상에 그까짓(?) 컴퓨터나 스마트폰 하나 정도는 아들 또는 외손자를 위해 장만해주지 못할 형편은 아니었을텐데, - 게다가 인배가 양육비는 양심의 가책 때문에라도 꼬박꼬박 보내주는 상황이었다면 더더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다. - 오히려 영문 입장에서 자기 때문에 고생하는 어머니나 외할머니에게 그런걸로 보채는게 미안했음인지 딱히 그런걸 요구하거나 조른적도 없고, 그러다보니 고등학생이 되도록 아직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조차 없는 그런 학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만 그러다보니 막상 방에선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박영문이다. 일반적인 요즘 애들이라면 공부 문제와는 별개로라도 컴퓨터로 게임을 하든 유튜브 영상을 보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놀든 그런식으로 방에서 원없이 제 시간을 보낼텐데 영문은 그럴수 있는 도구가 하나도 없다. - 사실 애초부터 그런것조차 없이 살아온 소년이라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딱히 불편함은 못 느끼고 살아왔을수도 있다. - 그리고 영문이 공부 안하는 날라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하루종일 공부만 하며 사는 그런 공부벌레도 분명 아니니 – 물론 최소한 대학 가겠다는 의지야 있겠지만 –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 영문의 불편함이 불편함대로 생기지 않을수가 없다. 

 일단 근본적으로 거실 TV 시청권이 사실상 채영에게 있다는게 문제다. 전업주부로 지금까지는 남편이 출근하고나면 어린 딸 서현을 혼자 돌보며 하루를 보내는게 일상이었던 채영. 그리고 여느 전업주부와 다름없이 TV 앞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고, 그러다보니 중소기업을 하는 사장인 인배의 귀가시간은 대체로 늦는편이니 어떨땐 저녁때는 물론 늦은 밤시간까지도 거실 TV 시청권이 사실상 채영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자신을 불편하게 여기는 젊은 새엄마 채영에게 ‘저...테레비전좀 보면 안 돼요 ?’ 이런식으로 말걸기도 쉽지 않을터. 따라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을때면 영문은 공연히 방에서 나와 거실과 방과 화장실만 괜시리 왔다갔다 서성거리게 된다. 따라서 채영 입장에선 자연스레 성가시게 느껴질수밖이 없을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이봐요, 거기서 뭐하는거에요 ? ” 

 딱히 뭐 하는게 있는것도 아니면서 쓸데없이 방과 화장실 거실을 왔다갔다 하는 영문이 채영 입장에서 성가시고 눈에 거슬릴터. 그런식으로 말을 걸어보지만 딱히 영문이 지금 무슨 할말이 있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같이 텔레비전 보면 안되냐 ?’ 말걸기도 내키지 안고 그래봐야 괜히 싫은 소리만 들을거 같아 그냥 ‘어어...’ 하면서 이상한 신음소리 같은것만 한번 내보고는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린다. 그런 영문의 태도를 보며 채영도 공연히 리모콘을 소파에 내던지듯 내려놓으며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 짜증나... ” 

 비록 사업이 바빠 매일 밤늦게 귀가하다시피 하는 인배이긴 하지만 그래도 주말엔 그런대로 시간이 나게된다. 그런 상황에서 여하튼 영문과 채영의 관계가 그리 원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눈치는 채게 되었는지 그런대로 한가치인 토요일 식사시간에 이렇게 입을 열긴 한다. 

 “ 그...당신...그리고 영문이 두 사람은 그동안 어떤게요 ? 별 문제 없는게요 ? ” 

 “ 예 ? ” 

 인배의 말귀를 못알아들었다기 보단 갑작스럽게 나온 남편의 그와같은 말에 좀 당혹스러워서 나온 반응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채영이 대꾸를 어찌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하는 가운데 불쑥 영문이 이렇게 한마디 한다. 

 “ 전 괜찮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 

 어찌 이것을 ‘정직한 대답’이라고 할수 있을까. TV 하나 자기 마음대로 보고싶어도 보고싶다고 말 못하는 지난 한두달의 시간 (* 영문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기 전 중3에서 고1로 올라가는 시점의 겨울방학때(* 대략 1월 정도) 정식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렇다고 지금와서 무슨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아버지를 조르기도 그렇고 새엄마에게 그걸 조르기는 더더욱 난감하고 난처할터이고. 따라서 속으론 이미 맺혀있는 것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공연히 자신으로 인해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것인지, 아무리 그래도 고생하시는 아버지에게 괜한 폐를 끼치거나 신경쓰게 해드리고 싶지 않아서인지 이런식으로 얼버무린 영문. 그러자 인배가 아무래도 적당히 넘어가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듯 이렇게 한마디 한다. 

 “ 그러지말고...서로 좀 대화의 시간이라도 갖고 한번 친해지도록 노력해봐요. 아무 

  튼 사람이란게 가까워지려먼 서로 이야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알아가야 친밀해지는 

  것 아닌가. ” 

 여하튼 20년 넘게 사업으로 잔뼈굵은 박인배가 인간관계의 문제에 그 정도 노하우가 없다면 그게 더 말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아들 영문에게도 또 열다섯살 어린 아내 채영에게도 그렇게 충고삼아 이야기한것인데, 일단 영문은 대꾸없이 묵묵히 식사만 하는 가운데 되려 채영이 한마디 쏘아붙인다. 

 “ 누가 뭐랬어요 ? ” 

 “ ??? ” 

 “ 제가 뭐 당신 아들 구박이라도 했냐구요. ” 

 마치 자신을 의붓아들 구박하는 악독한 계모처럼 단정적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아 짜증이 난 것인지. 그런식으로 반응하는 채영. 영문은 말이 없고 인배는 인배대로 거듭 두 사람 사이를 가깝게 만들려하고자 한마디 더 거든다. 

 “ 어쨌든...그래도 영문이가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진...불가피하게 우리와 함께 살아 

  야 하는 것 아니오. 그러니 영문이 너도 새어머니한테 무슨말을 해도 좀 친절하게 

  하며 잘 보이려고 노력도 좀 하고. 물론 뭐 너야...네 엄마 식당일 하며 고생하는  

  것을 보고 쭉 살아왔으니...나에대해 원망하는 마음도 있고 젊은 새어머니가 곱게 

  보이기도 쉽지 않겠지만...어쨌든 이렇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갈때까지만이라도 

  함께 지내야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것이니...그 시간동안만이라도 어쨌든 좀 새 

  어머니와 잘 지내주었으면 한다. 당신도 그렇고. 내 말 무슨말인지 알아듣겠지 둘 

  다 ? ” 

 대꾸없는 두 사람. 아무래도 자신의 하는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것 같지 않아 인배도 슬슬 답답증이 밀려오기도 한다. 식구가 그리 많다고 할수도 없는 그런 집인데 – 옛날 8남매,9남매씩 있던 시대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삼촌이나 이모,고모같은 친척이 한둘쯤 함께 살던 시절을 겪어본 세대에게도 네식구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편인 평균치에 속한다. 그런 집에서 화목한 가정 분위기 일구는게 이렇게 힘이드나 그런 생각마저 들 지경인데, 그 어떤 미스테리 스릴러 영화의 한 장면도 이 정도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그런 어색한 가족의 식사 분위기가 이들 셋에게 흐르고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아직 한달까진 지나지 않았고 대략 3주정도가 지난 어느날이다. 영문은 원래 중학교때도 대체로 뒷자리보단 앞자리쪽을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오늘따라 좀 내키지 않는것일까. 아니면 컨디션이 좀 안좋은걸까. 그냥 괜히 한번 뒷자리쪽에 앉고 싶어졌다. 영문이야 학교는 일찍 오는편에 속하고 헌데 그런 영문에게 늦게온 학생 하나가 공연히 시비를 거는일이 벌어졌다. 영문은 키는 또래 고등학생중에서 대체로 중간키에 속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영문보다 키는 확실히 컸고 다만 덩치는 그리 큰편은 아니고 다만 웬지 좀 피부가 거칠어보이는 녀석이 괜시리 시비를 걸어온 것이다. 김민기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었다. 

 “ 야, 좀 비켜라. ” 

 빈자리가 없는것도 아닌데 괜히 자신한데 이런식으로 시비를 걸다니. 영문은 어이가 없어서 민기란 녀석을 바라보았다. 헌데 민기는 그런 영문을 보며 씨익 한번 웃더니 은근히 건달기가 나는 분위기로 마치 어린 동생을 위협이라도 하는듯한 동네 못된형같은 말투로 이렇게 말을 걸어왔다. 

 “ 아가야...여긴 형님 나와바리거든 ? 그러니 좋은말로 할 때 좀 비켜주라. ” 

 “ 저기...빈 자리 있잖아. ” 

 “ 하하...근데 이 꼬마애가 형님말을 X나 안 듣네 ? 여기 형님 나와바리라고 한 소 

  리 못들었냐 ? ” 

 이렇게 이젠 아예 위협조로까지 나오는 민기. 그때 영문이 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영문과 그 사이 어느정도 친해진 이상보와 강관식. 그중 이상보란 친구가 안되겠다는 듯 끼어들어 영문을 만류한다. 

 “ 야, 영문아 왜 그래 ? 그러지말고 이쪽으로 와 ! ” 

 “ 야, 왜 그래 ? ” 

 사실 평상시에 앞자리에 앉고 또 근래에는 그 사이 친해진 이상보,강관식등과도 같이 앉는일도 있던 영문이 갑자기 뒤쪽에 앉는것이 이례적인 일이긴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영문을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잡아 이끌다시피 한 이상보와 강관식. 어리둥절해 하는 영문에게 바로 그 자리에선 말을 못하고 1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일 때 상보가 귀띰이라도 해주듯 영문에게 말한다. 

 “ 저 형...조심해. 가까이 하지 앉는게 좋을거야. ” 

 “ 뭐 ? 그게 무슨소리야 ? ” 

 가까이 하지 말라는것까진 그렇다치고 ‘형’은 또 뭔가. 같은 동기생인 고등학교 1학년끼리. 사실 영문도 좀전에 민기기 ‘형님’ 어쩌구 할때도 그런식으로 장난같은 표현을 써가며 시비를 걸어오는 정도로만 생각했지 다른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 영문을 보며 상보가 뜻밖의 사실을 전해준다. 

 “ 저 형...3수생이야. ” 

 “ 뭐 ? ” 

 대학이라면 모를까. 고등학교를 3수해 들어오는 사람도 있나. 게다가 요즘은 고입 선발고사 자체가 거의 의미가 없어진 시대인데. 여전히 의아해하는 영문을 보며 (* 더욱이 영문은 머나먼 강남에서 여기까지 이사를 왔다고 하니 더더욱 사정을 모를수도 있고) 상보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여준다. 

 “ 휴우...나도 저 형...우리 동네에서 몇 번 우연히 본적이 있기는 한데...하필 저 형 

  을 같은학교,같은반에서 만나게 될줄이야. 여하튼 굉장히 질이 안 좋은 사람이니까 

  조심해. ” 

 정말로 3수를 한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사정이 있어(* 하다못해 소년원 같은데라도 들어간적이 있다던가) 고등학교를 2년이나 늦게 들어왔다는 소리인지. 여하튼 확실한건 김민기란 학생은 같은 또래의 동기생이 아닌 자신들보다 두 살많은 ‘형’이라는 것. 3수를 했든 뭘했든 그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이상보의 그와같은 설명에 박영문은 그제서야 ‘그러니까 말로만 듣던 소위 깡패학생에 해당되는거구나’ 그 판단을 하고는 몸이 움츠려들기까지 한다. 게다가 그런 내막도 모른채 아까는 괜히 아침부터 뭘 잘못먹은 그냥 키나 좀 크고 힘좀 쓰게 생긴 녀석이 쓸데없는 시비를 거는 것 정도로만 생각하고 응수를 했던것인데, 생각해보니 소름끼치는 일이라 온 몸을 본능적으로 부들부들 떨기까지 한다. 상보의 설명이 그와 같았으니 여하튼 당분간 조심해야겠다 그 생각을 하고있는 영문.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이상보로부터 들은 설명도 그렇지만 그날 그런식으로 부딪힌 일도 있고 해서 행여 저 김민기라는 ‘깡패형’ 심기는 건드리지 않으려고 대체로 몸조심을 하는 편이었다. 헌데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보니까 저 김민기라는 학생은 대충 어울리는 패거리가 있었다. 보니까 그 사이 딱 김민기처럼 공부 안하는 날라리나 불량끼가 있어보이는 학생 몇몇이 어울리는 ‘그룹’이 형성된 것 같은데 그중 세명은 같은반 학생이었고 거기에 다른반으로 보이는 두어명 정도의 학생이 더 끼어들어 대충 5-6명 정도 되는 패거리가 형성이 된 것이다. 어쨌든 영문은 김민기란 학생이 어떤 녀석들과 어울리든 그건 자신이 신경쓸일이 아니라 가급적 마주치지 않거나 괜히 심기 건드리는 일만 없도록 몸조심을 하는 중이었는데, 그러다 좀 이상한 일을 하나 겪게 되었다. 아니, 이상한 일이라기보단 ‘이상한 이야기’에 호기심을 갖게된것이라고나 할까. 하루는 좀 이례적으로 평상시 김민기와 어울리는 ‘단골 패거리’ 외에 멀쩡한 다른 녀석들도 민기 주변에 몰려드는 그런일이 있었다. 의아해서 영문도 대충 먼발치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는 있는데 김민기 이 녀석은 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좋을지 모를 영문모를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 그러니까...나이트에선 딱 서른 좀 넘은 아줌마들이 딱이라니까. ” 

 “ 그러니까 김민기 너는 그런 아줌마랑 어울려본적이 있다는 소리야 ? ” 

 헌데 영문과 친하게 지내는 이상보의 경우엔 민기가 3수를 했든 뭘했든 고등학교를 자신들보다 2년 늦게 들어온 사람이란 사실을 상기시켜주며 ‘형’이라는 표현까지 썼는데, 일단 그 외 다른 녀석들은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굳이 ‘형’이라고 부르진 않고 다른 또래 친구들과 다름없이 ‘야,너’ 하며 대화를 하는 분위기였다. 어쨌든 그런 분위기에서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모를 민기의 해괴한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 니들이 아직 뭘 몰라서 그래. 남편이 밤에 잘 안해줘서 밤마다 정욕에 불타는 젊 

  은 아줌마...그 아줌마들 몸이 얼마나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인지...그걸 니들이 아 

  냐 ? ” 

 사실 중3에서 고1정도 올라가는 과정이면 성에 어느정도 눈에 떠가는 시기이긴 하지만 또 그 방면에 구체적인 지식(?)이나 정보(?) 같은 것은 잘 없지만 그래서 또 오히려 그런쪽에 더더욱 호기심이나 관심이 생길 그런 나이기도 하다. 게다가 어떤 음성적인 책자나 영상물 따위에서 ‘왜곡된 정보’를 습득하게 될수도 있는 그런때 아닌가. 헌데 실제로는 고등학교를 2년 늦게 들어왔다는 이 김민기라는 학생. 이 학생이 쓰는 이런 표현을 그들보다 두 살어린 다른 고1 학생들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여하튼 민기의 변설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 그냥 적당히 분위기 봐서...피부는 아직 매끌매끌하고 제법 화려하게 치장한 그 

  런 누나한테 다가가면 되는거라니까. 얼굴에 생기는 주름 같은거 보이지 않으려고 

  화장은 일부러 짙게하고...애써 젊어보이는 티를 낸 그런 아줌마라면...30대 초반 

  젊은 유부녀가 분명해. ” 

 “ 허허 참...그래서 민기 넌 나이트에서 그런 누나든 아줌마든 꼬시기라도 했다는 

  소리야 뭐야. 도대체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건데 ? ” 

 도대체 이런식의 이야기를 지껄이는 녀석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사실 좀 나이들고 세상물정 아는 어른이라면 이런 이야기에 허풍이 어느정도 가미되어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만도 하지만 아직은 순진한 열여섯살 고등학생들이라서인지 민기의 이 이상야릇하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는 이야기에 빠져드는 듯 하다. 

 “ 아, 참 그러다 하루는...그렇게 나이트에서 만난 누나집에 몰래 찾아간적도 있었 

  지. ” 

 “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 ” 

 “ 찾아갔다기보단 초대를 받았다고 봐야할텐데...찾아가보니까 밤늦은 시간. 누나는 

  야릇한 조명을 켜놓고 케익에 초를 켜놓고 와인한잔을 따라놓은채 날 기다리고 있 

  었지. ” 

 이런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여야하는걸까. 말아야 하는걸까. 어찌보면 흔한 야설이나 성인영화 한 장면 같은데 나올법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는 김민기라는 녀석. 그의 말은 계속되고 있다. 

 “ ‘민기씨...아잉...왜 이렇게 늦었어 ? 내가 자기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 누나는 

  타는 목마름으로 나를 않았지. 하지만 난 걱정되어서 이렇게 물었어. ‘누나, 남편 

  은 지금 집에 없는거죠 ? ” 

 “ 허허....참... ” 

 “ ’남편은 해외출장가서 한달이나 있다가 집에 들어올거야. 그러니 그때까지 자기는 

  여기서 이렇게 나와 함께 있어주기만 하면 돼. 우리 그렇게 한바탕 뜨거운 환락의 

  밤을 보내는거야. 무슨말인지 알겠지 자기야 ?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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