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채영 (1)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4
 

 

 서기 2010년. (* 스토리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시대배경을 이와같이 설정하였습니다.) 

 사실 2010년대가 아니라 그 이전의 시대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멀쩡히 강남에서 학교를 잘 다니던 학생이 갑자기 강북으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면 그것은 적어도 한국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을 어느정도 알고있는 사람이라면 정상적인 흐름으로 볼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래도 부득이하게 강남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살게된 경우라면 일단 그것은 두가지 정도로 추정이 가능하다. 일단 아버지가 공무원등 임지를 자주 옮겨야 하는 직업군에 속하는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1) 사업이 망하거나 좌천등으로 집안이 몰락했거나 (2) 아니면 재테크같은 나중의 2세,3세 자손들을 위한 먼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일시적으로 강남의 집을 내놓았거나 그 두가지 외엔 솔직히 납득이 가게 설명할수 있는일이 별로 없다. 

 허나 중학교때까지 강남에서 학교를 다녔던 박영문이 고등학교때 강북에서도 거의 끝자락인 상계동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은 집안이 몰락해서도 아니고 부모님이 재테크를 위해 일시적으로 집을 팔았기 때문도 아니다. 실은 영문이 강남의 학교에서 강북으로 학교를 옮긴 이유는 부모의 이혼,재혼과 관련이 있다. 중소기업을 하시던 영문의 아버지 박인배가 이혼을 한 것이 영문이 대략 초등학교 4,5학년때의 일. 그리고 양육권은 어머니가 갖는걸로 결론이 나서 처음 한동안은 영문은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헌데 그러다 영문의 친어머니 함진희 여사가 아이도 어느덧 자라고 계속 상급학교에 진학을 해야하는데 등록금이나 과외비 문제등으로 자신이 더 이상 애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아버지쪽으로 보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헌데 어쨌든 그때까지 잘 살았다면 영문의 어머니쪽도 잘사는 집안이었던 것으로 막연히 짐작하기 쉬운데 그건 진상과 거리가 좀 멀다. 사실 강남,서초 일대도 남부지역 일부는 대략 90년대-2천년대 초반까진 그린벨트 같은 개발제한 문제 같은데 묶여 낙후된곳이 제법 있었다. 게다가 실은 함진희 여사의 집안이 강남에서 눌러살게 된 것은 강남이 개발되기 훨씬전의 일이다. 

 함진희 여사의 어머니는 젊은시절 남편을 잃고 슬하에 딸 셋을 혼자 식당을 하면서 길러냈다. 물론 요즘은 식당도 잘되는 맛집이나 오래된 전통식당 같은데는 1년에 몇억 매출을 올리는곳도 제법 된다고 하지만 진희 어머니가 운영하던 설렁탕집은 그런쪽과는 거리가 멀다. 여하튼 대략 60녀대 후반에서 70년대 초반, 아직 ‘강남구’란 행정구역도 본격적으로 생기기전이었고 강남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훨씬전인 그때. 그저 시골 장터쯤 되는곳에서 설렁탕집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보려 했던 함진희 여사 어머니의 구상이 그때부터 거의 40년 가까운 세월을 그 일대에서 설렁탕집을 하며 보내게 된 것인데, 이후 이 지역이 자연스레 ‘서울 강남구’에 속하게 되면서 그냥 ‘강남구’에 있는 설렁탕집이 된 것이지, 강남에 편입되고도 오랬동안 함진희 여사 어머니의 설렁탕집은 그냥 평범한 ‘동네 설렁탕집’ 수준이었다. - 학교근처 흔한 분식집 정도 되는 분위기를 생각하면 된다. 

 어쨌거나 그래도 혼자 설렁탕집을 하며 딸 셋을 키워낸 함진희의 어머니. 그러나 딸 셋중 불행히도 막내 경희는 20대 젊은 나이때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큰딸 옥희와 둘째 진희만 남았는데 옥희는 평범한 회사원에게 시집을 가 이후 딸 셋을 낳았고, 진희는 중소기업가인 박인배에게 시집가 1년여만에 아들 영문을 낳은 것이다. 그러나 인배와 진희의 금슬은 생각보다 그리 좋지 못했는지 여하튼 결혼생활 10년이 조금 넘은 영문이 초등학교 4학년을 지나 5학년에 올라갈 무렵 파경에 이른것이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박인배는 재혼을 했다. 한편 그때까지도 40년 가까이를 강남의 남부지역에서 설렁탕집을 해오던 함진희의 어머니는 2천년대 후반에 세상을 떠났다. 

 막상 그렇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설렁탕집을 정리해야하는 문제가 생겼다. 여하튼 40년을 해온 설렁탕집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리 유명하거나 소문난 맛집도 아니고 그저 함진희 3자매 어머니가 딸 셋 키우는 생계수단이나 겨우 삼을수 있을 정도로 명맥을 이어온 설렁탕집이니 그 주인이 이미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설렁탕집을 더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 정리를 하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때 함진희 3자매중 동생은 20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지 이미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렀고 언니 옥희의 경우엔 남편이 그런대로 괜찮은 직장에 계속 다니고 있으니 굳이 설렁탕집을 계속 하지 않아도 딸 셋을 키우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헌데 남은 문제가 결국 둘째 진희와 그 아들 영문이다. 진희의 경우엔 성격도 쑥맥이지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산지가 이미 10년 이상의 세월이다. 물론 그렇게 이혼하고 혼자가 되면서 별수없이 엄마의 설렁탕집 일을 도와주며 그때까지도 그렇게 설렁탕집 명맥을 겨우겨우 이어가면서 아들 영문을 키워온것이지만 이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으니 이후의 일이 쉽지 않게 되었다. 결국 언니와 여러차례 상의를 한 끝에 설렁탕집은 이제 그만 정리를 하고 진희는 그냥 언니 옥희네 들어가 가사일이라도 좀 도와주며 살기로 한 것이지만 결국 이렇게 되면 남은 문제가 어느덧 중학교 3학년으로 고등학교에 올라갈 나이가 된 진희의 아들 영문. 그래서 고민 끝에 영문을 아버지 박인배에게 보내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데 이때 인배는 이미 열다섯살 연하의 강채영이란 여자와 재혼 이미 여섯 살난 딸을 두고 있었다. 헌데 인배와 진희가 이혼한 것이 영문이 초등학교 4-5학년때 일인데 영문이 중학교 3학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인배와 채영사이에 벌써 만 6세된 딸이 있다면 확실히 인배와 진희의 이혼전 채영과는 부적절한 곡절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여하튼 남편의 과실로 이혼한것이니 위자료도 줄만큼 주고 양육권도 그쪽으로 넘긴것인데, 이제와서 아들을 아버지에게 보내겠다니 인배는 물론 그의 열다섯살 어린 새 아내 채영의 입장에서도 여간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일이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채영은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이게 뭐야 ? 양육비도 지금까지 우리가 꼬박꼬박 제대로 주고 그랬는데...이제와 

  서 이렇게 하는법이 어디있어 ? 왜 이제와서 말이 바뀌냐구. ” 

 솔직히 세상에 착한 새엄마와 나쁜 새엄마로 이분법으로 가를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무슨 부모죽인 원수가 아닌이상 전처자식을 그렇게까지 학대하거나 홀대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는 않을곳이고, 따지고보면 새엄마도 어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도 지옥에서 뛰쳐나온 악마도 아닌 살다보면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사람 생각과 마음이 바뀌기 마련인것인데, 여하튼 인배보다 열다섯살 어린 30대 초반의 강채영이 인배 아들을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듣고나서 나온 반응은 곤혹스러움이었다. 허나 인배는 이미 전처를 만나 여러차례 상의하고 고민한 문제들이 있었는 듯 일단 채영을 잘 설득해보려고 한다. 

 “ 그...그쪽 사정이 여간 좋지 않은 모양이야. 장모님...뭐 이혼한지 오래니 이제 장 

  모님이라 부르기도 난감하지만...여하튼 그 사람(영문의 친엄마 함진희) 어머니도 돌 

  아가시고...그러다보니 여러 가지로 사정이 좋지 않은 모양이야. ” 

 “ 난...몰라... ” 

 채영은 여전히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인배가 그런 채영을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그러는 사이 영문이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야 하는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인배는 일단 채영을 좋은말로 잘 설득해 주소지라도 우선 이쪽으로 옮기는 것으로 하고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면 그때쯤부터 자신들과 살게 하는 것으로 해서 여하튼 그렇게 영문의 주소지가 먼저 서울 강북의 32평 아파트에 살고있는 중소기업가인 아버지 박인배로 옮겨지고 그리고 정식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겨울방학이라고 봐야할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그 무렵에 옮기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어쨌든 초등학교 4-5학년 무렵에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그후 쭉 엄마와 함께 살다 실로 4년여만에 아버지와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살게된 영문. 아버지가 새엄마와 사는 아파트는 상계동 북쪽지역에 위치한 32평짜리 아파트 단지에 있었다. 방은 모두 네 개였는데 그중 하나가 아빠가 새엄마와 쓰는 침실. 그리고 새엄마가 낳은 이복동생이 이때 겨우 여섯 살이긴 하지만 여하튼 이미 별도로 자기방을 쓰고 있었다. 그러고도 여분의 방이 두 개 더 남는 셈인데, 지금까지 그 남는 두 개의 방은 창고방 비슷하게 쓰다가 그중 하나를 이제 함께 살게된 영문이 쓰게되는 것이다. 영문이 집에 도착했을 때 그가 써야할 방은 책상과 교과서들이 대충 방 한가운데 놓여진채 그대로였다. 사실 영문이 써야할 짐은 전날 이삿짐센터를 통해 이미 옮겨놓긴 했는데, 그것이 다음날 영문이 도착할때까지도 정리도 안 된채 그대로인 것이다. 영문은 일단 청소든 정리든 해야할 것 같기에 이제 초면이기도 한 새엄마 채영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 저어... ” 

 “ 뭐죠 ? ” 

 아직 어색하기도 하고 호칭도 뭐라고 불러아할지 마땅찮아 망설이고 있는데 채영이 그런 영문에게 성가시다는 듯 대꾸하고 있었다. 사실 비록 전처소생 자녀와 함께 사는게 불편하더라도 그런대로 좀 노련한면이 있거나 머리가 좀 돌아가는 여자라면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도 남편의 전처소생 자녀에게 억지로 잘해주거나 아니면 초창기 한동안은 적당히 비위를 맞추주는 모습이라도 보일텐데 채영에겐 애초에 그런 생각 자체가 없는것인지 아니면 머리가 별로 안 돌아가는것인지, 사실상 둘의 첫 대면이라고 해야할 그 자리에서 나온 첫마디조차 뭔가 성가시고 불편하다는듯한 말투였다. 영문도 여전히 어색한 말투로 말을 건넸다. 

 “ 저...그게 아니라 청소를 해야해서... ” 

 “ 네 ? ” 

 마치 ‘설마 날더러 당신 방 청소를 대신 해달라는 것이냐 ?’는 듯 영문이 아직 본론은 꺼내지도 않았는데 황당하다는 듯 되물은 채영. 영문이 당혹스러운 가운데서도 어렵사리 말을 건네긴 한다. 

 “ 그게 아니라...청소하려면 청소기도 있어야하고 걸레도 있어야하는데... ” 

 “ 자요 !!! ” 

 그러자 채영은 굳이 설명을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대충 청소기와 걸레를 꺼내 영문이 써야할방에 던져주듯 내놓긴 했다. 그걸로 일단 청소작업을 시작하는 영문. 무엇보다 책상도 제자리에 제대로 가져다 놓고 또 옷장에 옷도 정리를 해야하고. 무엇보다 도와주는 손길 하나 없이 영문 혼자 낑낑대며 작업을 해야하니 소리가 크게 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자 결국 채영이 성가시다는 듯 와서는 한마디 한다. 

 “ 이봐요 !!! 무슨 소리가 그렇게 커요 ? ” 

 “ 아니...그게 청소를 해야해서... ” 

 “ 청소하는건 아는데 그렇게 짐 옮기는 소리를 크게 내면 어떻게 해요 ? 집에 애도 

  있고 그런데...좀 조심좀 해줘요. ” 

 사실 방안에 옷장으로 쓸만한 장은 그래도 하나 원래 있긴 했기에 이삿짐센터를 통해 옮겨온 짐은 사실상 책상과 의자가 유일하다. 그래도 어쨌든 영문 혼자 옮기기엔 여러 가지로 힘이 부칠터. 그 과정에서 큰 소리가 난 것인데 그조차도 채영은 싫다고 짜증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지금 채영이 언급한 ‘애’란 물론 자신이 영문에게도 아버지인 박인배와의 사이에 난 어느덧 여섯 살난 자기딸을 두고 하는말일테다. 사실 순간 영문도 그 말이 좀 거슬리긴 했다. 사실 영문 입장에선 ‘아버지가 저희 엄마랑 이혼한게 불과 4년전 일인데 어떻게 여섯 살난 아이가 있을수 있느냐 ?’며 한번 작심하고 따지고픈 일이기도 하다. 허나 지금 첫날부터 그런 큰 소리는 내고싶지 않아서 영문은 새엄마 채영의 잔소리도 있고 했으니 조심조심해서 책상 옮기는 작업을 마무리하긴 한다. 그리고 청소도 채영의 눈치가 보이긴 마찬가지라 전기청소기를 돌리진 않고 대충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질만 조금 한뒤 적당히 마무리하긴 한다. 그리고 자신이 입을 옷가지들을 옷장에 넣어놓기만 하면 생각보다 짐정리는 쉬이 마무리가 되는 터. - 헌데 그러고보면 그 간단한 일을 미리 좀 해주거나 거들어주지도 않나 거기서부터 영문도 서운한 감정이 생길판이다. 여하튼 청소와 정돈 작업은 대충 마무리가 되었고, 게다가 어쨌든 아들이 4년만에 처음 아버지와 함께 살게되는 날인데 하필이면 이런날도 아버지는 회사일이 바빠서 밤늦게 귀가하시게 되어있다. 여하튼 지치기도 해서 – 영문은 요즘애들이야 필수적으로 하나정도 있을법한 컴퓨터나 스마트폰도 없는 듯 하다. - 대충 방구석 한쪽에 누워 몸을 쉬고 있다. 그것도 일이라고 지치긴 하는지 숨을 헐떡거리고 있는 영문. 헌데 그때 채영이 들어온다.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듯한 표정으로 잠시 영문을 바라보는 듯 하다 말을 건넨다. 

 “ 이것봐요. ” 

 “ 네, 새어머니... ” 

 여하튼 정중하게 일어나서 ‘새어머니’라고 호칭까지 붙여본 영문. - 어차피 그것 외에 달리 딱히 적절한 호칭이 없기도 하다. - 그런 영문을 보며 채영의 말이 이어진다. 

 “ 아버지로부터 대충 이야긴 들어봤는데...뭐 대학 들어갈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면 

  서요 ? ” 

 “ 네, 뭐 그게 좀... ” 

 자신의 신병 문제에 대해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런 상의를 하고 있던 중이란 것을 영문이 모르진 않을터. 솔직히 영문 입장에서도 아무리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서 어느덧 중학교 과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곧 고등학생이 되는 영문을 계속 키울만한 형편이 못된다고 해도 그렇지 이미 다른 젊은 여자랑 재혼한 아버지와 함께 살라니. 너무한다는 반발심도 생겼고 서운한 감정도 생겼다. 허나 현실이 그렇다니 비록 반항기 많은 사춘기 소년이라지만 여하튼 어른들 말귀를 전혀 못알아들을 어린나이는 분명 아니니 마냥 투정만 부릴수도 없어 일단 부모님의 뜻대로 따르긴 했었다. 헌데 새삼 젊은 새엄마 채영에게서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니 반발심이 안 생길수가 없을터. 영문의 이런 심리가 어떨지는 가늠조차 하지 못한채 채영은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쉰뒤 손부채질까지 한다.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어쨌든 최소한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진 3년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소리잖아요. ” 

 그 3년조차 채영은 길고 짜증나게 느껴지는것인지. 차라리 3년을 감옥살이 하고 나오거나 군대를 3년동안 다녀오는게 낫겠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허나 그조차도 다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채영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거기다 대학이란게...한번에 덜컥 붙는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만약에 

  그러다 그쪽이...재수,삼수라도 하면 그땐 또 어떻게 할건데요 ? ” 

 그때까지 마냥 그 긴(?) 시간을 남편의 사춘기 소년이기도 한 전처소생 아들을 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짜증스럽게 느껴지는듯한 채영의 모습. 솔직히 새엄마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설마 이정도로까지 나올줄 몰랐기에 영문도 지금 엄청 속이 상하긴 하다. 허나 어쨌든 몹시도 언짢은 표정의 새엄마 채영의 비위는 맞춰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영문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죄송합니다 새엄마. 하지만 제가 여기서 말썽 안 부리고 잘 지낼께요. 절대 새엄 

  마 속썩이는일 없도록 학교 생활 잘 하고...만약 대학에 떨어지고 다시 붙을 가망 

  이 안 보이면 그땐 제가 알아서 자립해서 나가살길을 찾아보던가 할테니... ” 

 “ 세상일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된대 ? ” 

 “ 네 ? ” 

 영문은 영문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중인데, 그런 이야기들조차 가당찮게 들리는 듯 퉁명스럽게 불쑥 내민 채영의 말. 영문이 어안이 벙벙해져 채영을 바라본다. 게다가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영문은 새삼 아버지에 대한 원망마저 생길 지경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회사일이 바빠도 그렇지 아들이 아버지와 4년만에 함께 살게된 그런대로 의미있고 경사라면 경사라고도 할 수 있는 일인데, 그런날에. 다른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최소한 현실적으로 생각 새엄마와 자신 사이에서 결국 중재자 역할을 해야할 사람이 아버진데, 그런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무심하게 이런 상황을 방치해놓을수가 있나. 그런 원망감마저 생길 지경이다. 채영이 영문을 다시금 뭔가 불편한 기색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간다. 

 “ 어쩄든 저도 우리 애기도 있고 하니까 행동 조심해줘요. 아직 어린애기고...한참 

  예민하고 감염위험도 있고 하니까... ” 

 “ 예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가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그렇기로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밖에 안된 영문이 – 성에 대해선 어느정도 눈을 떴을 나이긴 하지만 – 무슨 변태도 아닌 다음에야 여섯 살밖에 안된 어린 이복동생에게 이상한짓이라도 하겠는가. 게다가 감염이라니. (* 2010년으로 설정했으니 아직 코로나 사태도 터지기 전이다.) 이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것도 모자라서 아예 사춘기 의붓아들을 무슨 전염병이라도 옮기고 다니는 세균덩어리 취급하는 모양새 아닌가. 게다가 여섯 살이면 감염문제에 각별히 유의해야하는 아주 어린 갓난아기의 단계는 어쨌든 지난 나이다. 헌데 그런 아이에게 중학교 3학년 영문이 무슨 병균 옮길일이 그리 많다고 심지어 아직 서로 대면인사조차 나누지 않은 이복동생에게 뭐 그리 병균 옮길일이 있다고 지레짐작으로 이런소리까지 하는지.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첫날 밤도 지내기전부터 생길 지경인데, 채영은 채영대로 거듭 답답한 표정과 함께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조심해달라’는 말을 다시한번 덧붙인채 방에서 나간다.  

 

 어쨌든 밤늦은 시간이라도 퇴근은 해서 집에 들어오는 박인배. 허나 어차피 피곤에 지친 몸으로 하게되는 퇴근이니 집에 들어와서는 잠자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게다가 회식이나 접대 자리 같은데서 술이라도 한잔 하고 들어온날엔 그냥 뻗는게 일상일뿐. 아내가 되었든 자녀가 되었든 그네들과 대화든 뭐든 할 수 있는 몸이 아니다. 나이 어느새 이미 50에 다다른 인배이니만큼 체력의 문제도 있고. 그래서인지 실로 4년만에 한집에서 살게된 아들 영문이지만 그와 무슨 대화조차 나눌 시간도 없이 잠자리에 든 인배. 다만 아내 채영은 그녀대로 여전히 심란하고 속상해서인지 새벽에라도 남편을 깨우게 된다. 

 “ 어...왜 ? ” 

 허나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으므로 이런 새벽에 자신을 깨운 아내가 남편은 좀 성가시기도 하고, 그나마 다행히 간밤에는 술에 취한 상태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그런대로 맑은정신인게 다행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채영의 푸념은 이어진다. 

 “ 그...당신 아들 말이에요 ? ” 

 “ 누구 ? 우리 영문이말인가 ? 어, 그러고보니 어제가 들어오기로 한 날이었지 ? 잘 

  들어왔나. ” 

 그러고보면 4년만에 한집에서 같이 살게되는 아들이건만 그 날짜까지 그 사이 잊고 있었던것인지. 여하튼 실무적인 문제인 전처와의 상의나 학교 보내는 문제, 짐 옮기는 문제등은 다 마무리가 되었으니 아들녀석이 이제 어린아이도 아니고 어느덧 고등학교에 곧 올라가는 중학교 3학년으로 다컸다면 다컸다고 할 수 있는 나이니 지가 알아서 잘 찾아 들어왔겠거니 하고 방심하고 있었던것인지. 그런 남편을 보며 채영의 속상함이 거듭 이어진다. 

 “ 어쨌든...그 아이 대학 보낼때까지 우리보고 좀 맡아달라 그 소리인거잖아요. ” 

 “ 어...그게 뭐...그렇게 되는거지. 그러지말고 당신이 조금만 사정을 이해해줘요. 그 

  래봤자 한 3년 아닌가. ” 

 그런식으로 일단 아내를 달래보려고 하는 인배. 허나 이미 너무 멀리보고 있는 채영인것일까. 그녀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그러다 만약 나중에 재수한다, 3수한다 그러면요 ? ” 

 “ 뭐라구 ? ” 

 순간 좀 당혹스러워하는 남편 인배를 보며 채영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만약 나중에 재수하고 3수하고 그러면 그때도 무조건 우리가 당신 아들 끼고 살아 

  야 하는거냐구요 그때까지. 막말로 요즘 세상에 대학가는게 어디 그렇게 쉬운일도 

  아니고... ” 

 “ 여보... ” 

 젊은 새 아내 채영이 자신의 아들한테 이렇게까지 야박하게 나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던것일까. 인배도 적잖이 당황한 상황에서 일단 아내를 좀 다독이고 달래줘야겠다는 듯 말을 건넨다. 

 “ 어쨌든...사정이...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된거 아닌가. 그렇다고 애비가  

  되어서 내 아들을 마냥 외면만 할수도 없는 일이고...여하튼 학교 다니는 동안만이 

  라도 좀 우리가 맡고 있자는건데...그 몇 년을 못참아주나 ? ” 

 “ 몰라요... ” 

 허나 채영은 그조차도 싫고 짜증이 난다는 듯 나왔다. 한편 인배는 인배대로 이런일까진 예상을 못했던것일까. 아닌말로 고아원에서 부모없이 버려진 어린아이들을 수도없이 거두어 키우는 그런 여자들도 있고 또 그런곳에서 자원봉사 같은 활동을 하면서 그런곳에서 인연맺어진 아이를 자기 자녀나 다름없이 생각하는 고아원 선생님이나 자원봉사자도 많은데, 인배는 그저 막연히 그런식의 밝은면만을 기대했던것인지. 젊은아내 채영에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기대했던것인가 하는 실망감도 생기고 여하튼 복잡해지는 심경. 그렇다고 출근시간도 한참남은 새벽에 – 잠도 덜 깬 상태에서 – 언성높이거나 얼굴붉히고 싶진 않은지 그 정도에서 적당히 아내를 달래 마무리하려한다. 허나 채영은 여전히 걱정이 남은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군대는...가는거죠 ? ” 

 “ 뭐 ? ” 

 다시 당황해서 이렇게 묻고있는 인배. 채영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당신 아들...어쨌든 때되면 군대 가는거잖아요. 아니에요 ? ” 

 도대체 이 여자는 어디까지 내다보고 걱정을 하고 있는것인지. 혹시 이대로 마냥 앞으로 5년,10년 그렇게 자신이 전처소생 아들인 박영문을 떠맡게 되다시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걸 걱정하는것인지. 여하튼 아직 중학교 3학년밖에 안된 아이를 두고 군대문제까지 걱정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보이긴 하다. 결국 다시금 인배가 채영을 달래보려한다. 

 “ 그러지말고...그냥 한 3년이라고 생각하라니까. 그러고 나면...그 뒤의 일은 내가  

  다시 전처와 상의를 하든 아들과 상의를 하든 어떻게 해볼테니까. ” 

 채영은 대꾸가 없고 그런 아내를 거듭 달래며 설친잠을 마저 자기위해 자리에 눕는 인배. 채영은 속상해서 잠을 더 이루지 못하겠는지 거실로 나가본다. 여하튼 어느덧 날이 점차 밝아오는 시간이긴 하다. 

 한 며칠쯤 시간이 지난 어느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밤늦게 귀가한 인배. 그런 인배를 채영이 보채고 있다. 

 “ 여보... ” 

 “ 허허...왜에 ? 피곤하니까 그만 자자구... ” 

 “ 여보...그러지말구... ” 

 그러면서 뭔가 보채듯 조르듯 나오고 있는 채영. 아직 그 의도가 이해 안가는지 인배는 그저 귀찮다는 듯 나온다.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오늘따라 왜 이래 ? 나 일 때문에 늘 피곤한 사람인거 알면 

  서. 잠 좀 제대로 자게 해 달라고. ” 

 그러면서 피곤에 지친 몸을 어서 눕혀 잠자리에 들 생각밖에 없는 피곤한 가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인배. 결국 채영이 울음을 터트린다. 

 “ 당신 정말 너무하는군요... ” 

 “ 뭐라구 ? ” 

 “ 난 아직 젊고 싱싱하다구요. 난 아직 젊고 파릇파릇한 서른살이에요 !!! ” 

 “ 허허...이 사람이 참...새삼스럽게 나이는 왜 들먹이고 그래 ? 그래, 맞아 당신 아 

  직...젊고 싱싱한 서른살 맞아. 근데 그게 뭐 ? ” 

 “ 당신 정말... ” 

 인배는 정말 쑥맥인걸까. 아니면 머리가 나쁘거나 눈치가 없는걸까. 이 밤중에 잠자리를 들려는 남편을 보채는 어린 아내의 의도를 정녕 이해 못하는걸까. 인배는 거듭 피곤함을 호소하며 잠을 청하려 들고 그러자 채영이 진심 화가난 듯 베개로 남편을 한 대 후려치기까지 한다.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정말 ? ” 

 젊은 아내가 이렇게까지 나오니 인배도 화가나지 않을 수밖에 없고 허나 채영은 해맑은 눈물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남편을 잠시 쏘아보고는 방을 뛰쳐나간다. 넋두리같은 이런말을 내뱉으며. 

 “ 어이구 내가 미쳤지 진짜. 뭐하러 저런 다 늙은 영감탱이와. ” 

 “ 아니 뭐... ? ” 

 듣자듣자하니 말이 너무 심하지 않나 싶어 인배도 결국 화가나는데. 허나 어쨌든 피곤한 몸으로 한밤중에 부부싸움까지는 하고싶지 않은 인배. 방을 나가버린 아내 채영이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풀어져서 들어오겠지 하고 다시금 잠을 청한다. 어떻게보면 그만큼 어린 아내에게 무심하다고도 할 수 있는 열다섯살 많은 남편 박인배인데 채영은 거실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흐느끼고 있다. 어찌보면 지금 이 집에 이런 채영의 속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는 이가 아무도 없을 것 같아 그게 더 속상해서 우는것일수도 있다. 아직 여섯 살밖에 안된 자기 배아파 직접 낳은 어린 딸이 알까. 그렇다고 한 며칠전부터 같이 살게된 – 채영 입장에선 아무래도 성가시고 짐처럼 느껴지는 – 중학생 의붓아들이 알까. 채영은 그저 속상함에 소파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을 흐느낄뿐이다. 

 

2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