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후.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주로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관리하는 복지재단인 ‘OO복지재단’ 이사장 사무실에 들른 한 사람이 있다. 다름아닌 김선신이다. 미리 선약을 하고 찾아온 방문이긴 한데, 여하튼 그와같이 찾아온 선신을 이사장인 세실리아 수녀는 착잡한 감회서린 표정으로 맞이한다. 비서를 시켜 차를 한잔 내오게 하고 테이블에 마주앉게 된 두 사람. 세실리아가 먼저 말을 건넨다.
“ 그래도 선신이 넌 생각보다 착하구나. ”
“ ??? ”
“ 난 또 니가 그날 또 그렇게 화들짝 놀라 달아나버리고 아예 여길 안 찾아오면 어
쩌나 걱정했었다. 만약 정말 안 찾아오고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면 진짜 그 최 무슨
사장이란 분 집으로 직접 찾아가볼 생각이었는데... ”
여하튼 뭔가 간단치 않은 말썽을 부리고 고등학교때 그때까지 지내던 고아원에서 달아난 것은 분명한 선신. 그리고 세실리아의 말에 의하면 실로 4년만에 그날 그 연회장에서 뜻밖의 재회를 하게된 것 아닌가. 그것도 최기철이란 중소기업 사장의 젊고 어린 아내로 그런 모습으로 나타났으니 세실리아도 적잖이 기가막히고 황당했을터. 여하튼 그날 연회장 인근 복도에서 ‘조만간 찾아오라’고 하며 연락처를 주고받은뒤 헤어진 두 사람. 헌데 세실리아 입장에선 그리 큰 기대는 안했던것일까. 막상 미리 연락을 주고 이와같이 찾아온 4년전의 그 말썽꾸러기 여고생 고아소녀 김선신을 보니 그저 착잡해지는 것이다. 세실리아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우리...계산해야할 빚이 한두개 아니잖아 ? 그렇지 김선신 ? ”
무슨 금전적인 의미의 그런 빚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담긴 표현인 것 분명한 듯 한데, 허나 선신도 막상 그런말을 들으니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마치 항변이라도 하듯 이와같이 나온다.
“ 기왕 계산을 하려면 저 어린시절 이야기부터 시작을 해야죠. ”
“ ??? ”
“ 원장수녀님도 그건 기억하실거잖아요. 제가 어릴 때 어떤 기도를 하던 아이였는지
... ‘이 다음에 저처럼 부모없이 자란 불쌍한 아이를 사랑으로 가슴으로 품을수 있
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던거 기억 안 나세요 ? ”
“ 기억...나지... ”
새삼 선신의 어린시절 모습이 떠올려져서일까. 다시금 착잡한 감회섞인 세실리아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지고 허나 그래서 오히려 더 따지고 넘어가야겠다는 듯 그녀의 목소리톤도 살짝 높아진다.
“ 초등학교 한 5-6학년때까진 너도 그렇게 해맑고 순수한 착한 아이였어. 헌데 점점
자라면서 달라졌잖아. 고아원 규칙도 어기고...밤늦게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다 들어
오고...게다가 말썽부리고 사고친 널 좀 꾸중하려고 하면 꼭 용케도 식당 조리기구
들 쌓아둔 시트밑으로 들어가 숨고... ”
“ 원장님... ”
어떻게 자기 말썽부리던 과거사만 하나도 빠짐없이 생생하게 기억하시는것인지. 선신이 억울하다는 듯 이렇게 나오고 그런 선신을 세실리아가 말없이 바라본다. 세실리아도 여하튼 어떤 답답함 같은 것이 밀려오는 듯 자기 가슴을 한번 쳐보는 시늉까지 하고. 그러자 선신은 여하튼 자신이 자랐던 고아원의 원장이기도 헀던 세실리아 수녀가 자신에 대해 정말 나쁘게 인식하고 있나보다 그 걱정이 앞서 해명삼아 이와같이 말한다.
“ 수녀님...저 정말 그리고...저 그런 여자로 보신다면 정말 억울해요. 저 정말...꽃
뱀도 사기꾼도 아니에요. 그리고 지금...제 남편인 아저씨...사랑해서 결혼한거 맞
구요. ”
“ 누가 물어보기나 했어 !!! ”
그러고보니 어쨌든 세실리아 수녀는 선신이 자신의 신분까지 속여가며 기철을 속인것이라던가 그런일은 전혀 모르고 있다. 헌데 마치 도둑이 제발저리듯 자백한 모양새가 된 선신. 일단 대화의 화두가 어린시절 선신의 모습에서부터 시작이 된 것이니 그때부터 차근차근 하나하나 짚어갈 생각인것인지. 김선신의 과거사를 전부 다 늘어놓기라도 할 작정인 듯 세실리아 수녀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든 너 그렇게 중학교,고등학교때 공부도 안 하고 이상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러다니기만 할 때 그렇게까지 설득했었다. 어차피 대학갈 생각은 없는 것 같아
보여 그 문제는 배제하고라도 ‘고등학교라도 온전히 졸업하고 그 다음에 니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고 살라’며 그렇게 설득했더니만... ”
“ ...... ”
자신의 건전하지 못했던 사춘기 시절이 세실리아 수녀로부터 언급되자 선신은 쥐죽은 듯 말이 없고, 그런 선신을 바라보며 세실리아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그래 뭐...그런 말썽까지 저지르고 내 잔소리 듣기싫어 고아원에서 뛰쳐나간것까
진 그렇다 쳐. 아무리 그래도 돈은 훔쳐가지 말았어야지. ”
“ 워...원장님... ”
“ 그것도 차라리 내 사적인 돈이 있는 통장이라도 훔쳐간거라면 나도 말을 안해. 아
니 도대체 어디 훔쳐갈 통장이 없어서...고아원 후원해주시는 분들 후원금이 들어있
는 바로 그 계좌의 통장을 훔쳐갈 생각을 하니 너는 !!! ”
“ 워...원장님... ”
세실리아 수녀의 말이 이와같자 선신도 당황해서 이러고 있다. 뭐 굳이 선신의 변명을 하자면 고아원이 되었든 집이 되었든 그렇게 가출(!)을 하는판에 무작정 나가버리면 돈도 없이 어디 오래 머무를곳도 없고 하니 당장 어디서 먹고 지낼만한 돈이 필요해서 그런짓을 한것이라는식의 변명은 가능할수도 있다. 허나 세상의 모든 가출청소년이 전부 가출직전에 그런짓을 하고 그것이 용인되는 사회라면 그것도 분명 곤란한 일 아닌가. 그래서 세실리아가 거듭 김선신을 매섭게 추궁하고 그녀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덕분에 그 뒷수습하느라 얼마나 골치아팠는지 알기나 해 !!! 덕분에 후원금 계좌
통장도 새로 개설하고 당연히 계좌번호도 바꿔야했고 후원해주시던 분들에게도
일일이 다 연락을 드려 말씀을 드려야했으니...아니 뭐 통장 계좌번호가 바뀐 것
까진 그렇다치더라도 내가 그분들한테 그 사유를 어떻게 변명을 하랴 ? 고아원
에 말썽꾸러기 기집애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아무개가 후원금 들어오는 통장을 들
고 달아나 계좌번호고 뭐고 전부다 바꿔야한다. 사정을 그렇게 말씀드리랴 ? ”
“ 워...원장님... ”
혹시 진짜 세실리아가 OO 보육원을 후원하는 모든이들에게 후원계좌 통장이 사라진 내막을 그런식으로 말한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어 선신이 이렇게 나오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실제로 세실리아 앞에 무릎꿇고 눈물까지 흘리며 사죄하는 모습을 보인다.
“ 죄송해요 원장님. 그때일은 정말 무릎꿇고 사죄드릴께요. 정말 그땐...아무것도 모
르고 철없이 한 행동인데다가 그 통장이 어떤 통장인지도 몰랐어요. 그냥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거 하나 집어서 갖고 나온다는게 그만... ”
“ 됐다...그만하자. 지금와서 4년전 그 일을 거론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니. 공소시
효 같은게 어떻게 되는지는 나도 법률전문가는 아니라 모르겠다만...지금와서 무슨
절도죄로라도 고소한다고 뭐 해결되는 문제가 있을 것도 아니고...내가 지금와서 그
때 그 통장에 들어온돈 전부 다 갚거나 물어내라고 하기라도 하랴 ? ”
“ 원장님. ”
선신은 세실리아 수녀 앞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거듭 잘못했다고 싹싹빌고 있다. 여하튼 원장수녀는 고아원에서 선신의 어린시절 모습부터 보고 살아온 그런 사람일텐데 그런 원장수녀 조차도 선신의 진짜 속 마음이나 천성은 알다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바로 이런아이로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인 상황에서 세실리아는 그저 한숨만을 내쉬고 있다.
“ 그때 고아원 돈을 훔쳐 달아난 것은 정말 진심으로 잘못했고 죄송하다고 생각하
지만...정말 그 이후론 나쁜짓 안 하고 살았어요. 제발 그것만은 믿어주세요. ”
한숨을 거듭 내쉬는 세실리아. 다만 이렇게 거듭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선신을 보니 다른건 몰라도 그렇게 고2때(사실상 그때 학교마저 그만둔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고아원을 뛰쳐나간뒤 뭘 하고 지냈기에 4년만에 최 뭐라는 중소기업 사장의 아내가 되어 그런 자리에 나타날 수 있었던것인지. 어차피 그 경위는 궁금하고 들어봐야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일단 그 이야기부터 들어보기로 한다. 선신의 설명이 이어진다.
“ 사실 처음엔 고아원을 나와서 그때 훔쳐간 돈으로 유흥업소도 드나들고 술도 마
시고 하면서 한동안은 흥청망청 썼어요... ”
“ 그러다가 ? ”
“ 그러다...어쨌든 먹고자고 할곳은 마련해야겠기에 월세방을 구하고...그리고 슬슬
돈이 떨어져가자 그때부터 편의점 알바나 마트 알바 대충 이런 것을 시작하며 돈
을 벌기 시작했어요. ”
“ 그러면서 생활을 했다구 ? ”
편의점 알바든 마트직원이든 그런식으로 생계수단을 삼았다는 것이 쉬이 믿겨지지 않는것일까. 이렇게 묻고있는 세실리아. 선신은 나름 억울함을 담아 이렇게 말한다.
“ 원장수녀님. 저 적어도 지금까지 남을 해치거나 피해를 입히면서...사기를 치거나
한적은 정말 없어요. 제발 그것만은 진심이지 믿어주세요. ”
“ 니가 천성이...의외로 순진한면도 있고 또 자존심도 있어서...그런 범죄행위에 쉽게
몸을 담을만한 아이는 못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단 네 말을 믿으마. ”
여하튼 어린시절부터의 선신을 지켜봐왔을 그 당시 OO 보육원의 원장수녀였던 세실리아다. 사춘기때 종종 사고를 치고 말썽을 부려 고아원 선생님과 관계자들을 골치아프게 해서 그렇지 의외로 그런 범죄행위 같은데는 가담할만한 아이가 못되고 오히려 나름 통솔력이나 책임감도 어느정도 있어 실은 동생같은 나이어린 고아원 아이들을 잘 챙겨주기도 한 그런 선신이기도 했다. 어떻게보면 반은 사고뭉치고 반은 착한 좀 묘한 매력의 성격을 가진 아이가 김선신이었다고나 할까. 그 시절의 선신의 모습을 잠시 떠올려보고 있는 세실리아. 일단 선신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하지만 막상 그렇게 고아원을 나와서 혼자 살다보니...많이 힘들고 외로웠어요. 주
위에 마땅히 마음 나눌만한 친구나 동료가 있는것도 아니고...그래서 혼자 밤에 외
로움을 달래려고 시작한게 SNS였어요. ”
여하튼 고등학교 2학년때 고아원을 나와 혼자 살면서 편의점이나 마트직원 같은 것을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그렇게 일을 하다 밤에 퇴근을 하고 혼자 지내다보면 많이 적적하고 쓸쓸했을터. 그때 위안을 삼아 시작한게 SNS였다는게 선신의 진실인 셈이다. 그녀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헌데 막상 SNS를 시작하면서 소위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이런 사람들 보니 거의
다 최소한 대학은 나온 사람들같고 다들 부모형제 멀쩡히 다 있는 정상적인 가정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같고...그래서 내심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또 행여
SNS를 하면서 그런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거나 그 사람들이 날 깔보지는 않을까...
그래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제 경력이나 이력을 좀 허위로 과장하기 시작했던거
에요. 다만 그것뿐이에요. ”
여하튼 그렇게 고아출신으로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고아원을 뛰쳐나와선 편의점이나 마트알바등을 하며 살아온게 김선신이란 여자의 실체였던 셈인데, 바로 그런 자신의 실체가 SNS상에서 타인들의 놀림거리나 비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을까. 그 걱정 때문에 무슨 명문여대인 A여대를 들먹이며 간호학과를 나왔느니 간호조무사로 일했느니 그러다보니 자신의 나이도 실제보다 몇 살 올려 잡아야했고(최소한 4년제 대학을 나와서 간호사로 일했든 뭘했든 그런 경력이 있는 나이와 맞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자신의 신분을 속이기 시작한게 여기까지 온것이란게 김선신이란 여자의 실체이자 경위인 셈이다. 듣고보니 참 어이없기도 하고 선신이 참 딱하게 여겨지기도 하는 세실리아. 허나 아직 남은 의문이 있기에 그것을 묻지 않을수가 없다.
“ 헌데 그건 그렇다치고...대체 그 최 뭐라는 사장과는 어떻게 하다 결혼하게 된거
야 ? ”
“ 그 사장님 역시...처음엔 그저 SNS를 하다 어울리게된 그런분이었을뿐이에요.
적어도 첫 인연은 그와같았어요. 의도적으로 아저씨를 속이거나 할 생각은 없었
는데...여하튼 SNS상에선 제 학력이나 가족사항 이런것들을 허위로 속여왔던게
아저씨한테조차 진실을 말할 기회를 놓쳐 그게 여기까지 온 것 뿐이에요. 정말
제가 어떤 나쁜 마음을 먹고 꽃뱀이나 사기꾼 같은 그런짓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제발 믿어주세요 원장님. ”
한숨을 내쉬는 세실리아. 사실 그녀 역시 선신이 지금껏 그러고 다닌 것은 아닌가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 여하튼 그렇게 4년전 고아원에서 달아난 여자아이가 4년만에 그런 잘나가는 기업가의 부인으로 나타났을진대 요즘 세상에 한번쯤 의심해볼만도 한 그런 상황 아니던가. 혹시 진짜 요즘 가끔 TV 같은데서 다루는 범죄관련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사례처럼 자신의 학력이나 가족사항을 허위로 말하면서 실은 돈이 아주 많은 여자인것처럼 남자들에게 접근 오히려 그런 사람들의 돈을 노리거나 하는 선신이 혹시 그러고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허나 일단 선신의 해명이 그와같자 비록 SNS에서 다른 트친,페친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 학력등을 허위로 과장해서 말한적은 있을지언정 누군가의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 사기를 치고나 꽃뱀행각을 벌인적은 없다는 선신의 고백. 사실이라면 다행인지라 세실리아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선신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다른건 몰라도 저 지금 아저씨를 사랑하는것만은 제 진심이에요. 많이 힘들고 외
롭게 살아온 제가 아버지처럼 의지하고픈 의지처가 필요했고 그래서 절 따뜻하게
위로하고 어루만져주시는 아저씨에게 진심으로 제 마음이 끌렸던것뿐...정말 그 외
에 다른 의도는 없었어요. 믿어주세요 원장님. ”
“ 아무리 그렇다고 학력같은걸...그걸 사랑하는 남자에게 거짓을 말하면 쓰나. 그건
안될일이지. ”
그러고보면 선신이 학력이나 이런 것을 지금의 남편 기철에게 허위로 애초엔 SNS에서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시작한 것이 사귀는 남자까지 속이는 결과가 되고 말았음은 아직 말하지 않은 이야기다. 물론 얼마전 그 문제의 연회장에서 최기철 사장의 아내를 소개받을때는 무슨 명문대를 나온 재원이니 어쩌니 하는 소개가 있어 그게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여하튼 막상 선신의 경위와 자백을 듣고나니 여하튼 꽃뱀이나 사기꾼은 아니었다는 말에 세실리아도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허나 아무리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그런식으로 속였다는 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한일. 그점을 나무라고 있는 세실리아. 선신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막상...아저씨를 알고나니 중학생 아들이 있는 그런 이혼남이라지 뭐에요.
헌데 막상 그걸 알고나니... ”
“ 그래서 뭐...그걸 알고나니 한동안 잊어버렸던 니 기도가 다시 떠올려지기라도
했다는거니 뭐니 ? ”
적어도 어린시절 – 대략 초등학교 정도 다니던 시절 - ‘나중에 자신처럼 부모없이 자란 불쌍한 아이를 만나게 되면 자신도 그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안아줄수 있는 그런 영혼으로 키워달라’는 그런 기도를 하던 아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 세실리아다. 다만 그것은 철없는 어린 나이때 일일뿐, 이후에 사고치는 말썽꾸러기 사춘기 소녀 김선신을 지켜본 세실리아도 ‘저 아이가 아무렴 그때 하던 그 기도를 기억이나 하겠나 ?’ 하고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있었던건데 지금와서 선신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다시 기분이 묘해지긴 하다. 선신의 자백은 좀 더 이어진다.
“ 뭐...다시 그 기도나 그때 그 감정이 살아났다기보단...막상 그렇게 아저씨가...이
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워오셨다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는...누군지 아직 얼굴도 모르
는 그 아이에 대한...측은지심이랄까 뭐랄까...그런 감정이 저도 모르게 치솟기 시작
했어요. ”
솔직히 인간의 감정이란 것은 그 실체는 어쩌면 그 안에도 새로운 거대한 우주가 하나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두마디 단어나 글로 설명하기엔 쉽지 않은 매우 복잡미묘한 성격의 것이다. 여하튼 그렇게 고아로 자랐고 한때나마 나중에 자기처럼 부모없이 자란 불쌍한 아이를 사랑으로 감싸안아줄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키워달라는 기도를 했다기도 한 선신. 그런 선신이 한동안 그 기도를 잊고 있다가 스무살 많은 애딸린 이혼남인 기철을 만나 그때 그 기도가 되살아나기라도 했다면 이 또한 어떤 신의 인도하심일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인연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참 묘하면서도 깜찍한면이 있기까지 한 김선신이란 인간 지성체의 내면이자 자아이기도 하다. 선신의 그간의 사정과 이야기를 다 들은 세실리아가 잠시 말없이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렇게 말한다.
“ 이리 가까이 오렴 선신아. ”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한번 잡아보고는 선신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세실리아. 어쨌든 선신이 하느님 앞에서 범죄하지 않고 그런 신실하고 순결한 영혼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는 기도라도 하는것일까. 세실리아는 선신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마무리한뒤 이렇게 말한다.
“ 일단 지켜보마 선신아. ”
“ 원장님... ”
“ 니가 혹시 무안하거나 민망해할수도 있으니 혹시 앞으로 그런 공식 행사장 같은데
서 우연히 만나는 일이 있더라도 당분간은 모른체하기로 하자. 하지만 잊지마라.
내가 항상 널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
“ 원장님. ”
선신을 용서한다는 것일까. 이해한다는것일까. 이와같이 나오고 있는 세실리아 수녀의 모습. 세실리아가 성호를 긋는 모습을 잠시 취하자 선신도 이를 따라한다. 그리고 다시 함께 기도하는 모습. 세실리아가 이쯤에서 선신을 돌려보낸다. 허나 여전히 안쓰럽고 우려되는 눈빛을 쉬이 지우지 못한채 저만치 사라지는 선신의 뒷모습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 야, 너 뭐냐 ? 너 왜 아직도 여기있냐 ? ”
기철이 집에 돌아왔다. 연회장 사건이 있은지로부터는 대략 2-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뜻하지 않게 기철의 전처로부터 연락이 와서 기철의 새부인을 잠깐이라도 만나보고 가겠다는 바램을 전해 일단 만나게 해주기는 했지만 덕분에 기철이 새 부인 선신과도 현재 위태로운 상황임이 들통날수도 있던 아찔한 순간이기도 했다. 일단 기철로선 근본적으로 멀쩡한 자기집을 놔두고 내가 왜 밖으로 계속 나돌아야 하나 하는 억울함이 들기도 했고 또 만의하나 이번 갑작스런 전처의 연락과 같은 돌발상황이 벌어져 현재 자신의 새 결혼생활마저 위태롭다는 것이 주위에 알려질 위험때문에라도 계속 집을 비우기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물론 기철에게도 그렇게 수년만에 갑자기 연락을 취해올만한 사람이 전처를 제외하곤 그리 많지도 않지만 여하튼 세상일이란 언제 어떤 돌발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아닌가. 따라서 결국 집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기철은 여전히 자기의 집에서 버티고 있는 선신을 어이없다는 듯 나무라고 있는 것이다.
“ 너 도대체...아직도 이 집에서 버틸 생각이 드냐 ? 내가 지금 과연 너하고 정상
적인 부부생활을 지속할 그럴 마음이 들거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냐구 지금 ? ”
“ 여보... ”
선신은 선신대로 나름의 안타까움을 담아 기철을 불러보지만 기철은 여전히 선신을외면하고 있다. 선신은 그런 기철에게 거듭 애원한다.
“ 저 진짜 처음부터 아저씨를 일부러 우롱하거나 기만할 생각은 없었어요. 아저씨
한테서 무슨 금품 같은걸 갈취하거나 재산을 노린다거나 그럴 생각도 없었구요.
아저씨를 진심으로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다만 모든 진실을 말씀드릴 기회가 없
었던것뿐이라구요. 저 진짜 억울해요. 흑흑흑~~~!!! ”
나이 40대 중반에 20대 초반(* 그러고보면 선신은 나이까지도 20대 중반이 아닌데도 속였던 것 아닌가)의 젊은 여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 그렇게 쉬운일은 분명 아니다. 분명 기철은 그것도 사춘기 중학생 아들이 있는 40대 중년의 아저씨의 몸으로 24살이나 어린 새파란 어린 여자와 사랑을 하게되어 재혼까지 하는 요즘 세상에 결코 쉽지 않은 인연을 만난것만은 분명한데, 헌데 그녀의 전력이나 이력은 물론 나이며 가족사항까지 전부 거짓이었다는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도무지 참을수가 없는 것이다. (* 입장바꿔 여자 입장에서 남편이 자신의 신상에 대해 이 모든 것을 전부 아내를 속인 상황이라도 결코 이것을 용납하기는 쉽지 않을 것 아닌가.) 비록 선신이 요즘에 그 말많고 탈많은 SNS형 꽃뱀들처럼 고의적으로 자신의 학력,전력,환경등을 속이고 남자에게 접근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바로 그런 꽃뱀들의 사기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한 셈인 선신의 모습. 기철은 그래서 여전히 선신에 대한 불신을 쉽게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혼자서 다시 한참을 뭔가 고민하는듯하던 기철. 선신을 갑자기 방으로 끌고온다. 아직은 환한 대낮이다.
“ 여보, 왜 그러세요 갑자기 ? ”
아직 밝은 대낮에 갑자기 선신을 침대로 밀어버리는 기철. 간편한 실내복 차림의 선신은 놀랍기도 하고 혹시 하는 두려움에 어쩔줄 모른다. 기철이 그런 선신을 말없이 바라보는 듯 하다 이렇게 말한다.
“ 하자... ”
“ 네 ??? ”
순간 기철의 말뜻을 정말 못알아들었는지 어리둥절해서 기철을 바라보는 선신의 모습. 그런 선신을 보며 기철의 말은 이어진다.
“ 너 이전에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성관계에 대해서 아는바가 전혀 없다고...여하튼
그럼 남자와의 관계는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던 것 맞지 ? ”
소위 ‘숫처녀’가 맞는것인지를 묻고있는 셈인 기철의 모습. 그야말로 70-80년대나 볼 수 있는 구닥다리같은 사고방식이긴 하지만 기철 입장에선 선신의 과거가 더더욱 의심스러워져 이렇게라도 나오지 않을수가 없다. 여하튼 4년제 명문대를 나오고 간호사로 일했다는 전력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은 그렇다치고 그렇다면 세실리아란 수녀가 말한대로 실제로는 고등학교 2학년때 가출을 해 4년동안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며 살았다는 그녀가 아닌가. 일단 그녀의 해명은 편의점 직원이라던가 마트직원등 21세기 대한민국의 평범한 나이어린 고졸여성이 흔히 할법한 그런 단순한 일용직 알바에 쭉 몸담아왔다는 소리지만 세실리아 수녀는 몰라도 기철은 그런식의 선신의 해명조차 제대로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닌말로 정말 유흥업소라도 출입했거나 소위 몸파는 창녀출신이었을지 어찌 아닌가. 그 의심이 안 들수가 없어 기철이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 솔직히 니가 만약 나하고 사이에 아이를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어쨌든 중학생
아들이 있는 내 입장에선 오히려 고맙고 감사한일일수 있어. 허나 아이를 갖는 문
제와 그저 성관계만 갖는 것은 분명 별개의 문제야. 물론 그런 단순히 본능적인 욕
구를 채우고자 재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세상천지에 성관계도 갖지 않는 그런
부부가 어디있나 ? 정말 남자든 여자든 어느 한쪽이 문제가 있는 그런 경우가 아니
라면 말이야. ”
“ 여...여보... ”
선신이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그런 방면에 쑥맥이라도 어쨌든 지금 남편이 되어있는 기철의 이런 말뜻을 전혀 못 알아들을 정도로 눈치가 없거나 어수룩한 여자는 아니다. 허나 그래서 더더욱 겁나고 두려워서 그런 눈빛으로 기철을 바라보고 있는 선신. 일단 기철은 자신이 너무 무섭게 어린 아내에게 나온 것은 아닌가 싶어 차분한 말로 아내를 달려보려고도 한다.
“ 물론 세상엔...결혼도 안 하고 평생 독신으로 사는 그런 사람도 있어. 그리고...혹
시 정말 살면서 성관계 같은 것을 단 한번도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정말로 존재할
지...일단 내가 아는 범위내에선 그런 사례는 아직까지 확인된게 없어. 여하튼 부부
가 되었거든 관계를 갖는것도 분명 매우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인거거든. ”
“ 여보... ”
“ 다른뜻이 있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저 당신이 나와 온전한 부부관계를 지속할
마음이 있는지 그것만 확인해보고 싶을뿐이야. 그러니 나와의 온전한 관계를 원
한다면...이걸 받아줘. 무슨말인지 알겠지 ? ”
기철의 설득이 거듭 이와같자 결국 선신도 결심을 하고만다. 차분하게 옷을 벗는 선신. 그래도 이런 것은 어디서 주워듣거나 하다못해 인터넷 성인 동영상 같은 것을 통해서라도 본 기억이 있는지 이와같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후 저돌적으로 선신을 안아보는 기철.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시간을 보냈다.
“ 선신아... ”
“ 여보... ”
아내의 이름을 불러본 기철. 허나 선신은 그런 기철을 ‘여보’라고 불렀다. 어쨌든 스물네살이나 많은 남편이고 그래서인지 결혼후 한동안도 기철에 대한 호칭이 여보보다는 ‘아저씨’가 더 익숙한 선신이었는데 이젠 오히려 ‘여보’란 호칭을 더 잘 붙이고 있는 선신의 모습. 그렇게 나이 40대 중반의 이혼남이었던 기철의 새 아내가 되어가고 있는 선신의 모습이기도 한데 그런 선신을 꼭 안아보며 기철이 말한다.
“ 너...정말이었구나... ”
여하튼 지금까지 성관계 경험이 단 한번도 없었던 그래서 기철이 첫 남자가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선신의 육체. 비록 학력이나 이런 전력들에 대해선 전부 거짓말을 했을지언정 그래서 더더욱 혹시 그녀의 과거가 창녀나 유흥업소 출신이 아니었나 그것까지 의심했던 기철이었는데 일단 그것은 아님이 분명히 확인되었는지 기철이 미안한 마음에 선신을 부드럽게 꼭 안아보는 것이다. 선신은 기철의 품안에서 흐느끼고 있다.
“ 미안해 선신아...아저씨가 잘못했어. 이런 널 의심해서... ”
“ 몰라요... ”
다른건 몰라도 자신을 겨우 그런 여자 출신으로 봤다는것에 선신은 진심으로 화가난듯하다. 기철이 거듭 정중하게 그런 선신에게 자신의 잘못과 무례를 사과하며 그녀를 다시금 안아주고 있다. 눈물 흘리고 있는 선신은 그런 기철의 품에 안겨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 다녀올게 !!! ”
“ 안녕히 다녀오세요 여보. ”
불과 얼마전까지의 기철과 선신의 관계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 다음날부터 이 두 사람의 분위기는 다시 다정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있다. 흔히 여자의 마음을 알다가도 모르겠다는데 남자의 마음도 그리 다를게 없는 것 같다. 어쨌거나 학력과 경력은 물론 가정사의 문제나 심지어 나이까지 그야말로 ‘숨쉬는 것 빼고 거짓말’이라는 경우가 바로 이런경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히 기철을 기만했던 그런 선신이 아니던가. 그야말로 요즘 흔히 보는 그런 ‘SNS형 꽃뱀’만은 아니었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봐야할텐데 막상 그런 선신과 관계를 하고 뜻밖에 숫처녀임을 확인하고보니 요즘 세상에 정말 웬만해선 만나기 쉽지 않은 그런 여자를 자신이 얻었다는 희열감과 기쁨이 겹친것일까. 기철은 선신이 그야말로 진흙탕속에서 어떤 보석이나 진주를 캐낸것마냥 세상없는 보물을 자신이 획득한 것 같은 한량없는 기쁨과 자신감에 차있다. 엊그제까진 괴물로 보였던 선신이 다시금 ‘순결한 천사’로 보이는 셈이라고나 할까. 출근준비를 서두르는 기철이 선신을 다정스레 안아본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 선신아... ”
마치 연애시절의 느낌과 분위기로 돌아간 듯 다정스레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기까지 한 기철.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어쨌거나 넌 이제 내 아내야. 무엇보다 나이 40을 넘겨서 얻은 결코 쉽게 올수없
는 인연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내 새롭고 소중한 인연. 그게 바로 너인거야. ”
“ ...... ”
“ 그러니 이제 아무런 생각말고 우리만의 행복 우리만의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기로
하자. 알았지 ? 누가 뭐래도 이젠 넌 내 품안의 보석 내 소중한 존재인거야. 우리
그렇게 한쌍의 다정한 부부로 이 짧은생을 함께 살아가도록 하자. 무슨말인지 알
겠지 ? ”
다른 것은 몰라도 남편 기철이 이제 자신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믿어주는 것 같자 선신도 감격이 된다. 그동안 남편의 오해를 풀기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하지만 쉽지않았던게 그것이었다. 헌데 기철이 이제 선신을 다시금 믿는다는 듯 태도가 변하여 이렇게 돌아왔으니 선신으로서도 그저 한량없는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기철이 차를 운전 출근길을 나서고 선신이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남편을 배웅한뒤 집안으로 들어간다.
“ 근데 선신이... ”
얼마후 하루는 식사자리에서 기철이 아내를 그와같이 불렀다. 아들 경화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선신이 살짝 의아하게 남편을 바라보는 가운데 기철의 말이 이어진다.
“ 당신 기왕에 속이려거든 허무맹랑하게 무슨 간호학과 출신이니 간호사니 그런 거
짓말을 할게 아니라 차라리 어디 진짜 일류 호텔 레스토랑 같은데서 쉐프나 요리사
로 일했었노라 해보지 그랬어. ”
“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좀 황당해서 선신이 묻는 가운데 기철의 말이 이어진다.
“ 다른건 몰라도 당신의 음식솜씨만은 제법이라서 그래서 하는소리야. 아닌말로...진
짜 무슨 간호사 출신이 어쩌구 그러느니...차라리 일류 요리사라고 한다면 그건 진
짜 내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곧이 믿었을 것 같은데말야. ”
“ 당신도 참...무슨 그런 말씀을 다 하세요. ”
선신의 음식솜씨가 그만큼 훌륭하다는 것을 그렇게 칭찬을 한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본의아니게 남편 기철을 속였던 지난일에 대한 무안함과 민망함이 되살아나 선신이 이와같이 나온다. 기철이 일단 그런 아내를 달래고 다시금 말을 이어간다.
“ 헌데 당신 이런께 진짜...혼자 살면서 배운건가 전부 ? ”
“ 그냥 뭐...솔직히 처음엔 혼자 살 때...그렇게 일용직 알바 뛰거나 하면서 퇴근하
고 할땐...솔직히 라면 끓여먹기도 귀찮을정도로 피곤하고 힘들고 그랬어요...하지
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적응이 되고...게다가 혼자 사는 몸으로 맨날 라
면만 끓여먹기도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가끔 쉬는날 같은데 특별한 뭐라도 해
먹어볼까 하고...요리책보고도 익히고 또 인터넷 영상이나 TV에서 하는 음식관련
프로도 보면서...그렇게 익혀갔던건데... ”
“ 허허...그러니 따지고보면 그것도 독학으로 배운 셈이군. 여하튼 다른건 몰라도
당신 음식솜씨만은 놀라워. 이것만은 세상 일품이란말이지. 더할나위없이 말이야
”
남편의 칭찬이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또 살짝 무안해지는 면도 있는지 선신이 공연히 귀밑머리를 쓸어넘긴다. 기철이 살짝 화제를 돌린다.
“ 헌데 경환아. 혹시 니 생각은 어떠냐 ? ”
“ 뭐가요 아버지 ? ”
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물음에 경환이 의아해 묻고 그런 아들을 보며 기철의 말은 이어간다.
“ 사실 그동안 여러 가지 복잡한일이 많았기 때문에...이런걸 진지하게 상의하거나
할 기회를 놓쳤었는데...실은 어쨌든 새엄마도 아직 젊고 또 초혼이니 새엄마도 어
쨌든 아이는 원할 것 아니냐. 그 문제에 대한 니 생각을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 ”
아무리 선신이 지금까지 편견없이 그것도 일곱 살차이밖에 나지않는 중학생 의붓아들 경환에게 잘해주었다지만 막상 또 자기 아이를 낳고나면 어찌 달라질지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기철은 물론 선신도 살짝 긴장되어 경환의 반응을 살피는데 경환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렇게 짧게 한마디 한다.
“ 전 상관없으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경환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아버지 기철은 물론 한 몇 달이라도 그동안 함께 지내왔던 선신도 인지하지 못할 수가 없었다. 식사를 조용히 마치고 2층 자기방으로 올라가는 경환. 선신이 걱정되는지 그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가본다.
“ 경환아... ”
걱정되어서 방안에 있는 경환을 바라보았는데 경환은 일단 대충 침대에 벌러덩 누워만 있을뿐 별다른 말이 없다. 허나 그런 모습 자체가 마치 심란한 경환의 심리를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일까. 선신이 다시금 걱정되는 말투로 경환을 부른다.
“ 경환아...새엄마랑 잠깐 이야기좀 할까. ”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 마냥 누워있기도 그래서 일단 일어나 앉는 경환. 선신이 다가오며 살며시 그의 손을 잡아보며 말을 이어간다.
“ 마음 상했니 경환아 ? ”
“ 아...아뇨 뭐... ”
대답은 그렇게 하지만 웬지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아서일까. 경환의 손을 마주잡은 선신이 거듭 걱정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경환아...걱정하지 않아도 돼. 다른건 몰라도 새엄마가 경환이를 정말 친아들처럼
감싸주고 싶은 그 마음만은 변한게 없어. ”
자신도 고아로 자라났기 때문에 나중에 커서 자신처럼 부모없이 엄마사랑 못 받고 자라는 누군가를 사랑으로 감싸안아 주고 싶다는 그런 기도를 어릴때부터 해왔다는 그녀이기도 하다. 헌데 바로 그런 철없는 어린시절 기도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기라도 한걸까. 여하튼 나이 20대 초반에 만나게 된 일곱 살 차이나는 의붓아들 경환. 선신이 물기어린 눈빛으로 경환을 보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 경환아...다른건 몰라도... ”
“ ...... ”
“ 새엄마의 경환이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그 마음만은 니가 믿어주었
으면 좋겠다. ”
그리고는 살짝 경환의 볼에 입을 맞춰주는 선신.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것이라 봐야하는것일까. 경환이 별다른 대꾸나 반응없이 허공을 바라보는 가운데 선신이 애틋한 감정을 담아 그런 경환을 바라보고 있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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