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기철은 스무살 어린 아내 선신과 함께 침실에 나란히 누워있다. 여하튼 선신은 자신의 입으로 케이블회사 사장인 아버지(* 헌데 대한민국의 케이블방송 사장도 지역송출사업 기준으로 봐도 방송사업자 기준으로 봐도 어느덧 백군데가 넘는다고 봐야할 것이다.)의 사생아로 중학교때까진 친엄마와 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뒤 아버지와 큰어머니댁으로 들어가 살다, 대학들어갈 때 까지만 먹여살려 달라고 그들에게 애원한뒤 이후 대학을 진학한뒤엔 따로 나와 살았다고 했던가. 허나 그런 과거나 가정사는 어찌되었건간에 대학 4년을 마치고 간호조무사로도 3년 그렇게 7년을 일하면서 남자 경험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비록 성관계까지 가는 관계는 아닐지라도 하다못해 선신을 좋다고 짝사랑하며 쫒아다니거나 구애하는 남자정도까지도 아주 없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어느덧 기철과 결혼한지도 한달여가 지난 선신이건만 잠자리에선 여전히 쑥맥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왜 ? ”
반면 그런 선신과 달리 아들 경환이 초등학교 2학년때 이혼하고 이후 6년세월을 혼자 살아온 기철. 여자에 충분히 굶주릴만한 그럴 남자가 아닌가. 그래서 기철은 사실 첫날밤부터 굶주린 황소처럼 선신에게 달려들었다. 허나 선신은 순간 기겁하며 기철을 떠밀었다.
“ 왜... ? 무슨 문제라도 있는건가 ? ”
“ 무...무서워요 아저씨. ”
남자경험이 없는 문제까진 둘째 치더라도, 사실 진짜 쑥맥같은 여자들중엔 남자와 여자간 피부만 접촉해도(또는 손만 잡아도 ???) 임신이 되눈줄만 아는 여자가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단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서 아이가 생긴다는것만 가르치고 그것이 결합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 결정적인 것은 가르치지 못하는 대한민국 성교육의 문제라고나 해야할까. - 하긴 헌데 그 구체적인 과정(?)을 학교에서 가르친다는것도 분명 난감한 일이긴 하다. 결국 남자든 여자든 그 실체적 진실을 깨닫는 것은 대개 은밀한 과정(* 야동을 보았든 음란사진을 보았든 어찌되었든간에)을 거쳐서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 기철도 중학교때 처음 성교육을 받고 나서는 정자와 난자의 결합까진 그렇다치더라도 그럼 그 둘을 어찌 결합시키는지의 문제는 한동안 의문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철도 고등학교 들어갔을때쯤 우연히 학교 써클 아는 선배형들과 몰래 본 포르노 영상물을 통해서가 될 수밖에 없었는데, 솔직히 그 처음 보았을때의 모습은 다분히 충격적이기까지 했고 심지어 혐오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그 혐오스런(!) 영상물이 한동안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았던 기철은 심지어 ‘난 나중에 저런거 절대 하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했다. 허나 기철도 어쨌거나 남자고 차츰 자라면서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자연스레 극복이 되었다고 봐야할것인데, 하물며 남자인 자신도 그런데 여자인 경우엔 어떠랴 그 생각을 해보기까지 했다. 하긴 요즘은 기철정도의 나이(40대 중반정도) 세대가 사춘기 시절일때와 달리 인터넷이라던가 이런곳에서 은밀한 영상이나 그런 것을 접해볼 경험이나 기회는 훨씬 더 많으면 많았지 없지는 않을 것이다. - 허나 여하튼 고등학교때는 큰어머니와 이복오빠들 눈치를 보며 그런 가정환경에서 힘들게 살았을 선신이 인터넷에서 일부러 그런 영상을 찾아볼수 있는 분위기는 더더욱 아니었을 것 아닌가. 따라서 나이 어느덧 20대 중반이라는 김선신이지만 의외로 그런쪽으론 쑥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때까지 못해본 기철의 불찰이라면 불찰이랄까. 그래서 더더욱 조심스럽게 선신에게 물었다.
“ 혹시... ”
“ ??? ”
“ 괜찮으니까 나한테 솔직하게 말해도 좋아. 어차피 우린 이제 부부 아닌가. ”
“ 뭘요 아저씨 ? ”
선신은 진심 아직 기철의 질문 의도는 이해를 못하는지 의아해하며 물었고 기철은 아무래도 김선신 이 아이가 정말 아직까지 남자경험이 없나보구나 하는 그 확신이 들어 일단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한번 안아주었다. 그리고 차분하게 그녀를 달래보며 말을 건넨다.
“ 정말...전혀 모르는가보군. ”
“ ??? ”
“ 괜찮아 선신이...그걸 모른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것은 아니니까. - 오히려 그런걸
밝히는것들이 더 이상한 XX들이지. 남자가 되었든 여자가 되었든... ”
사실 막상 이런식의 화제를 꺼내니 기철도 참 말을 어찌 이어갈지 난감해진다. 정식 부부가 되었든 아니면 연인이나 부적절한 관계가 되었든 이런건 생각보다 대화를 이어가기 참 난감한 주제가 되어버린다. 여하튼 기철은 지금은 선신을 안심시키고 안정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는지 일단 그녀를 품에 한번 다시금 다정하고 부드럽게 안아준다. 그리고 토닥토닥 그녀의 등과 어깨를 두드려준다. 한편 선신은 정말 이런 기철의 의도가 파악이 안되는지 진짜 어리둥절하고 의아해하는 모습이다.
“ 선신아... ”
“ ...... ”
“ 어쨌든 아저씨는...이혼의 상처가 한번 있는 몸으로 나이 40대 중반에 어렵사리 얻
은 새로운 인연이 너야. ”
헌데 뭐 이런식의 이야긴 지금까지 사귀면서 수도없이 했을법한 이야기다. 선신 입장에선 좀 새삼스럽고 지겨워질수도 있는 레퍼터리. 허나 기철은 지금 이 순간 선신을 정말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안아주고 싶었다. 노골적으로 말해 요즘 세상에 ‘숫처녀’와 잠자리를 한다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따라서 기철은 진짜 저 하늘 어딘가에 신이 존재한다면 감사기도라도 드리고 싶은 그런 심정마저 들었다. 묘하게 가슴이 두근거려오기까지 하는 기철. 감격에 어떤 눈물까지 고이고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어리고 순진해보이기만 하는 선신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고 기특하기만 한지 진짜 한번 꽉 깨물어주고픈 충동까지 느끼며 선신을 품에 안아본 기철. 세상없는 행복 가득한 남자의 표정으로 그러고 있다. 그야말로 은밀한 보물 하나를 횡재한 그런 기분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최기철이라는 남자, 지금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그렇다고 막 살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딱히 그렇게 착한일이나 사회나 세상에 도움되고 보탤만한 일을 그리 많이 한것같지도 않은데, 나같은게 뭐라고 이런 복을 다 내려주시나 하는 그런 기분까지 들고있는 기철. 한없이 선신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기철은 그녀를 품에 안은채 그저 좋아서 어쩔줄 모르고 있다.
“ 선신아... ”
웅크려앉은 자세로 물끄러미 기철을 바라보고 있는 선신. 그러고보면 애초 성관계를 시도하려 헀던 것을 기겁한 선신이 밀쳐내고나서는 관계는 갖지 않고 이런 엉뚱한짓(!)만 벌이는 상황이다. 여하튼 기철은 그저 이런 선신을 아끼고 지켜주고픈 그런 마음에 이렇게 말한다.
“ 솔직히 아저씬...어쨌든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도 있고...그래서 아이문제는 뭐랄까
...고민을 안 할래야 안 할수 없는 그런 사람이야. ”
“ ...... ”
“ 사실 아저씨도 지금까지 6년 세월을 여자없이 혼자 살아와 많이 힘들긴 했지만...
선신이가 아직 어렵고 힘들면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강요하고픈 생각은 없어.
다만... ”
그러면서 마치 진짜 어린아이를 타이르는 어른이나 선생님같은 말투로 기철이 말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 그저 우리 선신이도 이제 차츰...조금씩 익숙해지는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저씨가 바라는건 그것뿐이야. 처음엔 많이 당황스럽고 아프겠지만...지내다보면...
차츰 익숙해질거야. ”
선신은 기철의 말뜻을 정말 여전히 이헤 못하는것인지 그저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만보고 있고 선신의 손을 잡은채 기철의 말은 조금 더 이어지고 있다.
“ 아저씨가 조금은 더 기다려줄게. 하지만 선신이가 조금은 차츰...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그런 시간이 와 주었으면 좋겠다. 여하튼...지금은 아저씨가 조금만 기다려줄
께. ”
얼마후, 최기철의 집을 부부동반으로 찾은 손님이 있었다. 바로 최기철의 대학동창이기도 하면서 사업상으로도 자주 만나는 동료인 차민호란 친구다. 다만 부부동반으로 이렇게 친구의 집을 방문하는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라서인지 피차 감회가 서리는 분위기다.
“ 아이고 차사장, 이게 얼마만이오. 정말 오랜만이외다 허허허... ”
“ 나도 그렇소 최사장. 정말 오랜만이오. ”
피차간에 만난지가 오래되었다기보단 부부동반으로 이런 자리를 갖는게 너무 오랜만이라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여하튼 지난 6년간은 이혼남의 신분이었던 기철이 아닌가. 그런 기철이기에 사실 그동안 부부동반 모임이라던가 이런데는 찾아가기가 어색해 불참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하튼 기철도 이제 재혼으로 젊은 새아내를 맞았으니만큼 떳떳하고 당당하게 그런자리에 나갈수 있는 신분이 된 것이다. 자신의 젊은 아내를 민호내외에게 인사시키는 기철. 여하튼 기철의 재혼때 그런대로 가까운 친구,동료들은 초대를 했기에 사실 민호는 그때 결혼식때 참석도 했고 기철의 새 신부 선신과도 인사를 나눈적이 있다. 여하튼 친구가 스무살이나 어린 젊은 여자와 재혼을 한다니 차민호 입장에선 약간의 부러움과 시샘도 생길 수밖에 없을터.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그런 이런저런 감회를 섞어가며 회포를 풀고 있다.
“ 솔직히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사업을 하다보면...부부동반으로 가봐야 하는 모임
이나 행사자리 같은데도 종종 있고 하다보니...사실 남자 입장에선 이혼하고 혼자
사는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더라구. 특히 어느정도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가진
사람일수록...그런 자리에 혼자 나간다는게 보통 민망하고 쑥스러운 일이 어니거든.
”
“ 내가 봐도 남자는 내조의 역할이 중요한 직업이 생각보다 많더라고. 정치인도 그
렇고 기업가도 다 그렇잖아. 또 군인이라던가 교수 등등...생각보다 부인의 내조가
정말 중요한 직업들이 생각보다 많아. ”
여자들 입장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여길진 모르겠지만 여하튼 두 사람은 남자 입장에서 특히 이혼남인 기철이 지난 6년간 힘들게 살아온 시간을 상기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사회적으로 일정한 지위나 신분을 갖춘 남자라면 부인의 내조가 중요하거나 또는 친목모임이나 행사같은때 부부동반으로 나가줘야 하는 경우가 많은등. 차라리 가난하고 없이사는 몸이라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모를까. 적어도 아내의 내조나 일정한 대외활동이 필요한 그런 직업군에 속하다보면 아내의 역할이 생각보다 중요해 이혼하고 혼자사는게 그리 쉽지많은 않다는, 기철은 자기 스스로가 이혼남이었기 때문에 민호는 그런 친구의 고충을 지난 6년간 곁에서 봐왔던터라 그렇게 그간의 고충을 토로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다. 여하튼 민호 입장에서도 그런 기철이 뒤늦게 새로운 인연을 만났다니 축하해주지 않을수 없을터. 무엇보다 스무살 어린 젊은 새아내를 맞이했다는 점에 민호 입장에선 부럽다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어 자연스레 기철의 새 아내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 저야 저번에 결혼식때도 뵈었습니다만 지금 이렇게 평범한 옷차람인데도 불구하
고 참 미인이시네요. 기철이 이 친구가 정말 늦은 나이에 큰 복을 만난것만 같아
요...보면 볼수록 부럽습니다 그려. ”
공연히 자신을 한번 흘깃 흘겨보는 중년의 아내 시선을 살짝 피하며 거듭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놓고 있는 민호. 선신은 선신대로 좀 어렵다면 어려운 자리라고 할수도 있고 또 어쨌든 자신의 외모에 대한 칭찬도 듣고 하니 기분이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쑥스러워서 그저 얼굴만 빨개질뿐이다. 자칫 어색해질수도 있는 분위기라서일까. 기철이 화제를 살짝 돌려보려 한다.
“ 아, 참 그러고보니 어부인(*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말)께서도 아마 A여대 출신
이라고 하지 않으셨던가요 ? 그렇게 들었던 것 같은데... ”
친구나 동료의 배우자의 직업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아는 경우도 있고 그냥 대충 아는 경우도 있고 그건 개인차가 크다. 어쨌거나 대학시절부터 20년 절친인 친구 차민호의 아내가 A여대 출신이란 것을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인지 그와같이 묻고 그러자 중년의 민호 아내가 차분하게 정확한 대답을 해준다.
“ A여대 간호학과에서 10년을 교수로 있었죠. 모교도 A여대가 맞고요.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있긴 합니다만... ”
“ 아, 그러고보니 간호학과 교수님이셨구나. 실은 저희 집사람도 A여대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로 3년간 재직했거든요. 그러고보니 두분이 아시는 사이일수도 있겠네
요. ”
순간 선신이 당황해서 하마터면 수저를 떨어트릴뻔한 것을 기철도 민호도 눈치는 못채고 있다. 다만 어쨌든 선신이 A여대 간호학과를 나와 간호사(혹은 간호조무사 ?)로 3년을 일했다는 이야긴 기철이 익히 들어 알고있는터. 그런쪽으로 화제를 돌려본것인데 뜻밖에 바로 민호의 아내가 그냥 A여대 출신도 아니고 바로 A여대 간호학과 교수로 10년간 재직했던 사람이라는 것 아닌가. 그러니 자연스레 두 사람이 아는사이일수도 있겠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진것인데, 당황해하는 선신과는 달리 민호의 아내는 남편 친구의 아내가 자신의 제자일수도 있다니 이런 우연도 있을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괜시리 순간 기분이 묘해지기까지 한다. 여하튼 젊은 아내와 재혼했다는 최기철이란 이에 대해 좀 더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쨌든 최기철 사장의 젊은 아내가 자신과 같은 A여대 간호학과 출신이라니 자연스레 그녀도 궁금하기도 해서 이렇게 묻는다.
“ 몇학번인가요 그럼 ? 제가 어쨌든 A여대에서 다른곳으로 강의하는 학교를 옮긴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아서...제가 알수도 있는 사람인 것 같긴 한데... ”
다만 그녀의 기억에는 없는것일까. 하긴 간호학과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10년동안 학생을 가르쳤다면 그간 거쳐간 학생이 이미 수백명선은 될 것이다. 그리고 간호학과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한 학과당 정원이 어쨌든 30-50명 정도 규모는 될것이니, 그 많은 학생을 선생님이 일일이 다 기억하긴 무리일터. 그래서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듯 차분하게 선신에게 물은것인데, 선신은 당황한 빛을 감추려 애쓰면서도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다. 그러자 결국 기철이 이렇게 끼어든다.
“ 간호사...아니 참...간호조무사라고 헀던가. 여하튼 간호사 일을 3년정도 했으니까
대학 들어갔을때는 벌써 한 7년전일이 되는거지. 그럼 OO 학번이 되는건가 ? 아님
OO 학번 ? ”
기철은 혹시 아내가 어쨌거나 남편 친구 내외와 함께 하는 자리라 많이 긴장해서 이러는것정도로 생각하고 이런식으로 아내를 거들어주려는것인데 그래서 더더욱 선신은 진땀을 흘리고 있다. 한편 민호의 아내도 그녀대로 학창시절 사제간이 남편 친구의 배우자로 만날수도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에 여러 가지로 묘한 생각이 들어 거듭 자신의 기억을 되살려보려는 듯 선신에게 다시 질문을 건네본다. 선신으로선 거듭 코너에 몰릴 수밖에 없다.
“ 이름이...아니...어쨌든 성함이라고 해야하는건가. 어쨌든 어떻게 되나요 ? 제가
기억이 좀 정확치가 않아서. ”
“ 기...김선...김선향이라고 합니다. ”
실수인지 일부러 그런것인지 자신의 이름 마지막 글자를 틀리게 말해버린 선신. 기철이 의아한 듯 묻는다.
“ 아니, 이 사람이 왜 그래 갑자기 ? 당신 이름이 김선신 아니었어 ? ”
기철은 그저 긴장한 어린 아내의 애교있는 실수 정도로 여기는지 그렇게 정정을 해주고 그래서 선신은 더더욱 난감해한다. 민호도 민호의 아내대로 기억을 되살려보려 애쓰는데 일단 기억이 정확친 않은 것 같다.
“ 가만...제가 그래도 기억력이 그리 나쁜편은 아니거든요. 가만...OO 학번중에 아마
김선경이 있었고 OO 학번에 김선영과 김선정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다른 학
번엔 이선정도 있었고... ”
그런식으로 김선향이 되었든 김선신이 되었든 그런 이름의 학생이 자신이 A여대에서 강의하던 시절에 있었나 거듭 기억을 돌이켜보려는 민호의 아내. 한편 선신은 가급적 티나지않게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빠져나온다. 마치 화장실에라도 가려는 듯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니온 선신. 허나 욕실로 들어간 그녀는 현기증이라도 일으키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그곳에서 한참을 흐느끼고 있다.
한밤중.
선신은 우두커니 침대에 앉아있다. 기철은 의아해하면서도 살짝 짜증이 나 있다. 사실 조금전 민호내외와의 식사자리에서 선신이 그렇게 큰 실수를 했다고 볼수는 없다. 여하튼 화장실에라도 가려는 듯 자리를 비운 선신. 한동안 식사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선신은 그때 혼자 한동안 화장실에서 흐느끼다 살짝 나와서는 마치 자리라도 피하듯 2층으로 올라가 버렸는데,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민호 내외가 식사를 대충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긴 했다. 허나 어쨌든 기철의 젊은 아내가 뭔가 불편해하는 기색을 보였고 민호 내외 입장에선 그저 젊은 부인이 어디가 좀 불편한가보다 하고 그렇게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고 돌아간 것이다. 허나 어쨌거나 실로 6년만에 기철이 자신의 절친한 친구 내외를 집으로 초대 식사자리를 준비한것인데 그게 이런식으로 마무리가 되었으니 기철 입장에서도 속이 안 상할 수가 없다. 기철이 선신에게 말을 건넨다.
“ 왜 그래 ? ”
아까 선신의 다소 이상한 행동을 책망이라도 하듯 그렇게 묻고있는 기철. 허나 선신은 마치 세상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지기라도 한듯한 표정과 분위기로 말이 없다. 어쨌거나 다소 이상하고 어색한 분위기에서 마무리가 되어버린 식사초대자리. 기철이 한숨을 내쉰다.
“ 그렇게 갑자기 자리를 비우고 돌아오지도 않고...뭐 어디 불편하기라도 한거야 ?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하던가... ”
헌데 그때까지 한참을 말없이 있던 선신이 아무래도 적당히 그냥 피해갈수는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인지 그녀의 입이 무겁게 열린다.
“ 미안해요... ”
“ 뭐 ? 뭐가 미안하다는건데 ? ”
조금전 식사자리에서의 결례를 그와같이 사과하는것인지. 여하튼 기철은 여전히 의아해할 수밖에 없는데 선신이 돌연 다시금 흐느끼는 듯 하더니 기철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죄송해요 아저씨. 실은 거짓말이었어요. A여대 간호학과를 나왔다는거 그거 거짓
말이에요. ”
“ 뭐 ? ”
순간 기철은 자신이 뭘 잘못 들었나 싶어 멍한 표정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A여대 간호학과를 나와 3년을 간호조무사(또는 간호사 ?)로 일했다는 것은 김선 신 그녀 입으로 직접 말한 이야기다. 아마 SNS의 프로필에도 그런식으로 적어놓았을것이고 기철을 처음 직접 만난 자리에서도 선신은 자신을 그렇게 소개헀었다. 그래서 적어도 그 부분을 기철은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대체 이게 이제와서 무슨 소리인가.
“ 죄송해요 아저씨. 아저씨를 속일 의도는 아니었어요. 다만...SNS를 시작할 때 학
력을...좀 좋은 학교를 나온것처럼 적어야 사람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을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런식으로 프로필을 적어놓은건데... ”
“ 아니, 뭐라구 ? ”
“ 죄송해요 아저씨.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아저씨를 속일 생각은 아니었는데...아저
씨를 처음 만났을때도...어쨌든 SNS에 적어놓았던 거짓 프로필...그걸 사실대로 자
백을 해야하나 어찌해야하나...한동안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나...뒤늦게 그걸 사실대
로 밝히기도 뭣해서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게...그만 이런 거짓말로 아저씨를 속였어
요. 죄송해요. 정말...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아저씨를 속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단 말
이에요. ”
A여대를 나와서 간호사로 일했든 간호조무사로 일했든 어쨌거나 기철과 결혼할 무렵에 일은 그만두었다고 했으니 그 부분이 들킬 염려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런식으로 적당히 자신의 전력을 얼버무리고 넘어간일이 앞으로도 크게 문제가 되거나 들통날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던것일까. 하긴 대한민국에 한 대학에 학생이나 교수가 한두명도 아니고 교수만 수백명이고 학생도 수천명. 따라서 실제로는 그냥 A여대 출신으로만 속였어도 아니 아예 구체적으로(!) A여대 간호학과 출신이라고 거짓말을 했어도 그게 살면서 거짓임이 들통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어쨌든 A여대 출신도 A여대 간호학과 출신도 한둘이 아닐터이니 누가 작심하고 어떤 특정인 신상털이라도 하기위해 덤비지 않는 이상 어느 특정대학의 특정학과 출신 아무개라는 신분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 확인해보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아닌가. 그저 적당히 A여대 출신이니 A여대 간호학과 출신이니 그런식으로 자신의 학력을 얼버무리면 그게 남편인 기철에게조차 들통나거나 할 일은 없었을거라 생각한것일까. 사실 기철의 대학때부터 절친인 차민호의 아내가 그냥 A여대 출신이라고만 했어도 선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위험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을 것이다. 헌데 하필이면 그 하고많은 A여대 학과중에서도 바로 그 간호학과 출신에 교수로까지 10년을 재직한 사람이 차민호의 40대 중반의 중년 아내 신분이라는 것 아닌가. 사실 차민호란 사람이 기철의 절친이 아닌 그냥 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내는 동료나 지인 정도만 되었어도 그녀의 아내가 실제 A여대 간호학과 교수출신이라고 해도 선신의 거짓말이 들통날 위험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여하튼 무슨 스토커도 아닌 이상 동료나 지인의 배우자 신상을 그렇게까지 굳이 집요하게 캐묻거나 할 사람도 세상에 그리 많지는 않을것이고 그러니 민호가 만약 기철의 절친만 아니었어도 적당히 얼버무리며 넘어갈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차민호란 사람의 경우 최기철의 그저 단순히 아는 지인이나 동료도 아닌 대학때부터 지금까지 쭉 왕래가 있었던 절친이고 대충 분위기를 봐도 앞으로도 친교가 계속 이어질듯한 그런 사람 아닌가. 그러니 선신으로선 그야말로 어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것일까. 아까 그 식사자리에서 민호의 아내가 ‘김선...뭐’ 라는 자신의 간호학과 교수시절 재직했던 비슷한 이름의 학생들을 기억나는대로 하나하나 되뇌이기 시작하자 그야말로 달아나듯 자리를 피해버린뒤 돌아오지 않았던 김선신. 그러더니 이런 자백을 해버리는 것이다.
“ 그냥...SNS 시작하면서 사람들한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학력과 신분을 그와같이
속인게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될줄은 몰랐어요. 죄송해요 아저씨. 처음부터 의도적
으로 그런건 아니었는데...어쨌든 A여대 간호학과를 나왔다는거...그냥 SNS에서
사람들한테 무시 안당하려고 속인 거짓말이었을뿐이에요. 그게 일을 이렇게까지 크
게 벌어지게 만들줄 몰랐어요. 죄송해요 아저씨. 정말 죄송해요. 용서해주세요. 흑
흑흑~~~!!! ”
정말 잘못했다는 듯 눈물까지 흘리며 싹싹비는 선신의 모습을 보며 기철은 그저 할말을 잃고 만다. 기철이 선신과 결혼한지는 그러고보면 이제 겨우 한두달 정도가 지났는데 그전에 SNS에서 김선신이란 여자를 알게되고 그런 관계로까지 발전해 결혼에 이르기까지 소요된 시간이 대충 1년여정도. 그러니 어쨌든 최기철이 김선신이란 여자를 알게된지 대충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난것인데, 그 시간동안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던 A여대 간호학과 출신으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로 3년을 일했다는 그녀의 신분이자 전력. 헌데 그게 거짓말이었다니 그저 기가막힐뿐이다.
다만 기철 입장에서 선신의 처지를 생각해보니 그녀의 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선신은 케이블 회사 사장의 사생아로 태어나 중학교때까지 친엄마와 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신뒤 아버지외 큰어머니 그리고 이복오빠가 셋 있는 본가로 들어가 살게되었다지 않는가. 그리고는 대학만 들어가게 해주면 그 이후로는 자신이 독립해 알아서 살아가겠다고 했다고 했다. - 헌데 그중 일단 A여대 출신이란것은 거짓말임이 들통났다 – 실제로 선신이 A여대를 졸업했건 아니건 또는 대학을 나왔건 안나왔건 그렇게 독립해서 따로나와 혼자 살면서, 사실상 의지할 가족도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인 혼자인 처지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겠는가. 그런 처지에서 어쩌면 자신의 심적 위안이나 의지처라도 삼고자 시작했을 SNS. 거기서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잘난체좀 해보고 싶어 학력과 신분을 속인 것. 이해해보자니 이해 못할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런 과정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그런 자신한테는 사실대로 고백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허나 사랑하는 사람한테조차도 혼자 내심 고민의 시간만 깊어지고 번민을 하다 그만 사실대로 자백할 시간을 놓쳤을수도 있는 것. 역시 이해하자면 그리 이해못할일도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그것도 하필이면 공교롭게도 기철의 20년 절친의 부인이 다름아닌 바로 그 문제의 A여대 간호학과 교수출신일줄 누가 예상이나 할수 있었으랴. (* 솔직히 현실에서 그런 우연이 일어날 가능성은 그리 높지가 않다.) 헌데 그저 기철이 사업을 하면서 만난 그저그런 하고많은 지인이나 동료중 한 사람의 부인이 우연치고는 공교롭게도 A여대 간호학과 교수출신인것도 아니고 하필 그것도 20년 절친의 부인이 바로 그런 신분이라니. 그저 사업하면서 좀 알고지내는 지인이나 동료의 부인 정도만 되었어도 그 정도의 ‘거짓신분’을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넘어가는게 그렇게 어려운일은 아닐 것이다. 헌데 그 정도도 아닌 20년 절친의 부인이 A여대 교수 출신이다. 따라서 선신 입장에서도 기철 입장에서도 그런 절친 민호나 민호 부인을 속일수야 없는 노릇. 결국 기철은 기철 나름대로 젊은 아내를 나무라듯 한마다 안할 수가 없다.
“ 그런걸 진작에 나한테라도 말을 해주던가 했어야지. 아무리 결혼하고 그동안 바빠
서 정신이 없었어도 그렇지...최소한 나한테 귀띰정도는 해줬어야 하는거아냐 !!!
그래야 오늘같은 일이 없지. ”
“ 죄송해요 아저씨...정말 고의적으로 아저씨를 속이려는 것은 아니었는데... ”
적어도 고의는 없었다는 선신의 눈물과 자백이 거짓은 아닌 것 같아서 기철도 일단 이 정도에서 선신을 용서하기로 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알았어. 내 나중에 이 문제는 민호를 만나든 민호 부인을 만나든가 해서 적당히
해명을 해보던가 할게. 그대신 당신은 당분간 괜히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가만히
있어야 해.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네, 알았어요 여보. ”
기철을 자신도 모르게 ‘여보’라고까지 부르며 선신은 정말 이 순간 자신이 의지할수 있는 남자는 스무살 많은 남편 최기철밖에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고 있다. 기철은 일단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듯 선신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혼자 한숨을 내쉰다.
얼마후, 기철이 지방에 일이 있어 한 며칠 출장을 갔다 오기로 되어있고 그런 가운데 선신이 밤에 혼자 심심해서 1층 거실에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그걸 2층에 있던 영환이 내려오다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 의아한 듯 다가오는 경환.
“ 새엄마... ”
적어도 ‘새엄마’란 호칭만큼은 능숙하고 익숙하게 잘 나오는 경환. 부모님의 이혼후 6년을 고모집에서 살았지만 어쨌든 부모와 떨어져 살아야하는 처지라서 부모에 대한 정이 남달리 그리웠던것일까. 경환은 오히려 선신과는 그 사이 많이 친숙해져있는 상태다. 선신도 적어도 경환에겐 별다른 편견이나 거리끼는 일 없이 잘 대해주는 편이었고. 그래서인지 그런대로 친해져있는 두 사람. 그래서 선신은 부르는 경환을 보며 씨익 웃으며 앉으라는 듯 손짓한다.
“ 술...드시고 계신거에요 ? ”
“ 응, 그냥 혼자 심심해서... ”
그런식으로 답하고 있는 선신. 그러다 장난스레 경환에게 잔을 내밀며 말한다.
“ 경환이도 한잔 할래 ? ”
장난스럽게 그와같이 말하는 선신. 순간 당황한 경환은 손을 내젓는다. 아무리 그래도 중학교 2학년은 술을 입에 대긴 아직 너무 어린 나이다. 그래서 거듭 선비질하는 범생이처럼 손을 내젓는 경환의 모습. 선신이 그런 경환의 모습이 귀엽고 순진해보여서인지 재미있다는 듯 깔깔댄다. 그러나 이내 곧 정색을 하고 경환을 불러보는 선신.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것일까.
“ 경환아... ”
“ 네, 말씀하세요 새엄마. ”
경환을 불러보고는 손을 한번 잡아본 선신. 그러면서 슬몃 깍지까지 껴본다. 그러면서 바라보는 선신의 눈에 언뜻 서리는 비애의 눈빛. 뭔가 미묘하다. 선신의 말이 이어진다.
“ 경환아...새엄만...다른건몰라두... ”
무슨 정말 작심하고 하고픈말이라도 있는것인지, 목이 마른것인지 되려 술 한모금을 더 들이키는 선신. 덕분에 술내가 화악 풍긴다. 그런 상태에서 선신은 말을 이어간다.
“ 경환이에겐 진심으로 좋은 엄마가 되어주고 싶었어. ”
“ ...... ”
“ 어쨌든 새엄마는...경환이 아빠가 이혼남이고 아들까지 뻔히 있다는걸 알면서두 선
택한 결혼이구... ”
한숨을 내쉬며 탄식하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선신. 술기운때운인지 숨이 가쁜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좀 숨을 돌린뒤 선신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다른건 몰라도 새엄마도...어쨌든 지금까지 많이 힘들게 살아왔었거든. 그래서...그
래서... ”
대체 무엇 때문에 힘들었다는것인지.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알수 없어도 여하튼 이렇게 말하고 있는 선신.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새엄마처럼 고아로 자라...여기저기 정처없이 떠도는...그런 오갈데없는 떠돌이처럼
사는...그런 사춘기를 보내는건 그런건 싫어...그래서... ”
“ ??? ”
“ 그래서 경환이 같은 아이를 보면...정말 엄마처럼 잘해주고 싶었던거야. 그러니 내
진심만은 믿어주렴. ”
그러면서 슬쩍 경환을 안아보기까지 하는 선신. 그런식으로 모정을 느끼게 해주고픈 심산인것인지. 여하튼 경환을 품에 한번 꼭 안아본 선신. 순간 경환의 가슴이 두근거린다. 경환을 품에 안은채 선신은 놓아주지 않고, 좀 숨이 막히고 답답한지 한참만에 경환이 선신을 가까스로 떼어놓긴 한다. 그런데 경환 입장에서 뭔가 의아한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 그런데 새엄마 고아출신인거에요 ? ”
그러고보니 지난번에도 ‘고아’ 어쩌구 하는 소리를 하더니 ‘아차’ 싶은지 당황하며 입을 막던 선신이 아닌가. 헌데 이번에도 또 그런 소리가 입에서 나온다. 사실 그때는 경환이 ‘잊어버려달라’는 선신의 부탁도 있고 해서 더 이상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 않았다. 헌데 또다시 그와같은 말을 입에 담는 선신. 무엇보다 술기운 때문일까. 자신이 실수했음을 의식하지 못하고 다시금 야릇하게 경환을 바라보다 검지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살짝 막아보기까지 한다.
“ 경환아... ”
“ 네, 새엄마. ”
입술을 막은 새엄마의 손가락을 가까스로 떼며 대답하는 경환. 선신의 말이 이어진다.
“ 너랑 나 비밀 하나만 간직하기로 하자. ”
“ 어떤 비밀요 ? ”
새엄마와 어느정도 자란 의붓아들 사이에 단둘만의 비밀이 간직되면 두 사람 사이에 어떤 특별한 유대관계라도 생기는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이렇게 말하고 있는 선신. 술기운 때문에 풀린눈 가운데서도 여하튼 경환을 바라보는 묘하고 야릇한 느낌은 그대로인 가운데 그녀의 횡설수설이 이어진다.
“ 조금전 내가 한말...고아 어쩌구...그건 우리만 아는 비밀로 해줄래 ? 아빠한텐 말
해주지 않는걸로 ? ”
그러고보면 경환은 얼마전 있었던 선신의 A여대 출신이라는 이야기가 아버지 기철의 친구 민호내외가 방문한 자리에서 공교롭게도 민호의 아내가 바로 그 A여대 교수출신이라 들통이 난 사실을 아직은 모르고 있다. 그날 경환도 집에 있긴 했지만 어른들끼리의 식사자리에 중학생인 아이가 끼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는지 선신이 별도의 저녁상을 2층의 경환의 방에 날라다주기도 했었고, 또 그런 소동이 있었다한들 기철이나 선신이나 그걸 주절주절 굳이 경환에게까지 말할 필요는 못 느꼈을 것 아닌가. 따라서 선신이 A여대를 나온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 출신이라는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이 들통난 문제와는 별개로 ‘고아(?)’라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는 선신의 말. 선신은 경환의 두 손을 와락 잡아보기까지 하며 애원하듯하기까지 한다.
“ 제발...경환아 부탁이야. 그건 아버지한테 말하지말구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해야
해 응 ? 알겠지 경환아 ? ”
취중임을 감안해도 선신의 심리상태가 뭔가 정상적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순간이다. 여하튼 뭔가 감정의 기복이 심함을 보여주고 있는 선신의 상태. 경환이 그런 새엄마 선신을 진정시켜보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진정하세요 새엄마. 그리고...비밀로 해 드릴께요. 아버지한테는... ”
도대체 뭘 비밀로 해달라는것인지. (* 고아출신이라는 것을 ?) 여하튼 그 주체가 불분명한 가운데서도 일단 경환은 당황한 가운데 새엄마의 부탁을 들어주겠다는식으로 답하고 그런 경환을 보며 선신은 고맙다는 인사말을 거듭 건네기까지 한다. 아무래도 중학생 경환의 눈에도 뭔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젊은 새엄마 선신의 심리상태. 어차피 선신도 많이 취한 것 같아 이만 술 마시는 것은 멈추고 방으로 들어가려한다. 비틀거리는 선신을 경환이 걱정되어 부축해주고 그렇게 가까스로 선신은 침실로 들어가게 된다.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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