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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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 - 김선신 (아나운서) (1) 기타 팬픽 (연예인, 그외)

 그런대로 먹고살만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것 같은 서울 강서지역의 한 주택가다. 그중 한 2층짜리 주택. 1층 거실 소파에서 최기철은 그의 재혼한 젊은 새 아내 김선신과 한참 깨소금을 볶는듯한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올해 나이 45세의 최기철. 그리고 그보다 스무살 가까이 연하인듯한 김선신은 일단 기철이 알기로는 현재 20대 중반(대략 25-26세 정도 ???)의 나이라고는 하나 앳되보이는 용모와 분위기탓인가. 그보다 훨씬 더 젊어보이는 느낌이다. 사실 기철도 동안이라 오히려 주위에서 나이 40대 중반이라고 하면 오히려 놀라는 반응을 더 듣는 그런편인 사람이긴 하지만 어쨌든 실제 나이 40대 중반에 이르러 이런 젊고 이쁜 새 아내를 맞아들였다면 기철은 그야말로 행운중의 행운을 잡은 중년의 사나이가 아니겠는가. 

 두 사람의 인연은 굳이 말하자면 SNS 커플이다. 솔직히 90년대 pc통신 동호회는 물론 2천년대 초,중반의 인터넷 카페에서도 서로 만나 교제하다 결혼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커플’을 종종 볼수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그런 경우는 잘 없는 듯 하다. (* 까놓고 말해 요즘 SNS엔 온통 꽃뱀과 사기꾼만 난무하지 90년대 pc통신이나 2천년대 초,중반의 인터넷 카페같은 ‘온라인 로맨스’를 기대하기는 이미 어려워진 분위기가 된 것 같다. -.-;;) 

 헌데 그런 한 10년-20년전과는 많이 달라진 온라인 분위기속에서 맺어진 SNS 커플이라면 더더욱 귀하고 진귀한 그런 커플이 될 것이다. 다만 기철의 경우엔 어쨌거나 이혼남 신분으로 재혼을 한것인데다 두 사람의 나이차이 게다가 SNS에서 사람들간 교류는 이전의 하이텔 동호회나 인터넷 카페등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에 너무 요란스럽게 혼인식을 치르거나 하진 않고 주변 지인들에게만 알려 종교시설 하나를 빌려(교회가 되었든 성당이 되었든) 그곳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치렀다. 다만 선신은 자신의 처지가 처지라서인지 그런식의 단촐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러진 결혼식에도 그런대로 행복하고 만족해하는 분위기였다. 은근히 소박하고 욕심없는 아가씨 같다고나 할까. 

 사실 처음엔 기철도 선신을 요즘 SNS나 스마트폰 메신저 같은데 돈 많고 나이많은 남자들을 노리고 접근하는 그런 꽃뱀형 사기꾼이 많다던데 그런 부류가 아닐까 경계하기도 했다. 헌데 그런 온라인 사기꾼들은 대개 자신의 얼굴이나 신분을 직접 드러내진 않고 오직 온라인상의 교류만을 주장하며 돈 많고 순진한이들의 금품을 갈취하지만 오히려 선신은 그런 경우들과는 달리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기철을 직접 만나려 하였다. 어떻게보면 그만큼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가씨라고나 할까. 친구가 그리웠던것인지 사랑에 굶주렸던것인지. 여하튼 두 사람은 커플로 연결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 행복한 분위기속에 있는 두 사람. 선신은 이런 집에서 살아보는게 처음인 듯 무척이나 감격에 겨워하는 모습이다. 사실 중소기업이란 막상 운영을 해보면 대기업과는 하늘과 땅차이라 솔직히 돈 여유가 있을떄도 있지만 쪼들릴때는 심지어 한달 생계를 유지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을정도로 생각보다 극과극의 롤러코스터를 살아가는게 중소기업가들의 삶이다. 어쨌든 선신은 그런 문제는 그리 염두에 두지 않는 듯 스무살 연상의 남자 기철의 품안에 안겨있는 지금 이 순간에 그저 만족해하고 있었다. 

 “ 헌데 선신이... ” 

 “ 네, 아저씨. ” 

 기철을 아저씨라고 부르고 있는 선신. 살짝 혀를 낼름 내밀어보기도 하며 웃는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 그런 선신을 기특하다는 듯 한번 쓰다듬어주면서도 기철이 실은 궁금한게 하나 있어 질문을 건넨다. 

 “ 그럼...선신이 어머님은 지금 소식을 모르는겐가 ? ” 

 “ 어...어머닌...말씀드렸잖아요. 고등학교...수학선생님이시라고... ” 

 “ 아니,아니 선신이 큰어머니(* 선신 아버지의 본부인)말고 선신이를 낳아준 친어머 

  니...자네 친어머니 말이야. 어쨌든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당장은 뭐 여러 가지로  

  쉽지 않더라도 선신이 친어머니한테도 한번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는게 도리가 아닌 

  가 그 생각을 해봤어. ” 

 “ 도...돌아...가셨어요. ” 

 헌데 순간 뭔가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는 선신. 일단 기철은 의심은 하지 않는 눈치다. 무엇보다 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는데 순간 당황하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만약 거짓말이라면) 저렇게 태연자약하게 말할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는 않을 것 아닌가. 정말 아주 뻔뻔스러운 패륜아거나 불효막심한 인간이거나 아니면 어떤 사연이나 가정사같은게 있어 부모와 원수지간이 되다시피 한지 오래인 사람이 아니라면 아버지가 되었든 어머니가 되었든 자기 부모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태연하게 말할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순간 좀 당황한 것 같긴 했으나 ‘돌아가셨다’는 말을 하는데 별다른 망설임이나 거리낌은 없어보이는 선신. 따라서 기철도 일단 곧이 듣는듯하다. 다만 문득 다시 궁금한게 생겨 이렇게 질문을 건네긴 한다. 

 “ 그리고...간호조무사 일은 그만 두었다고 ? ” 

 “ 네, 그만 두었다니까요. ” 

 그것 역시 거짓대답은 아닌지 대체로 평범한 어조로 담담하게 답하고 있는 선신. 허나 요즘 세상에 결혼을 했다고 일을 그만두는 여성도 그리 많지 않을터이고, 그래서 더 이해할수 없다는 듯 기철이 이와같이 나온다. 

 “ 아니 왜 ? 기왕 하던일 계속하지 않고...내가 아 무렵 선신이가 결혼후에도 계속 

  일하는 것을 반대라도 할까봐 그랬나 ?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곤란해요. 나 생각 

  보다 열린사고를 가진 남자에요. 솔직히 우리때만 해도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많이 사라진 시절이고...어쨌든...굳이 그만둘 것 까진 없었는데말야... ” 

 혹시 자신때문에 (아내가 일하는 것을 못마땅해할까봐)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서 일을 그만둔게 아닌가 그런 미안함도 들어서 기철이 거듭 이와같이 묻고 하지만 선신은 거듭 아니라며 이와같이 답한다. 

 “ 아녜요. 그냥 제가...일은 그만두고...결혼후엔 그냥... ” 

 어떻게 대답하는게 좋을까. 잠시 망설이는듯한 모습을 보이는 선신. 그러다 뭔가 야릇하게 스무살 많은 남편 기철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뭔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 같기도 한데, 그러다 선신의 입이 천천히 열린다. 

 “ 그냥...아저씨 아내로서...아저씨를 내조하는 일에만 충실한 그런 여자로 살고 싶었 

  어요. 다른뜻은 없어요. ” 

 “ 허허...설마 뭐...소위 ‘현모양처’가 꿈이었다던가 그런 말인겐가 ? ” 

 사실 ‘현모양처’란 개념 자체가 전형적인 구시대적 여성에 대한 사고방식에서 만들어진 표현이다. ‘현명한 어머니이자 어진 아내(賢母良妻)’. 그야말로 한 남자의 아내이자 자녀들의 어머니인 그 위치에만 만족하겠다, 또는 만족해야만 한다는 그런 의미가 아닌가. 한 20-30년전만 해도 ‘현모양처가 꿈이다’라고 젊은 여성이 답한다면 그런대로 ‘참하고 욕심없는 그런 아가씨로구나’ 그런 평가를 받겠지만 요즘 ‘현모양처가 꿈이다’라고 말하면 ‘요즘도 그런 여자가 있나 ?’ 하고 다들 신기해할지도 모를일이다. 따라서 기철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그와같이 물은것이고 선신은 뭔가 난감하기라도 한지 입술을 한번 지그시 깨물어보이고는 얼버무리듯 이와같이 답한다. 

 “ 어쨌든 전 그냥...이렇게 아저씨 아내로 사는데 만족해요. ” 

 “ 선신이... ” 

 “ 그리고 아시잖아요... ” 

 물끄러미 기철을 바라보는 선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저 많이 힘들게 살아온 여자라는 것을...... ” 

 

 아직 나이 20대 중반밖에 안된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는 여자가 대체 무슨 힘들고 딱한 사연이 그리 많았다는 것인지. 사실 선신을 막상 직접 만나보고 지금껏 지켜본 기철의 입장에서 본 그녀는 결코 어두워보이는 분위기의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선신은 자기 입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케이블 방송 사장이신데 다만 지금 함께 사는 어머니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니고 자신은 아버지의 일종의 혼외(婚外) 자녀고, 그러니 자신은 사생아(私生兒)라고. 위로 오빠가 셋이나 있는데 그 세오빠 모두 아버지의 본부인에게서 나온 아들들이니 자신과는 어머니가 다른 이복오빠라고. 그리고 대략 중학교 2학년 무렵까지는 자신을 낳아준 친어머니와 살았는데 그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후 아버지와 아버지의 본부인인 큰어머니 그리고 이복오빠들과 함께 살았다는 것이 기철이 선신을 ‘직접’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말한 자신의 가정사 사연이었다. 허나 아무래도 눈총받고 구박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생활이었을것이고 그래서 큰어머니 되는분한테 대학까지만 보내달라고 애원하고 그 뒤엔 자신이 따로 나와서 살겠다고 해서 이후엔 쭉 혼자 살아왔다는 것이 선신의 사연. 그러니 대학을 간호학과를 진학한뒤 이후엔 혼자 따로 살았다는것인데 따라서 대학에 들어간 뒤엔 큰어머니든 이복오빠들이든 거의 왕래나 연락이 없다는 것이 기철이 선신을 처음 만났을 때 ‘혼자 살고있던’ 선신의 사연이자 현재 상황이었다. 일단 기철 입장에선 선신이 그와같이 말하니 그녀의 사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여하튼 그런 복잡한 사연이 있고없고를 떠나서 선신의 평상시 모습이나 분위기는 대체로 밝고 발랄한 분위기였지 결코 어둡거나 우울해보이는 그런 스타일은 아니었다. 연애시절은 물론 그녀와 단촐하게나마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때까지도 전혀 어두운빛은 느껴지지 않는 그런 선신이었는데 다만 선신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해 이따금씩 기철이 궁금해하거나 말을 건네면 그때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긴 뭐 좋은 일이고 떳떳하게 말할수 있는 가정사라고 그렇게 세세하게 있는대로 다 떠벌거리고 다니겠나. 따라서 기철도 너무 집요하거나 세세하게 묻는게 어렵사리 얻은 나이어린 젊은 아내에게 상처가 될수도 있어 너무 자세하게 물어보려고 들지는 않았다. 여하튼 이따금씩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쩌다 불쑥불쑥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게 선신의 가정사나 개인사인 셈인데, 그럴때마다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리거나 울적해 지는모습. 따라서 기철입장에선 그런 문제를 너무 자세히 묻지는 않는게 아내를 위한 배려일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기철과 선신이 결혼한지 한달여쯤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기철의 아들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 아드님이 중학교 2학년이라면서요 ? ” 

 “ 그래, 그리고...애가 초등학교 2학년때 내가 전처와 이혼을 했는데 양육권을 내가 

  맡긴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혼자 아이를 키우기엔 무리인 부분이 많아서 하는수없 

  이 누나집에 맡기고 있대두 그러네. ” 

 “ 그러지말고...아드님 우리집으로 데려와요. ” 

 “ 뭐 ? ” 

 선신이 먼저 이와같이 나오는 것은 뜻밖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기철은 놀랐다. 사실 기철은 나이어린 선신이 아무래도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은 아이 고모(기철의 누나)집에 있는 경환도 오히려 젊은 새엄마를 불편해할수도 있을 것 같아서 현재 고모네서 키워지고 있는 중학생인 자기아들 경환은 그대로 놓아두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아내 선신 앞에서도 그녀가 굳이 먼저 물어오지 않으면 가급적 자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삼갔던것인데 그렇게 결혼후 한달정도의 시간이 흘렀을때쯤의 일이다. 일단 기철이 이혼남이고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선신이 기철을 선택한것이기에, 그렇게 이미 그에게 아들이 하나 있음을 인지하는 상황이라서일까. 그럼에도 오히려 자기 아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 남편이 되려 마음에 걸려서인지 선신이 이렇게 나온 것이다. 

 “ 불편하지 않겠어 ? ” 

 “ 불편은요 무슨...그리고 어차피 저 처음에 아저씨를 만나고 아저씨를 선택하기로 

  결심했을때부터 다 감수하기로 한 문제에요. ” 

 “ 선신아... ” 

 설마 선신이 이렇게까지 생각깊은 여자일것이라곤 생각을 못해서일까. 뜻밖의 반응에 기철 입장에선 고맙고 감격까지 할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어린 아내에게 부담주는 일일 것 같아 차마 바로 어떤 반응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되려 선신이 기철을 설득하듯 나온다. 

 “ 어쨌든 아빠도 있고...새엄마도 어쨌든 엄마면...부모가 다 멀쩡히 있는거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자기 아빠,엄마와 같이 살지 못하고 집밖으로 나도는거 제가 보기 

  에도 안 좋아요. ” 

 “ 진심인건가 선신이 ? ” 

 “ 저도 고아로... ” 

 헌데 순간 ‘앗차 !’ 싶은지 손으로 입을 가리는 선신. 무심결에 나온 말일까. 아니면 그냥 말이 헛나온걸까. 일단 적어도 지금까지 선신이 기철에게 밝힌바에 의하면 아버지에겐 혼외자녀고 사생아긴 하지만 어쨌든 친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진 엄마와 함께 살았고 또 돌아가신 이후에도 아버지와 큰어머니와 함께 대학 들어갈 무렵까진 살았었다니 ‘고아’라고는 할 수 없다. 헌데 난데없이 고아라니. 의아해하는 기철 못지않게 선신도 자신의 실수라도 깨달은 듯 무척이나 당황하며 시선을 한군데 고정시키지 못하는데, 그러다 가까스로 해명이라도 하듯 말을 돌린다. 

 “ 아...아니 그러니까 그게...저도 어쨌든 고아나 다름없이 자라온거잖아요. 그것도 

  어쨌든 말씀드렸다시피 아빠와 큰어머니 집을 나와선 대학 나오고 간호조무사로 일 

  할때까지 한 7년을 쭉 혼자 살았으니까요... ” 

 “ 그건 그렇군. ” 

 대충 해명이 납득이 가서일까. 의아했던 기철의 표정이 풀리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선신의 말이 이어진다. 

 “ 그렇기 때문에...어쨌든 한참 공부해야하고 예민한 사춘기 나이의 아이가...부모없 

  이 여기저기 떠도는거...제가 볼때도 별로 좋지 않더라구요. 그러니...아저씨 아들... 

  그냥 우리가 데리고 살아요. 그러면 되는거잖아요. ” 

 어쨌든 자신이 겪었던 힘든 사춘기시절이나 상처, 그와 비슷한 성격의 것을 다른 누군가도 겪는 것을 바라지 않는 그런 마음인걸까. 여하튼 한참 공부해야할 나이인 사춘기 소년이라는 기철의 아들. 선신이 아직까지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한 기철의 아들이건만 벌써 무슨 모정이라도 발생하던가 측은지심이 일어나기라도 하는 듯 남편을 거듭 이와같이 설득한다. 

 “ 여하튼...한참 자랄 성장기나 사춘기때는 일정한 거처가 있고 안정된 환경속에서 

  자라는게 좋은 것 같더라구요. 그러니...가급적 멀쩡한 엄마,아빠가 있는 집에서 함 

  께 살게 해주자고요. ” 

 “ 자네가...경환이 엄마야 ? ” 

 기철의 아들 이름이 경환이다. 헌데 따지고보면 선신 입장에선 아직 얼굴도 직접 본적이 없고 심지어 이름조차 아직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고 있을텐데 그런 자신의 아들 기철에게 벌써 엄마라도 된 듯 그렇게 나오는 선신의 모습이 좀 어이없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나이가 어려 철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그만큼 속이 깊고 성숙해있는 것으로 봐야하는지. 여하튼 자신의 어린 후처 선신이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자신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기철은 마지못해 하는것처럼 나오면서도 이렇게 말한다. 

 “ 뭐...자네가 정히...부담스럽지 않고...또 원한다면...조만간 내가 경환이를 만나 이 

  야기는 해보도록 하지. ” 

 “ 여보... ” 

 선신이 되려 감격한 듯 눈물까지 흘리면서 남편을 끌어안기까지 한다. 대체 왜 이러는것인지. 좀 과도해 보일수도 있으나 일종의 해명이라면 해명이랄까. 선신의 말이 이와같이 나온다. 

 “ 어쨌든...한참 공부해야할 사춘기 아이가 제 엄마,아빠도 다 멀쩡히 살아있는데 집 

  에 들어오지 못하고 밖으로 떠돈다는거 제가 보기엔 안 좋더라구요. 그리고...저도 

  어쨌든 의붓아들 구박한 나쁜 계모 되긴 싫어요. 그래서 이러는거에요. ” 

 “ ??? ” 

 “ 만약 나중에 사장님 아들이 자라서...아빠는 젊은 새엄마에 푹 빠져 자신한텐 관심 

  도 없고 밖으로 나돌게만 만들었다...그런식으로 나오면 어떡해요. 저 나중에 그런 

  소리 듣고싶진 않거든요. 그러니 더 늦기전에 하루라도 빨리 사장님 아들 우리집으 

  로 데려와요. ”    

 

 어쨌든 선신이 적극적으로 기철의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살기를 원하니 기철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일은 대체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기철에게 원래 누나가 둘 있는데 경환은 그동안 자신에게 고모가 되는 기철의 작은누나 집에서 살고 있었다. 헌데 기철의 작은누나에게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둘 있는데, 오히려 경환이 막상 아버지와 새엄마와 함께 살자고 하니 지금까지 함께 지낸 고종사촌 누나들과 헤어지는게 서운해졌는지 되려 그로인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을 지경이다. 

 여하튼 기철의 아들인 현재 중학교 2학년(만 14세)인 경환이 집안에 들어온 날. 선신은 밝게 웃으며 경환에게 악수를 청했다. 경환이나 선신이나 어쨌든 피차 이날이 초면인 터. (* 결혼식 당일엔 주변 지인들만 몇몇 초청 단촐하게 치른 덕분이기도 했지만 당일 경환이 사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경환 입장에선 생각했던것보다 새엄마 김선신이 훨씬 젊고 앳되어 보여서였는지 다소 당혹스럽고 멍한 얼굴로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 어서 들어와. 이제부터 여기가 경환이가 쓸 방이야. ” 

 어느덧 2층에 경환이 쓸 방까지 마련하고 깔끔하게 청소까지 해놓고 기다리고 있던 선신.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선신의 호의가 적극적이어서일까. 경환은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고...고맙습니다. ” 

 “ 우리...손 한번 잡아볼까 ? ” 

 “ 네 ? ” 

 악수는 아까 인사라 생각하고 했지만 좀 느닷없이 손을 잡아보자니. 이건 좀 뜻밖이고 생각지 못한 일이라 경환이 당혹스러울 지경인데 그런 경환에게 선신이 다가온다. 

 “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그래. ” 

 “ 예 ? ” 

 “ 경환이 체온을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 

 대체 무슨 의도인지. 여전히 어리둥절하고 의아한 경환에게 다가와서는 그의 손을 살짝 잡아본 선신. 그리고 그의 손을 살짝 자신의 볼에 가져가보기도 한다. 경환으로선 당혹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여하튼 젊은 새엄마 선신이 자신을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진 않는 것 같아 경환도 싫을 이유는 없는 듯 하다. 여하튼 짐을 대충 정리하고 침대에 누워 쉬고있는 경환. 막상 이렇게 다시 아버지와 함께 살게되니 경환도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여하튼 초등학교 2학년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양육권을 아버지가 갖게되긴 했지만 사업을 하는 기철이(* 파출부를 부른다거나 할 형편이 안 되었던 듯) 혼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아 지금껏 자신의 누나인 경환의 고모집에 아이를 맡겼던건데 물론 그러고나서도 명절이나 이따금씩 아버지 기철이 아들 경환을 만나러 오긴 했다. 혹시 불편하거나 그런 것은 없는지 나름 아들에게 신경을 쭉 쓰는 편이기도 했고. 허나 이렇게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는 것은 실로 6년만의 일이다. 게다가 지금은 젊은 새엄마까지 생긴판이고 아빠와 엄마가 이혼하기 전에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이제 경환이 아버지와 새엄마와 살게된 집은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비단 그런문제때문만이 아니더라도 경환으로서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을터. 대충 어색하면 어색한대로 또 그런대로 적응을 해보고자 하면 그러는대로 대충 2층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러다 어느덧 저녁때가 되었다. 저녁 먹으라며 선신이 경환을 부르러 올라오는데, 그러면서 선신이 경환에게 살짝 다가와본다. 

 “ 경환아... ” 

 “ 네, 새엄마... ” 

 생각보다 ‘새엄마’란 호칭이 쉽게 입에서 나오는듯한 경환. 경환으로부터 바로 그런 호칭을 들으니 선신도 기분이 좋은지 얼굴이 환해진다. 그런 선신이 경환에게 다가오며 이렇게 말한다. 

 “ 우리...키 좀 한번 재볼까 ? ” 

 “ 네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소린가 ? 또다시 당혹스러워지는 경환. 일단 선신은 별다른 편견이나 거리낌없이 그야말로 순수하고 해맑은 미소를 간직한채 말을 건넨다. 

 “ 우리 아들이랑 키좀 한번 재보고 싶어서 그래. 키가 어느정도 되는지 궁금해서... 

 ” 

 사실 선신이 성인여성으로는 키가 작고 체구도 마른편에 속했다. 아직 중학교 2학년인 경환도 또래 학생들중에는 키가 좀 작은편이긴 한데, 그래도 선신보다는 키가 컸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참 성인으로 자라는 과정에 있는 사춘기 소년 경환인데. 그런 경환에게 나름의 호기심이라도 붙었던것일까. 여하튼 키를 한번 재보겠다며 다가오는 선신. 얼떨결에 경환도 선신에게 바짝 다가가 선다. 보니까 확실히 경환이 선신보다 좀 크긴 했는데 대략 경환의 이마부분이 선신의 머리끝이 닿는 정도였다. 선신은 그런 경환이 마치 기특하기라도 한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한다. 

 “ 크구나...우리아들... ” 

 물론 당연히 키가 경환이 선신보다 크다는 의미고, 무엇보다 불과 열두살차이밖에 나지 않는 엄마라고 하기보단 누나뻘이라고 해야할 선신이 되려 거리낌없이 ‘아들’이란 호칭을 쉬이 입에 붙이고 있다. 마치 이런 시간을 위해 예비된 여자이기라도 한 양 여하튼 선신은 한없이 밝고 순수한 미소 가운데 경환을 별다른 어색함이나 거리낌이 없이 대하고 있는중인 것이다. 허나 그래서일까. 경환이 좀 의아하고 이해가 안간다는 듯 이렇게 물었다. 

 “ 근데...괜찮으세요 새엄마 ? ” 

 어차피 딱히 다른 마땅한 호칭이 있을리도 없을테니 경환도 선신을 그냥 ‘새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하긴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질문을 건넨 경환.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제가...새엄마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고...어쨌든 다 큰 아들인건데... ” 

 “ 다...컸다구 ? ” 

 어쨌든 이제 나이 20대 중반일 선신에게 중학생 소년의 ‘다컸다’는 말은 좀 가소롭게 들려서였는지 진심 어이없다는 듯 그와같이 되묻고 경환이 당황해하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말한다. 

 “ 아니...제 말은 그런게 아니라... ” 

 여하튼 나이차이도 별로 안 나고 차츰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인 사춘기 소년을 젊은 새엄마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 아니냐 그런 의미에서 물은 말인데 선신도 그런 경환의 의도를 짐작 못하는 것은 아닌지라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좀 달라진 모습으로 정색을 하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경환아... ” 

 가까이 다가와서 경환의 손을 한번 부여잡아보며 말을 건네는 선신.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새엄마는 그냥 우리 경환이랑 아무런 편견이나 거리낌없이 그러고 지내고 싶을뿐 

  이야. 그 외 다른뜻은 없어. ” 

 “ 고...고맙습니다. ” 

 선신의 하는말이 진심으로 느껴져 경환이 이렇게 대꾸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선신이 경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그리고 경환이도 어쨌든 지금까지...엄마없이 많이 힘들게 살아왔을거잖아. 그러니 

  ... ” 

 “ ...... ” 

 “ 새엄마가 비록 나이도 어리고 부족하지만 그래도 부족한 가운데서도 경환이의 빈 

  엄마의 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싶을뿐이야. 다른뜻은 없어. 알겠지 ? ” 

 “ 가...감사합니다. ” 

 진심으로 들리는 선신의 말. 그녀의 손의 온기가 전해지는탓일까. 단지 손만 잡았을뿐인데 그뿐만 아니라 선신의 목소리며 입술 심지어 피부까지도 모두 따뜻할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 지경이다. 선신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그리고 실은 새엄마도 고아로 자라면서... ” 

 “ 예 ? ” 

 또다시 ‘고아’라는 말이 입에서 나와버린 선신. 사실 경환은 아직까지 아버지 기철이 젊은 여자랑 재혼하신다는 말만 들었지 그 재혼상대인 김선신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하튼 이제 집으로 들어와 같이 살자는 말을 아버지가 하시면서 언뜻 새엄마가 간호사(또는 간호조무사 ?)출신이라는 식으로 말씀하신 것 같긴 한데, 여하튼 고아니 뭐니 그런말을 들어본적은 없어서일까. 조금 당혹스럽게 선신을 보는 경환. 그러자 선신이 다시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걸까. 당황해하며 조금전의 말에 해명삼아 이와같이 덧붙인다. 

 “ 아...아니 참...내정신봐라. 고아가 아니라...그렇지...그...새엄마 어릴 때...이웃집에 

  딱 경환이만한 꼬마아이들이 살고 있었어. 여하튼 새엄마랑은 한 열 살정도 차이  

  나는 꼬맹이들이었는데...걔네들이 새엄마를 누나처럼 잘 따랐거든... ”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것인지 좀 횡설수설 같은 선신의 말이 좀 더 이어지긴 한다. 

 “ 그래서...그때 이웃에 살던 꼬맹이들 돌봐주던 그 마음으로...우리 경환이도 편견 

  없이 대해주고 싶다. 그 말을 하고 싶었던거야. ” 

 조금전엔 고아 어쩌구 하더니 이번엔 이웃에 살던 꼬마아이들이라니. 도대체 무슨말을 하는것인지 중학생 경환의 입장에서도 뭔가 말의 앞뒤가 안맞는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다. 여하튼 애초 저녁먹으라며 아들(!)을 부르러온것이니 그런식으로 대충 상황을 마무리하며 방에서 나오는 선신. 헌데 순간 멈칫하며 다시 경환을 부른다. 

 “ 경환아... ” 

 “ 네, 새엄마. ” 

 “ 아까...새엄마가 고아 어쩌구 한 말은 좀 잊어버려줬으면 좋겠다. ” 

 이건 또 갑자기 무슨소린지. 이제 겨우 하루 겪어보는 젊은 새엄마 선신이지만 참 알다가도 모를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인데, 일단 선신은 다시 얼굴을 밝게펴며 저녁먹으로 어서 내려가자고 경환을 재촉한다. 일단 경환은 그런 선신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간다.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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