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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미나 (10.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 뭐야 이거 ? 서로 귀찮게 하지 않기로 해놓구서 사람을 자꾸 불러내면... ” 

 이윤섭을 만난 주희.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서 이와같이 말한다. 

 “ 자꾸는...안본지가 한 석달은 넘었구만... ” 

 “ 그렇게 내가 보고싶은거냐 ? 한 석달 못보니까 다시 그리워질 정도로 ? ” 

 윤섭은 시빗조로 나오지만 상황이 말장난이나 길게 하고 있을때가 아니라 주희는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한번 손으로 짚어본뒤 이렇게 입을 연다.  

 “ 우리 애...아무래도 살아있는 것 같아. ” 

 “ 뭐 ? ” 

 25년전 연탄가스 사고때 주희와 윤섭 사이의 아이도 사망한 것은 윤섭도 이미 오래전에 주희로부터 들은바 있어 익히 알고있는터다. 게다가 윤섭은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 그 사이 아들을 셋이나 낳은터라 어차피 피차 불편하기도 하고 윤섭 입장에선 자칫 멀쩡한 가정에 평지풍파를 몰고올수도 있는일이라 주희와의 만남은 자제하고 삼가온터. 헌데 이게 대체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린가. 어리둥절해하는 윤섭을 보며 주희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나도 대체 어디서부터 일이 잘못꼬인건지 모르겠어. 난 그냥...이틀만에 혼수상태 

  에서 깨어났을 때 의사며 간호사들이 내 아이는 죽었다고 말하길래 그냥 그렇게만 

  알고...미나랑 병규 장례 치른뒤 연오(인줄로만 안) 시신을 인계받아 화장했던건데 

  ...그게 아니었나봐. 아무래도 병원에서 누가 데려갔다는 그 생존자 아이가...우리  

  연오였던거 같아. ” 

 “ 이 사람이 도대체 지금 무슨 이야길 하는거야 ? 좀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 

 “ 지금 설명하고 있는거잖아. 아무래도 뭔가 병원에서든 경찰에서든 착오가 있었던 

  거 같아. 기억에 내가 미나네 아이든 우리 아이든 구해낼 때...마지막으로 아기를 

  꺼내오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건데...혹시 그래서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들이 우릴 

  구하러 올 때 내 품에 있던 아기를 그냥 연오로 오인했던게 아닌지...아무래도 그   

  게 아니고...내가 제일먼저 구해냈던게 우리아이였던거 같아. 아무래도 본능적으로 

  연오부터 구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을테니까... ” 

 “ 도대체 이게 무슨... ” 

 아직도 주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듯한 윤섭. 주희는 결국 지난 석달여간 자신에게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과 그리고 가스중독 사고때의 정황등을 처음부터 다시 쭉 이야기한다. 막상 이야기를 듣고보니 윤섭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 아니, 그러니까 당신말인즉슨...그...당신을 죽이려고 하고 음해까지 한 이상한 여 

  자가 사실은 우리 아이인것같다...그 이야기인거잖아. ” 

 “ 나같은 양손잡이에 식사습관도 같은 것 같고...아휴...근데 그 애가 대체 무슨 오해 

  를 어떻게 하고...마치 날 제 부모 죽인 원수라도 되는양 이러는것인지...사실 그 애 

  가 미나애라 쳐도 오히려 내가 생명의 은인이니 고맙다고 큰절을 한번 받아도 시원 

  찮을판에... ” 

 “ 이...이게 도대체 무슨... ” 

 “ 일단 유전자 감식의뢰를 해놓았으니까 조만간 통보가 오겠지. 그래서 그전에 마 

  음의 준비는 해놓고 있으라고 하려고 그래서 당신을 보자고 한거야. ” 

 “ 아...아니 이게 도대체...마음의 준비를...뭘 어쩌라는건데 ? ” 

 적어도 주희와 윤섭은 26년전의 납치사건때 끝난 사이였고 그뒤 주희는 윤섭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아이도 자기혼자 키울 생각이었던 것 아닌가. 헌데 불행히도 연탄가스 중독 사고때 죽었다는 아이. 헌데 그 아이가 죽은게 아니고 살아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하면서 주희가 이렇게 나오니 윤섭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지경이고 그런 윤섭을 보며 주희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 만약 우리 아이가 맞으면...당신이 일단 한번은 만나줘. 최소한 우리 연오가...제  

  아빠가 누군지 정도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거 아냐 ? ” 

 “ 이...이 사람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있어 ? 내가 지금 그 애를 왜 만나 

  ? ” 

 지금 윤섭이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자칫 주희와의 과거가 알려져 지금까지 그래도 한 20여년을 평온하게 지켜온 가정에 평지풍파가 일어나는일이다. 그리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추락하게될 자신의 사회적 권위와 명예 문제도 있고. 그래서 바로 기겁을 하는 윤섭. 허나 주희는 이런 윤섭의 태도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한다. 

 “ 뭐야 당신 ? 지금 그럼 당신은...아이 아빠가 되어서 자기 아이를 외면이라도 하겠 

  다는 소리야 ? ” 

 “ 아...아니 그게...내 말은... ” 

 “ 누가 뭐 우리가 다시 합치기라도 하재 ? 그저 조용히...이렇게 우리가 가끔 연락정 

  도는 은밀히 주고받듯이...조용히 당신 아이 인사는 한번 받아주라고...도대체 무슨 

  오해를 어떻게 하고 있는건지...날 마치 부모죽인 원수라도 되는양 그렇게 달려든  

  모습...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소름끼쳐. ” 

 “ 아니...도대체... ” 

 “ 그러니 최소한 아이 오해정도는 풀어줘야될거 아냐. 그래서 최소한 자기 아빠가 

  누구이고...어쩌다 지가 이렇게 혼자 살아오게 되었는지 – 솔직히 나도 병원에서 어 

  떻게 이렇게 뒤바뀐것인지는 처음부터 차분하게 다시 알아봐야 할 판이지만 – 최소 

  한 그런건 알게해줘야 할거아냐. 그러니 최소한 아이 아빠가 누군지정도는 알게 해 

  줘야 하겠다는건데...그 정도 부탁도 당신은 못들어주는거야 ? ” 

 하긴 주희가 그 석달간 겪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윤섭도 좀 어이가 없다. 정말 주희의 아이 연오가 살아있든 아니든 그런 문제를 떠나서 대체 주희에게 무슨 원한을 가진 여자가 그토록 죽일 듯이 달려들고 한단 말인가. 비록 주희와 정식으로 헤어진지는 이미 25년의 세월이 지난 윤섭이긴 하지만 주희가 적어도 그렇게까지 남이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만한 그런일을 하고 살만한 사람은 아닐것임을 알기에 주희의 일이 윤섭도 기가막히고 이해가 안가기는 한다. 다른건 몰라도 대체 어떤 여자가 우리 주희를 그 지경을 만들어놓으려 했다는것인지. 한번 만나서 알아보는게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 그러니까 어쨌든...그 이상한 여자가 25년전에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우리 아 

  이일수 있다 그 말인거지 당신말은 ? ” 

 “ 말했잖아. 일단 유전자 감식 의로를 해놓았으니 조만간 확인이 될거라고. 아휴, 진 

  짜 요즘은 이런 기능이 생긴게 천만다행이긴 하다. 정말이지 이런게 아니었으면 예 

  전같으면 이런 상황일때 이런일을 어떻게 해결했으려나몰라. ” 

 확실히 그건 그렇다. 만약 ‘유전자 감식 기능’이라도 있어 혹시 모를 혈연관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잠시나마 (연오였든 그냥 이승미든) 피차 서로를 원수보듯 하는 상황을 유보시키고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해보는 작업을 할수 있기에망정이지, 이런식의 확인이 불가능한 시대였다면 주희와 이승미의 일은 진짜 어떤 파국으로 치달았을지도 모르는일이다. 어디 주희뿐인가. 이윤섭의 경우에도 자기딸이 지금껏 멀쩡히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채 남은 인생을 살다갔을지도 모르는 그런일이 아닌가. 그러니 적어도 이승미의 존재를 알게되고 그녀의 실체를 확인해볼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 그것은 주희와 윤섭을 위해서도 승미를 위해서도 너무나 다행스러운 일. 윤섭이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 다시금 주희를 나무라듯 한마디 한다. 

 “ 아니, 그러는 당신은 도대체...25년전에 그렇게 아이가 바뀐것도 모르고 뭘 하고 

  있었던거야 ? ” 

 “ 말했잖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보니 병원 관계자들은 그냥 우리애는 죽었다고 하 

  고 살아남은 아기는 어떤 할아버지가 데려갔다고 하니 우리애는 그냥 죽은거고 살 

  아남은 아이는 아마 미나의 남자친구였던 안병규 그 사람 집안에서 데려갔나보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살았던거지 뭐. ” 

 “ 허허...뭐 진짜 이런 3류 막장 KBS 2TV 일일연속극 같은일이 다 있을수가 있나. 

  알았어. 아무튼 그 아이가 정말 우리 아이가 맞다면 한번 만나는 보지 뭐. 여하튼 

  25년간 자기딸이 살아있는줄도 모르고 살아온 애비로서의 책임도 있으니까. 한번 

  만나는 보지. 유전자 검사결과 나오면 다시 연락줘. 대신 지금 우리 아내나 우리  

  애들한텐 절대 이 일 알려지지 않도록 해야돼. 무슨말인지 알겠지 ? ” 

 “ 그건 걱정마. 아무렴 그래도 지난 20여년 들통나지 않은 우리관계가 지금와서 

  새삼 알려질일이 뭐가 있을까. 그건 염려놓아도 돼. 그럼 유전자 검사결과 나오 

  는대로 바로 연락줄게. ” 

 

 한편 이때 승미는 집에서 혼자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일단 주희를 음해하려고 꾸민 계획들은 전부 유보된 상태다. 주희의 회사 비난전단을 뿌리다 (회사에) 잡혀간 여학생도 있었고, 따라서 이후 한동안은 더 이상 다른 일을 벌이지 않은채 애초에 승미가 일을 같이 꾸밀 동지를 더 모은답시고 모은 비정규직 4인방과도 현재는 연락을 하지 않고있는 상태다. (그런 상황에서 4인방중 리더격(?)인 지영이 별도로 승미의 친구 소연을 만난 것이다.) 무엇보다 승미의 마음을 걸리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은 그런 과정에서 대면한 주희의 태도였다. 

 사실 사람의 고정관념이란게 생각처럼 쉽게 바뀌는게 아니다. 가령 어느 특정한 종교환경의 가정에서 태어난이는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도 그 종교의 교리대로 교육받고 자란 그 정서나 가치관이 쉬이 바뀌지 않는것처럼 승미 입장에서 ‘월세방 아저씨’가 오류를 범했을 가능성은 생각하기 쉬운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승미 입장에선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인 어린 나이때부터 고아원에서 자라는 자신에게 이따금씩 선물이나 후원같은 것을 해주던 ‘고마운 아저씨’였고 그런 아저씨가 자신이 중학교 3학년이 될 때야 나타나서는 자신의 이른바 ‘출생의 비밀’을 알려준 그런 너무나 고마운 은인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그 아저씨의 말로 인해서 그 아저씨가 자신의 엄마(?) 미나등이 살던 월세방 주인아저씨였고, 자신의 아빠,엄마(* 실제는 아님)와 함께살던 하주희란 이상한 여자에 대해서도. 일단 근본적으로 월세방 주인에게 주희가 좋은 인상으로 박혀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좋게 말해줄 리가 없었을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대체 월세방 주인은 무슨 생각을 한것인지 – 그 주희란 여자가 월세방에 함께 살고있는 또다른 남자를 중심으로 두 여자가 한 남자와 사이에 삼각관계거나 무슨 처첩같은 관계쯤으로 생각했는지 – 여하튼 연탄가스 사고가 나자 살아남은 아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자신이 빼돌린것이고 그 아이를 고아원에 맡긴뒤 그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때쯤 모든 사실(?)을 말해준 것이다. 헌데 흔해빠진 막장 복수극이 미친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해야하는걸까. 사실 월세방 주인이 승미에게 말해준 것은 아무래도 그 하주희란 여자가 이상한 여자 같아서 그 여자에게서 보호할 필요가 있어서 자신이 잠시 데리고 있다가 고아원으로 보낸것이라는게 전부인데 바로 그 하주희란 여자가 함께 살던 자기 아빠,엄마를 죽인 원흉이라고 생각한 것은 어디까지나 승미 스스로의 상상일뿐이다. 헌데 막상 그렇게 원수처럼 여기고 지난 10년세월 복수의 칼을 갈았던 상대인 하주희는 처음엔 자신이 승미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더니 그 다음엔 한술더떠 마치 자신이 주희의 딸이기라도 한것처럼 나온 것 아닌가. 승미가 적어도 머리가 안 돌아가는 여자는 아니다. 여하튼 자신과 대화나누는 자리에서 자신의 양손잡이인점과 식사습관등을 확인하고는 그야말로 몇십년만에 잃어버린 딸이라도 되는양 와락 다가와서 끌어안더니 그 다음엔 유전자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으니 머리카락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뭐 머리카락 몇가닥 잘라주는것이야 그리 어려운일도 아니니 내어주긴 했지만 그런일까지 겪고나선 승미도 머릿속이 혼란스러운 것이다. 

 “ 만약...정말 그 여자가 우리 엄마면 어떻게 되는거지 ? ” 

 월세방 주인아저씨는 분명 자기 엄마와 함께살던 이상한 여자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병원에서 자신이 빼돌린것이라고 말했다. 자기 엄마와 하주희란 여자가 대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뭔가 정상적이지는 못한 불편한 관계처럼 보여 주희가 만약 깨어나서 자기딸은 죽고 다른 여자의 딸만 살아남은 것을 알면 혹시 그 아이에게 어떤 해꼬지를 할지도 모른다는 그 위험성 때문에. 바로 그게 자신을 월세방 아저씨가 자기집으로 데려와서는 고아원에 맡긴것이라는 이유였는데 되려 주희는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거나 아니면 아예 승미가 자기딸이거나 둘중의 하나라는 것 아닌가. 대체 일이 어디서부터 꼬인것이고 이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하는지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번 찬찬히 지금까지 승미가 은밀히 모아둔 성공한 패션 디자이너자 의류사업가 하주희의 신문기사며 방송인텨뷰등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보았다. 인터뷰 하나하나마다 늘상 빠지지 않는 25년전 연탄가스 사고로 죽었다는 갓난아기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움,그리움이 묻어나있는 그런 내용의 기사를. 사실은 지금까지는 오히려 주희에 대한 증오심을 더욱 키워갔던 그런 기사들인데 주희를 ‘자기 엄마’로 가정하고 기사를 읽어보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진 ‘죽은 자기아이는 그렇게 끔찍이 여기면서 남의 자식은 죽이려 한 천하 나쁜X’으로 인식하고 증오의 감정을 더욱더 키워갔던 그런 기사다. (* 헌데 실제로는 주희는 미나 딸이든 누가 되었든 죽이려 한적도 없고 심지어 월세방 주인 아저씨 입장에서도 ‘주희가 미나딸에게 해꼬지를 할 가능성’ 정도를 혼자서 추정한것뿐, 그런 것을 목격하거나 어떤 근거가 될만한 마땅한 정황이 있었던것도 아니다. 그러니 애초 월세방 주인의 추정에 승미의 상상이 겹쳐져 이 어이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헌데 정작 그 주희가 정말 자기 엄마라면 ? 그럼 기사 하나하나마다 그렇게 죽은 자기딸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는 이런 기사들은... ?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것인가. ? 혼자 고민을 하다 한동안 연락을 취하지 않고 있던 친구 소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어쨌든 주희에 대한 음해계획은 유보된 상태고, 게다가 승미는 바로 그 주희를 직접 대면하고 난뒤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게만 해 친구든 누구든 사적으로 연락을 취할만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던데다 그 외 어차피 피차 직장생활로 바쁜 처지 등등으로 자연스레 그리되었던 것이다. 여하튼 모처럼만에 연락을 취해 만나게 된 소연. 그녀가 의아헤서 승미에게 묻는다. 

 “ 왜 ? 도대체 무슨일이야 ? ” 

 “ 소연아...만약에말야... ” 

 “ 왜 ? 무슨 고민이라도 있여 ? ” 

 여하튼 대학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그런 절친이니 대략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그 정도의 친분은 쌓아온 셈이다. 허나 지금은 도무지 친구의 속이 가늠이 안되어서일까. 사실 소연 입장에서도 전해줄 이야기가 없지는 않은데 지금은 승미의 심각한 분위기 때문에 한가로이(?) 그런 이야기나 전해주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 같다는 판단까지 하게된다. 그런 상황에서 승미의 입이 열린다. 

 “ 만약...내가 지금까지 알고있던 고정관념이...완전히 아니었던게 되면 그땐 어떻게 

  되는거지 ? ” 

 “ 뭐야 ? 갑자기 그게 무슨소리야 ? ” 

 무슨 철학적 담론도 아니고 도무지 가늠이 안되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어리둥절해지기만 하는 친구 소연. 승미가 공연히 말을 빙빙 돌릴일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듯 물 한모금을 삼킨뒤 긴장된 목소리로 입을 연다. 

 “ 만약에...만약에...하주희 그 여자가말야... ” 

 부모죽인 원수가 되었든 그 외 다른 의미의 존재가 되었든 적어도 하주희란 여자는 승미 친구 소연의 입장에선 그동안 지겨울정도로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다. 헌데 그 하주희를 두고 또 무슨말을 하려는것인지. 일단 승미의 입이 열린다. 

 “ 만약...그 여자가 우리 엄마면 어떻게 되는거지 ? ” 

 “ 뭐 ? ” 

 이게 대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지금까지 자기 부모를 죽인 것은 물론 자기까지 죽이려한 여자였다며 그야말로 철천지 원수라며 이를갈면서 심지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파멸시키겠노라 이를 갈며 맹세하던 그 이승미가 아니던가. 헌데 이게 대체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그동안의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면 어쩌구 하더니, 지금까지 원수처럼 여기던 여자가 자기 엄마 ? 대체 이게 무슨 황당한 이야긴가. 소연 입장에선 자신이 순간 뭘 잘못들었나 싶은 의심까지 들 지경인데, 그래서 다시금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듯 차분하게 승미에게 묻는다. 

 “ 무슨소리야 갑자기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건데 ? 도대체 누가 누구 엄마 

  라는거야 ? ” 

 “ 생각해보니...지금까지 난 월세방 주인 아저씨의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믿어왔던거 

  잖아. 날 고아원에 맡긴 그 아저씨 이야기만 믿고...헌데 생각해보니 내가 직접 확 

  인해본 것은 아무것도 없어. 연탄가스 사고의 진상에서부터 그날 사고로 죽은 사람 

  이 누구고 과연 내 진짜 부모는 누군지 내가 직접 확인해본게 하나도 없다니까 ?  

  그러고보니 이상해. 월세방 주인아저씨를 제외하고나면 아무도 나한테 누가 누구  

  엄마고 딸인지 정확하게 일러준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내가 직접 확인해본것도 아니 

  구... ” 

 “ 뭐 어쨌든...그 아저씨가 갓난아기인 니가 그 병원에 그냥 있는게 위험한 것 같아 

  서 데려온거라며 ? 그래놓고 고아원에 맡긴뒤 너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 뒤에서 후 

  원해주신거고... ” 

 “ 생각해보니 그 아저씬 그냥 일개 월세방 주인아저씨일뿐이야. 세입자의 사생활까 

  지 그렇게 정확하게 세세하게 알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만약 그 아저 

  씨가 내가 정확히 누구 딸인지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채 자기만의 추론으로 그런 

  일을 벌인거라면 그땐 어떻게 되는건지 그걸 묻고있는거야 나는 지금... ”  

 

 얼마후 마침내 유전자 감식센터에서 주희가 의뢰한 의뢰결과 통보가 나왔다. 우편으로 전달된 유전자 감식의뢰 결과표를 떨리는손으로 뜯어보는 주희. 그리고 마침내 결과표를 확인한 주희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한동안은 결과표를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문득 무슨생각이 들었는지 어디론가 전화부터 했다. 

 “ 여보 !!! 여보 !!! ” 

 주희는 마치 윤섭이 자기 남편이기라도 한양 그를 그와같이 불렀다. 충격이 너무 컸기에 제정신이 아닌것일까. 아니면 너무 다급하고 화급을 다투는 일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말이 헛나온것일까. 전화를 받은 윤섭이 당황해서 얼른 사람들이 안 보이는 은밀한 지역으로 가서는 다시 전화를 받아야할 지경이었다. 

 “ 이 사람이 큰일내려구...도대체 무슨일이야... ” 

 사실 윤섭과 주희는 그동안 관계를 지속적으로 해왔던것도 아니고 그냥 이따금 용무가 있을 때 주희가 윤섭쪽을 몇 번 만나러 간게 전부니 두 사람을 내연(內緣 : 법적으로는 부부가 아니나 실질적으로 부부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는 관계)관계라고 말하기도 애매하다. 허나 여하튼 지금은 윤섭을 자신도 모르게 그만 ‘여보’라고 호칭한 주희. 당황한 윤섭이 어쩔줄을 모르는가운데 일단 주희의 말이 이어진다. 

 “ 우리 연오 찾았어. 우리 애기 죽지 않았다구 !!! ” 

 “ 뭐...뭐라구 ??? ” 

 허나 윤섭도 얼마전에 주희가 찾아와서는 ‘우리 아이일지도 모르는 아이가 나타났으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있으라’고 한 것을 기억 못하지는 않을터. 허나 막상 주희로부터 그와같은 말을 들으니 윤섭도 더없이 당황이 될 수밖에 없고 일단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려하며 상황파악부터 하려고 한다. 

 “ 가...가만 좀 차근차근 말해봐. 그러니까 그...지금까지 당신이 25년전 연탄가스 중 

  독사고때 죽었다고 말해온 그 아이가 살아있다는 말이지 ? 그 이상한 아이가 당신 

  딸이라는걸 확인했다 그 말이지 ? ” 

 “ 일단 우리 연오부터 만나보고 다시 전화할게. 그럼 당신은 저번에 내가 말한것처 

  럼 준비나 해줘. ” 

 어쨌든 승미가 연오가 맞다면 최소한 그 아이가 지금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있는 것 같으니 그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자기 친아버지부터 확인시켜주는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던 주희 아닌가. 그러니 나중에 귀찮은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은밀하게 25년만에 나타난 딸을 한번쯤은 만나주는게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은 윤섭도 하고 있는터. 두 사람의 통화는 일단 마무리되었지만 윤섭은 그 뒤에도 한동안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윤섭 입장에서도 이건 결코 간단치가 않은 사태가 아닌가. 정신이 어질어질해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조차 제대로 되지않는 상황이다. 

 한편 주희는 일단 현재 이승미란 이름으로 살아가고있는 그 여자아이한테 제대로 확인을 시켜주기 위해 유전자 검사표를 들고 승미부터 만나러갈 작정을 하고 있다. 부랴부랴 유전자 검사표를 들고 승미네 집으로 가기위해 사무실에서 나와 주차장으로 가고있는 그녀. 헌데. 

 ‘ 퍽 !!! ’ 

 어디선가 둔탁한 것이 주희를 치는듯한 느낌이 들더니 주희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신분을 감추기 위함일까. 선글라스에 마스크 거기다 모자까지 깊숙히 눌러쓰고 있는 네명. 워낙 변장을 철저히 하고 있어서 먼발치서 보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분간하기 쉽지 않을 지경이다. 그 네명이 어떤 마대자루 같은데 주희를 넣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일반 주차장은 CCTV 같은데 찍힐 위험이 있으니 아마 자신들의 차는 다른곳에 대기시켜놓은 듯 한데 일단 대충 CCTV 사각지대 같은 은밀한 골목같은곳으로 가 마대자루에 든 것을 차에 싣는 이들 네명. 그리고 한명이 운전대를 잡고 나머지 세명은 각기 조수석과 뒷좌석등에 나눠타서 잠시후 차량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사실 주희가 성인여성중엔 장신에 속하는 여성이기 때문에 마대자루안에도 겨우겨우 넣을수 있을 지경이긴 했다. 그래도 그녀의 손발을 묶고 허리와 다리 부분을 대충 구부리게 했더니 어렵사리 자동차 뒷 트렁크에 들어가긴 했다. 그리고 움직이는 차. 차량은 서서히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사실 주희가 중간에 깨어나서 트렁크안에서 요동을 치긴 했는데 안되겠다 싶은지 일행은 차에서 내려 트렁크안의 주희를 꺼내 강제로 미리 준비해온 수면제를 더 먹여 주희를 다시 잠들게 하긴 했다. 헌데 그러고보면 주희는 26년전에도 자신과 윤섭을 반대하는 윤섭의 어머니 권경애 여사로 인해 그녀가 부리는듯한 조폭조직에 의해 이런식으로 납치되어 전라남도 남서부지역 농촌마을 창고에 버려지기까지 했는데 그로부터 26년만에 다시 이번엔 누군지조차 정체도 불분명하고 파악하기 쉽지 않은 그런이들로부터 이런 봉변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주희 입장에서도 짐작갈만한곳이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어쨌든 승미 그 아이를 만나 자신이 승미의 친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암시까지 주었고 또 아니더라도 승미가 미나 친딸이라도 되려 자신이 생명의 은인격이란 말까지 해주었는데 설마 이런짓을 벌일까. ‘설마 아닐거야’ 하는 생각이었다. 어쩄든 주희는 4인방이 그녀를 다시 재실신시켰으니 더 이상 무슨 생각을 하거나 할수도 없다. 

 깊은밤. 충청남도의 어느 인적드문 해안가. 4인방은 차량을 그곳까지 몰고와서는 아직 주희는 차 트렁크에 가둬놓은 가운데 어디서 잔뜩 나무장작 같은 것을 구해와 한쪽에 쌓아놓았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놓은것인지 석유통도 하나 차안에서 꺼내왔다. 그리고 잠시후 거기에 불을 붙였다.  

 마대자루안에서 일단 주희를 꺼냈다. 주희에게 무슨 최후의 할말이라도 할 기회를 주거나 혹 자신들이 누구인지 또는 납치를 한 목적을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단 스마트폰 영상을 찍기 위함이 이다. 이들의 목표는 최종보스(승미)가 원하는 것을 해주고 그에 상응한 댓가를 받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니 OO패션 사장이자 당대 최고의 의상 디나지어 하주희를 살해했음을 확실하게 증거영상으로 찍어 승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래서 일단 그녀를 스마트폰 사진으로 확실히 촬영하고 그리고 그녀를 불을붙인 장작으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모닥불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는 불길. 4인방이 석유를 뿌리니 더욱 활활 타오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곳에 주희를 던져넣어버린다. 그녀에게 무슨 최후의 할말이라도 할 기회도 주지않고 자신들이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않은채 다만 주희의 모습만 영상으로 촬영하고 그렇게 장작불에 던져넣어버린 것이다. 

 얼마후 그렇게 주희를 해치운 4인방이 승미를 찾아왔다. 소연과 미정도 함께 있는 자리인데 4인방은 마치 뿌듯한일이라도 한 듯 보스격인 승미에게 이렇게 보고한다. 

 “ 저희가 다 해치웠습니다. ” 

 “ 해치우다니...도대체 뭘요 ? ” 

 사실 애초에 승미가 주희와 그녀의 회사를 음해하기 위해 세운 계획과 조직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보를 해버려 조직도 사실상 해산된 상황이나 다름없다. 전단을 뿌리던 여고생 알바등은 모두 흩어져버렸고, 4인방에게도 승미가 더 이상 무슨 연락은 취하지 않는 상황. 사실상 그렇게 해체된 상황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뜬금없이 4인방이 다시 나타나 이렇게 말하자 승미는 어리둥절하고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허나 4인방은 제법 뿌듯하고 자랑스레 보고한다. 4인방의 리더격인 간호조무사 출신 지영이 직접 촬영한 스마트폰 영상을 보여주면서까지 이렇게 보고(?)한다. 

 “ 보스께서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시는 하주희 사장을 해치웠다 이겁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이렇게 장작불속에 활활 태워버렸죠. ” 

 “ 뭐...뭐라구요 ? ” 

 “ 유골은 저희가 쓸어모아서 미리 빌린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까지 가서 버렸습 

  니다. 그러니 유골이건 시신이건 흔적조차 찾기 힘들겁니다. ” 

 그야말로 완전범죄라도 획책하듯 철저하게 해치워버린 이들. 간호조무사 출신 지영이 제법 뿌듯하고 자랑스레 보고하고 있지만 승미는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잖아도 얼마전 주희의 이상한 행동과 그리고 누가봐도 유전자 감식이 목적인 듯 머리카락을 조금만 잘라달라고 해 승미는 그리 어렵거나 문제될일도 아니고 게다가 주희의 바램이 간절하기까지 해서 그녀도 모든 것을 유보한채 오직 유전자 감식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미 입장에선 지금 달리 확인해볼 방도가 있는것도 아니라 주희가 의뢰했다는 유전자 감식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주희를 시신은커녕 유골도 수습하기 불가능할정도로 사라지게 만들어버렸다면 이제 어찌되는가. 너무나 기가막혀 승미가 발악하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이 사람들 전부 살인죄로 고소해버려요 당장 !!! 당신들 내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 ”



 어떻게보면 막장드라마도 아니고 그냥 허무개그 같은 결말이 되어버렸다.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승미 입장에선 하주희가 정말 자신의 친엄마가 맞는것인지 확인할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어져버렸고 게다가 월세방 집주인은 이미 사망한 상태라 25년전 대체 무슨일이 어떻게 잘못되어서 주희딸이 미나의 딸로 미나의 딸이 주희의 딸로 오인되어 심지어 주희의 딸 연오가 지금까지 이승미란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심지어 자신의 친엄마인 하주희를 자기 아빠,엄마를 죽인 원수처럼 생각하고 살아오게 된 것인지 그 잘못꼬인 실타래의 근본을 찾을 방법이 사실상 사라져버린 것이다.
 

 물론 주희가 받은 유전자 감식 결과표가 있긴 하지만 주희가 그것을 들고 주차장으로 달려가던 상황에서 4인방에 의해 기절을 하게 된것이니 설사 검사표가 그 현장에 그냥 떨어져있다 하더라도 그 감식표를 승미가 확인해볼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설사 그 유전자 검사표가 담긴 우편봉투를 누가 주차장에서 이상해서 집어 들어본다 하더라도 거기 하주희,이승미의 이름이 적혀있다 하더라도 하주희는 이 건물에 위치한 회사 사장 이름이니 우편봉투를 습득한 이가 하주희 사장의 이름을 알 가능성은 있어도 평범한 무명씨에 불과하고 사는것도 먼 이승미란 여인의 존재를 알 가능성은 별로 없지 않은가. 게다가 하주희의 시신까지 4인방이 불에태워 바다에 뿌려버렸다고 하니 승미가 유전자검사를 재확인해보거나 할 방법도 이제 없어진 것이다. 

 승미는 그저 망연자실하게 자기방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사실 승미 입장에선 막상 그렇게 만나보게 된 주희의 태도가 너무 이상해 그때부터 뭔가 의심을 하기 시작한것이지 승미 입장에서 확인해볼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까진 그저 월세방 주인의 말을 바탕으로 하주희란 여자가 자기 엄마,아빠를 죽였을것이라고 철천지 원수처럼 여기고 복수의 칼날을 갈며 살아왔는데 막상 만나보게 된 하주희는 되려 자신이 (승미가 미나의 딸일 경우) 오히려 ‘생명의 은인’이며 처음엔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고아원에서 살았다’는 식의 말을 약간의 말실수처럼 흘려버리자 주희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는지 ‘혹시 아이가 뒤바뀌어서...이 아이가 미나의 딸이 아니라 지금까지 죽은줄만 알고 살아온 자기딸 연오가 아닌가 ?’ 하는 의심을 하기 시작해서 그래서 그 여부를 확인해보려 한 것. 그렇게 자신의 이전까지의 고정관념을 깨는 일련의 일들이 계속 벌어지자 승미도 의심을 하기 시작한것이지 지금 그녀가 확인해볼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다. 일단 하주희 입장에선 여하튼 자신이 48시간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난것이고 그 상황에서 ‘자기딸이 죽었다’고 병원 관계자들이 전해주자 그렇게만 알고 25년을 살아온것인데 막상 승미란 아이를 만나보니 뭔가 이상해서 아이가 바뀌었을것이란 의심을 하기 시작한것이지, 근본적으로 연탄가스 중독사고 당시의 일도 그리고 병원에서 깨어난 직후의 일도 하주희 자신만이 정확하게 알고있는 일이지 승미로선 갓난아기때 벌어진 그 일의 경위를 도무지 알 턱도 알아낼 방법도 없다. 가령 경기지역 그 당시 지방신문을 지금 다시 찾아서 꼼꼼이 살펴본다 하더라도 거기엔 신원조차 분명히 적혀있지 않은 성인여성 두명과 갓난아기 둘이 중독사고 현장에서 발견되었고 이중 성인 한명과 아기 한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고 나머지 성인 한명과 아기 한명이 생존했다는 정도의 내용만 짤막하고 막연하게 적혀있을뿐, 그것으로 승미가 추정해볼수 있는 단서는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승미는 그저 허망하게 지금껏 자신이 모아온 하주희에 대한 신문기사며 방송자료만 다시금 눈물을 머금으며 살펴볼뿐이다. 지금까진 원수로 생각하며 ‘세상에 둘도없는 뻔뻔스러운 여자’라며 칼을 갈며 읽어본 기사이지만 이제와서 보니 만약 하주희가 자기 엄마라고 가정하고 다시금 기사를 읽어보면 먼저간 딸아이에 대한 애틋함과 안타까움,그리움이 하나가득 묻어있는 그런 인터뷰 기사내용이 아니던가. 그만큼 끔찍이도 자기 딸을 생각한 여자인데 그 하주희가 자기엄마일 가능성. 그조차도 이젠 확인해볼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 미안해요... ” 

 납골당안에 안치된 유골함을 꺼낸다. 사실은 미나의 딸 유골인데 지금까지 제 부모 곁으로도 가지 못하고 엉뚱하게 하주희의 딸 연오의 유골함으로 오인되어 그 자리에 있어온 미나 딸. 그렇게 자기 친엄마도 아닌 ‘엄마친구’인 하주희의 인사만 지난 25년간 받아온 유골함이 마침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 그러고보니...당신이 지금껏 저로 살아왔었네요. 저는 제가 당신인줄 알고 당신은 

  우리 엄마가 저로 알고 이렇게 이런곳에 안치시켜놓았고...사실 당신 부모는 따로 

  있는데 엉뚱한 사람이 지금껏 찾아와서는 엄마라면서 자기딸인양 그러고 있었어 

  요. ” 

 미나 딸의 유골함은 실로 25년만에 제자리로 옮겨지게 된다. 주희와 승미 아니 주희와 연오 모녀에 의해. 25년전 연탄가스 중독사고로 세상을 떠나 유가족(미나의 동생들)들의 바램대로 고향에 묻히게 된 미나와 병규. 바로 자신의 아빠엄마 곁으로 25년간 혼자 쓸쓸한 유골함으로 있던 그녀가 제 부모곁으로 다가온다. 

 “ 미나야...너희 딸 데려왔어. 그동안 이 아이가 내 딸인줄 알았는데, 공교롭게도 일 

  이 이렇게 되어버렸네. 미안해 미나야. 사실은 니 딸인데...사람들이 니 아이를 내가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필사적으로 연탄가스 자욱한 방에서 꺼내 데리고 나오다 기 

  절하는 바람에...그래서 사람들이 니 아이를 내 아이로 오해...그래서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모양이다. 미안해 미나야. 이제 네 딸 네 곁으로 돌려보내줄게. ” 

 이렇게 되어야 정상인데 하주희가 죽음으로써 이제 그렇게 할수도 없다. 근본적으로 미나 딸을 자기딸로 오인 납골당에 안치한것도 하주희고 미나의 동생들과 함께 미나와 병규 내외를 미나의 고향 뒷산에 묻은것도 주희다. 그러니 하주희가 있어야만 미나 딸의 유골함이 안치된곳도 미나와 병규가 묻힌곳도 알수가 있는것인데 하주희가 죽음으로써 아무것도 할수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 심지어 승미(아기때 이름은 연오) 친아버지의 존재도 미나 딸 아버지인 병규네 집안에 대해서도 지금은 알아낼 방법이 없다. 근본적으로 승미(연오) 아버지 이윤섭의 연락처도 하주희가 알고 있으니 그녀가 있어야만 승미와 윤섭의 부녀 상봉이 이뤄질수가 있고 자기 아들이 죽었는데도 지금껏 아들은커녕 손녀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온걸로 봐야하는 안병규 집안쪽에도 연락을 취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한다.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아이가 뒤바뀌는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월세방 집주인이 사망해버림으로써 아이가 뒤바뀐 경위 자체의 진상을 알아낼 방법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다만 어쨌든 주희가 맨 마지막으로 구해낸 것이 미나딸이었고 그 미나딸을 살릴려고 필사적으로 품에 안았다가 그만 쓰러지고 말았으니 발견한 사람들 입장에선 누가봐도 미나딸을 ‘주희딸’로 오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 정도만 주희 입장에서 추정이 가능했을분이다. 

 “ 승미야...어딜 가려구 ? ” 

 모든게 다 허무개그처럼 끝나버리자 승미가 짐을 챙기고 있다. 근본적으로 하주희가 자기 친엄마든 아니면 원수같은 존재든 이미 하주희가 죽음으로써 승미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다. 이미 죽고 없는 사람에게 원수갚을 이유도 없는것이며 친엄마라고 해도 이미 그 사실관계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사라진 것 아닌가. 그래서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있던 승미가 그러다 어느날 문득 짐을 챙겨 떠날채비를 하고있는 것이다. 걱정된 친구 미정과 소연이 묻는다. 

 “ 죽진 않을테니 걱정마. 내 친부모가 누구든 지금까지 여태껏 고아로 살아온것만 

  은 명백한 사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그렇게 죽지는 않아. ” 

 “ 그럼 대체 어쩔건데 ? ” 

 “ 그냥...뭐...여기저기 정처없이 떠돌 생각이야. ” 

 “ 뭐라구 ? ” 

 친구 미정이나 소연이 아니라 다른 누가 봐도 좀 어이없다고 봐야할 승미의 선택.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우리나라가 통일이 안 된게 새삼 아쉽네 ? ” 

 “ 그건 갑자기 무슨소리야 ? ” 

 “ 솔직히 기차를 타든 고속버스를 타든 그렇게해서 하염없이 아주 먼곳까지 달려버 

  리고 싶은게 지금 내 솔직한 심정이야. 허나 알다시피 우리나란 삼면이 바다고 북 

  쪽은 휴전선이라 통일이 되지 않는한 갈 수 없는 땅. 그러니 북쪽으로든 남쪽으로 

  든 기차나 고속버스로 갈 수 있는 길이 한정되어 있는거잖아. 땅넓은 미국이나 러 

  시아라면야 그런 설정이 가능할련지 모르지말야. ” 

 “ 참 나... ”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터트리는 미정과 소연. 일단 승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허나 진짜 이대로 중국으로 가든 러시아로 가든 그래서 그곳에서 정처없이 떠돌며 

  살아가볼 생각야. 그야말로 집도절도 없는 나그네 같은 유랑자 신세가 되는거지  

  뭐. 어차피 지금까지 고아로 자라온것만은 사실인데 엄마든 아빠든 내게 존재하지  

  않는 것이 그리 큰 문제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래서 그냥...어디 멀 

  리멀리 정처없이 집도절도 없는 유랑자같은 신세가 되어 정처없이 떠돌아다닐 생각 

  으로 있다구. ” 

 “ 승미야... ” 

 안타까운 듯 미정과 소연이 만류하지만 승미의 결심을 바꾸진 못할 것 같아.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온 승미. 허망하게 잠시 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공교롭게도 구름한점없이 맑은 하늘. 말없이 바라보다 서서히 발걸음을 옮긴다. 인천 국제공항으로 가서 정말 외국으로 나가려는것인지 아니면 기차나 고속버스 여행이라도 원없이 해보려는것인지. 하늘아래 이제 진짜 부모없는 고아신세가 되어버린 승미의 발걸음이 터벅터벅 옮겨지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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