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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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미나 (4)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신고를 받은 경찰관과 구조대들이 달려왔을 때 현장에는 모두 네명의 사람이 쓰러져있었다. 정확히 성인여성 두명과 갓난아이 두명.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인여성은 한명은 빨간색 계통의 상의를 입고 있었고 또 한명은 하얀색 츄리닝 상하의 차림이었다. 하얀색 츄리닝 차림의 여성은 방이 두 개인 월세방 문에서 대략 5m 정도 떨어진곳에 쓰러져있었고 빨간색 상의 여성은 그녀보다 10미터 정도 더 떨어진곳에 갓난아기를 품에 꼭 안은채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또 한명의 아이가 상하의 츄리닝 바람의 여자 아래쪽으로 10여미터정도 더 떨어진곳에 있었는데 대충 봐도 손동작 같은 것을 하는 것이 숨이 붙어있는 듯 했다. 무엇보다 거리상으로는 이 갓난아기가 연탄가스 사고가 난 문제의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형국이었다. 

 한편 빨간색 상의 여성도 구조대가 다가왔을 때 가까스로 무슨 말을 하는 듯 했는데 여전히 나지막한 소리였지만 손가락 하나를 펴보이며 ‘한명...한명...집안에...’ 대략 이런 취지의 말을 가까스로 하고 있었다. 여하튼 구조대원들이 충분히 짐작해볼 수 있는 말이긴 한다. 

 “ 이봐요 아주머니...정신이 들어요 ? 무슨 이야기에요 ? 방에 사람이 더 있다는건 

  가요 ? ” 

 “ 한명...한명 더... ” 

 “ 이봐요 OOO씨, OOO씨 어서 빨리 집안에 사람이 더 있는지 확인좀 해봐. 아무래 

  도 사람이 한명 더 있다는 소리 같으니. ” 

 충분히 짐작가는 주희의 말이었기 때문에 다른 구조대원들에게 바로 명령을 내린 상관. 구조대원들은 일단 문제의 집의 문이며 창문을 전부 열어 환기부터 시긴뒤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때까지도 방구석에 방치된 상채인 안병규. 허나 적어도 집밖의 네명은 구조대들에게 ‘생존자 구조’의 상황이 되어 있었다면 방안에 있는 사람은 이미 생존자가 아닌 ‘시신수습’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어있었다. 주희가 갓난아기까지만 데리고 나오다 쓰러지는 바람에 미처 구하지못한 마지막 사람 안병규. 그러니 그때까지 방안에 방치된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는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미 사태는 해피엔딩에선 거리가 먼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도 적어도 현장에서는 생존자로 구조할수 있었던 두명의 여성과 두명의 갓난아기. 허나 급히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생존자수는 줄어들고 있었다. 미나는 이미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는 과정에서 숨을 거둔 상태였고, 주희의 품에서 그때까지만해도 숨이 조금은 붙어있는 듯 했던 갓난아기까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주희는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병원에서 확인해보니 건강상태도 대체로 양호한편이라 다만 호흡문제만 산소호흡기등을 통해 정상적인 호흡이 가능해질수 있도록 돕게 하였고 그러면서 경찰들이 사건경위 조사와 함께 주희에게도 상황을 알렸다. 

 “ 그러니까...친구분이랑 한집에 사셨다는건가요 ? ” 

 “ 네...그냥 좀 어찌어찌하다보니 사정이 그렇게되어서...친구랑 한 집에 살았었어요. 

 ” 

 “ 안되셨네요. 어쨌든 친구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친구분 남편분인듯한 남자도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 아기도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한 상 

  태였고요. ” 

 주희 입장에선 여전히 자신의 사적인 문제를 자세히 말하기가 그래서 경찰들에게 ‘그냥 어쩌다 친구집에 얹혀살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니 경찰이든 병원관계자든 젊은 부부가 살고있는 집에 그 여자의 친구라는이도 갓난아기와 함께 얹혀살고 있었던 대충 그런 상황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헌데 그보다 진짜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애초 발견되었을 때 두명의 성인과 두명의 아기의 상황. 원래 애초엔 주희가 먼저 급한대로 자신의 아기부터 안에서 데리고나와 집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안전한곳에 가져다놓은것이고 그리고 그 뒤에 미나와 미나 아이를 구출했던 것 아닌가. 헌데 미나 아이를 구출해갖고 나올 때 그만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바람에 미나 아이를 품에 꼭 안은채 쓰러진 상태였던 것. 그리고 정작 주희의 아이는 미나가 쓰러진곳(* 미나가 쓰러진 위치가 집에서 가장 가깝다.)에서도 더 멀리 떨어져있으니 목격자가 되었건 구조대나 경찰이 되었건 빨간색 상의의 여자가 품에 안은 아이가 바로 그 여인의 아이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이를 츄리닝바람 여자의 아이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주희역시 가스중독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이 미나와 아이들을 구출할 때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만취상태로 곯아떨어졌다가 한참만에 깨어났을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나 할까. 만취상태로 쓰러졌다 깨어나면 그때 있었던일을 정확히 기억하기 힘든것처럼 주희의 경우 가스중독 상태에서 여하튼 사람이든 누구든 구출을 하려고 한참 분주히 움직인것까지는 어렴풋이 기억하는데 누구를 어떻게 구해냈는지 그 과정을 정확하게 기억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였다. 그래서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들의 물음에 자신이 그런대로 어렴풋이 기억나는 부분과 적당히 짜맞춰 대답할 수밖에 없는터. 그래서 실은 애초에 주희가 자기아이를 먼저 꺼내 집에서 그런대로 거리가 좀 떨어진 안전한곳에 가져다놓았고 이후 미나를 구출하고 미나 아이를 꺼내오는 과정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것인데, 다른사람들 입장에선 주희의 품안에 있던 아이를 주희 아이로 그리고 미나에게서도 아래쪽으로 대략 10여미터 정도 멀찌감치 떨어져있던 아이를 미나 아이일것으로 짐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병원 관계자는 물론 경찰들도 구조와 시신수습 이후 상황을 이렇게 전한 것이다. 

 “ 안되었지만 친구분도 친구분 남편도 모두 세상을 떠났고 사모님 아이도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미나씨라고 했던가요 ? 사 

  모님 친구분 말입니다. 그 친구분 아이로 추정되는 그 갓난아이만 그래도 기적같이 

  생존했습니다. ” 

 주희도 가스중독 상태에서 사람들을 구출해낸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못했기에 사실은 자신이 자기 아이를 먼저 집에서 내보내고 그 뒤에 미나와 미나 아이를 구출한것인데 경찰이 그리 말하니 아마 미나 아이는 미나가 구했거나 자신이 멀찌감치 떨어진곳에 데려다놓았거나 그런뒤 자기 아이를 구해서 나오다 쓰러진 것으로 ‘기억오류’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병원관계자는 심지어 이렇게 말했다. 

 “ 그...이미나씨 아이는 어떤 할아버지가 보호자라고 하시면서 이미 데려가셨습니 

  다. 어차피 그 아이의 경우엔 이미 아버지도 어머니도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니 

  할아버지가 보호자라고 하시니...게다가 아이 상태도 응급조치를 취한 이후로는  

  대체로 건강이 양호한 상태라 퇴원처리를 하고 할아버지한테 인계한것입니다. ” 

 병원 관계자가 자기네들 지레짐작대로 그렇게 말하니 주희도 그렇게 곧이 들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주희 자신의 경우와는 달리 미나는 어쨌든 미나 어머니란분도 몇차례 찾아오셔서는 이미 아이도 생겼고 하니 두 사람 사이를 인정할 용의가 있음을 밝히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찾아온 사람이 아이 할아버지(?)라면 여하튼 구사일생으로 그렇게 미나 아이는 살아나 보호자에게 인계된 것으로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쉴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쨌든 자신의 아이는 죽었다고 하니 그 부분에 대해선 한바탕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보면 주희의 경우 자신의 사귀는 남자 이윤섭의 어머니로부터 그 몹쓸 봉변을 당하고나서 이제 그쪽집안은 넌덜머리가 난다며 윤섭과 헤어지고 혼자 자신이 아이를 키울 그럴 결심까지 하지 않았던가. 헌데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이윤섭은 그날 이후론 일절 연락이 되지않아 주희가 직접 당사자에게 이별통보를 하지 않아도 이미 헤어진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상황에서 주희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꿋꿋이 키워보려 했던 아이. 그 아이가 죽었다는 것이다. (* 적어도 병원 관계자나 경찰 관계자들 그리고 사건현장 목격자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주희로선 그야말로 형언할수 없는 비통한 심정 한가운데로 빠져드는 그런 감정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나이 40대 후반의 남자라면 ‘할아버지’라기 보단 ‘아저씨’로 부르는게 정확할 것이다. 허나 혹시 머리카락이 지나치게 희끗희끗하거나 주름이 너무 많이 패여있다면 그 사람에 대한 사전정보가 거의 없는 초면의 사람들 입장에선 한 나이 50-60 정도 된 ‘할아버지’로 지레짐작했을수도 있다. 병원 관계자가 미나,주희등이 세들어살던 집주인을 ‘할아버지’로 오인한 곡절이 실은 그와같다. 게다가 미나와 안병규가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에서 집주인이든 병원이나 경찰관계자든 그네들의 다른 가족한테 연락을 취하거나 그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병규의 어머니는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상 허락하는 것으로 마음이 기울었는지 그사이 두어차례 정도 미나를 만나보러 오긴 했으나 그리 자주 왔다고는 할수 없으니 그때 미나등이 세들어사는 집주인을 만나본다거나 할 기회는 없었다. 게다가 만난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봐야한다. - 집주인과 세입자의 부모가 연락처를 주고받거나 할 일이 뭐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고보면 현재 미나의 다른 가족들에게도 연락을 못한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다. 미나의 경우엔 중학교때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이후 두 동생을 키우는 소녀가장 노릇을 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현재 미나의 두 동생은 다른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중인데 여하튼 미나도 병규도 모두 세상을 떠난 상태에서 사실상 성인중엔 유일한 생존자인 주희를 제외하곤 미나든 병규든 그네들의 가족이나 연락처에 대한 정보를 아는이는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바로 그런 상태에서 아기 생존자인 애초 발견되었을 때 미나에게서 조금 떨어진곳에 위치해있던 그 갓난아기를 집주인이 자신이 ‘보호자’를 자처하며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간 것이다. 그러니 주희는 자신의 아이가 죽은 것으로 아는 상태에서 미나의 아이는 보호자(?)가 데려간 것으로 알고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있는 것이다.  

 “ 여보, 그래서 이 아이는 이제 어떻게 하실건데요 ? ” 

 현재 그렇게 집주인의 집에서 보호를 받고있는 상태인 아기 생존자. 한편 집주인에겐 비슷한 연배의 아내가 있고 그리고 두 사람과 사이에 현재 고등학교,중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둘 있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남편의 부탁으로 아이를 맡아보고 있던 아내. 남편으로부터 대충 사정은 들어서 – 아내도 집주인인 것은 마찬가지니 연탄가스 중독사고 내용에 대해선 알고있다고 봐야하지 않는가. - 알고는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걱정되는 듯이 남편을 보며 부인이 말하고 있다. 집주인은 나름 뭔가 고민하고 생각해둔바가 있는 듯 아내와 단둘이 있는 방에서 천천히 무겁게 입을 연다. 

 “ 일단 우리가 아이를 당분간 보호하면서...수소문을 해봐서 적절한 고아원에 맡기 

  는걸로 하자구. ” 

 “ 고아원에를요 ? ” 

 그러고보면 아내 역시 아기의 부모(미나,병규)가 다 죽은 것으로 인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상태. 게다가 집주인은 굳이 ‘보호’라는 표현을 강조해가며 쓰고 있다. 어차피 집주인 내외도 자신들에게도 사춘기 자녀가 둘이나 있는판에 갓난아기까지 무작정 맡아 키우는 것은 무리란 생각은 하고있을터. 따라서 일단 ‘고아원에 맡기자’는 집주인의 제안엔 아내도 대충 수긍하는 편이다. 헌데 집주인이 그 연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아무래도 그 아기를 무작정 병원에 방치해두는 것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내가 

  이렇게 조치를 한거야. 아무래도 그 나중에 들어온 여자가 아기한테 해꼬지나 하지 

  않을지 그게 걱정되어서말야. ” 

 집주인은 주희를 ‘나중에 들어온 여자’라 칭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병원이나 경찰관계자들은 가스중독사고 현장에선 주희가 빨간색 상의 차림을 한 채로 발견이 되었기 때문에 그녀가 깨어나 실명을 확인할수 있게 되기전까진 ‘빨간색 상의 여자’로 호칭하고 있었다. 그리고 집주인 입장에선 애초에 자신들이 월세방에 세를 놔준이들이 동거든 연인이든 어쨌든 사실혼 관계에 들어간 ‘젊은 부부’였고 헌데 그 젊은 부부가 살던 셋방에 나중에 젊은여자가 한명 더 추가된 것이 아닌가. 바로 그점 때문에 한때 월세를 별도로 더 받던가 미나내외로부터 월세를 올려받는 문제까지 고민했던 집주인. 그래서 ‘젊은 부부’인 미나내와와 구분해서 주희는 ‘나중에 들어온 여자’ 혹은 ‘나중에 온 여자’로 호칭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하튼 시간이 좀 지나선 미나도 주희도 모두 임신을 해 출산까지 한 상태. 집주인이 아니라 다른 누가 봐도 두명의 젊은 임산부가 남자 한명과 한 집에 함께 사는 것은 뭔가 자연스러워보이지 못하고 심지어 해괴해보이는 풍경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집주인은 이런 의심을 하고 있었다. 

 “ 나도 뭐 인생을 어느덧 5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별의별 사람을 다 만나본 사람 

  이지만...그러다보니 인간이 한번 사악해져서 막장으로 치달으면 어느지경으로까지 

  갈수있는지까지 지켜봤던 그런 사람이야. 그래서 난 아무래도 그 나중에 온 젊은 

  여자가 계속 마음에 걸리더군. 게다가 지금까진 그렇게 두명의 젊은 여자가 임신 

  을 하고 출산까지 한 상태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 아닌가. 아무래도 그래서 난 그 

  집 식구들 관계가 마음에 걸려. 한 남자와 두명의 젊은 임산부가 한집에 살고 있다 

  ? 이건 아닌말로 예전에도 볼수 없던 그런 풍경이야. 옛날같으면 첩실은 별도로 사 

  는집을 따로 줘서 거기 살게 하던가 그렇게 해줬지 누가 본처와 첩을 다 함께 한 

  집에 살도록 했겠나 ? 그건 진짜 옛날 조선시대 양반들이나 그렇게 한거고... ” 

 90년대 중반 현재 40대 후반인 그가 말하는 ‘예전’이란 그렇게 오래전인 조선시대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그에게 부모님이나 조부모님 정도 시절일 일제때나 해방직후 그 정도의 시대를 말하는 듯 하다. 여하튼 일부다처제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좀 잘나가는 남자들은 그럭저럭 편법을 써서라도 여자를 두세명 정도 추가(?)로 거느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수있던 시절. 집주인의 머릿속엔 바로 그런 그림을 상상하고 있었던것일까. 한 남자와 그리고 대충 봐도 비슷한 시기에 임신을 한듯한 두명의 젊은 여자. 게다가 집주인 입장에선 공교롭게도 병규내외 월세방에 들를때마다 두 젊은 여자가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다. 그러니 집주인 입장에선 아무래도 나중에 온(?) 여자가 뭔가 정상적인 모습으로 보이지가 않았을터. 허나 아무리 그래도 남편의 상상이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결국 부인이 한마디 한다. 

 “ 에이...아무렴 그래도 요즘 젊은애들이 그런식으로까지 하겠어요 ? 그리고 첩이 되 

  었든 삼각관계가 되었든...잘 알지도 못하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그 나중에 온 여자 

  를 너무 나쁜사람처럼 몰아가는것도... ” 

 여하튼 집주인이 아내한테 (부모가 모두 죽은 상태로 인지하는 상황에서) ‘이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결국 그 ‘나중에 온 여자’가 아기한테 해꼬지를 할 가능성을 그 위험을 미연에 방지해야한다는 취지가 아니던가. 그러니 당분간 자신들이 ‘보호’하면서 적당한 기회를 봐서 고아원에 입양을 보내자는 집주인의 의견. 허나 아내는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지 한마디 한다. 

 “ 여보, 아무리 그래도...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어요 ? 그리고 어쨌든 그 여 

  자(주희)는 깨어났다면서요 ? 그러니 차라리 그 여자한테 구체적인 자초지종이라도 

  알아보고 난 뒤에... ” 

 신중론을 펴는 아내. 허나 집주인은 더 확인하고 할 것도 없다는 듯 사뭇 결연한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 내가 월세 문제나 좀 상의하려고 불렀더니...내가 그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자 

  리까지 박차고 나가버렸던 그런 여자야. 그런 막돼먹은 여자한테 더 이상 뭘 더 확 

  인하고 말고 할게 더 있어 !!! 그러니 우린 우리가 결심한대로 하자구 !!! 이미 하 

  늘나라에 가 있을 아기 부모들도 어쩌면 그걸 원하고 있을지 모르니까말야. 그리 

  고 아닌말로 그 여자가 그리 막돼먹은 여자가 아니라고 치자구. 그렇다한들 달라 

  지는게 뭐가 있겠나 ? 그 여자가 이 아기를 자기가 맡아 키우기라도 하다는 보장 

  이라도 있어 ? ” 

 마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세상이치를 확신이라도 하듯 이렇게 나오고 있는 집주인. 게다가 설사 주희가 그렇게까지 막돼먹은 여자가 아니더라도 이 아이를 맡아 키우거나 할 처지나 상황이 못되는 여자라면 딱히 달라질 것도 없는 것 아닌가. 따라서 아내도 생각해보니 남편의 뜻대로 아이는 그냥 적절한 고아원에 맡기는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만 여전히 걱정이 되는지 다식금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 그럼 뭐...우린 아이만 그냥 고아원에 맡기면 그걸로 끝나는거에요 ? ” 

 한 며칠 돌보다보니 아기에 대한 애틋한 정이라도 그새 생겼는지 그것도 나름 걱정된다는 듯 나오는 아내. 허나 집주인은 이미 생각보다 멀리 보고 생각해둔게 있는 듯 이와같이 말을 이어간다. 

 “ 고아원에 맡기고...대충 후원자 같은 자격으로 한 1년에 한두번이라도 명절이나 연 

  말같을 때 선물이나 후원금이라도 보내면서 아이한테 우리 존재여부를 알려야지.  

  그리고 애가 성인이 되었을때쯤...한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때쯤에 되어서 

  라도... ” 

 “ 그때 뭘 어떡하시려구요 ? ” 

 “ 그때 우리가 애를 불러서 모든걸 다 말해줘야지. 자기 부모가 어떻게 해서 죽었 

  는지 그 곡절하며...그래서 우리가 지를 보호하기 위해 잠깐 맡았었다가 고아원에 

  보낸거라고...그리고 고아원에 보낸뒤에 자라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쭉 지켜보고 있 

  었노라 모든걸 말해줘야지. ” 

 아내가 듣기에도 그게 현명한 판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결국 조만간 적절한 고아원에 이 아기 생존자를 맡기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며칠후에 한 고아원에 아이를 데리고 찾아갔다. 한편 주희는 그 무렵 병원에서 몸이 거의 회복된 상태라 퇴원을 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연탄가스 중독사고때 생존한 아기를 고아원에 맡긴 집주인 부부.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애초 집주인 부부가 아기를 맡긴 목적이 집주인이 처음부터 하주희란 여자에 대해 뭔가 수상쩍게 보았고 그러다 연탄가스 사고로 공교롭게도 주희와 미나의 아이(로 추정되는)가 생존하자 혹시 살아남은 아이한테 주희가 뭔가 해꼬지라도 하지 않을지 그것이 염려되어 맡겼던 것 아닌가. 그리고 나중에 세월이 지난뒤에 자라난 아이에게 자신이 고아원에 맡겨지게된 경위 정도는 알려주기 위해 애초 생각했던것처럼 해마다 명절이나 연말때까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평균 1-2년에 한번 이상은 그렇게 맡긴 아이에게 약간의 선물이나 후원금 정도는 보내주곤 한게 집주인 부부다. 그러니 아이가 적어도 자신은 그냥 버려진 것이 아닌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계속 지켜보며 후원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인식할만한 나이(대략 한 6-7세 정도때부터)때부터로 쳐도 집주인 부부의 후원은 지금까지 한 열차례 가까이는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니 아이는 최소한 자신을 계속 지켜보며 격려하는 누군가가 있다는것만은 확실하게 인지하고 고아원에서 자랐을터이다. 

 한편 고아원에선 아이 이름을 이승미라고 지었다. 어쨌든 그렇게 15년 세월이 흘러 중학교 3학년이 되어있는 아이. 그러나 아무래도 사춘기란게 온전히 넘어가긴 좀 힘든 시기인걸까. 적어도 중학생이 되기 이전까지는 별다른 말썽없이 무난하게 자라던 아이가 승미였는데, 중학생이 된 다음부턴 소위 노는 아이들과 좀 어울려 다니기도 하고 그러다 말썽도 부려 고아원 선생님이 학교로 몇 번 불려간적도 있었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었는지 고아원 관계자가 승미를 후원해주는 이들에게 승미를 좀 직접만나 이야기를 잘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일단 집주인은 애초에 고아원에 맡길 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게된 부득이한 사유를 대략 설명은 해주었다. 따라서 적어도 고아원 관계자들 입장에서도 승미가 어떻게 맡겨진 아이인지는 대충 아는터. 따라서 아이가 어느정도 적당한 나이가 되면 자기 부모가 돌아가시게 된 이유 정도는 알려줄 생각으로 있다는 (아이 부모가 살던 월세방의) 집주인에게 지금 아이 상태를 알려주고 아이를 좀 잘 설득해 앞으로 온전하게 자랄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하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고아원 관계자들이 한 것이다. 그렇게해서 불려온 집주인. 사실 이때는 90년대 중반에 집주인이 세를 놔주던 월세방들은 다 헐리고 철거된 상태이고 그 자리에 새로운 빌라 몇채가 들어섰다. 허나 집주인은 이때도 그 빌라 두채를 관리하고 있어 집주인이든 건물주든 그와같은 신분은 15년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무엇보다 그동안 대체로 운이 좋았는지 경제적 사정도 이전보다 훨씬 좋아져있는 집주인 내외다. 15년전엔 아직 사춘기 중,고등학생이던 두 아들도 어느덧 결혼해 각기 따로 나가 살고 있는터에 집주인 내외는 현재 자신들이 관리하는 빌라에서 좀 떨어진곳에 개인주택을 짓고 대체로 평온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 집주인 내외가 고아원 관계자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승미에게 해줄 이야기를 좀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고아원을 찾아왔다. 일단 승미 입장에서도 자신을 계속 도와주는 어떤이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바로 그런 집주인의 소개를 고아원 원장님으로부터 받게된 승미. 일단 원장은 승미에게 ‘그동안 이따금 선물도 보내주시고 후원도 해주시던분이 이분’이라며 소개했으니 승미도 그러잖아도 자신을 은밀히 도와주시는분이 어떤분인지 궁금하던차에 무척이나 놀라고 반가와했다. 집주인은 일단 그런 승미를 자신의 집에 가서 이야기하는게 낫겠다며 그녀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 앉거라. ” 

 아이한테 맛있는 것을 대접하며 편하게 대화를 시도하려는 집주인. 우선 이런식으로 운을 뗀다. 

 “ 헌데...요즘 학교 공부하는게 많이 힘드냐 ? ” 

 무엇보다 고아원 관계자로부터 도움요청을 받은 이유가 승미가 요즘 너무 말썽을 부리고 비뚫게 나가고 있다는 이유때문이 아니던가. 그래서 어쨌든 그런식으로 승미를 고아원에 맡긴 사람이고 또 그런 내력으로 승미를 맡긴 사람이라고 하니 그런 사람이라면 승미를 잘 설득해서 온전한길로 인도할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고 부른터. 따라서 그런식으로 고아원 관계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들은 집주인이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 듣기로는 요즘 학교에서 선생님한테 많이 혼나고 그런다는거 같던데... ” 

 “ 아, 저 그게... ” 

 상대방이 누가 되었든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고마운 분이라는데 하필 그런 사람에게까지 그런 이야기가 들어갔다는게 중학교 3학년 승미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당혹스럽고 자존심 상하는일이 될 것 같다. 우선 승미는 나름 변명같은 이야기를 입에 담는다. 

 “ 그런건 아니고요...얼마전에 콘서트 구경 친구들이랑 갔었는데...옆자리에 다른 아 

  이들이 저희한테 시비를 걸잖아요. 그래서 시비가 붙었다는데... ” 

 어찌보면 패싸움을 했다는 이야기도 되고. 여하튼 학교나 기타 다른곳에서 부렸다는 말썽이나 물의에 대해 승미는 이런식의 해명을 거듭 덧붙인다. 

 “ 그리고 학교에서도 저 고아라고 놀리는 그런 아이가 있었어요. OO이하고 OO이란 

  아인데...둘 다 잘나가는집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열불도 나고 해서...그래서 제 친 

  구들이랑 학교 인근 모처로 불러내 몇 번 뭐라고 한 것 뿐이에요. 정말 그게 다에 

  요 아저씨... ” 

 일단 집주인의 정확한 신분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모르는 승미 입장에선 그렇게 호칭할 수밖에 없을터이고 승미 입장에선 일단 그가 자기 친부모이거나 한 것 같지는 않고 혹시 먼 친척아저씨쯤 되나 그런 지레짐작을 하고 이런식의 호칭을 붙인 것이다. 여하튼 고아원 관계자로부터도 당사자인 승미로부터도 현재 학교생활이 어떤지는 충분히 파악한 것 같은 집주인.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집주인이 한숨을 깊게 내쉬고 혼자 고민을 하는듯하다 한참만에 천천히 입을 연다. 

 “ 사실 아저씨가 원래는...이런 이야기를 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갈 

  때쯤...그러니 자아나 가치관이 어느정도 여물었다고 볼수있을만한 그런 나이때 이 

  런 이야기를 해주려했었어. 너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고...그리고 우리가 왜 

  널 고아원에 맡길 수밖에 없었는지를... ” 

 “ 가만 아저씨 !!! 그럼 저희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인가요 ? ” 

 최소한 자신을 지속적으로 꾸준히 후원해주는 사람이 있는 상황이었던지라 승미의 경우엔 자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진 않고 살아계실것이란 희망을 갖고 살아왔을 것이다. 헌데 이미 자신을 후원해준 아저씨 입에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니 승미도 순간 무척이나 놀라고 당황하는 눈치다. 허나 어차피 집주인도 이미 각오한 일이니 하려던 이야기는 계속 이어가기로 한다. 

 “ 앞서 말했지만 원래는 이런 이야기 너 대학 들어갈때쯤에나 해주려고 했던거야. 

  헌데...여하튼...고아원 선생님들로부터도 이야기를 들으니 니가 무척 힘든 사춘기 

  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아무래도 더 늦기전에 들려줄 이야기는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을 한거야. ” 

 “ 저희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다는건데요 ? ” 

 어쨌든 자기 부모님이 어떻게 돌아가신지를 아는 아저씨고 그리고 그런 ‘아저씨’에 의해 자기가 고아원에 맡겨졌다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더욱 다급하게 승미는 자기 부모님이 돌아가신 경위나 좀 알고싶다는 생각에 이와같이 물었고 집주인은 결국 ‘올것이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지그시 한번 눈을 감아보았다 뜨며 15년전의 가스폭발사고 과정과 이후의 일을 세세하게 들려준다. 

 “ 그러니까...니 아빠 엄마가...우린 그때 그냥 젊은 부부가 월세방에 세입자로 들어 

  와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니 엄마인듯한 여자가 임 

  신을 했다더구나. 그리고 열달정도 지나 니가 태어난거고... ” 

 승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긴장한 표정으로 집주인을 바라보고 집주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니네 엄마,아빠집에 이상한 여자가 하나 들어왔던거야. 

  어딘가 모르게 수상쩍게 보이는 그런 여자더구나. 보니까 니 엄마랑 자주 싸우는 

  소리도 들렸고...처음엔 니 엄마가 무슨 친구라며...사정이 있어서 잠깐 같이 살게 

  되었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한참을 지나도 니 엄마,아빠 월세방에서 나가지 않고 그 

  대로 계속 살고 있었어. 그래서 아저씨 입장에선 이러면 월세계약 위반 문제도 있 

  고 해서 그 이상한 여자한테도 직접 좀 따지려했지. 그래서 월세문제를 좀 처음부 

  터 다시 상의하려 헀더니 내 말은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 

  고... ” 

 “ ...... ” 

 “ 그리곤 얼마지나지 않아 그런 가스중독 사고가 일어난거야. 현장에선 니 엄마,아 

  빠 그리고 그 이상한 여자의 딸로 추정되는 아이까지가 모두 시신으로 발견된거지. 

  그리고 생존자는 그 이상한 여자와 너 단지 두 사람이었어. 당시 아저씨도 현장을 

  목격했지만 이상한 여자는 제 아이를 품에 꼭 안은채 좀 멀리 떨어져있었고 너는 

  니 엄마가 쓰러져있는곳에서도 좀 떨어진 위치에서 발견이 되었더구나. ” 

 “ 자...잠깐만요 아저씨. 도대체 뭐가뭔지...도대체 이상한 여자는 뭐고 게다가 연탄 

  가스 중독이라뇨...대체 그게 다 뭔데요 ? ” 

 무엇보다 90년대 중반으로부터 어느덧 15년이 지났으니 2010년대 초반. 이때쯤이면 연탄때는 집은 거의 전무한 상태일테니 96년에 태어난 승미에게 연탄을 땐다는식의 일은 감조차 와닿지 않는 그야말로 머나먼 안드로메다 같은데서 일어나는 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다. - 사실 90년대 중반을 기준으로도 나이많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20대 중반의 젊은 여성들이 습기찬 집을 말린다고 연탄을 때운다는 것 자체가 그리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긴 하다. - 여하튼 혼자사는 독거노인도 아니고 다섯식구가 살게된 월세방에서 일어난 그것도 날도 한참 더워질때의 연탄가스 중독 사고. 나이어린 승미 입장에서도 나이 이미 환갑을 넘긴 15년전의 집주인 입장에서도 뭔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의혹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사건인것만은 분명했다. 게다가 이 무렵부터 새로은 트렌드가 되고있는 소위 ‘막장드라마’ 같은 것들의 영향때문일까. 승미의 상상이 이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혹시 그 이상한 여자가 고의적으로 우리 엄마,아빠를 죽였을 가능성은 없는건가 

  요 ? ” 

 집주인은 미나의 10년절친 하주희에 대해 젊은 부부가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그네들과 함께 살게된 ‘이상한 여자’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여자와 승미의 엄마는 자주 싸우는 것 같았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여자도 임신을 한 상태였다는게 집주인으로부터 승미가 들을수 있는 ‘이상한 여자’에 대한 정보의 전부였다. 게다가 이 무렵은 연탄가스 사고 같은 것은 어느덧 조선시대 일같은 먼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린지 오래된 때이고 오히려 이따금 번개탄 같은 것을 구입 차안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자살시도를 한 사람이 있다느니 하는 그런식의 보도가 이따금 신문에 날때다. 따라서 ‘연탄불 때우던 시대’의 일을 알지못하는 승미가 오히려 어느어느 막장드라마 같은데 나오는 이야기나 이따금 신문에 나는 번개탄 태워서 자살을 시도했다는 이야기. 그런것들을 조합해서 하주희라는 ‘이상한 여자’가 자기 엄마,아빠를 한여름에 고의적으로 연탄가스 사고가 나게 해 죽였을 가능성 그런식으로 상상을 하게 되는게 그렇게 무리한 설정은 아니다. 허나 그래서일까. 승미 입장에선 이제 모든 것을 다 알았다(?)는 듯 집주인 아저씨가 자신을 살려(?) 고아원에 맡기고 그리고 지금까지 일부러 자신을 후원하며 지켜봐온 이유를 다 알 것 같다는 듯 사뭇 결연하게 나오기 시작한다. 

 “ 그만하세요 아저씨. 이제 충분히 아저씨 뜻을 알았으니까요. ” 

 “ 승미야... ” 

 헌데 뭘 어떻게 이해하고 알았다는것인지 그건 집주인도 좀 불안해져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기까지 하는데 여하튼 승미는 더 들을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듯 거듭 결연한 목소리로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한다. 

 “ 아저씬 절 살려주시고 그래서 저희 엄마,아빠가 어떻게 죽어갔고 또 저희 엄마,아 

  빠를 죽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려주시려고 그랬던거잖아요. 그래서 절 지금까 

  지 후원해주시면서 제가 비뚫은길로 가지 않도록 지켜봐 주신것이겠죠. ” 

 “ ...... ” 

 “ 그래서 제가 올바로 살아서 좋은대학 들어가게되길 바던거고...그때쯤 저희 엄마 

  ,아빠를 죽인 여자가 누군지를 말씀해주시려고 했던거잖아요. 그러니 이제 더 말 

  씀 안하셔도 돼요. ” 

 “ 아...아니 저 승미야... ” 

 애초 집주인이 의심했던 것은 어디까지나 나중에 들어온 이상한 여자의 정체였지 – 혹시 젊은 남자와 임신한 두 여자가 삼각관계나 처첩같은 관계가 아닌가 하는 –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애초 집주인이 염려한 것은 유일하게 살아난 주희가 (그것도 자신의 아이가 죽은 상태라면) 그런 상황에서 악에 받쳐 생존한 미나와 병규의 아이에게 무슨 해꼬지라도 하지 않을까 그걸 염려해서 아이를 보호하기위해 자기집으로 데려온뒤 고아원에 맡겼던거고 적어도 집주인도 주희가 아이에게 해꼬지를 할 가능성까진 의심은 해도 무슨 고의적으로 그런 가스중독 사고를 내거나 병규와 미나 내외를 죽였을 그런 의심은 하지 않았다. 물론 무더운 여름에 혼자사는 독거노인이라면 혹시 몰라도 20대 중반의 젊은 여자들이 연탄불을 때워 습기를 건조시키려 했다는게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란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집주인도 주희에 대해 그 정도까지의 의심은 하지 않았다. 헌데 승미는 지금 한술 더 뜨고 있는 것이다. 

 “ 그 여자 이름이나 말씀해주세요. 그러고보니 여태 그 여자 이름도 모르고 있네요. 

  이름이라도 알아야 그 여자가 지금은 어디서 뭘하며 뻔뻔스럽게 잘 살고 있는지  

  그걸 알고 제가 어떻게 뭘 해보죠. ” 

 “ 아...아니 저...이름은 하주희라고 하고 그때 아마 강남 의상실에서 일한다고 했 

  던 것 같은데... ” 

 집주인은 그때 가스중독사고 피해자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주희가 깨어났을때쯤에야 그녀의 실명을 처음 알았다. 그때 간단히 대화도 좀 나눠보긴 했는데 집주인은 주희의 실명과 원래 강남 의상실에서 일하는 여자란 사실은 그때 처음 안 것이다. 여하튼 자신이 주희란 여자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알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승미만 데리고 집으로 왔던것인데 여하튼 승미가 이런식으로 나오니 주희의 실명과 당시 직업까지 안 알려줄수도 없다. 승미의 눈에 어느덧 독기가 서린다. 

 “ 걱정마세요 아저씨. 그리고 저...아저씬 제가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제가 그 

  저 비뚫어지지 않고 좋은대학 가서 이 사회에 도움되는 훌륭한 사람으로 자라길 원 

  하셨는지 몰라도 전 그렇게는 안 해요. ” 

 “ 뭐라구 ? ” 

 “ 그대신 저희 엄마,아빠의 복수를 해야한다는 일념의 도구로 살아갈거에요. 걱정마 

  세요 아저씨. 저 그대신 더 이상 방황은 안 해요. 친구들하고도 안 싸울거구요. 절 

  고아라고 놀리거나 업신여기는 아이들이 이런다고 갑자기 하루아침에 다 없어지진 

  않을테지만...이제 제게 더 이상 그런것들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잖아요. ” 

 “ ...... ” 

 “ 저 반드시 죽여버릴거에요. 하주희 그 여자 절대 용서 못해요. 저희 엄마,아빠를 

  모두 그렇게 끔직하게 죽어가게 하고 저까지 죽이려고 한 여쟈. 절대 가만두지 않 

  을거에요. 엄마,아빠의 원수. 우리 세식구의 행복을 빼앗아간 여자. 제가 절대로 용 

  서하지 않을거에요 !!! ” 

 

5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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