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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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미나 (1)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전라남도 남서부 지역의 한 시골마을. 웬지 전설의 고향이나 무슨 여름 납량특집 같은데 나올법한 그런 괜한 으스스한 분위기의 시골마을이다. 일단 마을버스나 시외버스 정류장이 있는곳까진 거리가 꽤 있는편이고, 무엇보다 민가가 그리 많지 않다보니 불빛같은것도 상대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차량도 다니거나 그런 것을 굳이 운전할법한 사람도 없을 것 같고, - 물론 농사지을 때 쓰는 경운기나 트랙터 따위는 있겠지만 – 여하튼 그렇게 인적 드물고 민가도 별로 없어 사방이 칠흙같이 어두워 이따금씩 보이는 가로등 불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사고라도 날수 있을 것 같은 좀 조심해야하는 길이긴 하다. 밝고 환한 대낮에 보면야 평범한 농사짓는 논밭이나 들판같은게 널리 퍼져있겠지만 아무래도 밤늦은 시간이라서 그런가. 주위의 우거진 수풀이나 기물같은 것이 어둠속에서 겹쳐져 공연한 으스스한 형상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도 만들법한 그런곳이다. 저쪽 어딘가에 농협창고 건물 같은게 큼직한게 하나 있긴 하지만 그런건 이 동네 지리에 익숙한 사람이나 굳이 그런쪽에 관심가질만한 사람이 아니면 눈길주거나 하진 않을터이고, 따라서 이래저래 어둠속에서 이따금씩 저만치 보이는 기물 따위가 공연한 으스스함이나 공포감만 한층 더해주는 그런 동네다. 그런 길목을 대략 한 4-5명 정도 되어보이는 20대 대학생 일행이 걸어가고 있다. 

 그러고보면 이런 동네를 굳이 오갈만한 대학생들 같지는 않은데 방학때를 이용 학교 동아리 MT나 종교써클 수련대회라도 왔다가 길을 잃은것일까. 여하튼 그런 사람들이라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차라리 큰길쪽의 버스정류장으로 가거나 하야할텐데 오히려 마을쪽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근방 지리에 익숙치도 않은 상황에서 뭔가 확실히 길을 잘못들어 헤메고 있는것만은 분명하다. 밤늦은 시간. 인적도 드물고 집으로 돌아가야할 교통편을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이래저래 무서움과 공포감만 한층 더해져서일까. 4-5명 정도의 대학생들은 공포감을 덜기위해 자신들끼리 무슨 대화라도 나눠보려한다. 

 “ 진짜 으스스하네. 딱 귀신나오기 좋을 것 같은 분위기구만. ” 

 “ 거...방정맞은 소리 하지좀 마. 귀신이 세상에 있긴 왜 있냐 !!! ” 

 “ 그렇지만도 않아. 나도 어릴 때 친척 아저씨한테 들은 이야긴데 전라도의 어느 시 

  골마을에 6.25때 좌익혐의로 민간인 수십명이 대량 학살당한 그런 마을이 있다고 

  들었어. 헌데 그 근방을 지나가면 밤에 어떤 여자 흐느낌소리 같은게 나기도 하고 

  괜시리 뭔가 이상한 불빛같은게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고... ” 

 “ 거 참...쓸데없는 소리들 좀 하지 말라니까. ” 

 어디서 들은 풍월인지 여하튼 그런 귀신목격담 같은 전설이나 괴담 같은 것을 한 학생이 입에 올리자 그것으로 자기네들끼리 왈가왈부가 벌어지고. 헌데 따지고부면 귀신의 존재여부는 종교나 신 혹은 사후세계의 존재여부처럼 인류가 생긴이래 지금까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도 않았고 결론내지도 못한 그런 복잡하고 어려운 사안이다. 하물며 그런 문제를 이 깊은밤에 전라남도 남서부의 어느 시골마을에서 길을 잃은 평범한 대한민국 대학생 몇몇의 토론(?)으로 결론을 내기도 쉽지 않을터이고. 그래서 자연스레 자기네들끼리 결론내기도 어렵고 확실치도 않은 미확인 귀신목격담이나 그 실체 여부에 관한 이야기만 공연히 주고받고 있다. 헌데 안 그래도 으스스한 밤길을 걸으면서 괜한 방정맞은 소리들이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한 학생이 개중 제법 단호하고도 당당한 어조로 이렇게 외치기까지 한다. 

 “ 어쨌거나 난 귀신은 없다고 생각해 !!! 죽으면 이 다음에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 

  는지에따라 하나님앞에서 심판받으면 그것뿐. 귀신이니 영혼이니 그런 구천을 떠도 

  는 존재는 없어. 있다면 그건 다 마귀나 사탄의 장난일거야. ” 

 “ 아이고 그래...니가 왜 그런 소리 안 하나 했다. 어쨌든 OOO 넌 그래서 어쩔수 없 

  는 골수 예수쟁이라니까. ” 

 “ 어쨌든 난 귀신은 없다고 봐. 그러니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들 그만좀 하자. ” 

 귀신이야기가 잘하면 종교문제로까지 비화될 판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귀신 이야기가 되었든 종교이야기가 되었든 자신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라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며 걸어가니까 그런대로 무서움은 좀 줄어드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길을 잃은 것이 분명한 이들 일행은 이대로 민가쪽으로 가야하나 아니면 지금이라도 다시 큰길로 나가는쪽을 찾아 거기서 버스를 타든 – 헌데 버스를 타기엔 이미 늦은시간으로 봐야할테고 이런 상황이라면 천상 민가에서 하룻밤 묵는 도움을 청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 어떻게 해야하나 자신들끼리 여전히 고민도 계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으슥한 시골길을 계속 걸어가고 있는 이들. 헌데 그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 아저씨이...아저씨이...도와주세요. 거기가는 아저씨. 도와주세요 어어어엉~~~!!! ” 

 순간 일행은 자신들이 뭘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안 그래도 으슥한 시골길을 걸어가는데다 괜시리 귀신 이야기는 좀전에 꺼내서 그로인한 자기네들끼리의 왈가왈부도 있었고. 그래서 괜한 기분탓인걸까. 아마 뭔가 잘못들었으려니 생각하고 일단 가던길을 계속 가려고 했다. 무엇보다 기분탓일까. 웬지 뒤를 돌아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민가쪽으로 가는 발걸음만을 재촉하고 있는 그때. 

 “ 아저씨...저 도와주세요. 집에 데려다주세요. 집에 가야한단말이에요. 어어어엉~~~ 

  !!! 저 귀신 아니에요. 저 미친사람도 아니고...이상한 여자 절대 아니에요. 길을 잃 

  었어요. 아저씨 도와주세요. 어어어엉~~~!!! ” 

 ‘이...이게 도대체 무슨...’ 무엇보다 젊은 여성으로 추정되는 말소리가 더더욱 남학생 일행을 공포에 젖어들게 만들었다. 설마 조금전까지만 해도 뭔가 잘못들었으려니 하고 그저 민가쪽으로 가는 발걸음만 재촉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이 든 대학생들. 공교롭게도 가로등 불빛이 조금전 있던 가로등 불빛의 사정거리는 이미 지나서 다음 가로등이 있는곳까지 가기전인 애매한 부분. 따라서 사방은 더 어둡고 착시현상이나 착각이 일어나기 딱 좋은 그런 공간이기도 했다. 헌데 일단 이 정체불명의 여인의 울음소리가 궁금해 참을수가 없었던 대학생 일행. 순간 뒤를 돌아보았다. 

 “ 으...으아아아아아아악~~~~~!!!! ” 

 “ 아저씨들...저 귀신 아니에요. 저 미친여자두 아니구요. 집에 가야하는데 여기가 어 

  딘지 몰라요. 집에 가야한단말이에요. 어어어엉~~~!!! 도와주세요. 저 귀신 아니에요 

  아저씨들...미친여자도 아니고요. 제발 도와주세요 어어어엉~~~!!! ” 

 “ 으아아악 !!! 사람살려 !!! ” 

 정체불명의 여자는 자신이 분명히 ‘귀신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그 말이 남학생들을 더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자신은 귀신도 아니고 미친여자도 아니다. 길을 잃었는데 집에 데려다달라. 이런식으로 횡설수설 내뱉는 여인의 울음소리. 그보다 더 남학생들을 기겁하게 만든건 여인의 옷차림새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 그리고 하얀소복같은 옷차림은 온 전체가 여기저기 피투성이였다. 그야말로 전설의 고향같은데 나올법한 귀신의 차림새 그 자체고 남학생들은 혼비백산 혼신을 다해 그 자리에서 달아나버렸다. 허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여인은 더더욱 난감해진것일까. 구슬픈 울음소리를 한옥타브 더 높이며 마치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듯한 횡설수설 내뱉고 있었다. 

 “ 어어어엉~~~!!! 저 귀신 아니라니까요 !!! 미친여자도 아니고 귀신도 아니에요 !!! 

  어어어엉 !!! 제발 도와주세요 아저씨. 누구 있으면 제발 도와주세요. 전 지금 여기 

  가 어딘지도 몰라요. 길을 잃었단 말이에요. 생전 처음 오는데란말이에요. 집에 가 

  야하는데 갈수가 없어요. 집에 갈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전 여기가 어딘지도 몰라 

  요. 제발 절 집에 데려다주세요. 제발 누가 있으면 도와주세요. 저 귀신도 아니고 

  실성한 여자도 아니에요. 제발 절 집에 데려다주세요. 길을 잃었단말이에요. 도와주 

  세요 !!! 어어어엉~~~!!! ” 

 

 날이 밝으면 평범한 농촌마을은 농사를 짓는 농부들의 일상이 시작될터이다. 사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 대다수는 서울로 도시로 빠져나가 한동안은 농촌총각의 결혼문제가 쉽지 않은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가 그나마 그 시대도 지나니 이젠 아예 농촌에서 젊은층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서울로,도시로 돈을벌러 떠난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대학나오고,취직하고,결혼해서 애낳고 살면서 그런식으로 서울이나 도시지역에 정착하게 되면서 시골 고향의 부모님이나 어른들은 추석이나 설같은 명절 때나 찾아 뵙고 돌아가는게 하나의 패턴이 되어버린게 이미 80년대부터 아니었던가. 물론 IMF 직후엔 실직한 중년가장이 이제와 마땅히 다시 취직을 하기도 쉽지 않으니 차라리 귀농(歸農)을 선택하거나 또 근래 들어서는 도시에서 정착하기 쉽지않은 젊은이들이 농촌생활을 선택하거나 또는 한국의 농촌총각과 결혼한 동남아 이주민이나 탈북여성을 보는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아졌으나 80년대부터 이미 최소한 3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났는데도 시골에서 젊은층을 찾아보는 것이 쉽지 않은 그 전체적인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90년대 중반정도의 농촌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하튼 대체로 농촌에 중년층 이상 노년층이 다수고 젊은층은 찾아보기 쉽지않은 그런 마을. 그래도 상대적으로는 젊다고 할 30-40대 정도되는 중,장년의 남자 몇몇이 밭일을 하기위해 이른아침부터 집을 나서고 있다. 다만 간밤에 있었던 어떤 심상치않은 일 때문일까. 날도 한참 더워질때라 농사일 하기도 쉽지 않은 하루이겠으나 간밤에 있었다는 어떤일이 공연히 이들의 마음도 싱숭생숭하게 만드는지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부터 주고받고 있다. 

 “ 근데 도대체 무슨일이여 ? 뭔 귀신을 봤다는 청년들이 있담서 ? ” 

 “ 글씨...자정도 다 되어가는 시간에 혼비백산해서 달려오는 청년들이 있었당께. 아 

  무래도 서울에서 피서철이라 여행이라도 온 청년들 같던디...뭔 귀신을 봤다며 얼 

  마나 혼비백산해있던지...이장님이랑 O씨 아저씨가 일단 마을회관에 데려가서는 청 

  심환이라도 먹이며 안심시키고 하룻밤 자고가라 했당께. ” 

 “ 그럼 그 청년들은 아직 마을회관에 있는감 ? ” 

 “ 아까 O씨 아저씨한테 물어본께 여하튼 아침이나 좀 든든히 먹이고 서울사는 학 

  생들이라니 목포가는 시외버스 탈 수 있는 정류장까지만이라도 데려다줄 생각인 

  가 보더라구. 여하튼 밥은 먹여서 집에 돌려보낼 생각인게벼. ” 

 중규모 정도의 지방도시 인근의 농어촌이라면 서울까지 직행으로 갈 수 있는 버스나 기차편은 잘 없고 바로 그런 인근의 도시까지 시외버스로 이용한후 목포가 되었든 어디가 되었든 그런대로 이름나고 큰 중규모 정도의 지방도시에서 서울을 오갈수 있는 고속버스나 기차편이 있는. 이런 풍경은 이미 70-80년대부터도 보편화되어있는 패턴이긴 하다. 여하튼 목포 인근의 농촌지역마을이 분명한 이 OO군도 교통이 그리 원활하진 않아서 이곳에서 바로 서울까지 갈 수 있는 버스나 기차편은 없고 목포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으니 정히 서울을 오갈일이 있으면 그런식으로 목포에서 차를 타게 되는가본데 간밤에 귀신을 봤다며 혼비백산한 서울의 대학생 청년들을 그런식으로 집으로 돌려보내려는게 이 동네 이장의 방침인 듯 하다. 여하튼 간밤의 귀신소동은 대충 그렇게 일단락이 되는 분위긴데 다만 이 마을에서 나고자란 청년 아니 30-40대 중,장년들도 공연히 꺼림칙해지는지 자기네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 아, 참 근데...진짜 아닌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아닌밤중에 대체 무슨 귀신타령이 

  랴. 뭐 나도 무슨 전설의 고향 같은데 나오는 이야기나 어릴때부터 주위 어른들이 

  나 동네 아저씨들로부터 무슨 이런저런 귀신,도깨비 이야기를 들어보지 못하진 않 

  았지만...그래도 이 동네에서 그런 귀신같은게 나타난다거나 할 일은 없었는디말여 

  ... ” 

 “ 학생들이 밤에 뭔 착각을 혔을수도 있고 그런가보제. 자, 우린 어서 빨리 밭일이 

  나 하러 가더라고. ” 

 “ 근데 OO아. ” 

 여하튼 마을회관에 하루 묵었다는 귀신을 목격했다는 청년들은 자신들이 너무 신경쓸일은 아니니 우리는 우리일이나 어서 하러가자고 재촉한이는 이들 무리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젊어보이는 30대 초반의 청년이다. 헌데 아직 상대적으로 젊어서일까. 오히려 요즘 젊은이 답지않게 농사일에 어떤 의욕마저 보이고 있는 이 30대 청년을 그보다는 한 열 살정도 많아보이는 40대 초반의 중년아저씨가 뭐라고 한마디 한다. 뭔가 좀 못마땅해보이는게 있는듯한 분위기다. 

 “ 넌 그렇게 계속 농사일이 하고잡냐 ? ” 

 “ 아따, 성님도 뭔말을 그리 섭섭하게 한다요. 농사짓는 사람이 농사를 안 지으면 

  사천만 우리네 백성들은 누가 다 먹여살린다요. 따지고보면 농사일이란게 세상 만 

  중생들을 먹이고 살리는 가장 숭고하고도 거룩한 직업인디... ” 

 “ 넌 뭔 말을 그리 거창하게 하고 자빠졌냐 ? 그래봤자 고작 이런 시골구석에서 양 

  파농사,마늘농사나 지으며 먹고사는 촌X이 사천만 백성은 뭣이고 만중생은 또 뭣이 

  다냐 ? 뭔 말이 그리 거창하냔말이다. ” 

 30대 초반 청년과 40대 초반 아저씨 사이 그 중간정도 되어보이는 연령대의 남자도 조금전 30대 초반 청년의 농사론(?)은 별로 마땅치 않았는지 한마디 한다. 30대 초반 청년은 머쓱해졌는지 씨익 한번 웃어보이면서도 나름의 거창한 농사론,농부론을 꺾지는 않는다. 

 “ 여하튼 농사일도 다 그만큼 중요하다 그말이지요. 그리고 요즘같은 세상에 나같은 

  X도 하나쯤 있어야 우리 농촌도 살리고 4천만 백성도 먹여살릴수 있다 그말 아니 

  당가요. 워쨌든 나으 하고픈말은 나같은 X도 이 시대에 하나쯤은 있어야 이 나라가 

  잘 돌아간다 이말이다요. ” 

 “ 나 참 별... ” 

 여하튼 일개 농군의 변설치고는 너무 거창해보여 옆의 다른 동료들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기만 한다. 특히 조금전 대놓고 못마땅한 기색을 보였던 40대 초반 아저씨는 고개를 한번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간다. 

 “ 애고...관둬라. 난 어쨌든...진작에 이 마을 떠나지않고...딴에는 아버지 말씀에 순 

  종한답시고 계속 마늘농사,양파농사나 짓고 살기로 한걸 지금은 엄청 후회하고 있 

  다 요런 말씀여. 그때는 그래도 딴에는 아버지 엄명이기도 하고 젊은 마음에 나름  

  효도한답시고 한 결심인데 지금은 그걸 엄청 후회하고 있다 그말이제. ” 

 “ 형님도 참...오늘따라 자꾸 왜 그러신다요 ? ” 

 “ 괜히 하는소리가 아니라 난 진짜...조금만 더 돈벌어 기반 잡으면 그걸로 차라리  

  읍내에서 나도 편의점이나 하며 편하게 장사하며 살고싶어. 마늘농사고 양파농사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 이 말이지. 내 주제에 어디 서울가서 출세하거나 할 수 있는  

  그런 나이도 이미 아니고...또 그럴 능력도 없는 X이지만...그래도 차라리 읍내에서  

  편의점이라도 하나 하며 살면 살았지...농사는 더 이상 지긋지긋하고 싫단말이여 내 

  말은... ” 

 “ 나, 참 형님도...쓸데없는 소리 그만 하시고 어서 밭일이나 하러 갑시다. ” 

 하긴 90년대 중반 정도면 웬만한 중소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읍내마을 정도에도 편의점이 한두개쯤 들어서기 시작하는 시절이고 도시에선 누릴수 있던 문화시설도 지방에 하나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런 시대다. 그러다보니 농사일을 접고 차라리 그런류의 자영업에 나서는 사람도 생겨나기 시작하고. 여하튼 이제 더 이상 청년이라고 할수도 없는 40대 초반의 중년아저씨에게도 ‘이제 나도 농사일은 접고 다른거 해볼란다’ 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어쩔수 없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하리라. 허나 30대 초반의 젊은 청년은 그런 자신보나 나이많은 서너명 정도의 동네 형님들을 거듭 독려하며 밭일을 하러 가는 발걸음을 서두르고 그렇게 각자 소유의 밭이 있는쪽에 다다랐을때쯤일까. 작업을 하기 위해 각자의 밭으로 흩어질 무렵. 개중 한 남자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 저...저게 뭐야 !!! ” 

 소리를 지른 것은 그러잖아도 아까부터 농사일 지긋지긋하다며 편의점이나 하고 싶다며 소리치던 그 40대 초반의 아저씨다. 다른 동료들도 놀라보니 그 밭두렁쪽에 웬 사람의 형체같은게 눈에 들어왔다. 사실 간밤의 귀신소동도 있었고 하니 아무리 환한 대낮이고 이 마을 지리에 익숙한 이곳에서 나고자란 마을사람들이라도 기겁을 안할 수가 없을터인데, 도대체 산사람인지 죽은사람인지 아니면 누가 마네킹 같은것이라도 저기 떨어뜨리고 간것인지 먼발치에선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터에 먼저 발견한 40대 초반의 아저씨보다 더 용감하게 30대 초반의 청년이 한번 가까이 다가가보았다. 일단 한번 용기내어 선두에 서는 청년이 있으니 다른이들도 겨우겨우 용기를 내어 그 뒤를 따르는데 가까이서 보니 확실히 이제 한 20대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여성이 그곳에 쓰러져있었던 것이다. 더 놀라게 만든 것은 피투성이가 된 그녀의 옷차림과 무엇보다 하의가 다 벗겨져있는 모습이다. 순간 민망함에 남자들은 일제히 다 고개를 순간 돌리기까지 했는데 그러고보니 상의는 먼발치서 보니 무슨 하얀소복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보니 소복은 아니고 하얀 와이셔츠였는데 멀리서 보니 소복처럼 보였던듯하다. 일단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은 해보아야겠기에 30대 초반 청년이 잽싸게 다가가보았고, 다행히 숨을 쉬는 것 같긴 했는데 일단 이러고 있을일이 아니라 바로 119에도 경찰에도 신고를 했다.   

 

 잠시후 앰뷸런스가 도착했고, 일단 여인은 숨은 붙어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여인은 급히 읍내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읍내 병원 관계자들은 환자의 상태가 심각할 경우 읍내병원은 아무래도 시설이 열악하니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목포병원으로 이송하는게 어떻겠느냐는 권고도 하는중이었다. 일단 다행히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나긴 했다. 

 “ 아가씨 정신이 들어요 ? ” 

 병원 관계자는 물론 경찰도 경위조사는 해야하기 때문에 아직 함께 있었고 처음 여인을 발견했던 마을주민 일행중 가장 먼저 여인에게 가까이 달려가 보았던 30대 초반의 남자도 함께 있었다. 무엇보다 애초에 하의가 다 벗겨져있는 민망한 상황이라 앰뷸런스에선 일단 급히 가운같은 것을 꺼내 여인의 하체를 가렸고 병원에선 환자복으로 갈아입힌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정신을 차린 여인에게 묻는 의사. 헌데 여인은 잠시 멍하니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만 할뿐 한동안 말이 없었다. 

 “ 아가씨 도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 간밤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에요 ? 대체 어떤일 

  이 있었기에 그런 밭두렁에서 그런 차림으로 쓰러진거에요 ? ” 

 “ 아가씨 혹시 술드셨어요 간밤에 ? ” 

 그러고보니 처음 여인을 발견했을때도 그랬고 지금도 술냄새가 좀 풍기는듯한 여인이었다. 그럼 정신없는 날라리 여자 하나가 그냥 한여름밤에 술에취해 길이라도 헤매다 그런곳에 쓰러지기라도 했단말인가. 허나 거듭 경위를 묻는 경찰이나 의사의 물음에도 여인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헌데 그렇게 한참을 아무런 말도 없던 여자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별안간 대성통곡을 했다. 지금은 일단 의료진도 없고 경찰도 별다른 혐의같은게 없어보여 철수를 한 상태로 30대 초반 마을남자만 걱정이 되어 여인곁을 지키고 있는데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 여인. 그러면서 이렇게 울부짖는다. 

 “ 으아아앙~~~!!! 왜 그랬어 ? 차라리 죽게 놔두지. 뭐하러 이런데까지 데려오냔말 

  야 !!! 그냥 죽게 놔두지 왜 그랬냐구 ? 도대체 왜 그랬냔말야 !!! ” 

 “ 아니, 근데 이여자가...다 죽게된 사람을 살려줬더니. 이봐요 아가씨. 아까 그 상황 

  진짜 큰일날뻔한 상황이었던거 몰라요 ? 그런 밭두렁에서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 

  져있었던걸...겨우 신고를 해서 구해줬더니...이봐요. 그나저나 어차피 이렇게 된거  

  집에 데려다주든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든 해봐야 할 것 같은데...집이 어디에요 ? 

  아니면 가족들 사는데라던가... ”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신분을 묻는 의사나 경찰관계자는 물론 30대 초반 남자의 물음에도 여인은 일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병원장부에 환자등록을 하긴 해야하니 그곳에 실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의 이름을 기입하기는 했다. ‘하주희’라고 병원 장부에 기록이 되긴 했는데 다만 30대 초반 남자는 아직 그것까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병원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들의 거듭되는 신원확인 물음에 여인은 한참만에 간략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 고아에요... ” 

 “ 뭐라구 ? 고아 ? ”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대답하는 여인의 말을 100% 다 사실대로 믿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아’라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여인의 상태는 그런대로 정상적으로 호전되는 것 같지만 여인의 신병을 가족에게 인도하거나 집에 보내주는 문제는 더더욱 난감하게 된 것 아닌가. 게다가 경찰 입장에서도 처음 그곳에서 여인이 발견된 문제에 대한 경위조사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상태다. 여인이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야 경찰은 아무것도 그녀에게서 알아낼수 없을것이고, 허나 적어도 하체가 다 벗겨지고 상의도 피투성이었던 모습은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관계자도 병원 관계자도 모두 다 목격을 한 터 아닌가. 이런 상황이라면 간밤에 정말 여인이 발견된 마을에서 어떤 범죄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것인데 병원 관계자 입장에서도 경찰 관계자 입장에서도 따라서 적당히 넘어갈수 없는 일임에 틀림없다. 사실 여인을 여기까지 대려온 30대 초반 남자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남자가 마음에 걸려하는 것은 전날밤에 있었던 귀신소동이다. 일단 귀신을 봤다고 주장하던 청년들은 30대 초반 남자가 직접 본 것은 아니고 겁에질린 청년들을 일단 마을회관에서 하룻밤 지내게한 이장등 마을어른들이 들은 이야기다. 허나 정황상 피투성이의 모습하며 벗겨진 하의 등등...웬지 전날밤 서울에서 온 청년들이 목격했다는 귀신과 장소도 정황도 그런대로 일치하지 않는가. 다만 청년들의 경우엔 간밤에 너무 겁에 질려있는데다가 날이 밝는대로 마을 어른들이 대접해준 아침식사를 받고 이장등의 안내를 받아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갈수 있는 고속버스를 타기위해 목포로 가버린 상태이니 지금쯤은 다들 이미 서울가는 고속버스를 타고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연락처 하나 받아놓지 않은 청년들을 지금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소환하기도 쉽지 않고. 이래저래 여인의 신병(身柄 : 당사자의 몸)문제는 처리하기가 정말 쉽지 않아져버린 상황이다. 

 “ 이봐, OOO씨. 우리 잠깐 이야기좀 하지. ” 

 원래 병원 관계자와 사전에 친분이 있는 사이인걸까. 어쨌거나 농사일도 그렇게 성실히하고 또 일 때문에 종종 읍내도 들르는 마을주민이라면 병원이나 관공서 같은데도 친분이나 면식이 있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을터이다. 여하튼 불행인지 다행인지 병원 관계자와 친분이 있는듯한 30대 초반 남자. 그를 보며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 

 “ 일단...하주희란 환자 상태 자체는...밭두렁으로 떨어진건지 넘어진건지는 모르겠지 

  만 다리와 발목에 약간의 부상을 제외하면 대체로 건강상태는 양호한편야... ” 

 “ ??? ” 

 “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OOO씨가 목포시내 병원까지 좀 직접 데려가서 정 

  밀점진이라도 해보던가 하게 권해보라고. 혹시 병원비가 모자라면 내가 보태줄 용 

  의도 있으니... ” 

 “ 지금 무슨말씀을 하시는거에요 ? ” 

 사실 70-80년대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것을 보면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었고 정신도 좀 성치않아보이는 여자를 가난과 기타 부득이한 사정 때문에 장가를 못간 농촌총각이 데리고 사는 그런 이야기가 이따금 나오긴 한다. 헌데 정말로 어디 연고가 없고 오갈데가 없는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연고가 있는 사람을 가족들에게 인계해주지도 않고 무작정 당사자 의사에 반해 데리고 산다면 그건 분명 범죄행위다. 70-80년대는 워낙 농촌총각 결혼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던때라 그런류의 이야기도 가급적 미화시켜 만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하튼 이런식으로 발견된 여인은 일단 어떻게든 그녀의 집이든 가족이든 그런곳으로 인계해주는게 상식이고, 정히 오갈데없는 처지의 여자라 할지라도 본인 의사에 반해 무작정 초면의 농촌총각이 데리고 산다거나 할 수는 없다. 물론 30대 초반 남자나 그와 상의를 하는 의사도 그런정도의 상식이 없는 남자 같지는 않다. 따라서 그런 저의를 품고 하는 대화는 아닐터이고 다만 의사의 권유는 이와같았다. 

 “ 자네가 집에라도 데려가줘서 한 며칠 먹을것이라도 좀 잘 먹이고 옷이라도 – 그  

  피투성이된 옷하며 하의도 다 벗겨지고...대체 무슨 봉변을 당한것인지...여하튼 입 

  을옷도 없는 상태인 여인 아닌가. 그러니 일단 그런식으로 하면서 여자의 상태를  

  좀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주라구. 그러면서 차분히 여인에게 어떻게 여기까지 온건 

  지 그리고 정말 가족연고나 이런게 없는건지 차분히 확인을 해보란말야. ” 

 사실 경찰 입장에서도 전날밤 있던 경찰소동하며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라 할 수 없는 여인의 첫 발견한 상황등. 조사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허나 경찰에서 조사를 한다면 애초 여인을 처음 발견한 이 30대 초반의 남자가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찰조사를 받게 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는 문제될것이 없을 것이다. 여하튼 의사의 권유도 있고해서 일단 남자는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편이라는 여자를 일단 의사의 권유대로 병원에서 퇴원시킨뒤 혹시 몰라서 목포시내 병원까지 직접 데려가 정밀검진을 시켜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여인이 입을만한 옷도 새로 사주고. - 다만 목포까지는 급한대로 남자가 자기집에 있는 츄리닝 한 벌을 급히 가져와 그것을 입고 다니도록 조치해주었다. 

 “ 도대체 어떻게 다치신거에요 ? 좀 더 차근차근 경위를 설명해보세요. 보호자분(여 

  인을 데려온 30대 초반 남자)도 어쨌든 그러자고 환자분을 데려오신건데...어떻게해 

  서 다친건지 저희도 경위를 정확히 알아야만 치료를 제대로 할 수가 있어요. 그러 

  니 솔직히 말씀해보세요. ” 

 허나 여인은 목포병원에서의 의료진의 물음에도 ‘한밤중에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라는 것 외엔 더 이상 아무런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어쨌든 다치게 된 경위 자체는 그 정도로도 충분한 정보라서인지 정밀검사를 하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의료진은 ‘혹시 여기까지 오기전에 누구한테 심각한 폭행을 당하거나 한적이 없느냐 ?’고 묻기도 했는데 일단 여인은 그 물음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0대 초반의 남자(애초 여자를 처음 다가가 확인해보고 신고한 남자)는 일단 여자를 자기집으로 데리고 오는수밖에 없었다. 

 “ OO아, 웬 젊은 처자를 데리고 오냐 ? ” 

 집에는 그의 이미 환갑을 넘긴 노모가 계셨는데 노모 입장에서도 놀라운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고보면 휴대폰 같은것도 아직 보편화되어있지 않은 90년대 중반이고 무엇보다 남자 자체가 워낙 정신없이 병원으로 집으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집에 어머니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고보면 날짜가 그사이 3-4일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일단 남자는 어머니한테 모든 것을 사실대로 설명하는수밖에 없었다. 병원 의사의 권고도 있으니 아직 환자라고 봐야할 여자를 심리적으로 좀 안정시킨뒤 가족연고나 그런 것을 물어봐서 데려다줄 계획이라고. 노모는 하나밖에 없는 그리고 나이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못간 아들이 한 며칠을 분주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갑자기 웬 낯선 여자를 데려오자 괜한 기대(?)라도 했던것일까. 아들이 사실을 말하자 살짝 실망한 기색을 비치기도 했다. 

 “ 아...난 또...그러나저러나 이를 어쩌면 좋으냐. 누군지 이름도 모르고 어디사는지 

  도 모르는 그런 여자를 우리가 무작정 끼고 살수도 없고... ” 

 사실 노모도 며칠전 있었다는 한밤중 귀신소동 이야긴 들었을터. 그래서 더더욱 아들이 데려온 젊은 여자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을수 없었다. 일단 그런대로 먹을 것은 잘 먹이며 기운을 차린 여자가 제대로 자신의 신원과 여기까지 오게된 경위를 말해주기를 기다리는수밖에 없을터. 다만 여인은 여전히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채 며칠을 더 그렇게 망연자실한 상태로 있었다. 안되겠다 싶은 남자가 여자에게 손수 밥을지어 대접하면서 이렇게 말을 건넸다. 

 “ 아가씨...그러지말고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차근차근 다 설명해봐요. ” 

 “ ...... ” 

 “ 경찰입장에서도...그 피투성이에 옷도 다 벗겨진채로 젊은 여자가 발견되었는데... 

  경위를 알아야 무슨 수사를 하던가...범인을 잡던가 할거 아니에요. 그런데 아가씨 

  가 이렇게 아무런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 

 그러나 정말 아무말도 하고싶지 않은것일까. 아니면 차마 무슨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는것일까. 여전히 변함없는듯한 여인의 태도. 남자도 가면갈수록 답답해져 자신의 사정까지 겸사겸사 말해주며 이렇게 답답함을 토로한다. 

 “ 아가씨...그리고 무엇보다...이대로 우리가 아가씨를 마냥 끼고살수는 없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에요. 듣자하니 병원에선 아마 고아라고 했다는거 같던데 사실이에요 ? 

  정말 오갈데 없는 처지냐구요 ? ” 

 “ ...... ” 

 “ 뭐 설사 고아라도 하다못해 다니던 학교나 직장이라도 있을테고 그런식으로 아는 

  동료나 친구라도 있을거 아니에요.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아가씨의 신분을 아무것 

  도 확인을 못한거잖아요. 그러니...입장바꿔 생각해보세요. 아가씨같으면 누군지 신 

  분조차 불확실한 남자를 무작정 장기간 자기집에 데리고 살수 있겠는지... ” 

 허나 여인은 여전히 세상고민 다 짊어진 모습으로 고통스러운 표정만 지어보일뿐. 남자의 거듭되는 물음에 여전히 답이 없었다. 남자는 남자대로 거듭 속이 상하고 답답해 이제 짜증까지 냈다. 

 “ 그리고 아가씨도 대충 봐서 알겠지만 우리집이 그렇게 살림이 넉넉한집도 아니에 

  요. 그냥 이런데서 어머니 모시고 농사지으면서 살아온 그게 나라는 X인데...그래서 

  살림이 넉넉잖아 여태 이 나이 되도록 장가도 못갔는데...그런 내가 아가씨를 이런 

  데서 마냥 데리고 살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그러니 제발 뭔가 말을 좀 해보라고 !!! 

  그래야 우리도 아가씨 신병을 어찌 처리할지 결정을 할수 있을거 아니에요 !!! ” 

 이제 다그치기까지 하는 남자. 남자의 태도가 차츰 이렇게 변하자 여인도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것일까. 아니면 이런식으로 마냥 버티기도 쉽지 않아질 것 같다는 판단을 한걸까. 한참만에 여자가 하루는 쪽지같은데 뭔가를 적어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 여기로 연락해 주세요. ” 

 “ 여기가 어딘데요 ? ” 

 쪽지에는 웬 전화번호와 여인의 이름이 적혀있었고 의아해서 묻는 남자에게 여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 제 고등학교때부터 동창이었던 친구에요. 그러니 한 10년지기인셈이죠. 그 친구 

  집 연락처니까...그 친구한테 연락하면 아마 그 친구가 절 데리러 와줄거에요. ” 

 쪽지에는 ‘이미나’란 이름과 함께 그녀의 집 전화번호로 보이는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 아직 휴대폰이 보편화되기 전인 90년대 중반이다.) 아울러 새삼 확인시켜주듯 여인은 자신의 이름도 그제서야 정확하게 일러준다. 

 “ 아저씨 그동안 죄송했어요. 그리고 제 이름은 하주희라고 해요. ” 

 

2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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