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모모 (6)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3 

 


 몇 달의 시간이 더 흘렀다. 확실히 도현과 지연은 이런식으로 카나다의 일종의 다인종 밀집지역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며 큰 문제없이 무난하게 살아가는 중이었다. 다만 지연은 카운터를 직접 하면서 이곳에서 여러나라출신,인종의 손님들을 접하면서 인종이나 나라별로 확실히 크고작은 특징은 있음을 느끼는 중이었다. 마치 정당이나 종교단체의 당직자나 행정팀을 하면서 큰 행사같은 것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다보면 연령대나 학력등 계층별 특성이나 차이를 조금씩 느끼게 되는것과 비슷한 이치라고나 할까. 아무리 세상의 지식인들은 ‘편견’을 갖고 사람을 대하면 안된다고 하지만 많은이들을 상대하거나 지휘,통제하는 업무를 자주 하다보면 어떤어떤 특정한 연령대나 계층,지역,학력별 약간의 편차나 특성이 드러나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받게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지연이 봤을 때 백인종들은 동양인이 편의점을 운영한다고 하니 좀 불편해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은 있었어도 전제적으로 봤을 때 (적어도 가게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큰 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젊은 애들중에는 좀 껄렁껄렁하거나 대충 옷차림이나 분위기를 봐도 어디가서 말썽이나 부리고 사고나 칠것같은 그런 녀석들도 있었고 특히 그런 아이들중엔 동양인 젊은 여성이 편의점을 한다니까 좀 깔보거나 심지어 성희롱성 농담을 건네는 경우도 없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백인이 그리 큰 말썽을 부리거나 하지 않았다. 

 반면 동양인의 경우 지연의 성격상 일부러라도 자신의 국적과 전력을 숨기면서 특히 한국인 손님이 들어왔을 경우에는 혹시 그쪽이 자신을 알아보지나 않을까 싶어 살짝 긴장을 하거나 했기 때문에 특별히 동양인의 특성을 느끼거나 해볼일은 별로 없었다. - 사실 카운터에서 물건팔면서 돈 계산하는 그런 일을 하면서 손님과 그렇게 많은 대화를 할만한 경우가 얼마나 되랴. 혹 계산이 잘못되었다던가 물건이 불량품이라 그런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라면 모를까 사실 카운터 직원이 손님과 그리 긴 대화 나눌일은 별로 없는 것 아닌가. 다만 어쨌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일본인이든 태국인이든 대체로 동아시아권은 유교문화권이라 그런지 가족을 끔찍이 여기는 경향이 있음은 아이 분유나 생필품을 사러온 젊은 동양인 주부나 아마 카나다 이민자(동양인 출신의)의 2세,3세정도쯤 될 젊은 아이들의 언행에서도 충분히 그런 것을 느꼈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솔직히 상대적으로 사소한 말썽을 부리는이는 흑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게 지연 입장에서도 별로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인정되는 그런 분위기였다. 여하튼 좀도독이나 기물파손같은일이 이따금 벌어지면 백인이나 동양인보다는 상대적으로 흑인이 다소 많은 그런 상황쯤 된다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지연 입장에서도 흑인에 대해서는 약간의 편견이 생기지 않을수가 없었다. 

(* 요즘 세상에 인종차별 문제가 생길수도 있는 이야긴데...저도 나름 그동안 살면서 미국,카 

   나다 교포들 사는 이야기,경험담 많이 들어보고 그 조합으로 만든 이야기니 오해없기 바랍 

  니다. - 그리고 어차피 사건전개를 위해선 불가피한 설명이기 때문에...어차피 진중권,변 

  희재,공희준만큼 유명해지지도 못한판에 그냥 배째라로 나가기로 했습니다. ^^;;) 

 어쨌거나 전제적으로는 큰 문제나 무리없이 편의점을 운영해간지도 몇 달여. 뭐랄까. 뭔가 사회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지연은 24시간 편의점에 붙어있어야하는 몸이니 장거리 외출을 하거나 그럴일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하다못해 유통되는 물건이 도착하면 쌓아놓는 일이라던가 그런 작업들을 하다가 또는 그 외 기타 이유로도 바깥을 나갈 때 뭔기 무슨 소란이나 시위같은게 벌어지는게 느껴졌다. 카나다에도 반정부 시위나 민주화운동 시위같은게 있나 순간 그렇게 의아해질 지경이었는데, 여하튼 뭔가 대충 흑인이라던가 사회적 약자들이 정부나 사회에 자신들의 불만이나 처우개선같은곳을 요구하는 그런 내용의 시위인 듯 하다. 

 생각해보면 미국 LA에서 소위 ‘흑인폭동’이 있었던게 9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리고 그때 한인타운이 오히려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식의 이야기는 지연도 그때 얼핏 듣기는 했지만 그건 이미 수년이 지난일이고 더욱이 여긴 카나다지 미국이 아니다. 카나다와 미국이 바로 붙어있는 이웃나라고 또 같은 영어문화권이니 아무것도 모를때는 그저 두 나라가 엇비슷한 나라일 것 같다고 막연한 편견이 생기기 쉬운데 엄연히 국가운영방식이나 사람들의 생활방식은 물론 – 일단 총기규제 문제부터 차이가 있는 두 나라가 아니던가. - 심지어 영어발음이나 표현방식까지도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가 있는 그런 나라다. 

 여하튼 LA 흑인폭동이 있은지 수년만에 카나다도 그 여파로 그런일이 발생하는것인지. 일단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이상하게 사회분위기가 좀 어수선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이다. 

 “ 저기...한국분이시죠 ? ” 

 “ 예 ? ” 

 아무리 그래도 일상에서 손님들을 대할때는 한국말 대화보다는 영어를 쓸 일이 더 많은 지연. 그리고 평상시에도 이런저런 생필품을 사는 낯익은 동양인이었다. 다만 어차피 피차 영어로 대화하는판에 지연쪽이나 상대 손님이나 굳이 상대국적을 묻거나 하진 않았는데 대충 상대가 짐작을 했던것일까. 이 손님이 낯이 익은지도 몇 달이 좀 지난 것 같긴 한데, 여하튼 지금까진 굳이 편의점 카운터직원이 한국인인지를 확인하려하지 않았던 여자손님이 갑자기 이렇게 한국말로 물어와 얼떨결에 ‘예’ 하고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된 이상 일본인이나 중국인이라는식으로 둘러대거나 빠져나가기도 쉽지 않을터. 지연으로선 예하 ‘혹시 날 알아보고 이런 질문을 하는것인가’ 하는 긴장이 다시 되지 않을수가 없는데, 일단 지연의 우려하는 그런 문제는 아닌 다른 이야기가 여인에게서 나왔다. 일단 대충 분위기나 외모로 봐서 한 30대 초반은 되어보이는 그러니 아직은 20대 초반인 지연에게 큰언니뻘은 될 그런 여성이다. 

 “ 그럴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릴려고 말을 건거에요. 혹시 모르니 몸조심좀 하시라구 

  요. ” 

 “ 무슨...말씀이신지 ? ” 

 하지만 아직 그래도 같은 한국동포라고 걱정되는 듯 무슨 정보라도 전해주려는듯한 30대 초반 한국 교포여성의 말. 허나 아직 지연이 손님의 의도를 이해 못하는 가운데 여인의 말이 이어졌다. 

 “ 아마 경찰들이 마약단속을 하는 과정에서 흑인 한명이 과잉진압이 된 사태가 있었 

  나봐요. 그래서 그 문제 때문에 흑인들이 인종차별 문제 때문에 또 들고 일어났어 

  요. 근데 거기에 흑인뿐만 아니라 동양인은 물론 히스패닉(중남미 계열)까지 가세를 

  했나봐요. ” 

 “ 어어...그래요 ? ” 

 미국에서 그런 일이 가끔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지연도 익히 들어봤지만 이곳 카나다에서도 그런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정도의 생각이 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여손님은 지연에게 거듭 정보와 주의를 주는듯한 설명을 덧붙인다. 

 “ 글쎄요 뭐...우리가 굳이 걱정할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혹시 모르니까 몸조심하시 

  라고 주의를 드리는거에요. 저런게 자칫 우리한테 불똥이 튈수도 있는 문제거든요. 

 ” 

 “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죄송해요. 전 사실 한국에서 카나다로 건너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거든요. ” 

 처음엔 지연은 그저 자신을 알아보는 한국인 손님일까봐 그걸 걱정하고 있었는데, 여하튼 일단 그 걱정은 안해도 되는 상황인 것 같고 오히려 이 한국인 손님이 자신을 걱정하며 건네주는 정보가 여전히 이해가 안가 거듭 이와같이 말을 건네는 것이다. 손님은 차분히 막내동생이라도 타이르는듯한 왕언니 같은 말투로 말을 이어간다. 

 “ 사실 저도 흑인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그건 뭐 우리야 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면서 ‘아프리카 검둥이’ 그런 인식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거고...근데 여 

  기서 보면 알고보면 흑인도 우리가 흑인들 무시하는 것 못지않게 흑인도 우리를 무 

  시하더라구요. 어떻게보면 똑같이 백인들한테 괄시받는 처지면서 그러면서 그런 같 

  이 차별받는이들끼리 또 되려 서로 손가락질하는 그런 문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  

 군대나 직장생활 하다보면 높은 상사보다는 한 1년이나 몇 달 먼저 들어온 선임이나 상관이 제일 많이 괴롭힌다더라 하는것과는 또 좀 다른 세상이치라고나 할까. 어찌보면 흑인이나 동양인이나 예전엔 서로 접할기회가 그리 많지 않아 생긴 어떤 경계심이나 이질감같은것일수도 있고. 여하튼 똑같이 백인들에게 무시하면서 동양인들은 흑인을 무시하고 흑인도 그 못지 않게 동양인들을 깔보고 손가락질한다더라는 이야기. 실로 아이러니하다면 아이러니한 사회현상이기도 하다. 여손님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제가 시사평론가는 아니지만...가만보면 우리의 경우엔 그런면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내가 여기 미국이든 카나다든 여기까지 와서 열심히 일해서 성공적으로 잘  

  정착하면 되지 그 생각만 있지 이곳의 구체적인 사정이나 문화 이런것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그런면들이 되려 다른 인종이나 출신들에게 시기 

  나 질시의 대상이 되는 그런 것 같아요. 제가볼땐 몇 년전 있었다는 흑인폭동때 되 

  려 한인타운이 더 공격의 대상이 된 것 역시 그런 이유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이 들어서요. 결국 한인끼린 그냥 서로 격려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는...한마디로 

  앞만보면 살아가면 된다는 의식. 흑인이건 중남미 계열이건 또는 중국이나 일본같 

  은 똑같은 동아시아권이건 그런 사람들 다 신경쓰지말고 우린 우리대로 앞만보고 

  살아가자...그러다보니 그게 이런 결과를 만든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거든요. 제가볼땐 그쪽도 아무래도 그런면이 있는분 같아서 걱정이 되어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거에요. ” 

 지연은 애초에 무명의 밤무대 가수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 동기 자체가 3년동안의 한국 연예계 생활에 환멸을 느껴 그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이든 카나다든 그런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는 그런곳에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그런 목적이었다. 허니 이런경우도 ‘다른사람들은 어떻게 살든 내가 여기서 온전히 정착하는 문제에만 신경쓰자’거나 ‘그냥 (과거는 일절 생각지 말고) 앞만보고 살아가자’는 그런 범주의 사례에 해당이 될련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30대 초반 한국교포 손님의 그와같은 충고가 잠시 지연을 멍한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 여인은 지연에게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듯한 충고의 말을 좀 더 건네주고 돌아갔다. 

 


 한편 이 무렵 도현은 다시 윤지호 사장의 일을 도와주러 가 있었다. 편의점을 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윤사장의 일을 도와주러 멀리까지 가거나 할 일은 없을줄 알았고 윤사장으로부터도 가끔 ‘잘 있냐 ?’는 정도의 안부전화만 도현에게 오던 중이었는데 그러다 한번은 윤지호 사장이 좀 급하고 딱한일이 생겼다며 한 며칠만 와서 자기일을 다시 도와주면 안되겠느냐는 연락을 취해온 것이다. 편의점일을 하면서 다시 윤사장 일을 도와줄일은 없을줄 알았는데 갑자기 걸려온 그와같은 윤사장의 부탁. 그래서일까. 지연이 좀 내키지도 않고 뭔가 불안한지 도현을 만류했다. 

 “ 굳이 꼭 가실필요까지 있는거에요 ? 정히 사람이 없으면 그 사장님도 그냥 거기 

  서 다른 사람을 구해보던가 하시지... ” 

 “ 그래도 그러는게 아냐. 무엇보다 내겐 은인이나 다름없는 그런분 아닌가. ” 

 하긴 생각해보면 처음 지연과의 도피처를 마련해준것도 그리고 이렇게 편의점이라도 열수있게 도와준것도 따지고보면 윤지호 사장의 배려가 아닌가. 허니 도현 입장에선 설사 윤지호가 자신을 업고 뉴욕에서 LA까지, 아니 뱅쿠버에서 토론토까지 달리라는 주문을 한들 군소리없이 따르며 그 신세와 은혜를 갚아야할 그런 처지긴 하다. 허나 지금은 윤지호가 그 정도로의 터무니없고 무리한 부탁을 하는것도 아니고 그저 이전처럼 한 며칠만 좀 와서 일을 도와달라는게 부탁내용의 전부인데 도현이 그 정도도 들어주지 않는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사실 지금 도현과 지연이 편의점을 하고 있는곳은 이전의 별장이나 빌라에서 윤지호의 집이나 사업장까지의 거리보다 두배 이상이 멀어 버스를 이용하든 기차를 이용하든 대략 1박2일정도의 시간은 소요되는 그런 문제가 있다. 허나 여하튼 이틀이 아니라 설사 지구 반대편까지 오라고 한다 한들 가야할 도현의 처지. 결국 불안해 하고 걱정하는 지연을 달래며 도현은 간단한 세면도구와 갈아입을 옷가지만을 챙겨 윤사장에게로 갔다. 그리고 지연 혼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상황이 되었다. 

 밤늦은 시간이 되었다. 어차피 아직 직원을 따로 둔다거나 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니 도현도 없는 상황에서 지연이 혼자 편의점 일을 봐야할 상황. 사실 일이 이렇게 되니 어느덧 여섯 살인 영호를 돌보는것도 문제이긴 한데 한국으로 치면 이미 유치원에 들어가야할 나이이기도 한 영호이기도 하니 여하튼 저혼자 시간을 보내도 되겠거니 하고 살림집에 그냥 방치해두고 있었다. 그래도 영호도 혼자 무료하기라도 한지 살림집과 편의점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지연 입장에서도 밤늦은 시간이니 이제 그만 자야할 시간 아니냐며 대충 타일러 다시 방으로 돌려보내려 한다던가 할 시간이긴 했다. 

 한 젊은 흑인 손님이 들른 것이 대략 그때였다. 안 그래도 경찰의 흑인 폭행 사건과 그에 반발하는 집단시위로 한바탕 어수선해지기도 했었고, 따라서 일전에도 자신보다 한 열 살 많아보이는 교포언니가 동포애로 걱정되는 마음에 자신에게 몸조심하라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가지도 않았던가. 굳이 그래서가 아니더라도 젊은 지연으로선 이래저래 괜시리 불안한 마음이 들수도 있는 그런 상황. 사실 단골까진 아니더라도 지연에게 그리 낯선 흑인손님은 아니긴 했다. 지연이 도현과 함께 편의점을 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대략 반년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치고 그동안 열 번까진 아니고 한 다섯 번정도는 이 가게에 들른 그런 손님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한달에 한번정도는 볼 수 있는 손님이긴 하고 대체로 이런저런 주류나 과자안주따위를 사가곤 하는 그런 손님이었다. 물론 그 몇차례의 들름으로 상대가 성실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인인지 아니면 불량끼가 있는 건달인지 그 자체를 구분하긴 쉽지 않겠지만 여하튼 공연한 불안함이 들기도 하는 순간. 헌데 젊은 흑인은 어째 평상시보다 좀 과도한 양의 주류와 과자를 구입하는가 싶더니 모자라는 양의 돈을 내고 있었다. 그래서 지연이 정확한 액수를 언급하며 돈을 더 낼 것을 요구하니 젊은 흑인 손님이 엉뚱한 반응을 보였다. 

 “ 어이...깎아줘... ” 

 한국말을 모르는 손님이려니 지금껏 생각했더니 이제보니 아는 사람이었나. 순간 놀라고 당황할 지경이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런식으로 그것도 한국인 편의점 직원에게 내뱉은 첫마디가 ‘깎아줘’라니. 지연은 일단 어림도 없다는 듯 정중하게 다시 영어로 정확한 액수를 더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식으로 약간의 실랑이갸 벌어지는 듯 하더니 급기야 젊은 흑인이 소리를 질러댔다. 

 “ 야 !!! 기지배 !!! ” 

 “ 뭐라구요 ? ” 

 “ 한국에선 깎아달라면 다 깎아준다며. 근데 넌 왜 그래 ? ” 

 생각보다 한국어 실력이 좀 되는것도 뜻밖이고 놀랐지만, 대체 누구에게서 한국말이나 문화를 어떻게 배웠길래 이런말이 나오는건가. (* 실제 88 서울올림픽이나 86 아시안게임때 자국(自國)의 한국에 관한 정보책자에 ‘깎아달라’고 하면 깎아준다는 식의 내용이 있어 시장에서 그런식으로 말하는 외국인이 제법 있어 상인들이 당황한 경우가 많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지연은 당황한 가운데서도 일단 정색하며 이렇게 나왔다. 

 “ 그런게 어디있어요 ? 그리고 여긴 편의점이에요.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 말 

  고 어서 돈 제대로 내세요. ” 

 “ 깎아달라니까 !!! ” 

 “ 글쎄, 여긴 그런데가 아니고 편의점이라니까요 !!! 한국에서도 그런건 없고...그러 

  니 어서 돈이나 내시라니까요 !!! ” 

 “ 야 !!! ” 

 순간 화가난걸까. 젊은흑인은 지연이 물건을 이미 다 넣어서 하나가득 채워진 상태인 비닐봉지를 그대로 지연에게 내던져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비닐봉지를 그대로 내팽개치고 나가버려 지연으로선 물건을 다시 제자리로 갖다놓으면 되는일이라 편의점 입장에서 손해볼일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건이 가득든 비닐봉지를 내던져버렸으니 좀 아프긴 했지만 실랑이는 일단 대충 그 정도로 마무리 되는줄만 알았다. 다만 일단 물건은 그래도 혹시 젊은 흑인이 다시 돌아와 가져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가 던져버리는 과정에서 상당수가 쏟아져버린 물품들을 고스란히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며칠째 한곳에 보관해두긴 했다. 허나 며칠이 지나도 흑인이 돌아오지 않자 지연도 흑인이 가져갈 생각이 없나보다 하는 생각에 도로 제자리에 갖다놓을까 하는 그 생각을 하던중이었다. 

 바로 그런 생각을 할때쯤의 또다른 깊은 밤 시간. 문제의 젊은 흑인이 다시 찾아왔다. 헌데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대략 3-4명 정도의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다른 흑인과 함께 편의점 안으로 들어서긴 했는데, 일단 지난번 그렇게 내팽개치고 간 물건은 다시 찾을 생각이 없는지 언급조차 하지 않은채, 다만 제 동료인지 친구인지 그렇게 보이는 다른 젊은 흑인들과 지연으로선 알아들을수 없는 이런저런 이상한 소리들을 계속 입에 담으며 편의점을 한바퀴 돌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마구 꺼내 카운터로 가져오기 시작했다. 무슨 시위라도 벌이나 순간 불안한 생각은 들고 대체 저 많은 물건들은 굳이 사서 어디다 쓰려고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래도 돈은 제대로 지불하겠지 하며 방심하고 있었는데 이미 오만가지 물건을 하나가득 카운터 앞은 물론 아마 이미 자리가 모자랐는지 바닥에까지 잔뜩 늘어놓기까지 한 젊은 흑인 일행은 지연에게 또 이렇게 말했다. 

 “ 깎아줘 !!! ” 

 “ 뭐라구요 ? ” 

 “ 깎아줘 !!! 깎아달란말야 !!! ” 

 지난번 그 젊은 흑인은 말할 것도 없고 원래 한국말을 아는것인지 아니면 그 지난번 젊은 흑인에게서 주워 배운것인지 여하튼 이전의 그 젊은 흑인을 위시하여 다른 3-4명의 동료도 동시에 또는 돌아가며 이런식으로 지연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기가막혀 지연이 이와같이 나왔다. 

 “ 무슨 말도안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 여긴 편의점이에요 !!! 모두 합해서 OO 

  달러니까 돈 제대로 내세요. 한번만 더 이런식으로 행패부리면 경찰 부를거에요 

  !!! ” 

“ 뭐야 ? 경찰 ? ” 

 영어로 정확히 ‘police’가 언급되었으니 건달이든 불한당이든 이들이 그 단어를 못알아들었을리는 없고 따라서 이들 일행은 어이없다는 듯 지연을 한번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자기네들끼리 이죽거리며 뭔가 이상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고. 이거 안되겠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경찰을 부르러 (* 아직 휴대폰은 보편화되기 전) 밖으로 나가려 했다. 허나 흑인 일행도 마치 ‘이거 안되겠다’는 듯 그런 지연을 막아서고 심지어 그녀를 에워싸기까지 했다. 그러고보면 아무래도 뭔가 작심하고 온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지연이 ‘이러지말라’며 정중하게 비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젊은 흑인 일행은 오히려 그런 지연을 덮쳐들었다.  

 “ 아악 !!! 왜 이래 !!! 사람살려 !!! ” 

 그러고보면 미리 가스총까지 준비해온듯한 일행은 그 총을 지연에게로 발사 기절시켰다. 그리고 한명이 지연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고 다른 두명이 지연을 자빠트려 넘어뜨리며 그녀의 치마를 벗겼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겁탈행위. 지연으로서도 생각지도 못한일을 겪는 상황이라 몹시나 놀라고 충격받는 중이다. 허나 이미 가스총까지 맞은 상태에다가 실은 입을 막은 흑인의 손에는 손수건이 들어있는데 거기도 소량의 수면제가 들어있었다. 바로 그 소량의 수면제가 든 손수건을 지연의 콧구멍속으로 흡입시킨 지연. 그런식으로 바닥에 쓰러진 지연. 그러고보면 애초에 여기서 말썽을 부렸던 흑인까치 포함하면 총 5명의 젊은 흑인 손님, 아니 불한당들이 그렇게 지연을 겁탈한 것이다. 

 


 사실 지연은 가스총을 맞고 기절한것이기 때문에 이후 상황은 정확히 파악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가스총을 맞고 바로 쓰러지진 않은것인데다가 직후 흑인 일당이 자신에게 벌인 행동이 있고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을 때 보이는 상황에서 이미 모든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가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이미 다 벗겨지다시피 한 하의. 찢어진 팬티가 저만치 던져져있다는 것을 확인한것도 한참뒤의 일이다. 지연은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하고 수치스러워 한동안 말없이 흐느꼈다. 울음소리를 크게 내거나 할수도 없었다. 다만 그저 혼자 수치심에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한참을 흐느끼고 있었다. 

 정신을 겨우 수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때는 이미 편의점 내부가 엉망이 되어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까 그 흑인일당이 계산(?)을 한답시고 카운터쪽으로 가져온 물품은 물론이요 이미 진열대의 다른 물건들도 한바탕 털어갔음이 이후 충분히 확인이 된 것이다. 이후 손님이 두어차례정도 더 들르긴 했으나 이미 엉망이된 편의점 모습에 거기서 무슨 물건을 구입하거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게다가 겁도 났는지 카운터쪽에 누가 쓰러져있는지 여부조차 확인할 겨를 없이 그냥 부리나케 달아나버렸던 것이다. 겨우 옷을 챙겨입고 엉망이 되어있는 편의점 내부를 정리하며 수습한 지연. 찢어진 팬티를 어떻게 할수도 없어 옷을 갈아입거나 할 생각을 한 것은 진열대등 편의점 내부나 겨우 다 정리하고 난 뒤의 일이다. 

 하필이면 남편이 없을 때 이런일이 일어나 더 기가막히기만 했고 남편 도현에 대한 원망하는 마음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적어도 도현이라도 함께 있었다면 자신이 이런 봉변은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하필 이런 상황에서의 남편의 부재가 더더욱 원망스럽고 한스러워지기까지 했다.  

 편의점 문을 걸어잠그고 살림집으로 돌아와 대충 씻고 옷을 갈아입은뒤 남편한테 전화를 걸어보았다. 밤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럴 때 남편은 윤지호 사장의 사업장에서 잠을 청한다는 것은 익히 알지 않는가. 허나 어찌된 영문인지 사업장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윤지호 사장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아마 이번엔 사업장에서 자지 않고 윤사장의 집에 그냥 머무르는지 여하튼 연락이 닿긴 했다. 허나 지연은 차마 무슨말을 할 수가 없었다. 지연이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말을 더 할 수가 있을까. 그저 걱정도 돼고 보고 싶어서 전화한거라고 하니 도현은 그저 어린 아내의 투정정도로 생각하는지 허허 웃기만 하고 아내를 달래는듯한 말을 건네주었다. 그 정도에서 대충 통화를 마무리할 수밖에 없어 지연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대성통곡했다. 

 사실 그보다 더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호의 문제였다. 마침 제 아빠도 집에 없는때라서 그런지 방에서 자지않고 쪼르르 편의점으로 들어오곤 했던 영호. 어쨌든 일하는데 방해가 되니 밤도 늦었고 하니 영호에겐 그만 들어가 자라며 달래 들여보내긴 했었다. 헌데 그 영호가 지연이 카운터에서 정신을 수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의가 다 벗겨지고 피투성이인 지연의 모습을. 순간 너무나 기겁하고 놀라 무엇보다 영호가 이 광경을 대체 어디서부터 목격한것인지 알수가 없어 지연은 그저 두렵고 떨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편의점 내부를 겨우 정리하고 집안으로 들어와서는 씻고 옷을 갈아입은뒤에야 아이를 불러 물어보는수밖에 없었다. 허나 막상 아이를 부르고나니 어떻게 물어봐야하는지도 참 난감한 일이기만 했다. 아무튼 그 불한당같은 흑인 일당들이 자신을 겁탈한것만은 100% 분명한데 그 광경을 아이가 본것인지 못본것인지. 어느쪽이든 참 물어보기가 난감해 지연은 머리가 아파오기만 했다. 어쨌거나 확인은 좀 하고 넘어가야 안심을 하든 이후 문제를 수습을 하든 할수 있을 것 같아 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 너... ” 

 조심스레 아이에게 입을 연 지연. 영호는 그저 멀뚱멀뚱 의아하게 지연을 바라만 보는데 일단 지연은 조급해져서 아이에게 바로 이와같이 물었다. 

 “ 아까...너 어디까지 봤었니 ? ” 

 “ ??? ” 

 아이는 아직 지연의 말하는 의도를 이해 못하는것일까. 여전히 의아하게 멀뚱멀뚱 지연을 바라보기만 하는데 그 분위기와 표정이 괜시리 소름끼치기까지 해 지연은 애꿎은 아이에게 하마터면 손찌검을 할뻔하기까지 했다. 어쨌든 이 어린아이도 결국 남자아이 아닌가. 그래서 순간 이제 겨우 여섯 살밖에 안된 어린아이이건만 아이가 아닌 수컷괴물로 느껴지기라도 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손찌검을 할뻔한 것이다. 사실 그나마 지연이 천성이 착하길래 망정이지 원래 좀 한 성질 하는 여자였다면 이 어린아이까지 무작정 잔인하게 폭행했을지도 모를일이다. 순간적으로 어떤 보복심리 같은게 일어났을수도 있고. - 착하나 마나 그 봉변을 당하고 온전한 정신상태잀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상황 확인을 하기 위해 거듭 아이에게 질문을 건네는데 아이는 여전히 답이 없고, 답답해진 지연이 다시 말을 돌려 이렇게 물어보기도 했다. 

 “ 그럼 너...아까...흑인 아저씨들 카운터에 들어오는거 봤었니 못 봤었니 ? ” 

 “ ,,,,,, ” 

 “ 왜 말이 없어 ? 아까 흑인 아저씨들 못봤냐고 ? 한 대여섯명쯤 된거 같은데 진열 

  대 막 어지럽히고 새엄마랑 싸우고 하던 아저씨들 못 봤냔말야 ? ” 

 결국 자신을 덮친 흑인 일당과 그 광경을 영호가 목격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겠기에 묻는 질문인데 아이는 여전히 지연의 말을 제대로 못알아듣는 듯 했고 무슨 의미인지 지연이 거듭 다그치듯 묻자 한참만에 고개를 살짝 도리도리 흔들긴 했다. 어쨌든 ‘아니’라는 의미인것인지. 그렇다면 퍽이나 다행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그 짧고 간단한 아이의 행동만으로 단정지을수도 없어 지연은 거듭 확인차 물었다. 

 “ 그...어쨌든 너 아무것도 못 본거지 ? 편의점에 아까 이상한 흑인 아저씨들 들어 

  와 매장 막 어질러놓고 그러던거 못봤다 그 말이지. ” 

 “ 못...봤어... ” 

 지연의 묻는 의도를 그런대로 이해하긴 한것일까. 한참만에 이렇게 대답한 아이. 어쨌거나 못봤다니 일단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긴 하는데 그러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마음도 안 놓이고 또 남은 의문이 남아있기도 한지라 지연은 아이에게 거듭 이와같이 물었다. 

 “ 그럼 너...아까 새엄마가 카운터에 쓰러져있는 것은 봤어, 못 봤어 ? ” 

 다른건 몰라도 지연이 한참만에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났을 때 아이가 그쪽에서 그 광경을 목격한것만은 분명하다. 그 상황을 여섯 살 어린아이가 대체 어찌 이해하고 받아들였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이 쓰러져있는 모습을 아이가 목격한 것은 분명한 사실. 헌데 아이는 지연의 이와같은 물음에도 이와같이 답한다. 

 “ 못봤어... ” 

 겁이 난 것일까. 일단 아이의 이 대답은 분명 거짓말이다. 카운터에서 정신을 차리고 한참만에 겨우 일어났을 때 아이는 분명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엉망이 되어있는 치마며 저만치 벗겨져 던져져있는 찢어진 팬티하며 구두와 스타킹도 이미 말이 아닌채로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는데 그 아수라장을 못봤다니. 겁에질려 이러는것인지 왜 그러는것인지. 어린아이의 속마음이건만 그래서 더더욱 파악하기가 힘들어 지연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정말이지 ‘봤으면서 왜 못봤냐고 거짓말하냐 ?’고 아이를 한바탕 두들겨 패버리고 싶은 충동마저 이는데 이제와서 그래봐야 아무 의미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지연은 한참 혼자 고민을 하는 듯 하다 아이를 불러 이렇게 다짐을 둔다. 

 “ 너...아까 분명히 아무것도 못봤다고 했지 ? ” 

 말없는 아이. 다시금 답답해진 지연이 다그친다. 

 “ 왜 말이 없어 ? 아까 분명히 그랬잖아. 흑인 아저씨들이 물건 훔쳐가는것도 새엄 

  마가 쓰러져있는것도 못봤다고 분명히 그랬었잖아. ” 

 “ 모...몰라...우와아앙~~~!!! ” 

 이건 또 갑자기 왜 이러는것일까.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에 다시금 당혹스러워지는 지연. 일단 겨우겨우 아이를 달랜뒤 다짐을 두려던 것을 일단 강조하듯 이와같이 말한다. 

 “ 아빠한텐 그럼 아무것도 말하지마. 알겠어 ? ” 

 “ ...... ” 

 “ 너 아까 분명히 그랬잖아. 아무것도 못봤다고. 그러니...니 말대로 하면 돼. 알겠어 

  ? 넌 아무것도 못본거고...그러니까 아빠한테는 아무것도 말하지 말란말야. 못봤으 

  면 아빠한테 할 수 있는 말도 당연히 없는거잖아. 안 그래 ? 흑인 아저씨들이 편의 

  점에 들어와서 행패부리고 물건 훔쳐가고 한것도 그리고 새엄마가 카운터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던것도 넌 어쨌든 아무것도 못 본거야. 알겠지 ? 아빠한테는 아무말 

  도 해서는 안 되는거라고. 무슨말인지 알았어 몰랐어 ? ”



- 7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