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모모 (3)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부제 : 젊은 새엄마 3 

 


 영어가 서툴러서 간단한 생필품이라도 사러 가게도 가기 쉽지 않았던 지연이건만, 그래도 막상 너무 화가나니 별장에 돌아오고 싶지 않아졌던것인지 아니면 작심하고 돌아다니다보니 제법 멀리까지도 갈수 있게 되었던것인지 밤늦게서야 별장으로 돌아왔다. 헌데 그 사이에 도현과 은정 사이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그래도 뜻밖에 잘 해결이 된 것인지 분위기가 생각보다 많이 밝고 환해져 있었다. 심지어 은정은 지연에게 정중하게 사과까지 했다. 

 “ 죄송해요 이지연씨. 어젠 제가 너무 화가나서...무례하게 굴었어요. 하지만 이이와 

  의 이혼문제...아, 참 어차피 이제 우린 이혼한거나 마찬가지니(* 이혼서류 접수만 

  안 했을뿐) 더 이상 그렇게 불러서도 안 되겠네요. 여하튼 잘 해결되었으니...더 이 

  상 이럴일 없을거에요. 어쨌든 어젠 제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어요. ” 

 하루종일 지연이 별장에서 나가있던동안 두 사람 사이에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것인지 그녀로선 알 길 없는 노릇이지만 ‘아이만 맡아준다면 순순히 이혼서류에 도장찍어주겠다’던 은정의 제안이 있었으니 그런식으로 어느정도 타협점이 모아진것인지. 여하튼 지금은 분위기가 바뀌어져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은정은 지연에게 이런 부탁까지 했다. 

 “ 저...그리고 어차피 제가 이렇게 이지연씨와 만나게 된것도 인연인데...사인이라도 

  한 장 받아갈수 없을까요 ? ” 

 어젠 그야말로 이지연을 천하의 화XX 보듯이 자기남편 빼앗아간 천하의 불륜녀를 보듯 그렇게 죽여버릴 듯 달려들더니 이젠 심지어 사인까지 받아가게 해달라니. 지연 입장에선 그야말로 ‘이 여자 진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이코인가 ?’ 그런 생각까지 들 지경이다. 은정은 한술더떠 애원까지 했다. 

 “ 죄송해요 정말. 그리고 사실 저도 이지연씨 한국에서 팬이었어요. 이지연씨 노래 

  엄청 좋아했는데...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렇게 지연씨를 만나게 될줄은 저도 꿈에도 

  상상 못했네요. 그러고보니 우리 영호한테 이젠 지연씨가 새엄마가 되는건가...여하 

  튼 이렇게 될줄 몰랐네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이제 순순히 제가 이혼서류에 도 

  장찍고 물러날께요. 정말 죄송해요 지연씨. ” 

 여하튼 그런식으로 이혼문제가 이제라도 확실하게 결론이 난듯한 도현과 은정. 다만 어쨌든 이혼서류에 접수는 해야할 것 같으니 도현이 한 며칠이라도 다시 한국에 들어가긴 해야한다. (* 우편접수 같은 방식이 있을수도 있겠지만...솔직히 90년대 중반 당시 카나다의 이혼,재혼관련 제도까지 알아내는데는 저도 한계가 있습니다. ^^;; 그리고 둘이 어쨌든 한국 국적이니 한국에서 이혼을 하든 뭐든 해야겠지만...도현이나 은정이나 여하튼 둘 다 그런 제도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이라 설정한다면 아무래도 그게 가장 무난할 것 같아서 이와같이 처리합니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90년대엔 나도 2020년대에 이렇게 블로그에서 새엄마 소설이나 쓰고 있을거라고 상상 못했음 !!! 국회의원 출마하고 있을줄 알았건만... -.-;;) 이혼이란게 사실 그런 결심을 하게되는 과정까지가 어렵고 긴 시간이고 또 막상 이혼을 결심하면 재산이나 양육권 문제 같은걸로 분쟁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법원에서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끝이라는 것은 어느나라나 사정이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다. 여하튼 둘이 갈라서기로 확실하게 합의본 이상 한국의 서초동 법원에라도 가서 도장만 찍으면 끝이다. 따라서 곧 은정과 함께 한국에 가서 한 며칠이라도 있어야 하는 도현. 지연이야 굳이 거기까지 따라갈 필요는 없으니 따라갈 이유는 없고 결국 문제는 도현이다. 모든 사정을 결국 윤지호에게 말할 수밖에 없게된 도현. 막상 이야기를 듣고나니 지호도 기가막혔다. 처음엔 지연이 아파서 급히 가봐야할 것 같다고 하더니만 전처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그런 사람이 그것도 지금 자신의 별장에 와있다니. 도현과 지연은 여하튼 자신이 두 사람의 사정이 딱해 잠시 자신의 별장에 머물게 해준것이지만 도현의 전처든 누구든 지호 입장에서 생판 모르는 낯선 여자가 자기 별장에 무단으로 들어와 있다는 소리 아닌가. 도현으로부터 이야기를 듣고보니 지호도 당장 부리나케 별장으로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 당신 누구요 !!! 도대체 누군데 남의 별장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거요 !!! ” 

 헌데 영호라는 도현과 은정의 아이가 아직 만 5세가 채 안되었다고 하니 지호가 한국에서의 나이트클럽 사장노릇을 청산하고 카나다로 건너간 것이 대략 그 무렵이었으니 지호가 은정이란 여자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것은 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두 사람이 혼전 임신을 하지 않고 정식 결혼식을 올린뒤 아이가 생긴것이라면 그런 결혼식에 지호가 참석을 안했을리도 없고. 생각해보면 지호로서도 도무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것인지 혼란스러운 문제가 한둘이 아닌데 일단 시간이 많이 지난뒤 은정과의 관계에 대해선 이렇게 고백을 하긴 했다. 

 “ 사실 그때는...여러가지로 사장님께 과분한 신세를 많이 지고 있던 상황이라 은정 

  이와의 관계까지는 차마 말씀드릴수 없었습니다. 은정이와 동거에 들어가고 아이가 

  들어선 것은 사장님께서 카나다로 떠나신 이후의 일이구요. ” 

 “ 나 원...이런 답답한 사람 같으니... ” 

 그러고 난 뒤 둘 사이에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든 뭘했든 여하튼 그 모두가 윤지호가 카다나로 떠난 이후의 일들이란것이니 지호로선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이 된다. 그런 상황에서 그저 가끔씩 안부전화나 주고받고 지호가 가끔 도현에게 충고나 조언정도나 해주고 그 정도의 친분은 계속 이어갔던셈인 두 사람. 헌데 그렇게 동거에 들어가고 애까지 생긴뒤에 혼인신고를 한건 그렇다치고 그 뒤의 일은 대체 어찌된것인가. 이것은 도현이 은정과 이혼서류에 접수를 하고 돌아와서는 지연에게 이렇게 사실대로 자백을 했다. 

 “ 은정이가 말없이 영호만 데리고 집을 나가버린게 벌써 2년전의 일이야. 그리고 지 

  연이와 처음 만나 인연이 된 것이 불과 반년전일이니...그러니 지연이는 그때일을 

  알수도 없고 나 역시 차마 말을 못했던거야.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최소한 별거중이고 아이가 있다는 그 말 정도는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 ” 

 열네살 연상의 도현이건만 지금껏 마치 비슷한 연배의 절친한 동료라도 되는양 말을 놓던 지연이다. 그런 지연이 도현에게 정색을 하고 존댓말을 할 정도면 그녀의 화도 보통이 아닌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지연 입장에선 여하튼 도현과 한참 그런 사이일 때 얼핏 지나가는 말 정도로 ‘이혼한적이 있다’는 언급만 해 그저 젊고 철없었던 시절 잠깐 결혼했다 헤어진 그런 과거정도만 있나보다 생각한거지 심지어 별거중일뿐 정식으로 이혼서류에 도장찍은것도 아니고 심지어 아이까지 있는 그런 남자일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그러니 지연으로선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일단 도현의 변명은 더 계속될 수밖에 없다. 

 “ 미안하지만 은정이 그 여자가...그렇게 집을 나가버리고 일절 연락이 없으니 나도 

  뭐 어쩔 도리가 없었어. 이혼을 하든 뭘하든 어쨌든 직접 만나야 결론을 내든 이야 

  기를 해보든 할수 있었을거 아냐. 게다가 나도 영호문제 때문에라도 양육권 문제라 

  도 좀 어떻게 해결을 해보려...만나보려고 했는데...근본적으로 연락자체가 안되고 

  어디로 사라진건지 행방조차 찾을수 없으니...나도 어쩔수가 없는거 아냐. 미안해. 

  나도 일이 이렇게 이상하게 꼬여버릴줄은 정말 생각조차 못했어. ” 

 그런 상황에서 만나게 된게 이지연이란 여자고 이미 은정은 연락도 안되고 소식도 알길없어 체념이 되어버린 상태라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지연과의 관계를 강행해버린게 박도현이란 남자의 입장이라고나 할까. 굳이 도현의 입장을 이해해보자면 그런 어쩔수 없는 피치못할 사정을 이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지만 지연 입장에선 그야말로 눈앞이 캄캄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그런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연은 애초에 연예계 생활에 회의와 환멸을 느끼고 한참 톱스타로 인기를 구가하던 시점에 그 모든 생활을 접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무명의 밤무대 연주자 박도현과 자신들을 모르는 어느 먼 외국으로 떠나 평범한 ‘보통사람’으로 살고 싶었던게 지연의 구상 아니었던가. 헌데 그런 지연이 그렇게 자신의 남은 인생 의지처로 삼으려 했던 도현에게 생각지도 못한 이런 과거가 있었다니. 지금와서 정말 돌이킬수도 없는 일이 되어버려 지연으로선 한참동안 울면서 날을 지새는 그런 시간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혼서류를 정리하고 돌아온 도현은 얼마후 거처도 옮길 생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식으로 마냥 무한정으로 윤지호 사장의 별장에서 신세를 질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비록 일도 여전히 윤사장의 사업일을 도와주며 생활하고 있었지만 그건 여하튼 정당하게 월급을 받아가며 하는 일이고, 그런식으로 벌어모은 돈도 있으니 그 돈으로 월세방이라도 구해 따로 나가 살자는게 도현의 생각이었다. 전처 은정이 아이까지 맡기고 떠난터라 도현 입장에선 이래저래 이런 상황에서 별장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윤지호 사장에게 더더욱 미안한일이 될 수밖에 없어 결단한것이었다. 

 흔히 미국이나 카나다 생활하면 드라마나 영화같은데서 보는 넓찍한 저택과 경치좋은 주변경관등 이런것만 머릿속에 그려서 그렇지 미국이나 카나다에서도 막상 맨주먹으로 시작하려면 결국 열악한 생활을 각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열악한 생활은 어쩌면 한국의 웬만한 보통 서민들보다도 못할 수가 있다. 일단 도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대로 저렴하고 평수좋은 빌라방 하나를 구할 수가 있었다. 일단 평수는 그래도 열평이 좀 넘어 그런대로 버틸수는 있을 것 같았고 물도 그런대로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 할수 있었지만 냄새만큼은 견딜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도대체 언제적에 지은 빌라인거야 ?’ 하는 의심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80-90년대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 지하철은 지은지는 오래 되었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냄새나 환경은 한국의 새로지은 지하철보다 더 지저분하다고. 도현도 그런 풍월을 못 들어봤을만한 사람은 아니니 평수도 작고 냄새 지독한 이 작은 빌라방을 ‘도대체 언제적 지은 집일까 ?’ 그 의심을 절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방은 두 개라서 – 과연 이 집에서 언제까지 살아야할지도 그러고보면 기약도 없지만 – 은정이 맡기고 간 아이 영호가 유치원에 들어가고 학교에 들어가게 될 쯤엔 방을 따로 쓸수가 있을 것 같아 그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아니, 사실 지금도 어차피 영호 입장에선 이제 새엄마가 되어야할 지연은 물론 아빠인 도현도 지난 2년동안 거의 만나보지 못한 낯선 얼굴이기에 그런 아빠와 새엄마와 함께 자는것보단 따로 자는게 더 나을수도 있겠다. 여하튼 그렇게 아이와는 따로 자게된 도현과 지연 부부. 다만 혼자 자게되어 무섭다고 울면서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한동안 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직장은 도현이 지금 당장 새로운 일터를 구하거나 할 처지가 못되는것은 여전하기에 앞으로도 당분간은 윤지호의 일을 계속 도와주면서 그로부터 월급을 받으며 살아야 할 판이다. 헌데 그렇다면 지호의 일터에서 2-3일씩 기거하면서 집에는 며칠에 한번씩 돌아와야하는 그런식의 일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이 될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 이곳은 교통편이 이전의 별장보다 훨씬 열악하였다. 그래도 이전에 별장은 근처에서 인근지역이나 기차역등으로 가는 버스를 바로 탈수도 있었는데 이곳은 그래도 서민형 빌라라도 있는 일종의 ‘주택가’인 셈인데도 버스든 택시든 대중교통을 이용할수 있는곳까지 가기가 훨씬 더 쉽지가 않았다. 

 사실 그래서 이제부터 진짜 본격적인 문제가 발생할 판이다. 바로 이렇게 된 상황에서 지연은 2-3일에 한번씩 일터에서 돌아오는 남편만을 마냥 기다리며 혼자 남편의 전처소생인 다섯 살난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한다. 그야말로 앞으로 한동안은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며 지내야 할 판. 게다가 영호는 제 친엄마 은정이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간 것이 이미 2년전의 일이었고 그런 은정이 ‘제발 아이를 좀 맡아달라’며 도대체 어떻게 도현의 행방과 거처를 알았는지 다짜고짜 카나다 별장까지 찾아와 아이를 맡기고 간 그런 상황이 아닌가. 게다가 아이 눈으로 자기 엄마가 웬 낯선 누나(지연)의 머리채를 붙잡고 꼬집고 할퀴고 그러는 것을 이미 장시간 지켜본터다. 헌데 그러고 사라진 엄마 대신 이제 이 수수께끼의 누나와 아이는 함께 지내야 할 판. 그야말로 지연으로선 최악의 상황에 놓여진 것이다. 무엇보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와서는 엄마가 웬 젊은 여자를 머리채를 붙잡고 꼬집고 할퀴고 하는 모습을 장시간 지켜본 아이. 그런 아이에게 과연 지연이 어떻게 인식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설사 이혼이니 재혼이니 하는 그런 어려운말까지는 모른다 하더라도 지연이라는 이 수수께끼의 여자가 엄마와 사이가 굉장히 나쁜 친구나 동료쯤으로 인식했을수도 있는일 아닌가. 그러니 그렇게 인식되어버린 여자와 함께 살아야한다는 것. 다섯 살 어린아이에게 과연 어찌 받아들여질지. 정말 예측하기 힘든일이다. 

 사실 바로 그 문제가 남편이 일터로 가기위해 새벽같이 집을 나간 바로 그 당일부터 벌어졌다. 그러고보면 지연이나 도현 내외는 물론 영호란 아이까지 세사람 모두 불과 얼마전까지는 한국에서 쭉 살아온 사람이다. 물론 서양사람들은 한국이나 동양인처럼 쌀이 주식이 아닌 빵을 먹는다는 것 쯤은 어릴때부터도 충분히 상식으로 들어 알수 있는것이지만 어릴때부터 학교에서 ‘배워서’ 아는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인간은 결국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하고 체험한 것을 중심으로 가치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그 한계탓인걸까. 미국이나 카나다같은 서양인들은 ‘빵’을 주식으로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모르지 않았어도 아마 지연은 밥이며 김치,불고기 그 외 나물반찬 같은 찬거리들을 마트나 가게에서 구입한다는게 한국에서처럼 무척 쉬울것이란 판단을 한 듯 하다. 

 허나 그런 것은 지금처럼 한류다 뭐다 해서 한국문화가 그런대로 멀리 퍼진 지금도 쉽지 않을진대 90년대 중반에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물론 미국가서도 평생 영어 한마디 쓰지 않고 김치,불고기,된장찌개 실컷먹으며 살수 있다더라는 이야기가 70년대부터 이미 존재했지만 그건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이른바 ‘한인타운’에 살떄만 해당되는 일이고 여기는 한인타운이 아니다. 게다가 지연이야말로 한국에서의 톱가수 생활을 모두 접고 자신을 알아보는 이가 아무도 없는 먼 외국에서 ‘평범한 여자’로 살아가길 원하며 이런 선택을 했던 것이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자신을 알아보는 교포나 교민이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그런 한인타운 같은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살기를 바랬으니 자신이 바랬던 일이니만큼 그 점을 갖고 이제와서 누구를 원망할수도 없다. 한국인을 거의 볼수 없는곳에서 사니 한국식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다는 것. 생각보다 이 간단한 이치를 생각 못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한마디로 식재료 구입 문제, 다시말해 장보는 문제가 최대의 난관에 부딪힌 지연이다. 사실 별장에서 살던떄는 그래도 지호가 도현과 지연의 처지를 걱정하고 배려해줘서 장을 직접 봐주기도 하고, 심지어 경우에 따라선 한국식 식자재도 제법 구해다주기까진 했었다. 사실 그때 도현이 지연이 걱정도 되고 자신도 궁금해서 ‘카나다에는 한인타운이 없느냐 ?’고 묻긴 했는데 그때 지호의 대답은 ‘뱅쿠버 인근에 하나 있다고는 들었는데 아마 여기선 버스나 기차로 열시간 이상 걸릴 것’이란 답을 듣게 되었다. 

 게다가 바로 그런 별장에서조차도 서툰 영어 때문에 – 물론 그땐 도피생활을 시작한터에 여러 가지로 겁이나고 두려워 쉬이 바깥출입을 못하는 면이 더 크기도 했지만 – 간단한 생필품이라도 구입하기 위한 외출도 쉽게 하지 못한 그런 지연. 허나 이제 기왕 따로 나가 살기로 한 이상 더 이상 윤지호 사장한테 그런 사소한(?) 문제까지 계속 도움을 청할 수는 없다. 여하튼 영어를 쓰든 쌀이나 김치,된장찌개 재료 같은 것을 구하기 쉽지 않든 자신이 직접 부딪혀야 하는 문제임을 스스로 자각한 지연. 용기있게 집을 나섰다. 

 “ Hi...hello...I want 김치재료 and rice... ” 

 사실 한인타운하고도 멀리 떨어진곳이니 이런곳의 상점이나 가게주인들은 대개 카나다 현지인들이고 따라서 평상시 일상을 살면서 동양인을 본다는 것은 더더욱 낯선 경험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데 말도 제대로 못하고 뭔가 행동도 수상쩍어 보이는 그런 낯선 피부색의 외국인. 혹시 그나마 상점주인이 마음씨 좋은 사람이라면 그런 여자를 정신이 성치 못한 여인이거나 장애인인가 그렇게 지레짐작하고 불쌍한 마음에 먹거리라도 조금 챙겨줄수 있을련지 모르지만 혹시 자신의 물건을 훔쳐가지 않을까 경계하는 이들이라면 대번에 경찰에 신고한다던가 하는 돌발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따라서 자칫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는 일이다. (* 네이버에서 카나다 관련 여행 블로거들을 전수 조사한결과 카나다는 총기소유 자체는 허용되지만 사용규정이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에 여하튼 미국처럼 함부로 아무한테나 총쏴도 되는곳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어냈습니다. ^^;;) 

 


 여하튼 동네 상점주인이 그런대로 마음씨가 좋은 사람이었는지 젊은 동양 여자가 어눌한 영어 말씨로 이런식으로 말을 건네주자 빵과 소시지,베이컨같은 육류 그리고 약간의 야채등을 싼값에 구입할수 있도록 배려해주긴 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한 며칠정도의 식사는 할수있게 된 셈. 허나 성인인 지연이나 도현은 그걸로 며칠은 버틸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아이인 영호가 문제였다. 영호도 여하튼 한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자라온 토종 한국태생이다. 무엇보다 아직 만 5세도 채 되지 않은 어린아이가 한국에서 살다가 갑자기 카나다에서 환경이 바뀐 이 상황에 제대로 적응이 되고 이해가 갈리 없다. 며칠째 빵이며 이상한 고기종류만 계속 내오는 이상한 누나(지연)에게 기어이 질리고 또 어떤 무서움과 두려움 그리고 경계심마저 이는지 이렇게 칭얼거렸다. 

 “ 싫어~~~!!! 싫어~~~!!! 밥 줘~~~!!! ” 

 지난 며칠동안 쭉 해왔듯 토스트에 간단히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소시지 종류 그리고 과일을 좀 깎아서 내온 상차림. 허나 그것은 아이에게 ‘식사’이긴 하지만 빵이고 베이컨,소시지 따위들이지 ‘밥’은 분명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칭얼거리는 아이. 지연도 당혹스러워진다. 

 “ 나 빵 그만먹을거야. !!! 시러~~~!!! 밥 줘~~~!!! 우아아앙~~~!!! ” 

 “ 여긴 밥 파는데 아니야. 쌀이 있어야 밥을 지을수 있는데 여긴 쌀을 구입할 수가  

  없다구. 그러니까 그냥 이런걸로 먹어야 돼. 알았어 ? ” 

 설마 그렇다고 카나다에 ‘쌀’ 자체가 없지는 않겠지만 여하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아니니 일반적으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 지역. 그러니 무작정 ‘밥’을 달라는 이 다섯 살 어린아이를 어떻게 달래고 이해시킬수 있단 말인가. 지연도 슬슬 짜증이 나는 가운데 여하튼 이런식으로 계속 아이를 설득시키는수밖에 없다. 

 “ 여긴 쌀밥이나 그런거 만들어 먹는 나라가 아니야. 한국이 아니라 카나다라구. 한 

  국에서야 밥하고 김치,나물 이런것들을 먹지만 여기선 이런걸 먹어야해 !!! ” 

 “ 싫어~~~!!! 싫어~~~!!! 밥줘 !!! 우아아앙~~~!!! ” 

 그냥 무작정 ‘밥’을 달라고 하는 다섯 살 어린아이. 그리고 무엇보다 동네 상점은 일단 ‘쌀’을 팔지는 않는다는 대답을 어색한 영어대화속에서도 지연이 이미 며칠전에 가까스로 확인할수 있었다. 상점주인은 쌀을 파는곳이 있기는 한데 아마 차를타고 한참 가야할것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러니 지연이 지금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는 쌀을 파는곳까지 무작정 찾아갈수도 없을터. 지연의 답답함은 가면 갈수록 더해질 수밖에 없다. 

 “ 김치볶음밥 먹고싶어 !!! ” 

 설상가상이었다. 여하튼 ‘밥’이 아닌 빵과 베이컨이라던가 소시지 그나마 계란은 카나다에서도 충분히 시장이나 상점에서 구입할수 있으니 계란후라이라도 해줄수 있는 것이 다행인 상황. 그런식으로 며칠을 겨우 아이와의 식사시간의 씨름을 버텨나가긴 했는데 이번엔 아예 다짜고짜 ‘김치볶음밥’을 해달라는 아이의 요구. 아이가 원래 한국에서 김치볶음밥을 좋아한것인지 아니면 제 친엄마가 자주 해주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연은 한층 더 난감하다. 일단 카나다라면 ‘양배추’는 팔아도 동양인들이 흔히 생각할수 있는 그런류의 ‘배추’는 팔지 않을 것이다. 헌데 배추를 산다고 해도 그것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아주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 노골적으로 말해 한국여성중 1960년대 이후 태생중 김치를 담굴줄 아는 여성은 사실상 ‘한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요즘 잘 사는 집 젊은애들은 우리때처럼 김치를 직접 집에서 담궈먹지 않고 어디 김치공장 같은데 주문해 사먹는다더라’는 식의 말이 나오기 시작한게 이미 80년대부터의 일이다. 허니 70년대 중반 태생인 지연인들 별다를게 있겠는가. 배추도 만들어진 김치도 구하기 쉽지 않은 그런 나라에서 그것도 ‘김치 볶음밥’이라니. 대체 이를 어쩌란 말인가.) 

 “ 배고파. 김치볶음밥 해줘. 김치볶음밥 먹고 싶단말야 !!! 우아아앙~~~!!! ” 

 “ 여기 그런거 파는데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니 !!! 쌀도 구하기 쉽지 않고 김치도  

  없는 나라에서 어떻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먹어 !!! 이 답답한 녀석아 !!! ” 

 지연의 성질이 사실 욕을 잘 하는 성격은 분명 아니었는데, 이렇게 답답한 어린아이와 이미 한 일주일 넘게 씨름을 하다보니 이미 자신도 모르게 욕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변해버린 성격을 어쩌면 지연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수도 있는데, 여하튼 칭얼거리는 아이는 그저 막무가내일뿐. 이런식으로 지연의 화와 짜증만 한층 더 돋구게 할 따름이다. 

 하는수 없이 쌀을 한국처럼 몇키로짜리로 팔지는 않더라도 봉지에 소량으로라도 파는곳을 어렵사리 알아내서 그곳까지 가서 쌀을 사오긴 했다. 그래서 계란후라이라도 해줘 여기 비벼먹으라는 식으로 달랠 수밖에 없는 지연. 허나 아이 입장에선 솔직히 더 어이없는 상황일수도 있다. 김치볶음밥을 해달라고 며칠을 졸랐는데 난데없이 계란후라이에 밥을 비벼먹으라니. 심통이 났는지 아이는 먹지도 않고 그냥 제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화가 났지만 일단 겨우겨우 참아내며 대신 근처 가게로 가서 과자라도 몇봉지 사서 아이 방에 던져넣어주긴 했다. 그랬더니 마치 단식투쟁이라도 할 기세로 제 방에 들어가버린 아이는 그래도 아이는 어쩔수 없는 아이인지 배가 고파지자 그 과자봉지를 뜯어 한동안 냠냠 맛있게 먹고있기는 했다. 덕분에 어질러진 방을 또 지연이 한바탕 치워야 할 정도로. 카나다가 대체로 선선하거나 추운 북쪽나라가 맞기는 한건지 의심이 갈 정도로 지연의 얼굴과 뺨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아무래도 이런식으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일까. 지연은 남편 도현과 아이문제 상의를 해보기로 했다. 여전히 윤지호 사장의 사업장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그 거리상 문제로 2-3일에 한번씩 집에 들어오는 도현. 그러고보면 아직 두 사람의 혼인신고조차 제대로 안 한 상태인데, 따라서 겸사겸사 지연은 도현에게 따지고 상의할 문제가 이미 한두가지가 아니다. 

 “ 우리 이야기 좀 해. ” 

 어느덧 남편과 심각한 트러블이 생긴 아내같은 말투로 그렇게 다가오고 있는 지연. 허나 도현은 그것도 거리가 먼 일터에서 일을 마치고 몇시간을 차를달려 귀가를 한 지친몸이라 젊은 아내와의 대화도 귀찮다는 듯이 나오고 있었다. 도현의 반응은 이와 같았다. 

 “ 피곤하니 중요한 문제 아니거든 다음에 이야기 하자. 나 잠좀자게... ” 

 “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가 아니래두 !!! ” 

 “ 나 자야 한다니까 !!! ” 

 설상가상도 그야말로 두겹세겹 겹쳐지는 그런 상황이라고나 할까. 사실 진짜 문제는 교통편이 이전의 별장보다 지금 두 사람이 살고있는 빌라인근이 더 불편하다는게 문제였다. 적어도 이전에 살던 별장에는 인근에 기차역까지 바로 갈 수 있는 버스가 있어 도현은 그 버스를 이용 기차역까지 가서 거기서 기차를 타고 윤지호의 사업장까지 오가는 그런 형식으로 2-3일에 한번씩 별장에서 지호의 사업장까지 출퇴근을 하고 했던 것이다. 헌데 이곳은 바로 도현이 버스를 타고 기차역까지 갈만한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기차역에서 내려 여기까지 오는데는 버스를 대략 두세차례 정도 갈아타야 한다. - 고속버스나 시외버스 같은 교통편은 더더욱 없는 그런 지역으로 생각하면 된다. - 게다가 마지막 버스편에서 내려 집까지도 걸어서 제법 시간이 걸리는 거리라서 솔직히 도현은 직장에서 일할때보다 퇴근하는 과정이 더 피곤한 그런 상황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집에 오면 세상만사 다 잊고 잠이나 청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도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연은 적당히 넘어갈일이 아니라는 듯 남편을 다그쳐댄다. 

 “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일이 아니래두. 영호 문제도 있고 우리 문제도 있고...상 

  의할일이 한두가지가 아냐. ” 

 “ 거 참...내일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 하재두 그러네 !!! ” 

 “ 당신 술 마셨어 ? ” 

 “ 뜬금없이 무슨소리야 ? ” 

 ‘맑은정신으로 이야기하자’느니 어쩌느니 이런 말은 일반적으로 술에 어느정도 취했을 때 나올수 있을법한 그런말이 아니던가. 헌데 도현에게서 뜬금없이 이런 말이 나오니 지연이 어리둥절해 그와같이 물은것이고 여하튼 도현은 거듭 피곤하다는 의사를 이와같이 밝힌다. 그저 세상만사 모든게 다 귀찮기만 한 피곤한 남자 그 자체의 모습이다. 

 “ 하유...거 참...잠 좀 자재두 그러네. 내일 이야기하자구 몇 번을 말하냐 ? ” 

 “ 그럼 정말 내일 날 밝으면 이야기할수 있는거지 ? ” 

 “ 잠 좀 자자구 !!! 잠 좀 !!! ” 

 “ 당신 분명히 이야기 했어 ? 내일 이야기하자구. 만약 그러구 내일 또 얼렁뚱땅 적 

  당한 핑계대고 넘어가기만 해봐. ” 

 순진하고 천진난만해서 원래 남의말을 곧이 듣는편이었던 지연도 이런식으로 세상을 배워가는것인지 적어도 도현의 이 말이 100% 진실된 말로 들리지 않아 거듭 다짐이라도 받아두겠다는 듯 이와같이 나온다. 허나 도현의 반응은 거듭 이와같기만 하다. 

 “ 잠 좀 자자니까 제발 !!! 나 좀 가만히 놔둬 !!! ” 

 


 그렇게 귀찮다며 잠이 든 도현. 허나 지연이 우려했던 사태는 기어이 벌어지고 말았다. 사실 아무리 그래도 윤지호 사장의 사업장에서 2-3일만에 퇴근하면 집에서 최대 하루 최소한 반나절 이상은 쉬다가 다시 일터로 출근하는 도현이었는데, 그날은 새벽같이 윤지호 사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급히 봐줘야할일이 있으니 빨리 오라는 전언. 결국 ‘날이 밝으면 맑은 정신으로 상의하자’며 아무리 피곤해서 귀찮아서 한 말이기로 그 말 자체가 무색해질만큼 도현은 서둘러 출근준비를 하는 것이다. 

 “ 이봐요,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 ” 

 “ 뭐라는거야 ? 나 빨리 가봐야 한다니까. 그래도 배는 고프니 토스트나 하나 구워 

  주던가. ” 

 빵이 되었든 다른 무엇이 되었든 간단한 아침 요기는 그래도 해야겠기에 그렇게 재촉하는 도현. 아마 그 빵조각조차도 가면서 먹을 생각인건지 이미 외출복을 다 입고 서둘러 움직이는 도현이다. 지연이 도무지 참을수가 없는 듯 그런 도현의 앞을 가로막고 따진다. 

 “ 당신 정말 이럴거에요 ? 어제는 뭐...날이 밝으면 이야기하자며 ? ” 

 “ 무슨 소리야 ? ” 

 어쩄든 간밤에 술에 취해 잠이든 것은 아닌데 그럼에도 간밤에 자신이 했던말을 기억 못하는것인지. - 물론 그보다는 윤사장의 호출로 급히 가봐야하는 문제 때문에 이러는 것이지만 – 거듭 빨리 가야한다며 토스트나 구워달라고 재촉하는 도현. 지연이 정 미적거리면 어차피 급하니 자신이 직접 구워먹고 나갈 기세다. 지연은 울상이 되어 그런 도현앞을 다시금 가로막으며 울먹거리기까지 한다. 

 “ 내가 지금 할 일없어서 괜히 이러는건줄 알아요 ? 내가 지금 얼마나 힘든지 당신 

  지금 알기나 해 ? ” 

 “ 아휴, 싫으면 내가 그냥 토스트 구워먹고 계란후라이나 하나 해먹고 갈게. 그럼 

  되는거지 ? 어쨌든 당신이랑 입씨름할 시간 없으니 당신은 피곤하면 들어가 마 

  저 자던가 해. ” 

 “ 여보 !!! ” 

 도현은 지연이 정 빵을 구워주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굽고 계란후라이까지 직접 해먹은뒤 그냥 나가겠다며 이렇게 나오고 지연은 이런 도현의 태도를 보며 그저 어이가 없을뿐이다. 일단 도현이 토스트기며 프라이팬이며 분주히 다루는동안에는 피차 화상이라도 입을까봐 지연이 실랑이를 벌이거나 하지 않는데 아침을 먹는것인지 꾸역꾸역 넣는것인지 여하튼 그렇게 급히 아침식사를 때운 도현. 바로 현관으로 향한다. 

 “ 안 돼 !!! 이대론 못 나가 !!! 우리한테도 지금 얼마나 복잡한 문제가 많은데..아이 

  문제도 그렇고...또...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정말 오늘따라 왜 이래 ? 내가 일을 안하면 도대체 누가 우 

  리 식구를 먹여살리나. 게다가 이젠 영호까지 있는데. ” 

 지연의 심정과 지금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도현은 자신의 아이까지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새삼 상기시키는데 하지만 지연은 도현의 태도가 계속 이와같자 그저 기가막히기만 할 뿐이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영호 때문에 그간 여러 가지로 힘들었던 문제하며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속에 상의를 하게될줄 알았는데, 상의는커녕 새벽같이 이렇게 아침도 대충 챙겨먹고 나가는 남편의 모습이라니. 이게 결혼생활인건가 하는 근본적인 회의감마저 들 지경이다. 허나 다른건 몰라도 영호문제로 자신이 힘든것만큼은 꼭 한번 하소연을 해야겠다는 듯 지연이 다시금 가로막는데 그런 지연의 심정과 상태를 알길이 없는 도현은 그런 지연을 밀쳐내기까지 한다. 

 “ 거 참...진짜 이 여자가 오늘따라 왜 이러나 ? 내가 지금 급히 출근해야 한다고 

  몇 번을 말했어 ? 그리고 어쨌든 내가 열심히 돈을 벌어야 우리식구들 먹여살릴 

  수 있을거 아냐. 나 원 도대체가...철없는 어린아이도 아니고...이게 대체 뭐하는 짓 

  이야 !!! ” 

 그리고는 휑하니 나가버리는 도현. 화가 나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급해서 그런건지 문조차 제대로 닫지 않고 가버렸다. 한편 지연은 그녀대로 조금전 도현이 밀쳐내는 바람에 넘어지며 삐끗해서 작은 부상을 입고 말았는데 일단 가까스로 일어서서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도현이 닫지않고 가버린 문을 닫아놓기는 한다. 그리고 거실 소파에 주저앉아 한참을 흐느낀다. 

 헌데 지연의 지금 심정도 무척 복잡하기 짝이 없겠지만 사실 이 집에서 지금 가장 많이 혼란스럽고 힘든 것은 결국 다섯 살난 도현의 아들 영호로 봐야할 것이다. 여하튼 그전까지는 엄마하고 살았고 게다가 도현과 은정이 별거를 하는 바람에 한 2년동안은 제 아빠를 볼수도 없었기에 얼굴도 기억 못하는 아빠 도현. 헌데 어느날 갑자기 느닷없이 은정이 이렇게 먼곳까지 자신을 데리고 오더니 그 별장인지 뭔지 이상한곳에서 엄마와 어떤 낯선 누나와의 그 한바탕 소동. 그리고 다음날. 은정은 자신을 이곳에 두고 사라져버렸고 영호는 얼굴조차도 낯선 아버지 도현과 그리고 그 도현과 함께 살고있는 – 엄마한테는 머리채가 잡혀지며 한바탕 그 난리가 벌어졌던 – 이상한 누나(지연) 함께 살아야하는 처지. 그 갑자기 뒤바뀐 환경도 제대로 이해가 가지 않아 머리가 혼란스러울 지경인데 그래도 그전까진 좀 넓은 공간(윤지호 사장의 별장)에 잠시나마 살았었는데 그러다 갑자기 이번엔 또 이런 좁고 냄새나는 그런 집에서 살게되다니. 게다가 이전에 살던 집(별장)에선 정상적인 밥하고 찌개,김치 같은것이라도 조금씩 나오는 그런 식단이었는데 여기서부턴 빵이며 소시지,베이컨,계란후라이 같은 – 물론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을 음식들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국식 식사가 몸에 밴 아이들이라면 이런 것을 매일같이 먹는다는것도 분명 고역일 것이다. - 이런것들을 먹으며 살게 된다는 것. 물론 경제적으로는 은정도 결코 여유로운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에 평수가 그리 크지 않은 집에서 살았지만, 아이의 괜한 느낌 탓일까. 아빠와 이상한 누나와 함께 새로 살게된 집은 그 직전 큰집(윤사장 별장)은 물론 엄마와 함께 살던 집보다도 훨씬 작게 느껴졌다. (* 한편 도현과 지연이 별장에서 살 때 식재료등은 윤지호가 이따금씩 공급해주는 것들이었지만 어린 영호야 그런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턱이 없다.) 

 그러니 따지고보면 다섯 살 영호한테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최악의 환경에 놓인 그런 상황이다. 엄마 은정과 살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곳으로 오기직전까지 잠시 살았던 그 넓고 큰집. 그런곳도 아닌 웬 이상한 낯설고 비좁은 집에서 매일같이 이상한 음식만 먹으며 살아야한다니. 영호로선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싫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낳아준 친엄마 은정에 대한 그리움도 자연스럽게 샘솟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영호는 도현-지연과는 다른 방을 쓰고 있다. 어쨌거나 두 사람도 신혼부부라면 신혼부부인데(* 다만 아직 정식 혼인신고서는 올리지 않았다.) 어린아이까지 함께 데리고 자는 것은 좀 난감했던것일까. 다행이라면 다행일지 방이 두 개인 집에 월세로 들어와서 살게되어 한 방은 도현과 지연이 그리고 다른 한방은 다섯 살 영호에게 쓰도록 한 것인데 영호 역시 그 혼자만의 방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종종 칭얼대기도 하고 또는 방구석에 혼자 엎드려 있거나 웅크려있기도 하고 여하튼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런 시간이 어느정도 지나다 기어이 사달이 나고야 말았다. 이렇게 이상한 밥만 맨날 차려주는 이상한 누나. 그리고 여전히 낯설고 익숙해지지 않고 있는 아빠 도현. - 게다가 그 도현은 일 때문에 평균 2-3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어오곤 하니 그 도현이 출근을 하고 나면 영호 역시 하루종일 이 집에서 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이상한 누나 지연과 함께 보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여하튼 밥을 달라고하면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기까지 하는 지연. 그런 그녀로 인해 잔뜩이나 주눅이 들어 있었는데, 그렇게 나름 혼자 고민이라면 고민을 하는 시간을 한동안 보내다 영호가 좀 엉뚱한 일을 벌이고 있었다. 엉둥한 일이라기보단 박영호란 다섯 살 아이의 입장에선 나름 고뇌에 찬 결단을 내린 것이다. 

 원래 은정이 영호를 이곳으로 데리고 올 때 간단한 옷가지와 세면도구 정도는 챙겨준 작은 가방이 하나 있다. 허나 일단 이곳에 와서는 별 쓸일이 없을 것 같아 영호도 그것을 방안에 그냥 대충 내팽겨쳐 방치해 두고 있었던것만은 사실인데, 하루는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그 가방에 자신이 입고 쓰는 옷가지며 세면도구 따위등을 꾸역꾸역 넣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본다면 아무래도 미심쩍아 할 수밖에 없을 아이의 행동. 게다가 지금 한밤중이라 도현도 지연도 지금은 세상 모르고 새근새근 잠들어있다. 

 헌데 그러다 지연이 잠시 화장실이 가고 싶어져서 나와본 것이 흠이라면 흠이었을까. 애초 가방을 그렇게 싸들고 나가려던 영호. 지연이 그 모습을 보며 놀라 다가온다. 

 “ 얘, 아가. 꼬마야 !!! 너 지금 거기서 뭐해 ? ” 

 놀라며 그렇게 다가와 묻는 지연. 허나 영호는 그런 지연을 되려 한번 째려보는 듯 하더니 다시금 몸을 돌려 현관문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이 들어 지연이 바로 문앞을 황급히 막아서는데 그런 지연을 보며 영호가 울음을 터트린다. 

 “ 우와아앙~~~!!! 왜 그래야 ? 나 엄마 찾으러 갈거야. 나 엄마한테 갈거란말야. ” 

 “ 뭐...뭐라구 ? ” 

 “ 나 엄마한테 갈거야. 엄마한테 가서 김치볶음밥 해달라고 할거야. 냉면도 해주고 

  장조림도 해달라구 할거야. 엄마한테 갈거야. 비켜 !!! 영호 엄마한테 갈거야. 엄마 

  한테 갈거니까 제발 비켜달란말이야 !!! 우와아앙~~~!!! ”



- 4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