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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사나 (8)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평행우주 이야기 – 7. 고구려 비록 

 


 독연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실은 그녀도 비녀전사단 출신인데 결혼해서 예빈이란 딸을 낳았다. 구려의 남자들이 대개 비녀전사단 출신 여자들은 성격이 거칠고 사나와서 웬만해선 잘 결혼을 안 하려 드는데 (* 실제로는 비녀전사단의 존재 자체가 일급 비밀이고 또 실제 비녀전사단 출신들도 그런 과거를 거의 밝히지 않으니 결혼적령기의 일반 구려 성인남자들 입장에선 ‘무슨 전사단인가 뭔가 여하튼 어린 여자애들을 데려다 지옥훈련 시키는곳이 있고 그런데서 훈련받고 나온 애들은 대개 성질이 거칠고 사납다는데...저 여자 성깔 되게 고약한걸보니 아무래도 그 비녀전사단인가 뭔가 거기 출신인가보다’ 이런식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 독연을 품에 안아준 남자라면 그 남자 역시 보통 남자는 아니었을것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허나 대체 어떤 성품과 취향을 가진 남자였는지는 몰라도 그 남자 역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엔 부족함이 많은 남자였는지 독연과 결혼하여 딸 하나를 낳은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후 독연은 딸 예빈을 키우며 행상이라도 하며 혼자 생계를 유지하며 살았던것인데 아무래도 열악한 경제환경이 되어버렸고 무엇보다 장사를 하며 떠돌아다녀야하는 독연의 생계수단 특성상 아이를 혼자 집에두고 비우는날이 많았다. 그러면 아이는 배가고파 혼자 동네를 떠돌아다니기 일쑤였고 그러다보니 전사단 물색관이 있었다면 전형적인 부모없는 어린아이거나 있더라도 아이들을 먹여살릴 형편이 안되는 그런 부모일것으로 추정을 한듯하다. 

 여하튼 ‘맛있는것도 많이 주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어울리며 즐겁게 지낼수 있다’는 식의 물색관의 감언이설에 따라 예빈 역시 그녀를 따라나서기로 했고 마지막으로 부모님과 하룻밤을 지내고나면 다음날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선 일단 예빈이를 집으로 데려다준 물색관. 헌데 하루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독연이 자연스럽게 예빈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터이고 기겁할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독연 역시 비녀전사단 출신으로 바로 그런식의 과정을 거쳐 어린나이에 비녀전사단에 발탁되어 그 지옥훈련의 과정을 거쳤던 여자 아닌가. 그러면서 수많은 생사를 담보로한 공작,테러임무를 수행하기도 했고 허나 막상 전사단 생활을 마치고 돌아와선 이렇게 힘겹게 겨우 생계나 유지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 그런 독연 입장에서 그것도 하필 자신이 낳은 딸이 전사단 물색관눈에 들어 발탁될 처지에 놓이다니. 독연으로선 더더욱 펄쩍뛸 수밖에 없었다. 

 “ 안돼 !!! 그건 절대 안돼 !!! 내일 엄마가 니가 만났다는 그 이상한 언니를 직접 만 

  나 말해보마. 그러니 예빈이 넌 다른 쓸데없는 생각 말고 무조건 이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해. ” 

 무엇보다 전사단 출신들은 남자들이 싫어해 결혼하기 힘들다는 이야기 정도는 독연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을터. 그러니 전사단 출신으로 남자와 만나 결혼해서 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봐야할텐데 그중에서도 아이까지 낳고 생계수단까지 겨우 삼으며 살아가는 독연같은 사례는 아주 극히 드문 경우라고 봐야할 것이다. 헌데 그런 전사단 은퇴생중 아주아주 극히 드문 사례인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고 살아가는) 자신한테 왜 이런 운명이 또 다가온단 말인가. 독연으로선 그야말로 이 구려라는 나라까지 원망스러워질 지경인 그런 심리상태다. 일단 철없는 어린아이로부터 ‘엄마, 어떤 언니가 나 아주 맛있는거 많이 사주고 그럴수 있는대로 데려다준댔어’ 하는식의 말을 듣고 충분히 짐작을 할수 있었던 독연. 무엇보다 구체적인 확인을 위해 그 ‘이상한 언니’가 뭐라고 하더냐고 물어 무슨 달리기나 물건 들고 여기저가 왔다갔다 하는 그런것도 좀 시키더라는 그런식의 답까지 들었다. 더 이상 확인해보고 말고 할 것도 없지 않은가. 다음날 아침. 약속한대로 물색관이 당도하자 독연이 가로막고 나섰다. 

 “ 안돼 !!! 우리 예빈이마저 그 지경으로 만들겠다고 ? 안돼 !!! 다른건 몰라도 우리 

  예빈이는 절대 그곳으로 못보낸다. 살아도 산게 아니고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그런꼴이 될 수밖에 없는...그런곳으로 우리 예빈이만큼은 절대 못 보내 !!! 차라리 

  나를 죽여라 !!! ” 

 “ 어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저흰 예빈이 아주 좋은곳으로 데려다 주려는 

  거에요. 맛있는것도 많이 먹을수 있고 더 이상 굶주리지도 않고 친구들도 많이 사 

  ... ” 

 허나 그 뻔한 감언이설은 능히 알고있는 독연이 아닌가. - 심지어 독연은 공작조뿐만 아니라 물색조 경험까지 있다. - 결국 격분한 독연이 물색관의 뺨을 때렸다. 

 “ 야 !!! 이 XXX아 !!! 너 몇기야 !!! 바른대로 대지 못해 ? ” 

 “ 예 ? ” 

 아직 독연의 정체를 파악하거나 짐작하긴 힘든 물색관은 그저 어리둥절하고 황당해 물었고 독연이 더는 참을수 없다는 듯 독기를 뿜어냈다. 

 “ 나도 비녀전사단 출신이다. 그러니 어서빨리 바른대로 관등성명 대지못해 ? ” 

 “ 어...어머니... ” 

 “ 어머니라니 ? 귀관은 전사단으로 있을 때 선배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도 배우 

  지 못했나 ? 전사단 OO기 독연 선배가 명한다. 속히 귀관의 관등성명을 대도록  

  !!! ” 

 사실 전사단이나 훈련생으로 있을때는 전사단을 은퇴한 이후의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알수도 없을뿐더러 다만 전사단을 그만둔이들중 본부에서 행정반등으로 종사하는이들이 있다더라 그 정도만 막연히 알수있을뿐. 따라서 그것도 전사단 물색활동을 하며 돌아다니다 그것도 하필 전사단 출신인 아이엄마를 만나다니. 물론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해야한다는 매뉴얼은 있을리 없을터. 당황한 물색관은 그저 다른 평범한 아이 부모의 경우에 대처하는 방식대로 나온다. 

 “ 어머니, 걱정하지 마시라니까요. 저희는 그저 예빈이를 좋은곳으로... ” 

 만약 데려가려는 아이의 부모가 끝까지 반대하며 막아설 때 물색관이 하는 최후의 방식은 아이 부모를 기절시키거나 강제로 약을 먹여 잠재우는 방식밖에 없다. 허나 곧 그 방식을 실행에 옮기려는데 바로 그런 물색조 경험까지 있는 독연은 이미 물색관이 하려는 행동을 눈치채고 그녀의 팔을 나꿔챈다. 그래서 물색관은 미리 준비해온 약병이 떨어져 안에 있는 약물이 모두 바닥에 쏟아지고 만다. 

 “ 이게 어디서 감히...너 내가 전사단 출신 대선배라고 분명히 말했다. 물색관 활동 

  뿐만 아니라 왕년에 몽골,흉노 깊숙이까지 들어갔다 와본몸이야. 근데 이게 감히 

  어디서 대선배를 이기려 들어 ? 너 내가 분명히 말했다. 다른건 몰라도 우리 예빈 

  이 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 

 “ 어...어머니...선배님...이...이러시면 안 됩니다. ” 

 이젠 확실히 독연이 진짜 전사단 출신인지가 실감이 나서인지 물색관도 당황해 어쩔줄 모르고 그런 물색관의 팔을 비튼채 계속 그녀를 조여오는 독연. 물색관으로선 ‘이거 단단히 잘못걸렸구나. 이러다 되려 내가 죽겠다.’는 생각까지 드는 순간일 수밖에 없다. 

 


 물색관이 머리가 별로 안 돌아가는 아이였다면 결국 이쯤에서 ‘안되겠다’ 생각하고 물러났을수도 있을 것이다. 헌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꾀를 좀 쓸줄 아는 물색관이었다. 일단 급한김에 ‘죄송하다’며 이만 풀어달라고 했고 독연이 방심했는지 그렇게 해 주었다. 헌데 그러자 바로 물색관이 독연을 들어 저만치 집어던져버렸고 그 바람에 독연은 기절하고 말았다. 그리고 물색관이 예빈을 데리고 오게된 것이다.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예빈이 보이지 않자 독연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막았었는데 기어이 딸아이는 그 지독한 비녀전사단 훈련생으로 끌려가고 말았구나. 그 생각을 하니 그저 기가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날밤 독연은 혼자남은 방안에서 하염없이 울었고 그러다보니 어떤 원망감과 분노 같은 감정이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녀전사단에 있을때는 그곳에서 세뇌교육을 받은대로 외적의 침입에 시달리는 구려의 불쌍한 백성,동포,형제들을 구하기위해 이런 훈련을 받고 공작임무를 수행하는것으로만 생각했다. 허나 그렇게 20년 세월 12년 훈련생 생활과 대략 8-9년 정도의 공작원 생활을 마감하고 일반 사회로 나와보니 전사단을 그만둔이들은 그대로 방치가 되고 먹고살길조차 막연한 처지가 되자 그러잖아도 이런 것을 시키고 그러고는 되려 나중엔 방치해버리는 구려정부가 원망스러워졌고 세상에 대한 반감도 생기기까지 할 판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히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그런대로 구려의 일반사회에서 평범한 아줌마로 살아가게 되는구나 생각했는데 남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그나마 하나밖에 없는 딸을 희망으로 생각하며 생계라도 유지하며 겨우겨우 살아가려했는데 그 딸아이마저 이런식으로 전사단으로 끌려가고 말다니. 절대 이X들을 가만두지 않겠노라는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던 것이다. 

 한편 예빈은 예빈대로 남다른 감정에 사로잡힌채 결국 전사단 훈련생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훈련생으로 처음 들어온 어린아이들은 6-7세 정도되는 어린아이때 그전까지 고아로 떠돌아다니거나 다 굶어죽게된 처지인 가난한집 아이들이었기 때문에 다른건 몰라도 먹을 것은 물론 간식까지 푸짐하게 꼬박꼬박 챙겨주는 전사단내에서의 처우에 바로 입이 헤 벌어지게 된다. 그렇게 이곳을 처음엔 먹을 것도 많이주고 교관 언니들과 동기 친구들과 매일같이 재미있는 놀이하며 즐겁게 지내는 그런곳으로만 생각하며 일반사회에서의 기억은 잊혀지게 되는데, 특히 고아로 자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가난한집이든 무엇이든 부모형제가 있던 아이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개 매일같이 굶다시피 하던 집에서 배고프다고 칭얼대다 부모한테 두들겨맞은 기억밖에 없기 때문에 훈련소에서 매일같이 맛있는거 많이먹고 재미있게 뛰놀다(?)보면 그런 가족에 대한 기억은 금방 잊혀지고 그리움 같은 감정도 별로 생겨나지 않는다. 간혹 은지의 경우처럼 부모가 한사코 만류하다가 물색관이 안되겠다 싶어 부모를 약을 먹여 기절을 시켜놓고 데려오게 되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물색관은 ‘엄마는 잠깐 잠드신것뿐이니 안심하라’는 식으로 타일러서 데려오기 때문에 어린아이 입장에선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되는 것이다. 

 허나 예빈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저 단순히 물색관이 약을 먹여 잠들게 하는 수준이 아닌 대놓고 그 난리가 벌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고 그러다 안되겠다 싶은 물색관이 아예 어머니를 내던져버리는 그런 모습까지 목격한 예빈이 아닌가. 하는수없이 전사단으로 끌려오게 되긴 했지만 머릿속에는 한동안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고 따라서 다른 동기생들과는 달리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무슨 타고난 유전자같은것이라도 있는지 예빈은 달리기 실력이 좋은편이라 장애물놀이니 정글짐통과니 하는데서 늘 우승을 독차지하곤 했다. 나중엔 교관들이 너무 예빈이 우승과 간식을 독점해버려 다른 아이들의 사기가 떨어질것을 우려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양보하라’고 타이르기까지 할 정도로. 무엇보다 예빈은 다른 동기생들과 말도 잘 안하고 어울리지도 않는 그런 아이로 훈련생 생활을 지내게 된 것이다. 

 그런 예빈이 초등부 2년차쯤 되었을 때, 그러고보면 훈련소에 들어온지 거의 2년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있을 때 뜻밖에 비밀리에 찾아온이가 있었는데 바로 예빈의 어머니이면서 전사단 출신이기도 한 독연이었다. 무엇보다 독연은 전사단 훈련생의 하루 일과가 오전과 오후에는 훈련과 교육이 반복되고 그리고 오후 교육시간이 끝나고 저녁시간이 되기전 한두시간 정도 약간의 휴식 겸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바로 그 틈을 이용 몰래 훈련소를 찾아온 독연. 물론 다른 교관이나 전사단의 눈에 뜨이면 안되기 때문에 변장까지 하고 용케 잘도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한눈에 딸 예빈을 알아보고는 비밀리에 그녀를 불러내었다. 

 2년의 시간이 지나서인지 예빈은 바로 엄마를 알아보진 못하는 듯 했으나 목소리를 듣고는 기어이 엄마를 기억해냈다. 독연과 예빈 모녀는 훈련소에서 거리가 좀 떨어진 비밀스런 장소까지 와서는 한바탕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감격의 상봉을 했고 그때 독연이 예빈에게 이런 비밀지령을 내린 것이다. 

 “ 엄마가 1년에 한두번정도 널 만나러 오마. 그럼 그때 예빈이가 엄마가 시키는대 

  로 해. ” 

 실은 독연은 전사단의 비밀을 밖으로 빼돌려 전사단 자쳬를 와해시켜버릴 흉계를 꾸미기 시작한 것이다. 막상 이런식으로 당하고보니 순진한 어린아이들을 꼬드겨 이런 비밀훈련과 끔찍한 세뇌교육을 시켜 그런 살상병기로 양성한뒤 정작 그런 살상병기로서의 생활을 마감한뒤엔 정상적인 사회생활 정착은 할수도 없도록 방치시켜놓는 구려조정의 처사를 생각하니 원망하는 감정이 안 생길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미X 조직은 당장 없애버려야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고 그 궁리를 여러차례 하다가 여전히 철저한 베일에 싸여있어 인접국가들이 그 실체를 제대로 알지못하는 비녀전사단의 실체를 외부에 공개해버릴 생각을 한 것이다. 

 1년에 한두차례 독연이 비밀리에 예빈을 만나러 왔고 예빈은 그럼 엄마의 지시대로 전사단의 교육내용이라던가 훈련과정 혹은 훈련소와 본부의 위치와 구성등을 하나하나 적기 시작했다. 다만 다른이들에게 들켜서는 안되겠기에 독연이 언젠가 은밀히 배워 알고있는 여진과 거란사이의 소통용 비밀암호를 예빈에게 가르쳐주어 그것으로 전사단의 교육내용,조직,구성 이런것들을 쪽지에 적어 자신에게 넘겨줄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게 대충 예빈이 고등부 2년차까지 되어 공작활동에 견습생으로 참여할수 있을때까지 예빈이 적어서 비밀리에 밖으로 빼돌린 전사단과 관련된 비밀내용은 독연의 집 방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헌데 그 도중에 예빈이 바로 그것을 들킬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그것도 같은 한 방을 쓰면서 밤마다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어디론가 몰래 사라져 장시간 있다가 돌아오곤 하는 예빈의 행동을 수상쩍게 여긴 동기생 어진으로 인해. 그래서 급한김에 예빈은 어진을 칼로 치르고 달아나버린 것이다. 

 “ 예빈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같은반 동기생 친구를 찔러죽이고 달아나다니... 

 ”  

 그렇게 훈련소에서 달아난 예빈이 돌아갈수 있는곳은 결국 자가집밖에 없으니 그렇게 독연에게 돌아와버린 것이다. 허나 워낙 급하게 달아나버린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적어놓았던 훈련소와 전사단의 비밀내용이 담긴 쪽지는 챙겨오지 못하고 말았다. 물론 그동안도 1년에 한두차례 독연에게 떠넘긴 비밀내용이 많이 쌓여있긴 하지만 아직은 전사단을 와해시킬수 있을만큼 충분한 내용은 아니라고나 할까. - 근본적으로 예빈이 거란과 여진 사이에 통하는 암호를 숙지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1년에 한두번 예빈을 찾아오는 독연이 그것을 가르쳐주는데 시간적 한계가 있어 그 작업이 알단 한 몇 년정도 걸렸고 예빈이 그 암호로 전사단 정보를 외부로 빼돌리기 시작한지는 아직 몇 년이 채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다른건 몰라도 동기생들 끼리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죽자는 그런 동지의식이 있어야 한다고 세뇌교육을 받고 자랐고 또 ‘생명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된다’는 그런 백행지본의 덕목도 가르침으로 받은 독연이니 그것도 예빈이 그런 상황에서 같은방 쓰는 친구를 죽이고 왔다는 이야기는 아무리 전사단을 와해시킬 생각을 하고 있는 독연이라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런 대형사고를 저지르고 달아나버린 딸이니 이제 예빈이 훈련소로 돌아간다던가 할수도 없는 상황. 독연이 밤새 고민을 하다 예빈에게 말했다. 

 “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 없다. 거린이나 여진쪽으로 달아나는수밖에... ” 

 “ 괜찮으시겠습니까 어머니 ? ” 

 헌데 순간 딸의 말투가 독연으로 하여금 공연한 실소를 터트리게 할뻔했다. 예빈의 말투는 이미 훈련소의 훈련생이 선배나 교관을 대할때의 말투 그 자체로 완전히 바뀌어있는 것 아닌가. 어찌보면 마치 자신의 훈련생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 해 독연으로서는 그저 어이없을 따름. 허나 지금 그런 사적인 감회에 젖어있을수만은 없어 거듭 딸을 설득한다. 

 “ 야간행군을 하는 방법은 훈련소에서 배웠겠지. 그러니 그대로 하면 돼. 빠른 속도 

  로 이 구려를 벗어나는수밖에 없다. ” 

 “ 어머니... ” 

 “ 이미 전사단에서도 우리의 행방을 찾고 있을거야. 지체할 시간이 없어. 그 난리가 

  벌어졌으니 전사단이 악착같이 우릴 찾으려 하고도 남을일이 아니냐. 일단 가급적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이 구려를 벗어나야해. ” 

 원래는 거란,여진등 인접국가나 유목부족들을 기습할 때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위해 배운 야간 산악행군 훈련법인데 지금 바로 그와같은 방식으로 거란이든 여진이든 이웃나라로 달아나려는 생각을 하고있는 독연. 예빈이 여전히 걱정되는 듯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데 독연이 걱정말라는 듯 예빈을 보며 말한다. 

 “ 걱정마. 어쨌든 이 엄마도 20년 세월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훈련생과 공작원 생활 

  을 다 마쳤던 그런 몸 아니냐. 그러니 내가 알고있는 정보만으로도 거란과 여진에 

  게 모든 실상을 증언해주면 거란이든 여진이든 충분히 그로인한 포상은 해줄거야. 

  그러니 속히 그곳으로 달아나 전사단의 모든 비밀자료를 넘겨주고 그곳에서 정착해 

  살아가기로 하자. ” 

 


 비녀전사단의 또다른 치명적 문제는(* 뭐 이렇게 문제가 많아. -.-) 그렇게 데려간 아이들의 가족들에 대한 보상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물론 고아출신이야 특별히 전사단측이나 조정에서 챙겨줘야하는 가족이 있을수 없고 가난한집 아이들을 데려간 경우에도 전사단에서 잘먹고 즐겁게 뛰놀다보면 가족에 대한 기억은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쪽을 굳이 신경써줘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것일까. 물론 아무리 그래도 가난한집 아이들을 데려간 경우엔 그 남은 가족들에게 약간의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기는 한다. 그러나 그게 무슨 연금제도마냥 지속적으로 주어지는것도 아니고 그저 한동안 생계수단이나 삼을수 있을 정도의 소량의 금전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장사밑천을 삼는다던가 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전사단의 경우엔 공작임무가 성공하면 일정부분 포상이 주어지긴 하지만 그렇게 성인이 되었을때는 가족들과의 인연은 이미 끊긴지가 오래고 실제 그렇게 딸아이가 전사단으로 가게된 경우엔 이후 적당히 알아서 자기네들끼리 다른 고장으로 떠난다던가 하게되기 때문에 전사단으로 끌려간 아이들이 남은 가족과 이후 소통을 하게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사실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전사단을 은퇴한이들의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데, 막상 그렇게 전사단을 나온다한들 돌아갈곳이 없다. 가족도 없고 고향도 없고 게다가 떠날 때 워낙 어린나이였는데다가 그나마 가족들에 대해 좋은 기억이 있는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에 굳이 가족의 행방을 찾거나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 또 찾는다해도 피차 도움이 될만한 사이가 못된다는 것을 그때쯤엔 잘 알게될터이고. 따라서 ‘① 전사단을 은퇴했을때쯤엔 이미 가족과 소통이 끊긴지 오래된때이고 ② 가족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거나 했기 때문에 전사단은 사실상 은퇴후엔 돌아갈 가정도 고향도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 따라서 만약 독연이 예빈이 그렇게 전사단으로 끌려간뒤 은밀히 찾아가 딸을 만난다거나 하지 않았다면 전사단측에서 독연의 행방을 찾는 것은 사실상 미궁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 일단 전사단 명부에는 예빈을 전사단으로 발탁했을 때 자신이 전사단임을 주장하는 어머니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는(* 그것도 줄로 지워진 형태로) 기록이 있을뿐 명부를 살펴볼때는 그 전사단 출신임을 주장한 예빈의 어머니의 정체나 실체를 전혀 파악할길이 없다. 따라서 예빈이 그렇게 어진이란 훈련생을 죽이고 달아나 자기집으로 돌아갔다 하더라도 예빈의 고향에서 그녀 어머니를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야하기 때문에 일은 자연스레 미궁에 빠지게된다. 결국 따지고보면 독연이 진작에 자신의 거처를 옮기거나 하지않고 예빈을 보내고 난 뒤에 계속 그 집에 살고 있었던 것이 치명적인 실책이라면 실책이었다. 설사 전사단을 와해시킬 음모를 딸과 함께 꾸미고 있더 할지라도 최소한 자신의 거처 정도는 다른곳으로 옮기고 난뒤 일을 꾸미던가 했어야 하는데 독연 역시 그나마 다행히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그곳에서 쭉 살고 있었던것뿐이라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던가 하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전사단측에서 작심하고 찾아내면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는곳에 그녀가 있었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딸 예빈과 일단 그날밤은 집에서 머물고 – 예빈의 걸음이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훈련소에서 고향집까지 기본적인 거리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날밤에 도착하진 못했고 대략 다음날 저녁쯤이나 되어 도착을 한 것이다. 그래서 독연이 찾아온 딸에게서 설명을 듣고 일단 오늘밤은 집에서 자고 다음날 날이 밝거든 바로 출발을 하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쓸데없이 짐을 많이 챙기면 행군속도만 늦게 만든다는 것은 훈련소 생활 때 충분히 배웠을터. 먹는것조차도 거란이나 여진까지 달아나는 과정에서 현지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하고, 갈아입을옷 한두벌 정도만 챙겨서 날이 밝는대로 바로 달아나기로 했다. 

 허나 안타깝게도 결국 전사단측의 조사활동이 한발 더 빨랐다. 일단 무엇보다도 예빈이 그렇게 동기생을 살해하고 달아난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니 예빈의 출신이나 고향이 어쨌든 그녀의 행방부터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급한대로 공작원 출신의 본부 행정반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몇몇을 예빈의 고향으로 급파했다. 그리고 예빈과 함께 살고있는 독연을 발견한 것이다. 날이 밝기직전인 새벽녘의 일이다. 

 “ 독연 ? ” 

 운이 좋지 않았던것일까. 그렇게 급파된 조사단중 하필 독연의 얼굴을 기억하는이가 있었다. 만약 독연의 얼굴을 아는이가 없었다면 그녀를 예빈의 어머니임을 확인할 수는 있어도 그 이름까진 알수 없었을터인데, 현재 나이 이미 어느덧 40대 중반이 되어있는 독연을 알아보는 조사단이 있었던 것이다. 가령 공작단 막내거나 고등부 훈련생때 독연과 함께 한 경험이 있는 전사단 출신이라면 그녀의 현재 나이 역시 30대 중,후반 정도일텐데 여하튼 독연을 알아보는이가 포함되어 있었던 조사단. 독연과 예빈 모녀는 그렇게 체포될 수밖에 없었다. 

 헌데 막상 독연과 예빈을 붙잡고 나니 이후 처리방식도 생각보다 골치가 아파졌다. 무엇보다 이런 사태 자체가 전사단 100년사에 최초로 있는 초유의 일이다. 단순히 사소한 말썽을 부리거나 사고를 쳐 ‘정신좀 차리라’고 징벌방에 며칠 가두는 수준의 처벌로 끝날일은 이미 아니다. 예빈이 어진을 살해하고 달아난일 자체도 엄청나거니와 전사단의 비밀을 그것도 미리 치밀하게 계획을 짜고 외부로 유출할 생각이었다면 사실상 간첩죄 내지 반역죄로 다스릴수 있을만한 대역무도한 죄다. 헌데 문제는 그 예빈과 독연을 어떻게 처단하느냐는 문제다. 

 일단 마을에서 직접 예빈과 독연을 처단하면 마을 주민들에게 전사단의 실체가 공개되는 모양새밖에 안 되고 그렇다고 그 둘을 전사단 훈련소까지 끌고와 처단한다 한들 다른 훈련생이나 공작원의 눈에 그 모습이 뜨이게 되면 그네들의 사기나 정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전사단 내부는 예빈의 어진 살해사건 하며 특히 수수께끼의 거란-여진 소통문자로 마치 전사단 내부의 비밀을 외부로 유출하려는듯한 쪽지가 발견된 것은 비단 예빈의 방뿐만 아니라 은지의 방에서도 발견이 되었다. 그러고보면 예빈의 문제는 그렇다치더라도 그런 쪽지가 어떻게 은지 방에서까지 나온것인지도 별도의 조사를 해봐야할판 아닌가. 이래저래 독연과 예빈 모녀는 전사단 본부까지 끌고가서 처음부터 심문을 해보는 방법밖에 없지만 이래저래 다른 전사단이나 훈련생들의 눈에 뜨이고 소문이 날 수밖에 없을 골치아픈 일이 되어버린것만은 분명하다. 

 일단 체포된 독연과 예빈 모녀를 전사단 본부로 끌고오긴 했다. 그리고 전사단 지도부의 자체조사가 아닌 조정에서 급파된 관료에 의해 직접 심문이 시작되었다. 

 “ 듣자하니 너 또한 전사단 출신이라 들었다. 사실이냐 ? ” 

 “ 지금 그딴걸 말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겠소 ? ” 

 체념이 된 것일까. 나름 여전히 독기와 원한의 눈빛은 남아있으나 그래도 뭔가 체념한 듯이 이와같이 나오는 독연. 심문관이 침착함을 지키며 차분하게 물었다. 

 “ 이름이 독연이라는데 사실이냐 ? ” 

 “ 그렇소. ” 

 이름이나 나이등은 굳이 안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순순히 시인하며 밝히고 있는 독연. 전사단을 그만둔뒤 한 몇 년 떠돌다 다행히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 아이까지 낳고 살다 그 남편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는 그간의 경위도 그런대로 사실대로 밝혔다. 심문관이 거듭 물었다. 

 “ 어쨌든 너 또한 전사단 출신으로 구려에 충성하며 나라의 은혜에 보답 외적을 무 

  찔러야할 사명을 가져야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을텐데 어찌해서 그런 네가 이런 

  엄청난 짓을 벌였느냐 ? ” 

 “ 나쁜X들... ” 

 “ 무엇이야 ? ” 

 되려 자신을 심문하는 심문관에게 독연이 욕설을 퍼붓자 심문관은 당황했고 독연은 작심한 듯 독설을 퍼부었다. 

 “ 너희에게 철저하게 속은 것이 분해서 이런일을 저질렀다. 너희는 이제보니 철저히 

  우리를 우롱하고 기만한것이었어. 순진한 어린아이들을 꼬드겨 먹을거 많이 준다느 

  니...그딴 알량한 감언이설로 아이들을 꼬드겨 이런 깊은 산속까지 데려와선...그런 

  알량한 간식따위를 먹잇감으로 삼아 그런 끔찍한 세뇌교육을 시키다니. 그런 끔찍 

  한 살상병기로 만들려 들다니...게다가 그렇게 실컷 제X들을 위해 부려먹고도 정작 

  사회로 나가서는 제대로 사회에 적응도 못하고 방치된채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가야 

  하는...그게 알고보니 우리 전사단에게 주어진 숙명이었다. 그래서 더는 이런일이  

  지속되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더는 그렇게 어린아이들을 맛있는 간식 많이  

  주고 친구들과 놀게 해준다는식의 감언이설로 꼬드겨 그 끔찍한 세뇌교육을 시켜 

  이용할대로 실컷 이용해먹고는 이용가치가 더 없어지거든 그냥 내팽겨쳐버리는... 

  이런 끔찍한곳이 이 세상에 두 번다시 존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내 미력한 몸이나마 이 비녀전사단을 무너뜨리려고 한것이야. 그래서 꾸민 

  일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저 안타깝고 아쉬울 따름이다. ” 

 “ 저...저런 배은망덕한 것을 보았나. 어쨌든 다 굶어죽어가게 생긴 어린아이를 거 

  두어 기껏 먹여주고 입혀주었거늘 그 보답을 이런식으로 한단말이냐 ? ” 

 “ 너희들이 이용할만큼 실컷 이용해먹고 내팽개친건데 보답은 무슨...지금도 내가 

  전사단으로 처음 끌려가던 그날...고아로 여기저기 떠돌다가 누군지도 모를 낯선 

  물색관의 감언이설에 꼬드겨 그 여자를 따라나선 그날만을 생각하면 아직도 치가 

  떨린다. 그때 그렇게 그 물색관 여자를 따라나서지만 않았더라도 내 인생이 이렇 

  게 엉망진창이 되지는 않았을 것을...그래서 너희들을 무너뜨리려 한것이야. 나같 

  은 불행한 여자들이 두 번다시 이 구려땅에 생겨서는 아니되겠기에 꾸민일이야. 

  아무튼 기껏 세운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으니 그게 한일뿐이다. ” 

 독연의 일은 바로 구려조정에 보고되었고 조정에선 독연과 예빈 모녀를 처형할 것을 명했다. 처형당하기 직전 독연이 이런 유언을 남겼다. 

 “ 다음생에 나는 천년묵은 구렁이로 환생하리라. 그래서 저 OO산(* 비녀전사단 본 

  부와 훈련소가 위치한 산) 깊은 산기슭에 숨어살며 비녀전사단이 무너지는 그 날을 

  반드시 지켜볼것이야 !!! ”  

 


 한편 은지의 문제는 일이 좀 더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었다. 하필 공교롭게도 은지의 방에서 발견된 예빈의 방에서 발견된 쪽지와 유사한 성격의 그것. 순서상으론 은지방에서 그게 먼저 발견된것이고, 은지는 그 문제에 대한 소명을 거부한채 여전히 징벌방에 갇혀있었지만 예빈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전사단측은 이 둘의 연관성도 다시 조사하고 있었다. 다만 어찌된 영문인지 독연과 예빈은 이 문제에 대해선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었고 은지역시 문제의 쪽지에 대해선 ‘모른다’는 답만 일관하고 있어서 이 문제의 진상은 더 미궁쏙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한번 추정해볼수 있는 문제는 예빈이 고의적으로 은지의 방에 몰래 그 쪽지를 가져다놓았을 가능성. 허나 예빈이 굳이 그래야할 이유가 있는지. 만약 독연의 본래 목적이 비녀전사단의 와해에 있어서 전사단이나 훈련생끼리 서로 의심하는일이 생기도록 일종의 이간책을 쓴것이라면 있을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현재로선 문제의 쪽지가 발견된곳은 은지의 방 이외엔 전혀 없었다. 따라서 예빈이 하필 그 하고많은 공작원,훈련생중 은지의 방에 그것을 가져다 놓을 이유. 그럴만한 이유가 마땅히 추정되는 것이 없어 일이 점점 미궁속에 빠지고 있는것이었다. 

 “ 선생님, 이건 너무 심한 처사 아닙니까. ” 

 헌데 일이 이렇게되고 은지의 징벌방에 감금된 상태가 장기화되자 마침내 은지의 동기생들이 들고 일어났다. 은지가 현재 성인 전사단으로선 1년차이니 바로 그 1년차가 들고 일어난셈인데, 어릴때부터 어쨌든 같은 전사단,훈련생끼리는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죽도록 교육받고 자란 그들이 아닌가. 따라서 동기생이 어쩌면 억울한 이유로 이렇게 장기 감금상태가 된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친구의 일을 그냥 보고만 있을수 없다고 생각 이렇게 집단으로 들고 일어난 것이다. 

 “ 은지와 예빈이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둘이 딱히 소통하거나 가까이 지내는  

  일도 없었구요. 헌데 무작정 이렇게 은지 공작원을 가둬놓는다는 것은 결국 예빈 

  이와 한통속이었다는걸로 의심하는 것 아닙니까. 도대체 어떻게 이럴수가 있습니 

  까. ” 

 “ 허나 은지의 방에서 문제의 쪽지가 발견된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게다가 은지 

  는 공작임무 수행 과정에서 약간의 물의를 빚은적도 있었고... ” 

 “ 차라리 그런식으로라면 절 가둬주십시오. 저아말로 이미 예빈이 견습생으로 포함 

  되어있던조와 함께 같은 공작임무를 수행하러 간 일도 있지 않습니까. 아무런 인연 

  이 없었던 은지는 예빈이와의 연관성을 의심하시면서 왜 저는 의심하시지 않으시는 

  겁니까. ” 

 “ 은지는 어쨌든 의심받을만한 증거가 나온것이고 진아 공작원이야 그런 의심을 할 

  만한 정황이 없지 않은가. 전사단이 아무렴 아무 죄도없는 공작원을 함부로 가두는 

  그런곳인줄 알았나. 그리고 은지 공작원에겐 이미 납득할만한 소명서를 제출하라고 

  말한바가 있었네. 그 말을 한지가 언젠데 은지는 아직까지 그런 소명서를 전혀 제 

  출하지 않고있어. 그러니 더더욱 의심을 사는 것 아닌가. 됐으니까 이만 물러가도 

  록. ” 

 전사단 지도부의 단호한 태도에 동기생들은 더 반박의 여지가 없어 이만 물러나긴 했다. 허나 이렇게 간단히 물러나선 안된다는 어떤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어쩌면 이런식으로 자신들도 언젠가 억울하게 당할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한걸까. 일단 조를 짜서 비밀리에 징벌방에 여전히 갇혀져있는 은지에게 음식물을 조금씩 넣어주기로 하고 그러면서 은지와 대화를 좀 더 가져보기로 했다. 허나 은지의 태도 역시 이해할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 은지야. 차라리 정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소명서를 써. 납득할만한 내용을 써내면 

  풀어주신다고 했잖아. ” 

 “ 그런다고 과연 달라질일이 있을까 ? ” 

 “ 뭐라구 ? ” 

 “ 난 이미 죄없는 생명까지 함부로 해치는 전사단일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어 

  . 바로 그 문제 때문에 벌점까지 받은바 있고. 그래도 아직 모르겠니 ? 난 예빈인 

  가 뭔가하는 그 아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단지 그  

  의문의 쪽지가 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렇게 가둔 이유가 뭐겠니. 결국 날 이 

  런식으로 의심한다는거잖아. 그러니 이런식이라면...설사 소명서를 제출한다 하더라 

  도 전사단 지도부의 나에대한 의심은 쉬이 지워지지 않을거야. ” 

 어차피 전사단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한 몸에 하필 이런 오해와 누명까지 쓴 상황이라면 차라리 잘 되었다는 심사이기라도 한 것인지. 여하튼 거듭 소명서를 제출해보라는 동기생들의 설득에도 은지의 태도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헌데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큰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 은지야 !!! 은지야 !!! 어떻게된거야 은지야 ? ” 

 그날도 동기생 두명이 밤시간을 이용 깊은 산속 징벌방에 갇혀진 은지에게 음식물을 전해주러 가보았다. 헌데 어두운 밤인데다가 징벌방 안 깊숙한곳에 은지가 있다면 철창 밖에서는 사실 잘 보일수 없을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은지가 안쪽에서 쉬고 있어서 자신들을 못본것인가 싶어 소리내어 불러보기까지 했는데 그래도 전혀 반응이 없었다. 불안해진 동기생 둘은 징벌방 안을 자세히 살펴보았고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싶어 바로 행정반으로 달려갔다. 

 “ 선생님 !!! 선생님, 교관님. 큰일났어요. 큰일났습니다 !!! ” 

 실은 은지가 그 안에서 자살한 것이다. 자살한 이유는 당사자가 아닌 다음에는 알기 어려운 일이지만 여하튼 이렇게 징벌방안에 갇힌 상태에서 거기다 이미 전사단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던 은지로선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고 생각한것일까. 놀란 행정반에서도 속히 징벌방안으로 가보았고 목을매고 자살한 은지의 시신이 잠시후 꺼내졌다. 

 “ 은지야... ” 

 사실 동기생들을 더 놀라고 안타깝게 만든 것은 그렇게 자살한 은지의 이후 시신처리 문제였다. 사실 은지는 공작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훈련생 과정에서 낙오되어 목숨이 거둬지는 조치가 취해진것도 아니다. 물론 이미 전사단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은지이긴 했으니 비슷한 사례로 간주 처리할수도 있는 일이긴 하지만 여하튼 훈련생 과정에서 부상등의 이유로 낙오된 사례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작임무 수행중 전사(戰死)한것도 아니라 ‘추모공원’에 그녀의 위패를 안치할수도 없는 일이다. 지도부는 고민 끝에 은지의 시신은 깊은산속 어디선가 태워 없애버리는 것으로 하고 간단한 장례절차도 없이 그리고 이 일 자체를 비밀로 묻어버리는 것으로 사태를 덮으려 하였다. (* 허나 이미 예빈의 일이나 은지의 일이나 공작원들 전체에 소문이 퍼질대로 퍼져 이 사건 자체를 없었던것처름 덮기는 불가능한 상황이기도 하다.) 

 “ 안돼요 !!! 이건 말도 안됩니다 !!! ” 

 보다못한 동기생들이 결국 또다시 집단행동에 나섰다. 추모공원에 안치될수 없는 처지인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간단한 장례라도 자신들끼리 치르게 해달라는 것이 동기생들의 요구였다. 만의하나 자신도 은지처럼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공작원 생활 도중 사망한다면 비슷한 꼴이 될수도 있다는 것이 역시 어떤 공감대를 형성한건지 은지가 추모공원에 안치될만한 어떤 공로를 세운게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옛정을 생각해서라도 동기생들끼리 간단한 장례식이라도 치르게 해달라는 요구. 허나 이번 요구만은 지도부도 결국 들어주지 않았고 은지의 시신은 그렇게 깊은산속 어디선가 화장(火葬) 처리가 되었다. 다만 독연-예빈 모녀 사건이나 은지사건 그리고 동기생들의 집단행동 이 일련의 사건 자체가 비녀전사단 출범이래 백년(정확히는 대략 80-9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시점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동안 한번도 발생한적 없는 초유의 사태라 구려 조정에서도 이 일을 빨리 수습해서 비녀전사단 전체를 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킨 은지의 동기생들에겐 조정에서 적절한 액수의 ‘위로금’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였다. 이렇게 비녀전사단 역사가 백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일어났던 이 초유의 사태는 그럭저럭 덮여지게 되었다. 

 “ 은지야... ” 

 다만 시간이 좀 더 지난뒤 전사단 훈련소와 본부에서 좀 떨어진곳에 위치한 작은 신전(神殿)을 찾아온 어떤이가 있었다. 다름아닌 은지의 동기생 진아다. 세월이 흘러 진아도 20대 중반 나이를 지나 전사단을 은퇴할때가 되었고 은퇴한 이후엔 구려의 일반 사회에 방치되어 떠돌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다만 다행히 진아는 좀 머리가 돌아가는지 대장간에서 만드는 창이나 칼같은 것을 싼값에 매입 그것을 다른 고장에서 비싸게 파는 것으로 그런대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생각이 나서 이 신전을 찾은 것이다. 다름아닌 훈련생 도중 부상이나 체력한계로 낙오된 아이들이 교관들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목숨이 끊겨진뒤 그래도 귀신의 원한은 무서운것인지 아니면 아이들이 그래도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그런 훈련생들의 영혼이라도 모셔놓고 ‘위령제’를 지내게 되는 신전. 헌데 그곳에 진아가 관계자들에게 잘 말해 은지의 위패를 봉안해놓고 1년에 한두차례라도 찾아와 그녀를 추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막상 이렇게 사회로 나오니 버려지게 되는 처지라는 것은 진아도 지금은 충분히 실감하고 있는터. 착잡한 감회로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은지의 위패 앞에서 눈물을 글썽인다. 

 “ 참...무슨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모르겠다 은지야. ” 

 이미 죽고 없는 혼령이 답을 해줄련지는 모르겠고 – 혹시 다른 평행우주의 유사한 행성에서 환생했을 가능성은 있을지 몰라도 – 다만 진아는 그런 은지의 위패 앞에서 이렇게 읊조린다. 

 “ 대체 우린 무엇 때문에 그 청춘을 다 바친것인지...그 예닐곱살 어린나이에 전사단 

  으로 발탁되어 다 큰 성인이 될 때까지 20년동안...대체 우린 무엇을 위해 우리 혼 

  신을 다 바친것이고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싸웠던것일까. 은지야...혼백이라도  

  있거든 대답이라도 해줘 은지야. ” 

 울먹이는 진아의 구체적인 사연을 신당 관계자들은 알길이 없어 그저 의아하게 쳐다보고 진아는 은지의 위패 앞에서 그저 하염없이 흐느끼고만 있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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