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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사나 (5)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평행우주 이야기 – 7. 고구려 비록 

 


 비녀전사단은 유치부 1년, 초등부 5년, 그리고 중등부와 고등부 각기 3년씩 총 12년의 수련과정을 거친되 정식으로 성인이 되어 ‘비녀전사단’에 임명되다. 성인 비녀전사단이 거처하는 처소는 유치부부터 고등부까지 12년 수련과정을 거치는 훈련소 시설에서 다소 떨어진곳에 위치해있는데 그곳에 전사단이 거처하는 숙소와 그들이 평상시 일반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시설과 위락시설 정도가 마련되어있다. 비녀전사단이 6-7세 정도때 유치부에 들어가 12년 훈련과정을 거쳐 18-19세가 되었을 때 성인 공작단이 되고 20대 중반이 될 무렵까지 대개 8-9년정도의 시간을 공작단으로 활동한뒤 26-27세 정도가 되었을 때 은퇴를 한다. 비녀전사단이 보통 한해에 20-30명 정도의 6-7세 어린아이를 뽑아 유치부에 등록을 시키니 전사단은 한 기수당 인원이 평균 20-30명정도. 따라서 훈련소에 있는 아이들 숫자가 대략 300여명 정도 되는것이고 –훈련소의 훈련생 숙소는 유치부때는 전원이 한방에 초등부부터는 2-3인이 한조가 되어 한방씩을 쓰게된다. - 성인 공작단 숙소에서 거처하는 인원은 대략 200여명 정도다. 성인 공작단 숙소는 2-3인이 한방을 쓸 수 있는 방이 앞뒤 열 개씩 만들어진 2층짜리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200명이 넘는 전사단중 정찰,공작 업무를 맡는 공작조가 대략 절반인 100여명 정도가 되고 나머지 절반은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교관조거나 신규 전사단을 물색하러 돌아다니며 국내 정찰,정보업무도 함께 맡게되는 물색조다. 200여명 성인 전사단중 절반이 공작단이고 그 나머지 절반인 100여명중 교관조와 물색조가 각기 50여명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사실 보통 한해 20-30명 정도의 아이들을 선발하여 전사단 유치부에 들어오게 하고 또 물색과정에서 간단한 달리기나 물건 들어올리기정도는 테스트를 시켜 최소한의 기초체력은 갖춘 아이인지 테스트를 해보는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그래도 12년 훈련과정을 거치면서 한계에 부딪히거나 부상을 입어 더 이상 훈련소 생활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이 한둘은 생기게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부상이나 체력한계등으로 훈련을 더 이상 받을수 없는 훈련생은 목숨을 거두게 된다. 비녀전사단의 존재 자체가 외부에 발설돼서는 안되는 구려의 초특급 비밀이기 때문에 성인이 되기전의 미성숙한 아이들이 훈련소 생활을 더 이상 할수없게 되면 목숨을 거두는 것 외에 다른 마땅한 방도가 없다.  

 부상이나 체력한계로 훈련소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아이가 생기면 교관이 1:1 면담을 시도 훈련소 생활을 계속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다. 아이가 ‘더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교관은 고통없이 죽을수 있는 약을 가져와 아이가 자발적으로 먹게 한다. 그렇게 죽은 아이들은 교관이 훈련소 뒤쪽의 별도의 비밀장소에 묻게된다. 한편 그렇게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별도로 위로해주고 천도를 해주는 신당이 비녀전사단 훈련소에서 제법 떨어진 위치에 하나 있기도 하다. 이 신당은 구려가 특별히 출입을 허락한 신녀(神女)들만이 드나들 수 있으며 그네들에 의해 훈련소에서 훈련과정중 죽은 아이들의 영혼을 천도해주는 것이다. 사실 이 신당에선 자신들이 천도하는 주체가 누구인지는 고참급의 한두 신녀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른다. 다른 일반 신녀나 일을 돕는 하인들은 그저 억울한 원혼을 위해 천도제를 지내주는 평범한 신당정도로만 여기고 있다. 구려가 워낙 잦은 전란에 시달렸고 농사를 짓기 쉽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서 굶어죽어간 아이들도 많으니 그저 막연히 ‘억울하게 죽은 어린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천도제를 지내는곳’이라고만 말한다 한들 그 진위를 의심할이는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은지와 진아도 마침내 고등부 훈련과정까지를 마치고 성인 ‘비녀전사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고등부 과정을 마쳤을때는 제법 성대한 졸업식이 치러지고 성인 전사단 선배언니들이 졸업식에 직접 참여 이제 자신들과 함께 전사단으로 활동하게될 후배들을 간단하게 축하도 해주고 파티도 열어주며 격려해준다. 그렇게 한바탕 신나는 축하파티의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구려의 이웃국가들의 정보수집이나 첩보활동 혹은 테러,요인암살,기습공격같은 임무를 받는 ‘비녀전사단’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 은지는 공작조보다는 바깥세상 구경을 할 수 있는 물색조가 되기를 바랬는데 인연이 그리 되지 않았는지 결국 공작조에 들어가게 되었다. - 사실 공작조도 늘상 외국까지 첩보활동이나 기습공작을 하고오기 때문에 바깥을 나갈수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긴장감으로 죽을지 살아돌아올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공작활동에 투입되는것과 비교적 한가하게 유유자적하며 국내 첩보활동을 하고 새롭게 전사단이 될수있을만한 아이들을 물색하는 물색조는 하늘과 땅 차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은지와 진아가 공작단이 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이들에게 첫 번째 임무가 주어졌다. 이들에겐 거란의 새롭게 떠오르는 장수 알테스를 암살해오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미 고등부때 견습생으로 공작활동에 두어번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은지와 진아. 이번엔 자신들보다 나이많은 고참 선배 공작단 두명과 그리고 막내 견습생인 고등부 한명 이렇게 다섯명으로 짜여진조와 함께 알테스 암살작전에 투입되는 것이다. 

 알테스란 장수는 최근 거란의 무예대회에서 우승하여 새롭게 떠오르는 장수로 이 장수가 본격적으로 실전에 투입되면 장차 구려에 큰 위협이 될수도 있겠다 싶어 미리 처치하기로 구려 조정이 결정을 내린 것이다. 먼저 출발한 첩보조가 알테스의 거처 및 하루일상을 어찌 보내는지를 파악해갖고 왔고 이들에게서 받은 정보로 암살공작조는 구체적인 암살계획을 짜게되는 것이다. 

 “ 알테스가 퇴근하고 집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해치우는게 좋을 것 같 

  다. 마침 집 근처에 그런대로 높은 나무도 몇그루 있다고하니 활로 쏘기엔 딱 적절 

  한 환경이네. 뭐 현장을 직접 가봐야 자세한 것은 알수 있겠지만... ” 

 불화살이나 독화살로 자신들이 처치해야할 장수니 중신 혹은 그 외 적국의 요인들을 해치우는 것은 전사단이 지금까지 해온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이다. 먼거리에서 불화살이나 독화살로 명중시켜 자시들이 제거해야할 대상을 암살하고 그리고 빠른시간내에 달아나야 정체가 발각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택해온 것이다. 알테스를 처치하기로 떠나기로 한날. 은지도 진아도 새삼 긴장이 되었다. 

 전사단이 거처하는곳에서 국경지대까지 이틀, 그리고 거란으로 들어가 알테스의 거처 근처까지 가는데 하루 그렇게 사흘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어 마침내 알테스의 집 근처에 당도할수 있었다. 일단 본격적인 암살행위를 시도하기 전에 집 근처를 다시한번 살펴보며 구체적인 작전을 짜기로 했다. 

 “ 은지와 진아가 집 뒤쪽 창고에 불을 지르는 일을 맡아라. 활로 알테스를 쏘는일은 

  우리가 맡을테니. ” 

 사실 아무리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사단이라 하더라도 거리가 어느정도 되는 상황에서 불화살이나 독화살 한방으로 제거해야할 대상을 명중시키는 것은 약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혹시 빗맞게되거나 한방에 보내지 못했을시를 대비 일종의 성동격서 같은 작전을 쓰게된다. 화살을 쏠 조 두명 정도가 집 근처 나무에 배치되고 다른 두명은 집 반대편의 창고나 하인들 숙소 이런곳에 불을 지르거나 폭약을 동원해서 폭파시킨다. 그래서 집안이 우왕좌왕 어수선해진 상황에서 이미 첫 번째 화살을 쏜 목표물에 2차,3차 다시 화살공격을 가해 해치우는 것이다. 화살 한방으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한 ‘2안’인 셈이다. 일단 화살을 맞은 목표물은 죽지는 않더라도 쉽게 움직이거나 하진 못할것이고 그때 반대쪽에서 불이 나거나 폭발사고가 발생하면 하인이나 다른 집안식구들이 그 일을 수습하려 그쪽으로 몰려갈 때 혼자남은 목표물을 2차,3차 화살로 확실하게 확인사살할수 있기 때문이다.  

 


 화살을 쏴서 알테스를 맞추는 것은 고참인 선미(조장)와 홍미가 맡고 은지와 진아는 견습생과 함께 폭약으로 집안 창고를 폭발시키는 것으로 역할분담이 주어진 상태. 거란이 북쪽지역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름철이 되면 상대적으로 날이 좀 더워지긴 하는것인지 알테스는 저녁때 휴식을 취할겸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서 노닐고 있었다. 그때 저쪽 나뭇가지 위에서 알테스를 노리고 있었던 선미와 홍미. 급기야 첫 번째 화살이 날아들었다. 

 “ 어억~~~!!! ” 

 무슨일인가 하며 주위를 돌아볼사이도 없이 이제 집 뒤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역시 하인이나 다른 가족들이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더 이상의 틈도 겨를도 주지않고 선미와 홍미조가 잇달아 불화살을 날렸다. 알테스의 옷 여기저기 불길이 번지고 있었다. 

 “ 으아아아~~~!!! 뜨거워~~~!!! 누구없소 !!! 살려주세요. ” 

 “ 아빠...아빠아아...우아아앙~~~!!! ” 

 “ 아빠...아빠...일어나. 왜 그래 ? 으아아앙~~~!!! ” 

 사실 무장이라면 보통 이럴 때 혹시 모를 저격같은 것을 대비 갑옷같은 것을 속에 챙겨입거나 할수도 있을텐데 상대적으로 젊은 알테스는 방심했던것일까. 잇달아 날아온 불화살 세 방에 정신을 못차리고 그대로 쓰러진 것이다. 무엇보다 온 몸으로 번진 불길때문에 이미 어쩔수가 없는 상태. 뿐인가. 때마침 집 뒤쪽에서 일어난 폭발음과 화재에 집안 하인들은 주인을 구하기도 그렇고 화재만 무작정 진압하러 갈수도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알테스의 어린 두 딸이 그 앞에서 울며불며 난리를 치고 있었고 알테스의 부인 역시 품에안긴 갓난아기와 함께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안타깝기 짝이없는 상황. 헌데 이 광경을 먼발치서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 은지야 !!! 뭐하고 있어 !!! 빨리 후퇴해야지 !!! ” 

 일단 공작임무가 수행되었으면 잽싸게 철수해야 하는 것이 전사단의 임무다. 헌데 폭약으로 창고를 폭파시키고 그뒤에 빨리 달아나야 하는 것이 은지와 진아인데 달아나던 은지가 갑자기 쓰러져있던 알테스쪽을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었던 것이다. 쓰러진 알테스 앞엔 대략 6-7세 정도 되는 큰 딸아이 그리고 너댓살정도 되어보이는 작은딸아이가 계속 울며불며 어쩔줄을 모르고 있었고 알테스 부인의 품안에도 그보다 더 어린 막내아기가 있는 듯 한데 그 광경을 계속 멍하니 바라만보고 있던 은지. 이러다 누군가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싶어 진아가 잽싸게 은지를 붙들다시피 해서 함께 저만치까지 갔다. 

 “ 공작 7조. OO년 6-2호 공작을 성실하게 성공적으로 임무완수하고 돌아왔습니다. 

 ”  

 공작조는 보통 지령이 떨어저 임무를 수행하고 오는 순서대로 일련번호가 주어지고 공작내용 역시 그 종류에 따라 별도의 번호가 주어진다. 대개 그 해의 연호를 따서 ‘OO년 O-O호’ 이런식의 번호가 매겨지는데 공작의 종류가 무기창고나 식량창고 폭파, 적국 수장이나 요인암살 대략 이런식으로 종류가 3-4개정도 나뉘어지고 그 종류의 횟수에 따라 하위 순번이 추가로 매겨진다. 가령 ‘공작 6-2’호라고 할진대는 ‘6호 공작’인 요인암살음모가 그해 두 번째 떨어진 지령인데 그 ‘6-2호’ 지령을 성공적으로 임무수행을 하고 돌아왔다는 뜻이다. 임무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자들에겐 역시 일정한 포상이 주어지게 된다. 

 “ 흑흑~~~!!! 흑흑흑흑~~~!!! ” 

 포상이 내려지고 동기생들이 열어준 공작임무완수 축하파티까지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헌데 은지의 반응이 이상했다. 한밤중에 혼자 흐느끼고 있었다. 진아가 의아해서 다가와 묻는다. 

 “ 은지야...은지야. 너 왜 그래 ? ” 

 “ 아냐...이건 아냐...이건 아냐... ” 

 “ 뭐야 ? 무슨소리야 ? 갑자기 도대체 뭐가 아니라는건데 ? ” 

 “ 일곱 살...그리고 다섯 살쯤이나 되었을까...그리고 아이 하나가 더 있었지...그런거 

  였지 ? ” 

 “ 뭐어 ? ” 

 진아는 아직 은지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못하는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고 흐느끼는 가운데서도 은지의 넋두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 그건 다른이가 아닌 딱 우리집 모습이었어. 우리집 어릴 때 모습. ” 

 “ 뭐야 ? 도대체 무슨말을 하고 있는거야 ? ” 

 “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집도 그랬어. 내가 딱 일곱 살때 그리고 밑에동생 은경 

  이가 다섯 살...그리고 갓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던 막내 남동생 은철이까지...그렇게 

  3남매가 살던 시절이었는데... ” 

 “ 은지야... ” 

 “ 그러다 하루는 일 나갔던 아버지가 심한 부상을 입고 돌아오셨어. 그리고 시름시 

  름 앓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거였지. ” 

 일종의 트라우마라고나 할까. 그러고보니 은지네 어릴 때 집안풍경과 거의 비슷한 모습의 거란의 알테스 장군의 가족구성원. 젊은 장군이니만큼 아직 아이들이 어릴때이긴 할텐데 여하튼 비녀전사단의 불화살을 맞고 속수무책으로 쓰러진 알테스. 그 앞에 대략 일곱 살,다섯살정도 된 어린 딸아이 둘이 ‘아빠’를 부르며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고 아직 어린 갓난동생 하나가 더 엄마의 품에 안겨 울부짖고 있었다. 그렇게 마치 무슨 평행이론마냥 우연치곤 공교롭게도 딱 흡사한 은지네 어릴 때 집안 환경과 유사한 알테스 장군 집안의 모습. 그 모습을 보며 어떤 충격을 받은것일까, 잊고있었던 상처가 돋아난것일까. 공작임무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날밤 되려 그렇게 서럽게 울고있는 모습. 그 뒤에도 은지의 넋두리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 어릴땐 그저 여기가 언니들과 친구들과 재미있는 놀이나 하며 보내는 그런곳으로 

  여겼고...이후 자라면서 교육을 계속 받으면서는 우리 구려를 침략하는 나쁜 외적 

  (外敵)들을 해치우는 그런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수행하는 거룩하고 

  숭고한 애국의 공간쯤으로 여겼지. 헌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어. ” 

 공작임무가 떨어지지 않을 때 공작원들은 보통 훈련장에서 개인훈련을 하거나 ‘백행지본’ 같은 서책을 읽으며 정신수련을 하거나 또는 별도로 마련된 정신수련장 같은데서 개인수련을 하기도 한다. 교관조야 평상시에도 계속 훈련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해야하고 – 근래들어서는 혹시 비녀전사단 훈련소등을 염탐하러오는 외부의 무리들이 있을지도 몰라서 교관조가 때로는 조를 짜서 훈련소 인근의 경비를 서기도 한다. - 물색조도 전사단 물색을 하지 않는 시기에도 – 전사단 물색은 보통 연말을 3-4개월 앞둔 시점부터 서너달간 진행된다. - 국내 정보,첩보업무등을 보며 대체로 바쁜 일과를 보내지만 공작조의 경우 공작임무가 주어질때는 목숨을 걸고 그 일을 수행해야하지만 공작임무가 주어지지 않았을때는 대체로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공작임무를 성공리에 마치고 돌아와서 주어진 특별휴가기간이기도 한 은지는 그래서 오히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많아지고 있는 듯 하다. 

 “ 알고보니 그네들도 다 우리와 똑같은이들이었던거야. 가족을 일구고 아내와 자식 

  들이 있는 행복한 한 가정을...누군가의 아버지고...누군가의 남편이고...무엇보다 

  그들에게도 부양해야하는 어린 자식들이 있는 그런 집안인건데... ” 

 “ 은지야... ” 

 “ 우린 그런 가정을 파괴하고 온거야. 아직 올망졸망 어린 세 아이를 부양해야하는 

  그런 한 30대의 젊은 가장을...앞으로 살아가야할날이 많은 그 어린아이들의 앞 

  날을 막아놓고 온거라구. 그 어린아이들을 우리가 불행에 빠트리고 온거야. ” 

 하필이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가 혼자 자식 3남매를 둔 상태에서 앞으로 어찌 먹고 살아야할지 몰라 망연자실하게 있다가 전사단으로 발탁되었던 은지가 바로 그런 자신의 어릴적 모습과 흡사한 집안에 공작임무를 부여받고 수행하고 온 상황이라서일까. 확실히 알테스의 어린 세 아이가 울며불며 하는 모습에서 어떤 충격을 받은 듯. 어린시절 아버지를 그렇게 갑자기 떠나보내고 어린 동생들과 부둥켜안고 슬피울던 모습. 어머니가 딸 둘과 막내인 아들까지 그 세 아이를 어떻게 앞으로 먹여살려야할지 몰라 막막해 하던 모습. 그 상황과 별반 다를게 뭔가 하는 생각을 하니 알테스의 어린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것만 같아 은지는 지금 혼란시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 은지야, 우리 잠깐 이야기 좀 하자. ” 

 전사단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돌아온 공작원은 그 포상의 일환으로 일주일여 정도의 휴가가 주어지기도 한다. (* 헌데 어차피 훈련소나 공작원 숙소 밖으로 나갈일이 거의 없고 나가기도 쉽지 않은 전사단원들임을 생각하면 휴가가 주어진들 별다른 의미가 없다. 그저 평상시 하는 자율훈련을 좀 덜 하면서 편하게 하루 일상을 보내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게다가 늘 그렇게 군사훈련과 무술훈련,정신수양 교육을 받아가며 보내온 전사단이기 때문에 – 딱히 밖으로 나갈수도 없는 상황에서 – 그낭 훈련도 안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면 더 따분해지기 때문에 자처해서 더 극심한 훈련을 하거나 정신수양책(백행지본 등) 읽기에 더 몰두하는 전사단원이 많을 지경이다.) 다만 어쨌든 규칙적인 일과대로 생활하지 않고 편하게 지내도 되는 일주일간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은지는 번민이나 내적 갈등이 많아진것인지 자꾸 이상한(?)소리를 하기 시작한다. 보다못한 절친 진아가 은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간다. 

 “ 들어와. ” 

 진아가 은지를 데리고 간곳은 훈련소와 성인 공작단 숙소 대충 중간지점에 놓인 커다랗고 깊숙한 동굴이다. 실은 비녀전사단으로 공작에 참여했다 전사한 이들이라던가 전사단으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은퇴한뒤 지금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모셔놓은 ‘추모공간’이면서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다. (* 훗날(대략 천수백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뒤) 대대적인 유적으로 발굴되는곳이 바로 이곳이다.) 이곳에는 전사(戰死)한 전사(戰士團)과 지금은 고인이 된 전사단을 각기 이름을 나무에 새겨 위패로 모셔놓았고 일년에 두차례 정도 봄과 가을에 전사단원과 훈련생 대다수가 모인 가운데 합동 추모제를 지내기도 한다. - 훈련을 하다 중간에 부상이나 체력한계로 낙오된 이들을 교관들이 고통없이 살해한후 신당에서 위령제를 지내주는 경우와는 확실히 다른 대접을 받는다. - 헌데 지금 이곳에 진아가 갈등하고 있는 동기생 절친 은지를 데려온 것이다. 

 “ 여긴 갑자기 왜 ? ” 

 의아하기도 하고 살짝 짜증도 나는지 은지의 반응이 이와같다. 그런 은지를 보며 진아가 말했다. 

 “ 너 여기 올때마다 어떤 생각이 드니 ? ” 

 “ 어떤...생각이 들기는... ” 

 쭈볏거리며 말하고 있는 은지. 그러나 진아는 그런 은지와 달리 뭔가 나름의 굳은 결심과 결의가 있었는 듯 또는 나름대로의 지난 시간의 감회와 회한에 잠기듯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여기 처음온게 그러고보니 초등부 3년차일때였지. (* 혹시 심리적 동요가 있을 우 

  려때문인지 아니면 어린아이들이 귀신과 너무 가까이하면 못쓴다는 어떤 미신같은 요소라도 

  있는것인지 유치부와 초등부 저학년까지는 전사단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한다.) 그때 선생 

  님들로부터 이곳이 어떤곳인지 설명을 들으면서 그리고 나무 위령패마다 일일이 새 

  겨져있는 사망자,전사자들의 이름을 보면서 그때 이렇게 맹세했어. 어린시절부터 고 

  아로 부모없이 떠돌면서 동네 아이들에게 얻어맞고 밥 굶어가며 산 그런 시간이었 

  지만, 난 이곳에서 훌륭한 비녀 전사단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곳 추모공간에 훗날 

  길이길이 내 이름을 남기리라. 어릴 때 날 괴롭히던 동네 꼬마아이들. 거지로 구걸 

  하며 떠도는 날 구박하던 동네 부잣집 아줌마나 하인 아저씨들...그네들은 시간이 

  지나면 밥이나 먹고 X이나 싸다 그렇게 이름없이 죽어가겠지. 허나 나는 위대한 구 

  려의 전사다. 위대한 구려의 비녀전사로 우리를 구원하신 태을성군(* 구려를 창시한 

  시조)의 은혜에 보답하여 우리를 핍박하고 괴롭히는 외적들을 무찌르는데 이 한몸 

  을 불살라 구려를 구원한 자랑스러운 여전사로 길이길이 이곳에 그 이름을 남기고 

  새기리라. 그때부터 맹세한거야. ” 

 비단 진아뿐만 아니라 웬만한 전사단원들이 대개 그런식으로 세뇌교육을 받아가며 내심 그런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헌데 새삼 그런 맹세를 다지던 그날의 일을 떠올리는 진아. 은지를 바라본다. 

 “ 다른건 생각하지마. 우린 구려를 구원하게 위해 선택받아진 자랑스러운 여전사들 

  이야. 구려를 외적들로부터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싸우는 비녀전사라고. 그러니 공 

  연히 다른 잡념같은 것은 갖지 말자구. 알겠지 은지야 ? ” 

 그렇게 흔들리는 친구를 설득하며 마음을 다잡게 하기위한 것이 진아의 의도인것일까. 허나 은지의 표정은 여전히 우울하기만 하다. 

 “ 좀...웃긴다는 생각이 안 드니 진아야 ? ” 

 “ 뭐 ? ”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은지의 반응이라서일까. 진아가 당황할 지경이 되고, 그런 진아를 보며 마치 내심 작심이라도 한 듯 은지가 말한다. 

 “ 솔직히 거란이니 여진이니 그런 외적들이 우릴 굶겼니 ? 그네들이 우릴 고아로 만 

  든거냐고 ? 그거 아니잖아. 적어도 지금까지 우린 우릴 침락햐지도 않은 거란이니  

  여진이니 몽골이니 그런곳을 우리 멋대로 급습해서 무고한 생명들을 죽이고 해치고 

  그러고 온거야. 그런 생각은 못해봤냐구 ? ” 

 “ ...으...은지야... ” 

 “ 생각해보니 웃기잖아. 그래 뭐...역사교육시간에 듣던대로 예전엔 구려가 거란이 

  니 여진이니 그런 외적의 침입을 많이 받았다고 쳐. 헌데 그럼 그때의 태왕들은 

  뭘 했니 ? 그때의 조정 대신들은 다 뭐하고 있었던거냐구 ? 그때 자신들이 못나 

  서 그렇게 오랑캐들한테 당하기만한 것을...엉뚱하게 우리를 희생양삼아서 자신들 

  의 책임을 돌리는거밖에 더 되냐구. 안 그래 ? ” 

 “ 으...은지야... ” 

 사실 6-7세때에 이곳에 들어와 이후 바깥세상은 거의 구경하지 못하고 ‘비녀전사단이 되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만을 세뇌교육을 받듯이 하며 자란 아이들이니 이들에게 다른 생각이나 의식이 개입될 틈새는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 - 탈북자들조차도 북한의 식량난이 한참이고 너도나도 중국으로라도 가서 돈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할때까지만 해도 남조선(대한민국)은 북한의 선전대로 여전히 헐벗고 굶주리는 나라라고만 생각 남한으로 갈 생각을 한 탈북자는 그때(대략 9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거의 없었다고 하지 않던가. 헌데 은지는 그것도 (고등부 견습생 시절을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으로 내려진 공작사업에 처음 참여하고, 그리고 그곳에서 마치 자신의 어린시절 모습과 흡사한 아버지를 잃고 울부짓는 거란족 장수의 세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의 어릴 때 아버지를 잃었을적 모습과 흡사한 것 같아 마치 무슨 평행이론처럼 어떤 동질감을 느끼고 나서 이후 여러 가지로 복잡한 생각이 들었던것일까. 어쩌면 자신들이 지금껏 받아온 세뇌교육, 외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이런 비녀전사단을 구성하는것이니 너희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고 구려의 형제,자매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전사단 과업을 충실히 이행해야한다는 그런식의 세뇌교육이 어쩌면 허구일지도 모른다는 그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은지라면 모를까 진아의 경우엔 – 어쩌면 대다수의 전사단원들이 – 그런 생각을 거의 안해봤기 때문에 이런말을 하는 은지가 무섭고 떨리기까지 한다. 일단 은지를 진정시키며 추모공간 한쪽에 대충 앉으며 쉴수 있을만한 자리를 찾아 그곳으로 가서 그녀를 다시금 설득해보려한다. 

 “ 은지야... ” 

 “ ...... ” 

 “ 그러고보니 넌 어쨌든 어린시절에 부모님이나 형제들은 있었나보구나. ” 

 전사단으로 들어오게된 아이들의 절반이 고아출신이고 절반이 가난한집 아이들. 그러나 어쨌든 고아로 떠돌다 전사단에 들어온 경우와 그래도 어린시절 헐벗고 굶주리며 그로인해 학대당하며 자란 기억밖에 없을지언정 그래도 가족과 함께한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는 전사단원은 생각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하튼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어머니가 자신과 두 동생까지 포함한 2녀1남 총 세 아이를 앞으로 어찌 키워야 하는지 그로인해 망연자실해하며 탄식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은지. 그런 은지와 조금은 다른 의식체계가 잡혀있을 진아의 말이 이어진다. 

 “ 아까도 말했지만 여하튼 난 전사단원이 되기전까진 고아로 여기저기 떠돌며 구걸 

  하던 그런아이였어. 부모님이 어떻게 생기셨는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기억조차 없 

  을정도로...그리고 밥달라고 구걸하러 돌아다니면 부잣집 하인들이나 그곳의 일하 

  는 아주머니들은 재수없으니 꺼지라고 매를 치며 쫒아냈고 동네 아이들조차도 나 

  같은 거지아이는 냄새나고 싫다고 조롱하고 놀리고 심지어 괴롭히기까지 했지. 심 

  지어 개중 덩치크고 힘좀 센 아이들은 공연히 나 두들겨패고 울리고 그러면서말야. 

 ” 

 그렇게 일상을 보내던 전사단 훈련생으로 발탁되기 이전까지의 6-7세 나이의 어린 진아의 모습. 그렇게 하루는 동네 아이들에게 무진장 매를맞고 구걸을 위해 들고다니던 쪽박마저 부잣집 하인이 ‘어서 꺼지라’면서 내쫒으면서 그 쪽박까지 깨버리는 바람에 동네 한구석에서 어느덧 날도 어두워지고 추워지는데 쓰러져 울고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게 다름아닌 전사단 물색조였다. 

 “ 얘...아가...정신좀 차려볼래. ” 

 기진하여 쓰러진 아이를 그렇게 일으킨 웬 젊은 언니가 어디론가 데려가서 간단하게 물과 먹을거리라도 챙겨주며 그리고 다친곳을 대충 치료까지 해주며 그렇게 아이를 보살펴주었다. 아이는 정체모를 젊은 언니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고 정신을 차리고 그런대로 걸을수 있을 것 같은 아이를 물색관은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역시 달리기나 물건 들고 운반하기등 최소한의 기초체력을 갖춘 아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다. 대충 그런 테스트를 통과한 일곱 살 어린 거지 고아소녀 진아. 그런 진아를 기특하다는 듯 한번 쓰다듬어주고 물색관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여긴 참 못되고 나쁜 아이들이 많은 것 같구나. 그러니 그러지말고 언니하고 같이 

  가지 않을래 ? ” 

 “ 어디를요 ? ” 

 의아해하며 묻는 진아에게 물색관은 미소띤 얼굴로 이렇게 답해주었다. 마치 아주 친절하고 다정한 유치원 선생님처럼. 

 “ 으음...먹을 것도 아주 많이 주고...진아가 배고파서 먹고싶다고 하면 얼마든지 먹 

  고싶은거 배불리 먹여주고 또 착하고 좋은 친구들도 많이 사귈수 있는 그런곳이야. 

 ” 

 “ ...... ” 

 “ 언니랑 가자 진아야. 언니가 데려다줄게. 맛있는것도 많이 먹을수 있고 착한 친구 

  들하고도 매일같이 즐겁게 어울릴수 있는 그런곳으로. ” 

 


 어떻게보면 진아처럼 어릴때부터 부모없이 떠돌아다니며 동네 아이들에게 두들겨맞기나 하고 부잣집에 밥한끼 구걸이라도 하러 갔다가 되려 그곳의 하인들한테 설움만 당하고 그러면서 살아온 고아출신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구려(句麗)’라는 국체(國體)가 그렇게 굶어죽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었던 자신들을 구원해준 참으로 고마운 존재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바로 그런 구려라는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비녀전사단으로 목숨을 바친다는 것. 충분히 그런 의식이 들어갈수 있도록 세뇌교육을 받은셈인 비녀전사단의 단원들. 고아는 아니더라도 어린시절 기억이 배고프다고 칭얼대다가 엄마,아빠한테 두들겨맞은 것 외에는 부모나 가족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있을수 없는 가난한집 아이 출신들의 처지도 그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허나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그래도 가난한 환경에서도 홀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혼자 자신들을 키우겠다며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도 있을것이고 동생들 굶지 않게 하려고 자기 먹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눠준 그런 아이들도 있을수 있다. 이런 경우엔 그래도 가족에 대한 느낌과 기억이 조금 다를 수밖에 없을 것. 그래서인지 은지는 이와같은 갈등을 하고 있는것인데 그런 은지를 어떻게든 설득해보려던 진아.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솔직히 난 여기와서 그래도 아빠,엄마나 동생들에 대한 기억이 조금은 있는 그런 

  아이들이 여기 들어오기 전의 기억이나 추억을 한두마디씩 언급할 때 그게 어느정 

  도 부럽긴 했어. 난 솔직히 어릴 때 그렇게 고아로 떠돌아다닐 때 세상에는 대개 

  나처럼 부모없이 고아로 떠도는 애들이 많고 부모형제와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 극 

  소수 – 가령 부잣집이나 귀족집 아이들이라던가 – 인줄만 알았거든. 근데 알고보 

  니 그게 아닌거 있지. ” 

 일단 비녀전사단의 구성원만 해도 고아출신이 반, 가난한집 출신이 반이다. 그러니 최소한 세상에 알고보면 고아로 자란 애들보다 정상적인 부모형제 밑에서 자라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을터. 그래서 새삼 그 구분에 대한 어떤 착잡함과 회한을 늘어놓고있는 진아. 그녀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근데 좀 더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있는 상태에서 자랐든 없이 자 

  랐든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더라. 중요한건 결국 자기자신만의 의지라는 

  것... ” 

 “ ...... ” 

 “ 어쨌든 우린 이렇게 비녀전사단으로 발탁되어 구려에 충성을 다하며 외적들을 무 

  찌르며 살아가게 되어있는 그런게 우리 숙명인거야. 그러니 다른 생각은 하지 말기 

  로 하자. 알겠지 친구야 ? ” 

 유치부로 처음 전사단에 들어왔을때는 그저 여기가 달리기 시합하고 놀이기구 타기 시합하고 그런 재미있게 놀기만 하는 즐거운곳으로만 알며 적응하게 되는 아이들. 그러나 차츰 자라면서 본격적인 전사단 교육과 세뇌교육을 받으며 이곳이 어떤곳이고 자신들이 어떤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야 하는지를 알게되는 아이들. 무엇보다 그런 무서운 살인병기 교육을 받으며 자라야하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행여 인성까지 비뚫어지면 곤란하다하여 지성체로써 마땅히 가져야할 덕목인 충이라던가 효,의 같은 덕목들을 ‘백행지본’ 같은 책자를 통해 ‘인성교육’으로 함께 시키고 있는 그런 비녀전사단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어쨌든 갈등하는 친구를 좋은말로 잘 타이르며 설득해보려는 진아의 모습. 그런대로 눈물겨운 장면 같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은지의 어두운 표정만큼은 여전히 쉬이 밝아지지 않고 있다. 

 “ 거기 뭐야 !!! ” 

 그렇게 좀 긴 시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만치 동굴입구쪽에 뭔가가 있는 것이 보였다. 비녀전사단을 하다 죽은이들을 추모하는 동굴이고 그래서 내부엔 평상시에 횃불같은 것이 항상 비치되어있어 불을 밝히기는 하지만 바깥쪽은 밤이면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그런 공간. 헌데 그곳에 누가 있는듯한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물론 거리가 좀 있고 밤시간이니 주변의 어떤 기물이나 지형같은것이 순간적으로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한것일수도 있겠지만 일단 혹시나 싶어서 은지와 진아는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그쪽으로 가 보았다. 헌데 가보니 일단 착시현상은 아니었다. 

 “ 아니, 뭐야 너는 ? 언제부터 거기 서 있었던거야 ? ” 

 대충 키는 은지,진아등과 크게 차이는 안 나는 것 같은데 유난히 말라보이는 체구에 그러나 뭔가 강단있어 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느껴지는 그런 여자아이였다. 일단 고등부 훈련복을 입고있어서 훈련생임은 한눈에 확인이 가능했다. 

 “ 뭐야 ? 옷차림을 보니 훈련생인거 같은데 훈련생은 허락된 날짜 이외엔 함부로 이 

  곳에 들어올수 없다는 것을 모르나 ? ” 

 전사단이 1년에 두차례 이 추모공간에서 전사했거나 세상을 떠난 전사단원들을 기리는 추모의식을 갖기는 하지만 혹시 나이어린 훈련생의 경우엔 심적동요가 있을수도 있겠다 싶어 유치부와 초등부 저학년은 아예 추모행사때도 참석을 시키지 않고 있고 그 외 초등부 고학년이라던가 중등부,고등부 훈련생들도 교관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는한 이곳 추모공간을 함부로 드나들거나 할 수는 없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와 있는 훈련생 복장을 하고 있는것만은 확실한 의문의 여자아이. 일단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힌다. 

 “ 고등부 2년차 훈련생 예빈입니다. ” 

 그렇게 또렷하게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밝힌 예빈이란 훈련생. 일단 그 이름을 되뇌어보며 은지와 진아는 어리둥절해하며 서로를 쳐다본다. 

 일단 근본적으로 성인 공작원들과 훈련생들이 만나거나 교류하는일은 고등부가 되어 성인 공작단들이 견습생을 선발할 때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1년에 두차례 초등부 고학년 이상 훈련생들도 함께 참석하는 추모공간에서의 전사단 추모행사가 있기도 하고 그 외에도 일년에 한두차례 정도 훈련생과 성인 공작단들이 다 함께하는 단합의 자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허나 공연히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하는일을 방지하기 위함일까. 특히 훈련생들은 훈련기간중엔 함부로 개인적으로 성인공작단과 교류하거나 성인공작단 역시 훈련생들의 훈련받는 모습을 지켜본다던가 하는 것은 정식으론 금지되어있다. - 실제 구조상으로도 유치부나 초등부,중등부,고등부 훈련생들이 서로 상대방의 부서나 성인 공작단 숙소등을 함부로 드나들거나 하기엔 그리 쉽지 않도록 설계되어있다. 여하튼 그러니 혹시 견습생 선발 경험이 있는 고등부원이라면 그녀를 발탁한 성인공작단이 그녀에 대해 알고있는 정도지 고등부라 해도 일반 성인 공작단이 그녀들을 일일이 다 알고 있을수는 없다. 그래서 거듭 의아하게 ‘예빈’이란 이름을 한번씩 되뇌어보기만 할 뿐은 은지와 진아. 일단 거듭 이해할수 없다는 듯 예빈이란 훈련생을 추궁한다. 

 “ 훈련생이 대체 이 밤늦은 시간에 여길 오고 그러는거야 ? 여긴 허락받지 않고 함 

  부로 드나들 수 없는곳이란 것을 모르나 !!! ” 

 그야말로 엄한 선배처럼 매섭게 예빈이란 훈련생을 꾸짖고 있는 은지와 진아. 이쯤되면 예빈이란 훈련생 당사자 입장에서도 자신의 생각이든 항변이든 뭐라고 한두마디 할 것도 같은데 의외로 예빈이란 훈련생은 또렷하게 이 한마디만을 답할뿐이다. 

 “ 시정하겠습니다. ” 

 ‘시정하겠습니다’. 훈련생이든 성인 공작원이든 어떤 잘못으로 윗사람이나 선배로부터 질책을 받을 때 해야하는 대답이긴 하다. 그러나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여전히 절도있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답하는 예빈을 보니 공연한 꺼림칙한 생각마저 들 시간이다. 어쨌든 훈련생이 이런 밤늦은시간에 그것도 자기네들은 출입이 금지된 이곳 추모공간까지 일부러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은지와 진아 입장에선 예빈이 혹시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하지는 않았을지 그 또한 걱정해야할판이다. 그래서 은지가 거듭 위엄을 갖춰 예빈을 나무란다. 

 “ 훈련소의 규칙은 훈련생 그 누구가 되었든 반드시 지켜야하는 훈련소의 규율이며 

  법도다. 헌데 그 법도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기멋대로 이렇게 깨트리려고 하면  

  어떻게 하나 !!! 밤늦은시간이 되었으니 귀관인 이만 돌아가도록. ” 

 ‘시정하겠습니다.’ 다시 이 대답을 반복하고는 고등부 훈련생이란 예빈은 자신의 소속부서인 고등부 숙소쪽으로 돌아가긴 했다. 허나 분위기가 아무래도 뭔가 심상찮아 보여져서일까. 은지와 진아는 서로를 바라보며 불우한 기색을 쉬이 감추지 못하고 있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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