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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리사 (12.마지막회)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 OOO, 이리와요 미치겠어요. ” 

 “ 악 !!! 가...갑자기 왜 이래요 ? ” 

 “ 이리와요 OOO. 정말 미치겠어...정말 견딜수가 없어. 그러고보면 내가 지금까지  

  오직 이 순간만을 기다리며 버텼던 것 같아. 이날만을 바라며 지탱해왔던 것 같아. 

  이날을 기다렸기에...내가 그동안 참고 기다렸던거야...그러니...그러니... ” 

 “ 안돼요 !!! 이러면 안돼요 !!! 아악~~~!!! ” 

 한 남자가 방안으로 뛰쳐들더니 거기 누워있는 여인을 덮치려고 하였다. 주어가 없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고보면 소년인지 청년인지 구분하기도 좀 애매한 그런 몸집과 체구,분위기의 남자이긴 한데 그런 남자가 자리에 누워있는 제법 육중하고 건강해보이는 팔과 다리를 지닌 하지만 몸매는 제법 섹시하고 가무잡잡한 피부를 지닌 한 여자를 안으려 하고 있었다. 당연히 놀란 여자는 버둥거리고 그런 여자를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데...  

 “ 허어어억~~~!!! ” 

 역시 그러면 그렇지. 꿈이었던 것이다. 허나 꿈에서 깨어난 명수는 놀란것도 놀란것이지만 다소 멍한 느낌으로 방 한가운데 주저앉아 있었다. 그러고보면 이런 비슷한 주제(?)의 꿈이라면 꿈이라고나 할까. 그런걸 예전에도 꾼 경험이 없지는 않다. 바로 이형진 아저씨 댁에서 3년을 살 때. 한 3년만에 마침 이형진의 초청을 받아 아빠 현준과 새엄마 어나이가 찾아왔을 때. 그때 3년만에 대면하게 된 어나이를 한동안 묘한 느낌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는데 그때 이상한 꿈을 꾸긴 했다. 마치 어떤 갈색 나무기둥 같은 늘씬하고 미끌미끌한 다리를 멍하니 바라보다 그때 바라본 얼굴. 그게 어나이였다. 아마 그 무렵 비슷한 꿈을 몇 번 더 꾼 것 같긴 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정작 아빠 현준의 집으로 돌아와 새엄마 어나이와 살게된 이후로는 한동안 그런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았다. 헌데 그러고보면 그게 벌써 언제적 일인가. 그랬던 명수가 한동안은 그런 이상야릇한 꿈을 더는 꾸지 않더니 이제와서는 대놓고 자신이 어나이를 마치 덮치려고 하는듯한 그런 말도 안되는 꿈을 꾼 것이다. 

 ‘ 아니지...그건 정말 아니지... ’  

 꿈속에서나마 했던 그런 이상야릇한 상상을 떨궈내기 위해 몇 번을 고개를 흔들었다. 헌데 그래도 쉽게 깨어나지 않는 잠과 꿈의 여파. 허나 다행히도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명수의 꿈을 제대로 깨게하는 찬물같은 목소리가 있었다. 

 “ 명수 !!! 명수 아직 자요 !!! ” 

 어나이가 운영하는 관광객 대상의 숙박시설 겸 식당은 약 열칸 안팎의 숙박시설 건물이 있고 그 옆에 어나이의 작은 살림집이 있다. 살림집이라기보단 사실상 어나이 혼자 자취를 하는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형태의 집이라고나 할까. 그냥 어나이가 쓰는 방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과 여분의 방 하나 정도가 더 있었는데 원래 여분의 방은 창고방으로 쓰다가 갑자기 명수가 느닷없이 찾아오자 한동안 임시로 그 방에서 기거하게 해주기도 했다. 그러다 얼마 더 시간이 지난뒤에 어나이가 필립과 완스까지 데리고 오자 나중에 명수까지 오게될 것을 대비 살림집을 좀 더 크게 개조하긴 했다. 그래서 어나이의 방 말고도 방 두 개가 더 있는 사실상 방 세 개가 있는 새로운 집 형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방 하나는 어나이가 쓰는 방 그리고 필립과 완스가 쓰는방 거기에 명수의 방까지 총 세 개가 만들어진 셈인데 그 사이에 거실로 쓰는 공간이 있고 그 뒤쪽으로 부엌이 있다. 화장실과 욕실은 앞뒤로 하나씩 만들어져있고 대충 그런 구조의 살림집. 다만 구조와 거리상 어나이가 쓰는 방에서 명수가 쓰는 방까진 좀 떨어져 있다. 헌데 그 명수의 방까지 와서 이른아침부터 어나이가 방문을 두드리고 있던 것이다. 

 “ 명수 !!! ” 

 “ 네, 어나이. 갑자기 왜요 ? ” 

 그러고보면 이제 어나이가 더 이상 새엄마는 아니라서인지 열일곱살 차이나는 그녀를 무슨 친구 이름이라도 부르듯 그렇게 부르고 있기도 한데 그런 명수를 보며 어나이가 살짝 나무라듯이 말한다. 

 “ 원래 내 일 도와주며 같이 살기로 한거잖아요. ” 

 “ 그래요 그런데 그게 왜 ? ” 

 “ 그럼 빨리 아침부터 청소라도 좀 해요. 손님들 오기전에... ” 

 마치 종업원이라도 부리는 사장처럼 하는 어나이의 말투를 보니 순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기까지 하는 명수. ‘이러자고 내가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나’ 싶은 생각도 순간적으로나마 들기까지 하는데 일단 별다른 군소리 없이 숙박시설과 식당내부 청소를 위해 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긴 한다. 

 숙박시설은 대략 모텔과 펜션의 중간형태쯤 되는 그런 구조라고 보면 되는데 어나이의 살림집에서 숙박시설은 복도로 연결되어있어 그쪽으로 가면 된다. 그리고 숙박시설 옆에는 대략 20-30명 정도를 수용할수 있는 그 정도 규모의 식당이 있는것인데 이 식당은 숙박시설에서 묵는 관광객이 이용하기도 하고 그냥 단순히 식사만을 위해 오는 손님이 이용하기도 한다. 여하튼 아침부터 식당과 숙박시설 청소를 서두르고 있는 명수. 어나이가 그쪽으로 다가오며 말을 건넨다. 

 “ 괜찮아요 명수 ? ” 

 “ 뭐가요 갑자기 ? ” 

 약간 의아한 듯 묻는 명수를 보며 미소띤 얼굴로 어나이가 말을 건넨다. 

 “ 혹시 내가 구박하거나 마치 부려먹는것처럼 생각하는건 아니죠 ? ”  

 “ 아...아니에요 무슨. 그런 생각 한적 없어요. ” 

 어쨌거나 이런곳에서 살면서 무작정 놀고먹을수야 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어나이가 운영하는 숙박시설겸 식당일을 도와주면서 그렇게 정착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명수의 사는 모습이다. 어나이가 부지런히 청소작업을 하고있는 명수를 고맙다는 듯 엉덩이를 한번 툭툭 두드려주기까지 한다. 

 “ 명수...이리와요... ” 

 청소작업을 대충 마치고 쉬려 하는데 갑자기 어나이가 명수를 와락 끌어안는다. 순간 당황하는 명수. 어나이가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장난스레 말을 건넨다. 

 “ 왜요 ? 원래 원했던게 이런거 아니에요 ? ” 

 “ 아...아니...저...그게... ” 

 명수의 마음을 그런대로 이해하는건지 와락 끌어안은 상태에서 한동안 놓아주지 않고있는 어나이. 입술에 입을 맞춰주기까지 한다. 명수 입장에서 싫을 이유는 없겠지만 잠시 당혹스러운 표정의 명수. 그런 명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는 어나이는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는다. 

 “ 이리와요. 어서 아침먹어요. ” 

 아침을 차려놓았으니 같이 식사하자며 잡아 이끄는 어나이. 명수가 그녀의 뒤를 따른다. 

 


 명수가 어나이가 운영하는 숙박시설에서 일하며 생활하게 된지도 어느덧 두세달 정도가 지난 어느날. 점심때가 다 되어갈 무렵에 뜻밖의 손님이 하나 찾아왔다. 다름아닌 어나이의 이복동생 모니카다. 본래 어나이 역시 아버지가 젊은 여자랑 재혼 새엄마가 싫어서 미국으로 떠나 그 이후로는 식구들과 거의 연락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헀던가. 그리고 새엄마가 낳은 이복동생은 어나이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 태어난 동생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이후 어나이가 실로 10년만에 자신의 고향나라로 돌아왔을때는 여하튼 화해가 된 것인지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에서 한동안 어나이도 새엄마와 새엄마가 낳은 동생의 거처에서 함께 살았다고 했고 어나이가 독립해서 이곳 남서부 해안가 지역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살게된 이후에도 자주까진 아니더라도 한 두세달에 한번꼴로는 새엄마와 그 딸 모니카가 어나이가 일하는곳을 방문하긴 했다. 헌데 오늘은 어쩐일인지 젊은 새엄마는 보이지 않고 – 하지만 어나이에게 열 살차이 나는 젊은 새엄마 였으니 지금은 그녀의 나이도 40대 중반이다. 다만 40대 중반이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섹시한 몸매와 자태를 지니고 있는것일뿐 – 모니카 혼자만 스무살 차이나는 이복언니 어나이를 만나러 온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가 오토바이를 타고 온 것이 명수에게도 눈길을 끌게 했다. 보통은 모니카 모녀가 어나이의 숙박시설을 방문할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 같았는데, - 모니카 모녀가 사는 수도지역에서 여기까지 운행되는 버스가 있다 – 오늘은 어쩐일로 모니카 혼자만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어나이가 모니카를 반겨하면서도 사뭇 의아해 하는 모습이었다. 

 “ 어서와 동생. 그런데 오늘은 어쩐일로 혼자야. ” 

 “ 그냥 혼자 올때도 있는거지 뭐. ” 

 어나이와 동생은 대체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명수도 이곳에서 살게 되면서 영어는 어느정도 배우긴 했는데 그래도 이들 자매의 대화를 아직 100% 정확히 알아들을수는 없었다. 사실 어나이가 새엄마나 동생과 대화를 나눌때는 영어와 이 지역 전통언어를 어느정도 섞어서 하는 분위기였는데, 명수가 아직 그것까지는 눈치를 못 채고 있었다. 

 “ 근데 모니카 원래 미국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 ” 

 “ 원래는 그러고 싶었는데...내가 실력이 모자랐나보지. 솔직히 지금이라도 다시 도 

  전해보고 싶긴 한데... ” 

 아무래도 진학문제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듯한 두 사람. 일단 어나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의 추천겸 권유로 미국으로 건너가 직장생활을 했었고 모니카는 그 뒤에 태어난 새엄마가 낳은 이복동생이다. 허나 이 나라의 학제가 한국보다는 2년이 빨라 보통 17-18세 정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어나이와 명수의 나이차이가 열일곱살 차이고 어나이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 모니카가 태어났다니 어나이와 모니카의 나이차이는 18-19살 차이 정도로 본다면 어쨌든 명수보다는 한두살 어린셈. 다만 한국보다 2년짧은 이 나라의 학제를 생각한다면 일단 고등학교는 졸업한 것으로 봐야할테고, 그런 상황에서 대학진학 문제를 상의하는 듯 하다.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 원래 오래전부터 그런말이 있었잖아. 우리나라는(* 어나이의 고향나라. 미국령이 

  었다가 독립) 똑똑한 애들은 다 미국가서 공부하고 멍청한 애들만 여기 계속남아 

  공부한다고. ” 

 “ 어쨌든 난 막상 미국 대학에 도전하려보니까 그만한 실력은 안 되더라 이거지. ” 

 어쨌거나 미국의 식민지였던 나라고 또 인구도 그리 많지않은 작은 나라다보니 출세나 이런 것을 바라는 사람들은 자기나라에서 계속 살기보단 미국이든 어디든 외부에서 큰 뜻을 펼치려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이들 자매의 대화도 대략 그런 맥락에서 이해를 하면 될것이고 한편 명수가 이런 이야기를 자매가 한참 나누고 있을 때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어머, 어서와요 아저씨. 반가와요. ” 

 “ 아저씨 ? ” 

 영어나 본토언어도 아닌 한국말로 모니카가 분명 명수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일단 이전에 명수가 처음 어나이를 찾아와서 한두달 머물렀을 때 모니카 모녀와 인사를 나눈적도 있고 어나이를 통해 한국말을 인사말 정도는 한두마디 배웠을수도 있다. 또 이 나라도 근래에는 한국인 관광객이 차츰 늘어나는 추세이니 그런 과정을 통해 우연히 한국말을 한두마디 알게 되었을수도 있고. 허나 순간 약간 묘한 표정으로 명수가 모니카를 바라보았다. 한국말을 어나이에게서 배웠든 누구에게서 배웠든 대체 ‘아저씨’란 의미를 어떻게 알아들었고 또 어나이에게서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소개받았길래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걸까. 어쩄거나 다소 어색하다면 어색해질수 있는 분위기일수도 있는데, 그런 분위기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 어나이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건넨다. 

 “ 어차피 비슷한 연밴데 그냥 친하게 지내. 그냥 뭐 친구로 생각해도 되고...오빠,동 

  생 하며 지내도 되겠다. ” 

 어차피 어나이도 이미 현준과 이혼한 상태이니 하물며 어나이의 이복동생인 나이어린 모니카에게 호칭이나 촌수같은 것을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 한국식 촌수로 따져도 ‘이모’도 아니고 그냥 아버지와 이혼한 예전 새엄마의 이복동생일 뿐이다.) 

 “ 근데...어나이에게서 듣기론...둘이 친자매는 아니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 

 “ 맞아요. 근데 그게 왜요 ? ” 

 어차피 명수와 모니카가 100% 직접적인 소통은 아직 쉽지 않고 어나이가 살짝살짝 중간에 개입해서 통역을 해주거나 명수가 한국말과 영어를 반반씩 섞어가며 해야 소통이 이루어질수 있는 사이다. 여하튼 그래서 더더욱 명수의 질문 의도를 못알아들었는지 모니카가 어리둥절해서 묻는데 명수가 머쓱해진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다. 

 “ 아니, 그게 아니라...어쨌든 이복자매인데...그래도 분위기는 많이 닮은 것 같아요. 

 ”  

 “ 어머, 그래요 ? ” 

 어쨌거나 어나이 언니와 많이 닮았다는 말이 과히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모니카의 얼굴이 화색이 된다. 대충 이런식으로 두 사람의 분위기가 좀 잘 진행될 것 같아 보이긴 한데 어나이가 문득 의아해지기라도 했는지 짖궂게 명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 명수, 그럼 모니카랑 나중엔 누가 더 이뻐요 ? ” 

 “ 어...저...그...그게... ” 

 대답하기가 좀 난감해서일까. 명수가 어쩔줄 몰라하고 그런 명수의 태도가 재미있기라도 한지 어나이도 모니카도 까르르르 웃는다. 그런 모습의 자매는 스무살 가까운 나이차이가 무색할정도로 영락없는 붕어빵처럼 닮게 느껴진다. 두 사람이 여하튼 어머니는 다른 이복자매임을 생각하면 모계쪽보단 부계쪽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봐야 하는지 여하튼 장신에 늘씬한 미모 그리고 갸름한 얼굴등의 분위기가 많이 닮아있는것만은 사실이다. 게다가 모니카 역시 현재 17-18세 정도의 소녀(한국으로 치면 한참 고등학생 나이일떄)로 느껴지지 않을만큼 제법 성숙하고 조숙해보이는 이미지도 있다. 어찌보면 어나이의 10대 후반때 모습이 딱 이렇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의 분위기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런 어나이와 모니카 사이에서 명수가 어쩔줄 모르며 멋쩍게 웃고 있다. 

 어나이의 숙박시설이 인근 관광지인 해변가에서 가까운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모니카가 명수와 그곳에서 잠시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명수도 여하튼 아직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나이고 그런 명수보다 한두살 어린 모니카이니만큼 그런 둘이 함께 바닷가를 거닐면 나이나 분위기로 봤을 때 연인사이로 보긴 어려울 것 같고 그냥 좀 다정한 오누이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 상황에서 모니카가 명수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다. 

 “ 근데 명수 아저씨는 그럼 어릴 때 친엄마를 잃은거에요 ? ” 

 “ 네, 뭐 그렇게 되었네요 어쩌다보니까. 그게 제가 다섯 살도 채 되기전이니...기억 

  조차 없는 한참 어릴때의 일인데... ” 

 새삼 다시 회한에 잠기기도 하는 명수의 얼굴. 모니카가 살짝 그런 명수를 애틋한 동정심을 담아 바라본다. 그러다 다시 말을 건넨다. 

 “ 헌데 명수 아저씨. ” 

 그나저나 모니카는 대체 ‘아저씨’라는 한국식 호칭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것일까. 그러고보면 불과 한두살정도 차이나는 오빠고 만약 어나이가 현준과 이혼하지 않고 그냥 새엄마인 상태로 있었다면 이복동생이든 뭐가 되었든 되려 명수가 모니카를 ‘이모’라고 불러야할판인 그런 애매한 관계다. 허나 지금은 일단 그런것에 구애받을 필요나 이유가 전혀 없으니 명수도 모니카를 대하는데 그리 거리낌은 없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자신을 ‘아저씨’라고 부르는 호칭은 좀 귀에 거슬린다. 

 “ 근데...모니카...씨... ” 

 그러고보면 명수 입장에서도 모니카를 어찌 불러야할지 호칭이 애매하긴 마찬가지. 일단 대충 그녀를 ‘모니카씨’라고 부르는데 일단 모니카가 ‘씨’라는 호칭의 의미는 모르는 듯 그저 초롱초롱 맑은 눈빛으로 명수를 바라만 보고 있다. 

 “ 그...아저씨란 호칭은 부르지 말아요. 그건 원래 굉장히 나이 많은 남자나 나이차 

  이 많은 어른한테 부르는 호칭이에요. 아니면 먼 친척어른한테도 그런 호칭을 쓰긴 

  하는데...저한테 아저씨는 좀 그러네요. ” 

 “ 그럼...뭐라고 불러요. ” 

 “ 그냥 ‘씨’가 낫겠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모니카씨라 부를테니까 모니카씨도 저를 

  그냥 ‘명수씨’라고 불러줘요. ” 

 ‘씨’라는 호칭의 의미를 그런대로 이해했는지 모니카가 묘하게 미소지어보이고 두 사람 사이에 그런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어느정도의 시간이 더 지났다. 명수는 이렇게 어나이가 운영하는 남태평양 휴양지의 숙박시설 일을 도우며 이런식으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원래 중학교때부터 경쟁이 너무 심하고 팍팍한 한국사회가 싫어서 차라리 어디 머나먼 남태평양 섬나라 같은데라도 가서 한가롭고 유유자적하게 살고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명수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그런 중학생때부터의 바램은 확실히 이루어진 셈이다. 무엇보다 초등학교 2학년때는 흑인(사실은 아님) 새엄마가 싫다며 그 기겁을 했던 어린 나이의 명수인데 오히려 사춘기가 되어가면서 – 정확히 성과 이성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을때부터 – 오히려 이국적인 이미지의 어나이에게 묘한 매력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차츰 그녀에게 친근함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러다 아버지가 어나이하고마저 이혼하게 되자 어나이와 헤어지기 싫다고 울고불고 그 난리를 치기도 했던 명수. 이제 그 명수가 큰 이변이 없는한 이대로 어나이의 숙박시설을 함께 운영하며 계속 살게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명수 입장에서도 어나이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로 감회가 서리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어나이가 사는 남태평양 섬나라는 한국에서 모 방송사의 남태평양 오지체험을 하는 방송에 한번 소개된 이후 한국인들의 호기심을 끌기 시작했는지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런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영업 – 통역이나 관광 가이드 등 – 을 하는 사람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어나이의 숙박시설에도 언제부터인가 한국인 관광객이 종종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한달에 대략 두세팀 정도는 한국인 관광객이 묵고가거나 식사를 하고 가기도 했는데 한번은 좀 이채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이채롭다기 보단 이전까지의 관광객은 연인이나 부부 – 혹은 부적절한 관계로 추정된다던가 – 혹은 여행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끼리 무리를 지어 온 단체여행객이나 또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곳까지 여행을 와보는 여행 블로거나 매니아 이런 사람들이었는데,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가족 관광객은 잘 없는 편이었다. 그러다 모처럼만에 부부로 보이는 40대 중년 남녀가 네명의 딸과 함께 가족단위로 어나이의 숙박시설에 묵게 되었다. 아마 여름 휴가기간을 이용 일주일 정도 일정을 잡고 여행을 온 모양인데 딸이 고등학생,중학생에서부터 초등학생까지 그렇게 총 네명의 다양한 학년의 자녀가 있는 그런대로 다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이런곳에서 일하는 한국인이 좀 신기해 보이는지 명수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했다. 

 “ 근데 한국인이세요 ? ” 

 설마 한국인일거라고는 생각 못하고 이곳이 원래 미국령이었던 곳이라니 미국계 혼혈이던가 아니면 일본이나 중국계 그런식의 추정을 해봤는데 자기네들끼리 한국말로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알아듣고는 대화에 한두번 명수가 슬쩍 끼어들었다. 명수 입장에서도 오랜만에 한국말로 소통할수 있는 관광객이 오자 무척이나 반가왔던것인지. 그렇게 딸 넷을 둔 중년부부가 여름휴가기간을 이용 가족여행을 떠나온 그런 일행과 잠시 대화도 나누고 기념시잔도 찍어보았다. 

 “ 헌데 어쩌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일하게 되신거에요 ? ” 

 게다가 한국과 아직도 외교관계는 없고(이웃의 다른나라 한국 대사관에서 이곳 영사를 겸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 방송사 오지체험 프로에 소개되기 전까진 한국인 대다수가 잘 알지 못하던 나라. 그런곳의 관광,숙박시설에서 일하는 젊은 한국인이라니. 다른 누가 봤더라도 많이 놀랐을 것이다. 다만 명수의 경우엔 자신의 가족사를 있는 그대로 설명하긴 난감해 적당히 이렇게 얼버무렸다. 

 “ 그냥 어릴때부터 경쟁이 너무 치열한 한국보다는 멀리 어디 남태평양 휴양지나  

  이런데서 한가롭게 사는걸 꿈꿨었어요. 게다가 솔직히 학교다닐 때 공부도 잘 못 

  해서...대학갈 자신도 없었고요. ” 

 “ 아아...그러셨구나. 뭐 대학이야 사람에 따라 갈수도 있고 못갈수도 있는거죠 뭐. 

  전 차라리 박명수 선생이 부럽기까지 하네요. 나도 차라리...직장 때려치우고 이런 

  곳에서 숙박시설이나 하나 운영...아얏... ” 

 농담인지 진담인지 묘한 소리로 가장인 40대 남자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자 아내가 결국 살짝 꼬집기까지 한다. ‘만약 정말 그러기라도 하는날엔 나하고 끝장인줄 알아 !!!’ 대충 그런 메시지라도 담긴듯한 눈흘김까지 장시간 보내고. 심지어 딸아이들도 ‘아빠, 설마 진심인건 아니지 ?’ 하는식으로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자 남자는 결국 손을 내저으며 방금전에 한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말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북섬의 남서부지역에서 배를 타고 30여분 정도 걸린다는 섬. 원래 어나이는 학창시절엔 괜히 혼자 쓸쓸하고 외로울 것 같아 잘 오지 않았고 다른 친구들은 주말이나 휴일 같은데 종종 자기네들끼리 소풍삼아 놀러오기도 했다는 그런 무인도. - 허나 이곳에도 요즘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간단한 물품이나 간식이라도 파는 매점도 있고 상점도 있으니 더 이상 ‘무인도’라고 하기도 좀 애매한 상태다. - 굳이 비유하자면 한국의 ‘남이섬’ 비슷한 위상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그곳을 이번엔 명수가 모니카와 함께 찾았다. 어나이가 원래는 나중에 남자친구나 애인이 생기면 함께 와보고 싶었다는 그 섬을 명수가 모니카와 함께 찾은 것이다. 

 “ 명수씨... ” 

 한동안 서로에 대한 호칭관계가 좀 애매하기도 했던 두 사람인데 요즘은 모니카가 그냥 명수를 ‘명수씨’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 나이도 모니카가 명수보다 두 살 어린 동생뻘이니 차라리 그게 무난할듯해서 이렇게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진다. 

 “ 저한테만 한번 솔직하게 말해볼래요 ? ” 

 “ 뭐를요 모니카 ? ” 

 모니카의 의도가 이해가 가지않아 의아하게 물은 명수. 모니카의 말이 이어진다. 

 “ 혹시...어나이 사랑했어요 ? ” 

 모니카가 보기에도 어나이의 명수의 관계가 그냥 정상적인 새엄마와 아들로 보이진 않았던것일까. 무엇보다 이미 이혼까지 하고 고향 섬나라로 돌아간 그런 외국인 새엄마를 따라 굳이 이곳까지 따라왔다는게 모니카 생각에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고, 무엇보다 모니카도 나름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성격이라서인지 어나이와 명수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진 듯 하다. 따라서 순간 화들짝 놀란 명수가 어찌 해명을 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당황해한다. 

 “ 괜찮으니까...저한테만 솔직하게 말해봐요. ” 

 마치 자신은 다 이해해줄수 있다는 듯이 나오고 있는 모니카. 허나 명수는 땀을 겨우 닦아내며 – 어차피 더운 열대지방이니 땀이 식을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 심호흡을 하며 스스로를 진정시킨뒤 겨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간다. 

 “ 여러번 이야기했지만...전 그냥 어릴때부터...경쟁이 심하고 복잡한 한국보다는 좀 

  여유롭고 평화로운...그런곳에서 살기를 바랬던 것 뿐이에요. ” 

 “ ...... ” 

 “ 그러다보니 이런 남태평양의 한가로운 휴양지같은 섬나라가 저와 맞았다고나 할 

  까. 그래요 뭐...이런데가 저와 궁합(宮合)이 맞았다고나 할까요 ? ” 

 “ 궁...합... ? ” 

 모니카는 아직 한국말이 그렇게 익숙하지 못하다. 따라서 ‘궁합’이란 단어는 사실상 오늘 처음 들어보거나 혹시 들어본적이 있어도 그 정확한 의미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 사실 한국사람이라도 미성년자는 물론 성인이 되고도 한동안은 그 궁합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서일까. 궁합이란 단어 자체의 뜻을 모르는 모니카는 그저 어리둥절하게 명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 그냥 이런데가...저하고 모든게 맞는 것 같아요. 분위기라던가...취향...뭐 음식도 

  그런대로 입에 맞는 것 같고...여하튼 모든게 저랑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걸...한국말로는 궁합이 맞는다고 하죠. ” 

 “ 어나이하고도 그럼 궁합이 맞았던거에요 ? ” 

 놀란 명수가 하마터면 휘청일뻔했다. 모니카가 궁합의 말 뜻을 잘 모르는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금 명수가 이런식으로 설명하는 ‘궁합’이란 단어의 뜻을 대체 어떻게 이해한걸까. 허나 아무리 그렇기로 그저 단어의 뜻을 잘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실수기로 그것도 하필 ‘어나이하고 궁합이 잘 맞았냐 ?’고 묻다니. 아직 만 20세가 되지 않은 명수로선 해명이 난감하기만 하다. 

 “ 모니카 그보다는요... ” 

 “ ??? ” 

 “ 저...저 사실 이 섬 이전에도 어나이와 몇 번 와본적이 있는데... ” 

 바로 어나이가 원래는 남자친구나 애인이 생기면 한번 같이 와보고 싶었다는 섬을 명수를 데리고 몇 번 와본적이 있지 않던가. 그 일을 상기해보며 명수의 말이 이렇게 이어진다. 

 “ 이런곳에...나만의 작은 왕국을 세우고 싶다는...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때... ” 

 “ 그건 또 무슨말이에요 ? ” 

 “ 뭐...북섬(어나이가 사는 나라 두 개의 섬중 북쪽에 위치한 섬을 부르는 명칭)도 그 

  런대로 평온하고 아늑한 곳이지만...그 북섬에서도 30여분정도 거리에 있는 외딴섬 

  - 하지만 어나이의 나라 주변의 다른 무인도에 비해선 비교적 거리는 가까운 편이 

  다. - 뭐 그런대로 경치도 좋고 그래서...요즘은 관광객도 여기까지 오는 경우가 많 

  이 있긴 하지만... ” 

 “ ...... ” 

 “ 이런데서 한번 그냥...저만의 작은 왕국...정말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와 단둘이 

  있을수 있는 그런 작은 왕국...우리 둘만의 그런 공간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 

 모니카의 초롱초롱한 눈빛. 명수의 말뜻을 제대로 이해했을지는 확실치 않은데 명수가 그런 모니카를 말없이 바라본다. 

 “ 모니카... ” 

 “ 왜요 명수씨 ? ” 

 “ 한번...안아봐도 돼요 ? ” 

 약간 당황한 모니카. 허나 모니카도 그런대로 명수에게 차츰 호감을 느껴가는 단계라서인지 이런 명수의 제안이 그리 싫지는 않은 듯 하다. 결국 모니카를 잠시 그윽하게 바라보다 안아보는 명수. 사실 어나이의 이복동생이면서도 묘하게 분위기가 많이 비슷한 그녀에게서 살짝 어나이의 젊은시절 모습이 상상된다는 그것을 모니카가 눈치채진 못할 것이다. 모니카를 품에 안으면서 묘하게 어나이를 느끼는 순간. 명수가 모니카의 어깨며 등을 조심스레 어루만지고 있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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