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사실 명수를 화가나게 한 것은 단순히 현준과 주희가 부엌에 한바탕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자기네들끼리 수다를 떨며 이전부인 어나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험담을 늘어놓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실 명수는 그래도 혹시나 싶어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어 동생인 필립과 완스 방으로 가 보았다. 원래 현준과 어나이가 이 40평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오고 처음엔 어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는 방이 현준내외 침실 옆방이었고 명수가 쓰게된 방이 거실을 가로질러 건너가 위치한 방이었는데 어나이가 떠나고 주희가 들어와 살게된 이후론 위치가 좀 변동이 있었다. 필립과 완스가 원래 빈방이었던 명수의 방 옆방을 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명수가 그 방의 필립,완스까지 보살피며 돌보는 모양새가 되어있었고 침실쪽 옆방이 빈방이 되었는데 주희가 아이들을 낳게되고는 나머지 그 침실 옆 빈방이 주희의 두 딸(쌍둥이)이 차차 쓰게될 방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할수 있는터였다. 그런 상황에서 어쩄든 외출했다 집에 들어와서는 현준내외가 한바탕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즐기는 모습을 목격한 명수. 그리고 걱정되어 동생들 방으로 가본것인데, 그래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희가 필립과 완스에게도 간단한 먹거리를 안 챙겨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엌에는 그렇게 삼겹살 파티에 한바탕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으면서 아이들에겐 작은 밥그릇에 담아놓은 밥과 김치와 생오이 그리고 고추장이 전부였다. 그나마 오이라도 고추장찍어 먹으라고 챙겨준게 다행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어차피 아이들이니 식사량이 적다고 해도 그렇지 자기네들끼리 그 진수성찬을 차리고 즐기면서 다른 아이들은 이런식으로 푸대접하는 모습 명수의 눈에서 제대로 불이 일어나게 만든 것이다.
다음날. 필립과 완스도 그렇게 거실에서 한바탕 난리가 난 것을 모르진 않을것이고 사실 두 아이도 명수형이 그렇게 아빠한테 얻어맞는 모습을 보고 놀라 칭얼거리며 울고 있었다. 주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아이들을 달랠 생각조차 하지도 않고. 여하튼 주희라는 여자는 그렇게 생각이 없는 여자인것만은 분명하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고 세상물정을 몰라도 그렇지 전처소생 자녀가 하나도 아니고 셋이나 있는 그런 남자와 결혼을 해 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올수가 있나. 주희에 대한 분노와 함께 자연스럽게 어나이에 대한 그리움과 야속한 마음도 함께 치솟아 올랐다. 그래서일까. 명수는 아직 어린 두 동생 필립과 완스를 안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 필립, 완스. 지금부터 형이 하는말 잘 들어. ”
어나이하고의 사이가 좋았던 덕분일까. 게다가 아직 어린 애기들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명수는 어나이가 낳은 필립과 완스 두 동생도 그런대로 아끼고 예뻐해주는 편이었다. 두 동생도 형 명수를 잘 따르는 편이었고. 명수가 그런 두 동생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 으음...지금 당장은 좀 쉽지 않겠지만말야... ”
대체 무슨말을 하려는것인지. 명수도 막상 긴장이 된 것인지 몸이 떨려오기도 하는데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명수는 차분히 말을 이어간다.
“ 우리...조만간 엄마 찾으러가자. 형이...형이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한번 조만간
엄마...찾으러 갈수있게 해볼게. ”
이럴 때 엄마는 당연히 명수에겐 새엄마이기도 하지만 필립과 완스에게 친엄마인 어나이를 말하는 것이다. 여하튼 명수도 어나이하곤 가깝게 잘 지냈었고 게다가 어나이가 막상 그렇게 떠난다는 생각을 하니 가지말라며 안타깝고 서운해하며 또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이들까지 두고 떠난다는 말에 실망하는 마음마저 생겼던 명수이기도 하다. 허나 주희의 하는 모습에서 이전 새엄마 어나이와 확실한 차이를 느꼈던것일까. 차라리 어나이와 함께 사는게 낫겠다는 그 생각을 명수가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일전에 어나이가 명수의 장래에 대해 궁금해서 물을 때 한국사회는 너무 경쟁도 심하고 사는것도 쉽지 않아 차라리 나중에 남태평양 먼 섬나라라도 가서 혼자 유유자적하며 살고 싶다는 바램을 말한적도 있던 명수가 아니던가. 어나이가 남태평양출신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던 명수. 그 명수가 지금 필립과 완스에게 ‘엄마 찾으러 가자’는 말을 하고있는 것이다.
헌데 생각해보면 이미 초등학교 2학년때 ‘친엄마를 찾으러 가겠다’며 가출소동을 한바탕 벌였던 명수이기도 하지 않는가. 다만 그때는 어린 나이에 무모하게 자신과 같은 처지인 101호에 사는 자신처럼 이혼가정에서 자라나 그 당시 젊은 새엄마 밑에서 차별받으며 살고있는 윤상이란 아이까지 꼬드겨 벌인짓. 무엇보다 그때는 세상물정을 잘 몰라 무작정 인천공항까지만 가면 될줄알고 윤상이와 함께 학교가겠다고 말하고는 인천공항으로 가려고 했으나 중간에 버스를 잘못타는 바람에 일이 어그러지고 모든게 들통나버려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허나 지금은 그런 철없는 나이는 아닌 명수. 어느덧 중학교 3학년이 되는 명수는 그 사이 어떤 치밀하게 세운 계획이라도 있는지 필립과 완스 두 동생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한번 형이 1-2년쯤 돈 벌어서 그래서 그렇게 모은 돈으
로 엄마 찾으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 그러니 그때까지만 참아봐. 그럼 그때까진
일단 형이 너희들 새엄마한테 구박받지 않게 잘 보호해줄게. 그러니 한 1-2년정도
형이 돈 벌때까지만 좀 참아봐. ”
“ 형도 우리 엄마한테 간다는 소리야 ? ”
어느덧 여섯 살이 된 필립의 경우엔 적어도 자신들의 친엄마 어나이가 명수에겐 친엄마가 아니란것쯤은 어느덧 눈치를 채고 있는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해도 잘 안 간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명수가 그런 필립을 달래며 이렇게 말한다.
“ 그래 맞아. 어나이엄마한테 가서 살기로 결심한거 맞아. 어차피 형 친엄마는 오래
전에 돌아가셔서 어차피 형이 죽기전에는 만날수도 없어. 그러니 남태평양에 사는
어나이 엄마 찾아가자 !!! ”
현재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친엄마에 대해선 ‘돌아가셨다’는 식으로 말하며 동생들을 납득시키고 있는 명수. - 애초 명수가 어릴 때 친척들에게서 들었던 목포가 친엄마 친정이고 종가집이라는 식의 이야긴 잘못 알게된 정보였다. - 따라서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 된 명수가 아르바이트라도 아빠몰래 할 생각인것인지 이런식으로 동생들 앞에서 자신의 계획이자 생각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헌데 그렇다하더라도 현재 어나이가 어디에 사는지를 알기도 쉽지 않다. 잘하면 정말 신종 ‘엄마찾아 3만리’라도 벌어질수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애초 어나이는 그렇게 현준과 이혼하고 떠나면서 고향인 남태평양 국가로 간것인지 그 자체부터가 확실치가 않다.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어떤 주변 아는 사람의 추천으로 미국으로 가서 5년정도 직장생활을 했던 어나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럼 그때 알게된 미국 지인이라도 찾아가 살던가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고, 애초에 어나이 역시 젊은 새엄마와 사는게 싫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떠났고 그 뒤를 이어 한국까지 오게된 몸으로 아버지하고도 사소한 연락도 거의 하지 않고 살아온 처지라고 했다. 그런 어나이가 과연 남태평양 자기나라로 돌아간것인지 아니면 사실은 미국으로 갔으면서 명수에게만 그런식으로 말한것인지 그 조차도 확실치가 않다. 다만 초등학교 2학년때의 가출 소동과 지금이 달라진게 있다면 그래도 어느덧 중3인 세상물정을 조금씩은 알아가는 나이인 명수. 무엇보다 인터넷으로 항공정보가 되었든 국내 교통편이든 그런 여행이나 교통정보를 알아내려고 하면 그리 어렵지 않은 시대. 따라서 명수는 일단 미국이든 남태평양 섬나라든 그곳까지 갈 수 있는 돈을 우선 모은뒤 그 뒤에 교통편을 알아봐서 필립과 완스와 함께 떠날 그럴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알바는 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부터 시작을 한 것이다. 중3때는 아직 바로 알바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명수가 너무 어려보여 혹시 편의점이든 패스트푸드점이든 알바로 채용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아서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 실제로는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미성년자를 알바로 고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어쨌든 대충 2년 가까이 알바로 어느정도 돈을 모을수가 있었다. 알바는 학교가 끝난 늦은 오후시간부터 밤까지 하곤 했는데, 집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느라 늦는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어차피 주희야 명수가 뭘하든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이고 현준의 경우도 그래도 큰아들인 명수가 대학을 가려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해 2년동안의 알바는 들키지 않고 무사히 마칠수가 있었다.
그리고 하루는 필립과 완스를 불렀다. 어느덧 고3으로 올라가는 나이가 된 명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학에 들어가려고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할 정도로 열심히구나 하고 방심하고 있던 현준과는 달리 사실상 명수는 대학진학은 포기한 셈이라고 봐야한다. 일단 어나이가 과연 남태평양 자기나라로 돌아간것인지 아니면 미국으로 간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단 그곳에 간다고 한들 고등학교든 대학이든 남은 학업과정을 모두 무사히 마칠 의사는 없어보이는 명수다. 그리고 대략 어느덧 겨울방학으로 들어갔을 무렵 필립과 완스를 불러 세계지도를 펼쳐보이며 이렇게 설명을 하였다.
“ 여기가 아마...엄마가 사시는 나라일거야. ”
여기서 말하는 엄마른 물론 어나이를 두고 하는 말일터이고, 사실 사업을 하느라 해외출장도 자주가는 현준도 소형 세계지도가 하나 있긴 하지만 자신이 동생들과 편하게 볼수 있도록 별도의 큰 세계지도를 하나 미리 구해놓았을 정도로 나름 철저하게 준비를 해놓은 명수. 필립과 완스 두 동생에게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
“ 문제는 미국이든 여기든 지금 확실하게 엄마가 어디있는지는 알수가 없거든. 그리
고 미국은 모를까 여기 남태평양에 있는 나라들은 우리나라에서 한번에 가는 비행
기가 없어. 그래서 중간에 다른 비행기를 갈아타야 할거야. ”
확실히 교통편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두는등 철저히 준비를 해놓은듯한 모습을 보이는 명수. 그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무엇보다...사실 아직 어린 너희 둘을 데리고 미국이든 OOOO(* 어나이의 고향인
남태평양 국가)이든 무작정 데리고 가긴 좀 위험해. 그래서 먼저 형이 혼자 떠나서
엄마가 있는데를 알아보고 올게. ”
“ 그럼 형 혼자 간다구 ? ”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있는 필립이 이와같이 물었고 필립보다 두 살 어린 완스는 그저 멀뚱멀뚱 이런 명수형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명수의 설명이 계속된다.
“ 너희까지 데리고...어디 계신지 모르는 엄마를 바로 찾으러 나서긴 좀 위험하기 때
문이야. 좀 힘들어질수도 있고...그래서 형이 먼저 혼자 가보겠다는 소리야. 걱정마.
형이 엄마 찾은뒤 꼭 너희들 데리러 올테니. ”
어찌되었거나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생인 어린 두 동생을 데리고 현 소재지가 확실치 않은 어나이를 함께 찾아 나서는 것은 좀 무리라 조만간 먼저 어나이를 찾아 떠날 생각인듯한 명수. 두 동생을 그렇게 납득시켜놓고 얼마후 명수가 별도로 만난 사람이 하나 있었다. 다름아닌 현준의 형으로 명수에겐 큰아버지가 되는 박성준이다. 사실 큰아버지와 조카 사이는 좀 어렵다면 어려운 사이기도 하다. 예전 조선시대처럼 5대8촌이 가까운 거리에 살며 늘 보는 시절이라면 모를까 명절때나 가끔 인사드리는 ‘집안어른’ 정도의 의미인 큰아버지는 솔직히 조카들 입장에선 좀 부담스러운 상대이기도 하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사촌형들이라면 모를까, 큰아버지를 직접 찾아 뵙고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화를 한 명수. 성준은 조카녀석이 뜻밖에 전화를 해온것에 놀라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해 자신의 집 인근 패스트푸드점에서 명수를 만났다.
“ 그래, 이 녀석아. 오랜만에 보는구나. 별일없이 잘 지내는게야 ? ”
무엇보다 동생 현준의 현재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 형 성준이 아니던가. 그래서 이래저래 조카가 걱정되는 듯 이와같이 묻고 이제 고3을 코앞에 두고있는 명수는 그래도 이제 어른이라는 듯 제법 점잖고 정중한 자세로 이렇게 말한다.
“ 저야 뭐 별일 없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큰아버지. ”
“ 허허...이 녀석 말하는 것 좀 봐라. 그야말로 어른이 다 된 것 같아. ”
“ 그리고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큰아버지. ”
“ 뜬금없이 그건 또 무슨소리야. ”
어찌되었거나 무슨 앞뒤 설명없이 무작정 감사하다느니 고맙다느니 하는 것은 좀 뜬금없긴 하다. 그래서 성준이 의아해서 묻고, 어차피 이 상황에서 명수도 다른 무슨 군더더기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난감해 좀 느닷없이 성준에게 큰 절을 올린다.
“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래 ? 갑자기 무슨 큰절씩이나. 무슨일이 있기라도 한게야
? ”
“ 아뇨, 그저...조카가 되어가지고...뭐 제대로 신통하게 잘하는것도 없이...여러가지
로 심려만 끼쳐드린 것 같아서...그래서 고맙고 죄송하다는 인사를 한번쯤은 꼭 드
리고 싶었습니다. ”
“ 별 소릴 다 하는구나. 오히려 미안한건 우리가 더 미안하지...여하튼 니 아버지 문
제는 그저 니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구나. 후우...나도 형이 되어가지고 동생을 좀
제대로 꾸짖거나 타이르지 못한 책임도 있지만... ”
여하튼 두 번 이혼한 동생. 그러니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는 조카의 성장기 시절 마음고생은 또 어땠을까. 그걸 생각하니 오히려 성준의 심정이 착잡해져 오고, 그러니 성준이 더더욱 조카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길판. 여하튼 막상 큰아버지 성준을 만나뵈니 별다른 할말이 더 생각나진 않아서일까. 적당하게 상황을 얼버무리고 인사를 하고 떠난다. 따지고보면 아버지 현준에게 말하지 않고 비밀리에 어나이를 찾으러 집을 나갈 궁리를 하면서 그 직전에 한번 만나뵌 집안어른인 큰아버지 성준이 아니던가. 그래서 이런식으로 어쩌면 한동안 못뵐수도 있는 상황에서 올리는 조카의 인사. 괜시리 명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뿐인가. 막상 그렇게 아버지 몰래 미국행 비행기표까지 예약해놓고 떠날 날짜가 다가오니 이런식으로 어나이를 만나러 떠나면 그후 이제 어쩌면 더 이상 한국땅을 보기 쉽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성준의 심경도 그저 복잡해지기만 했다. 여하튼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 고등학교 3학년이 될 무렵까지 살아온 땅. 고향,고국에 대한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듯 한번 하늘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땅에 입맞춤을 한번 해보기까지 했다.
어나이가 사는 남태평양 국가는 확실히 한국에서 직접 갈 수 있는 비행기편은 없다. 다만 원래 미국령이었다가 독립한 나라라서 미국에서 갈 수 있는 비행기편이 있고 호주나 뉴기니,인도네시아 혹은 몇몇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어나이의 사는 나라도 아닌 그 인근 몇몇 남태평양 국가로 가는 비행기편이 있었다. 그러니 어느쪽을 이용하든 중간에 한두번 정도는 비행기편을 갈아타야 하는 그런 여행이 된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국 대사관 역시 한국과는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되어있지 않은채 어나이가 사는 나라 인근의 다른 남태평양국가가 대사급 외교가 맺어져 있어 그 대사가 어나이가 사는 나라 영사까지 겸임을 하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다행인 것이 상대적으로 관광지이자 휴양지로 유명한 나라라 우리나라 관광객들도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찾고 또 ‘정글의 법칙’ 같은 방송프로의 촬영장소로 그 나라에 소속되어있는 무인도가 한번 소개된적도 있는 그런 나라다.
마침내 떠나기로 한 날. 필립과 완스에게는 ‘엄마 찾은뒤 꼭 너희들 데리러 올게’ 하고 거듭 약속을 하고 두 동생을 꼭 안아보았다. 사실 이렇게 떠난다고 100% 확실하게 어나이를 찾을수 있다는 보장도 있는것도 아니라 명수는 스스로도 무섭고 두려워져 다시금 눈물을 왈칵 쏟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우연치고는 행운으로 출근을 한 아버진 그렇다 치고 주희도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외출을 한날. 명수는 짐을 챙겨서 조용히 비행기를 탔다. 그리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사실 지금 어나이가 미국에 있을지 남태평양 고향으로 갔을지 그 자체는 확실치가 않다. 사실 어나이가 원래 한국을 떠날 때 명수에겐 그간의 든 정때문인지 자신의 남태평양 집주소를 슬쩍 적어서 명수에게 전해주기도 했었다. 허나 원래 어나이 역시 아버지의 재혼으로 젊은 새엄마랑 함께 사는게 불편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직장생활을 했다니 않는가. 그러니 어나이가 미국에서 5년 이후 한국에서 3년을 살다 현준을 만났으니 어나이가 남태평양 고향을 떠난게 어나이가 현준과 이혼한 명수의 중학교 2학년때를 기준으로도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이다. 헌데 그때부터도 어느덧 3년 이상이 지난 지금 과연 어나이가 적어준 그 남태평양 집주소가 현재 어나이가 사는곳이 맞기는 할지 확실치도 않은 것.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에서 대체 어나이가 무슨 생각으로 그와같은 주소를 적어준것인지도 좀 의아한판이긴 한데, 여하튼 일단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명수. 미국도 명수에겐 생전 처음이지만 어나이의 고향인 남태평양 국가는 솔직히 인터넷을 통해 이런저런 여행관련 블로거들을 통해 알아낸 정보가 전부인지라 – 나무위키에 조차 해당국가는 짤막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 더더욱 불안한 마음과 두려움 그러면서도 가슴한켠에서 일어나는 설레임을 안고 그렇게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이다.
어나이가 사는 나라는 정확하게 태평양 남부지역은 아니고 하와이에서 제법 떨어진 남서쪽에 있는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과거 미국령’이었던 경상북도 정도 크기의 두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 대충 마셜군도 인근쯤에 있는 ‘가상의 나라’로 해둡시다 ^^;;) 인구는 10만이 채 안되고, - 헌데 경상북도가 대략 20여개 시,군으로 이루어져 있고 인구가 대체로 감소추세인 요즘도 경북 인구가 200만 정도니 그 정도 크기의 섬 두 개에 10만이 채 안 되는 인구가 산다면 인구밀도는 꽤 적은편인 무척이나 여유롭고 평온한 분위기의 그런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 실제 남태평앙 섬나라를 자료에서 찾아보면 이보다 더 적은 인구의 나라도 꽤 있다. - 사람이 사는 경상북도 크기의 두 개의 섬 사이엔 대략 10-20개 정도의 사실상 ‘무인도’로 봐야하는 섬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이들 무인도의 크기는 큰 것은 경상북도의 절반정도 수준 그리고 작은 것은 경상북도의 10분의 1 크기도 안 되는 그 정도 규모의 섬이다. 한국과는 외교관계가 이루어져있지 않을 정도로 교류가 거의 없는 따라서 단순한 거리상 문제뿐만 아니라 (가는데 걸리는 여행)시간,정서적으로도 무척이나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나라다. 다만 모 방송사의 ‘정글의 법칙’이란 프로의 배경으로 이 나라 무인도가 한번 소개된적도 있어 이후 한국인 관광객은 다소 늘어난 추세라 인근 국가인 ‘괌 주재 한국 대사관’이 현재는 이곳의 영사(領事)를 겸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확실히 한국과 직항로 비행기는 없고 다만 과거 미국령의 인연으로 마셜군도나 하와이쪽으로 가는 비행기가 있어 혹시 미국행을 원한다면 마셜군도나 하와이쪽으로 가서 미국행 비행기를 타면 된다. 그리고 한국인 관광객들은 보통 괌이나 일본 혹은 동남아나 호주등을 경우해서 이 나라를 찾게되기도 한다. 여하튼 최소한 비행기를 두 번은 갈아타야 하는곳이기 때문에 한국인 입장에선 무척이나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섬나라다.
그런 섬나라를 바로 미국을 거쳐서 찾아가보기로 한 명수. LA에서 하와이로 가는 비행기를 먼저 갈아탄후 그곳에서 어나이의 섬나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그러니 태평양을 사실상 두 번 가로지르는 따라서 지구를 한바퀴 도는것이나 다름없는 그 정도 거리와 시간이 소요되는 그런 여행을 한 셈이다.
다만 하루가 걸렸든 이틀이 걸렸든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 막상 그 나라에 도착한다고 한들 그곳에서 무작정 어나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나이가 적어준 쪽지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 현재 어나이가 살고 있을지도 확실치가 않고 – 어나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주변 지인의 추천으로 미국으로 가서 직장생활을 했다고 말했다. - 게다가 언어도 전혀 통하지 않는곳에서 새엄마 어나이를 찾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 아무리 작은 나라라지만 상황을 바꿔 경상북도 아무곳 모처에 중학생이든 고등학생이든 혼자 떨어뜨려놓는다면 같은 경상북도 관할내에서도 주소나 연락처도 모르는 친엄마나 새엄마를 찾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 것이다. 물론 한국인 관광객이 요즘은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지만 그런 관광객의 도움을 받는 일도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가령 그 관광객이 ‘무슨 이유로 그 어나이란 사람을 찾고 대체 어떤 관계냐 ?’고 물을 때 ‘실은 저희 새엄마인데 그분을 찾으러 한국에서 여기까지 왔다’고 사실대로 말하는것도 난감한일 아닌가. 그래서 명수는 나름 꾀를 냈다. 사실 과거 미국령이었던 섬이라면 영어는 어느정도 통할 나라라는 것을 고등학생 정도라면 충분히 판단할수 있을터인데 공항에서 내린 명수는 영어도 한국말도 그렇다고 이곳 현지어도 모르는척 아주 무지하거나 심지어 말도 아주 못하는 중증의 장애인인것처럼 행세를 한 것이다. 공항에 내린 10대 정도로 추정되는 웬 낯선 피부색의 남자아이가 이렇게 나오니 공항 관계자들도 난감한 듯 경찰을 불렀다. 경찰이 다가오자 명수는 우선 반갑다는 듯 그들을 한번 끌어안아본뒤 어나이가 적어준 쪽지를 건네주며 ‘엄마’ 혹은 ‘My mom’이라는식의 단어만 어눌한 말투로 반복하고 있었다. ‘엄마’라는 말은 몰라도 ‘mom’이나 ‘mother’이란 단어는 현지 경찰들도 알테니 일단 의아해하면서도 명수를 자기네 경찰서까지 데려간뒤 시윈한 음료수라도 한잔 마시라고 한뒤 명수가 전해준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체감적으로 경찰이 전화를 한 뒤 시간이 한참 지난 것 같긴 한데 – 게다가 대충 전화를 하는 경찰의 모습과 분위기를 보니 전화를 한 쪽과의 소통도 그리 원만치 않은 듯 해다. - 여하튼 생각보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경찰서에 들어서는 한 여인이 있었다. 그러고보면 어느덧 3-4년의 시간. 어나이도 한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지만 명수도 그 사이 자란키와 달라진 분위기가 있어 바로 한눈에 알아보진 못했다. 허나 어나이가 한참을 경찰서안의 소년을 살펴보는가 싶더니 무척이나 놀란 듯 이렇게 소리쳤다.
“ 명수 !!! ”
“ 엄마 !!! ”
‘명수’라고 부르는 소리에 명수는 앞뒤 가릴 것도 없이 바로 반가운 듯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며 어나이에게 달려들며 이렇게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누가봐도 친 모자 상봉이라도 되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을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가 한바탕 연출되었다. 경찰관들 입장에서도 이렇게 낯선 분위기와 국적의 소년이 자기네나라 여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쉬이 믿겨지지가 않는 그런 분위기였다. 도대체 어떤 곡절과 사연이 있는 집안(?)이길래 이런곳에 사는 엄마를 찾으러 그렇게 먼 나라에 있는 소년이 찾아온단 말인가. 여하튼 어나이와 명수는 한바탕 서로를 끌어안고 울며불며 난리도 아니었다.
“ 명수...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거야. ”
“ 엄마...어나이...정말 보고싶었어요. 흑흑흑~~~!!! ”
어나이는 일단 신병(身柄) 인계에 필요한 서류에 간단히 자신의 신분과 사유를 작성하고 명수를 데리고 경찰서를 나왔다. 어나이는 서류는 물론 사유를 묻는 경찰서 관계자의 물음에도 사실은 한국이라는 먼 나라에서 한동안 결혼생활을 했었는데 그곳에서 생긴(?) 아들이라는 식으로 둘러댔다. 친아들이든 의붓아들이든 여하튼 거짓 대답은 아닌셈. 현지 경찰관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놀랄만한 일이긴 했다. - 현지 경찰관들도 Korea란 나라에 대해선 요즘 그 나라 관광객이 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 외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바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어나이의 나라는 경상북도 크기의 두 개의 섬중 북쪽 중앙에 수도가 있고 공항이라던가 정부기관등 나라의 중심역할을 하는 기관이나 시설은 모두 이 북쪽섬 수도에 몰려있다고 보면된다. 그리고 두 개의 섬은 모두 5-6개 정도의 행정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나이는 그중 남서부 구역에 위치한 한 촌(읍이나 동단위 정도)에서 숙박겸 식당 기능을 하는 시설을 운영해오고 있었다. 원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으로 갔던 어나인데, 이곳으로 돌아와서도 아버지나 새엄마등과는 떨어져 따로 살면서 독립해서 혼자 이런 숙박시설을 운영하며 살아왔다고 보면 된다. 어나이의 나라도 비단 한국인뿐만 아니라 휴양이나 관광등을 목적으로 찾는 사람들이 많아 관광,숙박시설을 운영하며 그것으로 생계수단을 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원래 예전에는 농업과 수산업이 주를 이루었고 미국령이 된 이후로는 미군이나 미국인 사업가들의 일을 돕거나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는 것으로 생계를 삼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근래에는 ‘고기잡으러 위험하게 배타러 나가는것보다 관광객들 상대로 장사하는게 돈벌기가 더 쉽다’는 말이 있을정도로 관광객 대상의 장사나 숙박업소등을 운영하는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어나이도 바로 그런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겸 식당을 대략 2-3년전부터 운영해오고 있었다. 숙박시설 옆에 자신의 작은 살림집도 하나 있는데 일단 그곳에 명수를 들어오게 해서 여정을 풀었다. 물론 지난 시간의 회포를 푸는데 밤을 새워도 모자랄 그럴 상황이 되어버렸다. 어나이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가 쉽지 않았다.
“ 미안해요. 실은 필립과 완스도 같이 올까 했는데...아직 어린 애기들이라...저도
길을 모르는판에...혹시 필립과 완스까지 같이 데려오다 길을 잃어버리거나 하면
진짜 큰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혼자서 어나이를 찾으러 온거에요. ”
“ 필립과 완스는 잘 있는거지 ? ”
이혼을 했지만 자기 아이들까지 떠맡기엔 경제적으로 그때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양육권을 현준에게 넘기고 혼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어나이. 명수야 그렇다 치더라도 필립과 완스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쉬이 떠나지 않을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현준이 새로 얻은 한국인 젊은 여자도 그저 자신처럼 전처소생 자녀를 잘 이해하고 감싸주는 그런 좋은 성품의 여자이려니 막연히 기대할 수밖에 없었을터. 그런 어나이고보니 명수도 무슨말을 어떻게 꺼내야할지 쉽지 않았다.
“ 필립과 완스는...제가 그동안 잘 돌보고 있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
“ ??? ”
“ 그리고 상황이 좀 더 좋아지면...한번 필립과 완스까지 다 데려와 함께 사는것도
생각해보죠 뭐. ”
어나이를 찾으러 떠날때부터 이미 그런 구상까지 했었던것인지 사뭇 자신감에 넘쳐 말하는 명수. 허나 아직 고등학교 과정도 다 마치지 않은 미성년자인 명수가 그런말을 자신있게 하는 것이 바로 미덥지는 못해서인지 어나이는 그저 착잡하게 명수를 바라만 볼 뿐이다.
명수는 일단 어나이가 운영하는 숙박시설 겸 식당에서 일을 도우며 생활하게 되었다. 헌데 문제가 좀 생겼다. 실은 명수가 고등학교를 완전히 졸업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물론 어나이의 나라에도 학교는 있다. 원래 미국령이었던 만큼 본래 미국식 학제를 본딴 교육시설이 생기긴 했지만 워낙 인구가 적은 나라다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현실에 맞춰서 초등학교 5년과정과 중,고등학교를 통합한 과정인 5년 과정의 고등학교로 개편되어 5-5제로 10년의 교육과정을 밟는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어차피 한국에서 고등학교 2학년까지 마친 상태인 명수는 이곳에선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나 다름없는 나이와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대학진학의 경우엔 명수가 이곳에서 어나이의 일을 도우며 그냥 눌러살 생각으로 있는 이상 굳이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그 문제를 상의하는 어나이에게 대학까지 굳이 갈 생각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 한국에 있을때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차라리 어디 남태평양 먼 나라에까지 가서
조용하게 살고 싶다고...한국처럼 너무 경쟁도 세고 사는것도 힘든 그런곳은 싫다
고... ”
“ 명수... ”
“ 차라리 잘 되었어요. 저 그냥 여기서 계속 어나이랑 살래요. ”
그리고는 기회봐서 아직 한국에 남아있는 어나이의 아들 필립과 완스까지 이곳으로 데려오자는게 명수의 계획이자 생각이었다. 어쨌든 여기서 학교를 더 다닌다거나 할 생각은 없고 그냥 이대로 어나이랑 같이 살고 싶다는 명수를 어나이는 어른 입장에서 다소 걱정되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어나이의 숙박 겸 식당시설 일을 도우며 살게된지 한달여쯤 지났을때의 일이다. 좀 뜻밖의 손님이 방문하였다. 일단 이곳 현지인은 분명하듯 한데 어나이가 숙박시설내로 들어서는 여인을 보고 반가이 맞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포옹하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어느나라 사람이든 외국인 나이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은 듯 한데 여인은 일단 장신에 섹시한 몸매 그리고 옅은 피부탓인지 그렇게 나이가 많아보이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한 30대 정도 ? 아니면 20대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젊은 미모를 갖추고 있었는데 그리고 여인의 옆에는 한 어린 소녀가 서 있었다. 어나이는 소녀와도 반감게 인사했고 소녀도 어나이를 대체로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어나이가 명수에게 이렇게 두 여인을 소개했다.
“ 인사해요 명수. 이쪽이 바로 우리 새엄마. 그리고 이쪽이 내 동생. ”
“ 네에 ? ”
순간 무척이나 놀라는 명수. 원래 어나이가 젊은 새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아 – 어쩌면 어나이의 일방적 감정이었을수도 있지만 –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주변 지인의 소개로 미국으로 떠났다고 말했고 새엄마가 이후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자신은 정작 한번도 보지 못했고 아버지하고도 거의 전화통화나 연락은 하지 않고 살았다지 않던가. 헌데 그런 어나이가 소개한 새엄마와 이복동생. 전혀 그런 사이나쁜 젊은 계모나 이복동생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일단 어나이가 자초지종을 설명해준다.
“ 사실 처음에 OOOO으로 돌아와서는 아무리 그래도 한 10여년만에 돌아온 고향이
다보니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정착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무리 그래
도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는수밖에 없어서 일단 아버지 소식부터 수소문을 해봤죠.
아버지의 옛 친구분이나 지인등을 수소문해 소식을 들어보는 과정에서... ”
“ ...... ”
“ 아버진 이미 몇 년전 돌아가시고 그리고 새엄마가 그때 – 어나이가 떠나고 얼마
후 – 낳은 이복동생과 단둘이 옛 집에서 함께 살고있다는 소식을 들었죠. ”
일단 어나이는 – 현준에게서 받은 위자료야 있겠지만 – 그때까지 딱히 별로 모아둔 돈도 없는 처지라 처음엔 간단한 직장이라도 구해 알바라도 하면서 예전에 살던 집에서 젊은 계모와 그리고 그전까지 한번도 본적 없는 이복동생과 함께 지냈다고 한다. 헌데 젊은 새엄마는 생각보다 성정이 그리 나쁘진 않은 사람이었던것인지 아니면 그래도 그녀도 나이가 들면서 나름의 어떤 이해심이나 아랫사람을 품고 포용할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긴것인지 어나이를 별다른 거리낌없이 받아주었다는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나이 입장에서 불편한 감정이 100%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 한 1-2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며 번 돈으로 기반을 마련할수 있게되자 지금 살고있는 지역으로 와서 독립해서 관광객 대상의 숙박시설을 짓고 이렇게 살아왔던 것이다. - 그러고보면 어나이가 이런 숙박시설을 짓고 운영한지는 2년도 채 안되는 셈이다. - 그러나 그 이후로도 새엄마나 스무살 가까이 차이나는 이복동생등과는 이런식의 왕래나 교류를 쭉 해온것이라는게 어나이의 설명이었다. 여하튼 처음엔 젊은 새엄마가 불편해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난 어나이이건만, 그리고 한동안은 아버지하고 조차도 이따금 안부전화나 주고받을뿐 거의 왕래나 교류를 하지 않았던 어나이가 그것도 이미 아버지까지 돌아가신 상황에서 이제야 새엄마나 이복동생과 가깝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은 어떤 아이러니마저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할수 있을 것도 같다. 무엇보다 명수를 놀라게 한 것은 어나이의 젊은 새엄마의 외모였다. 여하튼 어나이도 이미 나이가 30대 중반이니 그녀와 열 살차이 나는 새엄마라면 그녀도 지금은 40대 중반의 중년부인 아닌가. 헌데 그녀의 몸매며 분위기는 대략 20-30대 정도의 젊은 여성처럼 느껴지는 그런 자태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그녀에 대한 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그냥 열대의 풍광 같은 것을 찍은 잡지사진에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막연히 20대 남태평양 출신 모델 정도로 생각하고 살짝 음심(淫心)을 품기도 했었을 것 같은 그런 외모의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딸 역시 대충 추정을 해보니 지금 나이는 10대 중반 정도로 봐야할텐데 역시 비교적 성숙한 분위기와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나중에 어나이에게 물어보니 나이는 명수보다 세 살 어리다고 했다.
이런식으로 어나이와 함께 지내게 된 명수. 그러다 하루는 어나이가 명수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인근의 가까운 섬으로 함께 소풍을 가자는 것이다. 사실 소풍이 되었든 여행이 되었든 이런 남태평양 나라에 처음 와본 명수로선 늘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이 관광여행이라도 온 듯한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러고보면 경상북도 정도 크기의 두 개의 섬에 사람이 살고 그 사이에는 그 두 개의 섬의 절반 내지 10분의 1 정도 크기의 무인도가 10-20개 정도가 있는 그런 무인도인데 그중 가까운 위치에 있는 무인도를 명수에게 구경시켜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나이가 살고있는 섬에서 주변 무인도까지는 배로 보통 가까운곳은 30분 정도 거리 먼곳은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 그리고 남쪽의 사람이 사는 비슷한 크기의 섬은 배로 두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에 떨어져 있다. - 그리고 이곳 주민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북쪽의 섬을 ‘북섬’, 남쪽의 섬을 ‘남섬’이라고 부른다. 바로 그 북섬에 사는 주민인 셈인 어나이. 그 어나이가 북섬에서 배로 30분 정도 걸리는 무인도를 명수에게 구경시켜 주겠다는 것이다.
“ 사실 여긴 거리가 가까운 섬이라 어릴 때 보면 학생들끼리도 삼삼오오 소풍삼아
오는 그런 곳이기도 해요. ”
“ ...... ”
“ 헌데 사실 난 이 섬을 지금까지 한번도 와본적이 없어요. 심지어 학교 친구들도
자기네들끼리 종종 여행도 오고 놀러와서 하룻밤 자고가기도 하는 그런 섬인데...
”
그만큼 거리도 가깝고 놀러가기에도 큰 부담이 없는 그런 섬이란 소린데, 헌데 왜 어나이가 이런 섬을 한번도 와보지 못했다는것인지 의아해서 묻는 명수에게 어나이는 그 연유를 이렇게 설명해준다.
“ 그냥...좀...혼자 오긴 쓸쓸하고 슬프다...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
“ ...... ”
“ 사실 여긴 친구들하고도 종종 놀러오거나 하는곳이지만 경치와 풍광이 좋아 종종
남녀 연인들끼리 놀러와서 데이트도 즐기고 하룻밤 자고가기도 하는 그런 섬이거든
요. 근데... ”
그렇게 말하는 어나이에게 어떤 비애가 서려있는 듯 했다. 눈물을 살짝 닦아내는 어나이. 그리고 말을 이어간다.
“ 그래서인지...이런데를 혼자 여행오긴 쓸쓸하고 외로와서 더 슬플 것 같다는...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친구들이 종종 자기네들끼리 삼삼오오 주말같은때를 이
용해 놀러가는 것을 보면서도 한번도 놀러오진 않았죠. ”
생각해보면 어나이도 어려서 어머니를 잃고 – 다른 형제는 없이 –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온 몸이 아닌가. 그러다 고등학교때 자신과 열 살차이밖에 나지 않는 젊은 여성과 아버지가 재혼해 새엄마가 생긴 셈이고. - 지금이야 그 젊은 새엄마와 잘 지낸다고 하지만 – 나름 그런 사연이 있는 어나이임을 생각하면 그녀도 나름 쓸쓸하고 외로운 사춘기를 보낸 셈이다. 그런 어나이가 그것도 친구들끼리도 종종 소풍이나 나들이삼아 놀러가는 그런 섬에 자신은 별로 놀러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어나이의 말이 이어진다.
“ 차라리 나중에 남자친구나 애인이 생기면...그 애인과 같이 와보자 그 생각을 했던
섬인데... ”
“ ...... ”
“ 바로 그 섬에 지금 난 명수와 함께 있네요 ? 푸훗~~~!!! ”
생각해보니 좀 웃긴지 어나이에게서 야릇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 11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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