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리사 (7)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명수와 어나이가 극적으로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된 덕분에 이후 3년의 시간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명수는 어느덧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어나이가 낳은 두 아이도 어느새 만 5세,3세로 성장해 있었다. 한편 현준은 하루는 고등학교 동창 몇몇과 술도 한잔 하는 식사자리를 갖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야 처음 만나게 된 정도는 아니고 그래도 1년에 한두번 정도는 만나 식사도 하고 술자리 정도는 갖는 그 정도의 친분은 있는 사인데, 정영태,김민석,이용철 대충 이런 이름을 가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나누며 현준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그래, 넌 어쨌든 요즘 재미가 좋냐 ? ” 

 “ 좋기는... ” 

 허나 괜히 한번 해보는 소린지 진심인지 묘하게 말꼬리를 흐린 현준. 그러자 정영태란 친구가 놀리듯이 슬쩍 한마디 한다. 

 “ 이 녀석아...너 정도면 인생 그런대로 재미있게 잘 사는거지 뭐...사업 잘나가...요 

  즘같은 세상에 서울에서 그만한 집에...뿐이냐. 비록 이혼의 상처는 있을지언정 나 

  이 40 넘어서 젊은 외국인 아내까지 생겨. ” 

 “ 속 모르는 소리 마라 !!! ” 

 허나 정말 그 사이 무슨 문제라도 생긴것인지 현준이 불쑥 이렇게 내뱉고 김민석이란 친구가 의아한 듯 묻는다. 

 “ 왜 ? 그럼 정말 무슨 문제래도 생긴거야 ? ” 

 “ 글쎄... ” 

 민석이란 친구의 그와같은 물음에 또다시 묘하게 말꼬리를 흐린 현준. 다른 친구가 따라준 소주 한잔을 단숨에 비운뒤 현준의 말이 이어진다. 

 “ 솔직히...요즘 같아선 나도 내 마음을 모르겠다. ” 

 “ 왜 그래 ?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 ” 

 영태나 민석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떨어져 앉아있던 이용철이란 친구마저 현준의 태도가 거듭 이와같자 진심으로 의아하고 걱정되는 듯 이와같이 묻고 현준은 고개를 한번 가로젓고는 손을 내젓는다. 술기운은 제법 오른 듯 하다. 

 “ 안 맞아... ” 

 밑도 끝도없이 이렇게 내뱉은 현준. 세 친구가 그래서 거듭 의아해서 묻는다. 

 “ 뭐야 ? 도대체 뭐가 안 맞는다는건데 ? ” 

 현준이 머리가 아프기라도 한 듯 손으로 한번 그쪽을 짚어보기도 하고 그리고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말을 이어간다. 

 “ 솔직히...나도...처음엔...그래도 이번엔 나와 잘 맞는 여자겠지 하고...그리고 만난 

  거야. 게다가 외국여성이란 점에...그것도 머나먼 남태평양의...이국적인 분위기의 

  여성이란 점도 내 호기심을 끌게한 면도 있었고... ” 

 확실히 지금의 남태평양 출신 부인 어나이가 안 맞는다는 듯 이런 불만을 토로하는 듯 한데, 안 그래도 이미 한번의 이혼의 상처가 있은뒤 만난 젊은 어나이가 아니던가. 헌데 그 어나이와의 인연마저도 이런식으로 불만이 생긴것인지. 하긴 어나이와 결혼한지도 어느덧 6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짫다고 할수 없는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볼수도 있지만 현준의 나이도 어느덧 40대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 그러고보면...내가 섬출신 여자 취향이었던가 ? 푸훗~~~!!! ” 

 “ 뭐야 ? 자네...원래 첫 번째 부인은 목포출신이라고 하지 않았어 ? ” 

 원레 예전에 명수도 친엄마를 찾으러 간다며 카나다에 친엄마가 있다는 같은학교 다른반의 이혼가정 자녀 이윤상이란 아이와 일을 꾸밀때도 자신은 친엄마가 목포에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심지어 그때 명수는 친엄마의 정보에 대해 친척 어른들로부터 전해들은 정보까지 있는 듯 ‘목포에 엄마 종가집이 있다고 들었으니 가면 쉽게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기까지 했었다. 허나 여하튼 그럼 그건 어린 명수가 잘못 알게된 정보였던것일까. 일단 현준의 고등학교 동창인 이들도 지금까지 현준의 첫 번째 부인을 호남출신으로 알고 있었던 듯 한데 아무래도 그게 잘못 알려진 사실인지 현준은 손을 내저으며 거듭 이렇게 말한다. 

 “ 아냐...명수엄마...그 사람 목포출신 아냐. 남해 출신이야. 경남 남해... ” 

 흔히 남해안을 섬이 많아서 ‘다도해’라고도 부르지만 호남쪽에 비해 경남은 상대적으로 주민이 많이 사는 큰 섬은 그리 많지 않은편. 어쨌든 실은 현준의 첫 부인 고향은 목포가 아니라 경남 남해군이란 소린데, 사실이라면 현준은 두 번의 인연을 모두 섬출신 여자를 만난 셈이다. 첫 번째 부인인 명수 친엄마는 우리나라의 경남 남부지방에 위치한 섬인 ‘남해’ 출신이고 심지어 두 번째 부인인 현재의 어나이는 머나먼 남태평양 섬나라 출신.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우연히 섬출신 여자만 만나게 된 것인지 아니면 혹시 현준의 성이나 이성의 취향이 그런것인지. 그것은 확실치 않지만 현준의 두 번 맞이한 부인의 출신지가 다 그와 같다면 그 또한 우연치곤 묘한일이라 할만한 결과다. 헌데 지금 현준은 되려 그 어나이마저도 뭔가 불만인 듯 거듭 이렇게 뜻모를 소리를 입에 담고 있는 것이다. 친구가 따라준 술잔을 다시금 한번 더 한숨에 들이킨뒤. 

 “ 여하튼...아니더라고. 이번 그 어나이란 여자도 영 아닌 것 같아... ” 

 “ 현준아... ” 

 결국 친구 한명이 걱정되는 듯 현준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실 이혼사유중 알고보면 가장 많은 이유가 성관계와 관련된 그 ‘성격(性格)차이’란 말도 있지만, 세상에 그런 문제들을 일일이 하나하나 다 따지다보면 온전하게 평생을 해로할수 있는 부부가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안 맞는 부분이 있어도 그래도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또는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참고사는 부부가 세상에 더 많이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현준은 두 번째 인연인 남태평양 출신인 열다섯살 연하 어나이에 대해서도 지금 이런 불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다. 

 “ 그래서 내가 지금 말하지 않았냐. 나도 내 속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 

 사실 현준이 바람둥이라고 볼수는 없다. 바람둥이는 한꺼번에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니거나 그런 사람을 바람둥이라고 하는것이고 일단 현준은 처자식이 있는 몸으로 지금 새 여자를 만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허나 이미 한번 이혼한 전력이 있는 현준이 또다시 이혼을 한다고 하면 그런 사람을 정상적이거나 온전한 인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봐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친구들도 그런 현준을 걱정되는 듯 어떻게든 설득해보려고 한다. 

 “ 그러지말고...어떻게든 참고 살아봐. 왜 그래 ? 어쨌든 어나이 그 여자도 자네 아 

  이도 벌써 둘씩이나 낳아줬고... ” 

 “ 그러니까 하는소리 아니냐. ” 

 그러면서 술잔을 다시금 기울이는 현준. 이러다 친구가 너무 취하지 않을까 싶어 영태,민석등은 그런 현준을 말리려고 들기도 하고 현준은 거듭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 나도 참...이제 뭘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내가...이 상태에서 대체 뭘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끄으으윽~~~!!! ”  

 


 무더운 여름이 되었다. 현준은 여전히 사업이 바빠서인지 심지어 해외출장까지 가는일도 이전에 비해 잦아지고 있었고 그래서 현준이 귀가하지 않는날. 밤늦은 시간에 어나이가 혼자 거실에서 술을 한잔 마시고 있었다. 다섯 살,세살난 어나이의 두 아이는 자기방에서 새근새근 쿨쿨 잠들어있고 그런 상황에서 어나이가 휴식을 취하면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그때 어느덧 중학생이 되어있는 명수가 그 모습을 보고는 다가온다. 

 “ 새엄마... ” 

 술은 무슨 특별한 술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한국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소주다. 다만 남태평양 출신인 어나이는 한국의 소주가 좀 쓴지 사이다를 약간 타서 마신다. 그렇게 사이다를 소주에 섞어 칵테일 비슷하게 들고있는 어나이. 그 곁으로 다가오는 명수를 보며 가벼이 미소짓는다. 

 “ 아빠도 안 들어오시고...그래서 혼자 심심해서 한잔 하는거야. ” 

 “ 아, 네에... ” 

 어나이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는 명수. 무엇보다 어나이의 이런 생활모습이나 말투를 들어보면 사실상 거의 한국인이 다 되어있는 느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고향을 떠나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다고 했던가. 어느덧 나이 30대 초반으로 접어든 어나이는 그렇게 고향을 떠난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고 한국에서 생활한지도 9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일까. 어나이도 가끔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에 젖는 느낌이기도 하다. 

 “ 명수야... ” 

 “ 네, 새엄마... ” 

 “ 명수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 

 무슨 말을 하려는것인지. 명수가 의아하게 어나이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의 말이 이어지고 있다. 

 “ 성인이 되어 결혼하고...아이낳고 그렇게 일상을 살다보면...어느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때가 있어. ” 

 아직 어나이가 하는 말의 의도를 잘 못알아 듣는것일까. 의아하게 명수는 어나이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가만보면 사람 생각이란게 그런가봐. 10대-20대때는 내가 이 다음에 정말 대단한 

  뭐라도 하거나 될것같은 큰 꿈이나 기대 같은데 부풀게 되지만... ” 

 “ ...... ” 

 “ 그러다 어느덧 크게 변화하는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거야. 그러다보면 문득...‘아, 난 그냥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하는... ” 

 실제로 나이 한 서른 넘어서 종종 그렇게 말하게 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대개는 한때 그래도 제법 야심도 있고 꿈도 컸는데 차츰 나이가 들면서 결혼하고 직장생활하고 크게 변화하는 것 없는 일상이 반복되면 그제서부터 어떤 한계나 뭔가를 깨닫게 되는것일까. 그때쯤 나오는 한마디. ‘아, 그냥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하는. 30대 초반의 어나이는 지금 확실히 그런말을 입에 담고 있다. 그러고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 젊은 새엄마와 함께 사는 가정환경이 싫었던 탓도 있고 – 고향을 떠나 미국으로 갔다는 어나이. 그 어나이가 그곳에서 알게된 한국사람의 추천으로 한국까지 와서 직장생활을 하고 한국인 이혼남 박현준을 만나 결혼하고 어느덧 그 시간도 대략 6년 정도가 흘렀으니. 그렇게 크게 변함없는 일상이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으니. 그래서 어나이도 그런식의 어떤 체념을 한 것일까, 아니면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하는것일까. 자신은 그저 한국인 사업가이기도 한 자신과 열다섯살 차이나는 40대의 남자 박현준과 사이에 아이 둘 낳고 그리고 어느덧 사춘기 소년으로 자라난 의붓아들 명수까지 거두며 이렇게 사는건가보다 하는. 어나이는 확실히 지금 이 시점에서 ‘이것이 내 일상이고 인생이려니...’ 이런 깨달음을 가진 듯 하다. 그래서 살짝 어떤 회한이나 비애같은 것이 서린 말투로 그렇게 내뱉은 어나이.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게 있는지 명수에게 묻는다. 

 “ 근데...명수는...혹시 여자친구 없어 ? ” 

 요즘은 사춘기 학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 솔직히 개인적으로 반대다 !!! 이성교제를 한다고 하니 중학생 명수에게 자연스럽게 그런 궁금함이 생길수도 있고. 허나 그런건 어디까지나 선택사양이지 필수요건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화들짝 놀란 가운데서도 명수는 당치도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 아니에요. 전 그런거 관심 없어요. 전 그냥...공부나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 

 “ 그래 ? ” 

 명수의 말이 진심인 것 같아서일까. 공연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는 어나이. 허나 그래도 궁금한게 있는지 어나이의 물음이 마저 계속된다. 

 “ 뭐 여자친구는 없더라도...한참 이성에 대해 눈뜨기 시작할텐데...뭐 좋아하는 스 

  타일의 여자랄까...연예인...그런거라도 있을거 아냐. 아니면 하다못해 좋아하는 걸 

  그룹이라던가... ” 

 “ 전 그런거 없다니까요. 관심없어요. ” 

 사실 명수가 ‘이성교제 같은데 관심없고 공부에만 전념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명수가 아주 공부벌레라던가 그렇진 않다. 학교 성적은 대충 중위권 정도로 어나이가 파악하고 있는데 그런 명수가 여자친구가 없는건 그렇다 쳐도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연예인조차 없다는건 좀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 아찌만 해도 한참 이지연,김완선,장혜리,장덕,이선희한테 관심가질 나이다 !!!) 헌데 명수는 정말 그런 연예인이나 걸그룹 같은데도 별 관심이 없다는듯한 반응을 거듭 보이고 그러다 문득 좀 엉뚱한 모습을 보인다. 

 “ 새엄마... ” 

 “ 왜 ? ” 

 “ 저...새엄마 어깨 한번만 만져봐도 돼요 ? ” 

 “ 어깨를 ? ” 

 좀 엉뚱하긴 하지만 그리 큰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보는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허락(!)한 어나이. 정확히 어깨라기보단 그보다 약간 아래쪽의 팔뚝쯤 되는 부위라고 해야 할텐데, 일단 키가 큰 편이라 모르는 이들은 종종 농구선수나 배구선수가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의 몸매와 몸집을 갖고있는 어나이다. 그런 어나이의 어깨에서 팔뚝 윗부분 그쪽을 살짝 만져보는 명수. 그러다 자신의 뺨을 살짝 대보기까지 한다. 

 “ 명수... ” 

 이런걸 그저 단순히 엄마없이 자란 아이의 모정결핍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봐야하는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도 있다고 봐야하는것일까. 확실히 이젠 사춘기 청소년이지 법적이나 육체적으로도 더 이상 어린아이로 볼수는 없는 나이와 몸인 명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명수와 열일곱살 차이인 어나이의 눈에 아직은 그냥 어린아이로 보여서인지 그런 명수의 행동에 별다른 거부반응없이 받아들이긴 한다. 헌데 그러다 명수가 어나이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 새엄마... ” 

 “ 왜 ? ” 

 “ 새엄마는...피부가 참 고운 것 같아요. ” 

 “ 내가 ? ” 

 초등학교 2학년때던가. 어나이가 처음 방에 들어왔을때는 웬 ‘검둥이 아줌마’ 괴물이 들어오는줄만 알고 그 기겁을 했던 명수가 아닌가. 뭐 어쨌든 그때는 어리고 철이 없어 그랬다 치더라도 이제와서 그랬던 명수가 지금은 이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나이는 흑인은 물론 혼혈여성과도 거리가 멀고 오히려 모르는 사람들은 혹시 동남아나 중동출신 아니냐는 그런 오해를 할 정도로 그저 한국인이나 일본인보다는 약간 가무잡잡한 그 정도 수준의 피부색을 가진 그런 여자다. 헌데 그런 어나이를 보며 중학교 2학년 명수가 하는말. ‘새엄마는 피부가 참 고운 것 같다’ 어깨보다는 약간 아래인 팔뚝쪽을 만져보고 뺨을 부벼본뒤 한 표현이 이와같은 것이다. 

 “ 새엄마... ” 

 “ 왜 또 ? ” 

 아이의 이런 태도가 성가셔서일까. 사이다를 타서 마시고 있지만 그래도 소주가 원래 도수가 세서인지 두어잔 마시고 나니 슬슬 술기운이 오르는듯한 어나이. 헌데 그런 어나이를 보며 되려 명수가 마치 술이라도 취한 사람처럼 좀 엉뚱한 말을 입에 담는다. 

 “ 전 사실은 공부보다는... ” 

 “ ??? ” 

 “ 학교 졸업하면 차라리 진짜 어디 남태평양 먼 섬나라나 이런데로 가서 살고 싶어 

  요. ” 

 어나이는 되려 고향이 남태평양인건 그렇다 치더라도 젊은 새엄마와 살기 싫어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고향을 떠난 여자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나마 아버지하고는 예의상 한 두어번 안부인사나 주고받은게 전부. 물론 그래도 이따금씩 향수가 도지지 않는다고는 할수 없지만 여건도 여건이지만 별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드는듯한 그런 모습이 평상시 어나이가 보여주는 고향에 대한 생각이다. 헌데 그런 어나이앞에서 ‘차라리 남태평양 먼 섬나라로 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는 명수. 어나이가 더더욱 이해 안간다는 듯 묻는다. 

 “ 왜요 ? 왜 하필이면... ” 

 “ 그냥...우리나란 여러 가지로 참...경쟁도 세고 너무 팍팍해서 별로에요. 뭐 뉴스 

  같은 것을 보면 집값도 날로 비싸지는 것 같고...또...학교 공부도 좋은학교 나와서 

  좋은직장 취직하지 않으면 출세하기도 쉽지 않은 것 같고...이런 치열한 경쟁사회 

  ...전 별로에요. 솔직히 아버지처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그런 자신이나 재주도 전 

  없는 것 같고... ” 

 “ ...... ” 

 “ 그래서 전 차라리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면 어디 머나먼 남태평양 먼 섬나라라도 

  가서 유유자적하고 자유로운 그런 생활을 좀 누려보고 살아보고 싶어요. ” 

  


 현준이 원래 바람둥이는 아니었다. 아니다가 아닌 ‘아니었다’는 과거형을 쓰는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적어도 불과 한 1-2년전까지의 현준은 분명히 그랬다. 이혼전력이 있는 현준이긴 하지만 어나이를 만난 것은 어디까지나 이혼하고 몇 년 시간이 지난뒤의 일이었고 어나이와 결혼후엔 둘 사이에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헌데 그런 현준이 얼마전 고등학교 동창과의 술자리에선 ‘안맞는다’느니 어쩌느니 이상한 소리를 내뱉더니 ‘현재’ 현준에겐 젊은 애인이 생겼다. 그것도 현준과 스무살 이상 차이나는 20대 초반의 이주희라는 여성이다. 원래 현준과 주희는 페이스북에서 서로 알게된 사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니 하는 SNS가 대중적 매체로 국내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게 대략 2천년대 후반 이후로 봐야할텐데 어느덧 2010년대 중반으로 접어든 시점. 사실 현준이야 사업하느라 늘 바쁜 사람이니 페이스북을 개설만 해 놓았을뿐 특별히 그것을 이용하거나 할 일은 없었다. 그래도 이따금 자신에게 페친신청을 하는 사람이 몇몇 있어 별다른 의심은 없이 그들의 페친신청을 받아주기는 해서 그 과정에서 알게된 여자가 이주희였다. 알고보니 이주희는 부모없이 혼자 자란 몸으로 현재는 인터넷에서 의상이나 화장품 따위를 파는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었고 그 홍보,판매의 맥락으로 SNS를 활용하는 중이었다. 뿐만 아니라 종종 이런저런 일상의 사진이나 영상 같은 것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긴 했었는데 그런 주희에게 현준이 호기심삼아 이따금 댓글을 남기거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런식으로 시작된 인연이 이젠 직접 만나보기까지 하며 정분이 나는 단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래도 아직 둘이 모텔방까지 드나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어둑어둑해진 시간. 으슥한 분위기의 서울 교외 모처에서 둘이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중이다. 

 “ 주희야... ” 

 뭔가 나름대로의 회한같은게 있는것일까. 탄식을 내뱉는 현준. 그런 현준을 주희가 의아하게 바라보는 가운데 현준의 말이 이어진다. 

 “ 주희 너 혹시...그런 이야기 들어봤니 ? 오시리스 신화라던가... ” 

 “ 오...뭐요 ? ” 

 일단 주희는 그런것에 별 관심은 없던 여자였는지 좀 의아하게 그와같이 현준에게 묻고 그런 주희를 그윽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는 듯 하더니 현준이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아저씨처럼 말을 이어간다. 

 “ 나도 그 이야기를 꽤 어릴 때 얼핏 들은게 전부였는데...여하튼 이집트 신화속 인 

  물이라더라. 대략 이집트의 왕 ? 혹은 신 ? 대략 그런 인물이었는데... ” 

 일단 현준도 뭐 특별히 고대신화라던가 그런데 평상시 관심이 있거나 했던 인물은 아니고 다만 학창시절이 되었든 언제였든 언젠가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있는지 그러나 그 내용에 대한 이해는 정확치 못했는지 일단 이런식의 말이 이어진다. 

 “ 그 오시리스를 시기한 어떤 악당들이 오시리스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며. 어떤 관 

  이라고나 할까...상자라고나 할까...그런 것을 만들어 이 안에 꼭 들어갈만한 사람 

  을 찾는다고 했지. 헌데 그 상자안에 오시리스가 들어간거야. 그 관...혹은 상자는 

  오시리스 몸에 딱 맞는 관이었던거지. ” 

 “ ...... ” 

 “ 헌데 알고보니 그 관은 악당들이 오시리스를 죽이려고 꾸민 음모. 사실 그 ‘몸에 

  꽉 맞는 관’이 실은 오시리스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길이었던거지. 그렇게 관안에 

  들어간 오시리스를 오시리스를 죽이려고 한 악당들이 그대로 그 관을 강물에 쳐넣 

  어 오시리스를 죽게 하는거니까. ” 

 “ 어머나...그런일이 있었어요 ? ” 

 일단 주희로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서인지 사뭇 신기하고 놀라운 일인 듯 흥미롭게 그런 이야기를 듣고있고 현준의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진다. 

 “ 뭐...신화속 이야기니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는거고...다만 그런 

  몸에 꼭 맞는관...혹은 몸에 꼭 맞는 옷 ??? 그게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이라는게 

  아저씨를 괜히 심란하게 만드는구나. ” 

 ‘몸에 꼭 맞는 옷’이란 말이 저 이집트 신화와 관련이 있는 이야긴지는 잘 모르겠다. 허나 여하튼 저 오시리스 신화와 관련되어서 ‘몸에 꼭 맞는 관(혹은 상자)’는 정작 오시리스를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존재였던 것. 헌데 그 이야기를 왜 하필 주희 앞에서 늘어놓는것일까. 현준의 말이 일단 계속된다. 

 “ 허나 몸에 꼭 맞는 옷이 되었든...그외 다른 무엇이 되었든...아저씨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구나. 몸에 꼭 맞는 옷...혹은 몸에 꼭 맞는 상대를 만난다는 것은 그렇 

  게 쉬운일이 아니란 것을. ” 

 “ 아저씨 부인이랑 무슨일 있구나 ? ” 

 나이는 어리지만 그런대로 눈치가 좀 빠른 여자인걸까. 주희가 그렇게 지레짐작처럼 묻자 현준이 순간 뜨끔하면서도 일단 의아해하며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이와같이 묻는다. 현준의 말이 이어진다. 

 “ 아저씨가...유부남이라고 말한적 있던가 ? ” 

 “ 뭐...어쨌든...아저씨 나이가 결혼은 충분히 했을만한 그런 나이인거잖아. ” 

 그러고보면 살짝살짝 반말투로 나오는 주희의 태도. 허나 나이어린 주희의 이런 모습이 현준은 되려 귀엽게 느껴지는것일까. 일단 그런 문제는 별로 개의치 않고 다만 주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고 볼을 살짝 꼬집어본뒤 현준의 말은 이어진다. 

 “ 솔직히 아저씨는 지금... ” 

 “ ...... ” 

 “ 너랑 어디 멀리 떠나기라도 하고픈 그런 심정이다. ” 

 “ 아저씨 왜 갑자기 그런 말은해 ? 무섭게끔... ” 

 어디 멀리 떠나고픈 심정이라는 현준의 고백이 심상찮게 들려져서인지 주희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지고 그런 주희의 손을 살며시 잡아보면서 현준이 이렇게 말한다. 

 “ 주희 넌 어떻게 할래 ? ” 

 “ 갑자기 뭘 ? ” 

 “ 아저씨가 만약 주희랑 단둘이 어디 멀리 떠나자고 하면 주희는 아저씨 따라줄수 

  있겠어 ? ” 

 “ 글쎄... ” 

 튕기는걸까. 아니면 조금 갑작스럽게 나온 현준의 말이라 쉽게 어떤 답을 내리진 못하는걸까. 일단 이와같이 망설이는듯한 반응을 보이는데 현준이 착잡한 심경으로 그런 주희를 바라보다 그만 그녀를 와락 안아본다. 

 “ 주희야... ” 

 “ 어머낫...왜 이래 아저씨 ? ” 

 다소 돌발스러운 현준의 이와같은 행동에 당황했는지 주희가 이와같이 나오고 현준이 아무래도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바로 주희에게서 몸을 떼며 사과한다. 

 “ 미...미안하다 주희야. ” 

 “ 갑자기 이렇게 하진 마. 너무 갑자기 그러면 내가 놀라고 당황하잖아. ” 

 한 10년-20년전만 해도 충분히 로맨틱한 분위기가 될 수 있는 행동도 요즘은 자칫하다 성추행,성희롱같은 문제가 발생할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 확실히 요즘 젊은 여자애들은 예전 여자들에 비해 다루기가 쉽지 않다. - 그래서 결국 실수를 깨달은 듯 현준이 바로 사과하긴 하지만 주희는 그렇게 살짝 짜증을 내면서도 뭔가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 아저씨... ” 

 그렇게 은근한 목소리로 현준을 부른 주희. 허나 현준은 현준대로 여러 가지로 혼란스럽고 심각한지 다소 괴로운 듯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기도 하고 그러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 아저씨... ” 

 그런 현준의 태도가 혹시 자신에게서 떠나려든 의도처럼 느껴진걸까. 되려 당황한 주희가 다급하게 현준에게 달려와 그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 그러지마...가지마 아저씨... ” 

 이제 되려 현준이 당황할 지경. 이 상황에서 어떤 대처를 어찌 해야할지 몰라 여전히 망설이는 듯 하고 주희가 현준을 와락 끌어안은 가운데 매달리듯 이렇게 애원한다. 

 “ 가지마 아저씨...그리고 나도... ” 

 “ ...... ” 

 “ 나도...아저씨...사랑해... ”  

 


 하루는 현준이 밤늦게 술에 많이 취한 상태로 귀가했다. 사실 보통 늦으면 늦는다고 사전에 간단한 문자정도는 넣어주던 현준이었음을 생각하면 웬만해선 잘 없던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 사실 70-80년대엔 집전화,공중전화밖에 없던 시절이니 없던 회식약속이 갑자기 생기거나 갑자기 급한 볼일(문상이든 기타 다른 용무든)이 생겼을 경우 중간에 빠져나와 집에 전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일수도 있어 이따금 벌어질수 있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일까. 밤늦게 귀가한 남편이 어나이를 속상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 왜 이렇게 늦었어요 ? 연락도 없이... ” 

 허나 술에 취해서 대꾸할 정신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아내가 성가시게 느껴지기라도 한걸까. 살짝 아내를 흘겨보던 현준이 방에 들어가 대충 옷을 벗어던진뒤 침대에 풀썩 쓰러지며 이렇게 말한다. 

 “ 나 심각하니 말시키지마라... ” 

 그리고는 이내 곯아떨어져버린 현준을 어나이가 어이없어 바라본다.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긴 하지만 이미 곯아떨어진 남편을 깨워봤자 무의미한 일이라 내일 날이 밝기를 기다려 따지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은 토요일이니 – 물론 개인사업을 하는것이지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일하는 것이 아닌 현준에겐 토요일이 별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 좀 한가치일테니 천천히 따질수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날이 밝아 현준이 술에서 깨어났는지 욕실에서 씻고 있었다. 물소리에 깬 어나이. 욕실에서 나오는 남편을 보며 말한다. 

 “ 대체 어젠 왜 그랬어요 ? 연락도 주지 않고... ” 

 “ 뭐...연락이야 깜빡하고 안 할수도 있는거지... ” 

 적당히 얼버무리며 넘어가려는듯한 현준. 허나 뭔가 상황이 생각보다 심상찮은것일까. 어나이가 대충 넘어가고 싶지 않은 듯 이렇게 따진다. 

 “ 간단하게 문자도 넣어주지 않고...도대체가 요즘 당신답지가 않아요.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 오늘따라 갑자기 왜 그래 ? 그리고 나답지가 않다니. 나 다 

  운게 도대체 뭔데... ” 

 아내의 이전같지 않은 이런 따져듬에 오히려 화가난것일까. 현준도 언성이 높아지고 다만 아침부터 괜시리 말싸움을 하고 싶진 않아서인지 적당히 상황을 얼버무리고 넘어가려 한다. 옷이라도 갈아입으며 대충 시간을 보내면 더 이상 말싸움은 길어지지 않겠지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어나이는 그녀 나름대로 뭔가 심각한 것 같다. 

 “ 당신 그러지말고 바른대로 말해봐요. ” 

 “ 뭐 ? 대체 뭘갖고 그러는건데 ? ” 

 “ 요즘 당신 설마 무슨일 있는거 아니죠 ? ” 

 “ 무슨일은...아니 내가 대체 무슨일이 있다고...회사일이야 늘 하던일대로 하는거고 

  ... ” 

 현준이야 그렇다쳐도 아무리 그렇기로 어나이도 설마 남편에게 무슨 여자문제 같은게 있을것이라곤 생각 안하는것일까. 일단 일과 관련된 문제려니 지레짐작하고 이렇게 묻는다. 

 “ 당신 사업은...별 문제 없는거죠 ? ” 

 “ 참...사람이 진짜...내 사업이야 여전히 별 문제없이 번창일로지...근데 그게 대체 

  왜 ? ” 

 “ 아뇨 되었어요. ” 

 남편의 태도가 거듭 이와같자 별다른 따질만한 틈도 보이지 않아서일까. 이쯤에서 어나이가 물러나려고 하는데 헌데 이런 아내의 태도가 되려 마음에 안들거나 공연히 마음에 걸리는것일까. 이번엔 현준이 어나이한테 따진다. 

 “ 당신이야말로...무슨 갱년기야 ? 아니지...나이 서른 좀 넘은 여자가 벌써 갱년기 

  일리는 없을테고... ” 

 “ 뭐라구요 ? ” 

 보통 나이 50이 넘어서 오는게 갱년기라고 하니 30대 초반의 어나이가 그런게 있을리는 분명 없다. 그래서 어나이가 더더욱 어이없다는 듯 나오고 현준은 아내를 좀 달래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번 다가와 그녀를 안아보기고 한다. 

 “ 너무 그러지마...우리 지금까지 행복하게 잘 살아왔잖아. ”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는것일까. 아내를 안은 현준의 눈이 묘하게 깜빡거린다. 어찌보면 어떤 내적 갈등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지금은 어쨌든 아내를 거듭 달래줘야겠다는 듯 토닥거리고 있는데 어나이를 보며 현준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당신 아이들도 그렇고...또 명수도 어느덧 사춘기니...당신이 좀 감당하기 힘들수도 

  있겠지...하지만... ” 

 “ 명수하곤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그래도 명수하곤 사이가 많이 좋아져있는 어나이니 그것만큼은 확실하게 남편을 안심시키려는 듯 이와같이 말한다. 현준 입장에서 진심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일단 아내가 그와같이 말하니 마음이 놓이는 듯 하다. 헌데 그러다 문득 현준이 뭔가 생각이 난게 있는 듯 이렇게 묻는다. 

 “ 아,참 그런데 당신... ” 

 “ ...... ” 

 “ 당신 고향이 OOOO라고 했었잖아. ” 

 남태평양 섬나라 출신인 어나이. 허나 가정사의 복잡한 문제 때문에 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그렇게 고향을 떠난것이라는 고백을 남편 현준에게도 못했던 고백을 현준의 아들 명수에게 한적이 있기도 하다. 여하튼 OOOO은 한국에선 직행 비행기가 있는것도 아니고 굳이 가려면 동남아의 다른 국가의 섬나라를 이용하거나 차라리 미국이나 카나다쪽에서 직행 비행기를 찾아보든가 최소한 비행기를 두 번 이상은 갈아타야하는 복잡하게 멀리 가야하는 그런 나라이기도 하다. 허나 오히려 어나이 입장에선 자기 고향에서 그렇게까지 먼곳까지 와 있으니 차라리 다행스러운 일로 생각되기도 할터. 어쨌든 어나이도 젊은여자와 결혼한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또 새엄마와 사이도 대체로 불편했는지 그래서 고향을 떠났고 아버지와도 그후론 아주 가끔 예의상 안부정도는 전하는 전화통화 두어번 한것뿐 그 외엔 거의 연락도 주고받지 않으며 살았다고 하지 않던가. 그만큼 어나이 입장에서도 그녀의 고향은 웬만하면 한국인 남편에게서 그리 자주 언급되지 않았으면 하는 불편한 존재일수도 있을터인데 조금 갑작스럽게 나온 남편 현준의 말. 어나이가 순간 당황하면서도 의아한 듯 남편을 보는데 현준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실은 아무리 그래도...당신과 결혼하면서 당신 가족...뭐 부모님이 안 계시더라도 

  하다못해 집안 어른이나 그런 사람은 있을 것 아닌가. 그런분들에게 인사도 제대 

  로 못드리고 그런게 마음에 걸렸어. ” 

 3형제중 둘째고 아버지가 4녀1남중 막내로 여하튼 전통적인 유교가풍이 강했을법한 그런 집안에서 자란 현준인지 이미 나이 40대 후반인 현준에게도 전 세계의 가족문화가 다 대한민국의 조선시대 같을것이라고 생각하는것일까. 어나이의 고향인 남태평양 섬나라의 가족제도 전통이나 문화가 어떻듯 어찌보면 유교식 고정관념의 틀 그대로 ‘집안어른’ 이런식의 말을 입에 담고있는 현준. 허나 순간 어나이가 불편해진 듯 화제를 돌리려 한다. 

 “ 전 없어요 그런거... ” 

 원래 명수가 이 집에서 같이 살게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실은 젊은 새엄마가 싫어 고향을 떠난것이란 고백을 했던 어나이가 아니던가. 허나 현준은 아직 그런 어나이의 진짜 가정사으 비밀은 모르는 듯. 여하튼 모처럼만에 현준은 어나이의 친정이나 고향을 신경쓰고 싶다는 듯 이렇게 나온것인데 되려 어나이가 불편한 기색을 느끼며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다. 

 “ OOOO이 뭐 한국같은줄 아세요 ? 어쨌든 우린 무슨 5대8촌이니 5대봉사니 그런 

  거 없어요. 한국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그런식의 가족문화는 없다구요 !!! ” 

 “ 아니, 근데 이 사람이...누가 뭐 그걸 물어봤나. 하지만 아무리 고아처럼 자랐어도 

  설마...갓난아기때부터 제 발로 걸어다니며 먹고사는 문제를 혼자 해결하며 살진 

  않았을거 아냐 !!! 하다못해 친척어른이든 아니면 고아원 선생님이든 그런식으로 

  당신 거둬주었을법한 그런 사람은 있었을거 아냐. 난 그걸 물어보는건데... ” 

 “ 어...어쨌든 전 그런거 없어요. ” 

 거듭 당황하며 어나이는 손을 내젓고 현준은 자기딴에는 아내를 위해준답시고 꺼낸 고향이나 친정문제 같은 이야기가 되려 아내 기분만 더 잡치게 만든 것 같가 기분이 더 떨떠름해진다. 공연히 심란해져 옷을 대충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간다. 어나이는 말없이 침대에 걸터앉아있다.



- 8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