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이렇게 이형진 아저씨(* 아버지 현준의 대학 선배)와 잠시 여행을 떠나게 된 명수. 다만 그렇게 멀리까지 간 것은 아니고 서울 인근의 대충 경치좋은곳에서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날이야 이제 한참 더워질때고 명수의 경우엔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을때이기도 하지만 그럴 때 이런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형진과 명수. 형진이 인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명수에게 주면서 인근 적당히 쉴만한 벤치에 앉아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명수야... ”
그런 형진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명수. 형진의 말이 이어진다.
“ 괜찮으니까 한번 명수 생각을 솔직히 말해볼래 ? ”
“ ...... ”
“ 새엄마랑 다시 같이 살게되는건 싫지 ? ”
아무래도 답하기가 난감한것일까. 명수는 여전히 답을 망설이고 있다. 그러자 형진이 마치 아이의 속마음을 대충 지레짐작 하겠다는 듯 이런식으로 말을 늘어놓는다.
“ 어쨌든...그렇게 명수와 피부색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외국사람이고...게다가 덩치
도 크고... ”
확실히 현재 나이 2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어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성인 한국여성에 비해 키는 큰 편이고 덩치는 마치 키 좀 크고 건장한 여자 농구선수나 배구선수를 연상케 할만한 건강미를 갖춘 그런 여성이긴 하지만, 여하튼 어린 초등학교 학생 눈엔 ‘덩치크고 뚱뚱한 아줌마’쯤으로 보일수 있을터. 그래서인지 형진이 다소 과장하듯 양팔까지 크게벌려보며 그와같이 말하는데, 명수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다가 이렇게 입을 연다.
“ 집에...들어갈께요. ”
“ 뭐 ? ”
순간 뭘 잘못 들었나 싶어 약간 당황한 형진.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은데 일단 명수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아저씨,아줌마 댁에서 계속 폐끼치는 것 같아서 그런거잖아요. 그러니 정 원하시
면 집으로 돌아가서 아빠랑 새엄마랑 그냥 같이 살께요. ”
“ 며...명수야... ”
아이가 지금 하는 말이 진심으로 여겨지지 않아서일까. 당황한 표정으로 형진이 거듭 명수를 이와같이 부르고 그러면서 형진이 아이를 달래듯이 말을 이어간다.
“ 아니...무슨...폐라니 당치도 않은 그런 소리를...걱정마. 아저씨가...정 명수가 새엄
마랑 사는게 싫거든 아저씨 집에서...누나들(형진의 딸들)이랑 같이 살면서...그렇게
명수 대학까지 보내주고 그렇게 할수도 있어. 그러니 그런건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사실 이런말을 하는 형진이야말로 스스로도 진심인지 혼란스러워질 지경인데 여하튼 명수가 자신의 이런 모습에 상처를 받거나 해서 일부러 그런식으로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아이의 진심이 아닌 것 같아 이런 말을 입에 담는 것이다. 헌데 여태까지 우울하게 말하던 명수가 갑자기 목청을 높여 사뭇 당당해 보이게끔 자기 생각을 말한다.
“ 저 괜찮으니까 상관없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정히 원하시면 저희집으로 돌
아가서 아빠랑 새엄마랑 살거니까 그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
무엇보다 어나이를 ‘새엄마’라고 부르는 명수. 그래도 그동안 조금은 자라서 이러는 것인지 아니면 어차피 딱히 다른 부를만한 호칭도 없어 이러는것인지. 여하튼 별다른 거리낌없이 어나이를 ‘새엄마’라고 부르고 있는 명수를 보니 형진도 좀 기분이 묘해지기도 하고. 일단 그런 명수를 보며 형진의 말은 다시금 이어진다.
“ 명수야...혹시 마음에 없는 소리거든...일부러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말했잖아.
명수가 정히 집으로 돌아가는거 싫으면 그냥 아저씨 집에서 계속 같이 살면서...대
학 들어갈때까지 아저씨가 명수 맡아줄수 있다구... ”
사실 이쯤되면 형진 스스로도 자신의 마음이 어떤게 진심인지 판단이 안 갈 지경이다. 내 마음을 나 자신도 모르겠다는게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 사실 애초에 현준과 이야기를 나눌때도 애초 아이를 맡겨달라고 부탁한 3-4년의 시간이 다 가고 있는데 이제 어떡할거냐고 말한 것이 이렇게 상황이 진행된것이고 아내 현정도 계속 자라고 있는 명수를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외국인 새엄마와 함께 살아야하는 그런 환경으로 명수를 보내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아 혼란스러워 하는 중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대학까지 보내줄수 있다’는 식의 형진의 말. 어쩌면 진심이 아닐수도 있고 사실상 내심 명수가 조금이라도 상처를 덜 받고 자기집으로 돌아가는쪽으로 일이 진행되도록 바라고 있었던것일수도 있다. 허나 전혀 뜻밖에 명수가 되려 먼저 ‘자신은 상관없으니 걱정말라’며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그러니 형진 입장에서 되려 명수의 이 말이 진심이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처음엔 명수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쉽지 않은일이 될것만 같아 걱정하던 형진이 이제 되려 자신이 더 앞장서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명수를 걱정해야할판. 그야말로 이형진 스스로도 어떤게 자신의 진심인지 모르겠고 명수의 태도도 과연 진심인지 믿어지지 않아 그야말로 어떤게 참이고 거짓인지 판단이 서지않는 혼란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한 장면이라고 해야할판이다. 다만 유원지에서 시간을 좀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명수는 차안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 어떻게 하기로 하셨어요 그래서 ? ”
일단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내 현정은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아침부터 외출한 의도를 아는터라 더더욱 걱정되고 궁금해져 이와같이 물었고 그런 아내를 보며 형진은 한숨을 내쉰뒤 이렇게 말한다.
“ 돌아가겠다고 하더군. ”
“ 네에 ? ”
순간 현정도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뜻밖인 듯 놀라는 모습이고 그런 아내를 보며 형진의 말이 이어진다.
“ 애가 진심으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제 입으로 분명히 그렇게 말한 것
은 사실이야. 제 집으로 돌아가 살겠다고 하더군. 심지어 어나이 그 여자를 ‘새엄마
’라고까지 호칭하면서 말이야. ”
여하튼 일이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명수를 원래 제 집인 현준의 집으로 보내는 일은 자연스럽게 진행이 되었다. 일단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상 더 망설이거나 지체할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다만 역시 걱정되는 것은 결국 어나이의 반응이었다. 어나이가 이렇게 펄쩍뛴다.
“ 싫어요 !!! 어떻게 그럴수가 있어요 ? 저하곤 일절 상의도 없이 ? ”
오히려 불과 며칠전 형진의 집을 방문해서 그 소동이 벌어졌을때는 그 자리에서 직접 아이를 데려가겠노라 말했던 어나이 아닌가. 그럼 되려 그날일이 진심이 아닌 억화심정에서 나온 소리였단 말인가. 현준이 더욱 당황해 어쩔줄을 모르는데 어나이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흐느끼기까지 한다.
“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요. 어떻게 다들...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없이...어떻게 나만
왕따시킬수가 있냐구... ”
‘왕따’라는 단어와 의미를 어디서 들은적이 있는지 심지어 그런 표현까지 입에 담으며 울고있는 현준. 아내 어나이가 이렇게까지 반발하리라곤 미처 예상못했는지 현준은 눈앞이 캄캄해질 지경이고 일단 어떻게든 아내를 달래보고자 진땀을 빼고 있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게 된 명수. 전에 살던집도 아니고 명수가 형진에게 맡겨지고 어나이가 첫 아이를 출산했을때쯤 이사온 새집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되려 명수로선 낯선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 집. 게다가 남태평양 출신 새엄마 어나이가 그 사이 아버지 현준과의 사이에 낳은 두 아기까지 있는 그런집이 아닌가. 일단 명수가 쓸 방은 그래도 그 사이 현준과 어나이가 잘 정돈을 해놓긴 했지만 되려 명수는 낯선 느낌이 들어 첫날밤(집에 돌아온 첫날밤)엔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을 지경이다. 그리고 다음날. 마침 쉬는날이긴 했는데 사업을 하는 아버지 현준은 토요일임에도 일이 있어 외출을 했고 그런 상황에서 거실에서 TV를 보며 쉬고있는 어나이를 먼발치에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여하튼 어나이도 한국에서 생활한지 3년만에 현준을 만나 사귀게 되어 결혼한것이고 그 결혼 생활이 벌써 3년에 이른것이니 한국에서 생활한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터. 한국어 실력도 어느정도 늘었고 또 TV 프로그램 내용도 그런대로 이해를 할만한 상태일터이니 방송내용을 전혀 못알아듣지는 않을터이다. 그래서인가. 그런대로 TV 시청에 열중해있는 어나이를 명수는 어색한지 혹은 두렵기라도 한 것인지 그저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집 자체가 이전에 살던 집보다 10여평 정도가 더 큰 40평 가까운 크기의 집이니 방에서 나와 거실 한가운데서 TV를 시청하고 있는 어나이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기는 하다. 허나 그렇더라도 형진의 집보다는 오히려 평수가 작은 편이기도 한데, 어찌되었든 그 정도 거리에서 어나이를 지켜보고 있던 명수. 그제서야 한참 TV 시청에 열중하고 있던 어나이가 명수를 의식한 듯 그쪽을 바라보았다.
“ 어...명수 ? ”
막상 그렇게 명수를 자신들의 집으로 데려와 키우는 것으로 결론이 나자 한바탕 울며불며 난리를 치기도 했던 어나이지만 일단 명수가 들어온 첫날인 어제는 별다른 문제나 사고는 없이 무난하게 지나갔다. 아니면 아직까진 특별히 명수와 어나이 사이에 부딪히거나 할만한 일은 없을만한 그런 시간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애초 어나이를 처음 봤을 때 ‘검둥이 아줌마’ 싫다며 무작정 울고불고 하던 그 2학년 어린나이 명수보다는 많이 자란 상태라서일까. 딱히 어나이를 싫은것도 그렇다고 좋은것도 아닌 그저그런 무표정한 얼굴로 어나이를 바라보고 있는 명수. 여하튼 그제서야 명수가 자신을 먼발치서 지켜보고 있음을 의식한 어나이가 그를 부른 것이다.
“ 왜요 ? 나한테 할 말이라도 있어요 ? ”
“ 아...아뇨. ”
어나이가 일단 명수를 오라는 듯 손짓하고 명수가 그쪽으로 다가가긴 한다. 생각해보면 두 사람의 이와같은 가까운 대면은 3년전의 그 소동 이후 사실상의 처음 아닌가. 따라서 어나이도 그때 그 일이 여전히 가슴 한켠에 걸리는 일이기도 할터. 그래서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 나...무서워요 명수 ? ”
일단 어린아이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이유탓에 반말은 하지 못하고 있는 어나이. 그런식으로 질문을 건네는 어나이를 보며 명수가 차분하게 답한다.
“ 아뇨. 괜찮아요. ”
“ 그땐...나 처음에 봤을 때 무서워 했었잖아요. ”
“ 그...그때는... ”
어떻게 대답을 해야하나. 5학년 명수도 이럴땐 참 난감하고 고민이 될 터이다. 그래도 그동안 자라면서 말솜씨도 어느정도는 늘었던것일까. 이런식으로 답을 하긴 한다.
“ 그땐...죄송했어요. 그때는...제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
“ 하하...참... ”
어쨌거나 20대 후반의 성인의 눈에 초등학교 5학년은 아직 어린 아이다. 그런 아이가 2학년이든 5학년이든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랬다는 말이 어나이에겐 좀 어이없게 들리는것일까. 그렇게 실소를 머금기까지 하고. 어나이도 아이한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까 난감하긴 한데 그런 어나이를 보며 명수가 다시금 이렇게 말을 건넨다.
“ 그땐 정말 죄송했어요. 다시한번 사과 드립니다. 그리고... ”
“ ??? ”
“ 아...앞으로는 새엄마하고 잘 지낼께요. ”
‘ 새엄마 ? ’
사실 명수가 형진의 집에서도 어나이를 지칭할 때 ‘새엄마’란 표현을 쓰긴 했었다. 어차피 다른 호칭이 마땅한게 있는것도 아니고 게다가 ‘그여자’니 뭐니 이런 표현도 초등학생 어린 아이로선 건방지고 무례한 표현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새엄마’ 외엔 어차피 딱히 무난한 호칭을 찾기도 어려웠을터. 허나 어나이 입장에선 생각보다 아이에게서 쉽게 새엄마라는 표현이 나오자 놀라거나 감동을 했다기 보단 오히려 당혹스러워질 지경이다. 어나이가 그련 명수를 보며 말을 건넨다.
“ 그래요 뭐...나도...명수와 잘 지내고 싶지...딱히 나쁜 감정은 없어요. 그러니 우리
앞으로 잘 지내요. ”
어찌보면 매우 상투적으로 보이고 마지못해 하는것만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 어차피 잠시후 점심시간이기도 해서 어나이가 명수에게 간단한 점심을 차려주긴 한다.
“ 명수는...어떤걸 좋아해요 ? ”
어차피 이럴 때 아이의 취미나 기호 이런거라도 알아두는게 좋겠다 싶어 자연스레 이렇게 말을 건네는 어나이. 헌데 명수가 좀 당돌한 질문을 한다.
“ 새엄만...남태평양에서 왔다면서요 ? ”
“ 네 ? 그래요. 근데 그게 왜요 ? ”
여하튼 첫인상에서부터 흑인 아줌마 싫다며 그 난리를 쳤던 명수가 아닌가. 허나 그런 명수가 굳이 그런 자신의 출신을 묻는게 괜시리 마음에 걸리기도 하는 어나이. 허나 이어지는 명수의 말은 좀 더 뜻밖이고 엉뚱했다.
“ 그럼 한국음식 입에 잘 맞지 않을수도 있겠네요 ? ”
“ 아...하하하... ”
그야말로 ‘난 또 뭐라고...’ 그런 생각이 드는 아이의 질문이라고나 할까. 무엇보다 5학년 명수도 그런식의 이야기 – 외국인은 한국음식 입에 잘 안 맞을수도 있다는 – 는 얼핏 듣기라도 했는지 어찌보면 어나이가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 듯 이렇게 물은 명수이기도 한데 어나이는 어차피 뭐 아이고 앞으로 계속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면 굳이 숨기거나 할 일은 아니라는 듯 솔직하게 답한다.
“ 사실 쌀하고 김치가 주식인 한국음식...처음엔 많이 당황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
“ ...... ”
“ 그렇다고 마땅히 여기서 제가 살던 OOOO 음식을 찾아보려 해도 찾기가 쉽지가
않았어요. 그러니 뭐...체념했다고나 할까... ”
사실 일반적으로 어떤 나라에서 외국식당이나 외국 음식을 파는곳이 있다고 해도 결국 그 나라와 교류가 잦은 그런 나라의 음식이나 식당이라야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것이지 – 가령 우리의 경우 미국이나 일식,중식이라던가 동남아의 태국이나 베트남 혹은 인도음식 정도 – 평상시 교류도 별로 없는 나라의 전통음식 같은 것을 일부러 팔거나 하는곳은 거의 없다고 봐야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 교류는 거의 없다고 봐야하는 남태평양 섬나라의 전통음식이나 그런 것을 파는곳은 한국에선 사실상 없다고 봐야할터. 그래서인지 어나이는 그런쪽의 고충을 그런대로 솔직하게 토로하기도 한다.
“ 그래서...솔직히 처음엔 많이 힘들었지만...그냥 제가 적응하기로 한거죠 뭐...로마
에선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도 있는것처럼... ”
그런식으로 말하는 어나이에겐 나름 어떤 비애나 슬픔같은게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 아이 앞에서 그렇게 솔직하게 다 털어놓을 이야기는 아닌 것 같은데 – 그만큼 어나이도 아직 어리고 철이 없는 것으로 볼수도 있는것이고 – 그래서인지 살짝 드리워진 눈물을 닦아내고는 어나이의 말은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사실 한국 김치는 여전히 저도 입에 안 맞아요...맵고 쓰고...별로더라구요. 하지만
오이나 시금치 그런건 그래도 그런대로 먹을만 하더라구요. 두부요리도 그렇고... ”
다행히 어나이가 적응한 한국음식이 있다고 하니 그건 명수에게도 더 나아가 명수의 아버지 현준에게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봐야할판이다. - 어나이가 남태평양 출신이라고 하지만 그런 어나이가 한국까지 와서 직장생활을 하다 현준을 만난 것이 아닌가. 따라서 사업을 하는 현준도 종종 이웃나라인 일본이나 중국 경우에 따라선 미국을 갈일도 종종 있긴 하지만 그 먼 남태평양 섬나라까지 굳이 갈 일은 거의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그런식으로 어나이와 명수 사이에 대화의 물꼬는 트였다고 봐야할 것이다. 다만 그 이후 명수의 좀 이해할수 없는 행동이 한동안 이어졌다. 가끔 그런식으로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혼자 TV를 보고 있거나 방에서 자기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어나이를 먼발치서 장시간 바라보는 일이 이후에도 종종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이런 행동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지 어나이가 이렇게 말했다.
“ 명수...왜 그래요 ? ”
“ ...... ”
“ 할말 있으면 어려워말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요. 그렇게 어려운 부탁 아니면 웬만해
선 들어줄수 있으니까. 아니면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거에요 ? ”
아이의 이런 모습이 걱정되어서인지 어나이의 질문이 이와 같았지만 명수는 그런 어나이만 여전히 빤히 쳐다볼뿐이었다.
현준이 새로 이사한 40평 가까운 규모의 새 아파트. 여기엔 방이 총 4개가 있다. 이중 가장 큰 방을 현준과 어나이 내외가 침실로 쓰고 있고 그 바로 건너편에 어나이가 자신의 아이 둘을 키우는 방이 있다. 그리고 거실과 부엌을 가운데 두고 그 건너편에 여분의 방 두 개가 있는것인데 그중 한 방을 명수가 쓰게된 것이다.
3년반만에 다시 아버지와 살게 된 명수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전에 살던 30평이 채 안되는 규모의 아파트에선 아버지 현준과 단둘이 살았고 지금은 새엄마 어나이에 그 어나이가 낳은 두 동생까지 모두 다섯식구가 된 셈. 배로 늘어난 가족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전 집보다 큰 평수의 집이라서인지 명수가 쓰게 된 방은 이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방은 물론 형진의 집에서 살 때 쓰던 방(원래 창고용으로 쓰던 방)보다도 더 컸다. 그래도 3년사이 명수도 어느정도 자랐지만 명수의 자란 키보다도 더 커진 방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5학년 명수가 체감으로 느끼기에도 이전에 살던 집에서 쓰던 방보다 커보이는건 분명했다.
그래서일까. 사실상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서 살게된 모양새나 다름없는 명수라서인지 한동안은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뒤척이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한 며칠 지내다보면 그런대로 적응이 되고 익숙해지겠지 싶었는데, 그러기를 어느정도가 지난 어느날이었다. 그날도 밤늦게까지 쉬이 잠을 못이루다 자정을 넘겨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헌데 야릇한 광경이 하나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고보면 비슷한 꿈을 아버지와 다시 살게되기 직전 형진의 집에 있을때도 한번 꾼 것 같은데 그때와는 분위기가 뭔가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뭔가 물체나 형상이 제대로 파악이 안되는 가운데 여하튼 무슨 기둥이나 다리 혹은 발 같은 모양새의 사물을 보며 의아하기도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는데, 이번엔 확실히 그 사물이 보였다. 사람의 형상은 분명했고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육중한 원형의 나무기둥 같은 모양새라고나 할까. 그런 사람의 다리 같은 것을 자신이 만지작거리다 아래쪽으로 가면 발이 보였다. 갈색 나무기둥같은 다리 밑에 마치 묘한 형상을 이루며 연결되어있는 분홍색 발. 뭔가 이상하다 싶어 위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 허억~~~!!! ’
그러다 놀라 눈을 떴다. 아랫도리가 흥건히 젖었고 온 몸이 땀 투성이었다. 이대로 뭘 어찌해야하나 안절부절하다 명수는 일단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불속에 몸을 숨기고 뭘 어쩌지 못한채 안절부절 하고 있었는데.
“ 명수...명수 학교 안 가요 ? ”
어나이가 그런 명수를 깨우려고 방에 들어왔다. 이젠 확실히 자신이 엄마없이 아빠랑 단둘이 사는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대학선배인 이형진 아저씨네 집에서 사는것도 아니다. 그것이 실감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새엄마든 무엇이든 여하튼 ‘엄마’라는 존재가 자신을 깨우기 위해 방으로 들어오는 순간 아닌가. 허나 그래서 더더욱 안절부절하며 어쩔줄 모르고 있는 명수. 그런 명수의 이불을 어나이가 살짝 들춰보았다.
“ 명수...거기서 뭐해요 ? ”
뭔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고 어나이도 느낀것일까. 일단 그저 잠결에 아이가 이불속으로 들어가버린 그런 형상은 아니다. 그냥 이불속에서 잠들어있으면서 뒤척이고 있다고 생각하기엔 덮여진 이불의 형국하며 꿈틀거림이 그리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의아해서 한번 들춰본 어나이. 그러자 명수가 더더욱 기겁을 한 것이다.
“ 허헉... ”
허나 명수의 그런 모습에 더더욱 놀란 것이 어나이다. 얼굴이며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어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눈물인지 콧물인지 분간이 안가는것도 명수의 눈자위에 잔뜩 묻어있었다.
“ 명수...명수 왜 그래요 ? 어디 아파요 ? ”
“ 아...아니 저... ”
변명하기 참 난감한 명수는 그저 손을 내저으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고 놀란 어나이가 명수의 이마를 한번 손으로 짚어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안되겠다는 듯 어나이가 이와같이 말한다.
“ 명수...어디 아픈거에요 ? 나랑 같이 병원에 가죠. ”
아무리 생각해도 명수가 어디 아픈것처럼 판단이 된 어나이가 오늘 학교 결석하라고 하고선 바로 병원으로 데려갔다. 사실 어나이가 한국에 산지가 어언 6년 세월이긴 하지만 그렇더라도 명수를 혼자 병원에까지 데려다줄수 있을 정도로 길에 익숙한지는 좀 의문이긴 한데 여하튼 인근 가까운 병원에라도 명수를 데려가본 어나이. 대충 짐작(?)했겠지만 ‘신경성 스트레스’라는 진단이 나왔다.
“ 명수...무슨 고민이 있어요 ? ”
“ 아...아뇨 고민은요...그런건 없어요. ”
명수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아침에 그렇게 흠뻑 땀에 젖은 모습. 그리고 병원에 데리고가보니 나온 ‘신경성 스트레스’라는 진단. 자연히 그런 판단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명수가 그렇게 신경이 쓰이고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문제가 과연 어떤게 있을까. 그걸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어나이가 고민이 되지 않을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어나이가 명수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명수, 그러지말고 고민이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봐요... ”
“ ...... ”
“ 엄마라고 생각하고...어려워 생각말고 말해봐요 명수. ”
스스로를 ‘엄마’라고 칭해본 어나이. 사실 자신의 입에서 스스로 이런식의 표현이 나오는것에 어나이도 놀랐다. 물론 명수가 먼저 어나이를 ‘새엄마’라고 부르긴 했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마땅히 부를만한 다른 호칭이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일이었을수도 있고. 자신을 엄마처럼 생각하고 고민을 말해보라니. 명수도 어나이도 순간 기분이 묘해지는 순간이다.
“ 저어... ”
“ 말해봐요 명수. ”
“ 그럼...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 돼요 ? ”
무슨 생각에서일까. ‘고민이 있으면 말해보라’는 어나이의 말에 사실 명수는 그 앞에서는 바로 솔직하게 답을 하진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어느정도 지났을때쯤 명수가 이렇게 어나이에게 다가와 말한 것이다.
“ 새엄마가...저...재워주세요. ”
“ 예 ? ”
순간 놀란 어나이. 무엇보다 두 사람은 이미 3년전 원래는 현준이 (그것도 선배 형진의 귀띰으로 인해) 어나이와 명수가 친숙해질 시간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명수가 어나이에게서 엄마정을 느낄수 있을만한 사건을 만들어보기위해 명수가 잠든 밤에 그녀를 몰래 데려와 아이 옆에서 자게하는 그런 장면을 연출해내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헌데 그때는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어있던 명수가 눈을 뜨고는 어둠속의 어나이를 보고 기겁을 해버렸던 그런 일이 있던 두 사람이다. 물론 명수나 어나이나 3년전 그 일을 잊지않고 생생하게 기억을 하고 있을터. 그래서 어나이도 순간 놀라고 황당했지만 이런 부탁을 하는 명수도 순간 기분이 묘해지긴 마찬가지다.
“ 솔직히...많이 힘들었어요. 그리고...누구에게라도 의지하고 기대고 싶었는데... ”
초등학교 5학년짜리의 이 정도 어휘력을 온전하다고 볼수 있을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신의 복잡하고 어지러운 심경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아무렴 지금의 명수가 무척이나 힘들고 차라리 진짜 속마음이라도 속시원히 털어놓고 기대고 의지하며 마음껏 울고싶은 그런 존재를 갈망하지 세상 속편하고 속없이 살고 있진 않을 것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나오는 명수. 그래서 어나이가 놀란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 그래서 지금...날더러 재워달라고 하는거에요 ? ”
명수를 이해할수 없다기 보단 3년전 그 일이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듯한 어나이의 모습. 무엇보다 3년만에 이런 갑작스러운 심경변화는 어나이는 물론 다른 누구도 쉬이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명수가 그런대로 납득이 가는 설명을 덧붙인다.
“ 그땐...어릴때고 아무것도 모를때라 그런거고...지금은 그냥...누구에게라도 의지하
고...싶어요... ”
그리고는 정말 울음이라도 터트릴것만 같은 모습이 되는 명수. 당황한 어나이가 일단 상황수습은 해야겠다는 생각에 명수를 와락 안아주고 명수가 ‘으아아앙~~~!!!’ 하며 그 품에서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다. 명수의 이런 태도에 무척이나 놀라면서도 뭔가 혼란스럽기까지 한 어나이. 살찍 묘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결국 명수의 방에서 그를 재우게 된 어나이. 초등학교 5학년이면 어쨌든 아직 어린아이라고 볼수 있으니 20대 후반의 어나이 입장에서도 크게 거리낄 것은 없었다. 다만 여전히 가슴 한켠에 걸리는 것이 있는지 아이에게 이와같이 묻는다.
“ 명수... ”
“ 네, 새엄마. ”
다른건 몰라도 어나이에게 ‘새엄마’란 표현을 망설임 없이 잘 붙이는 것을 보면 명수에게 어나이에 대한 벽은 많이 허물어진 듯 하다. 허나 어나이 입장에서 오히려 명수의 이런 태도변화가 좀 갑작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쉬이 믿겨지지가 않아서일까. 명수에게 다시금 이와같이 묻는 것이다.
“ 정말...지금은 나 괜찮은거에요 ? ”
“ 네. ”
어나이의 물음에 나지막하지만 또렷하게 대답하는 명수. 어쨌든 명수의 이런 태도가 거짓은 아닌 듯 해보여 어나이도 한번 명수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건넨다.
“ 명수... ”
“ 네, 새엄마. ”
거듭 어나이를 새엄마라 부르고 있는 명수. 어나이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명수에게 한번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
“ 어떤 이야기를요 ? ”
아이에게 좀 더 친근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일까. 명수의 손을 살짝 잡아보기까지 한 어나이. 그리고 그녀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실은...나한테도 새엄마가 있어요. ”
“ 예 ? ”
이런것도 일종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명수는 물론 그 아버지 현준. 그리고 현준의 대학선배 이형진 내외까지 포함에서 어쩌면 대한민국 땅에서 어나이를 알고있는 그 어떤이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 어나이의 가정사의 비밀이 처음으로 공개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어나이의 말이 차분하게 이어진다.
“ 헌데 저같은 경우엔...엄밀히 말해서...‘새엄마 밑에서 자랐다’ 이렇게 말할 수는 없
고...여하튼 저 고등학교 다닐 때 아버지가 재혼을 하셔서...젊은 새엄마가 생겼었어
요. ”
명수 입장에서도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뜻밖의 이야기라서인지 무척이나 놀라는 반응이고 그래서일까. 공연히 긴장된 표정으로 어나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어나이의 말이 계속 이어진다.
“ 그분은...아마 저희 아버지랑 스무살 차이인걸로 알고 있어요. 뭐 저도 명수 아버
지와는 열다섯살 차이지만... ”
“ ...... ”
“ 저도 뭐 한참 사춘기이고 그럴때라서인지 저하고 열 살차이도 나지 않는 그런 젊
은 새엄마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
어나이도 그녀 나름대로의 어떤 회한이 있는것인지 살짝 눈에 눈물까지 고인다. 잠시 스스로를 진정시키고 그녀의 말은 계속된다.
“ 실은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OOOO(* 어나이의 고향인 남태평양
섬나라 국가)을 떠난거에요. 마침 그 무렵 저희집안 사정을 잘 알고 계시고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일을 하시는 아버지 친구분의 추천이 있기도 했지만... ”
애초 현준에게 그런말을 한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미국을 오가며 일을 하는 어떤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에 미국으로 건너가 직장생활을 시작한것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굳이 자기나라를 떠나 먼 미국까지 – 아무리 미국령이었던 섬나라라고 해도 – 가서 일할 필요가 있었던것인지. 사실 그 부분도 의아하지만 그 미국에서 5년정도 일하다가 다시 이번엔 한국인 지인을 하나 알게되어 그 지인 소개로 이 먼 한국땅까지 오게된 어나이. 그렇게 한사코 자기나라에서 멀리 떨어진 그런곳을 역마살이라도 낀 듯 돌아다니며 성인시절을 보낸 그녀에게 그런 가정사의 비밀이 있을줄이야. 초등학교 5학년 명수에겐 쉽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성인 입장에서 본다면 그녀의 상처와 회한이 그런대로 이해가 갈만한 그런 사연이긴 하다. 어나이의 말이 계속된다.
“ 그리고 아마...아버지가 재혼한 젊은 새엄마가 저 OOOO 떠나고 얼마 안가서 아
이를 낳은걸로 알아요. 아버지와 전화통화는 OOOO 떠나고 나서 두어번 정도 주
고받긴 했는데... ”
그 과정에서 여하튼 자기 가족의 그 사이 변동사항을 알게되었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 여하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어나이에게 그 1-2년전쯤 생긴 나이차이 얼마 안나는 젊은 새엄마가 있는데, 그 새엄마는 어나이가 떠나고 얼마 안 지나 아이를 낳았다는 것 아닌가. 그래도 어나이와 함께 지낼때는 아이를 낳지 않다가 어나이가 떠난뒤 아이를 가진 것을 보면 그녀도 그런대로 어나이에 대한 배려심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분석도 가능할 것 같다. 허나 어쨌든 어나이 입장에선 얼굴도 한번 보지못한 스무살 가까운 차이나는 이복동생이 하나 생긴셈인데, 그리고 어느덧 나이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어나이. 그런 어나이가 지금은 또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열다섯살 연상의 한국인 이혼남과 결혼 이와같이 살고 있으니 이 또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어나이의 좀 더 솔직한 고백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사실 그래서...막상 내가 이런 선택을 하고 나서...속마음이 많이 복잡하기도 했어
요. 나한테도 새엄마가 있었고...그 젊은 새엄마와 잘 지내지도 못한채 고향을 떠난
것인데...그런데 그런 내가...명수 아빠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는게... ”
그것도 심지어 국적도 다른 이혼남과 그 아들까지 졸지에 거두게되는 처지에 놓인 어나이가 아니었던가. 일단 처음엔 아무래도 명수의 거부반응이 심한 것 같아 아이를 일시적으로 현준의 학교선배 형진의 집에 맡기긴 했지만 그 명수를 이젠 다시 어나이가 거두어 키워야할판. 따라서 이렇게 된 상황에서의 어나이 심경도 여러 가지로 복잡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사실 뭐...처음 명수를 보았을땐...그냥 명수가 어리고...또 어려서 엄마를 잃었다
는 것은 저와 비슷한 처지기도 하고...그래서 잘해주고 싶다...그런 생각도 들었었
어요. ”
명수가 너무 조용하고 대꾸가 없어 혹시 잠든게 아닌가 싶어 아이를 바라보았다. 허나 일단 아이는 아직 잠들진 않았고 멀뚱멀뚱 눈을 뜬채 어나이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보면 어나이의 사연 이야기는 대충 마무리 단계인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일까. 초등학교 5학년 명수에게도 어나이를 이해할수 있는 마음이 조금은 일어나는것인지 어나이를 이렇게 불러보기까지 한다.
“ 새엄마... ”
다시금 그녀를 이와같이 부른 명수. 다가와서는 그녀의 품에 안긴다.
“ 앞으로...제가 잘 해 드릴께요. ”
“ ...... ”
“ 그대신 새엄마도...저한테 좋은 새엄마 되어 주세요. ”
여하튼 그동안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마음의 장벽이 이렇게 풀리는 셈이니 좀 갑작스러워 보이긴 해도 그런대로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해야할판이다. 어나이가 명수를 한번 품에 꼭 안아보고 명수가 그런 어나이의 젖가슴에 코를 살짝 박아본다. 3년전엔 그렇게 기겁하던 검은진주빛 피부 새엄마의 품에 황인종인 한국인 초등학생 명수가 이렇게 안겨있는 것이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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