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사실 형진이 후배 현준에게 좀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이렇게까지 나오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실은 얼마전 아내와 나눈 대화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형진의 아내는 남편에 비해선 한단계 먼 인연의 사람이라서일까. 명수가 후배의 아이인 형진과 남편 후배의 아이가 되는 이형진의 아내 민현정 여사 입장에선 명수를 대하는 감정이나 태도가 다소 멀 수밖에 없는 입장의 여자다. 그렇다고 현정이 무슨 명수를 구박한다던가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딸도 셋이나 되고 또 그 딸들도 나날이 자라는 상황에서 명수까지 계속 떠맡는게 부담스러운 듯 그 문제를 진지하게 남편과 상의한 것이다.
“ 여보, 이제 어떻게 생각하실 작정이에요 ? ”
애초 현준이 형진에게 아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한 시간이 대략 3-4년 정도다. 허나 그렇다고 애매하게 그런식으로 말하긴 뭣해서 일단 ‘3년’에 더 무게중심을 두어 말한 셈이긴 한데 허나 이게 무슨 돈을 주고받고 하는 계약관계도 아닌데 ‘만 3년’이든 3년 몇 개월이든 그렇게 팍팍하게 따질 사안은 아니다. - 또 현준과 형진의 그간 정리가 그런 사이도 아니고 – 허나 어쨌든 명수가 그렇게 형진의 집에서 살게 된 것을 아이가 어나이로 인해 그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난 뒤인 대략 2학년 여름방학 무렵쯤으로 본다면 여하튼 그때부터 3년의 시간은 이미 거의 다 지나가고 있는 상태다. 일단 대충 금년 연말까지를 ‘약 3년’의 시간으로 봐준다 치더라도 아이가 6학년이 되는 내년까지 이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좀 곤란한 듯 형진의 아내 현정이 이와같이 나온것인데 따라서 그런 아내 앞에서 형진의 처지가 난감해졌던 것이다.
“ 나 솔직히 그 여자 진짜 이해가 안가요. 당신 후배가 아니라...외국인이라는 그 젊
은 후배의 아내가 이해가 안 간다구요 !!! ”
무엇보다 어나이가 최근 둘째를 출산했다는 이야기 정도는 남편 형진으로부터 충분히 들었을만한 여자. 그래서일까. 이해안간다는식의 현정의 언성은 좀 더 높아지고 있다.
“ 나도 이게 명수 저 아이가 걱정돼서 하는 소리에요. 내가 무슨 생각없이 내뱉는
이야긴줄 아세요 ? 아닌말로 이런 상황에서 명수가 자기집으로 돌아간들 그 여자
밑에서 명수가 배겨낼수 있겠냐구요 ? ”
사실 현정이야 남편 형진과 함께 부부동반으로 어나이를 만나본적도 있고 두 사람의 결혼식도 참석을 했었다. 따라서 여하튼 남편 후배내외라는 인연으로 어나이와의 면식은 전혀 없지는 않은터. 다만 어나이라는 여자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을만한 사이는 아니고 그저 형진으로부터 전해 듣게되는 현준 내외의 근황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 이런식으로 나오는 것이다.
“ 생각해봐요. 어쨌든 어나인지 뭔지 그 여자...뭐 한국말이야 그래도 그럭저럭 하
는 것 같으니...지금이야 명수와 말이 안 통하지는 않겠지만...지 애들 키우기도 벅
찬 젊은 여자가 명수가 눈에 들어오기나 하겠냐구요. ”
물론 어나이야 현준과 한참 결혼말이 오갈 때 이미 한국에 들어온지 3년 이상이 지난 여자고, 따라서 한국말이 다소 서툴긴 했어도 그런대로 말이 통하는 수준인 그런 여자이긴 했다. 허나 지금 문제가 그게 아니지 않는가. 여하튼 피차 낯선 국적과 인종인 어나이와 명수. 그래서 바로 그런점 때문에 피치못하게 남편의 후배 현준이 아이를 이 집에 맡긴것인데, 바로 그런 아이가 이제 어나이란 여자가 자기 아이를 또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기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문제. 지금 현정은 그걸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형진도 형진대로 답답한 듯 담배 한 개피를 꺼내 피우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 어엇.. ??? ”
헌데 그때 더 난감한일이 벌어졌다. 담배를 피우려거든 밖으로 나가서 피우라는 아내의 나무람에 형진이 방에서 나가려는데 문앞에 명수가 와 있었던 것이다. 사실 형진내외의 방과 명수가 쓰는 방은 거리가 좀 있다. 1층에서 거실과 부엌을 가운데에 두고 서로 반대편에 위치해 있다고 봐야할텐데, 사실 안방 바로 건너편에도 여분의 작은방 하나가 있긴 하지만 하필 원래 창고로 쓰던 부엌 건너편 구석진 곳에 위치한 방을 명수가 쓰도록 한 것은 되려 명수를 위한 배려이기도 했다. 여하튼 2층 세 개의 방은 모두 자신의 딸들이 쓰고 있고, 아무리 아버지의 절친한 선배라지만 친부모가 아닌 어른은 아이 입장에서도 여하튼 불편하다면 불편할수 있는 처지다. 그래서 오히려 1층에서 명수가 자신들의 눈치를 안보고 편하게 지낼수 있도록 자신들과는 거리가 떨어진 그쪽의 방을 쓰도록 한 것이다. 마침 욕실겸 화장실도 그 방에 별도로 딸려있으니 명수가 씻고 화장실가고 심지어 방에 TV도 한 대 들여놔줘 명수가 지내는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를 해준것인데, 명수가 쓰는방이 자신들의 방과 거리가 있다는 것은 형진내외 입장에서도 명수의 눈치를 보거나 신경쓰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자신들끼리 편하게 대화를 나눌수 있는 이점이 되기도 했다. 헌데 지금까지 거의 그런일이 없던 명수가 마치 ‘가는날이 장날’이란 속담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필 딱 그 순간 방앞에 와 서 있는 것 아닌가. 명수가 원래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거나 할만한 아이는 아니지만 여하튼 하필 자신들이 그런 대화를 나누다 형진이 답답해서 방에서 나올 때, 그때 마침 무슨 용무가 있었던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방문앞에까지 와 있던 명수. 형진도 현정도 적잖이 당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명수...너 이 방엔 왜 ??? ”
“ 저...TV가... ”
“ TV가 왜 ??? ”
“ 방에 TV가 잘 안 나오는 것 같아서요 아저씨... ”
여하튼 명수가 사는데 불편함은 없도록 방에 TV도 컴퓨터도 모두 들여다 놔주었던 형진 내외고 그런 상황에서 다행히 지금까지 딱히 TV나 컴퓨터가 고장난다거나 하는일은 거의 없었다. 중간에 한두번정도 그런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무난히 고쳐졌고 헌데 그렇게 오랜만에 TV가 다시 고장이 난다는 소린지. 일단 형진이 가서 명수방 TV를 살펴보긴 했다.
“ 고장이 났나보구나. 아무래도 안되겠다. 오늘 하루만 참아라. 아저씨가 내일 AS
관계자를 불러줄테니... ”
헌데 고장난 TV가 문제가 아니라 혹시 명수가 자신들의 대화를 엿듣지나 않았나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애한테 ‘너 우리대화 엿들었냐 ?’ 하는식으로 다그칠수도 없는 일. 그래서 일단 빙돌려서 이렇게 아이한테 말을 건네보긴 한다.
“ 명수야... ”
“ 네, 아저씨. ”
나지막하게 대답하는 명수. 형진이 아이를 딱하면서도 답답한 듯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집에 돌아가기 싫지 명수야 ? ”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답을 않고있는 명수. 형진의 말이 이어진다.
“ 아마 아빠가...명수 여기 맡기셨을 때...한 3년쯤 후에 데려가신다고 하셨을텐데...
하지만 명수 마음이 그렇지 않을거 같아서... ”
“ ...... ”
“ 어쨌든 가면 외국인 새엄마도 있고...그런 새엄마가 낳은 아이들도 있고...명수가
집으로 가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지 않겠어 ? ”
그렇게 진심으로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말하고 있는 명수. 헌데 무슨 이유인지 명수는 고개를 숙인채 별다른 대꾸가 없다. 형진이 그런 명수가 그저 딱하기만 한 듯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다.
명수를 현준에게 돌려보내는 문제가 본격적으로 부각되자 하루는 형진의 아내 현정이 꾀를 냈다. 한밤중 잠자리에서 현정이 남편에게 이와같이 말했다.
“ 여보, 그러지말고 한번 현준씨를...현준씨 새 아내 어나이...그분과 함께 부부동반
으로 식사초대를 하는거 어때요 ? 우리집으로 말이에요. ”
“ 현준이 새 아내를 우리집으로 부르자구 ? ”
원래 20년 친분이 있는 현준과 형진의 사이인지라 형진내외는 지금의 현준의 아내 어나이뿐만 아니라 현준의 전처와도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다. 현준이 어나이와 본격적으로 사귀며 결혼의사를 밝혔을때도 부부동반으로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고 또 결혼후에도 밖에서는 부부동반으로 두어번 만난일도 있으나 적어도 집으로 오는일만큼은 명수와 행여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 같은 우려 때문에 현준 혼자 형진의 집을 찾는일은 있어도 현준이 재혼후 아내 어나이까지 데리고 현준의 집을 찾아오는 일은 지금껏 한번도 없었다. 헌데 문득 이와같은 아이디어를 낸 현정. 형진이 좀 의아하기도 한 가운데 게다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 헌데 지금 어나이씨를 우리가 부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 그냥 명수와 분위
기만 더 어색하게 만드는것밖에 안 되겠나... ”
“ 어차피 한번은 부딪힐 문제 아니에요. 그리고 무엇보다 명수도 이제 더 이상 어
린 아이가 아닌 그래도 자랄만큼 자랐다고 봐야하고...어나이씨도...한번 과연 명수
를 품을 자신이 있는지...그런 어나이씨 속마음을 떠보는 취지에서라도 한번 부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현정의 경우엔 어나이와 명수 사이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사실 현준이 형진에겐 명수가 어나이에게 그토록 극심한 거부반응을 보인 사실을 말한적은 있어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형진은 그런 이야기까진 자신의 아내 현정에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현정은 지금껏 명수가 피부색깔 다른 외국인 새엄마를 거부한다기 보단 어나이가 명수를 불편해하는쪽으로 더 짐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어나이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서라도 그런 식사자리를 만들자는 계책을 낸 것이다.
사실 명수의 경우엔 전학을 온 학교에서 학교생활은 별다른 말썽없이 무난하게 잘 하는 편이었다. 학교공부는 그리 썩 잘하자도 못하지도 않는 그야말로 드러나지 않는 중간정도의 성적과 학교생활태도를 가진 그런 아이였고 다만 어쨌든 아버지 학교선배인 아저씨댁에 얹혀산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가급적 말썽을 부리거나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더욱 행동거지를 조심하며 그렇게 사는 아이기도 했다. 꼭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명수는 새로 전학온 학교에선 별다른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런 명수가 형진의 아내 현정에겐 그런대로 말수도 적고 의젓한 아이. 그 정도로만 느꼈던 것이다. 다만 확실히 분위기가 너무 어둡고 대체로 활기띤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이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으로 여겨 그에대한 애틋한 마음은 오히려 한층 더한 터. 그래서 실은 현정의 속마음도 혼란스러웠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자라나는 명수를 계속 떠맡기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어쩌면 명수를 거부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피부색 다른 외국인 여자 어나이가 – 그것도 자기 아이까지 이미 둘이나 낳은 상태라는데 – 명수를 그냥 덜컥 떠맡는것도 명수를 생각한다면 여러 가지로 걱정이 태산일 수밖에 없는 일. 그래서 차라리 형진 내외를 집으로 불러 한번 어나이의 속마음을 떠보는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계책을 짜낸 것이다.
형진도 어쨌든 명수를 현준에게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둘이 조금이라도 친숙해지는 자리를 한번이라도 더 마련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에 현정의 제안을 승낙했다. 그리고 얼마후 날짜를 잡아 결국 저녁식사시간에 현준이 어나이와 함께 형진의 집을 방문했다.
“ 아이고 어서오십시오 어나이 여사님. 그러고보니 저희집에 초대하는 것은 정말 처
음입니다 그려. 보다시피 이러고 저흰 산답니다. 강북에 살지만...그래도 소싯적에
사업을 좀 한게 그래도 운이 좋아 대성을 했는지...이렇게 그럴싸한 집 모양새라도
갖추고 살아가고 있습죠. ”
어나이의 경우 형진에 대해선 현준으로부터 강북의 주택가에 살고 그리고 소싯적에 사업으로 대성해 ‘우리보다 더 잘살고 더 큰집에 산다’는 식의 이야기 정도는 들은적이 있다. 허나 막상 그런 형진의 집을 방문해보니 진짜 잘산다는 느낌을 받았는지 다분히 놀라는 모습까지 보인다. 한편 어나이의 두 아이는 아무래도 그 아이들까지 여기 데려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을 했는지 일일 파출부를 급히 고용 하루만 아이들을 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부부 동반으로만 방문을 한 것이다. 파출부에겐 여하튼 지인과의 저녁약속이 있어 부부동반으로 다녀와야하니 대략 한 밤 열시정도까지만 아이를 봐주고 더 늦을시 추가수당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그렇게 하루아이들을 돌봐줄 일일 파출부를 고용하고 부부만 단둘이 형진의 집을 방문한 것이다.
“ 어서 드십시오. 실은 특별히 어나이씨를 위해서 북한쪽 별미를 한번 준비해봤습
니다. 북한에 대해선 아마 이야긴 들어보셨죠. 실은 이 사람(형진의 아내)도 친정이
고향이 이북이거든요. 그러니까 저희 집사람 부모님...제 장인,장모님께서 6.25때 월
남한 피난민이시죠. (* 현재 시대배경을 2010년대 초반정도로 잡고(대략 2012-13년 정
도) 형진 내외 나이를 40대 후반으로 잡을시 전혀 불가능한 연령대가 아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어릴때부터 장인,장모님 고향인 이북음식 만드는 법을 전수를 받
았다봅니다. 헌데 어찌나 장모님 솜씨를 그대로 빼다박았는지 그대로 이북의 맛이
느껴질 그럴 지경이라니까요. 그래서 제가 한때 이 사람한테 농담으로 나중에 우리
도 나이들어 북한음식 전문 식당이나 하나 차려볼까 이런 이야기도 했었답니다. ”
형진의 말처럼 그의 아내 민현정은 부모님이 두분 다 6.25때 월남한 이른바 ‘실향민 2세’ 그래서 여하튼 어머니로부터 소싯적에 배운 이북 고향음식 기술이라도 있었는지 그 맛을 제대로 물려받은 것이다. 그 솜씨로 북한식 냉면 하며 이북식 만두 그리고 부침개 따위를 현준내외 그중에서도 특히 자신들의 집을 처음 방문한 현준의 젊은 외국인 아내 어나이를 위해 준비를 한 것이다. 미리 구해온 북한술도 하나 꺼내와서 한잔 따라주기도 하고. 남태평양 출신인 어나이는 다행히 입맛에 맞는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함께 저녁식사를 나누며 술도 한두잔쯤 올랐을떄, 무슨 생각에서일까. 현정은 술기운이 그렇게 오를정도로 술을 많이 한것도 아닌데 조금 이상한 이야기를 꺼낸다.
“ 아까 저희 신랑도 저희 부모님 고향이 이북이라고 하셨지만...사실 제가 어릴 때
저희 어머니로부터 들은 좀 이상한 이야기가 있어요. 이상하다기보단...좀 신비한
이야기라고나 할까... ”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것인지 공연히 현준내외는 그렇다치고 형진까지 살짝 불안해지는 가운데 현정의 말이 이어진다.
“ 글쎄요 뭐...여기 어나이씨께선 어쨌든 외국분이시니 그곳은 어떨지 몰라도...저희
는 예전에 나라도 백성도 몹시 못살고 굶주리던 시절이기 때문에...게다가 그러면서
일제...6.25 그런걸 거친 시절이 저희 부모님,조부모님 시절 이야기들이니까요. ”
남태평양 출신 어나이 앞에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라도 들려줄 작정인지 사뭇 비장해지기까지 하는 현정이긴 하지만 그렇게 꺼낸 서론에 비해 본론은 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 확실히 술기운이 좀 오른 듯 하다 -
“ 그러니까 어쨌든 저희 어머니 이북고향 마을사람 이야긴건데...뭐 흉년에 젊은 아
내를 잃고...혼자 7남매를 키워야했던 홀아비가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 시절에 그
젊은 나이에 아내까지 잃고 혼자 7남매를 키워야 했으니 참 기가막힌 일이죠 뭐.
”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어 이러는것인지. 현정의 말은 좀 더 이어진다.
“ 헌데 그래도 하늘의 도우심인지 아니면 운이 좋았는지 한 몇 년 고생하다 어찌어
찌 인연이 되어 젊고 현숙한 부인을 하나 얻었다고 하더라구요. 이야기 듣기로는
여하튼 그 7남매둔 홀아비보다 한 열다섯살이나 스무살쯤 연하라고 들었는데... ”
어릴 때 실제 어머니 고향인 이북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는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꾸며내거나 아니면 실제 있었던 실화에 자신이 적당히 살을 더 붙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현정의 이야기는 좀 더 이어지고 있다.
“ 그 현숙한 젊은 부인이 그래도...나이많은 남편과 함께 농사짓고...장사하고 그러면
서...7남매를 훌륭하게 다 키웠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성인되고 장가가고 시집가
고 할 그럴나이가 될 때까지... ”
“ ...... ”
“ 헌데...그 괘씸한것들이...그렇게 젊은 새엄마가 7남매를 정성다해 키워줬는데 정작
시집,장가 가고서는 그런 새엄마를 나중에 어떻게 사는지 돌아보는 아이가 하나 없
었다고 하네요. 세상 참...어찌 그런일이 다 있을수 있는지... ”
대체 무슨 생각에서 어나이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것인지. 좀 불안해진 형진이 그런 아내를 진정시키려 한다. 게다가 이야기도 실화가 맞긴 한건지 좀 꼼꼼히 따지고보면 앞뒤가 안 맞거나 논리가 모순되는 부부도 있다. 여하튼 현정은 젊어서 상처를 한 7남매를 둔 홀아비가 나중에 젊고 예쁘고 착한 젊은 아내를 얻었는데 그 젊은 아내가 전처소생 7남매를 훌륭하게 잘 키워주었고 허나 좀 허무하게도 막상 그렇게 키운 7남매가 나중에 그렇게 키워준 새엄마를 돌보거나 보살필 생각조차 안하더라는 대충 그런식의 스토리를 횡설수설 내뱉고 있다. 대충 무슨 결론삼아 이런식의 마무리까지 하면서.
“ 세상 참...알고보면 그러니 새엄마의 사연도 여러 가지가 있는거에요. 전처소생 자
녀를 모질게 구박하는 그런 새엄마가 있는가하면...그래도 그 없이살고 힘들게 살던
시절에 전처소생 자녀들을 훌륭하게 거둔 그런 새엄마도 있기도 하고...세상 참 살
아가는 모습은 여러 가지고 다양한거죠...끄으으윽~~~!!! ”
어떻게 보면 어나이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만든 자리가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뭔가 이야기의 주제를 잘못 꺼낸듯한 현정. 그마저도 어느덧 술기운이 올라 제대로 말을 이어가지도 못하고 현준은 물론 어나이까지 불편한 분위기가 되어가는데, 일단 형진이 아내가 취한 것 같아 만류하는 상황에서 더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실은 현준의 아들 명수가 어느새 부엌 앞에서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형진내외는 현준내외를 초청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자신의 딸들과 명수까지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2층에서 식사를 하도록 상을 따로 차려주기로 했다. 아무래도 어른들끼리 하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듣기엔 부적절한 면도 있고 또 명수와 어나이 사이에 되려 어색한 장면만 만들어져 일만 더 복잡하게 될수도 있어 일단 아이들은 2층에서 자기네들끼리 저녁을 먹도록 하고 이후 별도로 명수를 부르던가 해서 어나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던가 할 참이었던 것이다. 허나 현정이 화두로 꺼낸 이야기마저 이미 술에취해 횡설수설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현준내외도 형진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때 2층에 있던 명수가 어느새 내려와 1층 부엌의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형진의 딸들은 자기네들끼리 2층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자 – 안그래도 바로 명수의 외국인 새엄마인 어나이까지 초청을 한 자리고 – 부모님이 직접 이유를 말하지 않았어도 그 의도를 대충 짐작은 하는지 2층으로 올라오게 한 명수를 함께 저녁을 먹으며 대충 거기서 같이 놀이를 하든 TV를 보든 하면서 시간을 보낼 작정이었다. 허나 명수가 놀이에도 TV에도 별 흥미를 못 느끼는지 저녁식사만 대충 마치고 1층 자기방으로 가기위해 2층에서 내려온 것이다. 헌데 바로 그런 명수에게 목격된 장면. 형진도 현준과 어나이도 모두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운데 형진이 먼저 말을 건넨다.
“ 명수야 너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거니 ? 2층에서 누나들이랑 놀고 있으라니까... ”
적당히 이렇게 말을 붙여보려 하지만 무슨 까닭인지 명수는 말없이 그저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헌데 그 시선 자체가 이미 어나이쪽을 향하고 있던 것을 형진도 현준도 그때까진 눈치 못채고 있었다. 다만 어나이만 그런 명수에게 뭔가 말을 건네보려고 다가가는데 명수는 그때 말없이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형진내외나 현준내외나 참 이래저래 난감해빌 수밖에 없는 상황. 형진이 일단 명수방으로 들어가보았다.
“ 명수야...저기... ”
“ ...... ”
“ 실은...아저씨가...아빠랑 새엄마를 초청한 것은... ”
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전히 별다른 말이 없는 형진. 도움이라도 요청하기 위해 현준에게 가보았지만 현준이 다시 가서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아도 명수는 여전히 대꾸가 없고 일이 되려 복잡하게 꼬여버린 것 같자 형진도 답답한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현정은 그 사이 술기운이 좀 깬 것 같지만 이 상황을 수습하기 쉽지 않음은 마찬가지다. 어찌보면 어나이만 그 사이에서 여전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단 대충 상황정리를 하면서 다들 거실소파에 앉게하는 형진. 간단한 다과를 내온다.
“ 그...어차피 이렇게 된거... ”
허나 이런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명수문제 상의를 화제로 올리는 것이 적절할까. 그또한 고민거리이긴 마찬가지이다. 조금전 그렇게 식탁에서 자신들끼리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 도대체 언제부터 내려와 지켜본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지켜보고는 1층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린 명수. 아이가 2층에 있을때는 그래도 보다 부담없이 자연스럽게 자신들끼리 하고픈 이야기를 할수도 있었겠지만 아이가 이미 1층으로 내려와 자기방으로 들어가버렸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 문제 의논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 어찌보면 명수 역시 자신에 대한 문제가 어른들 사이에서 오갈 가능성을 짐작하고 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래서일까. 적당히 상황무마를 위해 형진이 고급양주를 한병 꺼내왔다. 그리고 적당히 화제를 돌리며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저 평상시 이따금 있을법한 흔한 친목모임자리처럼 만들려는 의도다.
“ 여하튼 우리 박현준 후배님이 참 여러 가지로 복많은 후배에요. 여하튼 젊은시절
에 이혼하고 그렇게 혼자 아이키우며 힘들게 사는모습...선배 입장에서도 참 곁에
서 지켜보기가 딱하고 안쓰러웠는데...헌데 이렇게 뒤늦게 젊고 이쁜 외국인 새 부
인까지 얻고..솔직히 선배인 제 입장에선 여러 가지로 부럽습니다. ”
“ 선배님도 참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
‘후배님’이란 호칭을 굳이 붙인 것을 보면 자신보다는 어나이를 보고 들으라는 듯 한 것 같아서 현준이 되려 더 민망해서 그와같이 말하고 헌데 어나이도 한국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사람이 아니고, 무엇보다 어나이 역시 그렇게 눈치가 없는 여자는 아니라서인지 – 게다가 조금전 전처소생 7남매를 키웠다는 민현정의 이북 부모님 고향의 어떤사람 이야기까지 들은터다 – 이렇게 불쑥 끼어든다.
“ 저희가...명수 데려가야 하는거죠 이제 ? ”
그렇게 불쑥 튀어나온 어나이의 말. 되려 형진내외가 당황할 지경이다. 현준도 당황한 듯 어나이를 만류하려드는데, 어나이가 이미 이런 모임자리를 만든 의도를 대충 알겠다는 듯 이렇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 저희 남편 이야기가...원래 명수를 이형진 선배님 댁에 3-4년 정도 맡기는걸로 했
다고 들었어요. 제가 임신중일때라 그걸 배려해서요. 헌데 제가 이제 아이도 다 낳
았고 또 시간도 그만큼 흘렀으니... ”
“ 아...아니 저 제수씨... ”
형진이 당황스러운 듯 어나이를 ‘제수씨’라고까지 부르며 뭐라고 말을 걸어보려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명수 문제에 대해선 어나이기 직접 이해당사자라고 봐야한다. 근본적으로 처음 현준의 집을 방문했을 때 ‘검둥이 여자 싫다’며 그렇게 극렬한 반응을 보이는 명수로 인해 상처받은 당사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바로 그런 자신의 문제 때문에 아이를 형진의 집에 맡기는걸로 그때 상황정리를 한 것을 어느정도 알고있는 어나이. 그래서 이제 대충 이런 자리의 의도를 알겠다는 듯 이렇게 나온다.
“ 저희가 명수 데려가면 되는거잖아요 ? 오늘 데려가면 되는건가요 ? ”
그렇다고 누가 ‘지금 당장 명수 데려가라’고 호통이라도 친것도 아닌데 이미 그래야 하는것처럼 나오고 있는 어나이. 게다가 긴장한탓일까. 살짝 목소리가 흥분조가 되어있는것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현준이 일단 그런 어나이를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 하는데 어나이가 그럴필요 없다는 듯 나온다.
“ 아뇨, 어차피 이렇게 된거 그럼 여기서 결정을 해요. 저희가 오늘이라도 명수 데
려가기만 하면 되는거잖아요. 그럼 뭐 굳이 이북에 사신다는 전처소생 7남매를 키
웠다는 아주머니 이야기까지 긴시간 들을 필요도 없는거고... ”
“ 아...아니 저...어나이씨...뭔가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뜻으로 그런 이야기
를 입에 담은건 아니고요... ”
현정까지 이렇게 어나이를 진정시키려고 나서지만 이미 쉽게 수습될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무엇보다 그보다 더 복잡하게 일이 꼬여버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거실에서 이미 어른들의 언성이 높아지며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명수가 이미 방에서 나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대체 언제부터 명수가 이 모습을 지켜보았던것인지. 그야말로 수습이 곤란한 상황으로 일이 자꾸 꼬여져버려 다들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보다못한 현준이 명수를 한 대 때리기라도 할듯한 기세로 다가온다.
“ 명수 너 이녀석...정말 어른들끼리 말씀하시는데 자꾸 엿듣고 이럴거니 ? 너 이
녀석 대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 !!! ”
당황해서 되려 형진이 현준을 만류할 지경이 되고 여전히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명수는 그저 이 상황을 멀뚱멀뚱 지켜만 보고 있다. 아까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한두잔씩 하던 술기운은 이미 다 가신 상태에서 다과자리에 형진이 가져온 양주는 아직 개봉도 못한 상태로 네명의 어른들의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모습만 이어질뿐이다.
원래 어나이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현정의 계책으로 마련된 모임이었든 아니면 그저 단순한 친목모임이었든 이미 정상적으로 모임이 지속될수 있는 상황은 되지 못하고 있었다. 현준이 형진에게 사과하며 이만 돌아가겠다고 했고 어나이가 ‘지금 그냥 명수 데려가면 되는 것 아니냐 ?’고 난리를 쳐 그런 어나이를 겨우 달래며 말리느라 한바탕 소동이 더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겨우 어나이를 차에 태워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긴 한데 어나이는 언짢은 마음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 지금 그냥 명수 데려오면 되는거잖아요 ? 근데 왜 말렸어요 ? ”
“ 집에 가 !!! 집에가서 이야기하자구 !!! ”
운전하는 차안에서 싸우고 싶진 않아서인지 어나이를 그런식으로 만류했고 어나이는 여전이 개운찮은 마음으로 남편에게 따지고 있었다.
“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명수 데려와요. 어차피 당신 아이고 우리가 계속 키워
야 한다면 그렇게 하자구요 !!! ”
“ 거 참 진짜...집에가서 이야기 하자니까 !!! ”
사실 오늘 일에서 어나이가 잘못했다고 할수 있는 것은 별로 없는데, 오히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서로를 더 불편하게 만들어버린 형진의 아내 현정에게 더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물론 그런 자리에서 진심이든 억화심정이든 그런식으로 화를낸 어나이도 잘못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현준은 거듭 자기 아내를 나무라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명수를 데리고 오는것도 부적절하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 그리고 지금 어떻게 바로 애를 데리고 오나 ? 애만 달랑 데려온다고 해결되는게
아니잖아. 짐도 다 챙겨와야하고 그러면 집에 명수가 쓸 방도 다시 정돈도 해야하
고 작업이 한둘이 아닌데 그게 그렇게 쉬워 ? ”
사실 지금 현준내외는 이전에 현준이 명수와 단둘이 살던 아파트에 살고 있지 않고 그 사이에 이사를 가 이전에 살던 집보다는 10여평정도 평수가 더 넓은 아파트에 살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명수가 아빠 현준이 새로 이사간 집 주소를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이기도 한데 그런 새 아파트에서 어나이와의 사이에 낳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상황인 현준. 어쨌든 ‘지금이라도 당장 명수 데려오자’는 어나이를 그런식으로 겨우 만류하고 집에 도착하긴 했다.
“ 당신 도대체 왜 그래요 정말 ? 내가 오늘 뭘 그렇게 잘못한게 있다구 !!! ”
“ 거...정말... ”
이런것도 일종의 문화의 차이라고 봐야하는것일까. 현재 현준내외의 집엔 현준 내외가 형진에게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 떠나면서 갓난 아이 둘을 돌볼 사람이 필요해 부른 일일 파출부가 아직 아이를 돌보고 있는 상태다. 원래 열시 이전까지 도착하고 늦으면 추가수당을 주겠다는 말까지 했던 파출부. 만약 일반적인 한국 부부라면 일당이든 추가수당이든 얼른 적당히 돈을 줘서 보내고 자기들끼리 남았을 때 부부싸움을 하든 할말을 마저 하든 했을 것이다. 허나 남태평양 출신 어나이는 파출부가 뻔히 아직 집에 있는 상황인데도 남편에게 할말이 남았다는 듯 계속 따져들고 있는 것이다.
“ 당신 도대체...당신 진심이 뭐에요 ? 당신이 진짜 바라는게 뭐냐구요 ? ”
“ 거...진짜...조금만 있다가 이야기해. 조금만 있다가... ”
“ 조금있긴 뭘 자꾸 조금있다 해결해요 ? 그러지말고 지금이라도 그냥 명수 문제 해
결 보자구요. ”
“ 거...거 진짜... ”
파출부 아줌마는 일단 보내놓고 마저 이야기를 하자는데도 그조차 이해 못하고 거듭 따져드는 어나이. 상황이 이렇자 나이가 많아 그만큼 인생경험이 많고 눈치가 빠른듯한 파출부는 일당은 내일이나 월요일중에라도 통장으로 입금을 해달라고 하고 계좌번호를 바로 적어주고는 집을 나왔다. 처음엔 그저 국제결혼을 한 젊은 부부가 모임약속이 있어 그 몇시간동안 좀 아이를 봐달라는거구나 그 정도 생각만 하고 일을 맡은것인데 여하튼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듯한 부부의 분위기가 이렇자 지금 한가하게 일당을 달라고 하고말고 할 상황이 아니구나 하고 바로 그렇게 계좌번호만 적어주고 나간 것이다. 어쨌거나 하루 일하러온 파출부 아주머니에게조차 자신들의 사생활이 일정부분 노출된 상태라 현준은 그 부분에 대한 화까지 겹쳐져 어나이에게 거듭 언성을 높인다.
“ 거 참...사람이...그 몇분을 못 기다리나 ? 파출부 아줌마라도 돈 줘서 보낸뒤에
그 뒤에 이야기하면 어디가 좀 덧나 ? 그 몇분을 못 기다리냐구 !!! ”
“ 당신 태도가 분명하지 못하니까 그렇죠. ”
“ 내가 뭘 ? 내 태도가 뭘 어쨌다구 ? ”
“ 명수문제 말이에요 !!! 그래서 명수 문제 이제 어쩔거냐구요 !!! ”
집에서는 이렇게 현준과 어나이의 부부싸움이 한바탕 벌어졌고 한편 형진은 현준 내외가 그렇게 돌아간뒤 말없이 어질러진 집이나 치우고 있었다. 어쨌거나 어나이의 마음을 떠보든 명수문제 처리 방법에 대한 운을 떼든 진지하게 그 이야기나 해보려고 만든 자리가 이렇게 엉망이 되었으니 현정도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고 있고 형진도 형진대로 앞으로 이 문제를 어찌 해결해야할지 몰라 그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올뿐이다. 현정이 남편에게 사과하며 무슨 말이라도 좀 더 해보려 했으나 형진은 그냥 오늘일은 다 잊어버리고 싶은지 아까 따려다 못 딴 양주병을 따서 그것을 벌컥벌컥 마셔댄뒤 곯아 떨어져버렸다.
어떤 야릇한 분위기. 몽환적인 공간이라고나 할까. 거기 뭔기 이상한 물체가 보였다. 뭔가 긴...그냥 사람 다리같은 형상이기도 하고 다리니까 당연히 발도 함께 보일것이고. 빛깔이 야릇했다. 검은색이라기 보단 약간 갈색쪽. 갈색보다는 좀 연한 분홍빛같다고나 할까. 갈색 다리에 분홍색 발바닥 그런 묘한 형상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걸 누군가가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리고 있었다. 한참을 저만치서 멍하니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그 분홍색 발바닥을 만지작거리게 된 것 같은데, 한참을 그러는데 느낌이 묘해지며 가슴이 아려오고 있었다.
“ 으헉... ”
그러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다리 같기도 하고 발 같기도 한 이상한 형상을 만지작거리며 위로(?)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러다 사람 형상 같은게 보였다. 그러다 놀라서 눈을 떴다. 실은 꿈이었다.
명수가 꾼 꿈이다. 초등학교 5학년 명수. 헌데 그런식으로 깬 명수는 바로 일어나 씻으러 가지도 않고 놀라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랫도리가 이상하게 적셔지거나 한 것을 확인해보지도 않고 그저 멍하니 있었다. 멍하니 얼마를 뒤척였을까. 화장실이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래도 잠깐 일어나 화장실에 다녀와서는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한참을 또 멍하니 있는 명수. 더운 여름철이니 추울일도 없을터인데 공연히 이불을 푹 뒤집어쓰기까지 한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 명수야...명수야... ”
깨우러 온 사람은 다름아닌 형진. 명수가 좀 늦잠을 자는 것 같아 깨우로 온것같긴 한데 깨우려고 이불을 들춰보니 명수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온 몸이 흥건히 땀에 젖은듯한 느낌이다. 의아해서 형진이 묻는다.
“ 명수야...왜 그래 ? 어디 아프니 ? ”
부르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떠 형진을 바라보긴 하지만 무안한것일까 아니면 민망한것일까. 명수는 무슨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저 멍하니만 앉아 있었다. 걱정된 형진이 거듭 명수에게 묻는다.
“ 명수야, 왜 그래 ? 어디 아프니 ? 아니면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 ”
- 현준 내외가 형진의 집을 방문 있었던 소동으로부턴 며칠정도가 지난뒤의 일이다. - 그러나 그동안의 일들이 일들이었으니만큼 형진도 거듭 걱정되어 명수에게 이렇게 물은것이고 어찌된 영문인지 통 명수는 입을 열지 않는다. 갑자기 벙어리가 되거나 실어증에 걸린것도 아닐텐데. 여하튼 거듭 이해할수 없는 모습을 보이는 명수. 그러다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 흑...흑흑... ”
그렇게 흐느끼는 모습의 명수를 보니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는 형진. 이거 안되겠다 싶은지 형진이 명수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명수야, 오늘 아저씨랑 어디 좀 갈까 ? ”
그 와중에도 갑작스러운 형진의 이런 질문에 의아해서 ‘어디를요 ?’하고 묻는 명수. 형진의 말이 이어진다.
“ 오늘...아저씨가 학교엔 전화해서 명수 아파서 결석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릴
께. (* 현준내외가 형진의 집을 방문했던날에선 며칠 지난뒤다) 그러니 오늘 아저씨하고
어디 좀 가자. ”
아무래도 명수의 지금 이런 상태를 그대로 놓아둬선 안되겠다는 판단인것인지 형진은 형진대로 초등학교 5학년인 후배 현준의 아들이기도 한 명수와 진지하게 이야기나 좀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와같이 말하고 여기에 명수가 고민을 좀 하는듯하다 응해서 형진은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난뒤 명수를 자기차에 태워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 6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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