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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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리사 (2)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외국인 새엄마 4 

 


 어쨌거나 남태평양 고향을 떠나서 미국에서 5년, 그리고 한국에서 3년을 산 어나이. 그러고보면 그동안 고향에는 거의 가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저 단순히 거리상으로 멀고 일하느라 바빠서 못간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슨 속사정이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나이는 일단 그동안 현준을 만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선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현준도 혹시 어떤 말못할 상처나 속사정 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경기도의 작은 모텔방에 나란히 누워있는 몸으로 현준이 어나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 어쨌든...어나이도 나하고 헤어지진 못할 것 아닌가. ” 

 “ 아저씨이... ” 

 혹시 현준이 정말로 헤어지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이렇게 나오는것인가 싶어 어나이가 순간 펄쩍뛴다. 열다섯살 많은 현준을 ‘아저씨’라 부르면서 그러나 어나이도 현준과 이렇게 쉽게 헤어지기는 싫은 듯 적극적으로 매달린다. 

 “ 아저씨...좋은사람이에요. 그러니 저랑 헤어지지 말아요. 아저씨랑 헤어지는거 싫 

  어요. ” 

 눈물까지 고이는 모습으로 이렇게 현준에게 매달리고 있는 어나이. 일단 현준이 그런 어나이를 달랜다. 

 “ 알았어. 알았어. 내가 진짜로 어나이와 헤어지고 싶어서 그런말을 한 것은 아니야. 

  다만 어나이의 속마음을 알고 싶었던것뿐. ” 

 “ 아저씨...좋은사람이에요. 그러니 저랑 헤어지지 말아요. 저 아저씨랑 헤어지는거  

  싫어요. ” 

 현준을 등 뒤에서 부둥켜 안으며 거듭 절박하게 매달리기까지 하는 어나이. 현준이 그런 어나이를 겨우 진정시키고 앞으로의 일을 다시금 상의해보기로 한다. 

 “ 여하튼 문제는 결국 우리 명수때문이 아닌가. ” 

 현준의 이런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일단 대꾸없이 현준의 말을 듣고만 있는 어나이. 현준의 말이 이어진다. 

 “ 실은 그래서...어쨌든 어나이와 우리 명수가 좀 더 가까워지고 친숙해지는 시간을 

  만들어봤으면 해서 말이야... ” 

 애초 형진을 만나 상의했을 때 명수에게 한번 어나이로부터 엄마정을 느껴볼수 있을만한 그런 시간을 만들어보도록 하라는 충고를 받았던 현준이 아니던가. 사실 어나이도 현준의 대학선배 이형진을 모르는 것은 아니고 심지어 형진내외와 함께 식사를 해본적도 있다. 허나 현준은 나름 자존심 때문일까. 이형진 선배를 만나 상의한일임은 굳이 언급 않은채 100% 자신의 아이디어인것처럼 어나이에게 이와같이 말한다. 

 “ 그래서말인데 말이야. ” 

 “ 말해봐요 아저씨. ” 

 무슨 좋은 묘책이 있기라도 한것인지. 어떤 기대감이라도 부풀어오르는 눈빛으로 어나이가 현준을 바라보고 현준의 말이 이어진다. 

 “ 한번...어느날 밤중에 어나이를 우리집으로 부를께. ” 

 현준과 어나이가 이런 모텔방에서 함께한 경험은 사실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허나 현준의 집을 드나들거나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직은 적절치 못했는지 삼가왔는데 그런 어나이에게 한밤중에 자기집으로 오라는 현준. 현준의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았다. 

 “ 한번...아이가 세상모르고 곤히 잠들었을 때 어나이가 우리집으로 와봐. 그래서 어 

  나이가 우리 명수를 재워줘보는거야. ” 

 “ 명수...를요 ? ” 

 일단 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어나이이긴 한데 현준이 그런 어나이를 설득한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 어쨌거나...내 말은...아이와 좀 더 친숙하게...한번 어나이를 엄마처럼 느껴볼수 있 

  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봤으면 해서...그러고보면 우리 명수...다섯살도 채 되기전에 

  엄마 잃고...그 뒤론 제 엄마품에서 잠들어본 경험도 없는 아이야. ” 

 “ ...... ” 

 “ 그러니 그런 우리 명수를 한번 어나이가 정말 친자식처럼 품에 안고 재워주란 말 

  이지. 여하튼...아직 어린아이니까...그렇게 느끼는 엄마의 체취나 스킨쉽...그런식으 

  로 아이와 친숙해질수도 있는일이니까. ” 

 아직 어나이는 현준의 의도를 100%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것인지 별다른 대꾸가 없는 가운데 현준의 말이 계속된다. 

 “ 생각해보면 그날일은...여하튼 내 불찰이 컸어. 그저 무작정 젊은 새엄마가 생긴다 

  고 하면...엄마없이 자란...딱하고 불쌍한 그 아이가...그저 무작정 좋아할줄만 알았 

  지...어나이는 어쨌든 나나 명수와 국적도 다르고...또 피부색도 다른...어쨌든 그건 

  사실 아닌가. 그러니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아이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그건 

  진짜 모르는거니까. ” 

 어쨌거나 아들 명수의 심리와 심정을 이해해보려는 모습으로 나오고 있는 아버지 현준. 그러면서 거듭 어나이를 이렇게 설득한다. 

 “ 그러니 공연히 낮에 서로 만나게 해서 긁어 부스럼만 만드느니...차라리 밤에 몰 

  래 살짝 그렇게 들어가 아이를 놀라게 해보자는거지. ” 

 “ ...... ” 

 “ 솔직히 궁금해지기도 하네. 사실상 제 엄마품에 잠들어본 기억이 거의 없을 그 아 

  이가...눈을 떴을 때 어나이가 자기를 품에안고 자고 있으면...어떤 기분이 들지...어 

  떤 생각이 들지... ” 

 현준은 지금 생각보다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것인지 이런말을 하는 표정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띤다. 어나이도 그런대로 현준의 계책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동의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조만간 날을 잡아 밤중에 어나이가 현준의 집을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약 사흘뒤. 시간은 밤 열시쯤. 어른들이야 그렇게 밤늦은 시간이라곤 할수 없을테지만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는 지금 한참 꿈나라로 가 있을시간. 그때 어나이가 현준의 집을 찾았다. 어나이가 현준의 집을 방문해본 경험도 지금껏 많지가 않았지만 그것도 이 밤중에 현준의 집을 찾는 것은 더더욱 첫 경험인지라 어나이의 가슴도 공연히 두근두근 떨려온다. 마치 어른들 몰래 짖궂은 장난이라도 치려는 아이들 같은 심리로 돌아간 기분이라고나 할까. 그런 심정으로 현준의 집에 들어선 어나이. 현준이 일단 그런 어나이를 품에 한번 안아본다. 

 “ 어서와...일단 우리 명수는 지금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어. ” 

 그 말에 어나이는 정말 재미있는 장난이라도 치는 천진한 어린아이처럼 공연히 들떠있고 현준은 아이가 깰세라 그런 어나이를 진정시키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일상복을 입고 아이 옆에서 잠들수는 없는 일이니 미리 준비해온 잠옷으로 갈아입고 아이의 방으로 들어설 준비를 하는 어나이. 현준이 살며시 어나이를 아이방으로 안내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밤 열시를 훨씬 넘긴 상황에서 세상모르고 쿨쿨 잠들어있는 아이. 새근새근 코고는 소리까지 들려오기까지 하는데 어나이가 살짝 그 옆에 눕는다. 사실 어린이용 이불이라서 더욱이 성인 여성으로서 키가 큰 편인 어나이에겐 잘 안 맞기도 하는데 현준이 급한대로 어나이의 어린이 이불로 채 안 가려지는 하체를 가릴겸 다른 여분의 담요까지 하나 더 가져오긴 한다. 날이 슬슬 더워질때라 담요까지 덮는건 좀 무리이긴 한데, 현준의 집이라고 평상시 여분의 이불 따위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닌지라 일단 좀 망설이다 대충 덮고 아이옆에서 잠들게 한다. 어차피 날은 차츰 더워질때니 이불을 좀 허술하게 덮는다고 해서 감기에 걸린다거나 할것같진 않을 때이니. 그렇게 아이옆에 누운 어나이. 현준이 방에서 나간 상황에서 명수를 품에 꼭 안아보고는 이마에 입을 맞춰보기까지 한다. 어나이는 나름 그녀대로 지금까지 현준의 아이에 대해 들은 이야기도 있어서 명수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솟구쳐올라오기까지 하는데 그런 눈물을 잠시 닦아내며 다시금 아이를 품에 안아본다. 

 


 아무리 곤히잠든 어린아이라도 그렇게 큰 어른이 자신을 안고 자고 있는데 잠결에라도 그 기척을 느끼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확실히 명수는 잠결에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었는지 몸을 좀 뒤척이려다가 쉽사리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무슨일이지 ?’ 의아해하며 게슴츠레 눈을 뚠 순간. 

 “ 끼야아아아아아아악~~~~~~~~~~~!!!!!!!!!!!!! ” 

 일단 초등학교 2학년이면 판단력이 완전히 없을 나이는 분명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집에 사는 식구는 아버지와 자신 두명. 그 외 다른 식구가 존재할수 없는 그런 가정환경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나 선,후배 동료,지인등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런 사람들을 굳이 자기집에 데리고 오는일도 심지어 이 집에서 자게 하는일도 거의 없었다. - 아버지가 바쁘게 일하시며 특히 평소 교류하는 동료,지인들이 꽤 많다는 것은 명수는 현준이 이따금 집에서 전화통화하는 것을 우연히 옆에서 잠시 지켜보다가 인지하게 된 것 정도다. - 게다가 그것도 그런 어른이 (* 만약 아버지의 친구나 동료라면) 이 밤늦은 시간에 그것도 자기방에서 자신을 안고 잘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 아닌가. 따라서 명수는 바로 자신을 안고 자고있는 여인의 정체가 누구인지 바로 깨달을수 있었던 것이다. 명수의 눈에는 그야말로 웬 커다란 시커먼 괴물(*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 눈에 그렇게 보였다는 소리다.)이 자신을 안고 있는 모습. 그야말로 기겁하지 않을수 없는일이 아닌가. 

 “ 명수...왜 그래 ? ” 

 아이의 기겁하는 소리에 놀라 어나이도 깨긴 했지만 어나이는 오히려 그런 아이를 달래려는 듯 다가온다. 그것도 아이를 다정하게 안아주려는 듯 팔까지.  

 “ 명수...왜 그래 ? 이리와. 엄마야. ” 

 다섯 살때부터 엄마없이 자란 명수. 헌데 그런 명수에게 불과 일주일여전 ‘새엄마가 될 사람’이라면서 데려온 웬 낯설고 덩치큰 흑인여성. 헌데 바로 그런 여성이 자신의 새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그 기겁을 하던 명수가 아니었던가. 사실 그날 정신적 충격이 너무나 커서 그와 관련된 무슨 악몽이라도 꾸지 않은게 다행이라고 봐야할 명수다. 헌데 행여 꿈속에서 그런 커다란 검둥이 아줌마(* 어디까지나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 시선에서의 표현이니 거듭 오해 없기를 바랍니다.)가 자신을 ‘엄마’라고 칭하며 다가와도 기겁하고 놀랄일인데, 바로 그런 악몽에서 빨리 벗어나길 바라며 오만가지 발버둥을 쳤을텐데, 이건 꿈도 아니고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악몽에서 벗어나 꿈인 것을 깨닫고 ‘휴~~~!!!’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한숨을 내쉬어도 모자랄판에 이건 잠에서 깨고나니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런 명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나이는 환하게 웃으며 다시금 명수를 안아주려 다가왔다. 

 “ 명수...이리와. 이리오렴...엄마가 안아줄게. 이리와. 사랑해 우리 명수... ” 

 “ 끼야아악~~~!!! 사람살려 !!! 사람살려 !!! 살려주세요 !!! ” 

 어나이 입장에서야 상처받을 소리가 되겠지만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 명수의 눈엔 그런 어나이가 그저 ‘커다랗고 시커먼 괴물’ 그 이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방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는 아이. 이미 아이 방에서 그 소동이 벌어졌으니 안방의 현준도 안 깰수가 없고 현준이 나와서 명수를 진정시키려 했다. 

 “ 명수야...명수야 왜 그래 ? ” 

 “ 우아아앙~~~!!! 아빠...무서워어~~~!!! 아빠 !!! 나 저 아줌마 시러~~~!!! 시러시러 ! 

  !!! 명수 무섭단말야. 명수 무서워. 우아아앙~~~~~~~!!!! ” 

 “ 명수... ” 

 이쯤되니 어나이도 적잖이 충격을 받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솔직히 자존심도 상해 욕실로 들어가 자신의 얼굴과 자태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기까지 했다. 내가 그렇게 흉측하게 생긴 괴물(?)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믿겨지지도 수긍도 가지 않아 바로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어나이는 솔직히 ‘못생긴 얼굴’도 아니다. 게다가 키나 몸매도 가령 고향에선 대략 중학생때부터 ‘성인’으로 오해를 받은일이 종종 있었을정도로 어릴때부터 제법 성숙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진 그런 여자였다. 게다가 피부색도 그렇게 드러나는 흑인여성이긴 커녕 미국은 물론 한국에 살때도 ‘혹시 혼혈여성이냐 ?’라거나 동남아나 중동출신으로 오해를 받은적이 더 많았을정도로 ‘검다’기 보다는 그저 다소 ‘가무잡잡한’ 그 정도 수준의 피부색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는 대놓고 ‘커다랗고 시커먼 괴물’이라니. 사실 어나이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주위 친구나 선생님 또는 어른들로부터 ‘넌 농구선수나 배구선수 해도 되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키카 큰 여성이긴 했지만 적어도 ‘시커먼 괴물’이란 소리 만큼은 정말 아주 나이어리고 철없는 아이가 아닌 다음엔 웬만한 철든 성인은 물론 사춘기 소년 정도만 되어도 쉬이 수긍하지 못할 그런 표현이 될 것이다. 

 여하튼 일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현준은 아이에게 어나이로 하여금 엄마정을 느끼게 해보자는 ‘작전’이 수포로 돌아갔음을 깨달아 어나이를 이 상태에서 어정쩡하게 자기집에서 재울수도 없기에 그녀의 처소로 속히 돌아가도록 조치했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니 차비까지 몇푼 쥐어주면서. 그리고 아이를 거듭 달래서 제 방에서 재우게 한뒤 - ‘어나이 아줌마 두 번다시 안올 것’이라고 걱정말라고 수도없이 달래고 진정시킨뒤에 겨우 아이를 재울수 있었다. - 다음날 아침이 되어 차분하게 아이와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다. 

 “ 명수야... ” 

 평일이긴 하지만 아이를 학교에 보낼수 있는 상태도 그리고 자신 역시 온전히 회사에 출근할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어차피 자기 회사엔 자신이 사장이니 대충 ‘몸이 아프다’는 식으로 핑계를 댔고 학교에도 대충 비슷한 핑계를 대서 아이가 결석하게 될 것 같다고만 말했다. 그리고 아이와 대화를 다시금 시도해보려고 했다. 

 “ 새엄마...생기는게 싫으냐 ? ” 

 “ 싫어 !!! 싫어 !!! 싫단말야 !!! ”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있는대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며 나오는 아이를 보니 사실상 더 이상 대화진행이 힘들다는 판단이 들 지경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절망스러운 상태. 이 상황을 도무지 어찌 수습해야할지 답이 나오지 않는 상태.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다’는게 어떤 느낌인지를 깨닫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아이와 대화를 시도하긴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다시 뭐라고 말을 걸어보려하긴 하는데 허나 아이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 싫어 !!! 싫어 !!! 껌둥이 새엄마 싫어 !!! 껌둥이 괴물과 안 산단말야 !!! 우아아앙 

  ~~~!!! ” 

 거듭 말하지만 무슨 흑인이나 특정국가 비하가 아닌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느껴진 느낌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여하튼 흑인 혼혈여성(실제로는 그저 피부가 상대적으로 가무잡잡한 수준인 남태평양 섬나라 출신)이 새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소름끼치고 기겁할 일로 여겨져서인지 극단적 거부반응을 보이는 아이를 보니 현준으로선 이쯤되면 ‘재혼’ 자체를 보류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야할판이다. 헌데 그런 고민을 하기도 직전에 더 큰 사달이 났다. 아이가 싫다는건 싫다는거고 일단 아침은 먹여야할 것 아닌가. 학교는 가지 않더라도 밥은 먹여야할 것. 간단히 먹이려고 하는데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큰일이 났다. 

 ‘ 그르르륵~~~!!! 그르르르르르륵~~~!!! 우웨에에엑~~~!!! ’ 

 구토 정도가 문제가 아니라 온 몸에 경기를 일으키며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만 것이다. 현준 입장에서도 아이든 어른이든 이러면서 쓰러지는 모습은 생전 처음 목격하는지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판. 얼른 119를 불렀고 앰뷸런스가 달려와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 아침에 아이에게 뭘 먹이셨습니까 ? 그리고 전날에는요 ? ” 

 “ 아니 뭐...아침에 특별히 먹이고 말고 할게 있나요. 그냥 늘 하는대로 간단한 햄이 

  랑 참치같은 인스턴트 식품이랑 그리고 마트의 반찬가게에서 산 김치나 콩나물 대 

  충 그런 것... ” 

 혼자사는 처지인데다가 사업을 하는 몸인데도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는 못한 현준인것인지 파출부나 가정부를 따로 두거나 하진 못하고 아이 삼시세끼는 늘 자신이 마트나 편의점등에서 사오는 대충 그런것들로 때우는 편이었다. 그러니 평상시와 달리 그야말로 무슨 특별한 음식을 먹였다고 할 것도 없는 판. 다만 의사선생님과의 상담과정에서 5년전쯤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는 몸이란 신상은 자연스럽게 밝힐 수밖에 없을터. 최근 그리고 좋은 사람이 생겨 재혼할 생각이 있어 집에 데려왔더나 아이가 너무 놀라고 겁을 먹은 것 같더라는 그런 일까지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래서일까. 의사는 안봐도 뻔하다는 듯 한숨을 한번 내쉬더니 이렇게 진단을 내린다. 

 “ 아무래도 신경성 스트레스 같습니다. ” 

 “ 신경성이요 ? ”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 명수가 지난 1-2주동안 신경쓰이는 일과 스트레스 받을일이 왜 없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준이 쉽게 수긍을 못하겠다는 듯 물었고 의사의 말이 이어진다. 

 “ 정밀검사를 해 봤지만...위든 간이든 기타 어디든 특별한 이상은 없었습니다. 오히 

  려...마트같은데서 사신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세끼를 때운다니...되려 영양실조 

  를 걱정해야할 아이인 것 같은데...여하튼 지금으로선 신경성 스트레스라는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  

 


 현준의 머릿속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아이는 신경성일뿐 그렇게 큰 위험은 아니라니 하루이틀정도 안정을 취한뒤 퇴원할수 있게 되었지만 어나이의 문제가 해결이 쉽지 않았다. 일단 그녀의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만나보려 하였지만 어나이도 나름 상처가 컸는지 아니면 무슨 다른 생각이나 고민을 하고 있는지 쉬이 만나주려 하지 않았다.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려 한 끝에 겨우 마주하게 된 두 사람. 어나이가 문득 현준을 보며 말했다. 

 “ 아저씨... ” 

 어나이의 현준에 대한 일반적인 호칭은 아저씨. 허나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고 심각하게 묻는 어나이의 태도에 현준이 바짝 긴장이 된다.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나 어떻게 생각해요 ? ” 

 밑도끝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묻는 어나이를 보자 무엇보다 그 의도가 파악이 안 돼 더더욱 당혹스럽지만 현준은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고백하기로 한다. 

 “ 어나이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 

 “ 그런말이 아니라요 !!! ” 

 허나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 듯 어나이가 발끈하고, 언제 어나이의 한국어 실력이 이렇게 부쩍 늘었나 의심스러워질정도로 일단 어나이는 한숨을 한번 내쉰뒤 이렇게 말한다. 

 “ 나 솔직히...그날 진짜 충격받은게 뭔지 알아요 ? ” 

 “ 어나이... ” 

 안타깝게 어나이를 불러보는 현준. 일단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 나 그래도 지금까지...미국에 살때는 물론 한국에서조차 검둥이니 뭐니 그런 말은 

  전혀 들어본적 없는 그런 여자에요. 심지어 미국살던 시절에도...진지하게 나하고 

  사귀어보고 싶다고 말한 백인 남자도 없지 않았어요. 그런데...그런데... ” 

 “ 어나이... ” 

 “ 그런데...솔직히 처음 현준씨 아이를 봤을때는...그래도 첫 인상인데다 아직 어린 

  아이고 외국인이니...많이 낯설고 그래서 그런것일수도 있겠다...그렇게 이해해보려 

  고도 했어요. 그런데 이건... ” 

 헌데 바로 그런 현준의 아이에게서 ‘검둥이 괴물’이니 ‘뚱뚱한 검둥이 아줌마’니 그러면서 대놓고 기겁하며 싫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을 두 번이나 겪은 어나이 아닌가. 이쯤되면 어나이 입장에서도 자신의 외양의 정체성을 총체적으로 재검증해봐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해봐야 할판. 아무리 피부색이 다른 나라의 철없는 어린아이라도 그렇지 어떻게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런 반응을 보일수가 있는지 그로인한 어나이의 상처도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현준이 그런 어나이를 어떻게든 달래보려 한다. 

 “ 아냐, 어나이. 다른건 몰라도. 어나이는 예쁜게 맞아. 그런게 아니라면...내가 왜 

  지금까지 어나이를 좋아하고...심지어 결혼할 생각까지 했겠나. 다른건 몰라도...어 

  나이가 못생겼다는건 당치않은 소리야. ” 

 “ 아저씨한데 그러면 뭐해요. 아저씨 아들한테 그렇게 인정을 못 받았는데 !!! ” 

 그러면서 거듭 현준의 아들 명수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그와같이 토로하고 있는 어나이. 그러면서 흐느끼기까지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20대 중반의 어나이도 40대인 자신이 볼때는 여전히 아직 어린여자로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현준이 현준대로 이런 어나이를 달래는 문제는 물론 앞으로 자신과 그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고민하고 있을 때 헌데 더 큰 사달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어쩄거나 아버지 현준이 그런 검둥이(?) 흑인여성(?)과 재혼한다는 것을 이미 기정사실로 머릿속에 인식하게 되어버린것일까. 현준의 아들 명수가 큰일을 저지르려 하고 있었다. 

 명수의 옆반에 이윤상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물론 둘 다 지금 초등학교 2학년으로 1학년은 물론 현재 2학년인 지금도 같은반에 배정된적은 없는 아이인데, 다만 이웃집에 사는 처지라 어느정도 면식도 있고 피차 가정형편도 어느정도 알고있는 그런 아이다. 정확히 명수와 윤상은 한 아파트에 명수는 4층에 그리고 윤상은 1층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이따금 등하교때 같이 가기도 하고 그러던 사이긴 했는데, 바로 그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알게된 서로의 가정환경. 실은 이윤상도 박명수처럼 이혼가정에서 자란 아이였다. 

 명수가 윤상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윤상의 어머니는 지금 카나다에 계시다고 했다. 그리고 윤상의 아버지는 1년전쯤에 재혼을 했는데 따라서 윤상은 명수보다 먼저(?) 새엄마가 생긴 셈. 그리고 그 새엄마가 그 사이에 딸을 한명 낳아 윤상은 여동생이 생긴 상황이기도 하다. 허나 아무래도 젊은 새엄마인 그녀는 자기딸 키우는데만 온통 정신을 쏟는 상황이라 초등학생 윤상은 대체로 방관상태로 놓아두고 있는편. 딱히 구박을 한다거나 그런일까진 없어도 대체로 윤상도 자신이 집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있고 그리고 자연스레 친엄마에 대한 그리움도 샘솟을만한 그런 때. 그런 환경을 대충 알고있는 명수가 어느날 윤상을 자기집으로 불렀다. 일단 낮에 윤상의 집에는 자신과는 달리 젊은 새엄마가 자기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 상태로 있으니, 그런 윤상의 집에서 일을 꾸미긴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을 하시면 퇴근하실때까지 집에 항상 자기 혼자만 있게되는 명수가 윤상을 자기집으로 부른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그렇게 1층과 4층 한 아파트 한 호(號)의 위,아랫층에 살고 또 등하교때도 이따금 같이 가긴 하는 사이였지만 그래도 서로 집에까지 부르거나 초대할정도로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는데, 그래서 윤상은 명수의 의도를 더더욱 알 수 없어 의아한 상태로 그의 집을 방문하긴 했는데, 간단한 간식거리라도 내오며 대뜸 명수가 윤상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 이윤상, 우리 친엄마 찾으러 가자 !!! ” 

 “ 뭐라구 ? ” 

 윤상은 현재 새엄마랑 살고있고 친엄마는 카나다에 살고 있다고 했고 명수의 경우엔 일단 아버지가 그렇게 외국인 예비 새엄마를 데리고 와서 아이를 무척이나 놀라게 만들기도 했지만 친엄마의 경우엔 지방에 산다는 이야기만 언젠가 집안 어른들로부터 얼핏 들었을뿐 구체적인 소식은 모른다. 헌데 그런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의 머릿속으로 나오는 이야기로는 너무 엄청난 이야기인지라 윤상도 무척 놀라긴 했는데, 명수가 나름 거듭 윤상을 설득했다. 어쩌면 피차 비슷한 처지에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고 그런 사이에서 혼자만 일을 저지르긴 뭣해 함께 가기로(?) 결심이라도 한 것인지. 명수의 설득이 거듭되었다. 

 “ 윤상이 너도 어쨌든 엄마 보고싶다고 그럤었잖아. 새엄마가 맨날 밥도 안주고 준 

  비물도 안 사다주고 그래서 싫다고 했고...그러니 우리 엄마 찾아 가자고. ” 

 “ 명수 너...엄마 어디 계신지는 알아 ? ” 

 일단 어머니가 카나다에 계신다는 것은 – 카나다가 얼마나 넓고 또 얼마나 먼 나라인지 아이 머릿속에 얼마나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 확실하게 알고있는 윤상. 허나 그런 윤상과는 달리 명수의 경우엔 명절에 이따금 친척어른들 입에서 자신의 친엄마가 지방 어디에 산다는것만 얼핏 들은게 전부다. - 명수의 아버지 박현준은 3형제중 둘째다. - 대략 전남 목포인가 그쯤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는 한데. 여하튼 명수나 윤상이나 친엄마의 소재지를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카나다나 목포를 어떻게 찾아갈지도 제대로 모른다고 봐야하는 상황에서 명수가 거듭 윤상에게 이런 엄청난 제안을 한 것이고 따라서 윤상은 나름 걱정되는 생각에 명수에게 이렇게 묻긴 했는데 명수는 나름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세운게 있는 듯 당차게 그 생각을 입에 담는다. 

 “ 고속버스 터미널이든 공항이든 거기서 일하는 아저씨들한테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 

  르쳐주실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진 마. ” 

 일단 목포와 카나다를 대체 어떻게 찾아가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닌 듯 하니 그것은 다행이라고 봐야할판. 그러나 여비는 어찌 마련할것이며 이제 초등학교 2학년밖에 안 된 어린아이고 공항이든 고속버스 터미널이든 찾아가면 그곳 관계자가 친절하게 목포나 카나다행 표를 쥐어주기나 할지 아니면 바로 경찰이나 집으로 연락해서 아이들 데려가도록 할지. 어떤 조치를 취하게 될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명수는 거듭 이렇게 자신에게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것처럼 윤상을 설득하고 있었다. 

 


 “ 내가 먼저 너 인천 국제공항까지 바래다주고 난 목포로 엄마 찾으러 내려갈게. 그 

  러니까 OO일 아침에 같이 떠나자. ” 

 불행인지 다행인지 일단 명수는 카나다나 목포가 어디 가까운 지역이 아닌 카나다는 외국이고 목포는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야하는 지방의 도시임을 아는 듯 했다. 그래서 그와같이 다시금 구체적인 가출계획을 말하는 명수. 허나 윤상은 아직 의아하고 이해가 안간다는 듯 이와같이 물었다. 

 “ 넌 목포에서 어떻게 엄마를 찾을려구 ? ” 

 “ 우리 엄마 종가집이 목포에 있다구 했어. 그래서 목포에서 두세집중 한집 정도는 

  민OO 여사님에 대해 안다고 했거든. 그러니 목포역에 내려서 대충 돌아다니다 보 

  면 민OO 여사님댁이 어딘지 아시는 어른이 있을거구 그러니 그런식으루 물어물어 

  가다보면 찾을수 있을거야. ” 

 그야말로 초등학교 2학년다운 깜찍한 계획이라고 봐야할지 공포스러운 계획이라고 봐야할지. 여하튼 초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래도 학교에서 배웠든 아니면 평상시에 어른들로부터 들은게 있든 그런식으로 습득한 지식이나 정보 따위가 아주 전무하지는 않을터. 명수는 목포든 카나다든 ‘엄마를 찾으러 간다’고 말하면 그런식으로 어른들이 알아서 이런 어린아이들은 친절하게 엄마가 있는곳까지 잘 데려다 줄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는것인지. 일단 고속버스 터미널이나 공항 관계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은 친절하게 가르쳐줘서 차에 태워다 줄것이고 카나다로 가야하는(!) 윤상이는 그렇다치고 자신의 엄마는 여하튼 종가집이라고 하니 엄마 이름을 대든 외가쪽 어른 이름을 대든 그러면 ‘목포에 엄마네집을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그런식으로 그야말로 ‘어른들 도움을 받아’ 무사히 엄마를 찾을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하는 것 같다. 여하튼 명수는 엄마에 대한 정보가 이름이랑 그리고 아마 엄마 고향이 목포고 그것도 엄마 친정 즉 자신의 외가가 그곳에서 종가집이라는 것 정도를 평상시 아빠나 친척어른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조합해서 아는 것이 있는 듯 그와같이 ‘엄마찾아 삼만리’ 계획을 세운 듯 하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이혼가정에서 자라는 어린이인 이웃집 아이 윤상까지 이런식으로 꼬드겨 가출계획을 세운 것이다. 

 처음엔 이웃집 명수의 계획이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겁도 나서 쉽게 응하지 않던 윤상도 명수가 거듭 이렇게 설득을 하고 또 구체적인(?) 계획까지 말하니 그런대로 안심(!)과 신뢰(!)가 가는지 명수의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여하튼 윤상도 더 이상 새엄마가 생겨 더 이상 집안에서 소외되며 사느니 친엄마를 찾으러 가는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인지. 거사일을 정하고 해당일에 학교에 가는척 집을 나와서 그런식으로 엄마를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다만 많은 짐을 챙겨가지고 나가면 어른들한테 들킬 우려가 있으니 옷가지나 세면도구가 들어간 큰 짐가방을 미리 아침일찍 아파트 앞 풀밭 같은데 숨겨다 놓고 다시 정상적인 학교갈 시간이 되어 집을 나서기로 했다. 나름 용의주도하고 치밀함까지 갖춘 두 사람의 계획. 그리고 마침내 거사당일. 두 사람은 그렇게 집을 떠났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공교롭게도 현준은 그날 회사에 급한일이 생겨 아침일찍 집을 나와야겠기에 2학년 아들 명수에겐 평상시처럼 대충 자신이 차려주던 햄이나 참치따위를 챙겨 아침을 먹으라고 일러주고 집을 나섰고 윤상의 아버지와 새엄마는 두 사람 사이에 새 아이가 생긴뒤론 윤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멀어지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평상시와 약간 다른 윤상의 움직임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아침에 미리 풀밭에 짐가방을 숨겨놓고 조금 시간을 늦춰 집에서 나온 명수와 윤상. 미리 갖다놓은 짐가방을 꺼내 그것을 챙겨들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애초 계획이 먼저 명수가 윤상을 안전하게(!) 인천 국제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자신은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는것이었으니 먼저 윤상을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함께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 어...어떻게 된거지 ? ” 

 허나 아무래도 애들은 애들. 혹시라도 착오가 생기지 않게 하기위해 집에서 꼼꼼이 지하철 노선도까지 챙겨갖고 나온 아이들이었지만 어디선가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일단 집에서 마을버스로 몇정거장 가면 도착하는 전철역까지 가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 거기서 인천까지 가는 전철을 타는데 몇 번 착오가 생겨 헤맸다. 그리고 급기야 인천 지하철 1호선 종착역까지 도착했을 때. 거기서 공항가는 전철을 갈아타면 되는것으로만 알고있던 두 아이는 막상 여기서 공항철도가 보이지 않자 당황하며 헤매고 있다. 

 “ 아저씨, 여기 인천공항으로 가는 전철을 타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 ” 

 “ 뭐 ? 인천공항 터미널 ? ” 

 어른들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이런 나이어린 두 아이가 인천공항까지 간다고 하면 수상쩍게 여길 수밖에 없을터. 헌데 다소 순진한 윤상이 사실대로 ‘엄마 찾으러 간다’고 말하려는 것을 명수가 황급히 입을 막은뒤 이렇게 말했다. 

 “ 아빠가 오늘 외국출장에서 돌아오시는 날이거든요. 그런데 엄마가 오늘 회사일이  

  바빠서 아빠 마중을 못 가신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희보고 같이 아빠 마중을 갖다 

  오라고 해서... ” 

 “ 아빠...마중을 엄마대신 가기로 했다구 ? ” 

 확실히 생각보다 제법 치밀한 편이 있는 명수. 또 한편으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너무 잘 꾸며내는 것이 좀 걱정되는 인성이기도 하고. 일단 적어도 전업주부보단 맞벌이 부부가 많은 그런 시대이다보니 엄마없이 자란 자신이나 새엄마 밑에서 사는 윤상과는 달리 요즘 웬만한 엄마들은 직업을 가진 직장여성인 것을 대충 아는것인지 – 하긴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면 그 2년동안 학교에서 반 아이들의 사는 모습을 보며 다른집 아빠,엄마들은 어떻게 사는지 대충 인지를 하기 시작할 그런 나이가 아닌가. - 여하튼 깜찍하고 무서울정도로 말을 잘 만들어내고 있는 그런 명수란 아이다. 그러나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가 바쁜 것은 그렇다치고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 가야하는 평일에 그것도 달랑 어린아이 두명만 그 먼 인천공항까지 아빠 마중을 가라고 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쉬이 납득이 가지 않아 두어가지 질문을 더 해보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가 도착하고 있었다. 

 “ 어, 저거다. 너희들 저거타면 될거야. ” 

 방금전 잠시 ‘수상하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침 해당 버스가 도착하고 있으니 차라리 잘되었다 싶은 생각인지 급한김에 자신도 모르게 그런말이 나온것인지 대충 그렇게 아이들에게 대답하고 말았고 두 아이는 천연덕스럽게 그 버스를 타고 말았다. 허나 그게 본격적인 사달의 시작이었다. 실은 그 버스는 ‘인천공항’이 최종 행선지인 버스는 맞지만 방향이 그 인천공항쪽이 아닌 이미 인천공항에서 출발 인천 시내의 다른 지역으로 가는 버스였던 것이다. - 그나마 서울이나 경기도의 다른지역으로 가는 버스가 아닌 것을 다행으로 봐야할판이다.  

 허나 일단 천연덕스럽게 버스를 타버린 두 아이. 운전기사 입장에서도 좀 의아하고 이상하긴 하겠지만 일단 별다른 의심없이 두 아이를 버스에 태웠다. 무엇보다 평일 오전이고 출근시간이야 이미 한참 지난뒤니 한산한 광역버스안에 그렇게 타게된 두 아이. 그리고 버스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인천공항과 정 반대방향으로) 순행을 하고 있었다. 

 “ 얘들아. 다왔다, 안 내리니 ? ” 

 인천공항까지 가는 버스든 반대방향이든 아무래도 종점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터. 아이들도 적어도 그것은 인지하고 있어서인지 버스안에선 그저 좌석에 앉아 맘 푹놓고 ‘그저 버스가 알아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겠지’ 그 생각만 하고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다 그만 쿨쿨 잠이 든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종점에 도착한 버스. 다른 승객들이야 이미 다 내린뒤에 세상모르고 잠이든 두 아이를 버스 운전기사가 그제서야 깨웠다. 그리고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 아니, 너희들 대체 어디까지 가는거야 ? 학교는 안 가 ? 도대체 어디로 가는 아이 

  들이야 ? ” 

 “ 저...저희 인천공항 가야하는데... ” 

 “ 뭐어 ? 인천공항 ? ” 

 “ 인천공항으로 가야하는데 다온건가요 아저씨 ? ”



- 3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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