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선문법사 이야기
한편 얼마후 성희는 결국 풍수지리를 본다는 산신도인을 따라나서기로 했다. 성희가 집을 떠난지는 5년정도가 지난뒤의 일이니 어느덧 70년대가 다 지나고 80년대로 접어든 무렵이다. 한편 성희는 그 사이 걱정이 되긴 했는지 집으로 연락을 취해보긴 했었다. 엄마와 언니들은 ‘당장 돌아오라’며 불호령을 내렸으나 성희는 그럴수는 없다며 다만 ‘자신은 잘 있으니 걱정말라’는 말만 전하고 행여 자신이 있는곳을 가족들이 알고 찾아올까봐 자신이 있는곳에 대해선 일절 힌트를 주지 않았다. 따라서 비록 전화통화는 가능해졌어도 이때 성희의 엄마나 언니들이 그녀가 있는곳을 알수는 없었다. - 휴대폰 위치추적 같은 기능이 있는 시절도 아니고, 전화추적 기능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마 경찰서에 수사의뢰를 해야하는등 과정도 복잡하고 또 일반인중 그런것에 대해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시절이다. - 가령 유괴사건 같은게 터졌을 때 막연히 제보전화(?)나 유괴범을 자처하는이가 전화를 해서 어느 기차역 근처 어느 나무앞에서 있다는식으로 막연한 이야기를 하면 경찰이든 기자들이든 일단 ‘혹시 모르니’ 무작정 거기까지 찾아가보곤 하던 그런 시절이다.
그러니 성희가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는 있어도 가족들이 성희 있는곳은 알수 없던 시절. 헌데 성희가 경남의 보살집에서 일을 도운지 5년만에 그렇게 산신도인이란 풍수사를 따라나섰으니 설사 나중에라도 언니나 어머니가 알고 찾아온다 하더라도 이미 성희는 그곳에 없는 상황이 될 터. 그렇게 성희를 데리고 나온 산신도인은 일단 그녀를 자신의 거처로 데리고 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본뒤 인근 어느 암자같은곳으로 데려갔다. 아니, 암자라기 보단 인근에 동굴같은게 있고 암자가 있던 흔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는이가 없는지 그야말로 ‘텅빈 절’ 같은 그런 분위기라고나 할까. 대충 그런곳을 수리해서 성희가 살도록 산신도인이 조치를 취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 인근에 있는 동굴을 성희에게 소개하고 이렇게 말했다.
“ 이곳에서 한번 수련을 해보게. 그럼아나 ? 자네에게도 혹시 득도(得道)할날이 올
지. ”
그렇게 성희를 그곳에서 살면서 수련을 할수있게 해주고는 이따금씩 찾아와 풍수보는법을 가르쳐주고 또 실제 그런 풍수를 볼수 있도록 그런 산천같은곳을 몇날며칠 혹은 몇 달씩 떠났다가 돌아오곤 하는 그런식으로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성희가 옛 암자 근처 동굴에서 수련하며 암자를 자신의 거처로 쓸때는 혼자몸으로 그리고 풍수같은 것을 배울때는 산신도인과 함께 며칠이고 몇 달이고 함께 긴 여행을 떠나는 그런 나날이 한동안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는 성희가 동굴에서의 수련을 마치고 거처인 암자로 돌아와 잠을 청하고 있을때였다. 그날따라 날씨도 좀 안좋고 비는 오지 않으나 바람이 좀 세게 부는 것 같더니 그러다 갑자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 살려주세요...어머니...살려주세요... ”
이게 대체 갑자기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성희가 주위를 돌아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다만 어디선가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억울해요 어머니...전 억울하게 죽었어요. ”
“ 누...누구세요 도대체... ”
그러나 주변은 어두컴컴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알 수 없는 여인의 흐느낌 소리만 들려올뿐이었다.
“ 어머니...살려주세요. 억울하게 죽었어요 전...전쟁때 군인아저씨들이 죽였어요. 전
전쟁때 그저 오빠들이 시키는 심부름을 좀 하고 돌아다녔을뿐인데 전쟁이 끝나고
군인아저씨들이 들이닥쳐 저를 다른 많은 사람들과 어디론가 끌고가 함께 죽였어요
. 살려주세요 어머니. 흑흑흑흑~~~!!! ”
“ 어머니 살려주세요. 어흐흐흑~~~!!! 어머니 살려주세요 어흐흐흑~~~!!! 전 억울해요
어머니...어어어엉~~~!!! 전 어릴 때 양반댁 하녀로 일했는데 그 집 도령이 절 겁탈
하고 그것이 들통날까봐 절 돌로 쳐죽인뒤 어떤 깊은 산골짜기에 내버렸어요. 너무
억울해요. 내가 왜 죽어야해요. 내가 대체 잘못한게 뭔데 죽어야해요 어머니이~~~
!!! 어흐흐흐흐흐흑~~~~~~~!!! ”
“ 어머니...어어어엉~~~!!! 난 어쩌면 좋아요. 난 아무데도 갈곳이 없어요. 배고파요
어머니. 춥고 배고프고 갈곳도 없는 몸이에요 어머니~~~!!! 어흐흐흐흐흑~~~!!! 어
머니...어머니. 춥고 배가고파요 어머니~~~!!! 어릴 때 전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고
돈에 나이많은 양반집 첩으로 팔려갔어요. 하지만 나이많은 양반은 얼마안가서 세
상을 떠나고 그 뒤 전 알몸으로 집에서 쫒겨나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되어 여기저기
를 떠돌다 죽었어요. 어머니~~~!!! 배고파요. 갈곳이 없어요 어머니~~~!!! 전 어쩌면
좋아요 어머니~~~!!! ”
“ 이...이봐요 대체 누구에요 !!! 누군데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하는거에요 !!! ”
너무 이상하고 해괴한 울음소리와 이야기가 자꾸 들려오자 성희가 그와같이 소리를 쳐댔다. 그러면서 몸을 흔들어보는데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무섭고 두려워서라도 어디론가 달아나야할 것 같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헌데.
“ 이봐 성희 !!! 성희 왜 그래 ? ”
그러다 누군가 흔드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다행히 꿈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깨운 것은 다름아닌 산신도인. 산신도인은 평상시 이 암자에서 그녀를 거처하게 하고 인근의 동굴에서 수련을 하게 했는데 그리고 이따금 풍수를 배우러 떠나야할 때 찾아와선 같이 풍수지리를 배우는 여행을 떠나고 그랬던것인데 그 산신도인이 다시 성희를 찾아온 것이다. 게다가 이른아침인데 자는방에 있는 성희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것일까. 얼른 방으로 뛰어들어와 성희를 깨워보았고 그렇게 성희가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 어...도인님. ”
“ 그래 날세. 헌데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게요 ? 무슨 잠꼬대를 그리 심하게 하나 ?
”
“ 아...저...그게... ”
무슨말을 어찌해야할지 고민하던 성희는 어차피 산신도인과는 이제 웬만한 이야기는 서로 흉금을 터놓고 하는 사이가 되었고 또 어차피 여기서 자신이 이야기나눌만한 상대가 산신도인밖에 없는지라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막상 성희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니 기이한 일이라 여겼는지 산신도인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 그...그러잖아도 이 근방 어딘가에 그런곳이 있다고 들었어. ”
“ 어떤곳이요 ? ”
“ 그...6.25때던가...그러고보니 성희도 아마 전쟁은 끝난뒤에 태어났을 사람이지만...
그때 아마 전쟁이 끝날 무렵 전쟁때 북한공산당을 도왔다는 혐의로 군인들이 많은
젊은이들을 끌고갔었어. 남자건 여자건 심지어 어린아이까지... ”
“ ??? ”
“ 헌데 그렇게 끌고간 사람들을 어느 산골 은밀한 장소에서 모두 총살시켜 죽였다더
군. 듣기로는 아마 이 근방 어딘가에도 그런곳이 있다도 하던데... ”
말인즉은 그렇게 죽은 원귀(冤鬼)들이 성희를 찾아온 것 아닌가 그런 이야긴데, 헌데 그런 귀신들이 왜 하필 강성희에게 ? 무엇보다 이미 이런 수도생활을 시작한지(경남지역의 보살밑에서 일을 돕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시간이 꽤 지난 성희이지만 그래도 아직 나이어린 젊은 여성이라서인지 순간 소름이 끼쳐 몸서리를 치기까지 했다. 산신도인의 공연한 탄식이 이어졌다.
“ 헌데 저 아이는 웬 아인가요 ? ”
그제서야 성희의 눈에 방문앞에 멀뚱멀뚱 서 있는 아이가 보였다. 사실 처음부터 눈에 뜨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성희가 자기방에서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 산신도인이 뭔가 느낌이 이상해 방으로 들어와본것이고 그리고 성희가 꾼 악몽을 가지고 이야기를 좀 나누느라 신경이 거기까지 가지 않았던것뿐. 허나 산신도인과 대화가 대충 마무리되고나니 자연스레 그쪽으로 신경이 간 것이다. 그러자 산신도인이 아이를 잠시 들어오게 한뒤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 실은 내가 오늘 자네를 찾아온 것이 말일세... ”
“ ??? ”
“ 이 아이를 좀 자네가 맡아주었으면 해서 찾아왔네. ”
보통 풍수여행을 떠날 때 같이 가자며 찾아오곤 하던 산신도인인데 오늘은 그럼 그런 용무가 아니란 말인가. 여하튼 너무 갑작스럽고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 그저 어리둥절하기만 한 성희. 대체 갑자기 무슨 이유인지 연유를 묻지 않을수가 없다.
“ ......미륵(彌勒)님이 주신 아이라 생각하고 거둬주게. ”
“ 예에 ??? ”
보통 불교신자라면 미륵(彌勒)이란 개념에 대해 한두번 듣지 못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 역사에서 보면 후고구려를 세운 궁예라던가 그런 ‘미륵’을 자처했다는 정치지도자가 이따금 나오기도 하고 또 전라돈가 충청도 어느어느 지역엔 꽤 오래전부터 ‘미륵’을 신봉해온 그런 지역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허나 불교신자가 듣게되는 미륵이나 역사속에서 배우는 그런 인물까진 그렇다쳐도 특정한 미륵신앙이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지역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나 해당지역 토박이가 아닌 다음엔 잘 모를 것이다. 여하튼 일반 대다수에겐 의외로 생소한 개념이 되는 미륵(彌勒). 사실 그동안 무당이 되겠다며 그 난리를 치며 돌아다녔고 경남지역의 한 보살밑에서 5년을 일하면서 이런저런 기인,도사를 다 만나보기까지 한 성희이기도 하지만 의외로 여태 그런 개념을 들어보지 못한듯한 성희. 산신도인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탄식을 다시 내뱉는 듯 하다 이렇게 말을 이어간다.
“ 어쨌거나 이 세상에 태어나도록 예정되어진 생령(生靈)이라면... ”
“ ...... ”
“ 그 생령의 나고짐에도 다 천지신명(天地神明)의 깊은뜻이 담겨있지 않겠나. ”
그렇게 읊조리는 산신도인의 표정은 여느때보다 슬퍼보였다. 성희가 산신도인을 알게된 것이 경남의 그 보살 밑에서 일할 때 이따금 손님으로 찾아올때부터고 이렇게 직접 산신도인을 따라나선지도 한 몇 달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지금껏 산신도인의 표정이 이렇게 슬퍼보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슬몃 의심이 들어서 이렇게 묻는다.
“ 혹시...산신도인님 아이인가요 ? ”
“ 뭐 ? ”
“ 도인님 아이도 아니라면...대체 왜 ? ”
“ 으...으...으허허헛~~~!!! ”
마치 기도 안찬다는 듯 이상하게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는 산신도인. 어이없다는 듯 성희를 바라본다.
“ 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이제야 저만한 아이가 있겠나. 허허...뭐 지금까지 내가
거둬 키워온 아이인건 맞지만...이래저래 내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지금부터 자네가
좀 맡아주었으면 한다 이 말일세. ”
풍수지리를 보며 이따금 이런저런 고관대작 집안의 풍수를 봐주기까지 한다는 사람이 대체 무슨 이유가 있어 지금까지 자신이 거둔 아이를 더 맡아 키울수 없게 되었다는것인지. 납득이 안 가지만 일단 산신도인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아이는 일단 5-6세는 좀 넘어보이고 열 살은 채 되지 않은듯한 그런 아이였다.
“ 헌데...이 아이의 이름은 ? ”
“ 실은...그게... ”
산신도인이 난감한지 쭈볏거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와같이 말했다.
“ 그게...어쩌다보니 제대로 된 이름을 지금껏 짓지 못했어. 그렇다고 부를 이름이
아주 없을수는 없으니 ‘개똥아...개똥아...’ 이렇게 부르긴 했네만... ”
마땅히 지을만한 이름이 없어 편의상 지금까지 그렇게 불러오긴 했지만 그걸 가령 정식으로 출생신고를 한다던가 학교를 다니게 한다던가 할 때 부르는 이름으로 하기는 난감할일. 그래서일까. 산신도인은 이런 부탁까지 했다.
“ 자네가 그러니 좀 괜찮은 이름을 한번 생각해보게나. 난 그냥 지금껏 편의상 집
에서 개똥이라고 불러왔네만... ”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무책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 산신도인의 태도다. 대체 무슨 곡절이 있어 이런 아이를 거두어 키우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아이를 맡기면서 아예 이름까지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다니. 산신도인의 말은 이어졌다.
“ 성은 내 성을 따서 윤씨로 하게나. 그리고 이름은 자네가 한번 나중에라도 괜찮은
이름이 생각나면 지어주고. ”
대체 어떻게 거두게 된 아인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그런 아이를 성희에게 맡기면서 또 성은 자기성을 따게 해달라는 산신도인의 부탁. 그래서 거듭 의심이 가서 성희가 다시금 도인에게 물었고 허나 일단 그건 분명히 아니라며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 내가 풍수일을 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우연찮게 거두게 된 아이이긴 하네만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직접 낳은 아이는 아닐세. 허허허...난 솔직히 지금껏 그런
여자문제는 별다른 인연도 없었고말야. 여하튼 일단 그렇게 내가 지금껏 거두어 키
운 아이지만 내가 사정이 더 이상 여의치가 않으니 좀 맡아달라는말일세. ”
그러고보면 대충 봐도 열 살은 채 안 되어보이는 대략 7-8세 정도로 추정되는 아이가 그런 환경에서 거두어져 키워졌다면 학교나 제대로 보낼수 있었는지 그것도 의문이다. 일단 아직 학교갈 나이는 아니었더라도 이제 그럴때가 되었을 것 같긴 한데, 그런 상황에서 이런 깊은 암자에 아이를 맡긴다는것도 좀 상식밖이긴 하다. 여하튼 산신도인의 거듭된 부탁이 있어 그의 말대로 성은 윤씨로 하기로 하고 성희가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거두기로 결심했다. 한편 그 부분에 대한 대화가 대충 마무리되자 이만 떠나려는 듯 산신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헌데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성희보고도 잠시 밖으로 나와보라고 한다.
“ 아니, 대체 무슨 일이신데요 ? ”
아이까지 있는 자리에선 말하기 좀 난감한 주제의 대화인걸까. 일단 대충 그렇게 짐작하고 성희가 산신도인을 따라나왔더. 성희의 처소에서 좀 떨어진 곳까지 와서 산신도인이 헛기침을 한번 하는 듯 하더니 이렇게 묻는다.
“ 자네 혹시...그 도사하고도 교류하나 ? ”
“ 네 ? ”
이건 또 난데없이 무슨 소린가. 일단 짐작해 보건데 경남의 그 보살집에서 머물 때 그곳에 들르던이중 누군가를 말하는 듯 한데 이렇게 막연히 이야기해선 누구인지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결국 구체적으로 산신도인이 이런 설명을 덧붙인다.
“ 그...덩치좀 크고 얼굴도 큰 그런 친구 있지 않았나...툭하면 후천개벽(後天開闢)의
시대가 올거라느니 미륵(彌勒)의 세상이 열린다느니... ”
사실 미륵의 개념은 불교신자라 듣게 되었든 또는 역사시간에 그런 반란세력에 대해 듣게되어 알게되었든 그래도 한두번 전혀 못들어본 사람이 없지는 않을것이나 보통 80년대 들어 증산도니 대순진리회니 하는 종교단체에서 본격적으로 들고일어난 ‘후천개벽’의 개념은 이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이다. 따라서 성희조차도 미륵까지는 몰라도 후천개벽은 ‘이게 웬 난데없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하며 어리둥절하게 바라보는데, 다만 일단 누구를 말하는건지 인상착의에서 대충 짐작은 갈 것 같아서 성희의 반응이 이와같다.
“ 아...혹시...그분 ? 그 일전에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던데...화려한 불빛아래 도깨비
들이 수없이 춤추는 세상이 온다고... ”
“ 그 친구가 그런말도 했어 ? 화려한 불빛아래 도깨비가 뭘 한다구 ? ”
일단 둘이 언급하는 인물이 동일인물은 맞는 것 같은지 성희가 다시 설명을 덧붙인다.
“ 일전에 한번 OO보살님 댁에서 며칠 머물다가실 때 그런 말씀을 하신적이 있어요.
무슨 나중에 화려한 불빛아래 수많은 남녀 도깨비들이 노래하며 춤추게 될것이라느
니 또는 컴퓨터 만지는 사기꾼이 수도없이 나타날것이라느니... ”
“ 허허...내가 말한 그 친구가 맞나보구먼. 맞아. 툭하면 조만간 후천 미륵세상이 열
릴것이라며 요상한 예언같은 소리를 종종 입에 담곤하는 그런 친구지... ”
일단 바로 그 사람을 이야기하는게 맞긴 한 것 같은데 허나 산신도인은 오히려 우려와 경고의 의미를 담아 이와같이 말한다.
“ 내 자네에게 인간적으로나마 한가지 충고를 해주겠는데말야... ”
“ ...... ”
“ 그 친구와 교류하는것까진 좋으나 너무 깊이 만나거나 하진 말게. ”
“ 산신도인님...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 ”
“ 나도 그 친구를 몇 번 겪어보았지만...좀 문제가 있어보여서 그래. 뭐랄까...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 친구 같아보인다고나 할까. ”
일단 성희는 그 문제의 ‘도사’를 손님으로 잠시 들렀을때를 제외하면 그때 한번 보살의 집에서 며칠 머물다 갔을 때 잠시 그런 대화를 나눠본게 전부다. 따라서 무슨 깊은 교류고 뭐고 그런 것을 할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혹시나 하는 노파심의 우려에서인지 산신도인의 말이 이와같다.
“ 여하튼...내가 보기엔 좀 정상적이지 못한 친구 같아 보이더라구. 그러니 그 친구
와는 나중에라도 웬만하면 교류하지 않는게 좋을게야. ”
사실 강성희 입장에서야 그때 그 도사는 이따금씩 보살님 댁에 들르던 다른 손님들처럼 보살과 몇시간동안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돌아가거나 또 어떨때는 한 며칠씩 보살님 댁에 머물다 돌아가던 그 정도의 인연이었지 성희와 무슨 각별한 관계였거나 그럴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와 그렇게 무슨 특별한 교류를 나눌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산신도인의 그와같은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긴 했으나 설마 무슨 별일이야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잊어버렸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이후로는 한동안 산신도인조차도 성희의 거처를 찾는일이 그리 잦지는 않았다. 그렇게 성희는 산신도인이 맡기고간 아이를 자신이 거두어 키우며 대충 한 2-3년 정도의 시간이 더 흘렀다. 헌데 그 무렵 바로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는데 바로 그때 그 도사였다. 성희가 경남의 보살댁에 있을 때 그녀가 성희의 사주,관상등을 다시한번 봐달라는 부탁을 하기도 하고 또 잠시 그 보살댁에 머무르며 성희에게 무슨 ‘화려한 불빛아래 수많은 남녀 도깨비들이 마구 소리지르며 춤추며 노래하는 때가 올 것’이라는 알듯말듯한 이상한 소리를 하기도 했던 그 도사. 사실 그게 벌써 70년대 후반의 일이고, 이때가 이미 80년대 초반을 지나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이니 성희가 도사에게 그런말을 들은게 이미 한 4-5년전의 일이다. 무엇보다 산신도인도 더 이상 이 거처를 찾지 않는 상황에서 혼자 수련을 하며 산신도인이 맡긴 – 다만 성만 있고 이름은 없는채 ‘윤 모’라고만 불려지게 된 – 그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었는데 그러다 뜻밖에 도사가 그곳을 찾게된 것이다. 사실 성희가 최근에 도사를 만나본게 이미 4-5년의 일이니만큼 성희가 도사의 얼굴을 바로 기억해내기 쉽지 않았는데 도사가 되려 눈썰미가 좋은것인지 신통력이 있는것인지 그동안 수련으로 많이 수척해진 성희를 바로 알아보기까지 했다.
“ 여...여기서 지내고 있었는가 ? ”
마치 10년지기라도 보는듯한 반가움으로 이렇게 말을 건네는 도사. 처음에 기억을 못하는 듯 하던 성희는 보살댁에서의 일을 그가 언급하자 그제서야 기억을 해냈다. 헌데 도사가 자신을 찾아온것보다 그가 자신의 거처를 알고 있다는것에 더 놀랄 수밖에 없다. 일단 지금 자신의 거처를 알고있는 사람은 산신도인인데 되려 산신도인은 그 도사와 너무 깊이 교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우려의 말을 건네고 떠나지 않았던가. 그러니 그런 산신도인이 도사에게 자신의 거처를 알려줄 가능성은 더더욱 없지 않은가. 아니면 산신도인이든 경남의 그 보살이든 여하튼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교류하는 그 과정에서 강성희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를 알게 되었던것인지. 도사가 정말 대단한 신통력이나 예지력을 갖춘이가 아니라면 일단 합리적인 추론은 그 두가지밖에 없다. 헌데 ‘어떻게 절 다 찾아오셨느냐 ?’는 성희의 물음에 도사는 이렇게 답했다.
“ 애초에 자네의 관상을 봤을때부터 인연일것이란 생각을 했어. ”
“ 예에 ??? ”
여전히 도사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하는 성희. 도사가 그런 성희를 제법 강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듯 하더니 이와같이 말했다.
“ 여보게... ”
“ 예, 도사님. ”
뭐 어차피 강성희의 입장에선 그를 부를만한 호칭이 그 외에 마땅한 것이 없을테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 없을것이도 도사는 일전에 경남의 보살댁에서 그랬던것처럼 저기 멀리 산천을 한바탕 뚫어지게 바라보는 듯 하다 입을 열었다.
“ 이제 머지 않았네. ”
“ 뭐가 말씀이신가요 도사님 ? ”
“ 후천개벽(後天開闢) 미륵(彌勒)의 세상, 용화세상(龍華世上)이 열릴날이 머지 않았
단 말일세. 조만간 구천문(九天門)이 열릴게야. ”
도대체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까먹는 소린지 일단 개벽이니 미륵이니 하는 개념은 이제 성희도 전혀 모르진 않을터이고 다만 여하튼 도사의 말의 의미를 100% 정확히는 이해 못하는 가운데 도사가 다시금 어딘가 멀리 산천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한편 속세에서는 이미 후천개벽이 어쩌구 그런 주장을 하는 종교단체가 책자나 광고등을 통해 서서히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그런 시기고 ‘다물’이니 ‘단’이니 하는 그런류의 책자가 발행돠는 시기이기도 하다.
“ 자네 나와한번... ”
“ ...... ”
“ 오만년동안 인류를 구원할 대 철학을 탄생시켜보지 않겠나 ? ”
“ 도사님... ”
대체 무슨 의미로 이런말을 하는것인지. 도사가 여전히 의미심장하게 성희를 바라보는 가운데 그는 잠시 뭔가 고통스럽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어디 아픈 것 아닌가 걱정되어 성희가 다가가 도사를 살펴보기까지 하는데, 도사는 갑자기 뭔가 알 수 없는 타령같은 것을 흥얼거리는 듯 하더니 다시금 괴로운 듯 온 몸을 쥐어짰다. 얼마를 그랬을까. 몸이 좀 평정심을 찾는 듯 하더니 한숨을 토해낸 도사. 그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 내 한가지 바램과 소망이 있다면 이땅에 민족종교를 바로세워 민족영혼을 새로이
일깨우는것일세. ”
“ 도사님...도대체... ”
아직까지도 성희는 도사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듯 하고, 그런 상황에서 그의 말을 계속되었다.
“ 단군성조께서 이 천혜의 낙원에 일찍이 백의민족(白衣民族)을 세워주셨건만 어린
백성들이 그 뜻을 깨우치지 못하고 한동안 중국귀신,인도귀신을 섬기다가 이젠 서
양귀신, 서양영혼들이 득시글거리는 그런 강토가 되었으니 이 나변을 어찌하냔 말
일세. ”
“ 도사님... ”
“ 단군성조께서 세우신 이 거룩하고 순결한 땅이 서양귀신으로 온통 뒤범벅이 되어
버렸어. 하지만 난 그렇게 황폐해진 땅에 반드시 이 땅의 민족종교,민족영혼을 바
르게 정립하고 말것일세. ”
여전히 이해가 갈듯말듯하는 도사의 말. 다만 기독교니 천주교니 하는 종교들을 모르는 이들은 ‘그깟 서양귀신은 뭐하러 믿느냐 ?’며 그런식으로 손가락질 하는 이야기를 성희도 못 들어보진 않았을터. 따라서 중국귀신,인도귀신까진 그렇다 치더라도 ‘서
양귀신’이 뭘 의미하는지는 대충 알아들을터이다. 도사는 다시금 결연한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 허나 난 이땅에서 인류를 구원할 대 철학을 만들고야 말것일세. 5만년동안 인류를
구원할 대 철학을 탄생시키도록 할 것이란 말일세. ”
“ 도사님... ”
성희는 일전에 산신도인이 ‘웬만하면 그 도사와는 교류하지 마라. 정신이 좀 이상한 친구같다’는 경고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복잡한 심경으로 도사를 바라보았다. 헌데 도사가 성희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 자네도 한번 나를 따라주지 않겠나 ? ”
“ ..... ”
“ 애초 OO 보살네에 머무르면서 그 사람의 부탁으로 자네 관상을 보았을때부터 ‘이
건 인연이로구나’ 생각을 했어. 그래서 보살에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던게야. 허
나 이제 내가 천지신명께서 내게주신 인연을 하나하나 찾아나설때가 되었네. 그래
서 자넬 찾아온게지. ”
웬지 ‘그 도사랑 교류하자 마라.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하던 산신도인의 말뜻을 그제서야 깨달을 것 같기도 하다. 허나 정말 무슨 전생부터 예정된 인연이라도 되는것일까. 이때는 이미 성희도 20대 중반의 나이. 사춘기 소녀같은 호기심 같은게 생길만한 나이는 이미 지났다. 그래도 무슨 5만년동안 인류를 구원할 대철학이 나올것이라느니 뭐니 하는 말이 묘하게 성희의 말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한참 성희가 고민하고 있을 때 도사가 뭔가 작은 쪽지 혹은 명함 비슷한 것을 내밀어주었다.
“ 생각있으면 나를 찾아오게. ”
거기 적혀있는 것은 흔한 명함처럼 이름과 아마 도사의 호(號)로 추정되는 명칭 그리고 간단한 주소와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 어찌보면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감독이 외인구단 선수로 예정된 선수를 어릴때부터 하나하나 찾아가는 그런 장면이 연상되긴 하지만 도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이미 오래전에 속세를 떠나 이런 산속에서 수도생활을 하는 강성희가 그런 만화나 영화를 알수는 없다. - 여하튼 그렇게 명함 하나를 건네주고 떠나는 도사. 성희가 그 뒷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예정된 기획이나 스토리가 진행되는것처럼 그렇게 도사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신도인이 성희를 찾아왔다. 원래 애초에 성희한테 후천개벽이니 미륵이니 이런 소리 하는 도사를 조심하라고 한게 산신도인이었는데 그 뒤로 한 2-3년은 성희의 거처를 찾지 않던 산신도인이 뜻밖에 도사가 다녀간 얼마후에 실로 한 3년만에 다시 성희를 찾아온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산신도인에대한 반가움보다 성희는 우선 바로 그 문제의 도사가 다녀간 사실을 전해줄 수밖에 없었다. 산신도인은 좀 뜻밖인지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 그예...그 도사가 자네한테까지 찾아왔다는말인가. ”
그냥 ‘자네한테’가 아니라 ‘자네한테까지’라고 말할진대 그런식으로 찾아다니는 이가 강성희 외에도 최소한 복수의 여럿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하긴 찾아왔을 때 생각있으면 찾아오라는식으로 명함을 건네주었을때부터 모양새가 그렇지 않던가. -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을 만들 선수들을 미리 찾아다니며 명함을 돌리던 80년대 어느 유명한 만화속 등장인물인 ‘외인구단 감독’ 처럼.
“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 ”
“ 글쎄요 뭐... ”
일단 도사로부터 ‘인연’이니 뭐니 하며 그런말을 들었던 성희지만 혼란스럽기만 할뿐 무슨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던것일까. 반응이 이와같았고 그런 성희를 빤히 바라보며 산신도인의 말은 이어진다.
“ 자네가 그 도사를 어찌 생각해볼지 모르겠지만...내가 볼땐 그 도사는 참 딱하고
가련한 친구야. ”
“ 그건 또 무슨말씀이신가요 ? ”
“ 이미 스스로 우상화,종교화 되어가고있는 가련한 친구지. 사실 우리같은 이들이 가
장경계해하는 길이 그런길인데 그 친구 이미 그런 가지말아야할 길을 가기 시작했
더군. ”
일단 산신도인은 풍수사고 그 외 무당이 되었든 점쟁이가 되었든 차츰 그런 것을 하다보면 소위 ‘용하다’는 소문이 나게되고 그러다보면 차츰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 무슨 참선이나 기수련같은 것을 하는것도 마찬가지고 그 외 무슨 전통무술을 가르쳐주네 전통기술이나 기능을 가르쳐주네 하다가도 알게모르게 언제부터인가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찌보면 산신도인은 바로 그런 것을 경계하고 있는듯한데 성희도 그러자 슬몃 의심이 들어 이와같이 묻는다.
“ 그럼 그 도사님을 따르는 무리가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 ”
“ 뭐 나도 그 친구에 대해선 OO보살의 집에 들를 때 종종 보고 교류한게 전부지
그 친구의 전력이나 사적인 문제는 자세히 모르니 더 말해줄수 있는게 없긴 하지만
평상시 그 친구 하는말을 보면...여하튼 그 친구에게도 종종 찾아오거나 따르는 이
들이 있긴 있는 모양이야. ”
일단 성희 입장에서 도사와의 인연은 OO보살네 집에서 허드렛일을 도우며 굿이나 천도제 의식 같은 것을 배울 때 손님으로 찾아온 도사를 몇 번 만나본적이 있고 그가 보살의 집에 머물 때 무슨 ‘도깨비들이 화려한 불빛아래서 춤추는 세상이 온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알아들을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들은게 전부다. 헌데 그게 전부인 도사가 어떻게 자신의 거처를 알았는지 찾아오기까지 했고 심지어 그때 자신의 관상을 특별히 봐줬다면서 ‘인연’이라는 생각을 했다느니 어쩌느니 그런말을 한 것이 전부다. 산신도인의 말이 좀 더 이어진다.
“ 나같은 경우엔 그 친구 부탁으로 그친구에게도 풍수지리를 몇차례 봐준게 전부이
긴 하다만...처음엔 그저 조상 묘자리 정도나 찾는 그런 사람으로 여겼는데...몇번
그런 의뢰를 받고 또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 친구가 보통아닌 큰 그림을 그리고 있
구나’ 그런 느낌이 들더군. 그래서 내 자네보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한게야. ”
“ 그건 또 무슨소리인가요 ? ”
“ 말했다시피 나도 처음엔 그저 조상 묘자리나 좀 알아보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려니
생각했어. 헌데 여러번 찾아오며 하는 말이 뭔가 심상치 않더군. 일단 그 친구가
하던 비유를 그대로 인용하자면...무슨 알토란 같은 곳을 찾는다고 헀던가...아니면
봉황이 알을 낳을수 있던곳...아니면 아무도 찾을수 없고 오랫동안 숨겨져있을수 밖
에없는 그런 처녀림 같은 그런곳을 원한다고 하더군. ”
“ ...... ”
“ 허허...자네가 몰라서 그렇지 무슨 기도터로 일부러 그런 명당자리를 찾는이들도
종종 있어. 흔히 풍수지리 같은걸 보러 오는사람들이 조상 묘자리를 찾으러 오는
그런 사람들로만 알고 있지만...그런식의 기도터 명당을 찾아오는이들도 있대두
그러네. ”
“ 대체 그게... ”
여전히 산신도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인지 성희는 의아해하고 있었고 좀 답답해지는지 산신도인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 허허...한마디로 제 종교를 갖고싶다는 소리 아닌가. 그리고 그런 종교의 집회장소
같은곳으로...하필 그런 소중하고 대단한 명당자리만 골라 찾고 있다면 그게 뭘 의
미하겠나...그래도 아직 그게 뭘 의미하는지 모르겠나 ? ”
“ ...... ”
“ 그 친구 툭하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말 아닌가. 한반도 배꼽땅에서 무슨 수만
년동안 인류를 구원할 대철학을 태어나게 하고 싶다고. ”
“ 아... ”
이제 좀 감이 잡히는지 감탄사 같은 탄성을 내뱉는 성희. 뭐랄까. 뭔가 두렵다는 생각도 들면서도 뭔가 묘하게 마음이 흔들리는 그 무엇이 있다. 그래서인지 성희가 이번엔 되려 산신도인에게 물었다.
“ 산신도인께서 이제 어찌하시려구요 ? ”
“ 내가 어찌하긴 뭘 어찌해 ? 나야 그냥 풍수나 보는 늙은이니 이런거나 하다 늙어
죽는거지... ”
“ 아니, 그런게 아니라...제 말은 산신도인께서도 그 도사님을 따라나설 용의가 있으
시냐구요. ”
“ 허허...나야 이미 말하지 않았나. 그냥 풍수나 보다 늙어죽을 생각인 내가 따라나
서긴 누굴 따라나서. ”
그리고는 다시금 탄식조로 고개를 가로젓는다.
“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가 늘어나자 그 맛에 취해 스스로 종교화,우상화 되는거 그
것이 우리네 같은 사람들이 가장 경계해야할일이야. 헌데 결국 그 길로 빠지고 말
았으니...그저 안타깝다는 말을 할 수밖에... ”
그러고나서 산신도인은 성희의 거처를 떠났고 다시 한동안 그녀의 거처를 찾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의 도사가 다시 찾아온 것이 그때였다.
“ 그래 그동안 생각은 해봤나 ? ”
그렇게 명함까지 건네주었는데도 찾아오지 않은것에 대한 서운함인가. 만나자마자 이와같이 묻고 한편 성희는 성희대로 기왕 찾아온 도사 나름의 궁금함이나 고민이나 좀 풀어야곘다는 듯 이와같이 물었다.
“ 그보다 도사님.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
“ 그래, 뭐든지 물어보게. 난 뭐든 대답해줄 요량이 있으니까. ”
“ 실은 제가 이곳에서 기도를 하면서... ”
처음 이곳에 거처하면서 한동안 꿈에 무슨 전쟁때 죽었다느니 어릴 때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느니 그런식의 말을 하는 귀신들의 울음소리나 환청같은 것을 종종 들었던 성희. 산신도인은 그에 대해서 이 근방 어디에도 전쟁때 억울하게 학살을 당한 그런이들이 단체로 암매장당한적이 있어 그런 원귀들이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한편 도사는 도사대로 성희의 고민을 들은뒤 이렇게 물었다.
“ 그래서 그 뒤에 어떻게 했나 ? ”
“ 부족하나마...천도제를 지내주었습니다. ”
그러자 순간 도사가 무릎을 탁 쳤다. 바로 OO보살 밑에서 어쨌든 굿이며 천도제 이런 것을 어느정도 배운적이 있는 강성희가 아니던가. 게다가 거슬러 뿌리를 따져보면 원래 ‘무당이 되고싶다’며 어린나이에 집을 떠난 여자기도 하고. 그래서일까. 마치 제대로 안성마춤인 뭔가를 만난 듯 도사가 이렇게 말했다.
“ 자네를 ‘제1 천도법사’가 되게 해주겠네. ”
“ 네에 ? ”
“ 자네가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처녀귀신들을 천도하기 시작했다며 ? 그럼 딱 적임
자를 찾았구먼 그래. 자네를 ‘제1천도법사’ 자리를 줄테니 속히 날 따라오게나. ”
결국 그 이야기인가. 허나 산신도인의 ‘경계하라’는 말이 여전히 성희의 마음속을 떠돌고 있어 쉽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는데 도사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 솔직히 누추하다고 봐야할 – 성희의 거처에서 며칠을 머물며 하루는 문방사우를 준비해오라고까지 해서는 이렇게 크게 한자로 써주기까지 했다.
“ ‘착할 선(善)’, ‘문 문(門)’ 이제부터 이것을 자네 아호로 하게. ”
“ 예 ? ”
“ 이것이 내가 자네에게 지어주는 이름. 즉 아호란말일세. 이제부터 자네는 ‘선문’일
세. ”
‘선문’이라는 호가 이때부터 생긴셈 뿐만아니라 도사는 산신도인이 맡기고 간 다만 도인의 성을 따서 성만 윤씨로 한 아직까지 ‘이름없던 아이’의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 저 아이 이름은 ‘서인’이라고 하는게 어떻겠나 ? ”
“ 왜 하필 그런 이름을 ? ”
“ 저 아이 사주,관상을 봤더니 그래도 서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수 있을 그런 상
이더군. 그러니 저 아이 이름을 ‘서인’으로 하란말일세. ”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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