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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삼국지 담론에 대해서 정치,시사


 

 꽤 오래전부터 정치권의 담론이나 공방이 삼국지연의속 고사들을 너무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적이 많았다. 또 그런 고사를 인용하는 사람들치고 정작 삼국지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있기는 한건지 조차 의심이 가는 경우도 가끔씩 있었다. - 개인적 경험을 덧붙이자면 살면서 지금까지 접해본 사람중 체감적으로 삼국지연의를 읽어본 사람보다 안 읽어본 사람이 더 많았다. 

 

 특히 선거때가 되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고사가 ‘삼고초려’와 ‘출사표’인데 솔직히 삼고초려의 경우엔 그래도 현실정치인이나 정치 지도자들도 선거에 출마해서 괜히 돈만 날리고 싶지 않거나 공연히 정치권에 엮여서 이런저런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을 억지로 영입하는데 그만큼 공을 들이고 진땀을 뺐다는 의미로 그런대로 ‘애교’로 봐줄수 있기는 하다. 허나 ‘출사표’의 경우에 총선이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면서 그런말을 입에 담는경우도 그렇지만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출사표’ 운운이 과연 적절한 표현일지 – 그리고 그런말을 입에 담는 국가대표 선수들중 삼국지에 나오는 출사표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는 있는것인지 – 의문이 가는 경우가 많았다. 

 

 출사표는 단순히 전장에 나가는 장수가 임금에게 올리는 표가 아니다. 실제 제갈량의 출사표는 촉나라가 현재 사정에서 북벌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과 사정 그리고 자신이 성도를 비운사이 어린황제 유선이 나라경영을 어찌 할지 못내 불안해 이런저런 인사들을 추천하면서 ‘이 정도 인물들이라면 나 없이도 능히 국정을 이끌어갈수 있을 것’이라 충고해주는 내용이다. 어떻게보면 해외 장기출장이라도 가는 부모가 집에 남게되는 어린 자식한테 ‘아빠,엄마 없는동안 집 잘 지키고 동생들 잘 돌보고 있어야한다.’ 이런식으로 충고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천수백년전 사람들처럼 ‘눈물까지 흘릴’ 정도는 아니더라도 그와같은 출사표를 올리고 북벌에 나서는 제갈량의 절박한 심정만은 충분히 느껴지고도 남는 그런 글이다. 

 

 최근 또다시 삼국지의 고사 하나가 인용된 문제로 정치권에서 작은 설왕설래가 있었는데 바로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유력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준석 후보가 현재 무소속으로 검찰총장 출신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의 논란과 문제를 놓고 ‘금낭지계를 주겠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이다.  

 

 삼국지연의가 워낙 방대한데다 ‘금낭지계’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장면이라서인지 몇몇 종편의 패널이나 진행자조차도 이를 언급하는 상황에서 오류를 범하고 말았는데 정확하게 유비와 오나라 손권측의 정략결혼이 있을 때 이게 손권의 계략임을 눈치채고 있는 제갈량이 조자룡에게 대비할 계책을 준 것이다. - 제갈량이 자신이 부재한 상태에서 다른 장수에게 비책을 전하는 장면이 그 외에도 몇 장면 더 나오긴 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제갈량이 위나라를 정벌하던중 오장원에서 서거할 때 혹시 위연이 반란을 일으킬까 우려되어 마대에게 계책을 주는 장면이 있고, 서촉을 정벌하기 위해 형주에 관우만 남겨두고 모두 떠날 때 관우에게 이후의 외교전략으로 북쪽의 조조는 막아야 하지만 손권과는 화친해야 한다는 의미로 ‘북거조조 동화손권(北拒曹操 東和孫權)’이란 여덟글자를 적어주는 장면이 있다. 

 

 유비와 손권의 정략결혼은 사실 손권측의 책사 주유의 계책으로 실은 유비가 차지한 형주를 뺴앗기 위해 유비를 제거하고자 마침 상처(喪妻)한 유비에게 자신(손권)의 누이동생을 주겠다는 제안을 한 것이다. 천수백년전 일이니 요즘 사람들의 가치관과는 많이 차이가 나는 사건이긴 하지만 여하튼 나이 50에 아내를 잃은 유비에게 딸뻘 되는 손권의 젊은 누이를 새파란 새 부인으로 얻게 해주겠다고 하니 천하의 유비도 입이 헤 벌어질일임에는 틀림없다. 

 

 허나 그게 애초에 그런식으로 유비를 동오로 끌어들여 제거하려는 주유의 계책이고 그것을 간파한 제갈량이 유비와 함께 떠나게 된 조자룡에게 주머니에 넣어준 ‘세가지 계책’이 금낭지계인 것이다. - 따라서 정확히는 유비가 아닌 조자룡에게 준 계책이긴 하지만 넓은 의미로 ‘유비에게 주었다’고 해도 그렇게 틀린말은 아니다. 

 

 헌데 세가지 계책중 사실 압권은 첫 번째 계책이요 상대적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그렇게 신통하다고 볼 것은 없는 계책이다. 첫 번째 계책은 한마디로 판을 완전히 엎어버린 것이다. 애초에 손권이 자기 누이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주겠다는 것이 그런식으로 유비를 동오로 끌어들여 제거하려는 계책이었는데, 이걸 아예 ‘기정사실화’ 해버린 것이다. 유비의 휘하장수 조자룡이 동오에 가자마자 바로 나라의 어른격이라고 해야할 ‘교국로’에게 가서 인사를 올렸고 이 교국로가 손권의 어머니이면서 이모인 ‘오태부인’에게 말해버림으로써 애초엔 유비를 끌어들여 없애버리기 위한 계책이었던 ‘위장결혼식’이 진짜 유비와 손권의 여동생이 결혼이라도 하는것처럼 ‘기정사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혼동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아 교국로와 오태부인이 오나라에서 어떤 위상과 신분을 갖고 있는 인물인지 정확히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교국로는 바로 저 유명한 대교-소교 자매를 오나라의 영걸들에게 시집보낸 그 ‘교씨자매’의 아버지. 대교가 손권의 형이자 오나라 2대군주 손책에게 시집갔고 소교는 손책의 동갑나기 친구며 손권의 책사인 주유에게 시집을 간 것이다. 뿐만아니라 오태부인은 바로 손권의 어머니이자 이모. 어떻게 되는 일이냐면 원래 손책,손권의 아버지인 오나라 창업주 손견이 어려서 부모를 잃은 오씨자매 둘을 모두 부인으로 맞아들인다. 이중 손책,손권의 어머니인 ‘오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바로 그 오부인의 동생인 또다른 ‘오태부인’이 손권에겐 어머니이면서 이모가 되는 존재로 교국로도 오태부인도 둘 다 오나라로선 결코 무시해선 안되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어른인 것이다. 

 

 그러니 그 두 어른이 자신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손권이 자신(오태부인)의 딸과 그것도 애까지 딸린 다 늙은 홀아비 유비한테 시집을 보내기로 했다니 그들에게 어찌 기가막힌 일이 아닐수 있으랴. 사실이라도 기가막힌 일이지만 형주를 빼앗기 위해 유비를 없애기 위한 간계임을 알았을땐 더 기가찰 일이다. 결국 오태부인은 ‘어딜 감히 내 딸 인생을 망치려 하느냐 ?’면서 펄펄뛰고 상대적으로 한단계 거리가 있는 감정에 있을 교국로도 ‘고작 그런 졸렬한 계책으로 형주를 되찾을 작정이었냐 ?’며 비난한다.  

 

 - 다만 손견의 부인과 자녀들에 대한 기록은 정사(正史)가 연의(소설)와 차이가 좀 있는데 정사에는 오경의 누이 오씨가 손견에게 시집을 간것으로만 되어있고 ‘자매를 둘 시집보냈다’는 식의 기록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손견에게 시집을 간 오씨부인이 손견과의 사이에 손책,손권등 총 4남1녀를 낳은 것으로 되어있다. 다만 손견에게 다른 부인이나 자녀가 더 있었던듯한 기록이 추가로 보이는 것으로 봐서 오부인 외의 다른 첩실소생이 몇 명은 더 있었을것으로 추정된다. 

  

 어찌되었거나 소설에서 애초엔 형주를 빼앗기 위한 주유의 계책이었던 것이 조운이 오나라로선 무시할수 없는 왕실 어른격이 되는 두 사람(교국로,오국태)에게 먼저 인사를 가버림으로써 유비와 손권의 혼인동맹이 ‘위장결혼식’이 아닌 진짜로 유비가 손권의 누이에게 새장가를 가는 것으로 되어버렸으니 애초의 주유의 계획을 시작부터 완전히 어그러뜨려버린 것이다. 

 

 다만 이 첫 번째 계책외에 나머지 두가지 계책은 상대적으로 그렇게 신통하다고까지 할 것은 없는 좀 평이한 수준인데, 이렇게 유비와 손부인(손권의 누인)의 결혼이 사실이 되어버리자 이번엔 주유가 아예 유비를 오나라에 눌러살게 하고 그 사이에 형주를 빼앗자고 하니 이번에 조운이 펴본 두 번째 계책이 위나라가 쳐들어온다던가 하는식의 적당한 핑계를 대고 형주로 돌아가자는것이었다. 비단 제갈량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임시방편이나 임기응변으로 내세울만한 계책이긴 하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가 그런식으로 손부인까지 데리고 손권진영을 탈출 형주로 돌아가게 된 유비를 아예 손권이 죽여버리려하고 일이 이렇게되자 조운이 펴본 세 번째 계책이 부인에게 사실대로 다 말해버리라는 것이다. 실은 애초부터 이 결혼은 정략결혼도 아닌 처음부터 손권과 주유가 자신을 죽이려고 꾸민 사기였고 ‘위장결혼’이었다고. 그야말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이판사판으로 정면돌파를 시도해 버린 것이다. 

 

 헌데 바로 이와같은 사건에서 등장하는 제갈량의 금낭지계가 현재 검찰총장 출신의 무소속 유력 대선후보인 윤석열과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 ‘금낭지계’ 운운한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삼국지연의를 제대로 읽어본것인지 아니면 어디서 적당히 주워들었거나 측근이 조언해주어서 그대로 따라한것인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각해보면 이준석 후보가 삼국지 문제로 물의를 빚었던 적은 이전에도 한번 있었다. 바로 2012년 총선 직전 이준석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영입이되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이준석과 엇비슷한 또래의 손수조란 부산출신의 20대 여성이 영입되어 문재인이 출마하기로 한 지역구에 대응 출마가 거론중이라 논란이 되었던적이 있었다. 헌데 이를두고 한 네티즌이 삼국지연의 한 장면에 비유 패러디 그림을 올린적이 있었다. 

 

 아마 연의에서 관우가 17로 의군에 참전 동탁의 맹장인 화웅의 목을 벤 내용을 페러디한 그림으로 기억하는데 여기선 손수조가 문재인을 꺾겠다고 나서자 이준석이 ‘너따위로 문재인에게 상대나 되겠느냐 ?’고 벌컥하자 박근혜가 그런 이준석을 말리고 손수조를 내보내는 것으로 결정하는 그림이 나온다. 

 

 헌데 이 역시 굳이 삼국지연의 상황과 맞춰보면 오류다. 패러디 그림에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인 이준석이 발끈하는걸 리더인 박근혜가 만류하며 손수조를 내보내는 것으로 결심하는것처럼 나오지만 실제 연의에선 관우가 화웅의 목을 베러 가겠다고 자신있겠다고 나서자 17로 의군의 리더인 원소와 그 사촌동생 원술은 ‘마궁수 따위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면서 발끈한다. 헌데 그 원소형제를 만류하며 관우의 출전을 독려하는 것은 조조다. 원래 17로 의군 발의 자체가 조조,원소등이 주도한것이긴 하지만 이때 조조는 아직 제후 반열이 아니었기 때문에 17로 의군에선 일종의 ‘작전참모’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었다. 다시말해 리더인 원소나 그 사촌동생 원술은 ‘마궁수 출전 불가’를 외치는 상황에서 그런 원소형제를 설득한뒤 관우를 독려하며 내보내도록 하는 것이 조조다. - 이문열 삼국지의 분석처럼 출신과 신분을 따지지 않고 실력에 기대해보는 조조와 명문가 자손의 한계인지 한사코 출신성분을 따지는 원소의 성격대비가 드러나는 장면이라고도 할만한 내용이다. 

 

 패러디 만화야 아무래도 ‘박근혜 띄우기’ 용으로 그와같은 그림을 그린 것 같지만 실제 삼국지연의 상황과는 다소 맞지 않은 오류를 범한 셈이다. 그리고 어차피 이준석은 이미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패러디 만화를 링크해서 SNS에 올린것에 불과하니 이준석이 책임을 질만한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준석은 김포공항까지 직접 나가 문재인 고문에게 사과를 하는등 한바탕 법석을 떨기도 했었다.  

 

 이준석을 지지하고 않고 여부는 일단 배제하고 삼국지 문제에만 국한해서 결말을 맺겠다. 그러고보면 이준석군 또 얼마전엔 마치 내년 대선에서 패하면 정계은퇴라도 하겠다는듯한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었던 것 같은데 정계 은퇴를 하든 조퇴를 하든 그전에 우선 이런 중국고전이라도 제대로 한번 살펴보시는게 어떨까. 무슨 엑셀정도는 해야 국회의원 출마하게 해주겠다는식의 이상한 공약을 내세우느니 자신이나 한번 삼국지나 초한지같은 중국 고전이나 역사소설이라도 한번 더 살펴보는게 사소한 망신을 자초하지 않는일이 될듯하다. 요즘은 그런류의 방대한 소설이나 고전을 전부 다 읽어볼 필요도 없이 나무위키나 네이버 백과사전만 검색해도 웬만한 역사속 등장인물이나 소설속 등장인물 혹은 한자성어나 고사와 관련된 정보는 충분히 찾아볼수 있으니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덧글

  • 광주폭동론 2021/06/10 09:17 # 답글

    한국의 자칭 보수는 친일파, 지주, 기독교 그리고 강남으로 구성되어 있죠. 강남토적당을 통해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왔는데 근래 이 당이 인기를 잃자 윤석열을 데려다 부려먹을 계산을 하는 한편, 광주사태에 대한 평가는 전라도의 입맛에 맞추고 강남토적당의 포장을 이준석으로 바꾸는 작업도 하고 있죠.
    그러나 박정희의 수도이전과 노태우의 토지공개념을 반대하는 입장은 절대 바꾸지 않습니다.
  • 과객b 2021/06/10 09:30 # 삭제 답글

    서울대학교 6학년 2반인 나도 공감한다.
    추천!
  • 훼드라 2021/06/10 16:02 #

    감사합니다
  • 참피사냥꾼 2021/06/10 18:0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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