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선문법사 이야기
사실 무당이 되는 것은 어떤 특별한 교육과정(?) 같은 것은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신학대학이나 승가대학처럼 성직자를 양성하는 정식 교육기관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당 지망생(?)들에게 무슨 신내림을 해준다던가 굿하는법 가르치는 것 외에 딱히 가르칠만한게 뭐가 있겠는가. - 아닌말로 무슨 천도제때 제상 차리는법을 가르칠 것도 아니고 – 뭐 굳이 따지자면 사주,관상,궁합,풍수 이런것들을 체계적으로 가르칠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런 것을 무슨 교재마냥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서책도 지금은 혹시 구해볼수 있을지 몰라도(가령 역학관련 서적이라던가) 1970년대면 그런 서책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무작정 ‘무당이 되고싶다’고 찾아온 강성희를 그네들 입장에서는 꽤 난감해 했을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 ‘혹시 어릴 때 신병같은 것을 앓기라도 했느냐 ?’는 식으로 상담을 해준다던가 사주를 좀 봐준뒤 적당히 타일러서 집으로 보내준다던가. 정히 그녀가 고집을 피운다면 좀 생각을 해보다가 ‘신내림’ 같은 것을 해주려 하는 그런 정도였을 것이다. 게다가 그 ‘신내림’을 못 받고 실패해서 돌아왔다면 여하튼 결론적으로 ‘무당이 되는 것’은 실패한 것 아닌가. 허나 성희는 무슨 고집이나 미련이 그리 남았는지 여전히 그런 무당이나 보살같은이들을 찾아가보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떤이들은 진지하게 다시한번 성희의 사주를 좀 봐준다던가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이 밑에 두고 쓸만한 아인가 시험이나 해보자 싶어 간단한 잔심부름 같은 것을 시키기도 했다.
허나 이런식이 되니 다시금 어머니한테 들통이 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식이 되다보니 성희는 다시금 학교를 빠지는 날이 많아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전과는 달리 이제 성희의 학교생활을 통제하고 관리할만한 사람이 식구들중에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녀가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 다른 언니들이 중학교나 고등학교등 상급학교를 다니고 있을때라면 성희가 제대로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체크할 수가 있었겠고 또 학교에서도 학생이 이유없이 장기결석을 하면 연락이 오겠지만 성희가 고등학교에 들어갔을때쯤엔 이미 성희의 큰언니,둘째언니는 모두 시집을 간 상태고 세 살터울인 은희마저 졸업을 한 상태니 더 이상 성희의 학교생활을 체크하며 감시할만한 ‘언니’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성희가 고3때쯤이 되어선 그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다.
여학교든 남학교든 이 나라의 교육과정 구조상 고3들은 당연히 교육 시스템이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입시생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 그것이 예비고사가 되었건 학력고사가 되었건 – 따라서 대학진학을 이미 포기한 학생들은 사실상 학교에서도 더 이상 관리할 필요를 못 느끼는 상태. - 또 어떤 의미에선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나 할까. 솔직히 고3 담임선생님들은 입시생 관리하기에도 바쁜 사람들이다. 비단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주임선생님이나 교감,교장쯤 되는 위치에서도 주된 관심사가 올해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을 대학에 보낼수 있느냐에 있지 이미 대학입시를 포기하고 입시준비의 대열에서 이탈한 학생들에게까지 일부러 관심을 주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학교는 남학교에 비해 성적이 안 되어서든 집안형편때문에서든 기타 이런저런 사정때문에서든 대학을 포기한 학생들이 더 많을터. 따라서 한 열명이든 스무명이든 ‘대학을 보낼수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가르치고 말지 이미 대학진학을 포기했거나 그럴 희망이 없어보이는 아이들까지 굳이 신경써서 관리하려 들지는 않는다고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고3 강성희는 이미 자연스레 선생님들의 관심권과 관리범위 밖으로 벗어나 있는 아이. 무슨 무당밑에서 잔심부름을 하든 사주상담을 보러 가든 신내림을 받으러 가든 그래서 장기간 결석을 한다해도 그걸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다만 이런 성희의 상태를 이미 시집간 언니들이나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 셋쩨언니도 전혀 모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성희의 행동이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가 밟히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루는 성희가 학교 가방을 놓고서 나간 것이 어머니 눈에 띄었다. 평상시처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교복까지 말끔히 챙겨입고 나가는 막내딸에 아무런 의심을 하지 않은것인지. 헌데 뒤늦게나마 학교가방이 방에 그냥 놓여있는 것을 보고 ‘어머, 얘 정신좀 봐라 !!!’ 하고 어머니가 부리나케 가방을 들고 학교로 달려갔다. 허나 교문앞에서 이미 교복이나 복장불량 같은 것으로 한참 혼나고 있을것만 같은 딸아이만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어머니 앞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단 학교는 이미 정규수업이 시작되었는지 조용하기만 했고 쉬는시간 종이 울리길 기다려 어머니가 재빨리 빠른걸음으로 성희에게 두고간 책가방을 건네주려고 교실로 향했다. 헌데 성희 어머니를 알아본 반 학생 몇몇이 황당해하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 어머니, 무슨말씀이세요 ? 성희 학교 안온지가 벌써 일주일도 넘어요. ”
“ 뭐...뭐라구요 ? ”
이게 대체 무슨일인가 싶어 이렇게 발칵 집안이 뒤집힌줄 전혀 모르는 성희가 밤늦게 귀가할때까지 어머니는 잔뜩 화가난 얼굴 그리고 황망하고 기가막힌 심정으로 막내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연락을 받고 성희의 일을 알고있는 언니들까지 모두 집에 당도해있었고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는채 태연자약하게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허나 이미 뭔가 싸늘하고 이상한 기운을 느낀 성희. 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성희 너 도대체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니는게냐 ? ”
도저희 참을수 없는 지경인 어머니는 급기야 회초리를 들기까지 했다. 언니들도 이런 엄마를 말리려 들지 않았고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것이냐며 이미 이전에도 한바탕 ‘무당이 되겠다’고 난리를 친적 있는 딸이 그때 이미 각서를 받아놔서인지 설마 또 그러진 않을것이라고 생각하고 혹시 행실나쁜 아이들과 이상한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우려가 되어 이렇게 추궁했다.
“ 성희 너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게야 ? 설마...이 어미 눈 피해서 무슨 나쁜짓
이라도 하고 돌아다니는게야 !!! ”
허나 이미 모든게 다 들통나버린 성희는 더 이상 숨길수 없는 일임을 깨닫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울부짓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 싫어요 !!! 저 무당될거에요 !!! ”
“ 뭐...뭐라구 ??? ”
그런말 두 번다시 입밖에 내지 않겠다고 몇 년전 아이를 창고에 가뒀을 때 그런 각서까지 받아놓았건만 그게 벌써 언제적 일인데 지금와서 다시 이런 소리를 하는 성희. 어머니도 언니들도 기가막힐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성희 너 그게 무슨소리야 ? 너 두 번다시 그런 생각 안 하기로 어미랑 약조 했잖
아 !!! ”
“ 그건 거짓말이었어요 !!! 엄마가 무당 안한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 꺼내줄 것 같아
그렇게 말한것뿐이에요. 하지만 저 이미 결심섰어요 !!! 무당 될거에요 !!! 학교 더
안 다녀요. 제가 학교는 더 다녀서 뭐해요. 이미 OO 보살님께서도 저 거두어주시
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러니 저 더 이상 학교 안 다니고 OO보살님 밑에서 배우다
나중에 무당될거란 말이에요 !!! ”
“ 이...이런 천하의 쳐죽일... ”
성희는 아마 그녀의 의사를 그런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무당이나 점쟁이가 있긴 했는지 그 부분을 그와같이 언급한것이고 기가막힌 어머니는 성희를 때려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다른 언니들이 가까스로 어머니를 만류하지 않았다면 그 자리에서 정말 무슨 사달이 났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게 된 성희는 이번엔 아예 사람을 불러서 성희를 제 방에 들어가게 하고 방문을 밖에서 잠굴수 있는 구조로 바꿔버렸다. 아마 어느어느 일일극이나 주말극 같은데서 말 안듣는 자식을 그런식으로 단속하는 이야기를 본적이 있었는지 그걸 그대로 흉내낸 것이다. 그리고는 무당되겠다는 생각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절대 꺼내주지 않겠노라며 어머니 역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사실 성희 어머니의 성격은 독한면이 있거나 자식을 엄하게 키우는 그런 성격의 여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저 남편에게 순종하고 그리고 넷이나 되는 딸들은 그저 고등학교까지만 무난하게 나와서 직장생활 한 몇 년 하며 돈 좀 벌다가 적당한 나이 되면 좋은사람 만나 시집가기를 원하는 어찌보면 이 시대(1970년대) 딸가진 보통 엄마들의 보편적인 사고방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가치관을 가진 여자다. 허나 아무리 그렇기로 ‘무당이 되겠다는 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어보지도 경험해보지도 못한 그야말로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해괴망측한 일이 아니던가. 차라리 어디 진짜 팔자가 사납거나 해서 유흥업쪽으로 빠지는 경우라면 모를까. 다른건 몰라도 무당이 되겠다며 설치고 돌아다니는 딸은 자신의 바램과는 너무 극과극의 길을 가고있는것이라 지금까진 그저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랬다고 해도 어느덧 고등학교 3학년까지 된 딸아이가 여전히 이러고 돌아다니니 이참에 철없는 막내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심정으로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지난번엔 창고에 가두어 놓았던 딸을 이번엔 대체 이런걸 어디서 보고 배웠는지 – 하다못해 평상시 즐겨보는 일일극이나 주말극에 그런 장면이 나와 거기서 영향을 받았을수도 있고 – 사람을 불러서 방문 고리의 방향을 바꿔놓아 밖에서 걸어잠굴수 있게 만들어놓기까지 하면서 ‘무당이 되지 않고 착실하게 살아가겠다’는 확답을 받기 전까진 ‘절대 열어주지 않겠다’며 강경하게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자 성희의 언니들인 다른 딸들이 엄마를 만류할 지경이다.
“ 엄마...이러지말고 차라리 성희와 직접 대화를 해보는게 어때요. 이렇게 가다간 성
희 큰일나겠어. ”
“ 그래요 엄마. 아니면 엄마가 나서기 뭣하면 우리라도 성희랑 다시 이야기를 잘 해
볼게. 그러니 엄마... ”
‘아동학대’라는 개념이 이 시절은 지금처럼 그렇게 세밀화되고 세분화된 개념으로 자리잡아 있던 시절은 아니지만 그런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은 아니다. 오히려 어떤 의미에선 유교적 관점에서 지나치게 패륜적인 범죄는 이런식의 1면 톱기사로 날수도 있는 그런 시절이다. - 가령 ‘자식을 때려죽인 비정한 엄마’라던가 ‘제자를 살해한 선생’이라던가 이런식으로 인권이나 아동학대의 개념보다는 유교적 패륜의 관점에서 그런 흉악범을 크게 신문기사로 낼수도 있는 그런 시대다. 따라서 아무래도 걱정이 되는 다른 딸들은 엄마를 이런식으로 압박해오기까지 했다.
“ 엄마...그러지말고 성희 뭐라도 먹이고 이야길 해보던가...이러다 진짜 큰일나면
어쩌려구 그래요. 엄마 ‘딸을 굶겨죽인 비정한 엄마’ 같은걸로 신문에 크게 나고
싶어서 그래요 ? 그러니 제발...성희 뭐라도 먹여가면서 차분히 이야기하자구... ”
적어도 ‘TV나 신문에 나’ 망신을 당할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보통사람들에겐 차라리 정보부나 안기부에 잡혀가 혼날수도 있다는 소리보다 더 무섭게 느껴질수도 있는 그런 시대다. 그래서 딸들이 이런식으로 나오니 하는수없이 거의 일주일만에 방문을 열어주긴 했다. 거의 기진한 상태인 성희를 죽이라도 먹이며 기운을 차리게 한 어머니. 허나 그녀는 여전히 차갑고 싸늘하기만 했다. 지금까지 성희나 다른 언니들이 알던 그런 어머니가 맞나 싶을 정도로 냉담한 태도다.
“ 내가 너 용서해주거나 너 그 무슨 무당인지 뭔지 되잖은거 하겠다는거 허락해 주
겠다는 소리 아니다. 이러다 너 행여 정말 죽기라도 할까봐...그래서 죽이라도 먹여
가며 다시 이야길 해보겠다는거지 너 용서해준거 아니니 그리 알아 !!! ”
헌데 무슨 생각에서인지 무슨 말이든 대꾸든 없는 성희. 다만 어머니가 차려준 죽만 간장을 적당히 섞어서 물도 이따금씩 먹어가며 천천히 들고있을뿐이다. 그러자 어머니가 다시 화가났는지 언성을 높인다.
“ 아니 근데 얘가 왜 말이 없어. 너 또다시 그 무당인가 뭔가 되잖은거 하겠다는 소
리 할겨 안할겨 !!! ”
여전히 말이없는 성희. 그래도 어미가 돼가지고 차마 딸을 더 이상 감금시킬수는 없는지 대충 문은 열어준 상태로 딸을 놓아두긴 했다. 그렇게 한 하루이틀정도 별다른 탈이 없이 시간이 흘러갔고 성희는 어머니가 차려준 삼시세끼는 별다른 거부반응도 없고 그렇다고 딱히 탈이 나거나 하는일도 없이 묵묵히 들기만 했는데 그러다 한 사흘쯤 지났을까.
한밤중에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실은 성희가 묵묵히 짐을 챙기고 있었다. 이때를 아직 70년대 중반정도로 본다면 아직 통행금지도 실시되는 시대인데 대체 그 늦은 밤시간에 어딜 가려고 이러는것인지. 무엇보다 성희 어머니의 네 딸중 이미 두 딸은 시집을 갔고 그런 상황에서 이전까지 성희와 한방을 쓰던 셋째 은희도 위의 두 언니가 시집을 간 뒤에는 다른방을 혼자 따로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성희가 밤늦은 시간 몰래 움직이는 것을 제지할 사람이 없다는게 또 문제였다. 이미 성희는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짐을 챙겨 집을 나서고 있었다.
“ 성희야...성희야...밥먹어. ”
날이 밝아서 걱정이 되어 동생방으로 가보는 셋째 은희. 헌데 이미 그때 성희는 방에 없었고 책상에 쪽지 한 장만 달랑 남겨져있었다. 그 쪽지에 내용은 짧고 간결하기만 했다.
“ 엄마, 용서하세요. 아무리 그래도 제 생각 안 변해요. ”
휘둥그래 눈이 커지며 놀란 성희 어머니. 바로 혼절을 해버렸다. 은희가 바로 앰뷸런스를 불렀고 시집간 다른 두 언니도 바로 연락을 받고 달려왔다. 그야말로 가족들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질것만 같은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성희는 이미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밤기차를 타진 못했을터이고, 새벽까지 역사 근처 어디선가 숨어서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다 표를 구입 기차를 탄 것 같은데, 아무래도 통행금지가 실시되던 시절이니 그런곳에 몰래 숨어있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단속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런 단속원들을 용케 피했는지 다음날 날이 밝자마자 새벽에 출발하는 기차표를 구입 탈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희가 찾아간 것은 역시 경남 어디에선가 무당으로 굿도 하고 점도 쳐준다는 그런 보살이었다. 성희가 그녀를 만나 편지 한통을 내보여주자 보살이 이와같이 물었다.
“ 그래, 자네가 OO보살 밑에서 일하던 바로 그 아이라구 ? ”
“ 네, 선생님. ”
실은 바로 직전까지 성희가 간단하게 밑에서 아르바이트 비슷하게 허드렛일을 돕던 그 무당이 아무리 그래도 성희를 내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신내림도 받지 못한 아이를 무작정 무당을 시키기도 그래서 다른이에게 소개장을 써준듯하다. 그리고 사전에 연락정도는 해주었을테고. 그렇게 자신이 아는 동료보살로부터 연락을 받은때로부턴 좀 한참 지나서 실제 강성희라는 학생을 맞닥뜨리게된 경남의 한 점집의 보살. 일단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좀 착잡하게 성희를 바라보았다.
“ 신내림은...못 받았구 ? ”
“ 해주겠다는 분이 몇분 계셨는데...제가 운이 없는건지...여하튼 잘 안 되었어요. ”
“ 신내림도 못받구서 무당일을 어떻게 한다구... ”
“ 선생님 제발... ”
자화자찬을 하는 것 같아서 자신에게 예지력 비슷한게 있는 것 같다는 말은 여태 못했던 성희. - 따지고보면 아직까지는 강성희의 예언 세건(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실미도 사태)중 적중한 것은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단 한건뿐이다. (* 실미도 사태 진상이 밝혀지는 것은 한참뒤의 일이다.) 그러니 사실 성희 스스로도 자신에게 정말 예지력이 있는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려운상황. 그러니 무당이 되겠다고 하면서도 그 부분은 자랑스럽게 지껄일수 있는 성질이 못 되었을 것이다. 일단 보살도 나름대로 좀 난감하고 고민스럽게 성희를 좀 바라보다 성희의 가족관계며 이런저런 것을 상담이라도 받듯 물어본뒤 일단 이런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 일단 그럼...내 밑에서 일을 좀 도와주게. 그러면서 차츰 앞으로의 일을 논의해 보
도록 하지. ”
이때부터 성희는 경남지역의 이 무당의 집에서 이런저런 허드렛일과 잔심부름을 돕는일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굿하는법이나 천도제 같은 이런저런 무당이 치르는 의식같은 것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기 시작했는데 다만 소위 신내림이나 신기쪽과는 영 인연이 없었던것일까. 끝끝내 신내림이 이뤄지진 못했다. 그래서 보살은 하루는 성희를 불러 이렇게 진지하게 상담을 하기도 했다.
“ 아무래도 내가볼 때 자넨 무당쪽과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같아. 그러니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다른일을 찾아보는게 어떻겠나 ? ”
“ 하지만 보살님... ”
성희는 여전히 아쉬움을 표하며 그만 다른일을 찾아보라 권하는 보살을 바라보았다. 상황이 이쯤되니 보살 입장에서도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입장이 되었다. 다만 성희를 거듭 타이르고 달래는 차원에서 이렇게 말할뿐이었다.
“ 글쎄 무당은 그렇게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되는 그런게 아니래두 그러네. ”
그렇게 여전히 보살의 집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돕는 것을 계속하며 지내던 성희. 다만 그러다 좀 뜻하지 않은 인연을 만난것이라고나 할까. 사실 성희네 집에는 이따금 찾아오는 어떤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점을 보러 오거나 굿을 하러오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과는 달리 굳이 말하자면 도(道)닦는 사람들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대체로 이 보살과 비슷하게 무슨 역학쪽의 일을 하거나 사주,관상 혹은 풍수지리 같은 것을 보는 그런이들이 종종 보살의 집을 찾아와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곤 했고 성희 입장에선 대체로 이런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는 이런식으로 교류를 하나보구나 자연스레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 다만 그런 부류의 사람들중 좀 더 특이한이들도 있었는데 대개는 무슨 전통무술을 한다던가 전통문화 같은 것을 이어가는 일을 한다던가 무슨 기수련이나 참선 이런 것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충 그런식으로 그런 그룹들이 한 무리를 짓고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보살의 집에서 그런 사람들을 접대하기도 하고 하면서 성희 입장에서 좀 뜻하지 않은 두가지 인연을 만난 것이다.
순서대로 하자면 한 노인과의 만남이었다. 역시 이따금씩 보살의 집에 들르던 ‘손님’으로 키는 작고 바짝마른 그리고 얼굴에 주름도 제법 있는 대충봐도 나이많아 보이는 노인이었다. 다만 그때(70년대 후반)을 기준으로 생각보다 나이는 그리 많지 않아 50은 좀 넘긴 사람이라고 했다. - 외형상으로는 50대가 아니라 70은 넘어보이는 그런 노인이었다. - 성희가 이때 고3때 집을나와 이 보살의 집에서 일을 하게 된지는 한 2-3년 정도는 지난 무렵 그러니 그녀 나이 아직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라고 봐야할텐데 그때의 인연. 일단 보살은 그 노인을 ‘산신도인’이라고 불렀다. 명칭으로만 짐작이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풍수’를 보러다니는 풍수사였던 셈이다. 보살이 한번은 이 산신도인과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에서 이렇게 성희를 소개했다.
“ 얘, 너 그러지말고 한번 이 어르신을 따라서 풍수지리라도 배워보는게 어떻겠냐
? ”
사실 ‘무당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그렇게 집을 떠날때만 하더라도 무슨 풍수지리에까지 관심이 있거나 하는 그녀는 아니었다. 따라서 이런 제안이 순간 좀 당혹스럽기도 했고 그런 성희를 보살이 거듭 이렇게 권한 것이다.
“ 풍수지리는 그래도 무당일하곤 좀 달라. 무슨 장래성이 있다고 보긴 그렇지만...여
하튼 돈이라도 좀 벌 수 있고 그런일이야. ”
풍수지리는 어쨌든 조선시대 양반가문은 물론 왕실까지도 선영이나 왕실의 묘자리 같은 것을 볼 때 신경을 쓰던 그런 부분이 아니던가. 따라서 이 ‘산신도인’의 경우엔 지금도 이름난 정치인이나 재벌가 또는 명문가나 옛 양반가 자손들도 종종 은밀히 찾아오기도 하는 이름난 풍수사라는 소리다. 그러니 차라리 그런 산신도인 밑에서 풍수지리라도 배우면 그게 나을수도 있겠다는 생각. 일단 성희는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바로 즉답을 하진 못했다.
“ 이름이...강성희라고 했나 ? ”
그런일이 있은 얼마후 다시 보살을 찾아온 산신도인. 실은 보살이 아니라 사실상 강성희에게 용무가 있어 그날은 찾아온 것이다. 보살로부터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듣긴 했는지 이와같이 말을 걸어온 것이다.
“ 그러니까...무당이 되고 싶어서 집을 나섰다 그런 말이지 ? ”
“ 네...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
“ 허허 참... ”
무당이 되는 이들의 어쩔수 없는 기구한 팔자나 사연같은 것은 제법 들어봤을 산신도인일텐데 다만 이런 경우는 그런 산신도인에게도 흔하지 않은 일이라서인지 탄식을 한번 내뱉기까지 한다. 그런 산신도인을 말없이 바라보는 성희. 다만 아직까지 ‘자신이 예지력을 가진 것 같다’는 식의 말은 자신있게 내놓지 못했다. 어찌보면 나이드신 어른 앞에서 너무 자화자찬같은 소리를 늘어놓는 무례한 언행이 될수도 있고. 그래서 다소 민망한 얼굴로 고개 숙인채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다만 ‘육영수 여사 서거’때 일을 좀 들려주긴 했다. 친구들한테 ‘국상이 날거같다’ 어쩐다 그런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같은 8.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대통령 영부인 저격사건이 있었다는. 그리고 그것이 어느덧 4년전의 일이다.
“ 나도 참 이런일을 하면서 별스런 사람들을 다 만나보긴 했지만말야... ”
“ ...... ”
“ 세상에 생각보다 신기한 일도 많이 일어나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지 않는 그런
일도 생각보다 많더군. 또 신통한 능력을 가진이도 생각보다 많고 말이야. ”
70년대 후반이면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그런 신비한 능력이라던가 그런게 어느정도는 더 사람들에게 먹힐만한 시기이긴 하다. 따라서 이런일에 종사하면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제법 만나본 산신도인도 그런쪽으로는 어느정도 동의를 하는것인지 성희를 말없이 뚫어져라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 쉽게 결정을 내릴수 있는일은 아닐터이니...다음에라도 혹 생각이 있다면 말해주
게나. 자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제자로 받아줄 용의는 있으니까 말일세. ”
그리고는 연락처까지 적어주고 떠난 산신도인. 20대 초반의 강성희는 그때 아미 나이 50을 넘긴 산신도인의 뒷모습을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보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이런일이 있었다. 이번에는 풍수지리쪽의 사람은 아니고 무슨 소위 도를 닥는다 혹은 참선이나 기수련을 한다 대충 그런 부류의 손님들이 드나들때의 일이다. 바로 그런 도를닦네 참선이나 기수련을 하네 또는 전통문화 기술같은 것을 이어가는 장인이나 그런쪽의 일을 하는 사람이네 보살이 그런 사람들을 만나던때 일이었다.
좀 눈길가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는 그때 한 40전후. 그리고 체구가 제법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아주 뚱뚱하지는 않고 좀 장사(壯士)같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외모는 스스로가 ‘못난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일단 잘생긴쪽과는 거리가 매우 먼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흉측하거나 비호감 외모는 아니고 이 사람은 평상시엔 한복 두루마기 차림으로 보살의 집을 찾았는데, 어떨때는 그냥 평상복 차림이기도 해서 그의 정확한 신분을 모를땐 그저 ‘인자한 동네 아저씨’쯤 되는 그런 느낌을 받는 그런 외모와 체격을 갖춘 그런 남자였다. (* 연기자중에 굳이 비유하자면 태조왕건에서 유금필 장군역 맡았던 배우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이 사람은 보통 보살을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 그런 사주,관상이나 도닦는일을 주된 대화주제로 올릴때도 있었으나 어떨때는 정치나 역사,시사에 대한 주제를 입에 올리기도 하고 또는 전통문화,한문학 이런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등 생각보다 꽤 박학다식하구나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도 보살은 한번 성희를 만나보게 해준 것이다.
“ 그게...이 아이란말인가 ? ”
“ 예, 도사님. ”
일단 보살은 그를 ‘도사’라고 부르고 있었다. 허나 도사라면 흔히 무슨 전설의고향류 사극같은데 나오는 수염도 길고 머리도 하얀 그런 산신령 같은 분위기를 생각하겠지만 이미 앞서 서술한바와 같이 그런 드라마속 산신령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고 그냥 사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면 그저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쯤 되는 그런 인상을 주는 그런 남자다. 여하튼 이 남자도 사주,궁합 같은 것을 좀 볼줄아는지 성희를 잠시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손가락으로 뭔가를 짚어보는 시늉을 해 보였다. - 허나 이미 무당이 될 팔자인지 아닌지는 성희는 이미 그런 사주를 여러번 보았을테니 이런 행위는 좀 새삼스러운 일이 될터이다. - 따라서 그런쪽으로는 (좋은 점괘가 나오리라고는) 별 기대를 하지 않은채 여전히 ‘도사’라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성희. 헌데 이번엔 도사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목구비며 어깨 이런걸 좀 어루만지거나 살피기도 했다. 사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성희롱으로 보일수도 있는 행동이긴 하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 사주,관상의 연장선상에서 ‘그 어떤 것’을 보는 그런 행위로 생각하면 된다. 여하튼 그렇게 성희의 사주,관상을 좀 봐준듯한 도사. 그러다니 보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 이 아이가 어떻게 해서 여기를 찾아왔다구 ? ”
“ 말씀드렸잖아요. 여하튼 OO보살 그이가 먼저 편지를 보내왔어요. 이러이러한 아
이가 있는데 한번 만나나보고 쓸만한 아이 같으면 한번 거둬주면 어떻겠느냐는...
”
“ OO보살이라면 그 OO에서 점을 본다는 ? ”
“ 네, 바로 그 사람 말이에요. ”
말하는 것으로 봐선 도사는 이 보살에 대해서만 알지 그녀에게 성희에 대한 소개장을 써준 또다른 무당에 대해선 잘 아는바가 없는지 그와같이 물었고 그리고는 다시한번 성희를 빤히 쳐다보았다.
사실 이때 도사는 보살의 집에 며칠간 머물렀다 갔다. 예전에도 그런일이 두어번 있긴 했는데 비단 이 도사뿐만 아니라 다른 참선이나 기수련을 하네 또는 전통문화 기술을 계승하는 일을하네 그런이들중에도 보살의 집에 2-3일씩 머물다 가는일은 간혹 있었다. 어찌보면 그 시절에 이따금씩 있는 ‘객손님’ 같은 의미라고나 할까. 그렇게 며칠을 좀 머물던 도사. 하루는 비가 오는데 평범한 츄리닝 바람으로 보살의 집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옷차림으로 있으니 그야말로 도사는커녕 동네 아저씨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사람이긴 한데 좀 의아했는지 성희가 다가가 보았다.
“ 도사님... ”
일단 보살이 남자를 그런식으로 불렀으니 성희도 그를 그렇게 불렀고 그러면서 이렇게 물었다.
“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세요. ”
그러자 도사가 보살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러다 어디론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자네 저기 뭐가 보이는가 ? ”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킨곳은 그냥 비오는날의 풍경 그 이상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성희가 의아하면서도 평범하게 답했다.
“ 그냥 비오는게 보이죠 뭐가 보이긴요. 그리고 저쪽에 있는 산은 OO산이라 들었
는데... ”
이 근방 지리나 지명은 성희도 이제 대충 익혔을테니 그렇게 도사의 물음에 답했고 그러자 도사가 씁쓸히 웃었다.
“ 허허...비오는게 보인다구 ? 그리고 OO산이 보인다구 ? ”
“ 그럼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 ”
“ 그럼 그렇지...자넨 아직 멀었어. ”
“ 네에 ??? ”
이건 또 갑자기 무슨소린가. 여전히 의아해하는 성희. 헌데 도사가 그쯤에서 자리에서 일어나 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려는 듯 하더니 문득 멈춰섰다. 그러더니 이렇게 물었다.
“ 성희야... ”
“ 네, 도사님. ”
“ 성희야... ”
무슨 의미인지 묘한 목소리로 그녀를 이렇게 부른 도사. 그리고는 이렇게 말한다.
“ 화려한 불빛아래 수많은 남녀 도깨비들이 춤추는날이 올게다. ”
“ 네에 ? ”
이게 대체 무슨 난데없는 소린가. 성희는 그저 의아할뿐이고 그런 성희를 보며 도사가 다시 말했다.
“ 화려한 불빛아래 수많은 남녀 도깨비들이 소리를 지르며 춤추는 날이 올게야...그
리고... ”
“ ?????? ”
“ 컴퓨터를 만지는 깡패와 사기꾼이 설치는 그런 세상이 올게요. ”
이건 또 무슨소린가. 화려한 불빛아래 무슨 도깨비가 춤춘다는것까진 그렇다치고 (* 어쩌면 아이돌이나 걸그룹이 방송국에서 공연쇼를 하는 것을 의미한는것일수도 있고) 컴퓨터가 뭐 어떻게 된다니. 이 시절에 ‘컴퓨터’라면 아주 생소한 개념은 아니지만 가령 일반인들에겐 무슨 달나라 가는 우주선 만드는데 쓰는 기계라던가 아이들의 경우엔 공상과학만화 같은데서 외계인이나 그에 맞서 싸우는 로봇 대충 그런것과 관련된 기계쯤으로 인식할 그런 시대다. 헌데 난데없이 ‘컴퓨터를 만지는 깡패와 사기꾼이 설치는 시대’가 온다니. 의미를 알 수 없어 성희는 여전히 어리둥절해하고 도사는 그저 집안으로 서서히 들어갈뿐이다.
- 7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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