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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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팬픽 - 트와이스 나연 (9) 걸그룹 팬픽 8 (트와,여친)



 밤늦은 시간에 문경의 집에 도착한 훈철. 그래서인지 아버지 성수는 거실에 보이지 않고 나연만이 작은 갓전등 하나를 켜놓은채 훈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훈철이 들어오자 환하게 미소지으며 아이를 반기는 훈철. 그래서 아직 훈철은 별다른 의심없이 그리고 한편으로는 살짝 초조해진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다. 

 “ 그래, 에이핑크 콘서트에서 재미있었니 ? ” 

 “ 네 ? 아...네에... ” 

 “ 친구들이라면 너랑 항상 어울리는 민석이,규철이,홍석이 걔네들하고 다녀온거야 ? 

 ”  

 “ 네...그렇죠 뭐. ” 

 여전히 환한 얼굴로 미소지으며 묻는 나연으로 인해 훈철은 대충 그렇게 묻는 질문에 맞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여하튼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면 자칫 들통날 위험도 있어 살짝 비켜가려는 훈철. 피곤하니 이만 씻고 자야겠다는 듯 핑계를 대기도 하는데 어쩐일인지 나연이 그런 훈철을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 콘서트까지 갔으면 뭐...에이핑크 사인이라도 받던가 굿즈(일종의 캐릭터 상품이 

  나 기념품) 같은것이라도 사오던가 했을텐데... ” 

 “ 아...아뇨 그건...싸인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받지 못했고요. 굿즈도 뭐...너무 비싸 

  서 못 샀어요. ” 

 오히려 20대 후반의 나연은 그런 콘서트장에서 기념으로 파는 굿즈 같은것에 대해 들어 아는 것이 있는 듯 한데, 되려 문경에서 자란 훈철이 그런걸 잘 모르는 듯 여하튼 적당히 그런식으로 둘러댔다. 나연이 그런 훈철을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 어쨌든 서울에서 그런 콘서트 구경도 하고 재미있었겠구나. 그러고보니 훈철이나 

  훈철이 친구들도 서울은 처음이었을텐데... ” 

 “ 뭐 요즘은 교통정보 그런게 다 인터넷 찾아보면 있기 때문에 길 잃고 헤매거나 하 

  진 않았어요. ” 

 실제로는 바로 그런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 서울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았던 훈철과 동철 아니던가. 무엇보다 나연의 경우엔 훈철의 평상시 어울리고 다니는 친구들을 대충 파악하고 있는 것 같은데 헌데 갑자기 나연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더니 훈철의 뺨을 있는 힘껏 후려갈긴다. 

 ‘ 철썩~~~!!! ’ 

 “ 어...엄마... ” 

 당황한 훈철. 허나 불같이 노한 나연의 분노가 이어진다. 나연은 진심으로 훈철(따지고보면 동철에게까지도)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다. 

 “ 그동안 오나오냐 하면서 키워줬더니...니가 감히 날 우롱하려 들어 ? 콘서트는 무 

  슨 콘서트...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해 !!! ” 

 “ 어...엄마... ” 

 “ 아침에 담임 선생님과 통화했어. 그래서 니 친구들도 다 문경에 각자 집에 있다는 

  걸 확인했고. 그러니 어서 바른대로 답하지 못해 !!! 대체 무슨짓을 하고 돌아다니 

  는 거야 ? ”  

 “ 어...엄마... ” 

 “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 천하의 못된 것 같으니 !!! ” 

 좀 운이 없다고나 할까. 아무리 그래도 학급 담임선생님이 그 많은 자기반 학생들 집에 일일이 전화를 해보거나 하는일은 웬만해선 잘 없다. 헌데 그날따라 무슨 상의할 문제가 있었는지 훈철의 새엄마 나연과 통화를 하게 된 담임선생님. 그 과정에서 나연은 훈철이 친구들과 에이핑크 콘서트를 보러 서울에 간다는 말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담임 선생님의 말은 이와 같았다. 

 “ 콘서트를 갔다구요 ? 사실이 아닌 것 같은데요 ? ” 

 “ 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 

 “ 훈철이와 평소 어울려 다니는 애들이라면 김민석,,,황규철...최홍석 대충 그런 녀석 

  들일텐데...일단 김민석이는 저희 이웃에 살기 때문에 제가 아침산책을 나가던 길에 

  봤습니다. 옷차림새도 그냥 간편한 복장이라서 어디 멀리 서울까지 가는듯한 복장 

  이나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그리고 규철인 심지어 방금전에 제가 전화통화한 아이 

  입니다. 서울은커녕 제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는걸 확인 했는데요 뭐... ” 

 “ 뭐...뭐라구요 ? ” 

 혹시 나연이나 담임 선생님이 파악하고 있지 않은 다른 친구가 있는것일수도 있지만 그런 평소 잘 어울리지도 친하지도 않는 친구와 그런 먼 서울까지 가수 콘서트를 본답시고 함께갈 가능성이나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 아닌가. 담임 선생님도 좀 이상하다 생각했는지 나연과 통화를 마무리한뒤 훈철의 어울리고 다니는 최홍석이란 다른 학생과도 통화를 해보았다. 홍석 역시 그 시간에 집에 있었고 에이핑크 콘서트고 뭐고 전혀 그런 이야기 들어본일 없다는 듯  답을 해서 훈철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이렇게 확인이 된 것이다. 사실 나연이나 담임선생님이 알기로도 훈철이 평소 말썽을 부리거나 공부를 하지 않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걱정이 된다는 듯 이런말도 덧붙였다. 

 “ 글쎄요...저도 이게 무슨일인지 잘 모르겠네요. 훈철이나...걔네들이 말썽을 부릴 

  만한 아이들은 아닐텐데...하지만 혹시 모르니...좀 확인을 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 

 그리고 지금껏 훈철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그러고보면 참 어처구니 없고 기가막힌 일 아니겠는가. 에이핑크 콘서트를 간다는게 사실이든 아니든간에 일단 밤늦게 귀가한 아이. 그러니 이런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 담임 선생님의 경우에도 무엇보다 훈철이 부모님 이혼뒤 새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기에 그런 부분으로도 걱정이 된다는 듯 이런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 이건 제 짐작입니다만...아이가 혹시 친엄마나 그런분을 찾으러 간다면서...그래서 

  새어머니한테는 차마 사실대로 말 못하고 거짓으로 그리 둘러댈 가능성이 있어요. 

 ”  

 “ 하지만 아이들 친엄마는 6년전엔가 한번 대구에서 아이들을 보고싶다고 전화가 

  와서 제가 만나게 해준 그게 전부인걸요 ? 그 뒤로는 만난일도 없을뿐더러...게 

  다가 큰애 동철이라면 모를까 훈철이는 아예 자기 아빠,엄마가 이혼했을 때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친엄마에 대한 기억도 거의 없는...사실상 제가 품에 안고 키우 

  다시피한 아이인걸요. ”  

 “ 하지만 그게...모르는겁니다. 저도 뭐 아이들 가르치는 학교선생 노릇을 20년 가 

  까이 해온 사람입니다만 이혼가정,재혼가정 아이들의 경우엔 부모가 미처 파악 못 

  하는 돌발변수가 꼭 있더라구요. 그러니 어머님께서 좀 더 세심하게 살피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새엄마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나연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뭔가가 있을수도 있고, 어쩌면 아이들이 지금까지 자기 몰래 친엄마와 통화하거나 연락할수 있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둔 소리처럼 들렸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대구에 동철이에게 전화를 해보았다.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동철과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 그 시간에 동철은 이미 훈철과 함께 서울의 이모할머니 칠순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연회장으로 향하고 있을때다. - 무엇보다 훈철이 교통편을 대구에서 KTX로 갈아탄다고 해서 나연의 남편 성수가 ‘김천이 훨씬 더 가까울텐데 왜 ?’ 하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 않았던가.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싶었는데 그럼 정말 두 녀석이 대구에서 함께 만나 친엄마를 만나러 ? 의심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들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밤늦게 들어온 훈철을 나연은 매섭게 추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어...엄마... ” 

 “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 어딜 이런식으로 날 기만해놓고 엄마란 소리가 나와 ? 

  내가 그동안 그렇게 만만하게 보였니 !!! ” 

 “ 엄마...그게 사실은... ” 

 “ 세상에 난 그래도 어려서 엄마잃고 불쌍한 너를...제대로 엄마정 한번 못 느껴 

  보고 자랐을 니가 그리도 불쌍하고 안타까와서...손수 젖까지 물려줘가며 키워줬 

  는데...그런 날 이런식으로 기만하려 들어 !!! ” 

 사실 나연은 아직 동철과 훈철이 친엄마를 만나러 간 사실까진 모르고 있다. 물론 하필이면 형 동철이 있는 대구쪽으로 가서 KTX를 갈아탄다는 말에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그런쪽으로 짐작을 못해보진 않았겠지만 여하튼 아직 나연이 직접 어떤 사실관계 확인은 못 해본셈. 다만 중학교 2학년 박훈철은 더 이상 새엄마를 속일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모든 것을 사실대로 자백하고 만다. 

 “ 잘못했어요. 사실 전 그냥...형이 시키는대로 했을뿐인데... ” 

 “ 뭐...뭐라고 ??? ” 

 대구에서 기차를 탄다는 말에 수상하다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기어이 제 형 동철까지 언급이 되는 것을 보니 나연은 더더욱 기가막힐뿐이다. 훈철이 결국 모든 것을 사실대로 자백하고 만다. 

 “ 친엄마가...형한테 전화를 했었대요. 그리고 저희한테 이모할머니가 되는분이 계 

  신데...그분 칠순잔치라면서...이모할머니가 저희 한번쯤 봤으면 한다고 하셔서... ” 

 “ 뭐...뭐라구... ??? ” 

 듣고보니 나연은 더더욱 기가막혔다. 대구에서 기차를 갈아탄다는 말에 ‘혹시 제 형과 친엄마를 만나러 간 것이 아닌가 ? 나 몰래...’ 그런 짐작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단지 대구에서 기차를 탄다는 사실만으로 거기까지 의심해보는 것은 너무 과도한 상상같아 나연은 자제하고 있었다. 헌데 친엄마를 만나러 가는 것 정도가 아니라 이모할머니라는분 칠순잔치에 형과 함께 참석을 하러 갔다니. 게다가 훈철은 몰라도 동철은 그런 문제 상의를 위해 친엄마와 통화까지 했다는 것 아닌가. 서울까지 가는 교통편이야 뭐 어쨌든 자신들끼리 인터넷 정보같은 것을 통해 알아본다 치더라도, 여하튼 사전에 그런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자신은 물론 남편이자 아이들 아빠인 박성수까지 속였다는 말에 나연은 그저 기가막힐뿐이다.  

 어차피 밤늦은 시간이니 아이를 너무 오래 세워두고 추궁할수도 없어 이만 들어가 쉬라고 했다. 그리고 날이 밝자마자 바로 대구에 동철에게 전화를 했다. 

 “ 너 빨리 문경으로 와 !!! 나 아주 화났어 !!! ” 

 아침일찍부터 받은 새엄마 나연의 전화에 버럭하는 소리. 동철도 뭔가 심상찮음을 직감하고는 있는데, 하지만 그래서인지 더더욱 핑계를 대보려 한다. 

 “ 엄마...저 내일 학교가는건 어떡하구요 ? ” 

 웬지 하루,이틀만에 해결될수 있는일이 아니란 생각까지 하는것일까. 일단 학교 핑계를 대며 문경의 집으로 가는게 곤란하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런 동철의 태도를 보자 나연은 더 불같이 화를 낸다. 

 “ 지금 학교가 문제야 !!! 그리고 너 집으로 지금 당장 오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내 집에 발 못들여놓게 되는줄 알아 !!! ” 

 “ 어...엄마... ” 

 “ 어디서 엄마 소리가 나와 ? 이것들이 정말...새엄마가 지금까지 어떻게 니들을 키 

  워줬는데...어떻게 오냐오내 해주며 받아주었는데...그런 내 뒷통수를 이런식으로 쳐 

  !!! 당장 집으로 올라오지 못해 !!! ” 

 아무래도 새엄마 나연이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구나. 이런 짐작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동생 훈철이 모든 것을 다 말했나보구나 이렇게 짐작할 수밖에 없는데 동철로선 그런 동생의 경솔함에 대한 원망하는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린애는 어린애구나’ 이렇게 빨리 사실대로 말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하튼 나연의 거듭되는 호령에 동철은 결국 짐을 챙겨 문경의 집으로 가볼 수밖에 없었다. 

 “ 그래, 친엄마는 잘 만나고 왔니 ? 게다가 뭐 이모할머니 되는분 칠순잔치였다며 

  ? ” 

 이미 훈철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연. 따라서 동철이 더 이상 무슨 변명을 할수도 둘러댈수도 없는 상황이다. 동철과 훈철 두 아이를 모두 불러앉힌 나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 나연은 한숨을 내쉰다. 

 “ 너희가 친엄마 만나고 싶다고한다면...내가 못만나게 할줄 알았니 ? 그래서 나 몰 

  래 이런일을 벌였던거야 ? ” 

 “ 어...엄마. 실은 그게 아니라... ” 

 아무래도 동생보단 형인 자신이 대표로 이야기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결국 동철이 모든 사실을 있는그대로 밝히고 만다. 사실 동철도 지금 심경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일단 그렇게 오랜만에 걸려왔던 친엄마 상희의 전화. 엄마도 이모도 아닌 ‘이모할머니’의 칠순잔치인데 그런 먼 친척이 어릴 때 잠깐 본게 전부인 상희의 아이들인 조카손주들을 보고싶어 하신다는 말에 일단 한번 만나뵈는 것 정도는 나쁠 것 없다고 생각했는지 동생 훈철까지 데리고 함께 찾아간 칠순잔치 연회장. 헌데 그런 자리에서 망령인지 술주정인지 – 일단 아이들 이모할머니면서 상희의 큰 이모 정윤옥 여사는 정신이 혼미해져 있는 상황까진 분명 아니었다. - 그런 한바탕 넋두리를 목격하고 그런 기가막힌 가정사가 있다는 자신의 친엄마쪽 집안. 그런 모든 것을 알게되고 동철도 심경은 복잡하기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런 집안과 자신이 계속 왕래를 하는게 좋을지 나쁠지 그런 걱정까지 하게된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너무 막장이거나 그런 집안은 아니지만 여하튼 이혼에,암투병이나 사고등으로 일찍 죽은 다른 친척에 적어도 정상적이지는 못한 그런 기가막힌 가정사가 있는 자신의 친엄마 오상희 여사쪽 집안. 그런쪽과 자신이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는게 동철로서도 어떤 모멸감이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기까지 했다. 뭐 졸지에 이모할머니로부터도 결코 적지 않은 용돈을 챙겨받았고 거기다 한술더떠 그날 그렇게 연회장이 엉망진창이 되어 모처럼 만난 아이들 제대로 먹이지도 못하고 돌려보내게 되었다는 미안함에 친엄마까지 용돈을 더 얹어주기까지 했으니, 이중으로 용돈을 챙겨받기까지 한 동철과 훈철로선 뜻밖의 ‘횡재를 한 날’이기까지 했다. 허나 그런 꼴까지 보고 돌아가는 길이라 그런 분들한테 받은 용돈을 쓴다는게 영 내키지 않았는지 동생 훈철에게 다 줘버리기까지 한 동철이건만, 그리고 잔뜩이나 심경이 복잡한 상황에서 나온 새엄마 나연의 호출. 동철은 결국 고민 끝에 일단 죄송하다는 말을 입에 담는다. 

 “ 새엄마 죄송해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그리고...뭐 꼭 새엄마가 못만나게 할까봐 

  그랬다기 보단... ” 

 “ 그렇다기 보단 ? ” 

 “ 그냥 어쨌든...저희를 낳아주신 분이고...또 그런분의...생각해보니 친엄마쪽 친척 

  들은 저흰 아무도 모르잖아요. 저나 훈철이나 둘 다 어릴때 그렇게 엄마가 집을 

  나가신거니까... ” 

 이모든 외삼촌이든 외할머니나 이모할머니든 여하튼 그런 친척을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본적이 없는 그런 동철,훈철 형제이기도 하다. 물론 어릴 때 한두번정도 엄마손에 이끌려서 명절같을 때 만나본 기억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어른들인 친척과 달리 아주 어린아이였던 자신들은 기억조차 희미할 그럴 나이에 만났을 사람들. - 더욱이 동철보다 세 살어린 훈철은 더더욱 기억에 있지 않은 사람들 – 그래서 그래도 한번 어떤분들인지 만나보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어려웠던 결심. 허나 결과적으로 새엄마를 속이고 그분들을 만나러 간게 이렇게 보기좋게 들통이 나고 만 것이다. 나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기가막힌지 모든 자초지종을 다 듣고 동철의 해명이라면 해명이라고 할 수 있는 말까지 듣고나서도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그런 모습이다. 

 “ 여보...괜찮은거야 ? ” 

 물론 상황이 이리 되었으니 남편 성수도 자연히 모든 사실을 알게될 수밖에 없고, 다만 아이들은 새엄마 나연이 있는대로 나무랐으니 거기까지 자신이 한마디 더 보태기도 뭣해서 일단 아이들은 놓아두게 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위로를 해 본뒤 자신이 한번 전처 상희와 통화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예전 휴대폰 번호가 그 사이 바뀌진 않고 그대로였다. 

 “ 거 왜 쓸데없이 이런일을 벌여 ? 애들까지 나랑 새엄마한테 거짓말까지 하게 만들 

  고 말야. ” 

 “ 여...여보... ” 

 “ 그리고 차라리 그럴거면 나한테 진작에 상의를 하던가 할것이지...그랬으면 내가  

  중간에서 일이 원만하게 잘 처리되도록 어떻게 해봤을거 아냐 ? 근데 아직 자아도 

  채 여물지 않은 사춘기 애들한테까지 거짓말을 시키게 만들고...하여튼 잘하는 짓이 

  다. ” 

 생각해보니 성수도 기가막혀서 그 원망이 전처 상희에게 쏟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서 아내 상희도 사과의 말을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날 칠순잔치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려 아이들을 먼저 보내버린것도 상희가 아니던가. 일단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이모할머니 칠순잔치에 참석하러 서울까지 왔다 갔다는 사실을 아이들 아빠나 새엄마는 모를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된걸보면 그쪽에서도 모든걸 다 알아버린 상태인 것 같으니 상희도 그녀대로 아찔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헌데 생각해보면 아이들한테 친 ‘이모할머니’면 성수에게도 전처의 친정식구들이 된다. 더욱이 성수는 지금 아내인 나연은 여하튼 재혼인데다가 나연 역시 새엄마 밑에서 자라면서 정상적인 사춘기를 지내지 못한 탓인지 고등학교 졸업후엔 새엄마하고도 이복동생들하고도 거의 왕래가 없이 살아온 처지라 두 사람만이 단촐하게 결혼식을 올린것이지 전처 상희와의 결혼식때는 양가 부모 가족,친지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상적인 결혼식을 올렸었다. 따라서 상희 어머니가 이미 돌아가시고 세상에 없는 분이란 것은 그녀와 사귈때에도 충분히 인지했던 사실이다. (* 상희 어머니(동철,훈철의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상희가 대학생) 그리고 아마 그때 그렇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큰 이모님이 자신들 3남매(상희와 두명의 남동생)를 친자식처럼 돌보며 거두셨다는 이야기까지도 충분히 들었을법한데, 어찌된 영문인지 성수의 기억에 상희의 큰이모 되는 아이들 이모할머니가 자신들 결혼식에 참석을 하셨었는지가 기억에 확실치가 않다. 여하튼 대충 그렇게 상희와 결혼을 준비하던 시절 상희쪽 친척들에게 인사드리러 가고 하던때의 일도 머릿속에 떠올려져서인지 성수도 궁금함과 착잡함에 이렇게 묻기는 한다. 

 “ 그래, 당신 큰이모님은 좀 어떠셔 ? 정정하신건가 ? 여하튼 벌써 칠순이시라며 ? 

 ” 

 세월이 이미 그렇게 흘렀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연회장에서 그 한바탕 난리가 벌어진 것을 아이들이 다 목격하고 돌아간 터 아닌가. 따라서 상희도 숨기거나 예의상 하는 말을 입에 담을수도 없는터라 그런대로 알아두라는 듯 이런식으로 답하긴 한다. 

 “ 뭐 지금은...다들 나이들어가는 노인이고 할머니지 뭐. 여하튼 이제 70이시잖아. ” 

 “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전해드려. 그러고보면 나라도 잠깐 인사를 드리러 가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 

 뒤늦게 생각해보니 여하튼 전처 상희와 처남들(상희의 동생들)을 한동안 친자식처럼 거두고 돌봐주셨다는 이모님. 아무리 이혼한 처지라지만 그래도 자신이라도 잠깐 들러서 안부인사라도 전해드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자책도 든다. 그래서 그런 감정을 더해 이렇게 상희에게 말을 전하기도 하는 성수. 하지만 상희야말로 오히려 그날 그 난리가 나던 모습을 전남편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드는지 이런식으로 말을 얼버무린다. 

 “ 아냐 뭐...새삼스럽게 그럴것까진 없고...게다가 어쨌든 동철이,훈철이 그렇게 다녀 

  갔잖아. 그러니 큰이모도 그걸로 만족하실거야. ” 

 대충 그렇게 행여 나중에라도 성수가 인사드리러 가겠다는 상황만은 막고 싶어하는 상희. 성수는 성수 나름대로 ‘그러게 차라리 나한테 진작 귀띰을 해주던가 하지’ 하면서 그런 집안행사가 있음을 자신이 아는게 나았을걸 그랬다는 책망하는 말을 잊지 않는다.  

 한편 지금의 아내 나연은 동철과 훈철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좀체 풀지 못하고 있다. 남편 성수가 나서도 어쩌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 내가 진짜 화나는게 뭔지 알아요 ? ” 

 “ 당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여하튼 아이들도...중간에서 많이 힘들고 고민 

  이 많았을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애들보다는 한 열몇살 많은 어른 아닌가. 

 ” 

 그냥 어른이 애들을 좀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달래보려 하지만 그조차도 나연을 진정시키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더더욱 발끈하는 나연은 급기야 이런말까지 입에 담는다. 

 “ 나...정말이지...애들한테 젖까지 물려가며 키운 사람이에요. 그래도 엄마정 모르고 

  자란 아이들...행여 성정이 비뚫어지진 않았을까...엄마정이 몹시나 그리워 많이 힘 

  들고 외롭지 않았을까...그래서 그 아이들 빈 구석이라도 채우려고...어떻게보면 차 

  마 못할짓까지 한건데... ” 

 동철이나 훈철에게 젊은 새엄마 젖을 물려준 행위. 따지고보면 나연 입장에선 엄청난 결단을 한 일일수도 있다. 아이들이야 여하튼 엄마없이 자라나 그 모정에 굶주린 아이들이겠지만 나연은 젊은 나이에 처녀몸으로 성수에게 시집을 온 몸. 게다가 아이들을 처음 봤을 때 훈철은 그래도 초등학교 2학년 어린아이지만 5학년 동철은 어쨌든 이성과 성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할수도 있는 그런 나이. 그런 아이에게 젊은 새엄마가 젖을 물려준다는 것. 위험하다면 위험한일을 나름 엄청난 결단을 내린 것일수도 있는데, 여하튼 나연은 그만큼 자신이 아이들을 품안의 자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그런 행동까지도 결심한 것으로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헌데 그 결과가 고작 이거라니. 여하튼 성수와 결혼해서 어느덧 6년의 시간. 당시 초등학교 5학년,2학년이던 아이들이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과 중학교 2학년 한참 사춘기 소년으로 자라날만큼 그만한 시간이 흐른것인데, 여하튼 나연 입장에서도 그렇게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 뿌듯해한적도 있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젖을먹고 자란 아이들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시간들이었다고나 할까. 헌데 그 두 아이가 그것도 사전에 치밀하게 몰래 계획을 세워 친엄마를 그것도 엄마나 이모도 아닌 ‘이모할머니’의 칠순잔치에 참석하러 가면서 그것도 친구들과 무슨 에이핑크 콘서트를 보러 서울을 가네 어쩌네 그런 거짓말까지 지어내 그런일을 꾸몄다는 것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괘씸하고 배신감을 참을수 없는 것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것 같은 나연의 화. 성수가 그저 난감하기만 할 따름이다. 

 결국 성수가 고민 끝에 나름의 어떤 결심을 했다. 차라리 아이들을 다 모아놓고 아버지인 자신과 새엄마 나연까지 있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대구에서 학교는 계속 다녀야하기 때문에 도로 대구로 돌아간 동철까지 다시 집으로 돌아오라고 해서 네식구가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성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 내가 너희들을 이렇게 모두 부른건 다름이 아니라...솔직히...그냥 너희들의 솔직 

  한 생각을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부른 것이다. 그래서 새엄마까지 이렇게 

  함께 하게 한것이고. ” 

 사실 동철이나 훈철이 나연을 ‘새엄마’가 아닌 그냥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한지는 꽤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만큼은 한사코 ‘새엄마’라고 말하고 있는 성수. 논의할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친엄마와의 구분을 위해 편의상 그렇게 부르는것일수도 있고. 일단 나연은 무표정하게 아이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성수의 입이 열린다. 

 “ 어쨌든 지난번 일...아무리 그렇게 사전에 너희 친엄마한테 연락을 받아서 벌인  

  일이라도...아빠나 새엄마한테 거짓말을 했던 것은 분명 잘못한 행동이야. 차라리  

  너희들이 처음부터 솔직하게 우리한테 이야기했으면...우리가 보내주지 못할 이유 

  도 없고, 그렇게 처음부터 진지하게 상의를 했다면 우리가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 

  았을수도 있는 것 아니니. 그런데 왜 그런일을 벌였어. ” 

 게다가 성수는 전처 상희와 통화할 때 ‘그런일이 있었으면 차라리 나도 잠시 인사나 드리러 갔을 것을...’ 하고 아쉬움을 피력하지도 않았던가. 허니 정말 만약 처음부터 성수가 이 일을 알고 있었더라면 사태는 달리 진행되었을수도 있는 일이다. 다만 아이들뿐만 아니라 남편 성수까지 전부인 집안쪽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다들 떠난 상황이라면 나연의 처지가 또 난감해지긴 했겠지만 여하튼 그래서 이래저래 거듭 아이들을 나무랄 수밖에 없는 성수의 입장. 허나 지난일을 새삼 나무리가 위함이 아닌 앞으로의 일들을 상의하기 위해 아이들을 부른것이니 성수는 곧 다음 하려던 이야기로 넘어가긴 한다. 

 “ 어쨌든...이렇게 된 이상 너희들 생각이나 솔직하게 들어보려고 부른거야. 여하튼 

  어느덧 동철이도 고등학생, 훈철이도 중학생이니 이제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고 

  - 단순한 거리상 문제뿐만 아니라 교통편도 직행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문 

  경에서 서울까지를 너희들끼리만 다녀온 것 자체가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방증 아니니 ? - 여하튼 그러니 앞으로 어떻게 할것인지 솔직하게 너희들 생각을 

  알고 싶어 부른거야. ” 

 “ ...... ” 

 “ 어떻게...친엄마와 함께 살고 싶으냐 ? ” 

 허나 막상 아빠 입에서 그렇게 말이 나오니 오히려 당황했음인지 바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두 아이. 그런 아이들에게 성수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 공연히 망설일게 아니라 그냥 너희들 바램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 해. 아 

  빠와 새엄마도 그럼 너희들 바라는대로 조치해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야.  

 ” 

 허나 지금 상희의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일방적으로 여기서 아이들을 친엄마에게 보내는것도 무리가 있다. 일단 그날 그렇게 아이들이 이모할머니 칠순잔치에 참석하고 온것이긴 하지만 그날 상희네 집안 상황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온것도 아니고, 성수는 6년전 전처와 통화할 때 남양주에 살고있고 대학교수란 사람과 재혼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었지만 그 결혼생활이 무난한건지 또 아이들을 보낼수 있는 상황인건지 물어본것도 아니다. 따라서 만약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친엄마에게 가고싶다’는 의사를 밝힌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난감한 국면에 직면할수도 있는 일이다. 여하튼 성수뿐만 아니라 나연도 긴장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한참만에 아이들의 입이 열린다.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 

 모처럼만에 걸려온 친엄마의 전화. 허나 막상 그렇게 난리가 벌어진 이모할머니라는 분의 칠순잔치 연회장 모습을 보고, -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친 외가쪽에 기가막힌 가정사 내력까지 알게된 터 – 아이들의 심경도 많이 복잡했던것일까. 동철이나 훈철이나 속으로 지난 며칠간 고민이 좀 많았을 것 같은데 한참만에 열린 동철의 입에서 나온말이 이와같다. 

 “ 친엄마와 같이 살고싶은 생각은 없어요. 새엄마가 지금까지 저희한테 잘해주신 것 

  도 있고 하니...그냥 계속 여기서 사는게 저희도 편하긴 한데... ” 

 “ 그런데 ? ” 

 “ 그냥 가끔 그래도 친엄마한테서 연락이 오면 만나는 보는 그 정도 선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뭐...공연히 혼란스럽게 친엄마와 새엄마 사이에서 계속 왔다갔다 하 

  고 싶은 생각은 없고요. ” 

 바로 6년전에도 친엄마한테서 그렇게 연락이 와 만났을 때 ‘자신은 상관없지만 훈철이까지 혼란스럽게 하진 말아달라’고 하던 형 동철이 아니던가. 제딴에는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한말일수도 있을터. 여하튼 그런 동철이 자신의 입장정리를 이와같이 하니 나연도 좀 마음이 누그러드는것일까. 성수와 나연의 시선이 이번엔 훈철에게 향한다. 

 “ 훈철이도 괜히 형 눈치 보지말고 솔직하게 말해봐.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 ” 

 바로 6년전 동철이 어린 훈철에게 강요하듯 ‘새엄마랑 살고싶다. 친엄마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라고 강요하던 것을 기억하던 나연 아닌가. 바로 그때일이 새삼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어느덧 중학생인 훈철임을 생각하면 그래도 어느정도 자기생각이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물은 것. 훈철의 입이 열린다. 

 “ 저도 형 생각과 다르지 않아요. ” 

 “ 그냥 계속 여기서 우리랑 살고 싶다구 ? ” 

 일단 아이들의 반응이 이와같자 나연으로선 반갑기도 하고 쾌재라도 부르고픈 순간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젖물려가며 키운 시간이 그래도 결코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헌데 생각해보면 훈철은 그날 이모할머니는 물론 친엄마 상희에게서까지 이중으로 받은 거액의 용돈은 여지껏 입도 벙긋 안하고 있다. 그것도 동철이 자신은 필요없다는 듯 동생에게 모조리 내어준 그 돈을, 지금까지 새엄마에게도 아버지에게도 말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새엄마랑 계속 살고 싶다는 입장은 밝히면서도 나름 그와같은 ‘실리’는 챙기고 싶은 심산인것인지.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아이의 속내는 파악하지 못한채 나연이 그런 훈철을 한번 안아보기까지 한다. 동철은 몰라도 적어도 훈철은 어린아이일때부터 자기 가슴으로 품어서 그런지 아이에 대한 애틋한 심정은 한층 더한 그런 둘째 훈철이기도 하다. 

 얼마후. 나연이 밤늦은 시간에 혼자 집 앞 마당에 나와 혼자 거닐고 있다. 헌데 그 모습이 그만 잠이 안와 잠시 거실에 나와있던 동철에게 목격되어버린다. 그러고보면 나연이 성수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던 신혼때도 그런 모습이 몇 번 목격된바 있지 않은가. 그땐 아직 초등학교 5학년 어린아이라서 새엄마의 그런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도 않았던 동철. 또 한편으론 그때 나연의 이해할수 없는 행동으로 선뜻선뜻 당혹스러웠던 일도 있었다. 허나 이제 어느덧 고등학교 2학년인 동철. 뭔가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은 듯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그런 나연에게 다가가본다. 

 “ 엄마... ” 

 나연을 새엄마도 아닌 그냥 ‘엄마’로 부른 동철. 순간 나연이 놀라 그런 동철을 본다. 

 “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 ” 

 “ 응...아...아니 그냥... ” 

 대답하기 난감해서일까. 나연이 적당히 얼버무리려 하는데 동철도 이젠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어서일까. 그의 말이 이와같이 이어진다. 

 “ 저...다 알아요. ” 

 “ 알다니 ? 뭘 ? ” 

 순간 의아하고 어리둥절한 말투로 동철에게 묻는 나연. 동철의 말이 이어진다. 

 “ 저희 때문에 힘들고 고민되실때마다...이렇게 혼자 나와서 고민하시는거잖아요. ” 

 “ 엉 ? 아...아냐. 그런건... ” 

 사실 백퍼센트 꼭 아이들 문제로 고민하거나 심란한 것은 아니고 다른 문제로 고민이 있을 때 종종 이렇게 혼자 나와 한밤중의 집 앞 마당을 서성댄적이 많은 나연이다. 그러니 동철의 물음에 대한 답은 반은 사실이 아니고 반은 사실인 셈. 다만 아이가 마음에 걸려할까봐 이와같이 말해주긴 한다. 

 “ 그 일은 이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자. 새엄마가 용서 했으니까 그걸로 됐 

  어. ” 

 “ 고맙습니다 엄마. 그리고 다시는 이런일 없을께요. ” 

 자신을 거듭 엄마라고 부르는 동철을 보니 가슴이 새삼 짠해오는 나연. 잠시나마 아이들과 금이갔던 사이가 사실 이대로 멀어지는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는데 사태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전개되진 않고 그런대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연이 동철에게 손을 뻗는다. 

 “ 동철이 잠깐 이리 와 볼래 ? ” 

 “ 예 ? ” 

 순간 당황하는 동철을 나연이 거듭 잡아이끌고 그러면서 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 나한테 아들이고 싶으면...그리고 정말 날 엄마로 생각하면...그럼 잔말말고 따라 

  와. ” 

 나연의 그와같은 말에 얼떨결에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는 동철. 나연이 거실 테이블 위에 양발을 올려놓더니 이와같이 요구한다. 

 “ 발 좀 씻겨줘 동철아. ” 

 바로 동철이 어릴때도 종종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있는 나연이 아니던가. 이것을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단순한 효심 ? 아니면 정말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묘한 야릇한 느낌 ? 아니면 그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 또다른 제3의 의미. 어느쪽이 되었든 일단 동철은 묵묵히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오고 그리고 나연의 발을 정성스레 씻겨준다. 

 잠시후 발씻겨주는 행위가 다 끝나고나서 나연이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온다. 다름아닌 술인데 그것도 소주와 막걸리를 어디서 사왔는지 각기 한병씩 꺼내온다. 그리고 제법 큰 대접에 소주와 막걸리를 반반씩 섞는다. 

 “ 마실래 ? ” 

 “ 네 ? ” 

 “ 괜찮으니까 마셔. 그리고 원래 이게 진짜 전통적인 폭탄주래. ” 

 일단 고등학생이면 분명 미성년자지 성인은 아니다. 물론 신체적으로는 사실상 성인이라고 봐야하는 그런 육체를 지닌 나이긴 하지만, 아직 정서나 가치관이 온전히 자리잡지는 않았다고 봐야할 그런 나이. 그 이상야릇하고 애매한 나이의 동철을 나연이 이와같이 유혹(?)하는 것이다. 

 “ 어서 한잔 해봐. 이게 진짜 전통적인 폭탄주라니까. ” 

 전통문화 기술을 이어가는 남편과 결혼을 한 나연이건만 오히려 이상한쪽으로만 전통문화에 대해 들은게 많은지 여하튼 이와같으 거듭 동철에게 술을 한잔 권하는 나연. 그리고 동철이 술을 한잔 하고 알딸딸하게 취했을때쯤 아이를 한번 품에 꼭 안아본다. 취기때문일까. 야릇한 온기가 나연의 피부에 느껴진다.



- 마지막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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