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후, 하루는 박성수의 집에 반갑고도 귀한 손님이 하나 찾아왔다. 원래 선대로부터 목공예 기능을 전수받아 그 전통기술을 이어가고 있는 성수. 특히 부친이나 조부 시절에는 유명한 국회의원이나 재벌가에서도 성수 선대에서 제작하는 목공예품을 직접 와서 고가에 주문,구입해가기도 할만큼 잘나가던 그런 기술자 집안이었다. 헌데 바로 그 시절 단골로 들르던 유신,5공시절등을 거치며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홍섭 의원이란 인물이 있었다. 현재는 정홍섭 의원은 세상을 떠난지 이미 10년 이상이 지났고, 바로 그 정홍섭의 아들 정태인이라는 이가 성수의 집을 찾아온 것이다. 태인도 지금은 나이 50을 넘긴 사람인데, 선대 시절에는 아들끼리도 어느정도 왕래가 있어서였는지 성수는 어린시절 동네 선배라도 오랜만에 만나보는듯한 반가운 마음으로 그를 맞이한다.
“ 아이고 이거 어서오십시오. 이게 도대체 얼마만입니까 정선생님. ”
“ 그러게요. 진짜 오랜만에 뵙는군요 박성수 선생. ”
그러고보면 나이는 태인이 성수보다 한 열 살정도 위라고 봐야 하는데 여하튼 어린시절에도 서로 면식이 있던 사이라서인지 감격의 눈물까지 고이고 있는 두 사람. 성수의 아내 나연이 타온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 헌데 이쪽은 사모님이십니까 ? ”
“ 예, 뭐... ”
약간 쑥스러운 듯 살짝 머리를 한번 긁적이며 대답을 하는 성수. 사실 따지고보면 두 사람은 태인의 선친 정홍섭 의원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처음 재회하는것이기 때문에 실로 10년만의 상봉이기도 하고 또 성수의 선친 역시 그보다 몇 년 앞서 세상을 떠나신 것이라서 그 이후엔 겨의 왕래가 없었던 두 사람인지라 그 사이의 소식은 피차 잘 모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결혼이든 이혼이든 그 이후 10여년간의 성수의 삶은 변화를 알수 없는 태인의 처지. 일단 담담하게 성수는 사실을 말해준다.
“ 사실 첫 결혼은 이미 15년전에 했었는데, 그 결혼은 한 10년만에 파투가 나고 말
았습니다. 제가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게 사는것에 실망을 했는지 집사람은
아이 둘을 둔채 5년전에 집을 나가버렸어요. 그리고 쭉 혼자 살았는데, 그러다 운
이 좋았는지...인연이 되었는지...여하튼 재혼을 하였습니다. 이 사람은 그렇게 최근
에 맞이한 저보다 열다섯살 어린 새 사람이지요. ”
“ 아, 그러시군요. 그런 풍파가 있으셨는지는 여지껏 모르고 있었습니다. 일단 위로
를 드립니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신것에 축하를 드리고
요. 어쨌거나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뒤늦게나마도 이런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어
서. ”
나이 40을 넘겨 어쨌든 젊은 새 아내를 맞이하였다는 사실에 태인은 성수에 대한 약간의 부러움과 시샘마저 섞어 그와같이 말을 건네고 성수도 성수지만 나연이 새삼 부끄러워져 살포시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붉힌다. 성수의 말이 다시금 이어진다.
“ 그래도 다행히...저 사람도 원래 어린시절부터 전통공예라던가 이런데 관심이 많던
사람인지...제 일을 잘 이해해주고 따르고 도와주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뒤
늦게 궁합이 제대로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났다고나 할까요. 허허...이거 괜히 아내
자랑이나 하는 팔불출이 되어버릴 것 같으니 그런 이야긴 그쯤 하지요. ”
본의 아니게 너무 젊은 아내 자랑을 늘어놓는 모양새가 될까봐 대충 그 정도에서 말을 마무리하는 성수. 태인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문한 용건을 입에 담는다
“ 앞서 전화로도 말씀드렸지만, 새로운 목공예 가구를 몇점 더 구입하고 싶어서 좀
뵙자고 한것입니다. 요즘이야 뭐 시중에서 가구로 쓸 테이블이며 책상,의자,옷장따
위는 쉽게 구할수 있지만...옛스러운 맛이 통 나지 않아서 별로더라구요. 그래서 아
버님 시절 종종 이 먼곳까지 찾아와서 전통 목공예 가구를 구매해가곤 하던 그 시
절의 일도 생각나고 해서... ”
“ ...... ”
“ 무엇보다 저도 이제 나이 50이 넘은 사람이라 지금까진 애들 키우면서 대체로 현
대적인 문화에 맞춰 살아온 사람이지만...저도 이제 아이들 다 대학 들어가고 그쯤
되었으니...아이들 다 시집,장가를 보내든 독립을 시켜 내보내든 그런뒤에는...좀 전
통적인...옛스러운 맛이 느껴지는 그런 가구를 집에 들여놓은뒤 그런 흥취를 느끼며
살아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박성수 선생님이 생각나서
뵙자고 이렇게 찾아온것입니다. ”
“ 아, 예. 그러셨군요. ”
대충 찾아온 뜻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성수. 한편 나연은 구경삼아서 태인에게 자신들의 작업실을 한번 구경시켜주기도 한다. 이런곳은 예전에 태인도 아버지와 함께 들렀을 때 한두번쯤 들어와봤을법도 한데 그때는 어린시절이라서일까. 기억이 그리 또렷하진 않은 듯. 이제와 새삼 한번 들러보는 성수의 작업실에서 태인은 괜한 감회가 다시 서린다.
“ 어릴 때 여기 한번 들어와봤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기억이 참 확실치가 않네
요. 그땐 작업실이 꽤 컸던 것 같기도 하고... ”
“ 하하...작업실은 그동안 중간중간 몇 번 정비도 하고 정리도 하고 그랬지만 크기는
옛날 작업실 그대로입니다. 달라진건 별로 없어요. 하긴 뭐...어린시절 뛰놀던 학교
운동장이나 옛 고향동네 같은데 찾아가보면 어린시절엔 굉장히 커보였던 동네나 학
교가 다 커서 보면 작아보인다고 하지요 ? 아마 그런 느낌일겁니다. ”
“ 하하...그런건가요 ? ”
지금 나이 50대 초반인 태인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10년전의 일.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종종 이곳 문경의 박성수 집안을 찾아온게 그보다 훨씬 이전임을 감안한다면 여하튼 작업실에 한번 들어와 보는 것은 어릴 때 이후론 처음이라서인지 태인이 고개를 한번 갸웃거려보면서도 그렇게 감회에 서리고 성수와는 자신이 주문할 물건의 본격적인 계약을 마치고 나서 두 사람은 거실에서 환담을 좀 더 이어간다.
“ 헌데...아까 보니까...자제분들이 벌써 대학 들어갈 나이라고 하셨던가요 ? ”
“ 아들하나, 딸하나가 있는데 둘 다 조금 있으면 대학 들어갈 나이죠. 지금 고등학
생이니까...여하튼 한참 지금 대학입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런때입니다. ”
“ 그러시군요. 전 뭐 이제 아이들이 초등학생인지라...아직 좀 먼 이야기로 느껴져
서인지... ”
여하튼 태인이 성수보다 대략 열 살정도 위이니 자녀들 나이도 자연스럽게 그 정도 더 많을 것이다. 헌데 지금 초등학고 5학년,2학년 아들이 있는 40대 초반의 성수가 결혼한게 15년전 일이라면 그래도 좀 일찍 결혼한 셈이긴 하다. - 남자가 어쨌든 대학도 나오고 군대까지 다녀왔는데 20대 중반에 결혼을 했다면 확실히 일찍한 편에 속한다. 태인은 태인대로 성수의 이런 모습이 좀 걱정도 되는지 이런말을 입에 담기도 한다.
“ 사실 아이들 키우는게...금방이더군요. 박선생님께선 여하튼 아이들이 이제 겨우
초등학생이라고 하시니...별로 그렇게 못 느끼실 것 같지만...진짜 시간 지나고보면
그렇더라구요. 애들이란게...금방 중학생 되고, 금방 고등학생되고...그러다보면 곧
대학 보내게 될 때 되고...세월이란게 다 그런식으로 흘러가는 것 같더라구요. ”
“ 허허...그렇게 되는건가요 ? ”
여하튼 나이는 열 살많은 인생의 선배격인 정태인이다보니 박성수가 한수 배우는 입장이라고나 할까. 훈훈한 환담이 이어지고 나서 계약한 물건이 완성되는날 다시 찾아오겠다고 하고 태인은 일단 성수의 집을 떠난다.
“ 에이씨~~~!!! X나 시골이네 ? 게다가 길은 또 왜 이렇게 가파러 ? ”
잔뜩 심통난 얼굴로 약간 경사진 길을 오르는 젊은 청년 하나가 있었다. 실은 박성수의 집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이긴 한데, 성수네 집에서 마을이나 버스가 다니는 큰 길까지가 여하튼 도보로 대충 10여분 정도가 걸린다면 그렇게 짧은 거리라고는 할 수 없다. 허나 적어도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 그런 길을 올라 위치해 있는데 청년이 지금 성수의 집을 찾는것인지는 현재로선 확실치 않지만 이 정도 경사를 갖고 낑낑대며 투정을 있는대로 부리고 있다면 이런 시골길이나 먼길을 자기발로 직접 찾아와보거나 한 경험은 지금까지 거의 없는 그런 청년임은 분명한 것 같다. 일단 현재로선 이 청년이 부잣집 아들인지 아닌지도 확실치 않지만 요즘이야 웬만하면 다 자기차가 있을텐데 그런 차를 운전하지도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 여기까지 왔다면 그래도 나름 그 노력은 점수를 줘야할 것 같다.
여하튼 어디를 찾는지 뭔가 손에 주소와 약도 같은게 적혀있는 쪽지같은 것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청년. 한편 성수의 둘째아들 훈철은 이 무렵 집 근처 골목같은데서 대충 노닥거리고 있었다. - 사실 요즘은 시골애들도 집에서 유튜브나 카톡같은것만 즐기는지 그런곳에서 조차도 동구밖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 보기가 쉽지 않다. - 여하튼 집에만 있는 것은 답답한지 밖에 나와있는 훈철. 마침 발견한 청년이 아이에게 다가온다.
“ 얘, 꼬마야. 말 좀 물어보자. ”
허나 낯선 청년에게 어떤 경계심이라도 생긴것일까. 오히려 뒷걸음질치며 청년을 피하는 훈철. 그런 아이의 모습에 살짝 짜증이 난것일까. 청년이 벌컥 화를낸다.
“ 아니, 얘가 근데 사람을 피하긴 왜 피해 ? 그러지말고 이리좀 와봐 !!! 아저씨
나쁜 사람 아니야 !!! 글쎄 이리 좀 와보래도 !!! ”
사람말은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자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 같아 청년은 벌컥 화를 내고 그 모습에 더 겁에질린 훈철은 후다다닥 그곳을 빠져나가 자기집으로 쏜살같이 달아나버린다. 그 모습에 더 어이없는 청년. 헌데 공교롭게도 약도가 아마 바로 그곳이긴 했는지 일단 청년은 방금 꼬마애가 들어간 집 벨을 눌러본다.
“ 누구시오 ? ”
“ 아빠...아빠...이상한 아저씨에요 !!! ”
헌데 벨을 누르는 청년의 모습을 훈철이 이미 먼발치에서 봤는지 성수에게 이와같이 말하고, 성수도 아이가 방금전 누구에게서 도망치듯 집으로 허겁지겁 들어오는 것을 봤고 그 뒤를 이어 울린 벨소리. 뭔가 확실히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성수도 조심스레 문밖으로 나가본다.
“ 무슨일이시오 ? ”
“ 아...아저씨...방금 그 꼬마애... ”
원래 어쨌거나 어느정도 경사진길을 지금껏 올라와 숨이 가쁘기도 했고 게다가 조금전 벌어진 실랑이때문에라도 호흡이 고르지 못한 청년. 그래서 헐떡이는 목소리로 겨우 말하는데, 그러자 성수는 더더욱 수상쩍은지 이와같이 말한다.
“ 여긴 우리 가족들이 사는곳이고 난 이 집 주인이오. 그러니 별 볼일 없는 사람이
거든 이만 돌아가주시오. ”
무엇보다 아이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그와같이 나온 성수. 청년은 일단 겨우 호흡을 가다듬는 듯 하더니 겨우 침착함을 되찾으며 다시 입을 연다.
“ 아저씨...그게 아니라 사람을...집을 찾는중인데요 ? ”
“ 집을 찾는다구요 ? ”
헌데 박성수의 집 자체가 어차피 다른 민가에선 거리가 좀 떨어진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아닌 다음에야 길을 잘못든 사람이려니 하는 생각에 일단 청년의 말을 들어보려고 하는데 청년의 말은 이와 같다.
“ 문경에 사시는 목공예 기능장인이라고 들었는데요...박성수 어르신이라고...어휴...
그런데 문경이란데가 이렇게까지 시골인줄은 몰랐네요. ”
당사자가 박성수이든 아니든 이곳 주민이라면 여하튼 좀 불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표현을 서슴치않고 내뱉은 청년. 한편 성수는 성수대로 놀란 듯 이와같이 말한다.
“ 나를 찾아왔다구요 ? ”
“ 네에 ? ”
“ 내가 바로 무형문화재 OOO호이기도 한 목공예 기능보유자 박성수올시만 대체 무
무슨일이시오 ? ”
“ 예에 ? ”
성수의 이와같은 반응에 청년이 더더욱 놀라는 반응을 보이고 일단 자신을 찾아왔다니 청년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아내 나연에게 말해 청년을 대접할 차라도 내오게 하고 그리고 거실 테이블에 마주앉아 차분히 두 사람의 대화가 진행된다.
“ 오봉산 회장님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 ”
“ 오봉산 회장님 ??? ”
일단 성수야 선친이나 조부시절 거래하던 정치인이든 재벌가든 그 외 학자나 저명인사등 그런 사람이 꽤 있음은 익히 알고 있고, 허나 그중 지난전 정홍섭 전의원의 아들 정태인씨의 경우처럼 집안끼리도 각별한 왕래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많은 대외 손님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긴 무리다. 무엇보다 그 시절은 성수가 어린시절이기도 할 터이고. 그래서 ‘오봉산 회장’이란 말만 듣고도 바로 기억이 나지 않아 일단 옛날 장부를 가져와 살펴보려 하는데 그러자 청년이 아무래도 안되겠다는 듯 바로 설명을 덧붙인다.
“ 오봉산 회장님은 저희 외할아버지십니다. 그리고 슬하에 총 6남매 2남4녀의 자녀
가 계셨는데...그중 막내따님이 바로 저희 어머니시고요. ”
“ 예에 ? ”
조금전까지 좀 껄렁껄렁해 보이기도 했고 무례해보이던 청년의 태도와는 달리 그래도 자신의 집안 내력은 뜻밖에 휜히 꿰고 있는 사람인지 이와같은 설명을 정중하게 덧붙이고 일단 박성수도 ‘오봉산 회장’이란 이름이 전혀 못 들어본 이름은 아니라서인지 다소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이다.
“ 그러니까...선생이 오봉산 선생의 외손자가 된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 ”
“ 외손자죠...그것도 집안에서 막내인 외손자...저희 어머니가 외할아버지한테 막내딸
이고...제가 저희집 3형제중 또 막내니까요. ”
오봉산 회장의 막내딸의 또 그 막내아들. 그야말로 그 집안의 새카만 막내가 이렇게 박성수란 목공예 기능장인을 찾아왔다는 소린데, 여하튼 성수의 선대시절의 단골손님이었을 그런 집안의 막내 외손자가 갑자기 무슨 용무가 있어 찾아왔다는것인지. 일단 성수는 차나 마저 들러가 권하면서 차분하게 청년에게 말을 건넨다.
“ 제 이름은 김종원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올해 스물여섯이고요. ”
정중하게 자신의 실명과 나이까지 밝히며 조금전 그 껄렁하고 무례해 보이던 태도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이는 청년. 그러면서 말을 이어간다.
“ 뭐...어쨌든 저희 외할아버지는 일제때부터 사업을 하셔서 크게 기업을 일으킨 그
런 분이시지만...전 그냥...보다시피 이렇게 그냥 별볼일 없는 사람이구요. ”
“ 헌데 대체 그런분이 절 무슨일이 있어 찾아오신건가요 ? ”
“ 나무 테이블을 저도 좀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서요. ”
“ 나무 테이블...탁자를 말하는거죠 ? ”
한국말이 되었든 영어가 되었든 어쨌든 똑같은 의미고, 다만 굳이 전통 목공예 기능사의 힘을 빌려서 그런 것을 주문하고 싶다는 청년의 의도. 대체 연유가 무엇인지. 성수의 궁금함에 김종원이란 청년은 이렇게 답한다.
“ 여하튼 전 외할아버지가 그만한 사업을 하시던 분이고 저희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
는 분이지만...전 그냥 그런데 구애받지 않고...자유분방하게 살고 싶은 그런 사람
입니다. ”
“ 헌데 그런 사람이...대체 그런 목공예 탁자는 무엇에 쓰시게요 ? ”
그러자 종원은 가져온 연습장 같은 것을 하나 펼쳐서 성수앞에 내놓는다. 의아해하는 성수에게 보여주며 이와같이 설명을 해준다.
“ 대충 이런 모양으로...그저 향좋고 튼튼한 나무로 만들어주시면 되는데...가능할련
지요 ? 값은 원하시는대로 얼마든지 지불해 드리겠습니다. ”
“ 뭐 저야...비싸게 사주신다면 감사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대체 이런걸
무엇에 쓰시게요 ? ”
“ 말씀드렸다시피 전 그냥 아버지든 외할아버지든 그런 사업에 구애받지 않고 저 나
름대로 자유분방하게 인생을 살고싶은 그런 사람입니다. ”
“ 헌데요 ? ”
“ 그냥 좀...뭐랄까...저 혼자 제 집에 살면서...흥취를 좀 느껴보고 싶어졌다고나 할
까요 ? ”
“ 흥취 ? ”
어떻게 보면 그런 고풍스럽거나 옛스러운 그런 분위기나 맛이 나는 그런 가구를 선호하는 그런 취향의 청년인것인지. 청년은 거듭 성수에게 애원하듯이 말한다.
“ 이렇게...마치 대륙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요...크게...뭐 그렇다고 아주 크게는 아
니고...한 부엌식탁 정도 되는 크기로 총 7개. 어떻게...안될까요 ? ”
“ 일곱 개씩이나요 ? ”
성수가 적잖이 놀라 두 눈이 휘둥그래진다.
“ 헌데 그런걸 일곱 개씩이나 만들어 대체 무엇에 쓰시려구요 ? ”
종원이 비유를 ‘대륙’이라고 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크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일단 종원이 원한 크기는 대충 부엌식탁 정도 되는 그런 크기였는데 그런 크기의 나무탁자 7개라도 그 차지하는 공간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 한마디로 부엌식탁 7개가 다 들어가야하는 공간이 되는 셈 아닌가. 허니 그런 것을 일곱 개씩이나 몰아넣을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 그냥 뭐... ”
헌데 답하기가 좀 난감하기라도 한것일까. 용도를 묻는 성수의 물음에 종원은 답을 망설이고 있고 그런 종원을 보며 성수의 말이 이어진다.
“ 그냥 식탁이나 일반적인 탁자같은 용도라면 꼭 7개씩이나 있을 필요가 있을까요
? 한 두어개 정도만 주문을 하심이... ”
여하튼 재벌가 3세라고 한 종원이 현재 대체 어떠한 일을 하는지논 모르겠지만 여전히 염려가 되는 듯 성수가 이렇게 말을하고 그러나 종원은 거듭 당황하며 손을 내저으며 이렇게 말한다.
“ 아...아닙니다. 반드시 7개가 필요합니다. ”
“ 아니, 대체 그렇게 큰 테이블 7개를 대체 무엇에 쓰시려 그러시냐구요 ? ”
사실 성수야 어차피 물건을 만들어 파는 입장이니 주문한 손님이 원하는대로 만들어 팔고 돈만 받으면 그만인 사람이다. 허나 아무래도 이 김종원이란 남자가 좀 마음에 걸려서일까. 애초 종원의 태도가 좀 무례해 보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뭔가 남에게 해를 끼친다거나 그럴 사람같아 보이진 않아도 좀 엉뚱한 면이 있어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거듭 걱정이 되어 이와같이 나오는 성수. 그러자 종원도 좀 망설이는 듯 하다가 좀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 그냥 좀...저만의 공간을 느끼고 싶다고나 할까요 ? ”
“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요 ? ”
“ 여하튼 전 외할아버지가 그만한 대기업을 하시고 저희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는 분
이긴 합니다만...저희 형님 두분은 다 제각기 그런대로 괜찮은 직장에 각기 취직을
해서 잘 살고 계시고요... ”
“ ...... ”
“ 그리고 전 현재 가족과 떨어져서 경기도에 있는 한 별장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몸입니다만... - 원래 외할아버지 명의의 경기도 별장이 하나 있었는데 외할아버지
께서 돌아가신 이후론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외삼촌들을 졸라서
그곳에서 제가 살게 해주면 안되냐고 해서...지금 거기에 혼자 거처하고 있기는 한
데... ”
그런식으로 말하는 종원의 표정엔 그 역시 나름 살면서 어떤 한이나 상처같은게 있었음인지 어떤 회한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성수가 남의 사생활에 대해 너무 꼬치꼬치 캐묻는것도 적절치 못할 것 같고. 일단 성수가 말없이 종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 가운데 종원의 설명이 좀 더 이어진다.
“ 여하튼 그곳에서 전...저 나름대로 저만의 인생을 살면서...저만의 공간을 그런곳에
서 만들어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한것입니다. 그러니 여하튼 선생님...제가 주문
한 나무 테이블 7개를 꼭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그린듯한 미리 준비해온 연습장에 스케치처럼 그린 자신이 원하는 테이블 모양을 그대로 보여주는 종원. 그런대로 그림솜씨는 좀 있는 사람인지 제법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린 느낌이 들긴 하는데 대충 보니까 그런대로 둥근 타원형을 하고있는 모양에 여기저기 울퉁불퉁한 곳도 보이고 마치 반도 모양처럼 한쪽이 살짝 툭 튀어나오기도 한 그런 형태였다. 여하튼 아까 종원의 ‘대륙’에 비유하는 그런 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륙은 아닌 것 같고, 어찌보면 크기가 좀 크고 울퉁불퉁한 큰 타원형태의 그런 ‘섬’ 같은 모양이라고나 할까. 여하튼 종원은 좀 더 세세하게 그 모양에 대해 이렇게 설명을 해준다.
“ 이쪽은 좀 더 깎아서 조금 튀어나오게 해주시고, 여긴 좀 들어간 부분으로 해주세
요. 그리고 이 테이블은 좀 길쭉한 바나나 모양처럼 그렇게... ”
그렇게 하나하나 세밀하게 설명을 하고는 자신이 원하는대로 탁자 모양이 안 만들어질 것 같아 불안하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종원. 일단 성수는 이 정도 크기의 나무 테이블 7개를 만들려면 시간이 한달여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했는데, 종원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모양이 안 나올 것 같아서였는지 이곳에서 잠시 머물며 작업을 지켜보겠다는 말까지 했다. 성수로선 참 살다살다 별스런 고객을 다 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인데, 일단 그래서 성수는 종원에게 빈 방 하나를 내주고 그곳에서 기거하며 자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볼수 있도록 허락을 해주었다. 헌데 성수의 젊은 아내 나연은 좀 불안하고 안심이 안된다는 듯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다.
“ 여보, 그렇다고 꼭 우리집에 머물게 할 필요가 있겠어요 ? 그리고 아무리 봐도 좀
무리한 부탁을 하는 그런 청년 같은데... ”
테이블 크기나 개수까진 뭐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그린 그림의 모양과 똑같이 되어야 한다는 청년. 일단 그런 부잣집 재벌 3세고 지금은 식구들과 떨어져 외할아버지 별장이던곳에 따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게 원이라는 청년. 확실히 뭔가 괴짜스런 면도 있고 불안한 면도 느껴져서 나연이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좀처럼 지우지 못한다. 성수가 일단 나연을 달래본다.
“ 어쨌든 우리는 물건을 주문받은 입장 아니오. 우린 그저 손님이 원하는대로 성실
하게 물건만 만들어주도록 합시다. ”
“ 여보... ”
그래도 여전히 내키지가 않는지 불안해하는 나연. 작업은 일단 다음날부터 바로 들어가기로 하고 다음날 애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서부터 작업에 들어갔다. 큼지막한 나무를 하나 베어와서는 탁자모양을 만들 준비를 하는 성수. 대패질을 하기도 하고 여기저기를 기계로 썰기도 하면서 열심히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나연도 옆에서 남편의 일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뭔가 불안해 하고 있다.
“ 이쪽은 좀 더 튀어나오게 해주시고요, 네, 그건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긴 바나나
모양으로요. 아니아니...그런데 너무 길게는 말고 좀 뚱뚱하게...제가 원하는 모양은
뚱뚱하지만 긴 그런 모양이라니까요. ”
그러면서 직접 자신이 그림을 그려온 모양을 거듭 보여주면서 잔소리와 설명을 쉬지 않는 종원. 나연은 그런 청년의 잔소리가 짜증이 났는지 잠시 작업실을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는 좀 쉬고있는 나연. 종원도 나연의 그런 태도가 마음에 걸리긴 하는지 잠시 다가와보기도 한다.
“ 저...많이 힘드세요 ? ”
“ 보면 모르겠어요 ? ”
짜증스럽게 한마디 내뱉는 나연. 종원이 진심으로 미안한 듯 사죄의 말을 건넨다.
“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로선 꼭 좀 필요한 물건이라서... ”
“ 도대체 저런걸 일곱 개나 만들어서 어디에 쓰시게요 ? 내가봐도 저런게 일곱 개씩
이나 한꺼번에 들어갈만한 공간도 없을 것 같던데... ”
외할아버지가 쓰시던 별장에 혼자 따로 살고 있다는 말은 나연도 익히 들었지만 대체 별장이 얼마나 클지 몰라도 과연 저 정도 테이블 7개가 다 들어갈만한 공간이 될까. 가령 거실 한가운데 다 늘어놓는다 하더라도, 그럼 그곳에서 사람이 왔다갔다 하거나 그런 이동은 또 어떻게 한단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는 청년의 주문. 종원이 그런 나연에게 거듭 자신의 사정을 설명해준다.
“ 너무 언짢아하지 말아주시고...제 사정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전 그저 지금
제가 혼자 살고 있는곳에서...저만의 공간...저만의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은것일뿐
다른 뜻은 없습니다. ”
“ 됐어요. ”
여하튼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청년과 길게 말 섞고 싶지는 않은지 더 이상 무슨 말대꾸는 하지않고 조금 쉬다가 다시 작업실로 향하는 나연. 종원은 종원대로 뭔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한달여정도 걸려서 결국 주문한 테이블 일곱 개가 다 완성이 되었다. 종원은 통장입급 과정을 통해 돈을 지불하고 헌데 그건 그렇다치더라도 대체 일곱 개가 되는 이 물건을 어떻게 종원이 문경에서 경기도 별장까지 운반한단말인가. 그건 그것대로 걱정이 되어서 성수가 충고를 해준다.
“ 트럭이라도 하나 주문해서 거기 싣고 가던가 하지 그래요. 어차피 저 일곱 개를
혼자 다 가져가진 못할 것 같은데... ”
“ 트럭 주문이요... ? ”
“ 네. 그건 뭐 화물배달이나 마찬가지니까...그냥 주문만 하면 운반해 줄겁니다. 내가
알아보리다. ”
아무래도 부잣집에서 곱게만 자란 종원은 그런 세세한 문제는 잘 알지 못하는지 그 부분은 성수의 충고를 듣고 잠시후 성수가 전화를 한 배달센터에서 트럭 한 대가 와 거기에 테이블 일곱 개를 싣게된다. 나무 테이블 하나하나가 어차피 사람 두어명 정도는 모여서 들어야 겨우 들을수 있는 무게였다. 트럭운반측이야 기사와 조수격의 역할을 하는 사람 두명만 온 것이니 거기에 성수,나연,종원까지 모두 달려들어 협조를 하면서 나무 테이블 일곱 개를 모두 트럭 뒷칸에 실을수 있었다. 그리고 종원은 그 트럭을 타고 성수의 거처를 떠났다.
- 6회에 계속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