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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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정치의 본질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 정치,시사


 

 필자는 아무래도 현실정치에 직접 뛰어드는 것 보다는 한발자국 옆으로 비켜서서 도덕군자 담론같은 점잖은 소리만 하는 정치논객이나 정치평론가가 성격과 맞는 것 같다. 이번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모처럼만에 보수진영에 희색이 만면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내년 대선,지방선거까지도 가져올수 있을 것처럼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이런 상황에서 좀 뜬금없는 화두를 꺼내볼까 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후보단일화’의 시초는 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있었던 김영삼,김대중 양김의 ‘후보단일화’ 논의였다. 군사정권의 연장이 될 수 있는 여당의 노태우 후보에 맞서 야당에서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이 모두 나오면 패배가 뻔하기 때문에 결국 ‘후보단일화’를 해야한다는게 많은 국민들의 열망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단일화는 실패했고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 모두 대선에 출바 낙선하고 여당의 노태우 후보가 당선되었다. 

 

 어차피 그 시절은 야당도 ‘제왕적 총재’ 시스템으로 운영되던 시절이었고, 무엇보다 지금같은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커녕 선거전 여론조사 공표 자체가 금지되어있던 시절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 여론조사를 발표하고 하는게 혹시 군사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할수도 있어서 금지시켰는지는 몰라도 여하튼 지금과 같은 활발한 정치권 여론조사는 없던 시절이다. - 다만 ‘한국갤럽’에서 일종의 실험적 차원에서 대선 두달을 앞두고 1노3김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차례 실시한적은 있나본데, 시간이 많이 지난후 그 여론조사에서 1위 노태우 35%, 2위 김대중 27%, 3위 김영삼 21%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시간이 훨씬 많이 지난뒤에 일부 언론에 의해 공개되긴 했다. 

 

 당시 후보단일화 논의 내막을 살펴보면 ‘통일민주당’을 사실상 김영삼 총재가 장악한 가운데서 김대중 후보가 절반정도의 지분을 요구했고, 따라서 원외 지구당 위원장(현재의 당협위원장) 배분 문제가 끝까지 쟁점이 되었다. 애초 5:5 정도로 원외 위원장을 배분하기로 한 것을 김영삼측에서 대폭 양보하는 것으로까지 합의가 되었으나 김대중측은 끝내 이 양보안마저 거부하고 평화민주당을 창당하였다. (* 허나 이 부분과 관련해선 ‘원래 재야 민주세력을 대폭 영입한 통합야당의 방식으로 나가자는게 김대중 후보측 제안이었는데 취지가 와전되었다’는 것이 DJ측의 주장이다.) 

 

 여하튼 87년 대선 후보단일화는 끝내 이뤄지지 못했고 대선후보 단일화 첫 성공 사례가 저 유명한 2002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다. 이때 양측이 질문방식이나 선호도,경쟁력 문제로 끝까지 신경전을 벌이다 노무현측이 대폭 양보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하튼 이때 처음으로 활용된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는 이후 선거를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는 정파간에 자주 활용되어 왔다. 

 

 사실 과거 야당 혹은 진보진영이 선거를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한 것은 결국 세력에서 약세였기 때문이다. 세력이 강한 거대여당 혹은 군사정권에 맞서 이해관계나 가치관이 다른 여러 정파들이 제각기 후보를 내면 패배가 뻔하기 때문에 힘이 센 상대에 맞서기 위해 논의하곤 한 것이 바로 ‘후보단일화’다. 여기에는 가치관이나 지지층이 묘하게 겹치거나 혹은 갈리는 중도개혁 성향의 민주당과 소위 민노당,통진당등 사민주의를 지향하는 좌파정당 사이의 속사정도 분명히 담겨져 있었다. 특히 지역이 작은 총선이나 지방선거(기초단체장,광역,기초 의회등)의 경우엔 단 몇백표 차이로도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이럴 경우 민주당과 좌파정당 후보간의 ‘단일화’ 논의는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헌데 이번엔 약세로 변한 보수진영이 ‘후보단일화’를 논의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고보면 사실상 보수진영의 단일화 논의는 ‘첫 경험’인데다가 안철수의 의외로 고집스러운 면이나 보수진영의 자존심 문제를 생각하면 후보단일화가 결렬되는 것 아닌가 예상했는데 어쨌든 여론조사 방식을 선호도로 하느냐 경쟁력 조사로 하느냐 또는 여론조사에 유선비율을 몇 퍼센트 섞느냐 이 문제로 끝까지 짜증나는 협상을 벌였고 허나 결과적으로 단일화는 성공하였다. 

 

 헌데 여론조사때 유-무선 비율을 얼마로 한다느니 면접방식으로 할것인지 ARS 방식으로 할것인지 이건 알고보면 여론조사기관 스스로 ‘표본추출과정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들 2010년 지방선거때 있었던 여론조사 대참사 사건을 아직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당시 투표 일주일전(사전투표제도 도입 전)까지도 여당인 한나라당이 대다수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최소 10% 이상 크게는 20% 가까이 압도하는 것으로 나왔다. 허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서울은 초박빙, 인천,강원,충북등은 아예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선자가 뒤집어졌다. 부산도 민주당 후보가 40%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결과가 초박빙 지역에서 한두곳 뒤집히거나 오차가 크게 나는 경우는 이전에도 이따금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완전히 전체 판세가 뒤집힌 사례는 그전까지 거의 없었기에 다들 의문을 제기했고 그때 여론조사 기관들의 해명이 ‘요즘은 거의 휴대폰을 쓰고 집전화를 쓰는 사람들은 대개 나이든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류가 난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여론조사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유-무선 비율’을 어느정도 혼합하는게 여론조사 표본에 정확성을 보장할수 있는지 실험과 연구를 해보기도 했었다. 허나 이후에도 총선등에서 예측이 크게 빗나가는 경우는 종종 있었고 여기에 나온 또다른 변명이 ‘면접방식 조사와 ARS 조사 방식때 유권자들 답변하는 스타일이 좀 다를수 있다’는 해명이다. - 아무래도 조사원과 직접 전화통화로 하는 면접 조사일시 야당이나 소수파 지지자 입장에선 솔직한 답변을 하는데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추정된다. 

 

 헌데 이게 알고보면 그냥 여론조사 기관 스스로 ‘표본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이야기란 소리다. 무슨 대단한 전문성이 기여된 여론조사 기법이 아니라 그냥 변명인거다. “아니, 이봐요. 이번 선거는 왜 이렇게 예측이 빗나간거에요 ?” -> “저...그게 요즘은 유선전화 쓰는분들이 줄어들고 무선전화 쓰는분들이 늘어나는데 그걸 생각 못한거 같아요.” -> “아니, 이봐요 그래서 유-무선 혼합방식을 쓰는데도 계속 오류가 나는데 그건 어떻게 봐야하는건데요 ?” -> “그...그게 아마 면접방식과 ARS 방식에 따라 결과가 좀 차이가 날거에요.” 

 

 선호도와 경쟁력 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마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때도 이 문제가 끝까지 주요 논쟁거리가 된 것으로 아는데 선호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쟁력 조사란건 알고보면 그냥 ‘가상대결’인 것이다. 선호도 조사란 그냥 대선후보든 총선후보든 쭉 일괄적으로 늘어놓고 지지여부를 묻는것이고 가상대결이란 실체 총선이나 대선이라고 상황을 가정하고 ‘유력후보’들을 붙여놓고 조사를 벌이는게 ‘가상대결’ 방식이다. 헌데 이걸 소위 ‘후보단일화’ 과정에선 ‘경쟁력 조사’라고 말만 바꿔서 유권자들에게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가령 대선출마 예정자로 진중권,변희재,공희준이란 이가 있다고 치자. 헌데 이들을 일괄 나열 여론조사를 해보니 ‘진중권 20%, 공희준 15%, 변희재 12%’가 나왔다고 치자. 이게 다자대결 구도고 소위 ‘선호도 조사’가 되는 것이다. 헌데 이래서 공희준과 변희재가 진중권을 이길 가능성이 없어서 단일화를 한다고 치자. 그래서 소위 ‘가상대결’ 조사를 했더니 ‘진중권 : 공희준으로는 진중권 40% : 공희준 30%가 나왔고 진중권 : 변희재로는 진중권 40% : 변희재 25%’가 나왔다고 치자. 이게 그냥 실제 선거대결이라 가정하고 하는 ‘가상대결’이고 이걸 소위 후보단일화 과정에선 경쟁력 조사니 뭐니 이런식으로 말만 이상하게 바꾸서 유권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여론조사’로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여론조사란 글자그대로 정부나 정당등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선거에 임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흐름을 알아보는것이지 후보 단일화할 때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보통 열세인 정파들이 모여서 소위 ‘후보 단일화’라는 것을 하다보니 어차피 서로 자신이 우위라고 주장하는 판에 객관적으로 검증할 데이터가 없다보니 ‘여론조사 기법’을 후보단일화의 한 방식으로 차용한것뿐, 애초부터 여론조사는 열세정파의 후보단일화에 쓰이는 도구가 아니다. 하물며 애초 여론조사 기관들이 선거 여론조사때 표본오류가 났던 문제를  유,무선 혼합비율이 어쩌구 면접-ARS 방식이 어쩌구 하는식으로 해명한 문제를 놓고 유무선 비율을 얼마를 하자느니 설문조사 방식을 어떻게 하자느니 그런식으로 ‘후보 단일화 논의’때 서로 기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결국 여론조사의 본질은 물론 정당정치의 본질마저도 왜곡시켜 국민들에게 잘못 이해되도록 만들고 있다는게 문제다. 

 

 정히 열세 정파들이 문제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결선투표를 한다던가 당대당 통합이나 정파간 연정같은 대안들이 없지도 않다. 다만 결선투표는 한 일주일여 상관으로 전국단위 선거를 두 번 연거푸 치르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에 비용이나 정국혼란 문제등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연정같은 경우엔 우린 이미 97년 ‘DJP 연대’ 같은 사례나 19대 총선때 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같은 사례도 있다.  

 

 그래서 특별히 보수정당에 이 시점에서 이와같은 주문을 하는 것이다. 만약 자당(自黨)에 정히 내세울만한 대선후보감이 없고, 오히려 외부에 국민의 지지와 신망을 받는 그런 인사가 따로 있다면 그런분을 정성을 다해 영입해오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영입인사와 함께 당내에서 내부경선을 치르면 되는것이고, 혹여 그런분들이 별도로 신당을 창당하거나 이미 소규모 정당이라도 이끌고 있는 입장이라면 그런 정당과 통합을 추진하면 될 일이다. 적어도 다음 대선때 또 후보단일화 문제를 놓고 대선 임박해서 선호도 조사를 할거냐 경쟁력 조사를 할거냐 또 유무선 혼합비율을 어찌할것이냐 면접으로 할것이냐 ARS로 할것이냐 이런걸로 서로 기싸움 벌이다 국민을 짜증스럽게 하고 더 나아가 혼란을 주는 모습은 더 안 봤으면 하는 바램에서 하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필자도 정치권을 한발짝 비켜서있는 처지에서 한 20년 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이다. (* 진중권,변희재,공희준처럼 뜨지 못한게 문제일뿐. -.-;;) 정치현실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안철수니 윤석렬이니 하는 인사들과 후보단일화를 할것이냐 야권통합을 할것이냐 이런문제로 고민하는 속사정을 모르는것도 아니다. 

 

 허나 보수정당이 한참 상승세일 이런 분위기일 때 한번은 정석대로 가봤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런 주문을 하는 것이다. 솔직히 지난 20년 지켜본 한국정치는 그러잖아도 엉망이고 막장인 정치판이 오히려 가면 갈수록 더더욱 후진화(後進化) 되었고 애초에 존재했던 제도나 구조 또는 시스템같은 원칙마저도 가면 갈수록 너무 엉망이 되고 망가져버렸다.  

 

 그래서 이런식으로 가다간 자라나는 후세들이 어떤 정치를 보고 배울것인가 하는 문제를 걱정하고 고민하다 이런 주문을 하는 것이다. 한번쯤은 무슨 ‘후보 단일화’ 같은 문제를 놓고 유무선 비율을 어찌 하느니 설문방식을 어찌 하느니 하는 이상한 기싸움 벌이며 국민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고 정석(定石)대로 가보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이념이나 가치관이 그리 크게 다르지 않고 지향점도 거의 엇비슷한 정파가 정권교체든 뭐가 되었든 그런쪽으로 공감하는바가 있다면 당대당 통합을 하거나 연정을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당내인사보다 국민의 신망과 신뢰를 더 많이 받는 인사가 외부에 있다면 그런분을 소위 삼고초려를 하든 뭘하든 그렇게 영입을 하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이제 필자도 건강문제 때문에 앞으로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쓸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필부(匹夫)일 지언정 그래도 한 20년 넘게 우리나라 정치판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서 자라나는 후세들이 정치의 본질이나 정당정치,의회주의 정치의 본질 혹은 여론조사의 의미 이런것들을 잘못 이해하고 습득하게 되면 곤란하겠기에 이런말을 하는 것이다. 정치판에 아직은 그래도 원칙과 정도를 걷고자 하는 분들이 많이 계실것이라고 믿고 싶다. 정당정치의 본질과 여론조사 기능의 의미를 더 이상 왜곡시키지 말고 한번쯤은 정도(正道)를 걸어 통합의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덧글

  • ㅋㅋㅋㅋㅋㅋㅋㅋ 2021/04/15 11:32 # 삭제 답글

    http://whaedra.egloos.com/5209421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훼드라 2021/04/16 08:53 # 답글

    자꾸 광주폭동 어쩌구 하면서 이상한 댓글 남기는 분이 있어서 삭제했습니다
    정당정치의 본질이 회복되길 바라는 충정에서 쓴 글이지
    이상한 사람들하고 농담따먹기나 하고 헛소리나 하자고 쓰는거 아님을 유념해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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