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라의 세상만사

whaedra.egloos.com

포토로그



걸그룹 팬픽 - 블랙핑크 제니 (8) 걸그룹 팬픽 10 (레벨,블핑)



 

                                             부제 : 채영이 이야기 

                                                                 - 응답하라 ! 1985 

 


 “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 자세히 이야기를 해봐. ”  

 다른 사람도 아닌 경수가 ‘친누나 경숙’을 확인해봤다는 이야기에 경태는 아직도 쉽게 믿기 힘들다는 모습. 무엇보다 3년전 가짜 경숙 사건때 그 가짜를 밝혀낸 경수가 아닌가. 그런점을 생각해봐도 도대체 지금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감이 잡히지 않는 경태. 도대체 자신이 군대에 가 있는동안 무슨일이 있었던것인가 ? 혼란스럽기만 한 경태를 보며 경수가 차분히 설명한다. 

 “ 말한 그대로야. 처음엔 학교에서 돌아오는길에 빗속에서 전단을 뿌리는 여자가 있 

  길래 처음엔 별 생각없이 받아보았는데 어릴 때 헤어진 부모님을 찾는 내용이더라 

  구. 그리고 지명까진 모르겠는데 과수원에서 부모님을 잃은 것 같다고 하고... ” 

 “ 빗속에서 전단을 뿌리고 있었다고 ? ” 

 “ 우산은 쓰고 뿌린거지. ” 

 뭔가 말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 경태는 그 허점부터 캐보지만 경수가 누나임을 확인한 상황을 쭉 설명하자 경태는 할말을 잊고 있다. 잠시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화제를 돌린다. 

 “ 어쨌든 덕분에 니 처지만 어정쩡해졌구나 ? ”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 

 “ 너 원래 니 방 갖고 싶어했잖아. 헌데 누나가 나타나서 상황이 더 애매해졌으니... 

 ” 

 원래 쭉 형 경태와 같은방을 써왔지만 점점 커가고 특히 사춘기가 되면서 세 살차이 형과 한 방을 쓰는것에 점차 불편함을 호소했던 경수. 원래는 가정부 채영이 들어왔을 때 채영이 어린 경옥을 보살피며 한방을 쓰게 해주려한 경태,경수 부모였지만 경옥이 가정부랑 같이 자는게 싫다고해 하는수없이 채영이를 방을 따로 내주고 원래 방을 따로 주려고 했던 경태와 경수를 다시 한방을 쓰게 했던 진동내외. 허나 채영이 3년만에 떠나고 이후엔 가정부가 아닌 파출부를 쓰게 되면서 남게된 한 개의 방을 경수가 쓰는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잠시 ‘가짜 경숙’이 나타나면서 이 문제가 다시금 복잡해졌다. 허나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가 가짜임이 밝혀지면서 언제 찾을지도 모르는 큰딸 경숙을 위해 방을 비위두느니 그 방을 경수가 쓰도록 조치해 경수가 방을 쓰게 된지도 어느덧 3년정도가 지났다. 헌데 이제 다시 바로 문제의 ‘경숙누나’를 찾았다니. 경태가 살짝 빈정거리듯 해본 말인데 그 말에 경수가 발끈한다. 

 “ 형, 무슨 말이 그래 ? 난 그냥 내가 나이도 먹었고 또 공부도 해야하니 혼자 방 

  을 따로 쓰고 싶다고 한거지...내가 언제 누나 찾는걸 싫다고 한적이 있었어 ? ” 

 실제로는 3년전 가짜 경숙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경숙의 존재를 아예 알지도 못하던 경수와 경옥이 아니었던가. 허니 잃어버린 누나가 나타나는 문제에 그전까진 경수가 그렇게 깊게 고민해본적은 없었으리라. 여하튼 이렇게 된 상황에서 다시금 궁금해져 묻는 경태인데 경수의 설명은 이와같다. 

 “ 누나는 지금은 경옥이랑 같은방 써. 그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는거지 뭐. ” 

 “ 그럼 경옥이하곤 사이가 어떤데 ? ” 

 원래 가정부 채영이는 그렇게 싫어했고 오히려 3년전 ‘가짜 경숙’이 나타났을때는 그전까지 존재도 몰랐던 ‘친언니’가 있었고 게다가 그 친언니를 찾았다는 말에 심지어 그런 언니의 품에 안겨 울며불며 그동안 집에서 소외당했다느니 천덕꾸러기 신세였다느니 차별받고 천대받았다느니 별의별 소리를 다 해가며 ‘이제부터 언니가 내편이 되어달라’고 하던 그런 경옥이 아니던가. 헌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 경숙이 가짜였음이 밝혀졌고, 그리고 3년이 지났는데 이제서 어쨌든 ‘진짜 경숙’이 정말로 나타났다니 그걸 받아들이는 경옥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그게 걱정되어 묻는 경태. 경수가 답한다. 

 “ 경옥이는 의외로 무덤덤한 것 같더라. ” 

 실제 3년전 가짜경숙때는 그 난리를 치며 울며불며 하던 경옥이었는데 그 경숙이 가짜로 밝혀진 상처와 충격이 컸던것일까. 오히려 이번의 경숙에 대해선 좀 데면데면하며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하긴 그동안 경욱도 그만큼 자랐으니 어느정도 철이 든걸로 볼수도 있는것이고. 

 “ 언니, 이쪽에 누우세요. ” 

 그렇게 손수 자리까지 깔아주며 자신과 같은방을 쓰게된 경숙에게 말한 경옥. 그러면서 이렇게 나왔다. 

 “ 잃어버린 친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3년전에 엄마,아빠한테서 듣긴 했는데...여하 

  튼 이렇게 만나게 되었네요. ” 

 달리 할말이 없어서일까. 별다른 반응없이 밋밋하게 경옥을 바라만 보는 경숙. 그런 경숙에게 되려 경옥이 이와같이 나왔다. 

 “ 악수나 같이 해요 언니... ” 

 일단 ‘언니’란 표현이 입에서 나오긴 하지만 3년전 그 난리를 쳤던때와는 달리 대체로 무덤덤한 경옥의 모습. 한편으론 3년전 가짜경숙 소동도 있었으니 되려 그녀를 경계하는 모습도 없지않아 있다. 경옥의 말은 이와같았다. 

 “ 솔직히 많이 어색하고 낯설긴 해요. 하지만...뭐 이렇게 같이 지내다보면 차츰 나 

  아 지겠죠. 그러니 너무 어려워 마시고 편하게 대해 주세요. ” 

 3년전에 있던 가짜 경숙사건까지 그녀에게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는지 이와같이 말하고 여하튼 ‘차츰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정도는 밝힌 그런 경옥이었다. 여하튼 그렇게 경옥과 경숙 자매(?)가 한 방을 쓰는 것으로 결론이 나 방을 조정하는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정리가 되었다. 그리고 일주일후. 휴가기간이 다 끝나 부대로 복귀하는 경태가 잠시 경숙을 보자고 했다. 

 “ 많이...어색하시죠 ? ” 

 “ 예 ? ” 

 서두로 꺼낼말이 마땅치 않아서일까. 한참만에 나온 경태의 말이 그와 같았고 의도를 알수없어서인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경숙이 그와같이 나왔다. 진짜 경숙이라면 어쨌든 경태가 여덟살 어린 동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면이고 게다가 군복까지 입은 성인이라서 더더욱 어렵게 느껴져서인지 말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는 그녀. 그런 여인을 보며 경태의 말이 이어진다. 

 “ 보다시피 전 군복무 중이라서 휴가때나 이렇게 가끔 보게 되겠네요. ” 

 “ ...... ” 

 “ 뭐...저야 잃어버린 누나 때문에 늘 부모님이 마음아파 하시는걸 지켜보긴 했는데 

  ...그러니 여하튼 누나가 많이 위로해드리고 배려해주세요. 그간의 상처가 이만저만 

  아니셨을테니... ” 

 다른 동생들과 달리 위로 잃어버린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언제부터인가 눈치채기 시작했던 그런 경태가 아닌가. 따라서 그런 감회를 이렇게 늘어놓는 것 같고, 긴 이야기를 하기엔 꺼낼만한 화제가 마땅치 않아서일까. 한번 그녀를 위,아래로 쭉 훑어보더니 시간을 너무 지체하면 안될 것 같아 이쯤에서 집을 나서려 한다. 진동이나 승주는 모두 출근과 외출을 한 시간이다. 

 “ 아, 참 그리고 저... ” 

 그렇게 집을 나서려는 경태가 문득 무슨 잊은것이라도 있는지 돌아서서 다시금 경숙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눈빛이 너무 강렬해 순간 경숙이 당혹스러워질 지경인데 움츠러드는 그녀를 미심쩍게 바라보다 어차피 별다른 덧붙일말이 더 없어서인지 인사말만 다시금 입에 올린다. 

 “ 아녜요..그냥...다녀올께요. 다음 휴가는 몇 달후에나 있을테니 그때나 집에 들어오 

  게 되겠네요. 그때 뵈어요 누나... ” 

 “ 네...조심해 가세요. ” 

 그렇게 경수,경옥도 다 학교에 간 상황에서 경태를 혼자 배웅하는 모양새가 된 경숙. 경태는 말없이 집을 나선다. 

 


 채영이 또 휴가를 받아 군산에 내려왔다. 이전에 가정부 시절때는 3년동안 휴가를 한번 받지 못하다가 경태의 여름방학때 처음 한달 휴가를 받았던것에 비하면 이번 일터는 확실히 이전에 비해 휴가를 자주 내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점집이 되었건 어디가 되었건 이전 일터보단 인심이 좀 더 후한분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여하튼 그래서 잠시 집에 내려와 있는 채영. 적당히 쉬면서 가끔 엄마 가사일도 좀 도와주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그러다 채영이 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 엄마...나 그런데 어릴 때 혹시 과일깎다 손가락 베인적 있었어 ? ” 

 “ 얘가 뜬금없이 또 무슨소리야 ? ” 

 대충 집에있는 식구끼리 다과라도 할겸 과일 두어개를 엄마 함옥희 여사와 함께 깎다 문득 뭔가 생각이 나는듯해 그렇게 물은 것 같은데 일단 옥희는 생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듯 이와같이 말한다. 

 “ 아냐,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고있어 얘가 ? 어릴 때 과일을 깎다 손을 베긴...그 

  리고 그렇게 나이어린 애기가 난데없이 과일을 왜 깎아 ? 참 너도... ” 

 도대체 어떻게 가끔 이런 엉뚱한 소리를 큰딸 채영이가 하나. 엄마 입장에선 그야말로 어이가 없는 듯 채영이가 이런 엉뚱한 면이 다 있었나 하는 생각까지 들 지경인데 역시 마침 집에 와 있던 둘째 지영도 한마디 끼어든다. - 전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지영은 요즘도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주말이 되면 집에 들르곤 한다.  

 “ 언니, 그러고보면 참 가끔 엉뚱해 보이는거 알아 ? ” 

 “ 무슨 또 내가 엉뚱해 ? ” 

 ‘너라도 대학은 들어가라’고 그리 말했건만 그 말은 안듣고 기어이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직장생활을 한 밑에 동생인 지영을 새삼 좀 착잡한 심정으로 보며 채영이 이와같이 반박하고 그런 언니를 보며 동생도지지 않는다. 

 “ 그렇잖아. 우리 자매들은 물론 엄마,아빠도 다 기억 못하는 일을 언니는 어릴 때  

  기억 같다며 가끔씩 엉뚱한 소리를 하니 말이야. 언제는 또 뭐 ? 논산 과수원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것 같다고 했다던가... ”  

 “ 그건 언니가 기억을 잘못하고 있는거야. 옛날에 엄마가 행상하며 돈벌 때...어린 

  니 언니 업고 어떨땐 멀리 논산이나 금산 거기까지 가서 장사를 하다보니...그래 

  서 그때 기억을 언니가 가끔씩 헷갈려 하는 것 같아. ” 

 하지만 지영은 여전히 수긍을 못하는지 톡 쏘듯 다시 한마디 한다. 

 “ 그보단 언니도 혹시 싸이코 기질이 있는거 아냐 ? ” 

 “ 뭐 ? 싸이코 ? ” 

 갑작스럽게 나온 지영의 표현이라서인지 순간 채영은 물론 엄마 옥희도 황당하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는데 일단 지영의 말이 이어진다. 

 “ 그러잖아도 얼마전에 TV에서 보니까 그러더라. 가끔씩 엉뚱한 생각이나 상상을 

  하는것도 싸이코...다시말해 정신에 좀 문제가 있는것일수도 있다고... ” 

 “ 지영이 너 무슨말을 그렇게 하니 ? 아무리 그래도...언니가 정신병자라도 된다는 

  소리야 ? ” 

 “ 아니, 엄마...내 말은 그런게 아니라... ” 

 사실 이 무렵은 방송에서 소위 정신병(요즘으로 치면 조울증,조현병 같은 것)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앨 필요가 있다며 실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정신질환’의 사례를 극화해서 보여주는 소위 ‘사이코 드라마’란게 묘하게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던 때다. 보통 이런데 나오는 정신과 의사등 전문가들 하는말이 ‘몸에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정신이 아플 때 정신병권에 가는 것’이라는 식으로 말하며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던 시절이다. 따라서 젊은 지영도 그런류의 ‘사이코 드라마’를 본적이 있기라도 했는지 이런 표현을 한 것인데 그 말이 채영은 물로 옥희의 신경을 제대로 거슬리게 한것같다. 허나 지영도 나름 젊고 똑똑한체 지지않고 자기 주장을 드높인다. 

 “ 엄마나 언니...요새 OOO(방송사 이름)에서 하는 사이코 드라마 못 봤어 ? 거기서 

  도 나오는게 그런 사례들이야...가령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너무 자주 화를 낸다 

  던가 집기를 집어던진다던가...또는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가끔 과대망상 같은 

  상상을 한다던가...그런게 다 알고보면 정신병의 일종이래.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그리고 엄마나 언니나 다 바쁜 사람들인데 그런거 볼 

  시간이 어디있니 ? ” 

 “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나도 TV를 보는데 엄마가 TV를 볼 시간이 없다구 ? ” 

 확실히 상식적으로 볼 때 직장생활을 하는 채영이나 지영보다는 전업주부인 옥희가 TV 볼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 하지만 옥희 정도 나이의 시골 아줌마나 할머니라면 일반적으로 가족극 중심의 주말극이나 일일극을 주로 챙겨보지 그런류의 드라마를 일부러 챙겨볼 사람은 아니다. - 여하튼 젊은 지영은 그런 문제에 어쩌다보니 관심이라도 생겼는지 소위 ‘사이코 드라마’를 하숙집에서도 종종 애청을 한듯한데 그러나 점집에서 일하는 채영조차도 아직은 그런 정보나 드라마를 접해본적은 없는지 제법 적잖이 화가난듯하고 결국 방으로 들어가버린 채영을 지영이 뒤쫒아가서는 사과의 말을 건넨다. 

 “ 언니... ” 

 “ ...... ” 

 “ 좀전엔 내가 심했어. 사과할게... ” 

 “ 아냐, 됐어... ” 

 진심인지 아니면 예의상 하는 대꾸거나 일을 괜히 크게 벌리고 싶지 않아서 대충 그렇게 마무리 하려는것인지 이와같이 채영이 나온다. 허나 그래서 지영이 더더욱 마음에 걸려 가까이 다가와서 언니의 손을 잡아본다. 

 “ 언니, 너무 마음쓰지마. 난 그냥... ” 

 “ 됐대두 그러네... ” 

 허나 결국 한숨을 내뱉는 채영. 지영을 살짝 흘겨본다. 

 “ 니가 날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한적이 많았어. ” 

 “ 언니... ” 

 “ 사실 내가 이 집에서 큰딸이라고 그동안 유세를 좀 떨었었니. 생각해보니 잔소리 

  도 내가 너한테 제일 많이 했고... ” 

 “ 언니, 내 말은... ” 

 “ 아냐 됐어. 그만하자. 너랑 일부러 이런 이야기 길게 하고싶지 않다. ” 

 “ 언니...미안해. ” 

 아무래도 진짜 큰 실수를 한것같은 생각이 들어서일까. 지영이 눈물까지 고인 얼굴로 다가와서는 채영을 꼭 안아보기까지 한다. 채영이 별다른 대꾸나 반응은 없는 가운데 방안엔 묘한 기류만이 감돌뿐이다.  

 원래 점집 주인아저씨가 개인사정이 좀 있어서 일을 도와주는 채영에게 하루 휴가를 준것이었다. 헌데 채영이 군산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고려해서 하루만 더 달라고 해 이틀을 받은 휴가다. 따라서 다음날이 되자 서둘러 다시 서울로 올라갈 채비를 하는 채영.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가는 시외버스가 있는 정류장까지 와서는 딸을 배웅한다. 

 “ 어여 가거라. 몸조심하고. ” 

 “ 아버지도 어서 들어가세요. 가게 너무 오래 비워두시지 마시고요. ” 

 이미 나이 60을 넘긴 태일이건만 여전히 읍내 학교 근처에서 문구점을 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너무 가게를 오래 비워두는것도 좀 문제라면 문제다. 태일이 사정이 있을 때 가끔 아내인 옥희가 가게를 본적도 있긴 하지만 여하튼 걱정이 되어 이만 들어가실 것을 말하는 채영. 헌데 예전같지 않게 태일이 그런 채영을 애처롭게 바라본다. 

 “ 채영아... ” 

 “ 왜 그러세요 아버지 ? ”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것일까. 말없이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는 태일. 허나 그러다 문득 무슨 정신이 바로 나기라도 했는지 손을 내젓는다. 

 “ 아...아니다 그냥...나도 이제 늙었나본지 원...그냥 몸이 예전같지 않은 것 같아서 

  ...별일 아니니 어서 이만 가보려무나. ” 

 어차피 이미 채영이 타야할 버스가 도착하고 있으니 오래 이야기할 시간은 없다. 서둘러 버스를 타는 채영을 보며 태일은 새삼 눈시울이 적셔진다. 채영이 탄 버스가 떠나가는 뒷모습만 한참을 슬프고 애처롭게 쳐다볼뿐이다. 

 


 한 넉달쯤 뒤에 경태가 다시 일주일여 정도의 휴가를 받아 나왔다. 지난번 휴가가 여름경이었으니 어느덧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드는 점점 추워지는 무렵이다. 그런때에 휴가를 받아 나온 경태라서 그런지 가족들은 더욱 다행이라며 반기는 분위기고 그런 가운데에 경숙(?)이와 경태의 눈이 마주친다. 

 “ 어...이 누나 아직 집에 있네요 ? ” 

 “ 녀석아, 무슨말을 그렇게 하냐. 아직 집에 있다니. 그럼 경숙이가 다시 우리 집에 

  서 나가기라도 해야한다는 소리냐. ” 

 진동이 나무라듯 경태에게 한마디 하고 승주가 중재라도 하려는 듯 불쑥 끼어든다. 

 “ 아무래도 3년전 가짜사건 때문에...경태가 아직도 마음 정리가 안 되나봐요. 그게 

  아니고 이번엔 진짜라두 그러네. 그러지말고 좀 누나한테 가까이 와서 말도 좀 걸 

  고 그러면서 살아봐. 그러고보면 정상적으로 경숙이가 쭉 우리집에서 살았더라면 

  니가 바로 밑에 동생이니 둘 사이가 가장 각별했을수도 있는데... ” 

 바로 밑의 동생이지만 또 한편으로 나이차이는 여덟살 차. 따라서 어떤 의미로든 각별해질수도 있었던 남매라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승주가 안타까움을 더해 한마디 더하고 경태는 살짝 시선을 다른곳으로 돌린다. 진동이 머쓱해하며 한마디 한다. 

 “ 아무래도...많이 어색하겠지. 그래도 생전에 한번도 보지 못한 누나를 이제야 보 

  는거니까말야. 그리고 지금까지 우린 그래도 경숙이와 친해질 시간이 있었지만 경 

  태는 군에서 계속 있느라 제 누나와 함께할 시간이 거의 없었지 않나. ” 

 “ 하긴 그러네요. 그러지말고...둘이 서로 이럴 때 대화도 좀 나누고 그래봐. 아니면 

  같이 산책도 좀 해보던가...그런식으로 이젠 친해져야지... ” 

 “ 날도 추운데 무슨 산책을 해요. ” 

 경태가 다소 퉁명스럽게 한마디 하고는 피곤함을 핑계로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욕실에서 씻고는 자기방으로 다시 들어온 경태.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긴다. 

 밤늦은 시간. 경옥과 한 방을 쓰는 경숙이 방에서 나온다.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는 모습. 날이 추우니 아무래도 두꺼운 잠바라도 걸쳐입고 어디로 나가려는 것 같은데 그게 마침 화장실이라도 가려는 듯 나온 경태의 눈에 걸리고 만다. 

 “ 어디...가세요 ? ” 

 ‘헉~!’ 하면서 놀라는 모습의 경숙. 당황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허나 그래서 더더욱 재빨리 밖으로 나가려는 경숙. 경태가 붙잡는다. 

 “ 이 시간에 어딜 가세요 ? ” 

 “ 아...아니 저 급히 뭐 살게 있어서... ” 

 “ 이 시간에요 ? 대체 뭘 사려구요 ? ” 

 “ 그...그게... ” 

 적당한 핑계거리가 생각나지 않아서인지 경숙은 쉽게 말을 잇지 못한다. 간식거리를 사러간다 하는것도 약을 사러 간다 하는것도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핑계가 될거 같아서일까. 여하튼 당혹스러움을 어쩌지 못하는 경숙의 모습. 그런 경숙을 보며 경태가 말한다. 

 “ 뭐 사러가시는거면 저랑 같이가시죠. 어차피 이 동네 지리도 익숙하지 못할거고 

  또 밤이라 위험할텐데... ” 

 “ 아, 아니에요...그리고 지리는...그동안 여기 살면서...많이 익혔어요. ” 

 하긴 이미 넉달을 여기서 살았으니 새로 이사온 주민이라도 근방 정도의 지리는 충분히 익힐 시간이다. 따라서 그와같은 변명은 대충 납득이 가는지 그쯤에서 놓아주는 경태. 허나 의심의 눈초리를 끝내 지우지 못한다. 

 일주일 조금 넘게 휴가를 받아온 경태. 허나 원래 빨리 지나가는 것이 군복무때의 휴가기간이라고 어느덧 내일이면 다시 경태가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날이다. 복귀가 늦어지면 안되겠기에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경태. 그리고 다른 식구들이 다 잠들어있을 때 경숙이 다시 집을 나선다. 그리고 진동네가 사는 아파트 건물에서는 거리가 좀 있는 단지내 공중전화 박스로 간다. 

 “ 저에요 황단장님. 저 요즘 미치겠어요...그 경탠가 뭔가...그 군에 가있는 첫째가  

  휴가를 받아 나왔는데...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것 같더라구요. 어쩌죠 단장님 ?  

  ...... 네 ? 뭐라구요 ? 아휴 하지만 그런 핑계는...뭐 대학 들어가는거야 정 떨어지 

  면 적당히 가짜 대학생 흉내내면 되는거지만....네네...알았어요 단장님. 어쨌든 시 

  키시는대로 할께요. 단장님 그리고 저도 연영과 출신이에요. 그 정도 상상력이나 

  이야기 지어내는 능력은 저도... ” 

 “ 당신...누구야... ” 

 버럭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침착하면서도 무척이나 낮은 톤의 저음으로 다가오는 목소리. 그래서 순간 경숙은 자신이 뭘 잘못들었나 싶었다. 따라서 일단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전화통화는 계속 이어가려 한다. 

 “ 단장님 어쨌든...그 백승주 여사 비서로 제가 들어가면 되는거죠 ? 그래요. 키 크 

  고 좀...그렇게 생긴 아줌마...네네...알았어요. 그건 단장님 시키시는 대로 한다니까 

  요. 시기가 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서 제가 저번엔 그랬던거지...백여사 비서노 

  릇은 제가 확실히 할테니 걱정마세요. ” 

 “ 당신 누구냐고 물었어. ” 

 그때 또다시 뒤에서 들려온 바리톤의 저음. 결국 낌새가 이상해 여자는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곧 기겁한다. 

 “ 허헉~~~!!! ” 

 “ 왜 그렇게 놀라 !!! 당신 도대체 누구야 !!!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냐구 !!! ” 

 지난번에는 어둠속이라 서로 얼굴을 못 알아봤던 것 같다. 허나 이제는 실내에서 그래도 서로 얼굴을 본 시간이 있으니 경숙이란 여자도 경태도 서로 상대방의 얼굴은 확실하게 확인이 가능한 듯. 경태가 바로 경숙을 나꿔채 집안으로 끌고 들어간다. 

 “ 악 !!! 악 !!! 이거 못놔요 !!! 사람살려요 !!! 사람살려요 !!!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차라리 불한당에게 납치라도 되는 것 같은 행세라도 하려는 심산인지 무작정 비명을 지르는 여자. 허나 경태는 그런 여자를 한번 밀쳐내기까지 하면서 위협한다. 

 “ 조용안해 !!! 자꾸 이러면 경찰 부를거야. 그러니 잔말말고 조용히 따라와. ” 

 “ 아...아저씨... ” 

 “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 앞에서 바른대로 자백하란말야 !!! 당신 정체가 도대체 뭔지 

  바른대로 다 밝히라고. 그리고 무슨 의도로 이런짓을 벌이는지 !!! 나도 궁금해 죽 

  겠으니까... ” 

 황단장이든 누구든 정체를 알수없는이와 전화하는 이상한 통화내용을 듣고 그녀 또한 ‘가짜 경숙’임은 충분히 눈치챌수 있을것이고 다만 이번 가짜경숙의 정체를 모르는 것은 여전히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지난번 1차 가짜사건은 단순한 정신병자가 벌인 해프닝이었던 반면 이번엔 뭔가 확실히 배후가 있는 그리고 의도적으로 꾸민 ‘음모’라는 소리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2차 경숙 사건은 가짜의 실체를 밝힐 필요가 있는 것. 어쩔줄을 모르는 가짜경숙을 경태는 결국 우격다짐으로 집으로 끌고 들어간다. 

 “ 아니, 도대체 무슨 소란이냐 ? ” 

 한밤중에 갑자기 벌어진 소란에 진동내외는 물론 경숙과 경옥까지 놀라서 거실로 나오고 거실의 큰 불을 켠 경태는 그 가운데로 가짜경숙을 밀어넣어버린다. 

 “ 사...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전 그냥 황단장님이 시키시는대로 했어요. ” 

 “ 뭐...뭐라구 ??? ” 

 “ 살려주세요...아저씨...어르신...사장님...전 그냥 황단장님께서 시키는대로 한 것 뿐 

  이에요. 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전 그냥 황단장님이 시키는대로 한 것 뿐이 

  라구요. 엉엉엉엉~~~!!! ” 

 “ 황단장이라니...황단장이 대체 누구야 ??? ”  

 가짜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일단 몇 달이라도 함께 살면서 진동의 직업이 중소기업 사장이라는 것은 여자도 익히 알고 있을것이고 따라서 그런 호칭까지 붙여가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여자. 일단 이렇게 되면 이번 경숙도 가짜임은 확실하게 확인이 되는 셈인데 따라서 진동도 승주도 다시한번 받은 충격에 정신이 어질어질 둘 다 쓰러질 지경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자의 입에서 나온 ‘황단장’이라는 사람. 그 사람이 배후란 소린데 일단 그런 직함을 가진 사람을 진동이 아는바가 없는 듯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애써 침착함을 되찾으며 진동이 여자에게 묻는다. 

 “ 대체 황단장이 누구야 ? 내가 그런 직함을 가진 사람을 알지는 못하는데... ” 

 “ 저...전 그냥...단장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처음엔 연극 극단에서 단원을 모집하 

  는걸로 알았거든요. 그래서 단장님이라 부른건데...그래서 전...지금까지 황규철 그 

  분을 단장님이라 부르고 있어요. ” 

 “ 뭐...뭐라고 ??? 황규철 ?? ” 

 순간 들어본적 있는 이름인 듯 그제서야 김진동이 크게 놀라고 다시금 여인에게 확인을 요구한다. 

 “ 이봐요 아가씨. 바른대로 말해요. 그러니까...단장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당신한테 

  이런짓을 시킨 사람 이름이 황규철이다 그 말이지 ? ” 

 “ 네...네...전 어쨌든 황규철 단장님이 시키시는대로 했다니까요. 잘못했어요 아저씨 

  !!! 제발 용서해주세요 사장님. 엉엉엉엉~~~!!! ” 

 “ 내 황규철 전무 이X을 당장에 !!! ” 

 격분을 한 김진동. 지금 당장이라도 그 황규철이라는 이에게 달려가기라도 할 기세다. 그러나 지금은 어차피 한밤중. 지금 나가봐야 아무소용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진동은 일단 가짜경숙을 오늘은 그냥 이 집에서 자게하고 내일 날이 밝거든 당장 황규철이란 사람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원래 진동이 처음부터 지금의 제지공장을 운영했던 것은 아니고 그 이전에는 일반직장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제지사업에 도전해본게 70년대 초반의 일이다. 그때 진동의 일을 도와주면서 함께 사업을 했던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황규철 전무’다. 김진동이 사장, 황규철이 전무 대략 이런 구조로 함께 사업을 시작했던 셈인데 그러다 70년대 후반경에 규철이 개인비리 혐의로 감옥에 들어가는 신세가 된다. 아무리 그래도 한 7-8년 정도 함께 동업을 했으면 인지상정으로라도 그런 규철을 구명운동이라도 해주고 도움이라도 줄법한데 진동은 나름 원리원칙주의자인지 그런 문제로 황규철이 구속되자 바로 그를 전무직에서 해고시켜버린 것이다. 

 규철은 징역 7년을 받고 86년에나 감옥에서 나올수 있었다. 사실 형량이란게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어느정도 감형도 되고 또 모범수가 되면 형기보다 다소 빨리 출소할수도 있는법인데, 그렇지 않고 7년형을 다 살아야 했다면 황규철도 어느정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던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헌데 그런 규철과 함께 사업을 할때는 너무 친하게 지냈던게 화근이었다면 화근이랄까. 그때는 사실 규철내외와 진동내외가 부부동반으로 식사도 자주 하고 또 일 때문으로든 사적으로든 규철이 진동의 집에 자주 들르기도 했었다. 따라서 그때 규철은 진동의 집 구조도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고 진동내외에게 어린시절 잃어버린 딸이 있음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진동이 바로 그런 어린딸의 사진이 있는 옛날 앨범까지 보여주어 규철은 자연스레 진동의 잃어버린딸 애기때 모습하며 그 어머니 승주의 젊은시절 얼굴도 대충 익히게 된 것이다. 

 그런 규철이 감옥에 나와서 한동안은 이런저런 신변정리를 하며 다소 망연자실한 시간을 보내다가 언제부터인가 ‘못된생각’을 품게 되었다. 바로 자신을 위해 구명한번 해주긴 커녕 바로 해고시켜 버리고 심지어 자신을 면회온다던가 가족을 돌봐주는일 조차 한번 해본적 없는 김진동. 그런 김진동을 가만둘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 한편 규철의 아내는 이때 규철과 이미 이혼하고 아이들과 어디론가 사라져 따로 살고 있어서 규철 입장에선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태다. 

 그렇게 혼자 살며 음모를 꾸민 황규철. 일단 유령회사 더 정확히는 ‘유령극단’을 하나 차렸다. 바로 진동내외에게 접근시킬 ‘가짜딸 경숙’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그 가짜딸을 이용 진동네 재산을 일정부분 빼낸다던가 하는식으로 진동에게 복수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허나 규철이 앨범에 있는 진동의 어릴 때 잃어버린 딸 사진하며 그 시절 살던 집 구조등을 보고 한 것은 이미 그때 기준으로도 어느덧 대략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일. 기억이 제대로 날 턱이 없다. 다만 진동네가 강남으로 이사를 간 것이 규철이 비리혐의로 구속되긴 이전의 일이었으니 그렇게 이사간 집주소는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는 검침원으로 변장 진동의 집에 잠입을 시도했다. - 실제 검침원이나 배달부로 위장한 강도나 성범죄가 종종 일어나곤 하던 시절이다. - 생각해보면 이때가 바로 진동네는 채영이 가정부일을 그만두고 떠나고 그 무렵 나타난 가짜경숙 문제로 한바탕 소동을 치렀을때니 하필 딱 그 무렵부터 규철이 본격적인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다면 진동부부 입장에선 생각할수록 더더욱 기가막힌일이 될 수밖에 없다. 

 여하튼 그렇게 검침원으로 위장하고 진동네 집에 들어간 규철. 이때는 그전까지 3년간 가정부로 일했던 채영은 떠나고 새로 들어온 파출부가 출퇴근을 하던때니 오전시간에 규철이 진동의 집에 위장을 하고 찾아왔다면 그런 파출부가 규철에 대해선 알턱이 전혀 없다. 진동내외가 집에 있는 시간이었다면 아무리 규철이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모자까지 푹 눌러썼다 하더라도 충분히 눈치챌수도 있었을텐데 – 10년 가까이 교류가 있었던 진동내외와 규철이다. - 그런 과거를 전혀 알턱없는 새로 들어온 파출부는 그저 아무런 의심없이 검침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고 검침원이 침실로 들어가 진동내외 젊은시절 앨범을 찾아내 자신의 카메라로 그 앨범안에 있는 어릴 때 경숙의 사진이며 승주의 젊은시절 사진 그리고 진동내외가 젊은시절 경숙과 함께 살던 집 사진까지 일일이 다시 자신의 카메라로 찍어낸 규철. 거실에서 전기청소기로 한참 청소작업을 하던 파출부 아줌마는 가짜 검침원의 그런 행동을 전혀 눈치챌수가 없었다. 

 그리고 ‘유령극단’을 만든 황규철은 이후 각 대학 연영과를 돌며 ‘세익스피어 희곡을 연기할 연극단원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젊은 여성단원을 모집한다’는 광고전단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때부터 황규철의 신분은 연극단의 ‘단장’이 된 것이다. 소극단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몇몇 젊은 연영과 학생들이 정말로 연기자를 모집하는 극단인줄 알고 규철의 사무실을 찾아온 것이다. 규철은 그 자리에서 일단 찾아온 연영과 학생들을 경숙의 어릴적 사진과 승주의 젊은시절 사진을 일일이 비교하며 살펴보았다. 가급적 이미 성인이 되어있을 경숙의 외양 그러니까 승주의 젊은시절 모습과 흡사한 그런 사람을 찾아 좀 더 절묘하게 ‘가짜 경숙’ 연기를 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식으로 사진 테스트(?)를 해보고 대본 하나를 대충 보여주며 연기를 해보라고도 했다. 그러나 대본속 내용은 세익스피어 희곡이 아닌 만약 실제 경숙이 친부모를 만났을 상황을 가정 자신이 임의로 만들어낸 대본이었다. 사실 연영과 학생 정도라면 세익스피어의 대표적인 희곡인 ‘햄릿’이나 ‘오셀로’ 또는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작품을 한두번쯤은 읽어봤을것이고 또 같은 연영과 학생들이나 동아리 멤버들과 공연도 해봤을법도 한데 의외로 그런 오디션과 연기테스트를 의심하는 연영과 학생은 거의 없었다. 

 다만 막상 그렇게 하려니 생각보다 승주의 젊은시절이나 경숙의 모습을 닮은 그런 학생을 찾기가 좀 힘들기는 했다. 한 열명정도 테스트를 해봤으나 전부 불합격(!)하고 슬슬 규철도 지쳐가서 ‘이 짓을 꼭 해야하나’ 하는 회의감까지 들 무렵 마침 제대로 안성마춤인 연영과 학생이 하나 찾아왔다. 아주 100% 꼭 닮았다고 할수야 없지만 그런대고 백승주의 젊은시절 외양과 분위기가 많이 비슷한 연영과 학생. 그런 여성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실제 어릴적 잃어버린 친부모를 만났을 경우를 가정한 연기대본도 건네준대로 절묘하게 연기를 잘 해냈다. 그래서 그렇게 합격(!)한 연영과 학생에게 규철은 실제 사연을 좀 말해주면서 자신이 이런 극단을 임시로 차린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따지고보면 가짜로 ‘유령극단’을 만들어 연영과 학생들에게 일종의 사기를 친 셈인데, 허나 규철에게서 사연을 전해들은 연영과 학생. - 어차피 사람들은 매사에 다 자신을 중심으로 해석하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또 규철의 경우엔 더더욱 그동안 있었던 김진동 사장과의 일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생판 모르는 연영과 학생에게 설명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처음엔 이 연영과 학생은 김진동과 백승주 내외를 아주 파렴치한 악당이나 사기꾼으로 그리고 규철을 억울하게 피해를 입어 감옥까지 다녀온 ‘불쌍한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연영과 학생이 규철의 음모에 가담하기로 해 이렇게 가짜경숙이 치밀한 계획하에 어린시절 잃어버린 친부모를 찾는다는식의 전단까지 만들어 대충 짜깁기한 과수원에서 잃어버렸다느니 어릴 때 과일을 깎다 손가락을 베인적이 있다느니 하는 단서를 만들어 그런식으로 진동내외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 헌데 단장님...그럼 이제 호칭은 뭐라고 불러야 하죠 ? ” 

 다른건 몰라도 규철의 사무실이 실제 연극단 사무실은 아닌 것을 알게된 연영과 학생이 아닌가. 처음엔  규철을 진짜 연극단 단장으로 알고 ‘단장’으로 불렀던 연영과 학생이지만 사연을 알고나니 규철이 ‘단장’이 아닌것만은 분명. 다만 그렇다고 새삼 다른 새로운 호칭을 만들기도 뭣하니 편의상 규철은 앞으로도 계속 ‘단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하고 그리고 그렇게 진동내외 집에 ‘경숙’의 신분으로 들어가게 되면 대략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 밤늦은 시간에 공중전화를 이용 황규철과 은밀하게 연락을 주고받고 그의 지시를 받아가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으로 연영과 학생인 지금까지 이렇게 ‘가짜 경숙’의 행세를 해왔던 것이다.



- 9회에 계속


 

 

 

 

 

 


덧글

댓글 입력 영역